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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사관 구해령  20

 

 [어린 재경의 재촉하는 신음]

 

 [말의 거친 숨소리]

 

 [함께 웃는다]

 

 (어린 재경)  가자!

 

 [총성이 탕 울린다]  [어린 재경의 당황한 신음]

 

 [어린 재경의 힘겨운 신음]

 

 [긴장되는 음악]

 

 (익평)  무슨 내용이더냐?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대로  받아 적거라

 

 싫다!

 

 (어린 재경)  전하께서 네놈을 가만두실 거 같으냐?

 

 [귀재의 기합]

 

 (어린 재경)  영산아영산아!

 

 [어린 재경의 놀란 숨소리]

 

 (익평)  그놈 살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겸의 초조한 한숨]

 

 [아기 울음이 들린다]

 

 (어린 모화)  원자십니다  원자 아기씨가 태어나셨어요

 

 [삼보의 옅은 웃음]

 

 (백선)  전하!

 

 전하역모이옵니다

 

 함영군과 사간원 민익평이  군사들을 이끌고 성문을 넘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어서 옥체를 피하시옵소서

 

 너희는 이곳에서  중전과 원자를 지키거라

 

 (백선)  전하!

 

 [군사들의 함성]

 

 [문이 끼익 열린다]

 

 [군사들이 시끌벅적 싸운다]

 

 국왕 이겸의 이름으로

 

 청나라로 넘어가던  밀서를 입수했습니다

 

 (익평)  우리 신하들은

 

 조선을 서양 오랑캐에게  넘기려던 역적을

 

 더 이상 국왕으로 모실 수 없습니다

 

 사교에 빠져 나라의 근간을 위협한 죄

 

 백성을 도탄으로 몰아낸 죄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으시오

 

 말은 바로 하시오

 

 (이겸)  역모의 명분은  이딴 말도 안 되는 밀서가 아니라

 

 내가 순순히  사대부들을 따르지 않아서겠지

 

 (이겸)  나는 모두에게 무언가를 배우고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소

 

 문벌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정에 나가지 못했던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었던 것처럼

 

 나는 천민과 여인들에게도  그 문을 열어 준 것이오

 

 그게 당신의 죄명입니다!

 

 지엄한 강상의 법도를  제멋대로 뒤집으려고 한 죄!

 

 오로지 그대들만 학문을 할 수 있고!

 

 그대들만 뜻을 펼칠 수 있는  반쪽짜리 법도가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이 나라가 가야 할 길은  그게 아니라...

 

 [익평이 칼로 푹 찌른다]

 

 [이겸의 힘겨운 신음]

 

 (학생1)  재경아!

 

 (문직)  재경아!

 

 영산이를 데려가거라어서!

 

 (학생2)  

 

 [어린 재경의 힘겨운 숨소리]

 

 (문직)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대체 누가...

 

 [울먹이며]  제가 전하의 서신을 고쳤습니다

 

 (어린 재경)  뭘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방도를 알려 주십시오

 

 이 일을 바로잡을 수 있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문직)  너의 잘못이 아니다

 

 이미 모든 건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왔을 것이야

 

 (어린 재경)  스승님

 

 (문직)  희연이를 부탁한다

 

 살아남거라

 

 [차분한 음악]

 

 [아기가 칭얼거린다]

 

 [삼보의 다급한 신음]

 

 [아기가 칭얼거린다]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사관입니다비켜 주십시오

 

 (금군1)  녹서당을 엄중히 호위하라는  저하의 명이 있었습니다

 

 (해령)  사관도 못 들어가게 하면서  이게 어딜 봐서 호위입니까?

 

 (삼보)  마마...

 

 [삼보의 걱정스러운 신음]

 

 (설금)  아씨아씨!

 

 아유걱정돼서 혼났네  [각쇠의 한숨]

 

 아니웬 시커먼 놈들이  갑자기 집에 쳐들어와서는

 

 아씨 방이랑 나리 방이랑  아주 쑥대밭을 만들어 놨어요

 

 (각쇠)  좌상의 수하들입니다

 

 (해령)  해서누구 다친 사람은 없고?

 

 (설금)  

 

 일단 뭐지낼 곳은 구해 뒀으니까  우리 거기로 가요

 

 [탄식하며]  난 이제 길바닥도 무서워 죽겄네

 

 (해령)  각쇠네가 앞장서

 

 오라버니가 계신 곳

 

 [어두운 음악]  (이태)  뭐라세자가?

 

 (상선)  

 

 저하께서 녹서당에 금군을 배치하고

 

 대군마마의 출입을 금하라는  명을 내리셨다 하옵니다

 

 [이태의 한숨]

 

 결국 결단을 내렸군

 

 (모화)  대비전에서 연통이 왔습니다

 

 마마께서 날을 잡으셨습니다

 

 (각쇠)  나리  [문이 달칵 열린다]

 

 (재경)  해령아

 

 (백선)  사초를 찾은 사관이  구 장령의 누이라고?

 

 (해령)  예문관 권지 구해령입니다

 

 (백선)  하면 그 내용도 보았는가?

 

 (해령)  

 

 하오나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대장님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공개해선 안 됩니다

 

 (백선)  그래자네는 사관이니  그것이 의무라 생각하겠지

 

 하나 우리에게 그 사초는 반드시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할 물건이네

 

 그것만 있었어도

 

 이리 먼 길을 돌아오진 않았을 테니까

 

 그 길이라는 게

 

 경오년의 일을 바로잡기 위한 거라면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 (재경해령아  - (해령그날

 

 오라버니와 의녀님은  스승님을 잃었지만

 

 저는 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해령)  왜 저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저하께선 귀를 닫으셨고

 

 녹서당은 군사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군마마의 안위조차  보장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계획이 있다면 말씀을 해 주십시오

 

 [풀벌레 울음]

 

 [저마다 한숨을 내쉰다]

 

 (우의정)  이보게도승지

 

 전하께 제대로 말씀드린 것이 맞나?

 

 (도승지)  분명 알았다고  대답까지 하셨습니다

 

 (우의정)  오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왜...

 

 (대사헌)  이거 혹 여론이 시끄러워지니까

 

 전하께서도 저희와  담을 쌓으시려는 거 아닙니까?

 

 (대제학)  [한숨 쉬며]  그럴 만도 하지요

 

 폐주의 얘기가 퍼지는 것도 모자라

 

 이젠 예문관 사관들까지  경오년 일을 걸고넘어지니...

 

 [저마다 한숨을 내쉰다]

 

 (이조 정랑)  애초에 민 봉교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습니다

 

 아니어디서 그딴 상소를  대전에 가지고 와 갖고...

 

 (우의정)  어허정랑입조심하게

 

 민 봉교에 대한 처분은

 

 내가 직접 내리겠습니다

 

 (익평)  하나 이 사태의 중심은  도원 대군입니다

 

 폐주의 적장자가 살아 있으니

 

 대비도 서래원 잔당들도  헛된 희망을 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조 정랑)  대감혹시...

 

 주상 전하의 즉위 20주년을  경축하는 연회가 열립니다

 

 그 전에

 

 [흥미진진한 음악]

 

 도원 대군은 세상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삼보)  아이...

 

 ...

 

 마마식사라도 제대로 하십시오

 

 마음이 허하다고  배 속까지 허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이림)  [수저를 달그락 내려놓으며]  됐어

 

 바깥은 좀 어떻느냐?

 

 그냥 뭐잠잠하긴 한데

 

 폭풍 전야 같기도 하고

 

 구해령은별일 없고?

 

 (삼보)  아이참이런 상황에도  구 권지가 걱정되십니까?

 

 이런 상황이라 더 걱정돼

 

 난 그 일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유폐가 됐는데

 

 하물며 대전에  상소를 써서 올린 구해령은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잖아

 

 [삼보의 한숨]

 

 [옅은 한숨]

 

 [불편한 한숨]

 

 [옅은 한숨]

 

 [어두운 음악]

 

 [불편한 한숨]

 

 [한숨]

 

 (이림)  누구냐?

 

 [다급한 숨소리]

 

 누군가 녹서당에 들었다  보질 못했느냐?

 

 아니요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란)  지금 이런 상황에  연회가 웬 말이랍니까?

 

 잔치도 분위기 봐 가면서 해야지

 

 (은임)  [한숨 쉬며]  전하께는 유학 경전보다 중요한 게

 

 체면이시라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왕실이 건재하다  보여 주려는 거죠

 

 (아란)  하여튼 이해가 안 갑니다

 

 정작 중요한 얘기는 무시하시면서

 

 (사희)  사헌부?

 

 (시행)  아니김 장령님여기는 어쩐 일로...

 

 (사헌부 장령)  봉교 민우원은 앞으로 나오거라!

 

 [긴장되는 음악]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대전을 어지럽히고

 

 대신들을 논핵한 죄로써 하옥하라는

 

 좌상 대감의 명이시다

 

 끌고 가거라

 

 (금군들)  

 

 (시행)  아니아이잠깐...

 

 상소가 문제라면 저를 잡아가십시오

 

 (해령)  상소를 쓴 권지 구해령이 바로 접니다

 

 민 봉교님은 제 부탁을 받아  그냥 읽은 것뿐입니다

 

 [사관들의 놀란 신음]  (은임)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길승)  상소 하나 읽었다고  대전을 어지럽혔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대간불가죄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사헌부 장령)  사관들의 책무는  간언이 아니라 사필일세

 

 - (사헌부 장령비키시게  - (장군못 비킵니다

 

 (장군)  지금 이건 명백한 보복입니다

 

 저희들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겁박이오!

 

 (우원)  그만하거라!

 

 소란 피울 거 없다

 

 - (우원자리 지켜  - (장군민 봉교님

 

 [은임의 안타까운 한숨]

 

 - (사희괜찮으십니까?  - (해령

 

 (장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어떻게 사헌부가!

 

 저딴 말도 안 되는 명분으로  사관을 잡아갈 수가 있냐고요!

 

 (홍익)  양 봉교님  아뭐라도 좀 해 보십시오!

 

 좌상 대감 명이라는 거 못 들었냐?

 

 (시행)  자기 아들도 잡아가는 마당에

 

 여기서 나서는 놈은 진짜로 죽는 거야

 

 [어두운 음악]  [시행의 깊은 한숨]

 

 [익평의 한숨]

 

 (백선)  아니자네가 여긴 어찌...

 

 대장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금군2)  교대 시간이다

 

 위치로!

 

 "녹서당"

 

 [초조한 한숨]

 

 (해령)  대군마마!

 

 - (이림구해령  - (해령마마

 

 [애틋한 음악]

 

 [옅은 웃음]

 

 [해령의 놀란 신음]

 

 여긴 누구의 집인 것이냐?

 

 어서 들어가십시오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풀벌레 울음]

 

 신 훈련도감 대장 소백선

 

 이 나라 유일한 적통이신  도원 대군마마께 인사 올리옵니다

 

 [웅장한 음악]

 

 (모화)  중전마마께서 회임하신 직후부터

 

 곁에서 모셨습니다

 

 마마께서 태어나신 그날도

 

 제가 곁에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선

 

 어떤 분이셨느냐?

 

 한 번도 그분 얘기는 듣지 못해서

 

 (모화)  현명하고 어진 분이셨습니다

 

 신분이 낮다 하여  쉽게 대하는 법이 없으셨고

 

 궁녀들을 데려다  글을 가르쳐 주시기도 하셨고요

 

 대군마마

 

 [잔잔한 음악]  저희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며칠 후 열릴 연회에서

 

 모든 것을 끝내고자 합니다

 

 (모화)  하나만에 하나 일이 틀어지면

 

 저희도 더 이상 마마 곁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그러니...

 

 내게 빠져 있으란 말은 말아다오

 

 (이림)  비겁하게 혼자 물러나 있기 싫다

 

 싫어도 그리하셔야 합니다

 

 (모화)  대비마마와 저는  마마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긴 세월 동안 버텨 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마마만은

 

 무사하셔야 합니다

 

 그날 신시까지 저희가 돌아오지 않으면

 

 (모화)  그 즉시 이곳을 떠나십시오

 

 [떨리는 한숨]

 

 (이태)  사초다 뭐다 어수선한 마당에

 

 굳이 연회를 열어야겠느냐?

 

 (익평)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면  세간의 의문만 커집니다

 

 게다가 이럴 때일수록

 

 전하께서 굳건하다는 모습을  보여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태의 한숨]

 

 (이태)  그래알아서들 하라

 

 (익평)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종친과 백관이 모이는 자리이니

 

 대비마마께서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일이 벌어져도  흔들리지 마십시오

 

 흔들리지 말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제가 도원 대군과 대비마마께  그 어떤 결단을 내려도

 

 (익평)  받아들이시란 말입니다

 

 (이진)  도원 대군은 지금 처소에 갇혀  한 발자국도 못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또 무슨 짓을...

 

 (익평)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주상 전하와 보위를 이어받을  저하를 위한 것입니다

 

 제 판단은 결코 틀리지 않습니다

 

 두 분이 이 자리에 계신 것도

 

 제가 20년 전에 결단을  내렸기 때문임을 잊지 마십시오

 

 [어두운 음악]

 

 [한숨]

 

 [이태의 깊은 한숨]

 

 (이림)  형님께서 말씀하시는  제 본분이라는 게 뭡니까?

 

 처소에 갇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약하고 한심한 왕자요?

 

 (이진)  그래그게 너의 본분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도원 대군

 

 [떨리는 숨소리]

 

 (사희)  저하

 

 여기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그 사초 읽어 보았느냐?

 

 (이진)  내게 보여 달라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만 대답해다오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

 

 안 되는 것이냐?

 

 아시다시피 저는

 

 그동안 사관으로서  해선 안 될 일들을 해 왔습니다

 

 (사희)  한데 이번엔 처음으로  제 결정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민 봉교님 명으로  필사해서 보관해 둔 것이 있습니다

 

 [옅은 한숨]

 

 (귀재)  대감마님

 

 어찌 된 일이냐?

 

 (귀재)  세자 저하의 명이었다 합니다

 

 [한숨]

 

 (해령)  왜 나와 계십니까?

 

 잠이 오질 않으세요?

 

 어떻게 잠을 청할 수가 있느냐?

 

 네가 바로 내 옆방에 있는데

 

 [당황한 신음]

 

 [옅은 웃음]

 

 (이림)  생각 중이었어

 

 내일이 지나면 난 어떻게 될까 하고

 

 혹시 모르니까 이사는 가지 말거라

 

 내가 떠나더라도  서신 할 곳은 있어야지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마마께서 어디에 계시든

 

 제가 같이 있을 테니까요

 

 이제야 궐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나셨습니다

 

 한데 또다시 혼자가 되어  마음 편히 기댈 곳도 없이

 

 그렇게 사실 수는 없습니다

 

 (해령)  제가 마마 곁에 있겠습니다

 

 [옅은 한숨]

 

 아니

 

 넌 너의 삶을 살거라

 

 마마

 

 (이림)  궐에서 나오던 날

 

 마당에 서 있는 널 보면서  깨달은 게 있다

 

 난 녹서당에 갇혀 있던 게 아니었어

 

 널 기다렸던 거야

 

 [애잔한 음악]

 

 내 평생은

 

 네가 날 찾아오길

 

 기다리는 시간이었던 거야

 

 (이림)  그러니까 괜찮다

 

 이름을 바꾸고

 

 여기저기 도망치며 살더라도

 

 언젠가

 

 널 만나는 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다 버틸 수 있어나는

 

 [훌쩍인다]

 

 [옅은 한숨]

 

 [해령이 계속 훌쩍인다]

 

 "인정전"

 

 [북이 둥 울린다]

 

 (도승지)  국궁 사배!

 

 !

 

 !

 

 !

 

 !

 

 !

 

 !

 

 !

 

 !

 

 왕실의 종친과 문무 제신들이  삼가 아뢰옵니다

 

 (익평)  '주상께서 경오년에  역당의 무리들을 토벌하시어'

 

 '종묘사직을 지켜 내시고  태평성대를 이루시니'

 

 '억조창생 천하 만물이  성은을 입었사옵니다'

 

 '바라옵건대  오래도록 성수무강하시어'

 

 '역사에 길이 남을  지세를 이어 가소서'

 

 (신하들)  지세를 이어 가소서!

 

 (도승지)  자네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어서 들어가시게!

 

 (재경)  전하

 

 신 사헌부 장령 구재경

 

 경오년에 지은 죄를 자복하고

 

 벌을 청하고자 하옵니다

 

 국경을 넘어가다 발각된 폐주의 밀서는

 

 위조되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신이 당시 사간원 정언이었던  민익평의 명을 받고

 

 조선을 서양 오랑캐들 손에 넘기겠다는

 

 거짓된 내용을 서신에 고쳐 썼습니다

 

 폐주와 서래원의 죄목은 모두  민익평의 모함이었습니다

 

 [재경이 종이를 사락 편다]

 

 (재경)  여기

 

 그 증좌가 있습니다

 

 서래원의 법란서 의원이  동생에게 보낸 서신에는

 

 (재경)  조선의 임금은 천주학을 믿지 않으며

 

 서래원은

 

 신문물을 수학하는 곳이라는 내용이

 

 똑똑히 적혀 있습니다

 

 (대사헌)  구 장령은 당장 물러가거라!

 

 어찌 이 경사스러운 날에  그딴 망발을 고하는 게야?

 

 (재경)  전하!

 

 간절히 청하옵니다

 

 거짓으로 전하를 기만하고  왕실을 음해하며

 

 그로 인해 이 나라에  씻을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한

 

 좌의정 민익평을

 

 신과 함께

 

 죽여 주십시오

 

 (익평)  전하사헌부 장령 구재경은

 

 서래원 출신의 중죄인입니다

 

 20년 전에 마땅히 죽어 없어질 자가

 

 스승과 벗을 배반한 대가로

 

 이날 이때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의 말을  어찌 누가 사실이라고 믿겠습니까?

 

 (우의정)  전하서래원 잔당이라는데  더 들을 것이 무엇입니까?

 

 이는 좌상뿐만이 아니라  공신들까지도 욕되게 하는 일이옵니다!

 

 (대제학)  맞습니다

 

 저자가 앙심을 품고 전하와  저희 대신들을 이간질하고 있습니다

 

 당장 끌어내십시오

 

 (부제학)  하나 지금은 구 장령의 출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익평)  그 입 다무시오!

 

 이 자리에서 이자와 뜻을 함께하는 자

 

 모두 역모죄로 다스릴 것이오!

 

 (대비 임씨)  좌상

 

 하면 나부터 역모죄로 다스리게

 

 저자의 말을 믿는 것이 죄가 된다면

 

 이 늙은이의 목숨부터 거두란 말일세!

 

 [흥미진진한 음악]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 겁니까?

 

 (이진)  좌상!

 

 (익평)  대비마마는 그간  서래원 잔당들과 내통하여

 

 '호담선생전'을 유포하고

 

 주상 전하를 능멸해 왔습니다

 

 그렇게 전하와 저를 흔들어 놓고

 

 도원 대군을 왕위에 올리려는 욕심을

 

 신이 언제까지 모른 척해야 합니까!

 

 지금도 궐문 밖에는!

 

 훈련도감의 군사들이 대비마마의 명을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익평의 분노한 숨소리]

 

 (이림)  전하!

 

 (이태)  도원여기는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다

 

 물러가거라

 

 저는 더 이상

 

 도원 대군이 아닙니다

 

 희영군 이겸의 아들

 

 이림입니다

 

 [어두운 음악]  (이진)  도원!

 

 (이태)  당장 그 입을 닥치거라!

 

 지난 20년 동안 전하께서는

 

 얼마든지 절 죽이실 수 있었습니다

 

 (이림)  한데도 그러지 않으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전하께서도

 

 반정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계셨기 때문이 아닙니까?

 

 닥치라 하지 않느냐!

 

 (이림)  아무 죄도 없는 아우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았단 죄책감 때문에

 

 폐주의 적장자인 저를

 

 이날 이때껏 살려 두신 것이 아닙니까?

 

 [씩씩거리며]  네놈이 어디서어디서 감히...

 

 [분한 숨소리]

 

 [이태의 분한 숨소리]

 

 사관들은 붓을 멈추어라!

 

 (이태)  어명이 들리지 않느냐?

 

 물러가지 않는 사관은  이 자리에서 목을 벨 것이야!

 

 (이태)  감히 여사 따위가 과인에게

 

 [분한 숨소리]

 

 무엇 하느냐?  당장 저 계집을 베지 않고!

 

 (이림)  전하!

 

 [이림의 떨리는 숨소리]

 

 (해령)  전하

 

 저를 베셔도

 

 사필은 멈추지 않습니다

 

 [잔잔한 음악]

 

 제가 죽은 이 자리에  다른 사관이 와서 앉을 것이고

 

 그 사관을 죽이시면  또 다른 사관이 와서 앉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이 땅의  모든 사관들을 죽이시고

 

 모든 종이와 붓을  빼앗아 가신다고 해도

 

 결코 막으실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스승에게서 제자에게로  노인에게서 아이에게로!

 

 그렇게 전해질 것입니다

 

 그게

 

 진실의 힘입니다

 

 [떨리는 숨소리]

 

 (우원)  전하!

 

 저희 사관들은  결코 물러날 수 없습니다!

 

 (익평)  전하이자들은 모두  역심을 품은 자들입니다!

 

 주저하지 마십시오

 

 이자들의 목숨을 당장 거두십시오!

 

 - (익평전하!  - (이진그 칼을 거두거라

 

 (이진)  전하!

 

 진정한 충신은

 

 임금의 눈과 귀를 막지 않습니다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전하의 종사를 해치는 자도 좌상이고

 

 전하의 나라와 백성을  해치는 자도 좌상이고

 

 전하를 해치는 자 또한

 

 좌상입니다

 

 [긴박한 음악]  [분노에 찬 숨소리]

 

 (이진)  도원 대군과 사관들의 청을  들어주시옵소서

 

 누명을 쓴 자들이 있다면  신원을 회복해 주시고

 

 죄를 지은 자들이 있다면  벌을 내려주시옵소서

 

 추국청을 열어서  경오년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바로잡아 주십시오

 

 바로잡아 주십시오전하!

 

 (부제학)  바로잡아 주시옵소서전하!

 

 (신하)  바로잡아 주시옵소서전하!

 

 [저마다 큰 소리로 청한다]

 

 [신하들이 계속 청한다]

 

 바로잡아 주십시오전하!  [신하들이 계속 청한다]

 

 (주서)  바로잡아 주시옵소서전하!  [신하들이 계속 청한다]

 

 (재경)  바로잡아 주시옵소서전하!

 

 - 바로잡아 주시옵소서  - (재경바로잡아 주시옵소서전하!

 

 [신하들이 계속 청한다]

 

 [신하들이 계속 청한다]

 

 [신하들이 계속 청한다]

 

 [익평의 한숨]

 

 앞으로 내 제사상에  수도 없이 따를 텐데

 

 벌써부터 그럴 필요는 없겠지

 

 꼭 그러셔야만 했습니까?

 

 어릴 적 제 기억 속 아버님은

 

 제게 늘 커다란 분이셨습니다

 

 누추한 옷을 입더라도

 

 서책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셨고

 

 오로지 기백과 식견만으로

 

 사대부들과 맞섰습니다

 

 [익평의 한숨]  (우원)  한데 대체 왜

 

 대체 무엇이

 

 무엇이 아버님을 이리 만든 겁니까?

 

 아버님기억하십니까?

 

 '우원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것이'

 

 '선비의 도리다'

 

 제게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리 가르쳐 주셨습니다

 

 (익평)  그래

 

 나는 젊어서

 

 사대부들을 증오했었다

 

 문벌에 의탁해 권세를 나눠 갖고

 

 힘없는 자들에게 터럭만큼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

 

 한데

 

 내게 그런 힘이라는 게 생기면서

 

 조금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익평)  권세라는 게 탐천과도 같더라

 

 한 방울만 맛을 봐도  탐욕에 눈이 멀지

 

 [익평의 헛웃음]

 

 결국 나도 그저 그런

 

 필부 중의 한 명이었던 게야

 

 하나

 

 경오년에 내가 한 선택은  후회하지 않는다

 

 [쓸쓸한 음악]  폐주는 오랑캐의 학문으로  백성들을 미혹시키고

 

 강상의 법도를 유린했다

 

 이 땅의 선대왕들과 선현들이  이룩해 놓은 나라를 망치고 있었어

 

 누군가는 막아야 했다

 

 (익평)  네가 나를 이해 못 하더라도

 

 역사는 내가 옳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울먹이는 한숨]

 

 아니요

 

 아버님은 틀리셨습니다

 

 (우원)  새로운 세상이 올 겁니다

 

 선대왕들과

 

 선현들께서 쌓아 놓은  사대부의 나라가 아니라

 

 백성들이 만들어 가고

 

 백성들을 위한

 

 조선이 올 겁니다

 

 저는

 

 그리 적을 것입니다

 

 [울먹이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어찌 되었습니까?

 

 (모화)  내일부터 추국청이 열린다

 

 민익평과 반정에 가담했던 사람들 전부

 

 전국 각지에서 불러들이고 있어

 

 김일목 선진의 사초도  추국청에 제출했습니다

 

 [재경의 옅은 한숨]

 

 - 해령아  - (해령압니다

 

 오라버니께선

 

 지금 속이 후련하실 거라는 거

 

 근데 그렇다고 저한테까지  괜찮은 척하란 말씀 마십시오

 

 전 지금 간신히 참고 있는 겁니다

 

 [잔잔한 음악]

 

 (재경)  이 오라비는 죄책감 때문에  너와 살아온 게 아니었다

 

 넌 내게 언제나

 

 내 동생이었다

 

 언제나 오라버니 동생일 겁니다

 

 구재경의 누이

 

 구해령요

 

 (재경)  녀석...

 

 [옅은 웃음]

 

 (이진)  전하께서는 모든 일을  대비마마께 맡기신다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요

 

 민익평을 비롯한  그에 관련된 모든 자들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겝니다

 

 추국청의 일을 끝내는 대로

 

 저도 세자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날 너무 원망하지는 말아요

 

 대비마마

 

 (최 상궁)  대비마마

 

 [문이 탁 닫힌다]

 

 (이진)  자리를 비켜 주마

 

 (이림)  아니요

 

 형님도 들으셔야 하는 얘기입니다

 

 (이림)  대비마마  저를 대군에서 폐하여 주십시오

 

 (대비 임씨)  도원

 

 [어두운 음악]  제가 왕위에 오르는 것이

 

 마마의 오랜 염원이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림)  하나 그 자리는 제 것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도원은 선대왕의 유일한 적통입니다

 

 (대비 임씨)  그 자리가 도원의 자리예요!

 

 (이림)  대군으로 보낸 시간들도  제겐 충분히 버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젠 누구의 아들이 아니라

 

 평범한 한 사람으로

 

 그저 제 자신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건 도원의 운명이 아닙니다

 

 도원은 이 나라의 왕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에요

 

 (이림)  제가 그리 살길 원하지 않습니다

 

 원하지 않아도 그리하셔야 합니다!

 

 (대비 임씨)  누구나 처음은 어렵기 마련입니다

 

 하나 그 순간만 넘기고 나면

 

 모두가 우러러보는 성군이 되실 거예요

 

 내가 곁에서  성심성의껏 보필하겠습니다

 

 [한숨]

 

 "녹서당"

 

 - (해령어찌 되셨습니까?  - (이림아직

 

 대비마마께선 받아들일 시간이  좀 더 필요하신가 봐

 

 [옅은 한숨]

 

 마마는요?

 

 (해령)  마마께선

 

 녹서당을 떠날 준비가 되셨습니까?

 

 [애잔한 음악]

 

 (이림)  그래

 

 여길 떠난다고 해서

 

 여기서 있었던 일들까지

 

 두고 가는 건 아니니까

 

 (해령)  책장을 넘긴다고 생각해요우리

 

 끝난 게 아니라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라고

 

 그래

 

 [옅은 웃음]

 

 [시행과 홍익이 낄낄거린다]

 

 [시행과 홍익이 연신 낄낄거린다]  (시행)  미치겠네

 

 미치겠네...

 

 [해령이 설명한다]

 

 (경묵)  양 봉!

 

 양 뽕!

 

 뽀로롱 뽕!

 

 (시행)  너 그러다 진짜 나한테 뒈진다?

 

 (주서)  같은 7품들끼리  뭘 그리 깐깐하게 구냐?

 

 괜찮아괜찮아메롱

 

 [경묵의 불쾌한 헛기침]  [주서의 웃음]

 

 (경묵)  서리들

 

 이거 신시까지 해 놔  [은임의 기가 찬 웃음]

 

 (은임)  서리 아니고 지사라고요

 

 9품 예문관 지사!  [경묵의 비웃음]

 

 전하께서 품계 내리신 게 언젠데  아직까지 서리라 합니까?

 

 (경묵)  서리나 종9품이나

 

 (아란)  [책상을 탁 치며]  엄청나게 다르거든요?

 

 엄청나게!

 

 잊지 마십시오

 

 선선대왕의 실록청하고

 

 선대왕의 실록청하고

 

 동시에 열려 가지고

 

 선진들 툭하면 드러누울 때

 

 밤새워 가면서 편찬한 게 저희입니다

 

 !  [경묵의 못마땅한 신음]

 

 어이가 없어 가지고어이구

 

 [경묵이 구시렁댄다]

 

 (홍익)  어휴쟤 저건 언제까지 우려먹을까요?

 

 (시행)  한 오백 년 가지 싶다

 

 - (은임양 봉교님  - (시행?

 

 [은임의 못마땅한 신음]

 

 (은임)  불만 있으십니까?

 

 (시행)  [버벅거리며]  먹을래?

 

 (아란)  겨우 꿀떡 가지고...

 

 [밝은 음악]

 

 (아이)  도토리 주웠어요

 

 (사희)  잘했어여기 놓고

 

 ''

 

 [이조 정랑의 힘겨운 신음]

 

 (이조 정랑)  사희야

 

 궐에서 또 뭐가 왔다

 

 아이고  [이조 정랑의 힘겨운 한숨]

 

 누가 이런 걸 계속 보내는 것이냐?

 

 "명심보감  사자소학"

 

 (우희)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상복 좀 벗겠네

 

 누가 3년이 이렇게 길 줄 알았답니까?

 

 - (우원우희야  왜요?

 

 (우희)  이제 세자빈도 아닌데  말 좀 편하게 하면 어때서?

 

 (우원)  잠깐만

 

 (시행)  예문관 봉교 민우원

 

 "예문관"

 

 복귀하라는 전하의 어명이시다

 

 가자!  [사관들의 웃음]

 

 (재경)  아직 갈 길이 멀었나 봅니다

 

 서래원 얘기만 나왔다 하면  이리 상소가 쏟아지니

 

 [옅은 웃음]

 

 그래도 저번 달보단 많이 준 겁니다

 

 한 사나흘 정도면 전부 다  비답을 내릴 수 있겠어요

 

 (모화)  너무 무리하진 마십시오

 

 그리 금방 성사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진)  해서 한 명 한 명 공을 들여  설득하는 겁니다

 

 서래원이 우리들만의  꿈이어선 안 되니까요

 

 (최 상궁)  행궁에서 또 서신이 왔습니다

 

 [못마땅한 신음]

 

 용서할 생각 없다는데  어찌 이리 끈질긴지

 

 허 내관에게 연락은 왔느냐?

 

 오늘 한양으로 돌아오신답니다

 

 [헛기침]

 

 (박 나인)  맨날 짐 풀었다가 쌌다가  배 탔다가 말 탔다가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최 나인)  내 말이...

 

 어휴이럴 줄 알았으면  궐에 그냥 붙어 있는 건데

 

 (이림)  나 오늘 안 들어간다기다리지 마

 

 (삼보)  [당황하며]  나리!

 

 또 그 집으로 가십니까?

 

 (이림)  기다리지 마

 

 구해령!

 

 구해령!  [삼보의 못마땅한 탄성]

 

 [지친 한숨]

 

 [해령의 놀란 신음]

 

 [풋 웃는다]

 

 언제 오셨습니까?

 

 (해령)  [한숨 쉬며]  선비님

 

 제가 오늘은 일도 너무 많고  막 회식도 하고 그래서

 

 피곤해서 죽을 거 같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내일 오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림의 황당한 신음]

 

 (이림)  나 한양을 떠나 있는 달포 동안  그대가 보고 싶어서 미칠 뻔했는데

 

 내일?  [해령의 기가 찬 웃음]

 

 아니뭐  저는 안 보고 싶어 했습니까?

 

 제가 선비님 꿈을  얼마나 많이 꿨는...

 

 (이림)  내 꿈?

 

 말해 보거라

 

 꿈에서

 

 우리 뭐 했는데?

 

 그냥 뭐...

 

 우리 제주도 같이 갔을 때  꽃구경하고 그랬던 거

 

 [해령의 옅은 신음]

 

 (해령)  유람 다녀온 얘기나 해 주십시오

 

 이번엔 뭐 보고 오셨습니까?

 

 (이림)  강돈을 봤다  [해령의 놀란 신음]

 

 양자강에서

 

 - (해령강돈요?  - 

 

 (이림)  내가 탄 배 앞에서  막 떼를 지어서 헤엄치는데

 

 참으로 아름다웠어

 

 쓰읍크기는 송아지만 한데

 

 온몸이 빤짝빤짝 빛나고

 

 또 입은 뾰족하고

 

 [호응하는 신음]

 

 더 말씀해 주십시오재미난 거 있으면

 

 (이림)  그리고 또...

 

 잠시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내 서책을 사서 직접 보거라

 

 [당황한 신음]

 

 너무 치사하신 거 아닙니까?

 

 너라도 사 줘야 할 것 아니냐?

 

 (이림)  지난번에 쓴 내 유람 일지는

 

 한양에 있는 세책방 통틀어서

 

 [헛기침하며]  열두 권밖에 안 팔렸다는데

 

 [해령의 헛기침]  (이림)  아무튼 오늘은 이만 쉬거라

 

 방해 안 할...

 

 

 

 갈게

 

 [해령의 헛기침]

 

 [해령이 피식 웃는다]

 

 (이림)  갈게

 

 (해령)  선비님

 

 문 잠그십시오

 

 얼른

 

 [설레는 음악]

 

 [이림이 문을 덜그럭 잠근다]

 

 [해령의 옅은 웃음]

 

 [이림의 웃음]

 

 [함께 웃는다]

 

 (해령)  잠깐만...  [삼보의 못마땅한 탄식]

 

 (삼보)  맨날 네 집이 내 집이고  내 집이 네 집이고 그리 살면서

 

 [해령의 웃음이 새어 나온다]  혼인은 왜 안 한대?

 

 하여튼 이해할 수가 없어

 

 아유하고 싶을 때 한다잖아요

 

 (설금)  하긴 뭐

 

 영감님처럼 지긋하신 분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우리 젊은 세대의 마음을  알 리가 없다만

 

 (삼보)  젊은 세대?

 

 설금이 너랑 나는 동년배야

 

 어디서 은근슬쩍  저쪽하고 묻어가려 그래?

 

 (설금)  동년배요?

 

 [설금이 풉 웃는다]

 

 영감님이 좀만 더 일찍 태어났어도  제가 조상님으로 모실 뻔했는데

 

 동년배와  [어이없는 웃음]

 

 [키득거리며]  진짜 웃겨

 

 올해 들은 헛소리 중에  제일 웃겨요진짜

 

 [삼보의 못마땅한 신음]  진짜 웃겨

 

 [삼보가 혀를 쯧쯧 찬다]

 

 [삼보의 못마땅한 신음]

 

 (삼보)  난 쟤 왜 이렇게  봐도 봐도 마음에 안 들어

 

 (박 나인)  설금이도 허 내관님이  딱히 마음에 들진 않을 겁니다

 

 [삼보의 못마땅한 신음]

 

 (이림)  구해령  [해령의 몽롱한 신음]

 

 묘시 반 각이다너 출근

 

 [이림의 힘주는 신음]  [해령의 몽롱한 신음]

 

 (이림)  너 출근  [이림의 힘주는 신음]

 

 묘시 반 각이라고

 

 [당황한 신음]

 

 [해령의 다급한 숨소리]

 

 뭐 잊었느냐?

 

 아니요

 

 [설레는 음악]

 

 이래야 오늘 하루가 힘이 날 거 같아서

 

 [이림과 해령의 옅은 웃음]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잘 다녀와

 

 [심호흡한다]

 

 [옅은 웃음]

 

 - (해령사관입니다아이고  - (문지기어허

 

 (해령)  아유진짜...

 

 아유, 3년쯤 됐으면  얼굴 좀 외우시죠?

 

 [문지기가 숨을 씁 들이마신다]

 

 예문관 관원입니다

 

 사관 구해령

 

 [다급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입바람을 하 분다]

 

 [희망찬 음악]

 

 "인정전"

 

 


.신입사관 구해령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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