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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사관 구해령 2

 

 [여인들이 웅성거린다]

 

 (해령)  [한숨 쉬며]  함자가 어찌 되십니까?

 

 (이림)  질문이 있습니다

 

 김 도령이 벚꽃나무 아래에서  연정을 고백하는

 

 그런 아름다운 장면은 대체

 

 어찌 생각해 내시는 겁니까?

 

 그건...

 

 지난해에

 

 유달산 유람을 갔다가  아주 깊은 감명을 받고

 

 절로 막 써지더이다

 

 [감미로운 음악]

 

 (이림)  유달산이라...

 

 [이림의 코웃음]

 

 아닌데?

 

 이름을 말씀해 주시지 않으면  그냥 이대로 드리겠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이림)  '매화'

 

 제 이름

 

 '매화'라고 적어 주시겠습니까?

 

 그대가 매화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대가 아름다움을  모르기 때문이야

 

 [해령의 놀란 숨소리]

 

 [난처한 숨소리]

 

 낭자?

 

 (해령)  저기이 손 좀...

 

 아니손 좀...

 

 놓으시지요  남녀가 유별한데 무슨 손...

 

 [헛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매화 서책을 만드느라 쓰인  종이들이 아깝다면서?

 

 (이림)  매화의 망상이

 

 도성에 전염병처럼  퍼지는 것이 두렵다면서?

 

 이제 보니 줏대가 없기는  그대도 마찬가지다

 

 [비웃으며]  매화의 절필을 기원하는  고매한 규수인지

 

 매화 행세로 돈을 버는 사기꾼인지

 

 하나만 하시지

 

 [해령의 헛웃음]

 

 그러는 선비님은  그리도 매화 편을 들더니

 

 매화 본인이셨습니까?

 

 참으로 신박한 방법입니다

 

 세책방마다 돌아다니면서  본인 칭찬하기

 

 이렇게 해서  몇 권이나 파셨는데요?

 

 내가 언제 그랬...

 

 [코웃음]

 

 뭐가 그리 당당해사기꾼 주제에?

 

 [헛웃음 치며]  자꾸 그렇게 단정 짓지 마십시오

 

 저도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겁니다

 

 (이림)  해서

 

 나더러 지금 헤아려 달라?

 

 (해령)  아니지금  아그런 게 아니라저는...

 

 잠시만

 

 저 방에 들어가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제가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대가 사과할 사람이

 

 나뿐이라고 생각하나?

 

 [잔잔한 음악]

 

 [여인들이 시끌벅적 떠든다]

 

 [해령의 옅은 한숨]

 

 (두목)  뭐냐?

 

 그대가 내 소설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든

 

 저 사람들의 마음만은 진심이다

 

 그깟 돈 몇 푼에  갖고 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 사과를 하려면

 

 저분들께 해야겠습니다

 

 [여인들이 환호한다]

 

 [여인들이 시끌벅적 떠든다]

 

 (해령)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매화가 아닙니다

 

 [여인들이 수군거린다]

 

 매화가 아닌데 매화 행세를 하며

 

 여러분들을 속였습니다

 

 [여인들의 놀란 신음]

 

 죄송합니다

 

 (두목)  저게 미쳤나진짜!

 

 (여인1)  아니매화가 아니라니

 

 그럼 여기 서명은 뭐야?

 

 지금 사기 치는 거야?

 

 [여인들이 수군거린다]  [여인들의 놀라는 신음]

 

 (여인1)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진짜?

 

 하나지금 이 자리에

 

 진짜 매화 선생이 와 계십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여인1)  무슨 소리야?  [여인들이 수군거린다]

 

 - (여인2) 설마...  - (여인3) 남자야?  [여인들의 놀란 신음]

 

 (여인1)  남자가 매화야어머말도 안 돼

 

 (여인4)  어머어머... 어머어머!

 

 - (여인5) 어머세상에  - (여인6) 말도 안 돼

 

 [여인들이 계속 수군거린다]

 

 (여인1)  이게 웬일이야세상에나...

 

 (의금부 도사)  어명이다!

 

 [흥미진진한 음악]  [여인들이 혼비백산한다]

 

 매화를 잡아다 들이고

 

 서책을 모두 압수해라!

 

 [나장들이 소리친다]  [여인들의 비명]

 

 - (두목뭐야?  - (김 서방아이고!

 

 [여인들의 비명]  - (나장1) 일로 와!  - (나장2) 잡아!

 

 (나장3)  가만있어

 

 [여인들의 다급한 비명]

 

 (이림)  나와라!

 

 놔라놔라이놈들

 

 !

 

 !  [여인들의 다급한 비명]

 

 (이림)  놔라놔라이놈들

 

 [해령의 놀란 신음]

 

 [이림의 아파하는 비명]  [나장들이 소리친다]

 

 (나장4)  잡아라!  [해령의 탄식]

 

 (해령)  ...

 

 [독회장이 소란스럽다]

 

 [해령의 비명]  [나장5의 아파하는 신음]

 

 [밖이 소란스럽다]

 

 [여인들의 다급한 비명]  [나장들이 소리친다]

 

 [이림의 놀란 숨소리]

 

 (나장6)  뭐야

 

 [해령의 놀란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나장6)  야이이 자식들

 

 [해령의 놀란 신음]  [나장6의 힘주는 신음]

 

 [해령의 분노한 신음]

 

 (해령)  어떡해  [이림의 당황한 신음]

 

 [나장들의 놀란 신음]

 

 선비님

 

 절 용서하지 마십시오

 

 (이림)  ...

 

 !

 

 좀 놔 봐!

 

 [삼보의 초조한 신음]

 

 [삼보의 초조한 신음]

 

 (나인들)  상호 어르신!

 

 [삼보의 다급한 신음]

 

 [나인들의 가쁜 숨소리]

 

 - (박 나인서고에는 안 계십니다  - (최 나인후원에도요

 

 샅샅이 뒤진 것이 맞느냐?

 

 (나인들)  

 

 대체 이 시간에 어디를...

 

 [종소리 효과음]

 

 [놀라는 신음]

 

 안 되겠다  나 어떻게 됐나 좀 알아보고 올게

 

 [설금의 당황한 신음]

 

 (설금)  어딜 가시게요?

 

 (해령)  어명이라고 했으니까

 

 의금부?  [설금의 놀란 숨소리]

 

 큰일 날 소리 좀 마세요?

 

 거기가 어디라고 아녀자 몸으로?

 

 그럼 네가 좀 갔다 올래?

 

 (설금)  어머나

 

 종년은 무슨 뭐뭐  아녀자도 아닙니까?

 

 [설금의 못마땅한 신음]

 

 [설금의 한숨]

 

 (설금)  그 선비님 잡혀간 거  아씨 잘못 아니라니까요?

 

 매화 서책 읽고

 

 내 님 찾아 삼만 리 가출한  마나님들이 한둘이 아니래요

 

 그러니 미운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혔죠

 

 (해령)  근데 그래도 그런 이유로  사람을 잡아가는 경우가 어디 있냐?

 

 진짜 이거 아무래도 좀 이상한데?

 

 [죄수들이 코를 드르렁 곤다]

 

 [이림의 힘겨운 숨소리]

 

 (이림)  [작은 소리로]  아이저기요저기요

 

 [죄수들이 코를 드르렁 곤다]  [이림의 답답한 한숨]

 

 [이림의 답답한 한숨]

 

 [코골이 소리가 요란하다]

 

 어휴...

 

 [죄수들이 계속 코를 곤다]

 

 [죄수1의 뒤척이는 신음]

 

 [죄수들이 계속 코를 곤다]

 

 [이림의 놀란 한숨]

 

 [이림의 한숨]

 

 염치도 없는 인간 아닙니까?

 

 양심이 있으면 절필을 해야지

 

 지금 이 자리에  진짜 매화 선생이 와 계십니다

 

 선비님  [여인들의 다급한 비명]

 

 절 용서하지 마십시오

 

 (이림)  ...

 

 [익살스러운 음악]  [코골이 소리가 요란하다]

 

 [이림의 분노한 숨소리]

 

 복수할 거야

 

 내가 너

 

 부숴 버릴 거야!

 

 (죄수2)  조용히 좀 합시다

 

 사람 자는 거 안 보이오?

 

 눈깔이 어디 달린 겨  이 양반이...

 

 - (죄수2) 아휴  - (이림죄송합니다

 

 [작은 소리로]  복수할 거야

 

 [떨리는 숨소리]

 

 복수할 거야

 

 [죄수들이 계속 코를 곤다]

 

 [분노한 신음]

 

 [밝은 음악]

 

 [거리가 소란스럽다]

 

 - (설금아씨뭐 해요?  - ?

 

 (설금)  얼른 가요

 

 [긴장되는 음악]

 

 [나장들의 못마땅한 신음]

 

 (김 서방)  아이고아이고이놈들아이고

 

 - 아이고이놈들!  - (나장7) 비키시오!

 

 (김 서방)  아이고  [사람들의 놀란 신음]

 

 [울부짖으며]  금서라니!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서책들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금서가 된단 말이냐?

 

 이 도둑놈들아!

 

 (나장8)  금서를 쓴 죄인 박달패는

 

 어서 나와 오라를 받아라!

 

 (사내1)  놔라이놈들  [여인7이 울부짖는다]

 

 (여인7)  우리 서방님은  아직 천자문도 못 떼신 분입니다

 

 대체 무슨 서책을 썼다 하십니까?

 

 (영감)  왜들 이러는 것이오?

 

 아니이게 뭐 하는 짓들이오?

 

 (나장9)  거기 서!  [사내2의 다급한 신음]

 

 [사내2의 다급한 신음]  [나장10의 기합]

 

 (마님1)  네 이놈들이게 무슨 짓이냐?

 

 - (마님1) 아이고...  - (여비1) 아이고마님

 

 (상궁1)  네 이년들!  [나인들의 비명]

 

 [해령의 다급한 숨소리]

 

 [가쁜 숨소리]

 

 [해령의 놀란 숨소리]

 

 [놀란 신음]

 

 [해령의 망연자실한 숨소리]

 

 [울먹이는 숨소리]

 

 [울먹이는 숨소리]

 

 내 서책들이 왜...

 

 [까치가 깍깍 운다]

 

 "의금부"

 

 [답답한 한숨]

 

 ?

 

 이름을 말해 줄 수가 없어?

 

 그러니까

 

 말해 줄 수 없다기보단

 

 내 이름을 네가  꼭 알 필요 없지 않냐

 

 그 말이다

 

 [익살스러운 음악]

 

 얘 옥사에서 뭐 잘못 먹었냐?

 

 [이림의 답답한 한숨]

 

 (의금부 도사)  이봐매화 선생

 

 네 이름을 알아야 내가 추안을 쓰고  웃전에 보고를 올릴 것 아니야?

 

 몇 대 맞고 시작할래!

 

 이름

 

 난 매화가 아니라...

 

 이놈이 그래도!

 

 너 호패 내놔 봐

 

 (의금부 도사)  ?

 

 설마 호패도 없다 하시게?

 

 [흥미진진한 음악]

 

 누구를 바보로 아나

 

 조선 땅에 호패 없는 놈이 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호패가 없어?

 

 그게 꼭 있어야 하느냐?

 

 아버진 뭐 하시노?

 

 (의금부 도사)  그러니까

 

 아버지 뭐 하시는 분이에요?

 

 [흥미진진한 음악]

 

 정 말하기 곤란하면...

 

 품계만 살짝...  [옅은 웃음]

 

 [의금부 도사의 난처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의금부 도사의 당황한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나장11)  도사 나리자백을 하러 왔다는데요?

 

 (의금부 도사)  자백누가?

 

 (나장11)  매화가요

 

 [종소리 효과음]

 

 [의금부 도사의 당황한 신음]

 

 [드륵 문 열고 나가는 소리]

 

 [의금부 도사의 헛기침]

 

 [흥미진진한 음악]

 

 내가 매화다

 

 이놈들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의금부"

 

 [걱정스러운 한숨]

 

 [옅은 한숨]

 

 (나인들)  마마

 

 (이림)  !

 

 (의금부 도사)  '마마'?

 

 저놈 저거 말본새며 낯빛이며

 

 아무래도 웬만한 집 도령은 아니다

 

 뒤 좀 밟아 봐라  어느 대갓집으로 들어가는지

 

 (나장11)  

 

 [나장들의 힘겨운 신음]

 

 (관리)  빨리빨리빨리빨리

 

 - (시행적으라고  - (홍익...

 

 (시행)  아유못 해 먹겠다

 

 아이고허리야짜증이야아휴

 

 [시행의 못마땅한 신음]

 

 (시행)  '방앗간의 열기'

 

 '김 상궁은 밤마다  어디로 가는가?'

 

 [시행이 킥킥거린다]

 

 겨우 이딴 서책들 거둬들인다고

 

 의금부에 한성부에

 

 사관들까지 동원해 가지고  생난리를 친 거야?

 

 (홍익)  그러게나 말입니다

 

 내가 이러려고 과거를 봤나  자괴감이 막...

 

 [홍식의 깊은 한숨]  [경묵이 서책을 쓱 꺼낸다]

 

 (경묵)  근데 너 이거 뭐냐?

 

 (홍익)  이게...

 

 [홍익의 당황한 웃음]

 

 이게 왜 여기 들어가 있지?  [홍익의 멋쩍은 신음]

 

 (시행)  요즘 많이 외롭니?

 

 (한성부 서윤)  민 봉교!

 

 민 봉교!

 

 좀 비켜!  [홍익의 힘겨운 신음]

 

 [다정한 목소리로]  민 봉교

 

 [서윤의 반가운 웃음]

 

 민 봉교한성부에 올 거면  나한테 미리 연통을 넣지

 

 내 그것도 모르고 저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지 뭔가하하

 

 아니근데 이것들이  민 봉교 일하시는데

 

 의자도 안 갖다주고 뭣들 한 거야?

 

 (우원)  괜찮습니다

 

 (한성부 서윤)  괜찮긴

 

 민 봉교이런 뒤치다꺼리는  아랫것들 시키고

 

 민 봉교는 내 방 가서

 

 차나 한잔해요

 

 정말 괜찮습니다

 

 (한성부 서윤)  그럼 차라리 날 줘요

 

 민 봉교 시키느니 내가 하는 게...

 

 지금 사책에

 

 손을 대시는 겁니까?

 

 (시행)  눈물겹다눈물겨워

 

 언제부터 종4품 한성부 서윤이

 

 7품 봉교 머슴이 됐냐그래?

 

 저러다 똥도 닦아 주겠어  잘 닦겠다!

 

 좌상의 존귀한 아드님이신데  7품이고 8품이고 알 게 뭡니까?

 

 남들도 다  '민씨 세자'라 부르는 마당에

 

 탯줄을 잘 잡았으면  뭐 하나라도 포기를 하시든가

 

 신수 훤해돈 많아머리 좋아

 

 (홍익)  에라가진 자가 더 갖는 더러운 세상

 

 (경묵)  더러운 세상

 

 (시행)  그래도 나는 외모랑 머리는 있네

 

 (홍익)  누가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해령의 울먹이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사람들이 저마다 안타까워한다]

 

 조보를 좀 보고 싶습니다

 

 (해령)  궁에서 보낸 기별지 말입니다

 

 돈을 내면 백성들도  읽게 해 준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자 조보를 좀

 

 보게 해 주십시오

 

 (한성부 서윤)  이 여편네가 지금 뭐라는 거야?

 

 조보는 우리같이 나랏돈 받는  사람들이

 

 나랏일 하기 위해 받아 보는 거다

 

 개나 소나 다 볼 수 있는 건 줄 알아!

 

 [헛웃음]

 

 벼슬하는 사람들 눈에는  백성이 개나 소로 보이십니까?

 

 [서윤의 화난 숨소리]

 

 [우원의 만류하는 신음]

 

 무슨 일이십니까?

 

 보여 드릴 수는 없지만

 

 말씀드릴 수는 있습니다

 

 (우원)  무엇을 알고자 이리 찾아오신 겁니까?

 

 - (한성부 서윤민 봉교  - (해령하면 대답해 주십시오

 

 금서에 관한 기사에  무어라 쓰여 있었는지요

 

 길가에 그 흔한 방 하나  붙지 않았습니다

 

 평생 모아 온 서책들을 뺏어 가면서  말 한마디 해 주지 않았습니다

 

 해서

 

 꼭 알아야겠습니다

 

 대체 무슨 이유로 금서가 됐는지

 

 대체 무슨 연유로 사람들을 잡아가고  민가를 뒤져댔는지

 

 조보에 쓰여 있는  그 내용이라도 알아야

 

 제가 납득을 좀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패관 소설과

 

 청국에서 밀수된 서책들이

 

 강상을 어지럽힌다는  어명이 있었습니다

 

 그래주상 전하의 어명이셨다

 

 그거면 됐지  당신이 뭔데 납득을 하네 마네...

 

 왕이라고 늘 옳은 결정만  하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한성부 서윤)  뭐야?

 

 서책이 나라를 어지럽게 한다니요?

 

 (해령)  지난봄에 어느 대감이  아들 신접살림 차린다고

 

 애먼 사람들 집을 열 채나 부수고  그 자리에 새집을 지었습니다

 

 정말 풍속을 해치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건

 

 그런 횡포들이 아닙니까?

 

 고작 서책이 아니라요!

 

 해서

 

 지금 주상 전하께서 잘못을 하셨다

 

 그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대학'에 이르기를

 

 '임금은 백성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을 미워하라했습니다

 

 하나 지금의 주상 전하는

 

 백성이 좋아하는 것을 미워하시고

 

 미워하는 것을 좋아하시니

 

 백성 된 자로서  어찌 기꺼워할 수 있겠습니까?

 

 (재경)  구해령!

 

 (설금)  아씨아씨아씨

 

 아이고  [설금의 다급한 신음]

 

 아이고저희 아씨가 이게  병이 있어서 종종 회까닥해요

 

 죄송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  [해령이 웅얼거린다]

 

 실례가 많았습니다민 봉교

 

 (우원)  

 

 [재경의 한숨]

 

 [설금의 답답한 숨소리]

 

 [해령의 못마땅한 숨소리]  [설금의 놀라는 신음]

 

 (설금)  정말진짜...

 

 처녀 귀신 되고 싶어서 환장하셨어요?

 

 아니어떻게 관원들 앞에서 임...

 

 [작은 소리로]  임금님 흉을 보세요?

 

 지금이 무슨 연산군 시절이야?

 

 그 정도 말도 못 하게?  [설금의 당황한 숨소리]

 

 해선 안 되는 말도 있는 것이다!

 

 (재경)  조정까지 너의 언행이  알려지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느냐?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해령)  조정 대신들도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사람들이 뭘 보고뭘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요

 

 하면

 

 대신들이 너의 말을 듣고  하루아침에 바뀌기라도 한다더냐?

 

 돌 하나 던져 강을 메울 셈이었어?

 

 (해령)  메울 수는 없어도  일렁이게 할 수는 있으니까요

 

 (재경)  그게 왜 하필 너여야만 하냐는 말이다!

 

 (해령)  하필 제가 아니어야 할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대체 너 왜 이렇게...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십니까?

 

 [해령의 한숨]

 

 서책이야 다시 구하면 됩니다

 

 시간이 걸리고 돈이 들어도  어쨌거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한데 저는

 

 명분만 있으면  누구든 죄인으로 만들 수 있고

 

 무엇이든 뺏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참아 줄 수가 없습니다

 

 소중한 거 뺏기는 일

 

 [슬픈 음악]

 

 이미 넘치게 겪지 않았습니까?

 

 [해령의 울먹이는 숨소리]

 

 따라오지 마십시오

 

 다른 곳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재경)  네 혼처를 찾았다

 

 곧 납채가 올 것이다

 

 너도 언제까지

 

 내 집에서내 품에서  숨어 살 수만은 없다는 뜻이다

 

 이 오라비 마음 알겠느냐?

 

 [망연자실한 숨소리]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이림의 답답한 한숨]

 

 [이림의 답답한 신음]

 

 (박 나인)  대군마마  [이림의 놀란 신음]

 

 허 내관님 오셨습니다

 

 삼보야!

 

 삼보야

 

 (삼보)  마마

 

 이제 다 끝났사옵니다

 

 걱정... !  [이림의 걱정스러운 신음]

 

 [삼보의 아파하는 신음]

 

 걱정 마시옵소서

 

 들어오너라

 

 조심히조심히조심히

 

 [삼보의 아파하는 신음]

 

 (이림)  들어오거라  [삼보의 힘겨운 신음]

 

 조심조심  [삼보가 연신 신음한다]

 

 [이림의 조심스러운 신음]

 

 [이림의 조심스러운 신음]  [삼보의 아파하는 신음]

 

 (이림)  천천히천천히...

 

 옳지옳지  [삼보의 힘겨운 신음]

 

 (삼보)  좀 가깝게가깝게가깝게

 

 [삼보의 힘겨운 신음]

 

 [최 나인 조심하는 신음]  [이림 안도의 한숨]

 

 [삼보의 힘겨운 신음]

 

 많이 아팠느냐?

 

 (삼보)  [울먹이며]  

 

 - 내가 밉겠구나?  - (삼보

 

 (이림)  내가 궐 밖에만 나가지 않았어도...

 

 [삼보의 억울한 신음]

 

 - 바지를 벗거라  - (삼보예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  아이고이거...

 

 (이림)  내의원에서 구해 왔다

 

 장형에 이만한 특효약도 없다고...

 

 아이됐습니다마마

 

 제가 혼자  혼자 있을 때 바르겠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발라야  피가 멎는다고 하였다

 

 - 어서  - (삼보아이그게마마

 

 가만있어가만있어  아니제가 나중에...

 

 - !  - (이림어서어서

 

 - 아니어딜어딜아니...  - (이림삼보야

 

 - (삼보아이고  - (박 나인?

 

 [익살스러운 음악]  엉덩이가 뽀얗습니다마마

 

 (최 나인)  혹 곤장을 앞으로 맞으셨습니까?

 

 [삼보가 횡설수설한다]

 

 (삼보)  !

 

 아유얘들이 진짜...

 

 [삼보의 다급한 신음]

 

 이씨...

 

 [삼보의 멋쩍은 웃음]

 

 그것이...

 

 (삼보)  자송문 쓰고 속전을 내든가

 

 장형을 맞든가 하라기에

 

 제가 아주 현명한 선택을 했습죠

 

 하면 사실대로 말할 것이지

 

 어찌 날 속상하게 만드느냐?

 

 아니누명도 쓰는 김에

 

 걱정도 좀 받아 보고 싶기도 하고

 

 며칠 좀 편하게 지내보고도 싶고

 

 [익살스러운 음악]

 

 한데마마

 

 마마가 지금 저한테 이렇게  화를 내실 입장이 아니십니다

 

 (삼보)  제가 분명

 

 저잣거리에  다시 나가지 말라고말라고

 

 제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삼보의 당황한 신음]

 

 [삼보의 힘겨운 신음]  (이림)  너 앞으로 사흘간

 

 나한테 말도 붙이지 마

 

 - (삼보아유...  - (이림!  [익살스러운 효과음]

 

 - (삼보...  - (이림어허!

 

 오지 마

 

 [풀벌레 울음]

 

 [무거운 음악]

 

 (우원)  신시 동궁전

 

 세자가 홍문관 부제학  조승광을 독대했다

 

 조승광이 금서로 인한  백성들의 피해를 고하기를

 

 압수한 서책이 6,829

 

 관아에 잡힌 백성들이 255

 

 호조에서 속전으로 거둬들인 돈이

 

 4,820냥이라고 하자

 

 세자가 '겨우 사흘 만에  일어난 일인가?' 되묻고

 

 부제학이 '팔도의 보고는  아직 올라오지도 못했다답했다

 

 세자는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다가

 

 조승광과

 

 사관을 내보냈다

 

 왕이라고 늘 옳은 결정만  하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우원)  사신은 논한다

 

 조정의 흉독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

 

 정사가 쇠털과도 같아지니

 

 [마님2의 비명]  (여비2)  마님!

 

 [죄수들의 억울한 외침]

 

 (우원)  백성들이 손만 뻗어도 법망에 걸리고

 

 발을 내딛기만 해도 죄에 빠진다

 

 (죄수3)  정말 억울하옵니다

 

 [죄수4의 비명]

 

 (우원)  예로부터 '하늘은 마음이 없어'

 

 '오로지 백성들의 마음을  제 것으로 삼으니'

 

 '백성들이 슬퍼하면  하늘도 슬퍼하고'

 

 '백성들이 기뻐하면'

 

 '하늘도 기뻐한다고 했다'

 

 [신하들이 간언을 토로한다]

 

 (우원)  하나 이 땅의 대신들은

 

 (우의정)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저하

 

 (우원)  하늘도 백성도 두려워하는 법이 없으니

 

 (대신들)  거두어 주시옵소서저하

 

 (우원)  삼가 살피건대

 

 종사가 위태로운 까닭은

 

 오로지 그들에게 있다

 

 [풀벌레 울음]

 

 (귀재)  [칼을 휙 뽑아 든다]  웬 놈이냐?

 

 좌상 대감

 

 의금부 도사 김척점이라 합니다요

 

 대감께서 꼭

 

 아셔야 할 얘기가 있습니다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삼보)  마마

 

 표정을 아주 밝게 하시옵소서

 

 간만에 뵙는 주상 전하시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날 찾으실 분이 아니다

 

 아드님이시옵니다

 

 못 보면은 그립고

 

 떠올리면 애틋하고 그러실 테지요

 

 (이림)  그럴 리 없다는 거 알잖아

 

 어디 삐뚤어진 곳은 없느냐?

 

 [삼보의 살피는 신음]

 

 (삼보)  

 

 [문이 달칵 닫힌다]

 

 아바마마

 

 그간 강녕하셨습니...

 

 [무거운 음악]  (이태)  내 아무리 노력해도

 

 곱게 봐 주려야 봐 줄 수가 없어

 

 입이 있으면 말해 보라

 

 나도 모르게  광증이라도 앓은 것이냐?

 

 아니면 내 얼굴에 먹칠을 하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이냐!

 

 소자 아직 미거하여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태)  이제는 면전에서 거짓말까지 해?

 

 내 이 추잡한 것을  한 줄한 줄 읽어 줘야 알아듣겠느냐?

 

 그래내 뒤에서  이런 광대 짓이나 해 가며

 

 우매한 백성들에게 칭송을 받으니

 

 기분이 어떻더냐?

 

 네가 왕이라도 된 것 같니?

 

 차라리 기방 가서 난봉질을 하든가  노름을 하든가!

 

 어디 사내가 이런 해괴한 글을 써?

 

 그저...

 

 적적한 마음을 달래고자 쓴  서책들입니다

 

 - 그런 뜻이 아니라...  - (이태듣기 싫다!

 

 (이태)  세 치 혀를 굴린다고 네놈의 간악함을  숨길 수가 있을 거 같으냐?

 

 내 너 같은 것을 자식으로 둔 죄로

 

 죽어서도 선대왕들을  뵐 면목이 없느니라

 

 이날 이때껏 이 나라이 왕실에!

 

 너처럼 흉한 종자는 없었어!

 

 - 아바마마...  - (이태여봐라!

 

 (상선)  전하

 

 (이태)  지금 당장 녹서당에 있는  모든 서책을 가져다 불태워라

 

 [삼보의 놀란 숨소리]

 

 서책뿐만이 아니라

 

 종이!

 

 글과 관련된 것은  모조리 빼앗아 잿더미로 만들어라

 

 오늘부터 도원 대군은  [이림의 떨리는 숨소리]

 

 단 한 권의 서책을 읽어서도  써서도 안 될 것이야!

 

 (이림)  아바마마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제 글을  세상에 내놓지 않겠습니다

 

 부디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림)  저는

 

 글을 읽고 쓰는 거밖에  할 줄 모릅니다

 

 그거조차 할 수 없다면

 

 그거조차 할 수 없다면...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쾅 닫힌다]  제겐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바마마

 

 제발

 

 제발...

 

 제발...

 

 [이림이 흐느낀다]

 

 [이림이 흐느낀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이림의 놀란 신음]

 

 [괴성이 들린다]

 

 [이림의 겁먹은 신음]

 

 [떨리는 숨소리]

 

 [괴성이 들린다]  [이림의 놀란 신음]

 

 [위태로운 음악]  [이림의 떨리는 숨소리]

 

 [괴성이 들린다]

 

 [적막이 흐른다]

 

 [이림의 안도하는 숨소리]

 

 [기척이 들린다]

 

 (이림)  아바마마

 

 [긴장되는 음악]

 

 [이림의 두려운 숨소리]

 

 [이림의 힘겨운 신음]

 

 [놀란 숨소리]

 

 [이림의 가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힘겨운 숨소리]

 

 (이림)  [힘겨운 목소리로]  삼보야

 

 [이림의 힘겨운 신음]

 

 마마

 

 [이림의 힘겨운 신음]

 

 (삼보)  마마

 

 [이림의 힘겨운 신음]  [삼보가 달그락거린다]

 

 [이림의 힘겨운 신음]  (삼보)  ...

 

 ...

 

 [삼보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이림이 콜록댄다]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삼보)  [등을 토닥이며]  ...

 

 [풀벌레와 밤새 울음]

 

 이제 너도 들어가 보거라

 

 한번 그러고 나면  다시 못 자는 거 알잖아

 

 난 여기서 별이나 구경하련다

 

 한동안 괜찮으시더니

 

 상심이 그리 크셨습니까?

 

 여긴 드넓은 대궐의 끝자락이다

 

 (이림)  아무도 찾지 않는 녹서당

 

 틀어박혀서  서책 만 권을 읽든 만 권을 쓰든

 

 부왕께 숨기려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지

 

 하면 그리하십시오

 

 저도 입 꾹 다물고 있겠습니다

 

 싫어

 

 - (이림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왜요?

 

 아바마마께서는

 

 내 말을 전혀 듣지 않으신다

 

 한데 나마저  아바마마의 말씀을 듣지 않으면

 

 [슬픈 음악]

 

 어찌 부모와 자식이라고 하겠어?

 

 마마...

 

 차라리 유배 보내 달라  청을 할 걸 그랬나?

 

 강가로 가면 낚시를 하고

 

 산으로 가면 삼 농사를 짓고

 

 (이림)  하면

 

 나도 할 일이 있을 텐데

 

 [울먹이는 숨소리]

 

 [한숨]

 

 (재경)  네 혼처를 찾았다

 

 (익평)  늙은이가 자꾸 불러내  귀찮은 건 아닌지 모르겠군

 

 (재경)  아닙니다

 

 말씀하십시오

 

 내가 할 말이 있어야만  자네를 볼 수 있나?

 

 담소를 즐기자고  절 찾으실 분도 아니십니다

 

 [익평의 옅은 웃음]

 

 (익평)  그래

 

 무언가 찬찬히 의논하고 싶을 땐

 

 구 교리만큼 좋은 상대도 없지

 

 (익평)  '호담선생전'의 저자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나?

 

 조선의 방방곡곡

 

 내 사람이 없는 곳도  내 손이 닿지 않는 곳도 없어

 

 한데 그자는  전혀 꼬리가 잡히지 않아

 

 꼭 내 등 뒤에 있는 것처럼

 

 서북 지방은 사람이 적고 황량하여

 

 숨을 곳이 많습니다

 

 - 좀 더 찾아보시면...  - 그건 눈속임일세

 

 (익평)  '등하불명'이라 하지 않는가?

 

 내가 눈앞에 두고도  볼 수 없는 곳은 단 한 곳

 

 대궐이지

 

 [비밀스러운 음악]

 

 '호담선생전'의 저자가

 

 궁 안에 있단 말씀이십니까?

 

 해서

 

 (익평)  난 내일

 

 상소를 하나 올릴 생각이네

 

 대감

 

 이건 세자 저하께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야

 

 내일쯤이면

 

 (익평)  그러니 대답해 주게

 

 그걸로 '호담선생전'의 저자를  잡을 수 있겠는가?

 

 (상궁2)  네 이놈들예가 어디라고...

 

 [휙 칼 찌르는 소리와  상궁2의 힘겨운 신음]

 

 [대비 임씨의 떨리는 숨소리]

 

 주상은 어디에 있습니까?

 

 [무거운 음악]

 

 주상은 어디에 있냐고  묻고 있질 않습니까!

 

 [떨리는 숨소리]

 

 함영!

 

 전위교서이옵니다대비마마

 

 [떨리는 숨소리]

 

 [좌절하는 숨소리]

 

 (이진)  좌상

 

 드디어 노망이 나셨습니다

 

 (우의정)  저하

 

 삼가 말씀을 가려 하시옵소서

 

 사관이 있사옵니다

 

 그래요사관이 있습니다  조회에도 경연에도

 

 (이진)  전하와 내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와

 

 언위와 동정을 적어 남기지요

 

 내 그것이 두려워

 

 지금도 말 하나눈짓 하나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데

 

 좌상은 여사관을 두어  내 침소까지 염탐하려 드십니까?

 

 [긴장되는 음악]

 

 (익평)  저하

 

 소신이 여사 제도를 제청하는 것은

 

 고제를 따르기 위함입니다

 

 (이진)  대체 어느 사서어느 나라에

 

 여사 제도라는  말도 안 되는 선례가 있단 말이오?

 

 (익평)  '주례'입니다

 

 주례에 따르면

 

 주나라는 천관에 여사를 두어

 

 규문 안의 일도  사책에 남기게 하였으므로

 

 후왕과 후현들이 그 선악을 보고  배운 바가 많았습니다

 

 망국입니다

 

 천 년도 전에  사라진 나라란 말입니다!

 

 (익평)  천 년이 지나도  귀감이 되는 나라입니다

 

 조선의 모든 관직 제도가  주례를 따른바

 

 저하께서도 지난달에 분명히

 

 주나라의 고제를 따라

 

 황단의 일을 논하지 않으셨습니까?

 

 (부제학)  좌상 대감

 

 주나라와 다르게  조선의 여인들은 글을 모릅니다

 

 어찌 언문으로  사필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대제학)  부제학 말이 옳습니다

 

 '사유삼장재학식'이라 하지 않습니까?

 

 문과 급제자 중 가장 우수한  인재들만 모아서 치른다 해도

 

 떨어지는 것이 사관 시험입니다

 

 [이진이 상소를 탁 내려놓는다]

 

 (익평)  사관과 여사는 다릅니다

 

 사관은 정사를 기록해  만세에 남기는 것이 직무이나

 

 여사는 궁중의 일상생활을  보고 적기만 하면 되니

 

 언문을 아는 궁녀들을  뽑아 써도 충분합니다

 

 (부제학)  그러니 하는 말입니다

 

 여사가 쓸 수 있는 것이  고작 궁중 안의 일상생활입니다

 

 후대에 전하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익평)  여사가 입시해 있는 것만으로도

 

 왕실의 법도가 바로잡힐 것입니다

 

 하면

 

 지금의 왕실은 법도가  무너지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그것은

 

 차마 소신의 입으로

 

 녹서당의 일을 말할 수 없나이다

 

 좌상!

 

 (이태)  내 말했잖은가?

 

 세자 고집에  쉽게 받아들일 리 없다고

 

 이참에 기를 한 번  꺾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지

 

 제왕 교육으로 말이야

 

 해서시일이 오래 걸릴 것 같은가?

 

 저하께서는 영특하신 분이시니

 

 곧 소신의 뜻을 알아주실 것이옵니다

 

 (이태)  나가 봐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과인은 그대의 말만을 믿고

 

 사백 년 종묘사직에  없던 일을 윤허하였다

 

 (이태)  조금의 탈이라도 생길 시

 

 내 그대의 직첩을 거둘 것이야

 

 (익평)  전하

 

 이 땅에 호담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딱 셋입니다

 

 전하와 저

 

 그리고...

 

 [깊은 한숨]

 

 [이진의 기가 찬 웃음]

 

 [문이 달칵 닫힌다]

 

 (대비 임씨)  누가 우리 세자에게  그리 어려운 숙제를 내주었습니까?

 

 대비마마

 

 [이진의 옅은 웃음]

 

 (이진)  시간이 늦었습니다

 

 왜 침소에 드시질 않고요?

 

 (대비 임씨)  동궁전의 불이 꺼지질 않았다는데

 

 이 늙은이가

 

 손주 걱정에  잠을 이룰 수가 있어야지요

 

 (이진)  송구합니다

 

 소자 반청반황하여 그만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책망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세자 탓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침의 일을 들으셨나 봅니다

 

 해서

 

 결정은 하셨습니까?

 

 [옅은 한숨]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지요

 

 좌상의 청을 들어주자니

 

 여사들이 그자의  눈과 귀가 될 것이 훤하고

 

 (대비 임씨)  좌상의 청을 거절하자니

 

 그자가 도원 대군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고

 

 대비마마

 

 소자는 대신들에게  휘둘리는 세자가 되기도 싫고

 

 아우를 지키지 못한  못난 형이 되기도 싫습니다

 

 (이진)  어찌해야 할지

 

 참으로 모르겠습니다

 

 (대비 임씨)  세자

 

 어찌 좌상이 쌓아 둔 궁도 안으로  들어가려고만 하십니까?

 

 악수 속에도 묘수가 있는 법입니다

 

 좀 더 생각을 해 보시지요

 

 [옅은 한숨]

 

 [이림의 시끄러운 비파 연주]

 

 [이림의 시끄러운 비파 연주]

 

 왜 이런 소리가 나지?  [삼보의 괴로운 숨소리]

 

 이거는 명백히

 

 청각에 대한 폭력입니다

 

 (삼보)  제발

 

 - 멈추어 주시옵소서  - (나인들멈추어 주시옵소서

 

 조금만 참아 봐라  곧 좋아질 것이다

 

 내 뭐든지 빨리 배우질 않느냐?

 

 [이림의 시끄러운 비파 연주]

 

 뭘 빨리 배우십니까!

 

 너희 어디... 어디 가?

 

 (이림)  너희 어딜... !

 

 어디 가?

 

 (이진)  림아

 

 (이림)  형님보셨습니까?

 

 제가 이런 취급 받고 삽니다

 

 내 잠시나마 들어 보니

 

 실로 주먹을 부르는 연주였다

 

 맞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라

 

 (이림)  그게 일국의 세자 입에서  나올 만한 말입니까?

 

 세자니까 할 수 있는 말이지

 

 (이진)  림아

 

 나랑 좀 갈 곳이 있다

 

 - (이림어딜요?  - 가 보면 안다

 

 [이진의 웃음]

 

 [술을 홀짝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진이 숨을 하 내뱉는다]

 

 [이진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잔잔한 음악]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이진)  유시의 하늘이

 

 이리도 아름다웠더냐?

 

 참으로 오묘한 빛깔이구나  [이진의 옅은 웃음]

 

 (이림)  형님

 

 저 충분히 달래 주셨습니다

 

 이제 혼내셔도 됩니다

 

 하늘도 못 보고 살 정도로  바쁜 세자십니다

 

 아무런 연유도 없이

 

 저 아우와 이렇게  노닥거릴 이유가 있겠습니까?

 

 필시...

 

 [이림의 멋쩍은 헛기침]

 

 제가 한 짓을 들으셨겠죠

 

 (이진)  서운하다

 

 내 그깟 일로  널 혼낼 거라 생각했니?

 

 이거 원...

 

 그 유명한 매화 선생이

 

 알고 보니 아주 쫌생이였구나?

 

 - (이림형님...  - 읽어 봤다

 

 (이진)  너의 소설

 

 '조금만 읽어야지하는데도  어느새 다섯 장이 넘어가고

 

 또 열 장이 넘어가고...

 

 [피식 웃으며]  금서가 되기 전에 못 읽어 본 것이

 

 어찌나 아깝던지

 

 (이림)  놀리지 마십시오

 

 (이진)  자랑스러워 하는 말이다

 

 우리가 여염집 도령들이었으면 말이야

 

 내 아우가 이런 글을 썼다고

 

 내 아우가 매화라고

 

 동네방네 사람들에게  떠들고 다녔을 것이야

 

 한데

 

 너나 나나

 

 너무 짐이 많다

 

 [이진이 술을 호록 마신다]

 

 [이진이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이거 하나는 솔직하게 답해 다오

 

 (이진)  그 김 도령 말이야

 

 나 생각하면서 쓴 거 맞지?

 

 - (이림?  - 수려한 외모

 

 (이진)  두터운 학식온화한 성품?

 

 암만 봐도 나던데

 

 특히 그 얼굴 말이야

 

 백자 같은 피부칠흑 같은 눈망울

 

 착각하지 마십시오

 

 이 거울 보고 쓴 겁니다

 

 뭐야?

 

 [함께 피식 웃는다]

 

 그래

 

 [이진의 옅은 웃음]

 

 [시계가 똑딱거린다]

 

 [해령의 한숨]  (설금)  아씨해령 아씨!

 

 [설금의 가쁜 숨소리]

 

 [설금의 가쁜 숨소리]

 

 나리께서 택일을 하셨습니다

 

 다음 달 초하루요!

 

 (해령)  그래?

 

 (설금)  점쟁이 말로는  두 분 궁합이 어찌나 좋은지

 

 한번 연을 맺으면  평생을 다복하게 산답니다

 

 [설금의 신난 웃음]

 

 나리께서도 아주 싱글벙글이세요

 

 (해령)  다행이네

 

 아씨...

 

 (설금)  에이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실은 제가

 

 신랑 될 선비님 얼굴을  슬쩍 보고 왔거든요?

 

 근데?

 

 풍채가 뭐아주 듬직하고?  [해령의 한숨]

 

 걸음걸이도 아주 반듯한 게...  [설금의 옅은 웃음]

 

 아씨 속은 안 썩이게 생기셨습니다

 

 두 분 잘 사실 거예요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소년의 놀란 숨소리]  (해령)  ?

 

 (의원)  장수야

 

 이거 챙겨 가야지

 

 아이고저런녀석...

 

 저러다 또 넘어지려고!  [해령의 옅은 웃음]

 

 드디어 이름을 정하신 겁니까?

 

 (의원)  

 

 '산삼이인삼이?' 하다가  [해령의 옅은 웃음]

 

 암만 생각해 봐도  약방에서 일하는 놈 이름으로는

 

 '장수'만 한 게 없더라고  [의원의 웃음]

 

 너무 좋은 이름이에요장수

 

 우리 의원님은  정말로 복 받으실 거예요

 

 오갈 데 없는 아이도  이렇게 흔쾌히 맡아 주시고

 

 (의원)  에이그내가 뭐  남 좋자고 그랬나?

 

 안 그래도 혼자 적적한데

 

 쪼끄만 거 하나 달고 다니면

 

 심부름도 시키고 말동무도 하고  [해령의 옅은 웃음]

 

 내가 좋아서 그랬지

 

 아이한데

 

 그게 또 말썽이여?

 

 - 아니요그런 건 아니고요  - (의원

 

 (해령)  이것 좀...

 

 팔까 해서요

 

 자명종을 팔아?

 

 

 

 앞으로 저한테는  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요

 

 (의원)  ...

 

 (해령)  ...

 

 얼마까지 쳐주실 겁니까?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숙장문"

 

 (김 내관)  세자 저하 납시오

 

 [이진의 한숨]

 

 교지를 주게

 

 (김 내관)  저하

 

 [한숨]

 

 '세자는 보름 전  좌의정 민익평이 제청한 여사 제도를'

 

 '허한다'

 

 [흥미진진한 음악]

 

 (부제학)  세자 저하아니 될 말씀이십니다

 

 거두어 주시옵소서

 

 (이진)  하나여사관은 천거가 아닌  과거를 열어 발탁한다

 

 여사 별시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급락이 결정되는

 

 단일시로 치러 즉일 방방 하고

 

 그 시제는

 

 세자인 내가 직접 정한다

 

 또한 급제자는 권지 신분으로

 

 예문관에 정식 소속하도록 한다

 

 (우의정)  저하

 

 여인이여인이 과거를 보다니요?

 

 남녀가 유별하고  강상의 도가 지엄하거늘

 

 어찌 여인이 사내처럼  과장에 든단 말입니까?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옵니다저하

 

 (대제학)  이는 조선에 전례가 없던 일이옵니다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저하

 

 (대신들)  거두어 주시옵소서저하

 

 (익평)  저하충심으로 간하옵니다

 

 부디 조종의 성헌을  생각하시옵소서

 

 '조종의 성헌'이라...

 

 과거 시험은 성학의 발전이 달린  국가적 대업입니다

 

 (익평)  한데 저하께서

 

 학문도 식견도 미숙한 아녀자들에게  과거 시험을 치르게 하신다면

 

 여태껏 선대왕들께서 지켜 오신

 

 그 근본을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좌상

 

 대체 어느 선대왕께서

 

 사내만 과거를 치를 수 있다  공언하셨습니까?

 

 대답해 보세요

 

 대체 이 나라 어느 법전에

 

 사내만 과거를 치를 수 있다  쓰여 있습니까?

 

 태조 대왕께서 조선을 건국하며  내린 교서에 이르기를

 

 과거 시험에서 발탁할  인재의 기준은 단 하나

 

 '경명행수'입니다

 

 '경학에 밝고 행실이 바를 것'

 

 나는 그런 인재가 있다면

 

 여인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품어 줄 생각입니다

 

 - 하오나...  - (이진그새 잊으셨습니까?

 

 전례 없던 여사 제도를  주청한 것도 경들이고

 

 그 대단한 강상의 도를 어기고

 

 여인들에게 사필을  쥐여 주자 한 것도 경들입니다

 

 (이진)  나는 그대의 청을

 

 들어줬을 뿐입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시행)  아니

 

 아녀자들을 데려다 별시를 치른다니  이게 말이야 방귀야?

 

 사필이 뭐  붓만 잡으면 되는 거야?

 

 무슨 젓가락질 배우듯  그리 배워지는 거냐고

 

 (치국)  이건 저희뿐만 아니라

 

 수천 년 맥을 이어 온  사관 전체에 대한 모욕입니다

 

 가만있어서는 안 됩니다

 

 손 대교

 

 사촌이 성균관 장의라 그랬지?

 

 유소 건너뛰고 권당부터 하라 그래

 

 (장군)  제가 도끼를 가져오겠습니다

 

 지부 상소를 올립시다

 

 (시행)  그래그거 좋다

 

 미치지 않고서야  사관 목을 치진 않겠지

 

 (홍익)  한데

 

 민 봉교님은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십니까?

 

 (경묵)  무슨 할 말이 있겠어?

 

 애초에 좌상 대감이

 

 세자 저하 건들지만 않았어도

 

 이런 사달은 안 났을 텐데

 

 (우원)  쓰읍사관들은

 

 무슨 연유로 여사를 반대합니까?

 

 이게 무슨  의돈이 굶어 죽는 소리예요?

 

 근거가 왜 없어?

 

 우리 코흘리개 시절에 보던  '소학'만 해도

 

 '여인은 나랏일에 관심도 갖지 말라'  떡하니 쓰여 있는데!

 

 (서권)  아무리 많은 경서가  그리 가르친다 한들

 

 법전보다  우선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법전?

 

 (길승)  법전에는...

 

 (우원)  없습니다

 

 여인이 과거를 봐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경묵의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행인1)  '여인을 사관으로 뽑는다'?

 

 (행인2)  어허!

 

 내 살다 살다  별 해괴한 일을 다 보네

 

 (행인3)  [헛기침하며]  이제 좀 세상이 바뀌려고 그러나?

 

 [행인3의 웃음]

 

 [행인들이 저마다 말한다]

 

 (기녀1)  너도 한번 나가 봐별시

 

 글솜씨는 네가 최고잖아

 

 [기녀들의 비웃음]

 

 (기녀2)  천한 년이 과거는 무슨...

 

 (여인8)  조 판관네 둘째가 별시 치른다 그래서

 

 그 집 뒤집어졌대

 

 (여인9)  진짜어유그거 왜 한대?

 

 (여인8)  내 말이...

 

 (김 서방)  [큰 소리로]  여사 별시 대비용

 

 사서 판매합니다

 

 어려운 '자치통감'

 

 언문 해설로 쉽고 간단하게

 

 지루한 '좌전'

 

 요점만 쏙쏙!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우의정의 못마땅한 신음]

 

 (우의정)  아니도성 안에 글을 아는 계집들이

 

 이리 적었단 말인가?

 

 답신을 보내온 집안이  채 열 곳도 되지를 않네

 

 (이조 정랑)  그게 어디 사람이 없어서  못 보낸 겁니까?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괜히 딸자식 내보냈다가

 

 세자한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고

 

 과거 치른 계집이라고

 

 혼삿길 막히게 생겼는데

 

 꽁꽁 숨겨 두고 안 내보내는 거지요  [이조 정랑이 혀를 쯧쯧 찬다]

 

 (대제학)  몇 명이 별시에 응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별시를 통과할

 

 딱 한 명이면 됩니다

 

 물론 뭐그거야 그렇겠죠

 

 (이조 정랑)  하면대감

 

 이 여식들이라도  불러 모을까요?

 

 (귀재)  대감마님

 

 (사희)  소녀 좌의정 대감께 인사 올립니다

 

 이조 정랑 송재천의 장녀

 

 [긴장되는 음악]

 

 사희라합니다

 

 (이조 정랑)  사희...

 

 네가 왜 여길 와?

 

 제가 별시를 치르겠습니다

 

 그러려면  대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 아비를 설득해 주십시오

 

 (이조 정랑)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게야?

 

 네가 치르긴 뭘 치러?

 

 사희라 했나?

 

 송 정랑이  영특한 여식을 두었소이다

 

 [설금의 옅은 한숨]  [밤새 울음]

 

 (설금)  이불이면 이불옷이면 옷

 

 말씀하신 대로 있는 거 없는 거  다 끌어모아서 준비해 놨습니다

 

 이 정도면

 

 아씨 손주가 장가갈 때까지

 

 아주 넉넉하게 쓰실 거예요

 

 그래수고했다

 

 내일은 너도 바쁠 터이니  일찍 들어가 쉬거라

 

 (설금)  [훌쩍이며]  나리

 

 [재경의 깊은 한숨]

 

 (해령)  오라버니

 

 여기 계셨습니까?

 

 [옅은 웃음]

 

 이게 무엇이냐?

 

 (해령)  열어 보세요

 

 선물입니다

 

 [멋쩍은 웃음]

 

 이건...

 

 저는 어릴 때

 

 이 갈맷빛 옷 입은  오라버니가 참 좋았거든요

 

 (해령)  그래서

 

 그 모습이라도 떠올려야

 

 오라버니가 조금은  덜 미울 거 같아서요

 

 (재경)  해령아

 

 난 언제든

 

 언제든 여기 있을 게야

 

 [평화로운 음악]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 (여비3) 아휴  - (여비4) 진짜?

 

 (여비4)  첫날밤에?  [여비들의 웃음]

 

 아유망측해라!

 

 (여비5)  일들 해아이고

 

 (손님1)  저기 계시네

 

 아이고!

 

 [손님1이 덕담을 건넨다]  (재경)  

 

 귀한 걸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리하시지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광주댁의 웃음]

 

 (광주댁)  아이고이삐다그렇죠?

 

 [여비들의 옅은 웃음]

 

 곱다곱다

 

 [광주댁의 흐뭇한 웃음]

 

 아이고아씨

 

 선녀가 따로 없어요  [광주댁의 웃음]

 

 아들이든 딸이든

 

 딱 열 명만 낳아 주셔요잉

 

 그냥다들 그냥  인물이 훤할 것이여!

 

 [광주댁의 웃음]

 

 그렇지?  [광주댁의 웃음]

 

 - (광주댁아휴...  - 설금이는?

 

 아휴

 

 말도 마셔요

 

 우느라 방에서 안 나옵니다

 

 [옅은 한숨]

 

 (광주댁)  아휴...

 

 (손님2)  신랑 온다!

 

 [손님들의 탄성]  [손님들이 시끌벅적하다]

 

 (손님3)  이야인물이 훤하다!

 

 (손님4)  잘생겼어  [손님4의 웃음]

 

 [손님들이 시끌벅적 떠든다]

 

 죄송합니다

 

 (승훈)  저는...

 

 이 혼인을 할 수가 없습니다

 

 [경쾌한 음악]

 

 (설금)  !

 

 [해령이 다급하게 말한다]  (설금)  제가 풀게요잠시만요

 

 진짜 미치겠네진짜!

 

 (해령)  얼른 가자

 

 (설금)  아씨

 

 연지 곤지요

 

 (승훈 부)  승훈아너 지금...

 

 제정신이야?

 

 (승훈)  죄송합니다아이고죄송합니다

 

 [손님들이 웅성거린다]

 

 [비밀스러운 음악]

 

 (이진)  여기다림아

 

 [이진의 깊은 한숨]

 

 짓궂으십니다

 

 제가 서고에 출입한 게 알려지면  어찌 될지 잘 아시면서요

 

 (이진)  해서 근처에 있는 궁인들을  모두 내보냈지

 

 나 좀 도와 다오

 

 [이진의 답답한 한숨]

 

 찾고 싶은 게 좀 있는데

 

 도통 찾아지지가 않아

 

 마땅한 선례도 없고

 

 !

 

 [이진이 서책을 뒤적인다]

 

 설마 시제를  아직도 못 내신 겁니까?

 

 별시가 오늘인데요?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거다

 

 묘안이 좀 있느냐?

 

 (이림)  묘안은 없지만...

 

 [이림이 피식 웃는다]

 

 그걸 이 서책 안에서 찾아선  안 된다는 건 알겠습니다

 

 서책에 나오는 대로또 배운 대로

 

 줄줄 외워 답할 줄 아는 관원들은  지금도 충분합니다

 

 (이림)  여사관들은

 

 규문 안에 들어와  왕실의 허물을 써야 할 자들 아닙니까?

 

 [고민스러운 숨소리]

 

 그럼 무엇보다도

 

 무엄해야지요

 

 [흥미진진한 음악]

 

 무엄해야 한다?

 

 왕도 세자도 대신들도

 

 겁내지 않는 자를 찾으십시오

 

 [다급한 숨소리]

 

 (이림)  고집은 황소 같고

 

 배짱은 장수 같은

 

 그런 이상한 여인요

 

 (이진)  그런 여인이 있겠느냐?

 

 이 조선 땅에?

 

 있을 겁니다

 

 어딘가

 

 [해령이 숨을 헐떡인다]

 

 여사 별시

 

 치르러 왔습니다

 

 [감미로운 음악]

 

 여사 별시 구경하러 간다

 

 (이림)  따지고 보면  내가 시제를 낸 거나 다름없는데

 

 (해령)  솔직히 나 같은 인재 썩히면  자기들이 손해 아니냐?

 

 (이림)  그 여인의 이름이 해령이란 말이지?

 

 어딜 가면 찾을 수 있느냐?

 

 (아란)  우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이유요

 

 (시행)  자기들이 뭘 해면신례?

 

 (이림)  '이곳에서 길을 내다'?

 

 누가 여길 다녀갔느냐?  우리 말고 다른 자가 있어?

 

 (주서)  살다 살다 이리 오만방자한  답안은 처음 봅니다

 

 (이진)  겁도 없이 이런 글을 써냈구나

 

 틀렸다고 생각하느냐?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틀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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