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50
지호야, 너 울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울먹이며] (지호) 아빠가
위암 말기래
[애잔한 음악]
뭐?
아빠가
위암 말기라고?
[지호가 흐느껴 운다]
야, 서지호!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무슨 소리야, 그게?
[화내며] 장난치지 마, 나한테 죽는다!
하아...
아빠가...아빠가 벌써 병원에 갔다 왔대
병원에...
갔다 왔다고?
(지태)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
저하고 다시 병원에 가봐요
아니, 아버지는 그런 거면 왜 진작에 말씀 안 하셨어요?
왜 혼자만 알고 계셨냐고!
[힘없이] 이미...복막까지 전이가 다 됐대
[미정의 신음 소리] 저, 전이요?
[애잔한 음악 계속된다]
[거리의 소음]
(명신) [한숨 쉬고] 지안아
아, 아니야, 말도 안 돼
(태수) 헬싱키 티켓이야
일주일 후에 출발하는 걸로 끊었어
아빠 소원이야
예전에 사업 망해서 너 한 번 주저앉았어
또 그런 일 생길까 봐 겁나서 그래
[흐느끼듯이] 아냐, 아냐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아, 우리 아빠 어떡해?
[지안이 풀썩 넘어진다] 어, 지안아!
아, 명신아
나 어떡해?
(명신) 일단 집에 가
가서, 어떻게 된 건지 아버님한테 들어봐
아니랬는데
(명신) 일어나, 어?
집에 데려다줄게
[힘없이] 아니야
나, 혼자, 혼자 있고 싶어
[힘겨운 숨소리]
[울음이 새어나온다]
(태수) 나는 사실
지난번에 이미 마음 정리 끝냈어
그래서
[숨을 크게 내쉬며] 그때 못 해본 거 하다가
내 인생 조용히 살다 가고 싶어
그러니까 내 앞에서
울고불고 안 해줬으면 좋겠고
내 건강 상태에 대해서
아는 척 안 해줬으면 좋겠어
(지호) [울먹이며] 아빠
그게 말이 돼요? 우리가 어떻게 그래?
왜 못 해? 내가 그러길 바라는데
아버지
내가 지난번에도 얘기했다시피
죽는 거만큼은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
누구나 한 번은 가 안 가는 사람 있어?
[애써 참으며] 자, 일단
내일 제가 병원 가서 확인할 테니까
다시 얘기하세요
치료 방법이 뭔지 수술해야 하는지
하지 말라니까!
[잔잔한 음악]
(태수) 수술 확률 10프로도 안 돼
그거 믿고 남은 시간 병원에서 보내고 싶지 않아
그러다가 수술대에서 내가 떠나면
네가 내 억울한 거 풀어줄 거야?
10프로 아니라 1프로라도
예!
저는 아버지 이대로 못 보내요
[울먹이며] 나도...
[헛웃음] 자식들이, 이게...
어려서 아직 뭘 몰라
야, 이 녀석들아
나 억울한 거 하나도 없어
너희들 덕분에... 너희들이 다 풀어줬잖아
지난번에 오진으로 상상 암으로 알 때도
너희들 나한테 참 잘해줬어
그전까지는, 그래...
너희들한테 배신감 있었어 아주 컸어
아버지로서 외면당하고 부정당한다고 생각했었거든
서운하고 화도 나고 아무것도 남은 게 없구나 그랬어
내 인생 실패했구나 그랬어
그래서 좋았어
빨리 죽고 싶었거든
병원에 갈 필요도 없이 너무 확실해서
[태수가 가볍게 혀를 찬다]
그랬던 자식들이
마누라가
내가 죽는다니까
나중에 저희들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이제 와서 신경 써주는 척 잘해주는 척하나 했어
근데 싫지가 않더라 너희들이 마음 써주는 게
- (지태) 죄송해요 - (지호) 죄송해요
근데 암이 아니래
어찌나 창피하고 민망한지
근데 또 너무 좋았어
살아서 좋은 게 아니라
너희들이 내 마음을 들여다봐 준 게
그걸 알아봐 준 게 너무 좋았어
[흐느낌을 억누른다]
아버지
얘들이 날 버린 게 아니었구나
날 원망만 한 게 아니었구나
고마웠어
아빠 어떻게 그런 게 고마워?
그 과정이 없었으면 오해만 하다가
너희들하고 너희들 엄마하고 풀지도 못하고 떠났어, 나는
그러니까 내가 서운할 게 뭐가 있어?
아버지가 그런 생각 하시는지 몰랐어요
당연히 모르지 부모가 안 돼봤는데
너도 이제 곧 알 거야
아! 아니지 너도 이제 벌써 아버지야
네 자식 보호해야지
[긴 한숨]
그러니까 수아한테는 나 아픈 거 알게 하지 말아
최대한 오랫동안
내가 정말로 이 꼴은 수아한테 못 보인다
당신...
그래서 정선 가 있으려고 한 거예요?
요양원에 베드가 일주일 후에 나온다니까, 그때까지만
새 생명 있는 집 안에
중환자가 웬 말이야 그건 절대 안 돼, 절대 안 돼
[코를 훌쩍이며] 아버지, 안 그러셔도 돼요
[현관 도어록 소리]
(수아) 다녀왔습니다
지태 넌 얼른 나가봐 지호는 여기 있고
절대 티 내지 말아, 절대!
[지호와 지태 훌쩍인다]
[태연하게] 어, 이제 왔어?
어휴... 야근하느라 힘들었겠다
아버님 오셨지? 신발 있던데
어, 저, 방금 주무신다고 옷 벗으셨어
그냥 올라가래 힘들지?
(수아) 다리 좀 부었어
(지태) 주물러 줄게
(지태) 내일 병원에 가보려고 해
병원에 가서 확인할 때까지는 속단하지 말자
[잔잔한 피아노 음악 흘러나온다]
무슨 꿍꿍이냐?
무슨 소리야?
지안 씨 아버님이 증거 주셨다는 이야기 듣고
자식, 순발력 기막히네 했는데
아닌 거 같아
그전부터 생각 있었지?
너!
아버님 어머님 해임되시면 대표이사 나갈 작정한 거였어?
실망을 했든 어쨌든 할아버지가 세운 회사야
할아버지 뜻 무시하고
온 가족이 쫓겨나듯 내려오게 할 순 없었으니까
도박으로 시작했는데
지안 씨 아버님이 딱 맞춰 에이스 패를 던져준 거구나
내용 확인할 시간도 없었어
(기재) 그래
어쨌든 그래서 회사 고비 넘겼어
네 다음 행보는?
전문 경영인까지 영입하는 혁신적인 젊은 총수냐?
가족 경영에서 벗어난?
순수하게?
흠...
중환자실 앞에서 할아버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데
무섭더라
[잔잔한 음악] 못 깨어나면 난 어떡하지?
나한테 고스란히 떨어질 책임감이 무섭고
깨어나시면
지안이는
지안이는 죽겠구나, 할아버지한테
가만 계실 분은 아니지
나는 내 인생인데
할아버지, 어머니는 지안이 때문이라고 생각해, 무조건
당연히 지안이네가 다치게 되겠지
그래서 지안이까지 속일 수밖에 없어
설마 했는데 너, 그럼?
내 인생 살고 싶어졌다, 기재야
지시하고 준비는 부하 직원들이 다 하고
나는 결정만 하는 일? 재미없어
내가 뛰는 게 재미있더라고
야, 이제 퍼즐이 맞춰진다
우린 각자 할 일 하면 되겠더라고
나는 내가 할 일 처리하면 되고
지안이는 거기 있을 거니까
자기 일 하면서
[문 닫히는 소리]
이게 다 뭐예요? 정말 이혼할 거예요?
빨리 도장 찍어줘
우리가 결론을 내야 도경이, 서현이한테도 얘기를 하지
이혼은 안 해요
내 사전에 이혼은 없어
왜?
아, 체면 때문에?
기사 내렸어도 이미 추문으로 파다한데
이혼당하는 거로 보일까 봐 그러지, 당신?
당신이 이혼 안 한다고 하면
이혼도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 우습지 않아?
[쓸쓸한 음악]
그럼 얘기해요
25년을 참아 놓고 이제 와서 왜 이혼을 하려는 건지
그냥 살면 되잖아요, 지금처럼
사과할 줄 모르고 미안해할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 마음 들여다볼 줄도 모르고
해성 그룹 딸 가면만 쓰고
특권 의식에 폼만 잡고 사는 당신
싫어, 이제
해성도 싫고 다 허무하고 덧없어
이제 싫다고요?
이제야?
(재성) 25년을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았으니
이만하면 됐다 싶네
약속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거
해성 그룹, 서태수 씨가 지켜줬어
그런데도 감사 인사하러 갈 생각도 안 하지
당신이 먼저 해버렸잖아요
그 사람이 참 놀라웠어
간절함이랄까, 절박함이랄까
지안이, 지수 위해서 뛰는 거 보면서 말이야
난 뭘 한 걸까? 누구를 위해 산 걸까?
자식들 잡아야 한다고 무조건 엄하게 곁 안 주고
거리 두고 허세 부리면서 살았던 게 너무 후회가 됐어
환경이 다르잖아요
당신도 이제 생각할 때가 된 거 같은데
체면치레 위해서 노명희답지 않게
나 따위한테 집착 말고
어머니 자리라도 지키고 싶으면 말이야
방해도 그만하고
[명희의 떨리는 숨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회상 속 혁의 목소리) 그럼 헤어져야겠네
진심이었나?
설마 우리 벌써 헤어진 거야?
[알림음]
[얕은 한숨]
(혁의 목소리) 브래드 피트 님은
님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나요?
[흥미로운 음악]
뭐야? [알림음]
(혁의 목소리) 저는 못 만났거든요
꾸준히 댓글 달아주셨는데
그럼 브래드 님이 절 알아봐주신 분인데
한번 만나고 싶네요 느낌이 여자분 같거든요
허...
[키보드 소리]
(혁의 목소리) 어디 멀리 떠나신 건 아니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이거...
이거 지금 작업하는 건데?
하...
잠시만
알아주는 사람을 못 만났어?
야! 선우혁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살짝 웃는다]
[키보드 소리]
(혁의 목소리) 저도 이젠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요
[알림음]
[기가 찬 한숨]
후...
[키보드 소리] 그래요, 만나요, 우리
[분해서 씩씩거린다]
[새가 지저귄다]
[놀라움을 주는 음악]
(용국) 이야, 혁아
어디 선 보러 가냐?
아니, 이따 업체 미팅이 생겨서 그래요
(용국) 업체 미팅을 그러고 간다고?
업체 어디?
있어요, 갑자기 생겨서
이따 사무실에서 봐요
(용국) 응, 멋있다
[나가는 발소리]
[음악 긴장감 고조된다]
[음악 끝난다]
어제 많이 늦었니? [식사하는 소리]
(도경) 네, 기재하고 술을 좀 했어요
술 마셨어?
근데 왜 장어탕이야?
민 부장, 도경이 해장은 복국인 거 몰라?
어머니, 민 부장님 집에 안 계시잖아요
복국인 거 몰랐어?
아, 네
저희는 기본 식단표대로 준비했는데요
괜찮아요, 이것도 좋습니다
회사는 언제 다시 돌아가세요?
이제 저한테도 말씀 좀 해주세요
[조심스럽게] 저 여름에 유학 가도 되는 거예요?
식사 다 했으면 서현이는 올라가 있어
어머니
오빠하고 먼저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네
[식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서현이 말처럼
네 부모 손발 놓고 집 안에 들여앉힐 거니?
[식기 내려놓는다]
둘이 얘기해
정명수를 MJ로 발령냈다며
F&B하고 해성 어패럴은
뭐? 전문 경영인?
어머니 회사에 정보원 두셨어요?
진희가 왔다 갔어 아주 의기양양하게
걔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잊었어?
네 부모는 팽하고 우리를 죽이려 한 이모부를 살려?
이모부를 살린 게 아니에요
회사에 필요한 인재라서 기회를 드린 거지
뭐? [긴장된 음악]
사적인 감정을 회사 일에 대입시키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모부는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고요
유럽 리조트 규모 아시죠?
F&B는 요즘 프랜차이즈는 젊은 감각이 필요하거든요
내가 맡아서 여태 키웠어
주주들이 이해할 최소한의 근신 기간은 필요하다니까요
(도경) 근데 그 기간 동안
전문 경영인 실적이 어머니보다 월등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아닐까요?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회의가 잡혀 있어서요
허...
[한숨]
이따 아빠랑 같이 점심 먹을래?
[놀란 듯이] 아버지랑요?
뭐 먹고 싶어? 너 좋은 데로 가자
한 달 전이었으면
수술이 가능했을 수도 있었을까요?
음, 한두 달 만에 전이되기는 힘들어요
(의사) 보르만 4형처럼 복막 전이도 초기엔 증상이 모호하거든요
그럼 치료는요?
뭐 수술이라도 하면...
(의사) 복막암 같은 경우에는
덩어리진 암이 아니라서 수술 자체가 어려워요
(의사) 특히 서태수 씨는 전이 상태나 체력적으로도
수술하고 항암 치료까지 견디기 힘드실 거예요
그럼...
저희 아버지 얼마나 남으신 건가요?
길어야 한두 달인데
[슬픈 음악]
정확히는 아무도 모르죠
[문 열리는 소리]
(태수) 당신은 일하러 안 가?
[가방 지퍼 여는 소리]
여보
내가 어떡하면 좋을까?
나 어떡하죠?
죽고 싶어
내가 죽어야 하는 건데 [긴 한숨]
난 죽어도 싼데
너무 염치가 없고
미안하고
죽으면 염치가 없는 거야 이 사람아
미안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아
자식들 든든하게
자식들한테 피해 안 되게 운동도 열심히 하고
늙어도 부모는 그리운 법이니까
[태수의 한숨]
(태수) [혀를 차며] 그래
생각해 보면 당신 실수도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어
지안이가
자기 길 찾았잖아 그 집에 들어갔다 와서
그러니까
당신도 걱정하지 말고 당신 일 하러 가
[애잔한 음악이 잦아든다]
[한숨]
[긴장된 음악]
(사회자) 다음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MBA 코스를 밟은 엘리트로
하이첵 코리아 상무
이지 코스메틱 대표를 역임한
성유재 씨입니다
엘리트 MBA 코스 밟은 거 말고
어디 상무, 전무, 대표였다 말고
F&B에 맞게 프랜차이즈 사업에 특화된 경력 있는 분 없습니까?
하아...
[한숨]
[변기 물 내리는 소리]
[현관 도어록 소리]
아빠, 외박한 큰 딸 왔어요
그, 명신이랑 송별회는 잘 했어?
(지안) 응, 송별회는 잘 했는데 비행기표는 오픈으로 바꿨어
[잔잔한 음악]
아빠 순진한 거야, 단순한 거야?
말하지 말랬다고 우리 가족들이 말을 안 하겠어?
나중에 나한테 죽으려고!
[다급하게] 다시 바꿔, 제 날짜에 가!
못 가
네가 안 가면 나 보고 일찍 죽으라는 이야기야
아빠 같으면 갈 수 있겠어?
내가 시한부면 아빠는 갈 수 있겠냐고?
나는 부모고 너는 자식이야
떠나면서까지 네 발목 붙잡는 부모 만들래?
갈 거야
꼭 갈게
근데 가을 학기니까 몇 달 늦게 떠나도 돼요
핀란드 말 배워야 될 거 아니야 그래야 수업을 듣지
어, 어, 어떤 자식이 얘기했어?
지호야? 지태야?
이 자식들이 6일만 참으면 되는 걸 갖다가
아빠, 왜 그렇게 생각이 짧아?
핀란드 갔어도 아빠 아프다는 거 알면
내가 바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비행깃값만 날리는 거지
언제 갈 거야, 그럼?
네 능력으로 가는 거야 이거 아주 중요한 거야
네 능력으로 따낸 기회고 아빠 도움으로 가는 거야
이런 중요한 기회 절대 놓치면 안 돼
알아요
가을 학기 연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할게요
[떨리는 목소리] 그러니까 그 전까지 아빠 옆에서 지내게 해줘
핀란드어 여기서 진짜 열심히 할게, 응?
나라는 놈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죽으면서까지 네 발목을 붙잡냐고, 왜
[지안의 울음]
그만하자, 아빠
제발 그런 말 하지 마 [토닥이는 소리]
아니니까
(마트 사장) 사정이야 이해되지만
이분이 하실 수 있겠어요?
할 수 있어요!
내가 얘 가게 가서 카운터 얼마나 봤는데
죄송해요, 제가 너무 급해서
새 사람 2, 3일이면 구한다면서요? 그때까지만 봐주세요
[태수가 구토하는 소리]
[현관문 소리]
[울먹이며] 엄마
[지안이 훌쩍인다]
못 본 척해
할머니 저러실 때 네 아빠 미치려고 그랬어
우리 심정 누구보다 잘 알아, 아빠는
아빠가 그랬지 [목을 가다듬으며]
[훌쩍이며] 근데
엄마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어유, 요즘 왜 이렇게 변비가 심해
당신,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
당신하고 정선 가려고요
우리 어머니 때 당신 뒤늦게
효소로 나은 사람이 있는데 그거 못 해봤다고 아쉬워했잖아요
공기 좋은 데 가서
자연주의 식단으로 나은 사람도 있다잖아
당신 혼자는 못 보내니까 나랑 가요, 같이
지안아, 네가 집안일 좀 신경 써줘
새언니 부엌에 못 들어오게 하고, 응?
그럼, 그건 걱정하지 마
(미정) 응, 그러면 얼른 짐 챙기게 도와줘
(지안) 나도 같이 갈게요
(태수) 아니야, 아니야
엄마랑 둘이 가련다
둘이 어디 가본 게 한 10년은 넘은 거 같네
[잔잔한 음악]
아빠, 다녀오세요
다녀오세요
[한숨]
[애잔한 음악 잦아든다]
[새가 지저귄다]
허...
(지수) 말도 안 돼
저, 정말 다른 여자 만나러 왔어 [흥미로운 음악]
[분한 숨소리]
[급한 발소리]
(지수) 야, 선우혁!
너 이거밖에 안 됐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뭘?
너 지금 여기 여자 만나러 온 거잖아
네가 헤어지자며?
[당황하며] 내가 언제?
내가 언제 헤어지자고 그랬어? 네가 그랬지
우리 누나한테 그랬다면서? 네가 나 다시는 못 본다고
(혁) 그것뿐인가?
나한테 속 얘기도 못 하는 사람 필요 없다고 헤어지자고 했는데
아무 말 안 했잖아
그거, 동의한 거 아니야?
아, 아무리 그렇다고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는데 브래드 피트를 불러내?
브래드 피트는 나를 알아가고 싶어 하길래
[기가 찬 듯] 야, 그게
너 근데 왜 안 놀라?
내가 여기 어떻게 왔는지 안 궁금해?
궁금할 리가
[감성적인 음악]
안녕하세요?
아, 네
(혁) 제 이름 모르시죠?
저는...
서, 지, 수
라고 합니다
너, 너, 그걸 어떻게?
(혁) 내가 누구인지 알아줬으면 좋겠고
알아봐줬으면 좋겠고
알고 지내고 싶고 그래요
[지수의 한숨]
이것뿐인가?
내 블로그에도 댓글 달았잖아, 너
유학 끌려가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 알아주는 사람과 오래 알아가면서 살기를 바라요
영원히 안녕
이 말 유효하면 앉고
앞으로도 거리 두고 혼자 끙끙거릴 거면 가
[드르륵 의자 소리]
난 해성가랑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주총 때 보니까 막 그쪽 집 걱정이 되는 거야
나는 최은석이 아니라 서지수로 살기로 했는데도
그리고?
집도 그렇잖아
빵집 잘리고 나니까 그 동네 있을 이유가 없잖아
근데 난 돌아갈 집이 없는 거야
내가 서지수인지 최은석인지 헷갈리고
엄청 고민 많았네
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
서지수, 최은석 그런 이름이 뭐가 중요해?
해성가에서 살지 대방동에서 살지
뭐 하러 고민해?
어디를 가든
넌 그냥 너로 살면서 너를 잃지 않으면 되는데
[잔잔하고 밝은 음악]
음, 나를 잃지 않으면 된다고
어, 내가 좋아하는 너
현재 이름 서지수 과거 이름 최은석
이름은 그냥 이름일 뿐이야
너 내 이름이 제페토 혁이면 나 안 좋아할 거야?
진짜 그러네
내가 서지수든 최은석이든
그냥 나는 나구나
답이 됐어?
진작 털어놓을걸
사람은 말을 해야 속마음을 아는 거야
아!
으흠, 맛있어!
그렇게 표현해야 하는 것처럼
(지수) 자, 이거 먹어
아
[감탄하는 혁] [따라 하는 지수]
[함께 웃는다]
- (남구) 여기 있습니다 - (희) 감사합니다
예
이렇게 바쁜데 왜 오는 알바생마다 다 커트를 해?
으이그, 둘이 같이 있고 싶으니까 그러지
(희) 치 [함께 웃는다]
언제는 부부가 24시간 같이 있으면 안 된다며?
(희) 감사합니다
와, 대박 [흥미로운 음악]
진짜 맛있나?
(지호) 으쌰 [힘주는 신음]
(지호) 이거 계산해주세요
어유, 무슨 빵을 이렇게 많이...
어, 그 제비!
(남구) [말 더듬으며] 아니, 아니, 저, 저
서지수 씨 동, 동생인데
오늘은 서지수 동생으로 온 거 아닙니다
비즈니스 워밍업이라고나 할까요?
비즈니스 워밍업요?
아, 여기, 그, 하루에 빵 몇 개나 만드세요?
다 수제로 해서 많이는 못 만들어요
그래 가지고 빵 못 사고 돌아가는 손님들도 많다면서요?
뭐, 그, 그, 그건 그렇지
[입맛 다신다]
좀, 아쉬우시겠다, 그렇죠?
뭐, 전에는 뭐 안 아쉬웠었는데 이제는 뭐 좀...
아, 근데 그, 그건 왜, 왜 물어?
아...
아, 오늘은 일단 워밍업이니까 여기까지
본론은 다음 편에 [살짝 웃는다]
일단 이 빵 맛 좀 다 보고요
아, 저기...
이렇게 많이 안 사줘도 돼요 이제 지수 씨도 없는데
맞다, 작은누나 어디 갔어요? [음악 끝난다]
[곤란한 듯 웃는 희] [금전 출납기가 열린다]
[거리 소음]
참! 너 그럼 내 고백 대본 읽은 지 한참 된 거네
네가 레시피 노트 잃어버렸을 때 봤으니까 한참 됐지
하, 그럼 그때부터 다 알면서 나 지켜본 거야?
아마도?
아...창피해
그것도 모르고 [웃음]
(혁) 서지수
응?
[감성적인 음악]
[쪽]
[밝고 아름다운 음악]
[음악 잦아든다]
[주제곡 "바람이 불어와" 흐른다]
[한숨]
(도경) 지안아, 왜 그래? [지안의 울먹이는 숨소리]
(도경) 무슨 일 있어?
[울먹이며] 오빠
어, 왜?
무슨 일이야?
[도경 한숨 쉰다]
왜 우는데?
(도경) 무슨 일이야?
그냥 잠깐만 이대로 있어줘요
[흐느껴 운다]
[지안의 울음]
[엉엉 우는 지안]
[흐느끼는 지안]
[코를 훌쩍이는 지안]
이제 괜찮아요
[훌쩍]
(도경) 이제
무슨 일인지
말해줄래?
지금은 아무 얘기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울고 싶었어요
여기 어쩐 일이세요?
어...
난...
[한숨]
회사가 너무 답답해서
네가 보고 싶어서
[아련한 음악]
[한숨]
[음악 잦아든다]
[식사하는 소리]
[실내에 피아노 음악 흐른다]
[고기 써는 소리]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저 보자고 하신 건 아버지이신데요
그냥 궁금해서 본 거예요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해?
(서현) 대화 중 아닌데 힐끔힐끔 보는 거
교양 없는 짓이잖아요
가족끼리는 안 그래도 돼
이제부터는 편하게 대하도록 해
'아버지' 하지 말고 아빠라고 하고
네?
어머니한테 혼날 텐데요?
서현아
넌 앞으로 어떡하고 싶니?
[풀 죽은 듯이] 저 뉴월드 날아간 거예요?
(서현) 저도 알아요
우리 집안 그레이드 낮아진 거
[잔잔한 음악] 그런 얘기가 아니라
그거와는 별개로
네가 하고 싶거나 아니면
살고 싶은 길이 있지 않을까 그걸 묻는 거야
[난처한 웃음]
그런 게 어떻게 있어요, 아버지
어려서부터 정해져 있었는데요
어, 그렇구나
그럼 지금부터라도 한번 생각해봐
어머니하고 상의해볼게요
[한숨]
(노 회장) 화가 난 거야 일단 풀어야 할 텐데
회장님
부친 작고하셨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연락 두절이더라고
네, 경황이 없어서요
부의금은 계좌로 보냈는데 어쩐 일이야?
어떠신가 한 번 뵈러 왔어요
제가...
서지안이한테 전화해, 지금
[긴장된 음악] 서지안 씨한테요?
도경이 풀려면 걔가 필요해
전화해서 나 바꿔줘
참 여전하십니다, 회장님은
뭐가?
제가 회장님...
아니
그때는 해성 어패럴 시절이었으니까
사장님 비서로 처음 뵌 지가 35년인데
그때하고 참...
안 변하셨어요
거죽은 늙었는데 오기는 창창해?
이거 꺾이면 관 뚜껑 덮어야지 내 손으로
얼른 전화해
문병이요?
난 너만 봤으면 좋겠는데
정 껄끄러우면 도경이하고 함께 오든가
아니면 도경이한테 말하고 오든가
[긴장된 음악 고조된다]
[음악 잦아든다]
웬만한 남자보다 배포 크고 강단이 있는 거 다 아는데
그렇게 쫄린 얼굴이야?
내가 사과하려고 불렀는데
사과요?
[무쇠 뚜껑 여는 소리]
[잔잔한 기타 소리 들려온다]
[무쇠 뚜껑 닫는 소리]
[기타 소리 멈춘다]
(미정) 여기 진짜 공기 좋다, 여보
(미정) 마셔요, 야채 버섯물이야
아니, 버섯을 싸가지고 왔어?
집에 있는 거 우선
가만있어, 곧 저녁때인데 당신 뭐 해 먹냐?
이거 우린 물에 칼국수 해도 되고 쌀 넣어 죽 끓여도 되고
아유, 좋다
여기 처음 시부모님한테 인사드리러 온 날 생각난다
[살짝 웃는 태수]
여기 좋네
당신 추억도 있고
공기 좋고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겠어요
[웃음]
아, 저녁하려면 장작 모자라지? 내가 장작 갖다 줄게
[전화벨 울린다]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아, 여보세요
안녕하셨어요? 저 최도경입니다
예, 그런데 무슨 일로...
큰 도움 받았는데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아, 그거 지안이한테
유용하게 쓰였다는 얘기 들은 걸로 됐어요
며칠 너무 정신이 없어서 바로 못 찾아뵀어요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은데 언제 시간이 되세요?
아, 그럴 거 없어요 잘 쓴 걸로 됐어요
그리고 내가 지금 지방에 내려와 있어서 서울에 없어요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와 있어요
아...
그럼 언제든 서울 올라오실 때 연락 주시겠어요?
꼭 한 번 뵙고 싶거든요
글쎄, 한 두어 달 서울에 안 올라갈 거예요
그냥 전화로 인사받은 거로 칩시다
들어가요 [통화 종료음]
[통화 종료음] 아버님?
[한숨]
(수아) 어, 벌써 차렸어? 어머니 안 오셨잖아
(지태) 어, 저, 정선 내려가셨어, 어머니 아버지랑 같이
아버님이랑? 어머니 마트에서 일하시잖아
[말 더듬으며] 어, 집안일 다 해결되고 나니까
두 분 금슬 회복하셨나 봐
같이 지내고 싶으시대 [그릇 놓는 소리]
(수아) 그래?
[상 차리는 소리]
[잔잔한 음악]
네, 고성훈 박사님 병원이죠?
예, 위암 수술에 관련해서 뭐 좀 여쭤보려고요
선생님이 이 분야에 전문이라고 들었어요
혹시 지금 임상 실험 중인 신약 같은 거 혹시 없을까요?
[잔잔한 음악 계속]
[음악 잦아든다]
[거리 소음] 사장님, 여기요
천마 가루랑 말린 가지 꼭지랑 번행초 있나요?
양방 한방 병원은 더 이상 알아볼 데가 없고
[한숨]
[힘없이] 우리 아빠 어떡하지
[발소리]
나만 빼고 오누이 두 분이서 뭐 하십니까?
아, 일요일인데 왜 늦잠 안 자고 내려왔어?
뭐야?
아버님한테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니야, 그냥 지안이랑 수다 떤 거야
자기야
나 눈치 빠른 거 알지?
이 집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는 게 있는데
계속 나만 모르고 있다는 느낌 들었거든
아,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아가씨
나는 이 집 식구 아니었구나?
[들이마시는 숨소리]
[한숨]
[절망적인 한숨] 아니야, 이거 아니야
난 맛있는데?
방장님 빵처럼 맛있어?
절대 아닐걸?
아, 내가 3일 동안 밀가루 한 포대 빵을 다 구웠는데
이거 다 어떡하지?
우리 셰어 식구들도 이제 질린다니까...
그럼 이거 지안이 갖다 줘야겠다
엄마, 아빠랑 지태 오빠 수아 언니, 지호까지
근데 지안이는 왜 연락을 안 해?
바쁜 일 끝나면 연락한다더니
빵 가지고 집에 가서 하루 자고 와 이따 데려다줄게
그래야겠다 [웃음]
[수아 한숨 쉬며 훌쩍인다] [잔잔한 음악]
자기야, 아버님 모시러 가자
수아야
이게 말이 돼요?
저랑 아기 때문에
아버님이 가족들이랑 보내는 시간을 놓치는 거잖아요
아빠 안 오실 거예요
자기야, 차 빌려 놔
[현관 도어록 소리]
엄마! 아빠!
어! 셋 다 집에 있었네
뭐야, 서지안 너?
난 너 핀란드 가기 전에 바쁘다길래
연락만 기다리다 온 건데, 응?
밤까지 기다렸다가 자고 가려고
뭐야, 분위기가 왜, 왜 이래?
안 그래도 오늘쯤 너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나 핀란드 가는 거 미뤘어
왜?
아가씨가 말해요 우린 준비하러 올라갈게요
[흐느껴 우는 지수]
어떡해?
어떡해, 우리 아빠
말도 안 돼
아니지, 응?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거짓말이라고 해줘
[울먹이며] 나도 그러고 싶어
안 되겠어 나 정선으로 갈래
아빠 얼굴이라도 봐야겠어
(지안) 안 돼!
[단호하게] 너 가면 펑펑 울기만 할 거라서 안 돼
지금 오빠랑 언니가 모시러 가니까
아빠 오실 때까지 여기서 울 거 다 울어
눈물 한 방울도 안 남게
[울음이 비어져 나온다]
[울면서] 우리 아빠 어떡해
[지수의 울음]
[노크 소리]
일요일도 없이... 총수란 이런 거군요?
비꼬는 거냐?
(혁) 바쁘시니까 용건만 간단히 하죠
(도경) 그래야지
난 지안이가
최도경 씨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귀에 못 박히게 너한테 들은 말이거든?
지안이한테도
지안이가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
기분 나빠지려고 그러네
근데
지수가 최은석이었어도
최은석이 된다고 해도
난 지수를 못 놓을 것 같아요
너 지금 나 후벼파면서 너희들 얘기 하러 온 거야?
내가 그렇다면
최도경 씨하고 지안이도
알 건 다 알고
마지막 얘기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한 없게
그게 무슨 뜻이야?
지안이
3일 뒤에 핀란드로 떠납니다
[충격적인 효과음]
핀란드? [불안한 음악]
[발소리]
(민 부장) 다녀왔습니다
장례만 끝내고 바로 올 줄 알았더니
[충격적인 효과음]
[긴장감 도는 음악]
제정신 아니구나? 어딜 앉아?
사직서 냈거든요?
이게 뭐야?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이제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거든요
아, 아니, 그렇다고
우리 집안이 지금 얼마나 뒤숭숭한지 알면서
그만두면 어떡해?
연봉 올려 줄 테니까...
[말 자르며] 필요 없어
지금 뭐랬어?
노명희 씨 나 그 돈 필요 없어
민 부장! 지금 뭐 하는 거야?
사표 냈는데 반말하면 안 되나?
돈 주고 부리는 사람은 사람 취급 안 했잖아
나 지금은 당신 돈 받는 사람 아니야
나이도 한 살 더 많고
돈 안 받는데 왜 존대해야 하니, 명희야?
[기막히다는 듯] 어머
그리고 나 돈 많아 당신들만큼은 아니겠지만
돈만 받고 쓸 시간이 없게 살았잖아
몇십 년 동안 이 집안 붙박이로
[놀란 숨소리]
야, 민들레! 너 지금 누구 앞에서!
그만둔다고 뵈는 게 없어?
[강한 어조로] 나
조순옥이 은석이 데려가는 거 봤다
[무거운 음악]
뭐?
뭐라고 했어, 지금?
그날 당신 남편은
당신을 미행하려다가 멈췄어
동시에 회장님이 나한테 시켰지
당신이 어디 가서 누구 만나는지 보라고
(명희가 따뜻한 목소리로) 자
흠
[명희의 웃음]
[지수의 웃음]
(민 부장) 기분 참 더러웠지만
시키는 일을 하는 게 내 일이니까
당신 뒤를 쫓았지 [창문 열리는 소리]
은석이 또 자는구나
(노 회장) 그놈이 누군지 알아내기 전까지는
절대 명희한테 들키지 마
[발소리]
[충격의 효과음]
(민 부장) 당신이 보겠구나 그러고 있었는데
[긴장된 음악]
그냥 가 버리데
[핸드폰 닫는 소리]
[떨리는 목소리] 은석이 데려가는 걸 봤다고?
봤는데 왜 말을 안 했어?
시키는 일만 하라며
뭐?
정식으로 해성 어패럴 입사 시험 합격했던 사원이었어, 나
노양호 사장 비서
열심히 일을 했더니
2년 만에 집안 비서를 하라고 하데?
갓 결혼한 따님 신혼 생활 자리 잡게 해주라고
신장 투석 중인 우리 엄마 병원비 들먹이면서
돈도 필요하고 2년 지나면 기획팀에 넣어 준다길래
딱 2년만 하자 열심히 했어
그랬더니
당신도 말끝마다 그러데?
시키는 일만 하라고
노양호처럼
넌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고
쓸데없이 알아서 뭘 하려고 하지 말라
시키는 것만 하는 게
네 일이다
[떨리는 목소리] 그거하고
[버럭 화내며] 우리 은석이 모른 척한 거하고 무슨 상관인데!
노양호가 시킨 건 당신 미행이었거든
네 딸 납치당할 때 신고하라는 말은 안 하더라
야! [긴박한 음악]
[언성 높이며] 야! 민들레 너!
왜?
시키는 대로 했는데, 난 [명희의 기가 찬 숨소리]
[소리지르며] 이, 이 나쁜 년!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 네가 어떻게? 야, 이 나쁜 년!
(명희)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우리 은석이한테...
[명희가 씩씩댄다]
(명희) 네가 어떻게 우리 은석이한테 그럴 수가 있어!
야! 죽어! 죽어!
아니, 네가 여지껏 평생
네가 나한테 그런 마음을 먹고 살았다는 말이야?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 수신음] [지수의 놀란 숨소리]
아, 아빠야?
여, 여보세요?
지수?
도경 오빠
너 울었어?
도경 오빠야
[지수의 한숨]
여보세요
좀 보자, 내가 갈게
[거친 숨소리] [긴장된 음악]
교양 덩어리 노명희도 별수 없네
[숨을 거칠게 쉬며] 쌍욕에
폭력에
허...
아...
시원하다
[숨을 헐떡 거리며] 아무리 그렇다고... 자기를...
2년 채우고 회사로 복귀하려고 했을 때 네가 그랬다며?
민들레 집에 있게 해달라고
빠릿빠릿하니까 계속 집사, 비서로 쓰게 해달라고
하...
나도 결혼도 해야 하고
사람처럼 살고 싶은데
하...
노양호가 그러데?
3년 더 하라고
안 그러면
회사에 자리 없다고
[민 부장의 한숨]
기억도 못 하겠지
[힘주는 신음]
날 10프로만 인간으로 대했어도
은석이 찾았을 텐데
[명희가 씩씩댄다]
이 나...
[명희의 거친 숨소리] [민 부장의 한숨]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종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민 부장의 코웃음]
[애잔한 음악] 25년 만에 전해줄 줄은 몰랐네
[엔진음]
조금만 애태우고 주려고 했는데
당신이 교통사고가 나버리는 바람에 때를 놓쳤거든
[헛웃음]
더 웃긴 건, 당신 부부...
노명희 씨
당신 혼수상태일 때 당신 남편
어땠는지 알아?
[음악 고조된다]
그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재성) 명희야
제발 일어나주라, 어?
나, 너하고 은석이 동시에 잃고 못 살아
아니
은석이 못 찾아도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깨어나기만 해줘
[흐느낀다]
[울음소리]
[계속 흐느끼는 재성]
(민 부장) 세기의 로맨스라고
꽤나 떠들썩하게 결혼해놓고는 뒤늦게...
당신이 해성 딸인 걸 알고 있었다는 오해 하나로
평생을 싸늘하게 살더라?
당신들
거짓말하지 마
[민 부장의 얕은 한숨]
[비꼬듯이] 잘 있어요, 노명희 씨
[발소리]
[부스럭]
[팔랑] [애잔한 음악]
[수표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문 닫히는 소리]
[힘겨운 숨소리]
[흐느낀다]
[흐느낀다]
[애잔한 음악 잦아든다]
[옅은 한숨]
유학 간다면서?
유학 아니고 연수요
네가 어딘가 떠난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 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너한테 진작 얘기했을 텐데
내 계획
계획이 뭐였는데요?
내가 알아서 다 정리하고
정말 깨끗하게 다 정리하고
네 앞에 서는 거
너한테 가는 거
그랬구나 [애잔한 음악]
거기...안 가면 안 되겠어?
아니
영영 가지 말라는 게 아니라
좀 나중에
최도경 씨는 여전하네요
잠깐...
너...
왜 최도경이라고 해?
최도경이잖아요
아니
넌 항상 날 밀어낼 때
최도경이라고 해
그러니까 이러지 말지...
나한테 연락하지 말지
지안아
가지 말라는 말 따위는 정말로 하지 말지
무슨 일...
있었구나
[힘겨운 숨소리]
(회상 속 지안의 목소리) 사과요?
[노 회장의 웃음]
이 심장이 한 번 고장나니까
언제 또 고장이 나서
이 세상 떠날 수도 있다
마음이 약해져, 내가
많이 안 좋으세요?
[아니라는 듯이] 으음
당장 죽을 지경은 아니고
어쨌든
크게 마음 걸리는 것부터 털자 싶었는데
네가 떠오르더구나
남매가 정분 나는 거 죄는 아닌데
내 욕심에 너희들 끊자고
네 아비 찾아가서
뺨도 때리고
무릎도 꿇게 하고
[무거운 음악]
우리 아빠를...
때리셨어요?
무릎을 꿇리셨어요?
그래서 그거 사과하려고 불렀던 거야
[웃으며] 내가
설명을 할 테니
[말 끊으며] 하지 마세요
뭐?
사과가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가보겠습니다
아, 내가 사과한다니까!
최도경 씨는 저 여기 온 거 모릅니다
[분한 숨소리]
[메시지 알림음]
[긴 한숨]
(민 부장의 목소리) 민 부장이에요
서지안 씨 아버님 덕에 해성가가 살아났네요
이걸 밖에 터뜨리고 가고 싶었는데
지안 씨 아버님 마음이 걸려서
지안 씨한테 주고 갑니다
선택은 알아서 하세요
[긴장된 음악]
(녹음된 노 회장 음성) 네 자식들 맷돌로 갈아버릴 거야
특히 서지안!
(녹음된 태수 음성) 제 얼굴 안 밝히고도
회장님 측 오욕 덮을 수 있습니다
제가 경찰서 가서
시키는 대로 말하면 되니까요
단, 회장님은
제 신상 정보만 보호해주시면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제 자식들...
범죄자 자식만 안 되게 막아주십시오
(노 회장) 타협은 없어
(태수) 회장님!
제가... 지태, 지호, 지안이
아비라는 사실만 알려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노 회장) 대신, 돈이 들어오게 될 거야
돈이 있으면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게 돼 있거든
[삑]
(지안) 이걸 알고도 듣고도 참았어요
오빠는 죄가 없으니까
나는 곧 떠날 거고
이게 오빠가 한 짓은 아니니까
(지안) 이런 수치스러운 일로
마지막 사랑의 추억까지 잃고 싶지 않아서
미안하다
그런데 가지 말래요?
해성 그룹 총수가 돼서 힘드니까
내가 필요하니까
이게 나한테 어떤 건지 당신이 알기나 해요?
나는...
당신하고 아무것도 안 할 수 있었어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어떤 사이도 될 생각 없다고 얘기했어요
해성가 싫다고 분명히 얘기했어요
겨우 내 인생 찾았으니까 오빠 삶으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사랑해보겠다고 내 주변에 온 건
최도경 씨예요
그래서 회장님이 찾아와서
우리 아빠 협박하며 때리게 했죠?
오빠 때문에 맞은 건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애잔한 음악]
네가 알면
상처가 너무 클 거 같아서
네 아버님도
말 안 하신 얘기니까
아니
당신이 말하지 못한 건
[울먹이며] 날 걱정해서가 아니야
내가 아는 게 당신 감정에 방해가 될까 봐 말 안 한 거지
(지안) 아빠는 내가 비참할까 봐 말 못 했어
당신은 내가 떠날까 봐 말 못 했어
당신은
내 아빠를 때린 사람의 손자하고 사랑을 키우게 만들었어요
내 아빠를 협박하고 무릎 꿇게 만드는 사람의 손자하고
사랑하게 만들었어요
널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
네
그게 최도경 씨 사랑법이에요
늘 전에도 그랬듯이
이기적이죠
해성 그룹 자손답게
내 입장에서
좀...
생각해줄 순 없는 거니?
나를 사랑했어요?
그랬으면 오빠 사랑을 욕심내지 말았어야 해요
정말 날 사랑했다면
지안아
하나만 묻죠
최도경 씨 해성가에서 나와서
날 위해서 뭘 했어요?
[아련한 음악]
나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당신이 좋아한다는 날 위해서
뭘 했는데?
뭘 해줬는데?
내가 원하는 걸 해줬어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기는 해요?
당신 마음을
받아달라고만 했어
당신이 열심히 나를 사랑하면
집까지 나와서 고생하면
난 당연히 그걸 받아줘야 하는 거예요?
[울먹이며] 근데
그렇게 돼버렸어
그렇게 만들어버렸어 [지안의 울음]
[훌쩍이는 지안]
최도경 씨가 나한테 한 가장 큰 잘못은
내가 너를 사랑하게 만든 거야
그래서 당신이 용서가 안 돼
그리고 나도 용서가 안 돼
[음악 고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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