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6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야 할지 말아야 될지 모르겠어
(정하) 어…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말아야 돼
[부드러운 음악] 할래
나한테?
(혜준) 좋아하나 봐
(정하) 뭘?
너 좋아하나 봐
"너를 이끄는 빛이 될게"
[정하의 옅은 한숨]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혜준) 잠깐만
[정하의 가쁜 숨소리]
우리 집에 우산 있어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탁탁 소리가 난다]
[드릴 작동음]
- (애숙) 다 됐어? - (영남) 어
(애숙) 자기는 이런 거 고쳐 줄 때 왠지 믿음직하게 보여
(영남) 자기한테 잘해 줄 때만?
(애숙) 나한테 잘해 주는 건 아니지
- (애숙) 집안일이야 - (영남) 치… [애숙이 피식 웃는다]
[영남의 생각하는 신음]
아버님
이른 저녁 드시고 들어가서 꼼짝도 안 하시네?
나가신 거 아니야?
(애숙) 이 시간에 어디를 나가시겠어?
[영남이 부스럭거린다]
(민기)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죽겠다
[피곤한 신음]
아유, 이게 왜 이렇게 피곤하냐, 어?
어휴,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가?
[한숨]
이, 몇 시나 됐어?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
아이고
[민기의 한숨]
[민기가 스위치를 탁 켠다]
- (민기) 아이고, 깜짝이야 - (영남) 있었네?
(민기) 있지, 내가 어디를 가? [민기의 힘겨운 신음]
(영남) 콜라텍 갔었어?
- (민기) 아니 - (영남) 뭘 아니야? 춤추고 왔구먼
씁, 넌 날 기본적으로 너무 몰라
(영남) 어디 가?
물 마시러, 따라올래?
(영남) 아버지, 다시 한번 얘기하는데
아버지 한 번만 더 사고 치면 나 다시는 아버지 안 봐
아버지 한 번만 믿어 봐, 실망 안 시켜
- 뭔가 있네, 뭐 있지? - (민기) 없어!
(영남) 있어, 분명히
[헤어드라이어 작동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정하) 다 됐어? [헤어드라이어 조작음]
[정하의 놀란 신음] [부드러운 음악]
[헛기침]
뭘 그렇게 놀라?
[어색한 웃음]
아이, 보, 보통 노크하고 노크한 사람이 문을 여는 거잖아
(정하) 근데 네가 먼저 여니까, 뭐
생각 못 하고 있다가 놀란 거지
성실하게 답변하시네요?
(혜준) [헤어드라이어를 탁 내려놓으며] 마음에 안 듭니다
마음에 안 드시면 우리 집에서 나가십시오
알겠습니다
(혜준) 저거 다 너야?
(정하) 응, 아빠가 그려 줬어
(혜준) 화가셔?
아니, 일반인 상대로 그림 가르치셔, 대전에서
(정하) 백화점 문화 센터에서 강의도 하시고 [혜준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봐도 돼?
(정하) 응
(혜준) 이거 몇 살 때야?
(정하) 돌 지나서래
[혜준이 액자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혜준) 이건 좀 분위기 있다
우리 엄마 이때 재혼했어
(정하) 부모가 이혼하면 힘든 게 뭔지 알아?
안 가르쳐 줘
(혜준) 가르쳐 줄 것도 아니면서 왜 물어봤어?
(정하) 아, 쉽게 가르쳐 줄 수 없잖아
아직 그 정도로 친한 것도 아니고
[흥미로운 음악]
알았어
나 이제 가야겠다
(정하) 삐졌어?
아니, 그 정도로 친한 것도 아닌데 삐지겠어?
- (정하) 삐졌네 - (혜준) 아니야
(정하) 삐졌다
그래, 삐졌다 [옅은 웃음]
처음에 정보량 너무 많으면 과부하 걸려
조금씩 조금씩 알려 줄게
내 고백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하면 돼?
고백?
고백했잖아, 아까
[어색하게 웃으며] 자, 잠깐만
(정하) 잠깐만
[당황한 숨소리]
고백이라는 단어는 노래 가사에서만 듣는 건 줄 알았어
(정하) 하, 워워
하, 인생은 노래가 아니야
지금 좋잖아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건 아니라고 봐
안정하, 너 넘어가면 안 돼
[숨을 후 내뱉는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혜준) 비 이제 안 와
아, 그럼 우산 안 줘도 되겠다
[휴대전화 진동음]
- 네, 할아버지 - (민기) 어, 왜 안 들어와?
(혜준) 이제 들어갈 거야, 왜?
(민기) 야, 할아버지 오늘 칭찬받았어, 선생님한테
잘했네
근데 사진 내래 광고 회사에 보낸다 그러던데?
(민기) 씁, 그, 뭐라더라?
부풀어인지 푸풀이, 포…
아, 그, 뭐라더라, 내가 적어 놨거든?
포트폴리오
어어, 마, 맞아, 맞아 포, 포, 포, 포, 포…
아유, 이거 말이 왜 이렇게 어렵냐?
(민기) 하여튼 그거야, 그거
걱정 마, 내가 알아서 다 할게
(혜준) 할아버지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돼
알았어, 그럼 보고 끝났으니까 할아버지 잔다
네, 주무세요 [통화 종료음]
- (혜준) 이제 가야겠다 - (정하) 어
(혜준) 뭐 하냐?
(정하) 아, 요 앞까지 같이 가 줄게
왜?
네가 문 닫고 나가면 나 혼자 남잖아
혼자 들어오는 건 괜찮고?
그건 괜찮아, 익숙하니까
안 돼
왜?
내가 너 데려다준 보람이 없잖아
어떤 보람이 있었는데?
안전한 귀가
(정하) 마무리 지어야 돼
안 된다고 확실하게 얘기해야 돼
아, 저, 그,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멋쩍게 웃으며] 아니, 아까 얘기하다 말았잖아
네가 천천히 알아 가자고 했잖아
돌려 말한 거절 아니야?
[잔잔한 음악] 아니야, 나도 좋아는 해
그럼 '좋아해' 다음에는 뭐 하는 거야?
[생각하는 신음]
모르겠어, 네가 가르쳐 줘
연애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정하) 졌다
(정하) 할아버지 포트폴리오 만들 때 내가 메이크업해 줄게
오지랖인가?
(혜준) 아니야, 나야 해 주면 고맙지
(정하) 그럼 할래
너 탈덕하고 나서 새로운 덕질 상대가 필요하거든
덕질의 최고는 키우는 맛이지
[정하의 웃음] 하고 싶으면 해
고마워
[정하의 옅은 웃음]
[잔잔한 음악]
(혜준) 응
[어색한 웃음]
(혜준) 이날 정하는 내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을까?
뒤돌아보고 싶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뒤돌아 눈 맞춰야 했었다
[휴대전화 진동음]
(민재) 너 다쳤다며?
너희 동네 카페에 있다
[하차 벨이 울린다]
(혜준) 우리의 시작을 좀 더 깊게 담아 뒀어야 했다
그때는
우리가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민재) 야, 너 그게 뭐냐?
다쳤다는 얘기 듣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
병원은? 갔다 온 거야?
(혜준) 질문이 너무 많다
대답은 상황 종료
왜 왔어? 전화하지
네 몸 상태 확인하고 좋은 소식 같이 나누려고
캐스팅됐어? [민재가 테이블을 탁 친다]
됐어, 대박 아니니?
(민재) 우리 뭐가 될 건가 봐
아니, 너무 길이 이렇게 술술 풀리니까 겁난다, 야
누나가 잘해서 그래
근데 너 어디서 오는 거야?
할 말 있어
아직 아무한테도 안 한 얘기야
[휴대전화 진동음]
(해효) 너무 늦은 시간인가? 궁금해서
아직 촬영장은 아니지?
[휴대전화 진동음]
(정하) 집이야, 잘 자
치, 말 시키지 말라 이거지?
[리드미컬한 음악] (해효)
[시장이 분주하다]
(사장) 아저씨, 부탁해요, 예, 수고하세요 [배달원이 호응한다]
- (배달원) 수고하세요 - (사장) 예
- (해효) 안녕하세요 - (사장) 어서…
(사장) [놀라며] 어머, 이게 누구야?
더 잘생겨졌어요!
노란 튤립 있어요?
(사장) 누구 줄 거예요? 여자 친구?
(이영) 어, 예쁘다
[웃음]
어, 오믈렛 좀 다르게 했다?
(해효) 특별히 두부랑 참치 넣었어
(이영) 아, 아빠 출장 가고 없으면 이렇게 해 주는 거 좋아
든든해, 이게 바로 아들 키우는 맛?
[해효와 이영의 웃음]
(해나) 엄마, 그래 봐야 결국
오빠랑 결혼하는 여자 좋은 일 시키는 거야
서로 좋은 일이야
(이영) 네 오빠, 여자 친구 있을 때도 엄마한테 잘했어
그 언니는 엄마도 좋아했잖아
(해나) 엄마가 싫어하는 상대 만날 수도 있잖아
그럴 일 없어
네가 걱정이야 취향이 일관적이지를 않아
- (해나) 오빠, 시럽은? - (해효) 네가 갖다 먹어
(해나) 이왕 해 주는 거
완벽하게 해 줬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아?
- (해효) 아니 - 안 넘어오네?
[헛기침]
오빠, 시럽!
시럽, 시럽, 시럽!
야, 하지 마, 어유
(이영) 너 좀 전에 이상했어
왜 말 돌려?
[웅얼거린다] (해효) 얘를 어떤 애가 만나겠어?
만나는 애가 불쌍하지 완전 자기 위주잖아
예쁘잖아!
(이영) 예쁜 데다 집안도 좋고
어느 하나 빠지지를 않잖아?
(해나) 어유, 닭살! 참 [이영의 웃음]
어유, 샐러드에 리코타치즈 넣어 먹어
(이영) 단백질이 없잖아
(해효) 하, 알겠습니다
(이영) 숍 갔다가 광고 촬영장으로 바로 가?
아무튼 엄마는…
성실하고 충실한 너의 조력자야
(해나) 조력자가 아니라 컨트롤 타워잖아
[웃으며] 인정
[해효가 냉장고 문을 달칵 연다]
(이영) 숍 가서 처신 잘해
넌 지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시기야
괜한 구설수 흘리지 마
(해효) 구설수 말고 진짜 사귀는 건 어때?
그게 구설수야 [해효의 한숨]
아들, 좋은 아침이다?
(이영) 엄마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준비한 이벤트 마음에 들어
이걸로 내 아침 기분은 계속됐으면 좋겠어
아멘
[이영과 해효가 피식 웃는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너 요새 되게 들뜬 거 알아?
(해효) 내가?
저 꽃 누구 주려 그러는지 아는데
주지 마
(해효) 왜?
저거 주면 시작하는 거야, 너
너무 앞서간다
(해효) 시작을 혼자 하나?
(매니저1) 누가 널 거절하겠냐?
괜히 상처 주지 말라고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원장) 축하해, 디자이너로 승진한 거야
고객들 좀 많이 유치해 줘
(정하) 노력할게요
(원장) 진주 쌤하고도 잘 지내
(정하) 네, 알겠습니다
(수빈) 내가 브러시 정리한 거 봤어?
(정하) 보기만 했어, 잘했겠지, 물론 [수빈의 웃음]
(수빈) 봐, 봐, 봐, 봐
아, '디자이너 안정하'
멋있다, 언니!
(진주) 화기애애하네?
수빈 씨 우리 팀 어시스트 된 거 내가 허락해서야
(수빈) 잘하겠습니다
두 분 다 열심히 모시겠습니다
'두 분'?
이게 세척한 거야?
살균까지 끝냈어요
린스 했니?
(정하) 죄송합니다 제가 잘 가르치지 못했어요
(수빈) 아, 린스
언니가 하라 그랬는데 제가 깜빡했어요, 죄송합니다
(진주) 뭐야?
서로 양보하는 아름다운 세상 보여 주기야?
가지가지 한다
- 다시 빨아 - (수빈) 넵!
(진주) [헛웃음 치며] '넵'?
'넵', 허, 장난해?
여기 직장이에요
수빈 씨, 며칠 전에 얘기했었잖아
누구보다도 날 좋아하고 따르겠다고
근데 바로 배신 때리기야?
네?
- 아, 아니에요, 실장님 - (진주) 그렇지, 아니지?
앞으로도 자기가 한 말 지켜야 돼
(수빈) 언니, 나 그런 말 안 했어
(정하) 알아
[브러시를 탁 집으며] 브러시 가져올게, 빨아 놓은 거 있어
[화장품을 달그락 내려놓으며] (정하) 응?
언제부터 와 있었어?
(해효) 응
(정하) 왜?
(해효) 엄마 꽃 사면서 샀어
(정하) [코를 킁킁거리며] 향 좋다
- 꽃 좋아해? - (정하) 아니
[피식 웃으며] 좋아해
금방 시무룩했다 금방 웃는다?
너 또 혼났냐?
(정하) 또라니, 나는 뭐, 맨날 혼만 나나?
정식으로 디자이너 됐습니다
(해효) 어, 야, 잘됐다 [웃음]
카, 역시 난 타이밍 굿이야
꽃 너 축하해 주려고 사 왔잖아
(정하) 버스 지나갔다 [해효의 웃음]
같이 저녁 먹을래? 축하 의미로 살게
아, 약속 있어
[웃으며] 혜준이하고
뭐야, 너희? 데이트해?
오늘은 데이트까지는 아니고
할아버지 포트폴리오 만드는 거 도와주기로 했어
오늘은 데이트가 아니면 내일은 데이트냐?
그럴지도 모르지
[잔잔한 음악]
둘이 진짜?
(정하) 진짜 안 사귀려고 결심했는데
[웃으며] 안 되더라
하, 나 잘하고 있는 거니? 원해효
아, 야, 벌써 재밌다, 너
(해효) 네가 전에 그랬잖아
환상과 현실이 만나면 엉망진창 된다고
[정하의 당황한 웃음]
- 그걸 기억해? - (해효) 기억해
(정하) 좋겠다, 백만 년 놀릴 거리 생겨서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백만 년이나 만날 거야?
[당황한 웃음]
아, 그만 놀려
놀린 거 아닌데
[새가 지저귄다]
[힘주는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어
(진우) 이따 할아버지 모시고 스튜디오로 와
(혜준) 아, 카메라 빌려 달라니까
(혜준) 네 마음대로 스튜디오 빌려주면 안 되잖아
(진우) 작가님한테 허락받았어
아, 진짜
너처럼 도움 주겠다고 하는데도 까탈스럽게 구는 애는 진짜…
도와줘야 돼
고맙다
(진우) 너 때문에 스튜디오 차리는 걸 앞당겨야겠어
돈은 다 모았냐?
(진우) 스튜디오는 돈 모아서 차리는 게 아니라
아빠 찬스, 은행 찬스 쓰는 거다 [피식 웃는다]
[발랄한 음악]
(영남) 와, 야, 아침 먹었는데도 또 먹히네
음식 솜씨 진짜 좋아
[장만의 웃음] (경미) 아유, 오빠 리액션 좋아
내가 또 해다 드릴게 [영남이 호응한다]
아, 부침개에는 막걸리인데
없지, 언니?
[반찬 통을 달그락 잠그며] 있어도 없어, 아침부터 무슨?
(장만) 형님이랑 나랑 일 나가야 돼
자기는 왜 자기 생각만 해?
(경미) 누가 코 삐뚤어지게 마시재? 그냥 기분만 내자는 거지
하, 진짜 안 맞아
오빠 봐, 얼마나 말을 이쁘게 하니?
나한테는 안 그래
(영남) 그렇지, 내 칭찬 하는데 당신이 가만있으면 안 되지
팩트잖아
당신이야말로 맨날 나 혼내잖아
(장만) 자기는 왜 쓸데없는 얘기를 해 갖고 형님, 형수님 싸움을 붙이냐?
싸움까지는 아니에요
(경미) 자기는 왜 쓸데없이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서 구박을 받니?
구박까지는 아니에요
(경미) 언니랑 오빠는 둘이 죽이 척척 맞네
(함께) 아니야
[사람들의 웃음]
(경미) 안 맞네, 안 맞아
(애숙) 어, 예쁘다
(경미) 아, 이거 새로 샀어
명품 카피한 건데도 비싸
(애숙) 명품 사도 되잖아, 돈도 많으면서
어, 언니네도 아버님만 안 들어먹었어도
(경미) 집은 깔고 있는 건데, 그렇지?
처음부터 우리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속 편해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혜준) 안녕하세요
(경미) 어, 혜준아, 오랜만이다
(장만) 야, 너 얼굴이 왜 그래?
(혜준) 촬영하다 다쳤어요
(경미) 넌 어떻게 밴드를 붙여도 간지가 나니?
(혜준) 아빠, 저녁에 차 좀 쓸게요
(애숙) 저녁에 어디 가는데?
(경미) 언니는 뭘 그런 걸 물어? 갈 만한 데가 있으니까 가겠지
저기, 혜준아
박도하, 실물도 잘생겼어?
네 [경미의 놀란 숨소리]
(경미) 사인 좀 받아다 주면 안 돼?
안 친해서 부탁 못 하겠어요
스타라고 거만하구먼
(혜준) 아이, 그런 거 아니에요, 놀다 가세요
(장만) 어
(경미) 아니야, 걔 싸가지 없다고 소문났어 [문이 달칵 여닫힌다]
이문정하고도 바람피워서 헤어진 거래
그것도 양다리도 아니고 문어 다리래
맨날 연예인 얘기냐? 할 일이 없어 가지고, 참
(경미) 아, 왜? 재밌잖아
이쁘고 잘생긴 애들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는데
말하면 얼마나 더 재밌겠어
연예인들도 무관심보다는 욕먹는 걸 더 좋아한대
말도 안 돼
(애숙) 변태도 아니고 누가 욕먹는 걸 더 좋아해?
(영남) 그냥 욕하려면 찔리니까 사람들이 욕하려고 지어낸 얘기야
(경미) 이 언니 오빠들이 진짜, 빈정 상한다
자기는 뭐 해, 왜 내 편 안 들어?
(장만) 형님
일어날 때가 된 거 같아요
(영남) [웃으며] 그럴까?
[함께 웃는다]
또 어디 가?
- (혜준) 알바 - (영남) 너 아직도 알바하냐?
(영남) 촬영한다며?
돈도 못 받고 일하는 거야?
일 끝나야 받지
아빠는 일하러 나가는 사람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야 돼?
네 이마 보니까 열 뻗쳐서 그래
할아버지 어디 가셨냐?
(영남) 이상한 낌새 있으면 아빠한테 바로 얘기해
사고 치기 전에 잡아야 돼
언제까지 옛날 일 갖고 그럴래?
사람 안 변해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잔잔한 음악]
[힘겨운 신음]
[문이 탁 열린다]
(강사) 어?
[민기의 힘겨운 숨소리]
오늘 강의 없는 날이잖아요 [민기의 한숨]
연습하러 나왔어요
초반에 너무 연습 많이 하시면 근육이 놀라요
몸 쓰는 거 저 처음 아니에요, 선생님
(민기) 제가 춤을 좀 췄어요
(강사) 어, 어쩐지 유연하세요
근육도 좀 보이시고 [민기의 웃음]
아, 그리고 우리 손자가
여기 학원비 내 줬어요
할아버지가 손자 가르쳐야 되는데 손자가 할아버지를 가르치네요
아, 그 틈에 손주 자랑하시네?
아, 오늘 이, 사진도 찍어 준대요
[웃음]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진우) 안녕, 친구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고객으로 왔다 - (혜준) 화보 찍어?
(진우) 찍기 전 콘셉트 회의 있어
(혜준) 뭘로 몇 개 줘?
(진우) 열 개, 메뉴는, 어…
네 마음대로
[소스 통을 탁 내려놓으며] 내가 고기 좋아하니까 고기 위주로 추천해 주겠어
(진우) 클럽샌드위치 하나, 그건 내 거
[중얼거린다]
너 괜찮냐?
지금 박도하 실검 찍는데 [포스 조작음]
걔 실검 한두 번 찍냐? 뮤비 나왔어?
(진우) '박도하 아메리카노', '박도하 폭행'
실검 난리도 아니야
지금 찍고 있는 영화에 지장 있는 건 아니겠지?
글쎄
알아봐, 민재 누나한테
(진우) 지금 얘한테 안 좋은 일 생기면 너희 영화에도 안 좋잖아
[휴대전화 진동음]
[흥미로운 음악]
(민재) 오늘도 달린다
너무 잘되니까 무섭다, 파이팅
자기 얘기 하니까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민재 씨다
매니저 진짜 잘 구했어
미니시리즈도 캐스팅됐어
(진우) 혜준아
네가 드디어…
오늘 샌드위치 내가 쏜다
작가님한테 네 얼굴 세워 줄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진우) 축하해
[통화 연결음]
왜 안 받으시나?
[옅은 웃음]
- (윤 감독) 네, 민재 씨 - (민재) 아, 네, 감독님
[웃으며] 안부 전화 드렸습니다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저 꼭 불러 주세요
(윤 감독) 민재 씨, 그때 왜 얘기 안 했어요?
예?
(윤 감독) 사혜준, 태수 배신하고 민재 씨한테 간 거라면서?
아니에요, 감독님!
지금 어디 계세요? 만나서 말씀드릴게요
(윤 감독) 아, 됐어요, 나만 꼴 우습게 됐잖아!
- 누가 그래요? - (윤 감독) 태수가요
[통화 종료음] 아니, 저, 감독…
감독님! 감…
[기가 찬 숨소리]
아…
아나, 이 인간을 진짜!
아이, 진짜… [터치 패드 조작음]
[긴장되는 음악] [통화 연결음]
받아
받으라고
받으라고!
[태수의 한숨]
암튼 애새끼가, 아, 진짜
대체 뭐 하는 사람이에요?
[문이 달칵 닫힌다] 걱정하지 마요
(도하) 아니, 그 기사도 하나 제대로 못 막아요?
미리 말해 줬으면 막았죠
근데 이미 터진 거니까 봉합 잘하면 돼요
뭘 어떻게 봉합해요!
메시지를 공격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라
메시지도 그거 진짜 아니야
내가, 내가 걔가 내 팬인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도하) 갑자기 와 가지고 막 잡는데
알아서 할 테니까
(태수) 기분을 풀어요
(도하) 그러니까 알아서 뭘 어떻게 하시겠다는 거예요?
어? 이사님하고 나하고 안 지가 얼마 안 됐죠, 그렇죠?
그럼 내가 이사님을 어떻게 믿어요?
박 배우님이 나랑 같은 과네
나를 왜 믿어? 안 믿는 게 당연해
(태수) 근데 내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르는 게 낫지 않겠어요?
잘못되면 내 선에서 안 끝나고
박 배우님까지 올라가잖아
정말로 잘 처리해 줄 수 있는 거죠?
(이영) '제2의 박도하'
헤드라인 좀 바꿔 오늘 박도하 실검 뜬 거 봤어?
걔가 워낙 팬덤도 세고 한류도 있어서 쉽게 망하지는 않겠지만
걔한테 우리 해효 얹혀 가고 싶지 않아
하, 알았어, 그럼 이번까지는 박도하랑 같이 가자
해효 지금 광고 촬영 갔어?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하가 지퍼를 직 닫는다]
(해효) 됐냐?
(정하) 응, 됐어
- (해효) 가자 - (정하) 응 [휴대전화 진동음]
(혜준)
표정 좀 감춰라
나 잠깐 전화 통화 하고 가도 돼?
야, 문자 왔으면 문자로 답하는 거야
- 전화하면 당황해 - (정하) 당황하라고
(정하)
왜 전화 안 하냐?
(정하) 근데 일 잘하고 있냐고 물어보면서 느낌표를 붙였어
보통 물어볼 때 물음표를 붙이지 않니?
이게 무슨 뜻이겠니?
내가 일을 잘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거지
(해효) 네가 물어보고 네가 대답할 거면 왜 물어보냐?
아, 미안
그렇게 좋냐?
(정하) 응, 좋아
가자
아, 빨리 와
(해효) 응
[유쾌한 음악]
[차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혜준의 힘주는 신음]
안전벨트 매시고
매시고 [안전벨트를 딸깍 찬다]
[자동차 시동음]
출발! [핸드 브레이크 조작음]
출발!
[리드미컬한 음악]
[지친 신음] [라켓을 달그락 놓는다]
하, 당 떨어진다
하, 맛있다
[옅은 웃음]
(감독) 컷!
[감독이 말한다]
[해효의 한숨]
(감독) 좀 더 입술에 묻히고 먹었으면 좋겠어요
(해효) 네
(감독) 너무 많이 먹어서 힘들어요?
아니요, 맛있어서 좋아요
마인드 좋아요, 오케이
그, 분장 수정 좀 하고 갈게요
- (감독) 자, 분장 팀! - 네!
- 덥지? - (해효) 응
[잔잔한 음악]
고마워
[정하가 부스럭거린다]
(혜준) 응
(민기) 네 친구 안 오나 보다
약속 꼭 지키는 애야
[휴대전화 진동음]
어, 정하야
아, 어떡해, 할아버지께 죄송해서
죄송하다고 전해 줘
괜찮아, 바쁘면 그냥 있어
오느라 애쓰지 말고
아니야, 다 끝났어, 20분 후면 도착해
어
[달려오는 발걸음]
[한숨]
데려다줄게
(매니저1) 다 왔습니다
(정하) 감사합니다
나 갈게
[잔잔한 음악]
(해효) 그때는 사랑과 우정 둘 중에 당연히 우정을 선택했다
지금은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
아직 기회는 있다
[정하의 가쁜 숨소리]
늦어서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민기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진우) 찍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아, 혜준아, 너 좀 벌려 쪼끔 뒤로 가 봐
어, 좋아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정하와 혜준의 웃음]
이리 안 와?
(혜준) 오케이
[진우가 말한다] [정하의 탄성]
(민기) 아, 좋아, 하나 더
(진우) 아, 좋아요, 좋아요 바로 그거예요, 그거
아, 할아버지, 긴장한 표정 한번 다시 갈게요
[진우가 말한다]
그렇죠, 이 조명 바라보고 오케이, 아, 네
아, 할아버지 너무 귀여워, 이것 봐
(정하) [웃으며] 되게…
(민기) 오케이, 오케이, 아, 뭐
[혜준이 말한다]
[화기애애하다]
(혜준) 여기
[혜준이 말한다]
(진우) 한 번 더…
정하야, 옷, 옷 한번 봐 줘
[사람들의 웃음]
(민기) 다 같이 한잔하면 좋은데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너희들 운전해야 돼서 아쉽네
(진우) 다음에 같이 마시면 되죠 오늘만 날 아니에요, 할아버지
(민기) 아니야, 아니야
난 오늘이 끝이라도 하나도 안 이상한 나이야
할아버지, 이 분위기 어떡할 거야?
노래하세요
(진우) 야, 너 할아버지한테 그러면 되냐?
되지
- (진우) 노래하세요 - (혜준) 그만해
여기서 무슨 노래야?
아니, 무슨
(진우) 농담 좀 했더니 뭐, 죽자고 달려드네
다큐 아니야, 예능이야
나도 예능 했어
- 아, 예능이야? - (정하) 아, 진짜!
(진우) 뭐야?
[사람들의 웃음]
(혜준) 미안, 다큐로 받아서 [잔들이 쨍 부딪는다]
[잔잔한 음악] 너희들은 어쩜 이렇게 아름답냐, 응?
[진우의 옅은 웃음] (정하) 할아버지
우리 건배해요, 건배사 해 주실 거죠?
(민기) 건배하기 전에
감사 인사부터 하겠습니다
아, 오늘
여러분한테 너무 많이 배웠습니다
내가 스무 살 때는
여러분보다 똑똑하지는 못했지만
자식은 낳았습니다
그게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에요
혜준이를 만났으니까요
혜준이를 만나서
진우랑 정하도 만났습니다
그래서 오늘 너무 행복하고
여러분이 너무 부럽습니다
그리고
[민기가 머뭇거린다]
이 할아버지 이뻐해 줘서
[진우와 정하의 웃음]
너무 고맙습니다 [혜준의 웃음]
자, 건배하자
(진우) 아, 건배할 일 하나 더 있어요
혜준이 미니시리즈 캐스팅됐어요
(혜준) 아직 얘기할 거 아니야 감독님도 안 만났어
(진우) 민재 누나가 됐다고 했으면 된 거잖아
(민기) 야, 너무 좋다
[경쾌한 음악] 오늘 인생한테 말한다
[힘주며] 고맙습니다!
[정하의 웃음]
(함께) 고맙습니다!
(민기) [웃으며] 자
아, 시원하다
(진우) 할아버지, 이것 좀 드세요
(민기) 응, 자, 이거 진우 먹어
[혜준의 당황한 신음] (정하와 진우) 아, 할아버지 드세요
(진우) 할아버지, 할아버지 드세요
[경준이 세탁기 문을 탁 닫는다] [경준이 혀를 쯧 찬다]
(중개업자) 꼼꼼히 봐요, 꼼꼼히
이거 내가 친한 후배 주려고 꼭꼭 감춰 둔 거예요, 이게
700에 40이면…
(경준) 싸긴 싸네
괜찮네요, 응
괜찮은 게 아니라 좋은 거죠
융자 진짜 없어요?
(중개업자) 아이고, 의심은
어디 가서 사기는 안 당하겠네
[경준의 고민하는 숨소리]
(경준) 그, 등기부 등본이랑 임대인 위임장 갖고 오셨죠?
아이고, 가져왔죠 여기 앉아 봐요, 예, 예
(중개업자) 임대인한테 받은 위임장 [경준이 숨을 씁 들이켠다]
저기, 인감 증명 한번 봐 봐요
[미심쩍은 숨소리]
아, 임대인을 직접 보고 계약하긴 해야 되는데
그렇게 미심쩍으면 안 해도 돼요
(중개업자) 이거 뭐, 하려고 하는 사람 널렸는데, 뭐
[당황한 웃음]
- 아, 누가 안 하겠대요? - (중개업자) 아이고
내가 엘리트를 좋아해
(중개업자) 은행 다닌다고 해서 집주인한테 주자고 해서 주는 거예요
[헛기침하며] 자, 자, 여기 봐 봐요
등기부 등본, 여기 오늘 날짜
그리고 소유권 이전은 소유자 권남희, 보이죠?
그리고 융자는 근저당권 해지로 전액 상환
융자 없는 거 맞죠?
- (경준) 맞네요 - (중개업자) 그럼 계약해요?
[한숨]
합니다
[흥미로운 음악]
[문이 달칵 여닫힌다]
[태수의 한숨]
(태수) 기사 진압은 다 됐고
(매니저2) 와, 진짜 대단하세요, 이사님
(태수) 그, 오늘 기사 써 준 기자들한테 선물 하나씩 보내요
(매니저2) 왜, 왜, 왜요?
(태수) '이솝 우화' 중에 너 나그네 옷 벗기기 알아?
옷은, 있잖아
더우면 벗지 말래도 벗어
예?
못 알아들었지?
예
그러니까 나한테 잘 배워
그러면 내가 나중에 독립시켜 줄게
(매니저2)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태수) 도하 씨 데리러 가 나 여기서 출발할 테니까
(매니저2) 아, 네, 알겠습니다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민재) 이 대표님!
(태수) 응, 안녕
왜 전화 안 받아요?
하루 종일 바빴어 박도하 기사 터져서 막느라고
변한 줄 알았어요
이제 돈도 벌고 큰 회사 이사도 됐으니까
달라진 줄 알았어요
내가 뭐 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잖아요!
윤 감독 만났구나
아, 그래서 알게 됐네 나한테 놀림당한 거
대체 왜 그랬어요?
아니, 매니저 선배로서 많은 지도 편달 바란다며?
(태수) 그래서 해 줬잖아, 지도 편달
여기서 내가 뭘 배워야 되는데요?
신인 키우려면 이런 일에 적응해야 돼, 민재 씨
여기는 줬다 뺏는 놈들이 한 트럭이야
미리 맛보기 해 줬어
(태수) 알아, 고마운 거
(민재) 고마워서 아주 눈물 나겠네요!
(태수) 아니지, 피눈물이 나야지
앞으로 나랑 걸리는 거 있으면 내가 계속 방해를 할 거야
왜요?
[무거운 음악] 둘 다 나 버리고 갔잖아
[차 문이 탁 닫힌다] 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태수) 아, 혹시
혜준이한테 얘기했어, 캐스팅됐다고?
이제 아니라고 얘기해야 되네, 어떡하지?
그걸 노렸다고, 내가 둘 다 괴롭히는 거
야! 너…
넌 진짜 인간도 아니야
그렇지, 그거야 이제 학습 효과가 나타나네!
매니저는 인간이 아니야
종이 달라
(태수) 그러니까 언어도 다른 거야
[차 문이 철커덕 잠긴다]
[한숨]
[안전벨트를 딸깍 찬다]
[자동차 시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차분한 음악]
(정하)
[민재의 떨리는 숨소리]
[울먹인다]
[민재가 흐느낀다]
[노랫소리가 울린다] (태수) 그 방으로 해 놨지?
(웨이터) 예, 준비했습니다
- (태수) 사람 안 마주치게 해 - (웨이터) 예, 주의하겠습니다
이제 얘기 좀 해 보세요
어떻게 한 거예요?
(태수) 자, 기사를 막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가 댓글 조작
하나가 '기사는 기사로 밀어 버린다'
(태수) 이제 절 좀 믿겠어요?
뭐, 괜찮네요
우리처럼 사람 못 믿는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거는
결국에는 이, 숫자라는 거
(태수) 공감과 비공감, 이 숫자
내 편을 만들고 싶다 그러면
이 숫자를 잘 만져 주면 돼요
생각보다 엄청 똑똑하네요
나 77 뱀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형이라고 불러도 돼
[헛기침하며] 알았어
형!
[태수와 도하의 웃음]
이렇게 좋은 세상
천년만년 살자, 도하야
오래 살자!
[태수와 도하의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여자) 오빠들 벌써 시작했어?
섭섭하게 왜 이래?
(태수) 뭘 시작해, 이것들아? [여자들이 소란스럽다]
너희가 와야 시작하지 들어와, 들어와!
들어와, 빨리 들어와! 눈치가 없어요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진우의 힘주는 신음]
[차 문이 탁 닫힌다]
(민기) 고맙다, 어
(진우)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할아버지 [민기가 호응한다]
- (진우) 쉬세요 - (민기) 어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영남) 아니, 쟤, 진우 차 아니야?
왜 저 차를 타고 와?
옷은 또 그게 뭐야?
- (영남) 아버지가 이팔청춘이야? - (민기) 왜, 뭐?
어울리면 되잖아
[문이 탁 열린다]
[민기의 헛기침]
(애숙) 늦으셨네요, 아버님
[애숙의 놀란 숨소리]
아버님, 한잔하셨어요?
어? 진짜 딱 한 잔 마셨는데 너 어떻게 알았냐? [문이 달칵 열린다]
(애숙) [웃으며] 아버님하고 같이 있었어?
(영남) 아니야, 여기서 만났어
혜준이 어디 있어? 같이 나왔잖아
(민기) 젊은 애가 바쁘지, 나랑 같냐?
아, 혜준이 드라마도 한대
그, 뭐, 미, 미, 미 미니시리즈인지 뭔지
[웃으며] 너무 잘됐다!
- 진짜야? - (민기) 잘해
(민기) 괜히 나중에 원망 듣지 말고
(영남) 내가 뭐 했다고 원망 들어? 다 자기 잘되라고 얘기하는 거지
[민기의 헛웃음]
(영남) 어어? 어이구 [애숙의 웃음]
[풀벌레 울음]
[핸드 브레이크 조작음]
[정하가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정하) 좀 비현실적인 거 같아
네가 이 안에서 운전하고 있는 거
왜 그렇게 느끼지?
(정하) 음…
너 자체가 비현실적인 거 같아
[함께 웃는다]
지금 우리가 같이 있는 것도 현실인지 되게 헷갈려
나 사진 찍어도 돼?
지금을 기록하고 싶어
[정하의 웃음]
자
[정하의 웃음]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함께 웃는다]
현실인 거 확실히 느끼게 해 줄게
우리 영화 볼래?
좋아,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된 영화 찜해 놓은 거 있어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정하) 왜?
문 앞까지 데려다주게
에이, 됐거든요?
아, 쟤는 말 진짜 안 들어
[부드러운 음악] [피식 웃는다]
(혜준) 그거 알아?
비 안 왔다
(정하) 비 오면 생각날 거 같아
(혜준) 누가?
(정하) 대답할까, 말까?
대답할까 말까 할 때는 대답하는 거야
안 할래
[혜준과 정하의 웃음]
(혜준) 들어가
- 너 먼저 가 - (혜준) 아니
너 들어가는 거 볼래
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니?
[잠금장치가 철커덕 열린다]
[웃음]
[정하의 웃음] (혜준) 아, 왔어?
(정하) 어
[스크린에서 광고가 흘러나온다]
(혜준) 밥 먹었어?
(정하) 난 밥은 꼭 세끼 다 먹어, 넌?
(혜준) 나도
조금이라도 꼭 먹어
너무 일찍이라 빈속에는 팝콘 안 좋을 거 같아 망설였어
잘 샀어
(정하) 음, 캐러멜 팝콘이네?
내가 좋아해
넌 안 좋아해?
팝콘은 캐러멜이지
[옅은 웃음]
아직 시작 안 하나? 몇 시지?
(정하) 응? 내가 알려 줄게
6시 55분
시각 장애인 시계야, 촉감을 사용해
처음 봐
(정하) 이건 분
이건 시
해 볼래?
타인의 감정 공감하는 삶을 살고 싶어
그런 시도 중의 하나야, 이 시계는
자
[부드러운 음악]
7시
[옅은 웃음]
"뉴욕시 1962년"
[민재의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민재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민재의 답답한 신음]
(민재) 혜준이한테 말해야 되는데
길어질수록 더 안 좋아
[다급한 숨소리]
그래
결심했어
다시 자야겠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메라 셔터음]
드디어 디데이다
[휴대전화 조작음]
(진우)
[메시지 전송음]
[지퍼를 직 닫는다] [문이 삐걱거린다]
(진우) 아주 빤지르르하시네?
(혜준) 푸석하지 않아? 새벽에 일어났어
7시에 정하랑 조조 영화 봤거든
걔가 아침에 출근해야 돼서
이걸 때릴까?
(진우) 그게 푸석하면 나는 1년 365일 푸석했으면 좋겠다
[피식 웃는다]
정하랑 언제 그렇게 됐냐?
너도 만나는 여자 있잖아
(혜준) 왜 까지를 못하냐?
[한숨 쉬며] 까고 싶어 죽겠다
(진우) 말하고 싶어 죽겠는데
아, 답답해서 죽을 거 같아
나한테 말하지 마
- (진우) 왜? - 네 고통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
이런, 씨
너
정하하고 나하고 누가 더 좋아?
정하
(진우) 남자 새끼들하고 의리를 찾는 내가 등신이지
넌 누가 더 좋아?
당연히 해나지
야!
[놀란 신음] [발랄한 음악]
(혜준) 아이, 미친놈 아니야, 동생하고!
말하지 마
너야말로 들켜도 내가 알았다는 얘기 하지 마
[한숨]
이거지? 두 개네?
하나는 보관용으로 가지라고
고맙다
(혜준) 곧 죽을 놈이 예의도 바르네
나 죽어?
죽겠지, 해효한테
(진우) 왔어? [해나의 힘주는 신음]
(해나) 어디로 갈 거야?
호텔은 별로인데
뭐, 그럼 어디, 뭐, 펜션?
펜션도 별로인데?
[당황한 웃음]
해나야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가긴 가야지, 약속했잖아
(해나) 난 약속을 아주 잘 지키는 사람이야
[진우의 웃음] [해나가 안전벨트를 딸깍 찬다]
(진우) 그 생각 변하면 안 된다
[피식 웃는다] [기어 조작음]
출발
(진우) 저기인가 봐
여기네
어?
[진우의 당황한 웃음]
- (진우) 어? - (해나) 문도 못 열어?
(진우) [웃으며] 많이 안 와 봐서
(해나) 내가 할게, 난 많이 와 봤어 [카드 인식음]
(진우) 어? [잠금장치가 달칵 열린다]
가족끼리
(진우) 가족끼리
[문이 철커덕 잠긴다]
[해나의 놀란 숨소리]
[해나의 웃음]
(해나) 유치해!
(진우) 유치하잖아, 오빠가
[웃으며] 너 나 유치해서 좋아하는 거 아니야?
(해나) 맞아, 수준 안 맞아서 좋아해
[함께 웃는다]
(진우) 음…
우리 샴페인부터 마실까?
- 싫어 - (진우) 싫어?
그러면 뭐? 뭐부터 하고 싶어?
난 목적 지향적 인간이야
(해나)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이 있잖아? [해나가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옅은 웃음]
[부드러운 음악]
[진우의 힘주는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진우의 다급한 숨소리]
[진우의 어색한 웃음]
내가 너 꼬꼬마 때부터 봤는데 이건 아닌 거 같아
내가 못 할 짓 한 거 같아
[한숨 쉬며] 아직 애한테…
(진우) 쪼금만 더 있다 하자
오빠랑 그냥 놀자, 여기서
여, 이거, 이거 마시고 드라마도 보고 그냥…
야, 이 미친놈아!
[익살스러운 음악] 야, 너 오빠한테…
(해나) 오빠는 무슨 오빠? 우리가 피를 나눴니?
- 해나야 - (해나)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어색한 웃음]
알았어, 알았어, 그럼 하자 그럼 하면 되잖아
(해나) '하면 되잖아'?
김샜어
(진우) 아이, 해나야, 오빠가 잘못했어
놔
넌 오빠도 아니고
오는 기회도 못 잡는 루저야
[진우의 한숨]
(혜준) 할아버지, 안 힘들어?
너무 무리하지 마
[문이 달칵 닫힌다] [힘겨운 신음]
(민기) 안 무리야
어유, 힘들어도 좋아
[파일을 쓱 꺼내며] 포트폴리오 나왔어
(민기) 어
(혜준) 이건 기념으로 갖고 있어 [민기가 호응한다]
"포트폴리오"
야, 잘 나왔네
멋있어
(민기) 그래? [혜준의 웃음]
[웃으며] 어, 야, 괜찮아, 그렇지?
(경준) 할아버지, 식사하세요!
(민기) [작은 목소리로] 아, 야, 야, 숨겨
오케이
(경준) 오늘 반찬이 좋다, 엄마
(애숙) 혜준이 드라마 캐스팅됐다
이제 슬슬 일이 풀리나 봐, 너무 좋아
[민기의 헛기침]
[혜준이 국그릇을 달그락 든다]
(민기) 어, 어
(경준) 너 드라마 해? 어느 방송국에서 해?
(혜준) 아직 못 들었어
아니, 어느 방송국에서 하는지도 모르고 캐스팅됐다는 거야?
매니저가 알아서 하는 거야
(민기) 배우는 나중에 알아도 돼
(영남) 너 이사 나간다는 집 너무 싸, 여의도인데
엉성한 데 얻은 거 아니야?
내가 누구야, 아빠?
나니까 좋은 물건 싸게 얻은 거야 발품 엄청 팔았어
[경준이 젓가락을 달그락 집는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영남) 너야 뭐, 말할 게 뭐 있냐?
이사는 다음 주말에 한다면서?
이사 센터 부를 거야?
(애숙) 당신이 도와줘, 다 빌트인 돼 있다잖아
갖고 나갈 짐도 몇 개 없잖아
나 그날 안 되는데, 공사 있어
그럼 내가 같이 하지, 뭐
엄마가 왜 해? 힘들게
(혜준) 내가 도와줄게
(애숙) 너 바쁘잖아, 촬영 안 해?
(혜준) 아직 대본 리딩도 안 했어
[옅은 한숨]
(애숙) 집안에 남자들 많은데 엄마 도와주는 건 너 하나야
[피식 웃는다]
(경준) 엄마
그런 거 안 좋은 거야
한 사람 칭찬하면서 여러 사람 까는 거
(애숙) 하, 암튼 넌 말은 잘해
[경쾌한 음악] (애숙) 많이 먹어
너 주려고 한 거야
[애숙의 웃음]
밥 먹고 엄마한테 드라마 얘기 자세하게 해 줘
감독은 누구고 작가는 누구인지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 [휴대전화 조작음]
[의아한 신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새가 지저귄다]
[밝은 음악]
[가쁜 숨소리]
[숨을 후후 내뱉는다]
[민기의 피곤한 신음]
[옅은 웃음]
기다려라, 영남아!
아빠가 간다!
[초인종이 울린다]
"짬뽕엔터테인먼트"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미안해
나 잘라
(민재) 생각해 봤는데
난 매니저 자격이 없어
촐랑대고 감정 기복도 심하고
나대기도 잘해
자아비판도 잘하네
(민재) 과연 내가 너한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전제가 틀렸어
남을 위해 일한다는 것보다
자신을 위해 일하는 걸 더 믿어, 난
(민재) 나도 다 알아
사람들이 말해, 다 안다고
아는데 안 하는 건 모르는 것보다 더 나빠 [차분한 음악]
(혜준) 처음부터 이 일이 이 대표랑 연관 있는 거 알았으면 말렸을 거야
하, 쯧, 비즈니스를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했어
(민재) 따지고 보면 영화도 내가 따 온 게 아니잖아
내가 한 일 없어
이번 일로 누나가 배운 게 있으면 됐어
세상에는 공짜 없으니까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근데 너 대단하다
(민재) 왜 이렇게 차분해?
이런 일 많이 당해 봤으니까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알아
내가 누나한테 화나는 건…
(민재) 이렇게 반성하는데 화나?
일은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어
하지만 문제를 회피하는 건 싫어
(혜준) [테이블을 탁탁 치며] 연락 불통의 매니저는 최악이야
너 지금 나 혼내는 거야?
자르라는 말을 어떻게 해?
그건 마지막에 하는 거잖아
농담이야
누나가 이 일을 가볍게 생각한 건 아니고?
누나
나한테는 시간이 별로 없어
어떤 때는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
(이영) 하, 아무리 읽어 봐도 매력이 없어
왜 우리 해효한테 이런 대본만 들어오는 거야?
(매니저1) 이거 윤지호 감독님 거예요
다들 못 들어가서 난리인데
[대본을 툭 치며] 그 감독 벌써 두 번째 망했어 작가도 신인이고
뭘 믿고 들어가라는 거야?
해효가 아직 뭘 고를 급은 아니어서
(이영) 그래서?
세 번째도 아니고 네 번째 역할?
하, 대체 회사는 뭘 하는 거니?
대형 기획사로 들어왔더니 해 주는 게 없어
최세훈 감독 영화도 내가 잡아 왔잖아
뭘 하는 게 있다고 50%씩 가져가?
아휴, 이번 작품 제대로 들여보내 주지 않으면
다음 계약은 없어
(해효) 가자
야, 두 분 투 숏 좋으시네
형은 엄마 회사 직원 같아
[매니저1의 어색한 웃음]
[헛웃음]
[힘주는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아, 피곤해
(이영) 이건 누가 매니저인지 모르겠네
혜준이는 이번 영화 끝나면 다른 거 들어가?
[힘주는 숨소리]
저, 미니시리즈 들어간대요
(이영) 음, 잘됐다, 어떤 작품이야?
제목이 '잡아라'래요
에?
- (이영) 이거? - (애숙) 어?
(애숙) 해효도 이 드라마 들어가요?
생각 중이야
어, 근데 혜준이 얘기는 못 들었는데?
- 확실해? - (애숙) 확실하죠
주인공도 확실하게 안 정해졌다는데 혜준이를 먼저 정했다고?
조연 먼저 정하고 주인공 정할 수도 있죠
음, 그런 경우 별로 없어
대본 리딩 하고 잘리는 경우도 있고
(애숙) 잘린다는 얘기야, 뭐야?
[통화 연결음]
(이영) 어, 뭐 하나만 물어보자
'잡아라'에 혜준이 캐스팅됐어?
어어
어, 알았어
[휴대전화 조작음]
뭐래요?
금시초문이래
아, 근데 왜 됐다고 했지?
됐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겠지
(이영) 아유, 혜준이 알면 상심이 크겠다
애한테 알은척하지 마 걔가 먼저 알고 얘기할 때까지
[잔잔한 음악]
[영상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혜준이 키보드를 달칵 누른다]
[힘주는 신음]
[컵을 탁 내려놓는다]
[달그락거린다]
씁, 아, 이것도 일이라고 힘드네
가만있자
이, 좁은데 나가서 해야겠다
(민기) 음, 자, 그럼
어깨 내리고 가슴 펴고
간다
[문이 달칵 닫힌다] [당황한 신음]
어, 늦었어요, 아버님, 시장하시죠?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애숙) 좀만 기다리세요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안도하는 한숨]
[헛기침]
[문이 끼익 여닫힌다]
할아버지
(경준) 뭐 하세요?
어? 아니야, 아무것도
(민기) 일찍 들어왔다?
저 제시간에 들어왔는데요?
그러냐? 어, 그렇구나, 어
[민기의 힘겨운 신음]
[어두운 음악]
(경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엄마, 엄마! [문이 스르륵 열린다]
[놀라며] 아버님!
- (경준) 할아버지! - (애숙) 아버님!
- (경준) 아, 저, 119, 할아버지! - (애숙) 아버님!
[심전도계 비프음]
[경준의 한숨]
(애숙) 아버님 입원하실 수도 있으니까 준비 좀 해 와
[중얼거린다]
[힘주는 신음]
[중얼거린다]
[힘주는 신음]
옷은 됐고
씁, 잠시만, 심박동기 카드 필요한가?
"회원증"
(영남) 뭐야, 이게?
[한숨]
하, 진짜
[병원이 분주하다] [심전도계 비프음]
[경준의 한숨]
할아버지, 눈 뜬 거 봤어요
봤냐?
(애숙) 하, 괜찮으세요, 아버님?
(민기) 어어
쓰러지셨는데 괜찮을 리가 없죠
(의사) 이제 깨셨네요?
(애숙) 방금 일어나셨어요
(의사) 이거 다 맞고 댁으로 가셔도 됩니다
(애숙) 왜 그러신 거예요?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죠?
심장에 문제 있으면 이 정도로 안 끝나요
과로나 스트레스 같아요
과로요? [경준의 의아한 신음]
[민기의 멋쩍은 신음]
[생각하는 신음]
(혜준) 아빠가 왜 거기서 나와?
(영남) 이게 뭐냐?
할아버지 모델 학원 끊어 드렸어
말려도 시원찮은데 네가 끊어 드렸어?
너 아빠 말 뭘로 들어?
(영남) 뭘로 듣냐!
(혜준) 할아버지가 일거리 원하셨어 아빠한테 도움 되고 싶다고
그래서 내가 일 찾아 드린 거야
일을 찾아도 꼭 자기같이 현실성 없는 것만 찾아왔어
네가 그러니까 아빠가 걱정을 안 할 수 없는 거야!
[헛웃음]
나 대학 형 때문에 포기했어
(혜준) 우리 둘 다 대학 등록금 내야 되니까
우리 둘 중 하나는 그만둬야 된다고 생각했어
엄마 아빠 힘드니까
누가 너더러 그런 걱정 하래?
형은 공부 잘하니까 그게 나라고 생각했어!
어차피 난 학력이 필요한 일이 아니니까
이래도 현실성이 없어?
왜 내 희생은 아빠 눈에는 안 보여?
(영남) 지금 생색내는 거야?
학교 자기가 관두고 싶어서 관뒀으면서 누구 핑계를 대?
네가 그런 소가지니까 안 되는 거야
할아버지 똑 빼닮아 갖고!
할아버지 닮으면 어때서 그래?
아빠 닮는 거보다는 훨씬 나아!
이놈의 새끼가 진짜!
[혜준의 떨리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때렸어?
[못마땅한 신음]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혜준이 흐느낀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 정하야
(정하) 감기 걸렸어?
아니
(정하) 목소리가 감기 걸린 거 같아
아니라니까 다행이다
나 놀고 싶어
나랑 같이 놀면 안 돼?
돼
(정하) 여기 되게 좋다
좋은 데 많이 아시네요?
(혜준) 우울할 때 오는 곳 중 하나야
(정하) 우울했어?
(혜준) 어
근데 너 만나면 우울하지 않아
(정하) 그럼 내가 우울증 약이라는 거네?
약값 주세요
진짜 줘?
(혜준) 어
[웃으며] 와, 신난다, 근데 왜 이렇게 많이 줘?
(혜준) 거스름돈 줘
떼먹을래
[잔잔한 음악] (정하) 공짜로 돈 받았다!
(혜준) 야
(정하) [웃으며] 엄마야
깜짝이야
(혜준) 아니야, 너 가져
- (정하) 진짜? - (혜준) 응
(정하) 오케이
아, 여기 진짜 좋다
[정하의 웃음]
(정하) 피아노 있다
우리 때는 엄마들 성화에 피아노 학원 필수 코스 아니었니?
(혜준) 아니
[정하가 건반을 두드린다]
너도 칠 줄 아네?
[피식 웃는다]
(혜준) 난 혼자 배웠어
뭐든 학원 안 다니고 혼자 파는 스타일이야
(정하) 지금 천재라는 거야?
가난하다는 거야
(혜준) 이거 할 줄 알아?
[발랄한 피아노 연주]
[정하의 탄성]
[정하와 혜준의 웃음]
(혜준) 여자를 사랑하면 마법이 일어난다
멋있어
(혜준) 여자에게는 이름이 있다
안정하
[잔잔한 피아노 연주]
♪ 캄캄한 우주 속에서 ♪
(혜준) ♪ 빛나는 별들을 찾아서 ♪
♪ 눈을 깜빡이는 ♪
♪ 넌 아주 아름답단다 ♪
♪ 수많은 망설임 ♪
♪ 끝에 내딛은 걸음에 ♪
♪ 잡아 준 두 손을 ♪
♪ 기억할게요 ♪
[부드러운 음악]
(혜준) 지금 이 순간 [카메라 셔터음]
네가 있어서 감사해
(태수) 안녕하세요, 어머니!
(해효) 야
놀라지 말고
(경준) 나 그냥 홀가분하게 혼자 살고 싶었어
장남 의무 같은 거, 그거 던져 버리고
형이 장남으로 집안에 한 게 뭐 있다고 의무야?
- (경준) 엄마! - (애숙) 시끄러워!
(정하) 숍에서 내 평판이 어떤데?
나도 이제 봐주지 않아
(민재) 모델 출신 배우를 찾는대
(혜준)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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