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 1
[어두운 음악]
(동기) 서해야, 일어나
서해야
(서해) 아빠
(동기) 가야 돼, 이제 네 차례야
[주변이 시끌시끌하다] [긴장되는 음악]
[삐 소리가 울린다]
[안내 음성] 30kg 이상의 수하물은 반입할 수 없습니다
세균성 물질, 생물
폭발 가능성이 있는 물건은 반입 금지입니다
여행 중 발생하는 사망 및 부상
기타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서 본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기기 작동음]
[전등이 지직거린다]
[스탬프 작동음]
[스탬프 작동음]
[스탬프 작동음]
같이 가, 아빠
아빤 못 갈 거 같아
[동기의 한숨]
아빠가 말해 준 거 외워 봐
첫 번째, 도착하면?
도착하면!
바로 뛴다
아무한테도 붙잡히면 안 돼 절대 안 돼
잡히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말 못 하는 사람처럼 굴어, 알았어?
(서해) 응
근데 아빠도 같이…
(동기) 두 번째
[무거운 음악] 빨리
[울먹이며] 아무도 믿지 않는다
누가 네 편인지 누가 진짜 나쁜 놈인지 아무도 몰라
(동기) 아무도 믿지 마, 아무도, 알았어? [훌쩍인다]
알았어
(동기) 그래
마지막, 세 번째
어서
(군인) 250811
(동기) 갑니다
빨리, 세 번째
[훌쩍인다]
한태술
한태술
그놈한테 절대 가면 안 돼
만나는 것도 안 되고 말하는 것도 안 돼, 알았어?
그럼 엄만 어떻게 하고?
엄마 죽으면 어떡해?
사람은 다 죽어
[흐느낀다]
[서해의 한숨]
아빠만 두고 어떻게 가
(동기) 가면 맛있는 거 많아
서해 좋아하는 과일도 있고
통조림 말고 진짜 과일
[훌쩍인다]
그러니까 거기 가서 너 먹고 싶은 거 실컷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그냥 신나게 사는 거다
응?
약속해
(군인) 250811!
(동기) 간다고!
약속해
약속 안 하면 아빠 너 안 보내
가자
[게이트 작동음]
[사이렌이 울린다]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풀벌레 울음]
[긴장한 숨소리]
[힘주는 신음]
[거리 소음이 요란하다]
[거친 숨소리]
[서해의 다급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서해의 다급한 숨소리]
[슈트 케이스가 드르륵 끌린다]
[열차 진입 경고음]
[열차 경적]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슈트 케이스가 드르륵 끌린다]
[어두운 음악]
[드론 작동음]
[당황한 숨소리]
[강조되는 효과음]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단속국 대원들의 거친 숨소리]
[방사선 계수기 작동음]
[당황한 숨소리]
[서해의 다급한 숨소리]
[사이렌이 울린다]
[긴박한 음악]
[서해의 힘주는 신음]
[서해가 슈트 케이스를 탁 집는다]
[단속국 대원이 소리친다]
[단속국 대원들의 거친 숨소리]
[방사선 계수기 작동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어두운 음악]
"에어 코리아나"
[시끌시끌하다] [카메라 셔터음]
[남자1의 짜증 섞인 신음]
[남자1이 젓가락을 툭 내려놓는다]
(남자1) 야! 너 이리 좀 와 봐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남자1) 너 이걸 라면이라고 끓였어?
눈깔이 있으면 봐 봐, 어?
면발이 다 불어 터져 가지고, 어?
네까짓 게 뭔데 내 입을 쓰레기로 만들어? 어!
네가 한번 먹어 봐
왜? 못 먹겠지?
네가, 어? 다 처먹고 제대로 다시 끓여 와, 알았어?
(태술) 야, 다시 끓여도 똑같다
[흥미로운 음악] 지금 여기 어디니? 어?
만 미터 상공이잖아
기압이 낮으니까 끓는점이 낮은 거고
끓는점이 낮으니까 라면이 맛이 없는 거야
과학 시간에 안 배웠니?
(남자1) 뭐야, 너?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힘주는 신음]
(태술) 응
응
아, 이거 연구실에서 막 찍어 갖고 사진이 제대로 안 나왔는데
그, 다음 달에 하와이 콘셉트 화보도 나오거든요
연락처 알려 주시면 제가 보내 드릴게요
하와이 가 보셨어요?
아니요
오, 나도 안 가 봤는데
(승무원1) 왜요?
(태술) 아니, 뭐, 나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 생기면 같이 가려고요
[함께 살짝 웃는다]
[남자1의 헛기침]
그냥 그렇다고
그러니까 줄 때 '고맙습니다' 하고 드셔
(남자1) 어이
싫은데?
(태술) 응
그러면 뭐 어,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쯤에
라면 진상남으로 실검 1위 한번 찍는 거지, 뭐
(영상 속 남자1) 눈깔 있으면 봐 봐, 어? [리드미컬한 음악]
다 불어 터져 가지고
네까짓 게 뭔데 내 입을 쓰레기로 만들어? 어!
[남자1의 짜증 섞인 숨소리]
네가 한번 먹어 봐 [남자1이 털썩 앉는다]
[작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잡지를 툭 내려놓으며] 아, 저 물 한 잔만 갖다주세요
(승무원1)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전화번호도
[카메라 셔터음]
[태산의 탄성]
씁, 네 타입은 아닌 거 같은데?
(태산) 야, 근데 확실히 퍼스트 클래스라서 그런지
자리가 진짜 편하다, 어?
내가 진짜 동생 하난 진짜 잘 뒀지
그리고 이 와인 퀄리티가 진짜 장난 아니야
[웃음]
너도 한잔해
[태산이 숨을 씁 들이켠다] [태산이 잔을 툭 내려놓는다]
태술아, 내가 그, 신문에서 봤는데
그, 너처럼 뇌를 긴장 상태로 계속 두면
그, 씁, 뭐랄까?
[손가락을 탁 튀기며] 아드레, 어, 아드레날린
그게 막 나와 가지고 면역력이 떨어진대
형이 신문에서 봤잖아, 어?
야, 한태술이
너 지금 형이 말하는데 쳐다도 안 보고
뭐, 나한테 화난 거 있어?
왜 자꾸 사람 말을 씹어?
왜냐하면
형은 죽었잖아
[다가오는 발걸음] [무거운 음악]
(승무원1) 물 여기 있습니다 [승무원1이 잔을 툭 내려놓는다]
[잔을 툭 집는다]
[잔을 툭 내려놓는다]
[꿀꺽 삼킨다]
[한숨]
[비행기가 덜컹거린다] [사람들이 술렁인다]
(승무원1) 걱정 마십시오, 난기류일 겁니다
[승무원들이 안내한다]
[경고음이 울린다]
뭐야, 왜 이래?
시트 벨트 온
네
[좌석 벨트 착용 알림음]
(승무원2) 좌석 벨트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안내 방송 속 기장) 이 비행기는 현재 난기류를 만나 기내에 다소간의 요동이 있습니다
(승무원1) 벨트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방송 속 기장) 승객 여러분께서는 착석하시어 좌석의 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어] 승객 여러분…
[긴박한 음악]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경고음이 요란하다]
[부기장의 힘겨운 신음]
(부기장) [한국어] 기, 기장님!
기장님!
[부기장의 힘겨운 신음]
[힘주는 신음]
[부기장의 놀란 신음]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 메이데이!
스톨 오브…
에어 코리아나 007!
[부기장의 힘주는 신음]
[부기장의 거친 숨소리]
[놀란 숨소리]
[태술의 놀란 신음]
[사람들의 비명] [힘겨운 신음]
[사람들의 비명]
[부기장의 힘겨운 신음]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의 힘겨운 신음]
[사람들의 비명]
[태술의 다급한 신음]
[힘겨운 신음]
[태술의 거친 숨소리]
[태술의 다급한 숨소리]
[태술의 힘주는 신음]
[사람들의 비명]
[태술의 힘겨운 신음]
[어두운 음악]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신음]
[무거운 음악]
[힘겨운 숨소리]
[카메라 셔터음] [힘겨운 신음]
(태산) 태술아, 태술아!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문이 쾅 닫힌다] 야, 한태술!
[놀란 신음]
[떨리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의 비명]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의 힘겨운 신음]
[태술의 힘주는 신음]
[경고음이 요란하다] [힘겨운 신음]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의 다급한 숨소리]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 아저씨, 일어나,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
[태술이 산소마스크를 탁 집는다]
[부기장의 거친 숨소리] 일어나!
[태술의 힘겨운 신음]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이 산소마스크를 탁 집는다]
어떻게 된 거예요?
[힘겨운 숨소리]
저기 사람이…
[힘겨운 숨소리]
(부기장) 저기 사람이… [긴박한 음악]
[태술의 다급한 숨소리]
(부기장) 기장님
[태술의 힘겨운 신음]
기장님! [태술의 힘주는 신음]
[사람들의 비명]
[힘겨운 신음]
[태술의 힘주는 신음]
(부기장)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태술) 보면 몰라? 비행기 고치잖아!
(부기장) 그걸로요?
(태술) 2차 대전 때 비행기 다 이걸로 고쳤어!
[힘주는 신음]
(부기장) 에어 코리아나 007! [태술의 힘주는 신음]
일렉트릭 시스템 페일!
[태술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부기장의 안도하는 숨소리]
[가쁜 숨소리]
된다니까
[긴장되는 음악]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의 힘주는 신음]
[소란스럽다]
[박진감 넘치는 음악]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 보자
보자, 150 정도니까…
스톨 직전이에요 [경고음이 울린다]
자, 가만있어 봐
어어, 어, 조종 패널 쪽 전력만 나가네?
내가 이거 전력 복구시키면 착륙시킬 수 있겠어요?
(부기장) 네?
- (태술) 할 수 있어? - 네, 네
(태술) 오케이
오케이, 지금 고도가 지금 고도가 2만 피트
그러면 남은 시간이 3분 30초
[태술의 다급한 숨소리]
예, 30초마다 알려 줘요, 알았어요?
빨리!
[태술의 다급한 숨소리]
[경고음이 요란하다]
[태술의 고민하는 신음]
[태술의 고민하는 신음]
30초 지났어요
(태술) 오케이, 자석으로 전류를 우회시킬 거예요
자석이…
"전력"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이 중얼거린다]
[태술의 다급한 숨소리]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의 옅은 탄성] (부기장)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거 망가트리면 어떡해요!
아, 이 패널에 자석이 있거든
(태술) 여기 있잖아
지금 이거 필요해요? 추락하고 있는데!
[태술의 다급한 숨소리]
[짜증 섞인 신음]
아, 죽겠네, 진짜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탄성] [흥미로운 음악]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 나와
자, 보자, 보자, 보자 어느 놈이 끊어졌냐?
[태술의 살펴보는 신음] (부기장) 30초 지났어요
2분 30초 남았어요
(태술) 보자, 보자, 어…
오케이, 너구나?
저, 라이터 있어요, 라이터?
[짜증 섞인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빨리, 빨리, 빨리
(부기장) 저기…
- (부기장) 저기요! - 아, 왜!
(태술) 아이, 지금, 씨, 바빠 죽겠는데, 씨
잠깐 전화 좀 받을게요
어, 승복아
야, 너 지금 어디야?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돼!
[이사진들이 투덜거린다] (에디) 너 지금 이사회 난리 났어
[어색한 웃음]
한 회장입니다, 연락됐습니다
(에디) 야, 너 자꾸 이사회 빠지고 사고 치고 이런 식이면 너 회사 잘려
야, 내 회사인데 누가 날 잘라?
(에디) 어유, 씨 야, 너 지금 어디야, 그래서?
나? 나 지금 비행기
비행…
비행기인데 어떻게 전화를 받아, 씨
(태술) 어, 지금, 저, 추락 중이거든
뭐?
[긴박한 음악]
(에디) 야, 내가 지금 장난칠 기분이 아니다
(태술) 아, 진짜야 원래 저상공에서는 신호가 잡혀
아까부터 계속 전화 안 됐다 그랬지?
하, 그만해라
야, 어디, 저, 소방서든 뭐, 공항이든 연락해
(태술) 지금 사이판에서 돌아오고 있는 코리아나 JH007
(태술) 지금 서울 상공에서 추락 중
지금 고도가 만 피트 이하
그리고 속도는 시속 백 노트
기장님…
어, 기장님 돌아가셨고
지금 부기장님은 이상해 상태 이상해, 지금 정신 못 차려
(태술) 그리고 여기 비행기 앞 유리 지금 십 센티 깨진 거는
내가, 내가 다 메, 메꿨고
지금 조종실 전력 계통 수리 중이야
[어두운 효과음]
그래, 지금 한 회장 어디라고 하나?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지?
(에디) 아, 예, 지금 오는 중이랍니다
야, 너 이 새끼, 진짜 장난이면 정말 너 나한테 죽는다
[에디의 한숨]
줘 봐, 하
개드립 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비행기…
비행기가 추락해? 이 나쁜 새끼, 씨
[어두운 효과음] [에디의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야, 한태술
너 지금 뉴스 보고 장난치는 거 아니지?
[부품을 툭 내려놓는다]
아, 진짜, 씨
[놀란 숨소리]
(태술) 야, 씨, 쩔지?
[태술의 힘겨운 신음]
이런 미친놈, 진짜, 야…
(에디) 야, 빨리 코리아나 연락해!
빨리! [에디의 거친 숨소리]
(태술) 야, 승복아
지금부터 통화 내용 녹음해
(태술) 녹음, 녹음하라고
[답답한 숨소리]
아니, 갑자기 무슨 녹음!
아, 빨리! 준비됐어?
[에디의 거친 숨소리]
됐어, 말해
(태술) 나 한태술은
소유한 예금과 주식, 양도성 예금 증서 펜트하우스를 제외한
부동한 전체를 모두 현금화해
그중 50%를 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한다
재단 이름은 네가 아무렇게나 하고
(태술) 그리고 나머지 50%는 회사 연구 기금으로 사용한다
(태술) 내 몫의 스톡옵션은 퀀텀앤타임 직원들
임원들 빼고
(태술) 전 직원들한테 증여한다
너 지금 뭐라는 거야, 새끼야?
(태술) 유언, 김승복, 넌 내 펜트하우스 가져
(에디) 미쳤어?
적냐?
(태술) 그럼 람보르기니하고 포르쉐도 네가 다 가져
그리고 마이바흐, 레인지로버, 63 AMG 경호원 여봉선에게 증여한다
(태술) 봉선이한테 꼭 고마웠다고 전해 주고
이상, 추락까지 50초 남았어
자, 녹음 꺼
(태술) 껐어?
[못마땅한 신음]
(에디) 하, 껐어
[비행기가 덜컹거린다] [힘겨운 신음]
(태술) 야, 지금부터는 너한테만 하는 얘기야
(태술) 야,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
펜트하우스 옷방의 금고 비밀번호
1, 0, 0…
[작은 목소리로] 1, 0, 0, 8, 1, 1
1, 0, 0, 8, 1, 1
뭐, 8월 11일 상장일?
그 안에 연구 자료야, 다 파기시켜 줘
(태술) 그리고 이건 꼭 말해야 될 거 같아서
그, 너, 너 대학교 다닐 때 여자 친구 걔 이름 뭐였지? 걔 누구야?
그 나쁜 년, 유리, 유리
맞는다, 유리
유리랑 월미도 갔다 온 놈 나다
지금 갑자기 디스코 팡팡 타는 거 같아서 생각났어
야, 미안하다, 씨
야, 야, 행복해라, 새끼! 씨
[어두운 음악] [한숨]
아, 한태술, 씨
[에디의 초조한 숨소리]
[리모컨 조작음]
(영상 속 앵커1) 뉴스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2시 인천 공항에 착륙 예정이었던…
(에디) 한 회장 오고 있답니다
[이사진들이 구시렁거린다]
(영상 속 앵커1) 현재 시각 1시 53분 관제탑과 교신이 두절됐습니다
저거 타고
[긴박한 음악]
[이사진들이 술렁인다]
(영상 속 앵커1) 현재 비행기의 행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탑승객 중에는 퀀텀앤타임의 대표 이사직을 맡고 있는
한태술 회장이 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비행기 엔진음]
[태술의 다급한 숨소리]
[태술의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휴대전화 알람음]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의 거친 숨소리]
시간 다 됐어요
준비할까요?
[태술의 다급한 신음]
[태술의 힘주는 신음]
[경고음이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산) 안전 장비도 없이 그러다 죽어 [태술의 거친 숨소리]
(태술) 그래?
그럼 다시 만날 수 있겠네
[경고음이 울린다]
[떨리는 숨소리]
[사람들의 비명]
[태술의 힘주는 신음]
[웅장한 음악]
[경고음이 울린다]
스톨…
[태술의 거친 숨소리]
[겁먹은 신음]
(부기장) 스톨, 스톨!
[경고음이 연신 울린다]
추락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누구 맘대로!
[무거운 음악]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거친 숨소리]
[놀란 숨소리] [심전도계 비프음]
[어두운 음악] [가쁜 숨소리]
(기자1) 네, 위독하던 것으로 알려졌던 퀀텀앤타임의 한태술 회장이
오늘 아침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기자1) 한태술 회장은 지난달 15일
사이판 국제 공항을 출발해 인천 국제 공항으로 돌아오던
코리아나 항공 JH007기가
조종실 전력 계통 이상으로 추락할 뻔한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비행기를 수리했는데요
[기자2가 말한다] 승객 261명의 목숨을 살렸습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3) 한편 SNS에서는 [팬들의 환호성]
한태술 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응원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태술 씨는 그동안 누리꾼들 사이에서
뇌섹남, 국민 공대 오빠라고 불리며…
(TV 속 기자4) 한 회장은 퇴원 이후 자택으로 옮겨 [다가오는 발걸음]
치료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태술 회장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
퀀텀앤타임 측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TV 속 앵커2) 지난 15일 사이판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사고로 인해
[봉선이 손가락을 탁탁 튀긴다]
중태에 빠졌던 한태술 회장이 [봉선의 한숨]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고 오늘 낮 12시쯤 퇴원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신제품 Q20 발표 이후 세계를 종횡무진하던
(봉선) 지금 들어가셔도 됩니다
(TV 속 앵커2) 한태술 회장의 행보에도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퀀텀앤타임은 8월 콘퍼런스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한 회장이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봉선) 야, 빨리빨리, 이쪽으로 [TV 속 앵커2가 계속 말한다]
아, 뭐가 무겁다고, 진짜
(TV 속 기자5) 관계자 쪽에서는 JH007기의 조종석 전력 계통의 고장의 원인을
운행 중인 비행기가 조류 등과 충돌해 생기는 사고
일명 버드 스트라이크로 보고
블랙박스를 수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심전도계 비프음]
아, 진짜 저 사진 좀 쓰지 말라니까
[태술의 짜증 섞인 신음]
(태술) 야, 홍보 팀 가서 저 사진 좀 다 찢어 버려, 저거
야, 봉선이
섭섭하지?
저, 마이바흐랑 레인지로버 봉선이가 가질 수 있었는데
아닙니다
(태술) 아니야?
새끼
'한태술 회장님께'
아이고야
야, 낙민 초등학교 1학년 5반 이해나 양이
커서 나랑 결혼하겠대
이런 거 답을 어떻게 해 줘야 되냐?
씁, 이렇게 쓸까?
음…
'해나 양, 해나 양이 결혼 적령기 때쯤이 되면'
'이 아저씨 염색체의 텔로미어가 짧아질 대로 짧아져서'
'더 이상의 세포 분열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그러니 더욱 건강한 세포와 만나도록 하세요'
네?
이해 안 돼?
씁, 그럼 이렇게 쓸까?
'해나 양, 그때쯤에는'
씁, '아저씨가 국민연금이 나와요'
됐지? 응
[리모컨을 탁 집는다]
[TV 전원음]
뭐야, 왜 꺼?
[리모컨을 툭 내려놓는다]
(태술) 왜 그래?
아, 이 새끼 삐졌네, 또, 아, 너…
너 월미도 그거 때문에 그러는 거지?
진짜 괜히 말했어
야, 진짜…
야, 손도 안 잡았어, 손도
[에디가 서류 봉투를 탁 집는다]
[힘겨운 신음]
[태술이 코를 훌쩍인다]
(태술) '이사회 결의안'
'회장 한태술의 해사 행위가 계속될 경'…
뭐야, 이게?
너 죽었을 때 통과됐어
내가 죽어?
뇌사 판정 나왔었다니까
(태술) 야, 아니, 내가 261명의 소중한 인명을 살리고
여기 피곤해서 잠깐 누워 있는 동안에
이사회가 회사 창업자를 자르려고 했다고?
내가 말했잖아 그러게 제발 이사회 좀 나오라고
그러니까 왜 자꾸 사고를 치고 다녀!
(태술) 내가 무슨 사고를 쳐?
비행기 사고 뭐 내, 나 때문에 일어났어?
내가 일으켰어?
사이판은 왜 갔는데?
바람 쐬러
- 말도 없이? - (태술) 말을 왜 해?
[기가 찬 숨소리]
(에디) 리스페리돈, 아미설프리드 디아제팜, 졸피뎀
내가 모를 거 같아?
이 약쟁아, 제발 말 좀 들어
옛날이랑 달라, 회사가 커졌잖아
책임감을 좀 가지라고!
십만 명의 목숨이 너한테 달려 있어
그러니까 제발 약 끊고 상담 좀 받아라
안 그러면?
태산이 형 죽었어
[무거운 음악]
이 새끼가…
(에디) 하, 나도 힘들었어
알아, 너랑 형이랑 각별했고 네가 그날…
(태술) 야, 그냥 닥치고 꺼져
약 끊고 상담받아
안 그러면 나도 더 이상은 너 못 도와준다
(에디) 한태술, 정신 좀 차리자
너 원래 이런 애 아니었잖아
나 원래 이랬는데?
네가 아무리 개차반으로 굴어도 아닌 거 다 알아
자기 목숨 걸고 다른 사람들 구하는 거
그거 아무나 하는 일 아니야
(태술) 웃기고 있네
야, 다 죽든 말든 그냥 고장 난 게 있어서 고친 것뿐이야
그게 다예요, 어쩌라고?
아유
[에디의 한숨]
(에디) 진짜, 씨
[씩씩거린다]
(서진) 사고 나고 한 달 되셨는데 요즘은 좀 어떠세요?
(태술) 네, 뭐, 좋아요
(서진) 잠이 안 온다거나 이 사고 순간이 떠오른다거나 하시나요?
(태술) 아니요
(서진) 어제는 얼마나 주무셨어요?
(태술) 어젠 안 잤는데요?
(서진) 왜요?
잠이 안 오니까요
서진아
(태술) 병원 놀이 그만하고 약이나 좀 처방해 줘
[헛웃음]
(서진) 그냥 처방만 하는 거 이제 안 돼
회사에서 상담 보고서 내래
[의아한 숨소리]
회사에서?
[힘겨운 신음]
네가 좀 까먹었나 본데
그 회사 회장이 나야
회장님, 상담 시간을 다 채워 주셔야지만
제가 이 보고서를 작성할 수가 있습니다
보고서?
그러면, 씁, 너 지금 나 감시하는 거니?
앉으세요, 회장님
(태술) 야, 우리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자
네가 나 찬 거야, 그렇지?
네가 섹시 콘셉트 아이돌이랑 몰래 몰디브를 다녀오셔서
내가 찼지?
아주 정확했어
[태술의 힘주는 신음]
요즘도 환각이 보이시나요?
아니요
근데 상담 잘 받으면 진짜 약 처방해 주는 거다?
형 얘기 좀 들려주세요
[어두운 음악]
(서진) 두 분 관계, 이 평소 감정이 어땠는지
씁, 글쎄, 기억이 안 나네요?
듣기에 형님 돌아가시기 직전에 두 분 사이가 좀 안 좋으셨다고
크게 싸우셨다고요
무슨 일 있었나요?
아무 일도…
야, 그만하자, 그만해
그냥 약이나 빨리 처방해 줘
약은 보조 수단일 뿐입니다
형님과의 마지막 만남은 어떠셨어요?
(서진) 혹시
그 일이 후회가 되시나요?
[사람들의 박수]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태산) 태술아!
(태산) 태술아!
[사람들의 박수]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남자2) 이제 고생 끝이야
[남자2의 웃음]
(남자3) 떼돈 버실 일만 남았네요
[남자3의 웃음]
[남자4가 축하한다]
(태산) 태술아!
태술아!
태술아! 야…
태술아!
[태산의 다급한 신음] [보안원이 제지한다]
태술아! 태술아, 저…
아, 저 태술이 형…
아, 저, 내가 태술이 형이라고, 진짜
아, 생긴 거 보면 몰라요?
- (태산) 아, 잠깐만요, 저… - (보안원) 안 됩니다
(태산) 아니, 저, 잠깐만 놔 봐요
아니, 내가 태술이 형이라니까요
(태술) 저, 됐어요, 죄송합니다, 예
[태산의 떨리는 숨소리]
- (태산) 태술아 - (태술) 뭐야?
(태산) 미안해, 급하게 할 얘기가 있어서
나 봤어, 그놈들
[태술의 한숨] 내가 말했던 거 기억하지?
- 형 - (태산) 아, 진짜야
슈트 케이스 같은 거 들고 갑자기…
[태술이 태산을 탁 잡는다]
또 술 마셨지?
어, 술 마셨는데
지금 술 마신 거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고…
(에디) [태술을 탁 잡으며] 태술아, 태술아, 이사님이…
어, 형, 안녕하세요
(태술) 갈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형, 그만하고 집에 가 나중에 전화할게
어? 나 지금 되게 중요한…
나도 중요한 얘기야
너랑도 상관있어
세상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었어
(태산) 여기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우리 사이에 숨어 살고 있었어
지금도 숨어서 우리 지켜보고 있다고
(태술) 형, 제발, 아, 제발 그만 좀 해 [태술이 태산을 탁 잡는다]
(태산) 잘 들어, 그놈들 너를 찾고 있어
진짜 왜 이러는 거야?
아니, 진짜라니까
찾고 있다니까, 너를
계속해서 올 거라고
어디에서 누가 온다는 건데?
어디가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거는…
(한용) 자, 이번엔 우리 자랑스러운 한태술 회장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한 회장, 한 회장?
들리지?
오늘 회사 상장했어
투자금도 들어왔어
아, 태술아…
어, 형도 지분 있어, 아
받아
내일 전화할게, 그때 다시 얘기해
빨리 받으라고
내가 지금 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잖아, 어?
잠깐이면 돼, 5, 5분만
형, 나도 형 고생한 거 알아
- 근데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 - (태산) 난…
내가, 내가 형 고생한 거 다 갚을게, 그러니까…
(태산) 아니, 나, 난 네가 너무 걱정돼서 그래
너한테 무슨 일 생기면…
형, 진짜 나 생각하는 거라면 그만하고 집에 가
(태산) 태술아, 잠깐만
- (태술) 아, 진짜 왜 이래! - 잠깐만 나가자, 잠깐만
(태산) 일단 나가서 다 얘기해 줄게, 내가
- (태술) 아, 전화로 하쟀잖아! - 아, 전화가 안 된다고
- (태산) 도청을 한다니… - (태술) 아! 진짜
[무거운 음악]
[태술의 거친 숨소리]
[태술이 소매를 탁 턴다]
[태술의 못마땅한 숨소리]
(태산) 태술아
아, 잠깐만, 태술아 [문이 달칵 열린다]
태, 태술아, 태술아! [사람들의 박수]
태, 태술아, 태술아
- (태산) 태술아, 태술아 - (한용) 한 회장, 한 말씀 하셔야지
[문이 쾅 닫힌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태술) 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 정말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계신데요
바로 옆에 계신 저희 이사장님이십니다
박수 한번 치시죠
[사람들의 박수]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한숨]
[봉선의 헛기침]
(봉선) 괜찮으십니까?
(태술) 오냐
[한숨]
[약통을 달칵 닫는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에디)
[한숨]
[어두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타이어 마찰음]
(태술) 씨, 뭐…
아이씨, 뭐야, 이 자식? [안전벨트를 달칵 푼다]
(봉선) [버럭 하며] 야, 너 미쳤어?
이 새끼가, 이거, 씨, 야
[놀란 신음] [안전벨트를 달칵 푼다]
야, 따라와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따라와, 이씨
(태술) 야, 봉선아, 잠깐만
[떨리는 숨소리]
어, 놔 봐 봐 나, 나 아는 사람인 거 같아
저, 괜찮아요?
[의미심장한 음악] (부기장) 스톨, 스톨!
추락합니다!
[겁먹은 숨소리]
(태술) 맞죠, 비행기 부기장? [부기장의 떨리는 숨소리]
아, 왜 이렇게 된 거예요? 누가 이랬어요?
단속국
회장님도
그놈들과 한패인가요?
뭐요?
새가 아니었어
나 봤어
아, 뭘 봤는데?
[떨리는 숨소리]
슈트 케이스
네?
"에어 코리아나"
[의미심장한 효과음]
[다급한 숨소리]
[당황한 신음]
[USB 인식음]
[어두운 음악]
(영상 속 기장) 기내에 다소간의 요동이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착석하시어 좌석의 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어] 승객 여러분…
[와장창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버튼 조작음]
[한국어] 뭐야?
슈트 케이스
(영상 속 부기장) 에어 코리아나 007!
[영상 속 부기장이 말한다]
[태술의 놀란 신음] [어두운 효과음]
(태술) 뭐야, 저거?
사람이야?
형
형
[혼란스러운 숨소리]
[놀란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묵 씨) 돈이 비잖아, 새끼야
[놀란 신음]
야, 눈깔이 제대로 붙어 있으면 똑똑이 좀 봐 봐라, 어?
여기 돈 3만 원 비는 거 보이냐? 안 보이냐?
아, 저 아니에요
(묵 씨) 이 새끼가, 진짜, 씨
[썬의 아파하는 신음]
(썬) 아, 사장님, 때리지 마세요
뭘 말아, 이 도둑놈의 새끼야
안 훔쳤어요 수금은 사장님이 다 하셨잖아요
저는 몰라요
아, 나, 씨, 진짜…
아, 정말 몰라요
[썬의 시무룩한 신음]
[묵 씨의 못마땅한 숨소리]
(묵 씨) 야
남은 거 싹 다 정리하고 들어가 알았어?
[탄식]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문이 덜컹 열린다]
[문이 덜컹 닫힌다]
[흥미로운 음악]
(썬) [피식 웃으며] 3만 원 아닌데
5만 원인데
[코웃음]
(썬) 아, 뭐, 돈이 하늘에서 떨어져?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나도 여기서 월세 내고 빚 갚고 힘들어
하, 보낸다니까
아, 아, 알았다고
고은이는?
또?
하, 알았어
그래, 알았어!
[한숨 쉬며] 나 여기서 잘 있으니까 뭐, 거기 걱정이나 하셔
어, 어, 들어가
[통화 종료음]
아씨, 이번 생은 망했다, 진짜, 씨
[발을 탁 구르며] 아씨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이 도둑고양이 새끼들, 진짜, 씨
[성난 숨소리]
[놀란 신음]
(썬) 아, 씨, 깜짝이야
너 뭐 해, 지금?
너 한국말 할 줄 몰라?
아이씨
[중국어] 중국인이야?
[일어] 일, 일본인입니까?
[썬의 아파하는 신음]
[썬의 힘겨운 신음]
[한국어] 사,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겁먹은 신음]
[놀란 숨소리]
밥
[밝은 음악]
[통화 연결음]
(경찰1) 네, 112입니다
(썬) [작은 목소리로] 경찰이죠?
저기, 지금 우리 가게에 이상한 여자가 들어왔거든요?
(경찰1) 침착하시고 자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아이, 한국말 하는 거 보니까 외국인은 아닌데
아씨, 좀 이상해요
(경찰1) 인상착의를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썬) 무슨 잠옷 바람에
맨발로 슈트 케이스 달랑 하나 들고 와서는 막…
헐
[다가오는 발걸음]
[썬의 탄성]
[썬의 한숨]
(썬) 어휴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드세요, 저는 저것 좀 맞춰 보려고요
(TV 속 아나운서) 총 당첨금 211억 원으로
총 열 분이 당첨되어 일 인당 21억천만 원씩 받으셨습니다
2020년 롤로 판매로 누적된 복권 기금은 8천94억 원입니다
모두 축하드립니다
(썬) 아, 새끼들, 좋겠다, 진짜, 씨, 쯧
(TV 속 아나운서) 자, 추첨 시작됐습니다
첫 번째 행운의 숫자는 5번입니다
[썬의 짜증 섞인 신음] 5번에 이어지는 두 번째 행운의 숫자도 알아보겠습니다
두 번째 숫자는 21번입니다
[썬의 탄식] 자, 계속해서 세 번째 번호를 알아볼 차례입니다
(서해) 22
(TV 속 아나운서) 숫자 이어지네요
22번
자, 볼은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서해) 8
(TV 속 아나운서) 네 번째 숫자 몇 번일까 궁금해지는데요
[흥미로운 음악] 다음 숫자는 8번입니다
[썬의 놀란 신음]
(썬) 뭐야?
지난주 거야?
(TV 속 아나운서) 다섯 번째 행운의 숫자인데요
과연 몇 번일지
18
(TV 속 아나운서) 아! 18번입니다
(썬) 시, 십…
(TV 속 아나운서) 그리고 여섯 번째 숫자 알아볼 차례가 됐습니다
38?
(TV 속 아나운서) 38번입니다
그럼 2등 보너스 숫자를 추첨합니다
10
(TV 속 아나운서) 10번입니다
제912회 1등 당첨금은… [다급한 신음]
(썬) 저, 저거 어떻게 알았어요? [TV 속 앵커2가 말한다]
(앵커2) 한국으로 오던 비행기 사고로 인해 중태에 빠졌던 한태술 회장이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고 오늘 낮 12시쯤 퇴원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이 사고로 인해 신제품 Q20 발표 이후
[TV 속 앵커2가 계속 말한다] (썬) 아, 저기요, 이거 어떻게 알았냐고요
한태술
[썬의 겁먹은 신음] [썬이 털썩 주저앉는다]
[썬의 떨리는 숨소리]
(썬) 아씨, 뭐야?
[놀란 신음]
[썬의 당황한 신음]
[당황한 신음]
참, 어디 간…
[놀란 신음]
아, 뭐야, 이거 진짜, 씨
[어두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썬) 어, 일어나셨어요?
[헛웃음]
가방
저기요, 저기 있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안도하는 한숨]
(썬) 갑자기 기절하셨어요
[썬의 멋쩍은 숨소리]
이거 어제 보니까 좋아하시는 거 같길래
이렇게 껍질 벗겨서 드시면 맛있습니다
여기
[냄새를 씁 맡는다]
[흥미로운 음악]
근데 그, 어떻게 되신 거예요?
가출?
[썬의 초조한 숨소리]
[헛기침하며] 뭐, 더 필요하신 거 없으세요?
저, 없으시면 저 이거 한 번만…
한태술
예?
퀀텀앤타임 한태술, 전화해 [흥미진진한 음악]
[문소리가 들린다]
(봉선) 회장님
(태술) 어 [버튼 조작음]
(봉선) 여기요
[버튼 조작음]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의 탄성]
(태술) 야, 잘했다, 야, 이거 그냥 주디?
(봉선) 아이고, 뭐, 회장님 부탁이라니까 바로 주던데요?
아, 야, 고맙다 그래 [봉선이 살짝 웃는다]
아, 근데 이거 왜 필요하냐 묻던데
[태술의 한숨]
그냥 궁금해서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잘했어, 가 [태술이 봉선을 툭 친다]
- 퇴근할게요 - (태술) 가
[문소리가 들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종이를 사락 넘긴다]
김포
(봉선) 회장님
[태술의 짜증 섞인 신음]
아, 어디 가십니까?
(태술) 어, 철새 관찰
(봉선) 아니, 처, 철…
부회장님께서 미팅 꼭 모셔 오라고…
야, 너도 비행기 추락 사고 당해 봐
이게 트라우마가 엄청나서
야, 사람들이랑 막 같이 있을 수가 없어
그리고 의사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랬어
뭔지 알지?
- 아이, 아는… - (태술) 응, 갔다 올게
(태술) 맛있는 거 먹고 와
아이, 그,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럼 [차 문이 탁 닫힌다]
[잔잔한 음악]
[태술의 한숨]
[트렁크가 탁 닫힌다]
[깃발을 탁 꽂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서진) 그 일이 후회가 되시나요?
됐고 그냥 약이나 처방해 줘
몇 번을 말해?
(서진) 너 자꾸 그렇게 피하기만 하는 거 너한테 하나도 도움 안 돼
정말 내가 친구로서 걱정이 돼서 이러는 거야, 어?
너 이러다 큰일 나
형도 네가 이렇게 망가지는 거 바라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제발
너 여기서만이라도 편하게 얘기 좀 하고…
후회?
후회하냐고?
[헛웃음]
그래
그날 이후로
단 하루도 그날 생각 안 하고 넘어가는 날이 없어
밥 먹다가도 씻다가도
[무거운 음악] (태술) 운전하다가도 자려고 누웠다가도
그냥 팍 하고 생각이 나
(의사) 즉사하셨습니다
시신이 많이 훼손되었으니 알아보시기 힘들 겁니다
[태술의 떨리는 숨소리]
[태술이 흐느낀다]
(태술) 형
(경찰2) 시신이 메고 있던 가방입니다
형님 거 맞습니까?
[흐느낀다]
[한숨]
[허탈한 한숨]
[흐느낀다]
(태술) 그날 그렇게 말하지 말걸
그냥 돌려보내지 말걸
따뜻하게 인사라도 한마디 할걸
바로 전화할걸
이 사람이 우리 형이라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걸
내가 그랬어야 했는데
(태술) 생판 모르는 사람들 앞에선 웃고 떠들고 친한 척하면서
정작 우리 형한테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못 했어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으면
그랬으면
[입소리를 쩝 낸다]
딱 한 번만
그날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
근데 그게 안 되잖아
나도 알아, 이제 다 끝이라는 거
난 그냥
형이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어
그게 다야
보고 싶으니까, 우리 형
진짜 죽을 거같이 보고 싶으니까
근데 나보고 어쩌라고?
이겨 내라고?
극복하라고?
[헛웃음 치며] 야, 말이 쉽지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
그러니까 그냥
하, 제발 약이나 처방해 줘라
부탁할게, 서진아
죽을 거 같으니까
[한숨]
[태술의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상담사) 사랑합니다, 고객님
퀀텀앤타임 고객 상담사 이은지입니다
(썬) 응, 말씀하세요
한태술이랑 통화하고 싶어요 급한 일이에요
(상담사) 고객님, 저희 회사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아니요, 한태술 본인한테 할 말이 있다고요
(상담사) 네, 고객님
지금 당장은 회장님과 통화를 연결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고객의 소리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통화 연결음]
(녹음 속 태술) 네, 안녕하세요 퀀텀앤타임의 한태술입니다
한태술?
(녹음 속 태술) 저희 퀀텀앤타임은
언제나 고객님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널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어
(녹음 속 태술) 회사의 경영에 대한 조언 불만 사항 등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여러분의 의견을 귀담아듣겠습니다
삐 소리가 나면 말씀해 주십시오
[삐 소리가 울린다]
그놈들이 곧 널 잡으러 갈 거야
도망쳐야 돼, 잡히면 죽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놈들이야
절대 아무도 믿지 마
[긴장되는 음악]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차 리모컨 작동음]
"에어 코리아나"
[한숨]
[긴장되는 효과음]
[휴대전화 진동음]
네, 기자님
(부기장) 자세한 건 직접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아직 회사엔 알리지 않았습니다
네, 거기 사거리 앞에
압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괴로운 신음]
슈트 케이스
[어두운 음악] 슈트 케이스를 절대 열지 마
[덜컥 소리가 난다]
(서해) 절대 열면 안 돼, 열면 다 끝이야
내가 갈 때까지 기다려
곧 만날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어떻게든…
(녹음 속 태술) 네, 고객님의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고객님의 칭찬과 따끔한 격려의 말씀은
저희 퀀텀앤타임에 언제나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랑합니다, 고객님
[삐 소리가 울린다]
한태술?
한태술… [통화 종료음]
[머뭇거리는 숨소리]
[슈트 케이스를 탁 집는다]
[카메라 조작음]
"퀀텀앤타임"
야, 좀 웃어라, 야, 어?
[살짝 웃는다]
[카메라 셔터음]
아, 좋아 [웃음]
(태술) 와, 이거 어떻게 다 했어?
돈 많이 들었겠다
고맙지? 어?
이거 너 나중에 평생 갚아야 된다, 나한테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태술) 에이
[태산의 웃음]
[태술의 탄성] (태산) 야
[태술의 탄성]
[태술의 놀란 신음]
비번 뭐야?
네 생일
아, 뭐, 그런 걸로 해 놓냐?
난 내 비번 전부 다 네 생일로 해 놓잖아
[의미심장한 음악]
[부기장의 한숨]
[펑]
[어두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숨을 후 내쉰다]
(태술) 형
진짜 형이야?
[놀란 숨소리]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감성적인 음악]
(태술) 야, 말도 안 돼
(봉선) 갑자기 웬 사진이십니까?
회장님, 결혼하셨습니까?
야, 야, 나 모, 모르는 여자야
그럼 모르는 여자랑 결혼하셨습니까?
당신 뭐예요?
(썬) 귀신이에요?
[양손을 싹싹 비비며] 저 한 번만 살려 주세요 제발 한 번만 살려 주세요
단속국이야
(썬) 네?
[총성이 연신 울린다] (서해) 도망쳐야 돼
(썬) 아, 어디로요?
(서해) 나랑 같이 있었으니까 너도 죽일 거야
(썬) 안 가요
(현승) 말세야
불체자들이 대낮에 막 돌아다니고
나 오늘 죽는 날 아니야
(박 사장) 물건은 가지고 왔어요?
그럼 연락을 하든가 해야지, 이씨
(현승) 출입국청에서 나왔습니다
뭐야, 당신들?
중요한 건 말입니다 '어디'가 아닙니다
- 저놈들 뭐야? - (박 사장) 단속국
(박 사장) 아주 그놈들 지독한 놈들이야
그놈들한테 잡히면 어, 살아서는 집에 못 돌아가
뭔 일인지 알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저희랑 같이 가시죠
튀어
놔, 놓으라고, 이 새끼들아!
.시지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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