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로맨스 4
고민해서 선택한 거 맞는데
그 고민에 피디님은 안 계셨거든요
[박진감 넘치는 음악]
그런데 오늘 고민이 무진장 되네요
저 그만 빠질까요, 피디님?
[껄껄 너털웃음 터트린다]
[탕탕 상 두드린다]
[계속 깔깔 웃는 소리]
합격
(이강) 아, 미안합니다
아니, 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무례함에도
화 하나 못 내는 팔푼이일까 봐
(이강) 실례를 좀 무릅썼습니다, 네
아니, 근데 우리 지수호 씨
이렇게 화도 내실 줄 알고
이 밤에 매니저 없어 혼자 나오시기도 하시고
제가 생각했던 분이랑 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게 싫다는 게 아니라 그래서 더 좋다는 말입니다
[헛웃음]
와, 누가 망나니 피디 아니랄까 봐
테스트를...
하신 겁니까?
아니, 테스트라기보다는
지수호 씨의 희노애락을 좀 알고 싶었던 거죠
희노애락이 없어 보이잖아요 이... 얼굴에
그, 방송 들어가면
돌발 상황도 많으실 거고
또 우리 디제이님 말발도 한번 보고 싶었고
아, 그래서? 제 말발은 어땠습니까?
제 말발도 합격을 받은 겁니까?
아, 진짜, 두 분 또 왜 그러실까?
근데 지수호 씨
전 그 지수호 씨가 쓴 '송그림 계약서'를 보고
(이강) 정말 감탄에 감탄이었습니다
와, 프로는 프로구나
역시 톱이 그냥 톱이 아니구나
이렇게 라디오 코너에 게스트에 원고까지
세세하게 관심을 가지면서
제대로 프로답게 임해주시려는 거구나
어떻게?
제 해석이 맞습니까?
맞다면요?
역시, 지수호 씨 프로네요
야, 막내 너...
좀 있다 원고 특강 안 받을 거야? 술이 넘어가냐?
- 네 - 가져와
[잔잔한 음악]
(이강) [잔 탁 내려놓으며] 아...
우리 정식으로 기획 회의 갑시다
프로답게
가죠, 프로답게
1박 2일로
1박 2일요?
네
아, 근데 지수호 씨 안 가면 막내랑 나랑 둘이 가야 되는데
(이강) 둘이 가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막내랑은 24시간 같이 붙어 있는데
[잔 탁 내려놓는다]
[병 내려놓는 소리]
[또각또각 발소리]
여기 2층이 우리 집
저기 1층이 저희 집입니다
아니, 요즘엔 피디랑 작가랑 같이 살면서 기획을 하나 보죠?
아, 3층에 방 하나 남는데 어떻게...
디제이님도 같이 살래요?
그럼 지수호 씨
우린 내일 기획 회의 가서 진하게 친해져보고요
(이강) 막내랑 전 이만 합숙을 하러
합숙요?
(이강) 하아... 그 무시무시한 을사조약에 따라
지수호 씨가 오케이 할 만한
코너랑 원고를 써드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강) 자, 가자, 막내
지수호 씨 배웅 좀 해드리고 올라갈게요
아니, 근데
왜 자꾸 막내라고 부릅니까?
송그림 작가님 이제 메인 아닙니까?
나한텐 영원한 막내라서요
[발랄한 음악]
[차 문 여는 소리]
[그림 달려가는 소리 차 문 닫히는 소리]
- 지수호 씨, 운전하실 수 있으세요? - 아니, 운전을 왜 못합니까?
아니, 아까 술 드시지 않으셨...
그쪽이 두 잔, 아니 한 잔은 피디님한테 뺏기셨으니까
한 잔 반 드실 동안에 전 안 먹었는데요
아, 네
아, 그리고 저희 피디님이 보기엔 좀 이상해 보여도
엄청 대단하시고 엄청 실력 있는 분이세요
- 그러니까 잘 믿고 따라오시면... - 누가 누굴 믿고 따라옵니까?
문이나 좀 닫아주시죠
네
그리고 내일 집 앞으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꼭 지수호 씨 모셔오라는 엄명을 받았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차 문 닫는 소리]
[부릉 시동 걸고 출발하는 소리]
아니, 왜 나만 보면 성질이야 진짜, 응?
[잔잔한 음악]
[우당탕, 급하게 계단 내려오는 소리]
그 예능 1박 2일처럼 막 복불복도 하고 그러나?
막 겨울 바다 입수하고 그러는 거?
- 어? - 아니, 그...
라디오 팀 1박 2일로 기획 회의 간다며
(제이슨) 나도 여러모로 준비 좀 해야지
장기자랑은 또 뭘 해야 되지?
네가 거길 왜 가는데?
어?
아, 환자랑 의사랑 친해지기 위해 나도 1박 2일을 동행할 예정이야
송그림이랑도 친해질 예정이고
- 뭐? - 아니...
지수호가 1박 2일 여행이라니 이야...
그 위대한 결정엔 언제나 송그림이 있더라고
[한숨 쉬며 일어난다]
내일 드레스코드는 뭐야?
[쾅 문 닫는 소리]
어, 고마워
(이강) 둘이 가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막내랑은 24시간 같이 붙어 있는데
저기 2층이 우리집
저기 1층이 제 집입니다만
막내랑 전 이만 합숙을 하러
[어이없다는 듯이] 아니, 합숙을, 거, 참...
[자조적인 말투] 뭐 하냐...
[스위치 끄는 소리]
[딩동, 초인종 소리]
하, 아니, 뭔 짐을 이렇게 어마무시하게
하, 타시죠
전 제 차로 갑니다
[트렁크 질질 끌면서] 그래, 좋다
저기... 아니 가는 길도 모르시면서
저희 가는 데 내비도 안 나온단 말이에요, 타시죠
[경쾌한 음악]
[탁탁 어깨 치는 소리]
아이, 빨리 와
[제이슨 휘파람 소리]
[제이슨 휘파람 소리]
아니, 그래서
-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겁니까? - 아유, 가보시면 압니다
[제이슨 휘파람 소리]
아니, 송 작가님, 그래서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냐고요
'1박 2일' 하러 가는 중이죠! 다 왔어요
1박 2일!
[제이슨 웃음소리]
1박...
미안, 미안해
(수호) 설마 우리 배 타고 들어갑니까?
- (이강) 지수호와 1박 2일! - (스태프) 1박 2일!
[이강 웃음소리]
- 사랑해요 - 같이 가요
(제이슨) 파는 거예요?
- (이강) 환영합니다 - (제이슨) 와, 좋다
- 살짝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 - 갑시다
[약한 한숨]
[뚜, 뱃고동 울리는 소리]
[찰칵, 사진 찍는 소리]
[찰칵, 사진 찍는 소리]
(그림) 지수호 씨, 혹시 멀미해요?
아까부터 미간도 찌푸리시고 안색도 창백하신데
아닙니다
그래도 이거 한 잔 받아요
(스태프) 괜찮아요?
(그림) 어
피디님
- 괜찮아요? - (제이슨) 이거 마시고
[우웩, 이강 신음]
(그림) 바늘, 바늘 어디 있어요?
여기?
[부스럭, 뭔가 꺼낸다]
[착 펼친다]
자
[탁탁 어깨 두드린다]
아고
[익살스러운 음악]
(그림) 좀 따끔해요, 응?
자
아
괜찮아요, 좀? [탁탁 두드리면서]
[제이슨 콜록 기침]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
(기자) 여기 좀 봐주세요
[박진감 있는 음악]
지수호가 라디오를 왜 들어가는 건데?
혹시 뭐 약점 잡힌 거 있나?
기자님은 왜 그런 거 나한테 물어?
저기 저 대표님한테 안 묻고
저 패밀리에 대해서 뭐 아는 거 없어?
왜 내가 뭘 알 거라고 생각하지?
우리 기자님께서?
우리 태리 씨가 지수호랑 십 년 지기 친구잖아
아역 시절부터
지수호 아역 시절부터 내가 매니저인데
나한테 물어보시든가
뭐가 궁금하세요?
뭐...
그래서 지수호 씨는 어디 있습니까?
(기자) 요즘 왜 행사에 참석 안 하시는지
가족 불화설이라든지 뭐, 이것저것 들리는 소문이
기자님
이것저것 들리는 소문대로 다 휘갈겨 썼다가
당신은 그날처럼 또 추락하는 거야
그나마 남은 한쪽 날개도 마저 꺾이고 싶으세요?
[웃음소리]
아무래도 뭔가가 있긴 있나 봅니다
남은 한쪽 날개도 꺾어버릴 만한
[잔잔한 음악]
다슬 씨
[긴장한 말투] 네?
수호랑 드라마에서 연기 호흡 어때요?
(주하) 괜찮아요?
네
다음에 식사 한 번 같이 해요
다 같이
[극적인 음악]
[또각또각 구두 소리]
어떡해?
잠깐만 제가 들게요
(기자들) - 뭐야? - 진태리야?
찍어요, 기자님들, 어서요
[기자들 어이 없는 웃음]
진태리 씨, 너무 깔짝댄다
대표님, 자꾸 안 기자가...
저한테 뭘 많이 물어봐요
막 쇼윈도 패밀리라느니
지수호가 왜 자꾸 행사에 안 나타나느니
이런 거?
근데 내가 알고 있는 걸 다 얘기하면
대표님 곤란해지신다요, 그렇죠?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
그래서 저 지수호랑 언제 붙여주실 거예요?
[살짝 웃음]
아니, 차 타고 배 타고
버스를 또 2시간이나 기다렸다가 탑니까?
아니, 왜요, 도대체 왜?
(이강) 여기 들어오는 배가 하루에 딱 한 번
버스 배차 시간은 2시간
기다림의 미학이 라디오의 기본 철학입니다
그 기본 철학을 우린 지금 몸소 체험 중이고
[발랄한 음악]
(이강) 라디오는 소리가 생명인 방송인데
그거 아십니까, 지수호 씨?
도시를 벗어나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소리들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런 거 느껴 보셨나 지수호 씨는?
차 소리, 알람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그런 거 다 떠나서 자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 말이에요
[사람들 소리 지른다]
(이강)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소리
그런 소리가 담기는 곳이 라디오입니다
(그림) 어, 지수호 씨 우리 숙소 거의 다 왔어요
빨리 좀 와요, 어, 차가워
[그림 웃음소리]
지금, 뭐... 어...
(그림) 내가 맞춘다, 어?
[까르르 웃는 소리]
(그림) 뭐예요?
[까르르 웃는 소리]
[퍽, 눈덩이 맞는 소리 깔깔거리는 웃음]
[까르르 웃는 소리]
[퍽, 눈덩이 맞는 소리]
나마스테
아유, 안 할게, 안 할게, 안 할게
(제이슨) 그만해, 그만, 미안해, 미안해
야!
너도 놀고 싶어 죽겠지?
(이강) 유후!
[강아지 멍멍 짖는 소리]
- (이강) 멋지지? - (서브 작가) 우와
(훈정) 좋다
근데 지수호 씨 필살기는 뭡니까?
- (서브 작가) 얼굴? - 미소?
- 연기? - (이강) 그 라디오 부스에서는
얼굴도 소용없고 연기도 하면 안 되는데
뭐 그거 말고 다른 거 없어요?
자, 그럼 짐 풀고
우리 지수호 씨가 좋아하는 기획 회의를 해보러 가자
야, 남자 이쪽, 여자 이쪽
네
[짝짝 박수 소리]
아...
[탁 트렁크 놓는 소리]
- 지금 여기가... - 남자 방이죠
오늘 이곳에서 다 같이 몸을 부대끼면서 하룻밤을...
(그림) [당황하는 목소리] 어, 어, 내 노트북 가방!
(서브 작가) 피디님!
- 어떡해 - (서브 작가) 어떡해, 피디님!
왜 그래?
[끼익 문 여는 소리]
피디님, 아무래도...
배에다가 노트북 가방 두고 온 것 같은데
그래서?
(그림) 제가 선착장 가서 찾아올게요
거기에 제가 지금까지 쓴 원고랑 자료랑 다...
같이 가
- 훈정아, 막내랑 다녀올 테니까 - (그림) 아뇨, 아뇨
모처럼 기획 회의 왔는데 저 빼고 진행하고 계세요
[끼익, 나무 밟고 가는 소리]
[전화 신호 가는 소리]
(그림) 아오, 밥팅이냐, 진짜? 어?
[전화 신호 가는 소리]
어, 네, 거기 청원 선박 맞죠?
노트북 가방 분실물 들어왔나요?
아, 모른다고요?
아, 진짜, 여기 택시도 없는데
[초조하게] 어떡하냐
[덜덜거리는 경운기 소리]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잠깐만요
[덜컥, 기어 바꾸는 소리]
지금 어디 가세요?
혹시 선착장 같은 데 가시는 길 아니에요?
어, 그럼 저 선착장 가는 어디 언저리라도...
가는 길 어디라도 좀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어, 아저씨, 제발요
타, 그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수호 씨
왜...
피디님 손 따주느라 가방도 놓고 오고
아주 잘하는 짓이네요
어, 아저씨, 잠시만요 지수호 씨 빨리 내려요
- 기획 회의... - 갈색 가방이죠?
- 앞에 이상한 인형 달린 거 - 네
피디님, 괜찮아요?
(수호) 그거 배에서 봤어요 두고 내리는 거
아니, 그거 보고선 그냥 내렸어요?
근데 지수호 씨는 왜 같이 가시는 거예요?
집에 가려고요
네?
[경운기 덜덜거리며 출발한다]
[끼익 문 여는 소리]
[덜컥 문 여는 소리]
야, 지수호
[경쾌한 음악]
[덜덜거리는 경운기 소리]
(그림) 아니, 집에 왜 가요? 배도 안 뜨는데
그리고 1박 2일 하러 왔으면 1박 2일 하고 가야죠, 네?
(그림) 엇!
[또르르 굴러가는 효과음]
감사합니다
(주하) 수호가 아직 어디 있는지 파악 안 됐나요?
(김 실장) 아직...
[들어오는 발소리]
김상수 감독 미팅 그대로 진행해
지수호 씨가 라디오 들어가면 스케줄을 다 조정해야 될 텐데요
괜찮을까요?
'괜찮을까요?'
라고 나한테 묻는 거야?
내가 다른 어떤 회사보다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데
왜 언제나 최고의 대답을 가져오지 못하는 거죠?
(주하) 두 분은
[약한 한숨]
당분간 진태리 쪽 좀 주시해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요 나가 봐요
네
수호를 라디오 그만두게 하려면
라디오에 끌어들인 송그림을 그만두게 하면 되는 거잖아
방법은 찾았어?
기획서에 적힌 걸 보면 수호랑 붙는 팀이 있던데
라라희 작가라고 했나?
(라 작가) 이강 팀은 기획 회의 갔다는데?
[종이 뒤적이는 소리]
[탁 파일 꺼내는 소리]
[탁 파일 놓고 약한 한숨]
우리는...
(라 작가) 컨셉을 뭐로 해야 되냐, 진짜...
너 디제이나 코너 생각해놓은 거 있어?
뭐, 있겠냐
[승수, 살짝 혀 찬다]
야
넌 기획력이라든가 추진력이라든가
아예 탑재를 안 했냐?
아, 호칭 좀...
제대로 하지, 응?
옛날 버릇 못 고쳤냐?
[승수, 혀 찬다]
옛날... 옛날 버릇 내가 한번 얘기해볼까?
(라 작가) 어?
[탁 서류 놓고 깊은 한숨]
나 요즘 그린 컬러 보면서 성질 죽이고 있거든
그러니까 우리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 응?
[전화벨 울리는 소리]
넵, 여보세요?
JH요?
[달칵 문 여는 소리]
[달칵 문 닫히는 소리]
[탁탁 뛰는 소리]
어, 혹시, 제가 배에 노트북 가방을 놓고 와서요
가로 50cm, 세로 30cm 정도 되고
그, 귀여운 인형도 하나 달랑달랑 달리고
아, 예, 잠시만요
- (아저씨) 여기요 - 감사합니다
[안도의 한숨]
아
아니, 진짜 하루에 배가 한 번만 뜨는 게 확실합니까?
네
아니, 그럼 급한 일이 생겨서
- 섬을 나가려고 하려면 어떡하죠? - 에이, 못 나가죠
[털썩 기대서 약한 한숨]
[탁탁 달려오는 소리]
아, 살았어요
지수호 씨가 읽어줄 원고 살았어요
[잔잔하고 밝은 음악]
그게 그렇게 귀한 거예요?
(그림) 아우, 그럼요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써온 원고들인데요
그리고 지수호 씨 첫 방 원고는 백업도 못 해놨었단 말이에요
살았어요
헤헤
[잔잔하고 밝은 음악]
근데...
지수호 씨 원래 집에 안 가려고 그랬죠?
네?
봐봐요, 짐도 없이 나왔잖아
(그림) 얘기 듣고 나 걱정돼서 나온 거죠?
아니거든요
가려고 했는데 배가 안 떠서 못 간 거거든요
(수호) 말도 안 되는 소릴...
어, 왔다
어, 지수호 씨 버스 왔어요
지수호 씨, 버스 엄청 오랜만에 타는 거 아니에요?
지수호 씨가 차 타고 다니거나 선팅된 밴 안에만 있으면
(그림) 이런 풍경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이런 풍경을 볼 기회가 언제 또 있겠어요?
그렇죠?
[잔잔한 음악]
[웃으면서] 치...
(그림) 라디오도 엄청 느리거든요
이렇게 천천히 달리는 버스처럼
저렇게 따라오는 노을처럼
느릿느릿
그래서 전 라디오가 좋아요
저, 기사 아저씨 혹시 여기 어디예요?
동곡리 아직 멀었어요?
응? 동곡리?
반대로 탔는데
반대편 노선은 막차 끊겼는데
네?
[경쾌한 음악]
[부웅 버스 출발하는 소리]
아, 이게 뭡니까, 도대체?
왜 그쪽이랑만 엮이면 자꾸 이런 일...
[호, 입김 분다]
[입김 불며] 지수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강 피디님한테 전화해서
고맙습니다
얼른 전화할게요
근데... 여기가 어디죠?
으악!
지수호 씨
[달려오면서] 괜찮아요, 지수호 씨?
아, 네, 네, 괜찮습니다
[확, 앉는 소리]
누구십니까?
왔나
인제 왔나?
(아저씨) 잘 왔다
내가...
이제껏 맨날맨날 기다렸다
[아저씨 흐느끼는 소리]
[아저씨 흐느끼는 소리]
[탁 액자 내려놓는다]
(그림) 네, 피디님
지금 지수호 씨랑 같이 있는데
사정이 생겨서 어딜 좀 들어와 있는데요
(이강) 야, 이 새끼야!
너 지금 몇 시야?
너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왜 휴대폰도 안 하고 이 새끼가 진짜, 이씨
죄송해요, 피디님
아니, 가방 찾고 버스가 반대쪽인 줄도 모르고
[한숨 쉰다]
너 지금 어디야? 당장 주소 대
아... 여기가
아, 잠깐만요, 피디님
[끼익 문 여닫는 소리]
- 갑시다 - 피디님, 잠깐만요
다시 전화 드릴게요
[통화 종료음]
그래도 할아버지한테 인사는 드리고 가야 되지 않을까요
아니, 못 간다, 못 간다!
못 간다, 못 간다, 못 간다, 응?
못 간다! 응?
너, 그때도 갔다 온다고 해놓고 지금까지 안 돌아왔다 아이가?
못 간다, 못 가!
들어가자
- 아저씨... - (아저씨) 들어가자!
(아저씨) 들어가
[막무가내로 확 미는 소리]
[어이없다는 한숨]
[다가오는 발소리]
아니, 지수호 송 작가랑 같이 있대요?
[성큼성큼 발소리]
아휴
(제이슨) 같이 있대요? 없대요?
(아저씨) 자
자
먹어라, 얼른
아참, 천천히, 천천히
(아저씨) 소금 찍어 먹고, 응?
천천히, 천천히 많이 먹어라, 응?
자, 야! [손 탁 치면서]
치워라, 이게...
너는 모가지 먹어라, 모가지
부드럽고 맛있다, 많이 먹어
(아저씨) 얼른 먹어 치워라, 이거
아니, 근데
할아버지 아들이랑 지수호 씨랑 그렇게 닮았어요?
아, 내 아들이다, 넌 참말로...
[헛기침하는 소리]
근데
너, 내 아들 여자친구야?
아뇨? 아뇨, 아이...
여자친구, 그런 거 아니고요
(아저씨) 그래? 자, 먹어라
간이 좀 맞나?
- 아, 네, 맛있습니다 - (아저씨) [웃음소리]
오늘 밤 자고 갈 거지?
(아저씨) 응?
아, 먹어라, 얼른
[쩝쩝 먹는 소리]
네, 피디님, 그래서 오늘 밤엔 자고 가야 될 거 같아요
네, 할아버지가 지수호 씨를 안 놔주기도 하고
또 여기 차편도 없고
아우, 죄송해요, 저 때문에 기획 회의도 제대로 못 해서
됐고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고 내일 보자
[통화 종료음[
[탁 휴대폰 놓는 소리]
지수호 씨랑 같이 있대요, 송그림?
[혀 차면서] 자
(이강) 자, 건배합시다!
[탁 잔 놓으며 살며시 웃음]
[신나는 클럽 음악]
[신음 소리] 아, 아, 아!
[털썩 앉는 소리]
나와
아저씨 드라마 너무 많이 봤다
너도 스타야
사진이라도 찍히면 어쩌려 그래?
찍히려고 혼자 논 건데 뭔 상관이야?
그래서 내가 부탁한 건 언제 들어줄 거야?
난 지수호 매니저야
- 근데? - 내 직함 앞에
지수호가 붙어
그럼 난 날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지수호를 위해 싸워
그게 내 역할이야
근데?
지금 지수호 어디 있는지 알지도 못하잖아
지수호 매니저인데
12년 전에 버렸잖아
진짜인가 보네
[잔잔한 음악]
아... 그럼 할아버지
라디오에도 계속 엽서를 보내신 거예요?
내 아들 찾아달라고 계속 보냈는데
이게 안 왔나? 응?
[아저씨 너털웃음]
아직 못 보낸 거
어우, 이걸 다 쓰셨어요?
(아저씨) 아
읽어줄 거지, 응?
그럼 전 이만 옆방으로 옮겨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 저기...
[아저씨 웃음소리]
안녕히 주무세요
[문 여닫는 소리]
[아저씨 웃음소리]
[아저씨 코 고는 소리]
[아저씨 코 고는 소리]
[슥 일어나는 소리]
[주섬주섬 일어나는 소리]
[쾅 문 여는 소리]
깜짝이야
아니, 뭡니까?
어, 지수호 씨
[달칵 문 닫는 소리]
여기서 뭐 해요?
아니, 막 자는데 이따만 한 바퀴벌레가 나와 가지고
잠이 홀딱 깼어요
그래서 원고나 좀 수정하려고
아니, 그래도 여기 이렇게...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아이, 무서워서 못 들어가겠어요
그럼 뭐, 지수호 씨가 좀 잡아줄래요?
미쳤습니까?
[웃으면서] 칫
아, 지수호 씨
- 왜요? - 이거 좀 읽어봐 줄래요?
지수호 씨 첫 방 원고 오프닝
[명함 꺼내서 탁 놓는 소리]
이런 사람입니다
아, 아이 참...
[헛웃음]
아니, 지수호 씨
[난감한 듯이] 아...
[서로 손뼉 치며 웃는다]
(제이슨) 아...
제가 이런 사람이라...
[한숨 쉬며 휙 명함 가져온다]
제가 더 궁금한데
지수호를 왜 디제이로 캐스팅하신 거예요?
지수호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그 아랍어 중에 '인샬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의 뜻대로
(이강) 뭐, 그렇게 만나게 됐달까
[살짝 웃는 소리]
근데 부스에 좀 모시고 싶은데
우리 입 무거우신 분
- 음? - 어
- 인샬라 - 인샬라
[둘이 서로 허허 웃는다]
[잔 탁 내려놓으며] 하
지수호 씨는 술을 전혀 못 하더라고요
[졸졸 술 따르는 소리]
[웃음소리]
[잔잔한 음악] ♪ 가리워진 길 ♪
[부스럭 잠바 벗는 소리]
[한숨 쉰다]
[트럭 다가오는 소리와 빵빵 경적]
[끼익 정차하는 소리]
[탁 멈칫하는 발걸음]
[잔잔하고 비극적인 음악]
[삐뽀삐뽀, 사이렌 소리]
[문 탁 닫는 소리]
[삐뽀삐뽀, 사이렌 소리]
[통화 연결음]
[전화 신호 가는 소리]
[흐느낌 참는 소리]
[부스럭거리며 일어나는 소리]
[탁 내려오는 소리]
어, 할아버지
지수호 씨 어디 있어요?
또 어디 가버렸다
말도 안 하고
[약한 한숨]
[탁탁 급하게 뛰는 소리]
어, 작가님!
[탁탁 뛰는 소리]
[가쁜 숨소리]
지수호 씨 없죠?
어제 잘 잤냐? 걱정 많이 했다
아, 근데 지수호 씨 어디 간 거지?
아니,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리 찾아도 없고
[가쁜 숨소리]
지금이 첫 번째 운행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뭐, 여기 섬에 남아있는 거 아니에요?
[얕은 한숨]
[통화 연결음]
아니, 근데
지수호 씨 왜 핸드폰 안 갖고 다니시는 거예요?
[전화 신호 가는 소리]
[전화 신호 가는 소리]
[도로 위를 달리는 차 소리]
핸드폰도 없는 놈이
내 번호는 기억하네
어떻게 기억을 안 해?
그날...
내가 형한테 몇십 번이나 전화했었는데
[잔잔한 음악]
[차 달려와서 정차하는 소리]
[문 열리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수호야
[삑삑 번호 누르는 소리]
내가 그렇게 싫으면
(김 실장) 내가 그만둘 테니까
다른 매니저 붙여
너...
매니저가 꼭 있어야 되는 배우야
괜히 나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지 말고
진짜?
진짜 그만두고 싶어?
봐
다음 질문에 바로 대답도 못 할 거면서
가요
[쾅 문 여는 소리]
[쾅 문 닫는 소리]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
[드르륵, 쾅 하며 문 닫히는 소리]
어, 오셨습니까?
30분만요
30분 후에 회의하죠
- 네 - 아, 네
[달칵 문 열리는 소리]
[달칵 문 닫히는 소리]
[탁 벽에 기대는 소리]
라라희 작가님께 서포트해드리려고 불렀어요
원하는 디제이라든지 게스트라든지
JH에서 적극 지원해드리려고요
왜, 왜죠?
광고라든지 협찬이라든지
전문적인 인력도 적극 지원해드리고요
그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이라면... 어떤?
한 달 생각하고 있어요
한 달요?
라희 작가님을 제가 서포트해드리면
한 달 안에 송그림 작가
그만둘 수 있을까요?
[의미심장한 음악]
수호가 웬만하면 라희 작가님 같은
경력 있고 인정받는 작가님이랑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라희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팔락 종이 넘기는 소리]
(직원1) 라디오 부스에 들어갔을 때 문제가 되는 사연들과
케이스별 대안 및 방송사고를 연도별로 정리한 자료입니다
이게 첫 방 대본이고요
[팔락 종이 넘기는 소리]
[드르륵 트렁크 밀고 오는 소리]
[손잡이 놓는 소리]
와, 진짜 이럴 줄은 알았다만
진짜 이러고 있으니까 열 받네
[성큼성큼 다가오는 발소리]
[화난 말투] 야, 넌 가면 간다고 말을 해야 될 거 아니야
내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
내가 너 휴대폰 샀으면 하고
바란 건 오늘이 처음일 거다 이 새끼야
[성큼성큼 멀어지는 발소리]
[쿵쿵 계단 올라가는 소리]
[달칵 문 열리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어, 그래요?
아, 다행이네요 걱정 많이 했는데
아니, 근데
왜 말도 없이 혼자 올라간 거래요?
(제이슨) 글쎄요
나중에 직접 물어봐요 논개 작가님이
아, 네
아, 그럼 지수호 씨 메일로
기획안이랑 원고 초안 보낸다고 좀 전해주실래요?
검토 좀 해주시라고요
네
[통화 종료음]
와, 지수호, 연구 대상이다, 어?
아니, 어떻게 좀 친해졌다 싶으면 하루하루 새로워져, 어?
어우
[잔잔하고 밝은 음악]
[팍 종이 떼서 접는 소리]
[달칵 문 여는 소리]
[달칵 문 닫는 소리]
23번째 수정 원고입니다, 피디님
줘봐봐
내가 원고 쓰고서는 입으로 꼭 읽어보라 그랬지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읽혀지는지
[슥슥 선 긋는 소리]
[펄럭 종이 소리]
다시
[팔락 종이 내밀고 잡는 소리]
다시
다시, 다시
[다정하게 웃는다]
다시, 다시, 다시 [종이 휙 던지며]
[팍 종이 떼는 소리]
[팍 종이 떼는 소리]
송그림
지지 말자, 응?
진짜 실력으로 보여주자
[딸칵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
[탁탁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탁탁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개운하게] 아!
[팍 종이 떼는 소리]
여행은 꼭 비행기나 기차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어요
[또각또각 구두 소리]
와, 드디어 내일 첫 방이네요
지수호 씨 내일 잘하겠죠?
저 걱정돼서요
지수호 씨 기획팀은 한 번 연락도 없고
지금까지 만나지 못해서
(이강) [비웃는 소리]
[또각또각 구두 소리]
[냠냠 팝콘 먹는 소리]
[무서운 영화 배경 음악]
[냠냠 팝콘 먹는 소리]
너 송그림 작가하고는 왜 연락 안 해?
1박 2일 갔다 와서 둘이 엄청 친해진 거 아니었어?
[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리]
[냠냠 팝콘 먹는 소리]
[경쾌한 음악]
(국장) 우린 역사적인 사명을 띠고 이 라디오국에 버티고 있다
그렇다면 라디오의 핵심 가치는 뭘까?
바로 보이지 않는 세계의 손이다
그게 뭔 소리냐?
(국장) 세계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열정...
청취율 안 올리면 죽여버린다는 거요
(훈정) 생각났다
근데 녹음 방송인데 왜 이렇게 오버야?
- 형 - (국장) 오늘도...
[쾅, 테이블 차는 소리]
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밖에
지수호 씨 첫 방이라고 팬분들이...
[탁 블라인드 놓는 소리]
자, 다들 준비됐지?
- 네 - 네
- 네 - 네
가자! 가자!
[또각또각 구두 소리]
[쾅 문 닫는 소리]
[탁 짐 내려놓는 소리]
[탁 종이 내려놓고 한숨 쉬는 소리]
무섭냐?
- 네? - 뭐, 막 첫 방 한다니까
막 떨려? 오들오들?
네
너무 기다렸던 순간인데
그래서 더 무섭고 막 그래요
- 야, 막내 - 네
내가 지금껏 라디오국에서 만나본 작가들은
딱 3가지의 유형이 있었어
원고 잘 쓰는 작가 아이디어 뛰어난 작가
섭외를 잘하는 작가
(이강) 그런데
이 셋을 모두 갖춘 작가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어
(이강) 송그림
이 셋을 모두 갖춘 첫 번째 작가가 너가 되는 겁니다, 어?
[경쾌한 음악]
[부릉 차 들어오는 소리]
(팬들) 왔다!
(팬들 소리 지르며) 수호 오빠!
[팬들 환호성]
(기자1) 라디오 첫 방송인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어젯밤 너무 떨려서 잠을 잘 못 잤습니다
감사합니다
[팬들 환호성]
(기자1) 팬분들에게도 한 말씀만 부탁드릴게요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기자2) 한 말씀만 해주세요!
(기자3) 부탁드려요!
- (기자2) 한 말씀만 - (기자3) 한 말씀 해주세요
- (기자4) 이쪽 봐주세요 - (기자5) 여기요!
지나갈게요, 잠시만요
(여자1) 완전 내 스타일
(여자2) 어머, 멋지다
(여자3) 얼굴이 예술이다
종일도 보겠어
[사람들 환호성]
[라디오 주제곡]
이런 글을 책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수호) 우리가 한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행복이 하나씩 달아나고 있다고
만원 전철에서 상사의 잔소리 앞에서
오늘도 하게 될 야근 앞에서
오늘도 우리는
- (수호) 몇 번이나 한숨을 쉬고... - 응? 작가님
(서브 작가) 작가님 원고랑 달라요
(훈정) 뭐야, 진짜 기획 작가 붙어서 원고 다 새로 쓴 거야?
[종이 뒤적이는 소리]
그렇다면 우리를 한숨 쉬게 하는 모든 순간에
차라리 씩 웃어보는 건 어떨까요?
(수호) 모르잖아요?
우리가 미소지을 때마다
행복이 하나씩 찾아올지도
당신을 미소짓게 할 첫 곡으로
지수호의 '라디오 로맨스' 시작합니다
[탁 종이 던지는 소리]
[신나는 노래]
(훈정) 노래는 또 맞게 진행하는데요?
(국장) 캬, 선곡 좋고, 응?
송 작가, 오늘 오프닝 멘트 아주 죽이는데? 응?
(국장) 자, 박수! 좋았어 [손뼉 치는 소리]
[계속되는 박수 소리]
[종이 탁 던지는 소리]
자, 자, 자, 박수, 박수 박수!
[짝짝짝 박수 소리]
(국장) 야, 이거 뭐 라디오 천재도 아니고
아니, 어쩜 그렇게 자연스럽게 잘해?
아니, 다 피디님이랑 작가님 덕분이죠, 뭐
(국장) 에이, 겸손은
[과하게 깔깔대며 웃는 소리]
(이강) 아우 [웃으면서]
나 지금 지수호 씨랑 꼭 악수를 하고 싶어요, 네?
오늘 정말 수고했어요
[탁 손 치는 소리]
아주 잘했어요, 잘
조심히 잘 돌아가시고
[탁 어깨 치며 나간다]
[국장 너털웃음]
(국장) 아니, 저 자식이 센스가 없어가지고
어때, 지수호 씨, 오늘 첫 방도 끝났는데 다 같이 저녁 식사라도
아뇨, 저 스케줄이 있어서 이동해봐야겠습니다
(국장) 아, 스케줄
그럼 가야지
뭐, 오늘만 날도 아닌데
[국장 웃으며 손뼉 친다]
갑시다
[사람들 웅성거리며 나가는 발소리]
[멀리서 인사 나누는 소리]
두 시간 동안
작가님 원고를 단 한 줄도 안 읽은 거네요
[서브 작가 한숨]
[탁 문 닫히는 소리]
[빠른 발걸음]
바로 작가들이랑 회의 잡아놨지?
저 혼자 갈게요 김 실장님 먼저 퇴근하세요
그래, 수고했다 내일 보자
[또각또각 구두 소리]
지수호 씨
[또각또각 다가오는 소리]
그날은 잘 들어가셨어요?
인사도 없이 그냥 그렇게 가셔서 걱정 많이 했어요
그날 그래도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만난 지수호 씨는 또 초면인 것 같네요
내가 지수호 씨한테
오프닝 원고를 15가지 버전을 보냈어요
그거 알아요?
모르잖아요
메일 확인도 안 했잖아
내가 보낸 원고 읽어보지도 않았잖아요
내가 쓴 원고를 방송에서 읽어줄지 말지 선택하는 권한은
지수호 씨한테 있는 거 아는데
읽어는 보고...
선택할지 말지 정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잔잔하고 슬픈 음악]
[터덜터덜 계단 내려가는 소리]
[찰칵 안전벨트 매는 소리]
(이강) 야, 막내
[경쾌한 음악]
너 지금 막 의기소침해져서 소주나 홀짝대려고 하고 있었지?
오늘 같은 날 소주 홀짝대면 금방 취한다
따라와
[차 문 여는 소리]
오늘은 너에게 친히 내 아지트를 소개시켜주겠다
타시죠
- 오늘은 그냥 혼자 가보겠... - 타라고
그만 말하고
[한숨 쉰다]
[쾅 차 문 닫는 소리]
(훈정) '나마스테'하고 다닌다고 진짜 인간이 변한 줄 알았다
정말 나마스테야, 정말
- (이강) 방송 안 한다고는 안 하네 - (수호) 내가 뭘 포기하고 그만두고
(수호) 그런 거랑은 거리가 좀 있어서
누구한테 져본 적도 없고
(성우) 지수호를 디제이로 둔 작가가 왜 여기서 청승이야?
(그림) 아니, 인생이 왜 이렇게 오락가락해요?
(그림) 망나니, 지수호랑 뭔 일이 있었냐?
(수호) 피디님, 끊고 처음부터 다시 가자고요
(수호) 뭡니까, 지금 이거?
.라디오 로맨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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