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4
(혜준) 아빠
(영남) 응
나 영화 출연하기로 했어
(영남) 아이, 저런 미친놈이! [울리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혜준) 아빠가 고기를 던진다는 건
막장 드라마다
[익살스러운 음악] (영남) 아니, 간신히 마음 접었나 했더니
- (영남) 또 변덕 부리지 - (애숙) 아, 아니야
(영남) 또 바람이 들어 가지고, 아주 그냥!
(혜준) 아빠가 내 인생 살아 줄 것도 아니잖아
(영남) 뭐? 아, 이것 좀 놔 봐!
말로만 잘되라고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거 좀 하게 놔둬
(영남) 아니, 저, 며칠 새엔가
어떤 놈이 또 바람을 집어넣은 거야!
아, 이거, 아, 이거 안 놔, 이거!
[애숙의 힘주는 신음]
[애숙의 가쁜 숨소리]
놨다
(영남) 뭘 놨다는 거야?
당신을 놨다는 거야
[흥미로운 음악]
왜 날 봐?
(애숙) 당신 원대로 놔줬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당신 하고 싶은 게 뭔데?
내가 하고 싶은 거에 관심은 있어?
(영남) 어디를 가? 얘기하다 말고
(애숙) 들어가
엄마 아빠랑 할 얘기 있어
(혜준) 누구 말 들어?
- 엄마 말 - (영남) 아빠 말
엄마 말 들을래
(영남) 저놈의 새끼 저거 뺀질거리는 거 봐 봐, 저거!
[문이 쾅 닫힌다]
(애숙) 해맑아서 좋네, 기 안 죽고
(영남) 당신 진짜 왜 그러냐?
저러다 애 망가져!
쟤 하고 싶은 거 하게 놔두면
제 밥벌이도 못 하고 평생 빌붙어 살지도 몰라!
(애숙) 아예 그렇게 되라고 고사를 지내
부모가 돼서 그런 말 입 밖에 내고 싶어?
부모니까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무슨 걱정을 그렇게 후지게 하니?
(애숙) 부모가 자식 안 믿어 주면 누가 믿어 줘?
집 밖에 나가 봐
까 대려고 번호표 받고 기다리는 사람들 천지야!
(영남) 남자잖아
결혼하면 처자식 먹여 살려야 되잖아
그게 보통 일이야?
처자식을 왜 남자만 먹여 살려야 돼?
당신이 지금 나 먹여 살리니?
(애숙) 당신만 일해?
[한숨]
(영남) 아, 당신 같은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 어디 가서 만나?
당신도 만났는데 우리 혜준이가 왜 못 만나?
난 혜준이 하고 싶은 대로 해 주고 싶어
물론 당신 말대로 애 망가질 수 있어
그렇지만 적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건 하고 망가지잖아
[한숨]
당신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봤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어떻게 살아? 먹고사는 게 장난이야?
머리도 좋고 공부 잘했다면서
스무 살도 안 돼서 생활 전선 뛰어들어서 지금까지잖아
[잔잔한 음악]
(애숙) 우리, 우리 애들한테 숨통 좀 틔워 주자
그러려고 나 일하는 거야
[가슴을 탁탁 치며] 난 평생 노동에서 헤어나지 못했지만
우리 애들은 나보다 나은 삶 살기를 바라
인생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해 보고 싶다는데
그거 꺾는 손이 내가 되고 싶지는 않아
당신이 하게도 안 둬
[한숨]
나중에 후회하지 마
인생은 타이밍이야
그때 가서 왜 안 말렸냐고
원망하지 마
[한숨]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떨리는 숨소리]
(태경) 아, 잘자리에 뭐 해?
잘 때도 예쁘고 싶어서
참,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당신은
이해하지 말고 사랑하면 돼요
(태경) 해나 로스쿨 면접 결과 나왔어?
(이영) 붙었어요, 아직 결과 안 나왔지만
(태경) 성적이 워낙 좋으니까, 날 닮아서
성적만 필요한 줄 알아요, 로스쿨이?
그럼 뭐가 더 필요해?
애들 나한테 다 맡겨 놓고 체크만 하는데
필요한 거 엄청 많아
그런 식으로 당신 존재감 드러내는 거
잘 먹혀, 응
말 좀 예쁘게 하면 안 돼?
이제 적응할 때도 됐잖아
나이 드니까 더 거슬려
나도 거슬리는 거 다 참고 살고 있어
(이영) 하, 사이좋은 부부가 제일 부러워
(태경) 치, 부부가 사이좋아 봐야 부부지, 뭐
좋고 나쁘고 별 차이 안 나
허, 이렇게 문제의식이 없어
이러니까 내가 애들한테 더 집착하는 거야
집착해 봐야 결국 나한테 올 거야
하,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
어디 가?
애들 아직 안 들어왔어요 관리해야 된답니다
(애숙) 허, 뭐 하고 있었어?
(혜준) 엄마
[웃으며] 왜 이래?
[잔잔한 음악]
고마워
(애숙) 고마울 거 없어, 엄마 이기적이야
나중에 원망 안 들으려고 하는 거야
아빠보다 엄마가 더 너한테 나쁠 수 있어
나쁜 엄마가 좋아
[애숙의 한숨] [웃음]
[애숙의 옅은 한숨]
[애숙이 혜준을 토닥인다]
아, 아, 맞는다
[정하의 한숨]
내가 거짓말해서 실망한 거야?
아니면 내가 좋아했다 그래서 부담스러운 건가?
아, 왜 말이 없니?
결자해지
(정하) 내가 처음에 잘못한 거 맞아
근데 다 풀었잖아 그럼 인제 자기가 말할 차례 아닌가?
치…
사람이 예의가 없네
안 되겠어
[휴대전화 진동음]
응?
[놀란 신음]
[부드러운 음악]
[헛기침하며] 여보세요?
운동해?
- 아니? - (혜준) 왜 이렇게 숨차?
아, 나가려던 참이었어
- 어디 가는데? - (정하) 버스킹
끝나고 뭐 해?
- 집에 와 - (혜준) 알았어
[웃으며] 뭘 알았다는 거야?
약속 없는 걸 알았으니까 만날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정하) 처음부터 물어봤으면 됐잖아
너무 용건부터 말하는 거 같아서
용건부터 말하면 딱딱하긴 하지
(정하) 근데 난 용건부터 말하는 거 좋아해
우리 정리해야 될 얘기 있잖아
(혜준) 지금 수다 떨 시간 있어?
아, 아니, 나, 나 나가야 돼
(정하) 근데 할아버지 일자리는 구하셨어?
[민기의 힘주는 숨소리]
(민기) 감독 만나러 가냐?
(혜준) 아니, 매니저
(민기) 하, 이제 꽃길만 걷는 거야
영화 출연만 해 봐
주인공? 눈에 뵈지도 않아 우리 혜준이에 가려서
역시 콩깍지가 씌었어
그런 의미로 선물 줄게
이게 뭐야?
[밝은 음악] (혜준) 모델 하고 싶다며
- 내가 언제? - (혜준) 아이, 돈 벌고 싶다며
모델 하면 돈 벌어?
야, 할아버지를 누가 써?
(혜준) 많이 쓴대, 100세 시대잖아
할아버지 나이면 한창이야
음, 전문 용어로 '블루 오션'이래
오, 그래?
내가 볼 때는 이 일이 할아버지한테 딱 맞는 거 같아
(혜준) 뭐, 안 돼도 사람들 만나 놀고 운동한다 치면 돼
(민기) 어…
물러, 아, 놀고 운동하는 데 왜 돈 들여?
- 겁나는 거지? - (민기) 뭘?
실패할까 봐
(혜준) 할아버지 항상 그랬잖아
네 나이면 하고도 남았다고
뽀록날까 봐 겁나지?
(민기) 어 [혜준의 웃음]
솔직해서 마음에 들어
(혜준) 할 수 있어, 사민기 씨
(민기) 사혜준 씨, 가서 물러 와, 나 못 해
직접 무르세요, 사민기 씨
- 야 - (혜준) 이제 나한테
'나이만 젊었으면 씹어 먹었어' 그런 말 하면 안 돼
사혜준 씨 너무 엄격하다 마음에 안 들어
나도 마음에 안 들어, 사민기 씨
우리 언행일치하자고요
(민기) 야, 야, 야, 야
아, 이거… [문이 탁 닫힌다]
"회원증"
[엘리베이터 알림음]
[밝은 음악]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타
(민재) 아유, 못 참겠다!
어떻게 할 거야?
할 거야
[밝은 음악]
앗싸!
(민재) 아유, 우리 귀하신 배우님 이거 들게 하면 안 되지
(혜준) 아이, 왜 그래?
(민재) 아이, 넌 나의 아티스트야
내가 대접을 잘해야 밖에서도 대접을 잘 받지
(혜준) 태도는 좋다
(민재) 다행이다, 그럼 이제 네 태도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혜준) 내 태도야 항상 좋지
(민재) 그걸 고쳐야 돼
자기중심적이면서 객관적이지 않은 태도
(혜준) 내가 언제? 너무 객관적이어서 문제인데
(민재) 정정
너무 자신한테 냉정한 타입이야, 너는
대체 날 제대로 알긴 하는 거야?
(민재) 알아, 안다고, 내가!
내가 잠시…
네가 할 줄 몰랐어
너무 당황스럽잖아?
네가 하게 되면 나도 하게 되는 거잖아
사실 나 자신 없어
너한테 큰소리쳤지만
네가 안 한다고 하고 사실 나도 접었거든
[당황한 웃음]
[웃음]
그렇지, 웃기지?
아, 나도 너무 웃겨
근데 너무 좋아! [웃음]
누나 무서워, 정상이긴 한 거야?
(민재) 그럼!
[민재의 웃음]
예!
(민재)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인간관계 앞세워서 일하는 거야
(혜준) 나도 일에 인간관계 앞세우는 거 안 해
전에 충분히 했고 끝이 다 안 좋았어
(민재) 보통 신인 계약이 5 대 5잖아
근데 네가 형편이 안 좋으니까
7 대 3! 네가 더 많이 가져가는 걸로 하고
계약 기간 7년? 엄청 기네?
(민재) 아니, 이거는 네 군대 기간 포함해서…
야, 이런 계약이 어디 있냐? 완전 네 위주지
인간관계 앞세우지 않는다며?
아이, 그렇지만 네 사정을 잘 아니까
(혜준) 5 대 5, 기간은 1년 [혜준이 서류를 쓱 내민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내가 누나한테 민폐가 되긴 싫어
눈 봐라
내가 그 눈을 어떻게 이기겠니?
(민재) 순한 거 같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기 마음대로 하더라
내가? 아닌데
(민재) '아닌데'가 아닌데? 아!
하, 이걸 감독들이 알아야 되는데
[민재의 한숨]
어쨌든 알았어
계약서 다시 쓸게
빡세게 한번 일해 보자
어차피 넌 연애도 안 할 거니까
(혜준) 단정하면 안 되지
너 아직 지아 못 잊은 거 아니야?
(민재) 걔랑 왜 헤어졌어? 둘이 되게 잘 어울렸는데
[잔잔한 음악]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남자1) 지아야
오빠, 잠깐만
(지아) 어, 혜준아
너랑 같이 가려고 도서관 왔어
미안, 나 오늘 늦게 공부해야 돼
(지아) 로스쿨 시험 얼마 안 남았잖아
이 시간은 집에 가는 시간이잖아
(지아) 오늘은 공부가 잘돼
알았어
근데 내가 왔다고 했잖아 궁금하지 않아?
어디 있는지
[한숨]
(지아) 왜 이제야 알은척해?
(혜준) 너야말로 왜 이제야 알은척해?
나 보라고 일부러 그런 거잖아
[피식 웃으며] 날 너무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혜준) 머리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
헤어지고 싶은데 헤어지자는 말 이렇게 하는 거잖아
[지아의 한숨] (혜준) 네가 예상한 건
내가 널 보고 아무 말 없이 고통을 혼자 간직한 채
집으로 가서 정리하는 거잖아
내가 알던 사혜준이 아니네?
(혜준) 첫 번째는 당했지만
두 번째는 안 당해
널 사랑하는 건 의심하지 마
널 사랑했던 순간은 기억할게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주) 이쪽에 앉으세요, 교수님
(이영) 정하 씨 없어?
(진주) 오늘 휴무예요
(해효) 예약 잡을 때 왜 얘기를 안 했어요?
(진주) 매니저가 예약하셨죠?
안정하 씨는 메인 아티스트가 아니라 특별히 요청하셔야 돼요
중요한 분들은 제가 다 맡아요
(이영) 오늘은 진주 쌤한테 해
(진주) 잠시만 기다리세요 교수님 먼저 하고…
(이영) 아니, 헤어부터 해 줘요 화보 촬영 있어
난 샴푸할래
[해효의 한숨]
뭐 해? [진주의 웃음]
안정하 씨 아니면 하기 싫으신가 봐요?
(진주) 실력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시는 스타일이신 거 같아요
[해효의 헛웃음]
허, 자기
요즘 말이 많다?
(이영) 프로페셔널하지 않아
내가 아침에 아들하고 티타임을 못 가져서 그러는데
자리 좀 마련해 줄 수 있어?
(진주) 그럼요
전 정말 인간적으로 교수님 좋아해요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효) 뭐가 걸렸어?
(이영) 이따 집에서 얘기해도 되지만 지금 말하자고 한 건
불쾌한 감정을 밤까지 갖고 있고 싶지 않아서야
어휴, 무섭다
네가 안정하 씨한테 메이크업받고 싶은 건 인정
(이영) 근데 '꼭 그 사람 아니면 안 돼요' 하려면
제대로 된 이유가 있어야지?
메이크업 하나 내 마음대로 못 해?
너 걔 좋아해?
좋아해, 그러니까 걔한테 하려고 하지
그러니까 디자이너를 좋아하는 거잖아
- (해효) 그래서? -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
아까 진주 디자이너 뼈 있는 소리 들었지?
(이영) 왜 그런 가십거리를 던져 줘? [한숨]
사람들 많이 드나드는 곳이야
(해효) 숍 옮길래
제일 쉬운 게 관두는 거야
(이영) 맨 나중이라고
아, 내가 왜 엄마랑 같은 동선 안에 안 들어가려고 하는지 알아?
(이영) 안전하니까
넌 위험한 게 좋을 나이니까
(정하) 자, 그럼 또 어떤 고민이 있으실까요?
(여자1) 저 얼굴 살 때문에 얼굴이 너무 많이 커 보여요
(정하) 아, 그 고민 제가 바로 해결해 드릴게요, 자
자, 얼굴 윤곽을 잡아 드렸거든요
제가 나중에 비교 숏 보여 드릴게요
자, 여러분, 보세요, 이렇게…
[휴대전화 벨 소리]
아, 죄송해요 저 전화 한 통만 받을게요
- (여자1) 아, 네, 네 - 죄송합니다
네, 선생님
오늘 숍 끝나고 스태프 전체 교육 있어요
저 오늘 휴무인데요?
(진주) 아는데 교육에는 참석해요
아, 교육이 있으면 전날 정도에는 말씀해 주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진주의 헛웃음]
원장님이 급 올려 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나 봐
정확히 그 급은 원해효 씨 한정이야
(진주) 전체 급을 올려 준 게 아니라고
왜 원해효 씨만 정하 씨를 원할까?
선생님!
[웃으며] 내가 안정하 씨보다 윗급이라는 걸 확실히 알려 주려면
이런 방법밖에는 없잖아, 그렇지?
(여자1) 언니, 빨리요
아, 네, 네
저 오늘 약속 있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무진) 진우야
케이터링 왜 아직 안 와?
[구시렁거린다]
(어시스턴트) 다리미 있어요?
(진우) 아, 저기, 사무실 캐비닛에 있어요
근데 가만히 앉아 계시면 어떡해요?
아…
(무진) 야, 너 내 말 안 들려?
차 막히면 한 10, 20분 늦을 수도 있어요
[진우의 놀란 신음]
[직원들의 놀란 신음] (진우) 아유, 깜짝이야, 씨
[진우의 멋쩍은 신음]
(무진) 저 새끼 봐라, 저거, 피하는 거, 어?
아이, 네 몸뚱어리로 이렇게 막았어야지
네 몸뚱어리, 이게 그렇게 소중해? 어?
[직원들의 웃음]
아, 이게, 어 이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 이거!
아, 물어주면 되잖아요
(무진) 네가 말 안 해도 네 월급에서 깔 거야
아직 선 정리 하나 못하냐? 기본도 안 된 새끼, 쯧
(진우) 아, 욕 좀 하지 마세요 최저 시급도 안 맞춰 주면서
(무진) 돈보다 더 중요한 노하우를 가르쳐 주잖아
[헛웃음]
이, 돈으로 환산하면…
아, 뭐, 돈만 되면 뭐든 다 찍으면서
- 무슨 노하우요? - (무진) 그게 노하우야
돈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냐?
그럼 이번 달부터 돈 제대로 주세요
너 나오지 마, 내일부터
알았어요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지금은 일해야지
노동청에 신고할 거예요
진우야!
[진우가 흥얼거린다]
(해효) 어째 좋아 보이냐?
(진우) 나쁠 게 뭐 있냐?
[힘주며] 쉬고 싶은데 아주 잘됐어, 쯧
(해효) 관두는 게 제일 쉬운 거라던데
그건
(진우) 너 같은 애들한테나 해당되는 거고
나는 관둔다고 말하기까지
관둘 상황이 수천 번은 있었거든, 아주? 쯧
야, 꼭 그런 식으로 너하고 날 나눠야겠냐?
네 앞에서 창피당했잖아
이 정도 성질도 못 내냐?
[문이 달칵 열린다]
[멋쩍은 웃음]
- (해효) 작가님 - (무진) 응
저 다음 스케줄 있어요 30분 내로 정리해 주세요
아니면 갑니다
[무진이 호응한다]
- 나도 갑니다 - (무진) 어, 진우야
(무진) 난 널 안다
- 뭘 아는데? - (무진) 네가 입만 산 놈이라는 거
- 참 나 - (무진) 아이
(무진) 너도 알잖아, 내가 개그 욕심 있는 거
'소중한 몸뚱어리' 하니까 사람들이 막 웃고 그러니까
내가 점점 더…
(진우) 개그를 치려면 형이 망가지면서 쳐
왜 사람 무시하는 개그를 쳐서 웃겨?
어, 화나면 뭔 말을 못 해?
(진우) 내가 한 번이라도 사람들 앞에서 형한테 반말한 적 있어?
꼬박꼬박 '작가님, 작가님' 하면서 대접해 주는데
형은 왜 사람들만 있으면 미쳐 가지고 나한테 막…
(무진) 내가 미안해
형이 일을 그렇게 배워서 그래
[헛웃음] [흥미로운 음악]
선배들한테 조인트 까이면서 나 때는 말이야, 진우야
다들 그렇게 일 배웠어 교통비만 받으면서…
(진우) 아, 자랑이다
그래서 갈 거야?
지금 또 성질낸 거야?
아니, 질문했어
(무진) 진우야, 형한테 이러고 가면 너 잠이 오겠냐?
(진우) [헛웃음 치며] 오겠지, 아주 푹 오겠지
(무진) 어, 잠깐, 잠깐, 잠깐, 지, 진우야
[무진의 다급한 숨소리]
너 지금 이러고 가면
나 현장 접어야 돼
그럼 손해가 얼마인 줄 알아?
알고 싶지 않아
(무진) 나 네 대학 선배야
이 바닥에서 우리 학교 나온 사람 찾기가 쉽냐?
쉽지 않아야지
내가 형 같은 선배를 또 만나지? 아주 진짜…
죽빵을 날릴 거야, 아주, 어?
[한숨] [진우가 혀를 쯧 찬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당황한 신음]
(직원) 저, 무슨 일로 오셨어요?
(민기) 아, 여기…
아, 저, 그, 제 손자가
어…
이걸 끊어 왔는데
네
어, 왜 벌써 오셨어요?
(직원) 초급반은 다음 주부터 시작이에요
[직원의 웃음]
- (남자2) 자, 여기 - (직원) 네
(남자2) 우리 같이 배우겠네요?
아주 훌륭한 손자를 두셨어
우리 손자들은 내가 뭘 하고 돌아다니는지 모른다니까
(민기) 얘가 언제 봤다고 알은척이야?
[한숨]
몇 살이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영상에서 중계가 영어로 흘러나온다]
(민재) 넌 너무 야망이 없어
아, 또 그 얘기, 아주 타령을 해라
(민재) 우리 진지하게 얘기하자
우리 매니지먼트 방향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어
(혜준) 말해 봐
(민재) 현재는 조금 일찍 온 미래야
현재 모습이 미래의 네 모습이라고
좀 억지 아니야?
아니, 지금 바뀌지 않으면 미래는 안 바뀌어
[흥미로운 음악]
(민재) 정직하고 순수해서 좋아
하지만 그걸로는 이길 수 없어
(혜준) 왜 이겨야 돼? 내 경쟁 상대는 나야
내 자신하고 싸워서 이길 거야
자신하고 왜 싸우니?
내가 날 왜 패니?
(민재) 그러다 다치면 누가 물어 줘?
내가 패고 내가 병원비 내냐?
듣고 보니 그렇네
(민재) 그렇다니까? 싸움은 남하고 하는 거야
난 누구를 밟으면서 올라가는 경쟁 싫어
(민재) 경쟁이 싫은 게 아니라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시작도 안 하겠다는 거야
그걸 이겨 내야 돼
아,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영상에서 중계가 영어로 흘러나온다]
(혜준) 어, 왔어? 야, 짐 많다
- (정하) 뭐 보고 있었어? - (혜준) 축구
(혜준) 매니저 누나가 내가 야망이 없다며
골 넣는 영상 보면서 야망을 키우래
아드레날린 뿜뿜 해서 승부욕 불끈하래
난 야망 없는 남자 좋아하는데
아, 나 좋아하는 거 알아
[멋쩍은 웃음] (혜준) 괜찮아
뭐? 내가 거짓말한 거?
내 덕질을 언제부터 시작한 거야? [유쾌한 음악]
저 거만한 표정!
(정하) 환상은 환상대로 놔뒀어야 됐는데 괜히 만나 가지고
나 만나서 실망했어?
(정하) 아니, '역시 내 안목은 훌륭하다' 그랬어
(혜준) 결국 자기 칭찬이네
아, 그럼 내 칭찬을 해야지
내가 수많은 연예인 중에 널 선택했잖아
그리고 직접 만났는데 진짜 좋은 사람이었잖아
얼마나 만났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단정하냐?
너 나쁜 사람이야?
좋은 사람이야
거봐, 맞잖아,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정하) 자기 입으로 나쁜 남자라 그러는 남자는 진짜 나쁜 남자래
다른 건 다 거짓말해도 그건 절대 거짓말 안 한대
(혜준) 어머니는 나쁜 남자 안 만나시겠다
잘 아시니까
나쁜 남자를 많이 만나 봐서 알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니?
든다 [정하의 웃음]
- 아, 나 배고파 - (혜준) 뭐 먹을래?
(정하) 외식 잘 안 해
(혜준) 알았어, 가자
(정하) 어디를?
(혜준) 너희 집 가자며?
외식 잘 안 한다며?
그게 왜 우리 집이야? 너희 집일 수도 있지
그럼 우리 집 갈래?
[잔잔한 음악]
뭐 하는 거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웃음]
오버다
[함께 웃는다]
(정하) 아, 나 이런 말 진짜 해 보고 싶었어
덕밍아웃 하니까 너무 편하다
아, 내가 왜 아웃팅을 시켜 갖고
내가 인생에 대단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정하) 거짓말은 하지 말자 주의거든
근데 널 만나서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다는 게
나에게 얼마나 압박감을 줬겠니?
- 먹어 - (정하) 응
[웃음]
(정하) 음, 맛있어
역시 떡볶이는 소울 푸드야
[정하의 사레들린 기침]
등은 왜 두드려?
이거 아닌가?
[정하의 웃음] (혜준) 마셔
[숨을 하 내뱉는다]
그 눈빛 뭐야?
- 내 눈빛이 뭐? - (정하) 너무 그윽해
[웃으며] 그냥 쳐다본 거야
(정하) 넌 좋겠다
그냥 쳐다만 봐도 심장을 움직이는 눈빛을 가져서
[웃음]
(혜준) 평소보다 업돼 있는 거 같다?
(정하) 지금껏 감춘 거에 대한 부작용
내가 그동안 얼마나 널 만나고 싶었겠니?
그리고 할 말은 또 얼마나 많겠니?
오늘 할 말 다 해
(정하) 맨정신으로는 못 해
[웃음]
[웃음]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하) [술 취한 목소리로] 폭탄주는
비율과
[술을 주르르 따르며] 배합이 중요한 거야
[정하의 웃음]
사람들이 내가 만 게 제일 맛있대
[웃음] [술을 주르르 따른다]
[정하가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그 얘기 벌써 두 번째야
벌써 취했니?
(정하) 넌 어떻게 이름도 사혜준이니?
(혜준) 아, 진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정하) 모르실 때는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예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정하) 너 왜 안 마셔?
(혜준) 우리 둘 중 한 사람은 맨정신이어야
무슨 일이 터지면 해결하지
무슨 일 터질 게 뭐가 있어?
(혜준) 모르지만 혹시라도 있을 일에 대비하는 거야
(정하) 참 어렵게 사시네요
[웃음]
그럼 나야 좋지
내 거야
(정하) 너 안 마신다며?
(혜준) 안 마셔도 내 거야
내 거 뺏기는 거 싫어해
(정하) 뺏기는 게 아니라 주는 거
이거 마는 거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노동력이, 노동력이…
(혜준) 줬다
[정하의 웃음]
(정하) '사씨남정기' 말고는 사씨를 본 적이 없어
'사씨남정기' 읽어 봤어?
(혜준) 조선판 '사랑과 전쟁'
(정하) 와, 분석도 잘하네?
[놀라며] 그 얼굴에
그런 지적인 능력까지 가지면
[다리를 탁탁 치며] 사기캐 아닙니까!
- (혜준) 더 할 거야? - (정하) 아니
(정하) 사혜준
사혜준
사혜준
사혜준이
뭘 사해 주니? [부드러운 음악]
널 사해 준다
너의 죄를 사해 준다
[웃음]
그거 알아?
힘들 때 힘든 거 들키지 않으려고
막 더 밝게 설레발치는 거?
알아
네가 지금 그러고 있잖아
[웃음]
[잔을 달그락 집으며] 들켰네
[정하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정하의 한숨]
널 만나면
정말 고맙다는 말 하고 싶었어
[웃음]
[잠금장치가 철커덕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스위치 조작음]
(윤주) [코를 훌쩍이며] 늦었네?
(정하) 아, 조금 있으면 중간고사라 보충 더 해 줬어
나 불
(윤주) 예민하다 아이가
알았어
[스위치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정하 모)
[한숨]
(영상 속 혜준) 아빠가 목수예요
부잣집 아들은 아니고요
"모델 사혜준 인터뷰 패션 피플"
대한민국에서 한남동에 산다고 하면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우리 가족은 평범해요
서로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거 같아요
(정하) 잘생겨서 시작한 덕질에
감정 이입하기 시작했어
나이가 같다는 것도 좋았어
왠지 치유받는 느낌이었어
[웃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얘기 듣는 기분이야
(정하) 네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 놓은 환상이니까
[정하의 웃음]
[정하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그래도 고마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다는 게 기분 좋다
[웃음]
(정하) 팬과 스타는 인간적인 관계를 갖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해
더구나 이제 우리는
친구 관계로 설정됐잖아
나
네 덕질 때려치우기로 했어
안 해, 안 해, 안 해
(혜준) 아유, 가뜩이나 팬도 없는데 탈덕하네
너 좋다고 따라다니는 애들 많을 텐데?
좋다고 따라다닌다고 다 팬은 아니야
외모만으로 사람을 오래 잡아 두기도 어려워
잘생긴 건 아는구나
내 외모
싫어했던 적 있어
(경준) 아유, 씨
[문이 달칵 닫힌다]
[경준이 봉투를 부스럭거린다] 신발 샀어?
(경준) 어, 어, 아이, 뭐
뭐, 뭐 보냐?
(영남) 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색깔이 나은…
(경준) 아, 이 색이 더 나아
네가 이 방에 왜 있냐?
(혜준) 컴퓨터가 이 방밖에 없잖아
(영남) 아, 시험 끝났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알바라도 해
아빠 따라 현장 나가도 좋고
모델 알바 알아보고 있어
[한숨]
(영남) 아빠는
네 잘생긴 얼굴이 제일 걱정이야
그거 갖고 있으면 막살기 쉽거든
사람은 땀 흘려 힘들게 돈을 벌어야 돈 귀한 줄 아는 거야
[울리는 효과음] 네가 한번 걷고 들어오면 돈 주니까 세상 만만하게 보잖아
(정하) 아버님도 잘생기셨나?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씁, 글쎄?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하고
키가 작거든
(정하) 그럼 넌 할아버지 닮았구나?
어, 엄마도 많이 닮았어
[테이블을 탁탁 치며] 그럼 결론은
(정하) 아버님은
인물도 좀 떨어지시고
키도 작으시고
어머님은 예쁘시고
할아버지는 잘생기셨고 뭐, 이런 거네?
[웃으며] 너 되게 재밌다
[웃음]
아버지 힘드시겠다
왜? 아니야
(정하) 아버님은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잘생긴 얼굴이 갖는 가치에 대해서
근데 그걸 부인하는 거야
왜냐?
좀 떨어지니까
[발랄한 음악] 많이 떨어지시나?
(혜준) 그만해
우리 아빠 좋아지려 그래 요즘 미워했었는데
[정하의 웃음]
이건 또 뭐냐?
(정하) 나 너한테 말 안 한 거 있어
뭔데?
주사 있어
(정하) [웃으며]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그렇게 심한 거 아니야
[부드러운 음악] [정하의 웃음]
그냥, 음
초기 30분? 30분 정도가
쪼끔 그래
'좀 그래'가 뭔데?
(혜준) 똑바로 걸어라
[정하의 웃음]
(정하) 더 이상 어떻게 더 똑바로 살아?
힘들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웃으며] 정말 너무 힘들어
내가 회사 관둘 때는
꿈을 현실로 만들 자신이 있었어
안정하
이 바보야!
꿈은 잠잘 때 꾸는 거야
[정하의 웃음] [잔잔한 음악]
아…
[휴대전화 진동음]
[웃음]
왜 안 받아?
(정하) 내가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어
아니, 고객들이 내가 좋다는데
나랑 하고 싶다는데 왜 프레임을 씌워?
난 내 일을 충실히 다 했어
왜냐? 재밌으니까
근데 왜 친구 남자 뺏는 쌍년 프레임을 씌우냐고
[혜준의 다급한 신음]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이제 그만해라
[정하가 코를 훌쩍인다]
[정하의 술 취한 신음] (혜준) 아이참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정하의 술 취한 신음]
[정하의 한숨]
내가
잘못한 거 같아
[부드러운 음악]
(정하) 진주 쌤이 그렇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울먹이며] 내가 어느 정도 빌미를 줬겠지?
[정하의 떨리는 숨소리]
사람이 어떻게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괴롭힐 수 있어?
[정하가 울먹인다]
30분 다 됐어
[훌쩍인다]
내가 잘못했어
[흐느낀다]
너의 죄를 사해 준다
안정하
[웃음]
(정하) 내가 창피해?
어, 창피해
[정하의 웃음]
(정하) 아, 어디 가?
어디 가?
가, 같이 가야지, 아이고
같이, 같이 가요!
[정하의 웃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나) 이 노래 좋지?
(진우) 응, 좋아
[해나의 웃음]
근데
이런 것도 좋은데
십구금으로 등급 상향하면 안 돼?
우리 성인이다?
나도 그 생각 해 봤는데
해 봤어? [해나의 웃음]
(해나) 그럼
그럼 오늘부터 십구금 할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경준) 양념이 잘 안 밴 거 같아
(영남) 잘 밴 거 같은데, 뭐, 괜찮지, 여보?
(애숙) 어, 밤에 먹으면 안 되는데 왜 사 와 갖고
(영남) 안 먹으면 될 걸 왜 애한테 그래?
아버님은 왜 아직 안 들어오시지?
(경준) 우리끼리 있으니까 좋잖아
혜준이랑 할아버지 생각하면 아유, 난 머리 아파
네 마음이 내 마음이다
[경준의 한숨] (애숙) 부자가 이럴 때는 죽이 척척 맞아
(영남) 그럼, 우리는 부자인데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애숙) 어?
(영남) 아유, 어디 갔다 이제 들어와요?
(민기) 어, 나도 이제 뭐 좀 시작해 볼까 해서
(영남) 뭘 시작해요, 아버지가!
아니, 말도 못 하냐?
(영남) 말도 하지 마!
나 아버지가 뭐 한다 그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경준) 할아버지, 할아버지 연세에 뭘 해요?
괜히 아버지 더 힘들게 하지 마시고 쉬세요
[당황한 신음]
[중얼거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민기) 예
들어가도 돼요, 아버님?
응, 들어와
식사하셨어요?
(민기) 내가 끼니 거르는 거 봤냐?
(애숙) 못 봤죠
아버님은 정말 그거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드는 게 어디 그거 하나뿐이냐?
전 지금 아버님 모습 좋아요 건강하시면 돼요
새롭게 뭐 시작하면 힘드시잖아요
(애숙) 검사받으러 가실 때 안 됐어요?
(민기) 말짱해
검사래 봐야 배터리 잘 돌아가나 보는 건데, 뭐
아버님 편찮으시면 저 싫어요
(민기) 너도 내가 뭐 하는 게 싫구나?
제가 잘할게요
너야 항상 잘하지
혜준이는?
(애숙) 음, 하고 싶은 거 하러 다니겠죠
하라고는 했는데 마음이 왔다 갔다 해요
(민기) 그, 너희들은
잘생긴 거에 대한 평가가 너무 낮아
혜준이 터진다, 반드시
속이나 터지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버스 문이 칙 열린다]
(혜준) 아이고
[정하의 피곤한 신음]
이제 주사 타임 끝났냐?
(정하) 그런 거 같아
(혜준) 아니, 아직 짐승인 거 같아
(정하) 아니야, 끝났다니까?
어? 비 오나 봐
(혜준) 진짜 [부드러운 음악]
(정하) 아, 뛰어, 뛰어!
[정하의 웃음] [혜준의 당황한 신음]
[정하의 웃음] [혜준의 가쁜 신음]
[정하와 혜준의 가쁜 숨소리]
[하늘이 우르릉거린다]
할아버지 모델 학원 등록해 드렸어
(정하) 내 설득이 먹힌 거야?
먹혔어
(혜준) 반성도 했어
사랑한다면서 할아버지에 대한 시각이 남들하고 같았던 거
반성하는 사람 좋아해
(정하) 예측 불가능한 사람 싫어해
약속 지키는 사람 좋아해
불안하게 하는 사람 싫어해
반성하는데 예측 불가능해
약속 지키는데 불안하게 해
(혜준) 그럼 어떻게 할래?
싫어해
넌 싫어하는 걸 더 좋아하나 보다
넌 뭐 좋아해?
(혜준) 어떤 때는 좋다가 어떤 때는 싫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많아
정확히 말하면 사랑하면 다 좋은 거 같아
[정하의 웃음]
(정하) 너한테 사랑받는 사람은 좋겠다
[잔잔한 음악]
[당황한 웃음]
아니야, 아니야, 그거 아니야
너한테 사랑받고 싶다는 얘기 아니야
누가 뭐래?
나 눈 되게 높아
(정하) 아까 호불호 들었지?
나랑 사귀려면 그걸 다 통과해야 돼
그거 기본 아니냐?
기본 안 된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혜준) 정하야
너의 장점 중 하나가 인정을 잘한다는 거야
미안, 나 눈 높지 않아
(정하) 근데 어려워
덕질과 주사, 이 두 가지를 다 갖고 있는 게 뭘 뜻하는지 알아?
슬픔
(정하) 지금까지 어떤 남자도 사랑한 적 없어
[정하의 탄성]
[정하의 웃음]
[해효의 졸린 신음]
[피곤한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진우)
맞춤법 꼬락서니하고는
(진우)
[긴장되는 음악]
뭐지?
[통화 연결음]
(혜준) 진우 전화도 안 받아 무슨 낌새 있었어?
양 작가님하고 한바탕했어
[안전벨트를 딸깍 채우며] 양 작가님 때문이면 더 황당하네?
- 왜 거기서 도와 달래? - (해효) 그러게
(혜준) 쟤 뭐냐?
(해효) 뭐긴 뭐냐? 우리가 속은 거지
[진우의 아파하는 신음]
- (해효) 어유, 이놈 새끼 - (혜준) 우리 왜 불렀어?
- (진우) 혼자 맞기 싫어 - (혜준) 누가 너 때린대?
(해효) 맞긴 뭘 맞아, 병원에서?
너는 비 오는 날 먼지가 나게 맞아야 돼 [진우의 아파하는 신음]
(진우) 아이씨, 그만 좀 해
자
[익살스러운 음악] (해나) 자궁 경부암 예방 주사 맞아
[웃으며] 내가 어떻게 그 주사를 맞아?
나는 자궁이 없어
(해나) 없어도 맞으면 효과 있어
나한테
(진우) 아, 해나야!
안 맞을 거야?
맞을 거야
[웃음]
오빠가 빨리 스탬프 세 개 찍어 왔으면 좋겠다 [진우의 한숨]
세, 세 개?
세 번 맞아야 돼
(해나) 우리는 지금 비밀 연애 하잖아
들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만나는데
다른 리스크는 줄여야지 [진우의 생각하는 숨소리]
난 자궁 경부암에 걸리고 싶지 않아
나 깨끗해, 진짜, 믿어 줘라
(해나) 난 증거를 가져와야 믿는 사람이야
오빠가 깨끗하다는 증거는 스탬프로 해
(혜준) 여자 친구가 맞으래?
(해효) 얘 여자 친구 있어?
- (혜준) 어 - (진우) 아니
넌 알았어? 왜 나만 몰랐어?
(진우)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너 왜 내 말은 안 듣고 쟤 말을 들어?
(혜준) 그거야 내가 더 믿음이 가기 때문이겠지
(진우) 야, 너희 이거 단순히 여자들만 맞는 백신이 아니야
남자가 맞아도 똑같이 예방이 되는 거야
- 헤어져 - (진우) 왜?
(해효) 널 조종하잖아
여자 만나면서 이렇게까지 한 적 없잖아
(진우) 백신이니까, 여자랑 상관없어
- 우리가 아는 애 같아 - (진우) 아니라니까!
(해효) 왜 소리 질러, 진짜 같게?
해나랑 만나냐?
하, 이게 미쳤나!
[어색한 웃음]
그래, 아직 미치지는 않았네
가족끼리는 그러는 거 아닌 거 확실하게 아는 거 보니까
(간호사) 사혜준 씨!
- (혜준) 네? - (간호사) 주사실로 오세요
(혜준) 뭐냐?
[밝은 음악] (진우) 우리 중에 리더는 너잖아
(해효) 리더는 뭐든 먼저 하는 거지
얍삽한 자식
(혜준) 갈아탔냐? 어, 어? [해효의 아파하는 신음]
[진우의 긴장한 숨소리]
- 다음 너냐? - (진우) 너
(혜준)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혜준) [이를 악물고] 하나, 둘, 셋
[진우의 아파하는 신음] [카메라 셔터음]
(해효) 점심 같이 먹자
(혜준) 민재 누나 오기로 했어 너희 둘이 먹어
(해효) 민재 누나랑 어디 가?
(혜준) 누나 내 매니저 하기로 했어
(해효) 누나가 뭘 안다고 매니저를 해?
매니저 하는 데 지장 없을 정도로는 알아
우리 회사에 얘기해 볼게
(혜준) 너희 회사 전에 나 거절했잖아
나도 거절해
(민재) 안녕!
(혜준) 너 리딩 때나 보겠다?
넌 당분간 내 옆에 오지 마, 이 자식아
[진우의 웃음]
(진우) 잘 가
(민재) 뒤에 타, 뒤에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해효) 걱정된다, 쟤
요즘 나랑 의논도 안 하고
원래 가장 중요한 건 자기 혼자 결정하잖아
민재 누나 경리랑 마케팅 같이 했던 사람이야
매니지먼트 어떻게 알아?
돈 알고 홍보 알면 다 아는 거네, 뭐
- 그런가? - (진우) 응
(해효) 아유, 좋게 생각하자
어쨌든 같이 영화 하니까 좋아
(진우) 주인공은 누구야?
(해효) 박도하
(진우) 우아, 안 될 수가 없는 영화구나?
이게, 최세훈 감독에, 박도하에
(해효) 야, 뚜껑 열어 봐야 알아
(진우) 그렇지, 우리도 밥뚜껑 열러 가자, 곱창 사 줘
내가 왜?
내가 너한테 어떤 선물을 했는지 잊었냐?
[아파하는 신음]
어떻게 잊어?
(해효) 아유, 욱신거려
까탈스럽긴, 아무렇지도 않구먼
- (진우) 남매가 똑같아요, 아주 그냥 - (해효) 뭐라고?
(진우) 스테이크 사 달라고 스테이크, 스테이크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하) 이번에 구입한 클래식 블루예요 저번에 말씀드렸던
(진주) 우리한테는 좀 안 맞는 컬러잖아
(정하) 트렌디한 색상이라 연예인 손님들한테 필요할 거 같아서요
(진주) 비비드한 컬러도 계속 서치해 봐
네
(정하) 죄송합니다, 교육 참석 못 하고 전화 안 받았어요
(진주) [한숨 쉬며] 내가 그 말 언제 하나 기다렸어
전화 안 받았다고 아주 당당하게 말하네?
안 올 줄 알았어, 내 말을 듣겠어?
원장님 백에, 남자 고객들 백에
와, 그것도 능력이다 싶어
언제 어디든 연락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살았어요
[헛웃음]
(정하) 예측 불가능한 사람 싫어해요
제가 싫어하는 건 남한테도 하지 않겠다는 원칙 갖고 있어요
(진주) [헛웃음 치며] 뭐, 전화 안 받고 뭐, 그럴 수 있어
뭐, 뭐, 대단한 사람인 척 원칙이니 뭐니 진짜…
진짜 자기 나랑 안 맞는다
착한 내가 이해해 줄게
(수빈) 김이영 교수님 11시 예약 있어요
시간 빠듯해, 11시 반에 다른 고객 예약 있잖아
정하 쌤한테 하시겠대요
뭐?
나한테 왜?
(진주) 허,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뒤에서는 사바사바 앞에서는 순진무구, 야!
내가 너 같은 애들 한두 번 보는 줄 알아? [문이 달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이영) 안녕하세요!
- (수빈) 어, 안녕하세요 - (정하) 오셨어요?
(이영) 내가 좀 빨랐죠? 차가 안 막히더라고
(정하) 샴푸부터 하시겠어요?
아니, 얘기부터 해야겠어, 진주 쌤하고
(이영)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안정하 씨한테 한번 해 보려고
편하실 대로 하세요
(이영) 고마워, 역시 진주 쌤은 날 너무 편하게 해 줘
그래서 계속 이 숍에 오는 거야
감사합니다
(이영) 너무 궁금해서 그래
난 우리 아들이 편안함보다는 실력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진주 쌤이 아니라니까
진주 쌤이 괜한 말을 할 사람도 아니고
내가 확인해 보려고
- (혜준) 응? - 어, 샌드위치 먹어
(민재) 오늘 하루 스케줄 빡빡하다
숍 갔다가 기자 만난 후에 오디션 두 개 있어
숍은 전에 네가 말한 데로 예약했어
숍은 왜 가?
(민재) 얼굴 천재라는 말 들어 봤어?
연기 천재까지는 몰라도 얼굴 천재라는 소리는 듣게 해 주려고
(혜준) 영화는 재벌 3세 역이니까
드라마는 가난한 역도 하면 좋겠어
(민재) 드라마는 당분간 가난한 역만 맡게 될 거야
(혜준) 왜?
드라마 주인공이 거의 부자야 영화는 거의 가난하지만
(민재) 그래서 네가 이 영화에서 재벌 3세인 거야
다음 주 리딩인데 대본은 다 외웠어?
씹어 먹었지 [민재의 탄성]
근데 기자는 왜 만나?
기자도 사람이잖아 감정이 작용하지 않겠니?
(민재) 불가근불가원 해야 되지만
미리미리 차근차근 쌓아 놓는 거야
(혜준) 누나 아주 일 잘하시네
누가 누나보고 매니저 처음 한다 그러겠어?
근데 왜 뒤에 타라는 거야?
어, 지금은 아무도 널 스타라고 하지 않지만
나한테는 스타야, 스타
(민재) 스타는 그런 거야 하늘처럼 우러러보는 거
특권 의식이 몸에 뱄으면 좋겠어, 도도하고
지금부터 익숙하게 만들어 본 투 비 스타처럼 만들려고
차 좀 세워 봐
[밝은 음악]
- 왜? - (혜준) 세워 보세요
(민재) 아니… [혜준이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아
[차 문이 탁 닫힌다]
뭐야, 너?
[안전벨트를 딸깍 채우며] 일단 가
참… [기어 조작음]
(혜준) 내가 이루고 싶은 꿈에 누나가 함께하는 거야
(민재) 알아
내 가치관과 누나 가치관이 충돌하면 누나가 나한테 따라와야 돼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
상황에 따라 다른 건 가치관이 아니야
난 소박한 스타가 되는 게 좋아
(혜준) 운전 나도 잘해 누나가 꼭 운전할 필요 없어
너 이런 점
(민재) 좋아
어쩌면 내가 너의 이런 점에 반해서 네 매니저 한다고 한 걸 수도 있어
근데 혜준아, 세상이 어떤지 알아?
이태수 사장 너 나가고 회사 접었어
- 망했어? - (민재) 아니, 완전 잘됐어
(민재) 에이준에 회사 팔고 돈 받고 거기 이사로 들어갔어
인과응보 같은 건 없어
난 내가 지키고 싶은 걸 지키면서 할 거야
[밝은 음악] 아! 너 그 멜로 눈깔 좀 어떻게 할래?
(민재) 아, 그런 눈깔로 보면서 얘기하는데 내가 어떻게 거역하겠습니까?
좋아 [혜준이 피식 웃는다]
가치관은 존중해 대신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내 말을 존중해 줘
모든 피셜은 내 입을 통해서 나간다
- 좋아 - (민재) 가자
일단 얼굴에 색칠하러, 고, 고!
[민재가 차 문을 달칵 연다]
다 됐습니다
(정하)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이영) 얘기해요
저희 숍 안에는 위계질서라는 게 있어요
한 번은 예외라고 할 수 있지만 두 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효는 예외지만 난 안 된다?
[잔잔한 음악] 전 아직 어시스트예요
남자 메이크업과 여자 메이크업에는 섬세함의 차이가 있어요
(정하) 제가 열심히 공부해서 객관적으로 진주 쌤을 넘으면
그때 저를 선택해 주세요
해효가 왜 좋아하는지 알겠어
주제 파악을 참 잘하는구나?
주제 파악을 잘한다는 건 똑똑하다는 건데
마음에 들어
감사합니다
[창구에서 벨이 딩동 울린다]
(경준) 초저금리 소상공인 대출에 필요한 서류는
[서류를 사락 넘기며] 사업장 임대차 계약서 사본
면세 사업자 수입 금액 증명서 매출 자료, 그리고
어, 이게 끝이에요?
제일 중요한 신용 보증 서류가 빠졌는데요
해 오라는 대로 다 했는데 잘 찾아봐요
세면서 체크하는 거 보셨잖아요
못 봤어요
자, 그럼 보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경준이 숨을 씁 들이켠다]
(경준) 사업장 임대차 계약서 사본은 여기 있고
- 내가 유치원생이에요? - (경준) 아이, 못 보셨다고 하셔서
[한숨]
- (남자3) 뭐가 빠졌다고요? - (경준) 신용 보증 서류요
그걸 왜 인제 말해요?
(남자3) 아, 전화로 물어봤을 때 그런 서류 얘기 없었다고요
못 들었다고요!
그때는 제가 전화 응대 안 한 거 같고요
다른 직원분도 말씀 안 드렸을 리가 없어요
그게 준비할 서류 중의 티오피거든요
[웃음]
그럼 내가 거짓말한다는 거예요?
(남자3) 이게 지금 이렇게 길어질 얘기야? 그, '티오피'?
아, 왜 영어까지 쓰고 지랄이야!
그러니까요 왜 영어까지 쓰고 그랬을까요?
근데 이 모든 게 고객님께서 서류 준비를…
(남자3) 내 잘못이다?
(차장) 죄송합니다, 고객님 불편을 끼쳐 드려서
안내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좀 있었나 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웃음]
차 주임은 여기 고객이야, 직원이야?
직원입니다
주제 파악은 잘하는데 눈치가 없는 거구나
(차장) 입사한 지 3개월이나 됐는데 고객 응대 하나 융통성 있게 못 해?
저런 상황에서는 융통성보다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헛웃음]
오제이티 때 딱 알아봤어, 깐족깐족
(차장) 왜 우리 팀으로 발령 난 거야?
(경준) 차장님, 저 앞에 있는데요?
알아, 혼잣말이야
왜 들리는 거지?
씁, 이, 들으라고 말씀하시기에는 모욕성이 강한 말이라
[웃으며] 혼잣말을 핑계로 하고 싶은 말씀을 이렇게 하신 거 아닐까요?
캐릭터 딱 알겠다, 딱 고문관이네
[익살스러운 음악] (경준) 아이, 저 고문관 아닙니다
제가 육군 30사단 훈련소 조교 출신이거든요?
제 별명이 깐돌이라고 이게 까고 까고 또 깐다고…
(차장) 알았다잖아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이, 뭐, 폭력을 쓴다는 게 아니라 제가 잔소리가…
- 깐돌아 - (경준) 예?
가, 다시는 불려 올 짓 하지 마, 어?
예, 죄송합니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주가 화장품을 달그락거린다]
어떠세요?
(여자2) 음…
좋아요
근데 무슨 안 좋은 일 있었어요?
표정이 별로 안 좋아
(진주) [웃으며] 그래요?
제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편이라
너무 솔직하고 가식이 없어서 맨날 당하잖아요
[민재의 힘겨운 숨소리]
가셨냐?
(정하) 응
잠깐만
(민재) 하, 아, 숨 막혀
야, 솔직하고 가식 없는데 왜 당하고 살아?
내 평생에 당하고 산다는 사람치고 당하고 사는 사람 못 봤다
(정하) 마실 거 더 드려요?
(민재) 아이, 괜찮아요 여기 화장실이 어디예요?
(정하) 이쪽으로 나가셔서 오른쪽에 있어요
[민재의 어색한 웃음]
(민재) 우리 혜준이 이쁘게 해 주세요, 네
[멀어지는 발걸음]
(혜준) 진주 쌤한테 혼났어?
잘못한 건 사실이잖아 전화 안 받은 것도 잘못했고
반성하는 사람 좋아해
(정하) [웃으며] 치…
(혜준) 내가 도와줄 거 없어?
끼어들지 마, 내 싸움이야
(진주) 안녕히 가세요
안정하 씨 출장도 가능한가요?
[어색한 웃음]
(혜준) 마음에 들어?
(정하) 내가 해야 될 질문 같은데? 마음에 들어?
(혜준) 네가 해 주면 다 마음에 들어
오늘 왜 이렇게 인심이 좋아? 내가 불쌍해 보였나?
너 내 앞에서만 술 마셔
- 왜? - (혜준) 너무 귀여워
식상해, 너무 많이 들어, 그 말
- 정하야 - (정하) 인정, 많이 듣지 않아
(정하) 예쁘다는 말을 훨씬 많이 듣지, 됐니?
됐다
[다가오는 발걸음]
(혜준) 어?
넌 리딩 날 보쟀더니 그새를 못 참고
(해효) 너야말로 민재 누나랑 갈 데가 여기였냐?
(혜준) 지금 민재 누나 아바타로 살고 있어
가라는 데 가고, 오라는 데 오고
(정하) 이쪽으로 앉으시죠, 고객님
(해효) 이번 영화 들어가는데 네가 메이크업 전담해 줬으면 좋겠어
나 그런 거 처음인데?
숍에서는 출장 가능하대
(혜준) 잘됐다, 나도 그 영화 출연하는데 잘하면 부딪치겠다
부딪치면 네 메이크업도 해 줄게
그건 아니다, 해효 일로 오는 거잖아
(해효) 야, 내가 나 혼자만 하려고 정하 섭외했겠냐?
[함께 웃는다]
아이, 근데 우리 매니저는 왜 코빼기도 안 비치는 거니?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이영) 벌써 와 있네? - (매니저) 그러게요
(이영) 룸으로 예약하지 그랬어
(매니저) 아, 예약이 꽉 차서,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룸으로 해
(매니저) 네
(이영) 안녕하세요!
저 안 늦었어요 윤 기자님이 빨리 오신 거예요
(윤 기자) 빨리 나왔어요, 다음 약속도 있고 해서
어유, 바쁘시구나
[의자를 쓱 끌어당긴다]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해효, 이번에 최세훈 감독님 영화 들어가게 돼서
좋아하는 분들하고 밥 같이 먹고 싶었어요
[이영과 윤 기자의 웃음] (김 기자) 제가 늦은 거 아니죠?
(이영) 아니에요, 김 기자님 윤 기자님이 제일 먼저 오셨어요
[함께 웃는다]
우리 맛있는 거 먹어요
양 적으면서 비싼 거, 제가 쏠게요
[이영과 기자들의 웃음]
(정하) 제, 제, 제가 할게요
(진주) 이렇게 싫기도 오랜만이야
자꾸 꼬이니까 제가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진주) 꼬이는 건
푸는 것보다 잘라 버리는 게 쉬워
둘 중에 한 사람 남아야 한다면
그건 당연히 나야
[화장품들을 툭 찬다]
[밝은 음악]
(손님) 된장국에 공깃밥 하나요
(혜준) 음료수는 필요 없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손님) 감사합니다
(혜준) 우리 세대에는 수저 계급론이 있다
부모가 자식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돈을 기준으로
금수저, 흙수저로 나눈다
(사장) 저기, 13번 테이블에…
(혜준) 그 기준에 의하면 난 흙수저다
네, 주문하신 닭똥집 나왔습니다
(혜준) 처음부터 난 그 이론을 극혐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사장) 어떻게, 생각은 해 봤어?
내일 영화 대본 리딩 가요
(사장) 아이
결국 거절이야?
알바는 계속할게요
할 수 있을 때까지
(사장) 네 나이 때 제 고집대로 안 해 보면 그게 청춘이냐?
[웃음]
(혜준) 수저 계급론에는 정신이 없다
내가 부모로부터 받았던 정서적 안정감, 정직, 순수함
이런 가치가 없다
부모가 받는 고통을 보면서 다짐했던 성취 동기도 없다
[혜준의 긴장한 숨소리]
박도하가 왜 여기를 와?
(민재) 주인공이잖아, 몰랐어?
몰랐어, 내 역만 파기 바빠서
(민재) 근데 이 대표가 왜 같이 오냐?
(혜준) 박도하 에이준이잖아, 매니지먼트
아
(태수) 어이구, 두 사람 여기 웬일이야?
(민재) 아유, 웬일이긴요? 리딩 하러 왔죠 [엘리베이터 알림음]
어, 타시죠
(태수) [웃으며] 꼴값들 하네
- (태수) 타시죠 - (도하) 다음 거 타죠
(민재) 좋은 생각이에요
(도하) 잡아요 [태수의 힘주는 신음]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태수) 너 나 떠날 때 아주 꽃길 펼쳐져 있을 줄 알았지?
(민재) 꽃길이 펼쳐졌으니까 최 감독님 영화에 캐스팅됐죠
대표님하고 있었으면 알바비도 못 받고 쭈구리로 있었을 텐데
어, 민재 씨가 왜 나서? 혜준이는 입 없어?
(민재) 사 배우님 오피셜은 매니저인 제가 합니다
[웃으며] 매니, 매니저?
(도하) 거, 좀 조용히 갑시다
(태수) 아, 예, 도하 씨
[태수의 웃음]
(태수) 이민재 씨는 진짜 시집가기는 틀렸네
(민재) 여기 시집이 왜 나오나? 서점도 아닌데
(태수) 혜준이가 될 거 같냐?
내가 몇 년을 데리고 있어도 못 뜬 애야
(민재) 신경 끄세요
(태수) 혹시 이번에 기대 많이 하고 있어?
깨
BC에 갤도 없잖아
팬덤이 권력이고 권력이 인기야
BC 갤 뭐? 누구는 처음부터 BC 갤 있었나?
(민재) BC 갤 부심 엄청 세다
요즘 화력 그렇게 안 세요
(도하) 너 여기 캐스팅됐냐?
(혜준) 네가 주인공이냐?
요즘 인터넷 딱 끊고 살았더니 몰랐네
(도하) 하, 어차피 쩌리로 나올 거잖아
나랑 만날 일 없잖아
(혜준) 내가 무슨 역인지 알면 너 놀랄 거 같다
처음에는 너 보고 움찔했다가
배역 생각하니까 기분 좋아
너 무슨 역인데?
야, 너 무슨 역이야?
[긴장되는 음악]
(배우) 오셨습니까!
(배우들) 오셨습니까, 형님!
너였어?
야, 이 개새끼야!
[작은 목소리로] '개새끼야'?
[혜준이 각목을 팍 내리친다]
[각목이 탁 떨어진다]
[도하의 겁먹은 신음]
내가 깡패냐?
각목으로 사람을 패게
야, 너 이거 아니잖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
[제작진들이 분주하다]
(도하) 아, 성질나 죽겠네 초짜랑 하려니까, 씨, 쯧
- (세훈) 혜준아 - (혜준) 예
(세훈) 이거 괜찮은데?
(도하) 아이, 감독님
그럼 얘가 살잖아요 제가 주인공이에요!
얘가 살아야 네가 잘 사는 거야
[도하의 기가 찬 숨소리] (세훈) 너 그다음에 어떡하려 그랬어?
(혜준) 묶은 거 풀어 주고 죽신하게 손으로 패는 게
제 캐릭터가 더 못돼 보일 거 같습니다
[도하의 헛웃음]
(세훈) 그래?
합 한번 맞춰 보자 저, 좀 풀어 줘 봐요
- (세훈) 풀어 봐 봐 - (제작진) 네
[도하의 아파하는 신음] (혜준) 내 앞에 있는 놈은
얼마 전 내 꿈이었다
[도하의 짜증 섞인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세훈) 씁, 일단 주먹으로 한 대 칠까?
[사람들이 대화한다] (혜준) 다시 만났다
그때와 다르다, 나는
[강조되는 효과음]
[도하의 떨리는 숨소리]
오늘 알았다
내가 왜 간절히 배우가 되고 싶어 했는지
배우에게 수저는
밥 먹을 때 쓰는 도구일 뿐이다
(혜준) 난 되게 신났었어
너무 좋아서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
(이영) 혹시 내 시계 못 봤어?
만질 사람이 없어, 자기밖에
(영남) 말이 되냐, 지금 그게?
그렇지만 합리적 의심이라는 게 있잖아
(민재) 짜장, 짬뽕? [정하와 혜준이 '짜장'이라고 말한다]
- (혜준) 찌찌뽕 - (민재) 너희들 연애하니?
- 언니! - (혜준) 누나!
(정하) 진짜 이상해, 너랑 만날 때마다 비 와
(혜준) 그냥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수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해효) 쟤 딴사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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