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8
[잔잔한 음악]
(혜준) 음악 들을까?
(정하) 콜
[숨을 후 내뱉는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해나) 오빠
[해효가 손을 쓱쓱 비빈다] 정지아 알아?
[해효가 뚜껑을 쓱쓱 돌린다] 혹시 사귀었어?
[병을 탁 내려놓으며] 혜준이랑 사귀었어
(해효) 아, 근데 진우도 지아 얘기 하던데?
어유, 혜준 오빠 눈 높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혜준) 지아가 눈이 높은 거지
[문이 달칵 열린다] 지금 만나는 여친은 서로 잘 만난 거 같아
(이영) 누가 서로 잘 만나?
(해나) 혜준 오빠 여자 친구
(이영) 혜준이 여자 친구 있어?
- (이영) 누구인데? - 신경 끄세요, 어머니
허, 걔는 일도 안되면서 지금 여자 친구까지 있으면 어떡하니?
(해효) 캐스팅됐어, '게이트웨이'
(해나) 오, 혜준 오빠 잘나가네
오빠 어떡하니?
여자 친구도 없고, 드라마 출연도 없고 [해효의 못마땅한 신음]
(이영) 네 오빠는 지금 엄마가 다 계획 세우고 있어
이건 읽었으니까 이 밑의 것들 다 읽어 봐
(해나) [놀라며] 많네?
(이영) 그럼 없는 줄 알았어?
영화 출연하고 웹 드라마 주인공 하고 꾸준히 일하고 있어
한 방이 없어서 그렇지
[손가락을 딱 튀기며] 그 한 방을 찾아야 돼
[부스럭거리며] 요즘 내가 너무 풀어 줬어, 엄마를
(해효) 이제는 대놓고 하시네?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우리 싸우지 말자, 엄마는 네 편이야
(이영) 엄마를 잘 써먹을 생각을 해 자꾸 밀어내지 말고
밀어내도 엄마 안 떨어지잖아
그러니까 네가 포기해
(해효) 지금 화내면 어떻게 되지?
전쟁
[해나가 피식 웃는다]
할 거야?
[대본을 사락 넘기며] 아니
[편안한 음악]
(정하) 이거 말고 다른 거
[이어폰 조작음]
하, 배고파
나도, 뭐 먹을래?
안 돼, 밤에 먹으면 살쪄
(정하) 너도 안 돼, 이제, 관리해야지
(혜준) 관리는 항상 하고 있거든?
- 먹어도 괜찮아 - (정하) 안 된다니까?
내가 된다는데 네가 왜 안 된대?
씁, 너무 강압적인 거 아니야?
그래서 싫어?
좋아
(혜준) 가자
(종업원) 어떤 걸로 드릴까요?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준) 잠시만요
해효가 광고하는데 팔아 줘야지
(정하) 당 떨어질 때는 도넛이 최고지
(혜준) 살찐다고 안 먹는다며?
옛날 일로 공격하기 없기
콜, 뭐 마실래?
(정하) 음…
커피, 지금 마시면 잠 못 자겠지만 커피
안 돼
마실 거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하) 불공평해
난 왜 우유고 넌 네가 마시고 싶은 거 마셔?
너무 강압적인 거 아니야? 쯧
(혜준) 그래서 싫어?
좋아
[피식 웃는다]
(정하) 도넛에 스무디는 둘 다 달잖아 커피가 더 어울려
(혜준) 커피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 써
(정하) 초딩 입맛이군
[정하의 만족스러운 신음]
(혜준) 묻었어
응
[정하가 호응한다]
근데 손 되게 크다
(정하) 얼굴의 반은 되겠어
큰가?
- 크네 - (정하) 안 보여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혜준) 느끼해
(정하) 난 좋은데
(혜준) 좋았어?
- (정하) 어 - 유치하지 않아?
유치해서 좋아
유치한 연애 하고 싶어
(정하) [한숨 쉬며] 연애는 현실적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웃으며] 어렸을 때부터 현실에 치여 살아서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자
넌 싫은데?
싫은 게 아니라 아마 안 될 거야
사랑하면 할수록 책임감이 더 생기잖아
좋은 사람이랑 연애하게 돼서 기뻐
날 그런 식으로 조련하지? 더 잘하라고
알아챘어?
[발랄한 음악] [혜준과 정하의 웃음]
(혜준) 나 염색할 거야, 검정색으로
(정하) 왜?
의사 역이잖아
- (정하) 아직 대본 안 받았다며? - 캐릭터 얘기는 들었어
내가 염색해 줄게
안 귀찮아? 네 일도 바쁘잖아
(정하) 씁, 여친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인데 그 정도는 해 줘야지
정식 디자이너로 승진도 했습니다
아주 빠른 승급이라고 하더라고요
[정하의 웃음] 너하고 있으면 편안해져
안정감이 생겨
이름값을 한다, 내가
안정하라고 안정하니까
그럼 난 '사해 준다'의 사혜준이니까
이름값 하려면 뭐든 용서해 줘야 되는 건가?
완전 개이득
잊지 마
내가 뭘 해도 넌 다 용서해 주는 거다?
콜
[함께 살짝 웃는다]
[정하의 만족스러운 신음]
(정하) 왜 안 먹어?
(혜준) 너 먹는 것만 봐도… [정하의 만류하는 신음]
[함께 웃는다]
[숨을 하 내뱉는다]
미안한데 태블릿 PC 좀 갖다줄래?
(애숙) 미안하긴요
혜준이 '게이트웨이' 캐스팅됐다며?
- (이영) 무슨 역이야? - 네?
몰라?
(이영) 이제 곧 방송될 텐데?
아, 말 안 한 거 보니까 대사 몇 마디 없고 지나가는 역일 거야
- 아… - (이영) 여자 친구 있다던데
그것도 몰라?
[이영의 웃음]
(이영) 자기는 좋겠다
내버려 두면 애들이 알아서 살잖아 얼마나 편해?
아, 난 할 게 너무 많아
우리 해효 배우, 스타, 군대, 결혼, 양육
해나 로스쿨, 로펌, 결혼, 출산, 양육
언제 끝나?
[웃으며] 70까지 케어하고 살 거 같아
[익살스러운 음악]
왜 말이 없어?
애들 얘기 나오면 똑똑해지는 사람이
할 말이 없네요, 오늘은
표정을 보니까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라 기분이 상한 거 같은데?
- 제 표정이 그래요? - (이영) 어
아, 표정에 나타나는구나, 내가
[이영의 당황한 신음]
허, 참, 아, 뭐야?
저러고 가면 내가 뭐가 돼?
[한숨]
내가 해효 엄마 앞에서도 감정이 다 드러났었구나
[애숙의 힘주는 신음]
[한숨]
근데 얘는 진짜 자기 혼자 모든 걸 하네
[힘주는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영남의 힘주는 숨소리] [메시지 수신음]
그 집 식구들 오늘 뭔 일 있나?
겁난다, 야, 아유 [장만의 웃음]
[한숨] (애숙)
(경준)
진짜긴 뭐가 진짜겠어?
뭐가?
혜준이 캐스팅됐대, 드라마
어유, 잘됐다
(영남)
(경준)
(애숙)
아, 전번에도 이러다 엎어졌어
돼야 되는 거야
아예 이것도 확 엎어져서 그냥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어, 쯧
(경준)
이제 기가 살았네
(영남)
(애숙)
[도어 록 작동음]
(민재) 들어와
너 오는 타이밍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었어, 잘했지?
딴걸 잘해라
- (민재) 기죽일 거야? - 기가 죽긴 하냐?
죽긴 해
죽지 마
잘하고 있어
[탄성]
아, 저 한 방
(민재) 야, 나 지금 너한테 설렜어
아, 아, 이런 게 터져야 되는데
아, 이런 게 터져야 된다고
"짬뽕엔터테인먼트"
[청소기 작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말 안 한다고 했더니 점, 점, 점, 점이네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를 쓱 집어넣는다]
[애숙의 한숨]
(애숙) 잘생겼네, 해효
우리 혜준이만은 못하지만 [청소기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전에 말한 사람 좀 알아봤어? 반찬 잘하는 [청소기 작동음이 뚝 멈춘다]
아, 네, 할 수 있대요
아, 자기가 믿는 사람이지?
진우 아시죠? 진우 엄마예요
어어
[익살스러운 음악]
(이영) 아들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이야, 뭐야?
[웃으며] 언제 올 수 있대?
(애숙) 연락처 드릴 테니까 연락하세요
[이영이 호응한다] 아, 저, 근데
혜준이 여자 친구 있다고 해효가 말한 거죠?
언제부터 만났대요?
전에 만났던 여자 친구랑 헤어지고 여자는 안 사귈 거 같았는데
(이영) 근데 혜준이가 지금 여자 친구 사귈 때야?
(애숙) 좀 풀어지니까 깜빡이도 안 켜고 훅 들어오네?
요즘은 애들이 알아서 연애해 주는 것도 고맙다 그러더라고요
(이영) 요즘 왜 이래? 한마디도 안 져
[어색하게 웃으며] 자기 아는 거 참 많다
[피식 웃으며] 고마워요
[청소기 작동음]
(이영) 이걸 왜 칭찬으로 받아?
계속 계실 거예요?
시끄럽지 않아요?
[휴대전화 진동음]
어, 아빠
(승조) 어디야?
버스 안, 숍 가는 길이야
(승조) 음, 일찍 간다, 숍?
아빠는 병원 가는 길이야, 놀라지 마
놀랄 뻔했어 아줌마한테 무슨 일 있어?
안면 거상 했어, 어제
(승조) 예쁜데, 아 자꾸 젊을 때 미모랑 비교를 해
지금 모시러 가는 길이야
(정하) 아줌마는 좋겠다 아빠 같은 남편 있어서
넌 더 좋겠다, 아빠 딸이라
(승조) 난 언제 한번 네가 먼저 하는 연락 받아 보냐?
보고 싶다, 정하야
나도
근데 나 지금 버스 안이야 길게 통화 못 해
(승조) 어, 알았어, 조만간 올라갈게
[통화 종료음]
[하차 벨이 울린다]
(정하) 좋은 아침입니다!
[스태프1이 속삭인다]
(진주) 내일 소개팅 나갈 때 내가 메이크업해 줄게
아주 러블리하게
[진주의 웃음] (디자이너) 어, 그럼 나야 완전 고맙지!
우리 점심은 샐러드 어때?
요 앞에 샐러드 맛집 하나 생겼던데
(진주) 샐러드 드실 분 저한테 말씀해 주시면 같이 주문할게요
수빈 씨한테도 물어봐 주세요!
[진주의 한숨] (디자이너) 쟤 완전 멘탈 강하다
그러니 내가 쟤를 어떻게 이기겠니?
[한숨]
[한숨]
네 기분을 망치는 자
하, 널 망하게 하려는 자
[다가오는 발걸음]
예약 손님 오늘 꽉 찼더라?
저한테 관심 많으신가 봐요
[한숨 쉬며] 너 언제 관둘 거니?
[흥미로운 음악]
제가 뭘 해도
한번 짜진 프레임 바뀔 수 없다는 거 알아요
(진주) 머리는 좋아
항상 상황 파악은 빨라
대체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뭐예요?
(진주) 너 싫은 것 중에 최고 레벨이 뭔지 알아?
그냥 싫은 거야
근데 이 와중에 좋은 게 뭔지 알아?
파이팅이 넘쳐
내쫓을 방법 생각해 내느라 머리가 팽팽 돌아가
불쌍한 사람이네요, 이제 보니까
이게 진짜!
[진주의 거친 숨소리]
어떤 사람인지 알았으니까
나도 이제 봐주지 않아
(민재) 아주 따끈따끈합니다
안 읽어 봐?
도서관 가려고, 자료도 찾아보고
[호응한다] (혜준) 무슨 과야?
응급 의학과
레퍼런스는 뭐 있어?
'ER' 있었잖아, 옛날 드라마지만
(민재)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멜로 눈깔을…
누나 자꾸 그래라
(혜준) 그렇게 얄팍하게 굴래?
얄팍한 건 나쁜 게 아니야, 취향이지
알았어, 누나 취향 존중할게
(민재) 좀 있다 나랑 같이 나가, 점심 먹고
아니야, 빨리 가서 공부할래
저녁때는 형 만나야 돼서
(혜준) 누나 어디 가는데?
너 드라마 시작하잖아
(민재) 기자들 한번 돌아 줘야 돼
인사도 하고 스킨십도 좀 가져 주고
[입소리를 똑 낸다]
(태수) 아, 안녕하세요
제가 진작에 찾아뵀어야 됐는데 좀 늦었습니다, 예
"아웃뉴스"
(태호) 에이준 다른 이사님하고는 제가 잘 아는데
반갑습니다, 여긴 후배
안녕하세요
예, 기사 잘 봤습니다, 앉으시죠
(태수) 도하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저 그 기사 쓰고 악플 엄청 받았어요
저희도 욕먹어요 회사가 관리 안 해 준다고
(수만) 이번 미니 '잡아라'
도하 씨랑 제시카 씨 같이 출연하시는 거예요?
제시카는 일단 확정으로 알고 있고 도하는
아직인데 결정되면 기자님한테 제일 먼저 알려 드릴게요
[수만과 태호의 웃음]
(태호) 좋겠다, 단독 달고
[휴대전화 진동음]
어, 어, 네
아이고
(태호) 아, 대표님, 네, 네
톱 작가 붙었어요, 크리에이터로
[작은 목소리로] 그것도 제가 알려 드릴게요
[웃음]
감사합니다
아, 지금 약속 중이라 좀 있다 연락드릴게요
네, 네
짬뽕엔터 아세요?
(태수) 또 짬뽕이야?
그런 엔터도 있어요? 짬…
[웃으며] 이름이 무슨 짬뽕이야?
(태수)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그래도 사람은 좋아요
제가 오늘 간단하게 차 한잔하고 인사만 드리려고 했거든요?
(태수) 근데 직접 뵈니까 제 마음에 쏙 들어오시네요
[태호의 웃음] 술 좋아하세요?
어떻게 괜찮으시면 오늘 낮부터 한번, 한번 달려 볼까요?
[밝은 음악]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마우스 클릭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도하) 그놈 뭐 하는 놈이래?
나 자살 추천한다는 놈
(태수) 놈 아니고 여자 회사원
막 선처해 달라는데 '아, 우리 쪽 선처 없다' 딱 잘랐어
(도하) 잘했어
(태수) 만나 보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아이, 감독님, 작가님 만나고 어떻게 안 해?
곤란한 거 내가 다 해 준다니까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도하의 팔을 툭 친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말이 별로 없네요? 도하 씨
[웃음]
처음에 낯을 좀 가려요
(윤 감독) [웃으며] 아…
(도하) 감독님 연출하신 작품 좋아해요
[윤 감독의 웃음]
(작가) 감독님 연출이 섬세하면서도 힘이 좀 있죠
[윤 감독의 웃음]
이제 본론 얘기하죠?
작품 같이 하는 거죠?
작가님, 감독님이 하신다고 하니까 해야죠
(작가) 아휴, 감사합니다, 우리 잘해 봐요
(도하) 아, 그, 제시카 말고 다른 역은 정해졌어요?
영민 역은 누구예요?
제시카 빼고 저랑 제일 많이 붙더라고요
(윤 감독) 아, 두어 명 물망에 있는데
어, 이용주, 태영진
[함께 호응한다]
어, 그리, 그리고 다른 배역은
원해효, 이지섭
(도하) 해효, 해효 좋은데
(윤 감독) 원해효 친해요?
이번에 영화 같이 했거든요, 편해요
(윤 감독) 어, 난 아직 못 봤는데 한번 불러서 봐야겠네
[어색하게 호응한다] [작가의 웃음]
(경준) 예, 체크 카드 재발급하시려면 신분증 주세요
(여자1) [지퍼를 직 열며] 아, 어디 있어? 급해 죽겠는데, 아
- 아, 빨리해 주세요 - (경준) 네
[마우스 클릭음]
(경준) 저, 카드 재발급 메뉴 어디 봐야 되죠?
(직원1) 우리 카드 재발급받을 줄 몰라요?
제 일 아니니까 모르죠
(경준) 도와 달라고 부탁해서 하고 있잖아요
(여자1) 자기 일도 아닌데 하는 거예요, 지금?
[멋쩍은 웃음] 아, 빨리해 주세요
(직원1) 그, 메인 메뉴 맨 왼쪽 상단 보세요
[마우스 클릭음]
아, 여기 있구나
(경준) 씁, 김주일 씨구나, 김주일 [한숨]
김주일
[경준이 흥얼거린다]
[헛웃음]
네, 요거 작성해 주시면…
(여자1) 아휴, 재수 없어
하필 일을 못하는 사람한테 걸려 가지고
아,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제 담당이 아닌데도 옆 창구 도와주고 있는 겁니다
(경준) 쪼끔 양해해 주세요
(직원1) 그, 사 주임 말이야
어? 아까 고객 앞에서 뭐라는 줄 아냐?
(직원2) 뭐래?
(직원1) 아니, 뭐, 자기가 무슨 뭐, 팩트 체크 감별사야, 뭐야?
서울대 나온 거 티 내는 거지, 뭐
야, 그럼 뭐 하냐?
[웃으며] 일머리가 꽝인데
야, 저기, 전세도 사기당했대
[직원1의 웃음] (직원2) 야, 가지가지 한다, 어?
똑똑한 척은, 아유 [직원1이 중얼거린다]
[변기 물이 쏴 내려간다]
(직원1) 커피나 한잔해
[익살스러운 음악]
[경준의 힘주는 숨소리]
왜 꼭 뒷담화는 화장실에서 할까요?
[입소리를 쩝 낸다]
그리고 왜 꼭 당사자가 들을까요?
[직원1의 웃음]
(직원1) 아이, 미안합니다
이따 같이 술이나 한잔합시다
안 되겠네요, 선약이 있어서
(직원1) 그럼 다음에 합시다
야, 가자
(직원2) 미안해요 [문이 달칵 열린다]
미안하다는 말 참 쉽게 하네
쯧, 때리고 싶지만 때릴 수는 없잖아
직장은 있어야지
[한숨] [물이 솨 흘러내린다]
나한테 사기 친 놈
삼대가 망해라
[물이 뚝 끊긴다]
(경준) 네
- (차장) 사 주임 - (경준) 네
수신 창구도 사 주임 일이야, 바쁘면
왜 그렇게 딱딱 나누기를 좋아해?
네 일, 내 일 딱딱 분류가 안 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잖아요
(경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면 [한숨]
애꿎은 사람이 페널티받을 수 있잖아요
사 주임 92년생이라며?
- 네 - (차장) 나 깜짝 놀랐잖아
노안이다?
[익살스러운 음악]
저 중학교 때 얼굴 그대로인데요
(차장) 사 주임 때문에 책도 읽었어
'90년생이 온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상사가 얘기하면 듣고 실행해라, 좀, 어?
예, 노력하겠습니다
진짜 노력해야 돼
사 주임은 남들보다 백배 더 노력해야 돼
'남들보다'라면 제가…
하, 됐어, 깐돌이
자리에 가
(차장) 오늘은 여기까지
예
[멋쩍은 헛기침]
(경준) 뭐 먹을래?
(혜준) 이 동네는 뭐가 맛있어?
(경준) 여기? 여기 갈비찜 있고, 조개구이…
- (차장) 사 주임? - (경준) 네?
누구셔?
(경준) 아, 인사드려, 우리 차장님
안녕하세요, 사혜준입니다 [차장의 웃음]
제 동생이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진짜 동생이야?
(경준) 더러운 놈의 세상
돈으로 순위 매기고 얼굴로 순위 매기고 [경준의 한숨]
(직원1) 아니, 저기, 혹시 그, 모델 아니세요?
씁, 어디서 많이 뵌 거 같은데?
(혜준) 했었어요 지금은 배우로 전업 중입니다
(직원1) [손가락을 딱 튀기며] 그렇죠?
[직원1의 웃음] 어쩐지
(차장) 너무 잘생기셨다
근데 오늘은 왜 왔어요?
(혜준) 저녁 같이 먹자고 해서요
(차장) 어머, 나도 아직 저녁 안 먹었는데
[차장의 웃음]
드세요, 그럼
(경준) 네, 저희 먼저 가 보겠습니다
가자
(직원1) 예, 들어가세요
(차장) 매정한 자식
(경준) [술 취한 목소리로] 야, 너도 한잔해!
당분간 저녁에 술 안 마신다니까
[병을 탁 내려놓으며] 참, 빡빡하게 군다
(경준) 드라마 촬영하려면 일주일이나 남았다며?
(혜준) 일주일밖에 안 남았어
(경준) 넌 좋겠다
사람들이 너만 보면 다 좋아해 주고
뭔 소리야?
우리 집 브레인이라고 아빠가 형이라면 벌벌 떠는 거 몰라?
야
공부 잘한다고 성적표 얼굴에 붙이고 다니냐?
(경준) 회사 좋은 데 다닌다고, 뭐 명함 얼굴에 붙이고 다니냐?
잘생긴 게 갑이야, 씨
주사 있냐?
얼굴 좀 반반하다고
(경준) 사람들한테 받는 친절 그거 돈으로 환산해 봐
너 그걸 갖고 태어나서 그렇게밖에 못 사는 거 진짜 문제야
(혜준) 안 되겠다, 가자
(경준) 나 사기당했을 때
암말도 안 하고
밥 사 준 네가 너무 고마워서
'내 동생 혜준이가 다 컸구나'
'어른이 됐구나'!
'위로할 줄 아는구나'
'멋있는 놈이구나'!
닥쳐
[잔잔한 음악]
닥치면 술을 어떻게 마셔?
(혜준) 안 일어나?
[못마땅한 숨소리]
일어나!
(경준) 일어나야지
[경준의 당황한 신음] [혜준의 다급한 신음]
아이, 진짜 개진상
진상은 임금님 수라상에 올리는 거야
[어깨를 탁 친다]
그렇게 먹으면 어떡해!
(영남) 아, 알았어
경준이는 장남이라 확실히 달라
혜준이 밥 사 준다는 거 봐
자기도 힘들 텐데
[만족스러운 신음] [우당탕 소리가 난다]
[경준이 웅얼거린다]
(경준) 아빠
아, 아빠다!
(영남) 어, 어이, 뭐야!
[경준의 아파하는 숨소리]
- (영남) 왜 얘만 이래? 아이 - (경준) 아빠
(영남) 아, 술을 이 지경까지 마시게 두면 어떻게 해?
(혜준) 아빠는 형 취한 것만 보이고
내가 형 데리고 오느라 애쓴 건 안 보여?
- (경준) 아빠 - 어, 어
[흐느끼며] 아빠
(영남) 아이고, 경준아, 왜 이래?
누가 그랬어!
힘들어 [영남이 호응한다]
개새끼 [익살스러운 음악]
나한테 사기 친 놈 삼대가 망해라! 씨
(영남) 어, 그래그래, 그래
이제 그만해
(경준) 어떻게 그만해!
눈만 감으면 그 새끼 얼굴만 왔다 갔다 하는데 어떻게 그만해!
[영남의 안타까운 신음] 경준이 데리고 들어가
(경준) 엄마
시끄러워!
(애숙) 어…
[달그락 소리가 난다] 이리 줘, 이리 줘
오늘 고생했어, 형 데리고 오느라
엄마가 알아주니까 마음이 좀 풀어진다
(애숙) 난 너한테 좀 섭섭했는데?
왜 엄마한테 말 안 했어? 드라마 캐스팅된 거
저번에도 됐다 그러고 안 됐잖아
방송 나오면 말하려고 했어
[한숨]
됐다 그러고 안 되면 너 힘들잖아
그럴 때 있으라고 만든 게 엄마야
[잔잔한 음악]
아빠가 널 섭섭하게 하는 거 알아
(애숙) 널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니야
제대로 된 사랑 못 받고 자라서 서툴러
네가 이해 좀 해 줘
나한테만 이해하라고 하면 안 되지
(혜준) 아빠가 형한테 하는 거 보면
자식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야
그렇지?
(애숙) 네 아빠 잘못 맞아
내리사랑인데
부모가 돼 갖고 그게 뭐니? 껑짜치게
그렇게 내 편을 들어 주면 마음이 다 풀어지잖아
엄마 머리 되게 좋다
[헛기침]
너 또 나한테 할 말 없어?
(애숙) 할 말 있을 텐데?
다른 사람한테 네 얘기 듣는 거 진짜 기분 나빠
[입 모양으로] 여자 친구
[웃으며] 아, 정하?
이름이 정하니?
어, 정하, 안정하
착해
- 착해? - (혜준) 응
(애숙) [웃으며] 착하면 됐어
착한 게 얼마나 중요한데
엄마는 무조건 좋아
만나게 해 줄까?
좋지
[애숙의 웃음]
(애숙) 네가 그 얘기 먼저 해 줘서
엄마도 섭섭한 거 다 풀어졌어
[피식 웃는다]
[애숙과 혜준의 웃음]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정하) 환영합니다 [정하의 웃음]
(혜준) 난 숍에서 해 준다는 줄 알았어
(정하) 숍을 개인적인 일로 쓸 수는 없지 [도어 록 작동음]
(혜준) 나도 그런 거 싫어하는데
(정하) 우리 비슷한 거 많아
(혜준) 줄 거 있어
네 선물에 대한 답례
"비"
[웃음]
그림 예쁘다
(정하) 뭐라고 썼어?
(혜준) 나중에 봐
[부드러운 음악] [달그락 소리가 난다]
(정하) 염색하기 전에 오일 발라 주면
염색도 더 잘되고 머리도 덜 상해
[카메라 셔터음]
아, 시원하다
(정하) 자, 고객님
이제 시작합니다
[피식 웃는다]
[헤어드라이어 작동음]
(정하) 문 연다
[옅은 웃음]
어때?
잘됐어, 염색
[정하의 웃음]
하지 마
(정하) 아…
자,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핸드크림까지
핸드크림 여기다 먼저 발라?
어, 넌?
어떻게 손등부터 발라?
어떻게 손바닥부터 발라?
[흥미로운 음악]
[혜준과 정하가 손을 쓱쓱 문지른다]
너 참 확실하다
손등부터 바르는 사람 많아
(정하) 자기주장이 강한 손등이야
보통 생각 없이 바른다고
손등부터 바르면 손바닥에 유분기가 덜해서 산뜻해
(정하) 손바닥부터 바르면 좋은 점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냥 남들이 바르니까 발랐어
남들이 다 이렇게 바른다는 건 이게 가장 좋다는 거야
그 대답은 안정을 추구하는 안정하답다
(정하) 확실히 취향은 다수보다 소수가 더 고급스러워 보여
그래도 난 다수가 좋아
울지 말고 말해
졌다
지고 말고가 어디 있니?
(혜준) 취존해
(정하) [웃으며] 아, 하지 마
(혜준) 어어? [정하의 웃음]
(정하) 뭐?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혜준) 누나
[부드러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뒷정리는 다 했어?
[멋쩍은 숨소리]
(현수) 너 왜 그래? 무섭게
사귈래요?
맞을래요?
- 거절입니까? - (현수) 거절입니다
(현수) 뒷정리는 제대로 한 거야? 시간상 좀 빠른데
네가 그렇게 잘할 리가 없잖아?
나도 잘한다고
(혜준) 누나만큼은 못 하지만
곧 잘할 거라고
[잔잔한 음악]
(TV 속 현수) 넘어지지나 마
[웃음]
[민기의 감격한 신음]
아버님
됐다
이제는 됐어, 쟤
아버님, 왜 우세요?
- 몰라 - (경준) 다녀왔습니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민기) 자꾸 눈물이 나오네
언제 들어오나 연락 좀 해 봐
(영남) 아버지, 왜 그래?
[문이 탁 닫힌다]
좋아서
(애숙) 여보
혜준이 드라마 지금 끝났는데 너무 이상해
이상하겠지
아, 그걸 왜 봐? 속상하게
너무 근사해서 이상하다고!
(애숙) 우리 집에 사는 사람 같지가 않아
근데 둘이 만나서 온 거야?
(경준) 어, 아빠하고 술 한잔했어
그럼 일찍 들어와서 같이 좀 봐 주지, 혜준이 드라마
(경준) 드라마 안 좋아하잖아 혜준이 짤만 찾아볼게
(영남) 아버지, 정신 차려요
괜히 뭐 된 것처럼 감성에 젖어서 울고 그러지 마
(민기) 아주 그냥 찬물을 확 끼얹고 들어가네 [문이 스르륵 열린다]
[민기가 혀를 쯧쯧 찬다] [휴대전화 진동음]
(애숙) 어, 진우 엄마
(경미) 언니, 대박이야!
어, 너무 설레 내가 알던 혜준이 맞아?
(장만) 혜준이 떴어! [애숙의 웃음]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TV 속 혜준) 사귈래요?
[한숨] (TV 속 현수) 맞을래요?
거절입니까?
[한숨]
해효! 해효야!
(해효) 오늘 재밌더라
현수 선배하고 합이 딱딱 맞더라 [통화 알림음]
(혜준) 누나가 워낙 연기를 잘하니까
옆에 있으면 나도 잘하는 거 같아
[문이 달칵 열린다] 오, '누나'?
(해효) 언제부터?
오늘도 늦게까지 촬영이야?
아니야, 한 신만 찍으면 돼
나 오늘 방송도 못 봤어
내가 봤잖아, 잘 나왔어
(제작진1) 곧 들어가요
(혜준) 야, 나 가야 돼
(해효) 그래, 가라
어
[통화 종료음]
- (이영) 누구야? - 혜준이
(해효) 지금 방송 보고 전화해 줬어
오늘 되게 귀엽게 나왔어, 혜준이 엄마 봤어?
봤어도 안 봤어
네 게 더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마
걱정 안 하는데?
(이영) 그래, 넌 하지 마, 내가 할게
그래도 박도하잖아
걔가 있는데 대박 못 나면 그것도 문제야
[이영과 해효의 웃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도하의 힘주는 신음]
[태수의 웃음]
[도하의 지친 신음]
- (여자2) 오빠, 물 - 어 [리드미컬한 음악이 뚝 끊긴다]
(여자2) 오빠, 오빠, 드라마 언제 나와요?
[컵을 탁 내려놓으며] 다음 달 초에, 야
(도하) 너희 요즘 드라마 뭐 보냐?
(여자2) '게이트웨이'!
[놀라며] 지금 틀어도 돼요?
[여자2의 기대하는 숨소리]
(태수) 그게 요즘 그렇게 핫하다며? [TV 속 혜준이 말한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씁, 시청률은 별로 안 높던데
(여자3) 사혜준이라고 요즘 핫해요
(TV 속 현수) 너 왜 그래? 무섭게
[안주가 툭 떨어진다]
사귈래요?
(여자2) 어유, '사귈래요'래! [여자2의 웃음]
(여자3) 나 오늘 입덕한다
(TV 속 현수) 맞을래요? [리모컨을 탁 집는다]
- (여자3) 오빠 - (도하) 야, 너희 나가
(도하) 이것들이 진짜 상도덕이 없네?
너희가 누구 덕에 밥 먹냐?
(여자2) 흠, 우리 누구 덕에 밥 먹어?
(여자3) 밥은 돈 주고 사 먹으면 되는데?
덕 안 보는데?
[헛웃음]
- 무식해! - (태수) 안 나가냐, 너희들?
(여자2) 나가요!
[태수가 말한다]
[한숨]
[문이 탁 닫힌다] [도하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신경 쓰이냐?
아니, 웃기잖아
(도하) 나랑 놀면서 어떻게 딴 놈이 눈에 들어와?
(태수) 너는 톱이야
드라마 곧 방송되면 모든 건 다 너한테 집중될 거야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상 속 현수) 너 왜 그래? 무섭게
사귈래요?
[부드러운 음악이 뚝 끊긴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헛웃음 치며] '사귈래요?'
아니, '사귈래요?'
이걸 설레라고 쓴 거야? 정말?
요즘 이딴 게 먹히냐, 작가야? 아, 제발
[웃으며] '사귈래요?'
아저씨, 음악 볼륨 좀 올립시다
(기사) 네 [밝은 음악의 볼륨이 높아진다]
[헛웃음]
[한숨] [헛기침]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TV 속 현수) 너 왜 그래? 무섭게
(TV 속 혜준) 사귈래요?
(여자4) 너무 멋있다, 쟤 이름이 뭐야?
(여자5) 그러게, 쟤 이름이 뭘까?
- (여자5) 하, 어머, 반했어 - 이름 좀 찾아봐, 좀
- (여자5) 아, 잘생겼다 - (민재) 사혜준이에요
- (TV 속 혜준) 거절입니까? - (TV 속 현수) 거절입니다
(여자4) 알아요?
아유, 제가 옛날에 회사 다닐 때 알던 동생인데
그때는 모델 하고
(여자5) 모델이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뒤태가 다르구나!
(여자4) 어쩐지
주위 사람들 다 좋아했어요
(민재) 착하고 예의도 바르고 [여자들의 탄성]
(TV 속 현수) 넘어지지나 마
(민재) 아니, 그렇게 보시면 제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여자5의 의아한 신음]
갈게요
- (여자4) 어머 - (여자5) 응?
(여자4) 저, 그게, 아니, 저기
아는 거 있으면 좀 더 풀고 가요, 좀!
(감독) 컷, 오케이!
(제작진들) 수고하셨습니다
- (치영) 수고하셨습니다 - (혜준) 수고하셨습니다, 아유
(감독) 수고했습니다
(혜준)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제작진2) 고생하셨습니다
(민재) 수고하셨습니다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제작진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수고하셨습니다!
(혜준)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민재) 혜준아 - (혜준) 왜 이래?
(민재) 너 오늘 방송 못 봤지?
[놀라며] 심쿵했어
설레발 좀 치지 마
우리 엄마가 형 잘생겼대요
(치영) 형이 나보다 많이 나오니까 더 좋대요
감사드린다고 전해 드려
(민재) 엄마가 안목이 참 좋으시다
- 잘해 줄게, 치영아 - (치영) 대표님이 왜 잘해 줘요?
(민재) 넌 소속사도 없니?
왜 맨날 우리 혜준이 옆에 붙어 있어?
같이 붙는 신이 많으니까 붙어 있지
형
[피식 웃는다] (민재) 암튼 밥 먹자
밥 먹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얘기해 보자
고!
너 왜 따라와?
(치영) 내 갈 길 가는 거예요
(혜준) 자식, 귀엽네 [민재의 탄성]
[민재의 웃음]
(혜준) 우유 마시면 괜찮아
(민재) 참자
(혜준) 에이, 우유 두 통만 사다 줘
(민재) [웃으며] 참…
- (민재) 알겠다, 두 통이면 되냐? - (의사) 저…
사인 좀 해 주시면 안 돼요?
(민재) 아, 예 [민재와 의사의 웃음]
(혜준) 주세요
(의사)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지훈이, 해진 누나랑 어떻게 돼요?
짝사랑이겠죠?
[안타까운 웃음]
이뤄지면 좋겠어요
[밝은 음악]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의사) 홍유림요
[사람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사람들의 탄성]
[혜준이 말한다]
[사람들의 탄성]
저쪽, 저쪽
[새가 지저귄다]
[혜준의 힘주는 신음]
밤새웠어?
(정하) 드라마 촬영 다 끝났다며
광고 촬영
오, 돈 좀 많이 버셨겠는데요?
[정하의 웃음]
아직 모릅니다
(정하) 씁, 근데 이제 좀 떴는데
언니가 운전해서 숍까지 모셔야 되는 거 아니야, 아티스트를?
[피식 웃는다] [안전벨트를 딸깍 찬다]
아직 우리는 회사가 영세해
(혜준) 아티스트가 차가 없어 [옅은 웃음]
차는 곧 생길 거야 바다 건너오고 있어
누나는 중요한 계약 때문에 미팅 갔어
다 대답이 됐나?
[웃음]
[안전벨트를 딸깍 찬다]
[자동차 시동음]
[핸드 브레이크 조작음]
제가 도하랑 일하게 된 지가 얼마 안 돼서
본부장님한테 인사 한번 드리려고 했었는데
오늘에야 뵙습니다
(본부장) 도하 씨가 우리 광고 하고 매출도 많이 올랐고 화제도 돼서
제가 회사에서 칭찬 많이 받았었어요
이번이 계약 끝이라 아쉽습니다
아, 계…
아, 계약이 끝이라고요?
(태수) 예, 덕분에 참 오늘…
그, 모델 자꾸 바꾸는 기업은 이미지가 좀 가벼워 보여요
그런 면도 있죠
저, 그럼, 전 선약이 있어서 다시 들어가야 돼요
아, 예
(태수) 예
[본부장의 헛기침]
[문이 탁 닫힌다]
기분 좋게 왔다가 기분 잡쳐 가네?
[흥미로운 음악]
[헛기침]
(태수) 안녕하세요!
인사는 하자 [민재의 한숨]
어떤 상황에서도 인사는 해야지 그게 매니저 기본이야
기본은 인사가 아니라 뒤통수 안 치는 거예요
(민재) 아니,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해 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인사를 할 수가 있어요?
내가 뭐?
(태수) 뭐 어떻게 했는데?
이민재 씨가 먼저 나를 선배로 모실 테니까
지도 편달 바란다고 해서
내가 인간관계의 기본인 뒤통수를 가르쳐 줬잖아
민재 씨 잘되라고 예방 주사 맞혀 줬잖아
이제 사람들 믿어, 안 믿어?
믿어요, 이태수 씨만 빼고
내가 잘 가르쳤네
[한숨]
오늘 여기 왜 왔어?
[헛웃음]
왜 왔겠어요?
우리 혜준이 광고 계약하러 왔어요
(민재) 박도하보다 10원이라도 더 달라고 했어요
더 주지 않으면 계약 안 한다고 했어요
[웃으며] 우리 혜준이
우리 아티스트가 빵 뜬 거 같아요
(태수) 그 계약이 되겠어?
(민재) 되는지 안 되는지 신경 끄세요
[휴대전화 진동음]
[핸드 브레이크 조작음]
[혜준이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정하) 어, 엄마
어, 이따 저녁때 회사 앞으로 갈게
(성란) 다온이 할머니 집에 가서 주말까지 안 와
(정하) 안 돼, 나 약속 있어
취소해, 엄마가 가잖아
(성란) 우리 딸 얼마 만이야?
미리 정한 걸 어떻게 취소해? 나중에 와
남들은 딸 있어서 친구 같아 좋겠다는데
(성란) 이게 뭐니, 난?
엄마, 나 숍…
회사 앞이야
(정하) 응
엄마는 아직 몰라, 나 회사 관둔지
(혜준) 이따 애들하고 아지트에서 만나기로 한 거 취소할까?
(정하) 아니, 나 먼저 들어갈게 10분 후에 들어와
같이 들어가
아니, 고객님하고 같이 출근하는 건 아닙니다
해효랑은 같이 다니잖아
우리는 그거랑 다르잖아
달라도 난 상관없는데
난 상관있어
달라도 상관없는 네 마음은 마음에 들어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원장) [웃으며] 어, 안녕하세요
예약자 명단 보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 (스태프2) 사귈래요? - (스태프3) 맞을래요?
(스태프2) 야
[스태프들의 웃음]
우리 다 사혜준 씨 팬 됐어
감사합니다
(수빈) 이쪽으로 앉으세요
- 어서 오세요 - (여자6) 네
(진주) 수빈 씨, 이거 다 떨어져 가
(수빈) 네
저 스모키 화장 해 주세요 눈만 동동 뜨게
(여자6) 무쌍이라 눈이 흐릿해 보여 갖고 여름휴가 때 수술할 거예요
(정하) 어, 저도 무쌍이라 쌍꺼풀 하라는 말 많이 들었는데
안 하거든요, 앞으로 할 생각도 없고
작은 눈이 가진 고유의 매력이 있잖아요
쌍꺼풀이 있으면 인상이 환해 보일 수는 있지만
무쌍이 가진 매력은 가질 수 없잖아요
아이 메이크업으로 쌍꺼풀 만들어 드릴까요?
보시고 쌍꺼풀 당기는 날에는 쌍꺼풀 하시고
아닌 날에는 무쌍 하시고 선택이 넓잖아요
아, 그러면 어디 한번 해 봐요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디자이너) 어떠세요?
좋아요
(정하) 마음에 드세요?
안 들어요!
(정하) 아, 죄송합니다
저, 스모키로 다시 해 드릴까요?
다시 하면 내 시간은 누가 보상해?
(여자6) 하, 진짜 오지랖도 넓어
아니, 해 달라면 해 달라는 대로 해 주면 되지
선택이니 뭐니 해 가면서 사람 혼을 쏙 빼 놓더니만
이게 뭐야, 어?
(정하) 죄송합니다
원하시는 거 말씀해 주시면 다 해 드릴게요
- 집 사 줘 - (정하) 네?
원하는 거 다 해 준다며?
(여자6) 뭘 다 해 줄 수 있어?
왜 그렇게 지키지도 못할 말을 함부로 해?
[차분한 음악]
여기 원장 어디 있어? 원장 나오라 그래!
(원장) 저 왔습니다
우선 이쪽으로 오세요
(여자6) 똑바로 살아!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얼음이 달그락거린다]
남자 친구가 봤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더 상할 거 같아요
(지아) 모의재판 주제 뭘 할지 정했어?
(해나) 아직, 몇 개 찾긴 했는데 애들하고 의논 중이에요
[휴대전화 진동음]
왜?
(해효) 너 이따 시간 되면 우리 아지트로 와
혜준이 축하해 주는 의미로 한잔하기로 했어
[해나의 코웃음]
(해나) 오빠가 웬일로 자발적으로 날 끼워 줘?
아, 혜준이 여자 친구도 오는데 심심할까 봐
우리 얘기만 하면 걔가 심심할지도 모르잖아
나 나가야 돼
[통화 종료음] [기가 찬 숨소리]
되게 위하시네
[해나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해효야?
우리 오빠도 잘 알아요?
(지아) [피식 웃으며] 잘 알지
우리 넷이서 잘 뭉쳐서 놀았었어
근데 혜준이랑 헤어지니까 진우랑 해효하고도 멀어지게 되더라
(지아) 걔들은 요즘도 잘 뭉치나 보다?
각자 바빠서 잘 못 뭉쳐요
(해나) 혜준이 오빠가 제일 바빠요
여친도 있고 '게이트웨이'로 터져서 전화 통화만 하나 봐요
혜준이 여친 뭐 하는 사람이야?
죄송합니다
(원장) 괜찮아 블랙리스트에 올려야겠어, 그 손님
바람도 쐴 겸 크림 잔뜩 올린 커피 한잔 마시고 와
감사합니다
(원장) 사혜준 씨 놓치지 마
이대로만 가 주면 최고의 고객이 될 거 같아
[웃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여자6) 괜찮았어? - (진주) 어
- (진주) 근데 나 떨렸어, 진짜 - (여자6) 아, 내가 더 떨렸어
(진주) 네가 좋아하는 줄 알고 나 완전 식겁했잖아
(여자6) 아, 좀 괜찮긴 해 가지고
- 아, 아니야, 아니야, 그건 아닌데 - (진주) 말이 돼?
(여자6) 나도 나한테 놀랐어
나 지금이라도 다시 연기 도전해 볼까 봐
짠 대로 안 하고 쌍꺼풀 메이크업 받는다 그래서
나 완전 식겁했잖아
아, 혹하게 말 잘하더라, 쯧
남자 손님들이 왜 걔한테 가는지 알겠어
(진주) 그럼 뭐 해? 인성이 개같은데
[흥미로운 음악]
언니가 참교육시켜 줬으니까…
너 언제부터…
[진주의 놀란 숨소리]
야!
(정하) '사람 싫어하는 데 이유가 있겠지'
'내가 좀 더 노력하면 되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
그냥 싫다고 했어도 나한테 폭력을 쓰려고 했어도
너라는 인간한테 희망 같은 게 있었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힘겨운 숨소리]
(정하) 나도 이제 너 같은 인간하고 한 공간에서 일 못 해
내가 나갈 거야, 근데
나가더라도 나한테 씌운 프레임은 벗고 나갈 거야
아, 마음에 들긴 했었어요 오늘 메이크업
인생 부화뇌동하면서 살지 마세요
[진주의 떨리는 숨소리] (여자6) 부화뇌동이 뭐니?
어머나, 너 어떡해
괜찮아? 어떡해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민기의 당황한 신음] [수강생이 말한다]
[수강생들의 웃음]
(강사) 다치지 않으셨어요? [민기의 힘겨운 신음]
아, 창피해서 그렇지 하, 다친 건 없어요
요즘 손주분이 잘되셔서 기분이 좋으신지
집중력이 떨어지시는 거 같아요
[옅은 웃음]
기분 엄청 좋습니다
[민기의 웃음] (강사) 그럴수록 더 집중하셔서 잘하셔야죠
여기서 좀 더 잘하시면 프로 모델로 활동하실 수 있어요
아,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강사와 민기의 웃음]
[게임 소리가 요란하다]
(태수) 왔냐?
"에이준 엔터테인먼트"
나 촬영하는데 왜 안 와 봐?
(태수) 장 군 있잖아
(도하) 아, 장 군은 장 군이고 형은 형이지
어, 화장품 광고 재계약할 때 안 됐어?
(태수) 그런 건 또 잊어 먹지도 않네
(도하) 3년 했으니까 이번에는 좀 더 올려 주겠지?
(태수) 잘렸어
그 표정이, 뭐야?
안 된다는 거야?
(태수) 네가 상품 가치가 떨어졌대, 이 자식아
[도하의 헛기침]
(도하) 그…
우리 아버지한테 연락해서 엄마한테 연락하지 말라 그래
지금 사는 여자분하고 잘 살고
돈은 이번이 마지막이고
알았어
[도하의 한숨]
(도하) 나 집에 가서 좀 씻고 자야 돼
밤새 촬영하고 형 보려고 잠깐 온 거야
[문이 달칵 닫힌다]
안물안궁이다, 이 새끼야
(태수) 어떡하지?
씁, 설마 혜준이가 따지는 않겠지, 그 광고를?
[코를 훌쩍인다]
그래도 뭐든 싹부터 밟아 놔야
못 올라오지
[통화 연결음]
[민재의 탄성]
(민재) 기럭지도 길다, 끝이 없네
[민재의 웃음]
오늘 우리 아티스트께서 친히 운전하시고
촬영까지 무사히 마치시고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왜 이렇게 또 신이 나셨나?
그 화장품 광고
네가 하게 될 거 같아
(민재) 난 세게 불러 가지고 안 될 줄 알았거든?
박도하가 하던 거라, 근데
광고주가 엄청 널 원하나 봐
[민재가 손뼉을 짝 친다]
작품 다 읽어 봤어?
어, 마음에 드는 것도 있어
오, 나랑 같은 거 같은데?
(민재) 좋아, 우리 둘이 동시에 말해 보자
하나, 둘, 셋
- (혜준) '왕의 귀환' - '사랑해 미안해'
왜?
[민재의 한숨]
너, 다음 작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민재) 이번 작품으로 눈도장 확실하게 찍었고
다음에는 확장성이야
'사랑해 미안해'는 스타 작가에 감독도 스타야
톱스타들이 스케줄 때문에 못 해서 너한테 온 거야
누나
우리 이름에 넘어가지 말자
(혜준) 나 이름 없을 때도 나였어
(민재) 아니, 멜로를 해야지 CF도 들어오고 스타가 되지
한류도 타고
사극은 한계가 있어
(혜준) 제목도 마음에 안 들어 '사랑해 미안해'
사랑하는데 왜 미안해야 돼?
(민재) 그건 네가 아직 사랑을 몰라서 그래
누나보다 내가 잘 알 거 같은데?
너, 원래 멜로는
사랑 안 해 본 사람들 보라고 만드는 거야
[혜준의 한숨]
(혜준) 권력의 비정함, 잔인함이 잘 드러나 있어서 좋아
자식을 사랑 아닌 필요로 선택하는 왕의 설정도 좋아
가족 간에도 권력이 존재하고
이해관계로 인해 서로한테 칼을 겨누는 게 좋아
난 그거 다 싫어! 난 네가 말랑말랑하고…
(민재) 너의 자랑이자 특기인 멜로 눈깔로 종지부를 찍어야 된다니까!
종지부를 왜 찍어? 계속 연기할 건데
(민재) 아직 얘기 안 끝났어
아이, 사극 하면
광고도 안 들어와
내 필모에는 내가 원하는 걸로 채우고 싶어
망하더라도
[민재의 답답한 신음]
(민재) 아, 진짜, 아
사 스타님, 사 스타님? 아니
[도어 록 작동음] [다급한 숨소리]
아유, 정말 [문이 달칵 여닫힌다]
널 어떻게 하면 좋니!
(태수) 이거 딴건 아니고 마사지 티켓인데
앉아서 일하시는 분들이 보통 여기 어깨가 많이 뭉치더라고요
이사님 되게 센스 있으시다
[태수와 수만의 웃음]
(수만) 저 마사지 좋아해요
(태수) 도하 드라마 이제 다음 주 방송이에요
(수만) 아유, 너무 기대돼요, 잘 볼게요
씁, 전 요즘 사혜준이라고
'게이트웨이' 나왔던 배우인데
입덕했어요
모델로 톱 찍고 배우 경력도 꽤 되더라고요?
혜준…
[태수의 한숨]
혜준이…
뭐 아세요?
아니, 사람이 다…
다 그런 거죠, 뭐
아, 뭐가 그런데요?
(수만) 아, 이사님! 저한테 뭐든 먼저 말씀해 주시기로 했잖아요
저 안 써요
(태수) 안 쓴다는 말은 꼭 쓴다는 말이네?
[의미심장한 음악] 혜준이는 사실 제가 데리고 있었어요
(태수) 모델일 때 거의 저랑…
5, 6년 같이 있었죠
어머, 너무 잘 알겠다, 그럼
(수만) 씁, 지금 소속사는 여자 대표님이시던데?
제가 뺏겼어요
(태수) 사실 혜준이 생각하면 저, 제…
아, 왜 이러지? 아이, 죄송
[태수의 헛기침]
아, 왜 이러지?
[코를 훌쩍이며] 아이, 너무 안타까워서
하긴 걔가 그런 길로…
[당황한 웃음]
[테이블을 탁 치며] 아유, 뭔지 말씀해 주세요
저 진짜 안 쓸게요
찰리 정이라고 들어 보셨어요?
(장만) 형, 술 한잔하자는 말을 왜 안 해?
혜준이 잘돼서 기분 날아다닐 텐데 [영남의 한숨]
내가 먼저 해야 되냐?
(영남) 더 걱정이다
걔 처음 모델 할 때 그때도 뭐 되는 줄 알았거든
이번에 바람 들었다 빠지면은
아휴, 답도 없을 거 같아
(장만) 씁, 어, 이번에는 그때랑은 좀 다른 거 같아
아니, 우리 진리도 학교에 갔더니 애들이 혜준이 얘기 한대
진우 엄마는 뭐, 난리도 아니고
(영남) 나도 봤어, 그래서
얼굴은 잘 나왔더라
- (영남) 원래 생긴 걸로는 깔 게 없어 - (장만) 아이, 그럼
- (영남) 암튼 술은 한잔해 - (장만) 뭐야? 지금 해야지
(영남) 그래?
- (장만) 한잔하러 가, 응 - (영남) 가, 그러면
저기 경영 지원 팀의 안정하 씨 뵈러 왔는데
- 연락 좀 해 주실래요? - (직원3) 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친구들) 미사일 발사!
(혜준) 마음껏 마셔라
(진우) 아, 오늘 집에 가기 없기 끝까지 혜준이가 쏜다
(혜준) 콜
[함께 웃는다]
(진우) 야, 너희 너무한 거 아니냐?
무슨 돈가스를 먹으면서 멜로를 찍어? 치
[정하의 옅은 웃음]
[진우의 못마땅한 신음]
(해효) 너희 오랜만에 봐서 그러냐?
왜 내외하냐?
내외는 무슨 내외? 뭐, 우리가 하루 이틀 봤냐?
[휴대전화 진동음]
(해나) 응?
[한숨]
너 어디니?
(해나) 오빠들하고 있죠, 언니한테 말했잖아요
나도 갈게
(지아) 지금까지 도서관에 있다가 집에 가는 길인데
[해나의 당황한 숨소리] 너무 배고파
혜준 오빠 여친도 있어요
[피식 웃는다]
있으면 어때? 해효랑 진우 보러 가는 건데
[긴장되는 음악]
뭐야?
(해나) 지아 언니인데 온대
그래서?
당연히 오지 말라고 했지
근데 내가 이 언니를 끝까지 거절할 수가 없어
원해나
(혜준) 응
[혜준이 피식 웃는다]
[기어 조작음]
[차 문이 탁 닫힌다] (해효) 지아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아) 이제 말 좀 하지?
(해효) 이거 다 먹고
(지아) 지금 내 머리는 풀가동 중이야
네가 이러는 이유가 뭘까?
내가 그 자리에 가면 제일 감정 다칠 사람이 누구일까?
(해효) 감정 다칠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온 거야?
(지아) 네가 내가 거길 가는 걸 방해했기 때문에 유추해 보는 거야
난 가볍게 생각했어
그런 식으로 혜준이한테 상처 줬었어
혜준이하고 아주 좋았어
(지아) 남녀 관계는 당사자밖에 몰라
그러니까 헤어지기를 반복했지
(해효) 알았으니까 오늘은 그냥 가
네가 있을 자리 아니야
혜준이 여자 친구 좋아해?
(지아) 내가 와서 제일 곤란할 사람
혜준이 여자 친구
[어두운 음악]
[지아의 헛웃음]
아니라고 말 못 하네?
그만하자
뭘 그만해? 이제 시작인데
지아야
내가 그 자리에 가서 해라도 끼칠 거 같아서
미리 차단하는 거잖아
와 있다는 자체가 불편하게 만들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너야말로 친구 여친이나 탐내는 주제에
(지아) 어디서 충고질이야? 같잖게
[지아의 한숨]
가자
나라는 존재가 그 자리에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는 거
증명해 보일게
(혜준) 해효는 어디 갔냐?
(진우) [술 취한 목소리로] 그러게 말이야, 말도 없이
(해나) 갑자기 약속이 생겼나 봐요
그럼 오늘 접자
(진우) 아휴, 그래, 접자
(혜준) 내가 계산할게, 천천히 나와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아, 오랜만이다
너 요즘 잘나가더라?
고맙다
(해나) 언니 온다 그래서 오라고 했어요
축하 자리는 사람이 많으면 좋잖아요
(혜준) 잘했어
(지아) 해나가 착하구나? 언니 실드 쳐 주네
해나가 오라 그런 거 아니고 내가 오고 싶다고 했어
중요하지 않아
(혜준) 그럼 놀다 가라
(해효) 정하는 어디 갔어?
(해나) 엄마 오셨다고 급하게 갔어
(성란) 너 회사 관뒀어?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너희 집 비밀번호 뭐야? 들어가 있을게
[풀벌레 울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문이 끼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정하가 스위치를 탁 켠다]
[성란의 한숨]
아, 뭘 잘했다고 사람을 꼬나보고 들어와? [한숨]
뭐 하고 다니는 거야?
회사는 왜 그만뒀어?
[정하의 한숨] 더 좋은 직장 구했어?
하, 더 좋은 직장 구했으면 말을 안 했을 리가 없잖아
너 이 집 살 때 대출 만땅 받았다고 안 했어?
아, 빚 어떻게 갚을래?
아, 왜 이렇게 대책이 없어!
하, 숨 좀 쉬자
(성란)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나
아무리 공들여 키우면 뭐 해?
씨도둑은 못 하는 거라더니 결국 제 아빠 따라가네
[정하가 흐느낀다] [차분한 음악]
왜 울어?
네가 나보다 더 힘들어?
네가 내 마음을 알아?
[떨리는 숨소리]
엄마
엄마는 그렇게 악착같이 사는데 왜 가난해?
뭐?
(정하) 공들여 날 키웠어?
왜 난 기억에 없지?
어릴 때부터 어른을 강요당한 기억은 선명한데
하, 인생은 참 아이러니한 거 같아
현실적이지 못하고 무능하다고
엄마가 틈만 나면 욕하지 못해 안달인 아빠는 지금 부자야
엄마랑 같이 사는 아저씨?
우리 아빠보다 더 낫다는 생각 해 본 적 한 번도 없어
(성란) 아저씨가 뭐야?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고 네 동생도 있어!
[헛웃음]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 가난하다고 무시하는 나쁜 년
[한숨] [성란의 거친 숨소리]
엄마는 사라져 줄 테니까
네 부자 아빠랑 잘 살아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문소리가 덜그럭 난다]
[문이 쾅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시승 센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민재의 생각하는 신음]
(민재) [웃으며] 이거 마음에 들어?
네 차 곧 오는데
[작은 목소리로] 이러면 곤란해
호기심, 내가 워낙 차를 좋아하잖아
(직원4) 한번 타 보실래요? [민재의 어색한 웃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제 차 저기 오는데요?
(직원4) 아
(직원5) 여기 있습니다
- (혜준) 감사합니다 - (민재) 감사합니다
[민재의 웃음]
시승시켜 줄까?
(민재) 어! [리드미컬한 음악]
(민재) 오케이, 달려
오, 잠깐만
[민재의 탄성]
[민재와 혜준의 신난 탄성]
[민재가 말한다]
[민재의 웃음]
[민재의 신난 탄성]
[민재와 혜준의 신난 탄성]
[정하의 탄성]
(혜준) 두 번째 시승자지만
언제나 제 마음속에는 첫 번째입니다
[웃으며] 어유, 느끼해
언제는 이런 거 좋다며, 하라며?
말은 잘 들어 좋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정하) 나도 이런 차 운전해 보고 싶다
면허는 있냐?
대학교 다닐 때 땄거든요? 나 베스트 드라이버야
해 봐, 그럼
안 돼, 보험 안 되잖아
보험 다 되는 걸로 했어
[부드러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함께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혜준과 정하가 대화한다]
[종이 울린다]
(혜준) 아까 뭐 빌었어?
(정하) 아무것도 빌지 않았어, 너는?
(혜준) 난 너에 관해 빌었어
(정하) 나에 관해? 뭔데?
(혜준) 이제야 관심을 보이는군 [정하의 웃음]
(정하) 계속 관심 있었거든
(혜준) 계속 고민 있는 사람 같았어
(정하) 내가?
(혜준) 어, 모르는 줄 알았어?
(정하) [피식 웃으며] 어
바쁘잖아, 나한테 신경 쓸 시간 없잖아
미안해
문자 답도 제때 못 해서
[빗방울이 톡톡 떨어진다]
(혜준) 비 온다
(정하) 그러네
[함께 웃는다]
(정하) 우리는 비를 몰고 다니나 봐
(혜준) 첫 만남부터 그랬지
비 오는 거 되게 싫어했었는데
지금도 싫어해?
아니, 싫었던 이유도 까먹었어
[옅은 웃음]
예측 불가능한 사람 싫어하지?
(정하) 음…
내가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거 같아
안정된 삶을 추구하지?
[의아한 숨소리]
안정된 삶이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겠어
(정하) 존재하지도 않는 걸
내가 필요해서 규정해서 만들어 놓은 게 아닐까?
우리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됐으면 좋겠어?
사랑해
사랑해
[혜준과 정하가 피식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혜준과 정하가 피식 웃는다]
[정하와 혜준의 웃음]
[혜준과 정하가 대화한다]
(혜준)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말했어
비가 그칠 때까지 밖에 나가지 말라고
우리가 만난 처음 기억나니?
우리는 처음부터 빗속에 있었어
어른은 비가 내려도 밖에 나가야 되잖아
너와 함께 있으면
빗속이라도 즐거워
(민기) 이제 우리 혜준이 스타야
[팬들의 환호성]
(수빈) 혜준 오빠도 알아?
(정하) 혜준이랑 잘 지내고 싶어
(민기) 내가 뽑혔다, 광고 모델로
(애숙) 축하드려요, 아버님
(도하) 사혜준 치고 올라오는 꼴은 못 봐
날 위한다며? 뭘 할 수 있어?
(이영) 내가 널 위해서 얼마나 뒷바라지를 했는데
이런 초라한 성적을 들고 와?
항상 다잡아
(정하)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될까 봐
(혜준) 공감과 위로가 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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