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관 구해령 3
[밝고 경쾌한 음악]
(은임) 저...
뭘 하다 오신 겁니까?
예?
머리...
아, 고맙습니다
[멋쩍은 웃음]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상인) 아씨, 아씨, 여기 물건 좀 보고 가세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방"
'여사 별시'
[풀벌레와 밤새 울음]
[승훈의 옅은 웃음]
큰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찾아왔습니다
놀라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혹 댁에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되어...
(해령) 선비님
(승훈) 나, 낭자, 왜, 왜, 왜...
아, 이러시면...
[승훈이 발을 뒤로 끈다]
[승훈의 난감한 숨소리]
아, 대체 왜 이러십니까?
혼담을 물러 주십시오
(해령) 저는 이 혼인을 할 수 없습니다 [잔잔한 음악]
아무 죄도 없는 선비님을 파혼당한 사내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부디 선비님께서 저를 거절해 주십시오
낭자
저희 집안에서 낭자에게 잘못한 것이 있습니까?
(승훈) 혹 제가 성에 차지 않아 그럽니까?
제 마음이 잘못입니다
받아들이려고 해 봤습니다
숙명이라고 생각하려 했습니다, 한데
제 마음이 마음처럼 되지를 않습니다
[잔잔한 음악]
전 평생을 규문 안의 순진한 여인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고요
저는...
저는 도저히...
낭자, 나, 낭자
괜찮습니다
아이, 그거...
그걸 어찌 낭자의 잘못이라 하겠습니까?
하나, 혼인은 집안끼리의 약조입니다
(승훈) 낭자나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를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해령의 옅은 한숨]
낭자
만약
내 쪽에서 낭자를 거절하게 된다면
낭자는 파혼당한 여인으로 평생을 손가락질당할 겁니다
다시는 혼처를 구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래도
그리하면서까지
이 혼인이 싫으신 겁니까?
[해령의 초조한 한숨]
[밖이 시끌벅적하다]
(손님1) 신랑이다 [손님들이 환호한다]
[한숨]
[손님들의 환호]
[해령의 초조한 한숨] (손님2) 와, 신랑이다!
[손님들이 웅성거린다]
(승훈) 죄송합니다, 저는... [흥미진진한 음악]
저는 이 혼인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해령의 놀란 숨소리] [손님들이 웅성거린다]
[밝은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딜 가십니까, 그리 차려입고?
음, 답답해서
산책을 좀 할까 싶어서... [이림의 어색한 웃음]
마마는
소인을 무슨 바보, 천치로 아십니까?
여사 별시인지 홍시인지 뭐시깽이인지 보러 간다고
얼굴에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구먼요?
아이, 그런 거 관심... [이림이 쿵 부딪힌다]
그래, 여사 별시 구경하러 간다
따지고 보면
내가 시제를 낸 거나 다름없는데
나도 볼 자격 있는 거 아니야?
(삼보) 가만있자, 지난번에 마마께서
세책방 구경 한번 나갔다가 무슨 일이 있었더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무슨 일이 있었더라?
납치당할 뻔했다
왈패들한테
그리고 또
내관 몰래 낭독회 구경 한번 나갔다가 무슨 일이 있었더라?
그건 그 이상한 여인하고 엮이는 바람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잡혀갔지
의금부 옥사에
(삼보) [웃으며] 자, 그럼 여기서
생각이라는 걸 좀 해 봅시다
마마께서 계셔야 할 곳이
온갖 위험과 미친 백성들이 도사리는
저 바깥입니까?
아니면은 안전과 평화가 보장된
이곳 녹서당입니까?
이번엔 진짜
조용히 별시만 보고 올 건데, 응?
(삼보) 얘들아!
[달려오는 발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최 나인) 튼튼한 거로 구해 왔습니다
(박 나인) 지금 묶을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 우쒸, 안 가, 안 가!
[차비관이 북을 둥 친다]
[차비관이 북을 둥 친다]
(차비관) 시제요!
[신비로운 음악] [웅성댄다]
(이진) 예로부터 우리 선대들은
제왕의 허물을 꾸짖고자
하늘이 일식을 행한다 여겼다
하여 구식례를 통해 이를 바로잡고자 했으나
오늘날까지도 하늘의 노여움은 풀릴 줄을 모른다
하면 제왕은 일식의 변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해령) 시제가 틀렸어
(여비) 아휴, 이 일을 어째?
으이구, 미련한 것, 좀, 아휴...
(재경) 알고 있었느냐?
알고 있었느냔 말이다!
(설금) 그게, 아씨가 워낙 사정을 하시기에...
하면 날 찾았어야지 내게 와서 알렸어야지
(설금) [흐느끼며] 용서해 주세요, 나리
이년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네 [여비의 안타까운 신음]
전 그게 아씨를 위한 일인 줄 알고...
[흥미진진한 음악]
(차비관) 시권 제출 일각 전이오!
[옅은 한숨]
[응시자들이 시끌벅적 떠든다] - (해령) 응, 설금아 - (설금) 다 끝나신 겁니까?
오라버니 많이 화나셨어?
그러게...
별시 그딴 게 뭐라고 혼례를 박차고 나가십니까?
(설금) 제가 백번도 더 말렸지 않습니까?
미안하다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설금) 이거요
나리가 보내셨습니다
아씨 배고플 거라고
내가 오늘 무슨 짓을 했는데...
(고시관1) 어허, 식견이 대단합니다
(고시관2) 이야, 이...
- (고시관3) 문장이 좋습니다 - (고시관2) 와, 나 이...
(주서) 이런 고얀!
이걸 좀 보십시오
살다 살다 이리 오만방자한 답안은 처음 봅니다
대체 누가 이런 시권을...
(주서) 맹랑한 계집 같으니...
서양 오랑캐의 책을 읽은 것이 분명합니다
(대제학) 이건 세자 저하께서
덕치와 천리에 대해 묻고자 내린 시제 아닌가?
[문이 달칵 열린다] 감히 누굴 가르치려고...
(이진) 누가 나를 가르치려 듭니까?
(함께) 세자 저하
(이진) 내 가만히 기다리자니 몸이 근질거려서요
좋은 시권이 있으면
내가 좀 봐도 되겠습니까?
아직 채점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자 저하께서 보실 만한 수준의 답안이 아직 없사온데...
[이진의 한숨]
(이진) 음
아, 비유가 잘못됐습니다
일식이 있은 후 지진이 일어났던 곳은
진의 함양궁이 아니라
한의 미앙궁 아닙니까?
[이진이 시권을 사락 넘긴다]
이 문장엔 '명덕유형'이 아니라
'지치형향'이 들어가야 될 텐데...
[의미심장한 음악]
게다가 이 중 몇몇은
찍어 내기라도 한 듯 서체가 똑같습니다
대술을 구해 외장서입을 한 것 같고
(고시관1) 소신들 눈에도 이상하여
미리 제해 놓은 시권이옵니다, 저하 [이진의 한숨]
하면 조사한 뒤에 소상히 보고하도록 하세요
혁제가 얼마나 중한 죄인지
내 직접 가르쳐 주리다
[조용히 깔리는 음악]
자, 이번엔
민 봉교가 시권 하나 추천해 주시지요
사관이 될 만한 인재는 사관이 알아보지 않겠습니까?
(우원) 예, 저하
민 봉교 어찌 그런 발칙한 것을 저하께...
(주서) 발칙하다 못해 아주 무엄한 시권이옵니다
[이진의 한숨]
[신비로운 음악] (해령) 해, 달
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이면서
(해령) 달이 해를 가리면 일식이 되고
지구가 달을 가리면 월식이 된다
"천문도"
(해령) 이는 하늘의 꾸짖음이 아니라
[해령의 신난 웃음]
천체의 운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법칙이니
[해령의 흥미로운 신음] 제갈량이 살아 돌아와도 막을 방도가 없다
(해령) 하나, 그것을 어찌 여기는 가는
오로지 사람의 뜻이다
(해령)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징이 요란하게 울린다]
[북이 둥둥 울린다]
[징과 북이 요란하게 울린다]
[백성들의 다급한 신음] (해령) 두렵기 때문에
나쁜 일이라 여기는 것이다
[백성들의 두려운 신음]
[징과 북이 요란하게 울린다]
(해령) 하늘이 움직이는 이치를 깨닫고 나면
일식은 흉변이 아니라 철 좋은 구경거리에 불과하다
[백성들이 시끌벅적 떠든다]
(해령) '지유수야 불류즉부'
지식은 물과 같아서 흐르지 않으면 썩고 만다
[백성들이 시끌벅적하다]
(해령) 기존의 어렵고 복잡한 한문 역서 대신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쉽게 쓰인 언문 역서 한 권이면
(해령) 만백성을 향한 물꼬를 틀 수 있다
(이진) '바로 알고 바로 보는 것'
'이것이 일식의 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도다'
[시행의 긴장한 숨소리]
[이진의 한숨]
참으로 발칙한 시권이로다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노비) 아씨, 아씨!
아씨!
- (설금) 발표? - (해령) 발표? [소란스럽다]
[흥미진진한 음악] [설금의 다급한 신음]
- 다 가지고 와 - (설금) 네
(설금) 조심, 조심
[아란의 놀란 신음]
[은임의 신난 숨소리]
[설금의 놀라는 신음]
(설금) 저, 저, 저기...
'바다 해', '햇빛 령'
아씨 맞죠?
급제하신 거죠, 아씨? [설금의 신난 신음]
아니야, 아니야
급제자 명단이 아니야
- (치국) 동궁전요? - (시행) 응
(치국) 아, 우리가 아는 그 동궁전이 맞습니까?
세자 저하가 사시는 그 동궁전요?
(시행) 그래
방에다가 '금일 신시, 동궁전' 딱 써 놨더라니까?
(서권) 별시 응시자들을 처소로 부르다니요?
저하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시행이 입소리를 쩝 낸다]
(홍익) 딱 보면 척 아닙니까?
이왕이면 다홍치마
이, 가려 뽑겠다는 거지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홍익과 장군의 웃음]
무슨 후궁 첩지 내리냐 취향대로 고르게?
나의 이 어떤 그런 깊은 통찰력으로 봤을 때
이것은 다름 아니라
고도의 엿 먹이기다
(서권) '고도의 엿 먹이기'?
그렇잖아, 응?
여사를 들이는 게 어디 저하 뜻이었어?
다 좌상이 협박을 해...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무튼, 대외적으로는 별시다 뭐다 해 가지고 뽑는 척하기는 했는데
실제로 뽑고 싶은 마음은
요, 요만큼도 없으신 거야
그러니까
합격자를 내는 대신에 동궁전으로 불러서
(경묵) 일대일로 혼쭐을 내면
그 누가 여사를 하려 들겠습니까?
[손가락을 딱 튕기며] 정답
[한림들의 감탄하는 숨소리]
덕분에 손 안 대고 코 풀게 생겼으니
이 얼마나 좋으냐?
[함께 웃는다]
(우원) 성 검열
(서권) 예 [서권의 헛기침]
[한림들이 연신 웃는다]
"진선문"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여러 발걸음 소리]
왕이라고 늘 옳은 결정만 하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승문원 구재경 교리의 누이, 해령...
(이진) 내가 너의 이름도 모르고 이리 불렀을 것 같으냐?
관용봉에 대해 말해 보라
관용봉은
하나라 걸왕에게 직언을 하다 죽임 당한...
왕장은?
왕장은
전한의 경조윤으로
(해령) 성제에게 직언을 하다 죽임 당한...
(이진) 비간
[엄숙한 음악]
비, 비간은...
주왕에게 직언을 한 죄로 죽임당한
은나라의 태사입니다
그래
그자들은 모두
자신의 말에 목숨으로 죗값을 치른 자들이다
(이진) 그리 잘 알면서
[종이가 거칠게 구겨지는 소리]
겁도 없이 이런 글을 써냈구나
내 시제가 틀렸다고 생각하느냐?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상선) 무엄하다, 어서 저하께 대답을 드리게
저하께서
일식을 막을 방도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틀리셨습니다
[고조되는 음악]
저의 생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그렇습니다
사람은
하늘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해령) 구식례가 일식을 끝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일식이 끝날 때까지 구식례를 행했기 때문이지
구식례 때문이 아닙니다
[긴장되는 음악]
(이진) 이 나라 조선에서
하루 한 끼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으냐?
이 나라 조선에서
병이 들었다고 의원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 것 같으냐?
- (해령) 모르겠... - (이진) 모르겠지
그대는 귀하디귀하게 태어나 단 하루도
그리 살아 보지 않았으니까
서책 한 권이면 만백성을 가르칠 수 있다고 했느냐?
조선은 가난한 나라다
(이진) 열에 다섯은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하며 잠들고
열에 여섯은 아파도 치료를 받을 수가 없다
자식이 죽어도 제대로 된 무덤조차 해 주지 못하고
슬퍼할 새도 없이 끼니를 구해야 되는 백성들에게
서책이며, 하늘의 이치 따위가
그 얼마나 한가하고 사치스러운 일인지 알기나 하느냐?
(이진) 무언가 배우고 깨닫는 것조차
너와 나 같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임을
네 알고 있느냐?
[잦아드는 음악]
조정에서 구식례를 행하는 것은
오로지 백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별일 없을 것이다, 두려워 말라' 그 말을 전하고 싶어서
그 말밖에 해 줄 수가 없어서
그래서 허공에 절을 올리고 악기를 두드리는 게지
해서, 나의 시제도 너의 시권도
틀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견이 있느냐?
[잔잔한 음악]
[해령이 발을 툭 헛디딘다]
[힘겨운 한숨]
(김 내관) 세자 저하 납시오
[이진의 옅은 한숨]
[도승지의 헛기침]
(도승지) 고개를 들라
별시 급제자 발표요
'사옹원 봉사 오복선의 삼녀, 은임'
'사역원 첨정 허만균의 장녀'
[아란의 놀란 신음] '아란'
[당황한 신음]
'승문원 교리 구재경의 누이, 해령'
'장원'
'이조 정랑 송재천의 장녀, 사희'
별시 급제자들은 나와 세자 저하께 예를 갖추라
[조용한 음악]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도승지) 좌상 대감
"구해령, 허아란"
[문이 끼익 열린다] [풀벌레와 밤새 울음]
(각쇠) 아씨...
오라버니는?
[슬픈 음악]
"의금부"
[날쌔게 움직이는 소리]
[비밀스러운 음악]
(나장) 누구냐?
(이태) 허명 녹패에
횡령, 칭탁
[종이가 구겨진다]
이것이 모두 심학봉 그자가 저지른 짓이라는 말이냐?
(대사헌) 관련된 자들을 문초 중에 있으나
아직 확실한 증좌는 찾지 못하였습니다
사헌부 장령은
청요직 중의 청요직이다
(이태) 백관을 감찰할 자가 이런 추문에 얽힌 것만으로도 죄가 되는 것이야
심학봉을 당장에 문외 출송 하고
마땅한 후임자를 찾아 체직하라
내 더 이상 대간들의 방자함을
두고만 보진 않을 것이야
[이태가 상소를 툭 던진다]
(우의정) 아니, 심 장령은
대감께서 직접 뽑으신 자 아닙니까?
감히 어느 누가 좌상의 사람을 건드린단 말입니까?
(대사헌) 이건 사헌부에 대한 계략이기도 합니다
제가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이미 잘려 나간 자입니다 괜한 공력 쓰지 마세요
(익평) 서둘러 후임을 찾게
(이조 정랑) 예
[대신들의 다급한 숨소리]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이진) 별시는 잘 치렀다, 덕분에
열어 보거라
(이림) '숭정대부 자하군, 이승휘'
형님, 숙부는...
(이진) 도움에 대한 보답이다
명색이 종친이니
그거 하나면 팔도 어디를 가도 불편함은 없을 것이야
[이림의 옅은 한숨]
(이림) 이 녹서당도
마음대로 못 벗어나는 저입니다
이걸 언제 어디에 써 보겠습니까?
어, 부왕께서는 이궁에 나가셨고
듣자 하니 자하군이
피부병에 걸려 무척 고생을 한다지?
해서 의원이 온천욕을 권했다고 말이야
그 말인즉슨...
(이림) 온양... 온양?
[신나는 음악] 삼보야!
[이림이 피식 웃는다] 언제쯤 출발하면 됩니까?
[이진의 웃음]
[이림의 옅은 웃음]
(삼보) 이게 대체 얼마 만의 행궁 나들이랍니까?
[삼보의 웃음] 가만있자, 온양이면은
가는 길에 수원 들러 가지고 갈비 한 판 뜯고
용인 들러서 순대도 한 접시...
(이림)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문이 벌컥 열린다]
[김 서방의 힘겨운 신음]
(김 서방) 오십 냥...
[김 서방의 당황한 신음]
[김 서방의 헛기침] 아, 무슨 일로 여길 다...
무슨 일?
이런 배은망덕한 놈
우리가 믿고 거래한 세월이 얼마인데
감히 매화 선생을 팔아먹어?
(김 서방) 아니, 팔아먹긴 누가 팔아먹었다고 그럽니까?
그냥 살짝 소개만 시켜 준 거죠, 소개만
이놈이 아직도 입은 살아 가지고!
너!
딱 걸렸어
[삼보의 벼르는 신음]
[갓이 툭 떨어진다] [삼보의 옅은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의 기합]
[익살스러운 효과음]
[힘겨운 신음] [이가 톡 떨어진다]
(김 서방) 아, 내 이빨!
이 양반이 진짜!
[삼보의 당황한 신음]
[삼보의 비명]
[흥미진진한 음악] (김 서방) 내 얼굴 어쩔 거야, 내 얼굴!
(삼보) 비켜, 야!
아, 이놈이 내가 누군지 알고 덤벼?
[김 서방과 삼보의 힘겨운 신음]
(삼보) 아, 안 놔, 안 놔?
- (삼보) 내가 소싯적에... - (이림) 이제 그만하거라
(삼보) 돌도끼라고 불렸던 사람이야, 이거
- (이림) 어허 - (김 서방) 그나마 이거 때문에
(김 서방) 마누라한테 안 쫓겨나고...
- (이림) 이제 그만하래도 - (김 서방) 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 어? [삼보의 놀라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 나리!
(삼보) 아휴, 참, 이... [삼보의 속상한 신음]
이거 봐요
아, 세상에 이거 이 고운 얼굴을 이렇게...
(삼보) 네 이놈! 오늘 너의 죗값은
국법으로 엄히 다스릴...
[삼보의 못마땅한 신음] 그래
이건 내 길 가다 넘어졌다 치고
너에게 물을 것이 있다
그 여인
어딜 가면 찾을 수 있느냐?
'그 여인'이라면, 누구...
가짜 매화 말이다
독회에 섰던
아, 해령 아씨 말...
그 여인의 이름이
해령이란 말이지?
[평화로운 음악]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숨을 하 내뱉는다]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림) 여길 어떻게 들어왔어?
배고픈 거구나?
저 부엌에 가면 먹을 게 좀 있을 거야
너무 살갑게 굴지 마
정들어
[이림의 옅은 웃음]
[놀란 신음]
[이림이 땅을 쓱쓱 판다]
'호담과 영안'
(이림) '이곳에서 길을 내다'?
[새들이 지저귄다]
[서서히 시작되는 무거운 음악]
[무거운 음악]
[음악이 고조된다]
[물이 찰랑인다]
[쿵 소리]
[가쁜 숨소리]
[이림의 떨리는 숨소리]
[이림의 가쁜 숨소리]
(사내) [긴박한 목소리] 호담, 호담!
[철썩이는 물소리]
[이림의 놀란 신음] [물이 출렁인다]
[거친 숨을 몰아쉰다]
[긴장되는 음악]
[이림의 다급한 숨소리] [저벅저벅 걸어간다]
(삼보) 어? 마마, 왜 벌써 나오셨...
(삼보) 마마
[고조되는 음악]
[다급한 숨소리]
[흙 푸는 소리]
[이림의 당황한 신음] (삼보) 마마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시옵니까?
말씀을 좀 해 주시옵소서
- (이림) 대체 이게 왜... - (삼보) 마마
(이림) 분명 여기 그 비석이 있었다
'호담과 영안, 이곳에서 길을 내다'
그리 적힌 비석이 있었어
어, 누가 여길 다녀갔느냐?
아니면 이 행궁에 우리 말고 다른 자가 있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세자 저하의 명으로
관비까지 물러난 지 오래입니다
아니, 그럼 대체 내가 본 비석이 어디로 갔냐는 말이다
마마, 혹...
이상한 소리가 들리진 않으십니까?
(삼보) 갑자기 막 화가 난다거나 [이림의 답답한 한숨]
괴이한 것이 보인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사내) 호담
[풀벌레가 운다]
마마,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았으니
오늘은 이만 주무시옵소서, 예?
[풀벌레와 소쩍새가 운다]
[어두운 효과음]
[으스스한 효과음]
(삼보) 마마
자... [이림의 미심쩍은 한숨]
[물이 찰랑이는 소리]
[숨을 뱉는다]
[개운한 숨소리]
[옅은 웃음]
[설레는 숨소리]
[설레는 음악]
"교지"
[숨을 하 내뱉는다]
[옅은 웃음]
[관원1의 하품]
[문이 끼익 닫힌다]
[심호흡한다]
[힘주는 신음]
[관원2의 못마땅한 한숨]
[관원2의 헛기침]
(아란) 낭자
(해령) 일찍 오셨습니다
(아란) 다 같은 동방의 권지 신세니
정답게 지내요
나는 허아란이고
여기 이 언니는...
(은임) 오은임입니다
- (해령) 저는... - (주서) 어디 품계도 없는 것들이
(주서) 자빠져 앉아 있어!
얼렁뚱땅 뽑혔다고 위아래도 없나?
(은임) 죄송합니다, 나리
앉으십시오
(관원3) [혀를 쯧쯧 차며] 대체 나라가 어찌 되려고...
[관원3의 못마땅한 신음] [주서의 헛기침]
(주서) 과거를 본 계집들일세
수치를 모르는데 예라고 어이 알겠는가?
[주서의 비웃음]
[주서의 헛기침]
제 아비 때문입니다
(사희) 앞으로는 대루청에 반 각씩 늦게 오십시오
제가 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아, 송 권지 맞습니까?
사희라고 합니다
해령입니다, 구해령
[종이 댕댕 울린다]
[경쾌한 음악]
[설레는 한숨]
(아란) 너무 신나지 않습니까?
관복 입고 궐에 오니까
진짜 여사가 됐구나 [은임의 뿌듯한 한숨]
실감이 막 납니다 [권지들의 옅은 웃음]
(은임) 전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아직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요
[함께 웃는다]
(아란) 참, 예문관 사관들이
그리 멋있다고 합니다
수재 중의 수재, 선비 중의 선비
붓이랑 사책 딱 들고
줄지어서 궁궐을 걸어 다니면...
[은임의 설레는 신음] 그 맵시가 아주
[아란의 감탄하는 신음] (은임) 아!
[아란과 은임의 웃음]
(시행) 예문관들 가시나?
예문관은 그쪽이 아니지, 응?
여기, 여기 진선문 있잖아
아, 이걸 지나면 또 저기 숙장문이라고 나와요
그것도 지나면은 빈청이 있고
거기서 좌회전, 좌회전
우회전, 삼세번을 하면 나오는 건물이 바로
예문관
(권지들) 감사합니다
[시행의 흐뭇한 추임새]
(시행) 그래, 열심히들 가세요
- (경묵) 그대로 쭉 - (홍익) 궐 밖까지
[한림들의 비웃음]
[한림들이 낄낄거린다]
[한림들의 옅은 웃음]
[시행의 호응하는 신음] (서권) 오셨습니까?
(시행) 어? [관원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아니, 숙직들 했으면 후딱 퇴근하지 여태 뭐 했어?
여사들 오면 얼굴 보고 가려고 했는데 좀 늦나 봅니다
(시행) 뭐?
(홍익) 아이, 늦는다니요?
첫날 일찍 와서 선배 사관들한테 인사드리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아닙니까?
성균관을 다녀 봤어야 선배 무서운 줄 알지, 어?
평생 방 안에서 자수나 놓던 것들이 뭘 알겠냐?
아유, 쯧
[새가 지저귄다]
[새가 지저귄다]
[권지들의 허탈한 숨소리]
[은임의 못마땅한 숨소리] [발 구르는 소리]
[해령의 헛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해령) 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아란) 죄송합니다 - (은임) 아, 죄송합니다
(은임) 아, 글쎄 어떤 미친놈이...
[은임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여기 계셨네?
왜? 미친놈이 뭐 어쨌는데?
[아란이 목을 가다듬는다] [은임의 당황한 신음]
(은임)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 여사 오은임입니다
(아란) 여사 허아란입니다
(사희) 여사 송사희입니다
여사 구해령입니다
[서권의 옅은 헛기침]
(서권) 나는 성서권 검열이고...
(시행) 어허, 사관 시험도 안 치르고 첫날부터 늦은 애들한테
무슨 통성명을 해, 쯧!
(해령) 저희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은 사관이 되도록 잘 가르쳐 주십시오
[비웃음]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
- (홍익) 양 봉교님 - (시행) 응?
좋은 사관이 되겠다는데요?
아, 그래?
많이 되라 그래라 [코웃음]
[홍익의 비웃음]
너는
사관이 아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서권) 봉교님답지 않으셨습니다
별시라고는 하나
정식으로 견습 사관이 된 이들입니다
이런 식으로 그만두게 하실 생각이라면...
[우원의 한숨] 그만두지 않는다
네?
내가 저 아이를 알아
[시행의 헛기침]
(시행) 민 봉교 얘기 들었지?
여사는 개뿔, 앞으로 너희는
서리야, 서리, 어?
(은임) [한숨 쉬며] 봉교님
(경묵) 봉교님?
[부정하는 신음]
'나리'
[권지들의 한숨]
(시행) [콜록대며] 아, 갑자기 목이 칼칼하지?
[흥얼거리며] 아, 어느...
구 서리?
가서 물 좀 떠 올까?
- (해령) 예? - (경묵) 못 들었어?
(경묵) 나리가 물 드시고 싶다잖아
구 서리!
[시행이 발을 쿵 놓는다]
[못마땅한 숨소리]
저, 그럼... [익살스러운 효과음]
찬물로 떠 올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시행) 그러시든가
[밝은 음악]
[해령이 쿵쿵 걸어온다]
발소리 내지 마라
- (경묵) 구 서리 - (해령) 예
(경묵) 이거 가지고 가
- (홍익) 허 서리 - (아란) 네
- (장군) 오 서리 - (은임) 네?
(시행) 야, 뭐 하니?
여기가 지금 더럽잖아, 여기
깨끗한 데 또 닦니? 더러운 데 닦아야지
(해령) 나리, 가져왔습니다
네?
(해령) 나리...
(홍익) 아, 김치국, 김치국
가, 저리로, 김치국
[책이 들썩인다]
[해령의 힘겨운 신음]
(해령) 나리...
이거 찾으신 거 맞죠? 아닙니까?
[해령의 힘겨운 숨소리]
(해령) 하, 아이고...
(시행) [코를 훌쩍이며] 맛있네
[한림들의 호응하는 소리]
[시행이 코를 훌쩍거린다]
[두부가 바닥으로 탁 떨어진다]
(시행) 이게 뭐야?
- 구 서리? - (해령) 예
(시행) 두부가 떨어졌네?
두부가 떨어졌네?
(해령) 예, 근, 네, 네...
(시행) 두부가 떨어졌다고
- (시행) 왜? 왜, 힘드니? - (해령) 아닙니다
(시행) 힘들면 집에 가
[해령의 난처한 신음]
[아란이 늘어지게 하품한다]
[경묵이 책상을 탁탁 친다]
(경묵) 그렇게 졸려 죽겠으면 나가서 예문관 20바퀴 돌아
[소리치며] 50바퀴 돌래?
(해령) 아, 아닙니다
[애처로운 음악]
[권지들의 힘겨운 신음]
[권지들이 힘겹게 숨을 내쉰다]
[은임의 서러운 신음]
[해령이 쿵하고 쓰러진다]
[해령의 지친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설금의 힘겨운 신음]
(설금) 어유...
아이, 좀 비켜 봐요, 응?
상 좀 내려놓게
(해령) [한숨 쉬며] 설금아
아유, 아이고, 아이고, 나는
오늘부로 널 진짜 존경하게 됐다
(설금) 헛소리 말고 식사나 하세요
[해령의 한숨] 점심도 거르셨다면서요
야, 진심이야
내가 오늘 하루 진짜 부지런하게 살아 보니까
이거 진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고
맨날 맨날 밥하랴, 청소하랴 바쁜 네 생각도 많이 나고
(설금) 치... [설금의 콧소리 들어간 웃음]
하면, 얼른 마음 다잡고 [해령의 지친 신음]
혼처나 좀 알아보세요
아, 저도 교전비로 따라가서 좀, 응?
편히 좀 살게요
야, 혼처라니
내가 지금 이걸 얼마나 어렵게 얻은 일인데 그만두니?
- (해령) 어휴, 쯧 - 그럼...
(설금) 그걸 계속하시게요?
예문관 뒤치다꺼리를?
아이, 뭐, 지금이야 서리 취급이지만
1년이고 2년이고 하다 보면
붓 한번 쥐여 주겠지
(해령) 야, 솔직히
나 같은 인재 썩히면 자기들이 손해 아니냐?
- 아씨 - (해령) 응?
아씨 되게
비호감인 거 아시죠?
[해령이 풋 웃는다] 알아
(설금) 아시는구나? [설금의 헛웃음]
(해령) 음...
맛있다
[새들이 지저귄다]
(삼보) 말 타면은 종 부리고 싶다고
며칠 호강했더니
한양은 생각도 싫습니다
저하께 잘 말씀드려서
아예 거처를 여기로 옮기시는 건 어떠십니까?
마마랑 저랑 둘이서 아주 재미나게 살게, 어?
(이림) 네 부인은 거기 두고?
(삼보) 아... [삼보의 옅은 웃음]
(이림) 가자, 유시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삼보) 아이고...
[말 히힝 소리]
- 한데, 삼보야 - (삼보) 예
그 비석 말이다
또 시작이십니까?
(삼보) 분명 결론을 내렸잖습니까?
마마는 무지하게 피곤하셨고
물이 뜨뜻해서 잠이 솔솔 오셨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삼보) 개를 보셨다면서요, 개를?
그것도 궁 안에서
그게 개꿈이지, 이게 뭡니까?
정말 그게 꿈이었겠느냐?
전형적인 개꿈을 꾸셨길래
개꿈을 꾸셨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게 왜 개꿈이냐고 말씀을 하시면은
소신 아주 그냥 돌아 버립니다 아주 돌아 버려요
[옅은 한숨]
마마, 그러지 마시고
가시는 길에
수원 들러서 기분 좋게 갈비 한 판 뜯고 가시면...
(이림) 어이 [말이 히힝 운다]
또 삐졌네, 또 삐졌어
갈비가 싫으시면 갈비탕은요, 네?
[아란의 못마땅한 신음]
[아란의 지친 신음]
(아란) 아, 진짜 아, 개고생도 유분수지, 진짜!
제 손 쭈글쭈글한 거 보세요
집에서는 물 잔에 물 한 번 따라 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는 선진들 찬합 설거지나 하고 있으니
18년 인생에 이런 수모는 처음입니다
(은임) [힘겨운 목소리로] 저는 요즘
운종가 푸줏간을 다 동나게 하고 있습니다
하도 기가 빨려서
집에 가면 소고기 서너 접시 구워 먹어야 정신이 들어요
잠깐만
(아란) 혹시 면신례 때문인가?
우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이유요
원래 예문관 면신례가 유명하잖아요
기방 데려가서 막 발가벗겨 때리고 흙탕물에 구르게 하고
어, 그래서 그때
세자 저하께서 저희들 면신례를 특별히 금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까 더 못되게 구는 겁니다
자기들도 다 치른 거
우리는 어물쩍 넘어가니까 억울해서, 배 아파서!
아,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왜, 그 옛날 율곡 이이 선생도
면신례 안 치르고 버티다가 쫓겨났다지 않습니까? 따돌림당하고
그럼 그동안 서리라고 부르면서 잡일만 시킨 것도?
- (은임) 면신을 안 했으니까 - (아란) 면신을 안 했으니까
그럼 그때 '넌 사관이 아니다' 이랬던 것도 다?
- (은임) 면신을 안 했으니까 - (아란) 면신을 안 했으니까
[어이없는 한숨]
[한숨]
권지님들
(우원) 면신례?
너 면신례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는 있느냐?
(사희) 예, 압니다
때리면 맞고 춤을 추라면 추고
벗으라면...
벗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우원의 한숨]
여인에게 그런 일을 시킬 수는 없다
돌아가라
(사희) 여인은
관원이 아니라서요?
[긴장되는 음악]
별시라고는 하나 똑같이 과거를 치르고 예문관에 들어왔습니다
한데 어찌하여 저희에게만
면신례를 해 주지 않으시는 겁니까?
여인이기 때문에 관원으로 인정할 수 없단 뜻입니까?
- 그런 뜻이 아니라... - (사희) 그런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저는
(사희) 면신례 장소와 시각입니다
꼭 와 주십시오
(홍익) 양 봉교님, 양 봉교님
- (홍익) 양 봉교님 - (시행) 응, 왜?
(홍익) 이, 이것 좀 보십시오
(시행) 왜, 뭔데, 이거? [시행의 한숨]
자기들이 뭘 해?
면신례?
[시행의 기가 찬 웃음]
아니, 아니...
이거 치르면은 우리가 뭐 자기들 인정해 줄까 봐, 어?
(홍익) 잘됐습니다
제가 면신례 하느라 진 빚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화가 치미는데
이참에 분풀이 한번...
(경묵) 잠깐만
그, 안 검열 면신례는 우리가 해 줬잖아?
아이, 덕분에 제가 이렇게 훌륭한 사관이 됐지요 [당황한 웃음]
(홍익) 아이, 저, 뭐가 좋을까요?
발 닦은 물 뿌리기, 간장 마시기?
아니면 소 오줌을 받아다 그냥 콱...
(시행) 어허, 어디 선비가 아녀자한테 그런 짓을 해, 더럽구로?
나는 아주 예의를 차려서
우리 여사관님들을 맞을 생각이다
전통적으로다가, 응?
[기방이 시끌벅적하다] [구성진 음악이 흐른다]
[한림들의 웃음소리]
(시행) 아이고, 오셨습니까? [시행의 반기는 웃음]
우리 신진님들 기다릴까 봐 내가 한림들 먼저 모이자고 했지
(경묵) 이건 신진님들 섬기는 우리의 예의 [홍익의 웃음]
(홍익) 남도에서 올라온 요 민어는
신진님들 반기는 우리의 정성
[한림들의 웃음]
(은임) 정성은 무슨...
그거 다 우리가 계산하는 거 아닙니까?
[한림들의 웃음]
[은임의 못마땅한 신음]
(시행) 자!
우선 절부터들 하시지
[한림들의 헛기침]
[시행의 헛기침]
(시행) 오냐, 그래
선배님들 말씀 잘 듣고
이제 앉으시고
자, 한입에 터시고
[한림들의 조용한 웃음]
(시행) 아, 그거 말고, 그 옆에
[아란의 놀란 숨소리]
(아란) 아, 이걸, 이걸 저희가 어떻게...
[사발이 쾅 떨어진다] 싫습니다
(경묵) 왜? 여인이라서?
(시행) 쩝, 그래, 아무래도 우리 신진님들한테는
면신례가 무리였지, 응
반가 규수가 기방에 들락거리면서 사내들한테 술을 받는다?
암, 조선에서는 상상을 할 수가 없는 일이야
(홍익) 그렇고 말고요
(시행) 아유, 우리끼리 한잔하러 가세나 [한림들의 힘겨운 신음]
(사희) 마십니다
(시행) 누구니?
[사희가 술을 벌컥벌컥 마신다]
[사발을 상에 탁 내린다] [숨을 카 내뱉는다]
(시행) 역시 우리 송 서리가 뭘 좀 알아, 어?
자!
한 잔 더?
[숨을 들이켜며] 아, 향긋해
[홍익과 시행의 웃음]
(홍익) 자...
자
[사희가 숨을 후 내뱉는다]
(시행) 아이고, 맛있겠다
[익살스러운 음악]
[시행의 못마땅한 신음]
[사희의 힘겨운 숨소리]
[해령의 한숨]
[한림들의 탄성과 웃음]
(시행) 그래, 그 정도 기개는 있어야 사관이 되지, 어?
- (시행) 안 검열 - (홍익) 예
[홍익의 비열한 웃음]
(홍익) 자...
[홍익이 술을 쪼르르 따른다]
[홍익이 재촉하며] 어, 자, 응
[비웃음]
(해령) 저...
이건
제가 마시겠습니다
[해령이 술을 쭉쭉 들이켠다]
[해령이 숨을 하 내뱉는다]
[해령의 한숨]
하나, 우리 선진님들의 신진 사랑이 너무도 지극해서
[그릇끼리 부딪히는 소리]
저도 돌려드려야겠습니다
- 뭣이라? - (해령) 주 문왕은
은나라 감옥에서 주역을 썼고
굴원은 추나라에서 추방되고서야 이소경을 지었습니다
해서 논어에 이르기를
'애지, 능물로호'
사랑하기 때문에
고생시킨다고 하지요?
[해령의 힘 실린 발소리]
(해령) 그러니 받으십시오
신진의 마음입니다
[기가 찬 웃음]
[한림들의 웃음] (시행) 와...
[시행의 탄성]
(시행) 여기
한번 가 보자!
[흥미진진한 음악] [문이 스르르 열린다]
[시행이 피식 웃는다]
[단지가 쿵 바닥에 놓인다]
(시행) 후회하지 마라
네가 자초한 일이다
[한층 고조되는 음악]
직필
(한림들) 직필!
(시행) 아, 하! [숨을 카 내뱉는다]
[술이 찰랑거리는 소리]
[숨을 카 내뱉고 코를 훌쩍인다]
(시행) 꽉꽉 눌러 담아라
[시행의 거친 신음]
[한림들의 웃음]
[숨을 카 내뱉는다]
[술이 출렁이는 소리]
[풀벌레 울음] [자박자박 걸음 소리]
(삼보) 마마, 벌써 초경이 지났습니다
아, 꼭 다리 한복판에서 이러고 있어야 됩니까?
(이림) 만나기로 한 곳에서 기다리는 거뿐이다
여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도 몰랐고
(삼보) 한 시진도 넘게 기다리셨으면
눈치를 채셔야지요 [이림의 한숨]
그 여인 안 나옵니다
다짜고짜 서신을 보내서 용서를 빌라는데
어느 누가 냅다 달려와서
'아이고, 잘못했소' 그러고 사과를 하겠습니까?
[아쉬운 한숨]
어?
마마
(삼보) 지금 그 표정은 뭡니까?
꼭 정인에게 바람맞은 사내 같으십니다
[삼보의 옅은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그게 무슨 허튼소리냐? [익살스러운 효과음]
정인이라니?
(이림) 일생일대의 숙적을
내 불구대천지원수를 정인이라니!
(삼보) 아니, 아니면 마는 거지 뭘 그리 발끈하셔 가지고...
아이, 참
구해령...
[삼보의 답답한 신음]
[사이렌 효과음] [해령의 힘겨운 신음]
[시행의 취한 신음]
(시행) [상을 탁 치며] 마셔라
[시행이 주정한다]
[우원의 당황한 신음] [해령의 천진한 웃음]
(시행) 어, 끝난 거?
[시행의 취한 신음]
- (해령) 어... - (우원) 씁, 아이...
이쯤 하면 되었다 [해령의 보채는 신음]
- (해령) 주십시오 - (우원) 그만
[시행의 힘겨운 신음]
(해령) 아, 씨...
주십시오 [술병이 그릇을 치고 떨어진다]
(시행) 응?
[시행의 좌절하는 신음]
넌 진짜...
[시행이 웅얼거린다]
(시행) 넌 진짜 미친...
[우원의 걱정스러운 신음] [해령의 옅은 웃음]
미친년이다
압니다
[시행의 취한 신음] [우원의 헛웃음]
[시행의 힘겨운 신음]
[해령이 술을 벌컥벌컥 마신다] [시행이 연신 주정한다]
[해령이 숨을 카 내뱉는다]
(시행) 아...
마셔, 마셔 [우원의 한숨]
[술이 줄줄 흐른다] [술병의 우당탕 소리]
[우원의 한숨] [시행의 울음 섞인 웃음]
(시행) 엄마 보고 싶다
[시행이 흐느낀다]
[시행의 힘겨운 신음] [한림들의 지친 신음]
[해령의 놀란 신음] [시행의 얼빠진 신음]
[경묵의 놀라는 탄성] [해령이 살짝 웃는다]
[밝은 음악]
야, 너 지금...
[아란과 은임의 환호성]
[한림들의 힘겨운 신음] [아란의 환호]
- (아란) 구 권지님 - (홍익) 아유, 다 와 봐
[은임의 웃음]
(은임) 구 권지님 [은임과 아란의 환호성]
(홍익) 양 봉교님 [한림들이 중얼거린다]
아, 이거 술이야, 술
[한림들이 연신 중얼거린다]
[권지들이 환호한다]
[시행이 중얼거린다]
[권지들의 웃음] [홍익이 소리친다]
[은임의 환호]
[한림들의 힘겨운 신음] [은임의 웃음]
(설금) 어? 아, 아씨!
[옅은 웃음]
[재경의 놀란 신음] - (설금) 어, 야, 아이고 - (해령) 괜찮아
(설금) 아이고, 어떡하나, 조심... [재경의 걱정스러운 신음]
[힘겨운 신음]
[설금의 불안한 신음]
(설금) 조, 어, 조심... [재경의 걱정스러운 신음]
(재경) 어, 어
(재경) 어, 아이고... [설금의 한숨]
걱정했다
도대체 얼마나...
- (재경) 어, 해령아, 해령아 - (설금) 어머, 아이고, 어떡해
(해령) 오라버니
왜 바닥에 누워 있어요?
오라버니... [설금의 걱정스러운 신음]
[재경의 기가 찬 웃음]
(해령) 땅이 차서 입 돌아가...
- (재경) 설금아 - (설금) 아, 예
- (재경) 이것 좀 들고 있거라, 자 - (설금) 네 [잔잔한 음악]
[설금의 다급한 신음] [재경의 힘겨운 신음]
(재경) 자
[해령과 재경의 힘겨운 신음] (설금) 조심, 어...
(해령) 오라버니 [재경의 업는 신음]
(재경) 가자, 앞장서거라
[재경의 힘겨운 신음]
[밝은 음악]
(설금) 거, 참, 왜 이렇게 많이 잡수셨을까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해령의 초조한 신음] (설금) 어, 아씨, 어이구, 어이구, 어이구
어, 아씨, 아씨!
- (설금) 신요, 신 - (해령) 어
[해령의 다급한 숨소리] (설금) 여기, 빨리요, 여기
[설금과 해령의 다급한 신음]
- (해령) 나 간다, 간다 - 조심히, 어, 잘 다녀오...
[다급한 신음]
[가쁜 숨소리]
(해령) 저 예문관 권지입니다, 아이고
예문관 권지 구해령입니다
묘시 정각 이후로 관원을 들이지 말라는
예문관의 청이 있었습니다
(해령) 예?
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비켜 주십시오
[해령의 못마땅한 신음]
[해령의 한숨]
[문지기의 헛기침]
[문지기의 헛기침]
(문지기)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네?
[문지기의 헛기침]
[흥미진진한 음악] [까치가 깍깍 운다]
(문지기) 뒤쪽으로 가면
내전 쪽으로 난 개구멍이 하나 있습니다요
[해령의 힘겨운 숨소리]
(해령) 아이고
[옷을 탁탁 턴다]
[한숨]
[수풀 밟는 소리]
[삼보의 초조한 신음]
(삼보) [큰 소리로] 박 나인아!
최 나인!
얘들아!
아유, 어디에 있는 거야, 이거?
[삼보가 연신 외친다]
[삼보] 아유
(문지기) 특히 녹서당은
궁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곳이니
아무한테도 들키면 안 됩니다
[한숨]
[초조한 숨소리]
[발 끄는 소리]
(이림) 길을 잃었느냐?
[흥미진진한 음악]
[해령의 놀란 신음]
(해령) 매, 매, 매화?
참새?
[감미로운 음악]
(사희) 불쾌했습니다
구 권지가 그리 나서지 않아도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우원) 저 아이들 내일부터 제가 가르치겠습니다
(부제학) 폐가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익평) 내전에 처박힌 여인들의 솜씨라고 하기에는 너무 치밀하지 않나?
(해령) 내가 궐에서 재미있는 사람을 만났거든
여인을 품을 수가 없는 그런 사내란 말이다
(이림) 데려오란 사람은 어디 가고?
(최 상궁) 네년들에게 내명부의 법도를 가르쳐 주마
(이진) 그 서책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호담이라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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