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51
(지안) 최도경 씨가 나한테 한
가장 큰 잘못은
내가 너를 사랑하게 만든 거야
[잔잔한 음악]
그래서 당신이 용서가 안 돼
그리고 나도 용서가 안 돼
당신은 회장님이 자기 때문에 쓰러지셨다고
해성으로 돌아갔어
처음엔 오해했지만 이해했어요
이해가 되더라고
밉다고 실망했다고
뿌리째 뽑아낼 수 없는 게 가족이니까
그래서 도왔어요
도왔다고
우리 아빠한테 어떤 짓을 한 사람들인지도 모르고
나는 당신을 도왔고
아빠는 나를 위해서
지수를 위해서
구해줬죠, 당신 집안을
[한숨]
할아버지가...
이런 정도로 하실 줄은...
미안하죠? 아주 많이
말할 수 없이
그럼 날 잊어줘요
까맣게
그게 최도경 씨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예요
대답해요
네가 나를 잊어
까맣게
잊을 거예요
근데 당신 기억 속에도 안 남았으면 좋겠으니까
살면서 언젠가...
오다 가다 우연히 마주칠 때
처음 본 사람처럼 지나칠 수 있게
[음악 고조된다]
[탁자에 떨어지는 소리]
[음악 끝난다]
[태수의 놀란 숨소리]
(태수) 너희들이 여길 어떻게...
하마터면 엇갈릴 뻔했네
저희 아버님 모셔가려고 왔어요
아, 뭐?
저 수아한테 들켰어요, 아버지
제가 일부러 말한 거 아니에요
집으로 가요, 아버님
자기야, 얼른 들어가서 아버님 짐 싸서 나와
(태수) 아, 아니야, 아니야, 관둬
나 안 가, 안 가, 안 가
어머니, 저 좀 보세요
아버님 여기 계시면
제가 마음이 안 편해서 얘도 불안해해요
[잔잔한 음악]
수, 수아야, 저...
(수아) 저 회사 갔다가 퇴근하면
이층에 따로 있잖아요
저 때문에 가족들이랑 보낼 시간 뺏고
그럼 제가 어떻게 마음에 편하겠어요
저도 이제 자식 생기는 엄마 되는데요
[머뭇거리며] 내, 내가...
너무 미안해서 그러지 너한테 너무 미안해서...
아버님이 이 아이 할아버지세요
아버님, 태명 좀 지어주세요
(석두) 지안이가 웬일이냐?
(지안) 안녕하셨어요?
[부스럭]
(지안) 이거 이천만 원
아저씨가 저희 아빠 주신 거죠?
저, 제가 모은 돈으로 가서 벌면서 공부할 수 있어요
지안아
그 돈...
내가 너희 아빠 드린 거 아니야
네?
(석두) 그 이천만 원
네 아빠 암보험 진단금 받은 거야
태수가 사업 망하기 전에 들어놨던 게 있었다고
좋아하더라
아... 아빠...
[털썩]
(태수) 아빠가, 저, 석두 아저씨하고
오토바이 액세서리 사업 같이하기로 했어
이거 아주 중요한 거야 네 능력으로 따낸 기회고
아빠 도움으로 가는 거야
이런 중요한 기회 절대 놓치면 안 돼
[흐느낀다]
[울면서] 아빠...
아빠...
[애잔한 음악 계속된다]
[지안의 울음]
쉬는 일요일, 그것도 다 저녁때
그것도 이 동네까지 왜 오게 했냐고
기재야
나 집에서 왜 나왔냐...
장소라하고 결혼 깨고
유럽 지사 발령내니까
안 가려고 독립 선언했다가
할아버지한테 빈털터리로 쫓겨났지
그랬구나
집안을 꺾을 수가 없어서 일단 나와야 한다고
그래야 지안 씨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기억 상실 걸렸냐?
그래
지안이 마음 잡으러 나왔어
지안 씨 마음은 잡았잖아, 어쨌든
지안이가 그러더라
내가 집 나와서
자기를 위해 한 게 뭐냐고
뭐?
네가 해준 게 없어서 싫대?
그런 캐릭은 아니지 않냐?
해준 게 없었어, 진짜
[잔잔한 음악]
알바해서 목걸이 샀다고 엄청 티 내면서 준 거
미역국 끓여주고
그런 지안 씨는? 그럼 뭘 해줬는데?
주총 때 소주주 위임장 도와준 거는 알고
지안이는
피피티 도와주고
할아버지가 공장 계약 막았을 때
공장 속개해주고
중고 기계 알아봐주고
펠릿 아이템도
지안이 때문에 알게 됐다
냉장고 정리법 세탁기 사용법
이벤트 패키지 아이템
포장지 디자인에
펫 토일렛 디자인
뭐가 그렇게 많아?
아플 때 간호도 해줬다
죽도 끓여놔 주고
지안이 아버님은
어머니 과거 기사 내리게 해주셨고
나 회장도 만들어주고
진짜 어이없구나, 나...
최도경
넌 나가서 뭐 한 거냐?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날 사랑해달라고 보채기만 했어
(도경) 나 말이다
지안이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자만심이 있었어
집에서 나왔지만
나온 게 아니었던 거야
해성의 최도경이었어, 계속
지안이가 원하는 걸 하지 않았어
지안이를 도와준 적도 없어
되려 지안이한테 도움만 받았지
지안이는...
날 거부하면서도
날 도와줬어
너...
[한숨] 비참하구나?
미안해도 못 할 만큼
너무 창피하고
어이없고
나한테 화가 난다
[깊은 한숨]
[휴대폰 진동음]
(석두의 목소리) 지안이가
그 이천만 원이 네 암 진단금인 거 알았다
[애잔한 음악]
지태야, 차 좀 세워봐
[발소리]
아니, 왜 따지도 않고?
언제부터 앉아있었던 거야? 처량하게
너한테 돈 쓰려고 수술 포기한 거 아니야
아니라고?
야, 인마 병원 가서 얘기 못 들었어?
가능성 있으면 수술을 왜 안 받아?
나도 욕심이 있는데
1프로라도 가능성은 가능성이야
근데 10프로는 된다잖아요
10프로도 안 된다, 야
그러니까 왜 그랬어요?
그 몸으로 왜 그랬어, 아빠
다시 알았을 때 항암 치료라도...
수술이 어려우면
[한숨]
아니, 그 몸으로 해성 그룹 주총
[지안의 한숨]
(지안) 그 증거는 왜 찾으러 다녔어요?
아빠 제정신이야?
며칠을 이 동네, 저 동네 이 집, 저 집
왜 그랬어요?
뭣 때문에 그랬어...
떠날 거 아니까 그랬지, 인마
(태수) 그런 힘이 어디서 났겠어?
그냥 아프다
치료받으면, 수술받으면 나을 수도 있는데
그런 마음에는 그런 힘이 안 나는 거야, 힘들어서
그러니까 뭐 하러 그렇게 힘을 쏟았어?
조금이라도 아껴야죠
우리 가족들 생각해서 아껴야지
(지안) [울먹이며] 그 사람들이 뭔데?
해성가 사람들이 뭔데 아빠가 그렇게까지 해?
지수 대신 나 바꿔서 들여보낸 거?
두 달도 안 됐어
25년 전에 신고 안 하고 지수 데려온 거?
그 덕에 지수 목숨 살았다며
그거 다 알면서도 그 사람들이 아빠한테 어떻게 했는데?
아빠 때리고 협박하고
해성 그룹 경영권이 넘어가든 말든
그게 아빠하고 무슨 상관인데?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어
(지안) 왜요, 왜?
나 마음 편히 떠나게 하고
그 집에 빚 갚는 게 그렇게 중요해?
지수 오라비 만났냐?
그 친구가 얘기해줬어?
[애잔한 음악] [훌쩍이는 지안]
깨끗이 정리했어요
이제는 끝낼 수 있는 사람을
그동안 왜 못 끝냈어?
뭐, 그럼 됐네
너도 정리했고 나도 그 집에 빚 갚았고
우리 같이 개운하게 지내다가
각자 갈 길 가면 되겠다, 그치?
[울먹인다]
아빠...
아빠, 죄송해요
[훌쩍]
근데, 나 그때, 아빠 암 아니라고
상상 암이라고 말만 해줬어도
자꾸 자책이 되지?
[흐느낀다]
진짜 미치겠어
[훌쩍인다]
인마, 지태한테 얘기 못 들었어?
그 덕에 나는 아주 행복해졌어
너희들한테 오해 없이 서운함 없이
정리할 수 있게 됐던 거야
[훌쩍인다]
조금만...
조금만 더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
언제까지?
언제 죽으면 안 아쉬울까?
내가 엄마가 될 때까지만이라도
네 아이를 봐?
그럼 그 아이 초등학교 갈 때까지 봤으면 좋겠다
그 다음에 중학교
그 다음에는 시집 갈 때까지
아이고야, 계속 그러다 보면
아쉬움 안고 가겠다
언제 죽어도 아쉬운 거야 아쉬운 거로 보면...
아빠 지금 좋아
[울음]
(태수) 다들 제자리 찾았고
찾아가고 있고
아비로서 바라는 거 그거면 됐어
누구나 이 세상 한 번은 떠나는데
그 때를 누가 맞춰?
아빠는 다행히 정리도 했고
아비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수습도 했고
이만하면 아빠 정말 잘했잖아
그랬으면 된 거야
지안아
가는 사람이 괜찮다면
웃으면서 보내줘도 괜찮은 거야
알았냐?
(태수) 응?
[훌쩍]
[지안이 훌쩍인다]
(지수) 아빠!
(태수) 어...
[울먹이며] 아빠, 사랑해
어, 왜 그래, 왜 그래?
[울먹인다]
(서현) 오셨어요?
어, 그래
아버지
어머니하고 민 부장이 싸우셨대요
막 머리채 잡고 싸우셨대요
뭐?
[문소리]
이게 무슨 소리야?
민 부장하고 싸웠다니?
민 부장은?
그만둔 건가?
[힘없이] 네
[한숨]
[새가 지저귄다]
[밝은 음악]
- (지안) 아우, 배고파 - (지수) 배고파
(지안) 어, 이거 무슨 냄새지?
(미정) 아이고, 북적북적하네
- (지수) 추어탕이네! - (지안) 어머, 어머
(미정) 수아가 먹고 싶대서
(지안) 오
(지안) 아빠!
[노크하는 소리] 어머님, 죄송해요
어제는 분명히 먹고 싶었는데
오늘은 눈 뜨자마자 회사 앞에 있는 호떡이 먹고 싶은 거 있죠
괜찮아, 애들 먹으면 되지 [웃음]
엄마, 아빠 방에 안 계시네?
[비질하는 소리]
[발소리]
오, 아침 일곱 시 반마다 집 앞 쓰는
칸트 서태수 씨 돌아왔네?
[웃음] 야, 추워, 얼른 들어가
어, 신문 갖고 들어가
추워요 아빠도 얼른 들어오세요
- (지태) 아버지, 저희 출근해요 - (수아) 아버님, 다녀올게요
(태수) 그래, 다녀와
오빠, 다녀와 새언니, 다녀오세요
- (지안) 아빠, 얼른 들어오세요 - (태수) 어어어
내 손자밖에 없다
이심전심!
출근 전에 아픈 할아비 들여다 보러 왔냐?
전화는 무슨 일로 하셨어요?
내가 사과하려고 서지안이를 불렀었거든
그런데 사과받을 생각을 안 하더라고
그래서 못 했어
네
이왕 하는 사과면 솔직해야겠다 싶어서
걔 아비 때린 얘기도 했거든
그랬더니 아주 독이 바짝 올라서 갔어
내 의도도 모르고
그러셨어요?
[무거운 음악] 오...
너한테 퍼부었구나?
음, 안 그래도 내가 아차 실수했구나, 했다
너한테도 안 하고 서태수 씨도 안 한 얘기인데
사과하려고 지안이를 부르신 게 아니죠, 할아버지?
(도경) 이미 서태수 씨를 통해서
지안이가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고 부르신 거죠?
뺨을 때리신 것도
자식들을 빌미로 서태수 씨를 협박하신 것도
그 뒷수습을 하려고 지안이를 부르신 거죠
제 화를 풀기 위해서
아, 그게 아니라
[말 자르며] 퇴원 수속 하고 오는 길입니다
이제 그만
하와이로 가세요
티켓도 끊어놨습니다 [음악 긴장감 고조된다]
[부스럭]
[버럭대며] 뭐 하는 짓이야!
내가 아직!
내가 내 병이 겁이 나서 고국 병원에 좀 있겠다는데!
병원에 계속 계시면
건강 빌미로 이사직까지 박탈당하실 수 있어요
빨리 쾌차하신 척하셔야죠
강 원장 뵙고 오는 길입니다
진작에 퇴원 권유 계속하셨다면서요
회의가 있어서 그만 가보겠습니다
[한숨] [문 닫히는 소리]
- 여보 - 응?
바지가 왜 이렇게 내려갔어요?
어, 살이 좀 빠진 모양이네 [도어록 소리]
(지호) 막내 왔습니다!
뭐야?
아빠 어디 가?
- 어, 엄마하고 마트 가려고 - (지호) 지금?
아, 안 돼, 안 돼, 안 돼
나 이것 좀 봐주고 가요, 응?
[어리광 부리며] 아, 아빠
[경쾌한 음악]
(태수) 에헤이, 쩝
프랜차이즈 제안한다면서?
근데 이게 뭐가 이렇게 엉성해, 이놈아?
아...
기계화했을 때 장점, 홍보 방법 다 벤치마킹했는데
너 반죽 기곗값 안 알아봤지?
아... 그건 관심을 보이면 그때 알아보려고 했지
총 투자비가 중요한 거지
저기, 방산시장 쪽 가서
네가 직접 발로 뛰면서 알아봐, 응? [종이를 민다]
방산시장... 옛썰!
아빠, 또 뭐 없어요?
큰누나한테 파일 이거 보여주고 피피티로 만들어봐
정리 잘하는 것도 설득의 요령이야
큰누나 집에 있어요?
아빠, 고마워요
다 컸네
다 됐어요
(태수) 아...
지난번에 보이스 피싱 사건으로 VIP 고객 유치된 덕에
우리 지점 순위가 압도적으로 높아진 거 잘 알죠?
(함께) 네
그래서 이번에 우리 서지태 씨가
과장으로 특별 승진하게 됐어요
[모두 놀라는 숨소리]
승진요?
(지점장) 앞에 나와서 인사 한 번 해
[직원들의 환호와 박수]
[축하 인사를 해주는 직원들]
(지점장) 꽃다발은 언제들 준비했냐?
축하해
(지태) 감사합니다
(지점장) 자, 박수! [직원들의 환호와 박수]
감사합니다
[음악 끝난다]
[지수의 한숨]
나 잘 참았지?
음, 진짜 잘 참더라, 우리 지수
아빠 앞에서 생글생글
나 어제 진짜 깜짝 놀랐어
네가 아빠 안고 사랑한다고 했을 때
주책맞았어?
아니
아빠가...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아하는 거야
이런 게 지금 우리 아빠한테 필요한 거구나...
(지안) 아이구, 우리 지수 아이구, 아이구
[기특해하는 지안]
[장난치듯 함께 웃는다]
(지수) 난 왜 이렇게 울보일까?
(지안) 몰라, 그렇게 태어났지, 뭐
(명희) 망상을 행동으로 옮길 줄도 알고
많이 컸다, 진희야 [감성적인 음악]
말했는데?
나도 승부욕 있다고
작정을 했구나
(명희) 그래
어디 한번 놀아봐
(지수) 빨리 가자
(지안) 응
[멈칫하는 발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여긴... 왜, 왜 오셨어요?
부모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무슨 얘기요?
얘기하고 와 나 먼저 가고 있을게
어
지안이 부모님한테
감사 인사도 하고 그러려고 온 거야
아... 엄마, 아빠 지금 집에 안 계시는데요
마트에 가셨어요
연락을 하고 오시지 그랬어요
그렇구나
그럼 뭐, 좀 기다리지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지수) 언니야!
[달려가는 발소리] [명희의 한숨]
지태가 아까 감자 옹심이 먹고 싶댔어요
그런 얘기 통 안 하던 녀석이 웬일이래?
(미정) 그러니까요
[멀리서 도로 소음 들려온다]
(태수) 저희 집에는...
어쩐 일로 오셨는지
지수가...
여기서 지내나 봐요
아, 아니에요
그냥 하루 다니러 온 거예요
그 댁 허락 없이 저희가 어떻게 지수를 데리고 있겠습니까
지수한테
이래라저래라 그럴 입장 아닙니다, 저
저 때문에 죽을 뻔했던 아이고
두 분 덕에 목숨을 건진 아이인데
딸로 품을 기회를 제가 놓쳤네요
모진 데가 없는 아이입니다, 지수는
네, 조금만 자기를 알아주면
금방 마음이 풀리는 애예요
[잔잔한 음악]
제 실수로 잃어버렸던 우리 은석이
거둬주셔서 고마웠어요
주총 일도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사... 내린 일도요
저희가 먼저 지은 죄가 있는데
감사받을 일이 아닙니다
우리 은석이
밝게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혁) 아... 무슨 소리야?
짐을 싸러 왔다니?
난 목공소 가 있을 테니까
연인들 이별 잘 하세요
지수야
여기 나가는 거야?
왜? 무슨 일 있어?
[울먹인다]
혁아
우리 아빠가...
[훌쩍인다]
아버지?
어쩐 일이세요?
[웃음]
도경이 녀석이
나 강제 퇴원시켰다
아버지 퇴원하실 때
한참 지나셨잖아요
그보다 민 부장 어떻게 됐어?
얘 나갔다면서?
[무거운 음악]
[기막힌 듯이] 아니, 시키는 일만 하랬다고?
돈을 그렇게 줬는데?
아니, 그렇게 극악한 짓을 해놓고
우리 집안에서 왜 여태 붙어 있었대?
그건 못 물어봤어요
내가, 내가 이년을 찾아내 가만 안 둔다
[큰 소리로] 민 부장!
어...
[헛기침]
찾아서 어쩌시게요?
민 부장 말 틀린 거 하나도 없던데요
돈으로 부린 사람
돈 주고 받는 관계 끊어지면
뭐가 남겠어요?
노명희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아버지, 하와이로 가세요
도경이 이제 우리 말 안 들어요
[방문 여는 소리]
[한숨]
[벨소리 울린다]
네, 민들레입니다
[화내며] 너 당장 집으로 와!
[차갑게] 노양호 씨
내 손에 당신 불법 자료들이 한가득이야
그거 안 터트리고 떠나주는 걸 고맙게 생각하세요
[삑]
[음악 고조된다]
[음악 잦아든다]
[저마다 감탄한다]
(수아) 제가 한두 젓가락만 먹어도 입맛이 자꾸 떨어져요
(지호) 그럼 남은 건 어떡해요?
(지안) 우리 있잖아, 잔반 처리반
야, 무슨 잔반 처리반이 그렇게 잘 먹냐?
[모두 웃는다]
수아 덕에 너희들이 더 호강하는 거지, 뭐
지태야
근데 왜 갑자기 감자 옹심이 해달래?
아, 제가 오늘...
특별식 먹을 자격이 있거든요
아버지
저, 과장으로 승진했어요
[잔잔한 오르골 음악] 과, 과장?
월급도 확 올라요, 아버님
진짜? 어떻게? 너무 빠른 거 아니야?
그게 스토리가 있어
특별 승진이거든
진, 진짜로 승진을 했단 말이야?
[지태의 웃음]
대박! 여러분 뭐 하십니까?
다 같이 박수!
[모두 감탄하며 박수 보낸다]
- (지수) 축하해! - (지호) 서 과장, 서 과장!
[웃으며 박수]
(수아) 완전 축하해
(지호) 진짜 맛있다, 이거
[함께 즐거운 웃음]
[음악 잦아든다]
[옅은 한숨]
[충격적인 효과음]
우울증?
[감성적인 음악] [문 열리는 소리]
여기서 뭐 해?
당신이 왜 우울증 약을 먹어요?
[휙]
(재성) 쉽게 이혼 도장 안 찍을 거 같아서
먼저 이 집에서 나가려고 거처 알아놓고 들어오는 길인데
어이없군
와이프처럼 구는 거
나간다고요?
허락받을 생각 없으니까 나가줘
그 책상에서 볼 일 있거든
[달그락]
지난번에 당신...
자기 자신하고 했던 약속 있었다고 했죠?
(명희) 그거...
내가 혼수 상태에 있을 때
내 앞에서 했던 말이에요?
그 말을 왜 안 했어요?
나 깨어나고 나서 그런 말 안 했잖아요
은석이 잃어버린 원망만 했잖아요
무슨 헛소리인지 모르겠군
민 부장이 들었다고 했어요
여전하구나, 노명희
조금이라도 자기 폼 잡을 수 있는 길을 찾지, 당신은
본능적으로
내 대답 듣고 당신 태도 결정하겠다는 거지?
그런 말 안 했어
내가 미쳤나?
바람피우려고 딸 데리고 나갔다가 잃어버린 여자한테
살아만 있어달라고 빌겠어?
바람은 아니었어요!
아니
남자를 만나러 다녔으니까 바람이라면 바람이겠네
근데 그것뿐이었어
당신도 알잖아요
[애잔한 음악]
난 당신이 내가 해성 딸인 거 모르고
사무실 후배로 알고 사랑한 거로 알았어요
근데 알고 있었잖아
그걸 들키고 나서
냉대하기 시작했잖아
[명희의 한숨]
양평의 그 선배 작업실이
우리 별장 근처였어요
유모한테 은석이 맡기고
가서 그림 보고
차 마셨어요
몇 번...
그것뿐이었어
당신이 신분 위조한 신명희가 아니라 노명희라는 거?
당신하고 연애 시작하고 한 달 지나서 알았어
그런데 말 안 했어 오해받을까 봐
(재성) 내가 당신 냉대 시작한 거?
내 학비 대주고
아버지 대신해서 우리 가족들 거둬준 작은집 식구들
선심 쓰듯 매장 내주면서 서울에서 쫓아내면서부터야
(재성) 내 곁에서 멀리
이 집안 그림자도 못 밟게
포항으로 보내버리는 거 보면서부터라고
그건 아버지가...
(재성) 수치스럽고 모욕적이었지
그때 알았거든
당신 아버지가
아들 대신해서 손자가 클 때까지 부려먹을
중간 다리 역할이 필요해서 우리 결혼 허락했다는 거
(재성) 당신이 사고만 안 났으면
그때 끝낼 수 있었는데
[다급하게] 서태수 씨... 집에 가서
인사도 하고 왔어요
(명희) 저기
저기...
이 문 열기 전에 말해
가지 말아요
(명희) [울먹이며] 내가 잘못했어요!
[애잔한 음악]
[울먹이며] 잘못했어
잘못했어
여보, 내가 잘못했어요
[거리의 소음]
(도경) 좋네요
제 생각에는 F&B는 이 전무님
어패럴 쪽은 송하패션 전임 사장 김민중 씨나 고경수 씨
두 분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건 대표님께서 결정하시죠
[당황하며] 제가 말입니까?
우리 어패럴 맡고 계셨으니까
저보다 이모부 판단이 더 정확하겠죠
(도경) 그리고 할아버지는
이사 임기 만료 3개월 후에 고문으로 모시는 거로 하죠
장인어른을
이사직에서 해임시키자는 얘기냐?
연세도 그렇고 건강도 그렇고
이제 쉬실 때도 됐죠
미안하다
네 생각이 이런 줄 몰랐어
저도 이모부 생각을 진작에 읽었으면
그런 사태까지 안 가게 할 수 있었는데
[힘겨운 신음]
[신음을 참는다]
진통제 먹었는데 계속 아파요? 여보...
약 더 먹자, 응?
[힘겨운 숨소리]
됐어, 지나갔어, 지나갔어
[힘든 한숨]
[태수의 힘든 한숨]
(밖에서 지안 목소리) 아빠
어?
어, 어, 들어와, 들어와
[문 열리는 소리]
아빠, 오늘 나랑 데이트 좀 해
데, 데이트?
나랑 하루 놀자고요
아빠, 영화관 간 지 오래됐지? 영화 볼까?
아니네요, 벌써 봤네요
아무튼 나랑 같이 나가 아빠, 준비해요
엄마, 데이트는 둘이 하는 거니까
오늘은 좀 빠져줘
[밝고 감성적인 음악] [태수의 당황한 숨소리]
무슨, 뭐 하러 옷을 사, 옷을?
아빠한테 딱인 옷이 있단 말이야
이거하고
이거!
이거 네가...
네가 만든 목각상의 그 옷 아니야?
우리 이거 사서 입고 가자
이거 사이즈 좀 찾아주세요
야, 아서, 아서 뭐 하러 돈을 써?
몇 번 입지도 못할 거
(지안) 아빠
아빠만 소원 있는 게 아니라 나도 소원 있거든요?
[옷걸이 뒤적인다]
이거 입고 재킷까지 입으면 딸하고 데이트할 자격 되는 거지
이거 사이즈 찾아주세요
예
(남구) 여기 있습니다
[봉투 부스럭대는 소리]
감사합니다
[남구의 웃음] 안녕하셨어요?
지수 씨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남구) 지수 씨, 이 빵 먹고 싶었구나?
이거 그냥 가져가
아, 아니에요, 저도 이제 손님인데 돈 내고 사 먹어야죠
지수 씨, 다른 일은 구했어요?
방장님 빵 맛하고 비슷한 빵집 찾아다니고 있어요
아이구, 나 같은 빵 맛은 없지, 이 사람아
[탁]
뭐, 이 하늘 아래 어딘가 비슷한 데는 있겠죠
그럼 그때까지 찾아다닐 거예요?
네
(지수) 아, 참...
언니, 죄송해요
저, 혁이랑 못 헤어졌어요
[웃으며] 아, 알아요
앞으로도 못 헤어질 거 같아요
저 또 올게요
- (남구) 또, 또... - 또 온대
아, 우리 빵집 주변을 계속 맴도는 거 같은 거는 기분 탓인가?
[웃으며]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마 또 오긴 올 것 같은데?
[문 열리는 소리]
안녕하십니까
응, 또 왔네?
방금 자네 누나 서지수 씨 나갔는데?
아, 저 사장님 뵈러 왔는데요
나?
[흥미로운 음악]
근데...
이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온 이유가 뭐야?
(희) 남구 씨 반죽 비법을 기계화해서
대량 생산해서 배달하거나
2호점을 내보라는 거잖아
아우, 역시! 사모님이 이해가 빠르시네
좋은 기술로, 응? 여러 사람에게
기회를 주셔야죠
[음악 끝난다]
[발소리]
[동화 속 환상 같은 음악]
(지호) 벌써 왔네?
너 혹시 나한테 프러포즈 하려고 왔어?
프러포즈?
내가 왜?
아니면 왜 이렇게 입고 와?
하... [코믹한 음악]
너희 동네는 남자가 프러포즈 할 때만 슈트 입냐?
치...
네가 언제 나한테 이렇게 근사한 꼴을 보인 적이 있어?
[얕은 한숨]
사업 미팅하느라고 입은 거거든?
지금 나한테 제일 중요한 건
내 미래와 진로라서
[잔 속의 얼음 흔들리는 소리] [한숨]
나도 그런데
네가 왜?
넌 뭐, 그 뉴월드인지 뭐시기인지 뭐
결혼할 상대자가 이미 정해져 있으시다며?
그랬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보라시잖아
심란하게
그게 왜 심란해?
그게 마치
너하고 나의 이상 변화를
알고 하시는 말씀인가 싶어서
너하고 나?
[당황하며] 허, 야, 그게 무슨 말이야?
[황급히 마신다]
너 몰라?
눈치 못 챘어?
[긴장한 숨소리]
알아
눈치챘어
우리...
아슬아슬하지
너랑 있으면 되게 재밌거든
그러면 연애할래?
[감성적인 음악]
[당황한 숨소리] [잔을 내려놓는다]
근데 연애하면 어쩔 건데?
네가 유학을 안 가야 연애도 하는 건데
그럼 왜 안 가는지 말씀드려야 하고
너 때문이라고 말씀드리면?
(함께) 안 돼
[함께 한숨]
관두자
[웃으며] 관두는 게 낫겠다
[음악 빨라진다]
그래... 야, 우리 나이가 몇 살인데
인생 복잡해지는 거 그거 아니야
나도 연애한다고 유학 못 가겠다는 말은 못 하겠어
그냥 친구나 하자
응
연애하다가 헤어지면
난 말 터놓을 유일한 친구를 잃는 거잖아
[음악 잦아든다]
[다시 감성적인 음악]
[잔 속의 얼음이 흔들린다]
[음악 잦아든다]
여기가 서울이랑도 가깝고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는
정선 너무 멀잖아요
나중에 엄마 모실 곳도 없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생각을 했어?
나중에 나도 여기로 올 거야
그럼 우리 가족 다 모이는 거지
[살짝 웃는 태수]
나도 그 고민을 하긴 했었는데
이 자식... [허허 웃는다]
지태 오빠랑 같이 생각한 거예요
하, 이런 데가 있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생각보다 좋다
아빠
여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늘도 많이 질 거야
나중에 지태 오빠가 아이랑 오면 놀기도 좋고
아빠 보러 오는 길이 소풍이 되는 거지
소풍? [밝고 잔잔한 음악]
아빠, 우리 여기 잠깐 앉았다 가요
[짐을 꺼내는 지안]
[태수의 힘주는 신음]
[달그락]
자요, 아빠는 약차
[한숨 섞인 웃음]
기분이 좀... 이상하다
네가 참... 날 많이 닮았어
알아요 내가 제일 아빠 닮았어
[산새들이 지저귄다]
(명희) 왜 그런 얼굴이야?
지안이 만나는 거 허락한다는데
됐어요
다 끝났습니다
다 끝났다니?
왜?
이제 양가에 쌓인 감정도 다 풀렸는데
애초에 시작해서도 안 되는 거였어요
앞으로는 지안이 얘기
다시는 꺼내지 마세요, 어머니
[놀란 듯이] 도경아
[잔잔한 음악]
올라가겠습니다
[올라가는 발소리]
[한숨]
[새가 지저귄다]
(지안) 아유, 완전 우리 아빠 분신이네 이 기타
- 어, 이것도 가져가시게? - (태수) 아니야
이건 내가...
- (미정) 이것 좀 - (지수) 응
뭐, 빼놓으신 건 없어요?
뭐, 뭐, 필요할 게 없어 여기 다 있어
가
[감성적인 음악]
[자동차 소리]
[창문 내리는 소리]
[도로의 소음]
공기 참 좋다
[미정의 슬픈 숨소리]
아, 얼른 들어가
집에 더 있어도 되는데
여기는 의사 선생님도 계시니까
더 안심되지
들어가, 얼른
(지수) [애써 밝게] 응, 아빠
엄마, 가자
여기 집에서 멀지도 않으니까 우리 매일 와
[힘없이] 갈게요
(지안) [작게] 아빠
전화 자주 하자
- (태수) 가 - 갈게요
[문 여닫는 소리]
[감성적인 음악 계속된다]
[울음 참는 미정의 숨소리]
[전화 수신음]
[따르르릉]
네, 서태수 씨 핸드폰입니다
실례지만
전화 받으시는 분은 누구십니까?
할 말 있다니? 무슨 일 있니?
저...
대방동 집에 들어가서 살려고요
대방동?
두 분 허락 받으러 온 건 아니에요
대방동 엄마, 아빠 오해하실까 봐요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하렴
당분간이 아니라 계속요
근데 집이 너무 좁지 않겠니?
오빠네도 들어와 산다면서
조금 넓은 집으로 옮겨주는 건 어때요?
필요 없어요
뭐, 오빠네는 엄마랑 지방으로 가실 거라서요
아니, 왜?
그럼...
너하고 지안이하고 서태수 씨만 사는 거냐?
[울음 참으며] 아니요
[훌쩍인다]
아빠도... 떠나실 거예요
[잔잔한 음악]
[훌쩍이는 지수]
[잔잔한 음악 계속된다]
[흐느껴 우는 지안]
가지 말라는 말 따위는 정말로 하지 말지...
[한숨]
아니... 여긴 어떻게 알고...
[떨리는 숨소리]
[바닥에 무릎 부딪치는 소리] [감성적인 음악]
죄송합니다
아니, 이봐요 지금 왜 이러는 거예요, 지금?
[흐느낀다]
죄송합니다
아, 얼른 일어나
나한테 죄송할 게 뭐가 있어, 자네가?
너무 미안해서
[훌쩍]
지안이한테 너무 미안해서
지안이 마음을 아프게 했어요
그래서 죄송합니다
(태수) 어서, 어서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서 얘기하자고, 일어나 얼른
[훌쩍인다]
서태수 씨
그 몸으로 그렇게 뛰어다녔다니
어떡해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지
방법이 있을 거야
고생했다
아버지 두고 오느라고
마음 안 좋았겠어
그보다 오빠...
내가 전에 아빠 정선에 계실 때
아빠 수첩 봤다고 그랬잖아
어...
주교동 불고깃집 가고
감자 옹심이랑
드시고 싶은 건 거의 했잖아
근데 거기에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에서 독주회 하기가 쓰여 있었어
부모님 앞에서 들려드리고 싶으셨나?
[혀를 찬다]
아빠 혼자 죽고 싶으셨을 때 써놓으신 거야
우리가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실 때니까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에서 하실 생각이었나 보다
아빠 요양병원 갈 때 제일 먼저 기타 챙기는 거 봤지?
근데... 그게 가능할까?
[잔잔한 음악] 닥터 마크?
[영어로] 차트 보셨나요?
[고통스러운 신음]
[잔잔한 음악]
[고통스러운 숨소리]
[흐느끼는 숨소리]
동백나무가 예쁜 꽃망울을 터뜨리고
선인장에 꽃이 피고
아기도 무럭무럭 자라났어요
[잔잔한 음악 계속]
황금이는 잘 크고 있는 거야?
황금이요?
우리 아기 태명이 황금이에요?
네가 지어달라며?
올해가 황금개띠 해잖아?
[웃으며] 좋다, 황금이
[수아의 웃음]
근데 아버님 얼굴이 좋아지셨어요
[웃음]
진짜, 우리 아빠 왜 이렇게 이뻐졌어?
스읍, 아빠 바람 난 거 아니야?
[함께 웃는다]
엄마가 거의 매일 오는데 무슨 바람이야
[지수의 웃음] [태수의 웃음]
아버지 크게 웃으시는 거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기분이 좋아서 그래
[태수를 문지르며] 기분이 어떻게 좋은데?
그냥 좋아
내일 가도 좋고
지금 가도 괜찮고
그렇게 그냥 좋아
[음악 잦아든다]
아유, 다행히도 정말 요즘 경과가 좋으세요
그럼 혹시...
하루 정도 외출하셔도 괜찮을까요?
그렇다고 많이 움직이시는 건 체력 소모가 크니까
이동할 때 휠체어 타고 다니시게 하면요
그래요?
[잔잔한 음악]
[기타 소리]
(지안) 서태수 씨
또 기타 만지고 계실 줄 알았어
(태수) 온다는 연락도 없이 웬일이야?
날씨도 좋은데 병실에만 갇혀 있는 아빠 불쌍해서 구해주러 왔지
(미정) 모처럼 날 좋은 주말이니까
가족 소풍 가재요
가족 소풍?
얼른 옷 갈아입고 나갑시다
[탁탁]
[잔잔한 음악] [까치 소리]
(태수) 여기, 지태 결혼식 했던 공원 아니야?
(지수) 음, 맞아
우리 가족 행사 전용 공원이지
오빠! 지호야!
(지호) 아빠!
저게 뭐야?
맨날 남들만 들려주고
우리는 한 번도 못 들었잖아 아빠 연주
나, 나보고 저기서 연주를 하라고?
중동을 내 동네처럼 누빈 서태수 씨가
부끄러워하시는 겁니까?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도 같이 들으시는 거야
(미정) 나도 한번 들읍시다
당신 정식 연주
사람이 너무 많잖아
(지수) 에이, 아빠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들만 같이 모인 거야
딱 두 곡만, 응?
["로망스" 기타 연주]
[연주 끝난다]
[환호와 박수]
[감성적인 음악]
[사람들의 환호]
[음악 잦아든다]
자, 찍겠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아드님을 아주 잘 두셨습니다
혼자 잘 컸습니다
제가 아비 노릇을 못 했어요
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다 아버지한테서 나온 건데
우리 지수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아, 예
(지호) 자, 여러분!
저쪽에 서지수 씨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하고 음료가 준비돼 있으니까요
가서 맛있게 드시면 되겠습니다
(지호) 우리 작은누나가 직접 만든 거예요
[사람들 웃으며 이야기 나눈다]
(지안) 서태수 씨
첫 번째 콘서트 맞아요? 완전 프로던데?
그러냐?
아빠, 여기 앉아
저쪽에 가서 인사만 하고 가자
우리 가족들은 따로 주교동 불고깃집 가기로 했어요
그러냐?
그럼 오늘은
5인분까지 허용이다
그 말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지안) 아...
아,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 내가 챙기기로 했는데
아빠, 여기 잠깐만 계세요
저러게 덤벙대, 애가 [웃음]
[잔잔한 음악]
(지수) 오빠, 노래 부를 때 너무 떨더라
원래 꿈대로 가수 됐으면 어쩔 뻔했어?
(지태) 어쩌긴, 대한민국 난리 났겠지
(수아) 그럼 나 못 만났지
[함께 웃는다]
(지호) 근데 우리 얼마 만에 이렇게
야외로 놀러 나온 거야?
이제 일주일에 한 번씩 오자 날씨도 좋아지니까
아니, 우리 맨날 맨날 오자 [모두 웃는다]
으이그, 작은누나 또 또 철없는 소리 한다
다 누나 같은 백수인 줄 아냐?
야! [찰싹]
나 금방 다시 재취업할 거거든? [모두 웃는다]
서지수, 왜 안 그래도 별로인 애
머리통을 때려? [엄살 부리는 지수]
(지호) 아, 엄마, 귀에서 윙 소리 나
[지호를 감싸는 미정]
아유, 이때쯤 서태수 씨 등장해야 되는데?
'머리가 별로면 어때? 다 자기 재능이 있는 거지'
[웃음]
그치, 아빠?
어머, 아빠 피곤해서 자나?
오빠, 이거 잠깐만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충격적인 효과음]
[바스락]
[발자국 소리]
[바람 소리]
[지안의 숨소리 커진다]
[애잔한 음악]
아... 빠...
아빠
[지안의 떨리는 숨소리]
[놀란 비명] 아빠!
[슬픈 음악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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