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9
[잔잔한 음악]
[정하와 혜준의 웃음]
(혜준) 비 오는 날은 왜 싫어?
(정하) 세상에 혼자 있는 거 같아
(아이들) 엄마!
(정하) 어린아이에게 비 오는 날 우산은
[아이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어른의 보호를 상징한다
어른이 돼서는
다른 사람이 주는 우산 따위는 기대하지 않았다
(정하) 그날 아빠는 내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다
지켜보는 게 아니라 달려왔어야 했다
분명함을 보여 줘야 한다
아이에게는
(혜준) 응
[정하의 어색한 웃음]
[혜준이 피식 웃는다]
(정하) 그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싶었다
그는 뒤돌아 나를 다시 봤을까?
뒤돌아봤을 때 내가 없어서 실망했을까?
이런 디테일에 흔들리는 감정
이게 사랑의 일부분이라는 걸 안다
그때까지도 난 이런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랑에 대해서는 아홉 살 아이였다
- (정하) 추워 - (혜준) 들어가자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아, 새 차잖아, 어떡해?
괜찮아, 빨리 타
[다급한 숨소리]
[혜준과 정하의 힘겨운 신음]
자, 이거라도 덮고 있어
[옅은 웃음]
(혜준) 이게 뭐더라? 아, 뭐…
[바람이 휭 분다] 어어, 잠깐만
어디야? 이건가? [정하의 웃음]
[잔잔한 음악]
아이고
[함께 웃는다]
[혜준의 생각하는 신음]
이번에는 진짜 맞아 [터치 패드 조작음]
됐다
(정하) 우리는 어떻게 될까?
(혜준) 맞잖아 [정하의 웃음]
(정하) 이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관계를 열망한다
[숨을 씁 들이켠다] 그날
우리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
[함께 살짝 웃는다]
[새가 지저귄다] [문이 탁 닫힌다]
(혜준) 안녕하세요
(혜준) '왕의 귀환' 감독님 미팅 시간 잡았어?
난 그거 싫다고
(혜준) '누나와 내가 다른 의견일 때는 내 의견을 따른다'
계약 조건이야
(민재) 아, 진짜
다음 건 멜로 해야 된다고!
오늘 일정 어떻게 돼?
11시에 숍 예약했고
(민재) 2시에 아웃뉴스 인터뷰 5시 광고 촬영 있어
누나
정하, 아예 전담으로 계약하면 안 돼?
(혜준) 아직 나 그 정도는 안 되나?
'사랑해 미안해' 하면 그 정도 되고도 남을 텐데
[옅은 한숨]
집요하다
(민재) 내가 집으로 데리러 갈까?
내 차로 갈게, 숍에서 만나
[통화 종료음]
할아버지!
(민기) 어, 왔냐?
(혜준) 나올 때 없어서 어디 갔나 했더니
(민기) 여기 왔지
나도 열심히 해서 무대 밟을 거야
무리하지 마
전처럼 쓰러지면 어떡해?
괜찮아, 요령 생겼어, 이제
[민기가 숨을 하 내뱉는다]
네가 더 떠서 네 아비 야코를 확 눌러 줘야 되는데
(민기) 걔는 너무 몰라, 이쪽 일을
[민기의 힘주는 신음]
[문이 탁 닫힌다]
[영남의 한숨]
돈 좀 벌었다고 차부터 덜컥 뽑고
[영남의 못마땅한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오빠!
어, 이른 아침에 웬일이야? [문이 탁 닫힌다]
(경미) 아, 이게 말로만 듣던 혜준이 새로 뽑은 차구나
쌔끈하네!
쯧, 어유
(애숙) 아침부터 무슨 일 있나 했다
무슨 일 있지, 언니
(경미) 내가 그렇게 혜준이 사인 해 달라고 노래를 해도 안 해 주니까
내가 왔지
그게 뭐라고
(영남) 그러니까, 그게 뭐라고
난 진지하거든?
(경미) 우리 발리 댄스 회원들한테 내 명예가 달려 있다고
애 앞에서 그러지 마라
진짜인 줄 안다
(경미) 진짜 걱정된다, 오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혜준이한테 잘해 [문이 달칵 열린다]
후회할 일 없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 [문이 스르륵 열린다]
(민기) 누가 왔냐? [문이 달칵 닫힌다]
(경미) 혜준아!
(혜준) [웃으며] 아이, 깜짝이야
(민기) 나도 놀랐다, 야
(경미) 아버님, 안녕하세요
혜준이 나 좀 보자
여기 팬 미팅 장소로 적당하지 않아
[입 모양으로] 뭐야?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라
(민기) 바짝 차리고 살고 있구먼
너나 좀 차려라
아버지, 지금 나한테 한 얘기야?
[익살스러운 음악] [당황한 신음]
너한테 했어
(민기) 난 뭐, 맨날 너한테 혼나고만 사냐?
이제 우리 혜준이 스타야
나 스타 할아버지야
[민기가 혀를 쯧 찬다]
[문이 달칵 열린다]
[피식 웃는다]
[문이 달칵 닫힌다]
[기가 찬 숨소리]
[한숨]
(영상 속 현수) 너 왜 그래? 무섭게
사귈래요?
(영상 속 현수) 맞을래요?
(애숙) 어이구, 유치하다 할 때는 언제고 맨날 들여다보고 있어?
(영남) 아이, 누가 보고 싶어 봐?
(애숙) 그럼 왜 봐?
아, 그냥 켜져 있어 보려 그런 게 아니야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 (영상 속 혜준) 거절입니까? - (영상 속 현수) 거절입니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마우스 휠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 아빠
어, 너무 일찍 했냐?
버스 타고 가는 시간 피하려고 지금 했어
(정하) 잘했어
요즘 일찍일찍 일어나, 할 일 많거든
[집게를 달그락거리며] 지금은 뭐 하고 있었어?
집 내놓으려고 시세 보고 있었어 상가도 알아보고
(승조) 집을 왜 내놔?
아, 은행 대출 빼면은 얼마 안 되잖아
그리고 상가는 또 뭐야?
아빠
요즘 질풍노도의 시기가 다시 왔어
(정하)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맞나?'
뒤집어 보고 있어
(승조) 야, 너 그거 얼마 전에 했잖아
그래서 회사 관둔 거고
아니야!
그건 내가 10년 동안 세운 치밀한 계획이었어
아이고, 이거 전화로 할 얘기 아니다
그래도 고맙다
뭐가?
(승조) 질풍노도의 시기에 아빠 끼워 줘서
되게 좋아, 그런 거 끼는 거
(정하) 아빠도 이제 나에 대한 부채감 좀 내려놔
부채감 아니고 사랑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으며] 올라갈게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진동음]
[밝은 음악]
(해효) 지금 촬영 중
내일 영화 제작 발표회 있다
이 옷 입을 거야
[세트장이 떠들썩하다]
(태수) 하, 진짜 얘는 손이 너무 많이 간다
촬영장에는 왜?
왜 나오라고 하는 거야?
CF 잘린 거 때문에 내가 참는다
(장 매니저) [살짝 웃으며] 아직 얘기 안 하셨어요?
(태수) 어, 다른 광고 들어온 거 얘기 중인데
그거 하게 되면 이제 우리 쪽에서 안 하는 걸로 바꾸려고 [장 매니저가 호응한다]
(장 매니저) 아, 영화사에서 제작 발표회 한다고 스케줄 좀 빼 달라고 하더라고요
사혜준 스케줄이 빡빡해서 맞춰 봐야 하나 봐요
사혜준이 왜 오냐? 비중 얼마 되지도 않는데
(장 매니저) 요즘 되게 핫하잖아요
투자사에서 강력하게 미나 봐요
도하 스케줄 빼 주지 마
예
(태수) 오늘 서포트는 어디서 들어왔길래 저렇게 뻑적지근해?
해효가 쏜대요
해효가 쏘겠냐? 장 군아!
(태수) 해효는 뒤에 든든한 부모님이 계신다는 거 못 들었니?
예, 그, 듣지는 못하고 봤죠
(장 매니저) 이사님 만나러 왔을 때
예, 그때 봤습니다
(태수) 딴 데서 뵙자고 하려다가
도하 '잡아라' 들어가기로 확정했거든요?
해효한테도 지금 대본 들어가 있죠?
(이영) 출세한 거 보여 주고 싶으셨어요?
봤어요
센 작가가 붙었다는 것도 들었어요
신인 작가가 서브 작가로 밀려나고
해효를 서브 주인공으로 밀까 하는데 어떠세요?
(이영) 밀면 밀어는 지고요?
예, 단 조건이 있어요
어머니가 저한테 사과하세요
[흥미로운 음악]
예전에 저한테 했던
씁, 모욕적인 말들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어떤 말을 했죠?
예, 거절로 알겠습니다
(태수) 해효한테는 좋은 기회예요
한류 스타 박도하 서브인데
이번 작품 끝나면 바로 주연이죠
(이영) 사과를 미리 할 수는 없고
해효가 서브로 확정되면
할게요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양 매니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진주) 오늘따라 유난히 빛이 나시네요?
해효 씨 드라마가 잘돼서 그런가 봐요
아직 2회밖에 방송 안 됐어
샴페인 터트리긴 일러
(이영) 근데 첫방 시청률 13%면 엄청 높은 거래
[이영의 옅은 웃음] (진주) 2회도 1.3%나 올랐어요
해효 씨에 밀려서 박도하가 보이지도 않아요
오랜 단골의 힘이다
진주 씨 빈말 못 하는데 [진주의 웃음]
(진주) 아시는구나, 저 빈말 못 하는 거
해효 씨도 주인공이죠?
그렇다고 봐야지, 서브 주인공이니까
(도하) 엄마가 쏘는 커피 차는 또 처음 받아 본다?
[해효가 입소리를 쩝 낸다]
우리 엄마가 좀 그래
(해효) 하지 말라고 해도 말을 안 들어
[도하의 옅은 웃음]
(도하) 내가 왜 감독님한테 널 밀었는지 알아?
왜 그랬냐? 되게 궁금했어
친해지고 싶어서
나하고? 왜?
네가 금수저라 좋아
(도하) 순둥순둥하고 귀티 나서
(해효) 금수저, 흙수저, 이런 말 쓰고 싶냐?
이 시대 트렌드인데 못 쓸 건 또 뭐냐?
(도하) 하, 너 그런 거 아냐?
[도하가 입소리를 쩝 낸다] [잔잔한 음악]
어릴 때 돈 걱정 하고
아버지 집에 안 들어올까 봐 걱정하고
엄마 울까 봐 걱정하고
[웃으며] 그런 눈으로 볼 거 없어
현재가 중요하잖아, 난 스타야
[한숨 쉬며] 근데 친구가 별로 없어
혜준이 같은 애는 같은 출신이라 싫어
아주 그냥 악착같고 욕망이 드글드글해
너 좀 삐딱하다?
(해효) 어려운 환경에서 의욕을 갖기 어려워
그걸 갖고 있다는 거 자체가 뛰어난 애야
너도 그런 의미로 뛰어난 거야
그러니까 스타가 됐잖아
- 선비질 잘하네! - (해효) 혜준이 내 친구야
험담은 하지 마라
(혜준) 누나, 어디까지 왔어? 난 숍 앞이야
[안전벨트를 딸깍 풀며] 누나, 정하한테 전담해 달라고 할 때
내 얘기는 하지 마
[기어 조작음]
누나가 제안하는 걸로 해 줘
[통화 종료음]
급매 아니에요, 제값에 팔고 싶어요
(정하) 제 휴무에만 집 보여 줄 수 있어요
네
네
[통화 종료음]
언니 집 팔아?
어, 팔려고
그 집은 언니 인생 자체 아니야?
생각을 바꿨어
숍 그만두고 내 숍 차리려면 돈이 필요해
(수빈) 숍 그만둬?
언니, 너무 충동적인 거 아니야?
진주 쌤이 언니한테 그런다고 언니 인생을 왜 망쳐?
망치는 거 아니고, 충동적인 거 아니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결정을 지금 한 거야
(정하) 결정 내리기가 어렵지
결정 내리면 가는 거야, 쭉
혜준 오빠도 알아?
혜준이랑 잘 지내고 싶어
(정하) 잘 지내는 수칙 1호
'내 삶을 상대방에게 나눠 지자고 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숨소리]
원장님한테 말씀드릴 때까지만 비밀로 해 줘
숙제 하나만 풀면 내가 얘기할 거야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영의 헛웃음]
혜준이랑 왜 묶어 놔? 같은 급도 아닌데
가서 한마디 해야겠네
- (진주) 기자 만나세요? - (이영) 어, 만나
[이영의 옅은 웃음]
(정하) 안녕하세요
(이영) 오랜만이다
나 피해 다녀?
아니에요, 예약 고객님 시간에 따라 있고 없고 해요
[이영과 정하의 웃음] (혜준) 나 머리 감고 왔어
어, 혜준아!
- (혜준) 어머니, 안녕하세요 - (이영) 여기서 보네
(이영) 저번 드라마, 주연 남자 배우 제치고 네가 제일 주목받았다며?
아니에요
해효랑 어제 통화했어요, 방송 끝나고
(혜준) 오늘 세트 촬영 있다던데
(이영) 어, 너희 통 못 만나겠다, 서로 바빠서
내일 만나요 영화 제작 발표회 있거든요
(이영) 진짜 같은 급이 된 거야?
아니야, 아직
[웃으며] 너도 오는구나
역할이 크지는 않던데?
어떻게 아셨어요?
해효한테 들어오는 대본 나도 다 보거든
아, 대단하세요, 어머니
(이영) 너야말로 대견하다
서포트해 주는 사람 하나 없이 여기까지 왔네?
구색 맞추기예요 제작 발표회 오라는 거
해효랑 도하가 주목받는 데 가서 빛내 주려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어색한 웃음]
겸손하기까지 하네
(이영) 너무 그래도 안 좋아, 해
어, 진우랑 우리 집에 놀러 와 맛있는 거 시켜 줄게
- 예, 나중에 뵐게요 - (이영) 어
(이영) 혜준이 여기 다닌다는 말 왜 안 했어?
(진주) 저 입 무거워요 고객들 얘기 잘 안 해요
- 혜준이는 누구한테 해? - (진주) 안정하 씨요
(이영) 해효랑 혜준이랑 같은 사람한테 하는구나?
(진주)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혜준 씨가 안정하 씨한테 넘어간 거 같으니까
- (정하) 응? - (혜준) 아이, 간지러워
[정하와 혜준이 대화한다]
(정하) 야, 피부가 윤이 납니다, 고객님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이, 간지러워
[정하가 피식 웃는다]
(정하) 매번 하던 대로 하고 있습니다, 고객님
[정하의 옅은 웃음]
좀 자
나 예민한 사람이야, 못 자
(혜준) 이따 광고 촬영 있는 거 알아?
(정하) 어? 예약 안 잡혔던데?
[의아한 신음]
누나가 아직 안 했나 보다
약속 취소해야 되겠다 MCN 파트너 매니저 만나기로 했어
[호응한다]
아, 미안해
(정하) 별게 다 미안하다
네가 챙겨야 될 일 아니거든?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민재) 내일 오전 8시에 안정하 쌤 예약 돼요?
아, 그 시간에는 예약 있어요
(스태프) 9시 어떠세요?
(민재) 9시 안 되는데
[웃으며] 바꿔 주시면 안 돼요?
(원장) 저, 그럼 박진주 쌤한테 하면 안 될까요?
그날 하루만
편의에 따라서 담당을 바꾸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원장) 그 시간에는 원해효 씨가 취소하기 전에는 곤란해요
아…
[다가오는 발걸음]
(원장) [놀라며] 와, 아유, 예쁘시네요!
[웃으며] 고마워
(원장) 안녕히 가세요
- (진주) 안녕히 가세요 - (이영) 안녕
누구예요?
[흥미로운 음악]
(이영) 부모는 항상 자식을 이긴다
내 부모도 날 이겼고
나도 내 자식을 이길 거다
날을 받아서 낳았어야 했는데 시어머니 때문에 못 했어요
(이영) 뭘 시키는 게 좋을까요?
(이 선생) 음, 쯧
현대는 식상의 시대예요
이 사주는 관직보다 연예인 하면 더 빛나는 사주예요
(이영)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기자들이 인사한다]
- (이영) 잘 지내셨어요? - (기자) 아유, 잘 지냈습니다 [이영의 웃음]
(이영) 예, 앉으세요, 네
(지아) 네가 보낸 모의재판 이슈 중에 난 그게 제일 좋더라?
죽음의 신입생 환영회
(해나) 나도 그게 제일 끌려
판례도 있고
너 무슨 일 있니?
(지아) 네 일이야, 내가 너 도와주고 있어
근데 지금 그 태도 뭐야?
언니
나 사고 쳤어, 그날
[거리가 떠들썩하다]
너 안 가냐?
오빠야말로 집에 안 가?
난 한잔 더 하고 갈 거야
(진우) 너 빨리 가
- 데려다줘 - (진우) 너 혼자 못 가?
- 오빠가 데려다줘 - (진우) 싫어
[익살스러운 음악] (진우) 집에 전화해
아니면 해효한테 전화하든지
지아 데려다줬을 거야
여기 와서 너 데려가라 그래
싫어
- 왜 그래, 나한테? - (진우) 너는
나한테 모욕감을 줬어
- 내가 뭘? - (진우) 내가 뭘!
(진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널 너무 아껴서
항상 네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 준 것도
그것도 잘못이냐?
취했다 그러더니 취한 거 아니네
야, 나는 뭐, 네가 다 좋았는 줄 알아?
취한 거 맞네
후회할 말 하지 마
- 후회는, 씨 - (해나) '씨'?
(진우) 씨, 씨! 진우 씨, 해나 씨
씨, 씨, 뭐가 잘못됐냐?
[한숨 쉬며] 정신 차려
너 아직도 내가 너 좋아하는 줄 알아?
뭐?
네가 그러면, 뭐
[한숨 쉬며] 내가 약해질 줄 알아?
(해나) [울먹이며] 나 이제 진짜 안 좋아해?
(진우) 안 좋아해
너무너무 안 좋아해
[흐느낀다]
[익살스러운 음악]
[해나가 훌쩍인다] [부드러운 음악]
[흥미로운 음악]
[진우가 입을 쪽 맞춘다]
(지아) 사고 맞는다
거기까지만 해 후유 장애까지 앓지 말고
(해나) 결말 알고 보는 영화 지겨워
처음부터 정해 놓고 사귀는 거 이제는 안 하고 싶어
(지아) 결국 너희는 헤어져
넌 진우 감당 못 해
네가 감당한다고 해도 너희 부모님이 가만 계시겠니?
혜준이하고 나처럼
(해나) 언니 의외로 쫄보다?
난 엄마 이길 수 있어 지금은 지는 척하고 있지만
하, 생각하고 실전은 달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 난 믿어
[헛웃음]
그건 없는 집 애들 얘기고
(지아) 우리처럼 있는 집 애들의 삶은 다르지
극단적인 상황이 오면
너의 어머니가 네 삶을 어떻게 장악하고 있었는지 알게 될 거야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쩜 이렇게 잘생겼니?
(민재) 맨날 봐도 깜짝깜짝 놀라네, 머리
진짜 개작다
그만해, 좀
넌 불만도 없니?
(민재) '밴은 언제 뽑을 거냐' '내가 계속 운전해야 되냐'
성격도 진짜 개좋아
암튼 말 진짜 안 들어
너도 안 듣잖아
'왕의 귀환' 감독님하고 약속 잡았어
(민재) 광고 촬영은 정하 안 가도 돼
광고 회사에서 지정해 준 헤어 메이크업으로 해
밥은 같이 먹어도 돼?
[정하의 탄성] [후루룩 소리가 난다]
[정하의 탄성]
짜장면 너무 맛있어
(정하) 너도 촬영만 아니면 같이 먹는 건데 [피식 웃는다]
(민재) 짜장보다는 짬뽕이지
(혜준) 짬뽕보다는 짜장이야
넌 왜 아직도 애사심이 없냐?
우리는 짬뽕이야
누나 회사지 내 회사인가?
난 짜장이야
(혜준) 에이그 [혜준이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혜준이 휴지를 쓱 뽑는다]
(정하) 아…
[정하의 멋쩍은 웃음]
(민재) 야!
어디 애인 없는 사람 서러워 살겠니?
(혜준) 우리가 뭘 했다고?
[민재의 한숨]
정하, 너
우리 혜준이
메이크업 전담하면 어떠니? [민재의 옅은 웃음]
혜준이 생각 아니고 내 생각이야
[정하의 웃음]
(정하) 아,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 해효 전담이잖아요
해효한테도 양해를 구해야 돼요
(민재) 혜준이까지 전담 맡으면 숍에서 위치 빡 올라가잖아
[옅은 웃음]
상황이 좀 복잡해요
아, 저 이제 가 봐야 돼요
이러다 유튜버로 대박 나는 거 아니야?
아직 전업하는 거 결정도 안 했거든요?
잘 만나고 결과 얘기해 줘
(정하) 응, 맛있게 먹어
(민재) 잘 가, 정하야
[민재가 살짝 웃는다]
정하 숍 그만둬?
(혜준) 몰라
알아야 되는 거 아니야?
내가 알아야 될 거면 얘기해 줄 거야, 우리 정하는
[장난스러운 신음]
(혜준) 궁지에 몰리면 잠수 타는 누구와는 다르지
(민재) 넌 언제까지 그걸로 놀릴 거니?
누나 결혼할 때까지
야, 그럼 너 평생 놀리겠다는 얘기잖아!
이게 지금 누나…
무슨 평생이야? 평생 동안 결혼 안 할 거야?
(민재) [우물거리며] 넌 누날 뭘로 보고…
"다중 채널 네트워크"
(정하) 안녕하세요
(영수) 안녕하세요, 아, 환영합니다
아, 그러면, 그 안정하 씨가 일하게 될 그…
아, 아니, 그, 일하실지도 모를
[웃으며] 스튜디오로 안내하겠습니다
자, 이쪽으로
[흥미로운 음악]
(영수) 유튜버 그거 혼자 못 해요
아, 요즘 누가 혼자 해요?
[목을 가다듬는다]
한 키 더 올릴까요?
(유튜버) 먹어 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유튜버가 말한다]
(영수) 자, 이쪽으로 [문이 달칵 열린다]
[영수의 힘주는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구독자 수 늘리는 거부터 그, 뭐, 영상 콘텐츠 개발까지
어, 다 도와줄게요
구독자 수 그게 쉽게 안 늘거든요
씁, 전략이 있어야 돼요, 쯧
아이, 지금도 그, 수많은 사람들이 유튜버 하겠다고 달려들어요
왜냐
가만히 앉아서 입만 털면 돈이 통장에 꽂히는 줄 알아요
[함께 웃는다]
아이, 근데 왜 한마디도 말을 안 해요?
뭐, 질문 없어요?
(정하) 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저하고 안 맞는 거 같아요
(정하) 출장 나가시나 봐요?
(진주) 다음 고객 있어서 들어왔구나
[진주가 부스럭거린다]
저, 선생님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요
(정하) 감정 소모가 엄청 심해요
제가 숍에서 나갈 수 있도록 협조 좀 해 주세요
어떻게?
숍 사람들 앞에서 저한테 사과해 주세요
(정하) 선생님이 만든 프레임 선생님이 풀어 주세요
[헛웃음]
물벼락 맞을 때 기분이 차라리 낫네, 지금보다
(진주) 협조 못 해
나가기를 원한다니까 안 나갔으면 좋겠어
난 견딜 만해
[로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흥미로운 음악]
(수빈) 선물이 될 수 있을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강사) 어, 스폿에 가까워질 때쯤
선글라스를 벗어서 셔츠 가슴 쪽에 꽂고 서 주시면 됩니다
아, 중요한 건
'워킹하면서 벗고 꽂는다'를 한 번에 하셔야 돼요
다시 한번 해 볼까요?
선글라스를 꽂을 때
시선이 밑으로 가거나 주춤하면 스텝이 꼬입니다
[민기의 당황한 신음]
[강사의 안타까운 신음] [수강생들의 웃음]
아이, 제 말대로 금방 되네요
아휴, 그, 저번에는 잘했는데?
(강사) 소품, 워킹, 밸런스를 맞추셔야 돼요 사 선생님
아, 예
수업 끝나고 저 보고 가세요
예?
[수강생1이 말한다] (수강생2) 형님, 별일 아닐 거예요
아, 설마 내쫓기야 하겠어요?
(민기) 넌 염장을 참 지능적으로 잘 지른다
(수강생2) [웃으며] 제가 좀 지능적이긴 하죠
아이, 고학력자 아니에요
내가 여기서 기다릴게요
- (민기) 기다리지 마, 가 - (수강생2) 아이, 형님
[민기가 구시렁거린다]
이 사진 어디서 찍으신 거예요?
(민기) 제 손주 친구 놈이 찍어 준 거예요
별로예요?
(강사) 아니요, 사진에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거 같아서 물어봤어요
아, 그거 물어보려고 부르신 거예요?
[안도하는 숨소리]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강사) [웃으며] 어, 아니요, 아니요
프리미엄 실버 빌리지라고 들어 보셨어요?
플, 프, 프림, 실…
어, 그게 뭔데요?
노인 고급 요양원요
(민기) 여기서 왜 요양원이 나와?
요양원 소개해 주고 커미션 받나?
[헛기침]
거기 들어갈 돈 없어요
[강사의 웃음]
(강사) 아니요, 들어가시라는 게 아니고
지면 광고 모델로 뽑히셨어요
내가요?
(혜준) 모델 할 때도 연기에 대한 마음은 항상 갖고 있었어요
[카메라 셔터음]
전공이 연기예요 학교는 1학년 때 그만뒀지만
이제 '사랑해 미안해'까지 하면 톱스타로 자리매김하시겠네요
(수만) 운이 좋아요 바로 톱 작가 작품 직행이네요?
[헛기침]
안 해요, 그거?
작품 선택은 취향이잖아요
취향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고 생각해요
하, 머리 좋으신데요?
그래서 안 한다는 거네요?
(수만) 씁, 아니, 그, 제안이 오긴 왔어요?
(민재) 오늘 인터뷰는 끝난 거죠?
[웃음]
대표님 인터셉트 잘하시네
[어색한 웃음]
(수만) 어, 끝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생각하는 신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공감과 위로가 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시대를 함께 살아가면서
(수만) 대답이 따뜻하네요
실제 성격하고는 반대 아니에요?
(민재) [웃으며] 반대 아니에요, 똑같아요
저기, 이제 끝난 거죠?
(수만) 네,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전화받아도 되죠?
아유, 그럼요
(민재) 수고하셨습니다
(혜준) 할아버지
뭔데?
정말? 축하해
대표님
네
(수만) 혹시 이태수 이사님 아세요?
[어색한 웃음]
혹시 이태수 이사님한테 저에 대한 얘기 들으셨어요?
아니요
유구무언입니다, 그분에 대해서는
보통 유구무언이라는 말을 할 때는
(수만)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
'아는 게 없다'?
'욕하고 싶지만 참겠다'
[흥미로운 음악]
[웃으며] 아이, 그러니까, 그
제가 욕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유구무언을 쓸 때 이런 마음들이 있다는
(민재) 기자님 의견에 동의를 표하며
하나의 의견을 내 봤습니다
[민재와 수만의 웃음]
대표님 되게 재밌으시다
(민재) [웃으며] 다행이네요
우리 혜준이 잘 부탁드릴게요
이거 저희가 치우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
[한숨]
[은행 안이 분주하다]
- (차장) 사 주임? - (경준) 예
(차장) 우신기업 대출 신청 서류하고 재무제표 좀 줘 봐
(경준) [서류를 사락 넘기며] 네, 잠시만요
[경준의 생각하는 숨소리] (차장) 천천히 찾아, 천천히
네
(차장) 동생 다음 작품은 정했어?
(경준) 몰라요
그걸 왜 몰라?
[익살스러운 음악]
(경준) 저, 원래 형제끼리 미주알고주알 얘기하지는 않아요
(차장) 아, 그런 거야?
- 씁, 여기요 - (차장) 어
(차장) 밥 먹으러 또 안 와?
부를까요?
불러, 맛있는 거 사 줄게
씁, 그럼 저 이번 주말 근무 빼 줄 수 있어요?
(경준) 원래 근무도 아니었잖아요, 저
그래, 쉬어
(차장) 내가 좀 힘들면 되지, 뭐
[웃으며] 감사합니다
(차장) 사인 좀 받아다 줘
차장님, 이러시면 곤란해요
이거, 공과 사는 구분하셔야죠
[메시지 수신음]
(경준) 아이, 무음으로 해 놨는데 왜 이래?
(차장) 사 주임, 이러면 곤란하지 누가 업무 중에…
(경준) 저기, 받아다 드릴게요
급하신 거 같은데 봐
그거 확인하고 핸드폰 소리 죽여 놔
예, 죄송합니다
아, 아쉬운 소리 하기 싫은데
[혀를 쯧 찬다]
[한숨]
(혜준) 할아버지가 하실 말씀 있다고 저녁에 일찍 들어오래
- (영남) 무슨 할 말? - (애숙) 너도 일찍 들어올 수 있어?
(혜준)
얘 광고 찍어?
(경준)
(혜준)
아, 왜 말을 못 해, 뭐 찍는다고?
(장만) 혜준이가 또 뭐 찍는대?
(영남) 광고 찍는대
(장만) 아, 좋겠다
아, 형님 이러다가 금방 재벌 되는 거 아니야?
참…
아, 연예인들이 뜨면 금방 건물 사고 팔자가 확 피던데?
너까지 그러지 마
그런 운은 최소 나라를 열 번은 구해야 오는 운이다
[장만의 웃음]
아버지는 또 왜 모이래?
[문이 달칵 여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이영) 아, 피곤해
[힘주는 신음]
[이영의 한숨]
나 오늘 혜준이 여자 친구 봤다 혜준이랑 같이
둘이 같이요? 정식으로?
나 다니는 숍에서 메이크업해
혜준이도 거기 다녀
고객님하고 같은 숍인지 몰랐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이영) 곧 죽어도 사모님 소리는 못 하지
나도 자기한테는 그런 호칭 받고 싶지 않아
(애숙) 정식으로 인사시켜 준다고 했어요
(이영) 애 똘똘해, 일도 깔끔하게 하고
내 마음에는 드는데 자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자기들끼리 마음 맞으면 돼요
세상에 제일 변하기 쉬운 게 마음이야
(이영) 일시적으로 맞았다고 계속 맞는다는 보장 없어
혜준이 지금 중요한 시기야 여기서 더 뜰 수도 있잖아
뜨자마자 열애설 뜨면 좋을 거 있어?
자기가 알아 하겠죠
(이영) 애한테만 맡겨 두고 애 하자는 대로 하려면
부모가 왜 있어?
(애숙) 요즘은 틈만 나면 부모 역할 강의하시네
자기가 그래야 혜준이나 해효 비슷해지네
힘들면 잠깐 쉬어 가라고 있죠
(이영) 가르쳐 주면 좀 들어라 [한숨]
그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야
(이영) 우리는 성장 배경이 너무 달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너무 달라
서로 이해하기 참 힘들겠어
[피식 웃는다] (애숙) 그걸 인제 아셨어요?
[스팀다리미 작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네
(경미) 아무리 봐도 올리브오일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제일 비싼 거 살게요
감바스 할 때 제일 알맞은 올리브오일이 있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요?
허, 아, 알았어요, 내가 사다 줄게요
그러세요, 그게 편해요, 피차
[통화 종료음]
(이영) 아, 진짜
하, 진우 엄마는 음식은 잘하는데
아, 뭔가 굉장히 거슬려
[피식 웃는다]
뒷담화 하시는 거예요?
(애숙) 동참해 줄 수가 없어요, 친한 사이라
(이영)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다?
나랑은 안 친해?
그, 그게 좀…
그게 좀 뭐?
[피식 웃는다]
진우 엄마가 좀 그런 면이 있긴 해요
(애숙) 정 많고 오지랖 넓어서 그래요
친구 되면 진짜 좋아요
무조건 그 사람 편이에요
[문이 달칵 열린다]
(진우) [힘주며] 밥 줘
(경미)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
맨날 술 먹고 늦게 다니더니 요즘은 애들이 안 놀아 주나 보지?
[웃으며] 야, 혜준이랑 해효는 잘나가더라
(진우) 갈비 지금 핏물 빼서 언제 먹어?
아, 이거 우리 먹을 거 아니야 해효네 갖다줄 거야
나 그 집에 반찬 만들어 주잖아
[경미의 웃음] 언제부터?
(진우) 그럼 해효 어머니하고도 만났어? [문이 스르륵 열린다]
만났지, 그럼
그 집 일을 왜 해! [장만이 엉덩이를 툭 친다]
(장만) 심심하대
(진우) 말리지, 아빠가 좀!
[한숨 쉬며] 아, 나는
그 집 일 가는 거 싫어
(경미) 별꼴이야
(장만) 우리도 갈비 해 먹자
(경미) 좋아, 좋아, 해서 혜준이 갖다줘야지
[경미의 웃음]
어디 가!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영남) 아, 혜준이는 광고 촬영 하고 늦게 들어온다는 거야?
(애숙) 애매하게 말했잖아
(영남) 당신은 광고 찍는 거 알고 있었어?
[식기를 쓱쓱 문지르며] 몰랐어
(영남) 아, 나는 그렇다 쳐도 당신은 애한테 너무 무심한 거 아니야?
[애숙이 식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살짝 기분 상하려 그런다?
(애숙) 자기는 그렇다 치는데 난 그렇다 치지 못하겠다는 거야?
(영남) 또, 또 예민하게 받는다
(애숙) 자식 일이야, 예민한 게 당연해
혜준이 근황 해효 엄마한테 다 들어
자식을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게 키우려고 노력했는데
무관심처럼 비쳐져서 속상해
난 당신처럼 태클은 안 걸었다고!
아이, 됐어
내가 말해 봐야 나만 죽일 놈이지, 뭐
[문이 달칵 열린다]
[흥미로운 음악]
너…
느, 늦, 늦, 늦, 늦었, 늦었다?
일찍 온다고 온 거야, 할아버지 때문에
(애숙) 혜준이 왔어?
- (혜준) 어, 엄마 - (애숙) 밥 먹었어?
(혜준) 응 [애숙의 탄성]
(애숙) 이러고 촬영하는구나
너 너무 잘생겼다
엄마 아들이야
[애숙과 혜준의 웃음] (경준) 너, 너
나 잠깐 보자
씻고 이따가
[문이 달칵 닫힌다]
(경준) 쟤 연예인 같아
연예인이야
씁, 대체 아버님은
무슨 하실 말씀이 있다고 집합시키신 거야?
[한숨]
[헛기침]
(민기) 혜준아, 이리 와 봐
돈 벌어서 식구들한테 맛있는 거 사 주고 싶었어
(혜준) 아직 돈 못 벌었잖아
(민기) 아, 벌면 더 비싼 거 사 줄 거야
7만 원이야, 네가 준 용돈 모은 거야
좋아
가르친 보람이 있습니다
네
[함께 웃는다]
(애숙) 아버님, 피자 시키셨어요?
어, 왔다
[민기가 속삭인다]
(민기) 금방 왔네?
(경준) 안녕히 가세요
[경준의 힘주는 신음]
내가 쏘는 거다
[애숙의 웃음] (경준) 네, 아이, 드세요, 할아버지
[민기가 호응한다]
음, 맛있다
(민기) 야, 야
넌 아직 내가 안 먹었는데…
아, 우리가 언제 그런 거 따졌어?
지금부터 좀 따지자
하, 어, 알았어요, 드세요
[민기의 헛기침]
(민기) 자, 그럼
다들 먹자
[피식 웃는다] (애숙과 경준) 네
음, 맛있네
(애숙) 아버님, 이제 말씀해 주세요
(민기) 음, 내가
뽑혔다, 광고 모델로
[애숙의 의아한 신음]
아, 또 무슨 사기당하는 거 아니야?
(민기) 아니야, 나도 그런 줄 알고 선생님한테
돈 내는 거냐고 물어봤어
아, 그럼 돈 안 준다고 하겠어?
(영남) 처음에 그렇게 미끼로 낚는 거야!
(혜준) 그 학원 공신력 있는 데야
학원에서 모델 에이전시도 같이 하더라고
(민기) 하, 넌 속고만 살았냐?
저번에 진우가 찍어 준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다, 어
멋있다고, 그, 그…
내가 한 말 아니야 광고 회사 사람들이 그랬대
(애숙) 축하드려요, 아버님
(민기) 어, 오늘의 이 영광은
혜준이한테 돌린다
[가족들의 웃음] (영남) 돈 들어오면 다시 돌려요, 아버지
김칫국 마시지 말고
혜준이도 됐다 그랬다 안 된 일 많잖아
거기 일이 다 그렇지
확실하지 않잖아
기분은 낼 수 있잖아
(민기) 안 되더라고 이런 제안이 나한테 왔다는 게 중요한 거지
이 피자값 누가 냈어? 아버지가 시킬 줄 알아?
(영남) 혜준이가 냈지?
쟤가 학원비 내 줘 기분 맞춰 준다고 피자값 내 줘
아버지가 혜준이 자식이야?
아버지가 돈도 주고 응원도 해 줬어야지 거꾸로 됐잖아!
[한숨]
(애숙) 아버님
(영남) 아, 왜 울어?
나만 나쁜 사람 됐잖아
현실을 말해 줘도 이러네?
너 나쁜 사람 아니야
(민기) 아버지가 늙으면은
눈물이 그냥 나와
[민기의 한숨] (혜준) 피자값 줬어!
할아버지가 7만 원
아빠는?
자식인 나한테 응원해 줬어?
내가 하는 일 한 번이라도 지지해 준 적 있어?
아니, 그거는 너 내가 잘되라고…
(민기) 너 요즘 잘나간다고 아빠가 우습게 보여?
[익살스러운 음악] (혜준) 여기서 우습게 보인다는 말이 왜 나와?
내 질문에 대답을 해 봐
아빠가 내가 하는 일에 한 번이라도 지지해 준 적 있냐고
(경준) 그, 지지해 주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거야
아빠처럼 채찍을 들 수도 있고
나처럼 마음으로 마음으로 지지해 줄 수도 있는 거야
너 지금 좀 잘나간다고 아빠한테 이러는 거 아니다! 쯧
(혜준) 형 너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한다
표현되지 않는 마음이 그게 마음이냐?
공상이지!
(민기) 하, 그 말 멋있다
'표현되지 않는 마음이 그게 마음이냐?'
- (민기) 우리 들어가자 - 그래, 들어가자
(애숙) 어유, 진짜 애들도 아니고
왜 이러냐고요, 모이기만 하면
(민기) 내가 끝으로 말할게
표현되지 않는 마음은
똥이야
[혜준이 봉지를 부스럭거린다] 똥!
(애숙) 아버님
[민기의 힘주는 숨소리]
[애숙의 한숨] (영남) 아, 너도 뭐라고 말 좀 해 봐!
[문이 달칵 닫힌다] 뭐 멋있는 말 없어?
아빠가
아까 '너 좀 잘나간다고 아빠가 우습게 보여?'
이 말 할 때 벌써 졌어
(애숙) 져서 뭐 하고 이겨서 뭐 해, 가족끼리?
[한숨]
[캔을 쉭 딴다]
다 뒤죽박죽인데
'행복해'라고 주문을 걸어 본다
[휴대전화 조작음]
잘까?
[캔을 툭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정하)
(혜준)
[캔을 탁 내려놓는다]
[부드러운 음악]
(정하) 누군가를 빛내 주는 걸 좋아해
[피식 웃는다]
[피식 웃는다] (혜준)
(정하)
(정하)
[피식 웃는다]
(혜준) 칭찬 스킬
(혜준)
(정하)
(혜준)
[정하의 힘주는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정하) 맞아, 행복
(혜준) 나야, 맥주야?
[혜준의 웃음]
[새가 지저귄다]
[신난 탄성]
아직 안 나왔네?
[민재의 탄성]
[민재의 놀란 신음]
짜잔
앞으로 사 스타님을 모실 1호입니다
이름까지 지었어? 1호가 뭐야?
1, 2, 3 할 때 1, 첫 번째 차
[함께 웃는다]
가자, 1호
(민재) 잠깐만, 잠깐만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민재의 탄성]
[민재의 웃음]
(혜준) 아빠
(민재) 아, 저, 안녕하세요
사 배우 매니저예요
[호응한다]
그럼 저, 나중에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밝은 음악]
[민재의 옅은 웃음] 아…
[민재의 신난 탄성]
(경준) 아빠, 엄마가 식사하시래요
[자동차 시동음]
누구야?
(영남) 여자 매니저네?
운전도 잘한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관객들의 박수]
[스크린 속 도하의 아파하는 신음]
[스크린에서 퍽퍽 소리가 흘러나온다]
[소란스럽게 싸운다]
(세훈) '평범'은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평범을 욕망하지 않는 사람들이
평범을 욕망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어, 슈퍼스타 박도하 씨와
평범한 청년 윤철 캐릭터가 만나 더 특별해졌고요
(진행자) 와, 아유, 근데 박도하 씨
주인공인데 너무 맞는 거 아닌가요?
(도하) 아, 힘들었어요 [관객들의 웃음]
혜준이가 잘 때리더라고요
(진행자) 아, 보니까 세 분이 다 동갑이시네
(해효) 그래서 현장이 재밌었어요
(도하) 아, 해효하고는 지금 드라마도 같이 출연하고 있어요
(진행자) 우아, 그래서 그렇게 합이 잘 맞았군요
어, 사혜준 씨
왜 한마디도 안 하세요?
[놀라며] 어떻게 저렇게 선한 얼굴로
이렇게 살기 넘치는 연기를 잘할 수가 있죠?
감사합니다
(혜준) 일단 존경하는 최세훈 감독님 작품에 출연한다는 거 자체가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저한테는 큰 영광이었어요
그래서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제 모든 걸 쏟아부어서 별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진행자) 아, 아, 뭐예요?
이러니까 또 생각나잖아요
'게이트웨이'! [관객들의 환호성]
[진행자의 탄성]
[웃으며] 어머, 어머, 잠깐만요
나 이건 대본에 없는 건데
저 살짝 일어날게요 [관객들의 탄성]
그리고 갈게요
[관객들의 환호성]
어, 어, 저
그거 하나만 부탁드려도 돼요?
어, 실제로 한번 꼭 듣고 싶었단 말이에요
'사귈래요?' 한 번만 해 주세요
[관객들의 환호성]
한 번만요, 한 번만
[관객들의 환호성]
사귈래요?
[진행자와 관객들의 탄성]
(진행자) 어, 어, 네, 사귈래요
사귈까요? 사귀어 볼까요? 어, 네
- (혜준) 고맙습니다 - (진행자) 어머, 심장아, 나대지 마
(진행자) 나대지 마, 캄 다운, 캄 다운, 스톱
[흥미로운 음악]
[민재의 탄성]
(민재) 너 말 잘하더라
(혜준) [웃으며] 그건 아닌데?
- (배달원) 사혜준 씨! - (민재) 네, 여기요
(민재) 여기 놔 주시면 됩니다
- (배달원) 네, 수고하십시오 - (민재) 예, 감사합니다
- 이거 뭐야? - (민재) 화장품 광고 회사에서 보냈대
(도하) 저거 내 광고 아니야?
[사람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해효)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축하한다, 광고 찍었네
[피식 웃으며] 찍었네?
(해효) 핸드폰 광고도 찍었네?
(민재) 이거 말고도 많아
예, 보십시오
[입 모양으로] 누구 거?
(해효) 역시 로코를 찍어야 광고가 많이 들어오는군
너의 좋은 기운을 받고 싶다
아, 촬영만 없으면 너랑 노는데
(민재) 야, 얘도 시간 없어
감독님하고 미팅 잡혀 있어
- 차기작 정했어 - (정하) 사극이래, '왕의 귀환'
- (해효) 너도 알아? - (혜준) 얘는 당연히 알지
이 자식이 진짜
[혜준의 아파하는 신음] (해효) 나한테 말을 안 해?
- (정하) 아이, 저 - (민재) 저기요? [혜준이 사과한다]
- (민재) 아니요, 저기요, 저기요 - (해효) 어어?
[사람들의 웃음]
(태수) 안녕하세요
[힘주며] 수고했다
이제 왔으면서 뭘 수고해?
(태수) 아까 왔어, 너 하는 거 다 봤어
나한테 신경 안 쓸래?
(태수) 너한테 온 신경 다 쓰고 있어
어, 과연 그래?
저거 봐
[혜준과 해효의 웃음]
- 어, 되게 좋다 - (민재) 그러게
"축하합니다"
[도하의 한숨]
(도하) 어떻게 사혜준 같은 애한테 광고를 뺏겨?
- (도하) 왜 얘기 안 했어? - (태수) 하면?
하면 뭐, 달라지냐? 네가 아직도 주제 파악 못 하고 있는데
- 뭐? - (태수) 톱 찍은 지가 몇 년째야?
너 이제 내려오는 추세야
지금부터는 유지만 해도 잘하는 거야
[헛웃음]
나 박도하야
(도하) 형? 내 매니저야
뭐 잘못 먹었어? 나 지금 가르쳐?
어, 가르쳐!
(태수)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한 1년 돼 가잖아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잖아
뭐, 장점, 단점, 약점!
[무거운 음악]
나를 믿어
누구보다 너를 위해
나를 위해서 너를 위하는 거야
네가 잘돼야 나한테 이익이 되니까
정말 싸가지 없어 쥐어패고 싶은 순간이 있어
근데 참아, 많이 참아, 형이!
너도 참아, 그러니까
[태수의 한숨]
[당황한 숨소리]
내…
내, 내 약점 뭘 알고 있는데?
(태수) [팔을 툭 치며] 너는 지금처럼 살면 돼
[도하의 떨리는 숨소리]
그럼 형 믿고 지금처럼 살게, 근데
사혜준 치고 올라오는 꼴은 못 봐
날 위한다며? 뭘 할 수 있어?
[긴박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퍽 소리가 난다]
[배우1의 아파하는 신음]
[배우2의 기합]
[소란스럽게 싸운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긴장되는 음악]
내 길을 방해하지 마라
너의 목숨은 가져가지 않겠다
(배우3) 숨이 오래 붙어 있으면 헛소리를 하는 법
[배우들의 기합]
[배우들의 힘주는 신음]
[치영의 가쁜 숨소리]
(치영) 우리에게 맡기시고 대군은 형님과 가십시오
살려 달라고 하면 살려 주거라
[흥미진진한 음악]
(감독) 컷!
[촬영장이 분주하다]
[민재의 가쁜 신음]
- (민재) 어 - 괜찮았어?
(민재) 너무 멋있었어, 볼래?
여기 봐 봐
[민재가 말한다]
(제작진) [종이를 톡톡 치며] 내일 현장 집합 05시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태프 방에 올리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민재) 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제작진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내일 5시 집합이면 이 근처에서 숙박할까?
- 그게 나을 거 같다 - (민재) 그래
- 야, 근데 나 아까 깜짝 놀랐잖아 - (혜준) 왜?
[개구리 울음]
(혜준) 여기 하늘 같이 보고 싶다 [부드러운 음악]
- 나중에 같이 오자 - (정하) 좋아
내일 쉬는 날이야
근데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정하) 부동산 가 봐야겠어
내가 도와준다고 하면 받을래?
우리 아빠가 도와준대도 안 받아
나 이제 자도 돼?
나랑 얘기하는데 잠이 와?
[피식 웃는다]
쏟아져
(정하) 틈만 나면 상가 보러 다녀
마음에 드는 데는 다 비싸
(정하) 미안, 너의 낭만에 동참해 주지 못해서
잘 자
[휴대전화 조작음]
[카메라 셔터음]
- (정하) 안녕하세요 - (사장) 어서 오세요
(정하) 사장님, 저 집 내놨는데 왜 한 사람도 안 보러 와요?
그거 아버님이 와서 매물 걷어 갔어요
아, 그럼 저한테 확인을 하셨어야죠
내놓으면 팔리긴 해요?
아, 그럼요
내일 집 보여 줄 수 있어요?
아, 내일은 안 돼요, 일하러 가야 돼서
주말에 보여 드릴게요
[통화 연결음]
아빠
이러면 반칙이야
(직원) 뷰티 숍 하긴 여기가 딱이에요, 예?
500에 50, 권리금도 없고
지은 지 오래됐잖아요
(직원) [웃으며] 에이, 15년이 뭘 오래예요? 상가인데
[직원의 웃음]
언제 계약할 수 있어요?
[휴대전화 진동음]
어, 아빠
(승조) 좋아해로 들어와
[후루룩 소리가 난다]
[정하의 만족스러운 신음]
[만족스러운 신음]
아빠랑 있으면 좋은 게 뭔지 알아?
다 좋은 거 아니야?
[피식 웃는다]
모든 게 허용된다
(정하) 엄마랑 있으면 컵라면 먹는다고 뭐라 했을 거야
(승조) 음, 칭찬인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정하) 칭찬이야!
[승조와 정하가 살짝 웃는다]
맛있어, 음
[정하가 후루룩거린다]
[도어 록 작동음]
- (정하) 응, 자 - (승조) 응
[도어 록 작동음]
[정하의 피곤한 신음]
(정하) 역시 집이 최고야
어유, 피곤해
(승조) 그러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푹 자
아니, 여기 이렇게 있을 거야
[피식 웃는다]
[승조의 힘주는 숨소리]
(정하) 아빠 언제까지 있을 거야?
집 팔면
어디서 살아?
(정하) 돈이 없지 살 데 없을까 봐?
[한숨]
돈 얘기 하니까 정신이 바짝 나네
[한숨] (승조) 이 집 팔지 마
아빠가 줄게
(정하) 하, 내 인생이야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아빠한테 신세 지기 싫어
[잔잔한 음악]
[웃으며] 아, 왜?
아빠가
[떨리는 숨소리]
잘못했어
(승조) 네 어린 시절을 몽땅 도둑질했어
엄마 아빠 맨날 싸워서 걱정했지?
[정하가 피식 웃는다]
(정하) 걱정 엄청 했지
엄마 편들면 아빠한테 미안하고
아빠 편들면 엄마가 불쌍하고
엄마 아빠 싸우는 게 나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까 그렇네?
어린 시절 내내 엄마 아빠 걱정만 하면서 살았어
[승조의 떨리는 숨소리]
[정하의 옅은 한숨]
항상 마음을 다잡아
누군가에게 의지하면
떠날까 봐 불안해하면서 살아야 될 거 같아서
[옅은 웃음]
아, 아빠, 뭐, 뭐 하는 거야?
하지 마
[승조가 흐느낀다]
울지 마
(승조) 자식이 부모한테 받는 걸 왜 신세라고 생각해?
너 그거 아빠 거절하는 거잖아
네가 맨날 그런 식으로 아빠 벌주잖아
말로는 아빠 좋아한다고 하면서
아, 아직도 마음으로는 용서 안 했잖아!
네 마음 풀릴 때까지
아빠 이러고 있을게
[한숨] [승조가 훌쩍인다]
(정하) [울먹이며] 아, 왜 그래?
[흐느낀다]
[저잣거리가 떠들썩하다]
(혜준) 좀 떨어져, 갑갑하다
사람들의 주의만 더 끌 뿐이다
(치영) 내가 하나 사 줄까?
잉? 여자여?
[치영의 웃음]
(유리) [노리개를 탁 내려놓으며] 씨, 안 사요
[긴장되는 음악]
(혜준) 도성 후문에서 신시에 보자
이곳은 백성들의 터전이다
자리를 옮기자
[긴박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배우들의 힘주는 신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흥미진진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비장한 음악] (성운) 먼저 가세요
유리야, 대군 모시고 먼저 가!
- 가시죠 - (혜준) 가지 않겠다
(성운) 이 나라의 성망이 대군께 달려 있습니다!
- 가세요, 대군! - (혜준) 함께 가지 않으면!
- 가지 않겠다 - (성운) 대군!
너희들도 나의 백성이다!
단 한 명의 백성도
지나가지 않겠다
[긴박한 음악] [소란스럽게 싸운다]
(여자1) 오빠! [흥미진진한 음악]
[여자들의 환호성] 사혜준! 사혜준!
(여자들) 사혜준! 사혜준!
사혜준! 사혜준!
[여자들이 '사혜준'을 외친다] (여자2) 잠깐!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아예 사혜준 팬클럽을 만들자
[여자들의 환호성]
누가 우리에게 이런 설렘을 주는가?
남편인가?
(여자들) 아니요!
(여자2) 박도하인가?
(여자들) 아니요!
그럼 이름은 뭘로 지을까요? 팬클럽 이름
사혜준이니까 [여자들이 호응한다]
(여자2) 혜준이, 혜준이, 혜준이
- 뭘 해 주니? 어 - (여자3) 다, 다 [밝은 음악]
- 다혜준다! - (여자4) 딱 맞지? [여자들의 탄성]
- (여자2) 우리 혜준이는 다혜준다 - (여자5) 다혜준다
(여자들) 다혜준다! 다혜준다!
다혜준다! 다혜준다!
다혜준다!
[민재의 탄성]
[휴대전화 조작음]
[탄성]
(민재) 야, 이거 실화냐?
(치영) 제가 꼬집어 드릴까요? [민재의 못마땅한 신음]
- 혜준아 - (혜준) 응?
(민재) 넌 이제 나만의 스타가 아니야
세계로 뻗어 가는 사혜준, 사 스타!
그만 좀 해, 누나까지 이러면 어떡해?
주위 사람 모두 들떠도 누나는 중심 잡고 있어야지
네가 들떠야 내가 중심을 잡지
네가 너무 중심을 잘 잡잖아
[민재의 웃음]
- (치영) 형 - (혜준) 응?
(치영) 이번에 최우수상 타면 수상 소감에 내 얘기 좀 해 주세요
- (민재) 아, 참 - (혜준) 난 못 타
(혜준) 나더러 왜 MC를 봐 달라고 했겠냐?
상 못 주니까 배려해 주는 거지
이따 시상식 작가님한테 물어보세요
(민재) 물어보나 마나 나도 박도하가 탈 거 같아
MC 해 달라고 하는 거 보니까
(혜준) 누나, 누나는 내 매니저야
그럼 하늘이 두 쪽 나도 내가 탄다 그래야지
(민재) 네가 캄 다운 하라며? 왜 그래, 나한테?
재밌으니까, 놀리는 거
(민재) 하, 자식, 저… [웃음]
(태수) 브라보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었어
보는 눈은 있었는데 인내심이 없었어 [문이 탁 닫힌다]
[의자가 드르륵 밀린다]
(도하) 사람이 왔으면 자리에 와서 앉아야 될 거 아니야
[태블릿 PC를 탁 내려놓으며] 간다, 가
(도하) 기사 봤어?
[도하의 헛웃음]
나랑 사혜준하고 남자 최우수 연기상 붙은 거?
말이 돼?
말이 안 되지
(태수) 너랑 어떻게 사혜준 따위가 붙냐?
영혼이 없다
(태수) 씁, 아, 이 새끼 눈치 진짜 빨라
네가 탈 거야
(태수) 사혜준이 사회 보잖아
상 주는데 사회 부탁하겠냐?
방송국에서도 걔 좀 챙겨 줘야 될 거 아니야
걔가 방송국이 챙겨 줘야 될 만큼 큰 거야?
(태수) 어
컸어
[흥미로운 음악]
[한숨]
아이, 짜증 나
죄다 사혜준 아니면 박도하야
[짜증 섞인 신음]
(경미) 저기, 사모님
(이영) 하, 뭔 또 사모님이에요, 진우 엄마
전 그렇게 부르는 게 더 편한데?
난 싫어, 우리 애들한테 계급적인 인간으로 비춰지는 거
[작은 목소리로] 뭔 소리야?
(경미) 요즘 많이 힘드시죠?
내가 왜 힘들어요?
혜준이 잘나가는데
(경미) 연예대상 MC에, 최우수 연기상에
해효는 그렇게 뒷바라지를 했는데도 잘 안되잖아요
(이영) 염장을 제대로 지르네? [한숨]
잘 안 나가는 거 아닌데? 신인상 탈 거예요
(이영) 그리고 혜준이 아직 최우수상 후보예요
아이, 탈 거예요
(경미) 저도 시상식에 갈 거예요 언니가 같이 가재요
[경미의 웃음]
사모님, 아이, 아이
해효 어머니도 가요?
(이영) 막상 해효 어머니라 그러니까 확 올라오네?
(이영) 안 가요
- 안 가세요? - (경미) 갈 거예요
[한숨]
(경미) 반찬 냉장고에 다 채워 놨어요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예스
뭐 하니?
엄마, 나 인스타 팔로워 100만 됐어
- 좋아? - (해효) 좋지, 그럼
(이영) 이건 뭐야?
(해효) 시상식 때 입으려고 샀어
넌 요즘
혜준이 보면 느끼는 거 없어?
(해효) 음…
'자식, 정말 잘됐다 고생 많이 했는데'
그게 다야?
뭘 더 느껴야 돼?
최우수상은 혜준이가 탔으면 좋겠다
[무거운 음악]
내가 널 이렇게 키운 거니?
이렇게 키운 거 맞을 거야
잘 키웠지?
엄마 지금 열불 나는데 넌 웃음이 나와?
내가 널 위해서 얼마나 뒷바라지를 했는데
이런 초라한 성적을 들고 와?
(이영) 하, 잠이 안 와, 너 때문에
네가 문제야, 너무 문제의식이 없어
지금도 팔로워 수에 좋아할 때야? 그까짓 팔로워 수?
'그깟 팔로워 수'?
(해효) 100만이야
100만의 사람들이 날 지지해 준다고
그런 숫자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가짜야, 진짜는
혜준이처럼 무대에 서서 박수받는 거야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준) 생방송으로 함께하고 있는 2019 OVN 연기 대상
이번에는 남자 최우수 연기상
미니시리즈 부문을 시상하도록 하겠습니다
- (MC) 혜준 씨 - (혜준) 예
- 떨리시죠? - (혜준) 제가요?
- 왜요? - (MC) 왜일까요?
(MC) 오늘 의상 너무 멋지신데요?
상 타기 딱 좋은 복장이에요
[관객들의 웃음] (혜준) 고맙습니다
오늘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아, 감사합니다, 시상할까요?
[MC가 피식 웃는다] (혜준) 그럴까요?
네, 시상에는 전년도 수상자이신
송민수 씨께서 함께해 주시겠습니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송민수 씨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선배이기도 한데요
(MC) 송민수 씨도 모델부터 시작을 하셨죠?
두 분 개인적인 친분도 있으신가요?
(민수) 안녕하세요, 송민수입니다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안녕, 혜준아
어, 너 요즘 전화 안 되더라?
떴다고 형 전화 안 받고 그러는 거야?
아, 아, 형
저 전화번호 바뀌었어요
[관객들의 웃음]
(민수) 진짜 바뀌었어요?
- 농담입니다 - (민수) 저도 농담입니다, 예 [관객들의 웃음]
(민수) 네, 제가 작년에 이 자리에 섰을 때
정말 너무 떨려서 시상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마음껏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최우수 연기상 미니시리즈 부분
남자 후보부터 영상으로 만나 보시죠
[긴박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민수)
[팬들의 환호성] (영상 속 혜준) 함께 가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
(영상 속 도하) 저, 저, 저, 저, 저 죽어요!
(민수) '잡아라' 박도하 [영상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영상 속 도하) 아이, 경찰 좀 불러 주세요!
(민수) 네, 이렇게 영상으로 후보분들을 만나 보셨는데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OVN 연기 대상 최우수 연기상 미니시리즈 부문 남자 수상자는
[긴장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네, 이분이시네요
'왕의 귀환' 사혜준, 축하드립니다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 [당당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감사합니다
[혜준이 머뭇거린다]
이런 날이 오네요
1년 전까지만 해도
(혜준) 전 이름 없는 배우이면서 알바생이었습니다
그때 저를 응원해 주고 지지해 줬던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뭐든 다 해 주고 싶은 우리 다 해 준다
감사합니다
[관객들의 환호성]
[흥미진진한 음악]
(혜준) 아직 실감 안 나
[카메라 셔터음]
(정하) 섭섭했어, 아주 많이
[휴대전화 진동음] (혜준) 누나, 정하 못 봤어?
(경준) 너 아빠만 쏙 빼놨더라?
형 너는 유치하게
(태경) 스타가 되고 싶은 거야? 배우가 되고 싶은 거야?
(해효) 혜준이랑 비교당하는 거 너무 싫어
(지아) 저 사혜준 씨 친구예요
(혜준) 앞으로는 이런 거 하지 마
(지아) 이런 게 너무 그리워
(민재) 밖에서 둘이 껴안고 사진만 찍히지 마 [카메라 셔터음]
(경준) 너 찰리 정이라고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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