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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14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련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 뭐야?   - (준웅아이깜짝이야

 

  뭐긴그냥 뭐

 

  (준웅쓱 지나가다가

 

  왔죠

 

  무슨 일 있어요?

 

  없어

 

  아이무슨 일 없으면   같이 한잔 마셔요?   [련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준웅팀장님 친구 없는 거   왕따인 거 티 내지 마시고

 

  나대지 마받아 줄 기분 아니니까

 

  아이그러지 말고   한 잔만 먹자니까요?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준웅그야 뭐   같은 팀상사와 부하

 

  (잘 아네딱 그 선이야

 

  그러니까 선 넘지 마

 

  불쾌하니까

 

  불쾌

 

  말이 너무 심하시네

 

  (준웅걱정돼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걱정돼서?

 

  이 날씨에 이 추운데   지금 안주 하나 없이

 

  (준웅과 련)   - 오이랑 지금 당…   - 귀찮게 굴지 말고 꺼져 줄래?

 

  (준웅됐어요됐어

 

  꺼질게요꺼질게

 

  걱정돼 가지고   얘기하는 건데

 

  서운하게 진짜

 

  [한숨]   

 

  [차분한 음악]   [비가 솨 내린다]

 

  (준웅많이 자셨네

 

  [준웅의 힘주는 신음]

 

  아이고

 

  [숨을 후 내뱉는다]

 

  () [술 취한 말투로

 

  내일이 오는 게

 

  싫어

 

  [무거운 음악]

 

  [련의 술 취한 소리]

 

  (준웅저승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한테

 

  너무 가혹한 거 같아요

 

  (옥황첫 번째 대가

 

  끊어지는 인연의 실

 

  (준웅아니

 

  (스스로 그 실을 끊지 않는 한

 

  몇 번을 거듭 태어나도

 

  다시 만나게 돼

 

  스스로 끊는다는 건

 

  자살인가요?

 

  [헛기침]   [무거운 음악]

 

  (준웅어디 가가세요?

 

  (휴가

 

  뭐 하시는데요?

 

  [툭 내려놓는 소리]   (친구 만나러

 

  (준웅팀장님 친구 없잖아요   다 돌아가신 거 아니에요?

 

  있거든?

 

  아이솔직하게 얘기해 주세요   뭐 하시는데요?

 

  (친구 만나러 간다 그랬잖아

 

  [한숨]

 

  [휴대전화를 탁 연다]

 

  [휴대전화 조작음]

 

  [레드라이트 작동음]

 

  "우울 수치"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준웅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놀란다]

 

  뭐예요?

 

  왜 이렇게 놀라요?

 

  내 생각 했어요?

 

  아니요

 

  근데

 

  (준웅옷차림 뭐야어디 가요?

 

  백화점 갑니다   이번에 신상이 나왔다 그래서

 

  겸사겸사 어머님도 뵙고요?

 

  그렇죠

 

  (륭구근데 무슨 일 있습니까?

 

  표정이 왜 그래요?

 

  팀장님 우울 수치 측정해 봤는데

 

  100%예요

 

  [륭구의 한숨]

 

  오늘이 휴가 날이군요

 

  ?

 

  사자의 휴가는 일 년에 딱 하루

 

  본인의 기일입니다

 

  (륭구심기가 많이 불편하시겠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어요?

 

  [륭구의 한숨]

 

  [무거운 음악]

 

  (어린 곱단안 됩니다아가씨!

 

  아가씨

 

  (어린 곱단아기씨

 

  잘 살고 있구나

 

  [새가 지저귄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회장님은 아시죠?

 

  (옥황다짜고짜   아냐고 물어보면은

 

  뭘 안다고 대답해야 할까?

 

  (준웅팀장님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절대 말 안 해 주실 거 같아서요

 

  타인의 아픔을 품어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옥황가까운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걸 알기에   련이가 대화를 피하는 거겠지

 

  팀장님 자살하신 거 맞죠?

 

  그래

 

  박중길 팀장과   연관이 있는 거고요?   [차분한 음악]

 

  (중길

 

  네가 왜 거기 있는 건지

 

  아니

 

  내가 왜 거기 있는 건지

 

  어디 말씀이십니까?

 

  악몽

 

  회장님은 팀장님을   인도 팀에서 일하게 하고

 

  나중에 위기관리 팀을 맡게 하셨죠

 

  (준웅왜 그러신 거예요?

 

  이유가 뭐죠?

 

  넌 정말 여전하구나

 

  여전하다니요?

 

  회장님

 

  너한테 련이는 대체 무엇이냐?

 

  ?

 

  대답해 봐라

 

  처음엔 그냥 까칠하고

 

  (제정신이야?

 

  멀쩡한 한강 물엔 왜 뛰어들어?

 

  (너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질문도 하지 말고

 

  투명 인간처럼 있어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었어요

 

  지금은?

 

  지금은

 

  [화물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신비로운 효과음]

 

  [거친 숨소리]

 

  [나영이 다급해한다]

 

  (나영우진아!   [거친 숨소리]

 

  [힘주는 신음]

 

  (준웅팀장님!

 

  팀장님팀장님

 

  (영천정말 감사합니다

 

  (준웅멋있는 것 같아요

 

  가끔 본받고도 싶고

 

  도와드리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련이의 상처를 들여다볼   준비가 되었구나

 

  (옥황부디

 

  감당할 수 있기를

 

  [신비로운 효과음]

 

  [쓱쓱 비질하는 소리]   [밝은 음악]

 

  [새가 지저귄다]

 

  [툭 소리가 난다]

 

  (어린 련그러지 말고   가서 일 보래도?

 

  안 됩니다아가씨

 

  대감마님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어린 곱단옆에서   꼭 지켜보라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어린 련자네가 생각하는   무슨 일이 안 일어날 테니

 

  걱정 말게

 

  (어린 곱단에이   한두 번 속습니까?

 

  아가씨 말을 믿느니   지나가는 개돼지 말을 믿죠

 

  (어린 련?   [어린 곱단이 당황한다]

 

  (어린 곱단죄송합니다아가씨

 

  [한숨]

 

  괜찮네

 

  (어린 련그만큼 내 자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이니

 

  다 내 잘못일세

 

  아가씨

 

  (어린 곱단아이고아기씨

 

  제가 또 졸았네요

 

  아가씨!

 

  [어린 곱단의 다급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어린 련오늘은 너다

 

  [화살이 탁 꽂히는 소리]

 

  [화살이 탁 꽂히는 소리]   [한숨]

 

  [꿩 울음]

 

  [꿩 울음]

 

  [무거운 음악]

 

  (소년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게냐

 

  (아이) [놀라며죄송합니다

 

  [남자1의 다급한 소리]

 

  (남자1) 죄송합니다도련님

 

  제 아들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부디 살려만 주십시오

 

  여기는 너희 같은 천민들이   들어올 곳이 아니다

 

  내 당장 너희들을 관아에

 

  (어린 련과하십니다

 

  그 칼 거두시지요

 

  무기가 없는 자들한테   칼부터 겨누는 것을 보니

 

  짐승만도 못하십니다

 

  뭐라?

 

  (남자1) 아이고아가씨

 

  하긴

 

  천하디천한 저들을   관아에 처넣은들

 

  (소년무슨 의미가 있겠소

 

  한 번 더 내게 걸리면   그땐 목을 벨 것이다

 

  (남자1) 고맙습니다아가씨

 

  [저마다 인사한다]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안녕하세요

 

  (촌장만지지 마십시오

 

  흔한 꽃처럼 보이나

 

  강한 독성을 가진 식물의   뿌리입니다

 

  말이나 소들도 죽일 수 있죠

 

  [놀라며그래?

 

  (남자1) 어유아가씨

 

  이게 식으면 맛이 없답니다

 

  어서 드시죠

 

  [한숨 쉬며먹어도 되나 모르겠네

 

  내 오늘   토끼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촌장아이고이제 됐습니다

 

  저희한테 약값 충분히 갚았으니   이제 안 오셔도 됩니다

 

  무슨 소리인가

 

  아직 갚으려면 한참 멀었네

 

  내 사냥을 나왔다 뱀에 물려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어린 련자네가   날 이리 데려왔고

 

  자네 덕에   이리 살아 숨 쉬고 있지 않은가

 

  어찌 그 값을 매길 수 있겠어

 

  평생 갚아도 모자랄 신세지

 

  충분히 받았습니다

 

  (촌장저희 것들 천대 안 하시고

 

  이리 사람 취급   해 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귀하신 몸 행여 다치실까   걱정됩니다

 

  걱정 말게

 

  이건 고맙게 먹겠네

 

  [수저를 달그락 든다]

 

  [소년이 부스럭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어린 련무기가 없는 자들한테   칼부터 겨누는 것을 보니

 

  짐승만도 못하십니다

 

  [소년의 한숨]   [긴장되는 효과음]

 

  [소년의 비명]

 

  [소년의 아파하는 신음]

 

  [소년의 고통스러운 신음]

 

  (어린 련무슨 일이십니까?

 

  (소년) [힘겨워하며다리가

 

  [비명]

 

  [거친 숨소리]

 

  (어린 련아플 겁니다

 

  [비명]

 

  [힘겨운 숨소리]

 

  [밤새 울음]

 

  [소년의 힘겨운 숨소리]

 

  [잘박거리는 소리]

 

  [놀란 숨소리]

 

  (소년무슨 짓이냐

 

  - (아이?   - 너는

 

  (아이할아버지!   [소년의 당황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촌장괜찮으십니까?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다 련 아가씨 덕분인 줄 아십시오

 

  (남자1) 아가씨가   뭔 수를 써서라도

 

  꼭 살려야 한다 그래서

 

  (촌장모든 생명은 다 소중하고

 

  귀중한 존재라 하셨지요

 

  수일 내로 일어설 수 있을 겁니다

 

  (소년고맙소

 

  (촌장인사는   아가씨가 받아야 할 듯싶습니다

 

  [시끌벅적하다]   [새가 지저귄다]

 

  (어린 련이보게   내가 꿩을 잡았네

 

  [부드러운 음악]

 

  [쓱쓱 칼질한다]

 

  [살짝 웃는다]

 

  이제야 뵙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내뱉은 말이 있어   살렸을 뿐입니다

 

  (어린 련사람이 있어야   결국 그 법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다 같은 사람입니다

 

  저도 사람이니까요

 

  괜찮습니까?

 

  덕분에

 

  (소년사냥을 할 만큼   다 나았습니다

 

  [픽 웃으며어쩐지

 

  오늘따라   꿩의 씨가 말랐다 싶더라니

 

  [살짝 웃는다]   (촌장두 분 설마

 

  우릴 배 터져 죽게 할   심산이십니까?

 

  배 터져 죽게 할 심산이었으면   멧돼지를 잡았지

 

  [촌장의 웃음]   그걸로 되겠습니까?

 

  내 다음엔 호랑이를 잡아 오겠네

 

  아이고

 

  그나마 산군님이라도 계셔야   우릴 지켜 주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촌장요새

 

  북쪽의 오랑캐들이

 

  압록강을 넘어와   약탈을 자행한다 어쩐다 하니

 

  이러다 전쟁이라도 나면

 

  제일 먼저 죽는 건   저희 같은 천민들 아니겠습니까

 

  (어린 련저도   아버님께 들었습니다

 

  후금의 끝도 없는   무리한 요구 사항으로

 

  조정이 시끄럽다고

 

  (촌장아이고

 

  나라의 국방력이 이토록 약하니

 

  문과만 예우하고

 

  무과를 천대하는 풍조가   만연해서일 겝니다

 

  [한숨]

 

  (어린 련안타깝네

 

  그럼 난 이만

 

  (소년소생

 

  원 자식 자   쓰시는 분의 장남   [부드러운 음악]

 

  중길이라고 합니다

 

  혹시 이름을 여쭤보아도   실례가 아니올지요

 

  [살짝 웃는다]

 

  저는

 

  구련이라 합니다

 

  [살짝 웃는다]

 

  (촌장나라의 국방력이   이토록 약하니

 

  문과만 예우하고   [무거운 음악]

 

  무과를 천대하는 풍조가   만연해서일 겝니다

 

  (어린 련혼례라니요!

 

  어찌 이리 갑자기

 

  (련 부너도 혼기가 찼고

 

  일찍이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혼담이 오고 간 집안이 있었느니라

 

  아버님

 

  (련 부인물이 출중하고   학문에 소양 또한 깊으니

 

  네 배필로서   어떠한 흠도 없을 것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자와   혼례라니

 

  싫습니다

 

  어찌 여인의 몸으로   그런 말을 하느냐

 

  어미 사랑을 받지 못한 너를

 

  (련 부내 가엾이 여기어   오냐오냐 키운 것이 잘못인 게냐?

 

  아닙니다

 

  (련 부그럼 여인인 너에게   학문을 가르친 것이 잘못인 게냐?

 

  그리하여 이리 방자해지기가   이를 데 없는 것이냐!

 

  아닙니다

 

  (련 부그럼   비록 여인의 몸이라도

 

  뜻과 노력이 가상하여

 

  네 하고픈 걸   그냥 하도록 내버려 둔

 

  내 잘못이구나

 

  아닙니다

 

  (련 부그럼 뭐냐!

 

  공자께서 말하길

 

  좋은 걸 좋다고 하고   싫은 건 싫다고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린 련아버님   저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무슨 소리냐그게?

 

  윽박지르셔도 소용없다는 뜻입니다

 

  (어린 련정해 주신 곳으로   시집가기 싫습니다

 

  [련 부의 답답한 소리]

 

  (련 부어찌 이리   한 번을 안 질까

 

  물러가겠습니다

 

  [련 부의 못마땅한 소리]

 

  (어린 곱단아가씨!

 

  안 됩니다아가씨!

 

  [어린 곱단의 다급한 숨소리]

 

  [흥겨운 풍물 연주가 들린다]

 

  부부의 연이고 뭐고   난 인정할 수 없어

 

  그래서 이리 다짜고짜 찾아가   어찌하시려고요

 

  말해야지

 

  마음에 담아 둔 정인이 있다고

 

  (어린 곱단아가씨   대감마님 아시면 큰일 나십니다

 

  그러니 자네는   입을 다물고 있어야겠지?

 

  (어린 련그래

 

  여기서 구경하며 기다리고 있게

 

  (어린 곱단?

 

  그래도 되겠습니까?

 

  자네가 늘 말했지 않은가   사당패가 되고 싶었다고

 

  죄송해서

 

  괜찮네

 

  [심호흡]

 

  [헛기침]

 

  (어린 련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밝은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시끌벅적하다]

 

  (어린 련빛깔이 참 곱습니다

 

  [어린 련이 살짝 웃는다]

 

  뭐 하시는 겁니까?

 

  붉은 연지를 눈가에 바르면 어떨지

 

  궁금하여 그리하였습니다

 

  [살짝 웃으며어서 지워 주십시오

 

  (어린 중길붉은색이   참으로 잘 어울리십니다

 

  [어린 중길이 살짝 웃는다]

 

  (어린 련어찌   그런 눈으로 바라보시나요?

 

  [살짝 웃는다]

 

  연모합니다

 

  (어린 련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어린 중길호랑이도   토끼 한 마리를 잡는 데

 

  전력을 다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꿩을 잡으나 사슴을 잡으나

 

  임하는 태도에 경중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는 말입니다

 

  저는

 

  무과를 치르기로 결심했습니다

 

  국란이 생기고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제일 먼저 고통받을 백성들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어린 중길이 살짝 웃는다]

 

  [흥겨운 풍물 연주]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이성지합만복지원"

 

  [아련한 음악]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어린 곱단아기씨

 

  [어린 곱단의 당황한 숨소리]

 

  [살짝 웃는다]

 

  [시끌벅적하다]   [부드러운 음악]

 

  (중길예전이나 지금이나

 

  방물장수만 보면   반가워하는 건 똑같구려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욕심을 경계하라는 뜻이지요

 

  

 

  (언감생심 이런 노리개를 탐한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중길의 당황한 소리]

 

  (중길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골라 보시오

 

  부인

 

  (

 

  이거

 

  이거

 

  이것도

 

  [놀라며이것도 맘에 듭니다

 

  부인하나만

 

  그럼 저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거   하나만 골라 주십시오

 

  (중길부인은   뭘 해도 고혹적이라

 

  (이거 다 주시오

 

  (중길

 

  이게 좋습니다

 

  [련이 피식 웃는다]

 

  (저도 이게 가장 맘에 듭니다

 

  [사람들이 술렁인다]

 

  (여자1) 아니   병사들이 왜 온 거여?

 

  - 무슨 일이냐?   - (병사1) 접반사 이춘호가   [무거운 음악]

 

  (병사1) 급보를 보냈습니다

 

  국경을 넘은 오랑캐들이   노략질을 하니

 

  도와 달라는 전갈입니다

 

  [한숨]

 

  여기서 멀지 않은 곳 아닌가

 

  (중길한양에서는?

 

  (병사1) 즉시 출동하여   도와주라는 명입니다

 

  상황이 많이 어려운 모양이오

 

  일신의 안위도 중요하지만   나라의 안위가 먼저 아닙니까

 

  걱정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병사1) 나리

 

  (중길기다리거라

 

  그럼

 

  다녀오리다

 

  [한숨]

 

  [새가 지저귄다]

 

  (곱단마님들으셨어요?

 

  청병이 들이닥친다는 풍문이요

 

  후금의 누르하치가 죽고   홍타이지가 즉위했다고 한다

 

  (국호도 청으로 바꿨다지?

 

  위험한 자다

 

  우리도 떠나야 하는 거 아닐까요?

 

  벌써 짐 싸서 도성을 나간 사람이   반이라고 하던데

 

  나라가 무너지는데   어디서 살아날 곳을 찾겠느냐

 

  나라님 계시는 한양은   안전하지 않을까요?

 

  가고 싶으면 자네나 가게

 

  제가 마님을 두고 어딜 갑니까?

 

  (?

 

  남사당패의 꼭두쇠랑   눈이라도 맞으면

 

  언제든 떠나겠다며

 

  하이고

 

  (곱단소싯적에 농 한번 한 걸

 

  몇 년을 우려먹으십니까

 

  (중길 모이런 시국에

 

  쓰잘데기없는 농이나 할   정신들이 있는 겐가?

 

  (곱단쇤네는   장이나 보고 오겠습니다

 

  요즘 쌀도 보리도 귀해서

 

  오늘은 뭐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요

 

  [중길 모의 한숨]

 

  전쟁터에 아들을 보낸 어미 심정이

 

  이렇게 괴로운 줄 몰랐다

 

  무사할 겁니다걱정 거두시지요

 

  네가 아니었으면   무과를 볼 일도 없었겠지

 

  송구스럽지만

 

  그건 제가 권한 게 아니었습니다

 

  남들처럼 문관의 길을 갔으면

 

  전쟁터에 나갈 일도 없었을 테고

 

  (중길 모앞날도 창창했을 텐데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전 그런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중길 모너는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내 심정을 모를 거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자식이 없으니

 

  왜 그러느냐   내 말이 틀리기라도 했느냐?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의 비명]   [칼로 쓱쓱 베는 소리]

 

  [중길 모의 놀란 숨소리]

 

  [청병1의 기합]

 

  (어머님피하십시오

 

  [중길 모의 겁먹은 숨소리]

 

  [소란스럽다]   [말 울음]

 

  [련의 놀란 숨소리]

 

  [만주어저항하지 마라!

 

  [청병1의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련의 다급한 숨소리]

 

  [련의 힘주는 신음]

 

  (청병1) 발칙한 년

 

  [련의 다급한 숨소리]

 

  [성난 소리]

 

  [청병1의 신음]

 

  [청병2와 련의 힘주는 신음]

 

  [청병2의 신음]

 

  [련의 힘주는 신음]

 

  [소란스럽다]   [련의 거친 숨소리]

 

  [칼로 쓱쓱 베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

 

  [신음]

 

  [중길 모의 비명]

 

  [청병3의 힘주는 신음]

 

  [련의 힘주는 신음]

 

  [청병3의 신음]

 

  [무거운 음악]   [련의 거친 숨소리]

 

  [중길 모의 거친 숨소리]   () [한국어어머니

 

  광 지하실로 숨으십시오

 

  (중길 모너는   너는 어디로 가려 하느냐?

 

  곱단이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 하인 따위를?   - (평생을 같이한

 

  혈육보다 가까운 사람입니다

 

  어서요

 

  알았다   [긴장되는 음악]

 

  [한숨]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칼로 쓱쓱 베는 소리]

 

  [말 울음]

 

  곱단아

 

  [소란스럽다]

 

  [말 울음]

 

  [칼로 쓱 베는 소리]

 

  [여자2의 비명]

 

  [연신 소란스럽다]

 

  [곱단의 비명]

 

  [겁먹은 소리]

 

  [청병4의 웃음]   [겁먹은 소리]

 

  (청병4) [만주어쥐새끼 같은 것

 

  [비명]   [청병4의 힘주는 신음]

 

  [남자2의 힘주는 신음]

 

  [곱단의 놀란 숨소리]

 

  [곱단이 놀란다]

 

  [곱단의 비명]

 

  [곱단의 힘겨운 신음]

 

  [강조되는 효과음]

 

  [련의 거친 숨소리]

 

  [곱단이 콜록거린다]

 

  () [한국어곱단아!

 

  곱단아!

 

  [련의 걱정하는 숨소리]

 

  [곱단의 거친 숨소리]

 

  (곱단아가씨뭐 하러 오셨어요

 

  어서 가자   [곱단의 떨리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무섭습니다

 

  (여기 있으면 죽어

 

  [곱단의 겁먹은 숨소리]

 

  [청병5의 신음]

 

  가자

 

  [련과 곱단의 다급한 숨소리]

 

  [말 울음]

 

  [놀란다]

 

  (곱단아가씨!

 

  가시면 위험합니다

 

  구해야 된다

 

  넌 여기 숨어 있어라

 

  [곱단의 걱정하는 숨소리]

 

  아가씨

 

  [털썩]

 

  [다급한 숨소리]

 

  [콜록거린다]

 

  [여자3의 거친 숨소리]

 

  [련의 다급한 소리]

 

  (괜찮으냐?

 

  [여자3이 콜록거린다]

 

  [여자3의 신음]   [련의 놀란 숨소리]

 

  [무거운 음악]

 

  [웃음]

 

  [말 울음]   [청병6의 기합]

 

  [힘겨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가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소란스럽게 싸운다]

 

  [청병7의 기합]

 

  [청병8의 신음]

 

  [강조되는 효과음]

 

  [청병7의 신음]

 

  [중길의 힘주는 신음]

 

  [신음]

 

  [거친 숨소리]

 

  [병사2의 힘겨운 숨소리]

 

  [병사2의 괴로운 신음]

 

  왜 그러느냐?

 

  (병사1) 칼 맞은 곳이   썩은 거 같습니다

 

  말에 태우거라

 

  (병사1) 그럼 나리는

 

  괜찮으니 태우거라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중길의 놀란 숨소리]

 

  (하인1) 나리오셨습니까?

 

  (하인2와 중길 모)   - 아이고도련님오셨습니까?   - 중길아!

 

  (중길 모중길아!

 

  [흐느끼며중길아!   중길아왔구나왔구나

 

  [안도하는 숨소리]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어머니

 

  (중길 모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

 

  저는 괜찮습니다

 

  (중길 모그래

 

  한데

 

  그 사람은

 

  [중길의 거친 숨소리]

 

  그 사람은요?

 

  [한숨]

 

  (중길 모오랑캐에게   잡혀간 거 같다

 

  [무거운 음악]

 

  중길아!

 

  중길아!

 

  [중길의 기합]   [말 울음]

 

  [바람이 솨 분다]

 

  [여자4의 힘겨운 신음]

 

  [칼을 쨍 빼는 소리]

 

  [여자4의 힘주는 신음]

 

  [소란스럽다]   [말 울음]

 

  [청병9의 기합]   [여자4의 다급한 소리]

 

  [칼로 쓱 베는 소리]   [여자4의 신음]

 

  [여자들의 비명]   (청병9) [만주어경계하라!

 

  [곱단이 흐느낀다]

 

  () [한국어울지 마라

 

  우린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

 

  [곱단이 흐느낀다]

 

  [시끌벅적하다]

 

  [청병10의 웃음]   [여자들의 겁먹은 소리]

 

  [청병11의 놀래는 소리]

 

  [여자들의 비명]

 

  [곱단의 떨리는 숨소리]

 

  (곱단마님괜찮으세요?

 

  자네는?

 

  괜히 저 때문에

 

  (곱단) [울먹이며차라리 그때   혀라도 깨물고 죽었어야 했습니다

 

  [무거운 음악]

 

  살아야 한다

 

  (살아만 있으면   반드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야

 

  마님

 

  [련의 한숨]

 

  곱단아

 

  잘하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소란스럽게 싸운다]

 

  [거친 숨소리]

 

  혹시

 

  잡혀가는 다른 여인들은   못 보았소?

 

  (여자5)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소문에는 수백

 

  아니수천 명이라 합니다

 

  [청병들이 시끌벅적하다]

 

  (촌장흔한 꽃처럼 보이나

 

  강한 독성을 가진 식물의   뿌리입니다

 

  (촌장말이나 소들도   죽일 수 있죠

 

  [어두운 음악]

 

  [청병12의 웃음]

 

  [청병13의 시원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청병14의 괴로운 신음]

 

  [여자들의 비명]

 

  [청병들의 괴로운 신음]

 

  (청병12) [만주어뭐야?   이 새끼 왜 이래?

 

  [컥컥거린다]

 

  [여자들의 비명]

 

  음식에 독이 든 것 같다

 

  () [한국어가자

 

  [긴박한 음악]

 

  얼른들 일어나게빨리

 

  [여자들의 다급한 소리]

 

  빨리어서

 

  저쪽으로

 

  [청병들의 다급한 소리]

 

  [무거운 음악]

 

  [한숨]

 

  [고삐를 탁 친다]   [말 울음]

 

  [긴장되는 음악]   [밤새 울음]

 

  (?

 

  이쪽이 길이다

 

  [곱단과 련의 놀란 숨소리]

 

  (곱단) [작은 소리로자   모두 이쪽으로 오십시오!

 

  [련의 다급한 소리]

 

  [여자들의 힘겨운 숨소리]

 

  [여자들의 힘주는 신음]

 

  [련의 지친 숨소리]

 

  [련의 힘겨운 숨소리]

 

  다 왔습니다

 

  [여자6의 거친 숨소리]

 

  (여자6) 조선 땅입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그래

 

  - 가자   - (곱단

 

  [련의 힘겨운 숨소리]

 

  (곱단?

 

  [곱단의 기쁜 숨소리]

 

  [여자들이 기뻐한다]   (여자6) 살았어

 

  다 왔다

 

  (장교섰거라

 

  (여자6) 우린 조선인이오

 

  돌아가거라   [어두운 음악]

 

  (장교오랑캐의 간자인지 아닌지   모를 자들을

 

  성내에 들일 수 없다

 

  [여자들이 당황한다]   (여자7) 아이   아니그게 무슨 말이오?

 

  병마절도사의 명이다

 

  (장교조선의 국경을 넘은 자   더 이상 조선의 백성이 아니다

 

  [련의 허망한 숨소리]   - (곱단아이이게…   - (여자6) 아이아이고

 

  이 길에 닿기까지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기고

 

  (그렇게 돌아온 내 나라가

 

  우리를 버린다는 말입니까?

 

  [칼을 쨍 빼는 소리]   [여자들이 놀란다]

 

  (장교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벨 것입니다

 

  [날카로운 효과음]

 

  [여자들의 긴장한 숨소리]

 

  베시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장교의 기합]   [여자들의 겁먹은 소리]

 

  []   [장교가 놀란다]

 

  [련의 놀란 숨소리]   [다가오는 말발굽 소리]

 

  (장교누구냐!

 

  [차분한 음악]   [말 울음]

 

  [뛰어오는 발걸음]   [련의 놀란 숨소리]

 

  [중길의 가쁜 숨소리]

 

  이 여인들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내 너의 목을 벨 것이다

 

  (장교후회하실 겁니다

 

  [여자들의 안도하는 숨소리]

 

  [아련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이제 오셨습니까?

 

  살아 있어 줘서 고맙습니다

 

  (중길많이 늦어 미안하오

 

  [안도하는 숨소리]

 

  [안도하는 숨소리]

 

  [어두운 음악]

 

  [힘겨운 숨소리]

 

  []   [련의 놀란 숨소리]

 

  [힘겨운 신음]

 

  [어두운 효과음]

 

  [괴로운 신음]

 

  [어두운 효과음]

 

  [비명]

 

  [련의 거친 숨소리]   [문이 덜거덕 열린다]

 

  또 악몽을 꾸셨소?

 

  벌써 일 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잊어도 됩니다

 

  [중길의 한숨]

 

  (중길내일은 의원에 가서   진맥도 보고 약도 지읍시다

 

  [한숨]

 

  [한숨]

 

  (남자3) 안녕히 가십시오나리   [무거운 음악]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이따위 개울을

 

  회절강이라고 칭하다니

 

  (곱단회절강이 무슨 뜻이랍니까?

 

  절개를 회복하는 강이란다

 

  (나라가 정해 준 곳이야

 

  이곳에서 몸을 씻으면   죄를 사해 준다지 않느냐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오랑캐에게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온 죄

 

  우리가 그네들한테

 

  몸이라도 팔아서   살아 돌아왔다는 겁니까?

 

  (그래

 

  [곱단의 기가 찬 숨소리]

 

  (곱단말도 안 돼

 

  [울먹이며이럴 줄 알았으면   돌아오지 말 걸 그랬습니다!

 

  호사가들의 소문일 뿐이야

 

  세월이 흐르면

 

  씻겨 나가지 않겠나

 

  (중길 모이야기 들었느냐?

 

  신풍 부원군 장선홍이

 

  이혼을 허가해 달라고   상소를 올렸다더라

 

  무슨 일로 말입니까?

 

  (중길 모그치의 아내도

 

  오랑캐에게 끌려갔다 온   환향녀라 하더구나

 

  [중길의 한숨]   오랑캐에게 몸을 더럽힌 여자한테

 

  자식은 어찌 볼 것이며

 

  조상님 제사는 어찌 맡기겠느냐

 

  조만간 새 혼처를 알아봐야겠다

 

  어머님나라가 힘이 없어   당한 일입니다

 

  사내들이 나라를 지키지 못해   여인들이 겪은 수모입니다

 

  어찌 죄를   여인들에게 묻는 것입니까

 

  (중길 모목숨을 끊어   정절을 지킨 처자도 있다더라

 

  누구를 위한 정절 말입니까!

 

  (중길다시는   그런 말씀 꺼내지 마십시오

 

  (중길 모그렇다면 소문은

 

  소문은 어떡할 거냐?

 

  사람들이 네 아내에 대해서   뭐라고 떠드는지 알기나 하느냐?

 

  [한숨]

 

  [한숨]

 

  [후루룩 먹는 소리]

 

  (남자4) 들었어?   종사관 나리 안방마님 얘기

 

  (남자5) 요새   통 두문불출하시던디?

 

  오랑캐 놈의 씨를 가졌대

 

  - 진짜인가?   - (남자6) 그려

 

  (남자5) 거참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허허

 

  (남자4) 얼마 전에 의원에   들락거리는 걸 누가 봤는데

 

  아이를 떼려고 그러는 거래

 

  (남자5) 나   그거 들은 거 같은디?   [무거운 음악]

 

  (남자6과 남자4)   - 그럼 그 말이 사실인가 보네   - 그런가 보네아이고야

 

  [남자들의 놀란 숨소리]

 

  누구한테 들었느냐?

 

  (남자4) [겁먹은 목소리로]   살려 주십시오나리

 

  닥치거라

 

  마님마님!

 

  (하인3) 큰마님큰일 났습니다

 

  (중길 모무슨 일이냐?

 

  [남자들이 놀란다]

 

  [겁먹은 소리]

 

  (중길어디서 누구한테 들었는지   소상히 밝히거라

 

  (남자4) 잘못했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남자5) 저희도 몰라유

 

  그저 그냥 여기저기   다 그렇게 떠들길래

 

  맞장구를 쳤을 뿐입니다   살려 주십시오

 

  [남자4의 떨리는 숨소리]

 

  [남자들의 신음]

 

  (남자4) 죄송합니다

 

  (남자6)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요

 

  (남자4)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남자6) 사람들이   그렇게 떠들길래 그만

 

  (중길 모멈춰라   이게 무슨 짓이야

 

  - (남자6) 아이고마님   - (남자4) 아이고큰마님

 

  (남자들살려 주십시오

 

  (남자6) 소문의 근원지를   소인들이 어찌 알겠습니까

 

  (중길 모그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는가

 

  자네들은 돌아가게

 

  [남자5의 놀란 소리]

 

  - 어머니   - (중길 모더한 소문도 있겠지

 

  (중길 모놓아줘라

 

  너는 이 소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중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어머니

 

  [중길 모의 한숨]

 

  (중길 모그만들 돌아가게

 

  [남자들의 다급한 소리]   (남자6) 아이고   감사합니다큰마님

 

  [중길 모가 놀란다]

 

  (뭐 하시는 겁니까?

 

  저런 자들은 발본색원해야 합니다

 

  검을 거두십시오

 

  [한숨]

 

  (중길 모평생

 

  말대답 한 번 안 하는 아이였다

 

  (중길 모그랬던 내 아들이   저렇게 변한 데는

 

  원인이 있을 터

 

  고작 너 하나 목숨이

 

  가문의 명예보다 값지겠느냐

 

  [놀란 숨소리]

 

  어머님

 

  선택하거라

 

  (중길 모명예롭게 죽을 것인지

 

  아니면

 

  남의 손에 죽을 것인지

 

  [사람들이 비난한다]   (여자8) 뻔뻔스러워그냥 아주

 

  서방만 불쌍하지   [곱단의 성난 숨소리]

 

  아니뻔뻔스럽게   고개를 들고 다녀

 

  환향년 주제에!

 

  (남자7) 아니   낯짝도 두껍게 어딜!

 

  저것들을 그냥!

 

  (어서 가자

 

  (곱단전 괜찮지만   감히 마님한테!

 

  (어서 가재도

 

  (여자9) 부정 타게   어디 장마당에 기어 나와

 

  (남자8) 에라이거나 먹어라

 

  (곱단이게 무슨 짓이오!   [툭 내려놓는 소리]

 

  [울먹이며아유아유

 

  [련의 옷을 탁탁 털며]   우리 마님 어째요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내 눈을 보고   똑바로 다시 한번 말씀해 보시지요

 

  환향년 주제에   꼴에 자존심은 있나 보지?

 

  [기가 찬 숨소리]

 

  나라를 지키지 못한   사내들의 자존심을

 

  (여인들이 지키며 돌아왔거늘

 

  환영은 못 해 줄망정   손가락질이라니

 

  부끄러운 줄 아시오!

 

  (남자8) 아유!   [련의 신음]

 

  (곱단마님마님!

 

  (남자8) 환향년 주제에   뭔 큰소리야

 

  [곱단과 련이 놀란다]

 

  [사람들의 힘주는 신음]   [툭툭]

 

  왜 우리한테 죄를 뒤집어씌워!

 

  [무거운 효과음]   [신음]

 

  [처연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곱단마님

 

  [사람들이 비난한다]   [툭툭]

 

  [곱단이 흐느낀다]

 

  그냥 계십시오아가씨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무거운 효과음]

 

  [돌이 툭 떨어진다]

 

  [무거운 효과음]   [곱단의 신음]

 

  [힘겨운 신음이 울린다]

 

  [남자8의 헛기침]

 

  [놀란 숨소리]

 

  (곱단아

 

  [놀란 숨소리]

 

  곱단아

 

  곱단아!

 

  [통곡하며곱단아!

 

  곱단아

 

  곱단아!

 

  [와장창]

 

  [련의 힘주는 신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슬픈 음악]

 

  [련이 오열한다]

 

  [중길의 힘주는 신음]

 

  (중길부인제발요

 

  차라리 저도 죽겠습니다

 

  (중길소문일 뿐입니다   이 또한 지나갈 일입니다

 

  그 소문이

 

  발이 달려 눈처럼 불어납니다

 

  (증거 없는 소문이

 

  연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릅니다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어찌 부인만 생각하십니까

 

  저는요?

 

  [떨리는 숨소리]

 

  부인의 삶에   정녕 저는 없는 겁니까?

 

  나리의 입신양명을 막을 겁니다

 

  부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그 꿈을 이룰 생각은 없습니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중길다시는

 

  이런 무모한 짓 하지 마십시오

 

  [흐느낀다]

 

  내 어떻게든 해결할 테니

 

  [남자9의 웃음]

 

  (남자9) 그래서 그 후부터 계속   통정을 해 왔단 말인가?

 

  - 그렇지   - (남자9) ?

 

  (남자10) 양반 여인네라   어찌나 속살이 하얗던지   [남자9가 호응한다]

 

  극락이 따로 없네?   [남자9의 감탄]

 

  그래도 내 한 두어 번 만나   끝내려고 했는데

 

  (남자9) 했는데?

 

  (남자10) 고것이   보통 음탕한 것이 아니더라고   [남자9가 호응한다]

 

  [어두운 음악]   아주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서

 

  밤새 나를 재우질 않아   [남자들의 웃음]

 

  (남자9) 자네한테   아주 그냥 푹 빠졌구먼그래

 

  (남자10) 큰마님 눈 피해   종사관 나리 눈 피해   [남자9가 호응한다]

 

  담을 넘어올 정도니까 말 다 했지

 

  [남자들의 웃음]

 

  [남자10의 신음]

 

  (남자9) 아이누구야!

 

  [푹 찌르는 소리]   [남자9의 신음]

 

  [떨리는 목소리로]   종사관 나리

 

  살려 주십시오

 

  [남자9가 컥컥거린다]

 

  늦었다

 

  [남자9의 힘겨운 신음]

 

  [남자9가 털썩 쓰러진다]

 

  [중길의 거친 숨소리]

 

  더러운 혀를 놀리는 놈들은

 

  그 수가 얼마가 되든   내 모조리 베어 주지

 

  [무거운 음악]

 

  칼을 그리 쓰라 배우셨습니까

 

  부인

 

  그만 거두시지요

 

  [한숨]

 

  싫습니다

 

  백성의 안위를 위해서   일하셨던 분입니다

 

  부인과 제가 지키고자 했던   그 백성의 입에서

 

  (중길더러운 소문이   이가 퍼지듯 계속 퍼져 나갑니다

 

  [한숨]

 

  매일 잡초의 씨가 뿌리내리듯   이야기가 새로 또 자랍니다

 

  내 그러니

 

  그들을 베어 내는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베고 또 베어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겁니다

 

  부인을 위한 거요

 

  아니요

 

  (중길내 손에   역겨운 피를 묻혀 가며

 

  당신을 지키고 있잖소

 

  (차라리 그 칼로

 

  날 먼저 죽이지 그랬소

 

  [놀란 숨소리]

 

  어머님 말씀에 응했어야 했습니다

 

  [한숨]

 

  그만하시지요

 

  절 말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만하라고 했습니다

 

  차라리

 

  내가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버럭 하며그만!

 

  [중길의 떨리는 숨소리]

 

  (중길사람을 베니   내가 짐승처럼 보입니까?

 

  어찌 나를 그리 쳐다보는 것이오?

 

  누굴 위해서   이 칼을 잡았는지 알면서!

 

  '위해서'라는 말 마시죠

 

  [놀란 숨소리]

 

  (차라리

 

  내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우리의 끝은

 

  이보다는 나았겠지요

 

  (저는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잃어버리신 서방님을 보며

 

  서방님을 그리 만든 제가

 

  어찌 살아가겠습니까

 

  [한숨]

 

  [힘겨운 숨소리]

 

  우리의 이승에서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듯싶습니다

 

  [련의 힘겨운 숨소리]

 

  미안합니다

 

  [무거운 음악]

 

  (중길 모소문나지 않게

 

  치워 버려라

 

  (하인들

 

  멈춰

 

  (중길) [버럭 하며멈춰!

 

  [중길이 울먹인다]

 

  [흐느낀다]

 

  [연신 흐느낀다]

 

  [부스럭거린다]

 

  가지 마세요부인

 

  제가 잘못했습니다

 

  부인

 

  부인!

 

  이렇게 가시면 안 됩니다

 

  [슬픈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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