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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사관 구해령  19

 

 [비밀스러운 음악]

 

 [옅은 한숨]

 

 "녹서당"

 

 (이림)  뒤쪽에도 없느냐?

 

 (해령)  흔적도 없습니다

 

 [이림과 해령의 한숨]

 

 혹시 누가 벌써  찾아갔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평생을 여기 살았다  [해령의 한숨]

 

 만약 그런 게 발견됐다면  내가 몰랐을 리 없어

 

 마마가 사시기 전엔  여긴 오랫동안 버려진 곳이었으니

 

 누가 여길 뒤져 봤을 리도 없고요

 

 [해령의 옅은 한숨]

 

 [해령의 답답한 한숨]

 

 [이림과 해령의 한숨]

 

 여긴 제가 찾겠습니다

 

 마마는 쉬십시오

 

 (이림)  괜찮다

 

 아직 어깨가 다 낫지도 않으셨습니다

 

 괜히 덧나면 무지 고생하십니다

 

 (해령)  왜요?

 

 넌 아무렇지도 않으냐?

 

 (이림)  내가

 

 네가 생각하던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마마가

 

 어떨 거 같은데요?

 

 [잔잔한 음악]

 

 저에게 마마는

 

 여인의 '자도 모르면서  염정 소설은 기가 막히게 써내고

 

 호랑이는 무서워하면서  사랑 앞에선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이상한 분이십니다

 

 그리고 들꽃 한 송이  쉽게 꺾는 법이 없으시고

 

 창가에는 언제나 새들을 위해서  쌀알을 놓아 주시지요

 

 (해령)  그게 제가 아는 도원 대군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풀벌레 울음]

 

 (의금부 도사)  내시부 상제 홍일섭잡아라!

 

 [긴장되는 음악]  [사내의 힘겨운 신음]

 

 [사내의 저항하는 신음]

 

 [나인들의 놀란 숨소리]

 

 (익평)  들어오거라

 

 (귀재)  자백을 받았습니다대비전이라 합니다

 

 그대로 올리라 전하거라

 

 (귀재)  대감

 

 '호담선생전'을 유포한 곳이  대비전이란 말입니까?

 

 (도승지)  의금부에서 올라온 추안입니다

 

 이 일에 가담한 궁인들을 심문한 결과

 

 모두 대비전의 명을 따랐다  자백했다 하옵니다

 

 (우의정)  전하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호담선생전'은 서래원 잔당들이  폐주의 기행을 치켜세우고자

 

 역심으로 꾸며 낸 소설이옵니다

 

 그러한 서책이  대비전에서 나왔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겠사옵니까?

 

 (대사헌)  더군다나 대비마마께선  폐주의 모후셨던지라...

 

 (이진)  해서요?  지금 경들은 이 나라의 대비께서

 

 역도들과 내통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

 

 [대신들의 헛기침]

 

 (익평)  저하신도 대비마마께서 이 일과  연관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나서래원 잔당들이  궐 안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왕실의 분열을 꾀하고 있음이  밝혀졌사온데

 

 어찌 좌시할 수 있겠습니까?

 

 (익평)  주상 전하  왕실의 안위가 걸린 문제입니다

 

 대비전의 출입을 막고 궁인들을 추국해  배후를 밝힐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긴장되는 음악]

 

 (이진)  아니 됩니다전하

 

 대비전의 궁인들을  추국한다는 사실은 곧

 

 대비마마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공언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익평)  억측이십니다

 

 신은 그저 내전에 자리 잡은  서래원 잔당을 색출하려는 것이지

 

 대비마마의 죄상을  따지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진)  내전의 일을 어찌 조정에서  공공연히 다룬다는 말입니까?

 

 왕실의 문제입니다  소자에게 맡겨 주십시오

 

 - (익평전하!  - (이진전하!

 

 (이태)  시끄럽다!

 

 과인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달라

 

 [이태의 고민스러운 한숨]

 

 (이진)  전하

 

 [문이 달칵 닫힌다]  이번 일만큼은  좌상의 뜻을 들어주시면 안 됩니다

 

 소자의 청을 윤허해 주십시오

 

 (이태)  생각해 본다 하지 않았느냐?

 

 일단 물러가거라

 

 (이진)  일거에 물리쳐야 할 제안입니다

 

 대비마마의 수족을 자르고

 

 내전에 유폐시키겠다는 속셈을  어찌 모른 척하십니까?

 

 (이태)  물러가래도!

 

 (이진)  소자는 양보할 수 없습니다

 

 무고한 대비마마께 화살을 돌리고

 

 왕실을 이간질하려는 좌상이야말로

 

 역심을 품은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옅은 한숨]

 

 전하!

 

 (이태)  네가 뭘 안다고 나서는 것이냐?

 

 이게 다 너를 위한 일이다

 

 도원한테서 널 지키기 위해서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녕 넌 모르고 있었느냐?

 

 도원이 폐주의 아들임을

 

 [무거운 음악]

 

 아바마마...

 

 (이태)  그래

 

 도원은 이 나라의  원자로 태어난 몸이다

 

 그 잘난 적자 이겸에게서 나온 적장자

 

 (이태)  대비가 널 밀어내고

 

 다음 왕으로 삼으려고 하는 게  바로 도원이야

 

 (이태)  서래원 잔당들을 끌어모으고

 

 이겸의 얘기를  온 궁궐에 뿌리고 하는 연유가 다

 

 도원 대군 이림

 

 그 자식 때문이란 말이다

 

 (이태)  내가 용포를 입은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조선 곳곳

 

 내 정통성을 걸고 떠들어 대는  사대부 놈들이 차고 넘친다

 

 출신이라는 게 그리 무서운 것이야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평생

 

 아무리 발버둥 치고 노력해도  벗을 수가 없어

 

 (이태)  한데 대비가 적통 중의 적통인  도원을 내세워서 세력을 만들고

 

 20년 전 반정을 들쑤시면  어찌 될 거 같으냐?

 

 네가 이대로 즉위한다 한들

 

 적통의 왕위를 뺏었다는 족쇄를  평생 차고 가야 하는 게야

 

 [이태의 한숨]

 

 난 네가 나보다 나은  왕이 될 거라는 걸 안다

 

 (이태)  해서 내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 과인의 일을 방해하지 말거라

 

 잠자코

 

 기다리거라

 

 [한숨]

 

 [당황한 신음]

 

 "선평문"

 

 (금군1)  끌고 가라!  [금군들이 대답한다]

 

 (나인)  대비마마...

 

 (김 내관)  저하당장에 그만두라  명을 내리시옵소서

 

 [문이 덜컥 닫힌다]

 

 (최 상궁)  마마...

 

 (대비 임씨)  당황할 거 없다

 

 주상이 궁지에 몰려 악수를 두었어

 

 아무리 임금이라고는 하나

 

 제 어미에게 칼을 빼 들었으니

 

 전국의 유림들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을  던져 준 셈 아니더냐?

 

 [최 상궁의 떨리는 숨소리]

 

 [주서의 못마땅한 헛기침]

 

 (주서)  너 요즘 승정원 출입이 잦다?

 

 녹서당 기록은 찾아다가 얻다 쓰려고?

 

 저도 잘 모릅니다상전 심부름이라

 

 감사합니다

 

 (주서)  이게 다야?

 

 다음번 승차 기간에  뭐뒤를 좀 봐주시겠다

 

 이런 말씀 없으셨어?

 

 전하라는 말씀이 있긴 했습니다

 

 - 뭔데?  - (해령도원 대군마마께서

 

 승정원에서 무슨 기록을 찾으셨다  뭐이런 말을 어디다가 하고 다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혀를 뽑아 버리시겠다고

 

 하면 수고하십시오

 

 (주서)  

 

 [새가 짹짹 지저귄다]

 

 (해령)  [한숨 쉬며]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내가 김일목 선진이었다면

 

 [비밀스러운 음악]

 

 (해령)  무언가를 숨기기엔

 

 궁궐 구석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녹서당이 딱이고

 

 사초는 햇빛과 빗물도 피해야 하니  정원은 탈락

 

 [일목의 한숨]

 

 (해령)  습한 데다가 벌레도 많아

 

 무조건 탈락

 

 (해령)  쉽게 눈에 띄는 곳도 안 되고

 

 그렇다고 아무도  찾지 못할 곳도 안 되고

 

 (해령)  중문은 19년 전에 수리

 

 기와는 15년 전에 새로 얹었고

 

 흙벽은 8년 전에 보수

 

 [한숨]

 

 죄다 탈락이네

 

 [답답한 한숨]

 

 [한숨]

 

 "녹서당"

 

 (삼보)  구 권지!

 

 입시할 시간도 아닌데...

 

 (해령)  대군마마  이 현판 언제 교체하신 겁니까?

 

 - (이림현판?  - (해령아무리 봐도 새것 같은데

 

 공조 기록에는  교체했다는 내용이 없어서요

 

 (삼보)  

 

 글쎄이게 저...

 

 아마 마마가 오기 전부터  붙어 있었을 텐데

 

 이 희한한 게 이게 썩지도 않고  색이 바래지도 않고

 

 [삼보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조심하십시오살살 하십시오마마

 

 (삼보)  아유마마마마...

 

 [이림의 힘주는 신음]  [삼보의 놀란 신음]

 

 [무거운 음악]

 

 [삼보의 놀란 숨소리]

 

 (삼보)  아이이게 뭐지이게?

 

 (해령)  천궁과 창포입니다

 

 서고에서  실록을 보관할 때 쓰는 약재요

 

 (이림)  이 사초가

 

 확실한 것이냐?

 

 (해령)  제가 서래원이라는  글자를 보았습니다

 

 경오년의 사초입니다

 

 (삼보)  마마!

 

 (해령)  안 됩니다마마사초입니다  [삼보의 초조한 숨소리]

 

 마마께선 보실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리 오랜 세월  숨겨져 있었다고는 하나

 

 엄연히 사관이 쓴 사초입니다

 

 사관이 아닌 다른 그 누구도  보아서는 안 되는 겁니다

 

 하면 이렇게 찾아 놓고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이제 와서?

 

 (해령)  이 사초에 어떤 이야기가 적혀 있든

 

 그걸 읽고 판단하고

 

 어찌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사관의 몫입니다

 

 마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니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지금 나한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 (해령마마...  - (이림난 평생을 찾아 헤맸다

 

 전하께서 왜 그리 날 미워하시는지

 

 나는 왜 처소에 갇혀 살아야 하는지

 

 평생 그 이유를 찾아 헤맸다고

 

 한데 그 해답이 눈앞에 있는데도

 

 이 이상 뭘 더 어떻게  기다리란 것이냐?

 

 [해령의 옅은 한숨]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든  이 사초를 볼 것이다

 

 (이림)  그러니 전하든 저하든 찾아가서

 

 도원 대군이 국법을 거역했다고 전해

 

 그럼 너도 할 일은 다 한 거잖아

 

 마마제가 어떻게 마마를...

 

 네가 못 하겠다면

 

 (이림)  내가 직접 가서 말하고

 

 [삼보의 놀란 숨소리]

 

 (삼보)  마마아니 되옵니다제발

 

 -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 (이림비키거라

 

 (삼보)  그 사초는 마마의 손에  있어서는 안 될 물건입니다

 

 이대로 가면은!

 

 무슨 일을 당하실지 모릅니다

 

 (삼보)  [다급하게]  마마제가제가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무거운 음악]  제가

 

 [흐느끼며]  제가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지 마십시오

 

 [삼보가 계속 흐느낀다]

 

 [금군들의 당황한 신음]

 

 (삼보)  마마!

 

 (금군2)  누구도 들이지 말라는  주상 전하의 어명이 있었습니다

 

 돌아가십시오

 

 [긴장되는 음악]

 

 [삼보와 해령의 놀란 신음]

 

 (이림)  내가 너 하나 죽이는 데

 

 눈 한 번 깜빡할 것 같으냐?

 

 [삼보의 걱정스러운 신음]

 

 (삼보)  마마!

 

 마마...

 

 [삼보의 초조한 숨소리]

 

 - (최 상궁대군마마  - (이림고하거라

 

 - (최 상궁대비마마  - (대비 임씨들라 하라

 

 [문이 달칵 닫힌다]

 

 (대비 임씨)  도원여긴 어찌 들어온 겁니까?

 

 우선 앉으세요

 

 (대비 임씨)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도원?

 

 왜 저를 대군으로 만드셨습니까?

 

 왜 저를

 

 이렇게 살게 하셨습니까?

 

 [떨리는 한숨]

 

 저는

 

 모든 게 저의 잘못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미움받고 무시받는 것도

 

 녹서당에 갇혀서 쥐 죽은 듯  없는 사람으로 지내야 하는 것도

 

 전부 부족한 저의 잘못이라  자책하며 살아왔습니다

 

 [애잔한 음악]  한데

 

 이게 다

 

 마마와 전하의 약조 때문이었습니까?

 

 왕위를 넘겨받는 대신  살려 준 폐주의 아들

 

 (이림)  [울먹이며]  그래서 제가 이렇게 외롭고

 

 비참하게

 

 살아야 했던 겁니까?

 

 [울음을 삼킨다]

 

 (이림)  차라리 폐주의 아들로  죽게 놔두시지 그러셨습니까?

 

 저한텐 그게

 

 그게 더 나은 삶이었을 겁니다

 

 저 자신을 탓하고

 

 미워했던

 

 그 평생보다

 

 [이림이 흐느낀다]

 

 [대비 임씨의 안타까운 숨소리]

 

 [이림이 계속 흐느낀다]

 

 (대비 임씨)  도원

 

 이 할미를 용서해 주세요

 

 역적들 손에 주상을 그렇게 잃고

 

 원자마저 잃을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도원을 살려야 했어요

 

 지켜야 했습니다

 

 정녕 그게

 

 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이림)  죽었어야 할 원자가 살아남은 죄로

 

 매일같이 그 대가를 치르는 걸  보시면서도

 

 목숨은 건졌으니 됐다

 

 그리 생각하셨습니까?

 

 [이림이 계속 흐느낀다]

 

 (이림)  할마마마

 

 전 평생을

 

 이유도 모른 채  벌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젠 싫습니다

 

 이 궐도 도원 대군이라는 이름도

 

 전부 다 사무치게 싫습니다

 

 

 

 놓고 싶습니다

 

 (대비 임씨)  안 됩니다흔들리지 마세요

 

 이제 곧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입니다

 

 오직 도원만이  이 나라의 진정한 용종이에요

 

 내가

 

 도원에게 용상을 돌려줄 것입니다

 

 그땐

 

 아무도 더 이상  도원을 아프게 하지 못할 거예요

 

 [이림이 서럽게 흐느낀다]

 

 (대비 임씨)  도원

 

 이 할미도 지난 20년간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살았습니다

 

 내 아들을 죽인 함영군이

 

 나를 어미라 부르는 것을 보며

 

 내 사지가 갈가리 찢기고

 

 내 속이 불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나

 

 나는 도원을 위해 살았습니다

 

 [애잔한 음악]  (대비 임씨)  그러니 도원도

 

 나를 보며 살아 주세요

 

 견뎌내 주세...

 

 아니

 

 아니

 

 아무 죄도 없이 죽어 간

 

 도원의 아비

 

 우리 주상을 위해 제발

 

 (대비 임씨)  조금만 더 견뎌 주세요도원

 

 그리하셔야 합니다

 

 [이림의 울먹이는 숨소리]

 

 [이림이 흐느낀다]

 

 [대비 임씨가 흐느낀다]

 

 [삼보가 흐느낀다]

 

 [삼보가 계속 흐느낀다]

 

 [지친 한숨]

 

 (시행)  송사희가 왔어요

 

 (홍익)  송 서리!

 

 (은임)  오늘부터 다시 입궐하시는 겁니까?  [아란의 놀라는 신음]

 

 (아란)  몸은 좀 괜찮으세요?

 

 이 고운 얼굴이 반쪽이 됐네

 

 [멋쩍은 웃음]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권지님들도  곤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은임)  아유다 지난 일 갖다가...

 

 괜찮습니다

 

 이따 저녁에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요

 

 [은임의 옅은 웃음]

 

 (길승)  간만의 입궐인데  궁궐 분위기가 이래서 어떡하냐?

 

 내전 입시도 당분간 금지인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장군)  말도 마라

 

 '호담선생전'인지 뭔지  그 금서 하나 때문에 아주

 

 좌상 대감은  그게 대비전에서 나왔다 그러고

 

 세자 저하는 그럴 리 없다고 버티고

 

 결국 대비전에 출입 금지령 떨어졌잖아

 

 금군들 쫙 깔려서

 

 말이 출입 금지지

 

 대비마마 유폐시킨 거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아란)  우리가 무슨 근본 없는  오랑캐 나라도 아니고

 

 어떻게 왕실 어른한테...

 

 (시행)  그 무슨 좋은 얘기라고  떠들고들 있냐?

 

 다들 입조심해

 

 이런 시국일수록 사방에서

 

 예문관 놈들한테 뭐 캐낼 거 없나  하고 달려든다고

 

 퇴궐하면 바로 집으로 기어들어 가고  술은 냄새도 맡지 마알았어?

 

 (사관들)  

 

 (우원)  긴히 할 말이 있다는 게 무엇이냐?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우원)  뭔데?

 

 이전에 몇 번 수정실록이  쓰인 적 있다 들었습니다

 

 그런 건 어떤 경우입니까?

 

 [깊은 한숨]

 

 사관이 직필을 한다고는 하나

 

 사국을 지휘하는 대신들은  시류와 당파에 흔들리기 마련이다

 

 (우원)  해서 실록의 시비가 옳지 않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우려가 생기면

 

 어명을 받들어  수정실록을 만드는 것이야

 

 원본은 그대로 놔둔 채로

 

 판단은 후세에 맡기고

 

 (우원)  근데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것이냐?

 

 김일목 선진의 사초를 찾았습니다

 

 (우원)  무슨 말이야?

 

 20년 전 폐주의 일기청에 참여했던  선진 사관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해령)  그리고 폐주의 일기가  거짓으로 쓰였다는 증언을 들었습니다

 

 하면 지금

 

 사관이 사초를 고쳤다는 뜻이냐?

 

 

 

 김일목 선진은  그 명에 따르지 않아서 죽은 것이고요

 

 (우원)  대체 누가

 

 누가...

 

 [무거운 음악]

 

 민 봉교님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 된다

 

 사관의 일이 아니야

 

 허락할 수 없어

 

 [당황한 숨소리]

 

 잊었느냐?

 

 지금 네가 하는 일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 무고한 사람들요?  - (우원그래

 

 [해령의 코웃음]

 

 그게 좌상 대감이 관련된 사건이라  그런 건 아니고요?

 

 (해령)  반정에 참여한 대가로 책훈을 받고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공신들

 

 그자들은 무고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정말 무고한 사람들은

 

 사대부에 반기를 들었다는 죄로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는 이유로

 

 죽어서까지 손가락질받고 있는  폐주와 서래원의...

 

 [떨리는 숨소리]

 

 서래원의 그 사람들입니다

 

 20년 전

 

 일기청에서  사초를 고치라는 명이 있었고

 

 그에 불응한 사관이 참형을 당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해령)  한데 이마저도  조정의 일이라 외면하신다면

 

 저는 더 이상 민 봉교님을

 

 선진으로 따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괴로운 숨소리]

 

 [풀벌레 울음]

 

 [애잔한 음악]

 

 [익평의 반가운 신음]  [우원 모의 옅은 웃음]

 

 (우원)  아버지

 

 [익평의 긴장한 한숨]

 

 "민우원 문과 합격"

 

 [익평의 흐뭇한 웃음]

 

 [우원 모의 놀란 신음]  (익평)  장하다

 

 참으로 장하다

 

 (우원 모)  잘했다  [익평의 웃음]

 

 [한숨]

 

 [떨리는 한숨]

 

 (설금)  아씨  [문이 달칵 닫힌다]

 

 궐에서 저 몰래  뭘 하고 다니시는 겁니까?

 

 - (해령?  - 아니

 

 밖에 웬 선비님이 아씨를 찾아왔는데

 

 (설금)  쓰읍그분도 얼굴이 뭐아주?

 

 [감탄하는 신음]

 

 1품이라서요

 

 [설금의 장난스러운 웃음]

 

 (우원)  예전에

 

 내가 아주 힘들던 시기에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무리 이름난 재상의 힘도  수십 년을 못 가는데'

 

 '사관의 글은 말없이 천년을 산다'

 

 [잔잔한 음악]

 

 그 한 문장 때문에 사관이 됐다

 

 당장은 무언가를 바꿀 순 없어도

 

 나의 글이 시비와 흑백을 규명하는  필주가 되길 바랐어

 

 그러니까 나도 처음부터

 

 단순히 기록만 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거야

 

 - (해령민 봉교님  난 개의치 말거라

 

 우린 사관으로서 할 일을 하는 거다

 

 (홍익)  여기 왜왜 이런 내용이  쓰여 있는 거냐?

 

 이건 알려진 것과 완전 딴판인데?

 

 (경묵)  이거 김일목 선진 사초인 건 확실해?

 

 너 어디서 이상한 거 주워다가  우기는 거 아니야?

 

 (우원)  김일목 선진의 필체가 맞다  내가 예전에 본 적이 있어

 

 (장군)  그럼 이 사초의 내용이  사실이란 뜻입니까?

 

 폐주는 천주쟁이가 아니었고

 

 서래원은 그냥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었고?

 

 [은임과 아란의 놀란 숨소리]

 

 (홍익)  사실이면 안 되죠

 

 그러면 주상 전하께서  죄 없는 사람들을 갖다가

 

 이렇게 저렇게 해 가지고  왕이 되신 건데

 

 [홍익의 겁먹은 숨소리]

 

 (경묵)  아이두 분이서 말씀 좀 해 주십시오

 

 20년 전이면 성균관 시절인데  아보고 들은 게 있으실 거 아닙니까?

 

 (길승)  이래저래 시끄럽긴 했어

 

 서래원거기선 뭔 짓을 하는지

 

 허구한 날 피 묻은 사람들이  실려 나간다 그러지

 

 또 서양 오랑캐들이  도성 한복판을 돌아다니고

 

 그래서 성균관에서 공관까지 했었고

 

 (시행)  공관만 했냐?

 

 여기저기서 만인소 쓰자 그래서

 

 나도 이름 올린 적 있는데

 

 (아란)  그럼 결국 그 서래원 하나 때문에  반정이 일어난 겁니까?

 

 결정적인 건 폐주의 밀서였다

 

 (우원)  폐주가 청나라에 있던

 

 법란서 신부에게 보내려던 거였어  [시행의 한숨]

 

 조선을 천주님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해서 신부들을 보내  포교를 도우라는 내용이었다

 

 한데 국경을 넘기 전에 발각되었고

 

 (해령)  하나 여기에는

 

 '서래원의 학생을 불러다가'

 

 '저번에 보내 준 서책은 잘 받았다'

 

 '다음에 조선에 오게 되면  금강산 유람을 함께 가자'

 

 이렇게 서신을 쓰게 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 서신의 내용을 바꿔치기한 겁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반정의 명분으로 삼기 위해서요

 

 [홍익의 놀란 숨소리]

 

 (장군)  그럼 결국...

 

 반정이 아니라 역모였다는 얘기네요?

 

 (홍익)  송 서리입조심해

 

 너 지금 네가 무슨 말 하는지나 알아?

 

 (시행)  반정이든 역모든  나는 이거 그냥 못 넘어간다

 

 (경묵)  양 봉교님!

 

 (시행)  이거는 폐주가 누명을 썼냐아니냐  반정이냐아니냐

 

 그런 조정의 문제가 아니야

 

 누군가가 사관들을 겁박해서

 

 사초를 조작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지

 

 어디서 감히 역사를...

 

 우리가 이러자고  맨날 코피 터뜨려 가면서 입시하고

 

 관문 받아 적고  집에 가서 가장사초까지 쓰냐는 말이다

 

 진짜 사초를 건드렸는지

 

 건드렸다면 어떤 미친놈의 짓인지

 

 이거는 우리 사관들이  예문관의 명예를 걸고 밝혀낸다

 

 지금 당장 가서

 

 폐주 일기청에 참여했던 사관들 명단  싹 다 가져와

 

 (해령)  여기...

 

 문형 대감이셨습니다

 

 당시 한림들의 수장은

 

 (대제학)  자네들이 예까지 무슨 일인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옅은 한숨]

 

 (대제학)  그게 사실인가?

 

 김일목 봉교의 사초가 발견되었다고?

 

 (시행)  대감

 

 그걸 대체 어디...

 

 (대제학)  아니지

 

 해서 그 사초 지금 어디에 있나?  일단 나한테 보여 주고...

 

 사초를 보여 드리러 온 것이 아닙니다

 

 (우원)  저희 사관들은  당시 일기청에서 일어났던

 

 부정한 일들에 대해 듣고자 왔습니다

 

 자네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게야?

 

 부정한 일이라니?

 

 일기청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우원)  일기청 사초 조작에 가담한  사관의 증언이 있었고

 

 김일목 선진의 사초에도  정사와 다른 얘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대감정녕 모르시는 일입니까?

 

 - 자네들 점점 도가 지나치는구먼  - (시행문형 대감...

 

 사관들이라고 덤비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젠 하다 하다  종이 쪼가리 몇 장 가지고

 

 판관 노릇을 하려 해?

 

 (대제학)  우리 대신들이 언제까지  자네들 객기를 받아 줘야 하나?

 

 파업도 하고  주상 전하께 사과도 받았으면

 

 조정 일에 협조할 줄  알아야 할 거 아니냐는 말일세!

 

 [시행의 한숨]

 

 (대제학)  이제 다들 물러가시게

 

 [해령의 옅은 한숨]  더 이상 얘기를 들을 필요도 없네

 

 어허사람이라도 불러다  끌어내야겠나!

 

 대감도 한때 사관 아니셨습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해령)  지금은 조정의 중심에 계시는  문형 대감이시지만

 

 예문관에서 십수 년을  보내셨다 들었습니다

 

 그땐 대감도 저희처럼  동호와 민인생의 정신을 마음에 새기고

 

 임금도 권력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배포로 사필을 잡으셨다고요

 

 그 젊은 날의 기개는

 

 정녕 조금도 남아 있지 않으신 겁니까?

 

 김일목 선진은 참형당하기 전날

 

 죽음으로써 마지막 직필을 하겠다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해령)  저희는 그분의 신념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관이고 싶습니다

 

 저희와 뜻을 함께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 (우원부탁드립니다  - (시행부탁드립니다

 

 [떨리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호담과 영안이곳에서 길을 내다'?

 

 (대비 임씨)  희영군 이겸이시다

 

 (이림)  어려서 귀띔으로 들은 적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림아

 

 [놀란 숨소리]

 

 (해령)  한데 여기에는

 

 '서래원의 학생을 불러다가'

 

 '저번에 보내 준 서책은 잘 받았다'

 

 '다음에 조선에 오게 되면  금강산 유람을 함께 가자'

 

 이렇게 서신을 쓰게 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 서신의 내용을 바꿔치기한 겁니다

 

 [놀란 숨소리]

 

 [풀벌레 울음]

 

 [애잔한 음악]

 

 (어린 해령)  재경 오라버니

 

 정말 이걸 알아볼 수 있으세요?

 

 (어린 재경)  당연한 말씀을

 

 [재경의 헛기침]

 

 [근엄한 목소리로]  군주는 재능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모든 예술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어린 해령우와!  - 어때오라버니 엄청 멋있지?

 

 이게 어느 나라 말인데요?

 

 (어린 재경)  저 멀리 있는  법란서라는 나라의 말이다

 

 나중에 크면 너한테도 가르쳐 줄게

 

 

 

 (해령)  개똥밭에 구를래소똥밭에 구를래?

 

 [재경이 풉 웃는다]  [해령의 웃음]

 

 (재경)  해령아

 

 난 언제든

 

 언제든 여기 있을 게야

 

 한데 제가 무서운 건  역병도 사람도 아닙니다

 

 오라버니랑 떨어지는 겁니다

 

 [피식 웃으며]  녀석...

 

 [훌쩍인다]

 

 [한숨]

 

 (도승지)  다음은 사간원 정언  임상현의 상소이옵니다

 

 '신 임상현'

 

 '전국의 서원과 향교의  동정을 살펴본바'

 

 '유림들이 대비전에 내리신 처사가  패륜이라 주장하며'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으니...'

 

 (우의정)  뭐라고패륜?

 

 촌구석 유림들이 뭘 안다고  조정 일에 훈수를!

 

 (익평)  저하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각 고을에 관문을 내려

 

 이 모든 것이 서래원 잔당들의  흉계에서 비롯됐음을

 

 납득시키고 있습니다

 

 곧 잠잠해질 것입니다

 

 (대사헌)  저하

 

 본디 민심이란 것이

 

 들쭉날쭉 끓었다가 식었다가

 

 지조가 없기로는  갈대와도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은 이만하겠습니다

 

 (우원)  저하

 

 예문관에서 올라온 상소가  아직 남았습니다

 

 [무거운 음악]

 

 (우의정)  민 봉교그건...

 

 (도승지)  자네 어찌 승정원도 거치지 않고  상소를 올리는 건가?

 

 (우원)  예문관 권지 구해령이 올린 상소입니다

 

 (대사헌)  권지?  어디서 품계도 없는 여사 따위가!

 

 (시행)  여사도 관원입니다

 

 '신 예문관 권지 구해령'

 

 '불미스러운 사실을  알게 되어 청합니다'

 

 (해령)  20년 전 폐주의 일기청이 열렸을 때

 

 당대의 사관들이 제출한 사초가  조작되었다는 증언과

 

 이를 입증할 새로운 사초가  발견되었습니다

 

 끝까지 진실을 지키고자 했던 사관은  죽어서 사명을 다했으니

 

 이제 살아 있는 사관들이  거짓된 역사를 바로잡아

 

 후대에 전하고자 합니다

 

 청컨대

 

 일기청에서 역사를 왜곡하도록

 

 사관들을 겁박하고 회유했던  대신들이 누구인지

 

 신념을 저버리고 곡필로써  권력에 아부했던 사관들이 누구인지

 

 (우원)  그 진실을 밝혀 주십시오

 

 [긴장되는 음악]

 

 진실을 밝혀 달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폐주의 일기청에 참여했던  관원 마흔두 명에 대한

 

 전면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요청한다는 뜻입니다

 

 (우의정)  조사는 무슨...  당장 물러가지 못하겠는가?

 

 어느 안전이라고 여사의 말 한마디를  상소랍시고 올리는 게야?

 

 여사의 말 한마디가 아니라

 

 예문관 전체의 뜻입니다

 

 저희 사관들은 이미 뜻을 모았습니다

 

 (대사헌)  저하이는 터무니없는 음해이옵니다!

 

 제가 당시 일기청에  참여했던 사관입니다

 

 사초를 조작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제학)  저하

 

 소신 20년 전 한림들의 수장이었으나

 

 사초를 조작한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하오나

 

 하오나 사관들의 청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대제학)  사관들의 책무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남기는 것이니

 

 일기청에서 그런 의혹이 있었다면

 

 진위 여부를  가려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대사헌문형 대감!  - (도승지문형 대감!

 

 (부제학)  대제학 대감의 말이 맞사옵니다

 

 사기를 왜곡하려 하는 것은  참형에 처해야 할 중죄이니

 

 마땅히 추국청을 열어  시비를 가려 주시옵소서

 

 [무거운 음악]

 

 (이진)  윤허

 

 하지 않겠습니다

 

 (부제학)  저하

 

 이 일에 대해선  더 이상 청하지 마십시오

 

 [사관들의 초조한 한숨]

 

 (장군)  아이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홍익)  안 되겠습니다

 

 제가 가서 슬쩍 엿듣고 오겠습니다

 

 [사관들의 재촉하는 신음]

 

 (홍익)  아유아이고

 

 [경묵의 한숨]  [홍익의 놀란 신음]

 

 (아란)  양 봉교님어찌 됐습니까?

 

 (시행)  글렀다

 

 다시는 입에도 올리지 말라신다

 

 [사관들의 안타까운 한숨]

 

 [허탈한 한숨]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모화의 옅은 한숨]

 

 (모화)  급한 일이라 들었습니다

 

 대비전에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예문관에서  김일목의 사초를 발견했다는군

 

 (백선)  구해령이라는 여사관이

 

 당시 일기청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해 달라고

 

 상소를 올렸다고 하네

 

 (모화)  해서요상소가 받아들여졌습니까?

 

 (백선)  저하께서 윤허하지 않으셨네

 

 20년 전 일을 들춰 봤자

 

 자신에게 위협만 된다는 걸  깨달으신 게야

 

 저하께서 사관들에게 등을 돌리셨다면

 

 민익평이 무슨 짓을 해 올지 모릅니다

 

 (백선)  아니

 

 난 오히려 이 상황을 잠시 지켜봐도  괜찮겠단 생각이 드네

 

 다른 이들도 아니고 사관들일세

 

 예문관에서 사초를 가지고 있는 이상

 

 천하의 좌상도  손을 댈 명분이 없지 않은가?

 

 민익평에게 명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무력을 써서라도  예문관을 위협할 것입니다

 

 [책상을 쾅 친다]

 

 그렇게만 해 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거병의 명분이 없지 않은가?

 

 (백선)  걱정 마시게

 

 만약 그자가 사관들에게 해를 가한다면

 

 나도 그 즉시  훈련도감 군사들을 일으켜

 

 민익평을 역모죄로 처단할 것이니

 

 (장군)  진짜 일할 맛 안 나네

 

 이렇게 열심히 적어서 뭐 합니까?

 

 어차피 나중에 자기들 입맛대로  다 뜯어고칠 텐데

 

 (치국)  [한숨 쉬며]  제 말이요

 

 이럴 거면 사관은 왜 있고  예문관은 왜 있나 싶습니다

 

 (아란)  벌써부터 지치기 있습니까?

 

 구 권지 이름으로 쓴 상소가 까이면

 

 다음번엔 제 이름으로 쓰고

 

 그래도 까이면  오 권지 이름으로 또 쓰고

 

 받아 줄 때까지 어디 한번 해 보자고요

 

 - (은임그렇죠!  - (경묵

 

 (경묵)  아까 저하 표정 못 봤냐?

 

 한마디만 더 했다간  진짜 피바람이라도 불게 생겼더만

 

 (길승)  [한숨 쉬며]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저하께서 이렇게  사관들 의견 묵살하실 분이 아닌데

 

 [길승의 한숨]  [시행의 한숨]

 

 다들 됐고 일단 일들 해?

 

 일은 끝내야 뭐다 같이  머리를 쥐어짜 내든 말든 할 거 아니야

 

 !  [시행의 재촉하는 신음]

 

 [시행의 한숨]

 

 [옅은 한숨]

 

 [재경의 옅은 한숨]

 

 (재경)  해령아

 

 (재경)  긴말하지 않으마

 

 아직 시간이 있다  잠시 도성을 떠나 있거라

 

 (해령)  오라버니

 

 이건 이제 사관들의 문제입니다

 

 고작 사관들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기청의 일을 추국하겠다는 게  무슨 뜻인지나 아느냐?

 

 사관이 직접 반정의 옳고 그름을  따져 보겠다는 뜻이다

 

 (재경)  네 얘기가 대전에서 나온 이상  좌상 쪽에서도 가만있진 않을 것이다

 

 이젠 예문관도 안전하지 못해

 

 그러니 제발 이쯤에서 물러나 있거라

 

 해령아!

 

 (해령)  죄책감 때문입니까?

 

 [애잔한 음악]

 

 오라버니께서

 

 이렇게 절 지키려고 하시는 이유가?

 

 늘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서래원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그렇게 죽어 갈 동안

 

 어떻게 우리 둘만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서래원 출신인 오라버니가

 

 어떻게 조선에서  관직을 하며 살 수가 있는 건지

 

 (해령)  한데 결국 그 모든 것들이

 

 오라버니께서 폐주의 서신을  뒤바꾼 대가였습니까?

 

 그래도

 

 저는 오라버니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분명 뭔가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령)  그 오랜 세월 동안  절 지키고 돌봐 주시면서

 

 혼자 그렇게 아파하고  괴로워하셨던 것만으로도

 

 벌은 이미 다 받으신 겁니다

 

 [해령이 훌쩍인다]

 

 (해령)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그 모든 짐들을

 

 홀로 떠안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오라버니

 

 [애절한 음악]

 

 [재경이 흐느낀다]

 

 (우의정)  이제 겨우 대비가 조용해지나 싶더니

 

 갑자기 김일목 그놈의 사초는  어디서 튀어나온 겁니까?

 

 어떻게 돼서 조정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으니쯧쯧

 

 (대사헌)  한데 문형은 거기서  왜 사관들 편을 드십니까?

 

 [이조 정랑의 한숨]  일기청에서  사초를 고친 게 알려지면요?

 

 한림이었던 문형이랑 나부터  제일 먼저 목이 날아가는 겁니다

 

 (대제학)  아니나라고 뭐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습니까?

 

 어차피 추국청이야  열리지 않을 거 뻔한데

 

 사관들 편들어 주는 시늉이라도 해야

 

 지난번처럼 도끼 들고 오는 일이  없을 거 아닙니까?

 

 [도승지의 한숨]

 

 (도승지)  오늘은 운 좋게  저하께서 막아 주셨지만

 

 사관들이 다음번에  또 어떻게 나올지 모릅니다

 

 어명으로 군을 동원해서라도  사관들의 입을 막아야 합니다

 

 (익평)  상소를 올린 게

 

 권지 구해령이었어  [비밀스러운 음악]

 

 구 장령의 누이

 

 구 장령은 어디 있는가?

 

 (대사헌)  저기 충청도로 공차를 나갔습니다

 

 돌아올 기일이 좀 지나긴 했는데

 

 딱히 연통이 닿질 않고

 

 대감혹시...

 

 [깊은 한숨]

 

 [대문이 쾅쾅 울린다]

 

 [설금의 당황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설금)  아니이 아저씨들은 뭐야?

 

 아이저기요지금 우리 나리가?

 

 (광주댁)  뭔 일이여?

 

 (귀재)  가자

 

 [광주댁의 걱정스러운 신음]

 

 (김 내관)  마마저하께선 잠시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셨사온데

 

 (이진)  들라 하라

 

 마마...

 

 [문이 달칵 닫힌다]

 

 내 읽어야 할 상소가 있는데

 

 급한 일인 것이냐?

 

 (이림)  사관들의 청을  윤허하지 않으셨다 들었습니다

 

 (이진)  해서?

 

 추국청을 열어 주십시오

 

 누가 뭘 숨기기 위해서  그런 짓을 했는지...

 

 그걸 네가 왜 궁금해하느냐?

 

 누가 뭘 숨겼는지가 아니라

 

 전하의 반정이 잘못됐다는 걸  밝혀내고 싶어서?

 

 [무거운 음악]

 

 (이림)  형님도 알고 계셨습니까?

 

 제가 폐주의 아들이라는 거

 

 아니넌 전하의 아들이고  이 나라의 대군이다

 

 (이진)  그러니 너의 본분을 잊지 말거라

 

 형님께서 말씀하시는  제 본분이라는 게 뭡니까?

 

 처소에 갇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약하고 한심한 왕자요?

 

 그래그게 너의 본분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도원 대군

 

 언제부터 네가 그리  조정 일에 관심이 많았는지는 몰라도

 

 정사는 너의 몫이 아니다돌아가거라

 

 (이림)  저는 다신 그리 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잘못은 바로잡고

 

 잘못한 사람들은  벌을 받게 만들 겁니다

 

 - (이진이림  형님께서도!

 

 절 막지는 못하실 겁니다

 

 (이진)  지금 당장 녹서당에  금군들을 보내거라!

 

 도원 대군을 처소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오게 해

 

 [해령의 한숨]

 

 [은임의 다급한 숨소리]

 

 (은임)  구 권지들으셨습니까?

 

 저하께서 녹서당에...

 

 [긴장되는 음악]

 

 (해령)  나오십시오

 

 사관입니다비켜 주십시오

 

 (금군3)  녹서당을 엄중히 호위하라는  저하의 명이 있었습니다

 

 [해령의 못마땅한 숨소리]

 

 사관도 못 들어가게 하면서  이게 어딜 봐서 호위입니까?

 

 (삼보)  마마...

 

 [삼보의 걱정스러운 신음]

 

 [애절한 음악]

 

 [북과 징이 요란하게 울린다]  (익평)  두 분이 이 자리에 계신 건

 

 20년 전에 제가 결단을  내렸기 때문임을 잊지 마십시오

 

 폐주의 적장자가 살아 있으니

 

 서래원 잔당들도 헛된 희망을  품는 것 아니겠습니까?

 

 곧 도원 대군은  세상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이림)  저는 더 이상 도원 대군이 아닙니다

 

 희영군 이겸의 아들

 

 이림입니다

 

 (해령)  저를 베셔도

 

 사필은 멈추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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