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5
[경쾌한 음악]
[코를 훌쩍인다]
[다가오는 엔진음]
타
[긴장한 숨소리]
(해효) 마실래?
아니, 나 좀 긴장돼
[병을 탁 내려놓으며] 네가 왜 긴장돼? 리딩 하는 사람은 난데
너무 일찍 왔어, 내가 꿈꿨던 게
(정하) 내 목표는 안정하라는 브랜드를 갖는 거야
(해효) 목표가 아주 야무지다?
(정하) 야무져야지 그 언저리라도 가지 않겠니?
야, 근데 그게 긴장되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어?
다들 처음에는 이름이 없으니까
셀럽들 메이크업하면서 얹혀 가야 되잖아
내가 셀럽이냐?
(정하) 씁, 뭐, 좀 모자라긴 해도
나보다 넘치니까
고마워, 이 일 하게 해 줘서
[잔잔한 음악]
고마우면 잘해라
(정하) 아까부터 걸렸어, 잘해 줄게
[해효의 헛기침]
(해효) 잘해 줘야지
생각해 보니까 네가 나한테 고마운 게 또 있어
혜준이 팬인 거
내가 지금까지 그 비밀을 지켜 주느라…
지켜 주지 마, 이제 그거
우리 다 풀었어
- '우리'? - (정하) 응
혜준이랑 나랑
그러니까 이제 고마운 건 하나다
계산 잘한다
잘해야 빚을 안 지잖아
마음의 빚이 제일 싫어
(정하) 나 저거 마시면 안 돼?
왜 안 되겠니?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물이 뚝 끊긴다]
(태수) 너 나랑 있었으면
에이준으로 옮길 때 내가 너 데려갔어 [물이 솨 흘러나온다]
[물이 뚝 끊긴다]
[웃으며] 건물 샀어
[손을 쓱쓱 닦는다]
축하한다는 인사를 안 하니?
[한숨 쉬며] 축하합니다
좀 비켜 주시겠어요?
그래, 그렇게
잘난 척할 수 있을 때 잘난 척해
(태수) [툭 치며] 계속…
[아파하는 신음]
[태수의 헛웃음]
전 대표님 잊은 지 오래예요
나 이제 너 하나쯤 그냥 날려 버릴 수 있어
그러시든가
[문이 달칵 열린다]
(정하) 그래서 밥은 먹었어?
(해효) 엄청 많이 먹고 왔어, 너무 배불러
(정하) 어? 혜준이다
언제 왔어?
(혜준) 한 20분 전에
(정하) 오, 민재 언니랑 같이 온 거야?
(혜준) 어, 대본 리딩까지 온 거야?
캐릭터를 확실히 알아야 메이크업도 맞춰서 할 거 아니야
아, 씁, 그걸 꼭 대본 리딩까지 와서 봐야 아나?
봐야 안다
[혜준과 정하가 피식 웃는다]
- (해효) 넌 난 안 보이냐? - (혜준) 보여
(해효) 얘한테 너무 다정하다?
나한테 언제 그랬어? 기억은 나냐? [흥미로운 음악]
질투해? 둘이 사귀어?
(혜준과 해효) 미쳤냐? 찌찌뽕!
(혜준) 뽕찌찌
[웃음] - (혜준) 나만의 열쇠 - (해효) 빨주노초파남보
어, 진짜 유치해
- (혜준) 놓고 얘기하라고 - (해효) 야, 빨리 놓고 해
(혜준) 먼저, 하나, 둘, 셋 하면 놓자
(혜준과 해효) 하나, 둘, 셋
[혜준과 해효의 웃음] (정하) 아나, 유치해
[물이 뚝 끊긴다]
(경준) 창이 여기 있네
뭐, 답답하지는 않네, 어
(중개인) 여의도에서 이렇게 싼 물건은 구하기 어려워요
500에 45면 거저예요
거기에 관리비도 있잖아
여기 바닥에 보일러 안 들어오죠?
(중개인) 물건은 딱 제값을 갖고 있는 거예요
이거 바로 전에 본 거 500에 90이라고 했죠?
(중개인) 예
500에 90 [흥미로운 음악]
(애숙) 커피 나도 마실래
(영남) 옷 예쁘네
그 집 갈 때는 유난히 차려입는다?
난 항상 잘 차려입고 다녀
(영남) 남이 입던 옷 얻어 입으면서 좋냐?
(애숙) 내 돈으로는 이런 고급 옷 못 사 입는데
얻어 입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아?
옷에 왜 감정을 집어넣어?
형제 많은 집에서는 옷 다 물려 입고 자랐어
형제랑 남이랑 같아?
형제보다 남이 더 나을 때도 많지
(애숙) 당신 동생 연락 없잖아
공부시켜 주고 장가까지 보내 놨더니
아, 자기만 잘 살면 됐지, 뭐
뭘 바라냐? 동생한테
[잔을 탁 내려놓으며] 아버님한테도 그런 마음을 가져 봐
아버지한테는 그런 마음 자체가 안 생겨
내 얘기 하네?
씁, 아, 진짜 이건 전부 다 들려, 전부
안 듣고 싶어 [문이 달칵 열린다]
(경준) 다녀왔습니다 [문이 탁 닫힌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애숙) 블랙으로 마셔야 된다고
써서 싫다고 [문이 탁 닫힌다]
(애숙) 건강에 좋다고, 블랙으로 마시는 게 [경준이 슬리퍼를 툭 내려놓는다]
커피 메이커도 사다 놨더니 꼭 이러더라?
믹스커피가 제일 좋아 왜 못 마시게 하냐?
(경준) 좋아하는 거 못 마시는 스트레스가 더 안 좋아, 건강에
(영남) 역시 내 아들 [경준의 헛기침]
(애숙) 토요일인데 아침부터 어디를 갔다 와?
(경준) 어?
나 집 좀 알아보고 왔어
- (영남) 커피 마실래? - (경준) 아니
(애숙) 무슨 집?
(경준) 근데 엄마 어디 가? [영남이 달그락거린다]
해효네 일하러
그, 이제 그 일 관둬
(경준) 내가 한 달에 얼마씩 줄게
(애숙) 하, 네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거기서 날 줘?
아들이 번듯한 직장 들어갔잖아
엄마가 남의 집 일 하는 거 그거 안 좋아 보여
(애숙) 다들 넓게 보면 남의 집 일 하고 사는 거야
남이 회사냐 개인이냐
규모가 크냐 작냐, 대우가 좋냐 나쁘냐
그런 차이가 있는 거뿐이야
아, 혜준이 생각은 안 해?
나 같으면 되게 싫을 거 같은데 의외로 걔는 그런 데 무덤덤해
자존감이 높으니까
밸이 없는 거겠지
(경준) 나 봐, 어?
직장 탁 들어가서 엄마 위해서 턱 쓰겠다는 거잖아
날 위하려면 월급 착실하게 모아서 결혼 준비해
아이, 결혼은 뭐, 혼자 해?
나 회사 근처 오피스텔로 독립할 거야
(경준) 아빠, 나 안 마셔!
(영남) 아, 그런 얘기를 왜 진작 안 했어?
- (경준) 어? - 지금 커피가 중요해?
(경준) 아빠, 괜찮아 어차피 엄마도 알아야 되잖아
(영남) 아, 나갈 때 말하라니까
지금 말하면 분란만 일어난다니까
당신도 아는 일이야?
(경준) 아빠는 허락했어
(영남) 아, 여의도까지 거리는 가까워도 교통이 안 좋잖아
아, 두 번이나 갈아타야 되잖아
(애숙) 서울 시내 그 정도 안 갈아타는 데가 얼마나 돼?
월세 얼마인데?
500에 90
[놀라며] 90?
(애숙) 한 달에 90?
아, 월급 350에서
월세 빼고 관리비 빼고 생활비 빼면 얼마 남아?
오늘만 살고 말래?
아, 나 오늘이라도 잘 살래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어 교통사고 나면
[경준의 아파하는 신음] (애숙) 어디서 죽는다는 얘기를 해?
아파, 그냥 이를테면 그렇다고
(애숙) 자기야, 얘 아버님 닮았어 [경준의 당황한 신음]
쟤 나 닮았어
[익살스러운 음악] [의아한 숨소리]
쟤 진짜 나 닮았는데?
저런 건 나 닮으면 안 되는데?
(영남) 아, 얘가 왜 아버지 닮았어?
(애숙) 너 돈 얼마나 모아 놨어?
뭘 모아? 취직한 지 얼마나 됐다고
대학 때 알바 했잖아, 그 돈 다 썼어?
등록금은 우리가 다 냈어
아, 부모가 등록금 내는 게 당연하지 무슨 생색이야?
[한숨]
얘가 어릴 때부터 그랬네 그러고 보니까
(애숙) 혜준이 보면 있는 돈 갖고 규모 있게 살잖아
얘는 아니야
자기가 버는 돈보다 훨씬 더 써
[경준의 기가 찬 숨소리] 충동구매도 많이 하고
씁, 그런가?
[작은 목소리로] 뭘 '그런가'야?
(애숙) 허영심, 허세 이거 우리 중에 누가 있니?
아, 독립해서 편하게 스트레스 없이 혼자 살고 싶다잖아
그것도 아버님이네
아버님이 젊으셨을 때 가족은 나 몰라라 하시고
아, 왜 자꾸 할아버지 닮았대? 아빠
(애숙) 안 돼! 절대 안 돼
(경준) 엄마, 나 성인이야
그냥 나가도 되지만 내가 좋게 나가려고 이러는 거야
가족회의로 결정해
아, 여기서 왜 가족이 나와?
내 돈으로 내가 나가겠다고
그럼 그냥 나가!
- (경준) 아, 말하다 어디 가? - (애숙) 일하러 가야지!
애초에 자식 덕 볼 생각 안 했어
자식이라고 취직해 갖고 이제 한시름 놨더니
(애숙) 하는 꼬락서니 보니까
말년까지 너희들 뒤치다꺼리해야 될 거 같아
(경준) 엄마
엄마
아, 엄마 진짜 왜 저러냐, 진짜?
아이, 아빠는 편을 들어 주려면 확실하게 들어 줘야지!
아, 확실하게 들었잖아
[한숨] (영남) 근데
네가 일 그만두라고 하면 좋아할 거라면서
안 좋아하잖아
뭐가 있는 거 같아
뭐가?
[흥미로운 음악]
(경준) 그 책 진짜 열심히 읽는다
[애숙의 웃음]
(애숙) 볼 때마다 좋아
[문이 달칵 닫힌다]
'진주 귀고리 소녀'
(영남) 이 책 내용이 뭔데?
(경준) 정신적 불륜 [격정적인 음악]
이, 망한 집안 소녀가 귀족 집에 가사 도우미로 들어가
(경준) 거기서 주인 남자랑
(영남) 이 새끼가 진짜 '이쁘다, 이쁘다' 하니까
(경준) 아이, 그렇다고 왜 화를 내?
말이 되냐, 지금 그게?
말이 안 되지, 그렇지만 합리적 의심이라는 게 있잖아
엄마 행동이 이런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될 만큼
이상하다는 거지
뭐가 이상해?
해효네 집 10년 다녔어, 정도 들고
그러니까 정이 들게 왜 10년씩이나 다니냐고
아빠가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아?
(경준) 힘들다고 관둔 적도 있잖아 근데 다시 다니잖아
특별한 이유가 있어 엄마가 그 집 다니는 데는
(영남) 에라, 이 새끼야, 이씨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터치 패드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애숙) 내 직업은 남의 사생활에 깊숙이 들어간다
알고 싶지 않은 일까지 알게 된다
[이영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마우스 조작음]
- (이영) 해나야 - (해나) 왜?
(이영) 너 합격했어!
(해나) 알아
- 어디 가? - (해나) 놀러
(이영) 너 요새 누구랑 노니?
내가 노는 애들이야 엄마가 다 아는 애들이잖아
(이영) 넌
네 인생에 합격이라는 기쁜 일이 생겼는데
엄마랑 축하할 생각 안 해?
가족과 함께 세리머니는 해야지
세리머니는 할게, 약속 잡아
- 엄마가 네 비서야? - (해나) 아쉬운 사람이 움직여야지 [문이 달칵 여닫힌다]
관둬, 부모가 축하해 주지 않는 인생 첫걸음 해
[문이 달칵 열린다] (애숙) 어, 해나 있네?
(해나) [놀라며] 아줌마!
저 로스쿨 붙었어요 [애숙의 놀란 신음]
(애숙) [웃으며] 어, 축하해!
근데 될 줄 알았잖아
그래도 축하한다
[해나와 애숙의 웃음]
(해나) 어떻게 해야 돼, 세리머니 준비?
엄마 비서 안 만들려면?
(이영) 왜 마음이 변했어?
(해나) 부모가 축하해 주지 않는 첫걸음 싫으니까?
(이영) 넌 엄마 닮았어
쓸데없는 자존심 안 세우고 실속 차리는 거
메뉴 뭘로 해?
엄마가 예약할게
네가 이렇게 순하게 나오면 엄마는 그 보상을 톡톡히 해 준다?
[해나의 어색한 웃음]
(해나) 아, 확실히 단순해
뭐, 그게 매력이지만
- (해나) 나중에 봬요 - (애숙) 응
[애숙의 웃음]
(이영) 하, 지금 내가 당한 거야?
자식한테 당하고 안 당하고가 어디 있어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알고 속고 모르고 속는 거지
(이영) 또 가르친다, 아주 봇물이 터졌어
[웃으며] 커피 먼저 마실 거지?
이따 마실게요, 집에서 마시고 왔어요
[잔잔한 음악] [못마땅한 숨소리]
(애숙) 처음부터 이 일이 좋았던 건 아니다
이 일을 하면서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을 알았다
'배웠다'가 아니라 '알았다'
(애숙) 물건을 옮겼다가
전혀 손대지 않은 것처럼 정확하게 그 자리에 돌려 놓는 것이
청소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커피 머신 작동음]
- (이영) 커피 줘? - (애숙) 네, 이제 주세요
[컵을 달그락거리며] 두어 달에 한 번 정도는 대청소해야 시원해
(이영) 아, 자기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알아요, 청소가 그래요
사람 몸에서 나는 먼지도 만만치 않아요
[옅은 웃음] [이영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커피 머신 작동음] 사람을 왜 더 안 써요?
(이영) 마음에 드…
(이영) 는 사람 찾기 어렵다고 하면 기세등등하겠지?
[웃으며] 낯선 사람 드나들면서 받는 스트레스 생각하면
(이영) 좀 불편한 게 나아
자
(애숙) 처음에는 다 낯설죠
그거 넘기면 익숙해지실 텐데
[옅은 웃음] (이영) 그걸 못 하겠다고요
어, 앉아서 마셔
(애숙) 아니요
일하는 사람이 고객하고 함께 앉을 수는 없죠
자기는 좀 다른 거 같아
보통 내 쪽에서 선을 긋거든?
(이영) 근데 자기는 자기 쪽에서 선을 긋는 거 같아
[차분한 음악]
(이영) 혹시 내 시계 못 봤어?
(애숙) 어디에다 뒀는데요?
(이영) 매번 두는 데 뒀겠지
그럼 거기 있겠죠
응, 어디로 갔어? 암만 찾아도 없네
아유, 만질 사람이 없어, 자기밖에
[한숨]
저, 이번 달까지밖에 못 나와요
아니, 저, 하
아이, 가, 가 갑자기 이러면 어떡해요?
아직 20일 정도 남았으니까
좋은 분 구할 수 있을 거예요
[코를 킁킁거린다]
날내 나는데요?
(이영) 뜨거운 물로 안 닦았죠?
집이 너무 넓어요
(가사 도우미) 2층까지 있어 갖고
세제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에요?
사모님, 제가 마음에 안 드세요?
[한숨]
일하세요
(이영) 하, 쯧
아유, 참, 꼭 옮겨 놓더라?
누가 정리해 달랬어?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언니, 언니네 아줌마는 왜 저런 아줌마를 추천한 거야?
딴 사람 없어?
아이, 내가 구하다 안 되니까 언니한테 말한 거잖아
내가 뭐가 까다로워?
먼저 아줌마는 우리 집에서 5년 넘게 있었어
이 대표 집에 혜준 엄마가 다닌다고?
[새가 지저귄다]
[흥미로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애숙) 어, 내일?
경준이 군대 면회 가야 돼서 안 되는데
- (애숙) 뭘 같이 가? - (이영) 어?
(이영) 혜준 엄마!
어머, 웬일이세요?
어, 동네 산책하고 있었어
걸어 다니는 거 싫어하잖아요
어, 오늘은 좋아
[웃음] (애숙) 아…
내가 다시 걸게, 응
할 말 있어요?
(이영) 혜준 엄마, 의외로 사람이 좀 차갑다
어떻게 연락도 한 번 없어?
(애숙) 일 끝났는데 왜 연락을 해요?
(이영) 우리 집에 다시 와
(애숙) 죄송해요
붙박이로 하는 거 안 하려고요
여러 집 다니는 게 좋더라고요
이제 애들 커서 붙박이 필요 없어요, 나도
(이영) 비는 시간 말해 주면 맞춰 볼게
[잔잔한 음악]
내가 싫어?
그럼 더 이상 오라는 얘기는 안 할게
싫지 않아요
(이영) 싫지는 않지만 좋지는 않냐고 묻고 싶다
하루에 10만 원 퇴근은 일 끝나면 알아서
우리 집이 좀 크잖아 그래서 시급 더 쳤어
(이영) 이런데도 안 온다고 하면 나 싫어한다고 생각할 거야
(애숙) 아들 친구 엄마 집에서 가사 도우미를 한다는 거
좀 힘든 선택이었어요
아휴, 일하는데 아들 친구 엄마 이런 게 무슨 상관이야?
근데 우리 아들이 응원해 줬어요
(애숙) 자존감이 높은 아이라는 걸 그때 확인해서 너무 좋았어요
나도 혜준이 좋은 애인 건 알아
해효네 집이 제 첫 직장이에요
(애숙) 까다로운 고객님 덕에 일을 잘 배워서
가는 집마다 서로 와 달래요
자기 인기 좋다는 말 들으려고 내가 온 거 아니거든?
(애숙) 산책했다더니 날 보러 왔네?
[옅은 웃음]
그래서 제 말은 해효네 집에 애착이 있다는 거예요
(이영) 그래서 다시 오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저 만나러 온 거죠, 오늘?
(애숙) 그렇게 제가 필요하다고 하면 갈게요
[사람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사람들) 수고하셨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애숙)
(경준)
(애숙)
[해효가 말한다] (정하) 음, 잘하던데, 뭘
(해효) 하, 근데 생각보다 잘 안돼 가지고
- (해효) 뭐야? - (혜준) 아, 저녁에 가족회의 있대
(해효) 나도 저녁에 가족 모임 있어
해나 로스쿨 합격 축하
어, 잘됐다, 축하해
어, 입학하기 전에 같이 밥 먹자
(해효) 일단 우리 밥 먹자, 뭐 먹을래?
정하 넌?
뭐, 같이 가자고? 아니면 뭐 먹을 거냐고?
(혜준) 너 빼놓고 가겠냐? 당근 메뉴 선정이지
씁, 왜 이렇게 약해졌어?
[피식 웃는다]
네 팬이잖냐
(해효) 너랑 같이 있는 거 자체로 얼마나 좋겠냐?
(혜준) 바로 탈덕했어, 덕밍아웃 하고
태세 전환 진짜 빠르더라
(정하) 내가 좀 빨라
입덕, 휴덕, 탈덕 일주일 한 적도 있어
그런 거에 비하면 넌 엄청 오래 덕질 한 거야
동갑이라는 게 컸어
정하야, 좋아한 건 좋아한 거잖아
합리화는 하지 말자
[피식 웃는다] (혜준) 점심은 짜장면이다, 그 집으로 와
가자, 누나 차 왔다
(해효) 너 내 차 타고 가
(혜준) 야, 너 어디를 잡아?
(해효) 아, 쏘리, 너무 급해서
(혜준) 얘 내 차 타고 갈 거야 내가 먼저 말했어
(해효) 그건 아니지, 내 차 타고 왔으니까 내 차 타고 가야지
(정하) 난 내 의견이 있고 내 의지가 있어
- 내가 타고 싶은 차 탈 거야 - (혜준) 그러니까 내 차
너, 나한테 고마운 거 하나 갚을 거 있다
(정하) 이걸로 갚아도 돼? 그럼 나야 생큐지
쏘리, 그거 다음에 쓸래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정하) 나 언니 차 탈래, 너 해효 차 타고 와
싫어, 네가 해효 차 타
난 내 매니저 차 타겠어
너 나랑 같이 타기 싫어? [흥미로운 음악]
(정하) 하, 둘이 잘해 봐
이제 보니까 너희들은 둘이 만나면 초딩이 되는구나
난 빠질래
너 때문이야, 이 초딩아
너 왜 이렇게 잘 넘어가냐? 이 초딩아
초딩이니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뭔 초딩이야, 참 [해효와 혜준의 웃음]
- 조심해서 가, 어 - (해효) 이따 봐
(정하) 잘 계셨어요?
[민재와 정하의 웃음]
[정하가 안전벨트를 딸깍 채운다] [혜준이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내가 운전할게
어디 가는데?
짜장면 먹으러, 누나는 길 모르잖아
(민재) [안전벨트를 딸깍 풀며] 그래
(정하) 너 운전해?
내가 못하는 걸 찾기 어려울 거다
너 그렇게 안 봤는데 다시 보니까…
(혜준) 재수 없지?
너무 잘나서 그래
[헛웃음 치며] 언니, 얘 왜 이래요?
(민재) 자매님, 이해해 주세요
요즘 축구 골 동영상 보면서
자만심, 까붊, 건방짐 일부러 뿜뿜입니다
시간 지나면 적응되실 거예요
[자동차 시동음] 어, 여기 이상해 나 차 잘못 탄 거 같아
- (혜준) 이미 늦었다 - (민재) 늦었어
- (정하) 어… - (민재) 고, 고! [혜준의 신난 탄성]
[직원들이 인사한다] - (태수) 예, 예, 예, 예, 들어가세요 - (도하) 안녕하세요
(태수) 어
(연수) 아,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도하) 아유, 예, 예, 들어가세요, 네 [연수가 호응한다]
또 봐요
[도하의 탄성]
애가 참 착한 거 같아, 응 [흥미로운 음악]
참 착한 거 같다고요
도하 씨, 차라리 그냥 이쁘다고 해요
(태수) 인성을 어떻게 알아?
거, 말귀 되게 못 알아듣네
예?
아니, 그리고 왜 자꾸 도하 씨래요?
(도하) 누구는 배우감도 안 되는 애한테 '배우님, 배우님' 하던데
연락처 따 올게요
(도하) 아니
그, 제가 언제 연락처를 얘기했어요?
하, 저 싸가지 없는 새끼
[정하가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기어 조작음]
[정하와 혜준의 놀란 신음] [차가 끼익 멈춘다]
(정하) 아, 아, 깜짝이야 [달려오는 발걸음]
(여자) 괜찮아?
죄송합니다
[정하의 안도하는 한숨]
(혜준) 넌 왜 이렇게 성격이 급하냐?
안전벨트는 왜 벌써 풀었어? 다쳤으면 어쩔 뻔했냐?
뭐 이 정도로 다쳐?
그거야 모르지, 내가 잡았으니까 [기어 조작음]
(정하) 고마워, 잡아 줘서
아니면 크게 다쳐서 병원 갈 뻔했네
(혜준) 사고는 언제 어디서 날지 모르는 거야
조심해서 나쁠 거 없어 [기어 조작음]
씁, 너 나한테 '은근 잘 가르친다' 한 거 기억해?
아니
(정하) 사혜준, 네 장점 중 하나가 인정을 잘한다는 거야
(혜준) 미안, 기억해 [혜준이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정하) 너도 은근 잘 가르친다?
내가 안전벨트를 일찍 푼 게 이렇게까지 혼날 일이야?
뭘 이 정도로 혼났다 그래?
[발랄한 음악] 너 진짜 혼나 볼래?
그래, 어떻게 혼낼 건데?
얼굴 공격은 반칙 아니냐?
너희들 연애하니?
- (정하) 언니! - (혜준) 누나!
알았어, 알았어, 어유, 귀 터지겠네
(민재) 아이, 뒤에서 보면 연애하는 애들 같아
물론 그건 우리 사 배우님의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해
- (민재) 멜로 눈깔인 데다가… - (혜준) 지겨워, 누나
(정하) 언니, 좀 지겨워요 아까는 재밌었는데 이제는 아니에요
(민재) 방금 전 싸우던 애들 맞니?
우리는 싸운 게 아니라
의견을 서로 교환한 거예요
맞아, 우리는 의견 교환한 거야
이걸 갖고 싸웠다 그러면
(정하) 언니 혼나야 돼요
(혜준) 그건 아니지 않냐?
(정하) 그렇지? 이건 좀 부적절한 표현이었어
진짜 웃기는 애들이네, 배고파!
(민재) 너희들 뭐 먹을 거야? 내가 먼저 가서 시켜 놓을게
[안전벨트를 딸깍 풀며] 짜장, 짬뽕?
(정하와 혜준) 짜장
소심하게
찌찌뽕을 해 봅니다
[흥미로운 음악]
(정하) 이런 상황에서 나도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근데 누가 그러는데 찌찌뽕 안 하면 3년 재수 없대
너, 그런 거 미신이야
(혜준) 찌찌뽕
(민재) 진짜 놀고들 있다
난 짬뽕이다!
[함께 피식 웃는다]
(혜준) 짬뽕 진짜 좋아해
[혜준이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내가 해 줄게
(정하) 응, 생큐
[정하가 잠금장치를 달그락거린다]
응?
[부드러운 음악]
[달칵이는 소리가 울린다]
넌 은근 손이 많이 간다
그런 말 처음 들어
[흥미로운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피식 웃는다]
(혜준) 핸드폰 좀 빌려줘
(정하) 왜?
(혜준) 빌려 달라면 그냥 빌려주면 안 되냐?
(정하) 된다
[정하가 부스럭거린다]
(정하) 없어
아, 아, 어떡해?
하, 나 얻다 놨지?
아, 차에 뒀나?
자, 잠깐
- 영화사는 아니야 - (혜준) 응
하, 아, 어디 있지?
나 차 문 좀 열어 줘
(혜준) 싫어
(정하) 그럼 차 키 주면 내가 갔다 올게 그것도 안 돼?
돼
(혜준) 넌 손 많이 가는 스타일이야
(정하) 아, 억울해
(혜준) 뭐가?
하, 나 진짜 그런 말 처음 들어
난 손이 많이 가지 않아
(정하) 어디를 가든 내가 다른 사람들을 챙기고 있다니까?
믿어 줄게
(정하) '믿어 줄게'는 믿는다는 말이 아니잖아
(혜준) 그게 중요해?
- (정하) 중요해 - (혜준) 왜 중요해?
난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여기서 어머니가 왜 나와?
(정하) 우리 엄마는 나한테 믿음을 못 줬어
[잔잔한 음악] 아빠랑 이혼 안 한다고 하더니 이혼했고
다시는 돈 없는 남자랑 결혼 안 한다고 하더니 결혼했어
넌 어려운 얘기를 참 가볍게 잘한다
듣는 사람 편하게
(정하) 편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니
심리학책도 많이 읽었어
다행히 난 아빠랑은 좋아
아빠랑도 안 좋았으면 사회생활 엉망이었을 거야
[정하의 옅은 웃음]
아빠하고 안 좋으면 사회생활 엉망 돼?
(혜준) 난 괜찮은데
(정하) 씁, 너, 윗사람들하고 많이 부딪치지?
아니, 좋아하시던데?
[헛웃음]
(혜준) 나 알바 나가는 고깃집 사장님이
고깃집도 물려주고 싶다고 했어
믿어 줄게
(혜준) 아, '믿어 줄게'는 믿는 게 아니잖아
[피식 웃는다]
[옅은 웃음]
너 믿어, 됐니?
됐어, 나도 너 믿어
[피식 웃는다]
최대한 머리를 앞에 고정시키고
머리로 힘을 주는 게 아니라
(태수) 발의 움직임으로 스윙을 한다
(윤 감독) 나이스 샷, 아유, 좋네 [캐스팅 디렉터의 탄성]
아, 이제 필드 나가면 되겠네
형이 머리 올려 줄게
(태수) 형이 왜 내 머리를 올려 줘?
올려 주겠다는 사람 천지인데
형이 네가 일 잘되니까 기분 좋아서 그러는 거 아니야
형 너무 나한테 친한 척한다
(윤 감독) 친한 척이냐? 친하지, 우리가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형이 나를
개무시했던 기억만 있을까
아, 옛날 생각하니까 재수 없어서 공도 안 맞네
(윤 감독) 태수야, 너 왜 자꾸 옛날 생각하냐, 어?
- (태수) 윤 감독님 - (캐스팅 디렉터) 대표님 [캐스팅 디렉터가 캔을 쉭 딴다]
형
박도하 캐스팅하고 싶지?
(윤 감독) 말해 뭐 해?
기다려
도하 걔 조만간 나한테 푹 빠질 거야
(태수) 내가 이, 사람 홀리는 데 뭐가 있거든
(윤 감독) 그, 사람이 성공하면 변하는 건 알겠는데
넌 좀 많이 바뀐 거 같다
[윤 감독의 웃음]
내가 데리고 있었던 애 중에 사혜준이라고 있거든? [잔잔한 음악]
걔를 처음 봤을 때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었어
외모도 외모지만 일단
인성이 좋아
[전화벨이 울린다]
(혜준) 대표님
전 대표님하고 같이 갈게요
이 시기만 넘기면 괜찮을 거라는 말씀
믿을게요
[울먹인다]
(태수) 아, 정말
저런 애가 안되면 도대체 누가 되겠나 했어
아니, 얘가 안되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잖아, 근데
안돼 [잔잔한 음악이 늘어진다]
안되더라고, 그냥 꿈이었어
(태수) 하, 걔를 갖고 희망 가질 때는 그래도 뭔가 좀 행복했었는데, 그게
아무런 힘도 없는 그냥 환상이었던 거지
인생 실전이잖아
먹여 살려야 될 처자식이 있잖아 그러다 깨달았어, '아'
'아, 세상은 결국 개호래자식들이 다 먹는구나'
그럼 어떡해? 나도 개호래자식이 돼야지, 형
이 정도 스토리는 있어야 사람 변하는 게 설명이 되지 않아?
형 지금, 아, 너무 날로 먹으려 그런다
기본적으로 '야, 옛날에 내가 그래서 미안했다' 정도는 있어야지
그렇다고 지금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라는 건 아니야
쉰내 나는 사과 받고 싶지도 않아
그래서 줄 거야, 말 거야, 어?
우리 회사도 제작 참여할게
(윤 감독) 어?
야, 너 회사 지분 받았다더니
알았어, 야, 술이나 마시러 가자, 어?
[윤 감독의 웃음] (태수) 나 요즘 술 자제해
이렇게 즐거운 세상 오래오래 살아야지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경준이 혀를 연신 찬다]
(경준) 밥 먹었냐?
- (혜준) 아직 - (경준) 우리는 먹었어, 야
너 나 나가는 거 찬성하지?
생각 없는데? 알아서 해
[경준의 다급한 숨소리]
나 나가면 너 방 생기잖아 [혜준의 한숨]
(경준) 사실 21세기에 성인 남자가 자기 방도 없이 산다는 게
그, 말이 되냐?
알았어
(경준) 아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라는 말이야 방 갖고 싶다고 [혜준의 한숨]
(혜준) 내가 어린애냐? 방 투정하게
그 정도 말해 줘야 엄마가 움직일 거 아니야, 쯧, 씨
(경준) 어어?
(혜준) 뭐 도와줘?
(애숙) 도와줄 거 없고 아빠 나오시라 그래
아빠!
(애숙) 가서, 얼굴 보고
아빠가 나 보기 싫어해
안 싫어해
부모는 자식이 뭘 하든 금방 잊어
(혜준) 아빠, 나오래요, 가족회의 하게
(영남) 어, 알았어
야, 혜준아
넌 이 책을 어떻게 생각하냐?
너도 엄마가 이 책 읽는 거 봤어?
어, 많이
참…
왜?
뭘?
아니
그, 경준이가 그러는데 이게 그런 책이라던데?
(영남) 그, 뭐, 망한 집 딸이 가사 도우미 들어가는데
그, 주인 남자랑 그…
쯧, 아유, 하, 됐다
아들 데리고 쪽팔리게 뭐 하는 짓이야, 이게? 쯧
[영남의 한숨]
(혜준) 아빠
이 책, 엄마가 왜 좋아하는지 알아?
너 알아?
[흥미로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그 책이 그렇게 재밌어?
(애숙) 어? [냉장고 문이 달칵 닫힌다]
(혜준) 내용이 뭐야?
(애숙) 몰라, 읽다 말아서
(혜준) 그렇게 많이 읽었으면서 내용을 몰라?
내가 생각했던 거랑 똑같아
뭐가?
(애숙) 여기 있잖아
청소할 때 물건 꼭 있던 그 자리에 놓는 거
이거 때문에 이 책에 빠진 거야?
(애숙) 어
내가 처음에 일하러 다닐 때 이렇게 했었는데
맞는지 안 맞는지 긴가민가했었는데
이 책에 딱 있는 거야, 내가 맞는다고
[웃으며] 그래서 좋아?
좋아
(애숙) 내가 이 작가랑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거잖아
내가 책을 쓰지는 못하지만 책에 있는 내용이 나도 알던 거잖아
엄마 있어 보이지 않니?
안 힘들어? 일하러 다니는 거
[옅은 한숨]
안 힘든 일이 어디 있어, 세상에
그냥 태어나면 힘든 거야
힘든 세상 내가 재밌는 걸 만드는 거지, 뭐
(애숙) 아들
너도 네가 만들어야 돼
재미있는 건 누가 공짜로 안 줘
[태경과 이영의 웃음]
- (이영) 아, 여보 - (태경) 어어 [문이 달칵 여닫힌다]
(태경) 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나 로스쿨 합격
뭐, 당연한 거였지만 아빠는 기쁘다 [이영의 웃음]
[해나의 옅은 웃음] 해나는 아빠가 세운 로드 맵대로 잘 가고 있어
해효는
엄마가 세운 로드 맵대로 따라가서
아빠는 쪼금 불안하긴 한데…
(이영) [웃으며] 아, 이건 축사가 아니잖아요
축사는 축하하는 내용을 담은 말
엄마가 대신할게
그, 중간에 말 끊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태경) 엄마는 지금 아빠의 권위를 깎아내렸어
(해나) 권위는 깎아내린다고 내려지는 게 아니에요
아빠는 지금 충분히 권위 있어요
[웃음]
(이영) 당신 봤죠? 내 작품들이에요
(태경) 우리 작품들이야
(해효) [웃으며] 두 분 작품들은 맞지만
소유권은 없습니다
(이영) [어색하게 웃으며] 넌 꼭 그렇게 벽을 쳐야 되니?
[웃음] (태경) 소유권 가질 생각 없어
너희들 인생 잘 살면 돼
자, 축하한다, 로스쿨 입학
국가와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이영) [웃으며] 아, 너무 딱딱해
난 너희들이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
잘 안되더라도 걱정 마
우리가 있어 평생 너희 편인 엄마, 아빠
[해나의 웃음]
자
(영남) 한집에 살아도 다 모이는 건 오랜만이다
(애숙) 각자 생활 리듬이 다르니까
난 경준이 독립 반대야
갑자기 그렇게 훅 들어오시면 안 되죠
(혜준) 엄마는 왜 반대하는데?
얘 월급쟁이야 벌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어
(애숙) 한 달에 월세 90에 생활비까지 합하면 평생 돈 못 모아
우리가 너한테 집은 못 해 줘도
우리랑 같이 살면 생활비 줄이고
돈 모아서 전셋돈 만들어 나가
그때는 안 말려
(경준) 엄마
나 지금까지 27년 인생 한 번도 놀아 본 적이 없어
지금 혼자일 때
나 혼자 책임지고 살 수 있을 때 즐겁게 살고 싶어
아, 그걸 왜 나가서 해야 돼?
(애숙) 집에서 너 불편하게 하는 사람 있어?
혜준이 생각은 안 해?
(경준) 쟤도 방 있어야지
할아버지랑 한방 쓰는 게 안 불편하겠어?
(혜준) 그렇게 말하면 할아버지랑 방 쓰는 걸 내가 불편해한다는 거 같잖아
형이 하고 싶은 말만 해 나 끌어들이지 말고
너 중학교 때 그런 말 했잖아
중학교 때 얘기가 왜 나와?
(혜준) 그때도 내가 컴퓨터 쓰려 했는데 형이 못 쓰게 해서 싸운 거잖아
- 어쨌든 팩트잖아 - (혜준) 팩트 아니야
(혜준) 형이 쓴 워딩은 전형적인 갈라치기야
논점을 흐리면서 사람 마음을 상하게 해
아이, 내가 내 방 갖고 싶다고 했지
언제 할아버지랑 한방 쓰는 걸 불편하다고 했어?
그렇게 말하면 할아버지는 마음 상하고 난 못된 놈 되잖아
너 언제 그렇게 말이 늘었냐?
당하다 보니 늘었지
똑똑하다고 어려운 단어 써 가면서 맨날 가르치잖아
(영남) 아, 너희들은 어떻게 만나기만 하면 싸우냐?
어릴 때는 서로 엄청 챙겨 줬었는데
하여튼 네가 문제야
아니, 어떻게 그렇게 형한테 바락바락 대드냐?
(민기) 원래 형제는 같은 항렬이야
서로 존중해야 돼
그, 내리사랑이라고 형이 동생 보듬어 주기도 하고
네가 영균이 얼마나 이뻐했니?
아, 영균이 얘기가 왜 나와요?
아이, 네가 형제 얘기를 하니까 나온 거지
(애숙) 아버님, 왜 아무것도 안 드세요?
(민기) 나도 할 말 있어
어…
경준이 나 안 닮았어
[익살스러운 음악] 나도 처음에는 닮은 줄 알았거든
생각해 보니까 안 닮았어
내가 볼 때
혜준이는 나 겉 닮고
내 속 닮은 건 아비야
내가? 아버지!
(민기) 네가 아직 날 잘 몰라서 그러는데…
(영남) 아니, 뭘 몰라? 50년을 더 봤는데
(민기) 허영심, 허세 옛날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
경준이 잘됐다고 저 혼자 나가서 편하게 살겠다는 거잖아
나도 밖으로 돌긴 돌았어도
나 혼자 잘 먹고 편하게 살겠다 그런 건 절대 아니야
속이 없고 철이 없어서 잘못한 거지
(경준) 할아버지
저 혼자 편하자고 나가는 거 아니에요
제가 나가면 개인적인 공간이 더 확보돼서
인구 밀도가 낮아지니까 더 쾌적한 환경이 되잖아요
혜준이랑 저랑 싸우게 된 것도
자기 방이 없는 혜준이가 제 공간으로 자꾸 넘어오니까
[흥미로운 음악] 사춘기 때 제가 감정 조절에 실패해서 싸우게 되고
싸우다 보니까 감정이 생겨서 지금 서로 날이 서 있는 거라고요
이건 개인 잘못보다는
이, 가난으로 파생된 문제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제가 나가면 이 문제가 해소됩니다
혜준이하고도 안 싸우게 됩니다
네, 그래서 제가 이런 결정을 한 거예요
(영남) 역시 우리 집 브레인이야
(혜준) 형이랑 나랑 싸우게 된 게
내가 형 공간으로 자꾸 넘어가서 형이 빡친 거라고?
와, 형은 아직도 반성을 못 하고 있구나?
너하고 내 얘기는 따로 하자
지금은 회의 주제에 충실하자, 응?
넌 어떻게 형이 말하면 무조건 삐딱선이야?
(민기) 삐딱선 타는 게 아니라 말만 번지르르하잖아
결국 자기가 나가는 걸 그럴듯하게 포장한 거잖아
내가 저런 애들한테 많이 속아 봐서 알아
말로 홀려, 그럴듯하게
할아버지, 왜 자꾸 저한테 그러세요?
(민기) 네가 하도 말을 잘해서 그래
대견해서 그래, 근데
사기꾼들이 진짜 말 잘한다?
[기가 찬 숨소리] (영남) 아버지, 창피하지도 않아?
당한 게 자랑이야? 아, 뭐가 이렇게 당당해?
죗값 다 치렀잖아
아버지가 뭘 치러? 어떻게 치러?
너한테 맨날 욕먹잖아!
(민기) 그것도 식구들 앞에서!
[민기의 한숨]
[잔잔한 음악]
[민기의 한숨]
(민기) 야
자식한테 욕먹는 것보다
더한 죗값이 어디 있냐, 어?
[경준이 혀를 쯧 찬다]
[한숨]
아, 나 정말
[민기의 한숨]
[한숨]
(혜준) 할아버지
[민기의 한숨]
[영남의 한숨]
[경준의 한숨] (애숙) 나가 살고 싶으면 나가 살아 봐
대신 월세 낮춰, 30, 40만 원 정도로
진작에 이렇게 나왔으면 좋잖아
- (영남) 어떻게 하기로 했어? - (경준) 엄마가 나가래
(애숙) 어유, 근데 어떡해 아버님 우리 말 다 들으셨어
어떡하면 좋아 어유, 나 어떡하면 좋아 [영남의 한숨]
내가 뭐라 그랬니?
할아버지는 엄마한테 제일 배신감이 클 거야
(경준) 평소에 엄마가 할아버지한테 하는 행동하고
너무 말이 다르잖아
(애숙) 신났니? 신났어?
엄마, 왜 나한테 그래?
할아버지도 나한테 막말하시는데, 뭐 자기밖에 모른다고
(애숙) 그건 막말이 아니라 팩트 같아
당신, 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려
아니, 내가 왜?
어휴, 이제 그만해 옛날 일 갖고 시비 터는 거
좀 잊어
잊으려고 해도 치밀어 오르는 걸 어떡하냐?
(애숙) 그래서 계속 그럴 거야?
우리도 자식 키우는 사람들이야
애들한테 뭘 보고 배우라고 하겠어?
우리가 애들한테 어떻게 했는데? 아버지랑 같아?
아빠랑 할아버지 비교하면 아빠 굴욕이야
[못마땅한 숨소리]
[함께 한숨 쉰다]
- 혜준아 - (혜준) 응?
할아버지 모델 할 거야
[밝은 음악]
(혜준) 결심했어?
어, 내가 꼭 성공해서 네 아빠한테 보여 줄 거야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혜준) 파이팅
파이팅
이야, 우리 할아버지 금세 살았네 [민기의 웃음]
내가 이래서 할아버지 사랑한다니까?
(민기) 할아버지가 이렇게 매력이 있는 사람이야, 이놈아
[함께 웃는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혜준의 당황한 신음]
[영남의 한숨] (애숙) 너 좀 나가 있어
[문이 달칵 닫힌다]
아버님, 죄송해요
괜찮아
안 보이는 데서는 임금님 욕도 하는데, 뭐
(민기) 어, 근데
경준이 진짜 나 안 닮았다?
[경쾌한 음악] 경준이 나 닮았어
(영남) 내 아들인데 왜 아버지를 닮아?
그리고 나 아버지 안 닮았어 내 속이 왜 아버지를 닮아?
부정하지 말아
넌 내 속을 쏙 빼닮았어
아, 진짜 미치겠네?
복권이나 당첨됐으면 좋겠다
- (민기) 이사 가게 - (영남) 아, 아버지!
하, 쯧
나 나간다, 너도 좋지?
(혜준) [컵을 탁 내려놓으며] 좋아, 방 생겨서
(경준) 시간 될 때 회사 앞으로 와 밥 사 줄게
(혜준) [병을 툭 내려놓으며] 알았어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경준) 야
너는 형이 이 정도 하면 수그리고 들어와야 되지 않아?
뭘 수그려?
아, 왜 수그려?
씁, 쯧, 이거 진짜, 씨
왜, 때리려고?
(혜준) 나 이제 안 맞아, 형한테
[익살스러운 음악]
(경준) 미안하다고 했잖아
미안하다고 하면 때린 게 없어져?
너 뒤끝 진짜 길다
(혜준) 형이 잘해 봐, 그럼 다 잊어
근데 계속 갈구잖아
(경준) 갈구는 게 아니라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우리 같은 처지잖아
별로 설득 안 돼
난 형이 나보다 훨씬 좋은 처지 같아
방은 있었잖아
[잔잔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대본을 사락 넘긴다]
[중얼거린다]
[진우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해나) 다 경쟁률 높은 강의야
[해나의 긴장한 신음] [흥미로운 음악]
[해나의 긴장한 숨소리]
(진우) 준비됐지?
전투태세 완료!
5, 4
(진우) 3, 2, 1
[키보드를 달칵 누르며] 열렸다, 가자
[마우스 클릭음]
[해나의 긴장한 숨소리]
[컴퓨터 알림음]
[해나와 진우의 놀란 신음]
- (해나) 됐다! - (진우) 어, 어, 됐다, 됐다, 됐다!
- (진우) 됐다! 됐다, 다 된 거 맞지? - (해나) 됐다, 됐다
- (해나) 어! 앗싸 - (진우) 된 거 맞지, 된 거 맞지? 와!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진우) 기분 좋아? - (해나) 응
(진우) 오빠가 기분 더 좋게 해 줄게
짠
봐, 짠! [해나가 피식 웃는다]
- 알았어 - (진우) 뭘 알아?
두 개 찍힌 거, 알았다고
알았어? 너 오빠, 좀만 기다려 오빠가 곧, 응?
아, 좋단다, 아유
(민재) 아휴, 내가 다 떨린다
이 신 잘 찍어야 될 텐데
잠은 잘 잤어?
(혜준) 응, 잘 잤어
너 너무 담담한 거 아니야?
너무 평온한데?
그냥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수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그랬더니 수영이가 나한테 말을 거네?
와
진짜 배우 다 됐다 캐릭터가 말도 걸고
영혼 없는 리액션이네
알았어?
(민재) 아니, 좀 이해가 안 가
[웃으며] 내가 배우가 아니잖아
어쨌든 그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되어 있다니까 좋다
오늘 촬영장 못 가서 불안했는데 안심해도 되겠어
윤 감독님은 왜 보자는 거야?
감독이 매니저를 왜 보자고 하겠니? 캐스팅이지
(민재) 윤 감독님 저번에 작품 망했잖아
퐁당퐁당이니까 이번에는 잘될 차례야
근데 너한테 호감을 보이잖아, 감독님이
너 진짜 나 만나고 일이 술술 잘 풀리는 거 같지 않니?
[웃음] [밝은 음악]
아, 이런 생색
좋아요
[민재의 웃음]
(수빈) 언니, 언니, 언니, 언니
언니, 완전 깜놀
사혜준 의상 갈아입었어
(정하) 그게 왜?
하, 왕자님이야
(수빈) 패완얼, 패션의 완성은 얼굴
아, 나 몰랐는데 얼굴 진짜 잘생겼어
하, 지금까지 그걸 모르다니
안목이 처참하군
아니거든
[작은 목소리로] 맞거든?
(진주) 수빈 씨 여기서 뭐 해, 일 안 해?
(수빈) 아, 죄송합니다
그래도 죄송한 줄은 아네 누구처럼 변명도 안 하고
(진주) 좋으시겠어요, 촬영장 구경 가시고
일하러 갑니다
(수빈) 그럼 저도 일하러 가겠습니다
(진주) 잠깐
네?
줄 잘 서세요
(수빈) 아…
걱정하지 마세요 사회생활 1년 넘었습니다
[수빈의 어색한 웃음]
[어색한 웃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하) 와, 투 숏 되게 좋다
(해효) 얘가 나 오늘 때린다
(혜준) 그러니까 왜 돈을 먹어?
그래, 진성이는 맞아도 싸다
(해효) 하, 왜 돈을 먹어 갖고
(혜준) 수영이 얘는 재벌 아들이 너무 폭력적이야
(해효) 할 수 있겠냐?
상상이 안 된다 네가 누구를 때린다는 게
나는 못 하지만 수영이는 할 수 있겠지, 응
(혜준) 자신이 없다, 사실
- 안 갈 거야? - (해효) 5분 후에 나가면 돼
(정하) 음, 난 어떡해?
너희 둘 찍는 거 보고 퇴근이야?
(혜준) 음…
(해효) 박도하랑 혜준이 액션 신 나도 볼 거야
(정하) 그럼 나도 같이 간다
(혜준) 아…
[피식 웃으며] 가자
(해효) 그래 [정하의 웃음]
[제작진들이 분주하다]
[도하의 아파하는 신음]
(무술 감독) 아니, 야, 줘 봐
스텝 들어가서, 가슴!
배, 등 [도하의 아파하는 신음]
이렇게 때리라고
(혜준) 예
(도하) 잘해라, 좀
몇 번째야?
안 다치게 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한숨]
(무술 감독) 스톱, 스톱, 도하 씨
가슴 맞았으면 가슴 맞는 연기 배 맞았으면 배 맞는 연기 해 줘야죠
저는 실전에 강해요
감독님, 처음부터 다시 해 보겠습니다
(무술 감독) 오케이, 다시
[경쾌한 음악] 이번 한 번만 하고 끝낼게
[아파하는 신음]
[퍽 맞는다] [아파하는 신음]
[도하의 아파하는 신음] [혜준의 가쁜 숨소리]
(세훈) 오케이, 지금 그렇게 세게 찔러야 돼
(해효) 쟤 딴사람 같아
배우는 배우다
(해효) 나도 그랬냐? 아까 내 신 찍을 때
어, 너도 배우 같았어
(강사) 후 내쉬면서 [수강생들이 숨을 후 내뱉는다]
쭉쭉쭉 늘리고
자, 이제 반대로
반대쪽 다시 쭉 늘려 주세요 [힘겨운 숨소리]
반대 팔
엉덩이, 골반 좀 돌려 주시고
자, 몸풀기 끝났으면 이제 자세 교정 들어갈게요
[힘겨운 신음]
괜찮아요, 괜찮아요
처음에는 조심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수강생1이 숨을 후 내뱉는다]
[수강생1의 힘주는 신음] [강사의 웃음]
[수강생2의 힘겨운 신음]
괜찮으세요? [수강생1의 힘주는 신음]
[강사의 웃음]
(배우1) 오셨습니까!
(배우들) 오셨습니까, 형님!
[긴장되는 음악]
내가 깡패냐?
각목으로 사람을 패게
[떨리는 숨소리]
야, 너 이거 아니잖아! [긴장되는 음악이 뚝 끊긴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
[제작진들이 분주하다]
(도하) 아, 성질나 죽겠네 초짜랑 하려니까, 씨, 쯧
(세훈) 혜준아
(혜준) 예, 죄송합니다
(세훈) 이거 괜찮은데?
(도하) 아이, 감독님
그럼 얘가 살잖아요 제가 주인공이에요!
(세훈) 얘가 살아야 네가 잘 사는 거야
[도하의 기가 찬 숨소리] 너 그다음에 어떡하려 그랬어?
(혜준) 묶은 거 풀어 주고 죽신하게 손으로 패는 게
제 캐릭터가 더 못돼 보일 거 같습니다
(세훈) 그래?
합 한번 맞춰 보자 저, 좀 풀어 줘 봐요
- (세훈) 풀어 봐 봐 - (제작진1) 네
[도하의 아파하는 신음]
[밝은 음악]
[도하의 짜증 섞인 숨소리]
(세훈) 씁, 일단 주먹으로 한 대 칠까?
[중얼거리며] 주먹으로?
[혜준과 도하의 힘주는 신음]
[도하의 아파하는 신음]
[혜준의 힘주는 신음]
[도하의 아파하는 신음]
(민재) 감사합니다, 감독님
[웃으며] 우리 혜준이 너무 잘 봐 주셔서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열심히 할게요
이태수 대표 알죠?
아, 알죠, 제가 그 회사에 있었잖아요
(윤 감독) 태수가 사혜준이라는 친구를 그렇게 칭찬하더라고요
그, 한번 찾아봤는데 괜찮더라고
[어색하게 웃으며] 아, 네
(민재) 주인공은 정해졌나요?
(윤 감독) 여자는 제시카 남자는 박도하랑 얘기 중이에요
제시카, 박도하
[놀란 신음]
와, 빅 캐스팅이네요
[긴장되는 음악]
(혜준) 너도 아프냐?
(도하) 아프다, 이 개새끼야
[웃음]
아, 역시 깡패는 깡패네
아이, 자기들은 안 아프고 남만 아프게 하잖아
(혜준) 근데 난 얼마나 인간적이냐, 응?
너랑 아픔을
공유하잖아, 응?
[헛웃음]
그래 봤자 너도 네 부모 없으면 아웃이야
[혜준이 입소리를 씁 낸다]
[도하의 아파하는 신음]
[배우2의 의아한 신음]
- (도하) 놔 봐, 놔 봐, 놔 봐, 놔 봐 - (혜준) 어유, 야, 미안해
(도하) 놔 봐, 놔
[도하의 헛웃음]
야, 너 이 새끼, 일부러 그런 거지?
나 골탕 먹이려고
아니야, 조절을 잘못했어 많이 아프냐?
[도하의 지친 숨소리]
(도하) 잠깐 쉬어요 [제작진들이 웅성거린다]
아니, 이게 전의 거보다 낫긴 한 거야?
(혜준) 아이, 감독님이 더 낫다고 판단하셨어
(도하) 감독님 말이면 다 맞냐? 쯧
감독님, 저 찍은 것 좀 볼게요
- (도하) 왜 따라와? - (혜준) 나도 봐야지
(도하) 넌 보지 마, 가만히 있어! 성질나니까, 쯧
(혜준) 일 끝나면 네 성질 받아 줄게 지금은 일하자
(도하) 일 끝나면 너 볼 일 없어, 이씨
아, 이거 필요도 없는데 떼, 떼 버려
[영상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태수) 그러니까 얘는 팔이 쭉 뻗잖아, 이게…
씁, 보기는 쉬운데
(민재) 안녕하세요, 대표님
[민재의 웃음]
웬일이세요? 다시는 안 볼 것처럼 구시더니
이렇게 친히 찾아와 주시고?
애들 갖다주세요
씁, 왜 그러지, 진짜?
(민재) 생각해 보니까 대표님도 따뜻한 면이 있었어요
윤 감독님 만났어요
혜준이 얘기 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 내가, 내가 그랬어
도하 씨랑 영화도 같이 찍고
[웃으며] 이제 드라마도 같이 찍게 됐네요
(태수) 근데 이민재 씨 내가 다시 봤어
매니저 자질 있어
[웃으며] 아유, 아니…
(태수) 진짜, 정말!
(민재) 아이, 아니 칭찬 감사합니다, 아이, 아
어, 앞으로 매니저 선배로서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그래 내가 지도 편달 많이 해 줄게
(태수) 근데 지금까지 촬영 아직 안 끝났다는데
- 왜 그런지는 알아? - (민재) 음…
혜준이의 열정이 촬영 팀을 감동시킨 거 같습니다
어, 또라이네
[태수의 탄성]
[태수의 웃음]
어, 내가 왜 그때 몰랐을까? [민재가 손뼉을 짝 친다]
이런 또라이적… [민재와 태수의 웃음]
저도요, 저도 제가 또라이인지 몰랐어요
대표님,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어, 그래
[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흥미진진한 음악]
[도하의 아파하는 신음]
[도하의 힘주는 신음]
[도하의 아파하는 신음]
[혜준의 힘주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가쁜 숨소리]
[뼈가 우두둑거린다]
[거친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배우들의 아파하는 신음]
[도하의 기합]
[의미심장한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도하) 야, 피!
- (세훈) 야, 컷 - (제작진2) 컷입니다!
- (세훈) 이거 일단 챙겨 놔 - (제작진3) 네
(정하) 그래도 다행이다 병원은 안 갈 정도라
운이 좋아, 내가
정신 승리
[정하의 옅은 웃음] [정하가 달그락거린다]
(정하) 참, 이거
이따 줘, 가방에 넣었다가
지금 집에 안 가?
- 데려다줄게 - (정하) 왜?
아이, 하
됐거든요, 누가 누구를 데려다준대? 너 지금 환자야
나 죽니?
말이 너무 극단적이야
(정하) 마음에 안 들어
(혜준) 너무 무거워
[부드러운 음악]
[피식 웃는다]
(정하) 괜찮아?
괜찮아
아, 그러니까 집으로 바로 가지 왜 데려다준다고 우기니?
내가 우겼어?
(정하) 우겼어 난 집으로 가라 그랬다, 분명히
(혜준) 책임 회피하는 거야?
(정하) 무슨 책임?
난 네가 다친 거에 하나도 책임 없어
왜 발끈해?
책임감 있는 사람 좋아해?
그래, 좋아해
(혜준) 좋아하니까 책임감 있는 사람 되고 싶어?
너 좀 미친 거 같아
[웃음]
어떻게 알았어?
나 오늘 좀 미친 거 같아
[혜준과 정하가 피식 웃는다]
(혜준) 응?
[혜준의 웃음]
(혜준) 너 나 오늘 기다리느라 지쳤지?
(정하) 지치지는 않고
'어떤 일도 쉬운 건 없구나' 깨달았어
난 되게 신났었어
(혜준) 너무 좋아서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
[혜준이 피식 웃는다]
씁, 남이 보는 거랑 자신이 사는 거랑 다른 건가?
아마도?
[함께 살짝 웃는다]
[빗방울이 톡톡 떨어진다]
(혜준) 어? 비 온다
(정하) 아, 아이, 진짜 이상해
너랑 만날 때마다 비 와
그러네
[놀란 신음]
[잔잔한 음악]
(정하) 너 뭐 해, 안 뛰고?
비 맞고 싶어
(정하) 비 맞으면 추워요
끝까지 이성적이라면서요
터져 버릴 거 같아
- 일단 비부터 피하고 - (혜준) 혼란스러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야 할지 말아야 될지 모르겠어
(정하) 어…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말아야 돼
할래
(정하) 나한테?
좋아하나 봐
뭘?
너 좋아하나 봐
[부드러운 음악]
"너를 이끄는 빛이 될게"
(혜준) 우리 영화 볼래?
(정하) 지금 우리가 같이 있는 것도 현실인지 되게 헷갈려
(애숙) 미니시리즈 들어간대요
(이영) 애한테 알은척하지 마
걔가 먼저 알고 얘기할 때까지
내가 계속 방해를 할 거야
(민재) 난 매니저 자격이 없어
(혜준) 연락 불통의 매니저는 최악이야
(해효) 같이 저녁 먹을래?
약속 있어
(정하) 혜준이하고
(경준) 할아버지!
[혜준이 흐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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