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8
[주제곡]
[부드러운 음악]
(문영) 믿어도 되는 거지?
형 머리도 내가 잘라 줘 나만 만질 수 있어서
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형이 그런 스타일로 해 달라고 한 거지?
아니
내가 고심해서 콘셉트 잡은 건데?
나 버섯돌이 싫어
늦었어
(강태) 가위는 내 손에 있어
땜빵 나기 싫으면 가만있어
[심호흡]
다 됐어
[차분한 음악]
나 어때?
이쁘다
[웃음]
(문영) 나 이제 목줄 잘랐으니까 엄마 말 안 들어도 돼
벗어나고 싶었던 게
엄마였어?
응
이제 난 자유야
축하해
축하 말고
칭찬
[잔잔한 음악]
[강태의 헛웃음]
기특하다, 대견하고
[함께 웃는다]
(문영) 그럼 이제 산이나 들이나 아무 데나 가서 막 놀자
봄날의 개처럼?
어, 봄날의 개처럼
[웃음]
[웃음]
(상태) ♪ 꽃이고 ♪
♪ 산에 피어도 꽃이고 ♪
♪ 꽃이고, 꽃이고 ♪
[상태가 흥얼거린다]
[흥얼거린다]
그, 머, 머리...
긴 머리 어, 어디 갔어요?
잘라 버렸어
- 어때? - (상태) 긴 머리가 이쁜데
[익살스러운 음악]
(강태) 왜, 짧은 머리가 더 잘 어울리는데
(상태)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 찰랑찰랑 허리까지 내려오는 새까만 생머리
그게 백 배, 천 배 1만 2천 배 더 이쁜데
거, 왜 잘랐지? 왜, 왜 그랬지? 왜, 왜?
[문영이 식탁을 쾅 친다] (강태) 혀, 형
형도 오늘 이발 좀 하자 머리 많이 길었네
(상태) 수요일 날 잘랐잖아, 수요일 날
(강태) 그때 너무 조금 잘랐어
더 다듬자, 얼른 밥 먹어
응, 긴 머리가 더 예쁜데, 긴 머리
(상태) 왜 그랬지? 어, 자르지 말지
잘라도 저렇게 잘랐지? 어?
왜, 왜 발로 차?
- 내, 내가? - (상태) 어, 네가, 네가
발로 지금 세, 세 번 찼는데
(문영) 에이씨, 메추리 새끼 진짜, 씨
(강태) 자
계란말이
(강태) 자
- (강태) 자 - 자기 반찬 자, 자기가
(상태) 응애응애 아기도 아니고
(문영) 너희 형은 정말 너무 눈치가 없어 [문이 달칵 닫힌다]
[새가 지저귄다]
너무 솔직한 거지
편드냐, 형이라고?
당연하지, 형제인데
(문영) 치
야!
퇴근하자마자 곧장 들어와
빨리 와서 나랑 놀아
[난처한 숨소리]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부드러운 음악]
(문영) 앞으로도 내 머린 꼭 네가 잘라 줘
알았지? [차 문이 탁 닫힌다]
미용실 놔두고 왜?
나도 너희 형이랑 똑같아
다른 사람이 내 몸 만지는 거 싫어
(문영) 너만 예외야, 너만 만져
나 진짜 예뻐?
그래, 예뻐
[후련한 숨소리]
나도
내가 너무 예뻐
[강태의 웃음]
왜 웃어?
형이랑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있어
갈게
빨리 와, 늦으면 죽어
[강태의 헛웃음]
[자동차 시동음]
- 안녕하세요 - (간호사) 안녕하세요
[옷걸이를 달그락 건다]
아이, 깜짝이야
(차용) 내 몰골이 그 정도예요?
와, 좀비다
(강태) 야간에 무슨 일 있었어?
컨실러 있어요?
- 그게 뭔데? - (차용) 쿠션은?
휴게실에 있잖아
(차용) 아니, 피부에...
쩝, 됐어요
환자 액팅 있었어? 누구?
(차용) 고대환 환자요
(강태) 그 환자 왜?
[차용의 한숨]
또 발작 일으켜서 야밤에 난리도 아니었어요
(차용) 복도까지 나와서 눈 막 까뒤집고 거품 물고 경련 일으키고
아...
나 완전 꼴딱 새웠다니까요
아, 왜 꼭 나 나이트일 때만 이 난리냐고, 왜
(필옹) 아이고...
쯧
[필옹의 한숨]
괜찮을까?
뇌에 또 혹 생기는 거 아닌가 몰라
밤새 막 헛소리하고 그러던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한숨도 못 주무셨겠네
(필옹) 그렇지 않아도 명상 수업 제치고 그냥 푹 좀 자려고
그러세요, 자
- (행자) 쉬세요 - (필옹) 응
[문이 쓱 여닫힌다]
어, 문 보호사
고대환 환자 드롤링 있었어
환의 좀 갈아입혀 드려
예
[행자의 한숨]
그 여자가...
노래를 불렀어
어떤 노래요?
'클레멘타인'
[어두운 음악]
분명히
죽었는데
그 여자가
여기에 있어
그 여자가
누군데요?
죽었는데
있어
[마우스 클릭음]
(네티즌1) 효녀 코스프레 하고 자빠졌네!
간병이 아니라 염병이겠지!
[파리가 윙윙거리는 효과음] (네티즌2)
(네티즌3)
(네티즌4)
이런 똥파리들은 싸그리 모아 놓고 살충제를 확 뿌려야 되는데
[파리가 윙윙거리는 효과음] 아씨
그 많던 내 팬들은 싹 다 어디로 꺼진 거야, 씨
[흥미진진한 음악]
여기 있네, 내 팬
(상태) 예, 사, 살, 살충제는 뿌린 다음에 환기를 꼭 시켜 줘야 되는데
한 방에 죽이려면 전기 파리채가 강력, 아주 강력합니다
오빤 내 동화가 왜 좋아?
고문영 작가님이 썼으니까
아...
내 동화가 아니라 나를 좋아한 거네
- 내가 왜 좋아? - (상태) 예뻐서
어디가 제일 예쁜데?
머리, 기, 긴 머리
찰랑찰랑 허리까지 내려오는 새까만 생머리 그거 이뻤는데
아, 그, 왜 잘랐지? 자르지 말지
회의 끝!
시, 시, 시작을 해야 끝이 있는데
지금 회, 회, 회의를 시작 안 했는데 왜 끝이 났지?
(문영) 오빠랑 있으면 머리 아파, 나중에 해
(상태)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죽기 전에 언젠가? 나중에?
안 돼, 안 돼 내 캠핑카 받아야 되는데
캠핑카 받아야 되는데, 캠핑카
[상인의 헛기침]
그,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거
(승재) 아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하셔서 하긴 했는데요
그래도 남 뒷조사는 좀...
왜?
(상인) 그게 네 특기잖아, 어?
애초에 네가 인마
문영이한테 그 보호사 뒷조사만 안 갖다 바쳤어도!
(승재) 이름 남주리, 현재 애인 없음
문강태 보호사와는
1년 전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되었답니다
[옅은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그럼 뭐,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됐네
(승재) 아버지는 어렸을 때 병으로 돌아가셨고
아이고, 저런
(승재) 어머니는 한때 공사장 함바집을 하셨대요
(상인) 아이고, 그, 참 고생 많았다
현재 괜찮은 병원 조리장으로 근무 중이시고
(승재) 근저당 잡힌 2층짜리 자가 주택에서 모녀가 함께 거주 중입니다
옥탑에는 보호사 형제가
지하방에는 피자집을 운영하는 친구분이 세 들어 사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밥까지 공짜로 다 차려 주신대요
[헛웃음 치며] 하숙이구먼, 하숙
대표님
근데 그 간호사님 좋아하세요?
야
야, 너는 왜 그, 쓸데없이 이런 일엔 눈치가 빠르냐, 어?
일 눈치는 개뿔 없으면서, 쯧
[상인의 헛기침]
(상인) 음, 너, 그...
뭐, 솔직히 한번 얘기 한번 해 봐, 어
[흥미진진한 음악] 뭘요?
나랑 그 보호사랑 비교했을 때
누가 훨 낫냐?
남자로서요?
(상인) 아이, 뭐, 키도 내가 더 크고 등빨도 내가 더 좋고
뭐, 사회적 지위나 연륜으로 봤을 때 뭐...
씁, 내가 훨 낫지 않냐? 어?
결정적 한 가지가 좀 달리는데
[헛기침]
그게 뭔데?
이거요
얼굴
아유, 이거, 이거, 이걸, 씨
[한숨]
[갈매기 울음]
[차분한 음악]
나 어때?
이쁘다
[웃음]
[한숨]
미쳤구나, 문강태
[한숨]
[갈매기 울음]
[의미심장한 음악]
"2층 복도"
[한숨]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1층 복도"
[전화기 버튼음]
어, 박옥란 환자 나랑 좀 볼 수 있을까?
어, 지금
[강태가 똑똑 노크한다]
(지왕) 네
아유
박옥란 님, 어서 오세요 [문이 탁 닫힌다]
이쪽으로 편히 앉으세요
[작은 소리로] 있어, 그냥, 있어
아이고, 요새 얼굴이 부쩍 좋아지셨네
약발이 좋은가 보죠
근데 무슨 일이에요?
아, 그냥 뭐 좀 하나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지왕) 그...
어제 자정쯤에
복도에서 혹시
고대환 환자 못 봤어요?
그 시간에
화장실을 가긴 했는데
못 봤는데
그럼 혹시 그때 무슨 노래 안 불렀어요?
(옥란) 노래?
무슨 노래요?
[어두운 음악]
(필옹) 그, 의식 돌아오고 나서는 계속 같은 말만 주절거려
씁, 뭐냐, 그, 그, 그...
[장기를 탁 두며] 아, 그
크, 크, '클레멘타인'?
그 노래를 분명히 들었다고 그 소리만 계속해
♪ 넓고 넓은 ♪
(지왕) ♪ 바닷가에 ♪
♪ 오막살이 ♪
(대환) 노래를 불렀어
'클레멘타인'
(지왕) ♪ 집 한 채 ♪
♪ 고기 잡는 아... ♪
[옥란의 헛웃음]
나 귀신 아닌데
- 귀신? - (옥란) 유선해
(옥란) 그 무당이었던 여자가 헛소리하고 다니잖아요
밤에 복도 끝에서
귀신이 노래한다고
근데
나 귀신 아니야, 원장님
그럼요, 아니지
암튼 안 불렀다?
그렇다니까
네, 그래요
[의미심장한 음악]
왜 웃으세요?
그냥
여기 있는 몇 달 동안
다들 날 없는 사람 취급 하더니
이제 좀 봐 주네
재밌어
(지왕) ♪ 늙은 아비 ♪
♪ 홀로 두고 ♪
♪ 영영 어디 ♪
♪ 갔느냐 ♪
맞는데
(지왕) 왜 거짓말을 했을까?
글쎄요
근데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는지...
(지왕) 아니, 고대환 환자의 유일한 보호자가 고문영 작가고
고문영 작가의 유일한 보호자 노릇을
자네가 하고 있으니까
영 상관없지가 않지
영 상관없는 거 같은데요
(지왕) 씹어
이거 뭘 오래 씹는 게 치매 예방에 좋대
뭔가 구린내가 나, 병원 곳곳에서
당분간 우리끼리 비밀로 하고
박옥란 환자를 좀
유심히 살펴봤으면 하네만
[흥미진진한 음악]
이 병원 실세하고 한편을 먹는 거야, 어때?
씹으니까 맛있냐?
[웃음]
원하는 게 뭐야?
[종이를 직 찢는다]
- (문영) 어디 가? - 중국집 갔다 피자집에
뭐, 식객이야?
(상태) 중국집은 강태랑, 피자집은 알바
강태?
그럼 나도 갈래
[익살스러운 음악]
(종업원1) 짬뽕 나왔습니다
(상태) 이거, 이거, 짬뽕 좋아
씁, 어, 땡초 넣고, 홍합 넣고
짬뽕 국물이 끝내줘요, 오!
[상태가 입맛을 다신다]
왜 이렇게 구질구질한 데까지 와서 짬뽕을 먹어?
엄마가 자주 데려오던 데야
내가 여기 짬뽕을 너무 좋아해서
(상태) 하, 엄마, 맨날 맨날 먹고 싶어요
저 매일매일 먹고 싶어요
어쩐지
유서 깊은 맛집 분위기가...
먹어
[상태의 매워하는 숨소리]
[차분한 음악]
자, 얼른 먹어
(어린 강태) 엄마는?
(강태 모) 엄만 배 안 고픈데?
맛있어?
- (강태) 응 - 그래?
[문영의 헛기침] (상태) 아, 매워
[문영이 입바람을 호 분다] [상태의 매워하는 숨소리]
아, 씨발, 존나, 아, 존나 매워
[문영의 멋쩍은 신음]
[웃음] [문영의 탄성]
(상태) 캡사이신, 캡사이신
캡사이신은 중독이 강해, 어
먹으면 엔도르핀이 나와서 스트레스가 해소되지만
피똥, 피똥 싸
그다음 날 피똥 싸, 피똥
똥구멍 엄청 아파, 엄청
[상태가 중얼거린다]
- (상태) 고맙습니다 - (강태) 감사합니다
- (상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태) 우산 돌려드릴게요, 자
(상태) 아, 엄청 좋아
- (강태) 형, 비 맞잖아, 아이... - (상태) 오!
(상태) 비, 비 온다, 엄청 맛있지?
[강태의 웃음]
와!
해, 해가 떴는데 비, 비, 비가 오네? 비, 비가, 그렇지?
와, 엄청 비 와, 와... [강태가 말한다]
캡사이신 중독 엄청 강해 그렇지? 어?
(강태) 그래도 오랜만에 많이 먹었다 [상태의 탄성]
(상태) 많이 먹었지?
오! 왜 비가 오지? 엄청 비 와
[상태가 중얼거린다]
(강태) 오랜만에 많이 먹었다
(상태) 우아, 여기도 엄청 비 온다 여기도, 여기도
(문영) 나도 끼워 줘 [상태의 탄성]
(상태) 캡사이신 엄청 중독 강해
다 먹었지요, 고문영 작가님? 맛있어서, 응?
그, 똥, 피똥 싸, 피똥
고문영 작가님, 피똥 싸 봤어? 엄청 아파
[버스 문 개폐음]
[흥미진진한 음악]
나랑 커피 마시자
혼자 마셔, 나 점심시간 다 돼 가
10분이면 충분해
[강태의 한숨]
- 아이스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 (종업원2) 네
[포스 단말기 조작음]
[몽환적인 음악]
음...
탐나
저, 혹시...
고문영 작가님?
아, 맞죠?
[강태가 비닐을 탁 뜯는다] 아, 여기서 이렇게 다 뵙고 신기하네
- 저 아세요? - (남자1) 아, 그럼요
작가님 오랜 팬입니다
[강태가 쓰레기를 탁 버린다] 잠시만요
(남자1) 아...
여기 제 명함...
[강태의 헛기침]
"최다니엘"
CEO?
(남자1) 아, 저, 혹시 남자 친구...
(문영) 아니요
그냥 아는 애예요
[익살스러운 음악]
아, 다행이네요
(문영) 잠깐 앉으세요
아,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남자1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남자1) 아, 그, 작년 여름에
그, 작가님 아트 북 행사도
저희 회사에서 주최했었는데
기억 잘 못하시죠?
아, 그때 이렇게 먼발치에서 한번 뵙고
또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정말...
운명이네
운명?
(남자1) 그 운명이
이, 인연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아, 나중에 시간 되시면
같이 한번 식사나 하시죠
얼마든지
(남자1) 아, 그러면 여기
네, 여기다가 연락처 좀...
[남자1의 긴장한 숨소리]
[문영이 글을 쓱쓱 쓴다] [강태의 헛기침]
(문영) 다니엘 오빠, 저 꼭 소고기 사 주세용
[익살스러운 음악] 문영이가 오빠얌 연락 기다린당
아, 저기
지인분이라고 하셨나?
- 예? - (남자1) 아, 그, 죄송한데
우리 둘이 사진 한 장만 좀 찍어 주시겠어요?
아, 네
(남자1) 카메라 그거 눌러서
(강태) 하나, 둘
[남자1의 헛기침]
그...
허리에 손 좀...
허리 손?
(문영) 자, 찍어
[남자1의 헛기침]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팬 서비스 좋더라?
내가 한 번씩 웃어 줄 때마다 책이 한 권씩 더 팔린대, 이 대표가
작가가 창작을 해야지 왜 영업을 해?
(강태)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그렇게 연락처를 함부로 알려 주면 어떡해?
펜이 너무 멋있잖아
멋있...
(문영) 왜?
들어가, 나 빨리 가 봐야 돼
너 설마
질투해? [시계 종이 뎅 울리는 효과음]
[문영의 손을 탁 뿌리치며] 아, 질투는 무슨
나 너 때문에 늦었어
[흥미진진한 음악]
팬이 멋있긴 개뿔
느끼하기만 하더구먼
(문영) 아...
멋있어
(별) 아, 배고파
[익살스러운 음악] - 어? - (별) 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주리) 아, 아, 싫어
아, 안 돼, 절대 안 돼
네가 싫으면 뭐, 어쩔 거야?
집주인은 난데
대출금 절반은 내가 갚잖아
사정이 딱하잖아
성진시에 연고도 없고 출판사 망해서 돈도 없다는데
[한숨]
그쪽 사정을 왜 엄마가 봐줘? 무슨 상관인데
왜 상관이 없어?
우리 상태가 일하는 출판사 사장님인데
아, 집에 빈방도 없...
엄마
그, 설마 옥탑 내줄 건 아니지?
엄마?
- 쪼개 - (주리) 뭘?
너랑 재수가 방을 반씩 쪼개
(재수) 방이 무슨 치킨이야?
어? 반반 나누게?
(재수) 아, 나더러 그 출판사 그 작자라는 사람이랑
방을 같이 나눠 쓰라니
아무리 하숙비에 눈이 멀어도 그렇지
이거 완전 집주인 갑질 아니야, 갑질! 안 그래요, 형님? [무거운 음악]
(재수) 아, 오늘 당장 짐 싸서 들어온다는데 아유, 짜증 나
하여튼 고문영 그 여자랑 엮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민폐야, 민폐! 씨
형님, 그만 긁어, 피 나겄어
형님!
(상인) 저, 화나셨어요?
오전에 계속 전화했는데 안 받으시길래
저번에 나 싸다구 때린 것 때문에 미안해서 뭐, 그러시나...
[주리의 한숨]
왜 하필 우리 집이에요?
그대 때문에
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네, 압니다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던 짝사랑
[상인이 숨을 들이켠다]
근데 주리 씨
나쁜 년은 되지 마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주리) [술 취한 목소리로] 나는 안 되고
그년은 될까?
나도
나쁜 년 할 수 있는데
(상인) 씁, 착한 그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남자 만나셔야죠
저 하나도 안 착해요
에이그
자기 안 착하다는 사람 대부분 다 뭐, 착하던데
[상인의 웃음]
[주리의 진저리 치는 신음]
[상인의 힘주는 숨소리]
(상인) 아휴, 착한 여자나 나쁜 년이나
하필 꼭 같은 남자한테 꽂혀 가지고, 씨, 쯧
[상인의 한숨]
어?
아, 왜! 뭐, 뭐, 뭐
나 여기서 쫓아내려고? 어?
팬들한테 한 번 웃을 때마다
책 한 권씩 팔려 나간다고 했다면서요? [익살스러운 음악]
작가가 글만 잘 쓰면 됐지
(강태)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왜 팬 서비스에 그렇게 쓸데없이 적극적이어야 됩니까?
대표님의 그 저급한 영업 방식 때문에
그 여자가 아무한테나
멋있네 어쩌네 그딴 소리나 하고
하트나 남발하고
남의 허리에 막 손도 함부로 두르고 [상인의 당황한 신음]
초면인 남자랑 밥까지 먹으러 다니고
얼마나 억지로 웃게 만들었으면
입꼬리만 가식적으로 올라가는 게 꼭
조커 같다고요, 조커
아,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앞으로 일 똑바로 하시라고요!
정말
[강태의 못마땅한 신음]
하...
[강태의 못마땅한 신음] 아, 내가 뭘, 뭘 그렇게 내가 잘못했다고
[못마땅한 신음]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문을 달칵 닫는다]
[작은 소리로] 아름 씨
아름 씨?
[아름의 힘겨운 신음]
(아름) 아, 발 저려
아휴
아, 미안해요, 미안, 어?
아, 간필옹 그 영감이 자꾸 탁구 치자고 들러붙어서 따돌리느라고
아, 많이 힘들었죠?
[정태의 한숨]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몰래 만나요?
[한숨]
정신 병원에서 환자끼리의 사랑은 금지라잖아요
[속상한 숨소리]
(정태) 여기 린넨실 빼곤 사방이 다 우릴 감시하고 있어서
나쁜 놈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우리 퇴원할 때까지 이 스릴 즐겨요
우리 꼭
비련의 주인공들 같다
아름 씨
아름 씨만 괜찮다면 우리
뽀...
뽀뽀해도 될까요? [아름의 놀란 숨소리]
[정태의 당황한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차용) 아씨, 졸려 죽겠는데 왜 갑자기 시트를 또 갈래
아, 짜증 나 [문이 탁 열린다]
꼭 나 연장 근무 설 때만 골라서 부려 먹지
박행자 이 마귀 할망구
[정태의 옅은 신음]
나중에 내가 할 테니까 잠깐 쉬어
(차용) 진짜?
그럼 딱 한 시간만 나 여기서 자도 돼요?
(강태) 대신 수간호사님한테 걸려도 몰라 [흥미진진한 음악]
(차용) 아이
아이고, 죽겠다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차용이 코를 드르릉 곤다]
[정태와 아름의 놀란 신음]
[한숨]
(정태) 한 번만, 딱 한 번만 모르는 척 눈감아 주세요, 보호사님
[아름이 울먹인다] 아니, 형, 강태 형님
제가 더 어린 걸로 아는데
(정태) 형님, 우리 그냥 이대로 사랑하게 해 주세요, 예?
(강태) 일어나세요
아니,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정태) 환자도 사람이잖아
죄는 아니지만
병원 규정엔 어긋나네요
[함께 울먹인다] [잔잔한 음악]
(아름) 너무해
[정태의 속상한 신음]
아마 둘 중 한 분은
병동 옮기셔야 될 겁니다
[아름이 흐느낀다]
(정태) 형님
제발 위에다가는 보고하지 마요
제발
그러니까 치료 잘 받아서 얼른 퇴원하세요
(강태) 여기서 나가시면
아무도 두 분 사이 방해 안 해요
(정태) 형
[아름이 계속 흐느낀다] 씨...
[문이 덜컹 열린다] [한숨]
[문이 덜컹 닫힌다]
- (상태) 다녀왔습니다 - (문영) 어, 오빠 [글을 쓱쓱 쓴다]
아, 쓰기 싫어
아, 심심해
[문이 덜컹 열린다] (문영) 오빠, 오빠
(상태) 아, 노크를 해야지 도, 동방예의지국에서, 노크를 그...
나랑 놀자, 포커 칠 줄 알아?
- 어? 망태 - (문영) 아니, 포커
(상태) 어, 이거 망태 내 건데
이젠 내 거야, 강태가 나 줬어
아니야, 마, 망태
2007년 5월에 강태가 만들어서 나, 나 준 건데
망태가 아, 악몽 먹어 준다 그래 가지고 내가
2020년 6월부로 나한테 입양됐어 이젠 내 거야
(상태) 아니야, 입양 안 됐어
내가 입양 안 보냈는데 어떻게 입양이 됐지? 어?
망태 이거 내, 내 거야
- 내 거야 - (상태) 아니야, 망태 내 거야 [흥미진진한 음악]
- (문영) 내 거야, 강태가 나 줬어 - 줘, 아니야, 내 거야
- (문영) 내 거야, 내 거야 - 내 거야, 상태 거야
- (문영) 내 거야, 내 거야 - 상태 거야, 줘, 줘, 줘
- (상태) 주세요, 줘, 줘 - 내 거야, 내 거야
(상태) 망태 내 거야, 상태 거야
- (문영) 내 거야, 내 거야! - 이거 망태 내 거야!
- (상태) 아니야, 내 거야, 줘 - 내 거야, 내 거야
- (상태) 아니야, 내 거야 - (문영) 내 거야
[긴장되는 음악] [떨리는 숨소리]
[상태의 망연자실한 신음]
[상태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성난 신음]
야!
[시동이 툭 꺼진다]
[풀벌레 울음]
[문이 탁 닫힌다]
(강태) 형?
- (문영) 망태 내 거야! - (상태) 망태 내 거라고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가방을 툭 내던진다]
- (상태) 내 거야, 내 거, 내 거 - (문영) 내 거야!
[아름다운 음악] - (상태) 내 거야, 내 거, 내 거 - (문영) 내 거라고!
[문영과 상태가 계속 싸운다]
[한숨]
- (문영) 망태 누구 거야! - 망태 누구 거야?
(상태) 망태 누구, 누구 거야, 누구 거? [흥미진진한 음악]
(문영) 망태 내 거 맞지? 네가 나 줬잖아
(상태) 우리 삼 형제잖아, 삼 형제, 어?
망태, 강태, 상태, 어? [강태의 한숨]
- 둘 다 - (문영) 내 거라고!
(상태) 내 거라고, 내 거라고, 내 거, 내 거 [문영이 악을 지른다]
- (문영) 내 거야, 내 거 - (상태) 내 거라고, 망태 내 거야
- (문영) 망태 내 거야 - (상태) 망태 내 거야
조용!
[익살스러운 음악] [문영과 상태의 거친 숨소리]
[한숨]
(강태) 둘 다 내놔
[문영과 상태의 거친 숨소리]
하나
둘
셋
[상태가 울먹인다] (문영) 야!
[상태의 토라진 신음] [문영의 신음]
(상태) 미워, 미워!
야!
(상태) [울먹이며] 이씨, 내 건데
[문영의 거친 숨소리] [옷장 문이 탁 닫힌다]
고문영 작가님 싸움 엄청 잘해
고문영 작가 싸움 엄청 잘해, 엄청
너도 내놔
(문영) 네가 나 줬잖아! 왜 줬다 뺏어!
형이랑 싸우지 말랬지? 일단 내놔
[거친 숨소리]
내놔, 얼른
퉤!
(문영) 야!
[한숨]
[힘주는 신음]
[신발을 탁탁 벗는다]
(문영) 악!
나쁜 새끼, 좀팽이 새끼
치사한 새끼, 치사한 새끼!
[한숨]
형
(강태) 나와
옷 갈아입자
나오기 싫으면 문만 열어 줘
[강태의 힘주는 신음]
어차피 망태는
나비 못 잡잖아
나, 나비는 못 잡아, 나비는
뭐라고, 형?
잘 안 들려
(상태) 나, 나비를 못 잡으면 소용없어
그래
(강태) 그래서 형이 서랍 구석에 처박아 놓은 거
작가님한테 준 거야
미리 허락 못 받아서 미안해
근데 형한텐 소용없는 물건을
필요한 사람한테 양보하면 좋잖아
- 양보? - (강태) 응, 양보
근데
필요한 사람한테 다 줘 버리면
나는?
나, 나한텐 뭐가 남지?
형한텐
내가 있잖아
망태 말고 강태
[잔잔한 음악] 작가님은 혼자니까 망태가 필요해
그럼
- 양보하는 거예요? - (상태) 어, 양보해
가, 강태 말고 망태
강태 말고 망태
그래
강태 말고 망태
양보해
[거친 숨소리]
야
생각할수록 빡쳐서 잠이 안 와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
형이 양보했어
망태
이제 진짜 네 거라고
[한숨]
(문영) 치, 양보는 무슨
원래 내 거거든?
형한텐 같이 덤비지 말고 좀 참아
- 명령하지 마 - (강태) 명령 아니고
부탁이야
어떻게 하면 참아지는데?
너 참는 데 고수잖아
(문영) 내가 칼로 네 손 그었을 때도 그랬고
[차분한 음악]
서점에서 애 아빠가 너희 형 머리채 잡았을 때도
형이 눕혀 놓고 두들겨 팼을 때도
그냥 참고 맞기만 했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나만 참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강태) 뒷일 생각 안 하고
마음 가는 대로 저질렀으면
난 형이랑 지금처럼 못 살았어
내가 참는 게
형을 보호하고 지키는
유일한 길이야
그래서 우리가 운명인가 봐
넌 잘 참고, 난 잘 터트리고
안전핀과 폭탄
결국 우린 세트야
[헛웃음]
운명이고
넌 도대체 운명이 몇 명이야?
뭔 소리야?
멋있는 네 팬한테 가서 물어보든지
멋있...
아...
이 펜?
(문영) 어때?
멋있지?
라인이 끝내줘
근데 이 펜보단
[몽환적인 음악]
네가 훨씬
멋있어
[문영이 입바람을 후 분다]
아, 왜, 왜 이래
[펜을 툭 내려놓으며] 그러니까 질투하지 마
[문영의 힘주는 신음]
(강태) 아, 지, 질, 질투는 무슨
졸려
올라가서 자
(문영) 싫어, 망태가 여기 있잖아
힘 좀 빼
뭐, 오 원장님한테 연락 안 왔어?
동화 수업 다시 하라고
왔어
그래
환자들 요청이 많았대
네 수업
다들 좋아했나 봐
[부드러운 음악]
[한숨]
[갈매기 울음]
[상인의 망연자실한 숨소리] [극적인 음악]
어, 내 수염
[망연자실한 신음]
내 수염 어디 갔어!
[익살스러운 음악] 그거
내가 밀었어요
씨...
뭐?
당신이 왜?
그게...
(상인) 이씨
당신이 뭔데 감히 내 털에 손을 대!
그쪽 책임도 절반 있어 이거 왜 이래!
(상인) 어어?
[재수의 힘주는 신음]
[상인이 씩씩거린다] (재수) 어어?
[재수의 힘주는 신음]
[재수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재수) 어, 잠깐만, 잠깐만, 안 돼 [상인이 코를 드르릉 곤다]
안 돼, 안 돼, 안 돼, 잠깐 제발, 제발
안 돼, 안 돼, 안 돼!
[상인의 잠꼬대하는 신음]
- (상인) 고문영, 이씨, 나쁜 년 - 아, 진짜 게임에 집중이 안 되네
집중이
[코를 드르릉 곤다]
(재수) 암튼 민폐야, 민폐!
[흥미진진한 음악]
[재수의 웃음]
[상인의 잠꼬대하는 신음]
[상인이 코를 드르릉 곤다]
[상인의 잠꼬대하는 신음]
[상인이 코를 드르릉 곤다] [난처한 숨소리]
[수염을 쓱 민다]
[상인과 순덕의 웃음]
- 껌이 달라붙었어? - (상인) 아, 예
아주 그냥 쫙 달라붙었다니까요
(순덕) 참 나
수염이 없으니까 인물이 훤한 게
재수가 아주 큰 일 했네
[순덕의 웃음]
[상인의 신난 신음]
(상인) 오, 고마워요, 재수 씨 [상인의 익살스러운 신음]
[웃으며] 아이, 참
밀었다고 지랄할 땐 언제고
[쓱쓱 닦는 소리가 들린다]
뭐 해요, 승재 씨?
[승재의 거친 숨소리]
[놀란 신음]
어, 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혹시 저 때문에 깨신 거예요?
아니요, 아니요
근데 왜 갑자기 이렇게 청소를...
아, 저...
언니랑 같이 방 쓰는 동안
제가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요
(승재) 앞으로 청소는 제가 다 할게요
그냥 저는
그냥 공기다 생각하시고
저 절대 신경 쓰지 마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주리 씨
나 달라진 거 없어요?
수염 있는 게 나은데 왜 밀었어요?
[재수가 풋 웃는다]
(순덕) 자, 고기 먹어요
우리 상태가 조금 별나기는 해도
이 그림 실력 하나는 정말 기똥찬 애니까
잘 좀 챙겨 줘요
그러면 앞으로 내가 이 고기반찬은 끊이지 않고 댈 테니까
아유, 어머니 저,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
[상인의 웃음]
(상인) 아, 근데 이거 워낙에 진수성찬이라 가지고
뭐부터 먹어야 될지
[상인의 웃음]
국이 짜다
[비장한 음악]
[재수가 뚜껑을 탁 연다]
많이 먹어요
네
[뚜껑을 탁 닫는다]
(순덕) 그런데 참 대견하네
응? 젊은 나이에 출판사 대표씩이나 되고
[재수의 헛기침]
저도 이 나이에 피자집 사장이라는 게...
(상인) 어머니
[흥미진진한 음악] 제가 뭐, 비록
월 20에 이렇게 신세 지고 있지만
곧 다시 재기해서 이 어머님의 큰 은혜 이거
백 배, 천 배로 제가 꼭 갚아 드리겠습니다, 네 [순덕의 옅은 탄성]
그럼 얼른 먹고 각서부터 쓰십시다
[상인과 순덕의 웃음]
(상인) [웃으며] 아, 예
(순덕) 왜, 또 무슨 심사가 배배 꼬였어?
이 대표 부모님 뭐 하시는지는 왜 물어봐?
아, 당분간 같이 살 식구인데 그 정도 호구 조사도 못 해?
엄마가 자꾸 쓸데없이 관심 두니까 그렇지
너한테 관심 두는 남자잖아
어떻게 알았어?
내 나이 돼 봐
그냥 절로 알아지는 것들이 있어
알면
자꾸 여지 주지 마
(순덕) 성실하고, 구김살 없고
책임감도 있어 보이던데, 왜?
엄만 내가 왜 이러는지 알면서
아니까 하는 소리야
귀한 내 딸한테 마음 한 자락 안 내주는 놈
엄마도 미워
(순덕) 밉고
애틋해
아무리 애틋해도 엄만 네가 더 중요해
언젠 차여도 지구 끝까지 쫓아가라며
(순덕) 그렇게 무턱대고 쫓아가다가
벼랑 끝까지 따라갈까 봐 조마조마해서 그래
[한숨]
[새가 지저귄다]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상태) 안녕하세요!
(문영) 어? 우렁 각시네?
(순덕) 어쩐 일로 셋이 같이 출근하네?
(상태) 예
나는 벽화, 우리 강태는 데이 근무
고문영 작가님은 동화 수업 [순덕의 웃음]
- 그래? - (상태) 네
(순덕) 머리 잘랐네?
잘 어울린다
얘가 잘라 줬어요
[강태의 난처한 숨소리]
(상태) 네가 잘라 줬어?
왜 그랬어 기, 긴 머리가 더 이쁜데, 긴 머리가
(순덕) 언제 집에 한번 놀러 와
내가 밥해 줄게
따님은 싫은가 본데요?
[주리의 어색한 웃음]
얘가 날 닮아서 자기 마음을 못 숨겨
[순덕의 웃음]
(순덕) 아, 그래도 와, 와서 먹고 가
기운 남으면 또 머리끄덩이 잡고
그러다가 화해까지 하면 더 좋고
[순덕의 웃음]
먼저 갈게요
(상태) 어...
너 호박씨 좋아해?
(강태) 뭐?
작가님 머리 왜 잘랐어? 왜?
아니, 형, 그게...
(문영) 아니면 저 우렁 각시 좋아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강태의 팔을 탁 잡으며] 근데 내 팔짱 왜 빼?
- 내가 너랑 팔짱을 왜 껴? - (문영) 우린 세트잖아
(강태) 이거 놔 [밝은 음악]
(문영) 폭탄엔 안전핀이 껴 있어야 돼
(상태) 나, 나, 나, 나도, 나도, 나도 팔짱 나도 팔짱
(문영) 어?
(상태) 앞에 보고 가야지, 넘어지니까 앞에 보고
- (문영) 어? - (강태) 앞에 봐
(상태) 앞에 보고 가야지, 넘어지니까
[문영의 한숨]
아유, 나한테 삐져서 수업 안 한다고 할까 봐
어젠 엄청 쫄았네
뭐, 환자들이 미친 듯이 원한다고 하니까
문 보호사가 그래요?
(지왕) 자기가 나 협박했단 소리 하긴 쪽팔렸나 보네
협박?
아이, 동화 수업 다시 하게 해 달라고
(지왕) 안 그러면 내가 시키는 일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아주 쌍심지를 켜고 덤비더라니까
치, 왜 그랬대
(지왕) 병원에서도
고 작가를 보고 싶었나 보지, 뭐
[지왕이 숨을 들이켠다]
내가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그...
박옥란 환자랑 아는 사이예요?
[의미심장한 음악]
박옥란?
아, 아...
- 알아요? - (문영) 네
내 동화 수업 듣는데?
아...
그 아줌만 왜요?
아니, 수, 수업 잘 듣나 해서
혹시 약 드시고 어지럼증 있으시거나 잠이 잘 안 오시면
- (강태) 아 해 보세요 - (별) 꼭 말씀해 주세요
(정태) 아
알
(정태) 알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정태가 살짝 웃는다]
아, 진짜 고마워요, 형님
수간호사님한테 안 꼰질러 줘서
아직 고민 중인데
아, 저요, 형님 말대로
아름 씨랑 서로 잘 참아 보기로 손가락 걸었어요
어쨌든 병원 규정은 지켜야 되니까
둘 다 얼른 나아서 퇴원하면
여태 참아 왔던 만큼
밖에서 원 없이 마음껏 사랑하려고요
잘했어요
뭐, 참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거니까
(정태) 근데
솔직히 좀 힘드네요
아, 전 형님처럼 참을성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안 보면 모를까
[잔잔한 음악] 맨날 눈에 보이니까 정말 미치겠어요
차라리 보지 말자
눈을 감아도 이게 자꾸 생각나고
(정태) 막상 또 보면 자꾸 만지고 싶고
[웃음]
(정태) 다른 남자랑 웃고 있는 거만 봐도 막 눈이 돌 것 같고
[카메라 셔터음] [남자1의 웃음]
[한숨]
(문영) '미녀와 야수'는
중세 프랑스의 보몽 부인이라는 여자가 쓴 동화인데
이게 현대에 와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문영이 계속 수업한다] (정태) 머릿속에서 안 된다고 아우성치는데
자꾸 눈이 가요
눈이 가니까
또 마음이 따라가
미치겠다니까요, 진짜
근데 그건
(문영) 아이들을 훈육하기 위한 어른들의 주입식 메시지일 뿐이에요
[한숨]
(문영) '미녀와 야수'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다룬 동화예요
(문영) 저주를 받아 성에 홀로 살게 된 야수가 [흥미진진한 음악]
인질로 성에 들어온 벨이란 아가씨를
자기 방식대로 길들인 이야기죠
(필옹) 그게
착한 아가씨가 아버지 대신 성에 갇혀서
야수를 사랑하게 되어 저주를 풀어 주게 된다는 얘기 아닌가?
[필옹의 옅은 웃음]
(문영) 평소엔 이기적이고 거칠게 굴던 야수가
아주 가끔 호의를 베풀고
살짝 미소만 지어 줘도
순진한 벨은 야수에게 감동을 하죠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아...'
'내가 이 외로운 야수를 사랑으로 보듬어 줘야겠구나'
'나만이 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어'
아...
그게 다 이 벨의 착각이다?
그렇죠
아니야, 아니야!
(정태) 아름 씨!
(아름) '미녀와 야수'는
누군가를 길들이는 그런 저급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럼?
야수를 왕자님으로 변하게 만든 힘은
[부드러운 음악]
벨의 진정한 사랑이에요
(아름) 벨의 사랑은
난폭한 야수를 진정시켜 줘요
그 사랑은
상처 난 영혼을 보듬게 만들어요
[떨리는 숨소리]
인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그건 바로 러브
숭고한 사랑이라고요!
야, 토 나오려 그런다
(필옹) 약발 떨어진 거 같은데, 약 먹었어?
(아름) 그 사랑은
상처 난 영혼을 보듬게 만들어요
사랑?
[상태가 흥얼거린다]
♪ 꽃이고 ♪
[상태가 흥얼거린다]
(상태) ♪ 꽃이고 ♪
(행자) 우아...
진짜 예술이다
- 안, 안녕하세요 - (행자) 안녕하세요
이 그림 덕분에 병원 분위기가 그냥 확 사네
상태 씨 언제부터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렸어요?
태, 태, 태어, 태어날 때부터요
(상태) 선천, 선천적으로 타고났습니다
노, 노력한 게 아니라
- (행자) 아, 타고났구나? - (상태) 예
이야, 난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참 부럽더라
- 예 - (행자) 하, 아, 나도
어, 요기다가 꽃 하나만 그려도 될까요?
(상태) 아, 노 터, 노, 노, 노 터치
부, 부, 붓에 노 터치요
그림, 그림에 노 터치
어, 알았어, 알았어, 안 건드릴게
- 노 터치, 노 터치, 노 터치 - (상태) 예
[상태가 흥얼거린다]
근데 무슨 노래 들어요?
♪ 꽃이고 ♪
- '모두 다 꽃이야'? - (상태) 예
(행자) 아, 나 그 노래 엄청 좋아하는데
- ♪ 산에 피어도 꽃이고 ♪ - (상태) ♪ 꽃이고 ♪
- (행자) ♪ 들에 피어도 꽃이고 ♪ - (상태) ♪ 꽃이고 ♪
- ♪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 - ♪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
(행자) 이거 맞죠, 맞죠, 그렇죠, 그렇죠? [상태가 호응한다]
이것까지 다 그리고 나랑 같이 요 앞에 꽃구경 갈래요?
예
(행자) 이야, 진짜 기가 막힌다
- (행자) 너무 멋있어요 - (상태) 예
[상태가 흥얼거린다] [행자의 웃음]
[타이어 마찰음]
[한숨]
이아름 환자 정말 괜찮을까요?
"면회실"
환자가 수락한 면회잖아
오 보호사도 안에 있으니까 일단 지켜보죠
툭하면 손찌검했던 놈이라면서요
이혼까지 했으면서 무슨 낯짝으로 여길 와
하여튼 아름 씨도 착해 빠졌어
저런 놈을 왜 만나 주냐고
[별이 종이를 사락 넘긴다] 중학교 동창이었대
(주리) 결혼 생활 3년까지 합치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알고 지낸 건데
쯧, 싹둑 잘라 내긴 힘들었겠지
[한숨]
이래서 길들여지는 게 무서운 거구나
고문영 쌤 말이 딱 맞네
[의미심장한 음악]
(남자2) 아름아, 아름아, 아름아, 아름아 [아름의 거친 숨소리]
(아름) [울며] 아, 이거 놔
다신 나 찾아오지 마
(남자2) 내가 잘못했어
우리 다시 잘해 보자 내가 진짜로 잘할게
(아름) 다신 안 속아
이미 우린 끝났고
나 여기서 나가면 완전 새 인생 살 거야
(남자2) 아름아
우리 행복했던 시절 생각해 봐
내가, 내가 또 너한테 손찌검하면
그땐 내 손목을 확 잘라 버릴게, 진짜야
나 여기 좋아하는 사람 있어
[아름이 울먹인다]
뭐?
[남자2의 한숨]
[남자2의 한숨]
(남자2) 그게 무슨...
개소리야?
(아름) 나 퇴원해서 그 사람이랑 살 거야 그러니까
너도 네 인생 살아
너 그새 딴 놈이랑 붙어먹었냐? [긴장되는 음악]
- 아파, 이거 놔 - (남자2) 이걸 확, 씨!
[남자2의 신음]
[남자2의 아파하는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어머, '소리'
난 쓰레기통인 줄 알고
(아름) 쌤
[남자2의 어이없는 숨소리]
(남자2) 이거 뭐, 정신 병원이어서 그런가
미친년들 천지구먼?
그럼 너도 들어올래?
이 미친놈아?
[남자2의 힘주는 신음] [문영의 신음]
(남자2) 하, 씨... [아름의 놀란 신음]
[긴장되는 음악] 일어나, 안 일어나?
일어나라고, 씨, 안 일어나? [아름의 떨리는 숨소리]
[남자2의 신음]
[남자2의 신음] [긴장되는 음악]
(행자) 문 보호사! [남자2의 겁먹은 신음]
- (상태) 아, 안 돼, 안 돼, 안 돼 - (행자) 자, 잠깐만요
[남자2의 겁먹은 신음]
(차용) 선배, 선배
선배, 그만해요, 이거 아니잖아, 어? 그만해!
[성난 숨소리]
(행자)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만해
그만해, 빨리
(아름) [울먹이며] 아, 참으세요, 보호사님
참으세요
제발...
[아름이 흐느낀다]
(상태) 때리지 마, 때리지 마, 안 돼 안 돼, 안 돼, 때리면 안 돼, 때리...
때리면 안 돼
[아름이 계속 흐느낀다]
[부드러운 음악]
괜찮아?
아니
아파
어떻게 하실 거예요?
(지왕) 에이, 따지고 보면 정당방위...
[행자의 못마땅한 숨소리] 는 아니지
- (지왕) 그, 뭐, 과잉 진압 - (행자) 이유야 어찌 됐든
(행자) 보호사가 면회객한테 물리적 폭력을 썼으니
내규에 따른 징계는 받아야죠
아름 씨가 중간에 안 말렸으면 더 큰 일이 벌어졌을 우려도 있고
이번 일은 문 보호사 개인의 일이 아니라
- 우리 병원의 명예와... - (지왕) 잘 들었지?
(지왕) 무슨 변명이라도 해 봐
(상태) 아, 죄, 죄송합니다 우, 우리 형이...
우, 죄송합니다, 우리 형이
어, 죄송합니다, 제가 형이니까
동생을 잘 타, 타이, 타이르겠습니다
참았어야지, 참았어야지, 왜 그랬어?
속으로 하나, 둘, 셋 셌어, 안 셌어, 어?
속으로 하, 하나, 둘, 셋 셌어야지, 어?
어떤 징계도 달게 받겠습니다
아, 해고는 과하고
견책은 너무 가볍고
(지왕) 어...
정직으로 하지, 뭐
정직 기간 동안 당연히 무급이고
네
짐 싸
[가방에 물건을 툭 넣는다]
(차용) 선배, 약 먹었죠? 아니면 술 마셨나?
아니, 어떻게 사람을 쳐? 이거 완전 빼박 고소 각인데?
왜 그랬어요?
아, 선배 잘 참잖아
[한숨]
[한숨 쉬며] 간다
[문이 탁 열린다]
(주리) 강태 씨
[주리의 가쁜 숨소리]
진짜 이렇게 가는 거예요?
그냥 잘못했다고
자, 잠깐 실수였다고
실수
아니에요
(필옹) 아, 문 보호사
정말 멋있었어, 완전 짱이야
(아름) 아, 어떡해요, 괜히 그 인간 때문에
(정태) 형님, 얼른 다시 돌아오세요, 기다릴게
(선해) 문 보...
저, 저, 저, 왜 웃지?
(필옹) 웃기는
정직 먹었으니 울상이지
씁, 아닌데
씩 웃던데?
[부드러운 음악]
(문영) 도망치고 싶은 얼굴 하고 있으면
그때 내가 확 들고 튀어 줄게
[강태의 가쁜 숨소리]
나 정직 먹었어
그동안 월급도 한 푼 안 나올 거고
조만간 고소장도 날아올 거래
완전 다 엉망진창이야
(강태) 네가 전에 그랬지?
언제든 내가 원하면
납치해 준다고
나 너랑
놀러 가고 싶어
지금이야
가자
[잔잔한 음악]
(문영) 왠지 너한테 자꾸 길들여지는 기분이 들어
(강태) 고문영!
(강태) 아, 미쳤어
(문영) 이게 네가 평생 꿈꾸던 일탈인가?
(강태) 형이랑은 못 오니까
(강태) 너 때문에 내가
자꾸 안 하던 짓을 해
(상태) 저, 전화, 전화 왜 안 받아?
(강태) 만약 죽은 게 아니라
그냥 사라진 거라면
(상태) 고, 고문영 작가님이 좋아 내, 내가 좋아?
(문영) 인질처럼 형한테 붙잡혀 사는 거 관두라고
.사이코지만 괜찮아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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