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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6

 

  [부드러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옥황참 정직한 생명체야

 

  원인에 따라 이렇게

 

  결과가 만들어지니까

 

  햇빛을 보면 꽃을 피우고

 

  그렇지 않으면 시들어 버리고

 

  그렇지 않니?

 

  꽃 보라고 불러낸 거 같진 않은데

 

  이번 자살 예정자 말이야

 

  (

 

  '이영천나이 91'

 

  혼자 사는 독거노인

 

  왜요?

 

  아무래도 이번에는

 

  인도 팀과 함께할 거 같구나

 

  (옥황그 사람 수명이 내일까지야

 

  - ?   - (옥황보통

 

  나이가 들면 들수록

 

  (옥황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게 되길 바라지

 

  한데 왜 생애 마지막 결심이

 

  자살이 되었을까?

 

  긴 세월에도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나

 

  후회가 있나 보죠

 

  그래

 

  (옥황네 말대로   그 상처가 뭔진 모르겠지만

 

  온전히 제 수명대로   살게 해야 되지 않겠니?

 

  하루 만에

 

  (수십 년 동안   극복하지 못한 상처를

 

  치유해라?

 

  '그래도 당신의 삶이 의미 있었다'

 

  (옥황그 정도는   채워 줘야 하지 않을까?

 

  [흥미로운 음악]

 

  [준웅이 파일을 툭 놓는다]

 

  (준웅팀장님 늦으시네

 

  이참에 회장님한테

 

  우리 팀 충원해 달라고 하면   좋을 텐데

 

  (준웅과 륭구)   - [영어왜요?   - [한국어아무도 안 옵니다

 

  (륭구) [영어여기

 

  (준웅) [한국어

 

  하긴 여긴 너무 빡세고

 

  뭐랄까뭔가 주마등의 왕따 같은   느낌이 들긴 하죠

 

  이왕이면 다들   각 잡힌 그슈트 입고 다니는

 

  인도 팀 다니고 싶어 할 거야   그렇죠

 

  근데 대리님은   언제부터 주마등에 계셨던 거예요?

 

  조선 시대요

 

  [웃으며조선 시대요?

 

  (준웅팀장님은 대리님보다   조금 더 오래 계셨으니까

 

  이순신 장군님세종 대왕님   막 그때부터 계셨던 거예요?   [다가오는 발걸음]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여?

 

  [준웅의 당황한 숨소리]

 

  그럼 언제부터

 

  병자호란

 

  병자호란?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할 얘기가 있어

 

  [준웅이 침을 꿀꺽 삼킨다]

 

  (준웅내일 당장 돌아가신다면

 

  삶의 의미를 되찾아 드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륭구의미는 둘째 치고   시간이 없다는 건 분명합니다

 

  단순히 하루 동안   자살을 막는 문제는 아닐 테니까요

 

  (임 대리 말이 맞아

 

  옷들 갈아입어

 

  시간 없다

 

  [까마귀 울음]

 

  (준웅) [힘겨운 목소리로아이   아니

 

  아직 이 동네에

 

  사람이 산다고요?

 

  재개발을 앞두고 다 나간 모양이네

 

  아직 멀었어?

 

  (륭구저 집입니다

 

  [준웅의 힘겨운 숨소리]

 

  [한숨]

 

  (준웅끌어 주세요두 분이

 

  끌어 주세요

 

  뭘 바라냐

 

  [준웅의 한숨]

 

  (준웅) [우편함을 달그락거리며]   사람 안 사는 거 같은데요?

 

  여기

 

  [초인종을 탁탁 누르며]   벨도 안 되고

 

  계세요?

 

  [흥미로운 음악]

 

  [준웅의 벅찬 숨소리]

 

  나도

 

  [준웅의 힘주는 소리]

 

  (륭구우와

 

  좋겠다부럽다

 

  둔한 게 초능력급이네

 

  손끝이 찌릿찌릿했었는데

 

  (준웅했는데?

 

  

 

  (일단 청소 좀 하자

 

  그러고 찾자

 

  (준웅청소요?

 

  깨끗한 곳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집니다

 

  (륭구특히 생활 공간일수록   더더욱 그렇고요

 

  청소를 하려면 청소 도구부터   좀 사야 할 거 같은데

 

  이 동네엔 파는 데가 없을 것 같고

 

  (륭구아마 옆 동네까지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다 같이 움직이는 거보단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게

 

  좀 더 효율적일 거 같은데

 

  (륭구그렇다면 그 한 사람

 

  한 사람은 과연   어떻게 뽑아야 할까요?

 

  고민이네

 

  (륭구고민입니다

 

  갈게요

 

  (륭구고마워요

 

  (준웅에이!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준웅아이뭐   그냥 시키면 되지

 

  뭘 또 안 어울리게   눈치를 주냐눈치를

 

  [바퀴 굴러가는 소리]

 

  - (아이엄마   - (여자1) ?

 

  (아이왜 저 할아버지는   쓰레기를 가져가?

 

  (여자1)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그래

 

  저 할아버지처럼 안 되려면   너도 공부 열심히 해야 돼

 

  알겠어?

 

  무슨 말을 저렇게 해

 

  (준웅할아버지할아버지!

 

  어디까지 가세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영천아니요괜찮습니다

 

  (준웅잠시만요

 

  (영천?

 

  이영천 씨?

 

  (영천?

 

  (영천구청 일도 바쁠 텐데

 

  (준웅아유아니에요안 바빠요

 

  그리고 제가   힘쓸 데가 없어서 그래요

 

  [함께 웃는다]

 

  (영천아니근데

 

  미안해서 어쩌나

 

  아이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준웅이래 봬도   제가 보통 근육이 아니거든요

 

  (영천) [웃으며그래?   [준웅의 웃음]

 

  [준웅이 콜록거린다]

 

  (준웅근데   동네가 참 쓸쓸하네요

 

  (영천전엔

 

  사람이 참 많았었는데

 

  다들 나가서 그렇지

 

  할아버지는 왜 안 나가셨는데요?

 

  (영천?

 

  얼마 되지 않는   보상금을 들이밀면서

 

  무조건 나가라고 그러는데

 

  그 돈으로   어디 갈 곳도 마땅치 않고

 

  그리고 평생을   쭉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

 

  그리고   곧 떠날 날도 얼마 남지 않고

 

  [어두운 음악]

 

  [영천의 옅은 헛기침]

 

  [준웅이 의아해한다]

 

  (조폭1) 저기 있네

 

  할배

 

  한참 찾았잖아?

 

  아무튼 사람 고생시키게 하는 데는   기가 막힌 재주가 있다니까?

 

  이야죽을 둥 살 둥 해 갖고   여기까지 걸어온 거야?

 

  그 힘으로 딴 데 가서 살라니까   [리어카를 툭 내려놓는다]

 

  왜 이렇게 말 안 듣는 거야!

 

  (준웅저기요   말씀이 좀 심하신 거 같

 

  (영천이러지 말게

 

  (조폭1) 이건 또 뭐야

 

  오늘은 손자도 데리고 나왔네?

 

  딴 데 좀 모시고 가라?

 

  네 할아버지 때문에   우리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영천

 

  날 도와주러 나온 청년일세

 

  알겠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게

 

  (조폭1) 할배   [준웅의 성난 소리]

 

  (영천아니야아니야

 

  (조폭1) 할배할배가 가야   우리가 돌아갈 거 아니야

 

  ?

 

  이건 또 뭐야   [웃음]

 

  이야

 

  [조폭1의 웃음]

 

  (준웅씨   [영천이 만류한다]

 

  전쟁터에서   나라를 구하셨던 분이

 

  왜 나라 발전시키겠다는데   이렇게 방해를 하는 거야

 

  [무거운 음악]   (조폭1) 이 더러운 동네   깨끗하게 치워야

 

  집값도 오르고 깔끔해지고 좋잖아

 

  [영천을 탁탁 치며그러니까

 

  좀 제발 좀   이사를 가시라고요!

 

  어유!   이런 거 주워 갖고 뭐 하자고!

 

  ?

 

  이씨

 

  아니젊었을 때는   훌륭하셨던 분이?   [준웅의 성난 숨소리]

 

  [폐지를 던지며왜 늙어 갖고는   이렇게 진상을 부리실까?

 

  죄송합니다

 

  (영천아니야안 돼안 돼

 

  [조폭1의 신음]

 

  (조폭2) 형님괜찮으세요?   [영천의 놀란 숨소리]

 

  이 자식이!

 

  [준웅의 웃음]

 

  [준웅과 영천이 대화한다]

 

  (너 싸웠니?

 

  (륭구맞기만 했습니까?

 

  (영천아니

 

  날 도와주다가 그만

 

  아니한두 명도 아니고   어떻게 이겨요조폭들을

 

  그럼 덤비질 말았어야지

 

  (준웅그 자식들이   할아버지한테 어떻게 했는데요

 

  그거 보고 가만히 참으라고요?

 

  이게 어디 맞고 와서 큰소리야

 

  (영천아니근데

 

  아니뉘신지요?

 

  같은 구청 직원분들이신가?

 

  (준웅

 

  이영천 씨 되십니까?

 

  그렇습니다만

 

  (륭구우린 저승사자입니다

 

  [무거운 음악]

 

  [준웅이 당황한다]

 

  저는 아닙니다

 

  (준웅저는 아직 아닙니다   반반입니다반반

 

  이영천 씨

 

  당신은 내일 죽습니다

 

  [영천의 놀란 숨소리]

 

  [영천의 놀란 숨소리]

 

  [영천의 힘주는 신음]

 

  아니우리 이렇게   막 나가기로 한 거예요?

 

  (준웅아니그   저승사자 오픈할 거냐고요

 

  이영천 씨 수명이   얼마 안 남았잖아요

 

  아이그렇지만

 

  연세에 비해 정정해 보이시던데

 

  [한숨]

 

  정해진 수명이 그렇습니다

 

  혹시 할아버지   어떻게 돌아가시는지 알아요?

 

  인도 팀에선 급성 질환으로   돌아가실 것 같다고 했어요

 

  할아버지

 

  6.25 전쟁 참전 용사셨더라고요

 

  어떻게 알았어요?

 

  국가 유공자 모자를   쓰고 계셔 가지고

 

  (준웅근데   왜 이런 곳에서 혼자

 

  레드라이트 앱에도   가족 관계가 보이지 않았어요

 

  정말

 

  저승사자가 맞습니까?

 

  

 

  맞아요저승사자

 

  [놀란 숨소리]

 

  내가 죽음이   가까운 때라 그런가

 

  (영천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게

 

  저승사자님들이

 

  맞는 것 같네요

 

  (우리는

 

  당신을 살리려고 온 겁니다

 

  ?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고 계셨더군요

 

  [당황한 숨소리]   [차분한 음악]

 

  (하지만

 

  당신의 남은 수명은

 

  단 하루입니다

 

  [놀란 숨소리]

 

  원하는 거나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지 해 줄 수 있어요

 

  (영천몇 주 전에 이웃 하나가

 

  고독사한 채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시체는 썩다 못해

 

  백골이 됐다더군요

 

  그 소식을 듣고

 

  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해서요

 

  언제 죽을지 모를 날만   기다리는 건

 

  공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세상을 뜰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마지막 남은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지 않으십니까?

 

  어차피

 

  전 하던 일을 끝내고   죽으려고 했으니까

 

  (영천그냥 원래 살던 대로

 

  하루를 살고 싶습니다

 

  [모자를 툭 집는다]

 

  (어딜 가시려고요?

 

  다시 폐지를 주워

 

  해 지기 전에   고물상에 팔러 갑니다

 

  혼자는 쓸쓸할 테니

 

  당신의 마지막 내일을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

 

  [옅은 웃음]

 

  (준웅할아버지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시든가   아니면 좋은 데 가시지

 

  (영천괜찮네

 

  마지막 날인데

 

  다 눈 안에 넣어 놔야지

 

  [한숨]

 

  오늘 영 날이 아니네

 

  이미 다 주워 간 모양이야

 

  경쟁이 치열한가 보네요

 

  그래도 저기

 

  (영천골목을 돌아서면   좀 있을 거야

 

  오케이!

 

  (영천) [웃으며저런

 

  진짜 힘이 넘치네

 

  의욕이 너무 넘쳐서 문제죠

 

  [웃으며그런가?

 

  (영천어이구

 

  (준웅?

 

  어어아저씨아저씨!

 

  [준웅이 당황한다]   []

 

  [차 문이 탁 닫힌다]   아저씨아저씨아이잠깐만

 

  아이아이

 

  아이아이

 

  아이아유아이아저씨!

 

  아니아이!

 

  아니무슨 젊으신 분이

 

  아니차도 있으시면서 왜

 

  아이씨

 

  (영천요즘은   집에 있는 게 갑갑하다고

 

  운동 대신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준웅운동을 대신해서요?

 

  (영천나 같은 노인들한테는

 

  이게 생존 문제인데

 

  늙은 게 죄지

 

  [잔잔한 음악]   [영천의 힘주는 신음]

 

  (영천) [웃으며아이고아유

 

  여기 많이 있었네요

 

  [영천이 리어카를 탁 내려놓는다]

 

  다른 사람들이   여길 놓치고 갔나 봅니다

 

  (준웅아이근데 냄새가 조금

 

  - 쓰레기 아닙니까?   - (영천쓰레기라니요?

 

  제겐 아주 소중한 것들입니다

 

  (영천) [웃으며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운이 아주 좋네요

 

  (두세요저희가 할게요

 

  (영천아니   [병이 달그락거린다]

 

  아니아니

 

  사자님들 손에   더러운 걸 묻게 할 수는 없거든요

 

  (이게 뭐가 더러워요

 

  이거보다 더러운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 (영천하지만…   - (준웅맞습니다

 

  뭐 주우면 되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다 치울게요

 

  아니괜찮아요

 

  아유…   [준웅의 힘주는 신음]

 

  사자님들고맙습니다

 

  (준웅어유일로 주세요   제가 들게요

 

  - (사장아유어르신   - (영천

 

  [사장과 영천의 웃음]

 

  - 오늘은 많이 가져오셨네요   - (영천

 

  - (사장오늘 운이 좋으셨나 보다   - (영천아이고

 

  (영천아이고   [사장과 영천의 웃음]

 

  (사장근데 저분들은 누구세요?

 

  (영천나   도와주러 오신 분들일세

 

  (사장

 

  그래서 이렇게나 가져오셨구나

 

  고마운 일이지

 

  [사장과 영천의 웃음]

 

  (영천아참

 

  자네 이 고물상 곧 접는다고?

 

  (사장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 보려고 했는데

 

  그 깡패들이 좀 무섭게 해야죠

 

  (영천하긴

 

  나도 곧 떠나네

 

  (사장어디 이사라도 가세요?

 

  요즘 집값이 비싸서   마땅한 곳이 없을 텐데

 

  걱정하지 말게

 

  좋은 곳으로 가

 

  [웃음]

 

  그럼 다행이고요

 

  (사장아유

 

  많이 챙겨 드리지 못해서   늘 죄송해요

 

  잠시만요이게 다예요?

 

  (륭구이렇게 많이 모았는데요?

 

  다시 계산해 봐   정확하게 한 거 맞아?

 

  [영천이 만류한다]   (사장죄송합니다

 

  [영천의 웃음]   [련의 한숨]

 

  (영천자넨   뭐가 그렇게 늘 죄송한가

 

  서로 사정을 다 아는데?

 

  오늘 폐짓값은 그냥 넣어 두게

 

  그리고

 

  이거내가 조금씩 모은 건데

 

  얼마 되지 않지만

 

  이거 집에 있는 아이들한테   맛있는 거 사다 줘   [잔잔한 음악]

 

  [사양하는 소리]

 

  (사장아유아유   어르신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르신 돈을 어떻게 받아요

 

  어떻게 버신 돈인지 뻔히 아는데

 

  받아

 

  (영천어른이 이런 걸 줄 때는

 

  그저 '감사합니다하고 받는 거야

 

  

 

  내가 안 그래도   몇 번 주려고 했었는데

 

  빡빡해서 챙겨 주질 못했어

 

  [코를 훌쩍인다]

 

  다음에 제가

 

  (사장맛있는 저녁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사장의 웃음]

 

  그동안

 

  고마웠네

 

  저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어르신

 

  (사장어르신건강하세요

 

  자네도

 

  (준웅) [힘주며]   제가 하겠습니다

 

  [영천의 헛기침]   수고하세요

 

  [새가 지저귄다]

 

  (영천내 인생의

 

  마지막 노을이라 그런가

 

  오늘따라 감회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한 많은 지난 세월

 

  다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하고

 

  미련이 남나요?

 

  (영천마지막이라 그런가

 

  안 그러려고 해도

 

  자꾸만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군요

 

  그날의 선택이 자꾸만

 

  후회가 되는군요

 

  내 삶이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륭구전쟁엔 자원하신 겁니까?

 

  그랬습니다

 

  [한숨]

 

  [한숨]

 

  [무거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교과서를 툭 내려놓는다]

 

  (젊은 영천어머니   저 금방 다녀올 거예요

 

  이렇게 안 싸 주셔도 돼요

 

  [훌쩍인다]

 

  줄 게 이거밖에 없어미안해

 

  (영천 모배곯지 말고?

 

  (젊은 영천죄송합니다어머니   [영천 모가 흐느낀다]

 

  (영천 모밖에서 친구들하고   말싸움도 안 하던 네가

 

  어떻게 총을 들고 싸우려고 그래

 

  가지 마라영천아?

 

  (젊은 영천저보다 어린 애들도   입대해서

 

  나라를 지키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제가 보고만 있겠어요

 

  안 돼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영천 모아유

 

  아유어떡해

 

  어머니큰절받으세요

 

  (영천 모아이고영천아

 

  아유내 새끼

 

  아유

 

  몸조심해야 된다

 

  [영천 모가 흐느낀다]

 

  [젊은 영천이 훌쩍인다]

 

  [긴장되는 음악]

 

  [총성]   [전장이 소란스럽다]

 

  (영천전쟁터는   생각보다 더 참혹했습니다

 

  [총알이 탁 박힌다]

 

  어딜 가도 죽음의 냄새가   코를 찔렀으니까요

 

  []   [총성이 연신 울린다]

 

  [연신 소란스럽다]

 

  [심호흡]

 

  []   [군인들의 비명]

 

  [삐 소리가 울린다]

 

  [어두운 음악]

 

  (상사이영천이영천!   [젊은 영천이 놀란다]

 

  이영천정신 차려!

 

  죽고 싶어 환장했어?

 

  죄송합니다   [가쁜 숨소리]

 

  살아남아맛있는 저녁 먹자

 

  (젊은 영천

 

  []   [상사의 신음]

 

  (영천그렇게 죽어 나가니

 

  누구에게도   정을 붙일 수가 없었습니다

 

  [총성이 연신 울린다]

 

  [젊은 영천이 소리친다]

 

  []   [군인1의 비명]

 

  [군인들의 비명]

 

  (영천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전우가

 

  동칠이 녀석이었는데

 

  (젊은 영천동칠아

 

  맛있냐?

 

  엄청 맛있습니다

 

  하사님은 안 드십니까?

 

  [살짝 웃는다]

 

  너 많이 먹어라

 

  [차분한 음악]

 

  (젊은 영천난 집에 가서

 

  우리 어머니가 해 준   따순밥 먹을 거니까

 

  엄마 보고 싶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젊은 영천당연하지

 

  끝까지 살아남아서   만나게 될 테니까

 

  반드시

 

  밥도 많이 먹고   키 커서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젊은 영천) [동칠을 탁 잡으며]   이씨!

 

  대가리 날아가고 싶어?

 

  죄송합니다   [젊은 영천의 한숨]

 

  철모 제대로 쓰고

 

  (동칠

 

  (젊은 영천이거이거

 

  다 제대로 붙어서   만나야지그렇지?

 

  

 

  [동칠을 토닥이며먹어

 

  [젊은 영천이 입바람을 하 분다]

 

  [프로펠러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비행기 엔진음이 요란하다]

 

  []   [소란스럽다]

 

  [총성]

 

  (젊은 영천모두 피해!

 

  [총성이 연신 울린다]

 

  [프로펠러 소리가 요란하다]

 

  [힘겨운 신음]

 

  동칠아동칠아

 

  [동칠의 비명]

 

  동칠아동칠아!

 

  동칠아

 

  정신 차려정신 차려김동칠!

 

  의무병의무병!

 

  동칠아정신 차려

 

  동칠아동칠아

 

  의무병!   [어두운 음악]

 

  [군인들의 아파하는 신음]

 

  [소란스럽다]

 

  (젊은 영천동칠아동칠아!

 

  동칠아괜찮니?

 

  나다

 

  이영천 하사

 

  너 때문이야

 

  [놀란 숨소리]

 

  왜 살렸어나를?

 

  (동칠) [울먹이며]   그냥 좀 죽게 놔두지

 

  (젊은 영천동칠아정신 차려

 

  [손을 탁 뿌리치며너 때문에

 

  (동칠너 때문에

 

  나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꺼져!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무거운 음악]

 

  (영천동칠이는

 

  자신을 살린 제 선택을

 

  원망했습니다

 

  어머니

 

  [젊은 영천이 흐느낀다]

 

  (영천그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나자

 

  난 서둘러 고향 마을로 갔습니다

 

  어머니는 안 계시더군요

 

  내가 왜

 

  전쟁터에 나갔었을까요

 

  [한숨]

 

  

 

  시간이 많이 흘렀군요

 

  내가 좀 말이 많았죠?

 

  아이죄송합니다

 

  아유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다 하세요

 

  (영천이렇게

 

  누구에겐가 그냥 다 털어놓은 게

 

  정말 오랜만이라 좋군요

 

  마지막으로

 

  한잔하고 싶습니다

 

  [멀리서 개가 짖는다]

 

  - (영천내가…   - (준웅감사합니다   [영천과 준웅의 웃음]

 

  (준웅아이근데   요 막걸리에는 파전인데   [영천이 주전자를 툭 놓는다]

 

  파전이 없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잠깐만잠깐만

 

  [륭구가 준웅을 탁 잡는다]   최준웅

 

  [흥미로운 음악]

 

  잊으셨습니까?

 

  (륭구치킨

 

  (재수더럽게 맛없어

 

  진짜 눈물 나게 맛없어

 

  (준웅

 

  치킨

 

  [준웅의 멋쩍은 숨소리]

 

  예   [준웅의 헛기침]

 

  [잔이 달그락 부딪는다]

 

  [준웅이 숨을 씁 들이켠다]

 

  [준웅의 헛기침]

 

  [영천이 젓가락을 달그락 놓는다]

 

  잘 만들었네

 

  (영천맛이 있어

 

  많이 드십시오

 

  사자님들도 같이 드시죠

 

  - (네   - (륭구

 

  잘 먹겠습니다

 

  (영천이렇게 쓸쓸하게

 

  혼자 죽음을 맞이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한잔하시죠   - (영천

 

  요기

 

  이렇게

 

  (영천주름 하나 없는   자네 얼굴을 보니까

 

  젊음이 좋긴 좋은가 싶네

 

  할아버지는 지금도 잘생기셨어요

 

  그래?

 

  [영천과 준웅의 웃음]

 

  (영천고맙네

 

  (준웅근데 할아버지

 

  전쟁 이후에는 어떻게 사셨어요?

 

  늙은이의 얘기

 

  뭐가 재미있겠나

 

  그래도 전쟁 끝나고는   제 나이 또래셨으니까

 

  어떻게 사셨는지 궁금해서요

 

  [영천이 잔을 툭 내려놓는다]

 

  [무거운 음악]

 

  (영천멈췄던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었지

 

  [떨리는 숨소리]

 

  [젊은 영천의 힘겨운 신음]

 

  [연필을 달그락 든다]

 

  [책상에 팔을 쿵쿵 박는다]

 

  [젊은 영천의 가쁜 숨소리]   [군인들의 비명이 들린다]

 

  [펑 소리가 들린다]

 

  [총성]   [군인2의 비명]

 

  [총성이 울린다]   [힘겨운 숨소리]

 

  []   [군인3의 비명]

 

  [거친 숨소리]

 

  [프로펠러 소리가 울린다]

 

  []   [군인들의 비명]

 

  [심장 박동 효과음]   (젊은 영천아니야   아니야아니야!

 

  [괴로운 숨소리]   [펑 소리가 울린다]

 

  [어두운 음악]

 

  (영천사람들의 끔찍한 비명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일상 속으로 돌아오는 건

 

  쉽지 않았네

 

  []

 

  [탕 소리가 울린다]

 

  [쓱싹쓱싹]

 

  [탕 소리가 울린다]

 

  [힘겨운 숨소리]

 

  [탕 소리가 울린다]   [젊은 영천의 힘겨운 숨소리]

 

  [총성이 울린다]   [탕탕 소리가 울린다]

 

  [동칠의 비명]   [삐 소리가 울린다]

 

  [군인들의 비명]   [무거운 음악]

 

  [괴로운 신음]

 

  (인부1) 왜 그래?   이 씨왜 그래?

 

  이 씨정신 차려 봐   [인부들이 걱정한다]

 

  이 씨왜 그래왜 그래?

 

  - (인부1) 이 씨!   - (인부2) 이 씨왜 그래?

 

  (영천자연스럽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네

 

  [새가 지저귄다]

 

  닥치는 대로 안 해 본 일이 없었지

 

  [힘주는 숨소리]

 

  (여자2) 아니이게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여자2) 뭐 하는 거예요이게!

 

  - (젊은 영천죄송합니다   - 아휴

 

  (여자2) 이거 깨진 건   다 들고 가요

 

  나 돈 못 줘!

 

  [못마땅한 숨소리]

 

  (여자2) 아유어디서   저런 반푼이한테 일을 맡겨 놔선

 

  아휴

 

  [연인이 도란거린다]

 

  (영천몸도 정신도   불안정한 상태니

 

  결혼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

 

  [신호등 알림음]

 

  나이가 들어서는   그것도 여의치 않게 돼서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게 되었네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었지만

 

  [울먹인다]

 

  [영천이 잔을 툭 내려놓는다]

 

  [영천의 한숨]

 

  [영천의 헛기침]

 

  (륭구어디 가십니까?   [영천의 힘주는 신음]

 

  (영천아니

 

  앉아들 계세요

 

  잠시만

 

  [문이 드르륵 닫힌다]

 

  [문소리가 탁 난다]

 

  (준웅괜한 걸 여쭤봤나

 

  [륭구가 잔을 툭 내려놓는다]

 

  (륭구전쟁이 일어나면   사자들도 힘이 듭니다

 

  수천수만 명을 인도하면   트라우마가 생기거든요

 

  대리님은 인도 팀 아니셨잖아요

 

  전쟁과 같은 참사로   사람이 많이 죽게 되면

 

  타 부서 사자들도   인도 팀으로 파견됩니다

 

  다들 힘드셨겠네요

 

  [준웅의 한숨]

 

  [휴대전화 알림음]

 

  [준웅이 휴대전화를 탁 연다]

 

  (준웅?

 

  ?

 

  [한숨]

 

  왜 여기에 계세요?

 

  [옅은 웃음]

 

  [련의 한숨]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어요?

 

  그 젊은 친구를 보니까

 

  질투가 났습니다

 

  (영천그 친구처럼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랬더라면

 

  내 삶이 조금은

 

  [부드러운 음악]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었죠

 

  이루어 놓은 거 하나 없이   늙어 버린 내 현실은

 

  결국

 

  후회밖에 없네요

 

  보잘것없는

 

  초라한 삶이었습니다

 

  그 보잘것없는 삶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신비로운 효과음]

 

  [놀란 숨소리]

 

  여긴

 

  (여기선

 

  서울이 한눈에 다 보입니다

 

  이렇게 보니

 

  (영천달라 보이네요

 

  언제 이렇게

 

  세상이 바뀐 건지

 

  아름답네요

 

  (당신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이죠

 

  당신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오늘은

 

  없었을 겁니다

 

  당신 삶은

 

  절대 초라하거나

 

  보잘것없지 않습니다

 

  눈에 잘 담아 두세요

 

  당신이

 

  지켜 낸 나라니까요

 

  [떨리는 숨소리]

 

  [영천의 벅찬 숨소리]

 

  나라를 지켰다는 자부심도

 

  (영천내 삶을 잃었다는   현실 앞에서

 

  무너져 내린 지 오래인데

 

  이렇게 얘기를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감사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을 말씀드린 것뿐이니까요

 

  (준웅할아버지!

 

  할아버지어디 계세요할아버지

 

  할아버지 여기 계시는구나

 

  할아버지   저 동칠 할아버지 찾았어요!

 

  (영천?

 

  [동칠의 비명]   [전장이 소란스럽다]

 

  동칠아동칠아!

 

  (준웅보이시죠?

 

  혹시 몰라서 SNS에   할아버지 사연 올렸거든요

 

  [영천이 놀란다]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 가지고   많이많이 퍼졌나 봐요

 

  아까 동칠 할아버지 손주한테   연락이 왔는데

 

  지금 부산에 사시고 건강하시대요   [영천이 놀란다]

 

  여기 보세요

 

  [준웅과 영천의 웃음]

 

  (영천어떻게

 

  아니이런 일이 어떻게?

 

  [영천과 준웅의 웃음]

 

  잘 살아 줘서 고맙다동칠아   [잔잔한 음악]

 

  [함께 웃는다]

 

  (준웅할아버지 덕분에   용기를 잃지 않고 사셨대요

 

  (영천아이고이런

 

  [군인들의 아파하는 신음]

 

  너 때문이야

 

  [병원이 소란스럽다]   (동칠너 때문에

 

  왜 살렸어나를?

 

  [울먹이며그냥 좀 죽게 놔두지

 

  [숨을 깊게 내뱉는다]

 

  집에 가고 싶다며   키 커서 엄마 보고 싶다며!

 

  우리가 뭘 위해 싸웠냐

 

  너희 어머니가 보고 싶은 게 뭘까?

 

  네 시체야아니면!

 

  살아 돌아온 너야?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내가

 

  그런 말을 했었던가?

 

  [준웅이 살짝 웃는다]

 

  (준웅여기   하트 옆의 숫자 보이시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신 거예요

 

  근데 어어떻게 이 사람들이

 

  존경의 의미죠

 

  목숨 걸고 싸우신 용기에 대한

 

  [영천의 멋쩍은 소리]

 

  (영천내가 뭐 그렇게

 

  큰 보상을 바라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그저 사람들이 좀

 

  알아봐 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에서

 

  유치하게

 

  이런 걸 쓰고 다녔는데

 

  [영천의 멋쩍은 웃음]   [준웅의 웃음]

 

  왜요?

 

  네가 쓸모가 있다는 게 놀라워서

 

  아유그러면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칭찬이라도 한번 해 주시지

 

  춥다어서 모시고 들어가

 

  (준웅팀장님은요?

 

  나 갈 데가 있어

 

  (들어가세요

 

  (영천

 

  - 가시죠   - (영천

 

  (준웅조심하세요

 

  [준웅의 웃음]

 

  [한숨]

 

  (이영천 씨 누가 인도하죠?

 

  (중길그걸 내가 왜   구 팀장한테 얘기해야 되지?

 

  팀장님께서

 

  직접 인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인도 팀 관리까지   하고 싶은가?

 

  (중길할 수 있는 일만 하지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지 말고

 

  (부탁드립니다

 

  이영천 씨 최대한 예우를 갖춰

 

  인도해 주셨으면 해요

 

  [한숨]

 

  (이영천 씨   [무거운 음악]

 

  마지막을 편하게 해 주세요

 

  고통스럽게 돌아가시는 걸

 

  손 놓고 지켜볼 수가 없어서요

 

  너희들 짰냐?

 

  - (?   - 방금 박 팀장이 왔다 갔거든

 

  세상 만물 뭐 하나 똑같지 않은데

 

  같은 걸 보고 같은 걸 느끼는 거

 

  (옥황참 신기한 일이야

 

  [한숨]   하지만

 

  죽음 앞에선   누구도 특별해선 안 돼

 

  특별할 수도 없고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쓸쓸하지 않도록요

 

  참 많은 걸 바라는구나

 

  최소한의 예우를 바라는 겁니다

 

  생을 판단하는 건

 

  너희 사자들의 몫이 아니야

 

  - 회장님   - (옥황그만

 

  참는 건 여기까지다

 

  (옥황이영천 씨의 삶은

 

  공정하게 심판될 거다

 

  그러니까 그만 가 봐

 

  [한숨]

 

  공정하게요?

 

  (저한테는 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안 한다'로 들릴까요?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우당탕 소리가 난다]   (조폭1) 집을 비워야 할 판에

 

  사람을 더 들이면   어쩌겠다는 거야?

 

  (조폭1) 이거 완전   한번 해보자는 거지?

 

  (준웅이제   그만 좀 가가세요

 

  넌 또 처맞고 싶냐?

 

  [준웅의 성난 숨소리]

 

  (륭구들어가 계십시오

 

  [영천의 난처한 숨소리]

 

  소란 피우지 말고 말로 합시다

 

  이건 또 뭐야

 

  (조폭1) 말로 안 하면   어쩔 건데?

 

  - (조폭1) 어쩔 거냐고?   - (영천아니그러지 말게

 

  (영천이분들한테   이러면 안 되네

 

  (조폭1) 아유씨   [영천의 신음]

 

  (준웅괜찮으세요할아버지?

 

  (영천괜찮아

 

  (조폭1) 아이뭐야

 

  아이노인네 눈 부라려 갖고   나 회춘하는 줄 알았네?

 

  [조폭들의 웃음]   나 무서울 뻔했어

 

  (준웅아이진짜

 

  (너희들이구나   [강렬한 음악]

 

  우리 막내 때린 게

 

  (조폭1) 이 조합 뭐지?

 

  아주 가지가지 하네

 

  (먼저 들어가 있어   금방 갈게

 

  (준웅들어가 계시죠

 

  장손이야?

 

  (조폭1) 아주 자손들이   아주 기백이 있어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우리 아가씨

 

  몇 살이야?

 

  420

 

  ? 20?

 

  귀먹었니?

 

  420살이라고

 

  [강렬한 효과음]

 

  [영천의 힘겨운 신음]

 

  (준웅할아버지괜찮으세요?

 

  (영천) [힘겨워하며]   괜찮아

 

  그나저나

 

  그분만 두고 와서

 

  어쩌나

 

  (륭구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분은 너무 괜찮습니다

 

  [강렬한 음악]   [조폭들이 놀란다]

 

  (조폭3) 형님!

 

  [조폭들의 힘주는 신음]

 

  [조폭3의 신음]

 

  [조폭들의 신음]

 

  [조폭2의 힘겨운 신음]

 

  (조폭1) 이씨

 

  [조폭1의 신음]

 

  [조폭1의 힘겨운 신음]

 

  [겁먹은 소리]

 

  뭐야

 

  일분일초가 소중한 사람한테

 

  너희 같은 쓰레기가   방해가 되면 안 되겠지?

 

  꺼져

 

  (조폭2) 형님!   [조폭들의 힘주는 신음]

 

  [힘겨운 신음]

 

  (준웅할아버지

 

  (륭구말은 하지 말고   심호흡해 보십시오   [준웅의 걱정하는 숨소리]

 

  (준웅할아버지   우리우리 병병원 가요병원

 

  아니다, 119부터 불러야지

 

  (륭구준웅 씨   소용없습니다그만두세요

 

  아이지금 가서 응급 처치 하면   사실 수도 있잖아요

 

  - 준웅 씨   - (준웅아니

 

  뭐라도 해 봐야 될 거 아니에요

 

  (륭구아니요

 

  [힘겨운 신음]

 

  정해진 수명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이미 정해진 일입니다

 

  [준웅의 한숨]

 

  할아버지

 

  괜찮아

 

  (영천괜찮아

 

  우린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잖아

 

  [울먹인다]

 

  [문이 탁 닫힌다]   어디 가?

 

  저는 못 보겠어요

 

  [훌쩍인다]

 

  저렇게 고통스러워하시는데   그냥 보고만 있으라고요?

 

  이영천 씨 수명은 다했어

 

  알아요

 

  안다고요

 

  저도 다 알고 있어요근데

 

  근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되는 걸 어떡해요

 

  그래

 

  (그럼 여기 있어

 

  근데 너

 

  이 선택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마음 정리되면 들어와

 

  늦지 않게

 

  [한숨]

 

  [공간 이동 효과음]

 

  [다가오는 발걸음]   [훌쩍인다]

 

  인도 팀

 

  (재희뭐예요?

 

  (수인비켜요

 

  제발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안 돼요?

 

  제발요

 

  [공간 이동 효과음]

 

  (중길비켜

 

  [어두운 음악]

 

  부탁드립니다팀장님

 

  네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없어

 

  마지막 순간도   직면하지 못하는 주제에

 

  (중길뭘 하겠다고

 

  준비하고 대기해

 

  [준웅의 떨리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영천이 콜록거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뉘신지

 

  [영천의 힘겨운 숨소리]

 

  그대의 마지막 뒷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차분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

 

  아주 긴 밤이었지

 

  [총성]   [소란스럽다]

 

  [군인들의 비명]

 

  오늘 밤 살아남으면!

 

  (젊은 영천우린 집으로 돌아간다

 

  전원!

 

  돌격 앞으로!   [군인들이 소리친다]

 

  [총성]   [소란스럽다]

 

  []

 

  (중길나라를 위한 그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해서 그대의 마지막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지

 

  감사합니다

 

  [힘겨운 신음]

 

  모르는 사이 많이 변했구나

 

  (중길내가 아는 넌

 

  망자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걸   힘겨워했었지

 

  그래서 범죄자만 인도하려 했었고

 

  (조금 무뎌졌을 뿐

 

  지금도 쉽지 않습니다

 

  [한숨]

 

  누군들 쉬울까

 

  하나 그것이 사자의 일이다

 

  마지막까지 지켜보는 것

 

  [한숨]

 

  [힘없는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훌쩍인다]

 

  [차분한 음악]

 

  (준웅인도 팀

 

  근데 왜 저렇게   많이 오시는 거예요?

 

  이번 인도는 특별 케이스예요

 

  (륭구회장님께서   승인해 주셨나 보네요

 

  (수인그래요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이에요

 

  [놀란 숨소리]

 

  [차분한 음악]

 

  [문이 드르륵 닫힌다]

 

  죄송했습니다

 

  얘기는 나중에상태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의식을 잃고

 

  간신히 숨만 쉬고 있습니다

 

  머지않았군

 

  (옥황얼굴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묻어나는 법이지

 

  인상이 곱구나

 

  좋은 삶을 살았어

 

  인간에게는 삶의 매 순간

 

  선택해야 할 일들이 존재하지

 

  그 수많은 선택이 모여

 

  생을 만들고

 

  [영천 모가 흐느낀다]   (젊은 영천죄송합니다어머니

 

  (옥황젊은 날   그대의 선택은 고귀했다

 

  [젊은 영천의 떨리는 숨소리]

 

  [책상에 팔을 쿵 박는다]

 

  많은 것을 잃었으나

 

  (젊은 영천전원 돌격 앞으로!

 

  [군인들이 소리친다]   [총성]

 

  (옥황많은 사람을 지켜 냈고

 

  지금의 오늘을 있게 했다

 

  수많은 사람의 삶을   지켜 줘서 고맙다

 

  미안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대가 편안하고

 

  안락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겠지

 

  [옅은 숨소리]

 

  이영천

 

  그대의 영혼은

 

  그대가 살아온   삶의 값어치 그 이상으로

 

  복을 받게 될 것이다

 

  고된 삶을 사느라

 

  수고하였다

 

  [숨을 들이켠다]

 

  [신비로운 효과음]

 

  [훌쩍인다]

 

  [잔잔한 음악]

 

  [영천의 놀란 숨소리]

 

  나 한 명 가는데

 

  이렇게 많은 분이 마중을

 

  자네가 없었으면

 

  주마등도 없었을 테니까

 

  [벅찬 숨소리]

 

  잠시만 시간을

 

  (영천그날의 내 선택을

 

  오랜 시간 후회하면서 살아왔지만

 

  나라를 위해 싸운 건

 

  내 삶에서 가장 고귀한 선택이었고

 

  가치 있는 일이었더군요

 

  아마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군복을 입을 겁니다

 

  저의 마지막 내일을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말했잖아요

 

  그게 내 일

 

  아니

 

  우리의 일이라고

 

  [살짝 웃는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벅찬 숨소리]

 

  [영천의 웃음]

 

  [차분한 음악]

 

  (영천자넨 왜 그러고 서 있어?   [준웅이 울먹인다]

 

  좋은 데로 가는데

 

  울긴 왜 울어

 

  할아버지

 

  고마웠어

 

  [훌쩍인다]

 

  [준웅이 훌쩍인다]

 

  이영천 하사님

 

  감사했습니다

 

  (옥황모든 사자는

 

  나라를 지킨 호국 영령에게

 

  묵념하라

 

  [웅장한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새가 지저귄다]

 

  [부드러운 음악]

 

  어머니

 

  (영천 모) [놀라며어유

 

  아유세상에

 

  [함께 흐느낀다]   [영천 모가 영천을 토닥인다]

 

  어디 보자

 

  우리 영천이 잘 있었어?

 

  안 아팠고?

 

  - 어머니   - (영천 모

 

  (영천죄송해요

 

  너무 늦었어요

 

  (영천 모아니다

 

  이제 왔으면 됐어

 

  아유사느라 고생했다

 

  (영천어머니

 

  (영천 모그래

 

  엄마

 

  [영천을 토닥인다]

 

  (영천 모밥 먹자우리 아들

 

  엄마가 따순밥 해 놨어

 

  어여 들어가자

 

  [영천 모의 웃음]

 

  [영천 모가 영천을 토닥인다]

 

  [영천 모의 웃음]

 

  [준웅이 훌쩍인다]   [문이 달칵 열린다]

 

  아직도 기분이 덜 풀렸니?   [문이 달칵 닫힌다]

 

  (준웅

 

  이승에서 고생하셨는데

 

  죽어서야 그 대접을 받는 게   너무 허무하면서도 안타까워요

 

  회장님께서 도와주실 순   없었던 거예요?

 

  (옥황난 생과 사

 

  그리고 죄와 벌에 관여할 뿐   이승의 일엔

 

  [준웅의 한숨]

 

  (준웅비겁해요불공평하잖아요

 

  착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만

 

  바보 되는 세상

 

  대체 왜 보고만 있는 건데요?   능력 되시잖아요

 

  (옥황

 

  공평하지 않다공평할 수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죄지은 자들에게   합당한 벌을 내릴 뿐이야

 

  그러니 내가

 

  너희들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겠니

 

  괴로운 사람들을 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저승사자들이니까

 

  (준웅제가   도움이 되긴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처음엔 '그냥 잘 버티면'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했는데

 

  막상 정말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보니까

 

  (은비터널 같아

 

  끝도 없는

 

  벗어날 수가 없다고요!

 

  (준웅

 

  끝이 보이지가 않는다고

 

  (난 내가 쓰레기 같다고

 

  왜 나는 안 되는데!

 

  제발 놔!

 

  [흐느낀다]

 

  (준웅제가 너무   이 일을 쉽게 생각했나

 

  어렵고

 

  무거운 것 같아요이 일이

 

  (옥황그래

 

  벼랑 끝에 몰려 죽음까지   생각한 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

 

  하지만 서로 모자란 점을   보완하면서 함께하면

 

  (준웅) [손가락을 딱딱 튀기며]   그럼 저도 이거 주세요

 

  이거 팀장님이랑 대리님한테 있는

 

  그거 주세요저도   왜 안 주세요저는?

 

  - 안 돼   - (준웅왜요?

 

  죽어서 와그럼 생각해 볼게

 

  (준웅아이

 

  저 이미 동작 대교에서   이거 아시면서참   [문이 달칵 열린다]

 

  이미 저 바반은 죽었어요   [문이 달칵 닫힌다]

 

  이거

 

  [손가락을 딱 튀긴다]

 

  

 

  [영천과 준웅이 대화한다]

 

  (영천아니야   내 영정 사진 볼 사람도 없어

 

  (준웅아니에요   제가 갖고 싶어서 그래요제가

 

  여기 겨우 찾아왔는데   한번 찍어 주세요

 

  (영천아니그래도

 

  (준웅아니에요, '그래도없어요   [영천이 당황한다]

 

  여기 들어가시죠읏차   [잔잔한 음악]

 

  아이안녕하세요!

 

  (사진사선생님허리 좀   약간만 펴시고요

 

  (준웅잠시만요잠시만요

 

  살짝

 

  됐습니다

 

  할아버지   [익살스러운 소리]

 

  됐어요됐습니다

 

  [준웅의 웃음]

 

  [작은 소리로우리 할아버지   국가 유공자세요

 

  아이고훌륭하신 분인데   정말 더 잘 찍어 드리겠습니다!

 

  [준웅이 호응한다]   (영천감사합니다

 

  (사진사선생님   눈 초롱초롱하게 뜨시고

 

  멋진 미소 장착하시고

 

  찍습니다

 

  하나

 

  [카메라 셔터음]

 

  [감성적인 음악]

 

  (팀원 둘 데리고   예정자를 찾는 건 불가능합니다   [긴장되는 음악]

 

  [경고음]   (옥황너도 봤잖니

 

  주마등 전체가 심각한 상황인 거

 

  위기의 순간이   [레드라이트 알림음]

 

  누군가에겐   기회로 다가온다고 하지   [련의 놀란 숨소리]

 

  (준웅위장 취업이 어려우면은

 

  직원 말고   알바는 해 볼 만하지 않아요?   [준웅과 륭구의 한숨]

 

  (륭구) 4월생을 찾아보겠습니다

 

  - (륭구정보람   - (남자어지간히 좀 먹어라

 

  [용준의 아파하는 신음]   (륭구김용준

 

  죄송합니다

 

  (륭구신예나

 

  [예나의 한숨]

 

  (륭구와 남자)   - 이동자   - 애 엄마들은 안 된다니까

 

  (륭구이렇게 네 사람입니다

 

  (준웅고쳐지기 전에   찾을 수 있을까요?

 

  [레드라이트 경고음]   (륭구찾아야죠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마 오늘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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