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1.8
저 저녁 사 주세요
이번 주말에 저녁 사 주세요, 교수님
그, 그래요
다 같이 회식해요
단둘이요
[부드러운 음악]
단둘이 밖에서, 이 옷 말고 사복 입고
[정원의 한숨]
약속이 있어요
어머니 뵈러 양평에 가야 해서
미안해요
[잔잔한 음악]
[밝은 음악]
- 아, 어떡해? - (치홍) 아니
(치홍) 아, 그러니까 정리하면
부동산 중개인이 진짜 집주인한테는 월세 계약이라 그러고
도재학 쌤한테는 전세로 계약을 해서
집주인한테 보증금 2천에 첫 달 월세만 지급하고
나머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거네요?
(석민) 예, 그런 거죠, 으이구, 쯧쯧
하, 근데 진짜 어떡하냐?
도재학 선생님 그 돈 평생 모은 건데
대출도 1억이나 받았고
돈은 돈대로 날리고 이자도 갚아야 하고, 아유
(치홍) 아, 그 사람 못 잡았어요?
(석민) 벌써 날았지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도 기대하지 말래요
(치홍) 그럼 이제 어디서 살지?
(선빈) 거기 월세 내고 계속 살면 되잖아요
어차피 계약은 무효고
진짜 집주인은 월세만 받으면 되니까 계속 살아도 되는 거 아닌가?
(석민) 우리 선빈이는 월세 90이 참 쉬워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뭘 또 죄송까지
금수저가 무슨 잘못이라고
월세 90은 너무 부담스럽지
(치홍) 이사 가야지
(석민) 안 그래도 지금 그 집은 이번 주까지만 있고
와이프는 파주 친정으로
도재학 선생님은 당분간 고시원에서 지내기로 했대요, 쯧
근데 도재학 선생님 일은 손에 잡히려나?
멘탈 나갔을 거 같은데
(준완) 어유, 저는 정말 관심 없어요 절대 안 해요
제가 언제 직책 같은 거 맡는 거 보셨어요?
절대 안 합니다
(병원장) 그럼 흉부외과 과장 그냥 공석으로 둘 거야?
그래도 하고 싶은 교수들 좀 있을 텐데요?
천명태 교수님 하시라고 하세요
리베이트 받기 좀 더 쉽겠네
(병원장) 이사장님이 천명태 교수는 절대 안 된대
지금 맡은 CS실 실장 말고는 아무것도 안 맡긴대
언젠가 또 사고 칠 사람이라고
언젠가 또 사고 칠 사람이면
제대로 조사해서 제대로 징계하셔야죠
(준완) 왜 일을 하다 마실까?
그러니까 네가 과장 해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 체외순환실에 레프트SVC인 거 얘기해 줬지?
(재학) 아, 죄, 죄송합니다, 확인 못 했습니다
(준완) 체외순환실에 다시 확인 안 했어?
(재학) 죄송합니다
(준완) 너 초음파는 제대로 보고 들어온 거야?
너 뭐 해, 지금!
정신 안 차려?
(재학) 아니요, 죄, 죄송합니다
(준완) 애 죽일 거야?
개인 일은 이 방에 들고 들어오지 마
그럴 자신 없으면 나가
(재학)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준완) 코로나리사이너스에 벤트 카테터 넣을게요
(석형) 은원이 아직 연락 안 됐죠?
(선진) 네, 최근에 당직 설 때도 힘들어하더니
엊그제 윤미성 산모 사망한 게 충격이 컸나 봐요
몸도 피곤해 죽겠는데 산모까지 그렇게 되니
그 일이 트리거가 된 거 같아요
(석형) 힘들죠, 일은 많은데 손은 모자라고
잠도 모자라고
(성영) 무슨 일이야?
(창민) 명은원 선생님 어제 아침부터 잠수
이틀째 연락 두절
[성영의 놀라는 신음]
영원히 안 돌아오시면 어떡해?
[소란스럽다] (간호사1) 안녕하세요
(석형) 예, 안녕하세요 [민하의 힘겨운 신음]
안녕하세요 [저마다 인사한다]
- (석형) 추민하 선생 - (민하) 네
(석형) 혹시 명은원 선생한테 연락 오면 바로 나한테 알려 줘
(민하) 네, 알겠습니다
(석형)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민하의 힘겨운 신음]
(익준) 자, CT를 보면, 음
이쪽이 간 오른쪽인데
오른쪽 약간 깊은 곳에 여기 2cm 정도 이상한 거 보이시죠?
간경변증도 있으시고
어, 혈액 검사상 암 수치도 높아서, 이게, 음...
간암이 맞는 거 같아요
[사람들의 놀라는 숨소리]
(여자1) [흐느끼며] 아, 아이고
[어두운 음악]
[여자2가 흐느낀다] [여자3의 한숨]
2cm 정도는 초기라고 볼 수 있어요
근데 간암은 어, 기 수보다
수술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 여부가 더 중요한데
우선 MRI 같은 정밀 검사로 간암이 맞는지 확진을 하고
(익준) 다른 데 전이가 있는지 확인이 좀 필요해요
간암은 수술이 제일 좋은 치료법인데
혹시나 전이가 있다고 하면 치료 방법을 바꿔야 할 수도 있어요
[사람들의 놀라는 숨소리]
(남자1) 선생님
저 살 수는 있는 겁니까?
그럼요, 사셔야죠, 응
[여자2가 흐느낀다]
(익준) 음, 이런 말이 위로가
어, 될지는 모르겠는데
수술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기회이니까
너무 낙담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검사 결과를 기다려 봐요
선생님, 그럼 수술은 언제쯤...
빨리해 주세요, 선생님
오늘 바로 입원하시죠
입원해서 간암이 맞는지 확진도 하고
그리고 전이가 됐는지 확인하는 그 추가 검사도 바로 진행하시죠
(여자2) 네
(익준) 그리고 제가, 어, 다음 주 화요일에
마침 수술 취소된 게 하나 있어요
어, 검사 결과 수술이 가능하다면 그날 수술하시는 걸로 해요
단, 추가 검사상
어, 이상 소견이나 전이 소견이 있으면
수술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나가시면 우리 간호사 선생님께서
입원 절차 아주 잘 설명해 주실 거예요
[여자2가 흐느낀다]
아이고, 따님이 힘을 내셔야 아버님이 더 힘을 내시죠
(여자2) 네
감사합니다
[심전도계 비프음]
[정원이 살짝 웃는다]
[정원의 한숨]
(현희) 교수님, 또 두통?
약 드릴까요?
(정원) [살짝 웃으며] 괜찮습니다
재희 오늘 배 사진 찍었죠?
(현희) 네
(정원) 어제 지-튜브 드레인 얼마나 나왔어요?
(현희) 엊그젠 50인데 오늘은 20요
양 많이 줄었어요
(정원) 아, 그래요?
보자
아이고
어젠 되게 초록색이더니 오늘은 클리어해졌네요?
[정원과 현희의 웃음]
[송화의 힘겨운 신음]
(준완) 병원을 가, 병원을, 어?
내가 소개시켜 줄까?
(송화) 병원은 내가 알아서 갈 테니까
넌 비둘기 씨나 소개시켜 줘
비둘기 씨 지금 많이 바빠
(준완) 나중에 소개시켜 줄게
여자 친구 맞긴 맞는구나?
다음에 다 얘기해 줄게
근데 안정원은 왜 이렇게 안 와?
늦으면 없는 거지, 뭐
[문이 덜컹 열린다]
오셨다
[정원의 들뜬 신음]
(송화) 컨디션이 좋은 걸 보니 환자 상태가 좋아졌군
(준완) 퇴원이 임박이거나
(정원) 야, 야
재희가 똥을 잘 싸
(송화) [어색하게 웃으며] 어, 그래, 축하해
(정원) 똥이 색깔도 예쁘고 모양도 예뻐
[익살스러운 음악] [정원의 웃음]
먹으면 바로바로 얼마나 잘 싸는데
아으, 똥이 너무 예뻐
내 빵은? 내 거 어디 있어? [송화의 한숨]
응?
(준완) 우리가 다 먹었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송화) 지금 똥으로 변신 중이야
[휴대전화 벨 소리]
어, 말해 [송화의 한숨]
어, 지금 갈게, 간다
[정원의 당황하는 신음]
(정원) 야, 거기... [송화의 웃음]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 심장에는 판막이라는 게 있는데요
어, 각 단계별로 피가 한쪽으로 흐르고
그다음으로 가면 다시 되돌아오지 않게 하는 게
판막의 역할인데
보통 한두 개 정도는 태어나자마자 새거나 좁거나 해서
우리가 수술하는 경우가 꽤 되는데
지금 우리 아이 같은 경우엔 매우 드물게
심장의 모든 판막이 다 새고 있습니다
염색체 검사에서도 특별히 이상하게 나온 게 없어요
[무거운 음악] 정확히 뭐라고 말씀드릴 병명이 없습니다
현재 훈이는
심장이 피를 앞으로 뿜어내지 못하고 계속 역류하고 있고
특히 대동맥 판막 역류가 심해서 에크모 달기도 힘든 상태입니다
또 저희 병원으로 전원돼 올 때 CPR 때문인지
아니면 유전적 결함 때문인진 몰라도 뇌 손상도 입었고요
현재는 다량의 이뇨제를 써야 간신히 소변이 나올 정도로
심박출량이 떨어져 있고
폐부종도 심해서 약물로 끌 수 있는 상태도 아닙니다
수술하면요?
선생님, 수술하면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사망 확률이 반반 정도 됩니다
[흐느낀다]
[훈 부의 떨리는 숨소리]
모든 심장 수술은 좋아지려고 하는 건데
지금 같은 경우는...
하지만 또 수술이 아니면 방법이 없긴 합니다
(준완) 정확하게 어떻게 될 거다 예측드리긴 힘들지만
그래도 이대로 아기를 보낼 순 없으니까
잘 고쳐진다는 확신은 없어도
방법이 없습니다
한번 해 봐야죠
그럼
[훈 모가 흐느낀다]
[키보드를 탁탁 치는 소리가 들린다] [발랄한 음악]
[숨을 씁 들이켠다]
[키보드를 탁탁 친다]
저, 등을 의자에 더 붙이시고 턱을 당기고 앉으셔야 디스크 안 와요
아, 네
계속 앉아 있는 일이라 힘드시겠어요
(은행원) 어, 다 됐습니다
교수님이 더 힘드시죠
퇴근도 항상 밤늦게 하시고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얼굴이 항상 피곤해 보이셔서
[웃으며] 아, 네
(은행원) 적금 다시 또 안 넣으세요?
교수님 저희 은행 장기 거래 고객이셔서
이자 잘 받으실 텐데
아, 안 그래도 매달 10만 원짜리 다시 넣으려고요
근데 오늘은 좀 가 봐야 돼서
(정원) 그럼 수고하세요, 네 [은행원의 웃음]
[정원이 숨을 씁 들이켠다]
저기, 소문에
적금 만기 되면 인형 주신다 그러던데
(은행원) 아, 잠시만요 [정원의 웃음]
[밝은 음악]
[꽃이 싹둑 잘린다]
(정원) 엄마, 송화가 이건 어떠냐는데? [문이 달칵 닫힌다]
어머, 딱이다, 야
[정원이 살짝 웃는다]
(정원) 이야, 이쁘다
송화는 얼굴도 이쁘고 똑똑하고 이렇게 센스도 있는데
(정원 모) 그런 애가 왜
결혼을 안 하냐고?
아니, 그런 애가 왜
우리 아들을 안 좋아할까?
[헛웃음]
엄마는 송화 같은 며느리면
내일이라도 당장 하느님 곁에서 여생을 보내도 한이 없다
아유, 참
예민하고 마음 여린 우리 아들
꽃처럼 예쁘고 [정원의 한숨]
상처도 꽃처럼 잘 받는데
송화처럼 든든한 짝꿍이 옆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엄마, 곧 칠순이잖아 내가 여행 보내 줄게
가고 싶은 데 있으면 말만 해
지금 예약해야 자리 있어
어, 칠순 잔치도 할 거야
(정원) 아빠도 안 계신데 엄마 안 허전하게
막내아들이 엄청 크게 해 줄게, 응?
아, 됐어, 잔치는 무슨
(정원 모) 요즘 누가 그런 거 해? 아유, 싫어
엄마 그냥 송화랑 가까운 동남아 다녀올래
아니면 제주도 갈까?
너랑 그렇게 넷이서 같이 갔다 오자
왜 넷이야?
종수도 데려가야지
[정원이 피식 웃는다]
걔 불쌍해
(정원 모) 자식들 돈 잘 벌고 잘나가면 뭐 해?
자기 아빠는 욕실에서 자빠져서 무릎이랑 이마랑
온 데 다 멍들어서 알록달록한데
[시원한 숨소리]
(종수) 어,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네 [종수의 헛기침]
(병원장) 오랜만은 무슨
집에서 만날 라면 먹잖아
컵라면 오랜만이라고
[한숨]
(병원장) 애들 식겁했겠네?
건태는 뭐래?
통화했지?
(종수) 안 했어
병원 옮겨서 정신없을 텐데 뭐 하러?
태웅이는?
태웅이한테라도 말해
(종수) 요즘 소송 큰 거 맡아서 만날 밤새워
둘 다 바빠
나도 애들 오면 더 귀찮아
혼자가 편해
[웃음] [휴대전화 벨 소리]
어
어, 로사야
나? 주전자 방
[병원장의 한숨]
어, 어, 10분 후에 카페에서 보자
[병원장의 힘주는 신음]
로비 말고
병원 앞에 카페 새로 생겼어 거기 맛 좋아
어, 맞아, 맞아, 거기
[웃으며] 언제 가 봤대?
아, 좋겠다
넌 아들이랑 카페도 가고
[웃음]
알았어, 응
[통화 종료음]
참
과장 인사는 끝났어?
아니, 아무도 안 하려 그래
나이 든 교수는 골프 치는 게 더 좋고
젊은 교수들은 보직 수당 30만 원 더 받느니
하루라도 일찍 퇴근하는 게 더 좋고
아무도 일만 더 많아지는 과장 안 하려고 해
(병원장) NS랑 CS는 가뜩이나 교수들도 몇 명 없어서
할 사람이 더 없네
(종수) 신경외과에는 민기준 교수 있잖아 센터장 하는
(병원장) 센터장 하지, TV 출연하지, 유튜브에
민 교수 바빠
흉부는 젊은 교수 시켜
그냥 찍어 눌러
[한숨]
형, 이제 그만 은퇴해
(병원장) 요즘 병원장 말이 통하는 줄 알아?
다들 자아가 얼마나 강한데
안 그래도 은퇴하려고
진짜?
딱 3년만 더 해 먹고 간다
(병원장) 아이고
엄마, 나 수술 있어서 간다
이사장님이랑 맛있는 거 드세요
(정원 모) 그래, 얼른 가, 얼른
[버튼 조작음]
[휴대전화 벨 소리]
(정원 모) 신부님, 잘 지내셨죠?
정원이 핸드폰 놓고 갔어요
(신부) 아, 네
그럼 안드레아한테 메모 좀 전해 주세요
(정원 모) 말씀하세요, 신부님
[힘주는 신음]
(신부) 추천서 보낸 거 통과됐다고
축하한다고 전해 주세요, 어머니 [무거운 음악]
추천서가 통과
됐어요?
(신부) 네, 저도 좀 전에 메일 받았는데
나폴리 교구에서 추천서 잘 받았고
받아 줄 의사 충분하니까 일단 한번 만나 보고 싶다네요
[한숨] 면담 날짜 언제가 가능한지 물어봐서
제가 안드레아랑 얘기해 보고 바로 연락 준다고 했어요
신부님, 죄송합니다
우리 정원이 면담 못 가요
(신부) 네?
(정원 모) 죄송합니다, 전화 끊겠습니다
죄송해요, 신부님
[통화 종료음] [문이 달칵 열린다]
(정원) 아유, 전화기 어디다 놨지?
[정원이 숨을 씁 들이켠다]
안정원
(정원) 어
(정원 모) 주임 신부님한테 전화 왔어
너 추천서 통과됐다고
엄마 칠순 잔치 필요 없어
엄마 그런 거 안 해도 하나도 안 섭섭해
[무거운 음악]
그런 거 안 챙겨도 되니까 엄마 옆에 있어
같이 안 살아도 되고 전화 한 통 안 해도 되니까
엄마 곁에서
제발
평범하게 살아
엄마 마지막 소원이야
[버튼 조작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남자2의 못마땅한 신음]
(남자2) 아, 이걸로는 턱도 없다니까 그러네
잔말 말고 진통제나 더 놔 줘요
노티는 했는데 오더가 안 떠서요 잠시만...
(영하) 이정배 님, 혈압 좀 잴게요
선생님 곧 오실 거예요 드레싱 바로 해 드릴게요
(남자3) 아, 예
그럼 그냥 이대로 계속 아파? 어?
아, 이 병원은 환자가 아파도 그냥 놔두는 거야, 뭐야?
잠시만요
(영하) 무슨 일이야?
약을 드렸는데 계속 진통제 달라고 그러셔서
(영하) 어떤 약?
(재환) 1시간 전에 트리돌 원 앰풀 들어갔습니다
(남자2) 아니, 아니, 그거 말고
[가쁜 숨소리]
그, 뭐지? 페치틴?
페치딘인지 뭔지 그, 그거 놔 줘요, 그거
(영하) 저, 환자분, 페치딘은 의사 처방 없이는 못 드려요
아, 주사 하나 놔 주는데 뭔 의사를 찾아?
빨리 페치딘 하나 놔 주고 가라니까
(겨울) 죄송합니다
선생님, 베타딘 볼 좀 더 부탁드려요
(영하) 네
아, 진짜, 주사 하나 가지고 더럽게 깐깐하게 구네
주사 한 방 놔 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야...
(남자2) 화, 환자가 아프다잖아
아파 죽겠다고
[남자2의 가쁜 숨소리]
괜찮은데요?
(겨울) 수술도 잘됐고 상처도 깨끗하고
몇 시간 더 지켜보시고 다시 말씀해 주세요
아, 네
째기만 하는 양반이 뭘 안다고
(남자2) 아프다고요, 예?
하, 페치, 페치딘 달라고요, 페치딘
[남자2의 아파하는 신음]
얼른!
혹시 마약성 주사 중독이세요?
[어두운 음악]
마약성 주사 중독이냐고요
[가쁜 숨소리]
지금 무통 주사도 달고 있고 1시간 전에 트리돌도 들어갔는데
여기에 페치딘까지 들어가면 환자분 의식이 혼미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못 드리는 건데 그래도 드려요?
(남자2) 됐어요, 씨
[남자2의 한숨]
(재학) 아, 아무리 그래도 아버님,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할아버지) 멀쩡하게 들어왔는데
너희들이 잘못해서 지금도 누워 있는 거 아니야!
아니, 환자분이
할머니가 수술 전부터 폐렴이 있어서
인공호흡기 오래 가지고 있어야 되고
그러니까 중환자실에 오래 있을 거 같다
제가 미리 말씀 드, 드렸잖아요
(할아버지) 미리 말만 하면 다야?
당신 주치의라면서 환자 옆에 얼마나 붙어 있었어?
네 어미가 와서 누워 있어도 이따위로 할 거야? 어?
[어두운 음악]
하이고
예, 어르신, 죄송합니다, 끊습니다
[통화 종료음]
(석민) 누구예요? 보호자?
(재학) 아, 할머니 환자분 남편이신데
[재학이 종이컵을 탁 던진다] 쯧
아이, 뭐, 할머니가 뉴모니아도 있고 나이도 많아서
수술하고 벤트 오래 가지고 있거든
아, 요즘 환자가 많아서 어젯밤에 딱 하루 못 갔는데
[한숨]
이렇게 말을 막 하시네
그러게 왜 CS를 갔어요?
편한 과도 많은데
천만 원 더 준다 그래서
(재학) CS 사람 없다고
지원하면 연봉 천만 원 더 준다 그래서
쯧, 그래서 갔지
뭐, 그러는 안치홍 선생은 왜 신경외과야?
몸도 안 좋은데 외과를 왜 왔어?
다큐 봤는데
신경외과만 앉아서 수술하더라고요
[석민과 치홍의 웃음]
(석민) 안 그런 수술이 더 많아
채송화 교수님
목 디스크야
(치홍) 그러니까요
그땐 몰라 가지고
[휴대전화 벨 소리]
나 어떡하죠? 망했다
[석민의 웃음] (재학) 예, 누구세요?
(여자4) 저 좀 전에 전화한 사람 딸인데요
제가 옆에 있었는데 죄송해요, 선생님
(재학) 아, 예
(여자4) 우리 아빠가 지금 엄마 때문에 힘드셔서
감정이 주체가 안 되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재학) 아
예
그, 아버님이 전화 예절이 좀 없으시더라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아니, 뭐, 마음이야 다 이해를 하는데
그래도 말씀을 그렇게 하시는 건...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익준) 어? 뭐야?
결혼식 가? 렌즈를 다 끼고
어, 별로 안 친한 후배 결혼식
(익준) 별로 안 친한데 왜 가?
둘째 오빠, 셋째 오빠 결혼할 때 다 왔거든
그럼 나도 가야지
(익준) 그런 거 꼭 일일이 다 안 챙겨도 돼
아이고, 피곤한 인생아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근데 그 후배 돈이 많나 보다
평일 오후에 결혼도 하고 [피식 웃는다]
그럼 이따 정원이가 쏜다는데 못 와?
(송화) 가야지, 안 신부님이 쏘는 건데
[송화가 숨을 씁 들이켠다]
식장에서 바로 가려고
야, 포트 뜨거...
[익준이 전기 포트를 탁 내려놓는다]
[숨을 들이켠다]
아이, 뜨거워 [익살스러운 효과음]
(송화) 너 이러고 수술은 어떻게 하려 그래? 아휴
애가 조심 좀 하지
나이가 몇 개니?
(익준) 마흔 개
[익준의 한숨]
야, 근데 잠깐만
야, 나 새끼는 아니야
(송화) 아휴, 진짜 좀
(익준) 근데 내일은 수술...
내일 수술은 없고 모레 두 건 있는데 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송화) 이러고 수술을 어떻게 해?
(익준) 아이, 많이 안 뎄어, 뭘
아, 근데 가만있어 봐, 야
야, 근데
나 '개구리 왕눈이'야?
너무 많이 감은 거 아니야?
쯧, 그러네?
좀 많이 감았네
이따 풀어 줄게
(송화) 일단 그러고 좀 있어
누나는 간다
(익준) 야, 이런 날 두고 간다고?
(송화) 어
안 죽어
나 간다
야, 야, 뭐, 너 무지개 연못에 비 오는 꼴 보고 싶냐? [문이 달칵 여닫힌다]
♪ 필릴리 개굴개굴 필릴릴리 ♪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병원 안 갔어?
(종수) 갔지
그제도 가고 어제도 가고
오늘은 8시부터 병원에 있었어
야! 쯧
[웃으며] 뭐 이런 걸로 병원을 가?
(종수) 아유, 괜찮아
(정원 모) 괜찮기는
[정원 모의 놀라는 신음]
이거 뼈 부러진 거 아니야 이 정도면? 어?
애들은 뭐래?
- 몰라 - (정원 모) 왜 몰라?
내가 연락 안 했으니까
[기가 찬 숨소리]
[웃으며] 아, 죽을병도 아닌데
애들한테 뭐 하러 연락을 해? 참
넌 뭐 마실래? 커피?
디카페인이지? [힘주는 신음]
[정원 모의 한숨] (종수) 아야, 어유, 좀 아프다, 이게
[종수의 힘겨운 신음] [정원 모의 한숨]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원 모) 아들 전화번호를 몰라?
(종수) 음, 첫째가
여름에 병원을 LA로 옮기면서
집도 이사 가고 또 휴대폰을 바꿨어
(정원 모) 둘째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둘째도 모른대
그리고 웅이가 더 바빠
웅이 안 본 지도 한 두 달이 넘었네
왜 그러고 살아?
아, 내가 뭐?
자식들 없어도 잘만 사는데, 뭐?
애들한테 기대 살래?
애들이랑 같이 삼시 세끼 밥 먹고 한집에서 살래?
(정원 모) 그래도 자식이고 아비인데
몸 아프면 서로 연락하고
좋은 일 있으면 서로 웃고 좋아하고 그게 가족이잖아
이게 뭐야? 혼자서 궁상맞게
아유, 짜증 나, 쯧
아이고, 뭐, 자기들끼리 [정원 모의 한숨]
돈 잘 벌고 잘 살면 됐지, 뭐
나 괜찮아
마누라 아플 때부터
나 혼자 밥 잘해 먹고 빨래 잘하고
잘만 살았네, 이 사람아
[웃음]
와이프 아파 누워 있을 때 건태랑 태웅이랑 몇 번이나 왔니?
한 번 왔어, 한 번
(정원 모) 걔들 자기 엄마 반신불수 돼서 7년을 누워 있는데 딱 한 번 왔다고
너 진짜 애들을 대체 어떻게 키운 거야!
아유, 답답해, 아유, 짜증 나
어유, 이 바보야, 어유
[한숨]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정원) 송화야, 여기
이모님, 우리 여기
어, 2인 기본 하나 3인 기본 하나 주세요 [통화 연결음]
(석형) 정원이가 한턱 쏜다 그래서 떡볶이집 왔어, 엄마
그렇지? 있는 놈이 더하지, 엄마?
알았어요, 얼른 주무세요
(준완) 어이, 안드레아 [통화 종료음]
우리 짜장떡볶이 먹으면 안 될까?
전투조 둘이서 알아서 시켜
(송화) 이모님, 여기 2인 기본은 짜장으로 주세요
안정원 웬일이야?
적금이라도 탔어?
(석형) 탔대
매달 10만 원씩 3년 넣어서 오늘 드디어 찾았대
엄마 칠순 여행 보내 드린다네
넌 그럼 대체 월급을 얻다 갖다 쓰는 거냐?
(준완) 야, 넌 또 손이 왜 그래?
'내부자들'이냐?
(송화) 까불다가 데었어
병원장님한테 욕 엄청 먹었대
(익준) 야, 정원아 어머님 모히토 좀 보내 드려
몰디브도 한잔하시라 그러고
[웃음]
(준완) 넌 이게 웃겨?
(송화) 나 얘 개그 너무 좋아
[드르륵거리는 효과음] [송화의 웃음]
[익준이 피식 웃는다]
(익준) 야, 정원아, 이제 그만 말해도 돼
(정원) 뭘?
너희 아버님
뭐, 그래도 소박하게 네 앞으로 하난 해 두고 가셨지?
야, 암만 그래도, 어? 속세에 남은 유일한 자식인데
(정원) 감사합니다
[가스버너 조작음]
쯧, 사실 뭐 하나 물려주시긴 했어
[흥미로운 효과음] - (익준) 뭐? - (석형) 뭐?
우리 몰래
보육원에 매달 2백만 원씩 지원하고 계셨더라고
[종이 댕 울리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석형) 아직 멀었어
(익준) 알아
참 재미없어, 너, 쯧
- (익준) 아, 하여튼 재미없어 - (준완) 익었어?
(정원) 자동 이체 하셨나 봐
그거 내가 물려받아서 매달 넣고 있어
정원아, 내가 오늘 계산할게
그게 마음 편하겠다
(석형) 얘들아, 내가 쏠게, 많이 먹어 쭉쭉 시켜
[정원이 말린다] - (준완) 그럴래? - (송화) 야, 그래, 그게 낫겠다
- (준완) 그렇게 하자, 그게 좋겠다 - (익준) 나는, 나는 이럴 줄 알았어 [송화가 호응한다]
(준완) 나 그럼 못난이만두 시켜도 돼?
(석형) 시켜, 시켜!
(준완) 이모, 여기 못난이만두 두 개요
(송화) 이모님, 여기 사이다 하나랑 라면 사리도 하나 주세요
(익준) 저는 콜라요, 콜라, 콜라 하나요
(준완) 치즈, 치즈도요
(정원) 야, 아니야, 야, 나 진짜 괜찮다니까
나 오늘 적금 탔다니까
야, 내가 산다 그랬잖아
(익준) 아, 아니야, 됐어, 새끼야
아유, 벼룩의 간을 내먹지, 무슨
이모님, 저, 이제, 그 며느리도 아는 떡볶이 2인 포장요
(석형) 저는 조리된 걸로 포장요
석형아, 어머니는 좀 어떠셔?
(석형) 어떠시긴, 도로 아미타불이지
아유, 진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다
(익준) 다시 이혼 절대 안 하신다지?
(석형) 응, 죽어도 안 해 준대
진짜 어떻게 해야 되냐?
건물이랑 상가가 아니라
양 회장이 회사를 통째로 준다고 해도 절대 이혼은 안 하신대
석형아, 그럼 그 상가랑 건물
나중에 어머니 돌아가시면 다 네 거야?
그렇겠지?
야, 나랑 우리 우, 우주
네 호적에 올려 주면 안, 안 되냐?
[익살스러운 음악]
너 어차피 자식 없잖아
나랑 우리 우주 응? 양자로 좀 달아 줘
건물이라고 해 봤자 10층밖에 안 되고
(석형) 상가도 많이 비었어
그리고 우리 엄마 성격 알지?
비워 둘지언정 세는 안 내리는 거
[익준이 호응한다]
(익준) [놀라며] 아, 맞는다, 아빠
아니, 아빠 과에 그, 저, 잠수 탄 전공의 돌아왔어?
(석형) 아직, 근데 너 어떻게 알았어?
하여튼 우리 아들 오지랖은
나도 들었어요
병원에 소문 다 났어요
(정원) 야, 나도 들었어
많이 힘들었나 보다, 야
돌아오면 좀 잘해 줘
쯧, 그래야지
[펜을 달칵 누른다]
- 추민하 선생 - (민하) 네?
잠깐 간식 먹을 시간은 있지?
완전요
아, 무알코올요
오늘은 진짜 이거라도 안 마시면
일 한번 낼 거 같아요
[헛웃음]
[잔잔한 음악]
저 당당당이에요
어제도 당직, 오늘도 당직
내일도 당직
[못마땅한 신음]
이건 뭐, 동기가 아니라 원수야, 원수, 이씨
뭐, 자기만 힘들어?
나는 뭐, 출근하고 싶어서
'야호, 신난다!' 이러면서 출근하는 줄 알아?
[울먹인다]
(민하) 선생님, 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계속 랩실에 처박혀 있을 걸 그랬어요
맨날 랩실에 있는 게 지겨워서
'기왕 공부만 하는 거 의사나 되자' 해서 된 건데
이게 뭐야?
하나 있는 동기는 여우 중의 상여우고
담당 교수는 곰 새끼 중의 상곰 새끼고
[민하의 칭얼거리는 신음]
[민하의 한숨]
끝
오늘로써 제 의사 생활은 끝입니다
저 끝낼 거예요
내일 아침에 곰 새끼한테 가서 말할 거예요
나는 이렇게 일도 잘하고 도망도 안 가고
교수님들한테도 잘하는데, 왜?
왜 걔만 위로해 줘요?
아, 은원이는 도망간 주제에 연락도 안 되고 성실하지도 않은데
왜 걔한테만 잘해 주냐고요, 왜!
[씩씩거린다]
[성난 신음]
민하 아직 안 왔어요?
[문이 스르륵 열린다]
교수님
[발랄한 음악] (민하)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따뜻한 커피 드세요
[민하의 웃음]
(석형) 어, 그래, 고마워
[문이 스르륵 열린다]
(간호사1) 들어오시라고 할게요
(석형) 예
드레인 얼마인데?
(준완) 아니야, 내가 직접 가서 볼게, 어
[통화 종료음]
[익준의 가쁜 숨소리]
세수, 세수 좀 시켜 줘
싫어 나 남자 얼굴 만지는 거 극혐이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못마땅한 신음]
[살짝 웃는다] [심전도계 비프음]
안녕
(정원) 아으, 귀여워
[버튼 조작음] [정원의 웃음]
(익준) 아이고, 아이고, 여기 있을 줄 알았어
뭐야?
- 나 세수 좀 시켜 줘 - (정원) 어?
어젯밤에도 못 씻고 오늘 아침에도 못 씻었어
알잖아, 그, 있잖아
얼굴에, 아휴, 벌레 기어 다니는 느낌
[헛웃음]
샤워할래, 그럼? 씻겨 줘?
(익준) 응?
근데 나 샤워 한 시간씩 하는 거 알지?
[흥미로운 음악]
(정원) 쯧, 세수시켜 줄게
대신 나 엄청 꼼꼼하게 한다
(익준) 아, 진짜, 씨
[정원의 웃음]
[익준이 손뼉을 짝 친다] (익준) 마지막 희망이다, 채송화
너만 믿는다
아, 소리, 다, 다시 올게
(송화) 아, 됐어, 다 입었어
어, 그래? 어
[한숨]
얼굴 꼴이 왜 그래?
못 씻었어?
[한숨]
[발랄한 음악]
[익준의 힘겨운 신음]
(익준) 아유
아유, 내가 진짜 와, 환자들이 볼 때마다
'언제 씻을 수 있어요?'
'언제 머리 감을 수 있어요?' 하는지 아, 이제 알 거 같아
와, 살 것 같네, 진짜, 씨
[익준의 상쾌한 숨소리] (송화) 붕대 다시 감아 줄까?
이제 풀어도 되겠는데?
(익준) 아, 잠깐 병원장님 좀 만나고 와야 돼
겨울이가 사고 친 게 있어 갖고
이따 점심이나 같이 먹자
목 좀 더 닦아 줘
아유, 진짜 시원하다, 씨, 이쪽
[정원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병원장) 장겨울 선생 담당 교수가 왜 이렇게 많아?
아, GS구나
(교수1) [헛기침하며] 예, 제 환자라서요
(정원) 이번 달이 저희 파트라서
(병원장) 응
(익준) 잘 해결됐죠?
(병원장) 어, 다행히
[익준의 안도하는 한숨] 알고 보니 진짜 마약 중독자였더라고
교도소에서 나온 지 한 달도 안 됐고
자기도 문제 일으키기 싫은지
이번엔 CS 실장이 사과하고
치료비 감면해 주는 선에서
잘 끝났어
쯧, 아휴
CS실 전화가 제일 무섭다, 무서워
아무튼 전공의들한테 조심 좀 하라 그래
힘든 건 아는데
사흘 밤낮 고생하면서 환자 치료하면 뭐 해?
말 한마디 잘못하면 바로 민원 올라오고
그럼 병원 입장에선 뭐든지 다 들어줘야 하고
그럼 일이 얼마나 커질지 모른단 말이야 [휴대전화 알림음]
(익준) 쯧, 고생하셨어요
제가 말 잘할게요
그래도
장겨울이 뭐 크게 잘못했단 생각은 안 드네요
제가 알아서 얘기 잘하겠습니다
나 먼저 간다
(정원) 저 먼저 가 볼게요, 보호자가 찾네요
(겨울) 죄송합니다
(정원) 아니에요, 고생해요
(익준) 아유, 깜짝이야
아, 뭐 해, 여기서?
어떻게 됐어요, 교수님?
잘 해결됐어
게시판의 글 내리기로 했대
잘 정리됐으니까 걱정하지 마
[겨울의 한숨]
(익준) 커피 한잔할까?
(임산부1) 저, 12주가 넘으면 안정기라던데
목덜미 투명대도 괜찮다고 하시니까
선생님 저 그럼 이제 안심해도 될까요?
사실은 조금 걱정되는 게 있어요
(석형) 초음파에서 아기집 주위에 피가 많이 고여 있는데
12주에 피 고임이 생기는 게 흔한 일은 아니에요
[잔잔한 음악]
이럴 경우에 자연 유산의 빈도가 증가할 수 있으니까
가급적 안정을 취하고 최대한 조심하셔야 됩니다
혹시나 출혈이 생기면 언제든지 응급실로 오셔야 해요
어, 우선은 프로게스테론 처방을 해서 내막을 안정화시켜 볼게요
어, 너무 염려 마세요
계속 체크할게요
이번엔
꼭 지켜 냅시다
[한숨]
[비장한 음악]
[마우스 클릭음]
(익준) 오케이
정원이한테 내가 오라고 문자했어
그래도 내가 위로하는 거보다 정원이가 낫지 않을까?
(겨울)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익준) 아휴
병원장님이랑 병원에 너무 섭섭해하지 마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고 그런 거지, 뭐
괜히 또 주눅 들지 말고
또 이런 일 있으면
네 소신껏 판단하고 처신해, 그러면 돼
감사합니다
그리고 안정원 교수님 안 오실 거예요
요즘 계속 PICU에 계세요
[익준이 입소리를 쩝 낸다]
(익준) 아, 진짜 안정원, 진짜
걔 왜 그런다니?
우주한테 하는 거 반만이라도 우리 겨울이한테 해 줬으면 좋겠다, 씨
[피식 웃는다]
걔가 애를 진짜 좋아해, 어?
지난 주말에도 우리 집에 놀러 와 갖고
우리 우주랑 하루 종일 놀다 갔어요
안정원 교수님 주말에 교수님 집에 가셨어요?
(익준) 응
일요일도요?
토, 일 다 왔는데, 왜?
[한숨]
저한테는 주말에 양평 간다고
바쁘다고 그랬거든요
[잔잔한 음악]
이제 그만 마음 접어야 하나 봐요
거짓말까지 하실 정도면 제가 그만하는 게 맞아요
그동안 비밀 지켜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교수님
커피 잘 마셨습니다
[익준의 멋쩍은 신음]
[키보드를 탁탁 친다]
(석형) 네
추민하 선생
새벽에 분만한 박선영 산모
라쎄레이션 심해서 수처 많이 했는데 에피 괜찮지?
아, 네, 분만하고 병실 올라가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올라가고는 아직 확인 못 했습니다
바로 확인하고 노티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석형) 병동 올라가서도 한번 보라니까
알았어 [문이 스르륵 열린다]
(민하) 죄송합니다
(간호사2) 어?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석형) 몸은 괜찮아?
네, 죄송합니다
당분간 다른 데 돌지 말고 여기만 돌아, 내가 정리할게
[문이 스르륵 열린다]
(교수2) 아이고 우리 은원이 얼굴이 반쪽이 됐네
오늘은 일찍 들어가
(은원) 아, 아니에요 오늘 제 할 일은 다 하고 퇴근할게요
그래
오늘, 내일 입원하는 양석형 교수님 산모는 제가 맡겠습니다
추민하 선생님, 죄송해요
오늘까지만 당직 부탁드릴게요
미안해요
아니야, 괜찮아
[민하의 한숨]
(간호사3) 선생님, 도재영 산모
입원 수속 끝나고 조금 있다 올라오신대요
아, 맞는다, 오늘이다
도재영 산모 오후에 입원하기로 했어요
프리텀 레이버로 입원하신 산모라 예민하니까
잘 좀 케어해 주세요
(석형) 수축이 규칙적이거나 산모 배 아파하면 경부 길이 잘 체크해 주고
아기 주수도 아직 30주밖에 안 돼서 모니터 잘 확인해야 돼
네
(민하) 저 진통 중인 산모 있어서 확인하러 갑니다
(간호사3) 그리고 선생님
이거요
이게 뭐야?
도재영 산모가 입원하기 전에
의료진이 꼭 지켜 줬으면 하는 거 적어 놓은 거래요
저도 전달받았는데 한번 보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승주가 쪽지를 읽는다]
분위기 왜 이래요?
[여자1의 한숨]
(여자2) 오늘 검사받으시느라 피곤하셔서
선생님, 결과는 언제쯤 나올까요?
(익준) 빠르면 내일모레 정도에 나올 거예요
아버님, 식사하셨어요?
밥이 안 넘어가네요
수술이라도 빨리 받았으면 좋겠는데
이럴 때일수록 식사도 잘하시고 기운 내셔야죠
(남자1) 선생님
만약에 딴 데로 전이가 됐으면 수술 못 받는 거죠?
[여자1의 한숨]
전이됐으면
금방 암이 퍼져서 살기 힘들다던데
아, 아빠는
왜 결과도 안 나왔는데 그런 소리를 해?
그리고 전이돼도 방사선 치료도 있고 약도 있고 그래
다 고칠 수 있어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네요
(여자1) 선생님, 밥이 안 넘어갑니다
온 식구가 오늘 아무도 밥을 못 먹었어요
[한숨]
따님들은 출근 안 하세요?
아, 회사에 연차 냈어요
얘는 곧 임용인데 독서실 가라고 해도 말도 안 듣고
온 식구가 올 스톱이에요, 올 스톱
(익준) 아이고
[무거운 음악]
[여자1의 한숨]
[캔이 탁 떨어진다]
- (익준) 이렇게 하는 거 어때요? - (수빈) 네?
아, 좀 전에 본 최중원 환자 차라리 6인실로 옮기는 거 어때요?
한번 건의드려 보세요
좋은 생각 같아요
오케이
[수빈이 살짝 웃는다]
[캔을 달칵거린다] (익준) 이것 좀 따 주실래요?
(수빈) 예, 제가 따 드릴게요
[휴대전화 벨 소리] [문이 스르륵 열린다]
(준완) 네, 김준완입니다
네
아, 진짜
알겠습니다, 지금 올라갈게요
나 이거 데자뷔지?
좀 전에도 이런 일 있었는데?
아이고, 머리야
(명태) 전화 예절이 없는 거 같다니
참 나, 차라리 폭언을 하지
저라도 그런 얘기 들으면 민원 넣어요
자기 아버지한테 전화 예절이 없다는데 어느 자식이 참고 있어요?
하필 또 딸이 변호사야
여기저기 아는 끈도 엄청 많아요 [준완의 한숨]
방송국에 제보 넣겠다는 걸 겨우 막았어요, 진짜
그쪽에서 원하는 건 뭡니까?
(명태) 사과, 손 편지, 그런 건 됐고
돈도 필요 없대요
그럼 뭘 요구하시는데요?
확실한 불이익요
병원에서 이 사안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는지를
그 전공의에 대한 확실한 불이익으로 보여 달라네요
그래서 뭐라 그랬어요?
감봉 3개월
(병원장) 뭐, 이런 일로 감봉까지
(명태) 그 정도 불러 놨으니까 지금 조용한 거죠
생각해 보겠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통한 거고요
김준완 교수님
일단 이렇게 정리하시죠 [휴대전화 벨 소리]
네, 알겠습니다
응급 환자 있어 가지고 먼저 갈게요
(준완) 여보세요, 어
내가 인생을 잘 못 살고 있나 봐
(재학) 사시를 6년이나 공부한 놈이 전세 계약 하나 똑바로 못 하고
[한숨]
치프라는 인간이 아픈 어머니 때문에 힘든 자식한테
헛소리나 해 대고
아휴, 진짜 왜 이러냐?
머리가 나빠 일도 못하고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씨, 존재 자체가 민폐야
[재학이 혀를 쯧 찬다] [한숨]
야, 너
나중에 병원에서
나 우연히 만나도
모른 척하지 마
그, 그래도 우리가 같이 고생한 시간이 얼마냐?
아유, 아유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예? 미쳤어요?
왜 그만둬, 뭘 그만둬요?
절대 못 그만둬요
맞아 [흐느낀다]
절대 못 그만둬
나 오늘 당직이거든
이씨, 간다
[석민의 헛웃음]
[한숨]
도재영 산모 아직 안 올라오셨지?
(간호사4) 네, 지금 올라오신대요
그러면 제가 도재영 산모까지는 받고 갈게요
(간호사5) 네
(은원) 저기, 도재영 산모 제 환자인데요
저 지금 수술 들어가야 해서
당직 선생님한테 오더 내고
매니지 좀 부탁한다고 말씀 좀 드려 주세요
(간호사4) 아...
네
(승주) 헐
(은원) 안녕하세요
(간호사6) 어? 아직 수술상도 안 차렸는데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간호사7) 교수님도 방금 나가셨어요
앞의 씨섹이 좀 전에 끝나서
(은원) [살짝 웃으며] 준비하시는 거 도와드리려고요
(석형) 명은원 선생이 들어오게?
치프가 들어오기로 했는데?
(은원) [살짝 웃으며] 옆에서 보고 배우려고요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좋지, 그렇게 해, 응
나 방에 있을 테니까 준비 끝나면 콜해
(은원) 네, 교수님
[부드러운 음악]
(간호사5) 선생님
(민하) [힘겨운 목소리로] 네
도재영 산모 모니터는 괜찮은데요
아기가 안 논다고 확인해 달라고 해서요
또요? 벌써 세 번째인데요?
(민하) 에이씨
(민하) 어, 아기가 노는 것보다 엄마가 느끼는 게 좀 덜한 거 같아요
모니터도 괜찮으니까 좀 더 지켜볼게요
(임산부2) 근데 선생님
손 씻기 하셨어요?
예, 좀 전에 병실 들어올 때 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 모니터 안 하고 싶은데
너무 불편해요, 떼면 안 돼요?
잠을 못 자겠어요
(민하) 어...
모니터 안 하시면 아기 상태가 파악이 안 돼서
저희가 너무 불안해요
불편하셔도 계속 하고 계셔야 돼요
모니터 떼고
선생님이 더 자주 와서 봐 주시면 되잖아요
[당황하는 신음]
[심전도계 경고음]
[놀라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놀라는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준완의 한숨]
[스위치가 탁 켜진다]
(준완) 나 오늘 백당직도 아닌데 왜 나한테 전화야?
천명태 교수님 아기 아니야?
(재학) 천명태 교수님 아기인데 백당직도 오늘 천명태 교수님인데
퇴근하시면서 자기한테 절대 전화하지 말라고 하셔서...
[준완의 한숨]
저보고 웬만한 건 알아서 처리하라는데
아, 아무래도 제 판단이 맞는지 불안해서요
에피네프린 용량 얼마야?
(재학) 0.2마이크로요
그런데도 혈압 유지가 잘 안되고 랩도 안 좋습니다
벤트 세팅 계속 바꾸고 있는데도 CO2는 계속 차고
혈압은 오륙십 대밖에 되지 않아요
혹시 이거 가슴 열어서
션트 리비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해, 해서요
어떡하죠, 교수님?
(준완) 알았어, 계속 혈압 유지 안 되면 바소프레신도 걸어 봐
난 최대한 빨리 갈게
[통화 종료음]
[부드러운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피식 웃는다]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의 한숨]
(준완) 이 정도 가지고는 안 열어도 돼
잘 지켜봤네
[문이 스르륵 열린다]
(재학) 저, 교수님
아, 교수님,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민하) 응
나랑 같이 회사 다니던 동기인데
전부터 동료 의사 소개시켜 달라 그랬거든요
한번 만나 봐요, 해바라기 그만하고
[헛웃음]
(겨울) 아휴, 괜찮아요
[놀라는 숨소리]
난 안 괜찮아요
벌써 시간 약속 잡았거든요
[민하의 어색한 웃음]
(민하) 내일 저녁 7시, 검정색 SUV
응급실 앞쪽 입구로 오기로 했어요
딱 저녁만 먹고 와요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어야 되잖아
네
좋아, 좋습니다
(민하) 자, 그럼 이제
좀 자자
[민하의 힘주는 신음]
[어두운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뚝 소리가 난다]
[준완의 한숨]
(준완) 자꾸 찢어지네
[준완의 한숨]
(소아과 의사) 교수님, 수술 전보다 줄긴 했는데 여전히 많이 새는데요?
(준완) [한숨 쉬며] 더 이상은 손볼 수 있는 게 없어요
에뉼러스는 크지 않아서 좁혀 줄 부분이 없고
리플렛 자체가 발달이 잘 안돼서 그런지
수처 할 때마다 전부 컷스루 되고 모양만 점점 망가져요
[준완의 한숨]
[어두운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의 한숨]
(재학) BP 계속 낮습니다
교수님, 어려워 보이는데...
(준완) 약 뭐 쓰세요?
(마취과 의사1) 에피 0.05 도부타민 5마이크로 걸고 있습니다
(준완) 에피 0.1로 올려 주세요
[준완의 한숨]
에피네프린 0.2로 올려 주세요
(마취과 의사1) 예, 알겠습니다
[준완의 한숨]
(석형) 저 먼저 들어갑니다
(승주) 어유, 데이트 가시나 보다
아니요, 엄마랑 저녁 약속요
(석형) 어, 이수연 산모 분만할 때 피 많이 흘렸는데 괜찮아?
(민하) 아, 지금은 피 나는 거 거의 없고요
헤모글로빈 팔로우업 했는데 9점대고
펄스도 90 정도로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괜찮겠네
고생해
[씩씩거린다]
[민하가 칭얼거린다]
[준완의 한숨]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의 한숨]
[준완의 한숨]
[무거운 음악]
[버튼 조작음]
(훈 부) 여보
어, 잠시 얘기 좀 하실까요?
[마우스 클릭음]
(간호사2) 선생님, 도재영 산모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한번 봐 주세요
네? 선생님
오늘 밤만 벌써 두 번째네요
예, 갑니다, 가요 [마우스 클릭음]
(민하) 제 마지막 환자가 될지도 모르니까
가야죠, 네, 아유
[임산부2의 힘겨운 신음] [심전도계 비프음]
[임산부2의 떨리는 숨소리]
(민하) 안녕하세요, 제가 좀 볼게요
[간호사2의 놀라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놀라는 숨소리]
(간호사2) 산모님, 도재영 산모님, 정신 차리세요
(민하) 플라센탈 어브럽션 같아요, 어떡하지?
[민하의 다급한 숨소리]
[임산부2의 힘겨운 신음]
(민하) 제가 교수님들한테 노티할게요
[민하의 다급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민하) 교수님, 지금 도재영 산모 수술 들어가야 될 거 같아요
블러드 클롯도 엄청 나오고
아기 맥박 80에서 계속 회복 안 되고 있어요
교수님, 빨리 와 주세요, 빨리요
(석형) 빨리 수술방부터 잡아, 얼른
소아과 선생 콜하고
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민하의 다급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민하) 교수님, 지금 산모 초응급이라 수술방 좀 빨리 좀 열어 주세요
아기 죽을 거 같아요, 빨리요
산모 어브럽션 됐습니다
네, 피 많이 나고 있어요
네,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네, 네
[통화 종료음]
(민하) 선생님, 저 추민하인데요
30주 아기 플라센탈 어브럽션으로 위험합니다
당장 수술 들어갈 테니까 수술방에 어텐딩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네
[통화 종료음]
[임산부2의 힘겨운 신음]
[버튼 조작음]
[긴장되는 음악]
(석형) 어, 저, 아저씨
죄송한데요, 지금 산모가 응급이라 최대한 빨리 좀 부탁드릴게요
범칙금 나와도 제가 다 부담할 테니까요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택시 기사) 예
[석형의 한숨]
[엔진 가속음]
[휴대전화 벨 소리]
민하야, 지금 당장 누구라도 불러다가 아기 꺼내야 돼
(민하) 저밖에 없어요
펠로우 선생님도 응급 씨섹 중이고
치프 선생님은 부인과 응급 수술 들어갔어요
교수님, 어떡해요? 산모님 죽으면 어떡해요?
[한숨]
나 5분
내려서 올라가는 시간까지 합쳐서 7분이야
그사이 아기 꺼내야 될 수도 있어
할 수 있지?
[심전도계 비프음]
(민하) [흐느끼며] 제가 어떻게 해요? 저 겨우 2년 차인데
(석형) 그럼 아기랑 산모 다 죽일 거야?
뭐 해, 빨리 아기 안 꺼내고!
스피커폰으로 해 놔
내가 설명해 줄게
내가 다 알려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시작해
할 수 있어, 민하야
정신 똑바로 차려 [무거운 음악]
[민하의 떨리는 숨소리]
[민하의 떨리는 숨소리]
(마취과 의사2) 빨리요, 산모 BP 떨어집니다
[민하가 심호흡한다]
[어두운 음악]
[문이 스르륵 열린다]
(석형) [가쁜 숨을 내쉬며] 산모 바이털 괜찮아요?
(마취과 의사2) 계속 블리딩 있는 거 같습니다
빨리 꺼내셔야 할 거 같습니다
(민하) [울먹이며] 교수님
(석형) 이제 내가 할게, 반대쪽으로 와
[긴장되는 음악]
[석형의 가쁜 숨소리]
(석형) 아기 나옵니다
[석형과 민하의 힘주는 신음]
[석형의 힘겨운 신음]
[석형의 가쁜 숨소리]
[아기 울음]
[승주의 안도하는 한숨]
(승주) 아기야, 고마워
선생님, 아기 살았어요
[민하가 흐느낀다] [석형의 한숨]
(석형) 퍼스트 레이어 할 거 주세요
[민하의 울음]
[잔잔한 음악]
수고했어
수고했어요, 추민하 선생
[민하가 연신 흐느낀다]
[민하가 훌쩍인다]
(준완) 다른 조건이 괜찮으면 이식하는 것도 방법인데
아기가 다른 조건이 좋지 않아요
유전적 질환이 의심되고
아기 뇌 상태도 좋지 않습니다
심장도 에크모 돌리면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제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무거운 음악]
우리 훈이 지금 너무 아픈 거죠?
[떨리는 숨소리]
이제 보내 줘야겠죠?
그렇죠, 선생님?
(훈 부) 여보
이제 그만
훈이 보내 주자
아기가 너무 힘들어
(준완) 이노트로픽스 더 올리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훈 부모가 흐느낀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누구세요?
(민하) 민하요
(석형) 어, 들어와
앉아 [문이 달칵 닫힌다]
내가 더러운 게 아니라 저분이 그러신 거야
[민하의 멋쩍은 신음]
뇌물이야?
(민하) 네
잘됐네
어차피 오늘 집에도 못 들어갈 거 같은데
[한숨]
교수님, 죄송해요
뭐가?
사실 제가 요 며칠
교수님 좀 밥맛이 아니신가 했거든요 [석형이 콜록거린다]
(민하) 생긴 거랑 다르게
되게 감성적이고 디테일하신 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 눈치는 좀 바가지시구나' 해서
속으로 욕 많이 했어요
[피식 웃는다]
내가 미안해
어, 돌아가는 상황을 대충 이해는 했는데
전공의들도 자기만의 룰이 있어서
너 힘든 거 아는데도
(석형) 내가 어떻게 개입해서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
그걸 잘 모르겠더라고
미안해
내가 못 챙겨서
정말 쪼끔
많이
엄청 섭섭했어요, 교수님
(석형) 그렇지
내가 부족한 게 많아
[숨을 씁 들이켠다]
다음에도 이런 일 생기면
음, 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할게
진짜 미안해
[훌쩍이며] 아니에요
저도 속으로 교수님 욕 많이 해서 괜찮아요
[함께 웃는다]
민하야
나는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보단
책임감 있는 사람이 좋아
(석형) 내가 택시 타고 오면서 몇 번 빨간 신호에 걸렸는데
그때마다 환자를 잃으면 네가 산부인과를 그만두게 될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넌
좋은 의사가 될 거야
[잔잔한 음악]
책임감 있게 도망 안 가고
최선을 다했어
너
오늘 너무 잘했어
감사합니다, 교수님 [훌쩍인다]
(석형) 가서 눈 좀 붙여
도재영 산모 관련 콜은 내가 받을게
교수님
(석형) 응?
떡볶이 잘 먹었어요
(민하) 좀 전에 한승주 선생님이 알려 주셨어요
(석형) 어, 어, 그래, 어
(민하) [살짝 웃으며] 저 미쳐서 발광하던 날
그래도 떡볶이도 사다 주고
제자 좀 잘 챙겨 주라고 말씀하신 분은 교수님밖에 없다고
[살짝 웃는다]
섬세한 우리 곰 새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피식 웃는다]
그래, 너 얼른 가 봐
그런 걸 왜 말을 안 해요?
알았으면 제가 욕을 좀 덜 했죠
욕이라도 해야 네 스트레스가 풀릴 거 아니야
(석형) 아, 얼른 가 봐
나도 좀 씻으련다
(익준) 잘 먹었습니다, 아빠
(정원) 아, 내가 낸다니까, 진짜
잘 먹었어 [문이 덜컹 열린다]
- (석형) 계산해 주세요 - (가게 주인) 네
- (석형) 포장도 같이요 - (가게 주인) 네
[잔잔한 음악]
(석형) 맛있게 드세요
잘 먹을게요
퇴근하다 다시 오신 거예요?
예, 추민하 선생 걱정돼서요
선생님이 잘 좀 챙겨 주세요
지금 엄청 힘들 거예요
네
- 아, 제가 줬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 (승주) 네
- (석형) 갑니다, 수고해요 - (승주) 네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재학) 어, 여보
밥은 먹었어?
어, 난 일이 좀 남았어
아, 좀 있다가 이쁜 아가 한 명이 하늘나라로 가거든
아가 배웅해야 돼
응
응
우리 주말에 보자, 여보
응, 고마워
사랑해
[통화 종료음] (석민) 아유, 아직도 신혼이시네
[재학의 한숨]
[석민의 힘주는 신음]
근데 사표 쓰신 건 어떻게 됐어요?
김준완 교수님은 뭐래요?
김준완 교수님은
다른 사람 사생활에 전혀 관심이 없으셔
[재학의 한숨]
지금도 기어이
방금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모진 말을 하러
가셨지
저, 지금 많이 힘드신데
이런 말씀 드리게 되어 죄송하지만
아기 심장
기증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훈 모의 당황하는 숨소리]
워낙 흔하지 않게 보는 병이고
이런 아이가 다음에 또 오게 되면 그땐
잃고 싶지 않습니다
(준완) 무리한 부탁인 거 알지만
훈이 심장을 기증해 주신다면
저희가 연구해서
두 번 다시 같은 병으로 죽는 아기가
[훈 모가 흐느낀다]
없게 하겠습니다
[무거운 음악]
어렵겠지만
마음의 결정
부탁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심전도계 비프음]
[훈 부가 흐느낀다]
[심전도계 정지음]
[심전도계 소리가 멈춘다]
조문정 아기
사망 시간
23시 05분
[훈 부모가 흐느낀다]
(훈 부) 훈아
아빠가 미안해
[훈 모가 오열한다]
미안해, 아빠가
(신부) 안드레아, 날짜 정했어?
(정원) 신부님 어, 연말까지는 수술이 꽉 차서
12월 말은 돼야 될 거 같은데 가능할까요?
(신부) 될 거 같은데?
거기 너 상황 잘 알아서
스케줄 얘기하면 가능하다고 할 거 같아
(정원) 아, 바쁘신데 제 일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어머니는 제가 계속 설득하는 중입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통화 종료음]
[한숨]
(병원장) 도재학 선생이 무슨 일로?
아, 김준완 교수님한테 말씀드렸는데
바쁘신지 그 후로 별 얘기가 없으셔서요
(병원장) 음, 그거?
잘 정리됐어요, 못 들었나?
아, 그, 사표 수리된 건가요?
뭔 사표?
(병원장) 도재학 선생 징계 주는 거 감봉 3개월, 그거 잘 해결됐어
예?
정말요?
(병원장) 네
그거 CS 과장 선에서 커트됐어요
아, 이 CS는 흉부외과 흉부 CS
전공의 관련해서는 과별 과장이 최종 결정권이 있는데
CS 과장이 결재 올라온 거 반려시켰어요
그래서 없던 일로 됐는데
아직 몰랐어요?
우리 과는 과장님이 안 계신데요?
생겼어요, 최근에
막
[휴대전화 벨 소리]
(병원장) [힘겨운 목소리로] 여보세요
누구세요?
교수님, 저 준완이인데요
(병원장) 뭐야, 이 시간에?
저 과장 할래요, 과장 시켜 주세요
(병원장) 이 무슨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놀라며] 야, 너, 너 진짜 한다 그랬다?
나중에 딴소리하면 안 돼, 알았지?
예, 주무시는데 죄송해요
내일 병원에서 뵐게요
[통화 종료음] [준완의 한숨]
(병원장) 그리고 준완이 김준완 교수가 보호자랑도 통화했어요
그냥 사과만 받고 없던 일로 하기로
사과도 김준완 교수가 했어요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레지던트인데
자기가 책임지고 앞으론 이런 일 없게 하겠다고
라뽀가 잘 형성됐던 모양이에요
아이고, 김준완
자기 제자들한테는 또 엄청 잘해요
스승한테나 잘하지
[병원장의 웃음]
[한숨] [잔잔한 음악]
[심호흡한다]
(준완) 누구세요?
(재학) 재학이입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준완) 너 검정 양복 있어? [재학이 훌쩍인다]
(재학) 예
빨리 갈아입고 와, 1층에서 보자
[문이 달칵 닫힌다]
[재학이 흐느낀다]
[초조한 숨소리]
(익준) 어...
최종적으로
전이된 건 없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안도한다] [잔잔한 음악]
[사람들의 웃음]
[남자1이 흐느낀다]
- (여자2) 감사합니다 - (여자3) 감사합니다
[울먹이며] 아빠, 됐어, 어? 됐어
(여자2) 우리 아빠 이제 밥 먹을 수 있겠다
[여자2의 웃음] (남자1) 응, 줘
[함께 웃는다]
(익준) 결과를 보니까 가슴, 뼈, 머리 전이 없이 괜찮네요
너무 잘됐고요
일정대로 수술 잘 받으시면 될 거 같아요
그리고 크기도 작고 초기에 발견했기 때문에
수술받고 관리도 잘 받으시면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 (여자1) 아이고, 고맙습니다 - (여자3) 감사합니다
[저마다 감사 인사를 한다]
[익준의 웃음] (여자2) 아빠, 밥 먹자
(남자1) 그래그래 [사람들의 웃음]
(여자3) 아빠, 잘됐어
- (남자1) 나만 먹어? - (여자2) 응, 그럼
(여자5) 아유, 축하합니다
(남자1) 아유, 고맙습니다
(여자5) 잘됐네, 정말, 아유
- (여자2) 감사합니다 - (남자1) 고맙습니다
[남자1의 웃음]
(남자4) 어르신, 축하드립니다
(남자1) 아유, 예, 고맙습니다
(남자4) 이제 치료만 잘 받으시면 되겠네요
[사람들의 웃음]
(남자1)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여자6) 아, 저기요, 보험 전화했어요?
그거 어떻게 하냐면...
(여자2)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버지 이 방 오시고 기운 많이 차리셨어요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남자1) 고맙습니다
(여자6) 에이, 우리가 뭐, 한 게 있나?
옆에서 수다나 떨었지, 뭐 [여자6의 웃음]
(여자2) 아니에요
우리 정신없을 때 옆에서 얘기 많이 해 주시고
용기 많이 주셔서
지난 며칠 버텼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사람들의 웃음] (남자1) 고마워요
(남자5) 아, 그럼 파티 합시다, 파티
- (남자1) 어, 파티, 파티! - (남자4) 파티 합시다! [사람들의 웃음]
(남자1) 파티 하자!
[익준의 탄성]
(여자7) 아, 잘됐다, 진짜
- (임산부2) 여보 - (남자6) 어?
(임산부2) 선생님들 오셨는데 주스라도 드려
(남자6) 아, 어, 그럴게
(석형)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희 오늘 많이 마셨어요
어제 배 많이 아팠죠?
지금 어떠세요?
(임산부2) 괜찮아요
어제보다 한결 나아졌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랑 우리 아기 살려 주셔서
그 인사는 제가 아니라
우리 추민하 선생님한테 하셔야 될 거 같은데
선생님
감사합니다
(임산부2) 제가 그동안 너무 못살게 굴었죠?
죄송해요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산모님
산모님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민하) 이렇게 산모님도 아기도
괜찮아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임산부2가 흐느낀다]
감사합니다
왜 울어?
[부드러운 음악]
[남자6이 흐느낀다]
[살짝 웃는다]
(겨울) 안녕하세요
(정원) 네,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찍 퇴근하네요?
네, 약속이 있어서요
(정원) 추민하 선생님?
(겨울) 아니요
먼저 가 보겠습니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달칵 닫힌다]
(친구들) 안녕, 안드레아
(익준) 천사를 보셨나?
[정원이 살짝 웃는다] 하, 뭘 이렇게 멍을 때리고 있어?
(송화) 추워, 얼른 타
(정원) 어
(익준) '암입니다'
라는 말에 온 가족이 모두 정지
(송화) 가족들한테는 청천벽력이지
드라마에서나 들어 본 말인데
근데 오늘 그 가족이
전이가 안 됐다는 말에 파티 하기로 했대
어머, 진짜?
(익준) 어, 같은 방 사람들이랑
(정원) 아직 수술도 안 했는데?
(익준) 응
화목한 집이네? 부럽다
(익준) 엄청 화목해
딸만 둘인데 딸들이 아빠 입원한 후로는
회사도 안 가고 독서실도 안 가고 아이고, 참
온 가족이 올 스톱해서 아빠만 챙기는데
하, 쯧, 물론 상황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참 보기 좋더라
이게 가족인가 싶고
간만에 나도 아빠한테 전화했네
(석형) 나도 좀 전에 수술하고 회복 중인 산모 보고 왔는데
남편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더라
와이프 애틋해하고 사랑하는 게 막 보여
내 가슴도 몽글몽글해지더라
(익준) 재혼해
- (석형) 너나 해 - (익준) 응
준완이는?
아, 약속 있대, 오늘은 우리끼리 하래
(익준) 야, 참
얘 완전히 빠졌네, 완전히 빠졌어, 얘
야, 도대체 어떤 여자를 만나길래
얼굴 한번 보고 싶다, 야, 씨
(송화) 그럼 오늘은 익준이 손도 그렇고 준완이도 못 온다니까
연습은 다음에 할까?
뭐, 뭔 소리야?
야, 나 손가락 괜찮아
야, 그리고 네가 처음에 꽁꽁 그렇게 묶지만 않았으면
예전에 나았어
하여튼 이 병원은 과잉 진료가 문제야, 아유
뭐라니?
너 때문에 나 결혼식 30분 늦었거든?
(익준) 아, 그러게 알지도 못하는 사람 결혼식은 왜 가냐?
(송화) 그래서 너 때문에 늦었잖아
(익준) 나도 너 때문에 손 다 안 나았잖아
(송화) 하여튼 저건 진짜 도와줘도
너 내 방에 오지 마
(익준) 참 나 너도 내 방에 오지 마라, 그러면
[석형의 놀라는 신음] - (익준) 어? 왜, 왜? - (정원) 왜?
(석형) 아무것도 아니네
[익준과 송화의 못마땅한 신음] [잔잔한 음악이 연주된다]
♪ 창밖으로 하나둘씩 ♪
♪ 별빛이 꺼질 때쯤이면 ♪
♪ 하늘에 편지를 써 ♪
(익준) ♪ 날 떠나 다른 사람에게 갔던 ♪
♪ 너를 잊을 수 없으니 ♪
♪ 내 눈물 모아서 ♪
♪ 하늘에 ♪
♪ 너의 사랑이 아니라도 ♪
♪ 네가 나를 찾으면 ♪
♪ 너의 곁에 키를 낮춰 눕겠다고 ♪
♪ 잊혀지지 않으므로 널 ♪
♪ 그저 사랑하겠다고 ♪
♪ 그대여, 난 기다릴 거예요 ♪
♪ 내 눈물의 편지 하늘에 닿으면 ♪
♪ 워 ♪
♪ 언젠가 그대 돌아오겠죠 ♪
♪ 내게로 ♪
♪ 난 믿을 거예요 ♪
♪ 눈물 모아 ♪
♪ 너의 사랑이 아니라도 ♪
♪ 네가 나를 찾으면 ♪
♪ 너의 곁에 키를 낮춰 눕겠다고 ♪
♪ 잊혀지지 않으므로 널 ♪
♪ 그저 사랑하겠다고 ♪
(익준) ♪ 그대여, 난 기다릴 거예요 ♪
♪ 내 눈물의 편지 하늘에 닿으면 ♪
♪ 워 ♪
♪ 언젠가 그대 돌아오겠죠 ♪
♪ 내게로 ♪
- (훈 모) 선생님 - (재학) 저기...
(익준) ♪ 그대여, 난 기다릴 거예요 ♪
♪ 내 눈물의 편지 하늘에 닿으면 ♪
♪ 워 ♪
♪ 언젠가 그대 돌아오겠죠 ♪
♪ 내게로 ♪
♪ 워 ♪
♪ 난 믿을 거예요 ♪
♪ 눈물 모아 ♪
[훈 모가 흐느낀다]
[한숨]
[사이렌이 울린다] (구급대원1)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긴장되는 음악] 어지럼증이나 구토 증상은 없으세요?
환자분, 시야는 좀 어떠신가요?
[차 문이 달칵 닫힌다]
- (구급대원2) 자, 내립니다 - (구급대원1) 네
(구급대원1) 환자분, 지금 기분 좀 어떠세요?
환자분
[심전도계 경고음] [광현의 거친 숨소리]
[석형이 흐느낀다] [무거운 음악]
[힘겨운 신음] [리드미컬한 음악]
[잔잔한 음악] 내가 울면서 무릎 꿇고 부탁드렸거든
하루를 살더라도 행복하게 살자고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기 때문에 의식을 생각할 단계는 아니고
지켜봐야 될 거 같아
진짜 불안해 죽겠다
이사장님 우울증 초기시라는 거 같아
어?
세레벨럼에 ICH가 생기고 의식 잃고 쓰러진 거 같아
저기, 괜찮으세요?
[비명]
무슨 일이에요?
[놀라는 숨소리] 왜, 왜?
상태가 정말 안 좋네요
어떡하죠? 시간이 없는데
제 잘못입니다
제가 책임지고 해결하겠습니다
[부드러운 음악] 비도 오는데 드라이브나 갈까?
오늘 저녁에 약속 있으시다면서요?
넌 결혼 생각은 전혀 없구나?
남자가 계속 결혼하자고 하고
뭐, 익순이도 이런 생각 바꿀 만큼 좋아했으니까
근데 오빠, 우리 이런 대화 아무 의미 없는 거 알죠?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어? 겨울이다
아니, 그렇게 거짓말 치고 따뜻한 말 한마디 안 해 주는데
그래도 좋아?
딱 한 달
한 달만 있으면 진짜로 끝이야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