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로맨스 6
궁금해
네가
[잔잔한 음악]
(훈정)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 형, 절 왜 이렇게 괴롭히세요?
그냥 일하는 큐시트만 보여달라니까
정보 교류 차원이니까 잠깐 보고 줄게
- (훈정) 아까는 기획서 넘기라면서요 - (승수) 아, 뭐가 됐든
(승수) 일단 다 넘겨 봐, 빨리, 응?
- 지수호 씨, 왜요? 그냥 인사... - 쉿
(승수) 근데 이게 이강 만나서 신수가 훤해졌다? 어?
- (승수) 좋냐? 좋냐고? - (훈정) 뭘 좋아요?
아주 죽여버리고 싶은데?
어제도 밤새웠는데?
하아, 피디님
피디님 팀에 나 좀 일찍 데려가지 그랬어요?
피디님 팀에 있을 때 아무것도 안 해서 좋았는데
뭐, 이놈의 새끼야 더러워, 이씨
빨리 그냥 큐시트 좀 갖고 오라니까, 아, 진짜!
(훈정) 잠깐만요, 부스 안에서 기다려요
(승수) 아오!
[문 덜컥 열리는 소리]
그럼, 여기서 브리지로 넘어가는 구간이 이 구간인가요?
아, 네, 여기 형광펜으로 밑줄 쫙 그어놨습니다
아, 두 사람, 여기서 뭘...
저희 방송 준비하는데요
(훈정) 꼭두새벽부터?
아, 지수호 씨 이것저것 도와드리느라
원래 작가랑 디제이랑 한 몸이잖아요
한 몸?
아, 그리고 여기서 할 리액션 좀 원고에 적어주세요
네
뭐? 둘이 밤을 샜다고요?
우리 지수호 씨가 너무 열심히 하더라고
꼭두새벽부터 부스에서 송그림이랑 원고를 분석하고 있더라니까
- 그럼 둘이 같이 잔 거예요? - 야!
무슨 헛소리야?
송그럼 고거 아주 발칙하다, 고거
(토네이도) 근데 너희 그거 알지?
라디오 부스에서 날밤 까면은
항상 뭔 일 있었잖아, 그렇지?
아이, 그... 부정 타게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래?
(가뭄) 잠깐만, 송그림과 라라희
청취율은 누가 이겼으려나?
라희 작가님이 이겨야 우리가 편한데
아, 그러니까
난 송그림
어허!
당연히 우리가 이기지 우린 '나마스테'가 있어
- 나마스테, 나마스테 - (장마) 나마스테
자, 여러분
우리 KBC에서 특별히 자체 조사한
두 프로의 라디오 청취율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이야... 근데 이 가파른 수직 곡선이
(국장) 과연 우리 라디오 청취율 맞냐? [껄껄 웃으면서]
자, 그러면
'지수호의 라디오 로맨스'냐?
'제이의 6시에 만나요'냐?
과연?
지수호!
(이강) [기뻐서 껄껄 웃는 소리]
그...
청취율 진 팀이 일요일도 방송하기로 한 거 기억나죠?
아, 이 빨간날에는
짱박혀가지고 열나게 일해야 되는데
그, 우리 팀은 놀러 나가야겠다
- (국장) 그래, 그래 - (이강) 아
그리고 우리 다음 생방부터 성우 샘 부스에서 합니다
- 너가? - 진짜?
야, 너 허락 받았어?
나마스테
야, 야, 야! 다 좋은데...
우리 오늘 놀지 말고 녹음 딱 한 번 뜨자
녹음은 무슨
(국장) 야, 야, 야, 야 인마!
아, 자식 저 자식 미워할 수가 없어
근데... 송그림은 어디 갔어요?
글쎄
[감탄하면서] 키야!
(국장) 매일매일 이렇게만 나와라
지수호 씨, 그때 그 말 뭐예요?
궁금하다니, 뭐가요?
[사레들린 기침 소리]
지수호 씨가 아까 그랬잖아요 나한테, '궁금해, 네가'
뭐가 궁금한데요?
아...
그게...
참...
(이강) 어어우, 어우, 어
(그림) 아, 진짜
맨날 왜 내 거 뺏어 먹어요?
(이강) 아, 진짜, 막내 쪼잔하게 그럴래?
자, 이거 다 드십시오
(이강) 땡큐
오늘 지수호 씨
지수호 씨 덕분에 우리 청취율 1위 했네요
아이, 뭐
그래가지고 우리 오늘 방송 안 하고 갈 데가 있습니다
(이강) 다 같이 고!
[덜덜 시동 거는 소리]
진짜 같이 안 가실 거예요?
예, 저 내일 스케줄도 있고
- 방송 준비도... - 지수호 씨 없으면 안 되는데
- 왜요? - 우리 PPL 받으러 갈 거예요
그래가지고 당신 얼굴이 필요해
안 된다고 했다
(그림) 아이, 왜 안 되는데요?
네깟 것들이 거기서 뭘 방송을 해?
약아가지고는
지수호 데리고 오면 뭐, 내가 빌려줄 줄 알았냐?
지수호가 샘 부스에서 하면 얼마나 좋아요?
우리 청취율 장난 아니게 나왔다니깐요
그거 받고
지수호가 샘 부스에서 하면 샘한테 특훈도 짬짬이 받을 수 있고
받고, 지수호가 샘 부스에서 하면 레코드 직접 트니까 나 할 일 줄고
죄송합니다
(그림) 아오, 진짜...
나 샘 부스에서 방송하는 거 완전 진짜 꿈이었다니깐요, 응?
샘이 우리한테 부스 넘겨주면 나 완전 성공한 거다, 그렇죠?
(이강) 그...
지수호 라디오 입성 기념으로 선물로 좀 줍시다, 샘, 네?
살아있는 전설의 부스를...
지수호 씨도 한마디 해보시지
(성우) 내 부스에서 왜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생각... 없는데요
전 상관없습니다 꼭 그 부스가 아니더라도
부스가 다 똑같죠, 뭐
빌려주지, 뭐
- 네? - 네?
네?
빌려줄 테니까
매주 나랑 산 탑시다
무슨 말씀?
아, 부스가 다 똑같다고 하시니까
똑같지 않다는 걸 알려줘야지
- 다음 생방부터 부스 써 - 샘, 약속한 겁니다!
[짝짝 박수 소리]
예스 [탁 주먹 치며]
아이, 샘!
나 지금 배신감에 막 몸부림쳐요
(성우) 뭐, 인마?
아니, 같이 산 타는 거, 이거...
절친 코스 3단계인데
아니, 지수호 씨를 왜 벌써 산에 초대해요?
아, 귀엽잖아
라디오에서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르는 초짜인데
한 수 가르쳐 줘야지
와, 진짜!
아니, 나를 좀 그렇게 가르쳐 줘봐요, 어?
(그림) 칫 [발을 탁 구르며]
캬아
그, 지수호 씨 효과가 죽이긴 하네요
뭐, 지수호만 있으면 백전백승이야
[탁 막걸리 놓는 소리]
됐습니다 [잔 탁 내려놓으며]
얘들아, 우리 장소 협찬받았으니까
다음 PPL 받으러 갈까?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골인하는 사람의 뜻대로, 오케이?
아이, 됐습니다, 무슨
되긴 뭐가 돼? 승부의 세계에서
운동 자신 없습니까?
[긴장감 흐르는 음악]
[콱 종이컵 구기는 소리]
예스!
[해맑은 이강 웃음소리]
이쪽으로, 이거, 이거 제대로 버리고
[종이컵 집어서 탁 버리는 소리]
아,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우리도 청취자들한테 두 손 가득 선물을 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네?
(훈정) 추워 죽겠는데 선물은 무슨...
[계단 올라가는 발소리]
(훈정) 실례합니다
- (훈정) 안녕하세요 - (남자) 안녕하세요
저, 그 청년 연구소 사장님이시죠?
(이강) 저희 라디오에 사연 보내주신
(남자) 예
저 이강 피디라고 합니다
아, 남녀노소의 물광 피부에 대해 연구했지만
남녀노소에게 외면받으셨다던...
[흠흠 헛기침 소리]
아, 그 빚 때문에 라면도 못 드신다던 그...
하아, 쯧...
[후루룩 라면 먹는 소리]
(남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제일 싫어요
밤을 새서 일해도 빚만 쌓이고
내 집 마련은 커녕
한 달 월세도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요
꿈을 꾸면 바보가 되는 게 현실인데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도
나 같은 바보가 많더라고요
근데...
더는 바보로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연구비가 다 떨어져서
사려구요, 화장품
(이강) 우리 프로그램에서
야, 진행비 있지?
[하하 어색한 웃음소리]
아이, 지수호 씨 붙으면 협찬이 절로 붙는데
굳이 그걸 왜 돈을 주고...
지수호 씨와 저희가 청년을 응원합니다
(훈정) 응원합니다
(이강) 우리 청취자분들께 홍보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리 지수호 씨가
(그림) 아, 그리고 어제 제가 들었는데요
실패작도 성공작이 될 수 있대요
- (그림) 포기하지 마세요, 응원합니다 - (이강) 응원합니다
(제이슨) 제가 지금 담당하고 있는 사례자는
아직도 상담을 거부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불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진짜 관계가 아닌
보여지는 세계에서 요구하는
가짜 관계만을 맺어온 삶의 반응으로
(제이슨)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과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최근 주목할 만한 것은
상황이 아닌 사람으로 인해
사례자가 전과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계속해서 그 선택과 변화에 대해
관찰할 것입니다
(주하) 지수호는 이제 아예 통제가 안 되나 보죠
지금 라디오 팀과 함께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요
수호가 누구랑 어울리는 애가 아닌데 어울리고 있잖아요
- 이상하지 않아요? - 그래도...
이번에 수호가 마음을 많이 연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게 이상하다고요
내 말 알아듣죠?
네
나가 봐요
[띠링 전화 울리는 소리]
(주하) 네, 이사님, 진태리 보냈는데
만나셨어요?
아, 네
저야 잘 지내죠
(사장) 근데 진태리 씨는
요즘 TV에서 영 볼 수가 없던데
아, 어머, 영 볼 수 없는 정도는 아니고요, 사장님
(사장) 진태리 씨가 우리 회사 냉장고 CF에
가당키나 해?
어머, '가당키나 해?'라고 제 면전에다가 얘기하시면
'그럼요, 가당키나 하죠'라고 대답하면 되나요?
[사장 비웃는 소리]
이사님이 더 잘 아실 거 아니에요
저 그쪽에서 냉장고 CF에 가당키나 합니까?
[웃으면서] 역시 루머가 사실이었구먼
[기막히다는 웃음]
'역시 루머가 사실이었네'라고 말씀하시는
지금 대머리 아저씨께서는
어떤 루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진짜 무서운 게 하나 없구먼, 응?
아니, 못 나갈 대로 못 나가서
(이사) 이런 데 불려 다니는 주제에
이런 데나 불러대는 너희들보단 낫잖아
- 뭐? - 그렇잖아
못 나갈 대로 못 나가는 이런 나 꼬시지도 못하는 빙신들
이게 진짜!
[탁 때리는 소리]
야!
야, 안 놔?
네가 급이 되냐?
어디서 바닥인 게 톱스타 갑질이야!
(태리) 아이, 씨! 하아
(이사) 어, 김 실장
아니, 여긴 어떻게?
아, 얘가 그쪽이었지?
내가 네 애냐? 어디서 애, 쟤야?
조용히 안 해?
(김 실장) 나와
[또각또각 구두 소리]
죄송합니다
저희 애가 실수를 했다면 용서해주시고
무례를 범했다면 부디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코웃음 치며] 허
(이사) 저 싸구려 같은 게 어디서, 그냥!
김 실장도 관리 잘 해! 응?
저런 애들이 뒤통수치고 그러는 거야
네,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탁 술잔 들고 졸졸 따르는 소리]
근데 이사님
저희 애 냉장고 CF 시켜주실 겁니까?
[탁 술잔 놓는 소리]
김 실장 미쳤어?
저딴 걸 누가, 쳇
그러니까
시켜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때리고
여자애 머리끄덩이를 잡아!
예
[탁 술병 내려놓는 소리]
여긴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그럼...
(태리) 아저씨
그러니까 빨리 줘, 어?
나 지수호 어떻게든 이용할 거야
난 지수호 과거 알고 있고
아저씨는 증거 가지고 있으니까
(태리) 응?
(수호) 아니, 그래서 송그림 작가님 또 어디 갑니까?
아, 저흰 또 방송국 가서 밤새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거 다시 쓴 원고인데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이
우선 이거밖에 없는 것 같아서요
야, 막내, 가자
그럼 지수호 씨, 갑니다
아니, 근데...
왜 또 자꾸 송그림 작가한테 막내, 막내 합니까?
송그림 작가님 메인 아닙니까?
막내 작가 다른 분도 있는데 좀 헷갈리기도 하고요
헷갈릴 일이 뭐가 있습니까?
저는 송그림한테만 '막내'라고 부르는데
그리고 그 막내 작가 애도 그만둔 것 같아요
연락두절
그래도 '막내'라고는 안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엄연히 메인이라는 직함이 있는데...
근데 지수호 씨도 송그림한테 막내 취급하시잖아요
물론 저하고는 다른 의미지만
무슨 말씀이실까요?
원고는 싹 다 무시하고 잔심부름만 시키시면서
우리 메인을 막내처럼 대하시잖아
그럼 지수호 씨, 우린 이만 내일 생방 때 봐요
우린 그때까지 합숙을
송그림 작가님
잠깐 얘기 좀 하시죠
제가 내일 지방에서 화보 촬영이 있는데
네, 들었어요 2시에 끝나신다고
생방 늦으면 어떡하죠?
네?
늦으면 안 되니까
송그림 계약서 4조항을 좀 쓰고 싶은데
[콸콸 물 나오는 소리]
(수호) 그래서 내일 작가님께서 운전을 좀 해주셔야 될 것 같은데
아니, 내가 뭐 네 기사냐? 어?
그러니까 오늘 합숙이 아니라
집에 들어가서 주무셔야겠죠
내일 안전한 운전을 하려면
내가 알아서 할게
아유, 참
이렇게 선물을 대따 때려 부었는데도
또 청취율 지면 어떡할 거야?
아니 근데 이상하지 않냐?
JH는 왜 자기 아들이 아니고 우리한테 이렇게 지원을 하는 거야?
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청취율이나 좀 올려, 청취율이나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오늘 방송도 수고하셨습니다
누구 놀리니?
- 그게 아니라 - 근데 넌 그 팀에서 역할이 뭐니?
네?
지수호 기획팀까지 붙어서 원고 다 써주는 거 맞지?
(라희) 그럼 넌 거기서 따까리 작가니 설거지 작가니?
그렇게 청취율 1등 하면 네가 잘해서 그런 것 같지?
하, 진짜 메인 아무나 돼서 사람...
쪽팔리게 만든다, 진짜
[신경질적인 발소리]
[달칵 문 닫히는 소리]
(라희) 지수호 기획팀까지 붙어서 원고 다 써주는 거 맞지?
그럼 넌 거기서 따까리 작가니 설거지 작가니?
(그림) 실패작이 히트작이 된다
[띠링 전화벨 울리는 소리]
예, 어머니
(그림) 여보세요? 지수호 씨
저 송그림이에요
알아요
- 원고는 - 원고는
어떠셨어요?
그게... 저기 내일
당장 방송하기에는 제가 숙지가 안 돼서
괜찮아요, 그래도 읽어 주셨으니까
예
- 저, 그럼, 이만 - 헐
아이, 벌써 끊으려고요?
안 그러면 뭘 합니까?
지수호 씨
저 진짜 원고 잘 써보고 싶거든요
제가 잘 쓰면 언젠가는 제 원고로 방송하실 거잖아요
그렇죠?
그렇죠
그러니까 디제이는
작가랑 일을 제일 많이 해야 돼요
지수호 씨가 마이크 앞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써 주는 게 저잖아요
뭐, 아직은 아니지만
근데 기분 안 나빠요?
네?
내가 송그림 작가님 원고로 방송 안 하는 거
뭐, 좀 열 받긴 하는데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러려면 제가 엄청나게 좋은 원고를 써드려야 하는데
아직은 속상해도 그런 원고를 못 쓰는 게
지금 내 상황이니까
하아,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열 받는 건 지수호 씨한테가 아니라
글 못 쓰는 송그림한테예요
아, 그리고 저 궁금한 거 있는데
이건 그냥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지수호 씨는 왜 휴대폰 안 들고 다녀요?
휴대폰을 왜 가지고 다닙니까?
전화할 일이 없는데
네?
누구한테 해요? 할 사람이 없는데
받을 사람도 없고
[어이없다는 코웃음]
[탁 컵 내려놓는다]
와, 이 양반 이기적인 게 하늘을 찌르네
아니, 왜 걸 사람이 없어요?
나한테, 이강 피디님한테 매니저님한테 걸어야죠
그리고 왜 받을 사람이 없어요?
제가 원고 쓰다가 막 막혔을 때
우리 디제이님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말투를 쓰는지 묻고 싶을 때
제 전화 좀 받아줄 수 있는 거잖아요
아, 지수호 씨
휴대폰 좀 사시면 안 돼요?
사면?
사면, 뭐
맨날 전화할 건가?
네?
집이에요?
하, 네, 집이에요
일찍 자요
내일 기사 해야 되니까
아...
와, 칫
아이 씨, 참
(감독) 아오, 자, 좋다 수호 씨, 다슬 씨, 그림 좋아요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
(감독) 포즈 좀 조금 더 자연스럽게 가주세요
오, 좋다, 좋다 오, 지금 표정 좋아요
(감독) 너무 아름답다
뷰티풀, 뷰티풀, 너무 좋아
아우, 이쁘다, 아우! [감탄하면서]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
(감독) 오케이, 점심 먹고 갈게요
(그림) 네, 제가 어쩌다보니까 이 근처에 왔는데
그럼 잠깐 들러서 아이들 좀 만나러 가도 될까요?
아, 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달칵 차 문 열고 봉지 부스럭거리며 들어가는 소리]
지수호 씨
촬영 끝나려면 몇 시간 남았어요?
제가 어디를 좀...
제가 이거 타고 금방 다녀올 테니까
아니, 내... 내리라고?
[익살스러운 효과음과 음악]
(선생님) 시작
(아이들) ♪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
♪ 멀리 뱃고동이 울리면 ♪
♪ 네가 울어주렴 ♪
♪ 아무도 모르게 ♪
아, 그럼 졸업생이 상구 한 명인 거네요?
- 저 아이들은... - 인근 학교로 통폐합이 될 거예요
원래 6학년이 2명이었는데
상구만 졸업하게 됐어요
상구는 그럼 어디 있나요?
[철렁 그물에 공 맞고 탁 떨어지는 소리]
기자냐?
깔짝대지 말고 가라
허, 아니 뭐라고?
뭐, 기사라도 쓰려고 왔냐?
어제도 왔었어, 기자들
야, 상구
너 졸업하기 싫어서 떼쓰고 있다며
왜 그러는 건데?
그걸 그쪽이 알아서 뭐 하게?
가, 가라고!
왜 이렇게 자꾸 내 앞에서 깔짝깔짝대냐고?
내가 그걸 그쪽한테 왜 말해줘야 되죠?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가라니까, 그만?
가라니까, 제발
야
너 누구랑 진짜 닮았다
(선생님) 얘가 교민이에요
원래는 이번에 상구랑 같이 졸업해야 되는데
규민이는 영영 졸업을 못 하게 됐어요
(선생님) 애들한텐 알릴 수가 없어서
서울에 잠깐 치료받으러 갔다고 얘기했어요
워낙 충격을 받을 것 같아서
근데
그렇게 매일매일 손꼽아 기다릴 줄은 정말 몰랐어요
(선생님) 그래서 친구가 돌아올 때까지
상구도 졸업을 안 하겠다고 저렇게 떼를 쓰고 있네요
감독님
대표님 전화 받으셨죠?
뭐야?
감독님, 뭐예요?
뭐긴 뭐야?
나와
(감독) 다슬 씨, 미안한데
JH 대표님이 갑자기 콘티를 바꿔서 진행하자고 해서
(다슬) 장난해요?
말이 돼요? 급이 다른데
죽고 싶나 봐?
근데 그쪽!
진짜 나한테 사사건건이 왜 이러는 건데요?
-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으로... - 어, 나 너 싫어
얼굴도 나보다 별로고 연기도 그렇게 발연기인데
너 승승장구라서 기분 열라 구려
어쩌라고?
못 나가면 못 나가는 이유가 있나 보지
후배님
나 지금 미간에 인내 천 만들어졌다?
이거 닥치라는 경고야
이게!
[악 소리 지르며 싸운다]
- (다슬) 저리 가, 빨리! - (태리) 놔! 야!
야! 너, 내가...
네, 대표님 여기 분위기가 좀...
아니, 왜 이렇게 자꾸 마음대로 하시는 거예요?
(주하) 맘대로 하는 건 너잖아
라디오도 네 맘대로 생방 사고도 네 맘대로
그래서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지금 나 급한 용무 중인데... 끊을게
괜찮은 거죠?
지수호 씨와는 얘기는 끝난 게 맞고요?
(감독) 라디오를 데일리로 하고 있으셔서
괜찮아요
일정 맞춰 가능합니다
(Appearance Contract)
(감독) 자, 자, 자, 맥주 들어 보세요 맥주 이렇게 들면서
오, 섹시하다, 진짜 태리 씨,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자, 수호 씨 포즈 한번 잡아주세요
아, 이제 나왔습니다, 이제
네, 요대로 마치겠습니다 카메라 보면서
오케이 자, 수고하셨습니다
(태리) 야, 지수호
너 나 왜 자꾸 쌩까?
쌩까면 쌩까는 데 이유가 있겠지 하고
너도 좀 쌩까주면 안 될까?
와, 지수호가 드디어 나랑 말을 섞어주네
오늘 내 등장이 좀 파격적이긴 했나 봐
어쩌려고 그래? 왜 이러는 건데, 너?
수호야,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야 돼
나한테 그러지 마
친한 척하는 거 나한테 일도 아닌데
음, 맞다... 연기 대상이셨지
진짜 그거면 되는 거야?
음? 이거 대표님 대사다
(태리) '진짜 그거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둘이 진짜 모자 사이 같다
그렇지, 아저씨?
네, 그럼요
지금 제가 지수호 씨 촬영장까지 따라왔으니까 걱정 마세요
아이고, 아이고 큰 소리는...
너 옆에 찰싹 달라 붙어서 꼭 같이 와야 돼, 응?
지수호 씨 태워서 바로 올라갈 겁니다
걱정 마세요, 국장님
야, 근데 그 망나니 깡똘은?
이게 너희 오늘 생방 선물이냐?
응
오늘도 게스트 하나 없이 지수호만으로 2시간 하시고?
동기님도 아이돌이랑 선물로 때울 생각 하지 말고
라디오의 가치를 찾으면 어떨까?
네가 하는 것만 다 라디오 가치냐?
응?
네 생각 아니면 다 잘못된 거야?
왜 아이돌을 쓰냐고?
왜 자꾸 돈만 처발처발 하냐고?
그래
그렇게 얄팍한 수가
라디오를 망치는 지름길이야
망쳐?
(승수) 야, 어떻게든 10대, 20대 끌고 와야지
세상 바뀌었어
라디오 좋아하는 기존 청취자들 기호만 신경 쓰다가
나중에 어쩔 건데? 응?
네가 잘 쓰는 말 하나 가져와서 얘기해볼게
이 지구가 살아 숨쉬는 한 라디오도 살아 있으려면
우리도 10대, 20대 끌고 와서 '라디오 좋다'
'이렇게 너희가 원하는 콘텐츠 여기 다 있다'
이렇게 해야 된다고!
그러네
응?
아니, 네 말이 맞다고
나도 한번 고려해볼게 고마워, 동기님
그리고 세팅한 거 만지지 마 이 새끼야
지금 올라가야 된다니까
먼저 올라가시죠 저 작가님이랑 같이 갈 거니까
진태리 씨, 먼저 가시죠
차라리 쌩을 까라
[부릉 차 천천히 오는 소리]
지수호 씨, 타요
(라디오) 강원 영서 내륙 지역에서도 대설 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사고가 속출하고...
- (라디오) 일부 도로가 통제되고 - (그림) 미치겠네, 진짜
(라디오) 강원 지방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경기에서 발달한 눈구름이 강원 내륙으로 유입되어
3시 이후 눈발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눈은 오늘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빵빵 차 경적 울리는 소리]
[빵 차 경적 울리는 소리]
[빵빵빵 차 경적 울리는 소리]
(그림) [한숨 소리]
[삐뽀삐뽀 구급차 사이렌 소리]
아, 진짜
[주섬주섬 전화기 꺼내서 전화 연결하는 소리]
피디님, 어쩌죠?
지금 앞에서 사고가 났는지
다리도 통제되고 꼼짝없이 잡혀 있어요
(이강) 그래서 못 오냐?
아, 어째, 딱 말해
(그림) 하아, 장담은 못 하는데 아무래도?
야, 너희 녹음 떠 놓은 거 있지?
(국장) 설마 스페어 하나 정도는 있겠지? 그렇지?
으음 [고개 저으며]
(국장) 야, 송그림
너 나한테 걱정하지 말라면서
- 무조건 데려온다며! - 어, 선배
춘천 지역에서 중계차 하나 보내줄 수 있죠?
(국장) 야, 송그림
너 진짜 잘리고 싶어? 어? [화난 어조로]
[깊은 한숨]
그러면 너 거기 어디라고?
우리 오늘 무조건 방송한다
(이강) 근처 송신소로 어떻게든 튀어 가
우리 이동 방송 많이 해봤어 그렇지?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
오늘은 중계차로 방송할 거야
- 그럼 피디님은요? - (이강) 난 서울에서
원고도 다시 써야 될 텐데 너 할 수 있어, 그렇지?
(그림) 동촌 분교 졸업식에 대한 코너랑
오프닝 쓴 거요
하아
피디님, 좋은 생각이 있어요
[끼익 차 돌리는 소리]
[달칵 차 문 열리는 소리]
네, 피디님
(이강) 좋아, 막내
네가 얘기한 대로 분교에서 방송하는데
거기선 네가 다 책임지고 하는 거야, 알아듣지?
네, 피디님
한 시간 안에 세팅해 오늘 사연들 다 괜찮아
(이강) 그러니까 너 믿고 한번 해봐
그리고 지수호 바꿔
지수호...
(이강) 지수호 씨
당신이 송그림한테 '막내'라고 부르지 말랬지?
당신 프로라 그랬지?
아니, 그래서 말하려는 요점이 뭡니까?
당신이 오늘만큼은 송그림 메인 대접해줘요
우리 오늘 여기서 어떻게든 방송해야 돼, 실수...
용납 못 합니다
난 실수 없이 할 테니까 그쪽이나 실수하지 마
될 거예요
[툭툭 어깨 치는 소리]
[설레는 리듬의 음악]
떨지 마요
- 아, 이건 추워서 떠는 게 아니라 - (수호)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알려줘요 할 테니까
오늘 우리 여기서 생방해야 되는 거 맞죠?
네
어떻게든 우리 둘이서 해야 되는 거고
네
그러니까 우리 정신 차리고, 떨지 말고
할 거 합시다
자, 뭐부터 하면 될까요?
그럼...
저...
저... 지수호 씨 도움이 필요해요
(그림) 저 한 시간 내에 원고 써야 돼요
코너는 이 학교 졸업식에 대한 걸 맡을 거고
마지막 졸업생 상구에 대한 인터뷰 좀 부탁해요
지수호 씨랑 비슷해서 잘 통할 것 같아요
[씩씩대는 소리]
[확 종이 잡아채는 소리]
[밀어서 콰당 넘어지는 소리]
[넘어진 아이 울음소리]
안 말리냐?
- 말린다고 안 할 거야? - 아니
해, 그럼
아이, 씨
뭐냐?
너 왜 자꾸 깔짝깔짝대면서 나 따라다니냐?
너 머리 푸들 같은 그 여자랑 한 패지?
너 진짜 누구랑 닮았다
뭐? 가라고!
너 혹시 네 친구한테도 그딴 말 했냐?
뭐?
혹시 안 갔으면 좋겠어서 오히려 가라고
이렇게 막 밀어내고 그랬었냐고?
가!
그렇게 너 혼자 서울로 가 버리라고!
가!
어떻게 알아?
알지
근데
안 와
안 올 사람은 죽어도 안 와
[탁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그림) 왔어요?
- 상구는요? - 먼저 와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선생님한테 갔나 보죠
[윙 종이 뽑는 소리]
이건 잘 못 했어요
괜찮아요
원고...
저도 같이 봐도 돼요?
너는 선곡 리스트 정확하게 정리해
네, 정리해놨습니다
어, 우리 지원 좀 해줘, 어
기술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거지?
상구가 사라졌어요
(선생님) 상구가 갑자기 찾아와서 교민이 주소를 달라고
서울 어디로 갔냐고 울면서 조르더니
그냥 나갔어요
(선생님) 금방 올 줄 알았는데
[급한 발걸음]
어떡해요?
원고 다 맞춰 썼는데
(그림) 오늘 방송 못 할 것 같아요
- 이강 피디님한테 연락... - (수호) 잠깐
조금만 더 찾아 보고요
혹시...
상구한테 교민이 얘기 했어요?
(그림) 치료받으러 서울로 떠났는데
영영 못 오게 됐대요
[가쁜 숨소리]
[스위치 켜는 소리]
[스위치 끄는 소리]
[스위치 켜는 소리]
[스위치 끄는 소리]
[스위치 켰다가 끄는 소리]
[스위치 껐다가 켜는 소리]
미안
내가 아까 괜한 말을 했다
(수호) 근데 그건 맞는 말이야
안 올 사람은 안 와
근데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사람도 있어
예전에 누가 나한테 이런 말 해줬다
'울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건 아니야'
'웃는다고'
'기쁜 것만은 아니듯 말이야'
(수호) 너
아직 이렇게 작고 약하고 어린데
계속 그렇게 울음 참고 살면
나처럼 된다
[스위치 켜는 소리]
[스위치 끄는 소리]
서울 갔다 온다고
졸업식 전에
꼭 온다고
조금만 기다리면
온다 했는데
내가 가라고
(상구) 나 안 기다린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어
내가 가라고 해서
(상구) 못 오는 것 같아서
그게요
그게 자꾸 마음이...
아파요
(상구) 나 계속 졸업 안 하고 기다려야 되는지
아니면...
나 졸업해도 되는지
그것도 들어야 되고요
방법 알려줄까?
직접 물어봐, 네 친구한테
어떻게요?
라디오로
어딘가에서 듣고 있을 테니까
(수호) 우리 생방 몇 분 남았어요?
10분요
피디님
- 훈정아, 방송 준비해 -네?
네
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지수호의 라디오 로맨스'입니다
하나, 둘, 셋 둘, 둘, 셋
큐
플래시로...
신호 보내고 있었어요
얼마나 했어요?
지금까지
한, 만 번 정도?
얼른 돌아오라고
와서 나랑 같이 손 잡고
우리 같이 키우던 화분도
맨날 같이 하던 축구도
그리고 졸업도 같이 하자고
내가 가라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사실은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가뭄) 네, 지수호의 라디오 로맨스입니다
네, 지금 사연 받고 있으니까 게시판에 올려 주시면 돼요
[따르릉 전화벨 소리] 네
네, 지수호의 라디오 로맨스입니다
지수호의 라디오 로맨스입니다
(장마) 사연 받고 있으니까 게시판으로 올려 주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장마) 네, 지수호의 라디오 로맨스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우리학교...
폐교 안 되게 해주세요
내가 졸업 안 할 테니까
나도 없고
학교도 없으면
진짜 내 친구는 돌아올 데가 없잖아
같이 졸업하기로 했는데
(상구) 나만 졸업을 해버리면
안 되잖아요
지수호의 라디오 로맨스
마지막은 조금 특별한 노래입니다
(수호) 동촌 분교 전교생이 부르는
산울림의 '안녕'입니다
(아이들) ♪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
♪ 멀리 뱃고동이 울리면 ♪
♪ 네가 울어주렴 ♪
♪ 아무도 모르게 ♪
♪ 모두 다 잠든 밤에 혼자서 ♪
- (아이들) ♪ 안녕 ♪ - 으아아악!
♪ 내 작은 사랑아 ♪
슬프다, 이거
♪ 멀리 별들이 빛나면 ♪
♪ 네가 얘기하렴 ♪
♪ 아무도 모르게 ♪
♪ 울면서 ♪
♪ 멀리멀리 갔다고 ♪
[발걸음 소리]
♪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
(그림) 지수호 씨
마지막 멘트는 이 원고 대로가 아니라
수호 씨가 하고 싶은 인사를 해주세요
네?
오늘 원고 저 혼자 쓴 거 아니고
수호 씨랑 저랑 같이 방송 만든 거니까
수호 씨가 진짜 하고 싶은 말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청취자) 라디오에서 이런 말 들었거든요
'울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건 아니야'
'웃고 있다고'
'기쁜 것만은 아니듯이 말이야'
'울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건 아니야'
(수호) '웃는다고'
'기쁜 것만은 아니듯 말이야'
라고 어떤 친구가
제게 말해주더군요
지수호의 라디오 로맨스
오늘은 이 말로 여러분들과 인사드리겠습니다
[잔잔한 음악]
[펜 탁 놓으면서] 하아
[짝 하이파이브 소리]
[훈정 씨익 웃는 소리]
저기, 피디님
응?
게시판...
(훈정) 어?
이것도 며칠 전 오기는 했는데
(Ji Soo Ho is a murderer.)
아니, 그래서
제가 담당하고 있는 사례자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진짜 관계에 빠져들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웃으면서]
[껄껄 크게 웃는다]
아, 이거 진짜 궁금하네요
궁금하시죠?
[껄껄 웃는다]
[부릉 트럭 천천히 달리는 소리]
하아...
그런데 아저씨는 어디 갔어?
음, 글쎄, 화장실 갔나?
근데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야?
비결이 뭐야?
나랑 똑같대
(상구) 누구한테 안 갔으면 좋겠어서
아저씨도 막 가라고 그랬었대
그게 누군지 알아?
안 올 사람은 죽어도 안 온다고
막 그러던데
아저씨도 계속 누구를 기다리고 있나 봐
아, 그리고...
너 그만 가라
누나가 휴대폰 번호 알려줬지?
서울 오면 연락해
그만 가죠, 너도 얼른 가고
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이번 건 진짜 가라는 거야
축하한다, 졸업
근데 아저씨
이건 어디에다 걸어놔야 해요?
(상구) 아저씨는 졸업장 어디다 걸어놨어?
난 졸업장 없는데
(그림) 어!
어
[잔잔한 음악] ♪ 가리워진 길 ♪
아, 너무 좋아요
나 꿈꿨어요, 이렇게 한 발 한 발 흔적 남기는 거
지수호 씨가 제 원고 읽어줘서 오늘요
(그림) 지금껏 꿈꾸던 흔적 다 남겼어요
라디오 듣는 사람한테 처음으로 도장 쾅
지수호 씨, 고마워요
아, 저 진짜 궁금한 거 있는데
- 뭐요? - 아까 지수호 씨가 말한 거요
'울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건 아니야'
'웃는다고 기쁜 것만은 아니듯'
(그림) 저 이 말 진짜 좋아하거든욧
지수호 씨는 이 말 어디서 알았어요?
와, 이러고 보면 지수호 씨랑 나랑
그렇게 안 통하는 것 같진 않은데 그렇지 않아요?
(수호) 아주 어렸을 때
고열로 3일을 앓았던 적이 있었거든
근데
엄마랑 아빠가 아무도 몰랐어
웃기지?
하나도 안 웃긴데
안 웃긴데 왜 웃어요?
난 내가 아플 때
엄마가 이렇게 토닥토닥 해주면
마음이 녹아요
(그림) 안 아픈 것 같아
라디오에서 이런 말 들었거든요
(그림) '울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건 아니야'
'웃고 있다고'
'기쁜 것만은 아니듯이 말이야'
송그림
너...
진짜 나 기억 안 나?
[잔잔한 음악]
[드라마 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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