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6
[잔잔한 음악]
[거친 숨소리]
(도산) 달미야, 달미야
(달미) 어, 도산아
(도산) 우리 삼산텍
샌드박스 붙었어
어?
- 진짜야? - (도산) 어, 어, 진짜로
(도산) 아니, 저기 봐 봐, 저기
삼산텍, 보이지?
이래도 안 믿겨?
[놀란 신음]
[달미가 소리를 지른다]
[도산의 당황한 신음]
[도산과 달미의 당황한 신음]
어…
축하해
고마워
너도 축하해
고마워, 어
어? 근데 한 팀장님…
(달미) 어디 가셨지?
(도산) 한 팀장님은 왜?
아니, 나 물어볼 거 있어 가지고
(도산) 달미야
나한테 물어봐
내가 대신 대답해 줄게
[잔잔한 음악]
(지평) 아씨, 쯧
[지평의 답답한 숨소리]
[지평의 한숨]
아, 나 왜 이래
뭐, 죄지었어?
[지평의 한숨]
아, 가면 뭐라 그럴 건데 답이 없잖아, 답이
[지평의 괴로운 신음]
[한숨]
(달미) 저 한 팀장님한테 궁금한 거 많아요
왜 그랬어요?
왜 거짓말까지 하면서 우릴 도와준 거죠?
(지평) 축하합니다, 결국 해냈네
(도산) 덕분입니다
서로 빈말은 이쯤 합시다 낯간지럽네
왜 한 팀장님이 우릴 도와줬는지
달미한테 내가 대신 대답했습니다
대답을 해? 뭐라고?
[부드러운 음악] 내가 부탁했어
15년 만에 너 만나는데 좀 그럴듯하게 보이고 싶어 가지고
한 팀장님한테 찾아가서 부탁했어
한 팀장님이 왜?
나랑 엄청 친해
(도산) 어
진짜 친형제처럼 각별한 사이기도 하고, 응
각별?
(지평) 친형제처럼 각별? 당신하고 내가?
아, 그걸 믿겠… 아, 그걸 믿어요?
네, 믿던데요
그걸 믿는구나
(도산) 한 팀장님이 베푸는 모든 호의는
나에 대한 호의니까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잘했네, 잘했는데
말 잘하네, 남도산 씨?
(지평) 더듬지도 않고 눈도 안 피하고
왜 나한테 화내는 거 같지?
자격 생겼잖아요
자격?
(지평) 왜요, 열받나? 분해요?
예, 좀
뭐야?
(지평) 아직은 화낼 자격 없어, 팩트니까
나중에 샌드박스 붙으면 그때 화낼 기회 줄게요
샌드박스 붙었다?
자격 생겼으니까 이제 화내시겠다?
그럴 리가요
이젠 우린 친형제처럼 각별한 사이인데
[잔잔한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달미) 키 크고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는데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달미니?
(달미) [영어] 야, 반갑다
이게 얼마 만이야? [외국인의 당황한 신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출국이 언제야?
[한국어] 쏘리, 나 영어 못해요
(달미) 응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 어머니
[영어] 잠깐만 실례
[외국인들이 대화한다]
[한국어] 너
혹시 나 보러 온 거니?
설마요
어머니가 이 호텔에 있는지도 몰랐는데요?
(달미) 저 그냥 친구들 만나러 왔다가 아주 우연히
아…
우연히?
그럼
(달미) 아참
어머니, 혹시 샌드박스라고 아세요?
어, 알지
(달미) 저
거기 붙었거든요
축하한다
그때 지른 거 수습 중이에요
[잔잔한 음악] (도산) 그래서 도산이랑 동업해서
회사 잘 키워 보려고
잡스나 저커버그 레벨쯤 돼 볼게
따라올 엄두도 못 내게
그 얘기 하러 나 찾아온 거니?
네
아니요, 저 친구들 만나러 왔다니까요?
(달미) 어머니 만난 건 완전 우연
오해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가 볼게요
[달미의 다급한 숨소리]
[영어] 아, 기다리게 해서 미안
가자, 가자 [외국인들의 당황한 신음]
(외국인) [한국어] 미안, 나 너 몰라요
[달미가 계속 영어로 말한다]
[외국인들이 당황한다]
[새가 지저귄다]
[흥미진진한 음악] [키보드 치는 소리가 들린다]
"불일치"
[밝은 음악]
(도산) 와!
[도산의 탄성]
(금정) 도산아, 얼른 일어나 밥 먹어
아, 남도산! 너 빨리 안 나와?
(성환) 다 식어 빠진 다음에 먹으려 그러나?
[성환의 힘주는 신음] 조금만 더 자게 놔둬요
어젯밤 꼴딱 새운 거 같은데
[문이 탁 닫힌다]
다녀오겠습니다
- 아침은? - (도산) 가서 먹을게요
샌드박스에 먹을 거 되게 많아요
아니, 넌 그 꼴로 출근하냐?
- 제 꼴이 왜요? - (성환) 아, 몰라서 묻냐?
(성환) 아유 [성환이 숟가락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따라와
(성환) 자
첫 출근인데 이 정도는 차려입어 줘야지
근데 아버지, 샌드박스에서는 아무도 이렇게 안 입어요
아, 넌 아무나가 아니잖냐
(성환) [도산의 팔을 툭 치며] 명색이 CEO인데, 응?
[성환의 웃음]
- 저, 저기, 아버지 - (성환) 예, 대표님
(금정) 아유, 우리 아들 기럭지 좀 봐요
외탁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성환의 헛기침]
(성환) 씁 [익살스러운 효과음]
기럭지 빼곤 전반적으로다가 친탁입니다, 친탁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 가 봐, 남 대표
- 아, 네 - (금정) 자
다녀오세요, 대표님
[금정과 성환의 웃음]
- (도산) 다녀오겠습니다 - (성환) 그래
(도산) 아, 진짜 튀는데
사람들 다 쳐다볼 텐데
바지가 좀 짧은가?
윗도리가 좀 큰 거 같기도 하고
요새 유행이겠지, 뭐
[성환의 호응하는 신음]
[문이 탁 닫힌다] [밝은 음악]
"샌드박스"
[달미의 헛기침]
(용산) 서 대표님, 도산아, 모닝커피
(철산) 아야, 여기 다 공짜여
빨리 와, 빨리, 빨리 어떡해, 시켜, 시켜
(도산) 얘들아, 내가 밤새도록 우리 알고리즘을 다시 손봤거든?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인재컴퍼니 데이터랑 다시 비교를 해 봤는데
(달미) 어, 결과 나왔어?
"시작"
"불일치"
- 헉, 대박! - (용산) 와!
- 해냈구나 - (철산) 야, 역시 남도산
[함께 환호한다]
[작은 소리로] - (철산) 남도산, 남도산 - (용산) 남도산, 남도산
(달미) 짠, 짠, 짠!
[철산이 흥얼거린다]
(용산) 야, 이게 돼?
어? 우리 사무실 배정됐다
(용산) 인재컴퍼니랑 바로 붙었네?
잘됐네, 가자, 가자
(달미) 이거 가서 보여 주자, 어?
(철산) 어
[심장 박동 효과음]
[작은 소리로] 이 맛에 코딩하나 봐, 그렇지?
(용산) 맛? 무슨 맛? 나 아무 맛도 안 나는데
- 너 코딩할 때 무슨 맛 나냐? - (철산) 안 나제
우리 미맹인갑서야
[발랄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사람들의 탄성]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 (도산) 저, 저기, 저기! - (철산) 302호!
[도산의 신난 탄성]
(철산) 와! 여기여
[함께 탄성을 지른다]
(도산) 겁나 좋아!
[함께 탄성을 지른다]
(함께) [흥얼거리며] 예스, 예스, 예스
[철산이 흥얼거린다]
[용산의 탄성]
(용산) 다 있어
[함께 흥얼거린다]
(철산) 아, 어떻게, 남도산 씨 되세요?
- (도산) 아, 예, 맞아요 - 예, 여기 앉으세요
- (도산) 아, 감사합니다 - 아, 예, 아닙니다, 아닙니다
(철산) 겁나 환영해요!
[도산이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철산이 흥얼거린다]
(철산) 오메, 우리 성공했다 [용산의 탄성]
와, 의자도 좋네!
- (철산) 야, 그만 돌려 - (도산) 와! 야, 야, 야!
(도산) 야, 이거 봐 봐, 이거 올라가, 올라가
[함께 감탄한다]
(철산) 어, 나 안 보여? 나 안 보여? 나, 나 안 보여?
[시끌벅적하다]
아, 여기 있어
- (도산) 나 여기, 여기 -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냐?
(철산) 다시 내려, 내려!
(도산) 와! 내려가 [철산이 감탄한다]
- 내려가, 내려가, 내려가 - (철산) 내려가? 내려가, 내려가
(철산) 아, 내려가, 와!
야, 이거 다 공짜야?
(철산) 글제, 다 공짜지!
[도산과 철산이 흥얼거린다]
(용산) 와, 장난 아니다, 응?
근데 달미는?
[달미의 의아한 숨소리]
(달미) 우리보다 조금 더 넓어 보이는데
나만의 느낌인가?
(인재) 어, 너만의 느낌이야 [달미의 놀란 신음]
[헛기침]
- (달미) 왔어? - 남의 사무실은 왜 기웃거려?
기웃거리다니
보여 줄 게 있어서 미팅차 온 거야
[한숨] 뭔데?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도산) 뭐야
달미야, 괜찮아?
(철산) 뭐여
- (남자1) 그래, 집어치워! - (남자2) 가라고, 가라고! [남자3이 말린다]
(남자2) 알겠어, 너, 어?
- (남자3) 야, 야 - (남자2) 아주 관두자, 관둬, 관둬!
(남자1) 아유, 진짜! 그깟 지분이 뭐라고
너 혼자 다 해 처먹고! 다신 보지 말자 [차분한 음악]
(남자2) 알겠어, 야, 야, 가라고!
야, 너 오늘부로 20년 우정 너 다 끝이다, 어?
가라고!
(용산) 아, 이런 데서 일하면 없던 팀워크도 저절로 생기겠구먼
아까 그 팀은 왜 그랬대?
(철산) 긍께, 막장 드라마 한 편을 라이브로 감상해 부렀다
[철산의 헛웃음] 아니, 어떻게 첫날부터 쪼개지냐
씁, 리더 때문인가?
팀워크가 별로였겠지 [음료수를 툭 넣는다]
(도산) 자! 자리 배치는 어떻게 할까?
(용산) 어, 그, 대표님 자리부터 정할까요?
저요? 에이
저는 다들 정하고 남은 자리로 할게요
달미야, 어, 잠깐만
달미야, 여기가 제일 넓으니까 여기로 하자
아니야, 난 책상 작아도 돼
개발자분들 책상이 커야지 장비도 놔야 되고
[박수 소리가 들린다]
아름답다, 아름다워
이것이 팀워크여, 어
[철산의 웃음]
[문이 탁 열린다] 아이, 괜찮아, 괜찮아
아, 일로 와, 달미야 아, 일로 와
[발랄한 음악] (사하) 서로 양보하다가
자리 하나 못 정하는 게 팀워크니?
그럼 내가 이 자리, 됐지?
아니, 여기는…
아, 디자이너시라 넓은 자리가 필요하신갑지, 가
(달미) 자, 먼저 호칭 정리랑 말투 정리를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회사 내에선 모두 존댓말 하면 어떨까요?
뭐, 도산 님, 철산 님, 이렇게
- (철산) 아, 좋습니다, 예 - (도산) 좋아요, 좋아요
난 싫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달미) 어, 그러면 뭐 그냥 다 반말할까요?
부를 때는 '씨' 붙이고
- 좋아 - (철산) 그래, 달미 씨 [도산이 대답한다]
싫다
[익살스러운 음악] 내가 너희들보다 위인데 왜 반말 들어야 돼?
[익살스러운 효과음] (달미) 어…
그러면 우리끼리 존대를 하고
뭐, 사하 씨만 반말을 할까요?
아, 난잡해, 일관성 없잖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산의 답답한 숨소리]
(철산) 하하, 일관성이 없긴 해
[날카로운 효과음]
[고양이 울음 효과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어두운 음악]
[차분한 음악]
[자동차들 경적]
(동천) 심사 역 박동천입니다
이번 투자 조건은 저희 단독 투자로 25억입니다
집현전 테크는 인공 지능 음성 기술인 영실이와
건강 서비스를 연계한
[동천이 계속 발표한다] (지평) 샌드박스 붙었다?
자격 생겼으니까 이제 화내시겠다?
그럴 리가요
이젠 우린 친형제처럼 각별한 사이인데
(동천) 어, 여기 보시면 앞으로 강운병원과 연계해
유효성을 검증해 나갈 예정이며
또 앞으로 취약 계층의 노약자들이
영실이와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앞으로, 앞으로!
(지평) 언제까지 '앞으로' 타령만 할 거지?
'앞으로' 타령할 거면 투자금 말고 복채를 받으라 그래
[당황한 숨소리]
박 대리, 알잖아
(선학) 우린 예측보다 현재의 데이터로 움직이는 거
아, 예, 그렇지만
아무래도 투자금이 들어와야 시작할 수 있는 사업들이라 [리모컨 조작음]
그래? 그럼 대답해 봐
월 버닝은 얼마지?
- (동천) 예? - (지평) 그래 갖고 BEP는 언제로 보나
강운병원 측 계약서는 확인해 봤나?
기술 진입 장벽을 몇 년으로 본 거지?
작년도 인건비가 비정상적으로 늘었는데
이유는 파악해 봤나?
(동천) [난처하게 웃으며] 아, 저, 저기, 팀장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사업 취지가 좋잖습니까
(지평) 취지 좋지
근데 취지만 좋아서 문제지
가치 창출 못 하는 자선 사업 하는 데
왜 힘들게 모은 우리 LP들 돈을 써?
자기 돈으로 사업하라 그래 자기 돈으로! [펜을 툭 내려놓는다]
[동천의 한숨]
(선학) 커피 한잔합시다
[선학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동천) 감사합니다
팀장님 오늘따라 왜 저렇게 까칠해요?
집에 무슨 우환 있대요?
우환까진 아니고
오늘부터 12기 샌드박스 멘토 해야 하거든
예? 멘토는 해커톤까지만 하신댔는데
그 팀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떡하니 붙어 버렸답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아, 그러면 이해가 가네요
(동천) 샌드박스 멘토면 엔젤이란 소리인데
VC한테 천사처럼 액셀러레이팅 하라니 환장하죠
그, 뭐, 교수한테 유치원 가서 가나다 가르치라는 꼴 아닙니까
왜, 나도 한 팀장 본받아서 12기 멘토 해 볼까 하는데
[컵을 탁 내려놓는다] 아, 역시
아, 대표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동천)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를 위해서 이렇게 솔선수범하시는 대표님 보면서
저는 정말 우리 대표님 본받고 싶다 늘 생각했습니다
잘됐네, 이번 기회에 본받아 봐요
네?
안 그래도 이번 12기 매니저 할 사람이 없어서 난감했는데
(선학) 지원자도 없고
이참에 좀 솔선수범해 보죠?
예, 솔선수범, 예스 [발랄한 음악]
[동천의 웃음]
오…
[한숨]
[동천의 한숨]
(동천) 자, 여러분은 앞으로 6개월간
이 사무실과 사무용품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 부족한 건 비품 신청 해 주시면 되고요
뭐, 서버비, 통신비, 전기세 같은 유지비도 다 무료니까
따로 내실 필요 없습니다
저, 창업 지원금은 언제 입금돼요?
창업 지원금은 조만간 법인 통장으로 1억 입금될 겁니다
[달미의 놀란 신음] 1억?
[철산과 용산의 환호]
(철산) [흥얼거리며] 1억, 1억
(동천) 대표님은 실사 작업 준비해 주세요
- (동천) 검토 후에 바로 쏘겠습니다 - (달미) 네
실, 실, 실사가 뭐여?
실사 영화 할 때 그 실사
[발랄한 음악] - 아… - 아…
[어이없는 숨소리]
(철산) 역시
영화…
[달미의 어색한 웃음]
(달미) 다들 왜들 그래요, 진짜 다 알면서
투자받기 전에 회사 전반에 대해서 검토하는 그 실사
[사람들의 어색한 웃음] (철산) 아! 난 또
그, 삼산텍 정관이랑 재무제표 주주 명부 있지?
- 어? - (달미) 어?
(도산) 아, 그게…
있겠니?
실사가 뭔지도 모르는 애들인데
(달미) 아, 저…
(동천) 어, 어디 갑니까? 나 얘기 아직 안 끝났는데
(용산) 그, 그, 금, 금방 와요 그, 가방 두고 갔잖아요, 저기
(철산) 예, 디자이너님이 아티스트시라
영혼이 쪼까 이렇게 자유분방해요
[한숨]
(동천) 실사 서류들은 담당 멘토한테 검토받으면 됩니다
아, 그, 담당 멘토는 언제 정해진대요?
어, 이따가 3시에
멘토들하고 대표 미팅 한 후에 결정됩니다
멘토들?
(달미) 응
(도산) 저, 누구누구예요?
[흥미진진한 음악]
(동천) 일단
샌드박스 대표이자 SH 벤처캐피탈 대표이신
윤선학 대표
세계 시가 총액 7위
글로벌 그룹 투스토 코리아에 새로 부임한
알렉스 지사장
SH 벤처캐피탈 한지평 수석 팀장님
그리고
재계 43위 모닝그룹 회장 원두정 회장 [엘리베이터 도착음]
[인재의 한숨]
사람들 있을 때 웃는 시늉이라도 하더니
오늘은 대놓고 원수 취급이다 고맙단 소리도 없고
뭐가 고맙죠?
그새 잊었냐? 그 대결 말이야 내가 제안한 거
그 덕에 네가 여기 입성한 거 아니냐
아, 그거 생색내려고 오셨어요?
[어두운 음악] 생색?
그 제안 하실 때 예상은 했어요
(인재) 여기서 지면 '거봐라'
'내 품 떠나니 별 볼 일 없지?' 하면서 망신 주시겠구나
이기면 '거봐라, 내 덕에 붙었잖냐' 하면서 생색내시겠구나
[헛웃음]
어쩜 한 치도 예상을 벗어나질 않으세요?
기껏 없는 시간 내서 멘토 해 주겠다고 찾아온 아비한테
그게 할 소리냐?
기껏 없는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한데요
저희 팀 멘토는 이미 정했어요
정해? 네가?
네
(동천) 텍스트가 많은데 저 로고는 뺄까요? 깔끔하게
아아, 안 됩니다
(선학) 저 꼬맹이 때문에 샌드박스란 이름을 만들었는데요?
(동천) 저 그네 타는 꼬맹이요?
(선학) 한 15년쯤 됐나?
그때 만난 대표님이 해 준 말이에요
자기 딸한테
그네 탈 때 다치지 말라고 바닥에 모래를 깔아 줬대요
깔아 줬더니 그네를 곧잘 타더라고
(동천) 아, 그래서 샌드박스
그 대표님한테 한턱 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선학) 그러고 싶지요
근데 사고로 돌아가셨더라고요
아빠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샌드박스"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드디어 만나네요
(선학) 우리 샌드박스 시작인 분입니다
어? 그럼 그 그네 타는 소녀가…
맞죠? 원인재 대표?
설마…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를 아세요?
15년 전에
딱 한 번 만났었죠
[영어] [작은 소리로] 아버지가 저분 아니세요?
[작은 소리로] 아버지가 둘입니다
[헛기침]
(선학) [한국어] 그때 아버지가
놀이터에 깔아 준 모래처럼
내가 원 대표 다치지 않도록
있는 힘껏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뭐야, 방음이 잘되는 거야?
뭐, 목소리가 모깃소리인 거야?
하나도 안 들려, 씨
[헛기침]
들어서 뭐 하게?
들어서 미리 파악 좀 하게
상황 파악하고 분석하는 게 대표의 능력이잖아
[헛웃음]
(선학) 다음 삼산텍 대표님 들어오세요
네!
(선학) 삼산텍 피칭 해커톤 때 아주 잘 봤습니다
삼산텍 멘토를 희망하시는 분 계실까요?
(두정) 어, 분위기 보니까 나도 들어야 할 거 같은데?
(달미) 드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 팀 멘토는 이미 정해졌으니까
(두정) 왜 이래, 쯧
짜고 치는 고스톱도 아니고 뭐, 다들 정해 왔대, 쯧
[두정의 한숨] (선학) 그래요?
그래, 누구로 정했죠?
당연히
한지평 팀장님요
[흥미진진한 음악]
[영어] 이게 무슨…
[한국어] 아, 아니, 왜…
[영어] 왜 내가 아니고?
[한국어] 저기요, 서달미 씨
(지평) 아니, 서 대표님 그, 고맙긴 한데
[당황한 웃음]
아, 나라면 나 말고 알렉스를 선택합니다
(알렉스) [영어] 고마워요
[한국어] 전 무조건 한지평 팀장님요
아니…
(지평) 이분은 투스토에서 오신 분이에요 알죠? 투스토
시가 총액 7위의 글로벌 기업
이 알렉스가 샌드박스에 삼산텍을 추천했어요
네, 압니다
(달미) [영어]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한국어] 저는 한지평 팀장님이
저희 삼산텍 멘토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이없는 숨소리]
아니, 서달미 씨 참 답답하네
(지평) 왜 그 좋은 카드를 놔두고 날…
아니, 뭐, 내가 나쁜 카드란 소리가 아니고
알렉스가 삼산텍에 얼마나 관심이 많고 정성을 들였는데
그 친구 삼산텍 보겠다고 실리콘 밸리에서 날아왔어요
관심과 정성이 기준이면
한 팀장님이 알렉스를 한참 이겨요
내가?
나 삼산텍에 그 정도 관심 없습니다 정성은 더더욱 없고
씁, 이상하네? 난 보이던데
한 팀장님의 지대한 관심과 정성이
대체 어디가, 언제?
여러 번 봤어요
[차분한 음악]
(달미) 해커톤 때 저희 팀 피칭도 고쳐 줬고
(달미) 어? 한 팀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달미) 기 살려 주려고 집도 빌려줬고
(인재) 라운드 몰라요?
(도산) 아, 그게 제가…
- 어, 어! - (지평) 아직 초기이긴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보고 있는 회사입니다
(달미) 네트워킹 파티에서 망신당할 뻔했을 때도 구해 줬죠
(달미) 제 눈엔 한 팀장님 관심과 정성 꽤 많이 보였어요
[달미의 옅은 웃음]
오죽하면 오해할 뻔했다니까요
오해?
아니, 좀 뜬금없는 호의라
혹시 뭐, 저에 대한 어떤 이성 간의 관심인가 했는데
오해더라고요
(달미) 도산이 덕에 바로 풀었어요
두 분이 친형제처럼 각별하다면서요?
그래서 도산이 부탁 받고 애써 주신 거고
아, 뭐…
그동안 챙겨 주신 게 이해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래요
(달미) 근데 염치없이 또 부탁드릴게요
앞으로도 쭉
가족처럼 아껴 주고 이끌어 주세요
날 선택하면 후회할 텐데
걱정 마세요
전 한 번도 제 선택에 후회한 적 없으니까
두고 봅시다
[철산의 헛웃음]
(도산) 그러니까 그, 알렉스가
그 유명한 투스토에서 왔다고?
- (달미) 응 - 우리 보고 싶어서?
- (달미) 응 - 으응
(철산) 아, 근디 그 알렉스를 버리고
우리 한 팀장님을 멘토로 선택을 했다?
(달미) 네 [철산의 헛웃음]
(철산) 아니, 왜요?
왜 굳이 글로벌을 버리고 로컬을…
예? 왜요?
(달미) 아니, 왜라니요
거기는 글로벌이지만 여기는 가족이잖아요
- (용산) 가, 가족요? - (달미) 네
- 뭔 소리여, 언제 가족 됐냐 - (도산) 어?
(도산) 아, 왜, 우리 친형제처럼 각별한 사이잖아
- (용산) 그, 그렇지 - (철산) 알지, 아는디
늘 새롭다, 늘 생소하고
뭐, 언제든지
필요하거나 뭐,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말해요
(지평) 그런 거 들어주는 게 멘토가 하는 일이거든
[손가락을 딱 튕기며] 그, 그, 알렉스 아니, 히말라야…
그, 뭐지? 같이 등반할 때 같이 가 주고
셰르파? [도산이 손가락을 딱 튕긴다]
[익살스러운 음악] 맞는다, 셰르파
[도산의 당황한 신음] 동생아, 이 형이
너의 든든한 셰르파가 돼 줄게
(지평) 이 험한 투자 레이스
함께 힘차게 달려가 보자꾸나
이 가족 같은 동생아
어? 응? [도산의 아파하는 신음]
[지평이 숨을 후 내뱉는다]
[지평의 웃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자, 그럼 실사 시작하죠
일단 기초 계약서부터 시작하죠
네
(철산) 아, 뭐여
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싸허게
[천둥이 콰르릉 친다] 뭐야?
[천둥이 콰르릉 친다]
(지평) 사업 계획서 10점, 정관도 10점
우리 서 대표가 손을 다시 싹 봤습니다
(달미) 다 같이 했잖아
(지평) [한숨 쉬며] 그리고 주주 명부는
마이너스 100만 점
- 예? - (철산) 왜요!
마이너스?
(지평) 남도산 19%
서달미, 김용산, 이철산 정사하, 남성환 각각 16%
남천호 1%
남도산 씨가 지분이 제일 많네요?
(용산) 일단 코딩 실력으로나 기여도로나 제일 잘났고
애를 많이 썼으니까 3% 더 쳐줬고요
그리고 나머지가 이제 공평하게 16%씩 나눠 갖기로 했습니다
[철산과 용산의 웃음]
[철산의 헛기침] (지평) 이…
남성환은 누굽니까?
(달미) 응? 몰라요?
형, 내 아버지잖아
[익살스러운 음악] 아, 맞는다
아, 아유, 내 정신 좀 봐
(지평) 아버지를 내가 깜빡했네 아버지 잘 지내시지?
- 어 - (지평) 거, 건강은?
좋지, 어, 좋아 [지평이 호응한다]
(도산) 지난 2년 동안 삼산텍에 투자를 너무 많이 하셔 가지고
그래서 16%
- 아, 그래서 16% - (도산) 응
그럼
남천호가…
[째깍거리는 효과음]
[드르륵거리는 효과음]
어, 그래, 사촌 형 [딩동댕 울리는 효과음]
(지평) 그, 사촌은 왜 1%일까
아, 나 이거 들었는데 아, 내가 깜빡했다
- 어? 그… - (용산) 그러니까 그 형이 이제
삼산텍의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영상 편집을 도맡아 해 주셔 가지고
- 디자인? 영상? - (용산) 예
[당당한 음악]
(도산) [영어] 우리는 돈을 많이 벌 것입니다
돈!
돈, 돈!
돈!
[한국어] 아…
(지평) 아, 뭐, 일단 알겠고
지분을 아주 아름답게 나눴네요
(철산) 그렇죠? 겁나 아름답죠?
[철산과 용산의 웃음]
장담하는데
이 주주 명부를 보고 투자하는 멍청이는
(지평) 전 세계에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왜?
이 아름다운 지분이 결국 대표의 발목을 잡을 테니까 [무거운 음악]
[지평이 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서 대표님
대표님은 대표의 힘이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합니까?
(인재) 지분이죠
(인재) 너무 당연한데 몰랐어요
아니, 몰랐다기보다 아버지를 너무 믿었죠
그래서 아버지 지분도 내 지분이라 여겼고
큰 공부 했네요
(선학) 뭐, 잘 알겠지만
스타트업 초기엔
대표한테 힘을 실어 주는 게 아주 중요하거든요
(인재) 네, 이젠 너무 잘 알죠
이거 뭐, 내가 충고할 게 하나도 없어요
(선학) 오히려 내가 배운다 생각하고 와야겠어요
(인재) [살짝 웃으며] 아닙니다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달미) 아니, 왜 공평하면 안 되죠?
각자가 한 몸처럼 움직이면…
(지평) 한 몸처럼 말고 그냥 한 몸을 만드는 게 깔끔하죠
이러다가 누구 한 명이라도 의견이 틀어지면
틀어지지 않으면 되죠
(도산) 저희 우정은 평생 갈 거니까 [지평의 헛웃음]
(지평) 아, 평생 간다?
절대 변하지 않는다?
이딴 말
어디서 제일 많이 씁니까?
결혼식 [지평이 손가락을 딱 튕긴다]
(지평) 그 말대로면 왜 매년 10만 쌍이 이혼을 하지?
그 10만 쌍은 사랑이 없는 결혼을 했을까? 아니요
그들도 처음엔 같은 마음이죠
지고지순했고, 사랑했고
천년만년 갈 거 같았겠죠
이…
당신들처럼 [무거운 음악]
결혼이야
돈이고 양육권이고 자기들끼리 나눠 갖고 끝내면 그만이지만
회사는 달라요
당신들 싸움에 귀한 투자자들 돈이 날아가
제가 제 지분 포기하고 한 사람한테 몰면요?
그럼 35%인데
- (철산) 야, 씨… - 야!
[헛웃음]
3, 35%?
턱도 없습니다
예?
(지평) 이제 투자 라운드가 시작되면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돈을 태웁니다
그러면 35%짜리 지분은
순식간에 돈 많이 댄 투자자 지분에 역전돼요
최악의 경우 동료들이 배신을 하면
투자자들과 함께 이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도 있고
매각도 할 수 있죠
이런 일을 막으려면
초반에 키 맨한테 지분을 몰아줘야
당신들 뜻대로 회사가 버팁니다
키 맨은 어떻게 정하는데요?
간단해요
(지평) 이 삼산텍을 놓고 봤을 때
빼고 생각할 수 없는 사람
그럼 그 한 사람한테 지분을 얼마나 몰면 됩니까?
최소 60, 나라면
90 이상
이 정도로 실사는 마무리하죠
(선학) 돈은 내일 오전 중으로 입금될 겁니다
(인재) 감사합니다
아, 지분은 대표에게 80%
(선학) 나머지는 창립 멤버에게 20%
뭐, 우리야 힘 있는 대표님이라서 좋긴 한데
어때요, 뭐, 이의 없으시죠?
- 없죠 - 없죠
저흰 대표님이 스톡옵션으로 보상해 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대명) 아니, 근데 이런 걸로 이의 제기하는 사람도 있어요?
(철산) 난 절대 동의 못 하지!
짰네, 짰어! 어?
(철산) 알렉스 버리고 한 팀장 택했을 때부터 어쩐지 싸했다고
와, 씨, 내 지분 뺏어 먹어 불라고 아주 작당을 했어야, 둘이, 어?
아니, 이철산 씨
야, 너 말 다 했어?
아, 왜, 도산이 니냐? 어?
뭐, 우리 지분이 탐났어?
가족 같은 한 팀장이랑 고스톱 짜고 쳐 불게, 이 새끼야
(도산) 씨, 야, 그만해, 선 넘지 말고, 어?
(용산) 야, 너희들 왜 이래, 그만해
우리 우정이 겨우 이거밖에 안 돼?
(철산) 어, 겨우 이거여
지분보다 못하고 여자보다 한참 못하고!
- (도산) 이씨 - (용산) 에이, 그만해, 좀!
(철산) 야, 야, 닌 빠져
왜, 찔리냐? 찔려?
(용산) 야, 내가 왜 빠져, 씨 [철산의 아파하는 탄성]
너희들이야말로 나 호구로 보냐?
[용산의 아파하는 탄성] (철산) 놔라, 놔라, 야
우리 집 탈모 유전자 있다, 놔라!
[사람들의 아파하는 신음] (용산) 아, 좋은 정보 감사
(철산) 야, 다 향 꼽자!
- (철산) 향 꼽아 부러! - (용산) 놔, 놔
[용산과 철산의 아파하는 탄성]
(철산) 팔, 팔, 야!
(용산) 야! [용산의 아파하는 탄성]
[소란스럽다]
(철산) 나 고관절 안 좋아, 아, 아!
[철산의 아파하는 탄성]
[계속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달미) 한 팀장님!
[달미의 거친 숨소리]
저렇게 싸우다가 금방 화해할 거예요 그러니까…
(지평) 겨우 창업 지원금 1억 가지고 파이 싸움 하는 팀이라면
어차피 대의를 향해 가긴 어렵습니다
앞으로 몇백억, 몇천억으로 커질 때까지 성장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죠
[차분한 음악] 저들보다 더 큰 문제는
저 지분 싸움을 해결 못 하는
서 대표, 당신입니다
(도산) 관두자, 관둬
- (철산) 그래, 관둬! - (용산) 관둬, 관둬!
(철산) 그래, 관둬!
왜, 아예 이름을 바꿔 불지!
삼산텍 말고 달미텍으로!
파이팅!
철산 씨!
용산 씨, 철산 씨 좀 말려 봐요
서 대표님도 내가 호구로 보입니까?
[엘리베이터 문이 탁 열린다] (현) 야, 너희 진짜 그만두는 거야?
지금 이게 장난 같냐?
[엘리베이터 문이 탁 닫힌다] [현의 헛웃음]
(현) 이야…
삼산텍 첫날부터 바로 셧다운이네
(정) 그러게
참, 너 나한테 뭐 보여 줄 거 있다고 하지 않았나?
[문이 달칵 여닫힌다]
글쎄, 기억 안 나는데
[한숨]
[한숨]
도산아
(도산) 어
[달미의 한숨]
나 집에 좀 바래다줄래?
[잔잔한 음악]
(달미) 나한테 뭐 해 주고 싶은 말 없어?
(도산) 애들이 한 소리는 신경 쓰지 마 그냥 노이즈라고 생각해
(달미) 노이즈?
(도산) 머신 러닝 학습시킬 때 데이터가 너무 크면
학습하는 데도 오래 걸리고 힘들어
그래서 데이터에 미리 노이즈를 필터링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거든
그, 아까 애들이 한 소리는 그런 노이즈라고 생각하고 필터링해
(달미) 응
근데 넌?
넌 필터링돼?
아니
걱정하지 마 애들은 내가 어떻게든 설득해 볼게
어, 그러지 말고
네가 대표 해 보는 건 어때?
나는 그냥 CMO나 CFO 하고
(도산) 아니, 아니, 이런 게 노이즈야
바로 필터링해야 돼
야, 나 농담 아니야
나도 농담 아니야
(도산) 난 우리 회사 대표로 널 선택했어
그 선택 후회하기 싫고
[창문이 덜컥 열린다] (원덕) 달미 왔냐?
(달미) 네, 할머니, 들어가요! [창문이 덜컥 닫힌다]
오늘도 그냥 가? 인사드리고 갈래?
[당황한 신음]
아니, 나중에
오늘은 꼴이 좀 말이 아니라
왜, 꼴 좋은데 슈트도 입었겠다
이참에 인사드리고 가
아니, 좀 너무 작위적이잖아
나중에, 나중에 꼭 인사드릴게
응, 그래, 나중에
(원덕) 그냥 네가 대표 하고 지분 왕창 가지면 안 돼? 응?
(달미) 아휴, 말도 마, 진짜
그거 때문에 삼산텍 애들 막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고
진짜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그리고 그건 나도 싫어
찝찝하고, 쯧, 말도 안 되고
그럼 남도산이한테 몰아 대표랑 지분 다
그것도 안 돼, 도산이도 싫다 그러고
이미 끝난 선택이기도 하고
그럼 네가 대표 하고 지분을 남도산이한테 몰면?
그것도 안 된대
한 팀장님 말로는
그렇게 되면 투자자들이 꺼려 한대
아이고, 쯧 답이 없네, 답이 없어, 아휴
(달미) 아, 어디 가, 아직 다 안 끝났는데
(원덕) 아, 다 됐어
더 붙일 데도 없는데, 뭐
아니, 반창고 말고 내 얘기
지금 산재된 문제가 얼마나 많은데 빨리 앉아 봐
야, 그것도 답이 없겠지!
답 없는데 자꾸 답을 찾으려니까 문제지, 아유
[달미의 한숨]
아,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진짜!
[도어 록 작동음]
[한숨]
영실아, 불 켜 줘 [문이 달칵 닫힌다]
[인공 지능 음성] 네, 알겠습니다
어?
웬일이냐
(지평) 오늘따라 말을 잘 듣네? 미안하게
[인공 지능 음성] 저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지평의 한숨]
(지평) 속도 좋다
나 오늘 너희 회사 투심에서 드롭시켰거든? 막말도 하고?
근데도 화 안 나?
[인공 지능 음성] 그럴 리가요
저만큼 한지평 님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답니다
고맙다
(지평) 저들보다 더 큰 문제는 [차분한 음악]
저 지분 싸움을 해결 못 하는
서 대표, 당신입니다
서달미도 그럴까?
너처럼 이해해 줄까?
[인공 지능 음성] 그럴 리가요
저만큼 한지평 님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답니다
[힘주는 숨소리]
그럼 그렇지
[부드러운 음악]
"너의 꿈을 좇아라"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스타트업"
[종이를 사락 넘긴다]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용산) 뭐 하냐, 여기서
너야말로 여기 왜 왔냐?
뭐, 그냥
(용산) 야, 이건 뭐냐, 이게
모기가 내 피를 선호하잖애
[헛웃음]
새끼, 깔끔한 척은 더럽게 해요
그, 나 그냥 가?
간다, 가?
[용산의 시원한 숨소리]
(용산) 저 간판 저거
[모기가 윙윙거린다] 처음엔 저거 아니었지
기억나냐?
기억나지
(철산) 그것을 어떻게 잊냐
[잔잔한 음악]
[바람이 세차게 분다]
(금정) 아, 회사 바쁜데 왜 왔어? [철산의 웃음]
(용산) 아, 바빠도 와야죠, 어머니
이야, 남도산이
(철산) 뭐, 인마? 남도산이 뭐대
남 대표님이라 불러야제
[함께 웃는다]
(용산) 야, 회사 좋다, 어? 전망도 좋고, 느낌도 좋고
그래? 야, 그럼 너희들도 합류해 자리 많아
(도산) 어?
아유, 우린 합류하고 싶어도 역량이 부족해서
(철산) 글제, 한참 모자라지
아, 뭐 해, 아, 춥다 얼른들 절하고 들어가자, 아유
(철산) 예, 아부지!
[도산의 추워하는 신음]
(성환) 아, 그만 떨어, 이 자식이
(도산) 제가 떠는 거 아닌데요, 아버지? [사람들의 힘겨운 신음]
(금정) 쏟네, 쏟아
[성환의 추워하는 신음]
[도산의 추워하는 숨소리]
(도산) 아버지, 절 몇 번 해요?
- (성환) 세, 세 번, 세 번 - (도산) 세 번?
알겠습니다, 후
[작은 소리로] 야, 있냐 회사 이름 겁나 싸하지 않냐?
도산텍이 뭐대, 도산텍이
[작은 소리로] 아, 어쩌겠냐 쟤 이름부터가 도산인데
(도산) 아, 진짜 잘되게 해 주세요
(성환) 아휴
"시작"
"파일 해독을 원하면 비용을 지불하십시오"
(철산) 어쩐대요? 이거 우리 서버 랜섬웨어에 싹 다 잡아먹힌 거 같은디요
- 백업은? - (철산) 그것도 싹 다요
(철산) 협력사 것까지 다 지워 버렸답니다
(팀장) 아, 미치겠네
이 새끼들 얼마 달래?
예, 그, 1억 주면 복구해 준다고
근디 24시간 후엔 2억으로 올려 분다고 연락이 왔어요
(철산) 이, 이거 어, 어째요, 팀장님?
(팀장) 아, 돌겠네
- 야, 네가 해결해 - (철산) 예? [익살스러운 음악]
(팀장) 너 당직 때 일어난 일이잖아 네가 책임져, 어?
- 아니요, 아니요, 팀장님, 아니요 - (팀장) 알겠지? 몰라, 몰라, 아씨
(철산) 아, 팀장님!
[문이 철컥 여닫힌다]
- (도산) 철산아, 제발 - (철산) 놔 봐! 놔 보랑께! [익살스러운 음악]
(도산) 아, 진짜 제발!
- 나 그냥 콱 죽어 불란다, 진짜! - (도산) 어? 어? 아씨…
(철산) 내가 1억을 어디서 난대, 1억을!
(도산) 야, 잠깐만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산의 힘주는 신음]
야, 야, 야
야, 여기서 떨어져도 안 죽어 그냥 다치기만 해, 어?
(철산) 아야
내가 사표 낸당께 1억 내고 사표 내란다
학자금 대출도 못 갚은 놈이 1억을 어디서 난대, 1억을!
[철산이 소리 지른다] (도산) 야, 야, 야, 내가 해결해 줄게, 어?
야, 내가 해결해 줄게
니 1억 있냐?
있겠냐? 어?
(철산) 나 진짜 죽어 불란다!
나 진짜 죽을란다! 나, 씨…
하나!
[철산의 겁먹은 탄성]
[철산이 울먹인다]
- 죽지도 못해 - (도산) 왜
- 등신이여 - (도산) 야, 죽어, 그냥 [익살스러운 음악]
[철산이 울부짖는다] (도산) 1억이 어디서 나, 1억이
[도산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 컴퓨터 계속 켜 놨었어? - (철산) 응
[마우스 클릭음]
그러면 잘하면 메모리에서 프라임 키 찾을 수도 있겠다
- (철산) 진짜? - (도산) 응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철산이 코를 드르릉 곤다]
(도산) 철산아
철산아, 철산아, 일어나 아침이야, 아침이야
[철산의 놀란 탄성] 아침이야
(철산) 뭐여
내가 지금 잤냐?
이 상황에 처잤어
이건 사람이 아니여
짐승이여
미친놈
내가 메모리에서 프라임 키 찾았거든?
랜섬웨어 잡았으니까 너 사표 안 내도 돼
(철산) 어?
[도산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이 개놈의 자식 돈 한 푼도 못 받아
[발랄한 음악] [마우스 클릭음]
도산아
고마워
[울먹이며] 진짜 고맙다, 도산아, 진짜
(철산) 고마워
(도산)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응?
당당하게 출근해, 알았지?
- (철산) 응 - 어깨 펴고
- (철산) 어 - 알았지?
- (철산) 응! 응! - 알았지?
(용산) 이철산
(철산) 어, 왔냐?
- (용산) 이거 보태라 - (철산) 이게 뭐여
아, 나, 그, 퇴직금이랑 스쿠터 판 돈
(용산) 1억은 한참 안 되는데 보탬은 될 거야
(철산) 이런 미친놈
너 가서 물러, 너…
너 싹싹 빌고 다시 들어가 이 미친놈아
- (철산) 너… - 야, 됐어
어차피 회사 때려치우고 싶었어
내가 뭔가 회사의 부품이 된 거 같았거든
- 아니… - (용산) 남 대표, 여기 내 자리 있지?
응, 있, 있긴 있는데
방금 랜섬웨어를 잡아 버렸네?
돈 안 줘도 되는데
[아기 울음 효과음]
미안
(용산) 야, 이 새끼야 그럼 진작에 얘길 했어야지
[익살스러운 음악] 야, 어? 사표 수리됐다고!
야! 어떡할 거냐고, 야!
- (철산) 어, 알았어, 내가 미안해 - (도산) 야, 야, 하지 마
- (용산) 야, 야, 야, 놔 봐! - (도산) 싸우지 마
[계속 아웅다웅한다]
(철산) 내가 미안해 너한테 진짜로 미안해
[소란스럽다] (도산) 그만해, 그만!
(철산) 도산이, 용산이
일로 와 봐, 일로 와 봐
[함께 대화한다]
(철산)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대?
우리가 합류하면서
회사 이름에서 도산이라는 이름은 뗐잖애
삼산텍으로, 하
(용산) 도산이가 난놈은 난놈이야, 응?
그 잘나가는 대기업들도 그 해커한테 수억씩 뜯겼는데
- (용산) 그걸 막아 냈으니 - 긍께
(철산) 도산이가 아주 그냥 비공식적으로다가 우리나라 경제를 구해 부렀다
[철산의 웃음]
난 도산이한테 지분 몰라면 몰 수 있어
뭐, 나도 도산이라면 인정
근디 서달미는 안 돼
왜? 좋은 사람 같던데, 능력 있고
막말로 우리도 그 친구한테 빌붙어서 그 샌드박스 들어간 거 아니야?
알제, 나도 사람 보는 눈은 있어야
(철산) 근디 니도 알잖애
서달미랑 도산이가 어떻게 엮였는지
[잔잔한 음악] 아, 편지
그 편지가 언제까지 유효할까잉?
(철산) 도산이가 가짜라는 걸 알믄
서달미가 그때도 삼산텍에 붙어 있겄냐?
100% 떠나 불지
지금까진 서달미가 우리 버그를 해결해 줬겄지만
[철산의 한숨]
언젠가 지 스스로 버그가 안 되겄냐?
[한숨]
[하품]
[찌뿌둥한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발랄한 음악]
이게 다 뭐야?
[달미의 한숨]
어? 한 팀장님
쓸데없는 책을 고르고 있네
왜요?
(달미) 멘토께서 답을 안 해 주시니까
책에서라도 답을 찾아야죠
(지평) 답 줄게요
자, 첫 번째 질문
'좋은 CEO란 뭘까요?'
없어요, 그런 거
좋은 정치인만큼이나 말 안 되는 소리입니다
왜요? 왜 말이 안 되죠?
정치나 경영은 수능이 아닙니다 정답이 없어요
(지평) 근데 왜 자꾸 없는 답을 찾습니까?
[잔잔한 음악]
그러니까 [책을 탁 든다]
답을 찾지 말고 선택을 해요
무슨 선택을 하든 욕은 먹습니다
그 욕먹는 걸 두려워하면 아무 결정도 못 해요
결정 못 하는 대표는 자격이 없죠
서달미 씨는 뭐가 되고 싶은 겁니까?
좋은 사람? 아니면 CEO?
욕심 버려요, 둘 다는 못 해
하나만 골라요, 하나만
[사하와 남자4가 대화한다]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아, 진짜? [사하의 웃음]
[안내 음성]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 샘으로 연결…
[휴대전화 조작음] [사하와 남자4가 계속 대화한다]
[한숨]
[놀란 숨소리]
저거 터지겠네
[휴대전화 진동음]
(도산) 어, 달미야
응? 할 말?
어, 나 지금 나왔어, 어디야?
(도산) 야, 이철산
너 우유 건드리지 마
(철산) 건드리지 마?
어디 있어, 건드려
허, 나는 건드려
치사한 놈의 새끼
마시면 우짤 거여, 지가, 마시면!
[펑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철산의 비명]
철산아! [익살스러운 음악]
(철산) 아, 뭐여! [도산의 놀란 탄성]
[철산의 아파하는 신음]
[도산의 당황한 탄성]
오! 아, 철산…
[도산의 당황한 탄성]
도산아, 도산아
(철산) 도산아, 나 앞이 안 보여
야, 이거 피대? 피야?
(도산) 아니야, 아니야, 피 아니야, 피 아니야
[철산의 아파하는 탄성] 우유야, 우유, 우유
- 아, 우웩 - (철산) 도산아, 나
(철산) 나 눈이 안 떠져, 나, 나
눈멀었는갑다, 이거 어쩌냐
(도산) 아이, 우유 마시지 말라니까, 씨
[철산의 아파하는 탄성]
[함께 비명을 지른다]
야, 철산아, 나 봐 봐
(철산) 아, 안 보이는디 어찌 보냐!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철산의 아파하는 탄성] (도산) 아, 비켜, 나와!
- (용산) 왜 이래! - (도산) 야, 야!
(도산) 우유! 우유가, 야, 우유가 터졌어
- (도산) 우유! - (용산) 우유? 우유? 우유?
- (용산) 우유? 우유? - 용산이 어디 있어, 나 니가 안 보여!
- (용산) 야, 뭔 소리야, 이게 - (철산) 용산아!
(용산) 야, 나, 나, 여기 [철산의 비명]
[철산의 아파하는 탄성] [소란스럽다]
(용산) 여기, 여기!
[소란스럽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철산이 울먹인다]
[철산의 아파하는 신음]
[문이 쓱 열린다] [의사가 말한다]
(간호사) 이 약은 실명을 막아 주는 게 아니라 늦춰 주는 약이거든요?
(철산) 실…
실…
선생님, 저…
저도 이대로 실명한대요?
아, 아닙니다
(의사) 풀 드롭 해 주세요
[울먹인다]
아, 이거 선생님, 겁나 짜요
가만히 좀 계세요
아, 뭘 잘했다고 이렇게 울어
뭐, 잘했으니까 운대요? 못했으니까 울죠, 선생님!
[경건한 음악] 전 아주 쓰레기예요 배은망덕한 개쓰레기
선생님, 저, 저 광명 광명 찾아야 돼요, 예?
이대로믄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저한테 겁나 실망한 모습인디요
저 광명 찾아야 돼요, 예? [의사의 난감한 신음]
(의사) 알았으니까 좀 가만히 좀 계세요
(철산) 네, 가만히 있을게요
아, 너무 따가워요, 근디
제가 친구들한테
막, 막, 막 성질내 불고 막말하고 그랬거든요
[울먹이며] 아니야, 사과 안 해도 돼 네 마음 다 알아
(용산) [울먹이며] 그래, 눈, 눈만 떠, 눈만
(의사) 자, 눈 떠 봐요
- (철산) 떠도 돼요? - (의사) 예, 어때요?
[떨리는 숨소리] (의사) 여기 보여요?
(철산) 보여요!
[발랄한 음악] 선생님, 저 보여요!
[철산이 울먹인다]
(함께) 야!
이씨, 용산이!
니가 도산이!
(철산) 아야, 나는 니들을 못 보는 줄 알았어, 다시는
[철산이 흐느낀다]
(도산) 나, 나 봐 봐, 봐 봐, 봐 봐
눈곱이…
[함께 울먹인다] (용산) 선생님, 얘 눈, 눈곱이 하얘요
눈곱이 하야면 안 되잖애요!
(의사) 아, 당분간 우유 덩어리가 살짝 섞여 나올 수 있어요
인공 눈물로 며칠 씻으면 없어집니다
예, 감사합니다, 선생님! 진짜 감사합니다!
(철산) 착하게 살겠습니다!
야 [철산이 울먹인다]
(도산) 내가 그러게
[철산의 아파하는 신음] 우유 건들지 말라 그랬잖아, 내가
(용산) 철산아, 다 보여? 확실해?
(철산) 다 보여! 다 보여!
다 보여, 감사합니다, 선생님
[익살스러운 효과음] 선생님은 진짜 신의 손이에요
아이 러브 유!
- (용산) 감사합니다 - (도산) 수고하셨습니다
(도산) 수고하세요
[훌쩍인다]
(철산) 미안하다
내가 니들한테 막말을 해 부렀다
- (도산) 무슨 막말? 기억 안 나는데? - (용산) 나도
[휴대전화 알림음이 연신 울린다]
(용산) 어? 서 대표네?
(철산) 지금 회의하자는디?
(달미) 도산아, 앞으로 내가 무슨 결정을 하든
무조건 내 뜻을 밀어줘
[용산의 한숨]
- (철산) 도산아 - (도산) 어?
나는 너 믿어
무조건 믿어
- 그리고 서 대표는… - (도산) 야, 철산아
(도산) 나 믿으면
달미도 믿어 줘라
아야, 니는 왜 말을 끝까지 안 들어서 사람 또 치사하게 만드냐
아, 믿는다고
너만큼 믿고 서 대표 몰아주겄다고
(철산) 그 말 할라는데 그것을 그것을 톡 잘라먹냐?
- 아, 아, 그런 거였어? - (철산) 그래
(용산) 그러니까 잘해 봐, 씨, 쯧
(도산) 알았어, 그, 버그 안 되게 잘할게
버, 버그?
[밝은 음악]
(용산) 너 설마 어제 우리가 한 얘기 다 들었냐?
어
[용산의 당황한 신음]
아따, 저 소리 소문 없는 자식
- (철산) 일로 와 - (도산) 아, 왜
(철산) 일로 와
[철산이 말한다]
[용산의 힘주는 신음]
[심호흡]
[숨을 후 내뱉는다]
주주 명부를 다시 만들어 봤어요
(달미) 김용산 님, 이철산 님
남성환 님, 그리고 저 포함 모두 8%씩
그리고 남천호 님 1%
그리고 최대 주주는 67%인 남도산 님입니다
- (도산) 저기… - 가능한 이대로 따라 줬으면 좋겠어요
(달미) 그리고 회사 내에선 모두 존댓말을 사용했으면 합니다
뭐, 지금이야 반말이 편하겠지만
이후에 직원이 늘어났는데
말투나 호칭에 기준이 없으면 불편해질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계통을 지켰으면 해요
- (철산) 예, 예, 좋, 좋아요 - (용산) 네, 네
(달미) 혹시 뭐, 질문이나 의견 있으신 분 있습니까?
잠깐
왜 내 지분이 없지?
(달미) 있는 버전도 있어요
정사하 님 포함 모두 7%씩
그리고 남천호 님 1%
그리고 남도산 님 64%
왜 버전이 두 가지야?
사하 님 대답에 따라서 지분 분배가 달라지거든요
정사하 님은 사내에서 존댓말을 하는 기준에 따르실 생각이 없으세요?
응, 없어
그럼 죄송하지만
정사하 님은 더 이상 우리랑 함께할 수 없습니다
아, 뭐여! 아…
(사하) [영어] 진짜로?
[한국어] 겨우 존댓말 안 했다고?
이런 횡포가 어디 있어?
사무실에 나타나지도 않고
업무상 전화도 무시하는 게 그게 횡포죠
(달미) 전 그런 분과 함께 일할 수 없습니다
[차분한 음악]
[헛웃음]
어떻게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어요?
[밝은 음악]
[철산이 당황한다]
[휴대전화 조작음]
(달미) 찍습니다
붙으세요, 붙어
자, 하나, 둘, 셋 하면 파이팅
하나, 둘, 셋
(함께) 파이팅!
[카메라 셔터음]
야, 있냐
우리 서 대표 허술해 보였는디
아, 막 겁나 짱짱하지 않냐?
- 나 아까 쫄아서 말도 못 했잖아 - (철산) 어, 어
(사하) 회사에선 존대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 (철산) 네, 죄송합니다 - (용산) 시정하겠습니다
- (철산) 아, 용산 씨, 미안해요 - (용산) 아, 죄송합니다, 철산 씨
(철산)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용산의 웃음]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이러면 투자자가 헷갈린다니까?
(지평) 도대체 투자자가 상대해야 될 키 맨이 누굽니까?
서 대표입니까, 남도산 씨입니까?
상대할 상황이 생기면 제가 나갑니다
그리고 이해관계인으로 CTO인 남도산 님도 항상 동행하고요
- 둘의 의견이 갈리면? - (도산) 그럴 일 없습니다
(달미) 말씀하신 대로 지분을 한 사람에게 몰았기 때문에
투자자가 더 들어와도 지분이 역전될 일은 없을 겁니다
(지평) 내 의견을
무시하겠다?
아니요
한 팀장님 충고대로 한 겁니다
(달미) 모두를 만족시킬 답은 없잖아요 그래서
선택을 한 거예요
누구 하나에게는 욕먹는 결정을 하자
그 누구 하나가 납니까?
죄송합니다
근데 결정해야 되잖아요 저는 대표니까
그렇죠, 대표니까
내일 중으로 창업 지원금 입금될 겁니다
(달미) 감사합니다
- (달미) 안 가요? - 먼저 들어가세요
저 형이랑 마저 할 얘기가 있어 가지고
네, 그럼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할 얘기라니, 뭡니까?
[잔잔한 음악]
(달미) [웃으며] 아, 왜
(도산) 아까 회의할 때
너 완전 딴 사람인 줄 알았어
나 진짜 얼마나 떤 줄 알아?
아, 진짜 심장 터지는 줄
어, 나 아직도 두근대
저기, 그…
심장은 왼쪽…
(달미) 아
(도산) 근데 괜찮아?
지분 없는 CEO로 시작하는 거
내가 왜 지분이 없어?
(달미) 7 더하기 64
무려 71%의 CEO인데?
내 지분은 너야, 완벽한 내 편
그러니까 우린 무조건 끝까지 한 팀이어야 돼
알았지?
(도산) 할머니 안에 계셔?
할머니?
(달미) 어, 계실걸? 왜?
(지평) 할 얘기라니, 뭡니까?
저 오늘 달미한테 사실대로 얘기할까 합니다
(지평) 사실? 뭐?
설마 편지요?
네
아, 갑자기 왜?
언젠간 닥칠 버그를 미리 제거하려고요
오늘 할머니한테 인사드려도 될까?
어? 진짜?
좋지
잠깐만
(달미) 1분만
아니, 3분만
[대문이 철컥 여닫힌다]
(달미) 할머니! [문이 탁 닫힌다]
어, 달미 왔냐? 저녁은?
(달미) 할머니, 도산이 온대, 도산이
도산이? 언제?
- 지금 - (원덕) 어?
- 지금? - (달미) 어
아휴, 아니, 왜 갑자기, 아유, 참
(달미) 할머니, 2분 남았어, 2분
약소하지만 선물…
(도산) 제가 직접 딴, 에이…
아, 제가 직접 짠 수세미입니다
이게 RGB 즉, 빛의 삼원색 수세미로
아, RGB는 뺄까?
[도산의 놀란 숨소리]
[살짝 웃으며] 들어와
어
- (달미) 도산아, 이거 신어 - (도산) 어
할머니, 도산이 왔어요
(원덕) [웃으며] 그래
아이고, 어서 와
(도산) 안녕하세요, 남도산이라고…
(달미) 어때?
15년 만에 보는 거지?
우리 할머니 알아보겠어?
할머니, 도산이 기억나?
[잔잔한 음악]
(간호사) 이 약은 실명을 막아 주는 게 아니라
늦춰 주는 약이거든요 [원덕이 호응한다]
(도산) [힘주며] 아, 여기요
(원덕) 아유, 고마워요, 예
[도산이 흐느낀다]
[어두운 효과음]
(달미) 기억 안 나?
어?
그게…
[떨리는 숨소리]
기억나
오랜만에 뵙네요
그래
반갑구나
도산아
[차분한 음악]
[무거운 음악]
[천둥이 콰르릉 친다]
[차분한 음악]
"인재컴퍼니"
[밝은 음악] (도산) 15년 전 일 솔직히 기억 잘 안 나
나는 그냥 네가
그때의 나를 몰랐으면 좋겠어
(도산) 팀장님, 혹시…
저 질투하세요?
(달미) 딱 6개월 버틸 수 있어요
그 6개월 안에 반드시 성과를 내야 돼요
(인재) 내가 지금 정보 줬잖아
기회 앞에서 또 자기만 할래?
(도산) 가자
(두정) 언니처럼 원씨로 살았으면 좋았을걸
닥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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