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4
[차분한 음악]
"샌드박스"
(도산) 코드를 짤 때 모든 조건을 다 짚었다고 생각해도
딱 하나의 조건문을 빠트려서
버그로 멈출 때가 있다
'모두의 마음속에 샌드박스를 품고 있다면'
이란 조건문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탁탁 난다]
[저마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도산) 난 그 딱 하나의 조건문을 간과했고
그 결과
지금 이 순간 난
(인재) 선택해요
나입니까, 서달미입니까?
도산아
(도산) 버그로 멈춰 버렸다
[코를 드르릉 곤다]
[풀벌레 울음]
[한숨]
어, 달미야
야, 침 닦고 침대에서 자 [달미의 놀란 숨소리]
- (달미) 할머니, 할머니 - 어
(달미) 이런 사업 어때?
식당을 차리는데 돈 안 드는 식당
주방만 있으면 되는 식당을 한 공간에 모아 놓는 거지
아, 주방만 있으면 식당이 돼? 쯧
(원덕) 손님들은 어디 앉고
(달미) 손님 자리 필요 없지
배달만 하면 되니까
인테리어도 필요 없고
테이블, 의자 뭐, 다 필요 없지 딱 주방만 있으면 되니까
자본금이 적게 들어가잖아
망해도 부담 없고
[잔잔한 음악] [달미가 글을 쓱쓱 쓴다]
(청명) 어머니
- 이거 어때요? - (원덕) 어
(청명) 이 전단지들을 몽땅 다 이 웹 사이트에다가 모아 두는 거예요
그래서 이 전단지 필요 없이 사이트 접속만 하면
모든 배달 음식을 종류별로 한눈에 볼 수 있는 거예요
(원덕) 오…
아빠, 거기에다가 등급을 매기는 건 어때?
맛있으면 1등급, 맛없으면 5등급
- (원덕) 아이고, 그래 - 이야, 달미야, 그거 진짜 좋다, 어
(청명) 모든 고객들이 의견을 적을 수 있게 [원덕의 웃음]
서비스를 넣고 어, 평점도 너무너무 좋고
아빠
어떡해?
어?
괜찮아
(청명) 아, 별거 아니야
[어린 달미가 흐느낀다]
별거 아니야, 이거
(달미) 즉, 공유 오피스 개념을 주방에 적용하는 거야
[원덕의 한숨] 별로구나?
오케이, 그럼 다음 거
할머니
키 없는 자동차 어때?
차에도 바이오 인식을 적용하는 거야
지문으로 차 문을 열면 차 키를 안 들고 다녀도 되고
아니다
아니다, 지문보단 안면 인식이 낫겠다, 어
추울 때 장갑 벗기 귀찮을 수도 있으니까
- 달미야 - (달미) 어?
사업
힘들어, 알지?
[잔잔한 음악]
알지, 그럼
근데 지금은 그때만큼 힘들지 않아
고딩들도 다 창업하는 시대인데, 뭐
그리고 대충 길도 찾아 놨고
무슨 길?
비밀
나중에 붙으면 얘기해 줄게
(원덕) 아, 왜, 지금 얘기해 봐
아, 싫어, 떨어지면 쪽팔리단 말이야
지문 말고 안면 인식
아휴, 아휴, 내 팔자야, 아휴
아, 좋은 아침
(직원) 좋은 아침입니다
(상수) 아, 회의 시작하는데 다들 어디 갔습니까?
아, 나…
그, 탄력 근무제니 뭐니 그딴 거 굉장히 안 좋아합니다, 예?
다들 회의 시간 좀 엄수해 주시고
안 나온 사람들 빨리 전화해서 나오라고 해 주세요
얼른 시작합시다
그게 아니라, 대표님
[한숨]
"사직서"
[잔잔한 음악] (상수) 이게 뭡니까?
(인재) 나 믿고 따라와 줬는데 미안한 말만 하네
당분간 월급은 보장 못 해 줘요
사무실도 당장은 힘들고
좋네요,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도 들고
(대명) 아니, 자쿠지 있는 사무실이 어디 흔합니까?
[함께 웃는다]
(아현) 어, 그 아로마 오일 효과 예술이야
주름이며 기미며 싹 사라졌다니까
노안이라 그래
(인재) 사라진 게 아니라 안 보이는 거야
인재 너…
(아현) 이 사람들은 뭐니?
기미가 안 보이면 돋보기를 써요
아니다, 축복이라 생각하고 놔둬야 하나?
[머쓱하게 웃는다]
너 지금 내 호텔방을 사무실로 쓰겠다는 거니?
(인재) 응, 샌드박스 들어갈 때까지만 참아 줘요
거기 가면 사무실도 공짜고
월급도 적지만 챙겨 줄 수 있어
(아현)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
잠깐만
[인재의 한숨]
(아현) 샌드박스?
네가 거길 왜 들어가
거긴 돈 없고 백 없는 애들이나 들어가는 데 아니야?
그게 필요해서
돈 없고 백 없이 시작해서 대성한 자수성가 이미지
네가 왜! 너 돈 있고 백 있어
나 아직 이혼 안 했다?
엄마 그래서 이러고 사는 거야?
(인재) 나한테 돈하고 백 만들어 주려고?
고맙다며 재벌 딸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고맙지
재벌 딸로 시작하니까 내 공은 하나 없다는 거
(인재) 엄마조차 인정 안 한다는 거
덕분에 크게 깨우쳤으니까
이 계집애야!
너 밑천 없이 사업 시작하는 게 쉽니?
[답답한 숨소리]
너 엄마 걱정시키려고 작정했어?
[차분한 음악] 걱정?
[헛웃음]
나 엄마가 내 걱정 해 준다는데 왜 이렇게 열받지?
누군 걱정하고 누군 격려하고?
(아현) 뭣도 없이 지르기만 하면 사기꾼이야
수습하면 네 아빠고
파이팅
인재야, 나는
(인재) 진짜 인정하면
걱정 말고 격려해 줘요
[흥미진진한 음악]
(달미) 제가 먼저 잡았는데요?
어쩌지? 나도 내가 먼저 잡았는데?
(달미) 변호사가 뭐가 아쉽다고 샌드박스에 지원을 해요?
변호사는 취미고, 본업은 디자이너
(사하) 그러는 넌 뭐가 아쉬워서 지원하니?
다 아쉽죠 인맥, 학벌, 재력, 두루두루?
- 이름이? - (달미) 서달미, 왜요?
피하려고
엮여서 득 될 게 없는 인물이네
그쪽은 이름 뭐예요?
정사하
- 왜? - (달미) 난 엮여 보려고요
들러붙고 싶은 스펙이라
들러는 붙고 싶은데 양보는 싫으시다?
(달미) 제가 천 원 드릴 테니까
이 책 양보하시죠
난 5천 원
좋아요
뭐야, 싱겁게
[익살스러운 음악]
저 양아치
(용산) 여기도 도대체 몇 번째냐
(도산) 오! 야, 저 책 여기 있네
[작은 소리로] 가 봐, 가 봐
(철산) 저, 저기요
죄송한디요, 그 책 어디서 찾았대요?
[발음을 굴리며] 저기 스타트업 섹션 [철산의 탄성]
(함께) 감사합니다
- (철산) 야, 저짝이여 - (도산) 어
[흥미진진한 음악] (사하) 근데 어쩌지? 이게 라스트 원인데
아, 진짜요?
(철산) 아따, 그냥 서점만 몇 번째 뺑이 친지 모르겄네, 쯧
몇 번째인데?
여섯 번째인디요?
그럼 이거 어때?
프리미엄 만 원만 받고 이 책 그대들한테 넘길게
(철산) 예?
(철산) 야, 있냐
'그대'란 말
아, 겁나 의미심장하지 않냐?
(용산) 씁, 뭐가?
(철산) 아니, 아까 그분 말이여
이 귀한 책도 양보해 주고 초면에 막
'그대'라고 해 불고, 아야
아야, 이거 혹시…
- (철산) 아, 그린 라이트여, 뭐여 - (용산) 그린 라이트?
(철산) 오메, 미쳐 부러
(용산) 이거 그린 라이트 맞지, 도산아?
(달미) 어?
[발랄한 음악]
[철산의 당황한 신음]
(철산) 빨리 내 [도산의 다급한 숨소리]
[거친 숨소리]
귀걸이가 떨어져서
(도산) 어, 나도, 어, 어?
- (달미) 안녕하세요 - (용산) 네 [철산이 인사한다]
(달미) 근데 여긴 웬일이야?
아, 그, 책 살 게 있어서, 샌…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 책 좀 사려고요
(철산) 글제, 우리 회사는 글로벌을 지향하고 있응께요, 예
와, 벌써 글로벌을, 대단하다
아, 아니야 우리 그렇게 대단할 거 없어
(철산) 겸손해
[웃음]
- 차는 어쩌고? - (도산) 차?
아, 어제 철산이 집에서 자고 와 가지고
거기 골목이 되게 좁아
그래서 차 놔두고 왔어
그래서 옷도 이 모양이야
(철산) 저 의리 없는 개놈의 새끼 좀 봐야
왜, 친숙하고 좋은데
그동안 너무 완벽해서 살짝 부담스러웠거든
나 완벽한 거 없는데
- (달미) 내일 뭐 해? - (도산) 내일?
(도산) 별거 없는데?
- (달미) 진짜? - (도산) 응
생일인데 약속이 없어?
[흥미진진한 음악] - 내 생일? - (달미) 어
(철산) 도산이 생일 멀었잖애
한 팀장 생일이겠지 그 사람이 편지 썼으니까
아, 내일 내 생일이었지, 깜빡했어
[도산의 웃음]
네가 편지에 썼던 소원 기억나?
소원?
어, 당연히 기억나지
내가 그날 그 소원 들어줄게
그래
(달미) 시간 비워 놔
이제 가자
(철산) 아, 아야
아야!
(도산) 감사합니다 [버스 카드 인식음]
(철산) 저것이 뭔 짓거리대?
좋은 짓거리지 [철산의 한숨]
(용산) 부럽지?
[용산의 웃음] (철산) 저 짓거리가야? 하하하하!
염병하네, 하나도 안 부럽네!
부러우면, 어유
어휴, 지는 거여
(용산) [웃으며] 울지 마, 울지 마
(철산) 가
너 회사 들어가 봐야 되는 거 아니야?
(도산) 너 데려다주고 가려고
참 나, 내가 무슨 애인가
너 손…
내 손? 왜?
내가 손이 큰 편인데 네 손에 비하면 완전 아기 손이네?
[밝은 음악]
아…
- (용산) 도산아! - 어
(용산) 도산아
[용산의 거친 숨소리] 야, 용산아 너 내 손 큰 거 알았어? 어?
야, 손 큰 게 뭐라고 이렇게 좋냐 나 미쳤나 봐
아, 미칠 타이밍 아니야, 빨리 와
- (도산) 왜 - 아, 빨리 와 봐
(용산) 아, 빨리 뛰어
(철산) 줄을 서시오, 줄을, 예 [흥미진진한 음악]
- (투자자1) 저도 하나만 주세요 - (철산) 아, 드린당께요
[소란스럽다]
(철산) 아, 몰라, 다 가져가!
- (도산) 야, 뭐야, 이게 - 야, 코다 소문이 이제야 도나 보다
(철산) 아, 준당께요
아따, 니는 대표란 놈이 이제 오면 어쩌냐!
[소란스럽다]
(투자자2) 이번에 코다 우승하셨죠?
- 아, 아, 네, 아, 안녕하세요 - (투자자3) 저희랑 미팅 한번 하시죠
- (도산) 아, 네 - (투자자4) 아, 저희도 미팅 좀
- (철산) 찬찬히, 예 - 야, 지금 다 투자받겠다고 온 거지?
이제, 이제 우리 엔간하면 대박 나는 거여
(도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네, 아, 감사합니다
(철산) 예, 아유, 겁나 반가워요, 예
자
자, 어, 시작해
(도산) 어, 저희는 삼산텍입니다
(용산) 네, 저, 그, 김용산, 이철산, 남도산
이렇게 산이 셋이라 삼산텍
[함께 웃는다]
(투자자2) 회사 이름보다 사업 모델을 알고 싶은데
아, 예, 잠시만요
(철산) 어, 찬찬히 해
(도산) 이미지 인식을 학습시킬 때
네트워크 사이즈랑 정확도는 트레이드오프 관계거든요
- (도산) 여기 보시면 - (투자자4) 그러니까
(투자자4) 이 좋은 기술로 돈, 예? 돈을 어떻게 벌겠다는 겁니까?
(용산) [작은 소리로] 돈?
[흥미진진한 음악]
(도산) 정확도를 높이면 연산량이 커져서 아무래도 학습이 어렵잖아요
(용산) 예, 그, 그래서 저희는 학습 아키텍처를…
(투자자3) 그럼 수익 모델이 아직 또렷한 게 없네요?
일단 저희끼리 논의해 보고 연락드리죠
너무 좋은데
아쉽지만 저희 관심 분야랑은 좀 거리가 있네요
설명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문이 탁 열린다]
[바람이 쌩 분다]
- (투자자5) 조금 더 가깝게 - (투자자6) 아, 감사합니다
(도산) 여, 보시다시피
저희 네트워크가 굉장히 슬림하기 때문에 [카메라 셔터음]
트레이닝 시간도 짧고 또 구현하기도 쉽거든요, 예
(투자자5) 이야, 박수! [흥미진진한 음악]
아이, 대단하네, 어?
이게 지금 다른 피처 맵끼리 더해서 정보를 강화하는 게 아니잖아, 이게
- 그렇죠? - (철산) 그, 그, 그렇죠
(도산) 아, 예, 이게 보시다시피 피처 맵 뒤에 피처 맵을 연결해 가지고요
(투자자5) 다음 페이지 한번 넘겨 볼까요?
(철산) 자, 자, 다음 거, 자 다음 페이지, 예
[카메라 셔터음] (철산) 더, 더, 더 가까이 찍으세요
(투자자5)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문이 달칵 열린다]
(도산) 저희 삼산텍의 미래, 예, 저희, 오…
(지평) 당신들 바보야? [휴대전화 조작음]
기술을 고대로 갖다 바치자는 겁니까?
처음 보는 얼굴들 같은데 소속이 어디입니까?
VC 맞아요?
[차분한 음악] 기술 훔치러 온 사람들 아니야?
[투자자5의 헛웃음]
당신들 개발자지?
이거 왜 찍어
이봐요, 예?
(개발자1) 투자를 하려면 기술 검증부터…
이 양반이 남의 사원증을…
(지평) 명함은 VC인데
사원증은 오메가 딥러닝 기술팀장님이시네?
뭐가 진짜입니까?
[어이없는 숨소리]
- 뭐 해, 안 일어나고 - (개발자2) 예
[한숨]
나는 애초에 이 디자인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이거 신호등이야, 뭐야 [개발자3이 구시렁거린다]
(개발자1) 가, 그냥, 아유
아, 순진한 겁니까, 멍청한 겁니까?
(지평) 아예 알고리즘을 갖다 바치지 그래요
그게, 우리 기술을 알아야 투자를 한다고 하시니까
(지평) 상대가 누군지 확인을 했어야죠
아, 기본 중의 기본 아닙니까?
참 나
이래 가지고 샌드박스? 어림도 없어요
그래도 저희 코다 1위도 했고
아까 보셨다시피 투자자들도 연락 많이 오고
그래서 투자받았습니까? 두 번 연락 온 데 있어요?
아니요
[철산의 한숨]
(철산) 한 팀장님 뭐, 사람 기 죽이려고 이 일 한대요?
[지평의 어이없는 숨소리] 뭔 허구한 날 잡도리만 합니까?
오늘 딴 사람들은 한 팀장님처럼 이라고 말을 사납게는 안 하대요
까려고 곱게 하는 겁니다, 까려고!
(지평) 어차피 안 탈 차면
그냥 멋지다 덕담만 해 주고 끝내면 돼
내가 탈 생각이 있으니까
타이어 갈았냐, 라이닝 문제없냐
깐깐하게 체크하고 쓴소리를 하죠!
당신들 차를 내가 진짜 탈 생각 있으니까!
죄송합니다
[한숨]
(지평) 앞으로 뭐든 결정할 때
나한테 물어보고 진행해요
알았죠?
네, 알겠습니다
[한숨]
우리 이제 철저히 을로 세팅돼 부렀다
저, 그런 의미로다가 물어볼 게 있는데요
뭔데요
아까
어, 달미 만났습니다
- (지평) 이 몰골로 만났어요? - (도산) 아니요
(도산) 이거 철산이 옷이라고 둘러댔습니다
(지평) 처, 철산, 철…
아…
(철산) 아야, 나는 니가 그라고 뻔뻔하고 순발력 있는 놈인지
처음 알았다, 처음 알았어
(도산) 달미가 내일
제 생일이라고…
내일은 내 생일인데
씁, 내가 편지에 그렇게 썼나?
혹시 편지에 소원 같은 것도 쓰, 쓰셨어요?
달미가 내일 소원 들어준다고 막…
소원?
[지평의 의아한 숨소리]
- 기억 안 나는데 - (도산) 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용산) 기, 기억이 안 나? 안 나?
어허, 그럼 우리 도산이 어떡해?
- 뭐 어떡해 - (철산) 하! 긍께
우리 도산이가 한 팀장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서달미를 위해 쎄가 빠지게 고생하고 있는디, 허!
이런 식으로 흐릿하게 나오신다? 하! [용산의 어이없는 숨소리]
이렇게 나오면 우린 또 협조가 어렵죠
- 어쩔 수 없이? - (철산) 어쩔 수 없이
(용산) 도산이 얘가 여자를 돌같이 보는 애거든요, 예
20세기 황희 정승 소릴 듣는 놈인데
(철산) 그런 애가 지금
이 삼산텍 한번 살려 보겄다고 아주
아주 용을 쓰고 있당께요
(지평) 그래요?
남도산 씨가 그 정도의 야심가였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아, 뭐, 야심 있죠, 예
야심…
(용산) 팀장님이 진 빚이 무슨 빚인진 모르겠지만
(철산) 우리 도산이 협조 없이는 그 빚 갚기 힘들지 않나 싶은디!
이라고 사납게 나오신다? 하하 [용산이 하하 웃는다]
협조할 마음이 쓱 왔다가도 쓱 가 버리겄죠잉?
하, 쓱 왔다가…
하, 쓱 왔다가, 참
잘…
하고 있어요
고맙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하고
네
[작은 소리로] 됐어, 이제 우리가 갑이여
편하게 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고
편하게 얘기하면 되고
[철산과 용산의 헛기침]
(철산) 아야, 너 당당하게 앉아
그래요
내 집도 아닌데 편하게 앉아요
[힘겨운 신음]
- (달미) 할머니! - 아유, 깜짝이야
(원덕) 아유, 겨우 꼈는데, 계집애야, 쯧
(달미) 아, 내가 껴 줄게
[원덕의 한숨]
할머니, 나 담요 좀 빌려줘
어? 아, 담요는 왜?
데이트 준비하려고 [원덕의 헛웃음]
내일 도산이랑 공식적인 첫 데이트거든
- 됐다, 여기 놔둘게 - (원덕) 어
[달미의 힘주는 신음]
- (원덕) 여기, 어 - 고마워
아, 담요는 왜…
[흥미진진한 음악] 어머
(원덕) 야, 야, 야
데이트하는데 담요가 왜 필요해? 어?
내일 도산이 생일이야
(달미) 도산이 소원 들어줘야지
아, 생일인데 담요가 왜 필요해? 어?
(원덕) 아니, 나만 이상한가?
나 막 야시꾸리한 상상이 되는데?
응?
- 무슨 상상? - (원덕)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상상
에?
(달미) 하, 할머니
이거 하려 그래, 이거
[원덕의 당황한 신음]
[못마땅한 신음]
아, 몰랐잖아
(지평) 응, 좋네, 아, 이렇게
자, 팔
아, 좋네
(도산) 이야, 이건 딱 맞네요? 전에 팀장님 옷은 다 짧았는데
짧, 짧아? [익살스러운 음악]
아, 겨우 1, 2cm 큰 거 갖고 무슨
그래요? 저 187인데 팀장님 몇이세요?
(지평) 이건 다 새로 산 겁니다
이것들도 다 당신 옷이고요
이거 다요? [지평이 살짝 웃는다]
(지평) 어, 이거 차고 가요
(도산) 이것도 되게 비싸 보이는데
- 차보다 비싸요 - (도산) 예?
이건 주는 거 아닙니다, 곱게 쓰고
반납해요, 응?
(지평) 잘 쓰… 조심히 써요
[지평의 한숨]
근데 팀장님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말했잖아요, 빚 갚는 중이라고
그러니까 얼마나 큰 빚이길래
팀장님 재력으로 감당이 안 돼요?
돈으로 갚을 수나 있었으면 좋겠네
[비장한 음악]
자, 이건 샐러드 포크
샐, 샐러드 포크
이게 디저트 포크
- (도산) 디저트 포크 - (지평) 그렇지, 그렇지 [도산의 헛기침]
(지평) 이번엔 와인
아, 마시기 전에 잔 돌리고
아니, 손 이렇게 해 봐요
가볍게 돌리면 돼
그리고 향 맡고
[냄새를 킁킁 맡는다]
킁킁대지 말고
그냥 음미하듯
- 음미, 천천히 - (지평) 천천히
[숨을 들이켠다]
(지평) 아니, 그… [숨을 하 내뱉는다]
아니, 그렇게 길게 할 필요가 없어, 짧게
아바타여, 아바타
(용산) 저런다고 CEO 느낌이 나려나, 쯧
그냥 짧게 하면 돼요
[숨을 들이켠다]
(지평) 지금, 그만하고 내려놔
그럼 돼요, 그렇지
안 마셔요?
[한숨] [잔을 탁 내려놓는다]
복습하고 있어요
- (지평) 샐러드 포크가 뭐예요? - (도산) 지금
아니, 샐러드용 포크가 뭐냐고
이거요
- 디저트 포크 찾아 놔요 - (도산) 네
[철산의 한숨]
아니, 두 사람도 도산 씨처럼 연애 경력이 전무합니까?
(용산) 예, 뭐,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네요
본의 아니게? 뭐, 노력은 했단 뜻인가?
했죠, 허벌나게 했죠
(용산) 공대란 데가 남학생 대비 여학생 비율이 현저히 낮아요
(철산) 예, 그래 갖고 우리가 만남의 빈도를 높이고자
동아리를 하나 만들었당께요
무슨 동아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됐어, 붙여 부렀어!
아야, 문은 닫아야지
아직 아니여, 예, 아직 아니여, 예
(철산) 뜨개질 동아리요
(지평) 뜨개질요?
(철산) 아, 오죽 절박했으면 안 그라요
근디 오라는 여자는 안 오고
[익살스러운 음악]
(철산) 남도산이가 들어왔당게요 진짜 뜨개질하겄다고
뭐, 물론 가뭄에 콩 나듯이 가끔씩 여자들이 들어오긴 했는디
하하! 오면 뭐 한대? 여자가
'도산이 니는 쭉 싱글이었냐?' 물어보믄
'아니요'
'벙글이지라, 헤헤'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이런 개소리나 씨불여서 쫓아내 불고
간만에 여자 하나가 또 올 뻔했는디 여자가
'오빠, 족보 보여 줘서 겁나 고맙당께요'
이러면서 선물을 주믄
'족보가 뭐 별거대? 이게 더 고맙네'
여기까진 오케이, 근디 여자가
'내가 두 배 더 고맙당께'라고 립 서비스를 하믄
'그라믄 우리 둘 다 안 고마운 건디'
'그짝이 고마운 게 A고 내가 고마운 게 B라 치믄' [발랄한 음악]
'B가 A보다 더 큰디 A 이퀄 2B니께 그게 가능할라 치믄'
'A, B 몽땅 양수가 아니라 음수여야 돼 불제'
'즉, 고맙다의 반대가 돼야 성립되는 수식이랑께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 지랄을 해 쌓믄서 또 쫓아내 불고
누님 한 분이 방문을 하셨는디 그 섹시한 누님이
'도산이 니가 혈액형이 O형이지?'
'O형이 성격도 좋고 거짓말도 못 해야'
항께 도산이가 정색을 하믄서
'누님, 성격은 뇌세포가 결정하지라' '그라제'
'혈액형은 적혈구가 결정하고요' '그라제'
'이 정상적인 사람의 뇌세포는 구조적으로 적혈구를 절대 못 만나요'
'근디 어떻게 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한대요'
'아따, 시방 미쳐 돌아 버리겠구먼 아…'
[철산이 혀를 찬다]
(철산) 아, 나도 O형인디, 예?
(철산) 라믄서 누님보고 나가라고 굿을 지내 붑디다, 굿을
그러니까 결국 오는 여자를 막진 않았지만
도산이 스스로가 내쫓았다고 할 수 있죠
그 결과 우리도 덤터기로 모쏠이 됐고
(철산) 아, 인제 봉께 우린 저 개놈의 새끼의 피해자네
- 저, 이게 샐러드용 포크라 그랬죠? - (철산) 아니!
(함께) 디저트 포크!
[익살스러운 음악]
- (지평) 아… - (철산) 와…
[냄새를 킁킁 맡는다]
(달미) 나 갔다 올게
(원덕) 어, 달미야
야, 이거 가져가
이게 뭐야?
생일 선물이야
가서 그 옛날 남도산이한테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전해, 그럼 알아
- 그 옛날 남도산이? - (원덕) 어
알았어
- 다녀오겠습니다 - (원덕) 다녀오세요
[원덕의 웃음]
- (달미) 다녀올게 - 응
[한숨]
(지평) 자연스럽게 기다려요 괜히 다리 꼬지 말고
[자동차 경적] 뭐야, 무슨 소리야?
아, 뭐야? [자동차 경적]
되지도 않는 폼 잡지 말고, 예? [도산이 차 문을 탁 닫는다]
(도산) 예
근데 아직 소원 기억 안 나시죠?
(지평) 뭐, 생일 선물이겠죠
받으면 고맙단 말 잊지 말고
(도산) 아…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대문이 철컥 열린다]
[탄성]
- (도산) 이게 뭐야? - (달미) 이건 할머니 선물
그 옛날 도산이한테 주는 거래
그 옛날 도산이? 그럼 난데?
(달미) 자, 이제 어디로 가, 집? 사무실?
- 집? - (지평) 사무실?
고스톱 치려면 어디든 들어가야지
- 고스톱? - 고스톱? [흥미진진한 음악]
네가 그랬잖아 고스톱 치는 게 소원이라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 내가? - (도산) 왜?
(달미) 내가 묻고 싶다, 왜 고스톱이야?
글쎄, 왜일까
기억이 안 나네
뭐, 치다 보면 기억나겠지
(달미) 아, 친구들도 불러 여럿이 치는 게 소원이라며
친구들까지?
어디로 가? 집? 사무실?
(도산) 어, 어, 내가 일단 열어 줄게
[차 문을 탁 닫는다]
일단 사무실로 가자
(지평) 사, 사무실? 사…
사무실? 어떤 사무실 여보세요, 어떤 사무실
그때 거기 기억나지? 한강 뷰
- 어 - (도산) 거기 가자
- 그래 - (도산) 예, 한강 뷰로 갈게요, 어
(지평) 한강 뷰…
여기?
[차 문이 탁 닫힌다]
[통화 종료음] 여보세요, 끊었어, 여보세요
나 삼산텍 전화번호…
저장 안 했는데, 씨…
[흥미진진한 음악]
[지평의 거친 숨소리]
(지평) 빨리 가, 빨리 가, 빨리
- (지평) 오른쪽, 오른쪽, 어 - (철산) 오른쪽
(지평) 시간이 얼마 없어요 빨리 좀 해 주세요, 예?
(철산) 화내지 마세요 아야, 이거 좀 도와줄래?
(지평) 아니, 이거 혼자 해도 되잖아
안 되는구나, 어, 됐다
- (지평) 빨리 와, 빨리 와! - (철산) 예, 아유, 아유, 왔어요
- (지평) 이거, 이거 바꾸고 - 자, 이거 바꾸고, 예?
(철산) 어, 1번
- (지평) 아니, 씨… - (철산) 2번, 이거 3번
(지평) 아니, 이걸 치우고 해야 되는 거 아니야
- (철산) 잘 나왔죠? 오케이 - 잘 나왔는데…
(지평) 아니, 저거 그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니까?
(철산) 나는 이제 진짜 여기가
- 우리 사무실 같다? - (용산) 나도
(지평) 이거…
(용산) 예, 거기요
- (용산) 거기, 위요, 위 - (지평) 어?
(지평) 아니, 이거 안 들어… 이 제품이 잘 안 맞는 거 같은데, 이거
(철산) 잘 못하시는 거 같은데
하루 죙일 하시네, 하루 죙일
(지평) 다 했어요, 저도 다 해 가요
잠깐만, 어, 다 했어
모니터 선…
(철산) 아, 건들지 마세요 고장 날 거 같아요
(지평) 아, 맞아 옷, 옷 갈아입어야 되는데, 어? 옷
(철산) 어때요? 예?
- 아, 잘했어, 이뻐, 이뻐 - (철산) 네이비
지금 거의 다 왔대요 지금 빨리 갈아입어야 돼 [철산과 용산의 다급한 신음]
시간 없어, 떨어트리…
나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빨리 갈아입고 나와요 [철산이 대답한다]
[초인종이 울린다] - (용산) 빨리 뜯어 - (철산) 씨…
[철산이 심호흡한다]
(철산) 어이!
- (달미) 안녕하세요 - (철산) 안녕하세요 [용산이 인사한다]
(철산) 아야, 니네 첫 데이트인디 왜 사무실에 기어 오고 지랄이여
(용산) 그러게, 날도 좋은데, 어? 좀 햇살 좀 쐬고 그러지
[용산과 철산의 억지웃음] [문이 탁 닫힌다]
어? 한 팀장님, 또 여기서 뵙네요?
아, 예
(지평) 아, 너무 관심 있는 회사라
내 사무실이다 생각하고 자주, 자주 옵니다
[호응하는 신음]
- (달미) 어? 여기쯤이 좋겠다 - (철산) 어디?
(달미) 다들 고스톱 칠 줄 아시죠?
(철산) 고스톱?
[작은 소리로] 왜 고스톱인지 기억 안 나죠?
예, 너무 오, 오래돼서 기억이 내가 잘 안 나…
(도산) 일단 긴장 풀어요, 자연스럽게 웃어, 웃어, 웃어
(철산) 오! 이게 뭐여, 이거
완전 잔치 음식인디?
[철산의 웃음] (용산) 송편?
왜 생일에 송편을 싸 주셨지? 시루떡도 아니고?
(달미) 짜잔! [철산과 용산의 탄성]
[부드러운 음악] (철산) 오메! 아, 겁나 고생하셨네
[철산의 웃음]
(어린 달미) 도산아
아빠가 그러는데 추석 보름달이 기도발 제일 좋대
넌 달 보고 무슨 소원 빌 거야?
[TV 뉴스가 흘러나온다] 소원?
소원이라…
(TV 속 기자) 평소 해 보지 않던 팽이치기와 널뛰기 등
다양한 놀이를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야외로 나가지 않은 시민들은 고스톱, 윷놀이 등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즐기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번 한가위는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즐거웠고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우애를 다지는 뜻깊은 하루였습니다
(철산) 근디 갈비가 없네
- (도산) 아, 이거면 충분해 - (철산) 아, 농담! 아, 농담! [웃음소리가 들린다]
(철산) 더 웃어, 이씨 [용산이 말한다]
(지평) 아, 전자레인지는 저쪽에 있…
- (도산) 아, 어디, 예, 예, 아, 맞아 - (지평) 있잖아요, 그렇죠?
(철산) 자, 자, 자! [손뼉 치는 소리가 들린다]
자, 네 장
[철산이 재촉한다]
(용산) 아, 그나저나 참 해괴한 소원이네
(철산) 긍께, 고스톱이 뭐 별거라고 소원씩이나 된대?
명절이면 노상 치는 게 고스톱인디 그렇죠? 팀장님
[콜록거린다]
글쎄, 난
뭐, 별거일 수 있죠
(달미) 나한텐 당연한 게 남한텐 귀할 수도 있고
고스톱 칠 때 기억이 좋았었나 보지
명절에 가족들이랑 치는 게 너무 좋았어서 [달미가 패를 탁탁 던진다]
소원이 됐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당연한 게 힘들어서 부러웠을 수도 있고
그렇지?
그렇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 네? - (지평) 예?
- 네? - (지평) 예?
아, 공감 가서요
나도 그랬거든
아, 정말요?
그, 그, 빨리할까?
- (철산) 어휴, 놀자, 어, 어, 어 - (달미) 어, 어, 어, 어
- (도산) 해야지, 세 장씩 - (달미) 오케이, 오케이
- (달미) 자 - (용산) 하! 자, 자
[발랄한 음악] (달미) 자
(철산) 아, 개패여!
모두 스톱, 스톱
(달미) 도산이 오광입니다, 오광
[철산의 탄성] [용산이 짜증 낸다]
(도산) 그러면 오광이니까 5점, 5점인가?
(달미) 아니, 15점
자, 그, 용산 씨, 한 팀장님 광박
(용산) 아유, 마, 훈, 아, 훈수 금지
- 알려 주고 막 그런 게 어디 있어 - (철산) 조용히 해!
- 그럼 얼마, 얼마야 - (달미) 3천 원, 3천 원
- (달미) 3천 원, 3천 원 - (도산) 3천 원
원래 돈 내면서 배우는 거예요 이런 거 알려 주고 그러면 안 돼요
(도산) 뭐, 주세요
[달미의 힘주는 신음]
(달미) 아이고, 이런
[철산의 신난 탄성]
그대의 설사는 나의 영양식, 하!
(철산) 내 거여, 다 갖고 와, 다 갖고 와!
동작 그만
(달미) 나 세 번째 설사인데
철산 씨 고박
[달미와 지평의 웃음]
철산 씨 고박 [철산의 짜증 섞인 신음]
[함께 웃는다]
누가 이긴 거야?
[도산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산의 힘주는 신음]
(도산) 이거 뭐야, 그…
싹쓸이! 싹쓸이 그, 이러면
피 하나씩 줘야 돼요, 피 피 주세요
아유, 아, 그렇게 던지지 말고, 아이
어휴
주워 먹으면 맛있습니까?
이걸 어떻게 먹어요, 플라스틱인데
[함께 웃는다]
웃겨요, 이게?
하나도 안 웃깁니다, 남 대표님
(달미) 왜요? 완전 웃긴데
아유, 한 팀장님 뒤끝 있으시네
A형이죠?
[익살스러운 음악]
[달미의 웃음]
고스톱 치는 스타일 보니까 딱 알겠어
딱 A형 같아
- 그렇지? - (도산) 어?
소심하고 뒤끝 있는 거 보니까 딱 A형이시네
[철산의 탄성]
거봐
(철산) 와, 인마, 남도산이 니가 그냥
여자 때문에 신념을 꺾어 분다잉 달미 씨, 이 새…
이 새, 이 새끼 혈액형 안 믿어요, 예?
진짜? 너 안 믿어?
아, 아니, 믿어
(용산) 와, 갈릴레오가 지동설 부인할 때 이런 느낌이었겠다, 그렇죠?
(철산) 긍께
아, 그래도 지구는 돈다, 이 새끼야
아니야, 나, 아, 진짜 믿어
(용산) 와, 대박이다
- (용산) 대박이다 - (도산) 아, 식은땀
- (철산) 에라 - (지평) 나 A형 맞아, A형이야, A형
[함께 웃는다]
(달미) A형이죠? 그럴 줄 알았어
(도산) 오늘 할머니한테 감사하다고 전해 줘
(달미) 아니면 들어가서 직접 말해
할머니도 너 보고 싶어 하실걸?
[잔잔한 음악] (도산) 내가 모르는 분이다
아니야, 내가 다음에 정식으로 인사드릴게
그래, 그럼
오늘 재밌었어
나도
잘 가
저기, 달미야
어?
너는 내가 왜 좋아?
어?
(달미) 뭐야, 갑자기
대답해 줘, 내가 왜 좋은지
음, 그거야
넌…
내 첫사랑이고
(도산) 내가 아니다
그리고?
네 편지가
오랫동안 나 위로해 줬고
(도산) 내가 아니다
그리고 또
음, 그리고
(달미) 지금도 여전히 근사하고 멋지고
(도산) 이것도 내가 아니다
그리고 또
또?
(달미) 음…
손이 크고 멋있어
(도산) 손…
(달미) 뭐야, 갑자기 물어보니까 민망하다, 야
미안해, 갑자기 물어봐서
들어가, 나 진짜 갈게
- 그래, 잘 가 - (도산) 응
[차분한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머!
(원덕) 달미냐?
네, 저 왔어요
치
[휴대전화 알림음]
[자동차 경적]
[함께 회의한다]
[휴대전화 알림음]
(인재) 커피 마셔요
(이수) 어?
(직원들) 감사합니다
(지평) 네, 할머니
달미 잘 들어갔어요?
(원덕) 어, 뭐가 좋은지 한참 춤추다 올라갔어
(지평) 그래요?
고맙다, 순딩아
아, 뭐 자꾸 고맙대
별로 한 것도 없구먼
아, 그리고 뭔 음식을 그렇게 또 바리바리 싸서 보내요
아, 싸 줄 만하니까 보냈지
야, 네 덕에 달미 기가 살다 못해 용솟음친다, 아주 그냥
[한숨]
(지평) 기가 용솟음치면 좋지 왜 한숨이래요?
그러다 떨어질까 봐 그러지
쯧, 다칠까 봐
(지평) 달미 안 다쳐요, 할머니
제가
다치게 안 해요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한숨]
[달미가 중얼거린다]
(지평) 오늘 고생 많았어요
- (도산) 그, 이거 - 어
(도산) 그리고 이것도
아, 옷은 가져가요 내가 사 주는 겁니다
아닙니다, 제 옷은 제가 살게요
아니…
- 당신 스, 스타일이 - (도산) 예
많이 구리죠?
바꿀게요
왜 갑자기 선을 긋지?
선을 지키는 겁니다
(도산) 지금 제가 이거 받으면 투자가 아니라
적선이 돼 버려요
팁만 주세요
스타일이든 사업이든 팁만
토 안 달고 무조건 따를게요
- (지평) 무조건 따른다? - 네
당신 회사에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라고 하면?
예?
[지평이 캔 맥주를 쉭 딴다]
(지평) 그게 내 팁입니다
대표 그만둬요
당신한텐 대표 DNA가 없어
여러 사람 힘들게 하지 말고
샌드박스 가게 되면 CEO부터 영입해요
당신 회사는 제대로 된 대표가 필요합니다
지금 제가 대표로서 자질이 없단 뜻인가요?
네
[잔잔한 음악]
[종이 댕 울린다]
[문이 탁 여닫힌다]
야, 네가 여기 웬일이냐?
[원덕의 헛웃음]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치
내가 간절한 게 좀 있어
주님 바쁘셔
나이롱 신도 기도까지 들어주실 여력 없으셔
주님
나이롱 신도 소원을 들어주셔야
독실한 신도가 됩니다
그게 영업이고 마케팅이에요
(원덕) 지랄 똥을 싸고 앉았다
아, 뭐가 그렇게 간절한데, 어?
아, 짐 가방 이건 또 뭐야, 이거, 어?
자매님, 성당에선 정숙해야죠
아…
(성환) 그 짐은 뭐냐
가출이냐?
아버지, 어머니
저 샌드박스 1차에 붙었습니다
이제 감흥도 없다
(성환) 맨날 뭐 붙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거 하나 없고
- (성환) 아휴 - 1차라면 2차도 있다는 뜻이니?
네
어, 2차는 해커톤이라는 대회인데요
(도산) 어, 팀을 짜서 2박 3일 동안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내는 대회예요
거기서 1등을 해야 최종적으로 샌드박스에 입주를 할 수 있고
샌드박스에 들어가게 되면
뭐, 사무실도 무료로 주시고 뭐, 인건비도 주시고
어, 거기다 투자자들이 KS 마크까지…
(성환) 아, 됐어
붙고 얘기해
네 입방정은 넘치게 들었으니까
네
(도산)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성환의 한숨]
[문이 탁 열린다]
[문이 쾅 닫힌다]
[익살스러운 음악] 저놈의 자식 저거
저 문 쾅 닫고 나가는 거 봐 저거, 저거
저거 지금 나한테 개기는 거 맞죠? 그렇죠?
나 같으면 문짝 부쉈네
잘하고 오란 말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격려는 못 할망정 초를 쳐요, 초를
부모니까 그러죠 부모가 뭐, 그런 말도 못 합니까?
부모니까 그런 말이 상처죠, 부모니까!
(도산) 저, 저, 저…
아, 아버지
방금 이거
바람이에요
뭐?
(도산) 아니, 밖에 바람이 많이 불어 가지고
제가 문을 쾅 닫은 게 아니라
혹시나 또 오해하실까 봐
- (도산)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 (금정) 도산아
파이팅이다, 응
[밝은 음악] 아, 네
다녀오겠습니다
[성환의 한숨]
[문이 쾅 닫힌다]
아, 깜짝이야
이건 바람 아닙니다
[문이 쾅 닫힌다] 깜짝이야
[밝은 음악]
"12기 해커톤"
[대명의 한숨]
(이수) 아, 오셨어요?
(대명) 아, 여기요
(인재) 개발 팀이 안 보이네? 늦는대요?
아, 그게…
아침에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못 오겠다고
아니, 왜?
(이수) 이번에 개발 팀장님 애 아빠 되잖아요
수진 님도 결혼이 코앞이고
(대명) 다들 모험하기가 힘들다네요
어쩔 수 없죠
개발자가 다 빠져 버렸는데 괜찮을까요?
갑시다, 여기서 구해 봐야죠
언니?
아, 언니 미국 갔지
[숨을 깊게 내뱉는다]
"너의 꿈을 좇아라"
'폴로 유어 드림'
저거 박찬호 사인 볼
[철산의 다급한 탄성]
박찬호 사인 볼에 있던 글이네?
(용산) '폴로 유어 드림'
아, 근데 폴로를 너무 많이들 하셨네
(철산) 그러게, 깔려 죽겄다 깔려 죽겄어, 어?
한 번 걸러 낸 게 이 정도야?
[철산의 다급한 신음]
그만해
뭘 그만해, 이씨
그만해
[저마다 대화를 나눈다]
[밝은 음악]
[긴장되는 숨소리]
[긴장되는 신음]
- (철산) 떨지 말어 - (도산) 너무 떨리는데, 진짜
- (도산) 진짜 너무 떨려 - (철산) 뭣을 떨어, 남자가
(도산) 너 안 떨려?
(철산) 시작한다
[사람들이 호응한다]
(대명) 아까 보니까 혼자 온 사람도…
"샌드박스"
[참가자들의 환호]
(선학) 샌드박스 12기에 지원한 여러분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샌드박스 대표 윤선학입니다
[참가자들의 환호]
음, 샌드박스는 아시다시피
성공한 선배 창업가들이
후배들의 창업을 돕기 위해서 시작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센터입니다
[함께 환호한다]
스타트업을 차에 비유해 봅시다
여러분들은 지금 여러 가지 이유로 멈춰 있는 차를 탄 분들입니다
지금 막 출시한 차를 탄 분도 있을 거고
출시는 했는데 뭐가 고장인지 지지부진한 차를 탄 분도 있을 거고
또 다른 차로 막 갈아탄 분도 있을 겁니다
멈춰 있는 차를 출발시킬 때 액셀을 밟죠?
(참가자들) 네!
(선학) 저흰 여러분들이 탄 차의 액셀이 되기 위해서
이곳을 만들었습니다
[밝은 음악] [참가자들의 환호]
저 사람이 왜…
(선학) 자, 그럼 그 과정은
[선학이 계속 말한다] (이수) 아는 사람입니까?
(선학) 지금 여기에는 팀을 완성해서 온 분도 있지만
완성하지 못한 채 온 분도 있습니다
심지어 혼자 온 팀도 있죠
팀을 구성할 수 있는 자격은 이 차를 운전할 CEO
즉, 대표에게 주어집니다
[참가자들이 웅성거린다]
지금 여기에 있는 400명 중
단 40명만이 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호응한다]
아, 40명
(선학) 그 40명은 최대 5명의 팀을 꾸려서
2박 3일간의 해커톤에 참여하게 됩니다
해커톤에서 투자자들에게 선택된 다섯 팀만이
저희 샌드박스에 입주할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환호]
(도산) 빡세네
(철산) 야, 우린 하나여
떨어져도 다 같이, 붙어도 다 같이 알겄지?
- 그럼, 두말하면 숨 가쁘지 - (철산) 어, 손 모아
(철산) 하나, 둘, 셋
[저마다 다른 구호를 외친다]
(철산) 때려치워
[헛웃음]
[휴대전화 알림음]
[흥미진진한 음악]
(영상 속 선학) 이 모든 과정은 샌드박스 앱을 통해서
지금 라이브로 중계가 되고 있습니다
아, 지금 여기에는 경영, 회계, 개발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 모든 경력과 학력을 모두 다 리셋한 채로
대표를 선발하려 합니다
[참가자들의 환호]
(대명) 아, 리셋한다고?
리셋하면 나야 생큐지
야, 리셋하면 우린 좋은 거야, 나쁜 거야?
- (철산) 나쁜, 조, 좋은… - 좋은
- (도산) 좋은 거, 좋은 거야, 어 - (철산) 좋은 거야, 어
(선학) 자, 그럼 지금부터
스타트업이 주목하고 있는 50개의 단어를 제시하겠습니다
단어? 뭐, 무슨 단어 [여기저기 휴대전화 알람이 울린다]
(선학) 자, 지금 문자 가고 있죠?
30초 안에 그 단어와 관련 있는
스타트업 키워드 다섯 개를 전송해 주시기 바랍니다
(철산) 에? 배터리가 없… 나 배터리가 없는디
(선학) 상위에 있는 키워드를 가장 많이 맞힌 사람에게
대표의 자격을 주겠습니다
(달미) 오케이
대중의 트렌드를 가장 잘 읽는 사람을 대표로 뽑겠다?
일리 있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밝은 음악]
미세 먼지? 미세 먼지, 미세 먼지
[철산이 당황한다] - (도산) 마스크 - (용산) 마스크
(철산) 와, 나 이거 어쩐대 나 배터리가…
아니, 나 배터리가 없어 분디
(철산) 뭐를 미리 말을 해 주든가 하지
나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인디
(달미) 아!
[참가자들의 탄성]
- (달미) 오, 오케이 - (도산) '마스크'
(용산) '황사'
가자, 가자, 가자, 가자
[참가자들이 호응한다]
(동천) 와, 정신없네요
30초라 검색할 시간도 없고
트렌드를 직관적으로 꿰고 있어도 될까 말까야
어?
- 왜요? - (지평) 아, 아니야
헛걸 봤나 봐
창업할 거야, 도산이 너처럼
설마…
[참가자들이 호응한다]
- (도산) 와이파이 - (용산) 와이파이
- USB - (도산) 그냥 가만히 있어
[참가자들의 탄성]
아, 그거 뭐더라?
혼자 여기서 떨어져?
[참가자들이 호응한다]
동계 올림픽, 동계 올림픽 동계 올림픽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적을게
[참가자들이 호응한다]
(달미) 오!
(용산) 몇 개야
- 어, 오케이 - (철산) 아유, 아부지
미안해요
[참가자들이 호응한다]
- (용산) 케이팝 - (도산) 케이팝, 케이팝
- (도산) 박찬호 - (철산) 내가 봤어
- (도산) 뭐 - (철산) 트와이스
너 이거 다 망치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고개 들어, 제발
[참가자들이 호응한다] 오케이!
[인재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선학) 그만!
[참가자들의 환호]
자, 이상 50개의 주제어가 다 나왔습니다
연관 키워드들을 가장 많이 맞힌 사람들은
바로
[참가자들이 긴장한다]
이분들입니다
[시끌벅적하다]
397, 397, 397, 397, 397
397! [신난 탄성]
나 397 맞나?
어,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대명) 오, 저기
와… [인재의 안도하는 한숨]
(도산) 156
(용산) 아, 나 없어, 넌?
(도산) 나도 없어
(선학) 이분들이 팀을 구성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되는
40명의 대표님들이십니다
자, 무대로 나와 주세요
[참가자들의 환호]
뭐야, 그럼 우리 팀 못 꾸리는 거야?
아주 육갑들을 떨고 앉았네
(철산) 뭐 이런 되지도 않는 걸로다가 사람을 걸러 낸대?
코딩으로 뽑자고, 코딩으로
그러면 우리 도산이가 1등잉께 [차분한 음악]
(지평) 샌드박스 가게 되면 CEO부터 영입해요
당신 회사는 제대로 된 대표가 필요합니다
지금 제가 대표로서 자질이 없단 뜻인가요?
네
(철산) 뭐여, 시방 저 가시나가 왜 저기서 나와야?
(달미) 예스!
오, 마이 갓, 저 양아치
저, 원인재 아니야?
(철산) 긍께
아, 너 어쩌냐
어?
(동천) 어?
와, 이번 기수 장난 아니네
저거, 저거 네이쳐모닝 원인재 대표 아니에요?
아, 뭐가 아쉽다고 샌드박스에 왔지?
저거 완전 대학생이 유치원에 온 꼴인데
[헛웃음]
[청소기 작동음] 잠깐만요 어, 청소 나중에 해 주세요
주님
(원덕) 아, 주님
궁금하네
잘나디잘난 언니가
미국이 아니라 왜 여기 있을까?
나 역시 궁금하네
잘나디잘난 네 남자 친구가 왜 저기 있을까?
뭐?
[차분한 음악]
어? 도산아
[참가자들의 환호]
(선학) 지금부터
한 시간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무대에 있는 대표님들은
해커톤에 참여할 팀을 꾸려 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참가자들의 환호]
[잔잔한 음악] [저마다 대화를 나눈다]
도산아
(달미) 네가 여기 왜…
넌 엄청 좋은 사무실 있잖아
투자도 많이 받고
프리 시리즈 A 단계라고…
(인재) 나도 궁금하네
남도산 씨가 왜 여기 있지?
[카메라 셔터음]
아직 투자 유치를 해 본 적이 없다고 나오네
경력이라곤 코다에서 1등 한 거?
[헛웃음]
달미야
내가 속여서 미안해
(인재) 충격이 큰가 봐들
속아서 충격이고
들켜서 충격이고
치
[달미의 한숨]
그러니까
너희는 지금 대표 없으면
샌드박스에 도전할 기회조차 없는 거네?
다 끝나 부렀다
서달미랑은 인제 쫑이여
[한숨]
주님이 묘하게 응답하셨네
[편안한 음악]
응답?
(달미) 주님
제가 용기를 내
창업이란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가고자 하는 곳이 있으나
그곳은 너무 높고 험하기에
이 여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저에게 이 길고 고단한 여정을 완주할 힘을 주옵시고
부디
함께할 동반자를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세요
많이 실망했지?
아니
고마워
내가 대표가 될 자격이 있다는 것도 고맙고
도산아
삼산텍 CEO로 날 영입해 줄래?
- 어? - (철산) 쫑이 안 나 부네?
(인재) 그래?
음, 나도 비슷한 제안을 할까 하는데
마침 우리 팀 개발자 자리가 비었거든
당신들을 영입해 볼까 하는데 어때요?
뭐?
보니까 경력이 빈약하네
대표마저 경력이 빈약하면 서로에게 마이너스 아닌가?
(인재) 선택해요
나입니까, 서달미입니까?
[차분한 음악]
도산아
(철산) 예, 예, 쪼, 쪼까 실례할게요
- (용산) 잠, 잠시만요 - (철산) 예, 미안해요
(용산) 야, 도산아, 이건 우리 회사의 사활이 달린 선택이다
그래, 이것은 아마와 프로의 싸움이여
(철산) 콩깍지는 싹 다 벗어 불고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판단해야 돼 알겄냐?
근데 그 두 선택이 같으면?
같다고?
아, 그러니까 감정이랑 이성이랑 판단이 같다고?
그것이 말이 된대?
야, 너희들 을로 일하기 싫다며
[용산이 대답한다] - 아, 글지 - (도산) 나도 그래
(용산) 근데?
달미는 우리한테 대표로 영입해 달라 그랬고
원인재 씨는 우리를 영입한다 그랬어
아, 무슨 차이인지 알겠어?
- 아! - 아!
그러네, 다르네
우리가 대표를 영입허냐 대표가 우리를 영입허냐, 이 차이다?
너희들 선택 누구야
너희들 뜻대로 할게
네 앞에서 잘난 척하고 싶었나 보네 그런 쇼도 하고
화 안 나니?
안 나
나도 누구 앞에서 잘난 척하고 싶을 때 많았거든
- 오케이, 오케이 - (철산) 오케이, 어
[희망찬 음악]
우리 삼산텍 CEO가 돼 줄래?
기꺼이
"너의 꿈을 좇아라"
[흥미진진한 음악]
(용산) 오케이! 나 났어
[철산과 달미의 탄식] 고도리 5점, 광 3점 그다음에 피 2점, 토털 10점
한 팀장님, 달미 씨 광박
[철산과 용산의 웃음]
(철산) 에, 그라고 도산이랑 나한테도 광값도 주시고요
자, 싹 수금
(달미) 아, 뭐야, 완전 타짜네, 타짜야
- 아, 우리가 오늘 운이 좋네, 어? - (철산) 긍께 [인공 지능 스피커 작동음]
[인공 지능 음성] 오늘 운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철산) 누구여 - (달미) 무슨 소리야?
아, 영실이라고 동문서답하는 스피커예요
(지평) 맨날 똑같은 운세를 얘기해요…
한다고 했죠? 대표님
[도산이 대답한다] - (철산) 맨날, 맨날 - (지평) 그렇죠?
[인공 지능 음성] 오늘은 운명의 신이
당신의 잔잔한 일상에 미풍을 불어 보내는 날입니다
[밝은 음악] [함께 웃는다]
(지평) 다들 그랬나요? 저런 얘기 하고 그러는 거예요
- (지평) 아, 나도 신기하더라고 - (철산) 어, 영실이 그만해
이 바닥이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모랫바닥이면 참 좋겠어요
모랫바닥요?
[인공 지능 음성] 과거에 스쳤던 인연을
뜻밖의 장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그 인연은 봄날의 미풍처럼 다가오지만
훗날 한겨울의 높바람처럼 심술궂게 돌변해
당신의 순조롭던 인생의 항로를
이리저리 바꿔 버릴지도 모르니까요
헬로, 코리아
(선학) 제한된 시간 안에 [밝은 음악]
얼마나 실현 가능한 사업을 만들어 내는가
(철산) 고졸이 AI 회사 대표라는 게 가당키나 한대?
(지평) 후회한 적 없어요?
저 대신 달미가 대학 갈 수 있었잖아요
(인재) 넌 늘 선택이 안타까워
언닐 이기고 싶어서 시작한 것도 있었는데
(달미) 이제 진짜 욕심이 나
(도산) 자꾸만 더 바라게 돼
(지평) 서달미한테 어디까지 들켰습니까?
(달미) 한 팀장님, 잠깐만요
왜 거짓말까지 하면서 우릴 도와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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