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15
[밝은 음악]
[긴장한 한숨]
준비됐어?
어, 출발하자
[감독관들이 안전벨트를 맨다]
(용산) 시작한다
[철산이 숨을 후 내뱉는다]
(천호) 자, 청명컴퍼니의 역사적인 순간을
이 스튜디오 작두에서 기록하겠습니다
여기서 편하게 보세요
들어와, 들어와, 들어와 들어오세요!
[손가락을 딱 튀긴다]
(인재) 임시 면허 따는 게 뭐 대단하다고 여기까지 행차하셨어?
- 한가한가 봐 - (상수) 한가하긴
입찰 때문에 정신이 없다
[긴장되는 음악] 입찰?
(두정) 아직 모르나? 선주시에서 스마트 시티 구축 사업 하는 거
(인재) 알죠, DQ그룹이 딴 거
전체 예산이 조 단위던데
거기 자율 주행 업체를 추가 선정 하는데
우리가 거기 입찰 서류를 낼 거거든
아… [헛웃음]
(두정) 분발해라, 하다 보면 언젠가 청명컴퍼니도
큰 사업 따낼 수준으로 성장하겠지, 응?
[두정의 웃음] (상수) 그래, 어? 그, 좋은 말 있잖아
시작이 반
오늘 면허도 우리 엔지니어들 덕분에 아주 넉넉하게 딸 거다, 응?
무슨 소리야?
(상수) 우리 이 신신 콤비가 세팅 다 끝내 놓고 나왔잖아
내가 실력은 검증했고
아주 마음 편하게 그냥 그냥 마음 편히 봐, 어, 자연스럽게
그 시스템 우리가 싹 다 밀어 부렀는디
(상수) 응? 뭐? 뭘, 뭘 밀어 버려?
- 아니, 왜? - (용산) 우리도 웬만해서
너희 시스템 업그레이드해서 편하게 가고 싶었는데
웬만해야제
고스트도 허벌나게 잡혀 불고
(철산) 센서 퓨전도 잘 안되고 제어 쪽도 엉망진창이더만, 허
아유, 나 주행하다 멀미 나서 토했잖아
[정의 어이없는 숨소리]
(용산) 그래서 우리 시스템 알고리즘으로 교체했다
"타잔"
(철산) 센터 튜닝도 다시 싹 다 하고
속도가 너무 빠른데?
무슨 자신감이지?
(현) 저러다 돌발 상황 닥치면 어쩌려고
[경보음이 울린다]
[밝은 음악]
[태원의 환호]
[경보음이 울린다]
[타이어 마찰음]
고스트다
[도산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고스트를 인식한 건가요?
(도산) 아니요
[고양이 울음] [잔잔한 음악]
(감독관) 아, 고양이네
고스트 아니고 고양이입니다
(용산) 로드킬도 인식으로 막을 수 있단 소리죠
(철산) 아휴, 거의 다 끝나 가는디 마중 한번 슬쩍 가 볼까?
(용산) 아유, 좋지
(철산) 고양이야, 고양이
그 입찰 언제가 마감이지?
입찰, 입찰 뭐, 무슨 입찰
(인재) DQ그룹이 땄다는 스마트 시티 구축 사업
거기 자율 주행 업체 입찰에 우리도 참여해 볼까 해서
[헛웃음]
- (상수) 갑자기? - 뭐, 나도 갑자기라고 생각했는데
(인재) 오늘 보니 갑자기가 아니겠단 생각이 드네
그리고 두 사람 표정을 보니
적어도 모닝 AI보다는 우리가 낫구나 확신이 들고
(두정) 호기야 언제든 부릴 수 있지 공짜니까
근데
대가는 비싼 법이다, 알지?
그럼요, 잘 알죠
(철산) 아야, 용산아
너 도산이가 투스토에서 자율 주행 하겠다고 했을 때 기억나냐?
기억나지
알렉스가 왜 자율 주행이냐고 물었을 때
만에 하나 때문이라고 했지
이제 천에 하나쯤 된 거 아니냐?
그렇지?
만에 하나는 뭐고 천에 하나는 또 뭔데요?
[장난스럽게] 안 가르쳐 줘요
[철산과 용산의 웃음]
- (달미) 수고하셨습니다 - (도산) 수고하셨습니다
(철산) 어이! [달미가 호응한다]
아주 그냥, 아주 그냥!
[밝은 음악] [함께 환호한다]
(철산) 야, 한번 태워
(용산) 야, 한번 타, 타, 타, 한번 타
(철산) 야, 한번 타, 가자! 빨리 와 [용산이 거든다]
[함께 웃는다]
(용산과 철산) 하나, 둘, 셋!
[용산과 철산의 힘주는 탄성]
[달미와 사하의 환호] - (용산) 남도산! 남도산! 남도산! - (철산) 남도산! 남도산! 남도산!
(함께) 남도산! 서달미!
서달미! 서달미! 서달미!
(달미) 하나, 둘, 셋
[달미의 기분 좋은 탄성] [카메라 셔터음]
[샴페인 뚜껑이 펑 터진다] [함께 놀란다]
"청명컴퍼니"
(달미) 미쳤구나?
(인재) 회사입니다
미쳤군요
- (철산) 그래 보여 - (용산) 동감요
(사하) 말도 안 돼
(달미) 우리 그 임시 면허 잉크도 아직 안 말랐어요
굉장히 우수한 실력으로 붙은 임시 면허죠
난 입찰도 승산 있다고 봐요
[달미의 한숨]
저랑 잠깐 얘기 좀 합시다
[문이 쓱 닫힌다]
이건 뭐, 거의 초딩한테 수능 보라는 소리 아니냐?
나 초등학교 때 수능 봤었어
아야, 볼 순 있지
근디 그라고 니가 대학을 갔냐고, 이씨
갔었어
- (용산) 뭐? - (철산) 갔어?
- (사하) 뭐? - (도산) 몇 달 다니다 관뒀어
(용산) 미친
와, 난 인제 저 물건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잔잔한 음악]
[문이 쓱 닫힌다] [달미의 한숨]
(달미) 갑자기 왜 그래? 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난 말 된다고 생각하는데
(인재) 난 사업은 대표의 꿈보다 커질 수 없다고 생각해
난 네가 도전에 한계를 긋는 대표가 되지 않길 바라고
무모한 꿈이 가끔 현실을 이기기도 하니까
모닝 AI도 입찰하는구나?
[헛기침]
해
(인재) 그렇지만 난
내 사적인 감정보단 청명컴퍼니의 비전이 더 중요하…
그렇게 지기 싫어?
그래, 싫다
죽어도 싫어
[한숨]
거기는 대주주가 모닝그룹이야
(달미) 뒤에 원두정 회장이 있다고
(인재) 너흰 대주주가 인재컴퍼니야 뒤에 내가 있잖아
나 갈래
(인재) 자신 없니?
[달미의 한숨]
기술은 자신 있지
(달미) 근데 이 정도 입찰은 기술만으론 승산 없잖아
우리가 승산 없는 싸움을 할 만큼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고
패기가 사라졌네
아니, 신중한 거야
(달미) 알잖아
난 경솔한 결정으로 팀원들을 다 잃어 봤어
다신 잃고 싶지 않아
무엇보다 그게 먼저야
[엘리베이터 조작음]
[영상 속 직원들의 놀란 탄성]
(영상 속 달미) 하지 마!
[영상 속 직원들의 환호]
(영상 속 철산) 여러분
드디어, 우리가 드디어 자율 주행 임시 면허를 땄습니다
축하는 구독과 좋아요로 부탁해요
[영어] 또 봐요
또 봐요
[발랄한 음악]
[한국어] 하, 미쳤나 봐
댓글들 왜 이래?
나 지켜 주는데 자기들이 왜 설레?
[엘리베이터 도착음]
(철산) 여기에 웨더 컨디션을 추가할 수 있을까요?
좀 더 극단적인 주행 환경을 줘서
어, 아무래도 지금 저희 타잔이
뭐, 그런 부분들이 조금 취약하다 봉게, 예
(네티즌1) 철산 오빠, 아바라 먹는 것도 왜 이렇게 귀여워요?
눈웃음 달달해서 나 당뇨병 걸리겠어
(네티즌2) 이철산 4.9점 이철산 인생에 오점은 없으니까
(네티즌3) 우리 철산이 건치네?
누나 치과 의사야
스케일링 필요하면 연락해
(철산) 비가 오는 환경으로 세팅을 해서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사하 님?
제 말 듣고 있대요?
네, 듣고 있어요
(철산) 네
예, 지금
안녕하십니까
(철산) 아, 예, 안녕하십니까
(천호)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강진이 인사한다]
남도산이
아
여기 자율 주행 임시 면허 촬영본이에요
가편 했으니까 검토하고 의견들 주세요
고마워, 형
이것도 공짜로 해 주는 거야?
어, 대신
나 피드백 하나만 해 줘라
[흥미진진한 음악]
무슨 피드백?
(천호) 자, 이게
타로로 미래를 점치는 어플이거든?
이름은 '믿거나 말거나'
- (달미) 타로? - (사하) 재밌겠다
사기여, 사기
- (강진) 에이, 말도 안 돼 - (태원) 우린 그런 거 안 믿어요
(천호) 아, 일단 해 보라니까?
모든 운세를 예술로 맞혀요
그리고 영실이가 연동돼 있어서
그냥 고르기만 하면 대답은 자동으로 읽어 줘
저 알고리즘도 공돌이들이 짰겠지
(철산) 사하 님, 이런 미신에 현혹되면 안 돼요, 예
거기 사업 운도 있어?
어, 그럼
(사하) 뭐야? 도산 님 이런 거 안 믿잖아요
혹시 그런 것도 나오나?
우리 스마트 시티에 입찰 참여할까 말까
[잔잔한 음악] (천호) 그럼, 그럼, 뭐든 물어봐
자, 사업 운, 오케이
골라 봐
[신비로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인공 지능 음성] 타워 카드를 뽑으셨네요
자만심은 타락 전에 찾아온다고 합니다
무모함은 공들여 쌓은 탑을 무너트리죠
조심하세요
(사하) 와, 소름
이거 입찰하지 말란 소리죠?
그렇죠
그럴 줄 알았어
믿지 마, 다 미신이야
[복사기를 탁 닫는다] [복사기 조작음]
[복사기 작동음] [헛기침]
(철산) 응?
[복사기 종료음] 사하 님, 복사할 거 있대요?
(사하) 아니요
(철산) 그럼 왜…
(사하) 부탁할 게 두 가지 있어요
(철산) 아, 부탁요?
예, 뭐든 말씀하세요
다 들어드릴 수 있응게 [웃음]
철산 님 브이로그 접었으면 하는데
브이로그요?
[발랄한 음악] 씁, 아, 근데 그게
(철산) 그, 구독자만 5만인디
왜, 왜요? 혹시…
싫어요?
아니요
접을게요, 예
(철산) 접을라고 했어요, 접어야죠, 하
두 번째는 뭐대요?
(사하) 난 사내 연애 티 내는 거 극도로 싫어해요
절대 티 안 냈으면 해요
어유, 나도 그런 유난은 싫죠
[웃음]
예?
이, 이게 뭐, 뭔 소리대요?
아무도 몰랐으면 한다고
우리 사귀는 거
[침을 꿀꺽 삼킨다]
사하 님
혹시 이거 또 농락이대요?
(철산) 그러면 저 진짜 좀…
[밝은 음악] [복사기 작동음]
[복사기 종료음]
부탁 들어줄 수 있죠?
예…
티…
티 안 내요
절대로, 맹세코
그럼 가 볼게요
예
아…
[옅은 신음]
와…
아, 심장
"스마트 시티"
(달미) 하, 언닌 왜 그런 얘길 해 가지고 사람 신경 쓰이게 만드는지 모르겠네
모닝그룹 얘기만 나오면 완전 발작 버튼이에요
체급도 막 생각 안 하고 막 덤빈다니까
서달미 씨도 지는 거 싫어하잖아요
싫죠
근데 그건 감정이잖아
(달미) 난 대표니까 이성으로 판단해야죠
오…
이제는 멘토 해도 되겠어요
[잔잔한 음악]
(사하) 와, 소름
이거 입찰하지 말란 소리죠?
(달미) 그렇죠
그럴 줄 알았어
믿지 마, 다 미신이야
저, 상무님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지평) 혹시나는 없습니다
그, 그래도 우리가 만에 하나
(달미) 진짜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 입찰을 딸 확률이… - (지평) 없어요
(지평) 없는 가능성에 도전하는 거
지금 단계에선 전략 낭비 리소스 낭비밖에 안 됩니다
[한숨]
그렇죠?
(달미) 그럴 줄 알았어
- 음식은 다 드셨어요? - (지평) 응
(지평) 아, 할머니한테 음식 좀 그만 싸서 보내라 그래요
냉장고가 터지기 직전이야
할머니 좋아하시겠네요
상무님 살찌우는 게 요즘 할머니 유일한 낙이거든요
[달미의 한숨] (지평) 어, 저기, 내가 들게요
- 차에다가 실을 거죠? - (달미) 네
[조작음]
(지평) 차 몇 층에 댔어요?
지하 4층요
아, 할머니가 물어보래요
상무님 무슨 반찬 좋아하는지
아, 진짜 됐다니까
체지방이 지금 무지막지하게 늘고 있어요
할머니 목표가 상무님 체지방 20%를 넘기는 거예요
체지방 20%면 돼지를 이겨요
진짜?
돼지의 체지방이 20%가 안 돼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조작음]
안 타?
어, 타
- 몇 층? - (지평) 지하 4층요
[조작음]
콩자반
(달미) 네?
다음번에는 할머니한테 콩자반 좀 해 달라고 해 줘요
(지평) 나 콩자반 귀신이거든
(달미) 아…
네, 그럴게요
[엘리베이터가 덜컹거린다]
(지평) 어? 이거 왜 이러지?
(도산) 고장인가?
[도산이 버튼을 탁탁 누른다]
[조작음]
네, 여기 샌드박스 본관 엘리베이터인데요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요
(안전 요원) 본관요? 네, 지금 갈게요
네
[한숨]
사하 님
혹시 애너그램 할 줄 알아요?
(사하) 네, 어릴 때 많이 했죠
(용산) 그러면 이걸로 [발랄한 음악]
무슨 단어들이 나올까요?
이게 뭐예요?
(용산) 아, 이게 그, 랜섬웨어 때 호스트명에 나온 문자열인데
아무리 봐도 뭔가 의미가 있는 거 같거든요?
그래요?
[사하가 펜을 달칵거린다]
(사하) 음…
음…
'파스텔 모노레일'도 되고 [용산이 호응한다]
'파일러먼트 솔로'
'올소 트램펄린'도 되고
[용산이 호응한다] (철산) 와…
겁나 재밌어 보이네? 어?
나도 참전해야 쓰겄다
(용산) 너 애너그램이 뭔지 알아?
(철산) 배우면 되지
(태원) 철산 님, 보내 준 파일
빌드가 잘 안되는데 한번 봐 주실래요?
(철산) 이따 봐 줄게요, 지금은 이게 급항게
(용산) 야, 저게 더 급해, 쯧
[한숨]
빌드가 왜 안 될까?
(철산) 그, 리드미는 봤대요?
[철산이 책상을 쾅 친다]
[지평의 한숨]
아직 멀었나?
(달미) 그러게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차분한 음악]
달미야
(달미) 응?
우리
그, 자율 주행 플랫폼 입찰
한번 해 보자
아…
알잖아
(달미) 우리 수준으론 너무 벅차
그리고 가능성도 별로 없고
알아
될 거라고 생각 안 해
- 그래도 한번… - (지평) 근데 왜 하지?
그래도 한번 해 보자고 하기에는 준비를 너무 많이 해야 되는데
그래서 해 보자는 거죠
한번 해 보면 다음은 좀 더 쉬워질 거 아닙니까
- 저기… - (지평) 연습을 해 보자?
다른 일 다 접고 제안서 작성에
스마트 시티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에
언론전에 기술 평가 준비까지 다 연습으로 해 보자?
그렇게 시간, 노력 다 쏟아부었는데 떨어지면?
떨어지면 경험이 되겠죠
한 번에 되는 사업이 어디 있습니까?
경험을 쌓는다 생각하고
그건 경험이 아니라 삽질이죠
[달미의 한숨]
(달미) 왜들 그래요
왜 일 얘기를 여기서…
삽질요?
그래요
여기저기 파 봐야 어디가 좋은 땅인지를 알죠
일단 파 보고 그다음에…
순서가 바뀌면 죽는다니까?
(지평) 전에도 말했지 않습니까
지도 없이 배 타면 죽는다고
태풍을 만나든 죠스를 만나든 죽는다고
잊었어요?
어떻게 잊어요
당연히 기억하죠
지도 없는 항해
[잔잔한 음악]
(달미) 하자
나 네 얘기 들었을 때 엄청 설렜어
대책 없네
(달미) 뭐, 작정하고 헤매 보지, 뭐
지도 없는 항해
기억나?
근데
난 그 항해가 꽤 근사했어요
실패했지만 후회는 안 해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 이봐요, 남도산 씨 - (도산) 알아요
상무님 말대로 지도 없이 떠나면 죽을 수도 있죠
(도산) 근데
살아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길을 만들죠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안전 요원) 괜찮으세요?
(도산) 미안해, 나 때문에 곤란했지?
(달미) 응
내 얘긴 그냥 못 들은 걸로 쳐
그냥 노이즈다 생각해
어떻게 그래, 들어 버렸는데
달미야
네가 무슨 결정을 하든
난 무조건 네 편이야
다만 네가 결정하는 데 우리가 변수가 되진 않았으면 해
실패해도 팀이 다칠 리는 없어
언니랑 하는 얘기 들었구나?
응
그러니까 그 걱정은 빼고 생각해
나 3년 전하고는 달라
꽤 신중해졌어
나도 달라
꽤 단단해졌어
(도산) 달미야
[잔잔한 음악] 우리
그, 자율 주행 플랫폼 입찰
한번 해 보자
[한숨]
[달미의 헛기침] [신비로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인공 지능 음성] 일곱 개의 검 카드를 뽑았네요
검의 손잡이가 아닌 날을 잡은 당신은 다칠 위험이 있습니다
경솔한 행동은 삼가세요
(달미) 그래, 그렇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한 번만 더 뽑아 볼까?
[인공 지능 음성] 일곱 개의 검 카드를 뽑았네요
[인공 지능 음성] 일곱 개의 검 카드…
(달미) 그래, 아휴
씁, 한 번만 더 해 볼까?
[인공 지능 음성] 일곱 개의 검 카드…
마지막
[인공 지능 음성] 일곱 개의 검 카드를 뽑았네요
[달미의 짜증 섞인 한숨]
[한숨]
[새가 지저귄다]
[달미가 하품한다]
[힘주는 신음]
(아현) 얼굴이 왜 그래? 잠 설쳤어?
티 나?
(달미) 아, 티 나면 안 되는데
왜, 무슨 고민 있어?
아니야, 아무것도
(달미) 할머니는? 아직 주무셔?
(아현) 응
점점 잠이 느시네
보약을 바꿔 볼까?
걱정 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
(달미) '엄마가'도 걱정인데
'알아서'는 더 걱정이네
뭐 어떻게 하려고?
[발랄한 음악]
걱정 마, 얼른 먹어
[아현의 웃음]
치
[의아한 숨소리]
[중개인이 말한다]
(중개인) 여기 사인하시고
됐네요
[키보드 치는 소리가 들린다]
어?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도 되네?
어? 진짜네?
(용산) 우아, 사하 님 애너그램 고수네요?
[발랄한 음악]
이 정도면 돼요?
아니요, 아니요 좀만 더 해 봐요, 조금만
뭐 나올 거 같아요
[철산의 한숨]
(철산) 그, 게임 그만하고 일합시다, 일
(용산) 야, 이거 게임 아니야
랜섬웨어 범인을 밝힐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심각해
[한숨]
글제, 나도 심각해
겁나 심각하다고
[철산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용산) 야, 좀 조용히 쳐
(지평) 남도산 씨
(도산) 네?
나 당신한테 돌려받고 싶은 게 있는데
뭘요?
편지, 그거 아직 갖고 있죠?
(지평) 그때 내가 옥탑에 두고 간 거
네
그거 나한테 온 겁니다
이제 당신이 갖고 있을 이유 없잖아
돌려줘요
상무님도 제 물건 갖고 있으시잖아요
(지평) 내가? 당신 물건을?
이봐요, 남도산 씨
나는 누구와는 달리 성격이 깔끔해서 남의 물건을 그렇게 함부로…
금전수
그거 달미가 저한테 준 겁니다
돌려주시죠
그럽시다
각자 자기 거 돌려받읍시다, 깔끔하게
네, 좋습니다
- 언제 드릴까요? - (지평) 지금
- 지금요? - (지평) 왜요, 싫습니까?
아니요, 좋습니다, 가시죠
"모닝그룹"
[무거운 음악]
[한숨]
[잔잔한 음악]
(달미) 도산이 넌
내 예쁜 오르골이야
혹시 모르고 있다면 알길 바라
분명 넌 아주 기분 좋은 멜로디를 품었을 거야
내가 장담해
[휴대전화 진동음]
네
(지평) 어디입니까?
(도산) 집입니다
어디서 만날까요
화분 필요 없어요
편지 얘긴 없던 걸로 하고요
(지평) 뭐요?
이봐요, 남도…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남도산 씨
남도… [통화 종료음]
야!
씨…
[엔진 가속음]
[원덕의 당황한 신음]
야, 이게 뭐냐? 어?
(아현) 제가 위자료를 쥐꼬리만큼 받았잖아요
그래서 그동안 못 낸 집세 개념으로다가
돈이야?
어? 현찰? 얼마?
현찰은 아니고
그거보다 더 좋은 거요
아, 현찰보다 좋은 게 뭐가 있지?
아, 수표?
아니요
(아현) 어머니, 제가
가게 하나 얻었어요
[발랄한 음악] 핫도그 가게
아유, 왜
아, 상부상조 개념으로다가
고부 관계를 노사 관계로 전환시키는 거죠
아유, 아서 야, 당장 가서 물러, 이거, 아휴
아, 못 물러요, 어머니
잔금까지 다 치렀는데
아유, 미쳤어, 미쳤어
너 뭘 믿고 이런 사고를 쳐!
어머니 믿고 사고 쳤죠
(아현) 어머니, 옆에서 그냥 가르쳐만 주세요
튀기고 파는 거 제가 다 알아서 할게
어유, 나는 그 말이 제일 무서워
야, 네가 뭘 안다고 알아서 해, 응?
아유, 몰라, 몰라, 나 안 해 아니, 못 해, 아니, 못 해, 아유, 쯧쯧
[원덕의 힘겨운 신음]
그래요, 그럼 뭐 저 혼자라도 하죠, 뭐
어?
(원덕) 야, 아, 아현, 아현아
기름 몇 번 엎고 사고 몇 번 치다 보면
(아현) 저도 노하우라는 게 생기겠죠 사람인데
안 그래요?
(원덕) 아휴, 아휴, 저, 저…
아유, 저, 저, 아유… [문이 탁 열린다]
아, 나 어떡해? 아유, 나 핫도그 가게 어떡해 [문이 탁 닫힌다]
아, 눈도 안 보이는데
[휴대전화 진동음]
[문이 철컥 여닫힌다]
(성환) 도산이 집에 있냐?
(도산) 네, 아버지
오셨어요?
(성환) 응
(도산) 아니, 한 상무님이 왜…
(지평) 아, 전화를 계속하는데 안 받더라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무작정 와 봤는데
아, 마침 아버님을 만났네요 [성환의 웃음]
아유, 안녕하세요
(금정) 아, 안녕하세요
- (금정) 누구… - 아, 도산이랑 각별한 사이라고
(성환) 멘토라고 하셨죠?
네, 맞습니다
(지평) 인사가 늦었습니다 진작 찾아뵀어야 되는데
아니, 상무님이 왜 우리 부모님을 찾아봬요
(성환) 도산이 네가 뭐 드릴 게 있다며
없는데요
있잖아요
(지평) 자, 어유, 어유, 떨어진다
아, 이, 서로 교환하기로 한 걸 깜빡 잊었나 보네요
자주 깜빡해요
아니, 아, 안 잊었어요
(금정) 어머, 금전수네
아유, 큼직하니 너 재벌 되라고 주시나 보다
어머니, 나무가 돈을 벌어다 주진 않죠
[익살스러운 음악]
말본새 참…
식사는 하셨나?
- 괜찮아요 - (지평) 안 했습니다
아…
(성환) 혹시 약주 좋아하시나? 약주
[성환의 웃음] 아니, 내가 이거 뭐, 자랑은 아니고
이거 내가 직접 다니면서 다 캐 가지고 담근 건데, 어?
저기도 좀 있고
여기도 좀 있고, 어?
가만있어 봐, 여기는, 어
땅의 기운을 한껏 품은 칡주
달달하니 뭐, 언제 취했는지도 모른다는 꾸지뽕주
면역력에 좋은 인삼주
소화가 잘 안되신다고? 매실주
남자들은 다 아는 변기 깨질라
[웅장한 효과음] 야관문까지
여기 종류별로 다 있는데 [성환의 웃음]
(지평) 아이, 전, 전 됐습니다
- (지평) 그, 술은… - (도산) 예, 술 못 마셔요
- 주사 있어요 - (지평) 주사는 없습니다
저는 술버릇은 깔끔해요 누구와는 다르게
나도 깔끔한데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 (성환) 자, 건배! - (지평) 건배
[익살스러운 음악]
[도산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쓴 숨소리]
(지평) [헛기침하며] 아버님
(성환) 아이, 난, 난 됐어요 난 여기, 그만, 여기까지
(도산) [술 취한 목소리로] 아, 상무님, 배부르죠?
그러면 우리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
- (도산) 매실주! - (지평) 매실주!
(도산) 사장님, 매실주
여보, 우린 들어갑시다
보니까 밤새울 분위기야
그러게요, 그럽시다
(성환) 둘이 아주 각별하네
- (성환) 가요 - (도산) 매실주
(성환) [힘주며] 자, 자, 여기
여기 매실주 이거 뚜껑 따서 먹고
[도산을 토닥이며] 야관문은 건드리지 말아
- (성환) 잘해 - (지평) 감사합니다, 아버지
(지평) 감사합니다
(도산) 야관문은 안 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지평) 이야, 이것도 못 따고, 참…
아, 이게 왜 안 열리냐, 이게 [힘주는 신음]
(지평) 이리 줘 봐요, 예?
[지평의 힘주는 신음]
이거 내가 따 주면
[숨을 후 내뱉는다] 편지 돌려주는 겁니다
예?
참, 이거 하나 못 따 가지고
[힘겨운 숨소리]
[지평의 헛기침]
[힘겨운 신음]
다른 거 먹자
다른 거 좀 갖, 갖고 와 봐
상무님
(도산) 제가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뭐가요?
편지 말이에요
[한숨]
(도산) 할머니가 그러는데
신문 보고 내 이름 썼다면서요
내가 똘망똘망하고
착해 보여서
아니야, 아니야
그것보다
팔자 좋아 보여서
[잔잔한 음악]
(지평) 상 받았다고 부모님한테 축하받고
사진 찍는 걸 봤는데
내 눈엔
남도산
당신 팔자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썼습니다
난 상무님이 그렇게 부러웠는데
뭐가 부러워
아, 내가 뭐가 부러워요, 뭐
(지평) 한강 뷰 아파트? 차?
시계?
(도산) 아니요
제가 예전에
달미한테
내가 왜 좋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때 그러더라고요
(달미) 그거야 넌…
내 첫사랑이고
그건 상무님이잖아요
그래서 또 물어봤어요
네 편지가
오랫동안 나 위로해 줬고
그것도 상무님이었고
(도산) 그래서 또 물어봤는데
겨우
내 거 하나가 딱 나오더라고요
손이 크고 멋있어
손이 커서 좋대요
겨우 손 하나
(도산) 그래서 아등바등 기를 썼어요
이 손 하나로
추억 이겨 보겠다고
역부족이더라고요
[도산이 잔을 탁 든다]
알면 제발 좀 포기하지
그건 더 안 돼요
그래서
천년만년 짝사랑만 하시겠다?
네
천년만년
[풀벌레 울음]
[달미의 한숨]
(달미)
[작은 소리로] 원주율 파이는
(영상 속 철산) 3.141
[익살스러운 효과음] (달미) 에이, 진짜
아유, 저게 뭐야
(도산) 난 그 항해가 꽤 근사했어요
[잔잔한 음악] 실패했지만 후회는 안 해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한숨]
(도산) 네가 무슨 결정을 하든
난 무조건 네 편이야
다만 네가 결정하는 데 우리가 변수가 되진 않았으면 해
[한숨]
날 샜네
[한숨]
[달미가 하품한다]
[원덕의 힘겨운 신음]
[원덕의 힘겨운 신음]
- (달미) 할머니 - (원덕) 어?
- (달미) 뭐 해, 안 자고? - (원덕) 아니…
네 엄마가 사고를 쳐서 밤새 수습 중이다
[원덕의 힘겨운 신음] (달미) 사고? 무슨 사고?
아, 덜컥 가게를 계약했지 뭐냐, 어?
핫도그 가게를 내겠대
[원덕의 한숨] 엄마가? 뭘 믿고?
그러니까
나 믿고 냈대, 나 믿고, 아휴
[잔잔한 음악]
그래서 오밤중에 잠도 안 자고 반죽하고 있는 거야?
걱정돼서 잠도 안 온다
아니, 왜 되지도 않은 일을 벌여
벌이고 자기는 처자요, 처자, 아휴
그래서 도와주려고?
일 벌였는데 뭐, 수습해야지 어떡하겠어, 쯧
어, 가만, 어
아이, 이거 어떠냐? 어?
완벽해
아, 그래?
오, 아휴
- 할머니 - (원덕) 어
가게 잘될 거 같은데?
(원덕) 아휴, 쯧
이 눈으로 잘되겠냐
안돼, 쯧
뭐, 안돼도 해 봐야지, 어쩌겠어, 어
[원덕의 힘겨운 숨소리]
아이고, 팔이야
[원덕의 힘주는 신음]
할머니
고마워
어? 아, 뭐가? 어?
- 답이 됐어 - (원덕) 어?
[원덕의 웃음]
- (원덕) 아휴 - (달미) 고마워
[원덕의 웃음]
[원덕의 장난 섞인 신음]
읏차, 읏차
[힘겨운 신음]
영실아
영실아, 몇 시야
[헛기침] 영실아
(지평) 오, 뭐야
아, 여기 어디야
(도산) 우리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 [익살스러운 음악]
- 매실주! - (도산) 매실주!
아씨…
아, 이거 뭐야?
(지평) 체크다, 어? 체크야
이 체크, 삼산체크!
[익살스러운 효과음] 체크, 체크, 체크!
오, 나 토할 거 같아, 진짜로
아, 쯧
(지평) 왜 다 기억나
그 정도로 마셨으면 필름이 끊겼어야지
왜 쓸데없는 거까지 다 기억나, 쯧
(도산) 손이 커서 좋대요
[잔잔한 음악]
겨우 손 하나
(동천) 그렇지 않아도 내가 슬쩍 떠봤는데
서 대표는 너 영 아니래
[동천의 웃음]
손 큰 남자가 취향이라나
손?
그런 취향이었어?
[헛웃음]
[밥솥이 칙칙거린다] [칼질 소리가 들린다]
(금정) 북엇국에 청양고추를 넣을까, 말까?
상무님 매운 거 좋아하시니?
(도산) 응, 좋아할걸요?
어머니, 혹시 콩자반 있어요?
어, 파란 뚜껑 통에 있어
(금정) 콩자반은 왜?
(도산) 아, 상무님이 콩자반 좋아한다 해 가지고 좀 싸 주려고
[도산이 뚜껑을 탁탁 연다]
(도산) 벌써 깼어요? 해장국 드시고 가세요
됐습니다, 생각 없어요
그럼 콩자반 싸 놨으니까 가져가세요 저희 집 콩자반 진짜 맛있어요
나 콩자반 싫어합니다
-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분명히… - (지평) 남도산 씨는 속도 없습니까?
아, 왜 갑자기 화를 내세요
편지랑 금전수는 내가 다 가져갑니다
네?
(도산) 아, 그건 불공평하죠 저희 분명 교환하기로 했잖아요
다 가져가도 내가 밑져
밑지다뇨, 대체 뭐가
남도산 씨
당신의 그 아둔함 때문에 끝까지 우겨 볼까 했는데
안 되겠네
잘 들어요, 두 번 얘기 안 해
[차분한 음악]
[한숨]
됐어
이걸로 충분해
(도산) 여기서 뭐 해?
(달미) 아
여기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나서
[잔잔한 음악]
너도 여기 적었었지?
응, 적었어
여기서 네 걸 찾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도산) 글쎄
한 5천 개쯤 돼 보이니까
0.0002%?
우리가 입찰에 붙을 확률이
그쯤 되려나?
이렇게 하자
내가 1분 안에 여기서 네 걸 찾으면
우리 입찰 참여해 보는 걸로
그거랑 입찰이랑 무슨 상관이야?
시작한다
(달미) 여기야, 여기야? 그거만 알려 줘
여기구나?
[달미가 숨을 들이켠다]
(지평) 잘 들어요, 두 번 얘기 안 해
나에 대한 열등감 지우고
자존감 끌어올리고
서달미 씨를 다시 봐요
그럼 바로 알 거야
서달미 씨가 누굴 좋아하는지
당신
그 손 하나로
추억을 이겼어
(달미) 씁, 네가 키가 크니까 위에 있으려나?
이게 내 거야
찾았으니까 하자
이걸 네가 찾으면 어떡해 내가 찾아야 되는데
이거 설마…
달미야
넌 내가 왜 좋아?
난 네 첫사랑도 아니고
편지도 안 썼고
널 속이고
(도산) 상처 주고
따지고 보면
네가 날 좋아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겨우 손 하나인데
내가 왜 좋아?
난…
난
몰라
모르는데 왜 자꾸 물어
내가 왜 좋아?
왜가 어디 있냐?
사람 좋아하는 데 왜는 없어
너니까
네가 이유야
[부드러운 음악]
그게 전부야
고마워
(사하) 굿 모닝
(용산) 사하 님, 제가 이거 집에서 몇 개 더 만들어 봤거든요?
[익살스러운 음악] [노트가 툭 떨어진다]
(철산) 오, 미안
아이고?
(용산) 뭐 하냐?
어, 아니여, 내가 주울게
(철산) 아, 뭔 놈의 노트가 자꾸 도망을 간대?
발이 달렸는갑다
[철산의 웃음]
[한숨]
[용산의 한숨]
(용산) 야, 너 나한테 유감 있냐?
- 없는디 - (용산) 있잖아
- 없어, 없어 - (용산) 있어, 있잖아
- (철산) 없어, 없어, 없어 - (용산) 있어, 있어, 있어
- (철산) 없당게! - (용산) 있잖아!
- (철산) 없어, 없어, 없어 - (용산) 있어, 있어, 있어
(달미) 이게 뭐지?
- (용산) 야, 있어, 있어 - (철산) 없어
(사하) 왜 저래, 유치하게
(도산) 뭐야, 이게?
용산 님이 랜섬웨어 범인 잡겠다고 애너그램 한 거네요
뭐야, 이거
[어두운 음악] 왜?
"아폴론 아르테미스"
인재 파양 판결문 도착했더라
(상수) 뭐, 이혼도 마무리됐고 파양까지 깔끔하네요
이제 가족도 아니고 뭣도 아니니까 없다 쳐요, 그 집안
회사 이름도 제 아버지 이름을 따더니, 참
청명컴퍼니요?
(상수) 아버지가 신경 쓸 사이즈 아닙니다
완전 파리 수준도 안 되는 그런…
넌 파리가 커서 잡아 죽이냐?
앵앵대는 꼴이 거슬려서 잡아 죽이지
상수야
난 그 집안이 나대는 꼴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서달미인가 그 친구가 당돌하게 우릴 협박한 적 있지?
그 방법이 괜찮던데
(달미) 왜, 기업 이미지는 기자들 펜대에서 무너진다잖아요
그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시간과 돈이 꽤 들 테고
예
(두정) 형주일보 최 부장 만나 봐라
이번에 광고 많이 팔아 줬으니까 잘 도와줄 거야
네, 아버지
(지평) 어
다 왔어, 지금 바로 가서 검토할게
(동천) 근데 지금 서달미 대표가 상무님 기다리고 있는데요?
[차분한 음악]
아, 동천아
나 검토는 조용한 데서 하고 싶은데
(지평) IR 자료는 메일로 보내 줄래?
(동천) 상무님, 그럼 서 대표님은…
[통화 종료음]
아, 오늘 외근인 걸 깜빡했네요
네, 네,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네
대표님, 이거 어떡하죠?
한 상무님이 오늘 외근이라
네, 다 들렸어요
괜찮아요
아…
- 그럼, 네 - (동천) 네, 들어가세요
[난처한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어, 왜
(동천) 서 대표 갔고요
한 상무님이 피하는 거 완전 들켰습니다
[한숨]
오케이
바로 들어갈게
[통화 종료음]
[한숨]
진짜 못났다, 한지평
[한숨]
[지평과 달미의 당황한 신음]
한 상무님 여기 계셨네요?
아, 조용히 검토할 게 있어서
들어가요, 안 그래도 나가려던 참인데
(달미) 저 피하시네요?
[잔잔한 음악]
(지평) 무슨 얘기 할지 잘 알거든
나 이런 상황이 닥치면 되게 쿨하고
근사할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이 못나지네요
괜찮지도 않고
한 상무님
하긴 뭐, 쿨하고 괜찮으면
내가 당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얘기겠지
죄송해요
나도 미안해요
(지평) 이 한심한 짓을
좀 오래 할 거 같네
(달미) 저희
입찰
참여하기로 결정했어요
네, 잘 결정했습니다
(인재) 어
그래서 입찰 참여하기로 한 거야?
응, 일단 하는데
붙을 거라고 장담은 못 해
(인재) 장담하는 게 이상하지
입찰 과정을 MVP 테스트 한다 생각하고 해 봐
(달미) 언니 입찰할 때 했던 서류들 그리고 경험들
다 나한테 공유해 주는 거다?
걱정 마
(인재) 믿어져? 이게 너래
안 믿어져
[밝은 음악]
너무 못생겼잖아
아니지
지나치게 미화됐지
아니지, 실물을 너무 못 담았지
(인재) 아니야, 너 저 때 머리가 훨씬 컸어
(달미) 무슨 곤충이야?
(인재) 아, 너 머리가
(달미) 머리는 언니가 컸는데 [인재의 웃음]
(인재) [웃으며] 나도 컸어, 나도 컸는데
- (인재) 코가 컸지 - (달미) 코가 컸다는 게 뭐야
(달미) 나는 콧대가 높았지
(인재) 콧대는 낮은데 조금 옆으로 컸지
뭐여, 앞에 차가 없는데 속도를 왜 줄인대?
(용산) 탐지 로직이 뭔가 잘못 인지한 거 같은데
(도산) 동일 루트로 다시 한번 돌아보자
또 이러면 로직을 한번 수정해 보고
(사하) DQ그룹 측 자료 구할 수 있어요?
UI를 수정해야 할 거 같은데 방향을 아직 못 잡아서
(달미) 아, 보안 자료라 쉽지 않을 텐데
알아봐야죠, 알아볼게요
오케이
[고민하는 신음]
[심호흡]
[피곤한 신음]
(원덕) 아이, 뭘 이런 걸 사 와
(달미) 이게 무릎에 그렇게 좋대, 할머니
이제 장사하려면 무릎 단단히 챙겨야지
이거 꼬박꼬박 매일 챙겨 드셔요
그래, 알았어
(아현) 너 오늘 중요한 약속 있나 보다?
(달미) 응
- (달미) 반죽은 다 한 거야? - (원덕) 어
(원덕) 아유
장사 첫날인데 손님이 많을까 모르겠다
아유, 왜 이렇게 심장이 나대냐, 어? 아휴
어머니
오늘 아침에 모닝커피 샷 추가해서 드셨잖아요
그래서 그래
[한숨]
아현아
너 장수할 거야
[웃음] 왜요?
내가 속으로 너 욕 많이 해
(아현) 음, 어머니 [원덕의 웃음]
- 가을이네 - (아현) 그렇지?
은행 냄새가 고릿고릿하지?
아니
[잔잔한 음악]
할머니 보니까
예쁘게 폈어, 코스모스가
별…
- (달미) 어, 나 늦겠다, 나 먼저 가요 - (원덕) 응, 응, 응
고마워, 엄마
- (달미) 나 가요 - (원덕) 응
[문이 탁 여닫힌다]
[상수의 헛웃음] [어두운 음악]
(상수) 설마설마했는데
진짜로 입찰에 참여하네?
[현의 헛웃음]
저런 걸 패기라고 해야 하나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거지
(상수) 최 부장님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 좋은 일로 찾아뵀어야 되는데
이렇게 처음부터 남의 회사 책이나 잡자고 만나니, 이거 참
민망합니다, 예
그럴 필요 없어요
저희야 뭐 남들 원망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황 기자) 이런 자리 익숙합니다
그럼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 부장) 아유, 저희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이 신문사도 광고로 먹고사는 기업입니다
[최 부장의 웃음]
(황 기자) 제보 부끄러워하실 필요 없어요
팩트면 공익이 되거든요
팩트는 확실히 팩트죠
(상수) 이번에 DQ그룹이 선주시에서 스마트 시티
그, 프로젝트 1조 8천억짜리를 따냈잖아요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알죠, 알죠, 이야…
인트로가 아주 좋은데요?
거기서 자율 주행 차 업체를 입찰로 추가 선정 한다는데
(상수) 거기 참여한다는 회사가 하나 있어요
뭐, 신생인데 아마 잘 모르실 겁니다
청명컴퍼니라고
청명컴퍼니?
[함께 회의한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쓱 열린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청명컴퍼니인가요?
네, 무슨 일이신지… [어두운 음악]
(황 기자) 아, 안녕하세요, 저는 그
형주일보 황상현 기자라고 합니다
이번에 자율 주행 스타트업 관련해서 기획 기사를 준비 중이거든요
[달미가 호응한다] (철산) 아유, 네, 아유, 안녕하세요, 예
[함께 인사한다]
취재 좀 해도 될까요?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 (황 기자) 고맙습니다 - (철산) 여기 앉으세요, 여기
- (도산) 반갑습니다 - (용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황 기자) 안녕하세요 - (용산) 안녕하세요
(황 기자) 업계에 물어보니까
청명컴퍼니가 자율 주행 쪽으로 아주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고 하더라고요?
(철산) 아하, 소문이 또 벌써 그라고 났대요?
[함께 웃는다]
(황 기자) 그럼요
이번에 선주 스마트 시티 자율 주행 플랫폼에도
입찰 참여한다고 들었어요
네, 맞습니다
(상수) 아, 얼마 전에 거기서 사건 하나가 있었거든요
랜섬웨어 사건이라고
(황 기자) 랜섬웨어요?
해킹을 당했단 소리인가요?
예
이게 뭐, 아무 사업도 아니고
자율 주행 차인데 말이죠
그렇죠
(황 기자) 다른 사업은 뭐
정보 팔리는 수준이지만
자율 주행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거잖아요
그렇죠
(황 기자) 신생으로 여기까지 오면서
아주 많은 역경을 딛고 왔을 거 같은데
혹시 뭐 기억나는 에피소드 같은 거 있나요?
역경 많았죠
근데 지금은 잘 극복하고 안전 궤도에 올랐습니다
다행이네요
(황 기자) 제가 어제 취재한 회사는
랜섬웨어에 된통 걸려 가지고
2억 넘게 주고 키를 받았다던데
(태원) 진짜요? 우리도 걸렸었…
[황 기자의 놀란 신음]
(황 기자) 아이고, 에헤, 여기도 걸리셨구나
(상수) 뭐, 외부 인력 써서 간신히 막았다고는 하는데
이게 사실 애초에 걸리면 안 되는 거거든요
(최 부장) 그럼요, 안 되죠
뭐, 그런 회사가
이런 큰 사업을 따내는 것도 옳지 않고요
당연하죠
(최 부장) 이야, 이거 공익 기사 맞네, 어?
[최 부장의 웃음]
아, 헤드라인이 아주 섹시하네
[최 부장의 웃음]
(황 기자) '자율 주행 스타트업, 해킹에 무방비'
'운전자의 목숨도 해킹!'
[달미가 말한다]
(상수) 만일 기사 나가면
입찰 따내긴 힘들겠죠?
(최 부장) 입찰뿐입니까?
(황 기자) 기사 나가면 이 정도 규모의 스타트업은
존속 자체가 불가해요
그날로 매장됩니다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밝은 음악]
- 이게 네 거야? - (달미) 응
(달미) 너 따라 창업하겠다고 회사까지 그만뒀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무슨 깡이었나 싶다
달미야
나 투스토에서
시켜서 자율 주행 한 거 아니다?
지원했어
왜?
만에 하나
네가 나처럼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까 봐
[부드러운 음악]
(달미) 아니, 나는 우리끼리 또 창업을 해 보면 어떨까 해서요
자율 주행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 기억으로 네가 자율 주행을 시작했다면
(영상 속 달미) 가 보지 않은 길 비바람이 몰아치는 길
그 모든 길이 두렵지 않은 세상
(도산) 같이 하고 싶었거든
그래서
(달미) 그때 넌
내 트로피였고
자존심이었고
내 꿈이었어
네 트로피고
자존심이고 싶었어
꿈이고 싶었고
내 위로였고
날개였고
위로고
날개고 싶었어
진짜 온전히 나로
그래서 시작했어
달미 너는?
나도
(달미) 우리
입찰에 참여해 보자
(도산) 응?
변수 다 생각해 보고 내린 결정이야
그래
(지평) 입찰 앞두고 있잖아
(황 기자)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가 또 생길 수도 있고
(도산) 그냥 아니고
경험도 아니야
해낼 거야
(지평) 그 시절 나도 친구 하나 없었고
당신 편지로 꽤 위로받았으니까
(원덕) 순딩이 너 어디 가냐? 어?
저 이제 원인재 아니고 서인재입니다
(도산) 감정은 빼고 이성으로 판단해 주세요
(달미) 여기 기도발 좋아
뭐 빌었어?
(도산) 난 붙으면 프러포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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