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백서 12
- (종수) 예 - (수찬) 축하합니다, 아유
[리드미컬한 음악] (나은) 극적인 화해로
모든 게 다시 순탄하게 흘러갈 거라고 믿은
우리의 순진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사다난한 날들이 다시 펼쳐졌다
(준형) 아니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요?
(집주인) 다른 집 계약하든가
아이고
결혼식 얼마 안 남았는데 가능할까 모르겠네
[준형의 난감한 숨소리] (나은) [작게] 오빠, 어떻게 해?
(나은) 집을 구하면서 서울 시민은
집주인과 세입자
두 부류로 나뉜다는 걸 몸소 경험했고 [한숨]
호텔 느낌이나 카페 느낌의 인테리어 같은 건 [나은과 준형이 대화한다]
한낱 로망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으며
[카메라 셔터음] 섣부른 이별 선언으로
하다 만 웨딩 촬영을 결국 두 배의 돈을 주고 다시 찍으면서
돈 드는 일 앞에선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배웠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온갖 핑계로 결혼식 불참을 통보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경조사로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것을 깨닫는 사이 시간은 흘러
어느새 결혼식 전날이 되었다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아니, 아빠, 너무 딱딱하잖아
자연스럽게 그리고 여유 있게
아, 그리고 지금 너무 빠르다니까?
아까는 또 뭐, 너무 느리다면서?
그러니까 이게 4분의 3박자로 가야 한다니까
(나은) 다시, 다시
(수찬) 야, 야, 나은아 이거 무슨 군대 행군도 아니고
뭔 연습을 하루 종일 해?
연습을 해야 내일 실수를 안 하지
아니, 이러다 근육통 생겨서
내일 신부 입장할 때 다리 질질 끌고 가게 생겼어
(수찬) 내가 내일 잘할 테니까 오늘 그만하자, 어?
(나은) 알았어,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딱 한 번만 [수찬의 한숨]
(수찬) 아까도 딱 마지막이라더니, 정말
아, 그러니까 아빠가 잘하면 금방 끝나
아이참, 알았어, 알았어
(수찬) 야, 어 무슨 소리 안 들리니?
- (나은) 응? - (수찬) 전화 온 거 같은데?
아빠! [도어 록 작동음]
[종이 잘랑거린다]
[새가 지저귄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수연의 한숨]
[한숨 쉬며] 나 너무 떨려
아이, 그럼 그냥 남친분이랑 같이 계시지
안 돼 [한숨]
오빠 긴장하면 더 큰일이야
[한숨] 나 내일 잘할 수 있을까?
(희선) 그럼, 오늘이 떨리지 내일은 떨릴 겨를도 없어
- (수연) 그 정도예요? - (희선) 응
넌 그냥 플래너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희선) '이리 가세요' 하면 이리 가고
'저리 서세요' 하면 저리 서고
'사진 찍으세요' 하면 그냥 사진 찍고
그러다 보면 플래너가 '식장 들어가세요' 하거든?
그럼 버진 로드 걸으면 끝이야
아, 후다닥 지나가서 정신 차리고 나면 끝나 있더라
(나은) 아, 빨리 결혼식 끝났으면 좋겠다
아, 선배님이 이렇게 떠는 거 처음 봐요
너도 해 보면 내 마음 알 거야
아니요
어?
전 결혼 못 할 거라고요
(나은) 왜?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요
씁, 근데
제 짝은 이미 죽은 거 같아요
아니,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코빼기도 안 비칠 수가 없어요
아, 기다려
결혼식 끝나자마자 네 소개팅부터 해 줄게
[수연의 기대하는 숨소리]
(희선) 야, 나는?
언니는 그냥 민우 오빠 만나지
민우 오빠 사람 괜찮은데
[한숨] 야, 말도 마
어디서 삐까뻔쩍한 차는 빌려 와 가지고
나한테 개수작 부리는데
아유, 창피해 죽는 줄 알았네
설마
그 회사 앞으로 왔다던 그 스포츠카가 민우 그 사람?
어, 이번엔 S클래스더라
(희선) 아유 어디서 렌터카를 부업으로 하는지
[희선이 혀를 쯧쯧 찬다]
그거 다 민우 오빠 차야
[띵 울리는 효과음] [수연의 놀란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희선) 어?
그분 진도에서 전복 양식장 하시죠?
아니, 얼굴이 그, 어촌계 느낌이 나던데?
(희선) 아니야 농산물의 느낌이 나
충청도에서 과수원 크게 하니?
아니야, 두 사람 다 왜 그래?
[휴대전화 조작음]
(나은) 자
[흥미진진한 음악]
(민우) 아이씨
(준형) 아, 나이스
자, 이거 내일 결혼식 사회 대본
잘 보고 숙지해
좀 봐, 이 새끼야
[민우가 대본을 바스락거린다] 잘 보고 대본대로만 해
내일 어른들 다 계시니까 괜히 이벤트 같은 거 시키지 말고
이상한 개인기도 시키지도 말고
아버지 회사 분들도 많이 오시니까
최대한 경건하고 엄숙하게
대본대로, 알지?
그럼 나한테 뭐 해 줄 건데?
내가 양주 좋은 거 하나 해 줄게
[헛웃음] [코를 훌쩍인다]
야,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니야
[흥미진진한 음악]
그럼 뭐?
너 결혼식 끝나고 희선 씨랑 나랑 다 불러 놓고
뒤풀이 자리도 좀 마련하고 집들이 자리 좀 마련해
(민우) 뭐, 시간 되면
어, 뭐, 같이 커플 여행도 한번 가고
좀 적극적으로 움직이라고 적극적으로, 씨
알았어, 뭐, 그건 상황 봐서 할게
[민우의 한숨] 야, 너 상황 안 되면은
나은 씨랑 크게 한번 싸우기라도 해
(민우) 너 그건 자신 있잖아 그렇지, 어?
이 새끼가 내일 결혼하는 친구한테 선 넘네
[민우의 간절한 숨소리]
(민우) 아, 네가 나은 씨랑 결혼하면
[앙탈 부리며] 희선 씨랑 만날 핑계가 확 줄어드니까 그렇지!
만나면 뭐 하냐? 통하질 않는데
뭐가 안 통해? 뭐가, 내가?
아이…
아, 네 얼굴!
[헛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준형) 야, 희선 씨는 100% 얼굴 보는데
넌 얼굴이 안 통하잖아
야, 얼굴?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형의 비명]
[느끼하게] 안녕하세요 장민우입니다
(준형) 으아, 씨발, 잘못했어 으아, 하지 마!
(민우) 저한테 왜 그러세요? 말해 봐요
[휴대전화 진동음] (준형) 아, 아니야 잘못했어, 잘못했어
아, 알았어, 알았어, 아
[준형의 거친 숨소리] 어, 자기야
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어, 못 볼 걸 봐서 그래
[민우의 기가 찬 소리]
어? 민우는 왜?
[익살스러운 효과음]
(민우) 그나저나 너무 축하해요, 나은 씨
고마워요, 민우 오빠
고마우면 앞으로 잘 살아요 싸우지 말고 [웃음]
(준형) 두 분도 정말 고마워요
두 분 덕분에 우리가 결혼식장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됐어요
(민우) 야, 너, 이씨, 어?
너 이런 걸로 그냥 때울 생각하지 말고
어? 결혼식 끝나고 우리 이 멤버 그대로 다 불러서
거하게 술 한잔 사, 너
너는 좀 조용히 좀 있어
여기서 네가 제일 한 거 없거든?
내가?
(수연) 어, 아니에요
그때 그 브라이덜 샤워 때
민우 오빠가 제일 열심히 해 주셨거든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오빠'?
아이, 그게 제가 어린데
너무 '민우 씨, 민우 씨' 하는 건 좀 예의가 없어 보여서요
[한숨]
(수연) 아, 혹시 오빠라고 하는 거 좀 불편하세요?
아유, 아니요, 전 너무 좋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민우) 예, 수연 씨 편한 대로 부르세요
저번에 제가 브라이덜 샤워 때 말실수한 것도 있는데
그냥 쿨하게 넘어가 주시고
또 이렇게 먼저 오빠라고 해 주시니까, 뭐
전 너무 고맙죠
(수연) 아, 아니에요 그냥 실수하세요, 오빠
그냥 편하게 하세요, 오빠
[민우가 중얼거린다]
예, 예
[희선의 헛기침]
준형 씨한테는 꼬박꼬박
'선배님 남자 친구분'이라고 잘만 하더니
민우 씨한테는 '오빠'란 소리가 쉽게 나오네
뭐, 그건 선배님 남자 친구분한테
너무 '오빠, 오빠' 하는 건 좀
(수연) 선을 좀 넘는 거 같아서요 [민우의 웃음]
그래서 '남친 분, 남친 분' 한 거구나?
(나은) 내일부터는 그냥 형부라 불러
어유, 형부
네, 형부
[희선의 한숨] 오빠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 오빠…
(민우) 아유, 오랜만에 들어 보네
[헛기침]
[띵 울리는 효과음]
(수연) 선배님 이분한테 호감 있으세요?
(희선) 어?
아니
[손뼉을 탁 치며] 어, 잘됐다 선배님, 그럼 저 이분
(수연) 자리 한번 마련해 주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나은) 어…
민우 오빠 네 스타일 아닐 텐데?
[수연이 부정한다]
스타일인지 아닌지는 만나 봐야 알죠
[수연의 웃음]
(희선) 야 이 배경 알자마자 이러는 거
너무 속 보이지 않냐?
왜요, 속 보이면 안 돼요?
허, 설마 선배님
저랑 이분 만나는 거 기분 나쁘신 거예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
[헛웃음] 아니
(희선) 나은아, 소개시켜 줘
둘이 자리 잡아
전화해서 약속 잡아라, 어
만나 봐 [수연이 호응한다]
[희선의 헛웃음]
[희선이 후루룩 마신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나은) 오빠, 우리 이제 그만 가자
결혼식 전날이니까 가서 쉬어야지
(준형) 오케이
(수연) 아, 선배님도 약속 있다 하지 않으셨어요?
내가? 아니?
[익살스러운 음악]
그러고 보니까
수연이랑 민우 오빠랑 잘 어울리는데?
어머?
네?
아, 저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색한 웃음]
분위기 좋네 잘 어울려서 좋겠어요?
어, 그럼요 저랑 수연 씨랑 너무 잘 어울리죠
근데
희선 씨랑 더 잘 어울릴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제가
[피식 웃는다]
[민우의 웃음]
(민우) 아, 이렇게 바로 앞에서 말하니까 쑥스럽다
[민우의 웃음]
[만족스러운 웃음]
[수연의 뿌듯한 숨소리] (준형) 아, 그럼 수연 씨가
일부러 민우한테 '오빠, 오빠' 한 거라고요?
희선 씨 자극받으라고?
(수연) 네 아이, 희선 선배님 성격에
계속 연락을 저렇게 받아 주는 건 분명 호감이라는 뜻이거든요
아, 근데 자꾸 자기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고
그러다가 민우 오빠 놓치면 너무 아깝잖아요
민우 오빠 같은 사람 뭐, 내 남자 친구는 아니어도
내 주변에 한 명 정도는 있었으면 하는 사람이거든요
[수연과 준형의 웃음]
(준형) 자기도 알고 있었고?
(나은) 응, 호감이 있다 해도
불붙으려면 뭔가 계기가 필요하잖아 [수연의 호응하는 숨소리]
(수연) 희선 선배님 입장에서
너무 쉽게 호감을 인정하기도 좀 그렇고
뭐가? 이혼한 거 때문에?
나이도 있고
나이도 있고
(수연) 아유, 계속 말하자니 나만 외롭네, 쯧
(준형) 아, 그러면 내 결혼식에
뭐, 친구들이며 후배들이며 많이 올 테니까 한 명 찍어 봐요
내가 신혼여행 갔다 와서 바로 자리 마련해 볼 테니까
[들뜬 숨소리] 감사합니다!
허, 그럼 뭐야, 그, 우리 다 같이 커플 여행 가는 거예요?
[수연의 들뜬 숨소리] (준형) 자리도 마련 안 했는데 벌써부터 커플 여행?
[나은과 수연의 웃음] (나은) 얘가 금사빠라 옷깃만 스쳐도 자기한테 유죄래
[놀란 숨소리] [나은을 탁탁 두드린다]
[리드미컬한 음악] (민우) 아, 와인은 이렇게 향으로 먹는 술이라고 했어요
- (나은) 포도주야, 주스야? - (준형) [흉내 내며] 씁, 음, 음
[수연과 나은의 웃음]
[민우가 와인을 호로록 마신다]
둘이 진짜 잘됐으면 좋겠다
그럼 좋지
(준형) 우리 내일 부케 희선 씨한테 줄까?
(나은) 수연이만큼 우리 오빠도 만만치 않네
하긴 너무 급하긴 했다
[나은과 준형의 웃음]
오늘이면 끝이네
뭐가?
[숨을 씁 들이켠다]
앞으로 이렇게 각자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갈 일 없잖아
그러네, 내일 결혼식만 끝나면
아, 근데 결혼식 생각하니까 또 떨려
뭐가 떨려?
버진 로드에서 넘어질까 봐 그것도 걱정되고
하객 없을까 봐 그것도 신경 쓰이고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자긴 내가 옆에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준형) 자기가 넘어지면 당연히 내가 일으켜 줄 거고
만약에 뭐, 하객이 없어서 반응이 없으면
내가 소란스럽게 해 줄게
[준형의 웃음]
그래도 정 걱정되면
'이제 다 끝이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 봐
[차분한 음악] 어?
우리가 결혼식 준비 하면서 사건 사고가 오죽 많았어?
(준형) 근데 그 모든 게 내일이면 다 끝나는 거잖아
'결혼식만 끝나면 우린 해방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결혼식이 막 기다려진다
어떻게 그걸 기다리냐?
나랑 결혼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기랑 결혼식 하는 건 생각하면 안 돼
왜?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니까
[나은의 웃음]
[준형과 나은의 웃음]
(나은) 내일이야 [나은의 설레는 숨소리]
(준형) 신난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종이 잘랑거린다]
(나은) 다녀왔습니다
[문이 탁 닫힌다] (수찬) 어, 왔어?
[종이 잘랑거린다] [도어 록 작동음]
[수찬의 웃음]
어, 왔어?
(나은) 뭐지, 이 상황은?
설마
엄마 또 경락했어?
[나은의 놀란 숨소리]
[발랄한 음악]
(수찬) 사람 안 변하지, 아이고
(나은) 엄마! [나은의 한숨]
(달영) 티 나?
아, 그럼 티 많이 나지
아니
그 여편네가 지난번에 멍 든 거는 처음이어서 그렇다고
(달영) 이번에는 절대로 멍 안 든다고 장담을 하더니
또 이 꼬라지를 만들어 놨어
[어이없는 웃음] 내가 진짜 결혼식만 끝나면 그 여편네 가만 안 둘 거야
아휴, 그래도 괜찮아
(나은) 뭐, 두 번째니까 첫 번째만큼은 심란하지…
않을 리가 없지!
[울먹이는 숨소리] 아, 나한테 진짜 왜 이래?
[나은의 한숨] 야, 일관성 있고 좋지, 뭘 그러냐?
(수찬) 상견례 때 멍 들어 결혼식 때 멍 들어
[나은의 한숨]
이 양반이 진짜, 이씨 안 그래도 애한테 미안해 죽겠는데
아, 그러니까 미안할 짓 좀 그만해
(나은) 아빠, 왜 그래
엄마, 괜찮아 화장 더 진하게 하면 돼
미안해, 번번이
(나은) 아, 괜찮다니까
난 엄마가 이렇게 풀 죽은 모습이 더 마음에 걸려
[잔잔한 음악]
[살짝 웃는다]
아휴
(달영) 일한다고 잘해 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이쁘게 잘 커서 시집을 다 가고
미안해
아, 또 뭐가?
왜 자꾸 미안하대
네가 시집간다고 생각하니까 다 마음에 걸려서 그러지
(달영) 남들 하는 거 다 해 주지도 못하고
말도 이쁘게 못 해 주고 맨날 잔소리나 하고
(나은) 나 다 잘되라고 잔소리하는 거 다 알아
그리고 따지고 보면 내가 더 미안하지
아빠랑 엄마한테 제대로 효도도 못 하고 결혼하는데
아니야
(달영) 나은이 너는
태어나 준 게 효도야, 엄마한테는
[나은의 한숨] [달영이 훌쩍인다]
[울먹이며] 네가 태어나 줘서 엄마는…
엄마 [달영이 훌쩍인다]
[빨리 감기 효과음] (수찬) 오케이, 오늘은 여기까지
야, 네 엄마 눈탱이 밤탱이 됐는데 눈까지 띵띵 부으면
내일 식장에서 무슨 사연 있어 보여
자, 1절들만 해
[한숨] 아이고
[못마땅한 소리] [혀를 쯧 찬다]
[잔잔한 음악] 어유, 우리 딸
[나은이 훌쩍인다] (나은) 엄마
[빨리 감기 효과음] - (수찬) 아유, 아유, 좀 그만해! - (달영) 엄마
(수찬) 아유, 아유, 좀 그만해
아유, 왜 이래, 결혼 전날
(나은) 아빠
(수찬) 어이구, 참
- (나은) 내가 더 잘할게 - (수찬) 알았어, 알았어, 아이고 [달영이 훌쩍인다]
아유, 섭섭하긴요
(미숙) 아들 장가간다니까 아주 큰 짐 던 거 같아서 [도어 록 작동음]
속이 다 시원하죠
[웃음]
아유, 나이 든 아들 아주 징글징글해요 [미숙의 웃음]
엄마
어머
(미숙) 아, 예, 예 아, 네, 그럼 내일 뵐게요
아, 감사합니다
[통화 종료음] 어머
너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야? [휴대전화를 달그락 놓는다]
(준형) 엄마 울적할까 봐 내가 왔지
[어이없는 웃음]
내가 왜 울적해?
(준형) 글쎄
하나뿐인 아들 장가가는 전날이라서?
얘, 그게 울적할 일이니? 속 시원할 일이지
우리 엄마 보기보다 완전 쿨하네?
(미숙) 그럼, 어유 난 아주 쿨한 시어머니가 될 거야
(준형) 어머니, 제발 제발 그래 주세요, 제발
[웃음]
내가 이번에 엄마랑 나은이랑 의견 안 맞는 걸 경험해 보니까
아, 진짜 못 해 먹겠더라
못 하긴 뭘 못 해?
앞으로 네 역할이 제일 중요해
(미숙)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혼 생활이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거야
에이, 무슨 결혼이 수련회야?
너 농담 아니니까 이거 잘 들어
결혼 생활은 다 너 하기에 달려 있어
네가 나은이를 예뻐해야 나도 나은이를 예뻐하고
(미숙) 네가 이 엄마를 공경해야 나은이도 날 공경해
알았어?
네
(준형) 네, 명심하겠습니다
[미숙과 준형의 웃음]
엄마, 와인 한잔?
(미숙) 좋지
엄마, 고마워
뭐가?
[쑥스러운 숨소리]
아니, 그냥 뭐, 지금까지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고
어머
얘가 갑자기 안 하던 소리를 하고 이래?
아이, 그냥 해 봤지
(미숙) 허, 참
아유, 결혼할 때 되니까 아주 철들었나 보네
[흐뭇한 숨소리]
[차분한 음악]
[웃음]
[숨을 깊게 내뱉는다]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힘주는 숨소리]
[한숨]
[웃음]
[졸졸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수찬) 어이구, 마가 꼈어, 마가
(달영) 치
[살짝 웃는다]
[사락거리는 소리]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종수) 야, 준형아
- 예 - (종수) 이리 와
예
(미숙) 표정이 왜 그래? 얼굴 좀 펴
[미숙과 준형의 어색한 웃음]
(수찬) 감사합니다 [수찬의 웃음]
[미숙의 웃음]
(미숙) 얘, 준형아
안사돈 얼굴이 아무래도 이상…
[띵 울리는 효과음]
너, 너 왜 이래?
너 왜 이렇게 땀을 흘려?
아, 엄마, 나, 나 지금 너무 떨려
나 지금 심박수 맥스야
- (종수) 어이구 - 어머, 얘 좀 봐 [종수가 혀를 쯧쯧 찬다]
가서 청심환이라도 좀 먹고 와
아, 이미 먹었죠
너 하나 더 먹어, 이러다 식장 들어가기도 전에 쓰러지겠어
어
아유, 쟤가 왜… [멀어지는 발걸음]
[물통을 탁 놓는다] [한숨]
(나은) 오빠, 심호흡 [긴장되는 숨을 내뱉는다]
오빠, 긴장하지 마
(준형) 아니, 긴장한 건 아니고 나 그냥 좀 떨려서
(나은) 그렇지, 떨리지
결혼식 전에 떨리는 게 당연하지
[숨을 후 내뱉는다]
오빠, 나 봐 봐
오빠가 어제 나한테 그랬잖아
오빠가 옆에 있는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넘어지면 오빠가 일으켜 줄 거고
일 생기면 오빠가 수습해 준다며?
그래야지, 내가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긴장할 거 없어
내가 옆에 있잖아
[따뜻한 음악]
[나은이 살짝 웃는다] (나은) 왜?
(준형) 더 떨려
(나은) 어?
오늘 자기가 내가 생각한 거보다 훨씬 더 예뻐서
(나은) 아유
농담하는 거 보니까 긴장 풀렸네
우리 잘할 수 있겠지, 오늘 결혼?
그럼
우리 둘이 같이 있는데 잘 해낼 수 있지, 당연히
맞아
우리 둘이 여기 같이 있는 거지?
[준형의 가다듬는 숨소리]
(준형) 잘할 수 있을 거야, 결혼
나 이제 나가 볼게
- 파이팅 - (준형) 파이팅
[나은의 웃음]
나은아
(나은) 응?
너 오늘 진짜 예쁘다
[기분 좋은 웃음]
오빠도
[살짝 웃는다]
[준형의 들뜬 숨소리]
[나은의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숨을 하 내뱉는다]
[하객1이 축하 인사 한다] (종수) 고맙습니다 식사하고 가세요
- (하객1) 네 - (종수) 고맙습니다
(수찬) 여러모로 대기업 다니는 바깥사돈하고
이, 부동산 하는 내가 식장에서 비교될 거 아니야, 어?
직업에서부터 하객 수, 화환 숫자까지
(준형) [작은 목소리로] 민우야
- (수찬) 아이고 - (달영) 어머나! [함께 웃는다]
(달영) 아이고 멀리서 와 주고 고마워 [수찬이 감사 인사를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언니 딸내미 결혼식인데
제주도에서 한다고 해도 가야지
[달영의 웃음] (하객2) 아유
(달영) 고마워, 고마워 얼른 들어가 자리 잡아, 응?
(하객3) 아유 화장이 오늘은 진하네?
신경 좀 썼나 봐
아이, 아이 어차피 이 비싼 돈 주고 하는 거
그냥 최대한 발라 달라고 했지
잘했어, 잘했어, 이뻐 [달영의 웃음]
아니, 근데 나은이네도 보기보다 엄청 화려하네
- (달영) 응? - (하객2) 아니
(하객2) 나은 아버님이 사회생활을 많이 하셨나 봐요?
(수찬) 아이고
[수찬과 달영의 웃음] (하객2) 아유, 멋지다
[함께 웃는다]
-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 (하객2) 아, 네, 네
(수찬) 들어가세요, 예
아휴 [헛기침]
[민우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종수) 아이고, 박 사장
아유, 뭐, 또 여기까지 와 주셨어 감사합니다 [민우의 못마땅한 숨소리]
우리 집사람
어, 그래, 식사하고 가세요, 예 [하객4가 대답한다]
(항호) 아, 예, 회사 선배입니다
(종수) 아, 그래요? 아유, 반갑습니다
- (항호) 축하드립니다 - (종수) 고맙습니다
(항호) 아, 어머님 닮아서 미남이네요
[항호의 웃음] (미숙) 아이고, 정말
(항호) 축하드립니다, 예 [미숙의 웃음]
(미숙) 우리 준형이 잘 부탁드려요 [항호가 호응한다]
- (항호) 야, 야 - (준형) 차 안 막히셨어요?
(항호) 야 기어코 결혼하는 거야?
아이고
축하한다
어, 우리 와이프
(항호) 네 와이프 될 사람이랑 같은 회사래, 같은 부서고
아, 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호 처) 축하드려요
아니, 평소에 나은 대리님 보면서
저렇게 똑똑하고 예쁜 사람은 누구랑 결혼을 하나 했는데
이렇게 잘생기고 훤칠한 사람이랑 하네요
아휴, 별말씀을요
아, 너무 부럽다
[항호의 웃음] [발랄한 음악]
뭐가?
[항호 처의 한숨]
내 눈을 찔러야지
준형아, 마지막 기회야
(준형) 뭐가요?
(항호) 어?
[작게] 도망쳐
도망치라고요?
[항호가 당황한다] (항호 처) 아유
좋은 소리만 해도 모자랄 결혼식장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쯧
(준형) 아이, 난 또 뭐라고 [항호의 한숨]
(항호 처) 미안해요 이 사람이 농담이 좀 지나쳐서
(항호) 아니야, 농담이 아니야
(준형) 아, 들어가세요 들어가세요, 들어가세요
(항호 처) 다음에 같이 한번 봐요
축하해
(일한) 서 주임, 아, 결혼 축하해
[일한의 웃음] 잘생겼어, 아주 준비 잘하고, 어, 어
(나은) [놀라며] 둘 다 뭐야? 숍 갔다 온 거야?
너무 예쁘다 [수연의 웃음]
(희선) 오늘 네가 제일 예쁘거든
(나은) 허, 언니도 만만치 않은데?
씁, 오늘 풀메 한 거 보니까
아무래도 누굴 의식한 거 같은데 [희선의 헛기침]
뻔히 다 알면서 뭘 또 물어요?
저, 희선 선배님 [웃음]
(수연) 쑥스러워하잖아요 [희선과 수연의 웃음]
(나은) 아니, 난 그런 거면 부케를 언니를 줘야 되나 싶어서
(희선) 아유, 아주 둘이 나 놀릴 때는 찰떡궁합이야, 아주 [수연과 나은의 웃음]
농담 그만하고 넌 결혼식에 집중해
오늘이 지나면 다신 안 올 순간이야
(수연) 아니죠, 뭐 또 올 수도 있죠
뭐? [나은의 웃음]
(나은) 언니 좋게 생각하면 덕담이야
(희선) 이게 덕담이야?
(나은) 그럼 언니도 또 할 수 있다는 덕담
야, 이 나이에 연애하면 다 결혼해야 돼?
(희선) 아유, 김나은
신여성인 줄 알았더니 진부해, 아주, 어?
(수연) 어, 어, 연애래요, 연애 [나은의 놀란 숨소리]
(나은) 나도 들었어 연애하나 봐, 둘이 [수연의 웃음]
(희선) 아, 이러는 거 보니까 어제랑 다르게
하나도 안 떨리시나 봐요 김나은 신부님?
떨리기보다는, 씁
아, 빨리 결혼식이 끝났으면 좋겠어
[희선의 부정하는 숨소리] (희선) 끝나기는 무슨 이제 시작인데
(나은) 응?
뭐, 버진 로드만 걸으면 끝나는 줄 알았어?
(희선) 이거 끝나면 폐백 하러 가야지
폐백 끝나면 결혼식 비용 정산해야 되지
[발랄한 음악] 그거 끝나기도 전에 신혼여행 가야 돼
신혼여행 갔다가
양가 부모님들한테 인사하러 가야 되지
그다음엔 집들이의 고난이 시작되는데
내가 진짜 이 얘기까진 안 하려 그랬는데
뭐, 뭐?
결혼 후엔
결혼 전이 천국이었다는 걸 깨닫게 돼
아유, 이 언니 진짜 끝까지
[희선의 웃음] [나은의 한숨]
결혼 축하한다, 김나은
진심으로
[장난스럽게] 결혼 축하드려요 선배님, 진심으로
고마워, 둘 다 [수연의 웃음]
고마우면 행복하게 잘 살아야 돼
(수연) 행복하세요
(사진작가) 컷,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만 더 찍어 볼게요, 예
하나, 둘, 해피
[카메라 셔터음]
[과장의 웃음] (나은) 어? 과장님
- (희선) 어, 오셨어요? - (수연) 어, 대리님!
[함께 웃는다] (희선) 오셨어요?
- (수연) 아, 대리님! - (과장) 일찍 왔네?
(과장) 아이고, 이쁘다 어유, 김 대리 너무 이쁘다 [함께 웃는다]
(항호 처) 이따 만나요
(수연) 좀 있다 봬요, 선배
(항호 처) 어, 진짜 예쁘다 [과장의 탄성]
(사진작가) 어떻게 관계가 뭐, 직장 동료?
- (과장) 아, 네, 네 - (항호 처) 네, 동료, 동료요
(사진작가) 네 그럼 좀만 더 붙을게요, 네 [과장이 대답한다]
- (항호 처) 너무 예뻐요 - (사진작가) 시선은 저, 네
(사진작가) 찍을게요 하나, 둘, 해피 [카메라 셔터음]
(민우) 뭐? 아직 여자 친구가 없다고?
[정신의 쑥스러운 웃음] [민우의 탄성]
어? 희선 씨
(희선) 아
[웅장한 음악]
[꼴깍 삼키는 효과음]
여기 빛이 나네요?
(민우) 아, 예, 뭐 오늘 숍 갔다 와 가지고
[웃으며] 참
- (정신) 어, 그럼 형, 이따 봐 - (민우) 응
난 가서 준형이 형 인사하고 올게
(민우) 어어, 갔다 와
저랑 같이 갈래요?
[밝은 음악]
네?
아니
저도 형부한테 축하 인사를 깜빡했지 뭐예요
[설레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희선) 아, 맞아 나도 아직 인사 안 했는데
같이 가자 [반짝이는 효과음]
아니, 뭐, 두 분 정신이 알아요?
아니요
이제부터 알아 보려고요
누군지
[정신의 당황한 소리]
- 형 - (민우) 응?
(정신) 누구셔?
(민우) 어어, 어 이분은 네가 누군지 알 거 없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밝은 음악] 이분은 네가 데리고 가서 준형이랑 좀 인사도 시키고
너에 대해서 좀 심도 깊게 얘기 좀 해 봐
어, 가
- (정신) 아, 형, 나? - (민우) 가, 어, 가
(민우) 어, 정신아, 가 정신없어, 가 [정신이 당황한다]
- (수연) 네 - (민우) 가, 어, 가
아니, 나도 가고 싶은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내 앞에서 다른 남자 그렇게 보지 마요
질투 나니까
[놀란 숨소리] [비장한 음악]
(희선) 존나 멋있어
[띵 울리는 효과음]
(민우) 지금부터
신랑 서준형 군과 신부 김나은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 큰 박수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하객들의 박수]
모두 축하의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자, 다음은 오늘 예식의 첫 번째 주인공
신랑 서준형 군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밝은 음악]
자, 모두 뒤쪽을 바라봐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준형아, 준비됐니?
자, 신랑 입장!
[숨을 후 내뱉는다]
자,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객들의 박수와 환호]
다시 한번 행복한 미래를 위해 힘차게 걷고 있는 신랑에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축하의 박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하객들이 환호한다]
다 별거 아니야
(나은) 응?
(수찬) 살아 보니까 어떻게든 지나가게 돼 있어
그러니까 너무 아등바등 열심히 살 필요 없어
적당히 내려놓고 네 몸 편한 대로
네 속 편한 대로 살아
우리가 너 키우면서 너한테 바란 건 딱 그거 한 가지야
네 속 편한 대로 사는 거
아빠
그거면 돼
(민우) 네 오늘의 진정한 주인공이죠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여러분의 더 큰 박수와 환호로
신부를 맞이하여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신부 입장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하객들의 박수와 환호]
여러분,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객들이 환호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 김나은 양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신랑 서준형 군은 앞으로 나가서 신부를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잘 부탁하네
(준형) 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나은이 꼭 행복하게 해 주겠습니다
[감성적인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민우) 자, 다 같이 사랑이 듬뿍 담긴 박수로
축하를 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하객들의 박수]
(준형) 아낌없는 사랑과 표현으로
아내의 얼굴에 매일매일 웃음꽃만 피게 하는
다정한 남편이 되겠습니다
(나은) 남편의 입가에 매일매일 미소가 번지도록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겠습니다
(준형) 남편으로서 믿음을 주고 신뢰를 줄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나은) 남편을 존중하며
지혜롭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 것을 약속합니다
(준형) 저희 결혼을 축복해 주시는 따뜻한 마음 잊지 않고
언제나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항호) 아니야
(준형) 나 서준형은 신부 김나은을 아내로 맞이하여
(나은) 나 김나은은 신랑 서준형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준형과 나은) 언제나 변함없이 당신의 곁에 남을 것을
이 자리에서 서약합니다 [하객들의 박수]
(민우) 이로써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서약을 지킬 것을 맹세하였습니다
두 사람이 하나 됨을 박수로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랑 신부, 힘차고 행복하게 행진!
[하객들의 박수와 환호]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일한) 서준형!
(항호) 둘, 셋!
[폭죽 소리가 요란하다] [하객들의 환호]
[경쾌한 음악]
.결혼백서↲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