사이코지만 괜찮아 7
[문영이 울먹이는 소리가 들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문영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문영이 흐느낀다]
[문영이 흐느낀다]
고문영
고문영
[문영이 울부짖는다]
도망가
도망가
- 괜찮아, 고문영 - (문영) 도망가
[슬픈 음악] - (문영) 도망가, 제발 도망가, 빨리 - 꿈이야
당장 꺼져!
[문영이 흐느낀다]
(문영) 당장 꺼져
당장 꺼져
[문영이 엉엉 운다]
그래, 안 갈게
[새가 지저귄다]
왜 여기 있어?
밤새 열이 좀 있길래
(문영) 그래서 나 눕혀 놓고 의사 놀이 했니?
누워 있어
형 알바 데려다주고 약 사 올 테니까
난 잘못한 거 없어
그 여자가 자꾸 엄마 행세 하길래
우리 엄만 죽었다고 한 게 다야
그래, 알았어
[차분한 음악] [문이 달칵 여닫힌다]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상태) 성진, 성진, 성진프라자 미추리 보건소
성진프라자, 성진프라자, 성진프라자 미추리 보, 보건소
[계속 중얼거린다]
그만 외우고 빨리 씻어, 형
(강태) 오늘은 내가 재수네 데려다줄 테니까 같이 나가자
호, 혼자, 혼자 갈 수 있어, 혼자
(강태) 아는데 나도 시내 나갈 일 있어서 그래
어, 괘, 괘, 괜찮은 병원 안 가?
[흥미진진한 음악]
나 오늘
땡땡이칠 거야
(영상 속 은자) 얘!
[흥미진진한 음악] (지왕) 그, 뒤로 좀 돌려 봐
(별) 네 [마우스 클릭음]
(지왕) 이 환자 컨버전 가능성 있으니까
당분간 보호 관찰 하면서 경과를 좀 지켜봅시다
(의료진들) 네
(의사1) 근데 원장님
이번엔 고문영 선생에 대한 조치도 취하셔야 될 거 같은데요
아, 환자한테 뭐라고 한 건지 일단 한번 들어 보고
(별) 뭐, '당신 딸은 죽었다'
대놓고 얘기했겠죠
그 충격에 쓰러지신 거고
고문영 선생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문강태 보호사가 슬쩍 언질 줬을 수도 있죠
둘이 친하잖아요
안 친해
환자 정보 함부로 떠들 사람 아닌 거 아시잖아요
(민석) 어쨌든 고문영 선생이 우리 병원 오고 나서부터
지뢰 터지듯이 뭔가 계속 터지는데
그냥 두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의사2)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네, 저도요
[지왕의 생각하는 숨소리]
제발 그 비듬 좀 그만 날리시고 결정을 내려 주시죠
[숨을 들이켠다]
일단 진위 파악되기 전까지
환자들 동화 수업은 잠시 중단하는 걸로 합시다
(의료진들) 네
저, 그럼 이제 해산할까요?
문강태 보호사 나 좀 보잔다고 해요
오늘 오프 냈는데요?
(행자) 집에 일이 좀 있다고 아침 일찍 연락이 와서요
어, 그래?
(지왕) [다리를 탁탁 치며] 씁, 으음...
(강태) 형, 재수네서 알바하는 거
그만두는 게 어떨까?
형이 여기 내려와서 하는 일이 갑자기 많아졌잖아
병원에서 벽화도 그리지 재수네서 피자도 팔지
이제 삽화까지 그리면
와...
너무 바쁜데?
바쁜 건 나쁜 게 아니지
나쁜 건 아니지
근데 아플 순 있지
몸이 막 여기저기 아파서
개 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어?
(상태) 아프면 밤에 개 소리를 내
나, 나, 나는 아닌데 너는 잘 때 개 소리를 내
낑, 낑
낑, 안녕하세요
낑 [강태의 헛웃음]
내가...
내가 그래?
(강태) 하, 이상하다
나 아픈 데 없는데
이제 알바도 거의 안 하는데
나, 나 진짜 안 아픈데
마음이 아파서
(상태) 모, 몸은 정직해서
아프면 눈물이 나지요
근데 마음은 거, 거짓말쟁이라 아파도 조용하지요
그러다가 잠이 들면 그때서야
남몰래 개 소리를 내며 운답니다
낑, 낑
[문영이 흐느낀다]
형, 이 책이 그렇게 재밌어?
어, '봄날', '봄날의 개'
고, 고문영 작가님, 고문영 글
(상태) '옛날 옛날에'
[문이 탁 열린다]
어, 아직 오픈 안 했는... [문이 탁 닫힌다]
(재수) 너, 이씨...
나한테 상의도 없이 그 여자 집에 쏠랑 들어가 놓고 [휴대전화 진동음]
이렇게 나타나면 내가 아주 좋아할...
[휴대전화 조작음]
(강태) 여보세요?
네
나중에 얘기하자
- (강태) 예 - 나중에? 나중에 언제? [문이 탁 열린다]
(재수) 야, 야, 야, 나 기다린다? 어? 야!
[문이 덜컹 닫힌다]
(상태) 안녕, 재수 씨 [재수의 놀란 신음]
아이고, 아이고, 왔어요, 형님? 아이고
컨디션이 좀 안 좋습니다
(상인) 아니
애 컨디션이 언제부터 어떻게 어느 정도로 안 좋은 건지
그, 그, 시시콜콜하게 얘기 좀 한번 해 봐요!
내 전화를 안 받는 게 영 감이 안 좋다니까, 어? [한숨]
나 밤새도록 걱정해 가지고...
빨리 연락드리라고 할게요
이만 끊겠습니다
하...
와, 뭐 이렇게 앞뒤 여백 없이 이렇게 단칼이냐, 어?
아유, 인정머리 없는 새끼
그렇죠
사람이 좀 헐렁한 매력이 있으면 좋은데
(승재) 너무 빡빡해서 아쉬워요
피지컬은 진짜 내 스타일인데
[익살스러운 음악] (상인) 하...
넌 어떻게 삼시 세끼 눈칫밥을 이렇게 매일 잡수시는데
그렇게 눈치가 없냐, 어?
[상인이 식탁을 쾅 친다]
그러게요
제가 눈치가 있었으면
대표님 믿고 여기까지 안 왔을 텐데
미안하다, 어
내가 죄인이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상인) 나 그, 문영이한테 갔다 올 테니까
너 여기 계산하고, 어?
어디 카페 가서 라테라도 한잔하고 있어
(승재) 네?
[문이 드르륵 열린다]
다녀오세요, 대표님!
아, 저 양아치 새끼, 진짜
이참에 라인을 그냥 갈아타?
그래, 속 타는 놈이 우물 파야지, 뭐
[힘주는 신음] [차 문을 탁 닫는다]
[엔진이 덜덜거린다]
[엔진이 덜덜거린다]
[엔진이 덜덜거린다]
맘마미아!
오...
[엔진이 덜덜거린다]
(상인) 아, 컴 온!
[휴대전화 진동음]
[몽환적인 음악]
(희재) 넌 날 닮아서 긴 머리가 잘 어울려
절대 자르지 마
지겨운데
(희재) 엄마 말 잘 들어야지
대답해
대답해!
네...
엄마
[어두운 음악]
(희재) [울먹이며] 제발
살려 줘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쨍그랑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문이 쾅 열린다]
[상인의 거친 숨소리]
(상인) 문영아
괜찮아?
자르고 싶은데
잘라지지가 않아
뭐가?
엄마
[의미심장한 음악]
너 설마...
또 그 환영에 눌린 거야?
언제부터?
언제 다시 시작됐어, 어?
여기 온 첫날
[한숨]
(상인) 너 여기 있으면 안 돼
나랑 당장 서울 올라가
(문영) 경고하는데 당장 내 물건에서 손 떼
나도 경고하는데!
(상인) 너 기절시켜서라도 내가 끌고 갈 거니까 나 막지 마, 어?
너 그 환영에 다시 눌리기 시작하면
어떻게 망가질지 내가 뻔히 아는데
너 절대 그냥 여기 못 둬
빨간 구두가 어쩌네 하면서
그 보호사랑 여기 내려왔을 때부터 내가 어쩐지 불안하다 했어, 어?
애초에 너희들 둘은 엮이지 말아...
[문영의 힘주는 신음] [어두운 음악]
[상인의 거친 숨소리]
네 옆에서 10년이야
하, 이 정도 감은 있어
따라와
- (문영) 놔! - 따라와!
- (문영) 놔, 이거 놔! - 빨리 가
(문영) 이거 안 놔?
진짜 죽고 싶어?
(상인) 그래, 나 죽고 넌 살자
그러니까 이 집에서 나가야 된다고
가자, 아유 [문영의 힘주는 숨소리]
[상인의 아파하는 신음]
- (상인) 아유, 진짜 - (문영) 절대 안 나가
- (상인) 이거 놔 - (문영) 안 가
- (상인) 이거 놔! - 절대 안 나가
가야 된다니까
- (문영) 악! - 빨리 놔
[문영과 상인의 힘주는 신음]
(강태) 지금 뭐 하는 거야!
[상인의 거친 숨소리]
(상인) 삼자는 빠져
나랑 문영이 우리 둘 사이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상인의 당황한 탄성]
[장엄한 음악]
[익살스러운 음악]
[상인의 당황한 신음]
이제 좀 떨어지죠
그, 나...
나 얘 데리고 나갈 거니까
(상인) 당신도 빨리 짐 챙겨서 나가요, 빨리!
가자, 문영아
[아파하는 신음]
나 지금 쳤어?
빨리 쫓아내
(상인) 야, 넌 어디서 약한 척이야?
싫다는 사람 억지로 끌어내는 건 폭력인데
- (상인) 뭐? - 당신이 먼저 썼으니까 상관없겠지?
[상인의 어이없는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상인의 아파하는 탄성]
(상인) 아파!
[헛웃음] [상인의 아파하는 탄성]
[상인의 아파하는 탄성]
(상인) 저기요, 저기요!
하, 야, 문영아
야, 지금 네 옆에 있는 그 사람은 널 잘 몰라!
널 케어하고 마크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고!
문영아!
하...
[상인의 한숨]
[상인의 힘겨운 신음]
[상인의 짜증 섞인 신음]
(강태) 혼자 있을 땐 문 잠그고 있어
- 아무나 들어왔다가... - (문영) 해코지당하겠니?
내가?
해치면 해쳤지
그래도 잠가
(강태) 방심이 무서운 거라며
네가 그랬잖아
해열제
(문영) 열받을 때마다 이딴 거 먹었으면
난 벌써 약물 중독이야
약으론 못 식혀
그럼 바람으로 식혀
[부드러운 음악]
[갈매기 울음]
[문영이 콧노래를 부른다]
마음에 들어, 네 처방전
가고 싶은 덴?
(문영) 모텔
[옅은 한숨]
먹고 싶은 건?
(문영) 너
[타이어 마찰음]
이럴래?
알았어
오늘은 주치의 처방에 따를게
나 뭐 먹일래?
(상태) 고맙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 (재수) 형님 - (상태) 어
룩 앳 미
(상태) 룩 앳 미 아니고 컴 온, 컴 온
오는 거 컴 온인데, 컴 온
나중에의 그 나중이란 언제를 가리키는 말일까?
죽기 전에 언젠가
[익살스러운 음악] 주, 죽기 전?
어
말도 안 돼
우리가 함께해 온 세월이 얼만데
절대 그럴 리 없어
세, 세월이 얼만데? 천 원? 2천 원?
내 나이 고작 열여섯에
강태랑 형님을 처음 만났어
(상태) 재수통닭
그래, 난 통닭집 아들
강태는 상주하는 알바
내가 한 살 위였지만 걘 나한테 한 번도 형님이라 불러 주지 않았어
닭 다리도 늘 두 쪽 다 형님만 챙겼어
나, 난 닭, 난 닭 다리만 먹어 난 닭 다리만
부러웠어
나도 강태 같은 동생 갖고 싶었어
'형이라고 불러, 이 새끼야' 이랬더니
'난 형은 더 필요 없어' 그러더라
내가, 내가 진짜 형이야, 내가
(재수) 그때 알았어
'아...'
'이 새끼는 형이 아니라 친구가 필요한 놈이로구나'
나도 친구가 필요한 놈인데
(문영) 음, 맛있어
내가 아픈 게 아니라 고픈 거였네
먹으니까 눈에 살기가 살살 도는 게 이제 좀 살 거 같아
안 익었어
(문영) 괜찮아, 속에 열이 많아서
난 먹이 앞에선 제어가 안 돼
먹어도 먹어도 배고파
속이 텅 빈 깡통이라 그런가?
[강태의 헛기침]
미안
그때 내가...
헛소리했어
사실인데, 뭐
(강태) 아니
너 깡통 아니야
아니면?
뭐...
깡패?
[어색한 웃음]
먹어, 탄다, 음
[익살스러운 음악]
(재수) 형도 알겠지만
그때부터 쭉 닭만 팔았어
통닭에, 찜닭에, 닭강정에 닭봉에, 닭발까지
내가 왜 그랬을 거 같아?
닭 대가리 [닭 울음 효과음]
만 안 팔았지 닭 대, 닭 대가리만 안 팔았지
그렇지
- 닭 대가리는 못 팔지 - (상태) 못 팔아
팔기 싫었어, 닭 냄새 지겨웠어
그렇지만 닭 장사만큼 빨리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업종 없었어
내 친구가 언제 어디로 뜰지 몰라서 그래서 닭만 팔았어
근데 이번엔 뭔가 느낌이 달랐어
(재수) 왠지 성진시에 정착할 것만 같았어
그래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서 대출받고
비로소 업종을 바꿨어, 닭과 안녕 했어
근데 걔는... [익살스러운 음악]
[울먹이며] 나랑 안녕 했어
왜?
15년 지기 나보다
그 고문영 사이코가 더 좋으니까!
- 아닌데 - (재수) 아니기는!
(상태) 나, 나 때문인데
내, 내, 내가, 내가 작가님하고 계약을 해서 강, 강태가 온 건데
워, 원 플러스 원으로, 원으로, 어?
형님도 강태 너무 믿지 마
그러다 내 꼴 난다
내, 내 꼴?
닭 쫓던 개!
개?
[개가 깨갱거리는 효과음] [재수가 흐느낀다]
개...
시, 시끄,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시끄럽게 해서
작가님,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문영) 근데 넌 왜 안 먹고 계속 나만 줘?
아, 별로 배가 안 고파서
여자랑 자 봤어?
[문영의 놀란 신음]
- (문영) 아직? - 갈매기살 먹다 말고 무슨 헛소리야?
당최 욕구란 게 없잖아
(문영)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그렇다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매사 시큰둥
- 시큰둥이 아니라 - (문영) 아니라 뭐?
[한숨]
참는 거야
왜 참아?
누구나 너처럼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진 않아
참지 마
그게 뭐, 어려워?
[신비로운 음악]
네 안전핀
내가 뽑아 줄까?
궁금해
네가 안 참고 터지면 어떻게 될지
(주리) 어, 별아
박지환 환자 그, 낙상 요주의니까
밤 동안 배변, 배뇨 보조 꼭 해 드려야 되고
그, 오차용 보호사한테는 인계 사항 잘 전달했으니까
둘 다 라운딩 때 꼼꼼히 봐 주고
네, 알겠습니다
(주리) 아, 그리고 김정미 환자 디프레션... [휴대전화 알림음]
잠시만
(재수) 형님 멀쩡히 출근 잘했는데 왜?
[휴대전화 알림음]
고문영 출판사 직원이랑 아주 희희낙락 짜증 나, 씨...
누구예요?
어? 아니야, 아무것도
그, 어디까지 했지?
(별) 김정미 환자분요
아, 설명이 좀 장황했는데
어, 쉽게 요약을 하자면
그, 이상인 대표의 뮤즈가 고문영 작가님이시라면
아트 디렉터인 저의 뮤즈는
문상태 작가님이시다, 이거죠
[계속 쓱쓱 그린다]
예
어...
그래서 그...
작가님 차기작에 좀 도움이 될 만한
[알람이 울린다] 일러스트 레퍼런스를 제가 좀 뽑아 왔...
[휴대전화 조작음]
- 어디 가세요? - (상태) 퇴근, 퇴근, 퇴근합니다
(상태) 남의, 남의, 남의 영업장에서 다른 업무 얘기는 난센스, 어
[익살스러운 음악] 우리, 우리, 우리
우, 우리 업무 얘기는 나, 나, 나중에, 나중에, 어
나중은 죽기 전에 언젠가
재수 씨
이거 선물
- (재수) 가요, 형님 - (상태) 안녕히 계세요!
[승재의 한숨]
무슨 그림이에요?
닭 쫓던 [닭 울음 효과음]
(재수) 개요 [개가 깨갱거리는 효과음]
(문영) 근데 우리 왜 걸어?
(강태) 어?
경치 좋은 데 걸으면 좋잖아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도 나아지고
그래? 난 다리만 아픈데 시간도 아깝고
- (강태) 아, 그럼 갈까? - 업어 줄래?
어?
(강태) 형이 집에 잘 가고 있나?
아, 혼자 잘 가네
안 돼! 오, 씨...
(문영) 그러니까 나한테만 집중해
알았어, 줘
[흥미진진한 음악]
(강태) 빨리 내놔
그만해
내...
나 품은 거야?
[휴대전화 진동음]
- 어, 주리야 - (강태) 야
고문영?
과감하신 내 동거인이 난감한 상황에 처해서
내가 대신 받았어, 왜?
아니, 오늘 갑자기 오프를 냈길래
아, 아...
나랑 놀려고 하루 쉬었어
끊어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한숨]
나 때문에 걱정돼서 병원까지 짼 거야?
열 식혀 준다고 데리고 나와서 데이트까지 하고?
누가 데이트래?
그럼 오늘 이건 다 뭐야?
썸이야?
(문영) 간본 거야? 찔러봤니?
데리고 논 거야?
좋아
사귀자
꺼져
[차분한 음악]
- 뭐? - (강태) 꺼져
너한테 그 소리를 몇 번 들었는 줄 알아?
어젯밤에도, 예전 그날에도
그래서?
어젯밤엔 그 소리가
가지 말란 소리처럼 들렸어
(강태) 예전엔 도망쳤지만
오늘은
같이 있어 줘야 될 거 같아서
그게 다야
(상인) 아유
고문영 이거, 이 매정한 거, 이거
내가 10년 동안 네 보호자 노릇 하면서 내 간이며 쓸개며 아주
그냥 다 썩어 문드러졌는데
고작 몇 번 스친 그 보호사 놈이랑 편먹고
날 내쫓냐? 어? 나를?
너희들 인간미 없는 것들끼리 아주 그냥 잘 살아 봐라
나는!
이 지구상에서 제일로 인정 많고
제일로 착한 여자랑 그냥...
(여자) [술 취한 목소리로] 에잇! 팔...
[흥미진진한 음악] 나, 시끄럽네, 떽!
[익살스러운 음악] 아유
짝사랑 힘들어서 못 해 먹겠네!
호!
[주리의 웃음]
짝사랑하다가
망가진 여자 처음 보나 본데
오빠
[반짝이는 효과음]
(주리) 왜
나는 안 되고
그년은 될까?
나도
욕할 수 있고
나도
성깔대로 다 때려 부수고 지랄할 수 있고
나도
착한 척 안 할 수 있고
나도
나쁜 년 할 수 있는데
아유, 저, 아닙니다
그, 나쁜 년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예
(주리) 당신이 뭘까
뭔데 끼어들까?
아, 저는 그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예
저는
아동 문학 출판사 상상이상의 대표
이상인입니다
[웃음]
(상인) 어, 하하
[익살스러운 음악] [상인의 신음]
[상인의 어이없는 숨소리]
[상인의 아파하는 신음]
너 때문이네
울지 마세요
뭐, 혹시 저, 저 아세요?
(주리) 네가 고문영을 말렸어야지
그럼 걔가 여기 안 오고
그럼 걔네 둘이 안 만나고
그럼 내가 이 꼴이 안 났겠지
이게 다
이상인 대표
너 때문이네
[흥미진진한 음악]
가만있어 봐, 이 목소리 이거...
혹시...
(주리) 여보세요?
내 눈물
(주리) 대표님, 저 괜찮은 병원 남주리 간호사인데요
[주리의 술 취한 신음]
남주리 간호사?
호!
[주리의 술 취한 신음]
[문영이 콧노래를 부른다]
[차분한 음악]
(강태) 예전엔 도망쳤지만
오늘은
같이 있어 줘야 될 거 같아서
왜?
아니야
[문영이 입바람을 하 분다]
(문영) 어제
악몽을 꿨어
내 악몽엔 늘 엄마가 나와
그 꿈을 꾸고 나면
기분이 진짜 엿같아
근데 오늘은
썩 괜찮아
[문영의 옅은 웃음]
[문영이 콧노래를 부른다]
(정태) 아, 왜, 아, 왜!
아, 왜 없애는데?
아, 이 수업 골 때려서 진짜 좋았는데, 이씨
나는 없어질 줄 알았다, 씨
선생의 사상이 의심스러웠어 수업 태도도 불량하고
(정태) 아이고, 교육감이세요?
영감이다, 이놈아, 씨 [정태의 신음]
(정태) 아, 머리 좀 때리지 마
- (정태) 아씨 - 골 때리는 게 좋다며
(아름) 아씨, 나 숙제 다 했는데
이 수업 없어지면 안 되는데
아씨, 이번엔 진짜 선생님한테 칭찬받을 자신 있었는데
숙제 검사 못 받아서 죽은 귀신이 붙었냐?
왜 이렇게 아침부터 그냥 훌쩍훌쩍 울고 그래, 재수 없게
(정태) 아줌만 왜 우리 아름 씨한테 아침부터 욕하고 지랄이신데?
(선해) 씁, 너희들...
통했느냐?
(정태) 가, 가요, 아름 씨
상종하지 말자고요, 네?
씁, 저거 조만간 일 치겠는데?
[갈매기 울음]
[통화 연결음]
밥은?
(상태) 계란프라이, 깍두기, 소시지 3개 되, 된장찌개
지금은 뭐 해?
(상태) 그, 그냥 앉아 있어
작가님은?
(상태) 그냥 앉아 있어
(강태) 응?
- 오빠 - (상태) 네
- 오늘은 그냥 놀자 - (상태) 네
[연필을 탁 내려놓는다]
[중얼거린다]
[강태가 똑똑 노크한다]
(지왕) 네
어제 저 찾으셨다고...
(지왕) 어, 뭐 물어볼 게 좀 있어서
[지왕의 한숨]
고문영 작가 애인 있나?
[익살스러운 음악]
잘, 잘 모르겠습니다
(지왕) 아, 내가 늦둥이 아들놈이 하나 있는데
소개 한번 해 줘 볼까 하고
걱정 마
걔는 외탁해서 나랑 영 딴판이야
어떻게, 해 줘, 말아?
그, 그걸 왜 저한테...
같이 살잖아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강태) 그...
다음부턴 따로 오자 쓸데없는 오해 생겨
(문영) 몇 시에 끝나? 같이 가자, 기다릴게
(상태) 작가님 차 휘발유입니까? 경유입니까? 이거...
[웃음]
내가 사람 속을 하도 오래 들여다봐서
이제 눈빛만 봐도 대충 스토리가 읽히고 좀 그래
어제 왜 쉬었어?
몸이 좀 안 좋았습니다
고문영 선생이?
네
아, 선별 간호사 말로는
강은자 환자가 엄마처럼 굴면서 귀찮게 했다던데
혹시 그거 때문에?
[무거운 음악]
고문영 선생도
강은자 환자를 잠시 엄마로 착각하는 거 같았습니다
(지왕) 고문영 선생의 모친
도희재 작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지왕) 연재 중인 소설의 마지막 권을 탈고한 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그렇게 실종된 지 5년 후에 사망 신고 됐고
늘 한 발이 느리시네
(지왕) 살아 있다, 아니다
그 당시 한참 시끄러웠지
살아 있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지왕) 아니, 그랬다면
'서쪽 마녀'의 최후를 궁금해하는 나 같은 독자들을
무려 20년 가까이 애태우진 않았겠지
내 악몽엔 늘 엄마가 나와
(지왕) 충격이 아마 컸을 거야 많이 그리울 거고
그래서 다른 사람을 엄마로 잠깐 착각했을 수도 있지
(강태) 그게 만약
그리움이 아니라
두려움이면요?
[어두운 음악]
(대환) 아내요?
아주 지적이고
우아하고
딸애를 끔찍이 사랑했죠
아주 끔찍이
매일 밤 자장가로
'클레멘타인'을 불러 줬어요
그 여잔
그 노래의 진짜 의미를
알고나 부른 걸까요?
[한숨]
[한숨]
[강태의 한숨]
[웃음]
아, 수간호사님
(행자) 아이고, 왜?
뭐, 동화 수업 중단되니까 서운해?
아, 아니요
환자들은 은근 서운한가 봐
신선하고 재밌었대
재밌어요
고문영 작가 동화 시간 되실 때 한번 읽어 보세요
아니, 난 그쪽 감성 아니야
난 잔인한 치정물 아니면 호러물이 좋아
[강태의 옅은 웃음]
안정실에 물 좀 갖다드릴게요
그래, 응, 수고해, 잘 챙겨 드려
물 좀 드릴까요?
저...
따님요
(강태) 저 한번 만나 보라고 하셨잖아요
다음에 면회 오면 그때...
(은자) 우리 딸
[차분한 음악]
죽었어요
엄마
죽은 애를 총각이 어떻게 만나요?
나도 못 만나는데
(별) 쌤 [민석의 놀란 신음]
[환자들의 환호] (민석) 아유, 씨...
(별) 쌤, 강은자 환자 컨버전 했어요
(민석) 뭐?
안정실이죠?
- 네 - (민석) 가죠
(은자) 이 숄
엄청 비싼 거예요
수억을 주고도 못 사
내 평생
이런 비싼 걸 받아 봤어야지
먹고 죽으려 해도 없는 형편에
엄마 생일 선물이랍시고
자기 한 달 월급을 털어서
사 왔더라고요
이걸
[슬픈 음악]
(은자) 이게 얼마야?
일, 십, 백, 천...
[은자의 놀란 신음]
아유, 당장 너 환불해!
어찌나 열불 나고 복장이 터지던지
등짝을 막 후려쳐 버렸어요, 내가
아유!
나한테, 나 같은 년한테 이런 명품이 가당키나 해?
엄마 이러는 거
진짜 지겹고 지친다
[문이 탁 열린다]
다른 건 별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막
(은자) 나도 너같이 철없는 자식은 필요 없어!
너 같은 자식은 필요 없다고
그래 버렸네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은자) 그게 마지막일 줄 알았으면
절대...
그런 독한 말은 안 했지, 내가
절대
[은자가 흐느낀다]
- (강태 모) 강태야 - (어린 강태) 응?
(강태 모) 너는 죽을 때까지 형 옆에 있어야 돼
엄마가
너 그러라고 낳았어
[강태 모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은자가 흐느낀다]
(은자) [울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은자가 가슴을 탁탁 친다]
어유, 등신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강태가 문을 쾅쾅 두드린다]
[문이 쾅쾅 울린다]
[강태의 한숨]
[강태의 한숨]
(재수) 왜?
뭔데 사람 성질도 못 내게 분위기를 잡아 대
너도 누워
치
재수야
(재수) 왜?
우리 엄마도
저 위에서
나한테 미안해하고 있을까?
가슴 치면서
후회하고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냐?
[차분한 음악]
응
[울먹인다]
아니
(재수) 어머니!
우리 강태한테 왜 그랬어요, 왜!
상태 형만 아들입니까?
뭐, 아픈 자식만 자식이에요?
왜 애를 차별해서 애가 덜 크게 만들어요, 왜, 왜!
미친놈
[강태의 한숨]
거기서 딱 60년만 기다려요
(재수) 제가 어머니 만나면!
아주 그냥 콱 씨...
(순덕) 아주 그냥 뭐?
아이고
세상 어미 다 죄인이지
아무리 그래도 너희 엄마는 좀 봐드려
그 시절에 남편 없이 여자 혼자 애 키우는 거?
하이고
딸 하나 둔 나도 골백번은 도망치고 싶었는데
너희 엄마는 사내애를 둘씩이나 건사했어
거기다가 상태 걔는 또 좀 유별나?
[순덕이 캔 맥주를 쉭 딴다]
네가 여태 형 보호자로 살아 봐서 잘 알 거 아니야?
그게 얼마나 힘들고 막막한지
자!
우리끼리만 한잔하십시다!
[순덕의 시원한 숨소리]
[훌쩍인다]
[문이 달칵 열린다]
(순덕) 아이고, 화상 [문이 달칵 닫힌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
강태 왔다가 방금 갔어
왜 왔대, 혼자 왔어? 뭐래?
[혀를 찬다]
이러고 좋아서 애가 타는데
(순덕) 어제는 왜 애먼 놈 등판에 업혀 오셨대?
업혀?
(주리) 내가?
쯧, 그래, 모르는 게 약이다
차라리 기억하지 마, 그게 나아
[주리의 시원한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순덕의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익살스러운 음악]
(상인) 아동 문학 출판사 상상이상의 대표
[상인의 신음]
와...
[상인의 거친 숨소리] (주리) 이 대표님?
(상인) 아, 예
당신이 책임져! [상인의 아파하는 탄성]
[주리의 힘주는 탄성]
악!
[괴로워하는 신음]
(주리) 아, 미쳤다, 진짜
[괴로워하는 비명]
[강태가 코를 훌쩍인다]
[휴대전화 알림음이 연신 울린다] (문영)
[잔잔한 음악] (문영)
(문영)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웃음]
[풀벌레 울음]
[힘주는 숨소리]
왜 이제 와!
왜 여기서 자?
(문영) 네가 기다리라며, 이씨
[냄새를 킁킁 맡는다]
술 마셨어?
누구랑?
설마 호박씨?
호박씨 말고
양계장집 아들 조재수 씨랑
(강태) 환갑 넘은 우렁 각시님
인터넷 정모 했니?
[웃음]
정모
[강태의 웃음] [문영의 헛웃음]
얘 취했네
(강태) 아
아깐 좀 취했는데
택시 기사님이 밤엔 여기까지 절대 안 간다고
여기 무섭고 재수 없어서
원래 안 가는 데라고 중간에 내리라잖아
그래서 한참 걸었더니 술이 좀 깼네
그럼 나랑 더 마시자
(강태) 아, 됐어, 지금 딱 좋아
(문영) 난 마시고 싶은데
(강태) 안 돼
넌 적당히가 없잖아
나도 취하고 너도 취하면
큰일 나
(문영) 왜?
내가 덮칠까 봐 겁나?
- (강태) 씁! - 아! [따뜻한 음악]
적당히 까불어
너 나 때렸냐?
넌 칼로 그었지
치
취하니까 잘 받아친다?
[강태의 웃음]
(문영) 아...
안전핀 확 빼 버리고 싶다
눈 감아 봐
눈은 왜?
감아 봐, 얼른
치,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문영의 헛기침]
음
(강태) 자, 눈 떠
뭐야, 이 거지 깽깽이 같은 건?
(강태) 악몽 인형
잘 때 손에 쥐고 자면
얘가 이 망태 바구니에 악몽을 담아서
밤새 먹어 치워 준대
그럼 편하게 잘 수 있어
유치하게
오늘 집에서 가져온 거야
원래 우리 형 거거든
뭐야, 중고야?
한 땀 한 땀 내가 만들었어
[헛기침]
핸드메이드라면 뭐, 음
얘 이름은 망태
(문영) 설마...
강태, 상태
그래서 망태는 아니지?
[옅은 웃음]
우리
삼 형제거든
소름
[웃음]
사실은
우리 형도 너처럼 악몽을 꿔
[잔잔한 음악]
엄마 돌아가신 날
그때부터 계속
[상태의 신음]
[신음]
(강태) 형이 괴로워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
고작
이딴 인형 하나 만들어 보는 거밖에
뭐
자세히 보니까 귀엽네, 응
- 탐나? - (문영) 어, 뭐, 탐나, 응
(강태) 그래
잘 자
[강태의 힘주는 숨소리]
망태
[강태의 힘주는 숨소리]
(강태) 형
자?
진짜 자?
아휴...
(상태) 아, 술 냄, 아, 술 냄새 소, 소, 속상해, 아, 속상...
술 냄새, 아유, 술 냄새!
[강태의 힘주는 신음]
[웃음] [상태의 괴로운 신음]
(강태) 형
우리 언제 짬뽕 먹으러 가자
엄마랑 셋이 갔던 데
- (상태) 시장통 입구? - 어
[강태의 힘주는 신음]
형이 거기 짬뽕 좋아했잖아
(상태) 아닌데, 네가, 네가
네가 좋아했는데, 네가
아니야
- 형이 맨날... - (상태) 땡초 넣고, 홍합 넣고
국물이 끝내줘요
'맨날 맨날 먹고 싶어, 엄마'
(상태) 이렇게 졸라 갖고 엄마가 맨날
그, 자, 장날 때마다 그, 짬뽕 사 준 건데 [잔잔한 음악]
매, 매운데 맛있어, 맛있어
(어린 강태) 형, 짬뽕은 매운데 맛있다?
맛있어서 또 먹게 돼
(강태 모) 짬뽕이다
감사합니다
- (강태 모) 자, 얼른 먹어 - (어린 강태) 어?
아니, 엄마는?
엄만 배 안 고픈데?
얼른 먹어 [어린 상태가 캑캑거린다]
- 매, 매워, 매워 - (강태 모) 매워?
얼른 물, 물 마셔, 물 [어린 상태의 다급한 신음]
[어린 상태의 거친 숨소리]
(강태 모) 와, 비가 진짜 많이 온다
어, 감기 걸려, 괜찮아?
강태, 뭐 해?
강태야, 빨리 와, 비 오잖아
강태야, 빨리 와
(강태 모) 얼른!
[어린 상태의 탄성] 뭐야, 다 젖었잖아
얼른 집에 가자, 가서 옷 갈아입자
(어린 상태) [웃으며] 조심해
(강태 모) 우리 강태 내일도 짬뽕 먹을까?
(어린 상태) 짬뽕?
(상태) 진짜 5킬로, 엄청 노력... 콜라 안 돼요, 밥 안 돼요
5킬로, 5킬로 뺐잖아, 엄청 대단해요 [차분한 음악]
배고파, 엄마?
엄마 말씀 잘 들어야지
엄마 말씀 잘, 잘 들어야지
엄마 말씀 잘 들어야 좋은 사람이지 그렇지? 응
엄마는 머리 꼭대기에 있으니까 엄마는
엄만 머리 꼭대기, 엄마는 머리 꼭대기
단무지 안 돼, 콜라 안 돼
이쁜 내 새끼
(강태 모) 엄마가 많이 미안해
(강태) [울먹이며] 형
(상태) 응?
[강태가 흐느낀다]
엄마 보고 싶다
(상태) 어
나도 짬뽕 먹고 싶다
오늘 짬뽕 먹...
[강태가 흐느낀다]
[인형이 툭 떨어진다]
(아름) 강은자 아줌마 쓰러진 게 다 쌤 탓이라고
막 다들 욕하고 그러는데요
저는 진짜 욕 안 했어요
사실 그 아줌마도 정상은 아니잖아요
죽은 딸이 사 준 숄을 맨날 걸치고 다니면서
부잣집 사모님 코스프레나 하고
- (문영) 이 망할 영감탱이 - 저는...
(문영) 비켜
(아름) 아, 쌤!
[울먹이며] 나 또 쳤어
[문영이 씩씩거린다]
대박
비상, 비상
[거친 숨소리]
(차용) 완전 큰일 났어요
와, 씨, 어떡하냐, 진짜
- (별) 왜요? - (주리) 무슨 일인데?
(행자) 쉿, 쉿, 조용, 조용, 조용
쉿, 정숙!
지금 환자들 동요하라고 광고하니?
어디서 함부로 비상 소리가 나와!
(차용) 아, 고문영 선생요
자기 수업 없앤 거 모르고 왔나 봐요
지금 원장님 잡아 족친다고 눈이 막 이래
(행자) 연락 안 했어?
안 했니?
(별) 왜 안 했어요?
- 예? - (별) 친하잖아요
(주리) 안 친하다고... [행자가 데스크를 탁탁 친다]
(행자) [데스크를 탁탁 치며] 잠깐만, 잠깐
잠깐만, 잠깐, 잠깐만
어, 그러니까
고문영 선생한테 오늘 동화 수업 하러 올 필요 없다고
아무도 미리 말 안 해 준 거네?
정신 안 차려?
(차용) 벽 보고 안 거지
와, 진짜 개빡치겠다
(강태) 제가 가 볼게요
(지왕) 제가 소싯적에 마라톤을 했는데
무릎에 염증이 생겼어요
그럼 좀 쉬어 줘야 되는데 기어이 또 뛰러 나갔네
[지왕의 웃음]
아휴
그러다 연골 다 망가지고, 철심 박고
이젠 오래 걷는 것도 힘들어요
잘 걷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달리려고 하지 마요, 나처럼
[지왕의 힘주는 신음]
아휴, 아프면 쉬고 슬프면 울고
그렇게 좀 주저앉아 있어도 돼요
그러다 보면
다시 달릴 수 있는 날이 꼭 옵니다
아마 따님도 응원할 거예요
(문영) 이 망할 영감탱이
나한테 말도 없이 수업을 없애? [지왕의 당황한 신음]
아이씨, 허
아씨, 저 영감이 약을 먹었나 왜 이렇게 빨라
[어두운 음악]
(강태) 고문영 선생님!
잠깐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저랑 같이 병실로...
(은자) 미안해요
내가 귀찮게 해서 곤란했죠? [어두운 음악]
곤란 정도가 아니라
잘렸어요, 나
야
어떻게 보상할래요?
[은자의 당황한 신음]
(문영) 오...
비싼 거네?
[놀란 신음]
탐난다
(은자) 그, 그, 그거는...
(문영) 이거 나 줘요, 아줌마
[긴장되는 음악]
미안하다면서
그럼 보상을 해야죠
그게 진정한 사과 아닌가?
[한숨]
줘, 이리
(은자) 가져요
난 충분히 오래 멨어
생큐
[몽환적인 음악]
보호사님
(강태) 네
이제 좀 어깨가 가볍네요
(강태) 안 더워?
목에 땀띠 날 거 같은데
(문영) 패션은 고생이고 고집이야
[강태가 살짝 웃는다]
(강태) 형이 요즘 빠져 있는 네 동화가 있어
(문영) 알아
'봄날의 개'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따뜻한 음악]
(상태) '옛날 옛날에'
'자기 마음을 꽁꽁 잘 숨기는 어린 개가 한 마리 있, 있었습니다'
'정자나무 밑에 묶여 살던 개는 꼬리도 잘 흔들고'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재롱도 잘 부려서 마을 사람들에게 봄날의 개라고 불렸지요'
'그런데 낮에는 아이들과 한창 잘 놀던 개가'
'밤만 되면 낑, 낑 하고' [개가 깨갱거리는 효과음]
'몰래 우는, 우는 게 아니겠어요?'
'사실 봄날의 개는'
'묶인, 묶인 목줄을 끊고'
'봄의 들판을 마음껏 뛰어놀고 싶었답니다'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밤마다 슬프게 울어 댔죠' [개가 깨갱거리는 효과음]
'낑, 낑'
'어느 날 봄날의 개에게 마음이 속삭이듯 물었어요'
'얘, 너는 왜 목줄을 끊고 도망가지 않니?'
'그러자 봄날의 개가 말했습니다'
(강태) '나는 너무 오래 묶여 있어서' [잔잔한 음악]
'목줄 끊는 법을 잊어버렸어'
잘했어, 고문영
뭐가?
네가 끊을 수 있게 도와줬잖아
[부드러운 음악]
(대환) 너도
[어두운 음악]
너희 엄마처럼 될 거야
절대
못 벗어나
아니
난 달라
[문영이 서랍을 쓱 연다]
[가위질 소리가 난다]
[밤새 울음]
너...
머리가...
나 목줄 잘랐어
[함께 웃는다]
['클레멘타인' 콧노래가 들려온다]
[차분한 음악]
[어두운 음악]
['클레멘타인' 콧노래가 들려온다]
다 됐어
[잔잔한 음악]
[숨을 깊게 내뱉는다]
나 어때?
[차분한 음악]
이쁘다
(문영) 내가 너무 예뻐
나도 너희 형이랑 똑같아
긴 머리가 이쁜데
왜 잘랐지? 왜, 왜 그랬지?
(지왕) 씹어
왜 거짓말을 했을까?
뭔가 구린내가 나, 병원 곳곳에서
(대환) 그 여자가
죽었는데
여기에 있어
(문영) 안전핀과 폭탄
넌 잘 참고, 난 잘 터트리고
(남자) 사진 한 장만 좀 찍어 주시겠어요?
(문영) 내가 한 번씩 웃어 줄 때마다 책이 한 권씩 더 팔린대
(강태) 작가가 글만 잘 쓰면 됐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질투해?
아, 질투는 무슨
(상태) 양보?
필요한 사람한테 다 줘 버리면
나, 나한텐 뭐가 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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