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로맨스 3
[또각또각 구두 소리]
[잔잔한 음악]
(라 작가) 송그림아
너 진짜...
네가 지수호를 꼬셔오면
네가 진짜 메인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라 작가) 정신 좀 차려라, 송그림아
네가 아무리 게스트를 잘 꼬시고
사람들한테 알랑방귀 뀌는 거 잘하면서 버티면서 그래도
글 못 쓰면
온에어 들어가서 개발리는 거야!
너도 네 주제 잘 알잖아
(라 작가) 어?
어떻게 이강 피디를 꼬셔서
네가 메인 될 기회까지 얻었는진 모르겠지만
지수호가... 허, 진짜
(라 작가) 아니, 언감생심 그게 말이나 되니?
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서 너 지금 이러고 서 있는 거야?
지수호가 퍽이나 라디오 디제이 하겠다
(라 작가) 송그림아, 내가 너...
정말 진심으로 생각해서 얘기하는 거야
정신 똑바로 차려!
지수호가 라디오 할 확률은 네가 메인 될 확률보다 훨씬 낮으니까
(라 작가) 어?
하죠, 라디오
하자고요, 라디오
[웅장한 음악]
[또각또각 급한 구두 소리]
지수호 씨, 놔요
아, 놓으라고요
지금 이거 또 무슨 컨셉인데요?
대체 여긴 왜 온 건데요?
진짜 자존심도 없나 봐요, 그쪽은
그런 말을 듣고도 그냥 서 있네요
- 뭐라고요? - 저 여자가 누군데
왜 아무 소리도 못하고 당하고 있는 건데요?
[잔잔한 음악]
그러니깐요
제가 진짜 자존심이 없어서
그 취급을 받고도 그쪽을 그렇게 따라다녔죠
[또각또각 구두 소리]
[탁탁 뛰어가는 발소리]
(가뭄) 야, 송그림
뭐야?
라희 작가님 왜 그러는 거야?
지수호는 또 뭐고?
라희 작가님은 가셨어?
너랑 지수호랑 손 잡고 나가고
야, 말도 마
완전 복도에서 생난리를 치고 가셨다
너 지수호랑 뭔데, 어?
[혀를 찬다]
맥주나 한잔하자
맥주?
나는 우리 왕 작가님이 이거 정리 다 하고 퇴근하라고 하셔서
퇴근을 못할 듯
[허탈하게 웃으며] 나 간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
지수호랑 스토리, 톡 남겨, 꼭!
[멀어지는 발소리]
[깊은 한숨]
[무겁고 잔잔한 음악]
[한숨 쉰다]
[탁 가방에 책 넣는 소리]
[한숨 쉰다]
[또각또각 걸어오는 소리]
[천천히 계단 올라가서 다가가는 발소리]
(그림) 내가 준 영상 봤어요?
[탁 가방 놓는 소리]
다 봤어요? 끝까지?
아뇨
끝까지 다 안 봤는데 여기를 어떻게 알고 왔어요?
[탁 맥주캔 따는 소리]
하나 줘요?
아뇨
[바스락거리며 봉지 내려놓는 소리]
하
나 자꾸 지수호 씨한테 쪽팔린 모습만 보이네요, 며칠째
지수호 씨 홈그라운드인 드라마계에서도
나 진짜 쪽팔렸었거든요
근데
내 홈그라운드인 라디오계에서도
지금 엄청 저 쪽팔리니까
좀 가요
여기 내 아지트니까
네?
좀 가라고요
[눈물 참으면서] 아...
좀 가라고 이거 지수호 씨 명대사인데
여기서 내가 하네요
'가라니까, 그만 가라니까, 제발'
'아, 재수 없어'
울어요?
울긴 누가 울어요? 이상한 소리 하고 있어, 진짜
내가 이런 일로 울 약해빠진 애가 아니에요, 내가
[울먹이면서] 그런 애가...
내가 라디오 한다고 하면
송그림 씨 안 울 수 있어요?
[흥미진진하고 잔잔한 음악]
내일 집으로 와요
네?
계약서 쓰자고요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
[신나게 계단 내려오는 소리]
[문 드르륵 닫힌다]
[신나게] 오, 맨
[손뼉 치며] 오케이, 헤이, 헤이!
(제이슨) [손뼉 치며] 헤이, 헤이, 맨!
어,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싸가지가
있지, 있지, 아주 올바르게 있지
내가 뭐 한 가지만 묻자
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백 개도 물어봐
내가 왜 라디오를 한다고 했을까?
응?
너 라디오 해?
몰라
야, 야
[달칵 문 열고 들어오는 발소리]
너 라디오 진짜 한다고 했어? 논개 여사 때문에?
아니, 무슨 송그림 때문이야, 그게
아, 브라보
너 지금 나한테 감정 표현 같은 거 한 거야, 혹시?
- 네가 자꾸 말도 안 되는 소리... - 뭐가 말이 안 돼?
내가 아는 지수호는 절대
데일리 프로그램 같은 걸 할 리가 없는 캐릭터인데
심지어 365일 생방송 같은 걸
할 리가 없는 캐릭터니까
심지어 대본 없이 대중들과 격의 없는 대화 같은 걸 할 리가
없는 캐릭터니까
(제이슨) 내가 알고 있는 라디오는 대략 이런 건데...
네가 이걸 하겠다는 거잖아
(제이슨) 와, 근데 논개 여사 대단하네
와, 존심 상해
아, 지금 내가 몇 달을 공들여도 철벽 치던 지수호가 지금...
단 며칠 만에 논개 여사한테 허물어진 거야? 하
아, 더럽게 존심 상해
[멀어지는 발소리]
[경쾌한 음악]
[물 졸졸 따르는 소리]
(수호) 내가 라디오 한다고 하면
송그림 씨, 안 울 수 있어요?
계약서 쓰자고요
아니...
진짜?
진짜로 지수호가 라디오를 한다고?
[헛웃음]
[스위치 껐다 켜는 소리]
[스위치 껐다 켜는 소리]
[스위치 껐다 켜는 소리]
[스위치 끄는 소리]
[스위치 켜는 소리]
[약한 한숨]
(국장) 진짜 지수호가 디제이 한다고? 확실해?
진짜 지수호가 데일리를 하겠대?
너, 그 데일리라는 말 정확하게 전달했어?
아이, 모르겠지
그냥 막 일주일에 한 번 녹화하는
예능 같은 그런 형식으로 알고 있는 게 아니고?
진짜?
네
아, 근데 국장님 아직 계약서 쓴 건 아니고...
[서류 흔드는 소리]
딱 잡아 와, 무조건 잡아 와 당장 잡아 와
[서류 바스락거리는 소리]
어떻게든 잡아 와
아유
너무 속보인다
어제까지 미친 듯이 열 내던 분 맞나?
아이, 확!
송 작가, 뭐 해?
(국장) 어여 일어나 가야지, 어여 일어나
- (이강) 야, 같이 가자 - (국장) 에!
가긴 어딜 가?
네가 가긴 어딜 가?
넌 가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돼
깡똘, 넌 그냥 앉아있어
네
가
[어색한 웃음소리]
네, 그럼 저 혼자 슝 잘 다녀오겠습니다
(국장) 송그림!
네?
도장 꼭 찍어 와
도장 찍어오면 내가 너...
메인 시켜...
줄지 말지 정할 거니까
오케이?
[어색한 웃음소리]
네
- 다녀오겠습니다 - (국장) 그래, 그래, 가
(국장) 아자, 아자! 화이팅!
그래그래, 하
(국장) 갑자기 기도하고 싶어지네
나마스테, 나마스테
[경쾌한 음악]
[탁 멈추는 소리]
아, 잠깐만
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하아...
[뛰어가는 구두 소리]
[차 문 여닫는 소리]
와, 진짜 송그림
너 자존심 같은 거 진짜 없지? 그렇지?
아니, 어떻게 오란다고 그 수모를 당하고 여기를...
또 와, 응?
근데...
나만 좋자고 지수호한테 라디오 하자는 거 아니고
진짜로 지수호 씨한테 라디오를 소개해주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그렇지?
그래, 내리자
어우
잠깐, 송그림 팩트를 한 번 점검해보자
[털썩 넘어지는 소리]
죄송해요, 다리가 너무 길어서
지금 일부러 다리 걸지 않으셨어요?
아니, 설마요
그날은 정말 다리가 기셔서 그랬던 거잖아?
'지금 일부러 거셨어요?' 했을 때
'설마요' 했잖아
'설마요' 했는데 그렇게 오해하는 건 송그림 네가 정말 잘못하는 거야
[삐 효과음]
[굴러가는 듯한 음악]
(그림) 감사합니다
봐봐, 날 구해주신 고마운 분이기도 하고
재미있을 것 같네요
라디오 하면 작가랑 호텔도 오고
전 작가랑은 한 번도 안 와봐서요
그건... 지워
그건 기억에서 지우자
하아...
[차 문 여는 소리]
[삐 문 여는 소리] 뜨아
깜짝이야
뭐야? 무섭게
[끼익 문 여는 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수호 씨도 잘 아시겠지만
라디오가 우선은 데일리 방송이에요, 그건 아시죠?
데일리라는 건 1년 365일 하루 2시간씩은
무조건 시간을 빼셔야 되는 거고요
그리고 보이는 매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기대한 만큼 이슈가 되진 않을 거예요
그리고... 사실 출연료도
지수호 씨가 만족할 만큼
드릴 순 없는데
그래도 하신다니 감사합니다
[서류 뒤적이는 소리]
[휙 서류 미는 소리]
[서류 바스락거리는 소리]
이건?
계약서요
계약서요?
읽어 보고 감사할지 말지 결정해요
[서류 집어넣고 다른 서류 꺼내는 소리]
[서류 뒤적이며 꺼내는 소리]
[종이 펄럭 넘기는 소리]
(수호) 1, 생방 불가, 백프로 녹음 방송으로 진행한다
2, 코너, 원고, 게스트에 대한 권한은 지수호에게 있다
3, 언제든지 지수호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다
4, 지수호가 하는 말을 송그림은 거절할 수 없다
지금 이게 무슨...
아니, 이게 말이 돼요?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고요
아니, 그...
라디오의 미덕이 생방인데
생방을 못하겠다고 하시면...
전 제대로 완벽하게 갖춰진 무대에서만 하고 싶습니다
아니, 코너, 원고 게스트에 대한 권한은
피디님과 스태프들이 다 같이 결정하는 건데
그 결정을 제가 하겠다고요
언제든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둔다니요
(그림) 이게 라디오가 한 번 시작하면
몇 년씩 장수 프로그램으로 기획이 되기도 하고요
우선 최소가 1년인데
우선 한 달 해보고 연장할지 말지 결정하죠
아...
아니, 근데 이건 무슨?
무슨 노예 계약도 아니고
그럼 검토해보시고 연락주세요 저는...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 이만...
우선 알겠습니다
피디님과 상의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종이 넘기는 소리]
그럼 저희 계약서도 한번 읽어봐주세요
[종이 바스락 소리와 계단 내려오는 소리]
(그림) 아, 근데 지수호 씨한테 어떻게 연락드리면 될까요?
- 휴대폰 없으... - (제이슨) 내 번호 알려줄까?
아...
(그림) 아, 네
[저쪽으로 가는 발소리]
[삑삑 휴대폰 번호 누르는 소리]
[통화 연결음 신호 가는 소리]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먼저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종이 바스락 소리와 가방 챙기는 소리]
안녕히 계세요
(그림) 안녕히 계세요
[멀어지는 발소리]
[털썩 앉는 소리]
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완전 나...
[떨리는 목소리로] 나 막... 막 설렌다
네가 저 논개 여사 앞에서 또 앞으로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막 생각만 해도 여기가 막 여기가, 으으으
근데... 만약에 저 논개 여사가
네 계약서대로 진행하겠다고 하면 너 어쩔 작정인데?
하겠냐, 너 같으면
- 하지, 나라면 - 뭐?
너랑 일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웃으면서]
아, 나 진짜 계약서에 꼭 도장 찍어줬으면 좋겠다
[제이슨 신나 하는 웃음소리]
[휙 일어나는 소리]
[문 열고 쾅 닫는 소리]
야, 네가 왜 성질내는지 모르겠는데
너 성질내는 거 완전 섹시하다! 어?
[철컹 문 닫는 소리]
[경쾌한 음악]
[또각또각 구두 소리]
하아...
내가 지금까지 만난 디제이 게스트 놈들
갑질이 다인 줄 알았는데
톱스타 갑질은 무려 이 정도구나
(그림) 내가 스케일이 너무 작았네
[혀를 차며] 와
[또각또각 구두 소리]
어, 막내, 너 왜 얼이 빠져 있어?
(이강) 그건 또 뭐야?
- 저기, 피디님 - 지수호 한대?
한다긴 한다는데...
왜? 갑질하디?
프로그램, 게스트, 원고 자기 맘대로 하겠대?
- 어떻게 아셨어요? - 생방 안 한대?
헐?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야, 내가 스타 데리고 라디오 하루 이틀 하냐?
줘봐
아, 어떡해요, 아이
[팔락 서류 넘기는 소리]
[팔락 서류 넘기는 소리]
괜찮아, 그냥 도장 찍자고 해
에?
방송국 와서 계약서에 도장 찍자고 해
아니, 진짜요?
- 우리 생방 안 해요? - 하지
아니, 지수호가 막 한 달 하고선 안 한다고 진상부리면요, 네?
나 이강이야 [웃으면서]
아니, 근데 막내
너 진짜 어떻게 지수호를 꼬셔오냐?
진짜 꼬시는 거 하나는 천잰데?
그리고 걱정하지 마
지수호 꼬셔왔으니까 내 메인은 너야
[기분 좋은 웃음]
(이강) 전 데일리 안 합니다
야 [황급히 걸어 나오며]
너, 너, 너 [서류 펼치며]
[톡톡 서류 치면서] 데일리를 안 하겠다는 말이야?
데일리 하다가 망해요
안 망하려면 데일리에 두 팀 들어가면 됩니다
여기, 승수, 라희 팀이랑 같이
- 오붓하게 우리 두 팀 - 허
월, 수, 금, 그쪽 화, 목, 토, 우리 쪽
청취율 지는 쪽이 일요일도 하고, 어때요?
(이강) 아니
매일매일 때우는 방송 말고
한 버을 하더라도 제대로 하자는 겁니다
진하게 잘 준비해서
그러니까 뭐... 프로그램 배틀이라도 붙자는 거냐?
[주먹 치면서] 그렇지, 뭐 그렇게 이름 붙여도 좋고요
요즘 미디어 시장이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데
라디오도 안 되는 이유가 있으면
되는 이유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탁 치면서] 라디오가 왜 안 되냐고요?
그, 뭘 안 해봤으니까
뭘 도전을 안 해보니까 그래서 안 되는 거예요
[한숨 쉰다]
[익살스러운 음악]
하자
[땡 효과음]
[탁 뛰어와서 잡는 소리]
야, 이 자식아, 이게 말이 되냐?
뭐, 배틀을 해?
어
나마스테, 인사 먼저
'나마스테'고 자시고 야, 이 자식아
아니, 왜지?
왜 화가 나셨지?
나 도통 이유를 모르겠는데
네가 날 밑으로 생각해서
네 따까리로 데려가려는지 모르겠는데
[비장한 음악]
이봐요, 동기님
그...
따까리가 아니라
같이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제안을 드리는 건데요
마침 잘리시기도 하셨고
라디오 판에서 말이야
한 번 쯤은 날 이겨야 될 거 아니야
(이강) 어?
[웅장한 음악]
[덜컹 문 떨어지는 소리]
[쨍 칼 부딪히고 털썩 넘어지는 소리]
[서로 기합하며 쨍, 쨍, 칼 부딪히는 소리]
[칼 휘두르는 소리]
[슝 칼 휘두르는 소리]
[휘릭 옷깃 날리는 소리]
[쨍 칼 부딪히는 소리]
[휙 칼 휘두르는 소리]
[휘릭 옷깃 날리는 소리]
[퍽 치는 소리]
(수호) [헉헉대는 숨소리]
똑똑히 듣거라
다음 번엔 이 칼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탁 치는 소리]
마지막 경고이니라
[박진감 넘치는 음악]
[퍽 차는 소리]
(진수)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
뭐야, 수호 씨, 갑자기 [기침하면서]
(진수) [숨 내쉬며]
나 지금 어이가 없네, 응?
뭐야, 기자 부를까? 미쳤어? 응?
그럼 난 경찰을 부를까 봐
- 뭐? - 한 번만 더 이딴 짓 했다가는
진짜 죽여버린다
(수호) [한숨 쉰다]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
(감독) 컷!
[탁탁 옷 털어주는 소리]
[턱 어깨 치는 소리]
- 수고하셨습니다 - (감독) 어, 수호 씨
(감독) 어, 눈에서 아주 그냥 레이저가 쭉스쭉스
카리스마 작렬이야 [웃으면서]
- (감독) 카메라 리와인드 해줘 - (스태프) 네
[경쾌한 음악]
(수호) 1, 생방 불가 100% 녹음 방송으로 진행한다
(그림) 녹음도 녹음 나름의 미덕이 있다
안정적이고 정신 건강에 좋다
(수호) 2, 코너, 원고 게스트에 대한 권한은 지수호에게 있다
(그림) 지수호가 톱스타니까 게스트도 톱일 거다
우리한테 100% 좋다
(수호) 3, 언제든지 지수호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다
(그림) 안 그만두게 열심히 만들면 된다
열심히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수호) 4, 지수호가 하는 말을 송그림은 거절할 수 없다
(그림) 잘 들으면 된다
경청은 관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나지막이] 좋아
[통화 연결음]
[휴대폰 벨 소리]
[목 가다듬는다]
[장난스럽게] 누굴까?
아, 안녕하세요
저 라디오 작가 송그림이라고 합니다
아, 이 번호가 논개 여사 번호였구나
(제이슨) 아니, 근데 나한테 전화했다는 건, 뭐
네, 지수호 씨 계약 건으로 전화드렸고요
(그림) 피디님과 상의한 결과
지수호 씨 계약서 조항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지수호 씨 스케줄 언제 괜찮은지 말씀해주시면
국장님께도 보고하고요
어, 라디오국에 오셔서 계약서 사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제가 그거 지수호 씨한테 잘 전달하겠습니다
(제이슨) 아, 예
[제이슨 휘파람 소리]
[제이슨 휘파람 소리]
[문 쾅 닫히는 소리와 초조한 발소리]
[덜컥,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
휴대폰 좀 빌려줄래?
빌려주면?
- 상담, 콜? - 아, 빨리
[음흉한 웃음소리]
기획실장님 이하 작가님 두 분도 내일 회의실에서 뵐게요
제가 부탁드린 자료도 검토해주시고요
네
[통화 종료음]
(직원1) 이강 피디고요, 나이는 34살
라디오국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기획하는 프로마다 청취율 1위
(직원2) 2011년, 2013년 두 번이나 방송대상 받았고요
(직원3) 성격은 엄청 까칠하고 포악한 거로 알려져서
2년 전에는 강제 휴가받아서
인도에서 장기간 여행하고 돌아왔다는데요
그래서 들어가실 프로그램이 어떻게 기획될지
(직원2) 어떤 대본을 써드려야 할지 또한 감이 안 잡히는데...
다음요
(직원1) 4년 차 서브 작가인데
아직 송그림 작가님의 원고라고는 입수할 만한 게 없어서
따로 구하진 못했고요
워낙 섭외 잘하는 거로 유명해서
송혜교, 손석희, 김수현까지도
라디오 게스트로 섭외한 적이 있습니다
(직원2) 그래서 이 작가님이 또 어떤 원고를 쓰실지
그래서 또 저희가 어떤 원고를 써드려야 할지
또한 감이 안 잡힙니다
그럼 일단 방송국 갔다 와서 마저 듣죠
그리고 저 라디오...
작가님들 대본 갖고 들어갈 겁니다
그러니까 준비 시작해 주십시오
- 네 - 네
[똑똑 노크 소리]
[달칵 문 열리는 소리]
방송국 가시기 전에 대표님께서 잠깐 들렀다 가시라고
[찻잔 탁 놓으며] 대표님
저 지수호 라디오 게스트로 꽂아주세요
무슨 소리지?
[애교스럽게] 음
무슨 소린지 꼭 알아들으셨으면서 한 번 더 묻는 거
그거 진짜 별로예요 사람 빡만 치고
수호랑 예전에 아역상 같이 받았던 인연도 있고
10년 만에 같이 라디오로 재회하는 거
나쁜 그림 아니잖아요
우리 둘이 꼭 묶어서
(태리) 기사 많이 많이 써주실 거죠 대표님?
이 사진 대표님한테 먼저 가져왔잖아요, 제가
이래 봬도 되게 의리 있는 애예요
(태리) 그러니까 대표님도 저한테
의리 같은 걸 좀 보여주셔야 되는 거 아닌가?
네 뒤에 누가 있는데?
[앙탈스러운 웃음]
아, 있긴 누가 있어요 대표님도 참...
(태리) 아니, 그냥...
제가 밥을 먹으러 가면
저들이 꼭 밥을 먹으로 오고
(태리) 제가 옷을 사러 가면
꼭 다슬이가 옷을 사러 오고
근데 대표님 남편분이...
계산을 하고 계시고
(태리) 그래서 알게 된 거죠, 뭐
(주하) [웃음소리]
수호랑 라디오만 같이 하면 되는 거야?
에이, 그거면 되겠어요?
우선 첫 번째 딜은 그거예요
[후룩 차 마시는 소리]
[찻잔 탁 내려놓으며] 저 먼저 가볼게요, 대표님
[어이없다는 코웃음]
[또각또각 구두 소리]
(태리) 어, 안녕
사람이 '안녕' 하면 너도 '안녕' 이렇게 인사 좀 하지??
앞으로 우리 자주 보게 될 텐데
[문 여닫는 소리]
아저씨도 안녕
아, 진짜 인사 좀 하자
스타나 매니저나 아주 쌍으로 쌩을 까시네
근데 아저씨
나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
좀 진부한 대사긴 한데
우리 옛정을 봐서 말이야, 응?
라디오라니
진짜? 후회 없겠어?
후회할 수도 있겠죠
한번 해봐
하고 싶은 건 해봐야지
그리고 이제부턴 비즈니스 얘기인데
(주하) 내가 너의 선택을 존중해줬으니까
너도 나의 선택을 존중해줬으면 좋겠어
비즈니스엔 기브 앤드 테이크가 기본이니까
굳이 꼭 그 영화를 찍어야 되겠습니까?
(주하) 근데 그건 알지?
[긴장감 있는 음악]
네가 선택한 일엔 언제나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는 거
그리고 네가 선택한 일엔...
수많은 사람의 인생이 달렸다는 거
- 그러네요 - 그래서?
대표님 말씀대로라면
제 선택에 수많은 사람의 인생이 달렸다는데
꼭 해야겠네요, 라디오
[긴장감 있는 음악]
[덜컥 문 닫히는 소리]
[찻잔 탁 내려놓는 소리]
[부릉 차 오는 소리]
[정차하는 소리]
[차 문 열리는 소리]
(그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셨어요, 지수호 씨?
안녕하세요, 송그림 작가님
네, 안녕했어요, 덕분에
[경쾌한 음악]
가시죠
(제이슨) [휘파람 소리]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음) 정원 초과입니다 [삐 소리]
(안내음) 정원 초과입니다 [삐 소리]
(안내음) 정원 초과입니다 [삐 소리]
제가 내리겠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내릴게요
아뇨, 제가 내릴게요
(여직원) 지수호다!
여기입니다
국장님이랑 방송국 본부장님부터 임원분들까지 오셨대요
그래요?
네, 그리고 예능이랑 드라마국 국장님도 오셨다고 하시는데...
들어가시죠
네
로비에 있을게
어딜 가?
- (제이슨) 아니, 김 실장 - (김 실장) 와
(제이슨) 아니, 지금 일을 해야 되는데...
[문 덜컥 열며] 국장님, 지수호 씨 오셨습니다
[반가운 말투] 잘 왔어요, 지수호 씨
(국장) 우리 잘해보십시다
[확 끌어안으며 등을 탁탁 두드린다]
[톡톡 등 두드린다]
[톡톡 등 두드린다]
자, 그럼 지수호 씨
뭐, 물론 형식적이지만 우리 둘이서...
이 계약서에 도장 꽝 찍고
우리 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우리 라디오국의 발전과
- 미래에 대해서... - (수호) 계약서는
송그림 작가랑 단둘이 썼으면 하는데요
전 송그림 작가의 끈질긴 열정과 라디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제 마음이 움직였거든요
그래서 송그림 작가랑 단둘이 계약서에 사인하고 싶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그래, 오케이
[짝짝 박수 소리]
(나지막이) 가, 가
[통통 튀는 음악]
[띵 효과음]
여기가...
네, 작가실입니다
아...
여기 청소도 하고 다시 세팅할 거고요
지수호 씨가 들어오실 때쯤이면 아주 광나게 바뀌어 있을...
(수호) 프로그램 월간, 주간 일간 기획서랑 원고
일주일 전에 꼭 받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밝은 음악]
네?
아니...
그게 그렇게 라디오가 진행되지가 않...
안 될까요?
안 되면 또 안 하시려고요?
'송그림 계약서' 4조항에 보면
송그림은 지수호가 하는 말에 무조건 따른다, 있죠?
'송그림 계약서'요?
그 계약서대로 계약하시겠다면서요
(수호) 저는 송그림 작가님만 믿고
그 계약서 조항에 따른 계약을 하러 온 건데요
저기요, 지수호 씨
지금 저 또 협박하시는 거예요?
[코웃음 치며] 하, 협박이라뇨
아니 어떻게 이런 표정에 이런 대사를 하는 상황이
협박일 수가 있죠?
협박이 아니라 부탁입니다
제가 라디오라는 매체는 좀 생소하기도 하고
송그림 작가님도 아시다시피
제 말과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이 좀 많다 보니까
그러시죠
제가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그래서 작가님 도움이 더욱더 필요하고요
여기까지 합의가 되시면 사인할까요?
네
[휘릭 계약서 넘기는 소리]
[서류 넘기는 소리]
(수호) [콜록, 콜록 기침 소리]
[재채기하고 코 훌쩍이는 소리]
아
제가 꼭 청소를 잘해놓겠습니...
[기침 소리]
가보겠습니다
[탁 의자 밀고 일어나는 소리]
나마스테
이강입니다
지수호입니다
- 피디입니다 - 지수호입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절 믿으세요
저 이래 봬도 방송대상 두 번이나 받은 놈입니다
지수호입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이번 주말에 뭐 해요?
- 네? - 주말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요?
(이강) 아
우리 작가랑
나 피디랑
그리고 우리 디제이랑 코너 기획 회의해야죠
죄송하지만 따로 시간 내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방향이랑 기획서 나오면 회사로 연락 주십시오
[허탈한 효과음과 이강 헛웃음]
어우, 추워
[다다다 달려가는 소리]
저기요, 지수호 씨
그...
제가 마지막 말을 못 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부탁드립니다
진짜 지수호 씨가 '라디오 잘했다' 생각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림) 지수호 씨가 꼭 라디오 좋아하도록 노력할 거예요
저 믿고 라디오 선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종종 달려오는 발소리]
계약서 좀 보여줘 봐
- 네? - 지수호랑 너랑
어떤 조건으로 계약했는지 좀 보자고
아, 그게...
그냥, 뭐...
송그림아, 너랑 나랑 배틀 붙는다더라
너 그거 알았냐?
아, 이강 피디님한테 들었습니다
네가 나랑...
[헛웃음]
붙을 감이 되니...
(라 작가) [깊은 한숨]
자신 있어?
자신은요, 그냥 열심히 하는 거죠
작가님, 전 그럼 열심히 원고 쓰러 가보겠습니다
[깊은 한숨]
[경쾌한 음악]
[탁 발 치는 소리]
너 AD 할래?
[탁 올라오는 소리랑 놀라는 소리]
너 할래?
[음흉하게 웃는 소리]
[신음하며 탁 내려온다]
아, 아
야, 너 할래?
(이강) 기상
- 왜? - 기상!
[소리 지르며 일어난다]
[딸국질 소리]
너 왜 그거 베고 자?
[밝은 음악]
아
제 인생의 스승님들이십니다
잠잘 때라도 이들의 천재적 감수성을 받으...
이게 네 인생의 스승님들이셔?
네, 죄송합니다 제가 다음부턴 절대 안 베고...
합격
네? 갑자기 뭘...
- 너 이번에 나랑 하자 - 잠깐, 잠깐만요
[소리 치며] 잠깐, 야, 야, 야!
이 망한 코너 애들은 다 이유가 있는데
그건 다 너희들이 경험해봐서 아는 것들이야
첫째, 다른 코너 짜깁기하지 마
둘째, 음악으로 바르려고 하지 마
셋째, 청취자 의견 무시하지 마
그리고 이제 우리 같은 팀이 됐으니까
서로의 필살기를 알아야 최대한 능력치를 발휘할 수 있어, 그렇지?
그래서 너
너
탑재한 필살기가 뭐야?
[의미심장한 음악]
[또르르 굴러가는 효과음]
일주일 준다 일주일 안에 세팅해 와
(이강) 어떻게든 찾아 와
뭐?
- [조용히] 필살... - 더 크게!
- 필살기 - 필살기요
[소리 치며] 필살기!
[실없는 웃음]
이놈의 새끼, 너 진짜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이강) 장난해, 지금?
[콜록 사레들린 기침 소리]
강아지 키웁니까?
네, 저 강아지 키웁니다
예
인도의 수도가 어디입니까?
나마스테
며칠 동안 안 씻어 봤어요?
감사합니다
피디님, 작가님, 제가 이거 써왔는데 한 번씩 봐주세요
- 집에 강아지 키웁니까? - 아뇨, 안 키웁니다
[신나는 음악]
합격
- 내일부터 같이 일할 수 있죠? -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 모두 짠하자
[짠, 잔 부딪히는 소리]
근데 너
내가 AD로 뽑긴 했는데
넌 '죄송합니다'만 할 줄 알지 순발력이 떨어지잖아, 그렇지?
수습 잘 못 하잖아, 그렇지?
아, 내가 널 어떻게 믿고 가지?
그럼 뽑지를 말지
[술 따르고 탁 병 놓는 소리]
그리고 넌 작가가 글을 더럽게 못 쓰는데
이상하게 열정 돋아서 여기저기 사고만 치고 다니고, 그렇지?
아, 내가 널 어떻게 믿고 가지? 미치겠네
(그림) 아, 진짜
말 참 이쁘게 하고 앉아 계시네
근데 너 열심히 안 하고 대충대충 룰루랄라 시간 때우면서 하면
아오, 내가 어떡하지?
(그림) 아우, 피디님, 팔 아파요
이제 짠 해요, 응?
[탁 병 놓는 소리]
개판 다 한 번씩 쳤던 전적이 있고
전 프로 시원하게 말아먹었던 전사 있고
(그림) 아니
네가 한 번 더 반복 안 해도 맘 아파
지금도 충분히
그러니까 우리 다 같이 살자 알겠지?
진짜 내 부스 안에서 자기 몫 못 하고 진상 떨면...
[섬뜩한 웃음소리]
너희 진짜 아주 죽여버린다
(이강) 응?
그리고 마지막으로
져도 좋은데
잘 싸워보고 지자고
(이강) 오케이?
[이 악물며] 오케이?
- 네 - 네
자
[짠, 건배하는 소리]
[탁 잔 놓으면서] 캬아
[또각또각 구두 소리]
[사람들 환호성]
[폭죽 펑 터트리면서] (사람들) ♪ 축하합니다 ♪
[사람들 박수 소리] ♪ 당신의 메인 입성 축하합니다 ♪
[사람들 환호성과 박수 소리]
(사람들) - 장해 - 축하해
(사람1) 너무 잘했어
(사람들) - 축하해 - 축하해!
화이팅!
- 열심히 해, 우리 딸 - 고마워
- 엄마 - 응?
별 하나도 없는 깜깜한 밤인데
저기 보름달 떴다
내 얼굴만 한 보름달
그럼 엄청 주먹만 하겠네?
에이, 엄마도 참
내가 좀 얼굴이 주먹만 하긴 하지?
[둘이 깔깔 웃는다]
아
소감이 어떠십니까 송그림 작가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통틀어서
우리 딸 유일한 꿈이었잖아
라디오 작가 되는 거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실감도 잘 안 나고
[흐뭇한 웃음소리]
근데 엄마 나 진짜 열심히 할 거다
엄마가 매일 듣는 라디오
내가 진짜 열심히 한번 만들어 볼게
흠, 그래?
그럼 엄마도 진짜 열심히 한번 들어볼게
[살며시 웃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전화기 드는 소리와 계속 울리는 전화벨 소리]
여보세요?
네, 맞는데요
어디라고요?
[한숨 쉰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
[파일 슥 미는 소리]
이건...
저희 JH는 자체 계약서가 따로 있어요
잘 읽어보시고 사인해주세요
아
[덥석 집는 소리]
[서류 넘기는 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주하) 지수호 씨 스케줄은 내년 하반기까지 꽉 짜여 있어요
그래서 매일 2시간 투자는 어마무시합니다
그래도
지수호 씨께서 꼭 하시겠다고 하니
저희는 어떻게든 완벽한 서포트를 할 작정입니다
원고도 보내주시면
아,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검증은 필요하니까요
[덜컥 문 열리는 소리]
제가 있어도 되는 자리 맞죠?
아니, 당사자도 없이 무슨 두 분이서 계약을 하시겠다고
원고는 저한테만 보내주시면 됩니다
[종이 세게 넘기는 소리]
(주하) 그리고 코너
게스트 검증도 부탁드려요
아, 네, 그건 지수호 씨 계약서에도 있는 조항인데
그것도 저한테만 허락받으시면 되고요
[계약서 탁 덮는다]
[계약서 쾅 내려놓는 소리]
그래서 작가님 대표작은 뭐예요?
작가로 상 받은 적은 있나요?
[난감한 듯이] 아...
아직
그리고 지수호 씨 소속사 입장에선 그것도 많이 염려가 돼요
그 좁은 부스 안에서 젊은 남녀가 함께 있다가
혹시라도 작가님이랑 열애설이라도 나면...
저번처럼 제 아들 집에서 송그림 작가를 또 뵙게 될까
(주하)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아
(그림) 아이, 그럴 일 절대 없습니다 절대, 절대요
그날도 사실 오해가 좀 있었고요
절대 네버, 지수호 씨랑 그럴 일은 절대 없습니다
여기서 제가 왜 '절대'를 붙이냐면요
지수호 씨잖아요
- 무슨? - 약속드릴 수 있어요
지수호 씨 같은 분한테 절대 반할 일 없어요
네버
(주하) 지수호 씨 같은 분이 어떤 분인데요?
저랑...
완벽하게 다른 분이시잖아요
아, 그러니까 그건 절대로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그럼 전 이만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약서 피디님과 잘 상의해볼게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탁탁 나가는 발소리]
[문 여닫는 소리]
간다고? 진짜?
안 가면, 뭐
진짜 치킨 장사하게?
나야 다른 방송국 프리로 가면 되지만
네 인생 불쌍해서 그래
'너'라고는 하지 말자, 쯧 [혀를 차며]
저쪽은 지수호가 디제이인데 뭐 어떻게 덤비려고?
허, 지수호가 뭐?
뭐?
아, 너 이강한테 쫄았구나
동기 주제에 매일 청취율로 발렸었잖아
[억울한 듯이] 아
넌 송그림 없이 어떻게 코너 꾸리려고 그러냐?
게스트발로 뭉갰었던 거 부정 못하잖아
그만하자
응?
(라 작가) 나 송그림한테 발리는 거 절대 용납 못해
너 똑바로 잘해, 이번엔
내가 이강한테 안 발리게 너 잘할 수 있는 거지?
진짜로?
[탁 잔 내려놓으며]
넌 네가 잘할 생각은 단 1도 없니?
어?
[헛웃음]
(그림) 아니되옵니다
지수호 씨,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아니, 땅을 빌려주시는 기간을 한 달로 정하시면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한낱 꽃을 피울 때에도 씨를 뿌리고 싹이 돋고
(그림) 물과 거름을 가득 담아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그 일이 어찌 한 달로 되겠습니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뭐, 그래도 땅을 빌리고 싶다면 지장을 찍고 아니면...
[종이 날리는 소리] 썩 꺼져라
지주님
(주하) 검증은 필요합니다 저는 떡을 썰 테니
작가님은 글을 쓰시죠
[탁탁 떡 써는 소리]
원고가 통과될 때까지
백 장, 천 장 계속해서 쓰셔야 합니다!
[탁탁 떡 써는 소리]
[종이 휙 낚아채는 소리]
불통! [종이 쫙 피면서]
불통! [종이 쫙 피면서]
[울먹이는 소리]
[종이 휘날리는 소리]
[파닥파닥 종이 날아가는 소리]
[파닥파닥 종이 날아가는 소리]
[놀라면서] 어!
[비몽사몽 목소리로] 안 돼! 어...
(이강) 뭐 하냐, 너?
[질질 다가가는 발소리]
[짐 탁 올려놓으며] 아
아니, 뭔 짐을 이렇게...
피디님
설마 지금까지 여기서 주무셨던 거예요?
응
인도에서 바로 와서 집 없어가지고
집 구했어요?
응, 좀 있다 보자
어? 좀 있다?
아
그럼 저 퇴근 안 하고 기다릴까요?
어차피 원고 쓰는 법도 배워야 되는데
아니, 집에 가
오늘부터 열라게 가르쳐 줄게
우릴 무시하던 놈들한테 본때를 보여줘야지, 그렇지?
오늘부터?
아, 이따 밤에 다시 여기 오실 거예요?
간다
[낮은 웃음소리]
[웃으면서] 뭐야
[같이 어색하게 웃는다]
[경쾌한 음악]
[끼익 문 여는 소리]
저기... 피디님?
지금 왜 여기에...
- 나 여기서 살아 - 언제부터요?
오늘부터
아
우리 24시간 같이 있자
같이 있으면 뭐라도 나오겠지 그렇지? 시간 없잖아
(이강) 그 이름하여 시간 열라게 없으니
24시간 작가와 피디가 모든 공간을 공유하는 컨셉
빠밤!
아니
음, 아니, 근데 이게...
너 나랑 24시간 같이 있는 게 그렇게 싫으냐?
네?
내가 너 작가로 막 부려먹으니까 막 성질나냐? 응?
작가가 말이야, 응? 작가가...
작가님, 넌 게시판 사연이 똥이야?
내가 네 엄마, 네 동생 [종이로 탁탁 치면서]
네 언니가 보낸 SOS라고 생각하라고 몇 번을 말했냐?
(이강) 내가 성실히 읽으랬지
[화난 말투로] 왜 매일 대충 읽냐고!
피디님, 말 함부로 하지 말죠
작가님이나 함부로 이따위 글 쓰지 마
(이강) 왜 매일 코너 계획이 다른 프로 짜깁기냐고!
[팍 종이 던지는 소리]
이렇게 다 베끼고 몰래 훔쳐서 개떡같이 라디오 만들고 싶어?
[한숨 쉬며] 야, 막내
- 네 - 너 내가 너도 작가라고 했지?
그렇게 심부름만 하다 언제 글 쓸래!
너 한 번만 더 내 눈에 빵셔틀 하는 거 보이면 죽을 줄 알아
너도 작가라고
(그림) 나한테 작가라고 불러준 첫 번째 사람
[짐 탁 내려놓으며] 콜해봐
지수호한테
네?
너 기획 회의 안 할 거야? 응?
(이강) 뭐, 시간 안 된다고 하면
아, 시간 안 되니까 가만히 앉아있어야겠다, 그럴래?
계약서를 썼으니까 계약서대로 부려먹어야지
누구를? 우리의 디제이를
그, 뭐...
모든 권한은 다 지수호한테 있다 그 계약서요?
근데 지수호 씨 이번 주 내내 스케줄 꽉 차 있다고 하셨는데
- 그래? - (그림) 응
그럼 이번 주 내내 스케줄 없는 우리가 움직이지, 뭐
어디서 스케줄 있다는데?
- 제가 전화 한번 해볼까요? - 응
근데 지수호 씨가 전화가 없어서
너 나랑 장난하냐? 그럼 뭐 어떻게 하겠다고?
하아
(제이슨) 수호 지금 코치하고 운동 중인데
그럼 지수호 씨 운동 끝나면 몇 시 쯤일까요?
어...
거의 끝날 시간이 되긴 했는데
그럼 30분 후에 전화드릴게요 지수호 씨 좀 바꿔주세요
응, 알았어요 [양념을 탁 놓는다]
[격렬한 음악]
[휙 공기 가르는 소리]
[기합 소리와 퍽 치는 소리]
[기합 소리와 퍽 치는 소리]
[기합 소리와 퍽 내리치는 소리]
[탁탁 치는 소리와 신음 소리]
[질질 슬리퍼 끄는 소리 쾅 문 닫히는 소리]
[달칵 문 열리는 소리]
[달칵 문 닫히는 소리]
무슨 전화인데?
나 통해서 올 전화가 한 명밖에 더 있어?
예
- (이강) 나가사키! 잘 먹을게요 - 맛있게 드세요
아, 네 지수호 씨, 안녕하세요
아, 근데 지수호 씨 휴대폰 대체 언제 사실 거예요?
아니, 지수호 씨랑 통화하려면 38선 건너는 것도 아니고
매일 매니저분 건너서 해야 되니까
아이, 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어, 여보세요? 지수호 씨?
말씀하세요
아, 다름이 아니라요...
지금 피디님께서 혹시 지수호 씨 시간 되시면...
기획 회의를 하자고 하시는데
[탁 잔 내려놓는 소리]
여보세요, 지수호 씨 듣고 계세요?
네
지금 혹시 시간 되세요?
아뇨, 내일 촬영도 있고 지금도 스케줄이 있어서 안 될 것...
아닌데, 수호 지금 촬영도 없고 내일도 스케줄 없는데
지금 푹 자려고 샤워도 하고 옷도 완전 편한 거로 갈아 입...
(수호) 송그림 씨 오늘은 우선 안 되니까...
지수호 씨, 우리 프로끼리 그러지 맙시다
지수호 씨 프로니까 제 말이 뭔지 아실 겁니다
그,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셨을 때는
분명히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그런 프로의 마음이 있으셨을 거잖아요
근데 솔직히 지금 지수호 씨는 전혀 프로 같아 보이지가 않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실까요?
그, 라디오는요
디제이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고요
뭐, 그렇다고 피디나 작가가 또 혼자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저희랑 소통을 안 하시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 않겠어요?
- 저희 회사에서 따로 연락을... - (이강) 회사고 자시고 됐고
지수호 씨 때문에 저희 프로그램 망하면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지수호 씨 그렇게 아마추어예요?
원래 모든 일을 이렇게 대충대충 합니까?
거기 어디입니까?
야
- 피디님 - 빨리 주소 불러줘
[한숨 쉰다]
[슬슬 정차하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탁 문 닫는 소리]
지수호 씨, 여기
[구두 소리]
아니, 그래서, 이 시간에 여기서 뭘 하자는 겁니까?
나마스테
(이강) 아니, 내가 우리 디제이님 얼굴 좀 뵙고 싶어가지고
제가 건방을 좀 떨었습니다만
근데 이렇게 바로 오실 줄이야
- 대놓고 나오라고 하셨잖아요 - 그러니까요
우리 디제이님은 프로시니까
저도 피디님께서 프로시길 한번 바라볼게요
뭐, 얼마든지
제가 이 시간에 이렇게 밖에 나와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아니, 왜요?
밖에 나오면 길을 잃어버려요?
밖에 나오면 천둥이 우르릉쾅쾅하고 때리나? 허
피디님, 저 싸우려고 온 거 아닙니다
나는, 그, 친해지자고 부른 건데
술 안 먹습니다
아니, 왜요?
뭐, 술 먹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안 되는 이유야 백 개도 넘죠
근데 그걸 피디님께 다 말할 필요는 없고요
에이, 말해주지
난 그런 거 듣고 싶어서 부른 건데
아니면, 뭐 여기 안주라도 먹어요 여기 진짜 맛있어
또 보쌈이 대박이야
기획 회의라고 듣고 왔는데
계속 이렇게 쓸데없는 말만 하실 거면
- 저 이제 그만 가봐도... - 안 되죠
[의미심장한 음악]
아이, 피디님, 왜 그래요
아, 우리 좋게좋게 친해지고 프로그램 얘기도 하고
야, 막내
우리 지금 좋게좋게 친해지고 있는 중이야, 그렇죠?
그, 나...
디제이랑 진짜 친하게 지내고 싶은 피디인데
근데 벌써부터 이렇게 디제이가 피디를 안 믿으면...
믿을 만하셔야 믿겠죠
[스릴 있는 음악]
제가 부스에 들어갔을 때
또 그렇게 사고 치고 떠나실까 봐 걱정입니다
아...
제 서치를 끝내셨습니까?
그럼 막내 서치도 하셨습니까?
했다면요?
[실없는 웃음소리]
(이강) 너무 좋죠
그렇게 서치하고 고민하고
저희를 선택하신 거라면 저희로선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만큼 저희를 믿어주신 거니까
(그림) 아, 진짜
이 망나니 시키 또 왜 이래?
고민해서 선택한 건 맞는데
그 고민에 피디님은 안 계셨거든요
[박진감 넘치는 음악]
(그림) 아, 진짜
이 톱스타 시키는 또 왜 이래?
그런데 오늘 고민이 무진장 되네요
저 그만 빠질까요, 피디님?
(이강) 무시무시한 을사조약에 따라 막내랑 전 이만 합숙을 하러
- 아니, 합숙을? - 지수호가 1박 2일 여행이라니
(제이슨) 그, 위대한 결정엔 언제나 송그림이 있더라고
아무래도 배에다가 노트북 가방 두고 온 것 같은데
- 동곡리 아직 멀었어요? - 막차 끊겼는데요
(그림) 여기서 오늘 자고가야 할 것 같은데
아니, 지수호 송 작가랑 같이 있대요?
줄곧 꿈꿨거든요
(그림) 나의 디제이가 나의 원고를 읽어주는
그런 아름다운 첫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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