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7
[흥미로운 음악]
양을 잘 맞춰야 돼
(정하) 적지도 많지도 않게
(수빈) 하, '적지도 많지도 않게'가 뭐야? 어려워
연습 많이 하다 보면 알게 돼
이제 눈 움직여 봐
오, 오, 편해
(수빈) 점막 안쪽까지 안 붙여서 시리지도 않아
너도 이렇게 하란 말이야
(수빈) 알겠단 말이야
[수빈의 웃음] (진주) 아주 깨가 쏟아지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계속 그래라?
이 팀에 들어온 게 누구 덕이야?
자꾸 시시덕거리다가 눈에 띄면
수빈 씨도 제2의 안정하로 낙인찍히는 거야
우리 숍에서 안정하 씨 이미지 어떤지 알지?
제 이미지가 어떤데요?
(진주) 눈치 진짜 없다
자기 자신밖에 관심 없나 봐
남의 고객 뺏을 때는 이미지 개판 나는 것도 각오했어야지
원장님이 부르셔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원장) 음…
생각보다 예약 고객이 많이 없네?
얼마 안 됐으니까
(정하) 열심히 하고 있어요
(원장) '열심' 하면 안정하지
근데 스태프는 숍의 유지와 번창을 위한 책임감이 필요해
책임감은 실적이랑 연결되고
스태프 달기에는 형평성에 어긋나지만
그에 따른 반발은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어
좀 더 분발해 주세요
네
아, 김이영 교수님은 VVIP야
(원장) 특별히 더 신경 써 줘
어, 김이영 교수님은 제 고객이 아닌…
(진주) 원장님, 김 교수님 오셨습니다
[원장의 웃음]
(이영) 아유, 물 달라니까 왜 원장님까지 찾아?
(원장) 오셨는데 저 안 보고 가시면 제가 섭섭하죠
물 말고 차 드릴까요?
(이영) 아니, 물, 찬물 말고
[원장의 옅은 웃음]
(원장) 진주 쌤, 물 갖다드려
정하 씨는 김 교수님 담당이니까 같이 담소 좀 나누게
[이영이 피식 웃는다]
직원들하고 소통이 잘 안되나 봐요?
(이영) 나 다시 진주 쌤한테 갔어요
(원장) [당황해서 웃으며] 소통 잘되는데
이번에는 버퍼링이 생겼네요?
(이영) 구관이 명관이란 말 있잖아
아이, 그렇다고 정하 씨가 못한다는 얘기는 아니고
진주 쌤이 편하다는 얘기야 [옅은 웃음]
(원장) 편하다는 건 엄청 큰 장점이죠
(진주) 감사합니다
물 가져다드릴게요
(정하) 어?
- 정하! - (정하) 머리하러 오셨어요?
(민재) [한숨 쉬며] 아니, 기분 전환하러 왔어
너 아티스트 속 썩이는 매니저 봤니?
[피식 웃는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민재) 머리로 생난리를 쳐도 기분은 거지 같은데
왜 식욕은 부자니!
스트레스 쌓이면 그럴 수 있어요
[민재의 한숨]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 자신을 위해 살아 본 적 없어
엄마, 동생들 위해 살다가 이제 풀려났는데
자유 누려 본 적이 없어서 하루에도 수천 번씩 겁나
겁나는 거 안 들키려고 나대
[민재의 옅은 웃음]
언니 봤을 때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정하) 생동감이 되게 좋았어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미?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낄 거예요
'특별한 사람이구나, 친해지고 싶다'
(민재) 음, 너 말 예쁘게 한다
그래서 혜준이가 좋아하나 보다, 응
아니에요
너희 둘이 사귀잖아
(민재) 혜준이가 말했어
걔가 사랑하잖아? 그럼 우주 끝까지 사랑한다
언니
그거 별로 기분 좋은 말 아니에요
왜?
아, 딴 여자도 그렇게 사랑했다는 거잖아요
으응, 너도 되게 좋아하는구나?
(민재) 질투하는 거 보니까
질투 아니고 팩트예요
(민재) 우주 끝까지 사랑했는데 헤어졌어
0.01g의 미련 없이 완전 끝!
완전 끝난 남자
매력적이지 않아?
매력적이에요
(민재) 뭐는 안 매력적이겠니?
[함께 웃는다]
혜준이
위로 좀 해 줘
미안해
사고는 내가 쳤지만
마무리는 네가 좀 해 주면 안 되겠니?
안 돼요
[못마땅한 신음] [정하의 웃음]
(정하) 제가 위로한다고 위로가 되겠어요?
[한숨]
[잔잔한 음악]
'나도 너한테 선물이 되고 싶다'
[당황한 신음]
후, 느끼해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헛기침]
[통화 연결음]
(혜준) [잠긴 목소리로] 어, 정하야
(정하) 운다
감기 걸렸어?
아니
목소리가 감기 걸린 거 같아
아니라니까 다행이다
[아련한 음악]
(정하) 하, 대답이 없다
계속 우는 건가?
나 놀고 싶어
같이 놀면 안 돼?
(혜준) 돼
(정하) 마음으로 우는 눈물을 나도 안다
[승조의 탄성]
(승조) 진짜 잘한다
이게 뭐가 잘한 거야?
기본이 제일 어려운 거야 넌 그걸 한 번에 했잖아
재능 있어, 아빠 닮았잖아
[어린 정하와 승조의 웃음]
(성란) '아빠 닮았잖아'?
뭔 꼴값이야
아빠 닮아 뭐 하게?
애 앞이야, 말조심하자
(승조) 정하야, 나가 있어
아빠 엄마랑 얘기 좀 하게
[어린 정하가 연필을 탁 내려놓는다]
(성란) 나가지 마
애도 알아야지, 현실이 뭔지
애하고 놀아 주면 아빠 노릇 다 하는 거야?
생활비도 못 벌어 오면서?
[한숨]
미안해
(성란) 미안하다고 할 시간에 나가서 돈 벌어
왜 막노동 안 하는 거야?
뭐라도 해야 되잖아
내가 왜 허드렛일하면서 무시당해야 돼?
(승조) 인력 시장 나가도 난 잘 안 뽑아 줘
[헛웃음]
사람들이 아는 거지
네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나약한 인간인지
[한숨]
(성란) 가자
(승조) 어, 엄마 따라가
아빠 괜찮아
(성란) 가자니까
하, 너도 아빠처럼 엄마 속 썩일 거야?
엄마 죽는 꼴 볼래?
(승조) 야, 너무하잖아!
애한테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성란) 이게 우리 정하가 직면한 현실이야
아빠란 사람이 무능해서 엄마가 미쳐 가는 거
세상은 혼자 똑바로 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예방 주사 맞히는 거야
우리처럼 살면 안 되잖아
[새가 지저귄다]
(성란) 아빠 없어, 뒤돌아보지 마
하, 우리 지켜 줄 사람 우리밖에 없어
(정하) 아홉 살짜리한테 현실을 가르치는 엄마
스케치할 때 연필 잡는 법을 가르쳐 준 아빠
- (어린 정하) 이렇게? - (승조) 응
(정하) 두 사람 모두 사랑했다 [승조가 말한다]
[함께 웃는다]
사랑은
처음부터 나한테는 슬픔이었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다가오는 엔진음]
(정하) 자
[정하와 혜준의 웃음]
[정하가 부스럭거린다]
자
[정하가 뚜껑을 달그락 돌린다] 왜 이렇게 잘해 줘?
내 남자 친구니까
[잔잔한 음악] 더 잘해라
[정하가 피식 웃는다]
(정하) 짠
그래서 준비했어
[서랍을 탁 닫으며] 나중에 읽어 봐
(혜준) 넌 읽었어?
'지금 하는 일에 완전히 몰두할 때'
'넌 산만하지 않고 행복하다'
지금 하는 일 잘하고 있어?
운전 잘하고 있잖아
그럼 행복해야 돼
행복해?
아직
(혜준) 넌 지금 하는 일 잘하고 있어?
말 잘하고 있잖아
[정하가 피식 웃는다] (혜준) 그래서 행복해?
(정하) 응, 행복해
(혜준) 나도
(정하) 남자를 사랑하면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진다
남자에게는 이름이 있다
사혜준
[발랄한 피아노 연주]
멋있어
[잔잔한 피아노 연주]
♪ 캄캄한 우주 속에서 ♪
(혜준) ♪ 빛나는 별들을 찾아서 ♪
♪ 눈을 깜빡이는 ♪
♪ 넌 아주 아름답단다 ♪
♪ 수많은 망설임 ♪
♪ 끝에 내딛은 걸음에 ♪
♪ 잡아 준 두 손을 ♪
♪ 기억할게요 ♪
[부드러운 음악]
[경준이 말한다]
[경준의 당황한 신음]
(민기) 아, 괜찮아, 나 혼자 걸을 수 있어
[경준의 미심쩍은 신음]
[차 문이 탁 닫힌다] (경준) 할아버지 요즘 뭐 하고 다니세요?
아, 할아버지 도와드리려는 거예요
아빠가 황당해했어요 과로로 쓰러졌다니까
(민기) 됐어, 됐어
도와드리려는 건데
[멋쩍은 숨소리]
[한숨]
[숨을 카 내뱉는다] [잔을 탁 내려놓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스르륵 열린다]
(애숙) 아휴, 이게 다 뭐야? 치우지, 좀
[애숙의 힘주는 신음]
응?
아버님이잖아?
(경준) 그러게, 할아버지네? [민기의 당황한 신음]
- 이거네 - (애숙) 뭐가?
(경준) 할아버지 모델 학원 다니시네
와, 이렇게 찍으니까 할아버지 진짜 모델 같네?
(민기) 야, 그렇냐?
좋아?
(애숙) 어유, 술 냄새
[문이 달칵 여닫힌다] [경준의 웃음]
(경준) 아이, 근데 재킷 예쁘네
[민기의 다급한 숨소리]
아버지
아버지 나 골탕 먹이려고 태어났어?
자식 골탕 먹이려고 태어나는 부모가 어디 있냐?
(영남) 내가 말했지?
한 번 더 사고 치면 안 본다고
너한테 당당한 아빠 노릇…
무슨 아빠야, 아버지지!
애들도 너한테 아빠라고 하잖아
(민기) 나도 너처럼 아빠 소리 듣고 싶어
아버지보다도 친해 보이잖아
(영남) 우리가 어떻게 친해져?
[민기의 깊은 한숨]
(민기) 하루에도 골백번 후회해
내가 옛날에 잘했으면 우리 식구들 지금보다 잘 살았을 텐데
옛날로 다시 돌아가서 다르게 살고 싶은데 안 되잖아
[영남의 한숨] 인생은 그냥 처음부터 잘 살아야 되는 건데
아빠가 그걸 몰라 갖고…
- '아빠' 하지 말라고! - (민기) 영남아
아버지 마지막에는 너한테 좋은 아버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아버지 되려고 노력했다는 건 인정받고 싶어
내 인정이 왜 필요한데?
평생 아버지 마음대로 살았으면서
마음대로 사는 인생이 어디 있냐? 나쁜 놈의 새끼야
그건 좀 억울해!
[못마땅한 신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문이 스르륵 열린다]
(애숙) 아버님 진짜 모델 학원 다니시는 거야?
하, 혜준이 연락 좀 해 봐
혜준이 안 들어왔어?
[입소리를 쩝 낸다]
아, 성질나서 한 대 쳤더니…
한 대 쳐? 애 때렸어?
(영남) 아, 끝까지 잘했다잖아
아버지 모델 학원 걔가 보내 줬더라고
아, 아파!
애한테 왜 손을 대?
아, 난 뭐, 때리고 기분 좋았겠냐?
그래서 술 마신 거야? 자기 힘든 거 덜어 보려고? [영남의 한숨]
애가 어디서 떠돌고 있는지 궁금은 해?
아, 다 큰 자식이 뭘 떠돌아? 떠돌긴
[떨리는 숨소리]
[울먹이며] 드라마 캐스팅 결국 안 됐대
참…
무슨 놈의 캐스팅이 되면 된 거지 됐다 그랬다 안 되고
아, 그런 일을 왜 해?
진짜 비교 안 하려 해도 비교 안 할 수가 없어
[잔잔한 음악] 우리 혜준이가 해효네 집에서 태어났으면
벌써 스타 됐을 거야
부모 잘못 만나 갖고
아이,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어
나가!
가서 혜준이 찾아와
[풀벌레 울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영남의 한숨]
(경준) 아빠
내가 있잖아
[옅은 웃음]
아, 혜준이 걔가 순둥순둥해서 다 넘어가는 거 같아도
어떤 건 되게 까탈스럽게 굴어
(영남) 아, 제깟 놈이 까탈스러워 봤자야
아이, 내가 중학교 때 걔한테 손 한 번 댔다가 지금 깨갱 하잖아
아주 지랄발광이야, 잊지도 않아, 쯧
[경준의 한숨] (영남) 나도 못 잊을 거 같아
아휴, 우리 아빠 이렇게 마음 약해서 어쩌냐?
나 나가면 어떻게 살래?
너 나가면 보고 싶어서 어떻게 사냐?
놀러 오면 되지
(경준) 아, 근데 이 새끼 왜 안 들어와?
내일 이삿짐 날라야 되는데, 씨, 쯧
[함께 한숨 쉰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혜준) ♪ 솔미미 ♪
(정하) ♪ 파레레 ♪
(혜준) ♪ 도레미파 ♪
♪ 솔솔솔 ♪
하, 힘들어
다음 거 되게 쉬워
- (혜준) ♪ 레레레레 레미파 ♪ - (정하) ♪ 봄바람에 꽃잎도 ♪
- (혜준) ♪ 미미미미 미파솔 ♪ - (정하) ♪ 방긋방긋 웃으며 ♪
- (혜준) ♪ 솔미미 파레레 ♪ - (정하) ♪ 참새도 짹짹짹 ♪
- (혜준) ♪ 도미솔솔 미미미 ♪ - (정하) ♪ 노래하며 춤춘다 ♪
[발랄한 음악]
(혜준) 피니시
아주 끝을 본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죠
치, 잘난 척은
척이 아니라 잘난 거지
인정, 넌 멋있어
[혜준이 피식 웃는다]
왜?
위로가 된다
[웃음]
가자, 치타
(혜준) 치타?
(정하) 어, 치타 [정하와 혜준의 웃음]
[정하와 혜준이 대화한다]
[정하의 웃음]
[혜준이 잠금장치를 철커덕거린다]
[혜준의 다급한 신음]
[멋쩍은 웃음]
아기니?
(정하) 아기다
미안
[정하의 웃음]
[혜준이 피식 웃는다]
고마워
뭐?
뭘?
나 지금 하고 싶은 거 있는데 허락이 필요해
허락할게
(정하) 생각해 봤는데
언제든 해도 돼
나도 그래도 돼?
[부드러운 음악]
넌 뭐든 돼
(이영) 카트로 이동하자니까
너무 많이 걷잖아
(태경) 라운드 나온 지 오래됐잖아
걸으면서 당신 좋아하는 대화도 하고 좋잖아
(이영) 내가 하고 싶은 걸 해 줘야지 기분도 좋고 대화도 되지
당신은 맨날 당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잖아
(태수) 잠깐, 스톱, 스톱, 스톱 [이영이 말한다]
잠깐만 세워 주세요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태경) 아는 사람이야?
(태수) 아는 분들이라
[웃음]
안녕하세요, 어머니!
[어두운 음악]
(이영) 양아치구나?
어머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심하게 하세요?
(이영) [헛웃음 치며] 어머니가 뭐야?
호칭 하나 제대로 선택 못 하는 사람이
무슨 매니지먼트를 한다 그래요?
들을 말도 없고 듣고 싶지도 않아요
돈 몇 푼 갖고 정말 사람 이렇게 인격 모독해도 되는 겁니까?
(이영) 돈에 몇 푼은 없어요
이렇게 돈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까 계속 망하는 거예요
우리 해효랑 계약서 정리하고 우리 다시 만나지 말아요
그럼 불이익까지는 안 줄게요
변호사님, 진행하시죠
(태수) 다시는 못 뵐 줄 알았는데
여기서 뵙네요
아, 원더풀 데이입니다
(이영) 뭐야, 얘? 해 보겠다는 거야?
안녕하세요
(태수) 제가 마지막으로 어머니 뵀을…
아, '어머니'는 부적절한 호칭이죠?
이사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태경) 에이준 엔터테인먼트면 엔터 회사 중의 톱이죠?
(태수) 씁, 뭐, 톱까지는 아니고
톱 파이브 안에 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긴 하지만
거의 제가 뭐, 실무적인 일들은 다 결정을 내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태경) 예
[태경의 웃음] (이영) 에이준 이사?
허, 양아치 밥 먹는 소리 하고 있네
(태수) 도하야!
뭐 하니? 와서 인사해야지
형하고 예전에 알던 분이셔!
빨리 와
(도하) 안녕하세요
(태경) 아이고, 거, 제가 연예인들 잘 모르는데 박도하 씨는 압니다
(도하) 감사합니다 [도하의 웃음]
(태수) 해효 알지? 해효 부모님이셔
아!
(도하) 얼마 전에 영화 촬영 같이 했어요
(태수) 하, 이 새끼 센스 있네? [익살스러운 음악]
(이영) 이건 웬 미친 조합이야? [도하의 웃음]
(이영) [웃으며] 만나서 반가웠어요
우리는 약속이 있어서
(태수) 그럼, 즐골 하세요
[웃음] (도하) 들어가세요
[이영의 어색한 웃음]
(태경) 즐골이 뭐야?
(이영) 아, 싼티 나, 단어 선택하고는
(태경) '즐거운 골프'인가?
아니, '즐거운 라운드'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즐라' 아니야, 그럼?
(이영) 아유, 당신은 이상한 데 꽂혀 갖고
먼저 가요, 전화 좀 하고 갈게
(태경) 어, 그래
[골프공이 딱 부딪는다] (캐디) 굿 샷
[태수의 탄성]
(도하) 아이씨, 미친 새끼들 진짜, 쯧
맨날 자살하래
(태수) 하, 팬들이 또 악플 모아서 보냈어?
신경 쓰지 마
형 공감 지수 엄청 낮네!
(도하) 하, 쯧
(태수) 나는 매니저잖아
문제 해결을 해 줘야지
공감한답시고 질질 짜고 있으면 해결 누가 해?
이게 다 네가 착한 척해서 그래
[손뼉을 짝 치며] 악플러를 잡았으면 끝까지 조져야지 왜, 왜 선처를 해 주냐고
악플 다는 새끼들 대표적인 핑계 있지?
뭐, 뭐, '마음에 병이 들어서' '환경이 불우해서요'
뭐, '제가 스트레스 때문에 죄송합니다', 아
이거 다 개소리야
아픈 게 아니라 나쁜 거야 나쁜 새끼들이야
너는 형 말만 들으면 돼
[도하가 입소리를 쩝 낸다]
[도하의 한숨]
(도하) 형은 있잖아
어떤 때는 좋은데
어떤 때는 정말 되게 거슬려!
[흥미로운 음악]
말이 많아, 형
형은 내 시다바리다, 어?
선은 넘지 말자
(태수) 아, 이 새끼, 공감해 달래서 공감해 줬더니 지랄이야
이번 주에 공지 띄우고 고소하려고 했어
(태수) 다음 주에 언론 쪽 쫙 돌고
자, 지금은 라운딩 하시죠, 박 배우님
[헛기침]
(태수) 이 싸가지 없는 새끼
[휘파람을 분다]
[전화벨이 울린다]
어, 엄마
(이영) 너 이태수 대표 근황 알아?
(해효) 에이준 이사 됐대
그냥 이사 아니고 지분도 있대
[헛웃음 치며] 맞네, 허
(이영) 세상에 인과응보는 없다
왜?
골프장에서 만났어
윤지호 감독 미니 대본 읽었어?
어, 재미있던데?
그게 재밌어?
어, 난 괜찮았어
주연은 누구야?
[한숨 쉬며] 아직 확정은 아닌데 박도하하고 제시카
너 박도하랑 친해?
음, 친하지는 않은데 잘 지내
(해효) 걔가 좀 오버할 때가 있긴 한데 단순해서 좋아
그 드라마 하고 싶어?
하면 좋지
왜?
알았어
[통화 종료음]
[한숨]
[휴대전화를 달그락 집는다]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메시지 수신음]
(정하)
'쫌 이따'?
안내 메시지도 맞춤법 틀리네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맞춤법 틀리는 애들 싫어해, 난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사레들린 기침]
네, 사 스타…
아니, 사 배우님
(혜준) 30분 내로 우리 동네 카페로 와
(민재) 어, 지금 나 밥 먹는 중인데?
(혜준) 그래서 안 돼?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아니요, 그럴 리가요
(민재) 됩니다, 돼요
(혜준) 응, 빨리 와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민재의 만족스러운 신음] (혜준) 음, 아주 맛있게 드시네요?
[어색한 웃음]
맛있잖아요
(민재) 생과육이 탱글탱글
이 살아 있는 식감
비주얼 죽이지 않습니까? [웃음]
죽인다
너 진짜 왜 그래?
(민재) 너 이러는 거 아티스트 갑질이다
누나가 내 매니저긴 해? 생각해 본다며
생각해 본다는 건 잡아 달라는 거였지
(민재) 내가 매니저가 처음이잖아
넌 경험이 많지만 난 처음이야
처음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되지 않니?
(혜준) 인센티브는 잘하면 주는 거야
(민재) 지금 잘할 거야 봐, 내가 얼마나 잘했나
송재수 캐스팅 디렉터 알지?
알아
모델 출신 배우를 찾는대
[경쾌한 음악] (민재) 연기는 안 보고 무조건 잘생
비주얼 담당이래
내가 그동안 널 얼굴 천재를 만들어 놨잖아
얼굴 천재는 우리 엄마 아빠가 만들었지
이제 그만 넘어가자, 깐죽깐죽
- 오디션 봐야 돼? - (민재) 인터뷰는 해야지
날짜 잡아, 그럼
(민재) 잡았어, 내일 3시
[민재의 웃음]
어제랑 완전 달라 보인다?
마법이라도 걸렸나?
어디 가?
나 형 이사 가는 거 도와줘야 돼
[탄성]
[숨을 씁 들이켠다]
오케이
[힘주는 숨소리]
쯧, 잘 있어라, 그동안…
뭐, 그냥 그랬다
다시는 같이 살지 말자 [문이 달칵 열린다]
(영남) 짐이 이거야? 책상 안 갖고 가도 돼?
(경준) 식탁 있어
거, 다 빌트인이라니까
아, 그렇게 좋냐?
(애숙) 혜준이 밖에서 기다려, 빨리 나가
(영남) 아, 이 자식, 들어와서 이거 트렁크 좀 같이 밀지, 이거, 씨
당신이 잘 드네
(애숙) 아직 기운도 펄펄하면서 왜 애를 시켜?
(경준) 아유, 추워
찬바람이 쌩쌩 부네, 아주
(영남) 너 없으면 난 외톨이야
[경준이 피식 웃는다]
(경준) ♪ 외톨이야, 외톨이야 ♪
♪ Daridiridara du ♪
하, 세상 믿을 놈 하나도 없구나, 진짜
(경준) 할아버지, 엄마, 아빠
- (민기) 밥 잘 챙겨 먹어 - (경준) 알겠습니다!
[민기와 경준의 웃음] (애숙) 신나서 지붕 뚫고 올라가겠다
(영남) 아, 애가 나가는데 왜 이렇게 분위기가 훈훈해?
(애숙) 당신이 이상한 거야 얘 스물여덟 살이야
성인이 독립하는데 기뻐해야지
아, 왜 자꾸 나한테 뭐라 그래?
(민기) 어, 내가 보기에 그, 뭐라 그러는 건 아니고
상황을 얘기해 주는 거야
어미가 원래부터 판단력이 뛰어나잖아
어련하시겠어요
(혜준) 다녀오겠습니다
[민기가 호응한다]
- (애숙) 운전 조심하고 - (혜준) 네
[혜준이 말한다]
[자동차 시동음]
[애숙의 한숨]
(정하) 어, 오늘 컵이 많이 나온다 이건 내가 할게
아, 내가 할게
(수빈) 해효 오빠 촬영장 갔다가 집으로 바로 퇴근하면 되겠다
[옅은 웃음]
[쓱쓱 비누칠한다]
[정하가 머뭇거린다]
[컵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 (정하) 수빈아 - (수빈) 응?
(정하) 숍에서 내 평판이 어떤데?
[수빈의 한숨]
아…
솔직하게 말해 줘
나만 바보 되는 거 기분 별로야
[한숨 쉬며] 그냥 언니를 좀 오해해
(수빈) 암만 말해 줘도 내 얘기는 안 들리나 봐, 아휴, 쯧
(정하) 제대로 된 워딩이 알고 싶어 그래야 대책을 세우지
말 전달하는 사람 별로잖아
진주 쌤 고객 중에 남자 손님만 뺏어 가는 킬러래
[헛웃음] [수빈의 기가 찬 숨소리]
[잔잔한 음악]
[정하의 한숨]
기분 나쁘지?
(정하) 응 [수빈의 한숨]
그래도 일은 해야지
- 저건 네가 치워 줘 - (수빈) 알겠어
(수빈) 언니!
파이팅! [정하가 피식 웃는다]
파이팅
(해효) 기분 나쁜 일 있었어?
(정하) 아니
일상적인 일이라 여길래
인생은 원래 꽃길이 아니라 공사판이니까
그러니까 네 말은 일상이 공사판이니까
결국 지금 힘들다 이거지?
[피식 웃는다]
왜 네가 직접 운전해서 촬영장 가?
그냥, 좀 조용히 가고 싶어서
알았어, 입 다물고 있을게
[피식 웃는다]
혜준이 잘 지내냐?
(해효) 아, 내가 왜 혜준이 안부를 너한테 묻냐?
씁, 내가 잘 알 거 같으니까?
[정하의 웃음]
공사판에서 웃게 하는 거 보니까 우리 혜준이 능력 있네
능력 있지
[정하의 옅은 웃음]
[해효가 피식 웃는다]
[기어 조작음]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경준의 힘주는 신음]
(경준) 야, 새 건물이라 깨끗하고 좋지?
(혜준) 어
(경준) 놀러 와, 자주는 말고
야, 안은 더 좋아
씁, 자
[도어 록 오류음] 어?
왜 이러지?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어어?
[경준의 의아한 숨소리]
왜 이러지, 잘못 알았나?
[경준이 중얼거린다] 이 집 맞아?
(경준) 아, 내가 집도 못 찾겠냐? 씨, 쯧
[도어 록 조작음] (혜준) 아, 왜 성질이야, 근데 왜 안 열려?
[도어 록 오류음] (경준) 아이, 여기 502호 맞잖아
그러니까… 어, 잠깐만 [경준이 문을 덜그럭거린다]
[도어 록 작동음] 어, 어, 뭐야?
지금 남의 집 문 앞에서 뭐 하는 겁니까?
댁이야말로 남의 집에서 뭐 하는 겁니까?
(경준) 옷은 또 이게 뭡니까? 완전 자기 집이네!
자기 집이니까요!
[흥미로운 음악] (남자) 오늘 다섯 번째입니다
자기 집이라고 문 열려고 한 사람들이
내가 짜증이 납니까, 안 납니까?
(혜준) 아, 우리가 선생님이 이 집 주인이라는 걸 어떻게 믿습니까?
- (경준) 너 말 잘했다 - (남자) 사기당하셨어요
(남자) 빨리 가서 신고나 하세요
(혜준) 중개사랑 통화해 봐
(경준) 어
[남자의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헛웃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응? 어유, 뭐지?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거신 번호는…
(경준) 어, 왜 없는 번호지?
[휴대전화 조작음]
[경준의 난감한 신음]
아니, 하 [휴대전화 조작음]
- 죄송합니다 - (경준) 야
(경준) 야, 아니야
야, 이거 아니야!
(남자) 아이, 시끄러워! 가!
(혜준) 가자 [경준의 분한 숨소리]
야, 못 가
(경준) 난 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때까지
이 자리에서 절대 못 떠나!
[씩씩거린다]
사건의 반모는 밝혀진 거 같아
나머지 반모 밝히러 가자
(경준) 야! 아이…
[경준의 다급한 숨소리] (혜준) 아, 좀 조용히 해
(경준) 아이, 잠깐, 혜준아
아니
야, 여기 진짜, 어, 저기 맞는다니까!
아이, 잠깐만
(경준) 위임장, 자
인감 증명
네, 이건 등기부 등본
이거 502호 계약서고요
하, 저, 소유주 권남희
그다음에 은행 계좌 권남희
그다음에 소유주 권남희 이거 완벽해요
(형사) 아, 그러니까
완벽하게 당하셨네
502호로만 월세 계약자가 다섯 명이에요
아니, 제가 몇 번을 말씀을 드립니까?
돈 보낸 권남희가 집주인이랑 동명이인이라니까요
[낙담한 숨소리]
(혜준) 이중 계약 했다는 말씀이잖아
전세 입주자가 있는 오피스텔에 월세를 줬다고
나도 다 알아들었어
(경준) 집주인이랑 중개사랑 짜고 거짓말하는 걸 수도 있잖아요
(형사) 우선 집주인도 조사를 받을 예정이에요
일단 댁에 가셔서 기다리고 계시면은 저희가 연락을 드릴게요
계약금은 하나도 못 건지나요? [경준의 떨리는 숨소리]
뭐, 희망을 줘요?
[형사의 한숨]
[답답한 숨소리]
(경준) 하, 진짜
[경준의 한숨]
(혜준) 형, 배고파
[경준의 한숨]
밥 사 줄게
아, 내가 지금 밥 먹게 생겼냐?
[한숨]
[식당이 떠들썩하다]
[한숨]
여기 삼겹살 2인분 더 주세요
(종업원) 네, 삼겹살 두 개 추가요!
- (경준) 저기요 - (종업원) 네
계란찜도 하나 주세요
(종업원) 계란찜도 하나 있어요!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다중 채널 네트워크"
(영수) BCZTV 한국 팀 파트너 매니저 이영수입니다
안정하 님께 파트너십 제안드립니다
(감독1) 컷! 오케이
(제작진들) 수고하셨습니다!
(정하)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 인제 갈게요
해효가 데려다준다 그럴 텐데?
혼자 가고 싶어요
- 인사 전해 주세요 - (매니저) 그래
[제작진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쟤 어디 가?
혼자 가겠대
[잔잔한 음악]
(정하) 혜준이 팬이야
혜준이한테 비밀로 해 줘
(해효) 진짜 좋아졌겠다?
내가 혜준이 잘 알잖아
맞아, 더 좋아
(정하) 마음까지 뺏기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야
(정하) 진짜 안 사귀려고 결심했는데 [해효의 가쁜 숨소리]
[웃으며] 안 되더라
하, 나 잘하고 있는 거니? 원해효
(해효) 야
[해효의 가쁜 숨소리]
(정하) 어?
하, 놀라지 말고
왜?
[해효의 가쁜 숨소리]
잘 가라고
엔딩은 쳐야지
[피식 웃는다]
알았어, 엔딩 치자
[가쁜 숨소리] (정하) 너도 잘 가, 오늘 수고했어
간다
가지 마
(애숙) 별거 아니어 보이는데 힘든가 봐요
[민기의 힘겨운 신음]
아, 보이는 거랑 하는 거랑 달라
[민기의 힘겨운 숨소리] [옅은 웃음]
왜 말씀 안 하셨어요?
잘돼서 깜짝 놀라게 해 주려 그랬지
[부드러운 음악] (민기) 아비 알면
좋은 소리 못 들을 거 뻔하잖아
너도 걱정되고, 어떻게 생각할지
잘하셨어요 [웃음]
(애숙) 저도 한번 해 볼래요, 아버님
- (민기) 어, 그래 - (애숙) 쉬운 거 같은데
(민기) 자
후, 숨 내쉬고
[애숙과 민기가 숨을 후 내뱉는다]
배는 최대한 납작하게
이렇게요, 아버님? [민기가 호응한다]
[함께 웃는다]
어유, 잘 안되네
(애숙) 아, 힘들어,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영남) 오밤중에 뭐 하는 짓이야?
남이야 오밤중에 뭘 하든
(영남) 귀도 밝네
경준이 자식은 이사 갔으면 갔다고 연락 좀 하지
(민기) 아, 네가 하면 되잖아
(영남) 할 때까지 안 할 거야
집 나가는 거 엄청 좋아하더라
(애숙) 좋지, 얼마나 좋겠어?
나도 경준이 부러워
[컵을 탁 내려놓는다]
[핸드 브레이크 조작음]
[경준의 한숨]
(혜준) 내려
[한숨]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혜준) 자, 들어
뭐 해?
개새끼들
(경준) 하, 생각할수록 열받네
아, 계속 열받네
아유, 어떻게 당해도 그딴 새끼들한테 당하냐고
받아들여
빨리 받아들이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아
[떨리는 목소리로] 야, 나 못 들어가
(경준) 식구들 얼굴 어떻게 봐, 아
(혜준) 어차피 봐야 되잖아
[경준의 한숨]
[경준이 코를 훌쩍인다]
야
남들 부러워하는 취직 했어도
한 달 월급 그냥 부잣집 애들 명품 가방 하나 값이야
이 돈 모아 서울에 집을 살 수가 있냐? 부자가 될 수가 있겠냐?
(경준) 그저 그렇게 살다가 죽겠지 삶의 무게에 짓눌리면서
[잔잔한 음악] 나 그냥 홀가분하게 혼자 살고 싶었어
어? 가족 따위 잊어버리고
장남의 의무 같은 거 그거 던져 버리고
근데 이렇게 빅 엿을 먹이냐?
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형이 장남으로 집안에 한 게 뭐 있다고 의무야?
마음으로 하고 있었어, 마음으로!
(경준) 마음으로 하면 언젠가는 행동으로 나온다고!
[문이 달칵 열린다]
(영남) 아이, 누가 이렇게 남의 집 앞에서 [문이 탁 닫힌다]
시끄럽게 떠들어?
어, 야
경준이 너 뭐냐?
어떻게 된 거야? 왜 짐을 도로 갖고 왔어?
아, 대체 무슨 일이냐고
(혜준) 형한테 들어
(경준) 아, 나 이 트렁크 들기 싫어
(민기) 맛있네
[문이 스르륵 열린다]
(애숙) 응?
그거 왜 들고 들어와?
응?
너, 넌 또 뭐야?
[애숙의 당황한 신음]
아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몰라, 말을 안 해
[문이 탁 닫힌다] - 경준아! - (민기) 잠깐!
(민기) 그쪽보다
이쪽한테 물어보는 게 낫겠다
[애숙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애숙) 혜준아, 뭔지 말을 해야지 [문이 달칵 닫힌다]
너희가 이러니까 나쁜 일 당한 거 같잖아
나쁜 일 당했어
사기당했냐?
[입소리를 쩝 낸다]
(혜준) 오피스텔은 하나인데
중개업자가 세입자 여러 명한테 돈 받고 날았어
[애숙과 민기의 한숨]
정확한 건 더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대
[애숙의 한숨] 그걸 누가 얘기했어?
경찰서 갔었어
(애숙) 어쩐지 집이 너무 싸더라
(영남) 말도 안 돼
어떻게 경준이가 사기를 당해?
계약서도 꼼꼼히 안 읽고 도장 찍고 돈 넣었어?
형 잘못 없어
(민기) 거, 사기 치려고 덤벼들면 못 당해
그, 안 당해 본 사람들이
사기당하면은 사기당한 사람이 잘못해서 당한 거라고 생각한다니까?
그게 더 억울해, 사기당한 입장에서는
(영남) 아버지 전공 분야 나와서 아주 신나셨네
(애숙) 그러게 무슨 독립이야! 돈 모아 번듯하게 나가라니까
아이, 지금 그거 따져서 뭐 해?
(영남) 쟤가 지금 제정신이겠어?
이런 일 처음 당했는데 마음이 얼마나 그렇겠어?
이해심이 아주 넘치시네 딴 사람한테도 그래 봐
(혜준) 맞아
난 아빠가 나한테 사과해야 된다고 봐
[잔잔한 음악] 야
- (영남) 무, 무슨 사과? - (혜준) 때렸잖아
(민기) [헛기침하며] 나도 사과해야 된다고 봐
(영남) 아버지
(민기) 암만 부모라도 잘못한 건 사과해야지
난 너한테 맨날 사과한다?
자존심 내세우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아이, 누구 때문에 내가 애한테 손대게 됐는데?
(애숙) 하나만 얘기해요
경준이 사기 얘기 하다가 혜준이 얘기 하다가
아버님 얘기 했다가 무한 반복이야
오늘은 경준이 사기당한 게 제일 크니까 거기서 얘기 끝내요
(민기) 어미가 정리 잘했잖아
[애숙의 한숨]
[혜준이 물병을 탁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컵을 탁 내려놓는다]
(정하)
잘 자
[잔잔한 음악]
오늘 MCN에서 파트너십 제의가 왔어요
어, 제가 이 공간을 계속 혼자 만들어 갈지
다른 분들과 공동 작업을 할지
만나 보고 말씀드릴게요
'지금 하는 일에 완전히 몰두할 때'
'넌 산만하지 않고 행복하다'
(정하) 음…
단순하지 않은 마음을 붙잡고 있어요
벌써 3월이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지금까지 정하 이야기였습니다
[버튼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이영) 허, 식사할 때는 식사만 하자
얼굴 보면서 대화라는 것도 좀 하고
대화하자는 말은 잘하면서 막상 대화하면 별거 없잖아
(이영) 별거 없는 걸 말하면서 재밌는 게 대화야
[태경의 헛기침]
음식 잘하시는 도우미 좀 알아봐
나이 들수록 적게 먹는 게 건강에 좋아
(이영) 매일 외식하잖아
집에서는 소식하자고
요리 잘하잖아, 왜 안 해?
하기 싫어서?
(태경) 이러면서 무슨 대화를 하재?
(이영) 알았어, 사람 알아볼게
혜준이 어머니한테 부탁해 봐
내가 알아서 할게
[밝은 음악]
[카메라 셔터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혜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현재 속에 살며 과거에서 배우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
[휴대전화 조작음]
(혜준)
[휴대전화 진동음]
(정하)
[휴대전화 조작음] (혜준)
누나 어디 있지?
(민재) 진짜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민재) 단순히 인터뷰라 그랬잖아요
'게이트웨이'…
레지던트 역이면 우리한테 완전 좋은 기회잖아요
아니, 너무 기대하고 올까 봐 그랬죠
(재수) 안 될 수도 있어요
(민재) 안 되건 되건 오디션 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무조건 좋다고요
안녕하세요
(재수) 어, 혜준아, 아, 얼굴 너무 좋다
그러면은 10분만 있다 들어올래?
감독님한테 얘기해 놨어
(민재) [웃으며] 아유, 저기…
[문이 달칵 열린다] 아, 진짜
아이, 아! 진짜 마음에 안 들어, 송재…
[문이 달칵 닫힌다] 송재수
그러고 보니까 재수였네
이태수, 송재수
태수, 재수, 아!
[민재의 못마땅한 신음]
- (민재) 너무 안 좋아! - (혜준) 무슨 일인데?
[머뭇거린다]
'게이트웨이' 들어 봤지?
톱스타 이현수 나오는 의학 드라마
[흥미로운 음악] (민재) 네가 제안받은 역이
그 드라마 레지던트 1년 차 역이야
리딩 끝났고 다음 주에 촬영 나간대
되면 얼마나 좋니?
의학 드라마면
의학 용어도 외워야 되고 준비할 거 많잖아
(민재) 병원에서 연애하는 의학 드라마
거기다 네 역은 크게 의사로서 할 것도 없고
이현수 따라다니면서 '아, 누나, 너무 좋아요!' 하면 돼
얼마나 좋아?
이현수랑 투 숏 딱 잡히고 인지도도 올리고
[밝은 음악] 안 되겠다
아, 뭐 하는 거야?
아이, 좀, 야, 섹시하게 하자, 어?
- (민재) 이런 걸로 밀어야지, 뭐 - (혜준) 아, 이 누나 진짜 안 되겠네
(민재) 이걸로 밀어! [함께 놀란다]
(혜준) 아, 이 누나 진짜 안 되겠네
(민재) 혜준아, 하자
이번만 그렇게 하자, 한 번만, 한 번만
- 한 번만, 한 번만, 한 번만 - (혜준) 아, 안 돼, 안 돼
(민재) 아, 야, 한 번만, 한 번만
[함께 놀란다]
[잔잔한 음악]
제안 주셔서 감사해요
(영수) [웃으며] 아, 네
(정하) 그리고 궁금해요
파트너십 제안하는 유튜버 선발 기준이 있나요?
글쎄요
씁, 제 마음이죠, 뭐
[영수와 정하의 웃음]
(영수) 아, 저는 너무 노골적으로 '돈 벌겠다', 응?
아니면 그, '인지도 높이고 반드시 성공하겠다'
카, 뭐, 이런 채널은 별로
'좀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래서 안정하 씨 채널은 제 취향이에요
[영수의 웃음] 아, 감사합니다
아, 그, 계약 조건은 6 대 4예요
(정하) 음, 선발 기준에 잠깐 혹했어요
전 돈 벌고 인지도 높여 유명한 유튜버가 되겠다는 성취 욕구
본능적이라서 좋아요
계약 조건 보니까 매니저님도 본능에 충실하신 거 같은데
채널은 고전적인 걸 좋아하시나 봐요
(감독2) 알바 같은 건 좀 해 봤어요?
예, 알바 많이 해 봤습니다
(제작 PD) 뭐 뭐 해 봤는데요?
경호원 알바, 샌드위치 알바
(혜준) 고깃집에서 고기도 굽고 서빙도 하고
거긴 지금도 하고 있어요 사장님하고 친분 때문에
(제작 PD) 친해지면 의리 있는 편인가 봐요?
(혜준) 음, 그건
저랑 친한 분들한테 여쭤봐야 되지 않을까요?
(재수) 그렇지 [제작 PD의 멋쩍은 신음]
[제작진들의 웃음]
(감독2) 말 잘하네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한숨]
(진우)
아니지
(진우) 아니지, 아니지, '오빠'면 화내
[휴대전화 조작음] 해나 씨
진우 씨입니다
(교수) 갑이 X 토지 소유권을 온전히 취득하고자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얘기해 봅시다
물론 토론 점수는 성적에 반영됩니다
(해나) 갑이 을로부터 X 토지 소유권을 온전히 취득하려면
병을 퇴거시키고 가건물을 철거해야 합니다
(지아) 아직 토지 소유권 이전 등기를 경료받지 않은 갑이
병에게 방해 배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나요?
갑은 토지 소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물권적 청구권인 방해 배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쟁점은 갑이 을의 채권자로서
소유권자인 을의 방해 배제 청구권을 대위 행사 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정지아 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해나) 언니!
[해나의 웃음]
변시 준비하느라 바쁘죠?
[웃으며] 그렇지, 뭐
당근 붙을 텐데, 뭐
우리 모의재판 대회 나가는데 좀 봐 주시면 안 돼요?
(해나) 리스펙트 합니다
(지아) 아, 어, 알았어
시간, 장소 정하고
주제 뭘로 할 건지 보내 주면 포인트 집어 줄게
고마워요
씁, 넌 낯설지가 않아
[해나와 지아의 웃음]
(지아) 너 여기 웬일이니?
- (해나) 언니, 저 사람 알아요? - (진우) '저 사람'?
(진우) 저, 해나 씨
너무하십니다, 오빠가 섭섭…
아니, '오빠' 하지 말랬는데 입에 붙어 가지고
암튼
김진우 씨가 섭섭합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지아) 둘이 사귀어?
아니요!
(해나) 우리 오빠 친구예요 [기가 찬 숨소리]
너 해효 동생이야?
언니, 우리 오빠 알아요?
[당황해서 웃으며] 어
(지아) 야, 너 헤어진 여자 친구한테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거
그거 정도 나가면 스토커야
아, 스토커?
(진우) 야, 너 나를 모르냐? 뭐, 내가 그럴 사람이냐?
(지아) 범죄자들도 잡히면 다 억울하다 그래
언니!
(해나) 연락도 없이 온 건 아니에요
문자 받았어, 여러 번
[놀라며] 여러 번 받고 씹었는데 왔다는 거잖아
(지아) 그건 집착이야
갈게
오빠랑 얘기, 아니
나랑
[가슴을 탁탁 치며] 나 김진우랑 얘기할 마음 생기면은 연락해
(지아) 진우야!
반가웠어, 오랜만에 만나서
(진우) 너 나빠
(영남) 이쪽 벽면은 웨인스코팅 작업 들어가고
부엌에 따로 가벽 세워서 파티션 나눠 줄 거고
다루키 얼마나 필요해?
(장만) 한 두 단이면 될 거 같은데?
(영남) 두 단?
[여자의 옅은 웃음]
(여자) 수고들 하시네요, 예 [장만과 영남이 호응한다]
지나가다 와 봤어요 [영남의 웃음]
- (여자) 네, 이것 좀 드세요 - (장만) 아, 예, 예
우리 아들이 결혼해서 살 집인데
애들이 직장을 다녀서 와 볼 수가 없어서요
[영남의 웃음] (장만) 걱정하지 마세요, 잘해 드릴게요
[웃으며] 감사합니다
그럼 저, 수고하세요
- (영남) 아, 예 - (장만) 예, 들어가세요 [여자가 호응한다]
아들이 우리 경준이 또래 되나 보다
형, 경준이만큼 똑똑하지는 않을 거야
[장만의 웃음]
(장만) 난 진우 노후까지 내가 해 놔야 될 거 같아
야, 장만아
(영남) 우리가 이렇게 같이 늙어 간다
우리 만나면 자식 얘기밖에 안 해
너 알았냐?
- 그러네? - (영남) 참… [장만의 웃음]
아휴, 내가 능력만 있었으면
우리 경준이 사기는 안 당했을 텐데
인생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오늘 회식하자
(장만) 인생 마음대로 되는 건 없지만 회식은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
[함께 웃는다]
형수님도 부르고
나 있다 그러면 안 올걸?
형 없다 그러면 되지
(영남) 야, 잘 먹고 잘 살아라
[장만의 웃음] 이렇게 대야지
[다가오는 발걸음]
(이영) 혹시 주위에 요리 잘하는 사람 없어?
요리 잘하는 사람? 있죠
우리 집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올 사람 있을까?
아, 꼭 안 와도 반찬만 해 줘도 돼
(애숙) 글쎄요, 한번 물어는 볼게요
고마워
[휴대전화 진동음]
(경미)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경미) 오징어입을 넣고
[장만이 숨을 카 내뱉는다] 땅콩을 넣고
이렇게 싸는 거야, 오빠
이렇게 해서 이거 찍어 드세요
[장만이 숨을 카 내뱉는다]
아, 맛있다
[웃음]
당신도 안주 좀 먹어, 기껏 해 놨더니
내가 먼저 먹어서 미안하다
(경미) 아니야, 오빠 [장만의 웃음]
아침에 내가 뭐라 그랬거든
그랬더니 시위하는 거야?
(장만) 아니야
시원하니까 계속 이것만 마시게 되네?
하, 일이 고된가 보다
너희들은 잘 만났다
(영남) 투닥거리다가 화해도 잘해
우리 경준 엄마는 한번 삐지면 잘 안 풀어져
(애숙) 당신이 나 없는 데서
- (경미) 언니! - (애숙) 날 씹으니까 안 풀어지지
(장만) [웃으며] 앉으세요
(애숙) 오, 이거 뭐야?
(경미) 얼음맥주 하나 더 주세요
경준이 때문에 속상하지?
[어색한 웃음]
자기는 그게 뭐 좋은 얘기라고 해?
(애숙) 아니에요
어차피 다 알게 될 얘기인데요, 뭐
[애숙의 옅은 웃음]
오랜만에 기분 좀 내요, 우리
[경미의 웃음] (장만) 역시 형수님, 최고입니다!
(경미) 언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식들 떠나면 부부만 남는 거야
오빠한테 잘해 줘라
(영남) 이 사람이 항상 잘하지
내가 많이 모자라서 미안해
(경미) 이 오빠가 판 깔아 줬더니 점수 잘 따네
(장만) 무거워요, 형!
(영남) 그래요, 함께 갑시다!
[경미가 말한다] [장만의 신난 탄성]
(영남) 아이고
(경미) 언니네랑 노는 게 제일 재밌어
언니는 일을 해서 그런지 항상 생기가 넘쳐
(애숙) 그런 건 좀 있지
(경미) 나도 언니 일 좀 해 볼까?
(애숙) [웃으며] 자기가 어떻게 하니?
(경미) 내가 왜 못 해? 음식도 잘하잖아
(애숙) 자기주장이 강하잖아
이 일은 상대방한테 날 맞춰야 편해
(경미) 나도 잘 맞춰, 언니
언니 날 너무 띄엄띄엄 봤다
(애숙) 해효네 집에서 사람을 구하긴 하더라
(경미) 어, 그럼 그거 나 할래
즉흥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생각해 보고 얘기해
[경미의 웃음] (영남) 내일 아침에 내가 너희 집으로 갈게
(장만) 어, 그래요, 형
- (애숙) 가세요 - (장만) 네, 가세요!
(경미) 언니, 오빠, 들어가세요! [애숙이 호응한다]
[장만이 말한다] 가자
(장만) 애들 집에 있어?
[경미의 웃음] [장만의 탄성]
왜 그래?
[장만과 경미가 대화한다]
(해효) 일곱, 여덟!
아홉, 열!
[힘주는 신음]
너 무슨 일인지 말 안 할 거야?
아, 대체 왜 그러냐?
[진우가 구시렁거린다]
나한테 유감 있냐?
아니야, 넌 왜 나왔어?
(진우) 혜준이는 왜 아직 안 와?
아, 이 자식은 여자에 눈이 멀어서 친구들은 안중에도 없어, 씨
내가 보기에도 좀 그러는 거 같아
(혜준) 너희 뭐 하냐?
(해효) 어? 쏘리
(진우) 혜준아 [혜준의 당황한 신음]
아, 왜 이래?
- (진우) 아니, 그게 아니고… - 아, 저리 가
아, 얘 차였어
(혜준) 진짜?
(해효) 대체 어떤 애냐?
내가 만나서 혼내 줄게 너무하잖아, 쯧
지아 만났어
(해효) 어떻게?
아, 내가 헛걸 봤어
걔 로스쿨 다니지? 해나랑 같은 학교일걸?
(진우) 야, 그 얘기 하지 마
너 오늘 오디션은 잘했어? '게이트웨이'
(해효) '게이트웨이' 오디션 봤어?
그거 이현수 선배 나오는 거잖아
아, 그 선배 너무 좋아 그 선배랑 같이 연기하고 싶어
- (진우) 야, 너만 하고 싶겠냐? - (혜준) 그래, 너만 하고 싶겠냐?
나도 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냐?
[멋쩍은 숨소리]
(해효) 뭐냐?
집에 갈래
재미없어
(해효) 쟤 왜 저러냐?
[민재의 탄성]
[만족스러운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네, 캐디님
네, 내일 혜준이 방송국으로 다시 한번 데리고 오세요
가능성도 없는데 자꾸 부르시는 거면 안 갈래요
애 괜히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요
[재수의 웃음]
목소리에 기름이 끼셨네?
그러면은 뭐, 합격 취소합니다?
[밝은 음악] 캐디님, 캐디님!
[사레들린 기침]
[웃으며] 죄송해요
아니, 제가 좀 전에 저기, 컵라면을 잘못 먹어 가지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중얼거린다]
[웃음]
(해효) 하, 좋다
[메시지 수신음]
너야, 정하인가 보다
[밝은 음악] (민재) 혜준아, 됐어, 꿈은 아니겠지?
'게이트웨이' 합격이래
우리 이제 꽃길만 걷자
[웃음]
치, 좋아 죽네, 그냥
나 됐대
- 뭐가? - (혜준) '게이트웨이', 민재 누나야
[웃으며] 야, 잘됐다, 축하해
(혜준) 고맙다, 들어가라
(해효) 너도!
[밝은 음악]
(혜준) 아, 움직이지 마
내가 갈게
너한테 말하고 싶었어 오늘 넘기지 않고
나 캐스팅됐어
얼굴이 먹혔던 거 같아
연기를 보여 주지는 않았거든
[피식 웃는다]
씁, 연기까지 보여 줬으면 다 죽었어
[웃음]
[정하와 혜준의 웃음]
지금 이 순간 네가 있어서 감사해
(정하) 가자, 치타
(혜준) 어디를?
동네 한 바퀴?
[사이렌이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혜준) 누나
(현수) 지금 '누나' 할 때야? 노티 안 해?
(혜준) 합니다, 13세 남자, 멘털 스투퍼 양측 퓨필 5, 3
라이트 리플렉스 없습니다
추정 진단은?
ICH 의심되고 스테이스투…
죄송합니다
(혜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현수) 괜찮아
의학 용어 진짜 어려워 외우는데 머리 터지겠어
(혜준) 선배님은 완벽하시잖아요
후배들하고 붙는 신은 진짜 잘하려고 하거든
창피하잖아
(현수) 너도 그러면서 크는 거야
(감독2) 자, 다시 가실까요?
(현수) 처음부터 다시 할게요, 감독님
(제작진) 네, 감사합니다 자, 네, 처음부터 가실게요
[혜준이 중얼거린다]
(현수) 왜 안 가?
(혜준) 어?
선배님
촬영 끝났잖아
[옅은 한숨]
너무 못해서 여기를 떠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언제까지 여기 있으려고?
다음 주 촬영까지요
[당황해서 웃으며] 혜준아
네?
집에 가서 씻고 쉬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 봐
(현수) 다음 찍을 신
자신을 괴롭히는 노력은 후져
우리 후지지 말자
감사합니다, 선배님
다음에 만날 때는 누나라고 불러
(혜준) 누나
[부드러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뒷정리는 다 했어?
[멋쩍은 숨소리]
너 왜 그래? 무섭게
사귈래요?
[흥미진진한 음악]
[민기와 애숙의 웃음]
[헛웃음]
(정하) 안 보여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정하) 좋은 사람이랑 연애하게 돼서 기뻐
(이영) 혜준이가 지금 여자 친구 사귈 때야?
할 말이 없네요, 오늘은
[울먹이며] 공들여 날 키웠어?
(정하) 왜 난 기억에 없지?
(경준) 넌 좋겠다
사람들이 너만 보면 다 좋아해 주고
(영남) 원래 생긴 걸로는 깔 게 없어
(장만) 아이, 그럼
아, 너무 안타까워서
(태수) 찰리 정이라고 들어 보셨어요?
(지아) 너 요즘 잘나가더라?
축하해, 잘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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