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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의사 생활 S1.12

 

  [무거운 음악]

 

  [노크 소리가 들린다]

 

  (송화)   누구야?

 

  (정원)   병원 왔는데 왜 그냥 가?

 

  어디예요저녁 사 드릴게요

 

  신부 얘기 안 할 테니까   저녁 먹고 가요

 

  (정원 모)   엄마 너 보러 온 거 아니야

 

  지금 나가너 일해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엄마!

 

  (정원 모)   엄마 저녁에 종수랑 약속 있어

 

  간다아들

 

  이사장님 출장 가셨는데 뭐...   [통화 종료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자동차 엔진음]   [정원의 한숨]

 

  엄마

 

  엄마!

 

  [한숨]

 

  [잔잔한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익준)   여기서 뭐 해?   [문이 달칵 열린다]

 

  찾는 사람 없으면   얼른 당직실로 숨어

 

  (겨울)   괜찮아요감사합니다

 

  [익준이 살짝 웃는다]

 

  교수님퇴근 안 하세요?

 

  은근 일 중독이세요

 

  일 아니야   송화랑 저녁 먹으려고 기다리는 중이야

 

  누구랑 면담 중이라서   기다리는 중이야

 

  너 무슨 고민 있지?

 

  (익준)   말해내가 해결해 줄게

 

  말하라

 

  교수님

 

  아닙니다

 

  (익준)   뭔데?

 

  [문이 달칵 닫힌다]

 

  [문이 달칵 열린다]   아니에요

 

  맞히고 싶어

 

  분명히 안정원 관련인데

 

  안정원 여기로   산 채로 잡아 올까?

 

  안 돼요그럼 다치세요

 

  (익준)   

 

  [익준이 숨을 들이켠다]

 

  겨울아   갑자기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문이 달칵 여닫힌다]

 

  너는

 

  정원이가 언제부터 그렇게 좋았어?

 

  새삼 궁금하네

 

  당연한 거 아닌가?

 

  교수님속초 분원 가신다면서요?

 

  [송화가 피식 웃는다]

 

  (송화)   아침에 말씀드린 건데   [송화가 피식 웃는다]

 

  하여튼 빠르다빨라

 

  저도 내려가겠습니다

 

  안 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네가 왜 내려가?

 

  교수님 내려가시니까요

 

  정신 차려안치홍

 

  거기 레지던트도 없어서

 

  너 가면 이삼 년 차 일까지   다 커버해야 돼

 

  치프 자리 놓고 갈 곳 아니야

 

  (송화)   그리고 치프 앞두고   갑자기 병원 옮기면

 

  나중에 면접 볼 때   문제 있어 보일 수 있어

 

  네 경력에 좋은 선택 아니야

 

  치홍아레지던트 4년 차에   누가 병원을 옮기니?

 

  수술 하나라도 더 들어가고   환자 한 명이라도 더 봐

 

  그게 지금 너한테 제일 필요한 거고   네 재산이야

 

  남은 1년이 너한테 가장 중요한 시기야

 

  1년만 잘 버텨서 전공의 잘 마쳐

 

  알았지?

 

  제 인생은

 

  제가 결정해요

 

  김상만 환자   수술방 내려왔다고 해서 가 보겠습니다

 

  [버튼 조작음]   [문이 달칵 열린다]

 

  [밝은 음악]

 

  [휴대전화를 탁 집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통화 연결음]

 

  (익순)   나도 방금 전화하려고 했는데

 

  [준완의 웃음]

 

  (준완)   뭐 해?

 

  (익순)   방금 집에 왔어요오빤요?

 

  (준완)   이제 퇴근하려고

 

  (익순)   오늘은 엄청 빨리 퇴근하네요?

 

  퇴근하고 뭐 할 거예요?

 

  (준완)   나 지금 출발하려고

 

  자지 말고 있어

 

  - (익순지금?   - (준완이따 보자

 

  [통화 종료음]

 

  [잔잔한 음악]

 

  (익준)   [흥얼거리며]   밥 먹을래굶을래...

 

  (송화)   너 또 무슨 일 있어?

 

  정말?

 

  [헛웃음]

 

  [석형의 헛웃음]

 

  인생 진짜

 

  좆같네

 

  (익준)   뭐냐너희 아버지?

 

  사람 시원하게 욕도 못 하게

 

  [한숨]

 

  [석형 모의 헛웃음]   (편 변호사)   이 유언장을 언제 쓰셨죠?

 

  올봄일 겁니다

 

  (비서)   김태연 씨가 임신 사실을   회장님에게 알린 날

 

  그날 밤에 쓰셨습니다

 

  미친 영감탱이

 

  김태연 씨한테는   뭐 따로 남기신 건 없습니까?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헛웃음]

 

  (비서)   회장님은 그 여자   남은 인생 자신을 돌봐 줄 간병인

 

  딱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판단하기론 그렇습니다

 

  [석형의 한숨]   (석형 모)   재수 없는 인간

 

  임신까지 시켜 놓고

 

  개소리하고 앉아 있네

 

  이기적인 새끼

 

  평생 자기밖에 모르는 버러지 같은 놈

 

  [잔잔한 음악]

 

  [석형 모의 한숨]

 

  유언장에 다른 말은 더 없어?

 

  (익준)   어머니나 너한테   따로 남긴 말 같은 건?

 

  (석형)   있어

 

  회사 물려받으래

 

  의사 관두고

 

  나보고 회사 물려받으래

 

  내 인생에 참 관심 많으셔

 

  [석형의 한숨]

 

  (익준)   그래서   [송화의 한숨]

 

  관두게?

 

  [한숨]

 

  [차분한 음악]

 

  (재학)   교수님안녕하세요

 

  (성영)   안녕하세요

 

  (익준)   뭔 줄이야?

 

  (재학)   상담 줄요

 

  채송화 교수님한테 상담할 게 있어서요

 

  (성영)   전 진로 상담

 

  얘 바빠

 

  그리고 아파

 

  (석민)   안녕하세요

 

  [문이 달칵 닫힌다]

 

  드래건넌 뭔 상담이야?

 

  연애 상담요

 

  그런 것도 해 줘?

 

  (석민)   만능이세요

 

  다산 콜센터 저리 가라

 

  [익준의 탄성]

 

  [석민이 숨을 들이켠다]

 

  [석민이 숨을 후 내뱉는다]   (익준)   나와

 

  좋을 때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익준)   밥 먹자

 

  - (재학교수님!   - (성영교수님!

 

  (익준)   조용히 해

 

  (송화)    20분 뒤에 강의 있어넌 꺼져

 

  도재학 선생

 

  (재학)   우유 빛깔 채송화!

 

  너만 보여교수님

 

  [송화의 웃음]   안녕하세요교수님

 

  [한숨]   [재학과 송화의 웃음]

 

  [문이 달칵 닫힌다]

 

  [흥미로운 음악]

 

  [성스러운 음악]

 

  [종소리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정원의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안정원입니다

 

  (준희)   교수님저 응급 의학과 배준희인데요

 

  (정원)   

 

  (준희)   7세 여아   복부 블런트 트라우마 환자입니다

 

  [심전도계 비프음]   (준희)   멘탈 얼러트 하고

 

  혈압은 아직 괜찮은데   하트 레이트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패스트로 소노 보니까   리버 라세레이션 그레이드 포입니다

 

  헤모페리 소견도 보여서   복부 CT 찍어 봤는데

 

  액티브 블리딩 있습니다

 

  (정원)   지금 바로 갈게요

 

  [어두운 음악]   [통화 종료음]

 

  [통화 연결음]

 

  장겨울 선생

 

  교수님

 

  (정원)   응급실에 7세 여아   복부 블런트 트라우마 환자

 

  바이털 좋지 않아서   응급 수술 해야 할 거 같아요

 

  마취과 연락해서   가장 빠른 수술방으로 준비해 주시고

 

  (정원)   수혈 처방 추가로 좀 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통화 연결음]

 

  (겨울)   안녕하세요 GS 장겨울입니다

 

  [쩝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민하의 탄성]

 

  석형이 논문을 도와준다고?

 

  왜는요

 

  교수님이 도와 달라고 했으니까요

 

  - 석형이가?   - (민하

 

  (석형)   얘가 왜 여기 있어?

 

  (민하)   교수님안녕하세요

 

  여기 앉으세요

 

  (석형)   넌 대체 안 가는 과가 어디야?

 

  - 그런 덴 없고양석형곰돌이   - (석형?

 

  너 추민하 선생한테   논문 도와 달라고 했어?

 

  (익준)   전공의들 바빠괴롭히지 마

 

  내가?

 

  국물이 없네컵라면 드실 분?

 

  [민하의 어색한 웃음]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준이 젓가락을 툭 떨어뜨린다]

 

  둘이서 먹어나 외래 있어

 

  [석형의 탄성]

 

  - (민하네   - (석형먹어

 

  [심전도계 비프음]   [힘겨운 신음]

 

  (정원)   [작은 목소리로]   잠깐 이쪽으로

 

  [정원이 숨을 들이켠다]

 

  검사를 했는데

 

  간이 찢어진 손상이 심하고

 

  혈관 일부에서   복강 내 출혈이 지금도 있어서

 

  응급으로   개복 수술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지현 모의 떨리는 숨소리]

 

  다친 혈관을 찾아서

 

  결찰이나 지혈로   막아 보는 수술을 하게 될 텐데요

 

  손상 정도가 너무 심해서   지혈이 안 될 거 같은 간 일부는

 

  절제하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수술 시간은요?

 

  (정원)   최소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수술이 좀 커지게 되면   4시간까지 걸릴 수 있어요

 

  근데 일단 들어가 봐야 알 거 같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자1)   ?

 

  우리 부부인데 왜 안 돼요선생님?

 

  (익준)   그게...

 

  (여자1)   결혼식 진짜로 했고 결혼사진도 있고

 

  증인들도 엄청 많아요

 

  이 사람 지금 복수도 자꾸 생기고

 

  얼마 전에 피까지 토해서   내시경 시술도 받았어요

 

  지금 한시가 급해요선생님

 

  아내분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근데

 

  부부간이라도   혼인 신고가 되어 있어야 하고...

 

  혼인 신고 할게요선생님

 

  오늘 당장 할게요

 

  혼인 신고를 하더라도   코노스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1년이 지나야 부부간의   생체 간 이식 승인을 받을 수 있어요

 

  [여자1의 당황한 숨소리]   (익준)   장기 매매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

 

  기증자 등록 절차가 까다로운 편입니다

 

  [여자1의 한숨]

 

  [남자1의 한숨]

 

  (남자1)   [여자1을 탁 잡으며]   나 괜찮아

 

  당장 안 죽어여보?

 

  당신이 왜 죽어?

 

  그런 말 하지 마

 

  어머니도 계시는데

 

  (익준)   지금 이식을 하면 좋겠는데

 

  기증을 좀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라면

 

  내과에서 열심히 치료받고   1년 뒤에

 

  다시 생체 간 이식을   진행해 보는 거는 어떨까요?

 

  저희도 같이 지켜볼게요

 

  두 분 결혼식은 언제 하셨어요?

 

  넉 달 전에요

 

  (여자1)   그때 바로 혼인 신고를 했었으면

 

  그래도 이제 앞으로   여덟 달밖에 안 남는 건데

 

  실례가 안 된다면

 

  혼인 신고를 안 하신 이유가...

 

  제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여자2)   둘이 한창 연애할 때   아들이 간경화 진단을 받았어요

 

  양가에서 다 반대를 해도

 

  기어이 결혼식까지 올리더라고요

 

  [여자2가 훌쩍인다]

 

  근데 제가 혼인 신고는   하지 말라고 그랬어요

 

  남의 집 귀한 딸인데

 

  우리 아들 갑자기 잘못되면

 

  [훌쩍인다]

 

  얘는 어떡해요

 

  [잔잔한 음악]   [흐느낀다]

 

  (여자1)   선생님

 

  저 앞으로 1년 동안 뭐 하면 되나요?

 

  운동 열심히 해서   건강 잘 유지하고

 

  또 챙겨 먹어야 하는 약 있으면   약도 꼬박꼬박 잘 챙겨 먹을게요

 

  저 꼭 1년 뒤에

 

  다시 이 방에서 교수님 만나서

 

  수술 허락받겠습니다

 

  [여자1이 훌쩍인다]

 

  그러니까 교수님이 꼭

 

  우리 남편 좀 살려 주세요

 

  ?

 

  [문이 달칵 닫힌다]

 

  (익준)   여기서 퀴즈   [흥미진진한 효과음]

 

  (홍도)   저 두 분은

 

  여행에서 처음 만났을 거 같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니면

 

  소개팅?

 

  [익살스러운 음악]

 

  [당황한 숨소리]

 

  [피식 웃는다]

 

  남편분이   뇌사자의 간을 받으면 좋겠는데

 

  (익준)   뇌사자 간 이식은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뭘까?

 

  (홍도)   ...

 

  몰라?

 

  죄송합니다

 

  아이이건 기본이지

 

  너 내일까지 공부해서 와

 

  (홍도)   

 

  다음 환자요

 

  [긴장되는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마취의1)   근데 어떡하다 다친 거예요?

 

  (정원)   씽씽이 타다가   방지 턱에 걸려 넘어졌어요

 

  핸들에 복부가 세게 부딪혀서

 

  (마취의1)   아이고엄마 아빠가   엄청 속상하시겠네

 

  얼마나 걱정하실까

 

  [겨울의 배가 꼬르륵거린다]

 

  (겨울)   죄송합니다

 

  [겨울의 배가 연신 꼬르륵거린다]

 

  (마취의1)   이야장겨울 선생님 엄마 아빠도   엄청 속상하시겠다

 

  자식이 이렇게 밥도 못 먹고   일하는 거 아시면

 

  장겨울 선생님   내가 이따 맛있는 거 사 줄게

 

  아니다안정원 교수가 좀   맛난 것도 좀 사 주고 그래요

 

  난 요새 장겨울 선생 얼굴을   제일 많이 보고 살아

 

  (겨울)   아닙니다괜찮습니다

 

  (정원)   믹스터 주세요

 

  타이 주세요

 

  수술 잘 끝나고 아이 잘 회복되면   제가 맛있는 거 사 줄게요

 

  (겨울)   감사합니다

 

  (정원)   타이 할 땐 어깨 힘 빼고

 

  여긴 혈관이 약하니까   너무 세게 하면 안 돼요

 

  (겨울)   

 

  (정원)   멧젠 주세요

 

  (석민)   회진할 때   민기준 교수님은 예민하시니까

 

  랩 체크 잘해야 하고

 

  1년 차 애들 체크했는지   같이 봐 줘야 해요

 

  콘퍼런스 준비할 땐   자료 빠진 거 없는지 잘 체크하고   [치홍이 호응한다]

 

  발표 내용은 잘 숙지해야   잘 진행할 수 있는데요

 

  (선빈)   치홍 오빠집 구했어?

 

  (치홍)   아직

 

  그리고 빨리 이사해요

 

  [석민이 펜을 탁 내려놓는다]   (석민)   치프 되면 더 바빠질 텐데

 

  그래도 잠은 집에서 잘 자야죠

 

  (치홍)   전 당직실 좋은데

 

  이사하는 게 더 귀찮아요   [문이 달칵 열린다]

 

  (송화)   용석민

 

  너 요즘 공부방에서 자주 나온다?   [저마다 인사한다]

 

  [문이 달칵 닫힌다]   (송화)   안녕안녕

 

  (석민)   아직 인수인계 다 못 했어요

 

  그리고 도재학 선생님은   공부방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   [석민이 펜을 탁 내려놓는다]

 

  왜요교수님?

 

  저 오는 거 싫으세요?

 

  저 이제 오지 마요?

 

  네가 오지 말란다고 안 오겠어?

 

  [숨을 들이켠다]

 

  - 치홍아윤복아   - (윤복

 

  (송화)   저녁 사 줄게가자

 

  - 저는요?   - (선빈저는?

 

  너희 둘은 따로 먹어

 

  오늘 교수회관   특갈비탕 첫 출시 했는데

 

  지금 사람이 많아서   딱 한 테이블 남았다네

 

  곧 치프 될 안치홍이 빠져?

 

  신경외과 예비 전공의 윤복이가 빠져?

 

  저랑 선빈이가 빠져야죠

 

  그럼

 

  그럼 우리 간다

 

  [송화가 테이블을 탁 짚는다]   가자

 

  (윤복)   

 

  안녕히 계세요

 

  [문이 달칵 열린다]   - (선빈안녕   - (치홍수고

 

  (치홍)   죄송합니다   [치홍이 살짝 웃는다]

 

  [선빈의 탄성]   [문이 달칵 닫힌다]

 

  채송화 교수님은   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시는 거예요?

 

  언제 그런 생각까지 탁탁탁 하셨지?

 

  내가 말씀드렸어

 

  (선빈)   뭘요?

 

  내가 너 좋아한다고

 

  [밝은 음악]

 

  그래서 고백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다고

 

  날 위해서 자리 피해 주시는 거야

 

  (석민)   

 

  

 

  어색하니깐

 

  저녁은 각자 먹는 걸로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정원)   생각했던 대로   [문이 스르륵 닫힌다]

 

  간의 혈관 일부가 찢어져서   피가 나고 있었는데요

 

  주변 조직이 많이 손상되고   지혈이 잘 안돼서

 

  간 절제도 같이 한 상태입니다

 

  일단 수술을 다 하고 봤을 땐

 

  배 안에서 피가 더 나는 곳은   없어 보였는데

 

  피가 다른 데서   또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하루 이틀은 지켜봐야 됩니다

 

  간을 잘랐으면 다시 자라는 건가요?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거죠선생님?

 

  큰 고비는 넘겼어요

 

  (정원)   절제한 간은 몇 달에 걸쳐서   서서히 커질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요

 

  이제 회복을 얼마나 빨리하는지   좀 지켜봐야 될 거 같습니다

 

  중환자실 가면   아이 얼굴 보실 수 있어요

 

  - (지현 모감사합니다선생님   - (지현 부감사합니다

 

  [차분한 음악]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심전도계 비프음]

 

  [정원의 한숨]

 

  (정원)   아이는 안 깨우고   하루 이틀 정도는 재우면서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게 할 거예요

 

  지금 깨울 수도 있는데   깨우면 아기가 더 아파하고

 

  많이 움직이면   아기한테 더 안 좋아서요

 

  (지현 할머니)   그러니까지금 수술하고   아직 안 깨어난 게 아니라

 

  일부러 재웠다는 거죠선생님?

 

  어머니   아까 저희한테 다 설명해 주셨어요

 

  [정원이 살짝 웃는다]

 

  (정원)   배 아프다고 몸을 막 움직이고

 

  숨을 잘 못 쉬어서 힘들어하는 것보다

 

  안정을 위해서   하루 정도는 재우는 게 좋아서요   [달려오는 발걸음]

 

  (지현 고모)   엄마!

 

  [지현 고모의 다급한 신음]   (지현 할머니)   아이고얘는 왜 또 왔어아유

 

  선생님지현이 고모예요

 

  

 

  (지현 할머니)   이쪽은 삼촌이고

 

  (지현 삼촌)   안녕하세요

 

  (지현 고모)   선생님우리 지현이가   아직 의식이 없다면서요?

 

  수술하고 아직도 안 깨어나면   큰 문제 아닌가요?

 

  그게지금 깨울 수도 있는데

 

  깨우면 아아기가 더 아파하고...

 

  (지현 삼촌)   선생님제가 설명할게요

 

  [살짝 웃는다]

 

  (정원)   그럼

 

  (지현 할머니)   감사합니다

 

  (지현 모)   선생님

 

  우리 지현이 오늘 밤새 별일 없겠죠?

 

  우리 지현이 잘 좀 부탁드립니다

 

  네   [차분한 음악]

 

  간호사 선생님도 계시고   제가 계속 병원에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선생님

 

  [심전도계 비프음]

 

  [펜이 컵에 탁 부딪힌다]

 

  [심전도계 비프음]

 

  [마우스 클릭음]

 

  [키보드를 탁탁 친다]

 

  [마우스 클릭음]

 

  (정원)   집에 안 갔어?

 

  이제 가려고

 

  너 밤새우려고?

 

  (정원)   

 

  낮에 리버 라세레이션으로 수술했는데

 

  세데이션 정도가 좀 얕아서   밤에 벤트 조정 좀 해야 할 거 같아

 

  정원아괜찮을 거야

 

  그래야지

 

  [피식 웃는다]

 

  - (정원송화야   - (송화

 

  내가 너 몸도 안 좋은데 부담만 줬다

 

  내 생각만 하고

 

  키다리 아저씨 일 말이야

 

  넌 신경 쓰지 말고   속초 내려가서 네 몸 관리나 잘해

 

  그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싫어

 

  그러지 마내가 할 거야

 

  [피식 웃는다]

 

  나 거기서도 할 수 있어

 

  나 요즘 그 일 할 생각에   좀 설렌단 말이야

 

  내가 할 거야알았지?

 

  너 뺏어 가면 안 돼

 

  [살짝 웃는다]

 

  알았어

 

  운전 조심해서 가

 

  (정원)   웬만하면 택시 타고간다

 

  [키보드를 탁탁 친다]

 

  [한숨]

 

  [마우스를 탁 집는다]

 

  [마우스 클릭음]

 

  [문이 달칵 열린다]

 

  [석형의 한숨]

 

  (석형)   집에 안 가?

 

  (익준)   우주 창원 가서   나 방학이란 말이야

 

  좀 더 놀다 갈 거야

 

  이번 주에 밴드 없지?

 

  정원이 주말에   계속 병원에 있는다 그러네

 

  [힘겨운 신음]

 

  - 너 다음 주 학회지?   - (익준

 

  (석형)   당분간 못 하겠네

 

  알았다수고해라

 

  추민하 선생이 너...

 

  [익준의 힘주는 숨소리]   너 좋아하나 봐

 

  못 느끼겠어?

 

  곰아

 

  추민하 선생이 고백을 했다고?

 

  잘됐네

 

  난 전혀 관심 없다고 잘 말했어

 

  (석형)   고백한 지는 좀 됐고

 

  민하는 자기는 괜찮다고

 

  그냥 자기 마음만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되나

 

  맨날 얼굴 보고 일하는데   어색한 것도 싫고 불편해서

 

  밖에서 따로 만나서 잘 이야기했어

 

  [익준의 답답한 숨소리]   나 말고 다른 좋은 사람 만나라고

 

  내가 지금 누굴 만나서 연애하고   그럴 정신이 없다고

 

  나는 돌싱이고   개인사도 복잡하니까

 

  괜히 나랑 엮이지 말고   빨리 좋은 사람 만나라고 했어

 

  [석형이 입소리를 쯧 낸다]

 

  그래서 지금은   다시 전처럼 편하게 일해

 

  진짜야

 

  우리...

 

  나름 신세대야

 

  쿨해

 

  그 말은 이렇게도 들린다

 

  네가 돌싱이 아니고   개인사가 안 복잡하면

 

  추민하 선생 만났다고

 

  [살짝 웃는다]

 

  아니야

 

  나 정말 지금 아무도 안 만나고 싶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석형)   당연히 추민하 선생한테도 관심 없어

 

  [숨을 들이켠다]   [잔잔한 음악]

 

  나 혼자가 좋아

 

  지금

 

  딱 좋아

 

  난 우주가 있고?

 

  정원이는 형들누나들   하느님까지 있고

 

  준완이는 여자 친구

 

  송화는 뭐자주 싸우긴 해도   오빠들 있고

 

  너는 누가 있어?

 

  [익준이 혀를 쯧 찬다]

 

  친구들이 있어도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어

 

  너 너무 그런 기회들을

 

  스스로 잘라 내지 마

 

  상처받을까 봐

 

  나 때문에

 

  내 주변 상황들로 인해 상처받을까 봐

 

  신혜 힘들어하는 거 본 이후로

 

  두 번 다시 어떤 인연도   안 만들기로 했어

 

  보지 마

 

  (석형)   ?

 

  나 불쌍해?

 

  (익준)   아니술 생각 나서

 

  에이씨

 

  술이나 한잔할까?

 

  마침 내일 주말인데

 

  (석형)   ?

 

  콜 안 오겠지?

 

  (익준)   안 와안 와안 와안 와안 와   [석형의 아파하는 신음]

 

  새벽 두 시가 넘었어   새벽 두 시가 넘...

 

  (석형)   아파

 

  (익준)   아이당직 선생님들도   계시고 있잖아

 

  [석형의 아파하는 신음]   [익준이 구시렁거린다]

 

  (준완)   이 시간까지 안 잤어?

 

  [하품하며]   2시가 넘었다빨리 자

 

  (익순)   저 오늘 출근 안 했어요

 

  낮에 많이 잤어요

 

  근데 오빠 수술 지금 끝났어요?

 

  (준완)   지금 병원 나가는 길

 

  배도 고프고 졸리고 너도 보고 싶고

 

  (익순)   운전하지 마요

 

  피곤해서 눈도 제대로 못 뜨네

 

  (준완)   안 그래도 택시 타려고

 

  콜 부르려던 참

 

  익순아

 

  나 헛게 보인다

 

  (익순)   뭔 소리예요?

 

  네가 보여

 

  (익순)   [웃으며]   뭐야왜 그래요?

 

  (준완)   진짜야

 

  눈앞에 어떤 여자가   핸드폰 하고 서 있는데

 

  진짜 너랑 똑같이 생겼어

 

  (익순)   그 여자도 전화하고 있어요?

 

  [밝은 음악]   (준완)   길 건넌다

 

  ?

 

  ?

 

  이리로 오는데?

 

  [통화 종료음]

 

  안녕하세요헛것입니다

 

  [익순의 웃음]

 

  [심전도계 비프음]

 

  (지현 모)   안 아파괜찮아?

 

  (지현 부)   우리 지현이 조금만 더 참자?

 

  다 나으면 아빠랑 엄마랑

 

  놀이동산 가자?

 

  (정원)   인공호흡기 뗐는데   다행히 폐 합병증은 없어서

 

  다시 기관 삽관은 안 하고   지켜봐도 될 거 같고요

 

  피 검사 결과도 나쁘지 않아요

 

  이대로 좀 지켜보면 될 거 같습니다   [지현 부가 호응한다]

 

  지현이 오늘부터   물 조금씩 마셔 보자알았지?

 

  - (지현네   - (정원

 

  (정원)   간호사 선생님이   물 조금씩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실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오늘 하루만 더   중환자실에서 경과 지켜보도록 할게요

 

  (지현 모)   감사합니다선생님

 

  (지현 부)   감사합니다

 

  (정원)   지현이 지금 아야 하는 데 있어?

 

  (지현)   없어요

 

  (정원)   아이고이뻐라   [정원의 웃음]

 

  [부드러운 음악]

 

  지현이 퇴원하면 뭐 제일로 먹고 싶어?

 

  (지현)   초콜릿요

 

  (정원)   초콜릿 먹고 싶어?

 

  지현이 퇴원하면   선생님이 초콜릿 이만큼 사 줄게

 

  [정원의 웃음]   [지현 모의 탄성]

 

  약속

 

  3년 전에 수술에서는   깨끗하게 제거가 잘됐었는데

 

  안타깝게도 재발이 된 거 같아요

 

  [여자3의 당황한 숨소리]

 

  (여자3)   전처럼   아프다고도 안 하는데요선생님

 

  그간 추적 검사 결과도 괜찮았잖아요

 

  (송화)   성상 세포종 자체가   재발 가능성이 있는 종양이라

 

  저희도 안타깝습니다

 

  추가적으로 수술과 방사선   항암 치료가 필요할 거 같은데

 

  수술하시기로 결정하시면   오늘이라도 입원 날짜 알아봐 드릴게요

 

  아니면 환자분이   조금 생각할 시간을 가지셔도 됩니다

 

  [살짝 웃는다]

 

  생각 좀 해 보겠습니다

 

  뭘 생각해?

 

  (여자3)   선생님수술하면   언제 받을 수 있나요?

 

  

 

  생각 좀 해 보고

 

  [살짝 웃는다]

 

  선생님다시 외래 잡고 와도 되죠?

 

  

 

  (남자2)   그럼

 

  [남자2의 힘주는 신음]

 

  - (여자3) 감사합니다   - (남자2) 

 

  [문이 스르륵 열린다]

 

  (재신)   방사선 치료 받으실 때도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따님이랑 아드님들이랑 같이 와서

 

  항상 옆에서 손잡아 주고 그랬거든요

 

  (치홍)   아버님 저번에 오셨을 때

 

  앞으론 1년마다 와도 된다고   좋아하셨는데

 

  해 본 사람이니까   더 힘드신 거 아는 거지

 

  똑같은 과정을 또 해야 하니   얼마나 마음이 무거우시겠어

 

  (송화)   그래도 난 잘 이겨 내실 거라 본다

 

  [망설이는 숨소리]

 

  ...

 

  (윤복)   환자분 진단명이

 

  에스트로사이토마로   알고 있는데요교수님

 

  그럼 3년 전에 수술했을 때는   정확히 패솔로지가 어떤 거였어요?

 

  (송화)   , WHO 그레이드 투

 

  디퓨즈 에스트로사이토마였고

 

  재발을 잘하고 더 높은 그레이드로   잘 간다고 알려져 있지

 

  (윤복)   감사합니다

 

  [스페인어를 연습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준완)   넌 언제 가냐?

 

  (익준)   내일모레 글피

 

  (준완)   뭔 책들이냐?

 

  (익준)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14시간 동안 뭐 하냐

 

  너 내일 공항은 안 나가?

 

  익순이 가는 날이잖아

 

  내가 너희들한테 말했었나?

 

  오후 비행기라 오전에 수술 하나 하고

 

  시간 되면 가고 아니면 못 가고

 

  부모님 배웅 나가시니까   오빠 따윈 안 가도 돼

 

  - (준완야   - (익준?

 

  오늘 밤에 술 한잔할까?

 

  내가 너한테 할 말이 좀 있는데

 

  [한숨]

 

  나 오늘 바쁜데?

 

  (익준)   이따 수술 있어좀 걸릴 거야

 

  그럼 그거 끝나고   늦게라도 봐?   [휴대전화 벨 소리]

 

  (준완)   ?

 

  (재학)   35세 남자 환자고요

 

  코악으로 두 차례   스텐트 시술 받았습니다   [익준이 스페인어를 연습한다]

 

  마지막으로 받은 건 3개월 전이고

 

  오늘 고열로 정명병원 내원했는데

 

  검사상 스텐트 인펙션인 거 같습니다

 

  수술적 치료 위해   저희 병원 전원 문의 됐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준완)   바이털 어떤데?

 

  (재학)   BP 90 60 정도고

 

  하트 레이트 120   인투베이션 돼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익준이 스페인어를 연습한다]

 

  [문이 달칵 닫힌다]   (준완)   환자 보내라 그래

 

  [통화 종료음]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   헤모쏘락스 있고   대동맥도 파열된 것 같고

 

  안 되겠다지금 바로 수술 들어가게   체외순환실이랑 수술방 준비해

 

  - (재학예   - (준완보호자는?

 

  (재학)   오고 계신답니다

 

  [준완의 한숨]

 

  [버튼 조작음]   [물이 솨 나온다]

 

  (익준)   어떤 환자야?

 

  (준완)   스텐트 두 번 넣었는데 감염돼서

 

  인펙션된 스텐트 제거하고   리플레이스먼트해야 되는데

 

  잘될지 모르겠다

 

  [버튼 조작음]

 

  - (준완고생해라   - (익준고생해

 

  (송화)   코에서 뭐가 흐른다거나   그러진 않으시죠?

 

  (남자3)   예   [남자3이 살짝 웃는다]

 

  (송화)   잘됐네요

 

  혈압도 괜찮지?

 

  (치홍)   유린양도 정상으로 좋습니다

 

  빠르면 내일늦어도 모레쯤엔   퇴원하셔도 될 거 같아요

 

  (남자3)   아유감사합니다

 

  저 앞으로 외래는 속초로 가려고요

 

  교수님속초로 가신다면서요?

 

  어떻게 아셨어요?

 

  완전 비밀인데?

 

  에이여기 환자들 다 알아요

 

  소문 다 났어요

 

  [송화의 웃음]

 

  (남자4)   저기요선생님

 

  제가 내일 수술인데

 

  오후에 또 무슨 검사가 있다던데   아직 설명을 못 들어서요

 

  환자분 주치의가...

 

  민기준 교수님 환자시고   허선빈 선생이 주치의입니다

 

  제가 담당 주치의한테 전달할게요

 

  (치홍)   오전에는 뇌혈관 조영술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들었어요

 

  아마 저녁 8시쯤에 내비게이션 MRI라고

 

  수술 전에 좀 더 정확하게   종양 위치나 크기를 볼 수 있는

 

  수술용 MRI를 한 번 더 촬영할 건데

 

  이따가 담당 레지던트가 와서

 

  이제 동의서 받으면서   더 자세히 설명드릴 겁니다

 

  (남자4)   감사합니다

 

  그리고 허선빈 선생님은   지금 민기준 교수님 수술 들어갔습니다

 

  수술 끝나면   바로 전달하려고 했을 겁니다

 

  알았어오해 안 해

 

  그럼   [남자3이 호응한다]

 

  [긴장되는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   석션하나도 안 보여

 

  [기계 작동음]

 

  (마취의2)   혈압 50입니다

 

  (준완)   여기 피 많이 나니까   피 좀 따라가 주세요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 (익준안녕하세요   - (여자4) 안녕하세요교수님

 

  [문이 스르륵 닫힌다]   (여자4)   어쩐 일이세요바쁘실 텐데

 

  - (남자5) 안녕하세요   - (익준계세요계세요

 

  (익준)   내일 색전술 시술 있으시죠?

 

  안녕

 

  - (익준시술 몇 시예요?   - (여자4) 2시요

 

  (익준)   아이고그럼 오래 굶으셔야 되겠네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시간 당길 수 있는지 알아볼게요

 

  아닙니다교수님

 

  어차피 요즘 입맛이 없어서 괜찮습니다

 

  제가 내일 오전에 수술이 하나 있는데

 

  그게 오래 걸리는 수술은 아니어서

 

  끝나고 시간 되면   오후에 잠깐 들를게요

 

  색전술이 뭐냐면

 

  간 기능이 좋지 않아서 수술은 어렵고

 

  수술 대신 치료받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익준)   색전술론 완치를 바라긴 어렵지만

 

  간 이식 기증자가 생길 때까지   일단 시술받으시면서 기다려 보죠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오늘은 푹 주무세요

 

  (여자4)   감사합니다

 

  [송화의 힘주는 신음]

 

  (익준)   

 

  대한민국 콜라는 우리가 다 먹겠네

 

  아이고진짜

 

  내가 정리해 줄게

 

  목도 안 좋은 애가

 

  정리할 것도 없어

 

  필요한 거 몇 개만 가져갈 거야

 

  (익준)   빨리 와

 

  이 시간에 저녁이 웬 말이냐?

 

  아이고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익준의 힘주는 신음]

 

  준완인 오늘 밤새워?

 

  (익준)   그럴 거야새벽에나 끝날걸?

 

  [어두운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의 힘겨운 신음]

 

  (준완)   인펙션이 심해서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포셉

 

  (석형)   정원이는?

 

  [놀라는 숨소리]

 

  PICU, 거기가 정원이 방이잖아

 

  그래도 리조또 하나는 따로 빼놨지?

 

  (석형)   

 

  (송화)   

 

  (익준)   그래또

 

  [심전도계 비프음]   [정원의 힘겨운 신음]

 

  [정원의 한숨]

 

  [정원의 힘겨운 신음]

 

  [지현 할머니의 놀라는 숨소리]

 

  [간호사1의 한숨]

 

  (정원)   헤모글로빈 수치도 안 떨어지고

 

  당장 피 나는 곳 없이 괜찮습니다

 

  내일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겠어요

 

  [저마다 안도한다]   (지현 할아버지)   아유다행이다

 

  [살짝 웃는다]

 

  잘됐다?

 

  병실 가면

 

  수술한 날부터   7일째 되는 날에 CT 찍고

 

  하루 이틀 정도 더 보고 괜찮으면

 

  지현이 집에 갈 수 있어요

 

  (지현 할머니)   아유감사합니다   [저마다 감사 인사를 한다]

 

  (정원)   전 그럼

 

  - (지현 모근데 선생님   - (정원?

 

  (지현 모)   선생님은 언제 주무세요?

 

  [살짝 웃는다]

 

  제가 여기 이 앞에서 나흘째 있었는데

 

  선생님도   밤마다 아침마다 여기 계시네요

 

  [정원이 살짝 웃는다]

 

  (지현 부)   감사합니다선생님   [잔잔한 음악]

 

  선생님 덕분에

 

  우리 지현이 살았어요

 

  [살짝 웃는다]

 

  아닙니다   지현이 잘 회복돼서 제가 더 고맙죠

 

  그럼

 

  (지현 할아버지)   참 좋다?   [저마다 말한다]

 

  - (지현 부고마워요아버지   - (지현 할아버지참 좋아

 

  [정원이 입바람을 후 분다]

 

  [정원이 후루룩 먹는다]   [피식 웃는다]

 

  [정원의 탄성]

 

  [탄성]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환자 좋아졌지?

 

  (정원)   

 

  근데

 

  너희들은 그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

 

  아니내 환자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그걸 어떻게 몰라?

 

  어떻게 아는데?

 

  [피식 웃는다]

 

  찍었어

 

  우리 그냥 찍는 거야

 

  진짜 대단들 하다

 

  (정원)   근데 이 리조또 언제 시킨 거야?   방금 시켰어?

 

  [놀라며]   이 시간에뜨끈뜨끈한데?

 

  (송화)   너 저녁 안 먹었을 거 같아서   [정원의 탄성]

 

  하나 빼놨지

 

  편의점 가서 데웠어

 

  속초 언제 내려간다고?

 

  이사도 해?

 

  목요일이사까지는 아니고

 

  간단하게 책이랑   필요한 거 몇 개만 가져가려고

 

  바다 보이는 아파트랬나?

 

  나 자주 놀러 가도 되지?

 

  완전 내 로망인데

 

  (송화)   그래너 좋아하겠다   [송화가 살짝 웃는다]

 

  목요일이면   익준이랑 같은 날이네?

 

  익준이도 그날 학회 가지?

 

  (송화)   

 

  근데

 

  정원아

 

  (정원)   ?

 

  아니야   [살짝 웃는다]

 

  [차분한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재학의 힘겨운 신음]

 

  (재학)   1시간째 누르고 있는데도   계속 납니다

 

  [준완의 한숨]

 

  (준완)   더는 수술로 못 잡아

 

  안 되겠다일단 거즈 패킹하고 나가자

 

  거즈 주세요

 

  [심전도계 비프음]   [기계 작동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준완)   감염됐던 부분을 제거하고   인조 혈관으로 교체해 줬는데

 

  출혈이 너무 많아서   거즈로 막고 나온 상태입니다

 

  [중민 부의 한숨]

 

  수술방에서   최대한 출혈을 잡아 보려고 했는데

 

  피가 잘 굳지 않아서   출혈량이 많았어요

 

  지금은 여기 중환자실에서   지혈제 주고 있는데

 

  [중민 부의 한숨]

 

  지혈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우선 좀 지켜봐야 할 거 같아요

 

  RBC FFP 주면서 따라가고

 

  그래도 피 많이 나면 바로 전화해

 

  (재학)   

 

  [새근거리는 숨소리]

 

  [차분한 음악]

 

  [문이 스르륵 열린다]

 

  (임산부1)   감사합니다

 

  (간호사2)   최지은 님

 

  - (간호사2) 최지은 님   - (임산부2) 

 

  - (간호사2) 들어오세요   - (임산부2) 

 

  저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무슨 진료를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려요?

 

  (간호사2)   죄송합니다   오늘도 산모님들이 많으셔서요

 

  올 때마다 너무 기다려너무

 

  (석형)   다음 주에 뵐게요   [문이 스르륵 닫힌다]

 

  안녕하세요

 

  ...

 

  한 달 만에 뵙네요

 

  (임산부2)   안녕하세요

 

  선생님오늘 사람이   진짜 역대급 많아요

 

  저 엄청 오래 기다렸어요

 

  맨날 올 때마다 기다려요

 

  죄송합니다

 

  제가 외래가   일주일에 세 번밖에 없어서

 

  (석형)   저번에   임신성 당뇨 검사하신 거 봤는데요

 

  근데 늘 이 정도 산모분들은 계세요

 

  그래도 오늘은   지난주 외래에 비해서 적은 편이에요

 

  추민하 선생님지난번에

 

  산모분 초음파 검사한 거   결과 좀 찾아봐 줄래요?

 

  

 

  [심전도계 비프음]

 

  (익준)   왜요무슨 일이에요?

 

  (코디네이터)   DDLT 준비 중에 헤파텍토미 하려는데   [문이 스르륵 닫힌다]

 

  어레스트 나서 지금 CS 팀이   에크모 연결하고 난리 났어요

 

  권순정 교수님이 이식 못 할 거 같다고   코노스에 연락하라고 하셨어요   [통화 연결음]

 

  (익준)   다른 수여자 빨리 찾아야겠네?

 

  장기는우리 병원에 도착한 거예요?

 

  (코디네이터)   

 

  저 율제 이식 코디네이터   함덕주인데요

 

  수혜자가 갑자기 어레스트 나서

 

  교수님이   수혜 못 할 거 같다고 하셔서요

 

  수혜자 다시 선정해 주셔야   할 거 같아요

 

  

 

  알겠습니다

 

  다시 바로 연락 주세요

 

  [통화 종료음]   [코디네이터의 한숨]

 

  코노스에서 대기 1순위 전화 돌려 보고   다시 전화 주기로 했어요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뇌사자 간 적출한 지 얼마나 됐어요?

 

  (코디네이터)   8시간 넘었어요

 

  [한숨]

 

  [무거운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의 한숨]

 

  (준완)   재학아밖에 보호자분 계시지?

 

  (재학)   

 

  (준완)   말씀드려야겠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준완의 한숨]

 

  (준완)   중환자실에서 지혈제 보충하면서   피가 굳길 기다리고 있는데

 

  5시간 지켜본 결과

 

  여전히 피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중민 부의 한숨]

 

  현재로선 수술방에 다시 들어가도

 

  가슴에 넣어 둔 거즈를   교체하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심전도계 비프음]

 

  선생님

 

  우리 애 한 번만 만져 보면 안 될까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우리 아들 만져 보게 해 주세요

 

  [무거운 음악]

 

  [중민 부모의 떨리는 숨소리]

 

  [좌절하는 신음]

 

  (치홍)   피메일 48, SAH 환자인데요

 

  멘탈 코마고 퓨필 다 열렸고   자발 호흡 없고 모터 제로입니다

 

  [심전도계 비프음]

 

  코마라서 수술엔 의미가 없겠다

 

  혈압 떨어지면 도파민 달고

 

  (치홍)   

 

  [송화의 한숨]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코노스 대기 1순위 환자분은   멀리 지방에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려서 불가하고

 

  다음 순번 환자분은   그쪽 병원에서 포기했어요

 

  (코디네이터)   이스케믹 타임 너무 길고

 

  새로운 수혜자를 다시 찾기엔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고

 

  우리 병원에서 수혜자 찾아서   코노스로 바로 연락 달래요   [통화 연결음]

 

  그럼 선정해 주신답니다

 

  안녕하세요저 율제병원   이식 코디네이터인데요엄지선 씨죠?

 

  (간호사2)   장슬기 님

 

  장슬기 님 오셨어요?

 

  (임산부3)   왔어요

 

  (간호사2)   다음입니다바로 앞에서 대기할게요

 

  (임산부3)   근데 저 앞의 산모는   왜 이렇게 오래 봐 줘요?

 

  사람들 이렇게 많이 기다리는데

 

  (간호사2)   죄송합니다

 

  설명을 많이 해 주시다 보면   조금 길어질 수도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임산부4)   저 초음파 본 지 한참 됐는데   왜 안 들어가요?

 

  한승희 산모시죠?

 

  (간호사2)   앞에 다섯 분 남으셨어요

 

  잠시만 더 기다려 주세요

 

  얼마나 더 기다리라는 거야?

 

  이럴 거면 예약을 왜 받아요?

 

  (간호사2)   죄송합니다

 

  저희 외래 시스템이

 

  10분에 두 분씩   예약을 넣어 진행되고 있는데

 

  시스템상 그렇게 예약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교수님이 환자가 좀 많으시잖아요

 

  매번 기다리게 해 드려 죄송해요

 

  조금만 양해 좀 부탁드릴게요

 

  

 

  (익준)   열나는 거 없지?

 

  엑스레이 결과 나오면   바로 알려 줘

 

  [코디네이터의 한숨]   [통화 종료음]

 

  뇌사자 혈액형이 어떻게 돼요?

 

  A형요

 

  저희 병원 2순위인 김영제 씨는   거창에 계셔서

 

  오는 시간에 준비를 해도   간이 버텨 주지 못할 거 같고

 

  문정화 씨는?

 

  좀 더 기다려 보신대요

 

  컨디션이 좋아지셔서   당장은 하고 싶지 않으시다고

 

  유동진 씨는 혈액형이 안 맞고

 

  (익준)   아니, A...

 

  A형 환자

 

  A형 환자 우리 병원에 한 명 계신데?

 

  이창학 씨?

 

  맞아그분 혈액형이 A형이에요

 

  [심전도계 비프음]   [잔잔한 음악]

 

  [중민 부의 한숨]

 

  (중민 부)   [흐느끼며]   중민아

 

  중민아...

 

  (중민 모)   이렇게 작았었는데

 

  언제 이렇게 컸어아들?

 

  중민아

 

  이거 네 거야

 

  [중민 부모가 흐느낀다]

 

  엄마하고 아빠가

 

  우리 아들 너무 사랑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네가 가지고 있어

 

  [중민 부가 흐느낀다]

 

  아들아

 

  엄마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

 

  그러니까

 

  엄마 아빠 두고 가지 마

 

  (중민 부)   [흐느끼며]   중민아아유

 

  (중민 모)   중민아

 

  엄마랑 아빠는

 

  우리 아들 너무 많이 사랑해

 

  ?

 

  가지 마

 

  약속해

 

  (석형)   잘 지내셨어요?

 

  , 2주 만에 뵙네요

 

  (임산부5)   선생님

 

  (석형)   아기 잘 놀아요?

 

  (임산부5)   그저께부터인가   조금 안 노는 거 같긴 한데

 

  제가 잘 때 태동이 있어서 못 느꼈나?

 

  괜찮겠죠교수님?

 

  인터넷 보니까   막달에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아기 잘 노는지 한번 볼까요?

 

  [살짝 웃는다]

 

  [어두운 음악]

 

  [버튼 조작음]

 

  [한숨]

 

  [버튼 조작음]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의 한숨]

 

  (재학)   저기교수님

 

  앞으로 들어가서   다시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상행 대동맥에서 하행 대동맥을   인조 혈관으로 바이패스 하고

 

  수술한 부위 위아래를 라이게이션 하면   아이솔레이션 되지 않을까요?

 

  (준완)   바이털 어때?

 

  (재학)   에피 0.05에 노르에피 0.1 달면서   혈압 유지되고 있습니다

 

  (준완)   유린 나와?   [긴장되는 음악]

 

  (재학)   라식스 5밀리 달면서   잘 나오고 있습니다

 

  시간당 100 이상 나옵니다

 

  (준완)   해 보자

 

  - (준완수술방 다시 열어 달라 그래   - (재학

 

  [버튼 조작음]

 

  [석형의 한숨]

 

  산모분

 

  제가 여러 번 확인을 했는데

 

  아기 심장이

 

  안 뛰는 거 같습니다

 

  아기가...

 

  [떨리는 숨소리]

 

  죽었다는 얘기예요선생님?

 

  

 

  배 속에서

 

  심장이 멈춘 거 같습니다

 

  (석형)   원인은 아직 정확하겐 알 수 없고

 

  아기가 나온 후에   상태를 봐야 알 거 같습니다

 

  [잔잔한 음악]   [어색한 웃음]

 

  [당황하는 신음]

 

  (임산부5)   선생님아이...

 

  아이아니아기...

 

  [흐느끼며]   선생님

 

  [임산부5의 당황한 신음]

 

  [오열한다]

 

  [심전도계 비프음]   (마취의3)   마취 시작하겠습니다

 

  호흡 편안하게 하시고요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좋습니다

 

  (익준)   현재 이스케믹 타임 얼마나 됐지?

 

  (펠로우)   10시간 정도 된 거 같습니다

 

  조직 검사도 그렇고   간은 괜찮은 거 같습니다

 

  (익준)   빨리합시다

 

  메스 주세요

 

  [임산부5가 오열한다]

 

  죄송합니다선생님

 

  (석형)   여기

 

  아닙니다

 

  우린 신경 쓰지 마시고

 

  천천히 진정하시고   천천히 나가셔도 됩니다   [임산부5가 흐느낀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오열한다]

 

  (민하)   밖에 계신 산모분들에게   제가 말씀드릴까요?

 

  컴퓨터가 고장 났다고

 

  안 그래도 돼괜찮아

 

  [임산부5가 오열한다]

 

  너무 오래 계시네

 

  (남자6)   저기요

 

  가만있어

 

  [임산부5가 연신 오열한다]

 

  [심전도계 비프음]

 

  [남자7이 흐느낀다]

 

  (송화)   너무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뇌출혈이 생겼는데 뇌부종이 심합니다

 

  조영제가 안 흘러갈 만큼   상태가 안 좋습니다

 

  [함께 흐느낀다]

 

  (송화)   현재 환자분은 자발 호흡의식   그리고 움직임까지 없는 상태라

 

  뇌사 상태로 짐작됩니다

 

  아무래도 일이 주 내로   돌아가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자5가 흐느낀다]

 

  (여자5)   어떡해

 

  엄마

 

  엄마!

 

  - (남자7) 여보여보   - (여자5) 엄마엄마

 

  (송화)   치홍아

 

  나 환자분 성함 보고 깜짝 놀랐어

 

  (치홍)   왜요?

 

  (송화)   나 전공의 4년 차 때   돌아가신 환자분이랑 이름이 똑같아서

 

  [치홍의 옅은 탄성]

 

  (윤복)   환자분 이름도 기억하세요?

 

  (송화)   

 

  그분 응급실로 들어오고

 

  수술하고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내가 그분 옆에 같이 있었거든

 

  나는 그분 사실 줄 알았어

 

  그래서 일주일 넘게   교수님한테 욕먹어 가면서

 

  그분 옆에만 있었는데

 

  결국 돌아가셨어

 

  그분도 SAH

 

  나 그때 엄청 자책했어

 

  '내가 잘못해서 돌아가신 건 아닌가?'

 

  '내가 더 똑똑했다면'

 

  '살지 않았을까?' 하고

 

  [잔잔한 음악]

 

  그분 너무 고우셨어

 

  아직도 그분 얼굴이름

 

  생생해

 

  그분 성함도 백선정 씨였어

 

  [윤복의 떨리는 숨소리]

 

  [송화의 한숨]

 

  교수님이셨구나

 

  [떨리는 숨소리]

 

  교수님인 줄도 모르고

 

  [흐느끼며]   교수님

 

  윤복아

 

  [송화가 윤복을 다독인다]   무슨 일 있어?

 

  [윤복의 울컥하는 숨소리]   (송화)   왜 그래?

 

  왜 그래?   [윤복이 심호흡한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요

 

  [윤복의 떨리는 숨소리]

 

  교수님

 

  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

 

  [윤복이 흐느낀다]

 

  이렇게 잘 컸는데   [송화가 윤복을 다독인다]

 

  엄마가

 

  하늘에서 얼마나 기특해하시는데

 

  왜 울어엄마 속상하시게

 

  울지 마?

 

  네   [가쁜 숨소리]

 

  [윤복이 콜록거린다]

 

  [윤복이 흐느낀다]

 

  (송화)   아이고

 

  [송화가 윤복을 다독인다]

 

  (송화)   [윤복을 다독이며]   괜찮아

 

  김현수 씨?

 

  선생님   [치홍이 살짝 웃는다]

 

  (남자8)   저 선생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 (치홍저를요?   - (남자8) 네   [치홍의 웃음]

 

  병원에 연락처 물어봤더니   알려 줄 수 없다고 해서

 

  [살짝 웃으며]   무작정 이 앞에서   기다려 봐야지 했는데

 

  올해 저 운이 엄청 좋나 봐요

 

  아유   [치홍과 남자8의 웃음]

 

  정말 그런가 보네요

 

  [웃음]

 

  (치홍)   아니근데 얼굴 진짜 좋아지셨다

 

  아니석 달 전에   뇌 수술 받으신 분 같지가 않으세요

 

  [웃음]

 

  감사합니다

 

  선생님

 

  (남자8)   이거요

 

  [당황하는 신음]

 

  선생님들 선물   절대 안 받으시는 거 아는데 그래도

 

  [치홍의 난감한 신음]   이건 꼭 받아 주세요

 

  (치홍)   아이고   [치홍이 살짝 웃는다]

 

  이거...   [치홍이 살짝 웃는다]

 

  [감격한 숨소리]

 

  (남자8)   비싼 거 아니에요

 

  2만 원도 안 하는 거예요

 

  [살짝 웃는다]

 

  (치홍)   아유

 

  저 다음 주

 

  경찰 복귀합니다

 

  아이고아유   [살짝 웃는다]

 

  (치홍)   축하드려요   [함께 웃는다]

 

  내근직이고   아직은 반나절 정도만 근무하는데요

 

  그래도

 

  저 영영 복귀 못 할 줄 알았는데

 

  선생님 덕에 다시 출근합니다

 

  선생님 가슴에 꽂혀 있는   많은 펜들 속에

 

  (남자8)   이 펜도 꼭 넣어 주세요

 

  일하시다가 힘든 일 생기시면

 

  이 펜 보고 힘내세요

 

  선생님 덕에   생명 구한 환자도 있으니까

 

  좌절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살짝 웃는다]

 

  [훌쩍인다]

 

  [멋쩍은 웃음]

 

  바쁘실 텐데

 

  저 가 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외래에서 뵐게요선생님

 

  [잔잔한 음악]

 

  다음 외래에서 봬요

 

  [남자8의 웃음]

 

  [함께 웃는다]

 

  [버튼 조작음]

 

  (여자4)   선생님수술 어떻게 됐어요?   잘됐나요?

 

  [한숨]

 

  

 

  수술 잘됐습니다

 

  [안도하는 숨소리]   [익준이 살짝 웃는다]

 

  (익준)   수술 중에 출혈도 별로 없었어요

 

  마취 깨어 보고   피 검사 해 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수술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어서

 

  크게 걱정하진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아휴우선 큰 산 하나 넘었네요

 

  [흐느끼며]   정말 감사합니다선생님

 

  (여자4)   이거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저 돌아가신 분께   평생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수어]   아빠 수술 잘 끝났어

 

  우리 아빠 이제 안 아파요?

 

  지금은 조금 아파

 

  근데 점점 건강해지실 거야

 

  [잔잔한 음악]   (익준)   걱정하지 마

 

  감사합니다

 

  내가 더

 

  [웃음]

 

  고마워

 

  (여자4)   [한국어]   선생님

 

  저 검사받으면

 

  그리고 결과 나오면

 

  [훌쩍인다]

 

  제발 부적합하다고 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흐느끼며]   정말 죄송해요

 

  동주야

 

  [익준이 종이를 사락 집는다]

 

  [익준이 글씨를 쓱쓱 쓴다]

 

  [익준이 펜을 탁 내려놓는다]

 

  [연신 흐느낀다]

 

  [수어]   엄마 괜찮아

 

  울지 마

 

  [여자4의 한숨]

 

  [여자4가 훌쩍인다]

 

  [살짝 웃는다]

 

  [정원의 한숨]

 

  [피식 웃는다]

 

  [송화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한국어]   ?

 

  너 나한테 할 말 있지?

 

  고민 있어?

 

  [정원이 살짝 웃는다]

 

  (정원)   아니

 

  [정원의 한숨]

 

  나도 찬성

 

  지금 네 생각에 나도 찬성이라고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한숨]

 

  너 진짜 귀신이다

 

  [웃음]

 

  내 별명이 귀신이잖아

 

  [웃음]

 

  [정원의 한숨]

 

  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는 거 같아

 

  (송화)   자기가 맛있는 걸 먹는 게   제일 행복한 사람

 

  대표적 인간으로   이익준김준완이 있지

 

  [흥미로운 음악]   [익준이 입바람을 후후 분다]

 

  [목이 캑 막힌다]

 

  [코를 훌쩍인다]   [문이 달칵 열린다]

 

  [준완의 지친 신음]

 

  [준완의 한숨]

 

  (익준)   아이내 거야내 라면이야

 

  [준완의 탄성]   나 이거 첫 끼야

 

  너 새로 물 부어서 먹어아이씨

 

  (준완)   네가 새로 먹어   나 피곤해 죽을 거 같아

 

  (익준)   나는 뭐생생해서 활어냐?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완)   [웃으며]   뭔 개소리야미친놈아

 

  - (익준몰라몰라내놔   - (준완됐어   [익살스러운 음악]

 

  - (준완이거 한 번만   - (익준네가 새걸로 먹어그럼

 

  (준완)   싫어그냥 먹는다고!

 

  혼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는 사람

 

  [정원이 피식 웃는다]

 

  [숨을 들이켠다]

 

  석형이 아마 지금도   혼자서 '신서유기보면서

 

  라면 먹고 있을걸?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웃음]

 

  [석형의 웃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누구세요?

 

  (민하)   교수님라면 드신다는 소문이

 

  의국에서 당직 서는   전공의한테까지 들려서

 

  같이 먹으러 왔어요

 

  같이 먹어도 되죠?

 

  (석형)   그래?

 

  [익살스러운 음악]   [웃음]

 

  (민하)   

 

  [민하가 중얼거린다]

 

  라면조심조심

 

  [민하가 살짝 웃는다]

 

  [민하의 힘주는 신음]

 

  좋아

 

  핫바

 

  [피식 웃는다]   좋아좋아

 

  [민하가 살짝 웃는다]

 

  [민하가 캔을 달칵 딴다]

 

  (석형)   먹어도 돼?

 

  (민하)   아이그럼요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마지막은 너

 

  (송화)   남들이 행복하게 먹는 걸 보는 게

 

  더 행복한 사람

 

  나 안 그래

 

  너 그래

 

  [피식 웃는다]

 

  [익준의 한숨]

 

  [익준의 지친 신음]

 

  벌써 10시가 넘었네아유

 

  우리 익순이   한참 하늘 위에 있겠다

 

  전화도 못 했네

 

  [준완의 비명]

 

  [익준의 당황한 신음]

 

  [비명]   [익준의 놀라는 신음]

 

  (익준)   뭐야?   [문이 달칵 열린다]

 

  왜 그래?   [문이 달칵 닫힌다]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통화 종료음]

 

  [한숨]

 

  [잔잔한 음악]

 

  (익준)   나 진짜 진짜 괜찮으니까   오빠 무리하지 마요

 

  방금 집에서 출발했어요

 

  공항 도착하면 톡 할게요

 

  공항에 잘 도착했어요

 

  사람 없어서 금방 수속 끝날 거 같아요

 

  엄마도 우시고 아빠도 우시고

 

  [안경을 툭 내려놓는다]   나도 울고

 

  출국 수속 마치고 안으로 들어옴

 

  오빠목소리 듣고 싶다

 

  오빠 응급 수술 들어갔나 보다

 

  출발 시간까지 엄청 남았어요

 

  수술 끝나고 한숨 돌리고   천천히 전화해요

 

  탑승 마감 5분 전

 

  오빠 목소리 듣고 싶었는데아쉽다

 

  비행기 안이제 핸드폰 꺼야 함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수술하는 거면 상관없는데

 

  혹시 다른 안 좋은 일 있어서   톡 확인 못 하나 걱정

 

  진짜 안녕

 

  도착하면 전화할게요

 

  오빠사랑해

 

  [준완의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준완)   [힘겨운 목소리로]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들어오지 마

 

  교수님

 

  환자 튜브 드레인 시간당 100 이하고

 

  (재학)   출혈도 더 이상 없는 거 같습니다

 

  바이털도 스테이블합니다

 

  이게 기기쁜 소식이라

 

  직접 전해 드리려고 왔는데

 

  가 볼게요

 

  (준완)   재학아

 

  잠깐 바람 좀 쐬자

 

  나 머리가 너무 아프다

 

  (재학)   제가 대학 4사시 6년   합이 10수라

 

  딴건 몰라도   공부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

 

  시험실전이런 건 새가슴이라   영 소질이 없는데

 

  [준완의 한숨]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하고 외우고

 

  이런 건 잘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의사를 하면 성공하겠다

 

  의사를 하면   나도 남들한테 뒤처지진 않겠다 싶어서

 

  또 죽어라 공부해서   의사가 됐단 말이에요

 

  근데 세상에나

 

  이 직업은 공부도 공부지만   판단을 잘해야 하네?

 

  하루하루가순간순간이 선택이야

 

  수술도 다 판단이고 선택이야

 

  환자가 안 좋을 때   에크모를 먼저 넣어야 하는지

 

  수술방에 빨리 데려가야 하는지

 

  매 순간순간   디시전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교수님근데 저는

 

  제일 부족한 게 판단력이에요

 

  머릿속에 든 건 많은데

 

  이걸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요교수님?

 

  제 선택에 환자 목숨이 달렸는데

 

  잘못 판단하면 어떡해요?

 

  앞으로 저한테 수십 개수백 개의   판단의 순간들이 올 텐데

 

  전 자신 없는데

 

  저 그때마다

 

  어떡해요?

 

  물어봐

 

  판단의 순간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면

 

  그중 큰 거 몇 개는 나한테 물어봐

 

  (준완)   안 바쁘면

 

  웬만하면 알려 줄게

 

  근데 재학아

 

  [준완이 짤그랑거린다]

 

  (준완)   내 여자 친구한테 주고 싶은데

 

  여자 친구가 이런 거 싫어해

 

  곧 크리스마스이기도 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 주고 싶은데

 

  보내 줘도 될까?

 

  내가 너무 부담 주나?

 

  물어보세요

 

  여자 친구분한테 물어봐요

 

  (재학)   서로 좋아하는 사이잖아요

 

  짝사랑이에요?

 

  그럼 물어보세요

 

  그녀가 답을 줄 겁니다

 

  보면

 

  참 연애 못해

 

  어휴

 

  어휴답답해

 

  [재학의 못마땅한 신음]

 

  [익준의 힘주는 신음]

 

  (익준)   

 

  그렇지이쪽도

 

  봐 봐봐   [익준의 힘주는 신음]

 

  [익준이 살짝 웃는다]

 

  [익준의 익살스러운 신음]

 

  우주야이모님 말씀 잘 듣고

 

  아빠 보고 싶어도 열 밤만 참으세요

 

  열 밤이 몇 밤이야?

 

  열 밤은

 

  아홉 밤보다는 많고   열한 밤보다는 적지

 

  (왕 이모)   우주 손가락 열 개 다 접으면   아빠 오실 거야

 

  (익준)   역시 이모님카   [왕 이모의 웃음]

 

  교수님거기 가서도   일만 하는 거 아니죠?

 

  가서 잠도 좀 주무시고   쇼핑도 하시고 그러세요

 

  (익준)   아이그럼요   한 이삼일 정도는 쉬어요

 

  일로 와

 

  [익준의 힘주는 신음]

 

  우주야, '아빠'로 이행시

 

  어제 유치원에서 배웠잖아

 

  , ''

 

  아빠

 

  - (익준) ''   - (우주빠이빠이

 

  [익준의 탄성]

 

  (익준)   아니우리 우주   멘사 가입시켜야 되는 거 아니에요?

 

  셰익스피어예요셰익스피어

 

  저도 어제 그런 줄 알았어요

 

  - 우주야, '이모해 볼까? '이모'?   - (우주

 

  - (왕 이모) ''   - (우주이모

 

  - ''   - (우주빠이빠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왕 이모)   유치원 차 왔겠다   [익준의 힘주는 신음]

 

  '아빠안녕'

 

  (우주)   아빠안녕히 다녀오세요

 

  (익준)   

 

  ?

 

  (우주)   [작은 목소리로]   아버지올 때

 

  과자랑 초콜릿 많이 사 오세요

 

  [익준의 힘겨운 신음]

 

  [익준의 거친 숨소리]

 

  (익준)   알겠습니다알겠습...

 

  [우주의 힘겨운 신음]   [익준의 웃음]

 

  죽을 뻔했네알겠어요

 

  [익준의 한숨]   (우주)   아빠안녕!

 

  아직까지

 

  너 꼭 끼고 다녀알겠지?

 

  (익순)   오빠도요

 

  주소 정확하게 적었죠?

 

  딴 데로 가면 어떡해?

 

  여기 주소 복잡해서   물건 받기 쉽지 않아

 

  (준완)   세 번이나 확인했어   딴 데로 갈 리가 없어

 

  얼른 자거기 시간으로 새벽이겠네

 

  (익순)   알았어요

 

  오빠안녕사랑해

 

  나도

 

  [통화 종료음]

 

  [준완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윤복)   안녕하세요

 

  [문이 달칵 닫힌다]

 

  안녕윤복

 

  어쩐 일이세요?

 

  (석민)   안치홍 선생한테   인수인계 하나 안 해 준 게 있어서

 

  치홍 오빠 오늘 이사인데

 

  맞는다

 

  선물까지 사 줬는데 까먹었네   [살짝 웃는다]

 

  [선빈이 종이를 사락거린다]

 

  (석민)   이따 밤에 뭐 해?

 

  - 저요?   - (석민오늘 당직 아니잖아

 

  약속은 딱히 없는데

 

  그럼 같이 저녁 먹을까?

 

  [흥미진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래

 

  홍도야

 

  [발랄한 음악]   (윤복)   ?

 

  많이 아프다고?

 

  죽겠다고?   [윤복의 힘주는 신음]

 

  알았어   [휴대전화 벨 소리]

 

  [윤복의 다급한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퇴근할 때 톡 해

 

  로비에서 보자

 

  

 

  [떨리는 숨소리]   [밝은 음악]

 

  [살짝 웃는다]

 

  [한숨]

 

  

 

  진짜 여기까지 웬일?

 

  너 안 갔어?

 

  (익준)   좋다

 

  나도 고민 상담 하나 할 게 있어서

 

  5시간 남았어

 

  잘 들어

 

  친구인데

 

  오래 본 친구인데

 

  좋아하게 됐어

 

  [익준의 긴장하는 숨소리]

 

  고백하면 살짝 어색해질 것 같고

 

  그렇다고 이번에도

 

  고백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고

 

  [잔잔한 음악]

 

  어떡하지?

 

  대답 천천히 해

 

  갔다 와서 들을게간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송화의 한숨]

 

  [치홍의 힘주는 신음]

 

  [치홍의 힘주는 신음]

 

  [커터 칼 조작음]

 

  [커터 칼 조작음]

 

  [피식 웃는다]

 

  (송화)   이사 선물 겸 치프 레지던트 축하 선물

 

  안치홍 선생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항상 응원할게

 

  수술 시 과도한 긴장을 줄여

 

  지금은 사자의 심장을 가져야 할 때

 

  뇌종양 수술에선   블리딩 컨트롤에 집중

 

  수술의 성패는 거기에 달렸다

 

  학회 발표 자료에선   임팩트 있는 그림과 영상을 잘 활용

 

  연습은 필수다

 

  채송화

 

  (송화)   너 혹시

 

  나 좋아해?

 

  [애잔한 음악]

 

  (치홍)   좋아해요예   [치홍이 살짝 웃는다]

 

  [치홍이 숨을 들이켠다]

 

  고백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어요

 

  죄송합니다

 

  (송화)   ...

 

  하지 마

 

  [웃으며]   하지 마

 

  왜 그래?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마는   그런 장르가 아니라서

 

  (치홍)   전 이만 그럼

 

  안녕히 계세요

 

  [버튼 조작음]

 

  [치홍의 헛기침]

 

  [노크한다]

 

  (송화)   [피식 웃으며]   귀엽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미안

 

  (병원장)   그래도 귀한 본과생들 오셨는데   의대 지원 동기나 들어 볼까?

 

  (송화)   왜 저러셔그냥 보내 주지

 

  그렇지너도 저런 거 싫지?

 

  (치홍)   ?

 

  미안

 

  이제 말 안 시킬게

 

  [멋쩍은 웃음]

 

  (선빈)   저는 부모님 두 분 다 의사셔서   할 수 없이...

 

  (교수1)   허선빈넌 안 궁금해

 

  [교수들의 웃음]

 

  [헛웃음]

 

  내일도 출근한다고?

 

  고생이 많다

 

  우리가 언제 크리스마스라고 쉬었어?

 

  넌 내일 크리스마스인데   비둘기 씨 안 만나?

 

  비둘기 씨 잠깐 어디 갔어

 

  나도 내일 잠깐 출근

 

  너 선물 없냐?

 

  없어

 

  양석형너 어떡하기로 했어?

 

  (송화)   결정했어?

 

  (준완)   ?

 

  뭘 결정해?

 

  (익준)   너도넌 좀 있다 얘기해

 

  양석형말하라

 

  (준완)   얘네 집에 또 무슨 일 있어?

 

  (송화)   석형이 아버지가

 

  유언으로 석형이보고   회사 물려받으라고 했대

 

  - ?   - (준완?

 

  (정원)   너 그래서 의사 관두려고?

 

  (익준)   빨리 말해   [석형의 힘겨운 신음]

 

  아이빨리 말하라고   이 곰돌이 새끼야

 

  (석형)   이거 놓으면 얘기할게

 

  [콜록거린다]

 

  [한숨]

 

  내가 회사 일을 왜 해?

 

  [친구들의 한숨]

 

  안 한다고 벌써 말씀드렸고

 

  회사는 전문 경영인한테 맡기기로 했어

 

  (송화)   잘했어

 

  - (정원당연하지   - (익준네가 그걸 왜 해?

 

  (준완)   난 그래도 인생 후반전에

 

  회사 대표 한번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

 

  난 나쁘다고 봐

 

  뭐가 나빠?   언제 회장님 소리 한번 들어 보겠어?

 

  

 

  해 보고 아니면 다시 의사 하면 되잖아

 

  시간이 아까워

 

  시간이 너무 아까워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하고 싶은 거   지금 당장 하면서 살래

 

  [잔잔한 음악]

 

  그래서 밴드도 하고 싶었어

 

  (석형)   너희들

 

  내가 이용한 거야

 

  웃기고 있네

 

  [친구들의 헛웃음]   (송화)   뭐래?

 

  - (준완미친 새끼   - (정원쟤 뭐 잘못 먹었나?

 

  (준완)   지랄하고 있네

 

  어처구니가 없다씨   [송화의 웃음]

 

  [익준이 중얼거린다]   [정원의 헛웃음]

 

  (준완)   돌았나 봐진짜   [저마다 타박한다]

 

  [송화의 웃음]

 

  (익준)   곰돌이는 무슨

 

  아그리파 조각상처럼 생겨 가지고   [친구들의 웃음]

 

  봐 봐딱이지 않냐?

 

  [저마다 말한다]   (송화)   그만해

 

  (익준)   눈 밑의 이게 점점 심해지네?

 

  (정원)   그러데이션이 심하게...

 

  - (익준봐 봐한 번만   - (석형아유됐어

 

  (준완)   봐 봐!

 

  뭐야너 왜 그거 먹어?

 

  [시원한 숨소리]

 

  (송화)   나도 오늘 한 소절 있어

 

  [송화가 목을 가다듬는다]

 

  (준완)   !

 

  [저마다 목을 가다듬는다]

 

  [저마다 시끄럽게 목을 푼다]

 

  [아련한 음악이 연주된다]

 

  (익준)   ♪ 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

 

  ♪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

 

  (석형)   ♪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

 

  ♪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 주기를 ♪

 

  (준완)   ♪ 나에게 넌 ♪

 

  ♪ 내 외롭던 지난 시간을 ♪

 

  ♪ 환하게 비춰 주던 햇살이 되고 ♪

 

  (송화)   [불안한 음정으로]   ♪ 조그맣던 ♪

 

  ♪ 너의 하얀 손 위에 ♪

 

  ♪ 빛나는 보석처럼   영원의 약속이 되어 ♪

 

  (함께)   ♪ 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

 

  ♪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

 

  ♪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

 

  ♪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 주기를 ♪

 

  [밝은 음악]

 

  "메리 크리스마스"

 

  [버튼 조작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정원의 한숨]

 

  (정원)   ?

 

  [살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지현 모)   지현이 인사해야지

 

  '선생님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현)   고맙습니다   [지현 모의 웃음]

 

  [아련한 음악]

 

  선생님

 

  (정원)   아이고

 

  [정원의 웃음]

 

  지현이 이제 배 안 아파요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요

 

  [놀라며]   아이이뻐라

 

  [정원의 웃음]

 

  아니외래 날도 아닌데   어떻게 오셨어요?

 

  크리스마스이브니까요

 

  크리스마스이브에   제일 생각나는 사람이 선생님이라서요

 

  [웃음]

 

  [벅찬 숨소리]

 

  지현이도 메리 크리스마스

 

  잘 아물었네요

 

  혹시 열나거나   다른 불편한 사항 있으면

 

  언제든지 응급실로 오세요

 

  그럼 저흰 2주 뒤에   외래 때 뵙겠습니다

 

  그때 실밥 제거할게요

 

  - (중민 부아유고맙습니다예   - (중민 모감사합니다   [재학이 인사한다]

 

  (중민 모)   아휴감사합니다

 

  [중민의 힘주는 숨소리]

 

  [중민 모의 옅은 신음]

 

  - (중민 모아들   - (중민?

 

  (중민 모)   퇴원하면 뭐 제일 먼저 하고 싶어?   [중민 부의 웃음]

 

  (중민 부)   아빠가 뭐든지 다 해 줄게

 

  저승문 앞까지 갔다 온 아들인데   뭘 못 해 주겠어?

 

  [중민 부의 웃음]   김치찌개

 

  엄마가 해 주는 김치찌개 먹고 싶어

 

  (중민 모)   어유겨우?

 

  (중민)   [웃으며]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어

 

  나 그게 제일 하고 싶어엄마

 

  엄마도 그래

 

  [중민의 웃음]

 

  (익준)   내일 퇴원하시죠

 

  (남자5)   정말요?

 

  (여자4)   동주야

 

  안녕하세요선생님

 

  이제 병원에선 더 이상

 

  (익준)   이창학 씨한테 해 줄 게 없어요

 

  방 빼 주세요

 

  [여자4가 살짝 웃는다]

 

  (남자5)   감사합니다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익준)   별말씀을요

 

  - (익준동주야   - (여자4) 동주야

 

  [수어]   메리 크리스마스

 

  (익준)   [한국어]   그리고 말씀드릴 게 하나 더 있는데

 

  ...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요

 

  [여자4의 웃음]

 

  - (여자4) 감사합니다   - (익준

 

  [남자5가 살짝 웃는다]

 

  [여자4의 웃음]

 

  (익준)   퀴즈

 

  간 이식 인디케이션이 뭐야?

 

  만성 간 부전증

 

  급성 간 부전증

 

  간세포 암 등이 있습니다

 

  맞아공부했어?

 

  오늘 물어보실 거 같아서

 

  잘했어

 

  의사는 공부 많이 해야 돼

 

  (익준)   환자한테 친절하다고 환자가 살진 않아

 

  

 

  앞으로 볼 때마다 하나씩 물어본다

 

  (익준)   틀리면 다음 날 두 개

 

  [훌쩍인다]

 

  [남자9가 흐느낀다]

 

  (석형)   좋은 일인데 왜 우세요?

 

  (남자9)   와이프한테 미안해서요

 

  그동안 맘고생 엄청 심했는데

 

  [훌쩍인다]

 

  제가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어서

 

  선생님

 

  저 한 번만 더   다시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제 조산을 크게 걱정하는 시기는   지나갔습니다

 

  [임산부6이 흐느낀다]   (석형)   아기도 1.5킬로가 넘었으니

 

  잘 커서 좋고요

 

  지금까지 안정적이면

 

  앞으로도 만삭 때까지   잘 끌 수 있는 확률이 더 많아졌어요

 

  이제 너무 누워만 계시지 마시고

 

  다른 산모분들처럼   가벼운 일상생활 하셔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잘 버티셨어요

 

  [함께 흐느낀다]

 

  [석형이 살짝 웃는다]

 

  [아련한 음악이 연주된다]

 

  [석형의 웃음]

 

  ♪ 나에게 넌 초록의 슬픈 노래로 ♪

 

  ♪ 내 작은 가슴속에 이렇게 남아 ♪

 

  (정원)   ♪ 반짝이던 너의 예쁜 눈망울에 ♪

 

  ♪ 수많은 별이 되어   영원토록 빛나고 싶어 ♪

 

  (함께)   ♪ 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

 

  ♪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

 

  ♪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

 

  ♪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 주기를 ♪

 

  ♪ 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   [정원과 석형의 코러스]

 

  ♪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

 

  ♪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

 

  ♪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 주기를 ♪

 

  [함께 웃는다]   [차분한 음악]

 

  [준완의 의아한 신음]

 

  (준완)   손톱깎이가...

 

  [서랍을 스르륵 닫는다]

 

  [준완이 달그락거린다]

 

  [휴대전화 벨 소리]

 

  (준완)   ?

 

  (재학)   의국에 교수님 앞으로   택배 하나 왔어요

 

  (준완)   택배올 게 없는데?

 

  (재학)   이거 반송된 거네요

 

  [통화 종료음]

 

  [의미심장한 음악]

 

  [노크 소리가 들린다]

 

  (정원)   누구세요?

 

  (겨울)   겨울이요

 

  들어와

 

  [한숨]

 

  (정원)   무슨 일이에요?

 

  [떨리는 숨소리]

 

  교수님

 

  제가...

 

  [한숨]

 

  [떨리는 숨소리]

 

  제가 교수님

 

  좋아합니다

 

  (겨울)   죄송합니다

 

  왜 자꾸 눈물이 나지?

 

  [한숨 쉬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겨울의 떨리는 숨소리]

 

  주제넘은 말인 줄 아는데

 

  교수님 신부 되지 말고

 

  병원에 계속 있으시면 안 돼요?

 

  하느님 말고

 

  제 옆에 있어 주세요교수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교수님

 

  [떨리는 숨소리]

 

  [한숨]

 

  [겨울이 흐느낀다]

 

  [부드러운 음악]

 

  (익준)   겨울아

 

  너는

 

  정원이가 언제부터 그렇게 좋았어?

 

  당연한 거 아닌가?

 

  설마

 

  닭살 돋게

 

  [피식 웃는다]

 

  처음 봤을 때부터요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어요   [잔잔한 음악]

 

  (교수2)   우유

 

  (겨울)   감사합니다

 

  [교수2의 한숨]

 

  (교수2)   장겨울 선생

 

  오늘 교수님 한 분   새로 오시는 거 들었지?

 

  강운대에서 오신다면서요

 

  소아외과 교수님이시고

 

  (교수3)   그렇지그 귀하디귀한 소아외과 교수

 

  듣기론 막 혼자서 수술도 잘하고   진료도 다 본대   [교수2가 호응한다]

 

  그러니까 소아외과 쪽은   신경도 쓰지 말고

 

  다음부터 꼭 내 수술 들어와   [교수2가 교수3을 탁 잡는다]

 

  (순정)   인사들 해

 

  오늘부터 정식 출근

 

  소아외과 안정원 교수님

 

  (정원)   안녕하세요

 

  [순정이 살짝 웃는다]

 

  (순정)   저긴 GS의 유일한 전공의   장겨울 선생

 

  [정원의 탄성]

 

  잘 부탁드립니다안정원입니다

 

  (겨울)   안녕하세요장겨울입니다

 

  (정원)   안녕하세요안정원입니다

 

  (교수3)   반갑습니다전 황배진이에요

 

  (정원)   [웃으며]   

 

  잘 부탁드립니다안정원입니다

 

  (교수2)   이지훈입니다반가워요

 

  [교수들의 웃음]   [순정이 말한다]

 

  (정원)   아니요별말씀을   [교수들의 웃음]

 

  (익준)   맞는다우리 겨울이   지금 응급실에 있어

 

  (민하)   어머왜요?

 

  (익준)   지금 주사 맞고 많이 가라앉았는데

 

  엔세이드에 아나필락시스가 온 거 같아

 

  생리통 약 먹고 30분 만에 얼굴 붓더니   바로 호흡 곤란

 

  영화처럼 스르륵 쓰러졌어

 

  (민하)   어머어떡해저 먼저 갈게요

 

  (익준)   지금 많이 괜찮아졌어

 

  잘 거야아마

 

  내일 '시청 앞 지하철역괜찮지?

 

  (석형)   동물원 노래 완전 좋지

 

  오늘 밤에 연습 좀 해야겠네

 

  내 것 좀 치워 줘라나 먼저 갈게

 

  [한숨]

 

  [카드 인식음]

 

  (희수)   안녕하세요교수님

 

  장겨울 선생님 때문에 그러시죠?

 

  많이 좋아졌어요

 

  들어가요

 

  (정원)   아닙니다   [카드 인식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저 콜이 와서 가 봐야 돼요

 

  [탄성]

 

  ...

 

  장겨울 선생

 

  잘 부탁드립니다

 

  (희수)   

 

  (송화)   남들이 행복하게 먹는 걸 보는 게

 

  더 행복한 사람

 

  나 안 그래

 

  너 그래

 

  [피식 웃는다]

 

  그러니까 결정 잘했어

 

  병원에 남아서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해

 

  당분간 애들한테 말하지 마

 

  가장 먼저   알려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송화가 숨을 들이켠다]

 

  [바람이 휭 분다]

 

  [송화의 탄성]

 

  진짜 겨울이네

 

  겨울이 왔어겨울이

 

  [송화가 살짝 웃는다]

 

  [송화의 웃음]

 

  [준완이 달그락거린다]

 

  [부드러운 음악]

 

  [서랍을 스르륵 닫는다]

 

  [바람이 휭 분다]

 

  [석형의 한숨]

 

  [스위치를 달칵 끈다]

 

  [휴대전화 알림음]

 

  (민하)   교수님저 민하요

 

  혹시 오늘 저녁 약속 있으세요?

 

  없으시면 병원 앞 스테이크집에서   저녁 먹어요, 7시 반

 

  [휴대전화 알림음]

 

  (민하)   부담은 갖지 마시고 안 오셔도 됩니다

 

  근처에 친구 살아서   혹시 못 오시면 친구랑 먹을게요

 

  그래도 교수님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

 

  [한숨]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숨을 들이켠다]

 

  [휴대전화 벨 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한숨]

 

  (석형)   여보세요

 

  [리드미컬한 음악]

 

  "율제병원"

 

  [아련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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