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로맨스 2
(감독) 레디
액션!
[첨벙, 빠지는 소리]
[비장한 음악]
컷, 수고했어
[박수 소리]
[멈칫하는 발소리와 첨벙, 올라오는 소리]
어우
[힘들어하며 헉헉대는 소리]
[잔잔한 음악] ♪ '가리워진 길' ♪
[힘들어하는 소리]
수고하셨습니다
[절뚝이며 걷는 소리]
아, 아파
아
[한숨 쉰다]
[풀 밟고 오는 소리]
(그림) 아, 왜 이래요?
집까지 데려다주면 돼요?
라디오계한테 드라마계가 은혜 갚는 거니까
이걸로 퉁칩시다
그리고 이대로 가서 내일부터 나 따라다니지 말고
- (수호) 예? - 허
라디오 같은 거 평생 안 할 거니까
됐어요, 기어서라도 혼자 갈게요
[성큼성큼 걷는 발소리]
(그림) [당황하면서] 어, 어
뭐야, 아, 내려놔요!
[그림, 소리 지른다 차 리모컨 작동음]
(그림) 아, 내려놓으라고!
[경쾌한 음악]
[안전벨트 매는 소리]
아니, 지수호 씨 내가 그렇게 싫어요?
(그림) 왜요?
아니면 라디오가 그렇게 싫어요? 왜요?
아니 대체 뭐가 그렇게 싫은대?
내가 그걸 그쪽한테 왜 말해줘야 되죠?
너 4년 전 자선 파티에서도
일부러 발 걸었지? 그렇지?
내가 모를 줄 알아? 입만 열면 사람 열 뻗치게 하고
(그림) 나만 보면 시비고
내가 지수호 씨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냐?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엉?
[안전벨트 끌어서 매는 소리]
[차 문 닫히고 손으로 치는 소리]
[기가 막힌다는 듯이] 와
아니, 어딜 가는데?
내려주라고요 나 병원 안 간다고요
와, 이 와중에도 씹냐
[한숨 쉰다]
아니
여기 우리집인 줄 어떻게 알았...
여기 우리 집인지 어떻게 알았어요?
- 내려요 - 아니, 어떻게 알았냐고요?
또 안아서 내려줘요?
이제 나한테 안기고 싶어서 이렇게 버티는 거예요? 네?
[어이없다는 듯이] 와
[차 문 열리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부릉, 차 출발하는 소리]
[도로 위를 달리는 차 소리]
[정차하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김 실장) 야, 지수호
너 촬영장에서 그냥 막 그렇게 사라지면 어쩌자는 건데?
이후 스케줄 어떡하라고?
(김 실장) 야, 적어도 나한테 말은 하고 움직였어야지, 인마
2시간이 아니라 2분만 너 안 보여도
우리한테 실종이야, 너
[철컥, 문 열리는 소리]
[슬리퍼 질질 끄는 소리]
[문 달칵 닫힌다]
[탁, 멈추고 물 따르는 소리]
너 혹시 촬영장 그 여자 데려다주고 온 거니?
그만 가세요
뭐, CF 촬영은 일단 내가 알아서 처리했는데
(김 실장) 근데 너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수호) 김 실장님
제가 웃으면서 '가세요' 했잖아요
[딩동, 초인종 소리]
[성큼성큼 나가는 발소리]
- (김 실장) 뭐야, 이거? - (제이슨) 문 열죠?
지수호 씨
(김 실장) 이거 뭐야?
요즘 팬들 따라 붙었어?
(제이슨) 이거 안 열면 나 여기서
깽판 치고 막 그럴 수도 있는 거 알죠, 지수호 씨?
(김 실장) 어떤 놈이야, 이거?
내가 처리할게
[삑, 문 여는 소리]
[드르륵 문 여는 소리]
가시라니까
[제이슨 휘파람 소리와 달칵 문 여는 소리]
[트렁크 끄는 소리와 제이슨 휘파람 소리]
뭡니까, 그쪽?
나 지수호 씨 매니저
[성큼성큼 발소리]
(제이슨) 자, 실례합니다
[덜컹덜컹, 트렁크 끄는 소리]
[탁, 슬리퍼 떨어트리고 드르륵 문 여는 소리]
[슥, 신발 신고 덜컹덜컹 트렁크 끄는 소리]
나 네 매니저 할까 봐
이 짐들은 다 뭔데?
여기서 살려고
(제이슨) 나...
의대 수석으로 입학해서 수석으로 졸업했다
지수호 씨, 그거 아시나?
네가 치료도 안 받고
상담도 안 오고 약만 처방해달라고 말도 더럽게 안 듣고 그래서...
그래서?
내가 24시간 너 따라다니려고
완전히 잘못 걸렸어
(제이슨) 야, 배고프다, 뭐 없냐?
[멀어지는 발소리]
[한숨 쉰다]
[발랄한 음악]
(수호) 재미있을 것 같네요
라디오 하면 작가랑 호텔도 오고
전 작가랑은 한 번도 안 와봐서요
어후
아, 근데 왜 이렇게 자꾸 설쳐대죠?
네?
왜 이렇게 자꾸...
내 앞에서 깔짝깔짝대냐고?
[기가 막히다는 한숨]
와, 지수호
[한숨 쉰다]
(주하) 송그림?
네
라디오 개편에 들어갈 디제이로
수호를 캐스팅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촬영장 내내 쫓아다니고
어제 CF 촬영 펑크도 그 여자를 데려다주느라..
(주하) 결론만요
수호 생각은요?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지는
수호가 휴대폰도 없고 매니저도 따로 안 둬서
(주하) 김 실장님 붙여놓은 건데...
이렇게 매번, 언제나
실망스러운 일을 만드시네요
[문자 수신음]
우선 나가봐요
네
[멀어지는 발소리]
[문 여닫는 소리]
(태리) 대표님!
저번에 말씀드렸던 지수호 씨와의 계역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제가 지금 기자분들이랑 같이 있는데 입이 간질간질해서요
[위잉, 드라이기 소리]]
아
(직원) 죄송합니다, 어떡해, 죄송합니다
아, 뭐야?
아니
나 몇 년 전부터 쭉 최 선생님한테만 케어받았었는데
왜 이런 초짜가 내 머리를 만지고 있는 건지
누가 설명 좀?
다시 제대로 해드리겠습니다
쯧!
내 머리 네가 그만 만지고
최 선생님 불러오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도란도란 얘기 소리]
[또각또각, 사람들 걸어가는 소리]
(최 선생) 어머, 태리 씨
5시 드라마 잘 보고 있어요
[또각또각, 멀어지는 발소리]
[또각또각, 구두 소리]
(태리) 저기요, 후배님!
[또각또각, 걸어오는 소리]
선배를 보고도 인사를 안 하시고 가서
내가 네 인사받으러 나왔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안면인식장애 있니?
아니면 너네 집에 TV가 없었나?
내가 후배님보다 얼마나 빨리
일찍, 한참 전에 데뷔해서 TV 나왔는지 알잖아
[시큰둥하게] 아, 뭐래
[또각또각 발소리]
야, 후배님
[성큼성큼 다가가는 소리]
지금 내 앞에서 인사하래요? 아니면...
너 여기서 나랑 한번 기사 1면에 떡하니 나올 정도로
머리끄덩이 잡혀볼래요?
후배님
다음에도 나 보고 인사 안 하면
머리끄덩이 잡혀요, 응?
(그림) 피디님
아, 여기 왜 오라고 하셨어요??
네 발 왜 그러냐?
아
아, 뭐, 그게...
아이, 그런 일이 좀 있었어요
- 아, 저, 피디님 - (이강) 들어와
[덜컥, 문 닫는다]
[콜록, 기침 소리 절뚝거리며 걷는 소리]
[절뚝거리며 걷는다]
- 이 책상, 막내 너 써 - 네?
너 잘려서 네 책상 없어졌잖아
[내심 좋아하며] 칫
[책 놓는 소리]
[콜록, 기침 소리]
(그림) 와, 에?
나도 예전에 엽서 진짜 많이 보냈었는데
[콜록, 기침 소리]
여기 좋지?
네
좋긴 좋은데...
그래서 지수호는?
그게... [코 훌쩍이면서]
(그림) 제가 그 안건에 대해 할 말이...
저기, 피디님, 제가 할 말이...
[콜록, 기침 소리]
우선 좀 나가서, 음?
(그림) [한숨 쉬며]
제가 지수호 만나봤는데
걔는 진짜 라디오랑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지수호 말고도 괜찮은 배우들 많잖아요
아직 우리 프로그램 컨셉도 없는 마당에
무조건 디제이부터 캐스팅했다가
컨셉이랑 안 맞으면 그것도 문제고
그래서 안 하겠다고?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어
오진수 어때요?
요즘 그 배우 엄청 핫한데, 네?
그래서 안 하겠다고?
[답답하다는 듯이] 아니...
왜 꼭 지수호여야 되는데요?
제가 진짜 웬만하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지수호 걔, 완전 개또라이예요
[속삭이면서] 괜찮아, 내가 더 개또라이니까
아니...
- (그림) 아 - (이강) 아
지수호...
(그림) [한숨 쉰다]
라디오랑 겁나 안 친해 보여 그렇지?
라디오 개무시할 것 같아, 그렇지?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근데 막내야
라디오랑 제일 안 친한 사람 라디오랑 친구 되게 만드는 거
그런 일을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잔잔한 음악]
그리고 또 하나 이유가 있는데
그건 꼬셔 오면 얘기해줄게
(그림) 아오, 진짜
어우, 어떻게 하나?
[깊은 한숨]
(성우) 아니, 잘렸으면 좀, 너 가
아, 진짜, 그러지 말고
아, 왜 이렇게 튕겨요, 진짜?
아니, 아까부터 뭘 말하라고 안달하고 성질이야?
선생님이 30년 차 디제이잖아요 어?
세상 청취자들 다 꼬셔서
지금까지 꿋꿋이 버티는 라디오 스타잖아요
그러니까 나 좀 알려주라고요
아, 뭘?
라디오 싫어하는 놈 꼬시는 법
선생님이 나 꼬셔서 이렇게 라디오 작가까지 만들어 놓고 왜 쌩까? 어?
어이고
- 어디서 뒤집어씌워? - 맞잖아요
우리 엄마랑 나랑 선생님 프로그램 10년 골수팬이잖아요
봐, 내가 선생님 코너에
지금까지 엽서를 백 장을 넘게 보냈어요
내가 선생님 라디오로 국어를 배우고 음악을 배우고
인생을 배우고 글을 배웠는데
근데 넌 왜 그렇게 글을 못 쓰냐?
그래서 뭘 어쩌라고, 응?
아니, 지수호 꼬시는 걸 왜 나한테 와서 물어? 왜?
우리 엄마랑 나랑 선생님 라디오 때문에 버틴 거 알죠?
그러니까 나 꼬신 것처럼
지수호 어떻게 꼬시는... 지...
(그림) 내가 지금껏 라디오에 꼬심당한 건
전략이 아니라 진심
선생님, 나 갈게요, 어?
선생님, 고마워요, 사랑해요!
[너털웃음]
휴대폰 진짜 안 살 거니?
매니저 싫으면 비서라도 붙여줄까?
내 비서가 아니라 대표님 비서겠죠
어쨌든
필요 없어요
필요 없으면 김 실장도 자를까?
네가 원해서 김 실장 네 옆에 두는 건데
네가 김 실장을 몇 년 째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잖아
그리고 지금부턴 비즈니스 얘기
우리 가족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겠다고 요청이 왔어
(주하) 감독은 김상수 감독이고
PPL이나 광고 수익은 다 JH에서 관할하기로 했고
[어이없다는 웃음]
아니 그렇게 팔고도 또 팔 게 남았습니까?
물론
넌 걸어다니는 것도 숨쉬는 것도 돈이야
그걸 1년 환산하면 얼마일지는 잘 알 테고
안 합니다
어제 네가 스케줄 펑크내는 바람에
회사 신용도랄지, 기사를 막느라 감수한 손해랄지
이런 얘기까지는 나 안 하고 싶은데
[주섬주섬 뭘 챙기는 소리]
다음 달 네 생일이잖아
생일 선물 미리 주는 거야 날이 추워졌으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주하) 아들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네가 잘하는 거, 잘 못 하는 거 그냥 하는 거
숨 쉬는 것도...
나한테 피해 줄 수 있다고
다음 주에 감독 미팅 잡을게
대본대로 하면 되잖아 늘 그래왔듯이
안 합니다
저 24시간 도는 카메라 앞에서
웃을 자신 없습니다
[저벅저벅, 나가는 발소리]
아버지는 오늘 해외 촬영 가셨으니까
우리 둘이서 생일 파티해야겠네?
네
헛
촛농 케이크에 다 떨어지겠다 얼른 불 꺼야지
[후, 케이크 부는 소리]
[후, 후, 계속 케이크 분다]
[웃으며 손뼉치는 소리]
선물
우와
수호야
엄마가 생일 기념으로 할 말이 있는데
넌...
내 아들이 아니야
[비장하고 무거운 음악]
그러니까 네가 잘하는 거
잘 못 하는 거, 그냥 하는 거
(주하) 숨 쉬는 것도...
나한테 피해가 오지 않게
지금부터 잘해야 돼
[살며시 웃는 소리]
[드르륵 서랍 열고 달그락 약병 꺼내는 소리]
[다른 약병 꺼내는 소리]
[달그락, 약병 놓는 소리]
[쾅 서랍 닫는 소리]
[신나는 테크노 음악]
(수호) 야, 의사
(수호) 야, 의사
- 왜? 환자? - 수면제 줘
거절
(제이슨) 상담 치료 진행하면 당분간은 처방해줌
불면증이라니까
- 으으음, 너 우울증 - 연예인들한텐 누구나 있어, 어?
매일 밤샘 촬영에 매일 새로운 캐릭터랑 만나야 되고
어쩔 수 없이 대중들한테 노출되고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가
(제이슨) 그래서 환자님
요즘 우느냐고?
(제이슨) 내가 몇 달을 말하냐?
지수호 환자님, 행복해서 울든 소상해서 울든
짜증이 나서 울든 울게 되면
내가 약 처방해준다니까
(제이슨) 매일 그렇게 방글방글 거짓말로 웃기나 하고 말이야
나도 마지막 경고야
상담 치료 병행 안 하면 약 더는 안 줘
나 진짜다, 응?
[신나는 테크노 음악]
[질질 끄는 발소리]
[스위치 끄는 소리]
[스위치 켜는 소리]
[스위치 끄는 소리]
[스위치 켜는 소리]
[스위치 껐다가 켜는 소리]
[스위치 껐다가 켜는 소리]
[스위치 끄는 소리]
[스위치 켜는 소리]
[스위치 끄는 소리]
[잔잔한 음악]
[목 가다듬는다]
[전화 연결음, 신호 가는 소리]
네, JH 기획실이죠?
네, 저 라디오 작가 송그림이라고 하는데요
지수호 씨 캐스팅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
대표님과 만나 뵙고 정식으로 말씀드리고 싶은데
(직원) 지금 회의중이라 어렵습니다
그럼 회의가 언제 끝나실까요?
(직원)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끊겠습니다
아 잠깐, 저...
아, 뭐가 자꾸 어렵대?
[콜록, 기침 소리]
[깊은 한숨]
[또각또각 구두 소리]
안녕하세요, 저 아까 연락 드렸던 송그림 작가인데요
대표님 좀 만나 뵐 수 없을까요?
- 아니면 지수호 씨 매니저라도... - 선약 없이는 어렵습니다
아유, 그러지 마시고 저 진짜 라디오 작가 맞거든요
그 '미누의 행복한 6시' 못 들어보셨어요?
그래도 선약 없이는 어렵습니다
(그림) 에이
약속을 잡고 만날 수가 있어야죠
선약 자체를 안 잡아주시는데
아, 그럼 저 저기서 대표님 시간 되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저기는 괜찮죠?
[익살스러운 음악]
가는 동안 들을 테니까 말해봐요
하아, 아... 그게...
저 캐스팅하시러 오늘도 굳이
(수호) 또 오셨잖아요 들어줄 테니까 말해봐요
(그림) 참자, 그림아, 한 번만 참으면 돼
네
아, 그럼 우리 어디 찻집이라도 들어가서 미팅을...
아뇨,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집에 가는 30분 동안만 듣겠습니다
그럼요, 그럼요
제가 지수호 씨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다드립니다
제가 운전면허 1종이고요
지금까지 우리 프로 디제이들 게스트들
집 앞에서 대기하고 데려다주고 하는 거로
운전은 아주 그냥 숙달됐습니다
안전 운전 맡겨주십시오
저기, 지수호 씨
이거, 한 번만 봐주세요
저 정말 지수호 씨한테
- 라디오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 그래서
작가님 대표작이 뭐예요?
- 아직 - 작가님, 상 받은 적 있어요?
전혀
필모나 원고는 어디서 볼 수 있죠?
아, 그게...
지수호 씨가 저희 프로그램 디제이 해주시면
처음으로 내가 입봉하는 거라
라디오는 벌이가 됩니까? 아니면...
- 이슈가 됩니까? - 네?
내가 카메라 앞에 서는 것보다 나은 거 한 가지만 말해봐요
제 드라마 한 회당 출연료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그걸 1년 환산하면 얼마인지 아십니까?
[덜컹, 과속 방지턱 넘는 소리]
[발랄한 음악]
감사합니다
[부릉, 차 달리는 소리]
[정차하는 소리]
[안전벨트 푸는 소리]
더 할 말 없으시죠?
충분히 기회도 드렸고
작가님도 절 설득 못 시키셨고
청룡 대중 남우주연상 두 번이나 수상
드라마로 몇 년째 연기 대상도 받으셨고
TV 틀면 지수호 CF가 하나 건너 하나 나와요
우리 스타님이 휴대폰도 팔고 또 팔고
(그림) 맥주도 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지수호 씨 스타 인생을 딱 리스트업 해봤는데
(그림) 이거 진짜 잘못 가는 거예요
- 그래서요? - 그래서
라디오가 해답이라는 거죠
근사한 가면 벗고
진짜 자기 소리로 맞짱 뜨자!
우리 스타님께서 이 시즌에 돌입한 거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기, 지수호 씨
15년 넘게 카메라에 둘러싸여 사셨죠?
라디오엔 카메라가 없거든요
그래서 벌이도 이슈도 TV보단 안 될 거예요
(그림) 부스 안에는 플래시 세례 같은 것도 없고
짜여진 각본 같은 것도 없으니까
근데요, 지수호 씨
그래서 지수호 씨한테 정말 좋을 거예요
(그림) 그래서 진짜로
라디오를 지수호 씨한테 소개해드리고 싶고요
- 차 키 좀 주죠 - (그림) 아, 여기
들어가세요
[차 문 열고 내리는 소리]
[수호 차 문 닫는 소리]
(그림) 저기요, 지수호 씨
그럼 이거 한 번만 봐주세요
진짜 여기서 딱 5분
5분만 봐주시고
50분만 라디오 들어주시고
5일 동안 정말 고민 좀 해주세요, 네?
송그림 작가님?
네
아니,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 아직도 몰라요? - 네?
아까부터 내가 라디오 따위 안 한다고
그러니까 촬영장이든 회사든 어디든
제발 좀 나타나지 말라고 내가...
내가 좀 이렇게 친절하게 돌려서 말하고 있었는데
돌려서 말하면 잘 못 알아듣나 보죠?
근데 그걸 또 못 알아듣고
왜 이렇게까지 말하게 해요, 왜?
내가 한 번만 더 얘기할게요
내 앞에서 그만 깔짝대고
이제 좀 그만 나타나세요, 네?
라디오 따위 안 합니다
[저벅저벅, 발소리]
하
[어이 없다는 듯이] 허
[띡,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저기요, 지수호 씨
'라디오 따위'?
라디오 따위가 뭔데요?
라디오 뒤에 왜 따위 같은 걸 붙여요, 왜?
당신...
라디오 부스에 한 번이라도 와봤어요?
라디오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어봤어요?
내가 이제부터
지수호 씨가 라디오 뒤에 '따위' 같은 말 안 붙이도록
진짜로 알려줄게요 라디오가 어떤 건지
어떻게 당신 인생을 바꿔줄지
(그림) 내가 이제 깔짝깔짝 안 들이대고
진심으로 이제 완전히 들이댈게요 알겠죠, 스타님?
그래서
계속 좀 따라다녀야 되겠습니다, 스타님
[밝고 잔잔한 음악]
그럼 내일부터
계속 쭉 뵙겠습니다, 우리 스타님
[탁탁, 멀어지는 발소리]
지수호 네가 라디오를 개무시해?
나는 무시해도 되는데
라디오는 무시하면 안 되지
[발걸음 소리]
[한숨 쉰다]
(그림) 지수호, 이 나쁜 시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라디오를 무시해, 응?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아니, 지수호가 그렇게 개무시를 해요?
아니, 뭐 또 개무시라기보다는...
이 기집애가 개지랄을 떨었겠지
(토네이도) 안 봐도 눈에 훤하다
(가뭄) 그럼, 그럼
그래서 뭐? 너는...
진짜 네가 지수호를 꼬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 진짜? - 설마
아니, 뭐...
진심으로 부딪히면
그 진심이 닿지 않을까 하는
- 뭐, 그런 아름다운 생각을 - 진심?
그림아, 내 생각엔...
그냥 포기하고 라희 작가님한테 연락해보는 게 좋을 듯
(가뭄) 혹시 프로 들어가는 거 있으면 서브로 데려가 달라고
근데...
내가 또 이렇게 억울하게 물러설 순 없지
지수호
[탁, 물잔 내려놓는 소리]
(제이슨) 환자님, 식사하세요
[탁, 탁, 그릇 올려놓는 소리]
[한숨 쉰다]
[종이 낚아채는 소리]
줘
[일어나면서 펜 탁, 놓는다]
(제이슨) 음음음
(경쾌한 목소리로) 오우, 밥, 맨!
아, 좀...
어제도 잠 못 들고
밤을 꼬박 새우셨죠? 나의 우울증 환자님
제가 잠이 솔솔 오는 식단으로 준비해봤습니다
그냥 수면제를 달라니까
음음
네 인생에 약 말고 다른 치료제를 찾는 중이라니까
의사
네가 나 약 안 줘서 오늘 밤도 꼴딱 새면
나 내일 촬영장 가서 어떡하라고?
아, 좋은 징조지
네가 시도 때도 없이 졸려 하는 것 좀 봤으면 좋겠다
아니, 그래서 나 약 안 먹고 연기 계속하려면 내가 뭘 해야 되는 건데
어, 우선
이걸 먹어, 그리고
네 속 얘기 좀 해봐
상담 치료 1단계 좀 넘어가자, 환자
내 속 얘기?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며
그래서 내가 너 콜한 거 아니야 연봉 5배를 주면서
아이, 뻥 깐 거지
말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아냐? 내가 뭐, 지수호 조물주도 아니고
[해맑은 웃음]
야, 야, 만든 사람 성의를 좀...
[발걸음 소리]
[깊은 한숨]
나 진짜, 오늘도 실패했네, 오늘도
오늘도
[숟가락 내려놓는 소리] 아우, 짜
그래서 굳이 전화를 7통이나 하신 용무가 뭐신지요?
7통이나 한 걸 알면서 왜 받지를 않으셨을까?
이렇게 왔잖아, 그래서
[탁, 포크 내려놓는 소리]
(윤석) 근데...
당신 늙었다
나이랑 화장이 좀 안 맞는 것 같은데?
화장을 하건 말건
그쪽 코디는 일을 하니, 마니?
여배우 데리고 노는 것까진 뭐라 안 할 테니까
제발 스태프하고 노는 건 참아줘
그래서 뭐가 또 심기가 불편하셔서
사람을 이렇게 불렀냐고
당신 아들
요즘 이상한 거 알아?
이상하지 않은 게 이상한 거지
나 지금 당신이랑 장난 치자는 거 아니고 비즈니스 얘기야
더 이상해지기 전에 막아야겠는데
당신 지금처럼...
지금으로 살려면
내 말뜻이 뭔지는 알 거야
[탁, 와인잔 내려놓는다]
당분간 집에 들어와
뭣하면 어린 애인도 데리고 들어오든지
[또각또각, 나가는 발소리]
[포크 내려놓는 소리]
[문 철컥 여는 소리]
[차 리모컨 작동음]
[차 문 여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수호, 안전벨트 매고 제이슨 차 문 여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아, 내려, 나 스케줄 가야 돼
안 돼, 넌 왜 매일 매니저 없이 혼자 운전해서 가냐?
아, 내리라고 나 촬영장 가야 한다니까
나 촬영장 갈 건데
- 뭐? - 아, 내가 24시간 따라 다닌다고
경고했잖아, 지수호 환자님을 출발!
(제이슨) 가자
[부릉, 차 출발하는 소리]
(그림) 그래서
계속 좀 따라다녀야겠습니다 스타님
그럼 내일부터
계속 쭉 뵙겠습니다, 우리 스타님
(진수) 어이
저번 촬영 때 장난 아니었다며
아, 왜 하필 나 없는 날에만 그런 일이 생겨?
아, 근데 대체 그 여자 누구야?
작가라며? 그래서 해주기로 했어?
에이, 웬만하면 출연해줘 불쌍하잖아
그래도 명색이 작가인데 말이야 벌써 소문 다 났어
무슨 소문
송그림, 논개 여사
너 캐스팅하려고 눈에 뵈는 거 없는 작가래
누가 그런 말을 해?
오늘 와보니까 스태프들이 다 그러던데?
누군진 몰라도 불쌍하다
(진수) 나한테 부탁했으면 당장 해줬을 텐데
아
오늘 회식 때 논개 불러야겠다
(진수) 물에도 빠지는데 술독에도 빠지는지 보게, 어?
[발랄한 음악]
(수호) 내 앞에서 그만 깔짝대고
이제 좀 그만 나타나세요, 네?
라디오 따위 안 합니다
[한숨 쉰다]
엄마
- 지수호 알아? - 지수호?
- 지수호가 누구야? - 이, 봐봐, 응?
이렇게 안 유명한데 왜 이렇게 재수 없게 구는지 몰라
별로 안 유명한 스타 주제에
왜? 무슨 일인데?
엄마, 뭘 해도 삼세판이지 그렇지?
그렇지, 인생 삼세판은 덤벼봐야지
(그림 엄마) 시시하게 한 번 하고 그만둬?
엄마는 내 딸 그렇게 안 키웠다
엄마 근데... 삼세판 해도 안 되면?
그럼 다시 신념을 바꿔
뭐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랴'
그럼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면?
(그림 엄마) [쓰읍 하며 고민하는 소리]
그럼...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로
좀 더 장기적 플랜을 짜서 다시 덤벼야지
- 그렇지? - (그림 엄마) 그렇지
엄마, 내가 누구 딸이야? 어?
내가 가정교육을 이렇게 잘 받고 자란 딸입니다, 네?
당근이죠
그럼 나 밥 꼭꼭 씹어 먹고 삼세판 하러 갑니다
오케이, 아자아자! 화이팅!
[짝, 손뼉 치며 웃는 소리]
(수호) 아, 감독님 말씀 맞는데
딱 한 번만 더 가면 좋은 그림 나올 것 같은데
지금 그림도 아주, 너무 많이 완벽히 충분하다니까
(감독) 아니, 7번 테이크 갔는데 뭘 또...
야, 스무스하게 갔어 스무스하게
(진수) 아니, 그러니까 회식 때 꼭 논개 부르자니까
(감독) 죽여주네
(진수) 물에도 빠지는데 술독에도 빠지나 봐야지
이야,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잘됐다, 술 먹는데
- 논개 번호 아는 사람? - 제가 알아요, 제가 부를게요
오, 콜, 좋았어
(진수) 오늘 다들 각오해 제대로 마실 거야
아, 재밌겠다
네, 조감독님
진짜로 지수호 씨도 오늘 회식에 오는 거죠?
(조감독) 어, 올 수도 있고, 우선 와봐요
여기 논개 팬클럽까지 생겼다니까
알겠어요
그럼 주소 보내주세요, 네
좋아 [휴대폰 놓는 소리]
[가방 들어서 챙기는 소리]
됐고...
이것도
[종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 (감독) 아, 너무 좋았어
- (수호) 고맙습니다 - 그래
- (스태프1) 수고하셨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아니, 그쪽 진짜 뭡니까?
- 여기까지 왜 따라와가지고 - 아니, 뭘 또 그렇게 정색을
정식으로 인사나 합시다, 나...
지수호 매니저입니다, 그쪽은?
- 내가 지수호 매니저입니다만 - 아
아니, 그럼 나는 뭐, 좀...
지수호 고딩 동창 겸... 뭐, 좀, 이...
'비밀스러운 사이입니다'로 포지션을 바꿀게요
에이, 악수나 한 번 하고 그러...
(스태프)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조감독) 지수호 씨, 근데 오늘도 진짜 회식 안 올 거예요?
아, 저 내일 스케줄 있어서 오늘 일찍 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이, 지수호, 같이 가자
오늘 그 작가님도 회식도 온다는데
에이, 우리 논개랑 같이 놀자
지수호 씨가 와야 그 논개가 더 재미있게 놀 거 아니야, 응?
(진수) 같이 가자
[경쾌한 음악]
[병 부딪히며 꺼내는 소리]
[탁, 맥주캔 부딪히며 꺼내는 소리]
[맥주캔 부딪히며 바구니 놓는 소리]
[병 부딪히며 탁, 바구니 놓는 소리]
여기요 [삑, 계산하는 소리]
(사람들) 야, 원샷
- (사람1) 야, 논개 왔다 - (그림) 안녕하세요
어머, 너무 이쁘다, 안녕하세요
어, 감독님, 잘 지내셨어요?
오, 조감독님도 멋있네요
내 대역 언니다, 안녕
(그림) 안녕하십니까
아, 나 다슬 씨 주려고 이거 챙겨왔어요
이거 저번 촬영 때 먹고 싶다고 하셨죠
동네 구멍가게 다 뒤져서 찾아왔죠
(다슬) 우와, 대역 언니
작가 언니, 진짜 괜찮다
그럼요, 저 진짜 괜찮은 여잡니다
아, 이 작가님이 그 논개 여사시구나
저번 촬영 때, 지수호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면서요
음, 많이 안 힘들었는데
열라 빡치게 힘들었는데요
[사람들 깔깔 웃는 소리]
아, 이 작가님 맘에 드네
제 잔 먼저 받아요, 작가님
아, 조감독님 지수호 씨는 언제 오세요?
(조감독) 글쎄요
아마 주인공이니까 나중에 오거나 하겠죠?
아니, 근데 술 이렇게 재미없게 드실 거예요?
(제이슨) 근데 논개 여사가 누구야?
누구길래 논개 여사가 회식에 참석한단 사실을 알고 난 이후
지수호는 이렇게 입을 꽉 다물고 계실까?
(제이슨) 응?
도대체 누구냐고, 논개가?
김 실장님, 김 실장님 알아요? 네?
어어?
(소리치며) 아오, 답답해
아오, 나 이 침묵의 시간 진짜 미칠 것 같아, 아오, 오
에이, 씨, 쯧
[제이슨 혀 차는 소리]
[신나는 테크노 음악]
[맥주 졸졸 따르는 소리]
[소주 졸졸 따르는 소리]
[탁, 치면서 잔 쨍 부딪히는 소리]
[사람들 환호성]
(사람들) - 논개, 논개! - 논개, 논개!
(사람들) - 논개, 논개! - 논개, 논개!
- (사람들) 논개, 논개! - 아, 잠깐, 잠깐만
제가 여기 딱 맞게 채우면
안 넘치면 여기 있는 우리 배우님들
제가 언제 할지는 모르지만
다 우리 라디오 게스트로 한 번씩 오시는 거 맞죠? 어?
- (사람들) 콜! - (진수) 콜!
짠, 약속 걸어요!
좋았어, 시작합니다
[탁, 잔 부딪히는 소리]
- 건배! - (사람들) 건배!
원샷하셔야죠, 원샷, 원샷, 응?
(진수) 쭉, 쭉, 쭉, 쭉, 어이, 잘한다
[신나는 테크노 음악]
(진수) 작가님, 받으세요, 여기
술 잘 드시네, 어?
아니
내가 이렇게 술에 약한 놈이 아닌데, 응?
- 조감독님 - 응?
지수호 스타님 언제 와?
아이, 금방 온다니까
(진수) 우선 마셔요, 작가님, 짠, 원샷!
한 잔 더?
[탁, 술잔 내려놓고 웃는 소리]
[비틀거리며 걷는 소리]
[비틀, 위태로운 구두 소리]
[슥 미끄러지며] 아
작가, 송그림
너 이렇게 나약한 애 아니잖아, 어?
너 지수호한테 졌다고
술한테까지 지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야, 다른 건 몰라도
소맥한테 지면 자존심 상하잖아, 어?
자, 가자
[털썩 주저앉으며] 어우
[멀리서 걸어오는 발소리]
[긴박한 음악]
와, 씨, 엄청나게 낯선 이 공간 뭐야?
아, 드라마에서만 보던 이 침대 같은 거, 이거 뭐야?
아, 꿈이지
그렇지, 꿈이지
오랜만에 꿈도 다 꾸네 송그림, 음...
[발소리]
작가님, 같이 나갈래요?
(진수) 일어나 봐요
아유, 술을 많이 마셨어?
헐
아, 잠깐만, 그리고...
잠깐 정신 차리고...
어제 내가...
오진수 배우님의 부축을 받고
가다가...
누가 또 앞에 나타나서...
[익살스러운 효과음]
[소리 치며] 헐!
허
시끄러워, 조용히 좀 해
[익살스러운 음악]
(그림) 아니, 지수호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아니,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 거예요?
제가 어제 오진수 배우님 부축을 받고
나간 거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엔 기억이 없는데
내가 왜 여기 와있는 거냐?
아, 뭐냐고요? 내가 왜 여기서 일어난 거...
[달칵, 문 여는 소리]
아
지수호 씨 어제 회식 늦게 왔었던 거예요?
같이 들어갈 거야?
- 네? - 나 샤워할 건데
같이 들어갈 거냐고?
[슥, 들어가는 소리]
[쾅, 문 닫는 소리]
[쏴아, 샤워하는 물소리]
아니, 그러니까...
내가 어제 술을 진탕 마시고
복도에서 쓰러져서
오진수 배우님이 날 부축하시고
날 데려다주려고 하셨는데...
아니
내가 왜 여기서 깬 거냐고?
[한숨 쉰다]
지수호 씨
제가 왜 여기 있는 거냐고요?
(재촉하는 말투로) 좀 빨리 나와봐요
[덜컥, 문 열리는 소리]
아니
옷은 제대로 걸치시고...
빨리 나오라며
아니, 그래도...
물기는 좀 제대로 닦으시고
샤워할래?
네?
어우
어우, 씨
[장면 바뀌는 효과음]
우웩!
[장면 바뀌는 효과음]
샤워 안 할 거면 옷 챙겨 입어 데려다줄 테니까
저, 무슨 일이 있었던... [띵동, 초인종 소리]
[발소리]
송그림 작가님
나 라디오 할까요?
네?
그럼 잠깐만 내 말 좀 들어줘요
[철컹, 문 열리는 소리]
[철컹, 문 닫히는 소리]
[또각또각, 구두 소리]
[계단 올라오는 소리]
(주하) 아버지도 오케이 하셨고
바로 다음 달부터 영화 촬영 들어갈 거야
프로젝트 건으로 상의할 것도 있고 통보할 것도 있고
그래서 당분간 본가에 들어와야겠다
추운데 들어가서 얘기하자
제가 그날 분명히 웃으면서
안 한다고 한 것 같은데요
그래
난 웃으면서 한다고 했잖아
들어가자니까
신비주의 어쩌고 하며 외부 활동은 그렇게 통제하면서
(수호) 돈 될 만한 거는 무조건 다 해라?
아니, 그럼 그 리얼 다큐멘터리 영화에선
아버지 애인도 출연합니까?
대표님
제가 요즘 라디오 디제이를 한번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하반기 스케줄이 광고에 광고에 광고...
지금 말씀하시는 리얼 다큐멘터리 영화도 그렇고
아니, 뭐 하나 제가 맘에 드는 기획이 없어서요
(수호) 아
때마침 제가 라디오 작가랑 미팅 중이었는데
[점점 다가오는 발소리]
설명 좀
라디오 작가예요
보충 설명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저 계약서 쓰려고요
그래서 아까 대표님이 말씀하신 그 리얼리티 어쩌고 영화는
못할 것 같은데
몇 달?
라디오는 몇 달 하고 놀 거고
저 여자하고는 몇 달 놀 건데?
글쎄요?
캐스팅 잘하네요
어떤 실력이 좋은진 모르겠지만
[슬픈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또각또각, 계단 내려가는 소리]
저기요
논다니요?
지금 지수호 씨 어머니가
- 뭔 소리를 하고 가신... - 가요
나중에 얘기하죠
[한숨 쉰다]
지수호 씨, 지금 어머니한테 무슨 소리 하신 거예요?
(그림) 아니, 지수호 씨 어머니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간 거고
전 못 알아듣겠으니까 설명 좀 해주시라고요
라디오 하기 싫어?
라디오 하자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데?
[헛웃음 소리]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가라니까, 그냥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지수호 씨 지금 협박하는 거예요?
하, 아니 어떻게 이게 지금 협박이지?
지수호 씨, 네가요...
당신 어머님인지 대표님인지하고 하는 힘겨루기 싸움에
나 이상한 여자로 만들고
내 라디오 협박 삼아서 이용한 거잖아요
그럼 안 하면 되잖아
거절해, 난 아쉬울 거 없으니까
[어이없다는 듯이] 하
진짜...
협박처럼 들린다며
그럼 안 하면 되잖아 문제될 거 없죠?
이거 협박이 아니라 진짜 내 진심인데
이제 좀 진짜 가주면 안 될까?
지수호 씨
지수호 씨 왜 자꾸 웃어요, 지금?
아니, 왜 자꾸 웃어요? 하나도 안 웃긴데
아까부터 거짓말로 왜 자꾸 웃고 있냐고, 사람 열받게!
그럼 안 웃고 말할게
가라니까, 제발
[슬픈 음악]
[휙, 옷가지 건네는 소리]
[탁, 낚아채는 소리]
[성큼성큼 걷는 발소리]
[문 찰칵 열리고 탁, 탁 내려가는 소리]
[멀리서 계단 내려오는 소리]
[급한 발걸음 소리]
아, 브라보
저 여자가 논개 여사 송그림이구나
(제이슨) 나 몰래 엿들은 거 아니고 너네 소리가 너무 커서
근데 환자
너 송 작가 라디오 꼭 해라
(제이슨) 나 이런 너 보는 거 진짜...
어우, 너무 좋다
(제이슨) 야, 가만있어 봐
[기뻐하며] 아하
[제이슨 신나게 웃는 소리]
[잔잔한 음악] ♪ '가리워진 길' ♪
[철컥, 문 닫는 소리]
[털썩 앉으며 한숨 쉰다]
(그림) 지수호 씨, 안녕하세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글을 쓰고 싶은
라디오 작가, 송그림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진짜로 지수호 씨한테
제가 사랑하는 라디오에 대해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이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여기에 제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 보낸
라디오 사연 엽서가 지금도 붙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제가 라디오 좋아해서 진짜 매일 들었거든요
여기는 KBC 라디오국의 전설
30년 차 디제이의 부스고요
네, 여기가...
제가 원고를 쓰는 작가실인데요
굉장히 창고 같아 보이지만
작가실 맞습니다
그리고 여기엔
지수호 씨가 꼭 읽어주길 바라는 원고들
쭉 보이시죠?
구출 좀 해주실래요?
여기가 제가 제일 사랑하는 곳이에요
제 아지트
지수호 씨
전 글도 잘 못 쓰고
아직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작가지만
만약 지수호 씨가 저랑 같이 라디오를 한다고 하면요
그래서 제가 적은 글들이
지수호 씨 목소리로 세상에 '짠'하고 나온다면요
저 그날 지수호 씨한테 큰절할지도 몰라요
이건 너무 협박인가?
(그림) 아무튼...
저는 지수호 씨가 이 문을 '똑똑'하고 두드려주길 바라요
같이 해요, 라디오
[급히 나가는 발걸음 소리]
[약간 무거운 재즈 음악]
[밝고 잔잔한 음악]
[탁, 종이에 맞는 소리]
[울먹이며 한숨 쉰다]
[코 훌쩍이며 한숨 쉰다]
[휴대폰 진동음]
네, 국장님
(국장) 너, 당장 올라와
[통화 종료음]
[드르륵, 문 여는 소리]
[또각또각, 구두 소리]
(국장) 송그림이 메인?
야, 깡똘, 너 미쳤냐?
(국장) [어이없다는 한숨]
아니, 송그림, 그림이도 그렇지
아니, 지금 자기가 하겠대?
아니, 자기가 메인 하겠다고 오케이를 한 거야?
어, 그래, 지금...
너네 쌍으로 나 돌아버리게 하려고 그러는 거구나, 그렇지?
(국장) 야, 야, 송그림, 너 이리 와 봐
너 말이야, 여기 기획지에 쓰여있는 대로
메인 작가 할 거야?
(이강) 국장님, 스태프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이미 합의된...
야, 깡똘, 너 조용히 해
[탁, 서류 던지는 소리]
내가 이 라디오 국 한번 살려보자고
손이 부르트게 빌고 빌어서 너 하나 살려놨더니
너 지금 나랑 같이 동반 자살하자는 거냐?
송그림 쟤, 뭘 믿고 메인에 세워?
원고 한 장 제대로 못쓰는 쟤를
- 뭘 믿고, 뭘... - 국장님
너, 한 마디도 하지 마
네가 얘끼해
너 진짜 메인 작가 할 수 있어?
여기 쓰여있는 대로 메인작가 '송그림'에 걸맞게
(국장) 책임질 프로그램 만들고 원고 쓸 자신 있어?
어?
[탁, 서류 던지고 깊은 한숨]
라 작가 알지?
(국장) 라 작가로 가
정 송그림 데려가고 싶으면
서브로 데려가면 되잖아
라 작가, 그래도 되지?
된다잖아!
전 송그림으로 갑니다
[국장, 깊은 한숨]
[나지막이] 좋아, 좋아
[서류 챙기는 소리]
여기 이 기획서에 쓰여있는 대로
지수호가 한다면은
네가 메인 작가하는 데 도장...
[팍, 치는 소리]
꽝 찍어줄게
그래서? 지수호가 하겠대?
너희 지수호는 꼬셔놓고 이러는 거냐?
(국장) 안 한대지?
턱도 없대지?
지수호 아니어도 저 송그림 메인으로 갈 겁니다
[문 쾅, 여는 소리]
야, 야, 깡똘, 인마, 어디 가?
[소리 지르며] 너 복귀 좋아하네!
없던 거로 해! 이 자식아!
(국장) [다독이는 말투로] 라 작가, 미안해 금방 마음 돌릴 거야
- (라 작가) 아뇨 - (국장) 이해해
[힘없는 발소리]
[잔잔한 음악]
(라 작가) 송그림아
너 진짜...
네가 지수호를 꼬셔오면
네가 진짜 메인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라 작가) 정신 좀 차려라, 송그림아
네가 아무리 게스트를 잘 꼬시고
사람들한테 알랑방귀 뀌는 거 잘하면서 버티면서 그래도
글 못 쓰면 온에어 들어가서 개발리는 거야!
너도 네 주제 잘 알잖아
(라 작가) 응?
어떻게 이강 피디 꼬셔서
네가 메인 될 기회까지 얻었는진 모르겠지만
지수호가... 하, 진짜
(라 작가) 아니, 언감생심 그게 말이나 되니?
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서 너 지금 이러고 서 있는 거야?
지수호가 퍽이나 라디오 디제이 하겠다
(라 작가) 송그림아, 내가 너...
정말 진심으로 생각해서 얘기하는 거야
정신 똑바로 차려!
지수호가 라디오 할 확률은 네가 메인 될 확률보다
훨씬 더 낮으니까
(라 작가) 어?
(수호) 하죠, 라디오
하자고요, 라디오
[경쾌한 음악]
야, 너 AD 할래?
(이강) 너 이번에 나랑 일하자
너 라디오 진짜 한다 그랬어? 논개 여사 때문에?
(수호) 무슨 송그림 때문이야?
프로그램, 원고, 게스트 자기 맘대로 하겠대?
-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 너랑 나랑 배틀 붙는다더라
이게 말이 되냐? 배틀을 해?
계약서는 송그림 작가랑 단둘이 썼으면 하는데요
- 내가 뭐 하나만 묻자 - 듣던 중 반가운 소리
- (제이슨) 백 개도 물어봐 - (수호) 내가 왜 라디오를
- (수호) 한다고 했을까? - (그림) 안 되면 또 안 하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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