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관 구해령 1
[종이 댕댕 울린다]
[밝은 음악]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여리꾼) 자, 자, 염정 소설 읽어 드립니다!
매화의 '월야밀회'
자, 자, 염정 소설 읽어 드려요!
[여인1이 작게 말한다] 매화의 '월야밀회'
(전기수) '갑작스레 찾아온 김 도령의 손에'
'한 떨기 목련꽃이 들려 있었습니다'
[여인들의 탄성]
'자경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나' [여인들의 놀란 숨소리]
[밝은 음악]
(나인1) '도련님'
'목련이 피려면 아직 달포는 남지 않았습니까?'
'자경이 묻자'
'김 도령이 해사하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나인들이 저마다 감탄한다]
(비자) '제주에서 가져왔다'
'너에게 제일 먼저 보여 주고 싶었으니까'
[나인들의 황홀한 숨소리]
'김 도령은 자경의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나인2의 기대하는 신음]
'자경은 눈을 감았습니다' [여인들의 탄성]
'가슴이, 가슴이' [여인들이 호응한다]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여인들이 환호한다]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지려는' [여인들의 탄성]
'그 순간'! [여인들의 탄성]
[여인2의 애타는 숨소리]
[종소리 효과음]
[여인들이 야유한다]
[엽전이 댕그랑거린다]
(여인3) 아유, 빨리빨리 해
[여인들이 구시렁거린다] 어여, 어여!
[전기수의 만족스러운 숨소리]
(전기수) '떨리는'
'자경의' [여인들의 긴장한 신음]
(해령) '사지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습니다'
'탄환이 유특의 오른쪽 눈을 뚫고'
'머리를 관통한 것입니다'
'뇌수가'
[총소리 효과음] '파바박'!
[울먹이며] '터져 나와 있었습니다'
'팔의 정맥을 자르자 피가 푸슉' [익살스러운 효과음]
'솟아 나왔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직 숨은' [심장 박동 효과음]
'붙어 있었습니다'
'의자 등받이의 핏자국으로 보아 유특은'
'책상 앞에 앉아'
'방아쇠를'
[흐느끼며] '당긴 것 같았습니다'
(여인4) 잠깐, 잠깐!
유특이 그리 죽어?
첫날밤도 못 치르고?
(마님) 반가 규수의 성미가
그리 급해서야 되겠는가? [여인들의 헛기침]
이게 다 천생배필을 만나기 위한 역경인 것을
[여인들의 호응하는 웃음]
이쯤에서 건너뛰고
첫날밤 부분부터 읽게
(해령) 아...
이게 결말입니다
유특의 죽음요
[익살스러운 음악]
어, 여기다 총을 쐈는데 살아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뭐, 이 깨진 머리에 대고 바느질을 할 수도 없고요
(여인4) 허, 뭐야?
아니, 여태 둘이 이뤄지지도 않는 걸 읽고 있었단 말이야?
(여인5) 아이, 서양에서 온 책이라며?
아, 그럼 좀 화끈한...
아니, 뭔가는 좀 다른
아, 조선에서 못 보던 그런 게 있어야지
아휴, 이, 다르고 말고요
이 젊고 미련한 유특이 한낱 연정에 빠져서
인생을 황천길로 내모는 파국을 보면서
'아휴,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하는
이런 귀한 교훈을 또 어디서 얻습니까?
(여인5) 기가 막혀 무슨 염정 소설이 그따위야?
(해령) 제가 언제 염정 소설이라고 했습니까?
여인에게 몸과 마음을 몽땅 다 바친 사내의 이야기라고... [여인5의 답답한 숨소리]
(여인5) 마음은 그렇다 치고 몸을 언제 바쳤냐고, 언제!
방금 바쳤잖습니까?
죽음으로요
[익살스러운 음악] [여인들의 기가 찬 웃음]
(마님) 그러니까
'몸과 마음', 그 뜻이...
사내가 홀로 상사병에 헤매다
자결을 한다는...
맞습니다, 그게 바로 이 소설의 백미죠
(해령) 다른 염정 소설들과는 격이 다르지 않습니까?
[여인들의 기가 찬 웃음]
돌쇠야!
(해령) 아, 이거 좀 놔 주십시오 [풀벌레 울음]
아, 진짜 이것 좀 놓고 이야기하라고요, 아...
아, 진짜...
[한숨 쉬며] 마님
쫓아낼 때는 쫓아내더라도 돈은 주셔야 할 거 아닙니까?
책비 일 값요
(여인5) 이딴 서책이나 가져와 놓고 돈은 무슨...
안 꺼져?
[기가 찬 웃음]
저 보름 내내 목이 다 쉬도록 서책을 읽지 않았습니까?
아, 대체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마님) 천한 것이 양반을 우롱하고도 말이 많구나
멍석말이라도 해야 정신을 차릴까?
[어이없는 한숨] [문이 덜그럭 열린다]
[옅은 한숨] [문이 탁 닫힌다]
[허탈한 한숨]
[입바람을 후 분다]
(대감) 나라의 정책이 달라지고
집안의 습속이 달라져 풍이 달라지니
아가 달라져 지어졌다
나라의 득과 실의 자취에 사관이 밝아
인륜의 무너짐을 아파하고
형벌과 정책의 가혹함을 슬퍼하며
본성의 정을 탄식하고 노래하여
그로써 그 위를 바람으로
일의 변화에 통달하여
(해령) 저, 마님 [익살스러운 음악]
일전의 책비입니다 [대감의 헛기침]
저, 그때는 제 생각이 좀 짧았습니다
마님께서 부탁하신 책으로 다시 가져왔으니
부디 이년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 앞으로도 세책방을 샅샅이 뒤져서
마님의 취향에 맞게 음탕하고 추잡한 것들로
많이 많이 구해다 놓겠습니다
예, 그럼 물러납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대감) 이게 무슨...
[다급한 숨소리]
부인
부인!
부인!
[새어 나오는 웃음]
부인!
[밤새 울음이 들린다]
(나인3) 아, 몰라
(내관) 일로 와 봐 [나인3의 옅은 웃음]
[나인3의 옅은 신음]
(삼보) 네 이 연놈들!
(내관) 사, 상호 어르신...
(삼보) 어찌 내관과 궁녀가
주상 전하가 지척에 계신 이곳에서
통정을 해?
네 연놈들이 정녕 죽고 싶은 것이냐?
(내관) 김 나인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제가 억지로 끌고 왔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나인3) 어, 어, 아닙니다
조 상원은 잘못이 없습니다 저, 제가 불렀습니다
저 혼자 마음을 품고 저 혼자 벌인 일입니다
저를 벌주십시오
이것들이 아주...
그리 좋은 것이냐?
[익살스러운 음악]
서로가 그리 좋냐는 말이다
제 목숨을 내놓고도 지키고 싶을 정도로?
(내관) 저, 저, 누구신데 그런 걸...
어서 바른대로 고하지 못할까?
(나인3) 예, 그리 좋습니다!
너무 좋아서 목숨도 아깝지가 않습니다
(내관) 홍연...
[이림의 감탄하는 숨소리]
처음부터 얘기해 보거라
- (내관) 예? - (나인3) 예?
(이림) 그러니까
처음 만난 날
처음 이렇게 서로 마음을 확인한 날
처음 이렇게 손을 잡은 날
그렇게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모든 나날들
전부 [내관의 멋쩍은 숨소리]
(내관) 그러니까 제가 홍연이를 처음 본 것이...
[삼보의 만족스러운 웃음]
(삼보) 감축드리옵니다, 대군마마
오늘 아주아주 귀한 자료 얻으셨습니다
참, 나...
아이, 한마디 칭찬이 거 뭐, 이렇게 어렵습니까?
소신이 오늘 이 현장 급습을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요?
나인들 처소 드나들다가
그 성깔 더러운 최 상궁한테 걸려 가지고 맞을 뻔했고 [이림의 고민스러운 한숨]
김 내관 친구라는 놈 입 열게 하느라고
갖다가 바친 약과가
무려 50개입니다, 50개!
[이림의 한숨]
저 둘 궐에서 내보내거라
네?
(이림) 여긴 마음이 죄가 되는 곳이다
평생 그런 짐을 지고 살기엔
너무 가엾지 않으냐?
안 그래도 적당한 핑계 찾아서 내보내려고 했습니다
(삼보) 둘이서 아주 그냥 마음껏 지지고 볶고 그러고 살라고
[삼보의 흐뭇한 웃음] (이림) 한데, 삼보야
- (삼보) 예? - (이림) 쓰읍...
너도...
[헛기침하며] 씁...
저리 깊은 연정을 품어 본 적이 있느냐?
[익살스러운 음악]
아이, 지금 그 말씀은 뭐
내시는 사내도 아니다, 이겁니까?
또, 또, 또 그놈의 화병!
그저 묻는 것이다, 궁금해서
저야
뭐, 젊은 날에는 그저 여인네랑 눈만 마주쳤다 하면은
(삼보) 천리장성, 만리장성을 그냥
마음으로만 쌓았지요
[삼보의 웃음]
어, 저, 어, 잠깐만요
어떻게 이번 소설은
제 얘기로 한번 써 보시겠습니까, 어?
제목
'허 내관과 삼천 명의 여인'
주인공, 사내 중의 사내
허삼보!
[이림이 입소리를 쩝 낸다]
[삼보의 웃음]
[밝은 음악]
[평화로운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설금) 늦었습니다, 해령 아씨
[문이 달칵 열린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아씨, 아휴, 아씨
[설금의 다급한 숨소리]
아이고, 정말 참...
아씨, 늦었다니까요, 예?
아, 얼른 일어나셔요, 얼른!
얼른, 얼른, 얼른, 얼른!
[설금의 재촉하는 신음] (해령) 아, 왜 새벽부터 호들갑이야?
잠 좀 자자, 아...
(설금) 새벽이라니요?
지금 진시가 훌쩍 넘었어요
진시?
근데 얘가 왜 안 울렸지?
(설금) 쇳덩이가 그게 뭐 어디 한두 번 말썽입니까?
차라리 꼬꼬댁댁댁댁 옆집 수탉을 믿죠
그러게, 어?
왜 밤마다 쓸데없이 책비를 나가셔서는
매번 늦잠을 자십니까?
야, 쓸데없다니?
재밌는 책 읽고 뜻깊은 대화 나누면서 돈까지 받는데?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어?
[어이없는 웃음]
그렇죠?
막 너무너무 좋은 일이라서
맨날 마나님들 심기 거슬러서 쫓겨나고
욕을, 욕을 막 잡숫고, 응? [해령의 민망한 한숨]
돈도 못 받고 막 그러죠?
[해령의 하품]
[새가 짹짹 지저귄다]
김 도령의 눈에 [잔잔한 음악]
흐릿한
흐리게
씁...
[이림의 고민스러운 숨소리]
흐릿한
흐릿한 광망이 비추었다
[반짝이는 효과음]
김 도령의 눈에
흐릿한
광망이 비추었다
그대가
너무 좋아
목숨도
아깝지 않소
그대가 너무 좋아
내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여식들) 남편을 모시고 식사를 할 때에는
밥을 많이 떠먹지 말고
국을 흘리지 말 것이며
조금씩 먹되 빨리 삼키고
[흥미진진한 음악]
[여식들이 중얼거린다]
(여식1) 아, 진짜 못 해 먹겠네
이런 건 그냥 아랫것들한테 시키면 안 됩니까?
[장씨 부인이 회초리로 탁 친다]
해령 낭자한테 한번 시켜 보세요
우리 중에 제일 인생 경험이 많으신 분 아닙니까?
[해령의 헛웃음] (여식2) 맞아요
그 긴 세월 독수공방하면서
셈을 좀 깨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여식들의 웃음]
[장씨 부인이 탁자를 탁탁 친다]
(장씨 부인) 해령이 한번 말해 보거라
언제 씨를 내려야 사내아이를 가질 수 있겠느냐?
아, 답은...
9월 23일입니다
(장씨 부인) 표를 참고했는가?
아닙니다, 그냥 계산했습니다
하면 어찌 그리 생각하였느냐?
(해령) 일전에 아들을 잉태하려면
[아름다운 음악]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첫 번째가 속곳에 넣은 무명 조각이 금빛일 때
나흘 안의 홀숫날이어야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가 사계절마다 다른 일진이었지요
봄엔 갑, 을, 여름엔 병, 정
가을엔 경, 신, 겨울엔 임, 계
- 해서? - (해령) 정묘년 경술월의 무오일이면
(해령) 07년의 9월 20일
가을이니 경이나 신이 들어가는 날로 나흘 안의 일진을 따져 보면
경신일과 신유일이 있는데
홀숫날은 아들이 짝숫날은 딸이 잉태되는 법이니
22일인 경신일은 제해야 합니다
그러니 남은 게 23일이지요
정묘년 경술월의 신유일
그걸 다 한 번에 생각해 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여식2) 분명히 속임수를 썼을 겁니다 확인해 보세요
(해령) 아이...
아, 내가 긴 세월 동안 독수공방했더니 셈을 좀 깨쳐서
(장씨 부인) 틀렸네
틀렸어, 다시 해 보게
아, 그럴 리가요 제 계산은 틀림없이 맞을 겁니다
(장씨 부인) 계산이 틀렸다는 게 아니야
그 방자한 태도가 틀렸다는 것이네
아녀자는 재주가 있어도 숨기고
아는 것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것이 덕이거늘
어찌 그리 나서서 총명함을 자랑하려 드는가?
'시경'에 이르기를
여인은 나쁜 일도 훌륭한 일도 해서는 안 된다 하였어
알겠는가?
네
[잔잔한 음악]
[재경의 헛기침이 들린다]
(재경) 해령아
좀 걷자꾸나, 밤바람도 쐬고
(해령) 됐습니다, 혼자 쐬십시오
[재경의 헛기침]
[문이 달칵 열린다]
(재경) 이것도 싫으냐?
[술이 찰랑거린다]
[부드러운 음악]
[재경이 술을 쪼르륵 따른다] [풀벌레 울음]
[밤새 울음]
[해령이 숨을 하 내뱉는다]
[해령의 개운한 한숨]
오라버니는 순 날라리입니다
[재경의 옅은 웃음]
이 과년한 누이와 순배를 하다니요 [재경이 술을 쪼르륵 따른다]
이러니까 제가 버릇이 나빠져서
여기서도 저기서도 맨날 구박만 받는 거 아닙니까?
(재경) 누가 널 구박하더냐?
이 오라비가 혼내 주고 오마
[해령의 한숨]
저 신부 수업 받기 싫습니다
[재경의 헛기침]
(해령) 저, 그...
혼인도 하기 싫습니다
그냥 다 물러 주십시오
아니, 진짜 더는 못 해 먹겠습니다
저 그냥 사직동 노처녀 구해령으로 늙어 죽으렵니다
[재경의 옅은 한숨]
(재경) 해령아 [해령의 한숨]
오라버니, 저 진심입니다
아, 그냥 우리 이대로 살면 안 됩니까?
(해령) 그냥 하루 종일 막 서책도 읽고
그리고 이렇게 신기한 물건 있으면 가져와서 [재경의 헛기침]
막 이렇게 저렇게 하루 종일 뜯어보고
그리고 오라버니랑 가끔 이렇게
술 동무도 하면서
이렇게 재밌게 살면 안 됩니까?
[재경의 옅은 웃음]
혼인이 너 혼자만의 일이라 생각하느냐?
(재경) 고을에 원녀가 있으면 수령이 벌을 받는 것이
이 나라 조선의 법도다 [해령의 한숨]
지금까지는 이 오라비 힘으로 어찌 버텨 왔으나
한 해 한 해 지나다 보면
네 이름이 담긴 상소가 조정에 닿을 것이고
결국엔 네가 구제 목록에 오르게 될 것이야
아휴, 그렇게 되면 저는 어디
저기 먼 지방의 어느 몰락한 서생 집이나
어느 홀아비 재취 자리로 막 허겁지겁 시집을 가야겠죠?
(재경) 해서
기회가 있을 때 네게 맞는 지아비를 찾아 주려 하는 것 아니냐
[해령의 한숨] 널 아껴 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자애로운 사람으로
(해령) 그 다정한 말이 제게는 어찌 들리는지 아세요?
개똥밭에 구를래, 소똥 밭에 구를래?
[재경이 풉 웃는다]
[함께 웃는다]
(재경) 내가 널 잘못 가르치긴 했나 보다
버릇이 나빠!
(해령) 예, 예, 예, 저는 불량품입니다
그러니까 어디 보낼 생각 하지 마시고
그냥 오라버니 옆에 끼고 사십시오
(해령) 아휴 [재경의 옅은 웃음]
[해령의 후련한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각쇠) 나리
[밤새 울음]
[긴장되는 음악] (익평) 근래에 서북 지방에서 많이 읽힌다는
언문 소설이오
들어들은 보셨소?
'호담선생전'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이조 정랑) 아니, 대감
그, 무슨 내용의 서책인지 말씀을 좀 해 주시면...
구 교리도 모르겠는가?
예, 들은 바가 없습니다
하면
아직 도성 안까지는 퍼지지 않았나 보군
(익평) 이게 내 오늘 그대들을 부른 연유요
이 책을 모두 없애 주셔야겠습니다
이 조선 땅에 단 한 권도 남아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해령이 혼인을 서둘러야겠다
(재경) 지난번 그 집에 서신을 넣고 오거라
(각쇠) 예, 나리
[새가 짹짹 지저귄다]
[시계가 똑딱거린다] (해령) 어?
(의원) 됐다, 간다, 간다
(해령) 어, 우와
와, 역시 우리 의원님 손재주는 알아주십니다
[의원의 뿌듯한 웃음] [해령의 탄성]
(의원) 내가 사람은 못 고쳐도
이런 거 하나는 또 기가 막히게 고치잖아
(해령) 맞아요 [함께 웃는다]
(의원) 아이고, 야, 어
자, 조심, 어?
(해령) 감사합니다, 아... [의원의 옅은 웃음]
- (의원) 어, 잘 가, 어 - (해령)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해령의 힘겨운 신음]
(사내) 짐이오, 짐, 짐
비켜요, 비켜
[해령의 기분 좋은 신음]
짐이오, 짐
짐이오!
[사내의 헛기침]
짐이오, 짐, 짐, 비켜, 비켜!
[사내의 헛기침]
짐이오!
[박진감 넘치는 음악]
야!
(해령) 야, 너, 씨...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야, 너 거기 안 서냐? 씨...
[해령의 힘겨운 신음]
[소년의 다급한 숨소리]
[해령의 가쁜 숨소리]
[힘겨운 한숨]
[한숨]
[옅은 한숨]
[소년의 가쁜 숨소리]
[안도하는 한숨]
[상자를 달칵 내려놓는다]
[소년의 다급한 숨소리]
[소년의 아파하는 신음]
밥 먹고 달리기 좀 했나 봐, 응?
- 쬐깐한 게... - (소년) 이거 놔, 아, 아, 아...
(해령) 야, 너 그러게 잡히기 싫었으면 제대로 했어야지
넌 소매치기로서 기본이 안 돼 있어
이렇게 무겁고 커다란 거 훔친 것도 그렇고
[소년의 못마땅한 신음]
어?
어허, 참
(해령) 봐 봐
이렇게 막다른 골목으로 도망치는 것도 그렇고
[소년의 힘겨운 숨소리]
너 집이 어디야?
너희 아버지 어디 계시냐고, 응?
앞장서
씁!
너 말 안 하면 포도청에 데려간다?
(소년) 나 그딴 거 없어!
[잔잔한 음악]
[소년의 한숨]
(왈짜1) 뭐야? [대문이 끽 열린다]
돈은?
에이, 씨
돈을 구해 오라면 구해 와야 할 거 아니야, 씨
이 새끼...
[위태로운 음악]
[대문이 끽 닫힌다]
[해령의 다급한 숨소리]
[대문을 쾅쾅 두드린다]
(왈짜2) 뭐야?
이봐요!
(해령)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왈짜2) 이게 돌았나? 너 뭔데 남의 일에, 씨...
아이한테 도둑질을 시킨 것도 모자라서 손찌검까지 하다니
그러고도 당신들이 사내장부입니까?
(왈짜1) 왜?
사내장부인지 아닌지
이 자리에서 확인이라도 시켜 줄까?
(해령) 여인과 아이 앞에서 힘자랑하는 거
추잡한 줄 아십시오
(왈짜1) 뭐?
(해령) 이 아이는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왈짜1) [헛웃음 치며] 이게 어디서...
(해령) 감히 어디다가 더러운 손을 올리느냐?
(왈짜1) 이년이 진짜 미쳤나?
(해령) 참수형이다
천것이 양반을 때리면
네놈의 목이 날아간다고 [문이 달칵 열린다]
알아?
[왈짜1의 못마땅한 신음]
(두목) 뭐가 이렇게 시끄럽냐? [왈짜1의 한숨]
- (왈짜1) 형님, 글쎄 이년이 - (두목) 아이고
(왈짜1) 제멋대로 쳐들어와서는...
(두목) 어휴, 어유, 이놈아!
그, 그 상놈의 그, 말투 좀 고치라니까
아무한테나 '이년, 이년'거리고
상놈 새끼, 쯧
저기
아씨는 누구신데
남의 집 마당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십니까?
이 아이
당신네들과 무슨 연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데려가겠소
데려가서?
부모가 있다면 데려다주고
그게 아니라면 관아에 맡겨 수양처라도 찾게...
[두목의 코웃음]
[두목의 기가 찬 신음]
(두목) 찾긴 뭘 찾아?
요놈은
내 노비요
요놈 아비가 그, 노름빚으로 팔아넘긴
(두목) 뭐, 그러니까
내가 요놈을 구워 먹든 삶아 먹든
때려잡아서 짐승 먹이로 주든
그거는 뭐, 주인인 내 마음 아니오?
하, 아무리 노비라고는 하나
사람을 이리 대할 수는 없는 거요
그런 거는 그 나라님 앞에서 말씀하시고
(두목) 야, 빨리 정중하게 뫼셔 드려
슬슬 짜증 나려 그러잖아
(왈짜1) 네, 형님
[잔잔한 음악]
[소년이 훌쩍인다]
[왈짜2가 소년을 탁 붙잡는다]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어떻느냐?
어떻냐고
[삼보가 흐느낀다]
[나인들이 흐느낀다]
[익살스러운 음악] [삼보가 흐느낀다]
마마
이것은 천하의 무뢰배도 울게 만들
희대의 명작이옵니다
소신의 가슴이 미어집니다
(나인들) 미어집니다
이, 가슴이 미어진다?
(삼보)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릅답고
김 도령
불쌍한 김 도령... [함께 흐느낀다]
[계속 흐느낀다]
거짓말
(이림) 지난번에도 분명
'가슴이 미어진다'
'희대의 명작이다'
똑같은 말 하면서 엉엉 울지 않았느냐?
대체 왜 맨날 반응이 똑같은 건데?
[삼보의 당황한 헛기침]
아니
눈물이 나서 눈물을 흘렸을 뿐인데
왜 눈물을 흘리냐고 하시면은
제가 눈물 대신에 뭐, 콧물이라도 흘려야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한숨 쉬며] 난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대체 내 글이 어떻게 읽히는지
(삼보) 몇 번을 말씀을 드립니까?
필사쟁이들이 마마의 소설을 베끼다가 얼마나 울었는지
죄다 이 눈탱이가 그냥 팅팅 부었다고요
어디 그뿐입니까?
매화의 소설 나오자마자 읽겠다고
어젯밤부터 세책방 앞에 대기 줄이 그냥 쫙 섰습니다
천막까지 쳐 놓고!
그래서
그래서 더 싫다
(이림) 나는 늘 너한테 전해 듣기만 하고
내가 볼 수가 없잖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깊은 한숨]
[잔잔한 음악]
궁금하다
사람들이 정말 내 글을 좋아해 주는지
정말 내 글을 보면서 그렇게 울고 또 웃는지
이 궐을 나가서
내가 직접 보고 싶어
단 한 번이라도
삼보야
(삼보) 마마, 대군마마!
아이, 좀, 아이, 참, 나
마마, 아휴, 아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네?
전하께서 분명
'도원 대군은 이 녹서당을 벗어나지 말라'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한데, 궐 밖을?
그것도 오늘처럼
매화 신간 나왔다고 사람들 바글바글한
운종가 한복판을 갖다 구경하시겠다니요?
그러다가 이 귀한 몸에 생채기라도 나면은
누구 목이 날아갑니까?
(이림) 누가 그래, 내 몸 귀하다고?
날 여기 처박아 둔 아바마마가?
(삼보) 뭐, 굳이 따지자면은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시지는 않았... [익살스러운 효과음]
않았으나
아, 좌우당간, 마마께서 외출하는 걸 들키는 날에는...
2년 만이다
내가 궐을 나서는 게
난 그 정도면 많이 참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야?
[삼보의 한숨]
걱정 마라
(이림) 이 조선에서 내 얼굴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되겠느냐?
너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삼보의 난처한 한숨]
마마
[경쾌한 음악]
[삼보의 난처한 숨소리]
하, 마마!
- (삼보) 마마, 저기, 저기, 저기 - (이림) 또 뭐가?
(삼보) 저기!
[긴장되는 음악]
형님? [삼보의 겁먹은 숨소리]
[삼보가 숨을 헐떡인다]
(삼보) 아냐, 아냐, 아냐
자, 일단, 자...
그게 더 수상합니다
빨리 숙이십시오
술시까지는 들어오게
자네들
[경쾌한 음악]
형님께서 외출 허락해 주신 거
- 맞지? - (삼보) 네
아이, 세자 저하께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림) 가자
오늘 하루는 네가 내 호위다
(삼보) 예? 호위요?
아이, 마마
아이, 남들이 있는 것도 없는 놈한테 무슨 호위라니요
저 지금 놀리시는 겁니까? 예?
(이림) 가자! [삼보의 웃음]
(김 서방) 예, 여기입니다, 여기!
매화의 '월야밀회'
대망의 마지막 삼 권
사시부터 세책해 드립니다!
한양 제일가는 소설가, 매화
매화의 '월야밀회' 삼 권이 발매되었습니다
퍼뜩 오십시오!
늦으면
얄짤없습니다
[김 서방이 말한다] (해령) 김 서방, 김 서방
(여인6) 아이, 뭐야?
아이, 뭐 하는 거요? [여인들의 못마땅한 신음]
(여인7) 뒤로 줄을 서시오, 아, 뒤로 줄을...
(김 서방) 흠, 매화의 '월야밀회' [여인들이 소란스럽다]
사시부터 세책...
(해령) 김 서방, 내 긴히 할 말이 좀 있는데 [김 서방의 한숨]
(김 서방) [헛기침하며] 누구세요?
거, 누구신지는 모르오나
세책을 하려면
저쪽 가서 줄부터 서시지요?
흠!
(해령) 아, 김 서방
에이... [여인들의 못마땅한 신음]
[김 서방의 헛기침] (해령) 김 서방
갑자기 왜 이러시나, 이 사람...
거기 먼지 좀 팍팍 터시게!
(해령) 저, 그러지 말고 좀 일거리가 있으면 [김 서방의 헛기침]
(김 서방) 아이, 서책이 삐뚤게 놓였잖아, 삐뚤게!
저, 나한테
일거리 좀 주시게
(김 서방) 일거리요? 일거리?
[김 서방의 헛기침]
아씨
지난번 호조 좌랑댁 마님한테 아씨 소개시켜 준 것 때문에
제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는 아십니까?
어디서 그딴 책비를 데려왔냐고
그냥 어찌나 현란하게
쌍욕을 퍼부으시는지
제가 바지춤을 다 적실 뻔했습니다요
이 나이에!
아이고, 그런, 그런 일이 있었는 줄은
내 몰랐네
(김 서방) 아무튼, 아씨한테 한 번 더 책비를 맡겼다가는
제가 제명에 못 살겠습니다
요렇게 제대로 된 소설 읽으실 거 아니면
아씨와 저의 동업은
끝입니다, 끝!
[해령의 당황한 신음]
거, 조심히 좀 다루라니까?
(해령) 아, 저, 김...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아름다운 음악]
(삼보) 여기...
(이림) 저게, 저게 다 내 서책을 보러 온 사람들이냐?
(삼보) 매화가 달리 매화입니까?
아마 앞으로 보름간은
이 세책방 문지방이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삼보의 웃음]
어, 소인은 가서 정산받고 올 터이니까
여기 꼼짝 말고 계시옵소서, 응?
(이림) 어?
(여인4) 이번 소설 대박
세책방 대여 순위 1위 찍겠네
아, 역시 매화는 매화다
(여인8) 매화, 개처럼 일해서 빨리 다음 책 내 줘요
나 막 열 권씩 사재기하려고 품앗이하고 있어요
(여인5) 솔직히 우리 매화가 필력으로는 소동파보다 낫지
평생 사랑할게
꽃길만 걷자, 매화야
[숨을 하 내뱉는다]
[감미로운 음악]
[해령의 하품]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령이 하품한다]
[해령이 하품한다]
[해령의 하품]
[해령의 멋쩍은 웃음]
(해령) 책이 너무 지루해서 말입니다 [해령이 피식 웃는다]
서서 잠들 뻔했네
[해령의 헛기침]
(이림) 그대는 어째서
어째서 매화 책을 좋아하지 않는 거지?
(해령) 뭐, 꼭
좋아해야 합니까?
(이림) 궁금하다
이 문장은 하나하나 아름답고
줄거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인물들은 또 생동감이 넘치는데
그리 공들여 쓴 소설을
어째서?
대체 무엇이 부족해서?
(해령) 부족한 것은 선비님의 말씨입니다만?
남녀가 유별하다고는 하나
초면에 반가의 여인에게 말을 놓아도 된다고
어느 학자가 가르친답니까?
그것이
내가 누구한테 존대하는 게
익숙지가 않아서
- 요 - (해령) 옳지
(해령) 그럼 저 같은 여인을 대할 때는 어찌 부르셔야 하겠습니까?
낭자?
그렇지!
그럼 다시 한번 질문을 해 보시지요
예를 갖춰서
[이림의 헛기침]
그, 낭자는
어찌
매화 책을 좋아하지 않으시...
오?
[흥미진진한 음악]
잘하셨습니다
(해령) 아, 제가 매화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라
씁, 뭐, 너무 많아서 하나만 꼽지를 못하겠습니다
이거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으니까요
(이림) 제대로 된 게 없어?
음, 아!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딱 세 번 정도
이 가슴으로 울기는 했습니다
[이림의 만족스러운 숨소리] (해령) 한 번은
이 책을 만드는 데 들어간 이 값비싼 종이들이 아까워서고
한 번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이용당한 언문의 신세가 가여워서고
또 한 번은
이 매화라는 작자의 헛된 망상이
도성에 전염병처럼 퍼지는 것이 두려워서입니다
아휴, 돈 몇 푼 벌자고 이런 글을 세상에 내놓다니
정말 염치도 없는 인간 아닙니까?
아유, 진짜 양심이 있으면 절필을 해야지
[해령이 혀를 쯧쯧 찬다]
뭐, 아무튼
제 의견은 이 정도입니다
그럼...
(이림) 거기, 거기!
[김 서방의 헛기침] [삼보의 옅은 웃음]
(김 서방) 한데
매화 선생은 오늘도 안 나오셨나 봅니다?
절대 뵐 수 없는 분이라고 몇 번을 말하나?
그거나 얼른 주시게, 일로!
[김 서방이 숨을 씁 들이마신다]
(김 서방) 매화 선생을 꼭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시는데
아주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삼보) 어허, 거, 사람 참...
됐다니까 그러네 [김 서방의 헛기침]
[문이 달칵 열린다]
[김 서방의 과장된 헛기침]
[비밀스러운 음악]
[삼보의 다급한 숨소리]
(삼보) 아니...
[삼보의 당황한 신음]
아, 뭐야, 웬 놈, 웬 놈들이냐?
(왈짜1) 매화 어디 있어?
그걸 내가 어찌...
난 매화가 누군지도 몰라!
(왈짜1) 허튼수작 부리지 마
그쪽 심부름꾼인 거 다 알고 왔으니까
(왈짜2) 나리
[왈짜2가 칼을 챙 꺼낸다] [삼보의 놀란 숨소리]
바쁜 사람들끼리 시간 끌지 맙시다, 네?
(삼보) 내가 이따위 겁박에 넘어갈 성싶으냐?
이 무엄한 것들... [겁먹은 신음]
[이림의 한숨]
[해령의 귀찮은 신음]
(해령) 예의만 없는 줄 알았는데
줏대까지 없으십니다
[이림의 한숨] 남녀가 유별한지 안 유별한지 하나만 선택하시지요
(이림)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이라고 했다
돼지의 눈엔 돼지만 보이는 법
그대가 매화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대가 아름다움을 모르기 때문이야
해서 '천의무봉'이라는 말이 있죠
(해령)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 자국이 없는 법 [이림의 한숨]
모름지기 아름다움이란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지
이 기교를 부려서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림의 기가 찬 웃음]
(이림) 어휴
기교를 부려 억지로 만들어 내?
그래
뭐, 참새가 기러기의 뜻을 모르는 건 당연하니
- 내 이쯤에서... - (해령) 그러는 기러기야말로
이 봉황의 뜻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
(해령) 저야말로 이쯤에서 용서해 드리겠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용서? 누가?
(이림) 그대가 나를?
(해령) 지금 여기서 제 시간을 뺏고 계시지 않습니까, 무례하게도
(이림) 나도 그대의 막말을 들어 주느라
내 귀한 시간을 다 써 버렸다
(해령) 대낮에 학문은 뒤로하고
세책방이나 들락날락거리는 선비님이십니다
시간요? 뭐, 아주 많아 보이시는데요?
(이림) 그리 시간을 쓸 만큼
매화의 소설이 가치가 있다는 뜻이겠지
(해령) 아유, 그리 쓸 시간이 있으면
사서라도 한 권 더 읽고 식견을 좀 넓히십시오
이 한낱 염정 소설 따위에 이리도 열을 내시니
저는 정말, 쯧
이 나라 유생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이 될 참입니다
- 이게... - (해령) 그리고
(해령) 선비님이 이런 식으로 수상하게 굴수록
저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심?
선비님이 혹 매화는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요
[부드러운 음악]
(해령) 비켜 주시지요
[이림의 옅은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이림) 난, 난 매화가 아니라
난!
[이림의 못마땅한 신음] (삼보) 도망치십시오!
아, 뭐 해요? 도망쳐
빨리, 아, 뭐 해요 빨리 도망쳐, 얼른 [이림의 못마땅한 신음]
도망치십시오, 얼른!
- (삼보) 비켜요! - (이림) 삼보야, 근데...
[왈짜패들이 소리친다]
(삼보) 아, 같이 가!
- (이림) 뭐? - (삼보) 같이 가자고!
[삼보의 비명]
[후련한 신음]
아휴, 속이 다 시원하네
(설금) 시원하다고요, 응?
이거 미지근한 물인데
내가 오늘
웬 백면서생 하나를 혼내 줬거든
(설금) 네? 아유...
(이림) 씁, 아...
(삼보) 아유, 참, 이게 저...
(이림) 아...
아, 아파, 아파
[이림의 아파하는 신음]
[삼보가 입바람을 후 분다]
[이림의 못마땅한 한숨] 아이, 참...
괘씸해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해
(삼보) 네, 괘씸하다마다요
세책방 김 서방
믿고 거래한 세월이 얼만데
왈패 놈들한테 우리 마마를 팔아먹...
(이림) 그 인간 말고
그 낭자 말이다
참새!
(삼보) 아...
[이림의 기가 찬 웃음] [경쾌한 음악]
(이림) 어떻게 내 소설을
한낱 염정 소설이라고?
나 보고 식견을 넓히라고?
[기가 찬 웃음]
[못마땅한 한숨]
[삼보의 옅은 웃음]
(삼보) 아이, 마마
세상에 매화의 애독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깟 여편네 하나를 신경 쓰십니까?
아무래도 뭐를 잘못 주워 먹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돌아 버린 자가 틀림없습니다, 네?
그러니까 너무 괘념치 마시옵고...
(박 나인) 예, 자객을 보내소서
(최 나인) 제가 신상을 털어 오겠습니다
[기겁하는 숨소리]
다들 됐다
그 여인은 내가 직접...
(삼보) 아유, 좀
마마, 좀!
오늘 외출에서 뭐 배운 거 없으십니까?
왈패 놈들한테 쫓기다가 넘어져서
이, 이 무릎이 깨질 뻔하셨습니다
뭐, 어쨌든 이렇게 무사히...
(삼보) 제가 안 무사합니다, 제가
마마 몸에 생채기 난 거 알려지면은
제 목이 날아간다고
[버럭대며] 몇 번을 말씀드립니까, 몇 번을!
그리 저를 죽이고 싶으시면은 차라리
직접 베십시오, 자
베십시오, 그냥, 베!
[밝은 음악]
[시행의 웃음]
(시행) [웃으며] 아이고
아이고, 야
[시행이 연신 웃는다]
- (홍익) 자, 승정원 - (관리1) 아, 예
- (홍익) 홍문관 - (관리2) 예
- (홍익) 이조, 가 - (관리2) 갑시다
[시행이 코를 훌쩍인다]
(시행) 뭐야?
경연이 벌써 끝났냐? 아따, 운도 좋네
어제 내가 들어갔을 때는 두 시진도 넘게 떠들더니...
(길승) 쫓겨났습니다
(시행) 쫓겨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시행이 책을 탁 내려놓는다]
누가 사관을 쫓아 보내?
누구일 거 같습니까?
사관까지 물리고 전하와 독대할 수 있는 대신이?
[긴장되는 음악]
[새가 짹짹 지저귄다]
(상선) 듣지 못했는가?
전하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 명하셨네, 돌아가게
사관은 아무나가 아닙니다
고해 주십시오, 입시하겠습니다
전하께 또 불호령을 들어야 발길을 돌리겠는가?
고해 주십시오
(이태) 금서도감을 설치하겠다?
(익평) 예, 전하
(이태) 그런 일이라면
대리청정 중인 세자에게 고해도 될 것을
어찌하여 과인을 이리 귀찮게 하는가?
[이태의 한숨]
평안도의 한 서포에서 입수한 서책입니다
(이태) 하면
이 서책이 이미 민간에 퍼지고 있다는 뜻인가?
송구합니다, 전하
(이태) 감히
과인의 나라에서 누가 이런 짓을
(상선) 전하, 사관이 입시를 청하옵니다
내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이태) 당장 물리거라!
(우원) 전하, 사관의 입시 없이는
누구도 주상 전하와 독대할 수 없는 것이
'경국대전'에 명시된 조선의 국법이옵니다
소신은 규정과 의무를 따르고자 함이니
마땅히 입시를 허하여 주시옵소서
(이태) 네놈이 감히
임금에게 법을 가르치려 드느냐!
(익평) 전하
[문이 달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문이 달칵 닫힌다]
(익평) 민 봉교
[무거운 음악]
좌상 대감이셨습니까?
전하께서 심기가 많이 불편하시네
그만 물러가게
사관은 물러나란다고 물러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원칙도 좋지만
진정한 충신이라면
때때로 어심을 헤아릴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야
진정한 충신이라면
전하께 올리는 간언을 역사로 남기는 데
거리낌이 없어야 하겠지요
(익평) [한숨 쉬며] 하면 그렇게 기록하게
'좌의정 민익평이'
'엄정한 법전을 무시하고 사관의 입시를 막다'
그리 기록하란 말일세
난 지금 신하가 아니라
20년 지기 동무로서 전하를 뵙고 있네
정사와는 무관한 대화니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그만 물러나게
(익평) 우원아
[익평의 한숨]
[우당탕 소리가 난다]
[김 서방의 놀란 신음]
[김 서방의 겁먹은 신음]
김가는 어디 계시는가?
(김 서방) 네!
[다급하게] 여, 여기 있습니다요, 나리
(두목) 난 말이야, 세상에서 약속 안 지키는 놈들이 제일 싫어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서운하게?
(김 서방) 네? 제가 무슨 약속을 했다고...
(두목) '매화 데리고 독회 한번 열면은'
'사대문 안에 기와집 두어 채는 살 수 있습니다'
누가 그랬어?
'매화 서명이 담긴 서책 하나만 팔아도'
'웬만한 벼슬아치 1년 치 녹봉은 됩니다'
누가 그랬어?
그러니까 그것이
그럴 수도 있다라는 거였지
[김 서방의 겁먹은 신음]
(김 서방) 제가 꼭 데리고 온다고는...
(두목) 내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돈을 퍼부은 줄 알아?
내가 성질 같아서는 자네 손발을
싹둑싹둑 잘라 버리고 싶은 심정이네만
[울먹이며] 기회를 주십시오, 나리
제가 다시 한번 청해 보겠습니다
(두목) 이렇게 생긴 것들한테 쫓겨 도망갔는데
퍽이나 다시 오겠다
- (두목) 막내야 - (왈짜1) 네
- (두목) 도끼 가져와라 - (왈짜1) 네
(김 서방) 아, 안 됩니다, 안 됩니다!
[흐느끼며] 살려 주십시오, 나리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습니다
뭐, 처자식 손발도 잘라 달라는 말인가?
(김 서방) [식겁하며]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것이 아니라...
[소리치며] 나리
나리
제게 좋은 방도가 하나 있습니다
(두목) 응?
생각해 보십시오
매화는 절대
절대 얼굴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 서방) 아씨, 해령 아씨!
해령 아씨, 잠깐만요
- 김 서방? - (김 서방) 아휴, 아휴
[김 서방의 힘겨운 숨소리]
[김 서방의 다급한 숨소리]
(해령) 아니, 대체 이 훤한 대낮에 누가 책비를 부른답니까?
그것도 나를 콕 집어서?
(김 서방) 어허, 아, 일거리가 필요하다지 않으셨습니까?
짭짤히 챙겨 주신답니다
[김 서방의 헛기침] [해령의 못마땅한 신음]
[해령의 놀란 신음]
[김 서방의 재촉하는 신음]
(해령) 어, 김 서방
여, 여기는...
(해령) 지금 나더러
매화 행세를 하라는 거요?
(두목) 벌써 김가한테 다 들었습니다
도성에서 가장 유명한 책비시라고
[김 서방의 멋쩍은 숨소리] [해령의 헛웃음]
별일 아닙니다, 그냥 하룻밤, 네?
딱 하룻밤만 독회에 나가서
매화인 척 서책을 읽어 주시면...
됐소
다른 사람 알아보시오
(두목) 아이, 제가 선생님 마음 압니다, 네?
그래도 뭐, 그, 양반이라고
아휴, 뭐, 한두 번은 튕겨 줘야 체면이 산다, 뭐
그 말씀이시지요? [해령의 못마땅한 한숨]
선생님 명성에 맞게
준비해 봤습니다
선금이올시다
[해령의 못마땅한 숨소리]
내가 지금 돈 때문에 이러는 거 같소?
설마 아직도 그날 일에 대해서 마음을 쓰고 계신 겁니까?
(두목) 제가 사과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땐 귀한 분인 줄 몰라뵙고 실례를 범했다고
[헛웃음 치며] 귀한 분이 아니면 짐승처럼 대해도 되고?
[답답한 신음]
대체 사람의 도리라는 게 뭔지 알기나 하시오?
(김 서방) 아이고, 예, 예
압죠, 압죠, 도리, 도리...
아, 아이고, 아씨, 그러지만 마시고
좋은 머리로다가 산수를 한번 해 보십시오
두당 입장료 닷 냥씩만 받아도
[웃음을 참으며] 그게 다 얼마겠습니까?
이보다 더 좋은 일거리가 어디 있다고 그러십니까?
[날카로운 효과음]
내가 일거리 찾아 달랬지
언제 함께 사기 칠 사람 알아봐 달랬나?
- 사... - (해령) 억만금을 준대도
하지 않을 생각이니
더 이상 귀찮게 마시게
[김 서방의 멋쩍은 신음] (해령) 나는 그딴 염정 소설이나 읽어 줄 만큼
비위가 좋은 인간도 아니고
이딴 놈들과 상종할 만큼 썩어 빠진 인간은 더더욱 아니라서
[해령이 혀를 쯧 찬다]
(김 서방) 아, 아니, 저, 아, 아씨...
(두목) 잠깐
내 그 사람의 도리라는 거
한번 보여 드리리다
[두목이 궤를 달칵 연다]
요거
그 쪼끄만 놈 노비 문서요
딱 하룻밤만
눈감고 도와주십시오
그럼 제가 뭐, 요까짓 거
없애 드릴게
[해령의 고민스러운 숨소리]
[잔잔한 음악]
[김 서방의 안도하는 한숨]
(김 서방) 아씨
아씨가 오늘 몇 사람의 인생을 살려 놨는지 아십니까?
저하고, 우리 처자식 일곱하고
그리고 이놈...
이놈의 자식, 야, 인마, 이리 와!
(해령) 빨리 나와, 나 마음 바뀌기 전에
[김 서방의 못마땅한 신음]
(해령) 저, 김 서방
이 아이
며칠만 좀 맡아 주시게
거처는 내가 알아보겠네
(김 서방) 아이고, 뭘 이런 걸...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고기도 사다 먹이고
이 애 옷도 사 입히고 하겠습니다, 예
너는 또 어디 가서 사고 치지 말고
(해령) 이 아저씨 집에 딱 붙어 있어야 돼, 알았지?
(소년) 고, 고맙습니다
(길승) 갑자기 금서도감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난리입니까? [시행의 한숨]
(시행) 난들 아냐? 윗분들의 그 복잡미묘한 큰 그림을
아, 근데 홍문관 이 영감탱이들은, 어?
금서도감이 설치됐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할 것이지
관각 당하관들 다 모이라고 물귀신 작전 쓰는 건 또 뭐야, 이거?
(서권) 그만큼 사안이 급하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장군) 아무리 급하다 한들
어찌 사관을 이런 잡일에 동원합니까?
(홍익) 맞습니다
어디, 이게 보통 손입니까?
역사를 쓰는 손입니다, 역사를
(주서) 자네들!
어서 오지를 않고 무엇들 하나?
(홍익) 아, 예, 지금 갑니다요, 예
- (홍익) 가야지 - (시행) 간다, 가!
[시행의 못마땅한 신음]
[우원의 한숨]
[무거운 음악]
내가 경들을 많이 놀라게 했나 봅니다
세자를 보고도 일어설 정신이 없는 걸 보면
(익평) 저하
어찌 이리 누추한 곳까지 걸음 하셨나이까?
[이진의 헛웃음]
누추한 곳이라...
(이진) 그래요
좌상은 이리 누추한 곳에서
일국을 다 주무르고 계셨습니다?
(우의정) 저하, 당치도 않은 말씀이십니다
소신들은 그저 견마지로라도 보탬이 될까 하여...
(이진) 입 다무세요, 우상
그대가 좌상과 한통속임을 내 모를 것 같습니까?
(익평) 옳은 말씀입니다, 저하
종묘사직을 살피는 과업을 지고
군주를 향해 품은 충심이 같으니
소신들 모두가 가히
한통속 아니겠습니까?
해서 나도 모르게
금서도감 같은 중대한 일을 홀로 결정하셨소?
그것이 좌상이 말하는 충심이오?
[익평의 한숨]
좌상, 나이가 들어 자꾸 잊으시나 봅니다
난 이 나라의 국본이고 그대의 군주요
좌상이 아무리 만인지상이라 해도
내게는 일인지하라는 뜻입니다
주상 전하께서 윤허하신 일입니다
며칠 전 전하를 찾아뵙고
금서에 관한 일을 윤허받았습니다
소신이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 한들
어찌 저의 군주이신 주상 전하를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세자 저하
대체 좌상은 무엇을 숨기려고
부왕까지 끌어들여 이 사달을 벌인 겁니까?
전하께서
패관체로 쓰인 언문 소설들이
풍속에 위해를 가하고
성학을 쇠퇴시킨다 염려하셨습니다
해서 급한 사안이라 판단해 서둘렀으나
미처 저하의 기분이 상하는 것까진 살피지 못했으니
마땅히 소신의 불찰이옵니다
[분노한 숨소리]
(익평) 살펴 가시옵소서, 저하
(해령) 아이고, 아휴...
(두목) 그게 아니죠
좀 더 예술가의 혼을 담아서
무심하지만 한양의 기운이 느껴지는 그 필체로다가 좀
흘려 쓰란 말입니다, 좀
(해령) 아유, 진짜 서책에 서명 한번 해 주는 데
뭘 그리 난리요?
아, 정직하게 '매화' 이렇게 쓰는 게 제일 보기 좋구먼
(두목) 선생님은 다 좋은데
사업을 너무 몰라, 응? [해령의 한숨]
이 독회 입장료로 그, 몇 푼이나 건질 거 같습니까?
진짜 중요한 건
이 서명이 담긴 서책을 비싸게 팔아 재끼는 거지
다시 해 봅시다
그, 흩날리는 도포 자락의 느낌
공들였지만 절대 티 나지 않는
그런 자연스러운 필체로다가
[헛웃음]
(해령) 어휴, 쯧
[못마땅한 한숨]
[잔잔한 음악]
(해령) '일어나거라' [풀벌레 울음]
'세자 저하의 명에'
'자경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눈앞에 있는 것은 익숙한 얼굴'
'바로'
'곤룡포를 입은 김 도령이었습니다'
[여인들의 탄성]
반전 아니야, 진짜?
[여인들의 탄성]
(해령) '자경의 시선이 요동쳤습니다'
'김 도령이'
'이 나라의 세자였다니'
[여인들의 탄성]
[여인들이 수군거린다] (여인9) 세자였어
(해령) '놀라서 굳어 있는 자경에게'
'김 도령이 말했습니다'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 여인이여'
[여인들이 수군거린다]
(나장) 비키시오!
[시끌벅적하다]
(해령) 예, 함자가 어찌 되십니까?
(여인5) 진양입니다
[발랄한 음악]
[여인5의 감격스러운 숨소리]
제가 정말
선생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어제 잠을 못 자 가지고
선생님, 일단 제가 진짜 많이 사랑하고요
[울먹이며] 정말 할 말 많은데 왜 이러지?
[여인5의 울먹이는 신음]
(해령) 네, 아이, 뭐, 저기...
예, 예, 여기, 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 (해령) 자, 다음 - (여인5) 벌써요?
(여인5) 잠깐만요
저, 가기 전에 손 한 번만 잡아 주시면 안 돼요?
예, 안 됩니다
다음! [여인5의 속상한 숨소리]
(여인5) [흐느끼며] 잠깐만...
[여인들이 시끌벅적하다] [여인5가 계속 흐느낀다]
[해령의 지친 한숨]
[여인들이 술렁인다]
[여인들이 수군거린다]
(해령) [한숨 쉬며] 그, 함자가 어찌 되십니까?
(이림) 질문이 있습니다
김 도령이 벚꽃나무 아래에서 연정을 고백하는
그런 아름다운 장면은 대체
어찌 생각해 내시는 겁니까?
그, 그건...
그, 지난해에
유달산 유람을 갔다가 아주 깊은 감명을 받고
절로 막 써지더이다
[아름다운 음악] (이림) 유달산이라...
[이림의 코웃음]
아닌데?
이름을 말씀해 주시지 않으면 그냥 이대로 드리겠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이림) '매화'
[반짝이는 효과음]
제 이름
'매화'라고 적어 주시겠습니까?
[흥미진진한 음악]
[해령의 놀란 신음]
(이림) 낭자?
[흥미진진한 음악]
[감미로운 음악] 그리 매화 편을 들더니 매화 본인이셨습니까?
뭐가 그리 당당해, 사기꾼 주제에?
(해령) 선비님,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이림) 내가 너 부숴 버릴 거야!
(이태) 오늘부터 도원 대군은
단 한 권의 서책을 읽어서도 써서도 안 될 것이야!
(이림)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면 제겐 아무것도 없습니다
(익평) 이 땅에 호담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딱 셋입니다
(대비 임씨) 어찌 좌상이 쌓아 둔 궁도 안으로 들어가려고만 하십니까?
(이진) 여사 제도를 허한다 그 시제는 세자인 내가 직접 정한다
(대제학) 별시를 통과할 딱 한 명이면 됩니다
(재경) 네 혼처를 찾았다
언제까지 숨어 살 수만은 없다는 뜻이다
(해령) '여사 별시'
저는 이 혼인을 할 수 없습니다
.신입사관 구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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