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 8
[잔잔한 음악]
언니
부탁할게
[오르간 소리가 울린다] [정연의 놀란 신음]
얘!
쉿!
[웃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연) 내가
우리 언니한테, 어?
할 말 좀 한다는데
그게 그렇게 질투가 나?
(이경) 음, 말하면 뭐 해
엄마가 들어?
죽었는데 어떻게 듣냐?
[아이스크림을 탁 내려놓는다]
(정연) 이경아
엄마 듣고 있어
너희 엄마
어렸을 때 엄청 공붓벌레였던 거 알지?
나는 수다쟁이고
[함께 웃는다]
공부하는 울 언니 등 보면서
혼자 한참 떠들다가 삐져서 자고 그랬어
근데 어느 날은
나한테 머리핀을 주더라?
내가 갖고 싶다 그랬나 봐
난 내가 한 말도 잊어버렸는데
[살짝 웃는다]
[정연의 한숨]
[흐느낀다]
[정연이 흐느낀다]
[지갑을 탁 내려놓는다]
너희 엄마는
[헛기침]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잘 들어 주는 사람이야
이모는 좋겠다
다 들어 주는 사람 있어서
어쭈
너도 나 있잖아
[웃음]
나한테 못 하는 얘기는, 자
(정연) 너희 엄마한테 해라, 뭐
나는 절대 질투 안 할 테니까
실례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멀어지는 발걸음]
[음산한 효과음]
[비밀스러운 음악]
아무것도 안 들리잖아
[새가 지저귄다]
[지유의 한숨]
(김 부장) [작은 목소리로] 잘 봐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제희) 오토바이 번호판 조회 안 되고
화장터에도 안 나타났대
선배, 이 정도면 우리 할 만큼 한 거 같아
듣고 있어?
(경이) [잠긴 목소리로] 산타…
[천둥이 콰르릉 친다]
비가…
산타…
[천둥이 연신 콰르릉 친다] [경이가 중얼거린다]
[경이의 한숨]
[힘겨운 숨소리]
[경이의 힘주는 신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경이의 힘겨운 신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경이의 힘겨운 신음]
[경이의 힘겨운 숨소리]
산타…
[경이의 힘겨운 숨소리]
산타…
[경이가 웅얼거린다]
[한숨]
[천둥이 콰르릉 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북소리가 쿵쿵 울린다]
[흥겨운 악기 연주가 들린다]
[악기 연주가 멈춘다]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감성적인 음악]
[고민하는 신음]
나 원래 캐러멜 좋아하는데
아, 지금 너무 더워 갖고 망고도 좀 당기는데
근데
쌀이랑 초코를 안 먹을 수 없잖아
[한숨]
아… [살짝 웃는다]
이모는 피스타치오 좋아하지?
음, 어떡하지?
(종업원) 고르셨어요?
잠깐만요
아…
아, 이모가 골라 주면 좋은데
어떡하지?
아, 그냥
다 주세요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휴대전화 진동음]
(이경) 응
납골당까지 잘 모시는 거 봤다
(이경) 응
(건욱) 그래도 사람들 몇 명 왔더라
그래?
한번 와야지, 니도
[생각하는 신음]
[우물거리며] 가서 뭐 해
(건욱) 뭐?
니 지금 뭐 하고 있는데?
아이스크림 먹는데?
아, 녹는다, 끊어!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성태) 우리 사회의
너무나도 소중하고 고귀한 분을 잃었습니다
[목멘 소리로] 다시는 이런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점검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성태) 신설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치인으로서
대중에게 고담 변호사님의 마음이
전달되기 전에 들려온 비보가 너무나도 충격적입니다
(용 국장) 아휴, 안됐다
[성태의 추도사가 계속된다] 나이도 젊은 사람이
아휴, 아깝네, 그렇지?
[용 국장이 훌쩍인다]
좋은 사람은 아니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사람들 귀 있는 데서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눈 많은 데서
굳이 내 옆자리에 앉는 지금도 주제넘은 거고
[콜록거리며] 아유, 이거 짜다, 이거
[용 국장이 숟가락을 툭 놓는다] [용 국장의 못마땅한 신음]
(용 국장) 아유
아휴
우리 김 부장님 고생 많으시겠다, 응?
응, 간 맞지?
(김 부장) 그래야죠
내가 뭐
너무 내 맘대로 하는 거 같아도
(용 국장) 결국 그게 다 맞는다니까, 응?
이번에 그, 저, 미국 딸내미
집 좁아서 고생이랬지?
아, 국장님 제 여식은 제가 알아서 할 텐데…
(용 국장) 아휴
아유, 이번에 김 부장이 고생 많이 했었는데
내가 그 정도는 챙겨 줘야지, 응?
내가 이번에 느꼈는데
내 말 안 듣는 것들이랑은
나 속만 썩고 죽어도 같이 일 못 하겠다
그쪽은
나 팀장이 정리 제대로 해?
(제희) 네, 지금쯤이면
혼자서는 자기 집 문턱도 못 넘을 겁니다, 옛날처럼
그 다른 쪽은요?
(용 국장) 아, 뭘 물어? 잡아야지
이번에도 걔 아니었으면 뭐 우리 맘대로 됐겠어?
아, 여러모로 뭔가 말이 통할 거 같은
뭐, 그런 예감이 드네?
언제까지 될까?
아, 최대한 빨리 데려와야죠, 그럼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성태) 식사들 꼭 하시고 가세요 예, 예 [기자들이 호응한다]
- (성태) 식사들 하세요, 예 - (기자1) 감사합니다, 예
[성태의 한숨]
[숨을 들이켠다] [의자를 드르륵 당긴다]
아직 갈 길이 구만리예요, 네?
[김 부장이 국을 후루룩 먹는다]
[용 국장과 성태의 웃음]
- (용 국장) 얼른 먹어, 응 - (성태) [웃으며] 예
(용 국장) 아유, 그래
[새가 지저귄다]
열은 내렸나 보네
(경이) 먹어
네가 그 트롤리 밀었어
네가 K랑 관계없다는 거
내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너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건
본명이랑 나이뿐이고
그마저도 개명된 이름이라 예전엔 뭐 했는지 찾을 수도 없고
[지갑을 툭 놓는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거라곤
우리 팀 번호뿐이고
가족들, 친구 번호도 하나 없어
(산타) [AI 보이스] 그리고요?
여기 이러고 있는 것도 의심스러워
어차피 다 끝났는데 왜 여기 있어?
(경이) 너 집 있잖아
[휴대전화 조작음]
(산타) [AI 보이스] 가요
[의미심장한 음악]
전부 보여 드릴게요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이게 다 뭐냐?
(산타) [AI 보이스] 따뜻한 마음이 들 때마다 가져왔어요
[차분한 음악]
나 혼자 마신 빼갈도?
(산타) [AI 보이스] 저한테 한 잔 주셨잖아요
[한숨]
[경이가 입소리를 쩝 낸다]
[경이가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이건 어떻게 설명할래?
이것도 가져왔다고 할래?
(산타) [AI 보이스] K가 어떤 마음으로
이걸 만들었는지 이해해 보려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이해가 되던?
(산타) [AI 보이스] 차분해지더라고요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날카로운 마음보다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는 느낌이었어요
인형들이 원래는 전부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전부 연결되어 있다'
[경이가 인형을 툭 놓는다]
왜 진작 말 안 했지?
(산타) [AI 보이스] 조사관님은 확실한 걸 좋아하시니까요
여기도 너에 대한 건 하나도 없네, 안 그래?
(경이) 그러니까 자신 있게 데리고 온 거지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뭔지도 하나도 없고
[경이의 한숨]
[헛웃음]
있는 거라곤
다 우리에 대한 거뿐이네
너한테 중요한 건 우리밖에 없는 것처럼
난 그게 의심스러운데
[휴대전화 조작음]
(산타) [AI 보이스] 조사관님은 이 집이 어떤 모습이었든
의심하셨을 거예요
평범하면 평범한 대로
특이하면 특이한 대로
[무거운 음악]
네 말이 맞다
의심이 사라지지가 않네
앞으로는 다시 볼 일 없을 거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경수) 뭡니까?
팀장님, 이거 뭐예요?
그동안 고생 많았어, 경수 씨
B 팀은 이제 공식적으로 해산이야
[한숨 쉬며] K는 어떻게 하고요 이제 누가 잡아요?
그게 누가 됐든 우린 아니지 우리 팀은 실패했으니까
[한숨]
아니,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담이랑 정정연 왜 두 사람이 [한숨]
(경수) 둘 다 죽었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경수 씨
실패한 걸 인정하는 것도 능력이야
(제희) 우리한테는 해야 할 일이 있었고 실패했어
난 팀장으로 책임을 다할 거고
그렇다고 이렇게 포기하면은…
[원식의 탄성]
(원식) 어떻게 이렇게 빛도 안 들어오는 데서
몇 달을 버텼대? 어?
웁스!
반겨 주는 사람 없냐?
우리 팀으로 다시 데려가라 그래서 왔더니
우리 경수 씨 잘 부탁해
오브 콜스, 우리 브로인데
(원식) 그나저나 나 팀장님
아이고, 옛날 버릇
[원식의 웃음]
이거 뭐라고 불러야 되나 곤란하네
음, 제가…
[혀를 굴리며] 직급이 높아져서
나 선배님 우리 팀 들어오시면 호칭이 약간
어 리틀 비트 고민되네?
어, 그렇게 고민할 일 없을 거야
아이고, 잘렸구나
(원식) 어떡해 요새 직장 구하기도 어려울 텐데
가만있어 봐
그, 내 친구 놈이 경리 구한다는데 어떻게 그 자리라도…
응, 걱정해 줘서 고마운데 [원식의 의아한 신음]
(제희) 나 취업했어
(원식) 취업했다고?
'여성 특보 나제희'
[원식의 놀라는 신음]
팀장님
어,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하게 됐어
(TV 속 기상 캐스터) 오늘은 전국에 가끔 구름이 끼겠고
수도권에서는 한때 빗방울이 떨어지겠습니다
중국발 스모그가 들어오면서
중서부 지방으로는
미세 먼지 농도가 오늘 높게 나타나겠습니다
낮 기온은 서울 18도 광주와 부산 21도 등으로
어제보다 조금 높겠습니다
(TV 속 제희) 허성태 후보 캠프의 여성 특보
나제희입니다
저희 캠프는
여성이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는
허성태 후보님의 뜻에 따라
당사자인 여성 활동가, 주부
2030 여성 등으로 이루어진
여성 특보단 발대식을 가졌습니다
(여자) [술 취한 말투로] 야
안 먹을 거면 치워
(TV 속 제희) 저희 여성 특보단은 여성 안전 지킴이
여성 인재 발굴 영입
여성 정책 참여… [여자가 뚝배기를 쾅 내려친다]
[TV 뉴스가 계속된다] (여자) 안 처먹을 거면 나가 있어
(아이) 하, 지랄
(여자) 뭐라고?
너 방금 엄마한테 뭐라 했냐?
야
야, 야, 이 새끼야! 씨…
(사장1) [놀라며] 아이고, 아이고!
어딜 저, 손님 있는 데서
아이고, 나가, 나가라고!
- (사장1) 아이고 - (여자) 나, 나 돈 낼 거야, 어?
(여자) 나 저거 다 먹고 갈 거니까 건드리지 마 [사장1의 힘주는 신음]
(사장1) 돈 안 받을 테니까, 빨리
- (사장1) 빨리, 빨리 가! 아유 - (여자) 나 돈 있어!
- (여자) 어? 돈 있어! - (사장1) 아이고, 참
(사장1) 아휴, 아유
아유, 미안해요
저, 저 여자가 술 취하면 저래
[이경의 웃음] 아휴, 이거 어떡해, 다시 해 줄까?
(이경) 아이, 다 먹었어요
[무거운 음악]
[여자의 힘겨운 신음]
[이경의 힘주는 신음]
[여자의 힘겨운 신음]
(이경) 아줌마 생각엔 어때요?
내가 보기에는
아줌마가 살 가치가 없는 거 같으니까
[이경의 비명]
[여자의 가쁜 숨소리]
[이경의 재채기] [음산한 효과음]
[비밀스러운 음악]
(이경) 어?
알겠어
이모 말대로
내가 다 죽여 줄게
[고조되는 음악]
[무거운 효과음]
[사람들의 비명]
[이경의 옅은 탄성]
[사이렌이 울린다]
(원식) 자
이쪽으로, 이쪽으로, 아휴
아하
[스위치를 달칵거리며] 하, 이게 불이 이렇게…
[리모컨 조작음] 아!
[원식의 웃음]
아, 우리 팀 자리 다 차 있는데 갑자기 돌아온다 그래 갖고
아늑하고 좋지? 응? [경수가 살짝 웃는다]
혼자 있으면 막, 어?
막 보고 싶은 것도 다 골라 볼 수 있고 말이야
아이, 부럽다
[힘주며] 이거, 이거
이거는 오늘 우리 경수 씨가 다 해야 될 일이래
- (원식) 하, 수고해 - (경수) 예
[원식이 입소리를 뽁 낸다]
(원식) 아이 아이, 좋다, 좋아, 응
[경수의 한숨]
[발로 물건을 툭툭 민다]
[경수의 힘주는 신음]
[경수의 당황한 신음]
(경수) 아이씨…
[경수가 숨을 후 내뱉는다]
[한숨]
정신 차리자, 오경수,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서류를 달그락거린다]
아이고
[짜증 섞인 숨소리]
[쥐 울음]
쥐?
쥐구멍…
아이, 조사관님이
쥐구멍 하나 없어야 된…
[흥미로운 음악]
[경이의 힘겨운 신음]
(경이) 잡아!
[경수의 힘주는 신음]
[무거운 효과음]
[아파하는 신음]
[서류를 부스럭거린다]
[도어 록 작동음]
[게임 효과음이 흘러나온다]
[도어 록 작동음]
(경수) 조사관님
위스키 사 왔습니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아, 좋아
아, 이거 드릴까요? 괜찮으시죠?
아니, 죽어, 죽으라고, 죽어
(경수) 예? [경이의 탄성]
[마우스 조작음] 좀만 더 하면 죽겠다
(경이) 좋아, 좋아, 좋아, 쏴, 쏴!
[힘주며] 죽어, 죽어!
보내 버려!
[힘주는 신음]
[스위치 조작음]
저기 씨가 왜 내 집에 있어?
산타는 어디 갔어요?
걔가 이제 우리 집에 있을 필요가 없지
너도 마찬가지고
일단 한잔하시죠
[경수의 한숨]
[한숨]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정정연 씨
제가 못 챙겼습니다
사과드리러 왔어요
[경이가 향을 씁 맡는다]
[경이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아…
이거 이상한 거 아닌데 이거 괜찮은 술이에요
술 끊었어
예?
(경수) 아…
알코올이 뇌세포를 얼마나 죽인다고
혹시 어디 아프세요?
죽을병 걸리신 거 아니죠?
시끄럽고
용건 끝났으면 가 봐
난 누가 우리 집에 있고 그런 거 싫어
산타는 괜찮으시면서
(경이) 안 괜찮아, 나가
제가 결정적인 증거를 가져왔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경수) K의 조력자였던 남자
[힘주는 신음]
팔에 문신이 있었어요
[경수의 한숨]
[경이가 종이를 탁 놓는다]
(경수) 어? 우아! 어?
자, 잘 그리신다, 미남이다
맞아요, 이 사람
[경이가 서류를 부스럭거린다]
(경이) 여기
여기 CCTV 확인하면
동선 추적이 될 거야
[한숨 쉬며] 방법이 있을까?
[한숨]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경수 씨 능력을 믿는 건 아닌데
궁여지책이지
[불쾌한 숨소리]
[한숨]
아, 근데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가긴 해요
(경수) 왜 행사장 안에 있던 고담이
자기 차에서 급발진으로 죽었는지
그리고 왜… [한숨]
같이 대피했던 이모님이
그렇게 발견됐는지
[경수의 떨리는 숨소리]
조사관님도 찝찝하시죠?
나 때문이야
(경이) 내가 손대서 그렇게 된 거라고
나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죽었다
[한숨]
그래서 이렇게 끝내실 거예요?
[경이의 한숨] (경수) 그, 행사장 정문 쪽은 제가 대피할 때 다 봤거든요
근데 그 두 사람 그쪽으로 안 나왔어요
다른 통로가 있었을 거야 혼자만 알고 있는
K가 정말 자기 이모도 죽게 한 걸까요?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
[한숨]
의심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경수) 제가 원래 이렇게 의심이 많은 사람은 아닌데…
더 의심했어야 했는데
예?
[경이의 괴로운 숨소리]
[괴로운 숨소리]
[한숨]
[경수의 한숨]
저, 정문 쪽
(경이) 다 확인했다고 했지? 나오는 사람들
(경수) 네
나제희도 봤어?
나 팀장님 뭐
통제실에 계셨을 테니까 뭐, 당연히…
CCTV 다 지워져서
단서는 우리 기억밖에 없어
행사장 안에 있다
(경이) 정문으로 안 나온 게 정정연이랑 고담인데
둘 다 죽었어
잘 생각해 봐
행사장 안에 있다가
정문으로 나오지 않은 사람이 또 누구였는지
[한숨]
[흥미로운 음악]
[경수의 한숨]
[경수의 한숨]
뭐 하냐?
이렇게 하면 기억이 돌아온대요
(경수) 뇌에 혈류가 돌아 가지고
[사람들의 힘겨운 신음]
[경수의 가쁜 숨소리]
생각났다
없었어요
나 팀장님
정문으로 안 나왔어요
[경수의 가쁜 숨소리]
그거 효과 있나 보다
나도 머리 한번 굴려 보자
[경이의 힘주는 신음]
[힘겨운 숨소리]
[경이의 힘주는 신음]
[경이의 어색한 웃음]
[피식 웃는다]
[경수의 웃음]
[풀벌레 울음]
[건욱의 가쁜 숨소리]
(대호)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무리해?
그러다 10분도 못 뛴다
(건욱) 너가 나 좀 잡아 줘라
(대호) 내 페이스에 맞춰
[건욱의 가쁜 숨소리]
[건욱이 숨을 후 내뱉는다]
[타이어 마찰음]
(이경) 오빠야들 잘 뛰네?
(대호) 어, 안녕
(건욱) 니 여기 왜…
오빠야가 그짝이랑 논다고 내랑 안 놀아 줘서
(이경) 혼자 놀러 나왔는데
여서 딱 만나 뿠네!
대박!
다쳤어? 이거 피 아니야?
(건욱) 야! 이… [이경의 놀라는 신음]
(이경) 아, 깜짝… [건욱의 당황한 신음]
애 떨어질라!
[건욱의 거친 숨소리] 아까
잠깐 코피 나 갖고 이래 됐어요
(건욱) 내리라
이거 위험하다고 내가 타지 말라 했다 아이가!
(이경) 오빠야
내한테 이게 위험하겠나?
이경아, 거기 말고 여기도…
(건욱) 안 되겠다, 집에 가자
(이경) 아, 오버하지 마라!
아, 안 탈게!
같이 밥이나 무러 가자
내가 좀 전에
운동을 많이 해 갖고
허기가 팍 지 뿠는데
그, 우리 점심 먹으러 가기로 한 데
(건욱) 먼저 가 있을래?
나 얘 좀 집에 데려다주고 바로 거기로 갈게
- (대호) 그래, 그럼 - (건욱) 어
뭐 묵을 건데요?
(이경) 아, 내도, 내도!
내도 묵을래! 같이 묵어라, 아!
[악쓰며] 아, 놔라!
같이 묵자!
아, 놔라, 좀!
(대호) 우리 바다 좋은 데로 여행이나 갈까?
[대호의 힘겨운 신음]
(이경) 괜찮으세요?
아, 제가 이거가 익숙하지가 않아 갖고…
[한숨]
(건욱) 대낮에 얼굴 쳐들고 싸돌아다녀도 되나?
(이경) 누구든지 나 잡겠다고 하면
집에 있으나 밖에 돌아다니나 똑같아
(건욱) 그래서 이 짓을 하고 돌아다닌다고?
계획도 뭐도 없나?
(이경) 계획? 그런 거 이제 나는 귀찮던데
(건욱) 처리는 제대로 했제?
(이경) 생각이 안 난다?
씁, 어떻게 했더라?
이게 진짜, 씨…
아! 여기인가?
[건욱의 불안한 숨소리]
[건욱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물이 솨 흐른다]
[놀란 숨소리]
(건욱) 아…
미친 살인마 다 됐네
그 사람은 진짜 나쁜 사람이야
[물이 찰랑거린다]
누가 그러디?
(이경) 우리 이모가 진짜 나쁜 놈이라고, 딱
(건욱) 씨… [건욱의 다급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이거 자살…
이기 자살로 될라나?
굳이 한강까지 와서 목매고 자살했으려나?
(건욱) 심장병, 심근 경색 뭐, 뭐, 그런 거 없었나?
[건욱의 거친 숨소리]
어, 여기 뭐 있다 이거, 이거, 이걸로 되겠나?
[거친 숨소리]
등신아, 무좀약이잖아
[약통을 탁 던지며] 씨!
우짜라고, 그럼?
(이경) 몰라! 원래 네가 하는 일이잖아
나는 죽일 놈 죽이고
너는 그거 잘 치우고
(대호) 욱아, 여기 있어?
[고조되는 음악]
[건욱의 다급한 숨소리]
[건욱의 가쁜 숨소리]
(이경) 줄 그거 줘 봐
(건욱) 가만있으라
내가 보낼 테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1분 줄게
쟤 내 눈에 한 번만 더 보이면
장난치지 마라
60, 59
(이경) 58, 57! [문이 달칵 열린다]
(건욱) 대호야
아이, 먼저 가 있으라니까
[건욱의 어색한 웃음]
(대호) 걔도 저기 있어?
너희 둘이 뭔데?
(건욱) 뭐긴 뭐야, 일단 가라
나중에 내가 다 설명할게
(대호) 건욱아
그냥 지금 말해 줘, 내가
무슨 말 하든지 다 들어 줄 테니까 [긴장되는 음악]
(이경) [큰 소리로] 41!
40!
39!
- (이경) 38! - 야
쟤 네 사촌 동생도 뭐도 아니지?
(건욱) 야, 야!
가라고, 끄지라고!
사람이 한 번 말하면 좀 알아들으라
34!
33!
욱아, 그냥 솔직하게만 얘기해 주면 다 이해한다고, 내가! [이경이 계속 숫자를 센다]
(건욱) '솔직'?
눈치도 뭐, 하루 이틀 없어야지
좋아하는 척 좀 해 줬드만 헬렐레해 갖고
내가 니 갖고 노는 거 모르겠냐, 어?
[한숨]
5!
(이경) 4 [떨리는 숨소리]
- (이경) 3 - 가라, 니 싫다고!
- (건욱) 원래도 별로였다고! - (이경) 2, 1
(건욱) 그러니까 가라 짜증 나게 하지 말고
땡, 땡, 땡!
빨리 끄지라
[건욱의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됐다
야, 방해꾼 보냈다
(건욱) 이 정도 했으면 알아듣겠지
어유, 눈물 난다, 눈물 나
[이경의 웃음]
[건욱의 거친 숨소리]
쟤 건드리면 나 가만 안 있어
가만 안 있으면?
나도 죽을 거다
그라고 나면 진짜 니한테 아무도 안 남는 거
내가 안다
[피식 웃는다]
[건욱의 떨리는 숨소리]
[어두운 음악]
[건욱의 가쁜 숨소리]
[건욱의 가쁜 숨소리] (건욱) 계속 이렇게 해야겠으면
다시 예전처럼 하자
누가 죽인 줄도 모르게, 완벽하게
신나는 얼굴이 아니네?
오빠 표정
완전 도살장 끌려가는 소 같아
니도 그렇잖아 너네 이모 그렇게 되고…
니도 예전 같지는 않잖아
막 죽이니까 재밌는데?
앞날 걱정 안 해도 되고
이경아
내가 도와줄게
진짜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여
그게 누군데?
니네 이모 그렇게 만든 사람들
거기에는
나랑 오빠도 포함인데
그것도 도와줄 거야?
능력도 없는 게
[차분한 음악]
너 이제 필요 없어
[보트 엔진음]
나 궁금한 거 있었는데
(건욱) 뭐?
아까 뭐 먹으러 가려 했던 거야?
비빔국수
맛있겠다!
같이 먹으러 갈래?
아니!
나 혼자 갈 건데?
[건욱의 힘주는 신음]
(상황실장) 여론 조사 결과
우리 허성태 후보님 지지율이 34%로
노혜지 후보 21%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계십니다, 박수
[사람들의 환호성]
안전 점검 의무화 법안에 대한 반응인 것 같습니다
(성태) 여러분들이 고생하신 덕입니다
이 은혜는 나중에 저한테 다 꼭 받아 내십시오
단, 제가 당선됐을 경우에만요
[함께 웃는다]
(캠프 직원) 뉴스 보셔야겠는데요
[TV 전원음]
[카메라 셔터음이 흘러나온다] (TV 속 남자) 저는 무소속 서울 시장 후보인
노혜지의 비리를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노혜지 후보의
노예였습니다
어, 저 사람 저렇게 안 봤는데
(TV 속 남자) 처음 노혜지 후보를 만난 건…
(용 국장) 그렇게 생긴 사람 안 생긴 사람 따로 있나, 뭐 [TV 뉴스가 계속된다]
(성태) 어?
아유, 오셨습니까?
(용 국장) 아유, 아유 [TV 종료음]
[성태의 웃음] 아유, 갑자기 인사할 게 뭐 있어요
고생하신다길래 그냥 힘내라고 제가 잠깐 들렀어요
[용 국장의 웃음]
아참
저거 어떻게 생각해요?
(성태) 고담 후보가 그렇게 된 이후로
무소속에서 젊은 사람들한테 지지를 많이 받았던 사람인데
상황을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득이라고 볼 수 있죠
예, 득이 되려면
노혜지 후보 표를 저희가 가져올 수 있어야죠
음, 그렇구나
씁, 그러면
그걸 가지고 오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노 후보가
특히 2030 여성들한테 지지가 높았던 상황이니까
(제희) 저희 캠프에서 젊은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강화해서 발표하면 어떨까 싶은데요
아, 정책, 정책…
아휴
나는 누가 그런 거 말을 하면
(용 국장) 어려워서 잘 모르겠더라
아니
누가 정책 보고 지지율 올랐다는 사람 있어요?
[사람들의 웃음]
어, 내가 또 뭐 잘 모르고 하는 말인가?
(상황실장) 씁 아, 우리 캠프 쪽에서도
뭔가 독립적인 여성?
그런 캐릭터 하나 잡아 가지고
우리 허 후보님 지지 발언도 해 주고 후원하면
이게 진짜 그림이 좋을 거 같은데
[손뼉 치며] 어, 그러네
아, 후원까지 갈 게 뭐 있어
- 여기도 있잖아 - (상황실장) 예?
(용 국장) 어, 우리 캠프에도 있네
싱글 맘이고
자주 병치레하는 어린 딸을 키우면서
당당하고 멋있고
우리 새로 들어오신 여성 특보가
딱 그런 여성이시거든요
[용 국장의 웃음]
(상황실장) 아, 특보님 그러셨어요?
아, 진작 말씀을 하시지
아, 또, 난 또 멀리 가서 찾을 뻔했네
어, 저는…
(상황실장) 아기랑 같이 한번 와서 보여 주면 그럼 되겠네
[용 국장과 상황실장의 웃음]
(용 국장) 아유
우리 나 특보님은 어디 이거 있으신 거 아니죠?
아니, 노 후보처럼 되면 안 되니까
[사람들의 웃음]
(성태) 아니, 근데 또 아기하고 엄마하고 같이
선거 송 부르고 그러면 참 좋겠어, 그렇죠? [차분한 음악]
(상황실장) 그럼요
[사람들이 대화한다] (용 국장) 이게 시작이 될 수도 있어
그러려면 어떻게?
(제희) 네, 웃어야죠
[용 국장의 호탕한 웃음]
[제희가 살짝 웃는다]
아유, 아가씨
옷에 다 튄다
앞치마 줄까?
음, 괜찮아요
옷 다 버릴 거거든요
(사장2) 아유, 요즘 친구들은 물건 아까운 줄 모르더라, 아유
다 낡아 빠진 건 버려야죠
새 마음, 새 시작
[긴장되는 음악]
[종이를 부스럭 집는다]
비슷한가?
[채팅 알림음]
[마우스 조작음]
(경이) 피해 가기도 어려운 구간을
CCTV가 어디 있는지 꿰고 있네
[채팅 알림음]
[한숨 쉬며] 바빠 죽겠는데
[마우스 조작음]
[채팅 알림음]
[마우스 조작음]
[채팅 알림음]
[경이의 재채기]
[마우스 조작음]
[경이의 짜증 섞인 숨소리]
볼 일이 없다는 건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야
(이경) 되게 태평하시다
[긴장되는 음악]
내가 언제 죽이러 갈지 모르는데
(경이) 그러기에는
네가 궁금한 게 많을 거 같은데
나도 그렇거든
[휴대전화 조작음] (이경) 어, 내가 궁금한 거…
그거는 하나밖에 없는데?
이모님이 돌아가신 건 우리 계획에 없는 거였어
이모를 데려오는 거까지는 계획에 있던 거였고?
그러면 널 막을 수 있을 줄 알았어
[휴대전화 진동음]
[이경의 한숨]
의심스러워
쌤 얼굴이라도 보이면 모르겠는데
얼굴이 안 보이니까 믿을 수가 없네
보여 줄게, 대신
네가 알고 있는 걸 알려 줘
나도 내가 알고 있는 걸 알려 줄 테니까
(경이) 이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시게 된 건지
너도 의심스럽지 않아?
[채팅 종료음]
[헤드셋을 툭 놓는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경이) 왜 왔어?
(산타) [AI 보이스] 아무것도 안 먹고 게임만 하고 계실 거 같아서
이거만 두고 갈게요
[산타가 휴대전화를 툭 놓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다급한 숨소리]
[산타의 당황한 숨소리]
다친 데 없어 보이네
(경이) 그럼 됐어, 이제 가라
[휴대전화 진동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호텔 직원1) 구경이 고객님 되십니까?
(경이) [놀라며] 왜요?
만나기로 하신 분께서 조금 늦으신다고
(호텔 직원1) 따로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이거 고객님 물건 맞으시죠?
전달 부탁하셨습니다
(경이) 아, 예
(호텔 직원1) 이쪽으로 오시죠
[의미심장한 음악]
[경이가 냄새를 킁킁 맡는다]
[의심스러운 신음]
[냄새를 킁킁 맡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이경) 먹어도 안 죽어요
[웃으며]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의심스럽나?
(경이) 어디니?
쌤 얼굴 잘 보이는 곳
(이경) 이제 내가 질문한다
왜 이모가 그날 거기에 갔어요?
네가 거짓말한 걸 이모가 알았으니까
너 설득하겠다고 그 자리 나간 거야
(경이) 네가 행사에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셨거든
[무거운 음악] 이모가 내가 살인자라는 걸 믿었어?
살인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어 했지
이모보고
한국으로 가자고 한 건 누군데?
나
[의미심장한 음악]
아무것도 없다니까
(이경) 그렇게 의심스러워서 아무것도 안 먹고 안 마시면은
내가 안 죽여도 죽겠네, 쌤
이번엔 내 차례야
(경이) 내가 궁금한 것도 같아
왜 너희 이모가 거기 있었냐는 거야
건물의 정식 출구가 아닌
행사장에서 250m 떨어진 공터에
술 참기가 그렇게 힘들어서 어떡해요?
[펜을 달칵 누른다] (이경) 내가 독이라도 탔으면 어쩌려고?
묻는 이야기에 대답할래?
고담이요, 아무도 못 믿었어
[펜을 달칵 누른다]
(이경) 그런 사람들은 꼭 자기만 도망갈 구멍을 파 놓는다?
자기 집, 사무실
거기에 설계부터 다 관리한 행사장?
[피식 웃으며] 말할 것도 없지
(경이) 역시 비밀의 통로가 있었구나
넌 그걸 알고 있었고
근데 거기로는 고담만 가야 됐다고
너희 이모가 나온 게
그 통로의 끝이었던 거고
고담은 네 덫에 걸린 게 아니었네
고담 쪽에 손쓴 게 누군지
쌤도 모르는구나?
(이경) 공항에서부터 왜 이렇게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나 했거든요?
처음엔 당연히 경찰인 줄 알았지
근데 뉴스 나오는 거 보니까
고담을 그냥 사고사로 묻어 버리데요?
애초에 경찰도 아닌 쌤이
나 찾으러 다닐 때부터 알아봤어야 되는 건데
위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어
계속 그렇게 있었으면 그 위가 어디인지 몰랐을 텐데
자리 하나 잡아 보겠다고 티를 내 가지고 다 들켰지
(경이) 너 잡으려고 뭐, 대단한 지시가 내려온 줄 아나 본데
너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야
망상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웃음]
쌤만 할까
(경수) 빵 좀 가져가야 돼
위에 아주 빵 찾고 난리 났어, 지금 [호텔 직원2의 의아한 신음]
- (경수) 빵이 없어, 왜 - (호텔 직원3) 빵, 빵 좀 줘요
[가쁜 숨소리]
(이경) 나제희?
[긴장되는 음악] 화면발 잘 받던데요?
왜 그 여자한테만 동아줄이 내려왔을까?
동아줄은 다 내려왔어
귀찮아서 안 잡은 거야
이 친구도 귀찮아서 안 잡았나?
[흥미진진한 음악]
너희 이모 죽은 게 정말 우리 때문만이라고 생각해?
(이경) 조금만 움직여 봐
그대로 경동맥 빵꾸 난다
[경수의 떨리는 숨소리]
[경수의 힘주는 신음]
[경수의 신음]
[경수의 겁먹은 숨소리]
안 들리네
[경수의 비명]
[스마트 워치 조작음] [폭발음]
[놀란 숨소리]
[사람들의 환호성]
(이경) 이모한테 고마워해라
[거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제희) 어, 아는 사람이에요 먼저 가세요
(기자2) 이상한 사람 같은데… 조심하세요
(제희) 네, 감사합니다
기자님,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집 밖에서 볼 줄은 몰랐네
나 스토킹해?
나 말고 K가
(경이) 굳이 이 시간에 나를 여기로 불렀네
너랑 마주치라고
[경수의 힘겨운 신음]
[경이의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보관 안 해도 되지?
(제희) 할 말 없으면 난 갈게
(경수) 많이 바쁘신가 보네요
(제희) A 팀에 적응은 잘하고 있어?
원식 씨가 잘해 주지? 둘이 친했으니까
안 친해요
[헛기침]
(경수) 저 정 과장님 싫어해요
(경이) 고담은 안 죽였대
K가 고담은 안 죽였다고
사람들 다 뛰쳐나올 때 안 나온 사람이 딱 셋이야
고담, 정정연
그리고 나 팀장님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없어, 네 말 들으러 온 거야
이미 결론 내린 거 같은데
내 확인이 필요해?
(제희) 빼돌려 주기만 한 거야
진짜로 죽…
죽일 줄은 몰랐어
정말 팀장님이 그러신 거예요?
고담 진짜 나쁜 놈이잖아
가식 떨지 말고 솔직해져 봐
(제희) 그런 인간은 살아 있을 가치 없다고
다들 생각했었잖아, 아니야?
그 인간이 살아서 나쁜 짓 계속하고 있는 세상보다
그딴 인간 하나 죽어 없어진 지금이
훨씬 나은 세상 같은데, 나는
[한숨]
정…
정정연 씨가 죽었어요
[무거운 음악] 내가 일부러 그랬겠어?
(제희) 내가 고담 잡아서
정정연 씨가 대신 죽을 줄 알았으면
나도 안 그랬어
아무도 모르는 통로를 K가 알고 있고
거기에 그런 장치를 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정정연 씨가 죽은 건 K 때문이야! 씨…
[떨리는 숨소리]
[한숨]
팀장님 뭐 좋아하시는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잘 어울리시네요
나쁜 놈이라고 죽이라는 법은 없지
고담 죽인 진짜 이유가 따로 있을 거야
근데 넌 모르거나
알아도 대답을 못 할 거 같네
왜 물어본 거야?
확인하려고
네 태도가 이미 답을 했어
(산타) [AI 보이스] 정정연 씨 덕분이래요
K가 우리 안 죽이고 살려 두는 이유가 이모 때문이라고
이모한테 고마워하라고 했어요
(경이) 정정연 씨는
우리가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보네
그 생각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젠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나나야
[제희 부의 헛기침]
방금 잠들어서요
- 아, 예, 네 - (도우미) 전 가 볼게요
- (제희 부) 아, 수고했습니다, 예 - (도우미) 예
[도우미가 신발을 달그락 신는다]
- (제희) 들어가세요 - (도우미) 네
(제희) 감사합니다
[문을 달그락 잠근다]
저분 오실 때 아빠 안 와도 된다니까
아이, 애를 모르는 사람이랑 하루 종일 두면 되겠냐?
하루 종일 피곤한데 아빠까지 왜 그래?
[제희 부의 한숨]
(제희 부) 나나가 유치원에서 그린 거란다
선생님이 오죽하면 나한테 연락이 왔더라
[제희 부의 한숨] [제희 부가 스케치북을 툭 놓는다]
내가
생각을 딱 해 봤어
너 지금 하는 거, 그거
내일 당장 그만둬
나 그만두면 우리 가족은 뭐 먹고 사는데?
[제희 부의 헛기침]
[제희 부가 입소리를 쩝 낸다]
[웃음]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제희 부의 헛기침]
아유, 아빠! 쯧
네가 할 일은
나나 옆에 있는 거야
(제희 부) 제대로 사회생활도 못 하는 선배
뒤치다꺼리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잘나신 분들 옆에서
이, 짤랑거리는 것도 아니야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걸로만 보여?
너 처음 나나 가졌을 때
뭐라 그랬어?
(제희 부) 혼자서 잘 키울 테니까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아빠 없어도
혼자 잘 키울 테니까 믿어 달라고 해서
지금까지 믿었더니
애가 이렇게 된 것도 내 책임이다?
아빠 없으면 애가 불완전한 거야?
그런 말 한 적 없다
(제희)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야 아빠가 없어서
엄마 혼자 키워서 애가 불완전하다고
어떻게 손주한테 그런 소릴 할 수가 있어?
나중에
나나가 물어보면 뭐라고 할 거냐?
[수첩을 부스럭거린다]
(제희) 나나는 엄마 딸이고 다른 거 아무것도 안 중요하다고
엄마 혼자서 키운 게 부족하거나 모자라지 않다는 거 증명하려고
엄마가 너무 바빴던 거라고
[제희가 훌쩍인다]
아빠, 솔직해져
나나 걱정하는 척하고 있지만
아빠는 그냥 나를 비난하고 싶은 거야
그래
너 똑똑해서 좋겠다
(제희 부) 아휴, 아휴
아휴
[제희 부의 힘주는 신음]
(제희) 그냥 그렇게 가시면 내가 어떡해요
(제희 부) 넌 항상
네 마음대로 뭐가 다 굴러가야 되지?
[제희 부가 신발을 달그락 신는다] 아빠가 물려준 거 아니야?
그게 뭐건
내 건 아니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제희의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제희) [작은 목소리로] 더 자
엄마, 회사 가?
(제희) 지금 안 가
지금은 자는 시간
(제희 딸) 엄마, 회사 가지 마
나나랑 놀아
뽀빠뽀빠뽕!
(제희)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읏차
[제희가 익살스러운 소리를 낸다]
호, 호
[제희가 훌쩍인다]
우리 나나
엄마랑 텔레비전 나갈까?
텔레비? 왜?
엄마랑 나나랑 같이 텔레비전 나가서
'우리 나나가 이렇게 예쁘고 똑똑합니다' 하고
사람들한테 자랑하게
(제희 딸) 좋아!
(제희) 그럼 빨리 코자야 돼
빨리 코자야지 이뻐져
텔레비전 나오려면 코자야 돼
웃지 말고
[웃음] 자자, 쉿
콧구멍이 벌렁벌렁거리는데? [제희 딸의 웃음]
[함께 웃는다]
콧구멍이 벌렁벌렁했어? 응? [제희 딸의 웃음]
쉿! 코…
[무거운 음악] (영상 속 담) 아들들에 대한 사랑이
이렇게까지 극진하신 줄 몰랐네요
원하는 거 드릴 테니까 여기까지 하시죠
아주 크게 혼났습니다, 제가
[담의 헛웃음]
(담) 많이 배웁니다
(용 국장) 아, 글쎄 내가 그걸 믿으면 참 좋을 텐데
나도 의심이 많아 가지고
(영상 속 담) 저밖에 모르는 일이고
저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초인종이 울린다]
누구세요? [무거운 음악]
(아이) [울먹이며] 옆집인데요
엄마랑 아빠가 안 와서
무서워서…
[달려가는 발걸음]
누구 있니?
(이경) 까꿍 [긴박한 음악]
[힘겨운 신음]
[제희의 힘겨운 신음]
[새가 지저귄다]
[경이의 가쁜 숨소리]
아휴…
아이고, 아이씨…
[거친 숨소리]
아휴, 아유
아휴, 아휴
아휴, 힘들어
아휴, 힘들어, 아휴
어디야? 아이고
[물소리가 졸졸 들린다]
[힘겨운 숨소리]
아이고, 힘들어, 아이고
[힘겨운 신음]
[중얼거린다]
[웅얼거리며] 아이, 찬물 빨리 찬물 빨리 주세요, 아유
(사장3) 아이고, 산에 오면서 [힘겨운 신음]
폼은 있는 대로 내고 오셨네
아이고, 기다리세요
[지친 신음]
(경이) 아휴
[웅얼거리며] 아, 물, 물…
[경이의 힘겨운 신음]
물…
[가쁜 숨소리]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줄 알았더니 나 웃기려고 왔나 봐?
(용 국장) 안 그래도 나 웃을 일 많은데?
[시원한 신음]
아유, 머리야, 아유
[경이의 아파하는 신음]
웃기긴 하다
보는 재미가 있네, 어
사장님!
여기 보리밥 하나 더
[경이의 힘겨운 숨소리]
고담 왜 죽였어요?
무슨 말이야
아유, 다리 아파 죽겠으니까 그냥
쉽게 쉽게 갑시다, 응?
(용 국장) K가 죽였잖아 자기가 못 막아서 꼴까닥
그걸 왜 나한테 와서 그러실까? 잡지도 못해 놓고
[가쁜 숨소리]
아무리 아드님 경선 경쟁자였어도
보통은 죽이기까지 하진 않잖아요?
(경이) 그, 노혜지 그 후보한테 한 것처럼
이상한 걸로 엮어서 보내 버리지
아, 오늘따라 자기가 하는 말이 다 외국 말 같아
고담을 그렇게 만든 다른 동기가 있을 텐데
그게 뭐냐고요
그러니까
내가 무슨 동기가 있다고
그 일개 회사 사장을 그 난리를 쳐서 죽여?
(용 국장) 아유 할 일 되게 없나 봐
아니면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시거나, 참
말이라도 똑바로 해, 자기야
그거 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 자기가?
그래서 내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줬지
음으로 양으로
근데 실패해서 리스크 올려놓고
왜 여기 와서 애먼 난리를 쳐, 왜? 응?
[손뼉 치며] 아, 맞다, 응!
자기 원래 그게 특기지? 응?
실패에 집착해 갖고 막 혼자 막 굴 파고 들어가는 거
[용 국장의 웃음]
(경이) 아휴, 이, 이
[입소리를 쩝 낸다]
괜히 여기까지 올라왔네요, 그냥
직접 물어봐도
답이 나올 거 같지는 않은데 아휴, 그냥
[경이의 아파하는 신음]
(용 국장) 쯧쯧쯧 그러게 평소에 햇빛도 좀 쐬고
운동도 좀 하고 그러지, 응?
[웃음]
천천히 들고 가 [용 국장의 한숨]
[한숨 쉬며] 좀 더 숨겼으면 좋았을 텐데요
뭐를?
나 팀장을 너무 잘 보이게 두셔서
K가 금방 알아낼 거예요 뒤에 있는 게 누군지
[웃음]
[용 국장이 깔깔 웃는다]
야, 자기 너무 다른 세상으로 간 거 같다, 응?
[용 국장의 웃음]
(용 국장) 안타깝네
[용 국장의 웃음] K가
당신 죽이러 올 거라고요
(경이) 몸조심하시라고요
응? 그 정도로 쫄 분은 아닌 거 같은데…
(이경) 누가 누굴 죽인다고?
[리드미컬한 음악]
[숨을 씁 들이켠다]
이거
나한테 어울려요?
(경이) 제희한테 무슨 짓 했어?
(이경) 뭔 소린지 모르겠는…
(경이) 죽었으면 너도 죽는 거야
(경수) 지금 조사관님도 갑자기 사라지시고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닌가 걱정이 되는데
(이경) 구경이 쌤은 어떻게 됐어요?
(경이) [큰 소리로] 누구 없어?
(이경) 편해지셨나?
편해지는 게 싫어
대신에 지옥에서 살게 할 수도 있는 거니까
(제희) [목멘 소리로] 후회할 때 옆에 아무도 없을 거야
네 말이 맞았어
미안해
(이경) 산책 좀 하려고
이것도 정성이다
못 죽일 거 같아요?
(경수) 죽여 마땅한 놈만 죽인다는 그런 기준이 있으니까
(이경) 하, 죽일 생각 없었는데
또 못 참겠네
(경이) 내가 여기서 나가야 되는 이유 하나만 말해 봐
보고 싶었어요
(경이) 뭐야, 기분 나빠
돌아오실 줄 알았어요
(경이) 아무리 생각해도 더 큰 뭔가가 있거든
.구경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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