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로맨스 5

오늘은 너에게 친히 내 아지트를 소개시켜주겠다

 

타시죠

 

- 오늘은 그냥 혼자 가보겠... - 타라고

 

그만 말하고

 

[한숨 쉰다]

 

[탁 차 문 닫는 소리]

 

[영상 천천히 돌아가는 효과음]

 

뭡니까?

 

송그림 작가님이랑 잠깐 할 얘기가..

 

무슨 얘기요?

 

송그림 말고 나랑 하시죠 우리 잘난 디제이님

 

송그림 작가님이랑 둘이 얘기하겠습니다

 

[빠르고 흥미진진한 음악]

 

- 피디님, 저 지수호 씨랑 얘기 좀 - 넌 빠져라

 

- 지수호 씨, 저랑 얘기하죠 - 전 계약서대로 방송을 했고

 

다음번에도 이럴 예정인데

 

매번 저는 이렇게 감정적으로 구는 두 분을 상대해야 되는 겁니까?

 

(수호) 다음 방송도 제 식대로 할 예정인데 두 분 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제 비즈니스 파트너로 영 못 미덥네요

 

아니, 저기요, 지수호 씨

 

넌 집에 가 [그림 털썩 넘어진다]

 

['딱' 하는 효과음]

 

[낮은 한숨]

 

아, 진짜

 

아니, 두 분 계속 이러실 거예요?

 

이러실 거면 저 갑니다, 네?

 

- 아, 저... - (그림) 두 분이서 알아서 하세요

 

아, 저 시키들, 진짜

 

아니, 어떻게 하루를 그냥 안 넘어가, 왜?

 

진짜 이러다가 돌겠다

 

(여자1) 지수호 아니야?

 

- (여자2) 맞아 - (여자들) 지수호야

 

(여자2) 완전 잘 생겼다

 

자리 좀 옮기시죠

 

그, 사람 눈치는 더럽게 보네요 지수호 씨

 

[호루라기 소리 나오는 흥미진진한 음악]

 

어디로 가면 지수호 씨가 나한테 욕을 할 수 있으려나?

 

내 집을 갈까? 아니면 명동을 갈까?

 

아, 그 홍대로 갈까요? 지수호 씨?

 

저희 집으로 가시죠 제 차 따라오십시오

 

[부웅 속력 내는 소리]

 

뭘 그렇게...

 

[부웅 속력 내는 소리]

 

이게...

 

[리듬감 있는 음악]

 

[끼익하며 옆으로 왔다 갔다 하는 차 소리]

 

[기어 바꾸는 소리]

 

허

 

[끼익 타이어 소리]

 

[끼익 타이어 소리]

 

허, 저게... 아니, 저...

 

[끼익 타이어 소리]

 

[끼익 타이어 소리]

 

[부웅 속력 올리는 소리]

 

[끼익 정차하는 소리]

 

[봉투 쫙 찢는 소리]

 

[국자 탁 내려놓고 깊은 한숨]

 

(그림 엄마) 그래서 딸 라디오는 언제 나와?

 

[살짝 웃으며 의자 민다] 하아

 

3일 후에 나오죠

 

엄마, 내 원고 너무 좋다고 방송국에서 난리가 났다

 

나중에 라디오 듣고 놀라지 마

 

진짜 오프닝이 아주 죽여

 

딸, 무슨 일 있었어?

 

엄마한테 안 그러기로 했잖아

 

일부러 괜찮은 척, 밝은 척

 

그런 거 엄마 눈에 다 보여, 응?

 

쯧, 아효...

 

[혀를 차며] 엄마, 사실...

 

내 원고 까였어

 

그게 왜?

 

응?

 

그렇게 까이고 다치면서 커야지

 

하루아침에 칭찬받고 잘 되려는 건 무슨 심보야, 딸?

 

허, 쯧...

 

그건 그렇네

 

엄마, 근데...

 

지수호랑 이강이랑 막 죽이고 싶어

 

어?

 

어, 진짜 [탁 숟가락 놓으며]

 

그 둘 때문에 막 미치겠어, 진짜

 

그 시키들 진짜 아무 일 없겠지?

 

하아

 

(이강) 어, 실례 좀 하겠습니다

 

[슬리퍼 질질 끄는 소리]

 

어후

 

[털썩 앉으며] 하아

 

지수호 씨, 근데... 오늘 방송 녹음 있잖아요

 

그거 더럽게 재미 없더라고요 본인은 재미있었어요?

 

방송을 재미로 합니까?

 

아이, 근데 우리는 보이는 라디오 같은 거 안 합니까?

 

보이는 라디오 안 할 건데

 

지수호 씨는 소리만으로 자신이 없어요?

 

(승수) 소리로 승부? 웃기고 있네

 

당연히 보이는 라디오 해야 되는 거 아니야?

 

남의 돈 가지고 예술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라디오 가치'가 어쩌고...

 

야, 그게 전근대적 생각이라고 봐 나는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밖에만 나오면 열심히 하는 척을 해요

 

코너별 게스트

 

코너별 게스트?

 

스타 게스트 목록은요?

 

목록을 주셔야 우리 기획팀과 검토할 시간이 있는데

 

우리는 부스에 스타 안 모실 건데

 

아니, 여기 이렇게 지수호라는 대스타가 떡하니 계신데, 응?

 

그렇게 추상적으로 즉흥적으로 하지 마시고

 

- 기획서를 넘겨 주셔야... - (이강) 기획서 같은 소리...

 

아니, 근데 지수호 씨

 

그 보이는 라디오, 추상적, 즉흥적

 

뭐 이런 말까지 전부 기획팀이랑 얘기할 때 나온 말들 아닌가?

 

그...

 

지수호 씨의 생각을 좀 들을 순 없나?

 

[얕은 한숨]

 

(승수) 생각하고 말해

 

JH 붙으니까 그냥 다 될 것 같냐?

 

거기서 그렇게 협찬받아서 뒷감당 어떻게 하려 그래? 어?

 

뭐를? 뭐를?

 

기업들 찾아다니면서 빌빌대면서 협찬받은 거

 

너 새까맣게 잊어버렸지?

 

디렉션도 더럽게 못 주는 게

 

[쾅 손 내리치는 소리]

 

- 봐주니까, 이씨 - 코너별 게스트

 

[자리 박차는 소리]

 

코너별 게스트!

 

그쪽 작가들도 글 더럽게 못 쓰던데

 

왜 자꾸 송그림 것만 까?

 

- 웬 반말? - 아니, 꼬우면 반말해, 그쪽도

 

아, 근데 나 그거 지웠다

 

- 뭘요? - 첫 방 녹음

 

[흥미진진한 음악]

 

(이강) 그쪽이 계약서대로 그쪽 맘대로 하면은

 

나도 내 권한대로 계속 날릴 거야

 

피디가 하는 일이 뭐 그딴 것밖에 없잖아?

 

아이, 목마르다

 

[가방 뒤적이는 소리]

 

한잔할래?

 

[해맑게 웃는다]

 

[얕은 한숨]

 

[타닥 키보드 치는 소리]

 

(그림) 망나니 연락이 안 돼 무서워 죽겠다

 

지수호랑 같이 사라짐

 

(장마) 언니, 이것 좀 보세요

 

아, 진짜, 이씨

 

[쾅 헤드폰 내려놓는 소리]

 

뭐 하는 거야? 아, 뭐 하는 거냐고, 진짜? [화내면서]

 

- 아이 - 어이가 없어

 

아, 나 진짜, 사람 돌게 만드네 뭐?

 

[콰르릉 천둥소리]

 

(디제이) 어, 어, 어! [콰르릉 천둥 소리]

 

내가 잘못했어, 미안 경찰 불러!

 

경찰 부르라고!

 

[디제이 비명과 살풀이 노래]

 

- 너 헤드셋 던질 거야, 말 거야? - 안 던질게!

 

안 던져, 안 던진다고 진짜, 이놈아

 

- 진짜 죽는다, 너 - (디제이) 아, 형, 형, 형, 형

 

(장마) 디제이가 그 이후로 공황장애 와서

 

바로 그만뒀잖아요

 

허

 

(장마) 찾았다

 

이거 다음 날 디제이 바로 잡아온 영상

 

[휙 던지는 효과음]

 

[차 문 여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아...

 

라디오국을 떠날 거면 날 밟고 가라

 

- (디제이) 야 - 왜?

 

(디제이) 나와!

 

그래, 나와 함께해 아니면 날 밟고 가든지

 

어후... 어후...

 

어후...

 

[깊은 한숨]

 

에이 씨, 아니, 뭐...

 

아이, 별일이야 있겠어

 

[한숨 쉰다]

 

[익살스러운 음악] 어후...

 

[팍 사과 자르는 소리]

 

(이강) 자실래?

 

[아삭 사과 깨무는 소리]

 

아, 근데 또 방송 안 한다고는 안 하네?

 

내가 뭘 포기하고 그만두고 그런 거랑은 거리가 좀 있어서

 

- 나돈데 - 누구한테 져본 적도 없고

 

이하동문임

 

근데 그쪽이랑은 같이 못 하겠네요

 

내가 그만두던지 그쪽이 먼저 그만두던지

 

깔리고 깔린 게 피디인데

 

녹음 날리는 거로 협박하는 피디를 어떻게 믿고 가나?

 

아, 그니까

 

그 '송그림 계약서'가 말이야, 방귀야?

 

계약서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 모르시나?

 

그럼 지수호 씨는

 

계약서에 도장 찍으면 꼭 지키시겠네?

 

상호 신뢰를 중시하시니까

 

물론

 

[탁 소주병 드는 소리]

 

왜?

 

또 술 못 먹는다고 뺄 건가? 더럽게 재미없게?

 

내가 태어나서 누구랑 붙어서 싸워서 한 번도 져본 적 없다

 

내 방송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송그림...

 

내가 꼭 이기고 만다

 

'내가'가 아니라 '우리'가 이기는 거다, 응?

 

나 때문에 그만둔 디제이가 몇 명인지 알아?

 

나 때문에 그만둔 피디가 몇 명인지 알아?

 

너희 기획팀도 형편없어

 

라디오는 개뿔도 모르는 것들이 이씨...

 

너희 기획도 형편없어

 

내가 라디오는 잘 몰라도

 

너희 기획 형편없는 건 나도 알겠다

 

[잔 탁 내려놓으며 쩝쩝거린다]

 

다음에...

 

너희 기획서랑 안 되면은 나, 나간다, 내가

 

[소주병 잔에 탁 부딪히고 병 놓는 소리]

 

제발 그래주길 바랄게

 

[졸졸 소주 따르는 소리]

 

[탁 병 내려놓는 소리]

 

근데 나 한 번도 져본 적 없다

 

- [쾅 세게 내려놓는다] - 누구는?

 

- [쾅 세게 내려놓는다] - 나 이강이야

 

나 지수호야

 

[둘 다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밝고 경쾌한 음악]

 

더 줘

 

[잔 탁 내려놓는 소리]

 

(그림) 아니, 근데...

 

어제부터 이강 피디님이 연락이 안 돼

 

연락된 사람 있어?

 

(훈정) 뭐, 어디서 처박혀서 '나마스테'를 하겠지

 

(사람1) 안녕하세요 저는 인제에 위치한

 

동일 초등학교 동촌 분교 교사입니다

 

저희 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이 며칠 남지 않아

 

이렇게 사연을 올려봅니다

 

이거 게시판 졸업식 사연 이거 어때?

 

코너로 한번 만들어볼까?

 

(훈정)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우리가 뭘 내놓든 지수호 기획팀에서 어차피 뺀찌 놓을 텐데

 

그냥 적당히 해 [하품하면서]

 

전 그래도 지수호 기획팀 있어서 좋아요

 

편하잖아요 [하품하면서]

 

뭐야?

 

- (훈정) 뭐야, 이거? - (서브 작가) 뭔데?

 

[익살스러운 음악]

 

아이, 이 자식들이 지금 뭐라는 거야? 응?

 

'우리 팀이 뭘 내놓든'

 

'지수호 기획팀이...' 뭐?

 

죄송합니다

 

너 여기 맡긴 오프닝, 브리지 클로징, 한 시간 안에 써

 

- 하, 한 시간요? - 왜?

 

그 입에서 혹시 못 한다는 말이 나올 예정이니?

 

아뇨

 

야

 

넌 입 다물고 선곡 리스트 다시 뽑아 와

 

네, 원래 다물고 있었습니다

 

넌 자료 조사가 그따위니까 원고가 그따위잖아, 응?

 

엽서 받는다고 광고 냈어?

 

빠져가지고! 이게, 이씨! [소리 치면서]

 

너희 집 절대 못 가

 

이번에도 지수호한테 승낙 못 받을 거 만들어 내면

 

진짜로 죽여버린다

 

[딸꾹질 소리]

 

[한숨 소리]

 

(훈정) 야, 나는...

 

'나마스테'하고 다녀서 진짜 인간이 변한 줄 알았어

 

입만 나마스테야, 입만!

 

부스 들어왔는데 망나니 본성이 안 나올리가 있어?

 

나마스테 빨이 한 달이 못 간다

 

저 그만둘래요

 

힘들어서 못 하겠어요

 

그러지 마, 작가님

 

이게 3주를 버티면 3개월을 버틸 수 있고

 

3개월 버티면 3년 지나있어, 응?

 

아, 망나니, 진짜

 

어제 지수호랑 뭔 일이 있었냐?

 

[딩동, 초인종 소리]

 

[딩동, 초인종 소리]

 

[딩동, 딩동, 급한 초인종 소리]

 

아오...

 

[문 쾅 닫는 소리]

 

[딩동, 급한 초인종 소리]

 

[한숨 소리]

 

[삑, 버튼 소리]

 

오늘 라디오 첫 방이지? 녹음은 잘...

 

지수호

 

얼마나...

 

더 변하려고 이래?

 

아니, 술 한잔하는 게 뭘 또 얼마나 변하는 거라고

 

왜 오셨어요?

 

네 고집으로 하는 거니까 나한테 피해 입히지 말라고

 

(주하) 말해주려고 왔어

 

할 거면 아주 제대로 하라고

 

- 그럴 수 있지? - 그래야죠

 

그만 가보세요 저도 방송국 갈 준비 해야 되니까

 

오늘은 김 실장님이 운전 좀 해주세요

 

어어, 그래

 

[달칵, 문 여는 소리]

 

[쾅, 문 닫는 소리]

 

국장님하고는 통화됐나요? 진태리 건에 대해서...

 

네, 연락해놨습니다 알겠다고 하셨고요

 

(라 작가) 제이야! 우리 포털 1면에 떴다

 

'최고의 아이돌 제이 DJ로 전격 변신'

 

(라 작가) [밝은 웃음소리]

 

- 너 칼라 바꿨니? - 괜찮아요?

 

대박, 짱멋! [실실 웃는다]

 

[손뼉 치면서] 자, 여러분, 이쪽으로 모여 보세요

 

- (승수) 오셨어요? - (라 작가) 네

 

여기가 작가고 우리 피디고

 

우리 디제이고

 

- 그분은? - 우리 게스트고

 

(승수) 네? 우리 게스트요?

 

- 인사들 나눠 - 게스트 얘기는...

 

없었잖아요

 

안녕하세요, 진태리예요 저 다들 아시죠?

 

[어색한 웃음소리]

 

이렇게 못 나가는 애를 우리 게스트로?

 

뭐야? 아줌마

 

나 지금 아줌마 앞에 서 있어요 다 들려요

 

[어색한 웃음]

 

기막...

 

뭐예요, 국장님?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JH 대표 특별 부탁이야 [속삭이면서]

 

JH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삐까번쩍하게 시작하는데

 

이 정도는 꽂아줘야지

 

기 세 보이는데, 진짜...

 

진태리 씨, 나 작가 라라희예요

 

나 지수호팀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이게 뭐예요?

 

- 이 아줌마 잘해요? - 아, 아, 아...

 

잘해요, 이 아줌마

 

제이야, 너 나 몰라?

 

나 98년도에 아역 상도 받았는데

 

아...

 

전 99년생이라...

 

하아... 너한테 이것저것 알려줄 게 참 많겠구나

 

얘

 

(태리) 제이와 찰칵 어머, 내가 얼굴이 더 작네

 

여러분, 저 라디오 해요

 

아, 네, 저희 라디오 게시판에 사연 올려주신

 

동촌 분교 선생님이시죠?

 

지금 전화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제가 지금 졸업식 행사를 준비 중인데

 

조금 이따 통화 가능할까요?

 

아, 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진태리 씨?

 

진태리 씨 맞죠?

 

'사랑은 불시착'에서 아역 역으로 나왔던...

 

어머, 자기 누구야?

 

그, 98년도에 아역 상도 받았고 그렇죠? 맞죠?

 

(그림) 와, 통 볼 수 없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네요

 

저 사진 좀 찍어주시면 안 돼요?

 

뭐... 원한다면?

 

감사합니다

 

저 진태리 씨 아역 시절부터 엄청 팬이었거든요

 

진태리 씨가 울면 저도 막 따라 울고 그랬어요

 

지금은 TV가 없어서 잘 못 보지만

 

사인도 해줄까? 번호도 알려줘?

 

어, 진짜요?

 

저...

 

잠시만요

 

네, 피디님

 

지수호 씨 오셨다고요? 아, 예, 바로 갈게요, 네

 

저 진짜 죄송해요 나중에 다시 뵐게요

 

[탁탁 급히 달려가는 발소리]

 

지수호?

 

[긴박감 흐르는 음악]

 

(이강) 다음에 진짜 기획대로 안 되면 나 나간다, 내가

 

제발 그래주길 바라볼게

 

(이강) 나 한 번도 져본 적 없다

 

(지수호) 누구는?

 

[어색한 웃음소리]

 

아, 진짜 두 분 안 들어가고 뭐 해요? 10분 전이에요, 빨리

 

지수호 씨, 잠깐만

 

아, 사실 오늘 방송...

 

죽는다 [잘 안 들리게]

 

잘 하시라고... [어색한 웃음소리]

 

가시죠

 

가요

 

지수호 씨

 

오늘도 하던 대로...

 

준비한 대로 하면 오늘 방송도 잘 될 거예요

 

화이팅

 

[라디오 오프닝 음악]

 

[타닥 펜 두드리는 소리]

 

[탁탁탁 점점 세게 펜 두드리는 소리]

 

0827님의 사연입니다

 

(수호) '남자친구가 자꾸 1박 2일로 여행가자고 하는데'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희 아버지가 워낙 엄하셔서 외박은 절대 안 되거든요' 라고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따르릉 전화벨 소리] 네, 0827님

 

10초 뒤에 지수호 씨와 전화 연결할게요 [타닥 키보드 치면서]

 

(그림) 사연자 바로 대기 음악 듣고 전화 연결할게요

 

네, 0827님, 안녕하세요

 

(김별) 네, 안녕하세요 저 부산에 살고 있는 김별입니다

 

예, 사연 잘 들었습니다

 

별 씨, 남자친구랑 아버지 사이에서

 

- 고민이 굉장히 많으시겠어요 - (김별) 어떡하면 될까요?

 

(김별) 남자친구가 여행 안 갈 거면 자꾸 헤어지자고 그래서요

 

네, 어... 모든 관계에서는 대화가 중요하죠

 

별 씨도 성인이니까

 

아버지에게 한번 진지하게 말씀을 드려보면... [김별 아버지 소리친다]

 

(김별 아버지) 너, 이 자식, 너 누구야!

 

너 누군데 자꾸 내 딸한테 전화하냐, 이 자식아, 어?

 

이거 끊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아, 아니... 저... 그게 아니라

 

(김별 아버지) 그게 아니긴 너 이름이 뭐야? 어?

 

너 뭔데 고등학교 졸업도 안 한 내 딸한테 자꾸 전화하고

 

추근대, 이 자식아?

 

[타닥 급하게 키보드 치는 소리]

 

(그림) 당황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라디오라고 설명하세요

 

아, 예, 아버님... 저희가 지금 라디오...

 

(김별 아버지) 아버님은 개뿔

 

너 한 번만 더 전화하면 이 새끼야

 

내가 팔팔 끓는 물에다 대갈통을...

 

- 어떡해 - (김별 아버지) 머리통에다...

 

[호탕하게 웃는 소리]

 

(김별 아버지) 눈알로 당구를 쳐버린다

 

눈알로 당구를 어떻게...

 

(김별 아버지) 눈알 먹물을 쪽쪽 빨아 다 빼버릴 거야, 이놈의 새끼야!

 

[빵 터지는 웃음소리]

 

먹물을 쪽쪽 빨면...

 

[해맑게 웃는 소리]

 

피디님, 이거 끊고 가죠?

 

[헉 놀라는 소리]

 

(수호) 처음부터 다시 가야 할 것 같은데요

 

[타닥 다급한 키보드 소리]

 

피디님, 이거 끊고 처음부터 다시 가자고요

 

(그림) 지금 생방이에요

 

(그림) 당황하지 말고 대본대로...

 

일단...

 

노래 듣고 오겠습니다

 

[덜컥 문 열리는 소리]

 

뭡니까, 지금 이거?

 

빨리 들어가서 앉아요 노래 짧아요

 

수호 씨, 일단 앉으셔서 생방 하셔야 되니까

 

[째깍째깍 초침 소리]

 

[째깍째깍 초침 소리]

 

(그림) [타닥 다급한 키보드 소리] 무슨 말이라도 해요!

 

[째깍째깍 초침 소리]

 

셋

 

넷

 

7초면 방송 사고인데?

 

[위기감 있는 음악과 째깍째깍 초침 소리]

 

아, 아깝다

 

[탄식하면서] 아

 

[크게 소리 지른다] 야!

 

문 닫아라

 

진짜 대박이다

 

(여자2) 진짜 이랬어?

 

(여자1) 대박

 

(여자1) 말도 안 돼

 

뭡니까, 지금?

 

생방 불가, 기억 안 납니까?

 

아...

 

나는 이 계약서대로 했는데?

 

[휙 거칠게 잡아챈다]

 

어제 기억 안 나요?

 

(국장) 뭐? 생방을 디제이 몰래 해?

 

야, 너네 소통 안 하냐?

 

서로 소통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지금이 무슨 군부 독재 시대냐?

 

(국장) 하아...

 

죄송합니다

 

그래, 뭐...

 

네가 뭔 잘못이 있겠냐

 

망나니 깡똘이 자기 맘대로 한 거겠지, 그렇지?

 

(국장) 하아...

 

야, 근데...

 

지수호가 가만 있겠냐?

 

(이강) 아, 그쪽에...

 

요기에다가 사인해

 

- (이강) 아, 어, 어, 어 - 이씨

 

(이강) 다 했어?

 

[뒤적뒤적 종이 돌리는 소리]

 

(이강) [해맑은 웃음소리]

 

(이강) 디제이님이 전략 공유를 안 하길래

 

이 피디님도 전략 공유를 안 했어요

 

쌤쌤

 

말이 됩니까, 이게?

 

'계약서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

 

계약서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

 

모르시나?

 

(이강) 자, 그럼 이 계약서에 적힌 대로

 

잘해봅시다, 응? [퍽퍽 치면서]

 

아, 디제이님

 

경고합니다

 

내 부스 안에서 제 몫 못하고 진상 떨면

 

죽입니다

 

피디님, 나도 경고 하나만 할게요

 

당신 그 막무가내 때문에 내 커리어에 지장 생기면

 

그땐 내가 너 죽입니다

 

[덜컥 문여는 소리와 우당탕 소리]

 

저 좀 보시죠

 

(김 실장) 지금 우리 배우를 일부러 당황하게 만드신 겁니까?

 

지수호 씨와 합의하에 만든 계약 사항입니다

 

- 합의하에 하셨다고요? - 으흠

 

다시 한번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 실장) 핸드폰 날려 버릴까요?

 

영상을 날릴까요?

 

제가 날리죠

 

감사합니다

 

복원하면 되는데, 뭐, 칫

 

녹음 10개든 100개든 떴고

 

무조건 사고 막아, 안 그럼...

 

네 프로 또 날아간다

 

(국장) 그리고

 

지수호 맘도 네가 좀 풀어주고

 

그것까지 메인 작가가 하는 일이야 내 말 뭔 말인지 알지?

 

(국장) 응? 그래

 

[탁탁 다급하게 뛰는 소리]

 

지수호 씨!

 

지수호 씨

 

오늘 일... 알았습니까, 몰랐습니까?

 

지수호 씨, 미안해요

 

진작에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피디님께서 서프라이즈를...

 

송그림 계약서 3조항

 

지수호는 언제든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다

 

우리 한 달 해보고 연장할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말

 

아직 유효합니다

 

아, 저, 잠시만요

 

그러면 이것 좀 가져가 주세요

 

저 진짜 디제이들 잠수타는 것 때문에

 

공황장애 올 것 같아서 그러니까요

 

저 하나 살린다고 생각하시고

 

제가 전화하면 꼭 좀 받아주세요

 

송그림 작가님

 

(김 실장) 그만하시죠

 

- 왜 이런 돌발 상황이 자꾸... - 가죠

 

다음 방송부터는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하아...

 

[깊은 한숨]

 

수호 기획팀 다 잘라

 

나가 봐

 

(윤석) 빨리 갈게, 5분만

 

귀엽다, 지수호

 

당신 아들 미친 거 아니야? 이렇게 자꾸!

 

이따위로 둘 거야? 응?

 

- 이놈을 당장 가서 혼내줄 테니까 - 앉아

 

- 아니, 내가 어떻게든 이놈을 - 앉으라고

 

[띠릭 전화 연결음]

 

라희 작가님이죠?

 

준비는 잘되고 있나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그쪽이 최선을 보여줄 차례예요

 

[탁 스위치 켜는 소리]

 

(이강) 여기, 여기, 여기에 사인해

 

(이강) [해맑은 웃음소리]

 

[탁 문 닫는 소리]

 

(제이슨) 지수호 씨가 여기 앉아

 

나에게 깊은 얘기를 나눌 그날을 기다리며 잠시 밀당 중

 

날 찾지 마

 

와

 

(김별 아버지) 너 이 자식, 너 누구야!

 

- 그게 아니라 - (김별 아버지) 너 이름이 뭐야?

 

(김별 아버지) 너 한 번만 더...

 

(이강) 계약서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

 

모르시나?

 

(이강) 내 부스 안에서 제 몫 못하고 진상 떨면

 

죽입니다

 

제가 전화하면 꼭 좀 받아주세요, 네?

 

7년 차

 

너 잘렸다며?

 

네?

 

안 열 받아?

 

송그림은 남자 하나 잘 꼬셔서 승승장구하는데 너희는...

 

너희는 언제 메인 될래? 어?

 

어휴

 

너 가서 샌드위치나 하나 사 와

 

송그림 메인 되고 나니까 내가 심부름 하나 시킬 사람이 없다

 

(라희) [한숨 쉰다]

 

어, 언니

 

저 부르셨다고

 

앉아라

 

너희 나가 봐, 우리 메인들끼리 할 얘기가 있거든

 

송그림아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네,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요거

 

(라희) 네가 내 밑에 있을 때 자주 하던 거

 

아, 이거 다요?

 

그럼 어떡해?

 

내가 아직 서브가 없잖니

 

[익살스러운 음악]

 

(여자1) 지수호 라디오는 폭망일듯

 

(여자2) 무슨 개인 방송이냐 청취자들에 대한 예의가...

 

(여자3) 역시 생방의 묘미는 방송 사고지

 

(여자4) 지수호도 엄청 당황했을 것 같은데

 

아, 표정 되게 궁금하다

 

[따르릉 전화 울리는 소리]

 

(제이슨) 어, 논개 여사, 하이?

 

내가 요새 지수호한테 좀 삐져서 살짝 떨어져 있는 중인데

 

(제이슨) 뭐, 별일 없나?

 

기사 보니까 첫 방 사고 제대로 났더만, 아이 참

 

지수호는 괜찮아?

 

어, 괜찮아

 

지, 지수호? 아이, 나

 

[띠 전화 끊는 소리]

 

네, '제이의 6시에 만나요' 오늘 첫 방입니다

 

생방 기념 제이가 화끈하게 쏩니다!

 

[사람들 환호 소리]

 

- (승수) 전화 대기자 몇 명이지? - (라 작가) 8명

 

신촌 현장 연결 준비 된 거고?

 

- 오케이 - 오케이, 가자!

 

(제이) 맞히신 분은 지금 신촌역에서

 

산타가 선물을 들고 준비 중이고요

 

제일 먼저 도착하신 분께 선물을 전달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제가 속한 그룹의

 

- 총인원... - 저 진태리가...

 

아역 상을 받았던 드라마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뭐? 왜 저래?

 

- (태리) 자... - 이럴 줄 알았어

 

- 아, 진짜 - 지수호랑 같이 찍은 드라마인데

 

저희가 지금의 여진구 김소현이었거든요

 

아, 네, 하이라이트

 

(제이) 맞고요, 4422님, 정답입니다

 

- 아, 진짜 - (제이) 지금 신촌역으로 오시면

 

생긴 대로 놀아요, 생긴 대로

 

아, 진짜

 

(라희) [큰 한숨]

 

4422님, 4422님?

 

(그림) 축하드립니다

 

- (그림) 사진 찍어드릴게요 - (남자) 사진요?

 

(그림) 하나, 둘, 셋

 

3875님, 축하드려요!

 

- (여자) 여기요 - (그림) 네

 

0964님, 0964님! 어?

 

제일 큰 거

 

(그림) 사진 찍어줄까요? 축하드려요!

 

[사람들 환호 소리]

 

여러분! '제이의 6시에 만나요'

 

많이 사랑해주시고 많이 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제이) 네, 노래 듣고 난 다음 3부에선

 

홍대 입구역에서 우리 산타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사람들 환호 소리]

 

자, 선물... 네, 감사합니다

 

사진 찍어드릴까요?

 

하나, 둘, 셋

 

잘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3324님, 3324님!

 

축하드려요

 

자, 선물 받으시고

 

하나, 둘, 셋

 

네, 축하드립니다

 

언니, 붕어빵 드시고 하세요

 

어, 감사합니다, 화이팅!

 

감사해요

 

나 맨날 술 당기잖아

 

아니, 도대체 내 위에 메인이 몇인지

 

헤아릴 수도 없는듯

 

우리가 이런 취급 당하는 거

 

그거 다 누구 때문인지 알아?

 

왜요? 누구 때문인데요?

 

[탁 술잔 놓는 소리]

 

송그림

 

에이, 그건 아닌듯

 

지금 송그림...

 

혼자 2월에 산타 짓 하고 있는데

 

불쌍하지도 않아?

 

에이, 그럼 JH 가면 되지

 

JH에 소속 작가 많잖아요

 

JH에서 뒤 봐주는 것 같던데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계약서도 따로 쓰고

 

JH에 맨날 왔다 갔다 하던데?

 

(가뭄) 야

 

넌 모르면 그냥 닥치는 게 좋을듯

 

근데 혹시 너희들

 

지수호랑 송그림이랑 쓴 계약서 본 적 있어?

 

(성우) 자, 하이

 

[탁 종이 놓는 소리]

 

[서로 웃는 소리]

 

- 자 - (성우) 으흠

 

아니, 지수호를 디제이로 둔 작가가 왜 여기서 청승이야?

 

글쎄

 

인생이 참 간을 못 맞추겠어요

 

뭔 말이야, 그건 또?

 

아니, 그렇게 되고 싶었던 메인이 됐는데

 

내가 쓴 원고로는 방송을 못 하고

 

토네이도 언니랑은 계속 사이가 틀어지고

 

오늘도 하루 종일 산타 하느라

 

몸이 엄청 고된데

 

이런 건 또 따뜻하고

 

(성우) [웃음소리]

 

(그림) 샘

 

아니, 인생이 막 왜 이렇게 오락가락해요? 응?

 

달고 쓰고 막 왜 그러는 거예요? 왜?

 

아무 때나 인생 논하지 말아라 올드하게

 

올드해요?

 

맨날 고비마다 인생 운운하는 거

 

그거 더럽게 올드한 거다, 너, 응?

 

어, 진짜, 어떻게 내 편을 한 번을 안 들어줘?

 

아유, 같이 가요

 

[잔잔한 음악]

 

와, 세상에 왕 작가 분들은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는 거야?

 

[팔락 종이 넘기는 소리]

 

아, 나도 이런 데서 원고 쓰면

 

막 엄청난 감수성을 충전받아서

 

팍팍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코웃음치며] 훗, 개뿔

 

아, 우리팀도 여기서 방송하면 너무 좋겠다, 그렇죠? 그렇죠?

 

어제 내 방송 들었냐?

 

어제는 정신이 너무 없어서...

 

아, 우리 방송 사고도 나고 그래가지고

 

칫, 10년 골수팬 어쩌고 그거 다 소용없지

 

에이, 아니, 참

 

이 포스트잇이 사실은 발명품이었던 거 아냐?

 

이 포스트잇이 사실은...

 

질 좋은 접착제를 만들려다 나온 실패작이거든

 

한마디로 실패작이 히트작이 된 거지

 

야, 송그림

 

실패라고 생각하는 일에 계속 뛰어들어 봐

 

실패작을 히트작으로 바꿀 수 있다, 오

 

(성우) [흐뭇한 웃음소리]

 

(그림) 실패작이 히트작이 된다

 

(여자1) 그래도 수호 오빠가 실수하니까 재미있었어요

 

내일도 라디오 들을 거예요

 

(여자2) 라디오에서 지수호 씨 목소리 들으니 좋아요

 

(직원) 저기요

 

저기, 들어가시면 안 되는데

 

(태리) 대표님, 저 오늘 히트쳤어요

 

실검 1위도 했는데 라디오 들으셨어요?

 

(태리) 이번 JH 자선 파티 때

 

저 이거 입고 가면 어때요?

 

2주 후죠?

 

저 이거 입고 가게 선물로 주시면 안 돼요?

 

여기

 

(직원) 네

 

여기부터 여기까지

 

(직원) 네,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선물이야

 

백화점 바꿔야겠다 보안이 별로네

 

(수호)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피해 주지 말랬잖아

 

10분 후에 김상수 감독님 와 앉아

 

(주하) 그리고 라디오는 그만두고

 

길게 말 안 해도 그 이유는 너도 잘 알 거고

 

살살 해라, 아들

 

나 지금 너 때문에 여기 와 있다

 

리얼리티... 끽해야 한 달도 안 돼

 

[탁탁 어깨 두드린다]

 

한 달 일하고

 

1년 편하게 있자

 

(윤석) [어깨 탁탁 두드리며] 응?

 

먹자

 

[띠리링 전화벨 울리는 소리]

 

누구 휴대폰이야?

 

(윤석) 당신 벨소리 아닌데?

 

휴대폰 샀니?

 

아뇨

 

[띠리링 전화벨 소리]

 

여보세요?

 

예?

 

(수호) 잠시만요

 

[쨍그랑 잔 깨지는 소리]

 

[탁탁 달려오는 소리]

 

저, 저기...

 

제가 아까 통화했던

 

송그림 친구입니다

 

아...

 

[부릉 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소리]

 

라디오 좀 들을 수 있어요?

 

좀 괜찮으십니까?

 

네, 갑자기 날치기를 당해서

 

뭐,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닌데

 

지갑이 없어서 진땀 뺐네요

 

(그림 엄마) 고마워요

 

근데

 

어제 내 딸 방송 들었어요?

 

- 네 - 지수호 되게 귀엽더라고요

 

우리 그림이 프로그램 DJ인가 본데

 

아주 개싸가지인가 봐

 

아, 제가...

 

[탁 냉장고 문 닫는 소리]

 

저...

 

아니, 저기...

 

혼자서 계단도 못 오르신다고 

 

뻥깠지

 

우리 총각 손도 한번 잡아보고 밥도 한 끼 먹이려고

 

앉아요, 진짜 밥 한 끼 먹여 보내고 싶어서 그래

 

[전자레인지 문 닫는 소리]

 

[땡 알람음과 달칵 전자레인지 문 여는 소리]

 

혹시 신기하게 보고 있어요?

 

아, 아뇨, 아닙니다

 

안 보이면요, 안 보여서 보이는 게 더 많아져요

 

눈이 안 보이니까 우리 그림이 친구 목소리가

 

엄청 근사한 것도 잘 느껴지는데?

 

(그림 엄마) [웃음소리]

 

좋은 사람한테선 좋은 향기가 난다는 것도 알게되고

 

하나 잃고 엄청 얻는 게 인생이에요

 

자, 앉아요, 응?

 

그리고 먹어요, 응? 빨리 와요

 

맛있게 먹어요 내가 요리 잘하거든

 

(그림 엄마) 자

 

(속삭이면서) 지수호 씨

 

- 왜... - (그림 엄마) 그림아

 

(그림 엄마) 엄마 싸가지 씨랑 절친 됐다

 

엄마

 

아이, 무슨... 지수호 씨가 싸가지라고 그래?

 

- 맞잖아 - 아니야

 

[그림과 그림 엄마의 웃음소리]

 

어, 이거, 먹어요, 얼른

 

네

 

[탁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그림) 자

 

(그림 엄마) 땡큐, 우리 딸

 

(이강) 음, 냄새

 

와, 오, 어머니, 난 된장국

 

(그림 엄마) 어서 와요

 

잉?

 

[탁 수저 내려놓는 소리]

 

아, 이것 좀 드셔

 

(이강) 아, 맞다

 

어머니

 

밥 다 먹고 주려고 했는데

 

신간

 

(그림 엄마) 어, 어머

 

- 고마워요, 피디님 - 아이, 피디님이 뭐예요?

 

맨날 밥 같이 먹으면서 엄마랑 아들이지

 

(그림 엄마) 그럴까? [웃으면서]

 

(이강) 아

 

이거 다 먹으면 티타임은 우리 집에서 하는 겁니다

 

- 오케이 - (이강) 오케이

 

(이강) 요즘 제가 요가와 허브티로

 

심신이 아주 안정적입니다

 

- (그림 엄마) 땡큐 - (이강) 유아웰컴

 

야, 막내, 원고는?

 

아, 잠시만요, 금방 가져올게요

 

근데 내일도 생방 할 겁니까?

 

생방 체질이시던데?

 

우리팀 지수호 씨 때문에 청취율 1위할 것 같던데

 

- 제가 안 하겠다면요? - 에이, 그럴 리가

 

내가 지금까지 지수호씨를 조금 아는데

 

당신은 그럴 주제가 못돼

 

(이강) 남한테 피해 주는 거

 

특히나 자기가 약속한 거

 

또 예를 들면 뭐가 있을까 그, 계약서에 적혀버린 거

 

(이강) 뭐, 그런 거는 못 지키는 그런 주제가 못되잖아요

 

근데 그 말 기억하시죠?

 

제가 그쪽 기획 선택 안 하면 빠지시기로 한 거

 

한 달 해보고 결정하겠다는 것도 계약서에 속한 사항이고

 

- (이강) 수호야 - 뭐요?

 

아, 얘 이름이 수호입니다

 

(이강) 우리 라디오 팀을 수호해달라고 붙여놨습니다, 아

 

수호야

 

성질 죽여라

 

그래야 무럭무럭 크지

 

피디님

 

이거 동촌 분교 졸업식에 대한 코너랑 오프닝 쓴 거요

 

어, 이거 괜찮네

 

뭐, 저쪽에서 셀렉트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 그만 가보겠습니다

 

어, 이거, 그때 두신 목도리

 

아하, 그 목도리 주인이었구나 싸가지 씨가?

 

[살짝 웃으며] 어쩐지

 

근데 이거 오프닝은 좀 고쳐야겠다

 

- 막내, 오늘 밤새서 특훈을 한번 - 오늘은...

 

제가 특훈을 좀 받겠습니다

 

저기... 어머...

 

[어색하게] 어머니

 

제가 오늘 따님 좀 빌려가겠습니다

 

어?

 

[잔잔한 음악]

 

저, 저기... 지수호 씨

 

내일 생방이 걱정돼서요

 

아, 그렇죠

 

저도 매번 생방 때마다 막 떨리고 그래요

 

그러니까 좀 알려줘요

 

좋아요, 그럼 제가 오늘 확실하게 알려 드릴게요

 

전파 방정식 아세요?

 

하늘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반사층이 있고 이 반사층 때문에

 

방송이 가능하대요

 

(그림) 그래서 라디오 소리는 하늘에서

 

빛으로 바뀌는 말이래요

 

이렇게 반짝

 

그래서 라디오 부스에서 만들어내는 소리는

 

(그림) 다 저 하늘 어딘가에서 빛이 된대요

 

청취자들이 전해주는 소리

 

나랑 지수호 씨가 라디오 부스에서 만들어내는 소리가

 

다 저 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요

 

이게 라디오예요

 

소리를 빛으로 만들어내는 일

 

여긴 라디오국 30년 차 전설의 부스

 

제가 드린 태블릿 영상에서 보셨죠?

 

(그림) 우리 엄마가...

 

제가 14살 때 눈 수술을 받으셨거든요

 

그래서 전 그날 이후로 TV를 안 켰어요

 

엄마가 볼 수 없는 세상을...

 

혼자 보면서 웃거나 울고 싶지 않았으니까

 

어린 마음에 그랬어요

 

(그림) 대신 우리 집엔 항상 라디오를 틀었거든요

 

엄마가 들을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듣고 싶어서

 

근데 이게 진짜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거예요

 

(그림) 사람들이 전하는 얘기가 다 내 얘기 같고

 

다 내 고민 같고

 

그렇게 토닥토닥 위로도 받고

 

아자아자, 힘도 내게 되고

 

[휘릭 종이 넘기는 소리]

 

아, 그리고 라디오에서

 

7초간 정적이 흘러도 방송 사고거든요

 

그럴 땐 먼저 걸어놓은 음악을 켜야 돼요

 

그때 지수호 씨가 점점점 하면서 7초 아무 말 안 했잖아요?

 

그게 라디오에선 정말 긴 시간이거든요

 

(그림) 봐요

 

지금부터 우리가 7초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 봐요

 

[잔잔한 음악]

 

엄청난 시간이죠?

 

(그림) 그러니까 침묵은 절대 안 돼요

 

지수호 씨가 너무 당황했을 땐 이걸 켜면 돼요

 

DJ가 음악을 플레이할 수 있는 버튼이에요, 알겠죠?

 

[잔잔한 음악] ♪ 가리워진 길 ♪

 

(그림) 그리고 메일 확인 했더라고요?

 

예

 

제 원고 어땠어요?

 

아니, 읽어는 봤어요?

 

읽어는 봤죠

 

1단계 통과네요

 

궁금해

 

네가

 

[드라마 주제곡]

 

우리 PPL 받으러 갈 거예요

 

(이강) 골인하는 사람의 뜻대로, 오케이?

 

(승수) 이상하지 않냐?

 

JH는 왜 자기 아들이 아니고 우리한테 이거 지원하냐?

 

(태리) 나 지수호 어떻게든 이용할 거야

 

난 지수호 과거 알고 있고 아저씨는 증거 가지고 있으니까

 

지금 앞에서 사고가 났는지 꼼짝없이 잡혀 있어요

 

(이강) 근처 송신소로 어떻게든 튀어 가

 

(이강) 오늘 방송 못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림) 저 진짜 궁금한 거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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