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로맨스 1
[잔잔한 음악]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 영화 '건축학 개론'의 유명한 카피 문구 기억나시나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당신도 그리고 당신도
그 시절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사랑했던 소년, 소녀였고
그 시절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지 모릅니다
'미누의 행복한 6시' 청취자 여러분
오늘 저와 함께
(라 작가) 적당히 끊고 마무리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던 그 시절로
- 돌아갈 준비 되셨나요? - [안내음] 전화를...
- 안 받아? - 네, 다시 전화해볼게요
[전화 신호음, 딸깍 받는소리]
(놀라면서) 여보세요?
(직원) 아이, 민우 어디냐고요?
진짜 생방마다 이렇게 번번이 잠수 타면 어떡하라는 거예요?
작가님, 어떡해요?
(보조 작가1) 저희 라디오 폭파시켜버린다고 댓글 난리인데요
'미누의 행복한 6시' 청취자 여러분
저는 민우...
가 아니고
라디오 서브 작가 송그림입니다
(그림) [웃으면서] 너무 자주 찾아봬서 이제 제 목소리도 익숙하시죠
민우 씨가 차가 엄청 막히는지
(그림) 이번에도 제가 오프닝 멘트를 하게 됐네요
[휴대전화 진동음]
[익살스러운 음악]
아, 여러분, 지금 민우 씨한테 전화가 걸려 왔어요
저번에도 민우 씨 차가 밀리는 바람에
도착할 때까지 휴대폰으로 실시간 방송했던 거 기억나시죠?
그럼 어디쯤 오고 계신지 바로 연결해보도록 할게요
개민우 씨...
(당황하면서) 아... 아니...
아... 개 잘생긴 민우 씨!
지금 어디세요?
(민우, 술 취한 목소리) 나 라디오 안 해!
전화하지 마!
나 그딴 거 이제 안 한다고
[멋쩍은 웃음소리]
서프라이즈!
(그림) 아우, 장난꾸러기 개 잘생긴 민우
우와, 민우 씨가 또 이벤트를 준비하려나 보네요
[종이 꾸기는 소리]
네, '미누의 행복한 6시' 첫 곡
모두의 첫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 곡이죠
김동률이 부릅니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잔잔한 음악] ♪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
[그림의 탄식 소리와 종이 꾸겨서 던지는 소리]
[원망스럽게 소리친다] 개민우!
[탄식하면서] 아아아
[소리 지른다] 야, 샹, 이거 어떡하냐!
[분노에 찬 목소리로] 너님들은 뭐 하는 분들이세요? 어?
됐고, 너네 팀, 꼴찌 팀!
청취율 더럽게 안 나올 팀 그냥 방 빼!
아이, 국장님
뭐? 뭐?
야, 아이돌 디제이 새끼는
맨날 생방 펑크에 음주 방송에
피디 새끼는 그거 하나 컨트롤 못 하고
맨날 이 난장판을 만들고!
아오
너님은 디제이세요?
(국장) 왜 자꾸 네가 마이크 앞에서 설쳐대는데! 왜?
뭐? 개민우?
디제이가 펑크 치니까 작가가 막말 방송하냐?
[분노에 찬 숨소리]
그래서, 그 개민우
연락 돼? 안 돼?
[한숨 쉰다]
죄송합니다
(그림) 아직 연락이...
죄송하지 마
(국장) 제발 나한테 죄송하지 말고
그냥 방이나 빼세요
너희들도 양심이 있으면 생각을 좀 해봐
사흘이 멀다 하고 생방 펑크를 내는데
내가 뭘 믿고 너희 팀을 밀어주냐!
(국장) 우리가 하루살이냐?
당장 내일 방송은 어쩔 건데?
[소리 치면서] 어? 어?
제가 어떻게든 데려올게요
민우 매니저보다 민우 어디 있는지 제가 더 잘 찾잖아요
[익살스러운 음악]
만약 내일도 너님이 마이크 앞에서 설쳐 대면?
안 되죠
해산이죠, 잘려야죠, 암요
방 뺴라고 하시면 '알겠습니다'하고 방 빼야죠
그럼요, 무조건 데리고 올게요
[윽박지르며] 응? 응?
[한숨 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비닐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림) 아니, 매니저님이 모르신다고 하면 어떡해요!
민우 때문에 저희 프로그램 날아가게 생겼다니까요!
(민우 매니저) 작가님, 나도 민우 그 자식 어떻게 컨트롤이 안 돼!
어디서 술을 쳐마시고 있는지 여자랑 놀고 있는지 나도 몰라
어차피 재계약도 안 할 거고
아이, 나도 이판사판이야
매니저, 매니저님... 저!
아, 나 진짜, 와 다 가만 안 둘까, 응?
(라 작가) 그래서 찾았어?
라 작가님 기분이 장례식인가 봐요
손톱 색깔이 올블랙으로 바뀌었네요
내가 너 서브로 데리고 있으면서 원고 한 자라도 쓰게 했어?
(라 작가) 원고 쓰라고 안 하잖아 글을 더럽게 못 쓰셔서!
그래서 내가 너한테 디제이 관리랑 게스트 섭외 딱 두 개 부탁했어!
그리고 기타 등등!
보고 있는 것도 싫어
(라 작가) 야, 작가 아무나 하냐?
(라 작가) 아유
[한숨 쉰다]
[전화 연결음]
[전화 신호 가는 소리] 망할 놈의 스타 놈아, 좀 받아라!
[전화 신호음]
막내, 넌 또 뭐 하고 있냐?
[멋쩍은 웃음]
자꾸 1면에 떠서
아, 저 가식 스마일
[안내음]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와, 진짜
[자리 박차고 일어나면서] 아오
개민우, 내가 너 잡는다, 진짜
[문이 달칵 여닫힌다]
[그림, 한숨 쉰다]
야, 요놈의 오만방자 스타님께서
생방을 땡땡이 까시고
여기서 또 홀언 못 하게 술을 홀짝홀짝 쳐드시고 계신단 말이죠
내가 오늘 그 개 싸가지를 작살을 낸다, 아주
[발랄한 음악]
(기자1) 잠시 봐주세요
(기자2) 지수호 씨, 여기 좀 봐주세요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
(기자3) 지수호 씨, 여기도요!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
(기자4) 자, 다정한 포즈 부탁합니다
(기자3) 작품 선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지수호 씨께서
이번 작품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요?
제가 한동안 영화로만 찾아 뵀었는데
더 가까이 여러분들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컸고요
이번 드라마는 100% 사전 제작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대본을 미리 다 받아볼 수가 있어서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벌써 80% 촬영이 완료된 상태고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JH에서 이번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기자2) 선택하게 된 건 아닌가요?
지수호 씨 어머니, 남주하 씨가
소속사 대표시잖아요, 아니
어머니 입김이 작용한 거 아닌가?
그것도 선택의 이유가 된 건 사실입니다
이번 드라마의 모든 수익은
백혈병 환우들을 돕는 기금으로 환원될 거라고
대표님께서 약속해주셨거든요
[찰칵, 사진 찍는 소리]
(사람들 다 같이) 송그림! 송그림!
(사람들 환호) 송그림! 송그림!
[뻥, 병 따는 소리]
(사람들 환호) 오
[술 졸졸 따르는 소리]
[리듬감 있고 신나는 음악]
[뻥, 병 따는 소리]
(사람들) 오오!
(사람들 환호) 오!
[사람들 박수 소리]
[맥주잔에 소주잔이 탁, 떨어지는 소리]
[휘릭, 섞는 소리]
한 잔 마시고
[사람들 환호성과 박수 소리]
아
내가 오늘 확실하게 말아줄 테니까
오늘 미친듯 놀고
그만 꼬장부리고
내일부터 출근하기다, 응?
[탁, 잔 넣는 소리와 민우의 탄성]
누나 짱 멋져
송그림
(사람들) 송그림! 송그림!
자
이!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야, 응?
너 또 멋대로 잠수 타면 그땐!
내가 진짜 세상 끝까지 찾아가서 죽여버릴 거야
- 알았지? - 알았어, 알았어
[전화 수신음]
네, 작가님
네, 민우 단단히 정신 교육 시켜놨고요
제가 막 뭐라 그러니까 눈물 찔끔하고 반성 많이 했어요, 네
[딩동, 엘리베이터 도착음]
[여자] 어머, 지수호, 안녕하세요
(그림) 그래야죠, 네
[째깍째깍, 초침 소리]
[째깍째깍, 더 커진 초침 소리]
[잔잔한 음악]
아는 사람이야?
아뇨, 타시려는 분인가 해서
[스르륵, 엘리베이터 닫히는 소리]
[쨍, 잔 부딪히는 소리]
- (수호) 축하드려요 - 고맙다
(윤석) 축하해, 여보
고마워요
[우아한 클래식 음악]
(감탄하며) 음, 오
(윤석) 해피 벌스데이, 마이 달링
당신 장미 좋아했잖아
어우, 너무 예쁘다
분홍색 수국이죠 우리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부스럭거리며 꽃 건네는 소리]
(윤석) 지금 원피스엔...
[부스럭, 포장지 뜯는다]
이 스카프가 좋겠어, 어때?
[찰칵, 사진 찍는 소리]
작고 반짝이는 게 최고예요
[놀라면서] 어!
[기쁜 듯이 웃는다]
그래서 나도 준비했지
어!
[기쁜 웃음소리]
너무 예쁘다
(수호) 우리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건 구두인데요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온
(윤석) 구두까지?
- (주하) 어떡해 - 세상에
(여자1) 어떡해
[찰칵, 사진 소리]
(그림) 네, 매니저님, 지금 민우 데리고 내려가려고 하는데요
지하 1층 맞죠?
네
걱정 마세요, 두 발로 걸어요
네, 주차장에서 봬요
[전화 끊는 소리]
어우, 와, 개민우
너 정신 안 차릴래?
- 야! - 야!
(혀 꼬인 목소리) 누구야?
이제 누나만 있으면 돼
진짜야
내가 진짜 앞으로
라디오 생방도 잘 할 거고
계속 백 년, 만 년 누나랑 라디오 할게
[실없이 웃으면서] 흐흐, 응?
의리!
의리!
- (민우) 의리 - 하아
진짜 소름 돋게 하지 말고
좀 조용히 좀 가자, 좀
[드르륵, 엘리베이터 열리는 소리]
[민우 숨소리]
[경쾌한 음악]
(그림) 헐, 대박
지수호다
그 지수호 맞지? 아, 재수 없는 시키
[발랄한 음악]
지수호는 나 기억도 못 하는 것 같은데
철판 깔고 섭외 들어가, 말아?
개미...
민우 씨
(그림) 저기, 정신을 좀...
아니면 얼굴이라도 좀...
나 진짜 누나랑 끝까지 갈 거야!
누나가 하라는 거...
(민우) 다 할게
나 진짜 누나밖에 없어
야, 너 진짜, 이씨
[익살스러운 효과음]
[탁, 머리 부딪히는 소리]
아, 감사합니다
강민우 씨가 많이 취하셨네요
아, 네, 네
아우, 그니깐요
이렇게 술 좋아하는 디제이 만나서
이렇게 고생이네요
아, 제가 '미누의 행복한 6시' 서브 작가거든요
라디오 작가요
[그림, 감탄한다]
와, 이렇게 지수호 씨를 다 만나고
지수호 씨
언제 한번 저희 프로그램 게스트로 나와주세요
불러주시면 저야 영광이죠
언제 시간이 괜찮으신지 말씀해주시면
(그림) 저도 영광일 것 같은데
프로그램 이름이 혹시?
'미누의 행복한 6시'요
재미있을 것 같네요
라디오하면 작가랑 호텔도 오고
전 작가랑은 한 번도 안 와봐서요
[가볍고 흥미진진한 음악]
[딩동, 엘리베이터 도착음]
쟤 지금 뭐라고 그런 거야?
(그림) 뭐라 그러고 간 거야, 저 시키!
(그림) 지수호 진짜 그 개 싸가지!
아, 완전 가식 천재라니까
아오, 진짜, 왜 내 말을 안 믿냐고
진짜 지수호가...
'작가랑은 호텔에 한 번도 안 와봐서요'
이랬다니까!
[쾅, 쾅 하는 효과음]
- 완전 열 받네 - 그렇지?
왜 작가랑은 한 번도 안 왔대? 작가 차별해?
[쓱쓱, 글씨 써 내려가는 효과음]
이 상황에 그게 맞는 대사야? 응?
아닌데, 지수호
[쓱쓱, 글씨 써 내려가는 효과음]
아니, 내 친구가 드라마 '아름다운 밤에' 조명했잖아
알지?
그때 걔가 지수호 칭찬 얼마나 많이 했는데?
얼굴도 조명 없이 자체 발광인데
인성까지 자체 발광
네가 잘못 들은 듯
(토네이도) 야, 장마는?
장마는 오늘 못 올듯
(가뭄) 걔네 메인 아까 화장실에서 통화하는 거 들었는데
남편이랑 대판 싸운듯
에이, 진짜, 이씨
(토네이도) 서브가 욕받이도 아니고
지들 스트레스를 왜 우리한테 푸냐고
한두 번이야? 짠
[술잔 부딪히는 소리]
내가 잘못 들었나?
아닌데, 진짜, 이랬는데
(토네이도) 아니다, 네가 들은 게 맞을 수도 있다
- 그러면 그게 진짜였나 보네 - 뭐가?
내 친구 전 남친의 아빠의 사촌의
여동생의 남편의 친구가 기자거든
(토네이도) 그래서 내가 들었는데
- 지수호 패밀리, 다 쇼래 - 쇼?
(토네이도) 영국에 베컴 패밀리가 있다면
한국엔 수호 패밀리가 있대
(주하) 명품을 좇지 말고 자신을 명품으로 만드세요
감사합니다
(토네이도) 여대생이 닮고 싶어 하는 남주하
(윤석) 전 아직도 제 아내를 보면
- 가슴이 설렙니다 - (토네이도) 입만 열면
대한민국 수천만 남편들 괴롭게 만들어서
부부 싸움을 만드는 공식 애처가, 지윤석
근데 그 아들은 또 탑배우야, 캬
그것도 온갖 연기대상을 씹어 먹은
지수호네
근데 그게 다 쇼라는 거지
아직 멀었어?
어, 다했어, 지금 나가
[빠르고 경쾌한 음악]
지윤석은...
젊은 여배우들 돌아가면서 노리는 여배우 킬러고
[툭, 신발 던지는 소리]
한 시간 전에 저희 호텔 스위트룸에 체크인하셨어요
(토네이도) 남주하는 명품 중독
샴페인 좋은 거로 올려주라고 해
(직원) 네
말도 안 돼
야, 원래 현실이 더 막장인 거거든
(토네이도) 믿지 않으려면 믿지 마셈, 음
다들 기억 나지?
나 4년 전에 JH 자선 파티장에서
지수호 그 개 싸가지가 나 발 걸었던 거
(토네이도) 그랬지
[휙, 올라오는 효과음]
[경쾌한 음악]
죄송해요, 다리가 너무 길어서
지금 일부러 다리 걸지 않으셨어요?
설마요
다음부턴 앞을 좀 잘 보고 걸어요
[뿌직, 캔 으스러트리는 소리]
뭐지? 응?
그 시키 진짜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그림아, 그건 모르겠고
내 생각에 지수호는...
오늘 너는 4년 전 걔인 줄 모를 듯
- 우연이라고? - (가뭄) 응
하, 나 미치겠네, 진짜, 응?
(억울한 듯이) 내가 뭐, 지수호한테 잘못한 거 있나?
[탁, 잔 내려놓는다]
- (토네이도) 불쌍하다 - (가뭄) 잘못한 거 있는 거 아니야?
또 여기서 저 기다리고 계셨던 거예요?
기다리지 말래도 기다려서
너 집까지 데려다주는 게 매니저가 할 일이야
네 매니저는 나고
저 혼자 갈게요
[차 문 여는 소리]
데려다준다니까
제가 웃으면서 '혼자 가요'
했죠? 제가?
내일 회의도 저 혼자 갈게요
저희 집 앞에 아니라 회사 앞에서 만납시다, 김 실장님
그래, 내일 보자
[차 문 닫는 소리]
[부릉, 차 시동 거는 소리]
[잔잔한 음악]
[정차하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계단 올라가는 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탁, 탁, 달리는 발소리]
[탁, 탁, 달리는 발소리]
[헉헉대는 숨 가쁜 소리와 탁, 탁 뛰는 발소리]
[탁, 탁, 탁 발소리]
[헉헉대는 숨소리]
[파이프 바닥에 대고 굴리는 소리]
(수호) 이건 또 무슨 신이지?
[파이프 굴리는 소리와 멱살 잡는 소리]
아
작년에 찍은 영화 '섀도우' 57신이구나
누구든 '컷' 좀 해줘
'컷' 좀 해줘, '컷' 좀 해줘
컷
[피디 한숨 쉰다]
[그림 발소리]
이거 두통에 직빵이에요, 작가님
(그림) 이거 좀 드시고요
그리고 포털 사이트에 뜬 기사들 중에
오늘 멘트 쓸 만한 것도 좀 추려왔어요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선곡 리스트 뽑아 왔고요
민우 새끼는?
(피디) 오늘 사과 방송 안 나가면은
나 진짜 사표 쓰고
치킨집 해야 된다
2시간 전까지 무조건 스탠바이 하기로
강민우 확실히 교육시켜 놨습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
저기... 작가님
[헛기침 소리]
지금 이 원고에서 이 리액션들이 왜 필요한 건데?
게스트가 무슨 색 옷을 입고 있는지
머리를 잘랐는지 볶았는지
누가 궁금해한다고 이딴 걸 잔뜩 써놨어?
[멋쩍은 웃음]
카메라가 없으니까
청취자가 보지 않고도 보이는 것처럼 멘트를 써줘야...
(라 작가) 오프닝 멘트 봐라
파란 하늘에서 빨간 하늘로 색이 바뀌는 시간입니다
그냥 시간을 정확히 써
[윽박지르며] 네가 무슨 미술 선생이니?
청취자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라디오 작가가 하는 일이라
근데 너 아직 라디오 작가 아니잖아
(라 작가) 민우나 잘 챙겨!
[답답하단 듯이] 어?
너 때문에 미치겠다, 진짜
[크게 한숨 쉰다]
배고프다, 샌드위치
하아, 오늘 좀 산뜻하게 시작하자
송그림아, 응?
네
[또각또각, 구두 소리]
와
아니, 어떻게 된 게
맨날 원고만 쓰면 까이냐?
송그림아, 응?
어우, 진짜
[징소리 울리며 동양적인 음악]
나마스테
나마스테
나마스테
나마스테
나마스테
나마스테
나마스테
너 아직도 빵셔틀 하고 있구나
응?
그렇죠? 맞죠?
제가 아는 그분 맞죠?
저 망나니 자... 저 라디오국 망나니, 저거!
이강 피디?
캬, 멘트 좋고, 선곡 좋고
이래야 되는데 말이야
[똑똑, 노크 소리]
[덜컥 문 열리는 소리]
[덜컥 문 닫히는 소리]
나마스테
[저벅 저벅 발소리]
- 깡똘? - 응
[기가 막히다는 한숨]
아이구, 아이구
제대로 정신 좀 차리라고 휴가 보내놨더니
완전히 미쳐서 돌아왔구나
[유쾌한 웃음]
(국장) 쯧쯧쯧, 에헴
너 말이야
위에서는 그때 그 사건 때문에
절대 안 된다 그러고
밑에 있는 놈들은 네가 하는 프로그램은
절대 스태프 안 하겠다고 난리, 난리 치는 거
내가 겨우, 겨우 설득해서 지금 진행하고 있다고
나마스테
에이그
나마스테는 무슨
내가 인마 지금 농담하고 있는 줄 알아?
너 당장 프로그램 들어가야 되는데
네 스태프들 어쩔 거야?
어쩔 겁니다, 제가
[어이 없는 한숨]
너, 요즘 스타들 죄다 예능으로 빠지지
우리 라디오 근처에는
개미 새끼 하나도 얼씬거리지도 않아
그 정도로 우리 라디오가 위기야
- 심각하다고 - 그래
그러니까 이번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숫자 좀 올려보자
[해맑은 웃음]
- 국장님 - 응?
그... 숫자는요
인간에게 번민을 일으키고
쓸데없는 경쟁심을 유발합니다
- 나마스테 - 네
야, 나 번민, 경쟁심
- 무지하게 좋아해 - 음
높은 청취율
광고 완판
뭐, 이런 거 빼고 뭐가 남는데?
이름
의미, 감동
- 확! - 헤헤
(이강) [해맑은 웃음소리]
너 이번에 무조건...
청취율 3배로 올려놔, 응?
아, 3배 가지고 되겠습니까?
5배는 올려야죠
그래야 이름도 의미도
감동도 살아나죠
어이구, 어이구, 뚫린 입이라고
- [호탕한 웃음소리] - (국장) 말이라고, 참
[전화벨 울리는 소리]
- 커피 한 잔 줘봐요 - 알았어, 잠깐
음, 여보세요?
[화들짝 놀라며] 뭐, 뭐... 뭐?
와, 대박!
그 전설의 이강 피디님이 왔어... [말끝을 흐리며]
[휙, 이름표 당긴 소리]
[속삭이며] 왜 그래?
[라 작가] 너 뭐 하는 애야?
[소리 지르면서] 확실히 민우 잡아 놨다며!
네
오늘 무조건 스탠바이 하기로
아까도 확인했는데...
[탁, 책 던지는 소리]
[진지한 음악]
[라 작가, 큰 한숨]
어, 작가님, 봐봐요 개민우 전화 왔잖아요
아이, 기사가 잘못된 거예요
아, 여보세요
(민우) 누나, 나 이제 깨달았어
[비장한 음악]
(민우) 내 영혼을 그 한 뼘 짜리 카메라에
안된다는 것을
난 이제 '미누'라는 이름을 벗어버리고
아이돌과 라디오 디제이라는 알을 깨버리고
날아오를 거야!
(끄림) 야! 개민우!
너 진짜 오늘 관 짜라
와
(팬들) - 오빠, 가지 마세요 - 가지 마세요
(팬들 함성) - 다시 오세요 - 그냥 오세요
안녕
내가 나의 진정한 날개를 찾게 되면
꼭 다시 너희에게 돌아올게
(팬들 함성) - 안 돼요! - 가지 마요!
[퍽, 뒤통수 치는 소리]
[퍽, 치는 소리]
(그림) 야!
(팬들) 뭐야, 누구야?
누나
내가 내 라디오 망치면 세상 끝까지 쫓아간댔지? 응?
그딴 라디오 안 한다고
라디오에서 치대고 있는 거 쪽팔려
뭐 쪽팔려?
또 왜 그래, 누나?
누나 아니고 나 작가야
왜 너도 날 작가라고 안 부르는데?
그리고 내가 너한테 입이 마르도록 말했지
라디오는 약속이라고
1년 365일, 2시간 동안은
청취자들과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약속이라고!
당장 와서 약속 지켜
- 어 - (팬들) 어어어!
- 놔! - (팬들) 놔주세요!
그딴 라디오 누가 듣는다고?
(민우) 사고치고 재기하려고 어쩔 수 없이 한 거지
그딴 돈 안 되는 라디오 누가 해?
야!
너한텐 그딴 라디오더라도 나한테 라디오는...
내 인생 전부야!
네가 어디 그딴 라디오라고 씨부려대!
내가 너랑 라디오 하는 2년 동안
원고를 한 장 못 썼어
너 잡으러 다닌다고 너 비위 맞춘다고!
너한테 말아준 폭탄주가 수십 잔이야, 이 자식아!
어쩌라고?
당장 와서 방송해, 너 못 가!
(팬들) - 뭐 하는 거예요? - 놔줘요!
(팬들) - 아니, 뭐 하는 거예요? - 놔요!
(팬들) - 놔요! - 이거 놔요!
(팬들) - 아니, 언니 뭐야? - 왜 그래요?
[팬들 웅성이고 그림 소리 지른다]
[그림, 억울하게 소리 지름]
어우, 진짜
[윙,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
[허탈하지만 발랄한 음악]
(민우) 약속 못 지켜서 미안
[어이없다는 헛웃음]
아하, 나 진짜
(민우) 누나, 아니 송그림 작가님
아, 이씨
가란다고 진짜 가냐, 어!
[짜증 내면서] 아오, 진짜, 힝
[짜증 난 목소리로] 아
[허탈하지만 경쾌한 음악]
[힘없는 발소리]
[종이 날라오는 소리]
[종이 떨어지는 소리]
(라 작가) 클로징 아주 잘해줬네
덕분에 우리 이렇게 됐다
[라 작가 한숨]
네, '미누의 행복한 6시'가 갑작스런 내부 사정으로
(수아)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저 신수아가 진행을 맡게 됐습니다
잠시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벌써부터 많은 분들이 이렇게 참여해주고 계시네요
반갑습니다, 아, 저도 반갑습니다
끝까지 청취자 여러분들께 많은 참여 부탁드리고요
오늘 선물도 많이 준비했으니까요
끝까지 저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점점 멀어지면서] 먼저 첫 곡 듣고 가시죠
[쓸쓸한 음악]
[털썩, 책상에 앉는 소리]
[바스락, 종이 펴는 소리]
[쭉쭉 종이 펴는 소리]
[계단 내려가는 소리]
[또각또각, 구두 소리]
[탁, 짐 놓고 털썩 앉는 소리]
[하, 입김 부는 소리]
(그림) 파란 하늘이 빨간 하늘이 된 시간입니다
'미누의 행복한 6시' 청취자 여러분
오늘 하루, 하늘을 얼마나 올려다보셨나요?
이게 그렇게 구린가?
(이강) 어, 구려
열라 구려
아, 뭐야, 진짜?
아, 또 인사 못 했네
아휴, 쯧
[전화벨 울리는 소리]
하아
어, 엄마
(그림 엄마) 엄마, 오늘 5만 2천원 벌었다
상담콜 50통도 넘게 받고
딸
엄마 오늘 엄청 수고했다
흠...
서브 작가 월급이 120만원인데
한 달을 나누면
- 난 오늘 4만원 벌었쪄 - 우와
근데...
나 이제 잘렸으니까
[쨍, 부딪히는 소리]
[술 따르다 잔에 부딪히는 소리]
(그림 엄마) 씁, 어허
소맥 제조 하루 이틀 하시나
누가 소주를 톡톡 따르시나?
소주는 끊어 따르는 거 뭐시다?
[졸졸, 소주 따르는 소리]
[소주병 놓고 맥주병 드는 소리]
[맥주병 놓는 소리]
딸, 잘렸어?
엄마
나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놀면 되지
얼마나 좋아?
[시원하다는 듯이] 아
- 나도 잘리고 싶다 - 응?
참, 진짜
[해맑은 웃음소리]
딸, 잘리느라고 수고했어
앞으로는 이 엄마 돈 믿고
놀아, 펑펑
그럴까?
나 이제 막 늦잠도 자고 그래 볼까?
어, 허리가 배길 때까지 자는 거야
- [그림 엄마 웃음] - 좋지
[도란도란 얘기하며 웃는 소리]
[잔잔한 음악]
엄마랑 이렇게 같이 라디오 듣는 거
좀 오랜만이네, 그렇지?
그래, 몇 년 전만 해도 매일 같이 들었는데
우리 딸 라디오 작가 되고 나서 더 못 듣네
(그림 엄마) 그렇지?
그러네
엄마, 그때 생각나?
엄마 눈 수술하고 우리 버스타고 집에 오면서...
내내 라디오 듣고 왔었잖아
그럼
그날 석양이 아주 죽였었잖아
[잔잔한 음악] ♪ '가리워진 길' ♪
엄마가 눈 감아도
다 볼 수 있도록
오늘부터 내가 다 그려줄 거야
(그림) 엄마
지금 우리 옆에 버스 창으로 하늘이 따라오거든?
근데...
파란 하늘이 빨간 하늘로...
막 바뀌고 있어
[애써 웃는 소리]
(그림 엄마) 그때...
그림이가 그려주는 그림들은 다 보이던데?
[그림 엄마, 살짝 웃는다]
그림아, 살면서...
이쁜 그림 많이 그려, 네 이름처럼
그럼
네 이름
네 아빠랑 동사무소 '땡'하고
그때부터 가서 마감 시간까지
(그림 엄마) 고민하다 지은 거야
[밝은은 웃음소리]
계속 시계를 보면서
지우고 또 지우면서 만든 거야
알겠어? 송그림 작가?
알지, 그럼
엄마
내가 라디오 메인 작가 되면
꼭 이렇게 오프닝 멘트 쓸 거야
파란 하늘이 빨간 하늘이 된 시간입니다
여러분
(그림) 이렇게 어여쁜 하늘이
우리 곁에 있어요
멋있다
[마주보고 웃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더듬더듬 전화기 찾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아우
여보세요?
맞는데요
[놀라면서] 네?
어?
[헉헉대며 급하게 뛰는 소리]
잘 지냈냐, 막내?
근데 막내, 너
- 인사 안 하냐? - 아하...
피디님, 인도는 잘 다녀오셨어요?
그리고 저 막내 아니고 서브 됐거든요
아이고, 아니, 너 잘렸다며
그럼 더는 서브가 아니잖아
피디님, 프로그램 새로 맡으신다고 들었는데
어, 나도 들었어
너 아직도 글 더럽게 못 쓴다고
[나지막이] 씨이...
아, 왜 불렀는데요? 네?
아, 진짜
[성큼성큼 걷는 발소리]
[발랄한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사람들 황급히 타는 소리]
[삐 소리, 안내음] 초과했습니다
[삐 소리] 초과했습니다
(이강) 야, 막내
너 나 없는 동안 신기술을 탑재했더라
너 게스트 꼬시는 데 천재라면서
아
네
제가 그쪽으론 좀 전설을 만들었죠
수지 에피소드 들으셨어요? 제가 어떻게 데리고 왔는지?
너 내가 그렇게 가르쳤냐?
네?
[엘리베이터 도착음]
작가가 돼서 글로 승부해야지
얄팍하게 깔짝깔짝 게스트 빨로 청취자들을 우롱해?
근데 그걸 또 작가가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단 말이야
[탁, 멈추면서] 아
아주 라디오국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가
이래가지고 후배 양성이 필요가 없어요
(이강) 그렇게 애지중지 잘 키워주면 뭐 해?
아니, 피디님
아니 두 달 가르치고 사고쳐서 떠나셔놓고
뭘 얼마나 가르쳐줬다고...
- 뭐시라? - 아니, 아니
그 두 달 동안이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보람의 나날이었습니다
[자판기 컵 나오는 소리]
[황급히 떠나는 발소리]
[자판기 문 여는 소리]
하
- 야, 막내 - 아, 서브 됐다니까요
- 너 이번에 나랑 할래? - 네?
쟤 디제이로 꼬셔오면 내가 너 메인 시켜줄게
쟤라뇨? 누구?
[발랄한 음악]
지수호요?
- 아니, 진짜요? - 어
네 귀를 의심하지 마 네가 들은 게 맞으니까
아니
진짜로, 지수호요?
요즘 스타들 이미지 메이킹 전략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 지수호 씨도... - (주하) 잠깐
대중에게 친근한 인물이 되면 어떤 이익이 있죠?
못 오를 나무가 돼야 지갑을 열지
스타가 대중적이어서 인간적이어서 뭐 하려고?
특별하기 때문에 스타고 신비롭기 때문에 스타야
컨셉 다시 짜요
지적이면서 인간적이어야
스타다운 카리스마가 있으면서
소시민적인 의외성도 있어요
남친 같으면서 오빠 같으면서
때론 사장님 같으면서도
결론적으로는 뭘 해도 스타 같아야 된다는 거잖아요
누군가의 지갑을 열려면
자, 오늘 나온 기획들 숫자로 정리해서 넘겨주세요
간단명료하게
[저벅저벅 걷는 소리]
(그림) 아니, 말이 돼요? 네?
아, 많이 봐주고 봐줘서 게스트도 아니고
지수호가 디제이라뇨?
지수호가 데일리 프로그램을 어떻게 해요?
- 왜 못하는데? - 네?
(이강) 지수호가 데일리 프로그램을 왜 못 하냐고?
지수호가 라디오를 할지 안 할지
(이강) 어느 누가 어떻게 아냐고?
막내, 근데 그건 각오해라
네가 지수호 꼬셔와서 내 작가 되면은
미친듯 죽어라 원고 써야되는 거 알지?
[힘찬 노래]
(그림) 지, 수, 호
주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단 말씀이시고
와
인생 지루하게 온통 저염 저지방, 저칼로리만 드시는구먼
안 돼, 쯧쯧
육개장?
이 사람이 매니저구나
배우 따라 매니저도...
좀 차갑게 생겼다
[탁, 탁, 발소리]
[비장한 음악]
[쨍, 칼 꺼내는 소리]
[쨍, 쨍, 칼 부딪히는 소리]
[쨍, 칼 부딪히고 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
[칼이 바람 가르는 소리]
[칼 부딪히는 소리]
[칼 소리]
(감독) 컷, 오케이!
(감독) 이것 좀 봐
꽃과 나비가 어우러진 게...
- 컨디션 안 좋아보이는데 - (감독) 지금 같은 느낌으로, 어?
관자놀이 계속 마사지하잖아
야, 이게 말이야
어, 조감독님
안녕하세요
저는 조감독님 대학동기의 전 여친의
사촌 동생의 직장 동료인 송그림이라고 합니다
아, 네
(감독) 식사하고 갈게요, 밥차 왔습니다
조감독님, 저기요...
[종이 넘기는 소리]
밥 드시고 오시죠
왜 맨날 쫄쫄 굶어요? 김 실장까지
너 촬영 때 스태프들이랑 같이 밥 안 먹는 거 뻔히 다 아는데
나만 먹는 게 말이 되냐
[익살스러운 음악]
[찰칵, 사진 찍는 소리] 아, 사생, 저거 또 왔네
넌 안에 있어
[차 문 열고 다가가는 소리]
(팬) 아, 주세요, 저 이거 진짜...
카메라는 안 돼요
(김 실장) 액정 박살 안 나게 그대로 받고 싶으면
조용히 따라와라
(그림) 죄송합니다, 거기 계세요?
지수호 스타님, 거기 계신가요?
그럼 거기 계신 줄 알고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차 문 여는 소리]
안녕하세요, 송그림입니다
저 기억 나시죠?
저번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응?
아, 글쎄요, 누구시죠?
[멋쩍은 웃음]
아, 저 기억 못 하시는구나
저 라디오 작가, 송그림입니다
아, 식사 안 하셨죠?
육개장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우리 스타님 꿀성대를 위해 우롱차거든요
한 차 하셔요, 비타민은 필수죠
저, 지수호 씨, 그래서 말인데...
제가 지수호 씨를 사랑하는 오래된 팬으로
몇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그림) 이번 들어가는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CF 스케쥴로
엄청 바쁘신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이렇게 바쁠 때일수록 힘들 때일수록
(그림) 팬들과의 소통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요?
(그림) 이 시키
무섭게 자꾸 왜 웃는 거야?
그래서
카메라를 벗어나 마이크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줄 수 있는
환상의 기회에
지수호 씨를 초대하는 바입니다
안 해요
자, 그럼 조심히 가세요
어, 저번에 한다고 했잖아요
저번 호텔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라디오 한 번 초대해달라고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제가요?
와
저 진짜 기억 안 나세요?
그만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매니저 곧 올 텐데
30초 남았습니다
아, 지수호 씨, 제 얘기 다시 한번만...
- 게스트 안 해요 - 어우, 스타님!
제가 고작 게스트나 권하려고 온 줄 아십니까?
(그림) 스타님은 게스트로 너무 아깝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들어갈 저희 프로그램에 라디오 디제이로
어, 저 사생 아니에요!
어, 지수호 씨, 님!
[스르륵, 문 닫히는 소리]
[잔잔한 음악]
왜 이러십니까?
왜 어젯밤 내 꿈에 찾아오지 않았더냐?
네가 내 세계로 차마 올 수 없다면
없다면...
컷
죄송합니다
(수호) 한 번만 다시 갈게요
지수호 씨, 왜 그래? 오늘 처음으로 NG를 다 내네?
[찰칵, 화면 넘어가는 소리]
왜 이러십니까?
(다슬) 당신은...
내가 있는 이 세계에 결코 오실 수 없는 분입니다
[슬픈 음악]
(다슬) 아우, 아, 감독님, 나 못하겠어요 너무 무서워요
컷!
- 어, 너무 무서워 - 아, 오늘 왜들 그래?
[애타게] 둘이 번갈아서
(다슬) 너무 무서워
(다슬) 조감독님
나 너무 무섭고, 춥고, 막 떨리고
이것 봐, 손이랑 다리 덜덜 떨리는 것 봐
얘들아! 언니 담요 좀!
이거 수중신 뺀다고 하면
작가님이 작업실에서 달려오실걸
(스태프1) 지금 여자 스턴트우먼 알아보나 본데요
아이, 바로 어떻게 구해요?
아이, 딱 보니까 쫑이에요
저 누님
(김 실장) 저희 한 시간 뒤엔 이동해야 됩니다
지수호 씨 CF 촬영 스케줄 있다고 예전부터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조감독) 아, 미치겠네, 진짜
한 신만 더 찍으면 되는데
(김 실장) 부탁 좀 드립니다
[알았다는 듯이] 아, 오
[고전 음악]
지수호 씨, 또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스턴트우먼이 필요한지 정도는 네가 챙겼어야지
까다로운 다슬이 데리고 촬영 하루 이틀 하냐?
지수호 씨도 한 시간 내에 CF 촬영 때문에 가봐야 된다고 하고
- 어떡해요? - 어이구
[살짝 문 닫는 소리]
저기, 감독님
누구?
안녕하세요, 전 라디오 작가 송그림이라고 합니다
조감독님의 친구의 사촌 동생의 전 여친의 동료인데요
아무튼, 제가 수영을 참 아주 잘하는데요
다슬 씨랑 키도 비슷하고
몸무게는 좀 차이 나긴 하는데
한복 입으면 다 커버되고요
그리고 제가 또 앞짱구 뒤 짱구여서 댕기 머리 하면 좀...
뒷모습도 이쁘게 나오고 그럴 거거든요
[감독, 깊은 탄식]
제가 할게요, 다슬 씨 대역
[통통 튀는 음악]
아우, 고맙다고 안 하셔도 돼요
(그림) 사이좋게 품앗이하고 그러는 거죠
제 한 몸 희생해서 지수호 씨 스케줄 늦지 않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이 몸 논개가 되겠습니다
아, 예, 실장님
이렇게 드라마 하기가 힘들면 라디오계도 돕고
라디오계가 힘들면 드라마계가 돕고 이러는 거 아니겠어요?
송그림 작가님
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자꾸 설쳐대죠?
네?
왜 이렇게 자꾸 내 앞에서 깔짝깔짝대냐고
(스태프) 57신 다시 촬영 들어갑니다!
[차가운 음악]
(감독) 레디, 액션!
[첨벙, 물 튀기는 소리]
[첨벙거리는 소리]
(감독) 컷, 그림 씨, 다시 한번 갈게요
(감독) 액션
[첨벙, 빠지는 소리]
다시 한번 갑니다, 액션!
[첨벙, 빠지는 소리]
[첨벙, 헤엄치는 소리]
(감독) 액션
[첨벙, 빠지는 소리]
(김 실장) 저 여자가 라디오 작가라고?
지금 너 캐스팅하겠다고 저러고 있는 거고?
지금까지 뭐, 커넥션 있었어?
아는 여자야?
그건 무슨 시나리오죠?
아니, 너 지금 30분째 대본 한 장도 안 넘기고
저 여자만 보고 있잖아
일일이 내 대본 장수까지 체크해주시고
내가 오늘 대본을 몇 장 넘겼는지까지
대표님한테 보고하시려고요?
[잔잔한 음악]
[종이 넘기는 소리]
- (감독) 그림 씨, 준비됐죠? - 네
(감독) 레디! 액션!
[첨벙, 빠지는 소리]
(감독) 컷!
영상 잘 나오고 있어요, 감독님?
- 어, CF 찍으러 가는 거야? - 네, 이제 가려고요
[물 첨벙거리는 소리]
근데 대단하네요, 저 작가님
(감독) 그러게 말이야 스무 번도 넘게 뛰어내렸다
논개야, 논개
(감독) 아니, 그림 씨, 근데 왜 아까 어깨가 움찔했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가자
네, 감독님
(감독) 다시 한 번 갑니다, 마지막
네, 마지막
(감독) 레디!
액션!
[첨벙, 물에 빠지는 소리]
[약간 비장한 음악]
컷, 수고했어!
[멈칫하는 발소리와 첨벙하며 올라오는 소리]
어
[힘들어하며] 아
[힘들어하며 헉헉댄다]
[웅장한 음악]
[경쾌한 음악]
(그림) 입만 열면 사람 열 뻗치게 하고 나만 보면 시비고
(김 실장) 뭡니까, 그쪽?
(제이슨) 비밀스러운 사이입니다
- 그래서, 안 하겠다고? - 아니
(수호) 내 앞에서 그만 깔짝대고 이제 좀 그만 나타나고 그래
(제이슨) 네 인생에 약 말고 다른 치료제를 찾는 중이야
(그림) 내가 또 이렇게 억울하게 물러설 수가 없지
- 지수호 씨는 언제 오세요? - 작가님, 같이 나갈래요?
- 헐 - 샤워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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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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