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1.7
[긴장되는 음악]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간 상태 어때요? 출발했어요?
(겨울) 교수님, 어떡하죠?
무슨 일 있어요?
도너 간이 너무 두껍습니다
[어두운 음악]
간이 500g은 넘어 보이고 AP도 8cm 정도 됩니다
[한숨]
어떡하죠, 교수님?
[한숨]
[한숨]
[긴장되는 음악]
[한숨]
너무 커서 안 될 것 같습니다, 교수님
포기하시는 게...
아니요, 그래도 진행합니다
진행할게요
[통화 종료음]
[한숨]
(익준) 어?
(윤복) 안녕하세요
(익준) 뭐야, 아직 안 갔어?
네
단원 장홍도 화백님은 가셨고?
네, 조금 전까지 계셨...
아니, 아니, 있었는데 방금 갔어요, 방금
(익준) 응 [피식 웃는다]
알았어, 너도 얼른 가
네
간 이식 수술 볼래?
[당황하는 신음]
네
컴 온
(윤복) 어? 감사합니다
[살짝 웃는다]
[긴장되는 음악]
[버튼 조작음]
(익준) 아기가 간 이식을 받을 경우 사이즈가 제일 중요해
간이 너무 크면 수술 결과에 아주 치명적이거든
그래서 보통 아기들은 뇌사자의 간을 반으로 잘라서 주게 되는데
이번엔 기증자의 간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반으로 잘라도 여전히 아기한테 너무 큰 거지
지아 이제 겨우 생후 6개월이거든
(윤복) 그럼 지아 수술 못 하는 거예요?
다음에 수술하는 거예요?
(익준) 다음은 없어
담즙 배출이 안 돼서 간경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고
어제는 피까지 토하고 혈변까지 봤다니까
아마 일주일 넘기기 힘들 거야
- (윤복) 그럼 뭐야, 어떡해? - (익준) 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윤복) 어? 아, 아, 죄송합니다
그럼 어떡해요, 교수님?
수술도 못 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면 살기 힘든데
어떡해요?
수술해야지
잘라 온 간이 너무 크다면서요
한 번 더 자르면 돼
- (윤복) 뭐? - (익준) 어, 뭐? [익살스러운 음악]
(윤복) 아, 아, 아, 정말 죄송합니다
[한숨]
그, 간을 한 번 더 자른다고요?
(익준) 응
그 잘라 온 간을 다시 또 반으로 자르는 거야
[놀라는 숨소리]
가끔 있는 일이야
물론 아주 어려운 수술이지
[탄성]
그래도 해야지, 뭐
쉬운 수술은 아니지만 마지막 방법이자 유일한 방법이니까
아기를 살리기 위한
[차분한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지아 부모가 기도한다]
[지아 부가 훌쩍인다]
(간호사들) 셋, 셋, 셋
(정원) 간 나갑니다 [간호사들이 계속 카운트한다]
(익준) 아이고, 우리 아기 힘들었겠다
저 간으로 어떻게 버텼을꼬, 쯧쯧
대단하네, 지아
(간호사들) 일곱, 여덟, 아홉, 열
[문이 스르륵 열린다]
(간호사1) 간 도착했습니다
[겨울의 가쁜 숨소리]
(정원) 감사합니다, 장겨울 선생, 고생했어요
근데 병원 앞 신호등이라더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요?
뛰어왔어요?
(겨울) 다행히 차가 안 막혀서
근데 다 와서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뛰어왔습니다
아, 아니, 안 뛰고
빠르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습니다
조심해서 안전하게 왔습니다
(익준) 야, 장겨울
진짜 잘했어
[겨울의 웃음] [잔잔한 음악]
[정원이 숨을 씁 들이켠다]
(펠로우) 이제 다 된 거 같은데요, 교수님
(정원) 네, 고생하셨어요
[정원의 한숨]
[숨을 씁 들이켠다]
[힘겨운 신음]
[송화가 숨을 후 내쉰다]
- (치홍) 준비 다 됐습니다, 교수님 - (송화) 어
[물이 조르르 나온다]
다음 EVD 생기면 네가 한번 해 볼래?
네?
3년 차면 할 때 됐지
(송화) 잘 준비해
감사합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정원) 리버 절제해서 블리딩 많아요
포셉 빨리 주세요
석션
[정원의 한숨]
시간 좀 걸리겠는데, 익준아
(익준) 어, 내가 나가서 보호자분한테 말씀드릴게
[버튼 조작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정원) 출혈 많습니다, 선생님
(마취과 의사1) 네, 아직은 괜찮습니다
(정원) 하, 집중해요
석션 제대로 해 줘야 돼요
시야 확보 안 됩니다
(겨울) 네
(정원) 탭 주세요
[무거운 음악]
[지아 모의 다급한 숨소리] [버튼 조작음]
[지아 부의 다급한 신음] (지아 모) 아, 선생님
우리 지아 살았어요?
(지아 부) 수술 잘됐습니까, 선생님?
(정원) 음, 네
수술 잘됐어요
[지아 부모가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잘 끝났는데 왜 우세요?
지아가 잘 버텨 줬어요
[정원이 살짝 웃는다]
울지 마세요, 누가 보면 제가 수술 잘못한 줄 알겠어요
(지아 모)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 은혜 정말 안 잊겠습니다
(정원) 예상보다 출혈이 많아서 어려움이 좀 있었는데
다행히 대처가 잘됐고요
지금 안정적인 상태로 곧 중환자실로 나갈 겁니다
어, 간이 잘 들어갔으니까 이제 기능만 잘하면 되는데
수술 잘됐으니 지아 회복 잘할 거예요
(지아 부) 감사합니다
(정원) 그동안 많이 힘드셨죠?
고생 많으셨어요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도 우리 지아
운 좋게 뇌사자가 생겨서 이렇게 살았어요, 선생님
(지아 모) 정말 기적이에요, 기적
(지아 부) 다행히 젊은 사람이라서 그것도 정말 잘됐고요
이게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지아 모) 감사합니다
전 수술밖에 한 게 없어요
네?
진짜 감사는 그분에게 하세요
- (지아 부) 아, 누구... - (지아 모) 누구요?
22세 여자
큰 키에 마른 체형
교통사고 환자
[무거운 음악]
간 주신 분요
지아에게 간 주신 분
(정원) 그분이 누군지 규정상 자세하게 알려 드릴 순 없지만
그분 덕에 지아 산 겁니다 [지아 부가 흐느낀다]
하, 정말 부끄럽습니다, 선생님
저 평생 그분께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제가 제 새끼한테만 정신이 팔려서
- (지아 모) 정말 죄송합니다 - (지아 부)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두 분 마음도 다 이해해요
그래도 앞으로 지아 생일 돌아오면
그분한테 감사하다고
마음으로 인사 한 번만 해 주세요
(지아 부) 네, 감사합니다
(지아 모) 감사합니다
(정원) 그럼 전 이따 중환자실에서 뵐게요
(지아 부) 네
감사합니다
[카드 인식음]
[지아 부모가 흐느낀다]
[밝은 음악]
(민하) 네, 네, 아, 네
그러면 이 부분이랑 영상이랑 같이 해서 보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네, 그렇게 할게요, 네
[통화 종료음] (여자1) 그래도 걱정이 돼서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수축 조절도 잘됐고 아기 컨디션도 좋아요
괜찮아요
(여자1) 약은 계속 써야 하나요? [전화벨이 울린다]
(은원) 음,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약 쓰는 건 괜찮습니다
제가 설명을 다시 해 드릴게요
(간호사2) 잠시만요
박미정 산모 아까 경부 길이 얼마라 그랬지?
- (간호사3) 잠시만요 - (민하) 1.5시엠요
[민하가 살짝 웃는다] [간호사2가 통화한다]
(석형) 추민하 쌤
(민하) 네, 교수님
(석형) 지금 씨섹한 환자 수술할 때 수축 안 좋아서 피 많이 났어
나오면 수축 괜찮은지 잘 봐 패드 잘 확인하고
(민하) 네, 알겠습니다
(남자1) 선생님, 저, 와이프가 지금 진통이 너무 심하다는데
이거 어떡하죠?
(민하) 아, 제가 5분 전에 내진했는데 경부 변화가 전혀 없어요
좀 있다가 보고 진행 있으면 무통 해 드릴게요
(남자1) 저기, 그래도 한 번만 가 보시면 안 될까요?
네
- (간호사3) 추민하 선생님 - (민하) 네?
(간호사3) 신효정 산모 리토드린 12가트로 쓰고 있는데
엄마 타키카디아 있어요
(민하) 아, 8가트로 줄이고요
1시간 있다가 바이털 팔로우업 해 주세요
(간호사3) 네
(은원) 아기 컨디션 보고
아기를 엄마 배 속에 더 오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여자1의 탄성]
(여자1) 그럼 혹시 아기가 나오면
다른 애들보다 더 허약하다든지 그런 건 아닐까요?
[은원이 살짝 웃는다] 오래 못 살 거나
(은원) 아니요, 그런 건 없어요
저희 엄마도 저 임신했을 때 엄청 고생했대요
(여자1) 오, 그래요?
전 어땠냐면요
(은원) 엄마가 당뇨가 있는데 덜컥 임신이 된 거예요
(여자1) [놀라며] 당뇨?
(간호사2) 서정원 산모 에피사이트 괜찮던데요? 그렇죠?
(민하) 예, 제가 오전에 확인했어요
헤마토마도 없고 괜찮아요
(간호사3) 선생님, 여기 NST 좀 봐 주세요
정민경 산모 디셀 있어요
하이드레이션 좀 해 주시고요
어, 엄마 라테랄 하고 오투 나잘로 3리터 주세요
(간호사3) 네
(간호사2) 선생님
(은원) 제 여동생은 조산을 했는데요 성격이 진짜 진짜 낙천적이에요
저는 산부인과 의사라도 오히려 막 걱정되고 그러는데
자기는 아기 일찍 봐서 좋다고
(여자1) 어머, 그래요?
(은원) 네 [은원의 웃음]
- (여자2) 선생님 - (민하) 네?
(여자2) 저 너무 배가 고픈데
밥 먹어도 돼요?
어, 태동 검사 한번 보고 먹을게요
(민하) 잠시만요, 검사해 드릴게요
(은원) 건강하게 태어나서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어요
그 조카가 벌써 두 살인데
- 사진 보실래요? - (여자1) 아, 네
명은원 선생님
(은원) 아, 네?
신하윤 산모 태동 검사 해야 되고요
정민경 산모 디셀 있어서 체크도 해야 돼요
이따 씨섹도 두 건이나 있어서 수술 준비도 해야 되고 바빠요
아, 네, 알겠습니다
[민하의 한숨]
우리 선생님은 성격이 참 똑 부러지시는 거 같네요
[어색한 웃음]
그럼
(민하) 아, 예 [민하의 어색한 웃음]
선생님, 어, 저 좀 전에 씨섹한 산모 패드 좀 보고 올게요
(간호사2) 네
(승주) 아이고, 곰과 여우의 대결이구먼
누가 여우예요?
딱 보면 몰라?
[카드 인식음]
(은원) 교수님 [의미심장한 음악]
정민경 산모 디셀 있어서 체크하려고요
오투 나잘로 3리터 하면 되죠?
네
[무거운 효과음] 네
[겨울의 초조한 숨소리]
(홍도) 왜 안 오세요?
(윤복) 제가 내려간다고 할 걸 그랬어요
(겨울) 교수님 소확행이야
배달하는 분이랑 수다 중일 거야
[문이 달칵 열린다] 어?
교수님, 빨리빨리 오셔야죠 배고파 죽겠는데
(익준) 야, 넌 의사라는 사람이, 어?
죽는다는 소리가 그렇게 쉽게 나온다, 그렇지?
[익준이 피식 웃는다]
야, 우리, 저 홍도랑 윤복이 많이 먹어
많이 먹고 우리 외과 와야 된다
(홍도와 윤복) 네
(익준) 씁, 자, 먹고 안 오면 먹튀다
(홍도와 윤복) 네
(겨울) 저 베이컨더블 먹어도 돼요?
제 최애 샌드위치라
(익준) 아이, 진짜, 씨, 쯧
어, 두 개 먹어, 두 개 먹어
(겨울) 네, 그럴 거예요
그래도 좀 남을 거 같은데
그래서 내가 한 명 더 오라고 했지
[부드러운 음악]
[익준의 웃음]
(익준) 아, 그, 정원이는 지금... [문이 달칵 열린다]
(준완) 샌드위치라고? 좋지
아, 뭐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준) 뭐긴 뭐야, 꽝이지
야, 넌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아이고, 참
(겨울) 안녕하세요
(홍도와 윤복) 안녕하세요
(준완) 예, 예, 앉아요, 앉아
근데 내가 꽝이야? 왜 꽝이야?
(익준) 그냥 꽝이야, 그렇게 됐어
얼른 먹어 안 그러면 장겨울이 다 먹어, 자
아유, 오랜만이다
견우와 직녀
전에도 그렇게 부르셔서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지, 아, 무슨 화가 이름이었는데
마네, 모네 [익준의 웃음]
홍도와 윤복이요
(준완) 아, 맞는다
아, 진짜 미안해 우리 와칸다까지 했는데
- 미안해 - (윤복) 아니에요
그리고 마네와 모네는 제 사촌들 이름요
(익준) 뭐? 진짜?
(윤복) 네
[익준이 캔을 달칵 딴다]
설마 마네하고 모네하고 쌍둥이는 아니지?
쌍둥이인데요
(함께) 일란성 쌍둥이
다섯 살
(준완) 뭐야, 이구동성이야?
[광현의 힘주는 신음]
(재학) 도사님
[재학이 살짝 웃는다]
여기 물이랑 드세요
(석민) 식사가 늦으시네요?
(치홍) 예, 냅킨
(광현) 어, 응급 환자가 있어서
아, 근데 이렇게는 어떻게 친한 거야?
(재학) 아, 여, 여긴 같은 치프에 본 지 오래됐고
여기 안치홍 선생은 석민 쌤이 제일로 아끼는 후배
예? 제가요?
그래요? [치홍의 웃음]
'후배였으면 참 좋겠다'라고 항상 얘기를 해 가지고 잘 아는데
씁, 아니 근데 안 대위님은 진짜 왜 관둔 거야?
여자 문제 맞지?
(재학) 아, 말 좀 해 봐, 어? [치홍의 웃음]
아, 별일 아니에요
나중에,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석민) 카, 나도 저래야 되나 봐요, 네?
은근 신비감 있지 않아요?
(민하) 교수님
뭘 좋아하실지 몰라 다 준비했어요
아아, 뜨아, 라테
(겨울) 안녕하세요
(광현) 아, 오늘은 또 무슨 얘기를 해 줘야 하나?
추, 추민하 선생, 얼굴빛이 왜 그래요?
네?
잿빛이야, 무슨 일 있어요?
파운데이션 25호요
이게 색이 좀 어두워요
그래도 너무 어두운데
목이랑 얼굴 색깔이 너무 달라요
흑진주 메이크업이야
태닝한 효과를 줘서 얼굴이 매우 작아 보인다고요
올여름 휴가 못 가서 태닝한 사람처럼 보인다고요
[민하의 못마땅한 숨소리]
(석민) 저, 근데 둘은 어떻게 친해요?
전공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른데
둘 다 아미예요 [민하가 호응한다]
군대 동기야?
안치홍 선생 후배네
아, 그 아미가 아니라, 그 씁, 아미가...
인터넷 어제 개통했어요?
어, 내가 어제 한국에서 제일 빠른 ADSL 메가패스
[웃으며] 그거 했지
그, 도토리 있는 거 없는 거 싹 다 팔고
KTF 비기 알, 그거 다 써서
[재학의 웃음]
[민하의 어색한 웃음]
(민하) 뭔 말이야?
(석민) 예, 그, 예, 두 사람 방탄 팬이구나?
제 여동생도 완전 팬이에요, 예
네, 팬클럽에서 만났어요
(광현) 참, 요즘 전공의들 진짜 시간 많다, 어?
팬클럽도 하고 식당에서 수다 떨 시간도 있고
나 때는 말이야...
(치홍) 교수님, 라테 드세요, 예
- 라테 - (치홍) 네
식당이 뭐야?
밥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
[광현이 손가락을 탁 튕긴다] 오늘은 나 전공의 때 얘기를 좀 해 줄까?
- (석민) 안녕히 계세요 - (민하) 네
(광현) 했는데
걔들, 공룡 능선, 걔들
어? 첫사랑, 옛사랑
어, 사랑 얘기를 좀 해 줘야겠다
[광현의 헛웃음]
[숨을 씁 들이켠다]
난 딱히 관심 없는데
[아련한 음악]
(광현) 익준이랑 준완이는 항상 연애 중이었지
둘 다 인기 많았어
씁, 여자 친구 없는 날이 별로 없었던 거 같은데
(민하) 와, 정말요? 대단하다
자, 다음, 양석형 교수님은요?
석형이 거의 연애 안 했지
결혼도 부모님이 정해 주는 여자랑 했고
그리고 1년도 안 살고 헤어져서 미국 바로 갔는데
(광현) 거기서도 공부만 했대
[민하의 탄성]
석형이 요즘 연애한다
완전 열애 중
네? 누구랑요?
텔레비전이랑
[한숨]
(광현) 어떤 여자도 TV 못 이겨
[안도하는 한숨]
채송화 교수님은요?
학교 때 CC였어요?
어, 송화 CC였지
아, 이익준 교수님이랑?
(광현) 익준이? 아니, 걔들 진짜 그런 사이 아니야
송화 1학년 겨울부터인가 2학년부터인가
아무튼 CC 오래 했어
선배랑 꽤 오래 사귀었을걸?
한 3, 4년 넘게 사귀었고 그 뒤로도 연애는 좀 했어
결혼할 마음이 없어서 그렇지
안정원 교수님은요?
(광현) 음...
정원이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면
일단 하느님부터 이기고 와
(재학) 에이, 하느님을 어떻게 이겨요? [한숨]
그런 여자가 있으면 얼른 마음 접어야지
어디, 어? 하느님이랑 컴피티션을 해?
[재학의 익살스러운 신음]
[재학이 혀를 쯧 찬다]
장겨울 선생
불자구나?
아, 이거, 이거 그럼 이런 얘기 많이 불편하지?
하, 하지 말자
그래, 하지 마 [잔잔한 음악]
하, 하, 하지 마
[치홍이 중얼거린다]
[치홍의 한숨]
[치홍의 놀라는 숨소리]
안 자고 뭐 해요?
EVD 공부요
EVD?
그거 우리 맨날 하는 거잖아
IVH 환자 생기면 제가 첫 집도 하기로 했습니다
[웃으며] 뭐야?
아직도 첫 집도 안 했어요?
아, 교수님 너무하시네
나는 2년 차 때 했지롱
[치홍의 웃음]
파이팅
네
(치홍) 아마 무진장 깨질 거예요, 어
그래도 파이팅
네
(석민) 채송화 교수님
한 번 실수는 봐주는데
두 번 실수는
[입소리를 끽 낸다]
[입소리를 끽 낸다]
그래도 파이팅
(치홍) 네
[석민의 하품]
나도 파이팅
[석민의 한숨]
[재학의 한숨]
(명태) 왜, 샤워도 하지 그래?
[물이 뚝 멈춘다]
(재학) 어, 천명태 교수님 [버튼 조작음]
죄송합니다 [물이 솨 나온다]
(명태) 수술 있어?
예, 김준완 교수님 VSD 수술 있습니다
[물이 뚝 멈춘다] (명태) 둘이 완전 아삼륙이구먼
아...
예
절 예뻐하십니다
[손을 쓱쓱 문지른다] (명태) 너 칭찬 많이 하더라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재학) 가, 감사합니다
(명태) 응, 가 봐
(재학) 아, 예
뭔 일이래? 욕도 안 하고
(준완) 일단 좌심실하고 우심실 사이 중간 벽에 있는 구멍을 막아 줄 거고요
VSD 막고 나서도 여전히 승모 판막에 역류가 심하면
그것도 고치고 나올 겁니다
아, 시간은 예상대로라면 5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남자2)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준완) 네, 이따 뵙겠습니다
[버튼 조작음] [물이 솨 나온다]
[차분한 음악] [버튼 조작음]
[심전도계 비프음]
(재신) 우리 안 대위님 오늘 많이 혼나시겠네
(선빈) 코로날 수처 안 보이면 코커 포인트 잡는 거 완전 어렵지
들어가서 봐요, 동기잖아
아, 떨려서 못 들어가겠어요
저 할 때보다 더 떨려요, 아으
(송화) 코로날 수처 잘 보여?
(치홍) 다시 해 보겠습니다
(송화) 피가 묻어서 안 보일 수 있어
거즈로 닦아 가면서 찾아봐
(치홍) 네, 포셉
[치홍의 힘겨운 숨소리]
[기계 작동음]
(송화) 본 왁스 주세요
본 왁스 바르고 블리딩 컨트롤하면서 해
큐렛으로 뼈 넓힐 때도 블리딩 심할 수 있어, 조심해
(치홍) 네
큐렛
(송화) 조금 더 기울여 봐
아니, 아니, 조금 더 세우라고
어
[송화의 한숨]
수고했어
좌우 각도가 잘못됐나 보다
오늘 여기까지 하자
일단 다시 빼 볼까?
(치홍) 네
(송화) 이게, 이게 일직선으로 들어가야 돼
이너 캔터스를 보고 찔러야 되는데 그게 아직 미숙해서 그래
(치홍) 예, 죄송합니다
(송화) 많이들 하는 실수야, 다음엔 잘해
(치홍) 네
(송화) 베요넷 포셉 주세요
[어두운 음악]
15번 블레이드 주세요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이 발을 탕 구른다]
(준완) 또 컷스루 됐네
하, 몇 번째냐, 진짜
(재학) 이 판막이 너무 연해요 [준완의 한숨]
[준완이 도구를 탁 내려놓는다] [준완의 한숨]
(준완) 니들 더 작은 걸로 주세요
[준완의 한숨]
[어두운 음악]
여보, 9시간 넘게 걸렸어
원래 5시간이라 그랬잖아
[남자2의 한숨]
(여자3) 혹시
잘못된 건 아니겠지?
[준완의 한숨]
(준완) 그래, 같이 들어가자
(재학) 예
(준완) 음... [준완의 한숨]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요
저도 제 손을 자르고 싶었어요
네?
아유, 선생님
(준완) 수술 중에 심실중격 결손 막고
승모판 역류가 심해서 그거 성형하려고 했는데
조직이 너무 약하고 자꾸 찢어져서 역류가 점점 심해졌어요
예, 그랬는데 결론적으로 잘 끝났습니다
(여자3) 아, 아, 네, 감사합니다
(남자2) 고맙습니다
우리 창모 괜찮은 거죠?
(재학) 아, 중간에 피가 많이 나서 좀 힘들었는데
수술 잘 끝났습니다
[남자2의 웃음] (여자3) 그럼 우리 창모 언제쯤 볼 수 있나요?
승모판 역류를 최대한 줄여 줘서 지금 아기는 안정적인 편이고요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부터 3일 정도는 완전히 재울 거고요
(재학) 이따가 아기 중환자실 가시면 얼굴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
(여자3) [웃으며] 여보, 바로 볼 수 있대
(남자2) 어
- (남자2) 정말 고맙습니다 - (여자3) 감사합니다
교수님은 말을 두괄식으로 하세요, 두괄식으로 [물소리가 솨 들린다]
(재학) 응? 수술 결과부터 먼저 말씀하시라고요
잘됐는지 아닌지
의사는 보호자에게
수술실 안의 상황을 모두 말씀드려야 하는 의무가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다
두 번만 차분하게 말씀드렸다간 그, 보호자들 다 하트 어택 와요
[한숨]
[못마땅한 신음]
(재학) 아, 보면 참 사람 마음을 몰라
누가 사탕발림 말 하래요? [물소리가 뚝 멈춘다]
팩트를 말하되
일단 보호자 안심부터 시켜야 될 거 아, 아니야
[재학의 답답한 신음]
[정원의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야, 나 5살 때도 그거보단 덜 혼났다, 야
(정원) 그래, 김준완 너 진짜 말 좀 이쁘게 해
도재학 선생, 잘했어요
(재학) 교수님, 안녕하세요
(정원) 아, 네, 안녕하세요
(재학) 저,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정원) 아유, 아닙니다
넌 집에 안 가냐?
샤워했으면 빨리 집에 가!
[정원의 한숨]
낮에 장폐색 수술 한 아기가 있는데 수술 중에 피가 좀 나서
오늘 밤에 바이털 좀 지켜봐야 될 거 같아
하, 역시 소문대로 부처님이십니다
처음부터 수술을 깔끔하게 했어야지
아, 역시 소문대로
부처님 친구십니다
[정원이 살짝 웃는다]
저 천주교인데요
그렇죠?
저희 와이프가 독실한 천주교입니다, 예
역시 천주교 신자들이 하, 이 얼굴도 마음도 참 예뻐요
감사합니다
(정원) 야, 참
너희 과에 혹시 천명태 교수라고 계셔?
어, 있는데, 왜?
아니, 제약 회사 리베이트 건으로 투서가 들어왔대
골프장 회원권도 받고 [휴대전화 알림음]
(정원) 고급 식당도 선결제여서 공짜로 얻어먹고
뭐, 그랬나 봐
아, CS 교수들 거의 다 엮인 거 같은데
야, 넌 안 갔지?
[피식 웃는다]
[의미심장한 음악]
[헛웃음]
아, 그럼 동생이 골프장 주인인데 자주 가지, 안 가요?
근데 찌른 놈이 누구예요?
그건 알 필요 없으시고
XG&YU 법인 카드로 쳤다던데요?
아, 거기 직원이 잘못 결제한 거예요
아, 자주 같이 치고 그러다 보니까 잠깐 헛갈렸다고 하더라고요
거기 직원이 너무 죄송하다고
오늘도 카톡을 열 개 넘게 보내더라고요
[명태의 웃음]
병원장님 진짜 사람 참 쪼잔하게 만드시네
아, 그거 골프 그깟 돈 몇 푼이나 한다고
(병원장) 그깟 돈, 그 골프장 회원권이
2억이라면서요?
아, 그 골프장 주인이 제 남동생이고 저도 거기 회원이에요
아, 정말 아니라니까요
아이, 김준완 교수
은근 입 싸네
혼자 오버, 육버 다 하더니
결국엔 소설을 쓰셨네, 소설을, 참
[명태의 헛웃음]
[다가오는 발걸음]
[치홍의 한숨]
(석민) 땅 꺼집니다, 땅 꺼져요
아, 진짜 부끄럽네요 [웃음]
[석민의 한숨]
(석민) 선빈이는 첫 집도 할 때 자기가 먼저 손 번쩍 들었잖아요
못 하겠다고
자기가 이 환자 죽일 거 같다고
[치홍이 피식 웃는다]
나가요
술 한잔합시다
저 오늘 당직입니다, 못 가요 [치홍의 웃음]
아이고, 저런
저도 미치게 마시고 싶은데 하필 당직이네요
[함께 피식 웃는다]
(정원) 아직 안 갔어?
(준완) 아기는?
(정원) 지금은 괜찮아서
[문이 달칵 닫힌다] 이따 새벽에 다시 가 보려고
[정원의 힘주는 신음]
넌 천 교수랑 골프장 안 다녔지?
- 한 번 갔어 - (정원) 뭐? 갔어?
(준완) 야, 근데 거기 골프장 진짜 좋더라, 어?
공이 막 알아서 홀로 들어가
아씨, 아, 좀 피곤해지겠는데?
피곤할 일 없어, 내 돈 내고 쳤어
어떻게?
XG&YU 법카로 쳤다며 그 회사 회원권으로
치는데 느낌이 딱 찝찝하더라고
아, 천명태 교수 워낙 돈 많다 그러니까
그 양반 회원권으로 치는 줄 알았지
근데 나갈 때 계산하는 거 보니까 분위기가 좀 묘해
나가다가 다시 들어와서 직원한테 슬쩍 물어봤지
오늘 회사 법카로 친 거냐고
그렇다고 하길래 바로 그 자리에서 계산해서 돈 주고 나왔어
얼마를?
[자동차 시동 효과음] 거기 회원권 찾아보니까 제일 비싼 게 2억이더라
보통 한 20년 쓰니까 20 곱하기 365 하면 7천3백 [흥미진진한 음악]
2억을 7천3백으로 나누니까 하루에 2만 7천3백97원
(준완) 뭐, 올림 해서 2만 8천 원 [금고 열리는 효과음]
2만 8천 원에 그린피 15만 원
카트비 8만 원이니까 2만 원씩
캐디비 12만 원이니까 3만 원씩 해서
총 22만 8천 원 주고 나왔어
[금고 열리는 효과음]
왜 이래?
나 이래 봬도 이과 전교 2등 하던 놈이야
그래, 다행이다
(정원) 아, 난 또 네가 골프에 미쳐서, 씨
아무 생각 없이 어울려 다니면 어떡하나 했지
[피식 웃는다]
(준완) 정원아
난 지금
[부드러운 음악] 골프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와
간다
(정원) 얼씨구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재학) 저, 교수님, 가셨냐고요
교수님, 지난 주말에 골프장 가셨냐고요
(준완) 사생활이야, 사생활! 내 사생활, 진짜
왜 이렇게 꼬치꼬치 물어봐 쌓아? 물어보기를, 씨
아유, 귀찮아, 진짜
야, 너 요즘 많이 기어오른다
신경 꺼, 그만해
(재학) 그, 그, 그, 그, 그러니까 저, 지, 지난 주말에 뭐 했냐고요
[준완의 한숨]
아, 뭐 했어요, 주말에?
짜장면 먹었어
짜장면? 예?
불짜장 먹었다고, 됐어?
(재학) 잘했어요
[흥미로운 음악]
[화약 터지는 효과음]
(준완) 이 집 이름은 참 볼 때마다 패기 있어
부대에서 뭐라고 안 해?
사단장님도 여기 단골이에요
[화약 터지는 효과음]
(종업원1) 맛있게 드세요
(익순) 지난주 우리 먹었던 거보다 한 단계 아래예요
- (준완) 이게 몇 단계인데? - (익순) 4단계
[익순이 물을 조르르 따른다] (익순) 지난주가 5단계
오빠, 지난주에 괜찮았어요?
ER 갈 뻔했어
[익순의 웃음]
(준완) 나 매운 거 진짜 잘 먹는데 아, 지난주 건 쉽지 않더라
근데 이 친구도 만만치 않아 보이네
하, 이 집 불짜장은 정말 대한민국 육군의 비장의 신무기감이야
말조심해요, 여기 부대 앞이에요
(준완) [헛웃음 치며] 아, 뭔 상관이야?
내 여자 친구가 소령인데, 어?
여기 너보다 높은 사람 몇 명이나 있다고
엄청 많아요
내 위로 천지삐까리만큼 있어요
뭐, 중장, 대장, 뭐, 이렇게인가?
오빠
면제죠? [총소리 효과음]
(익순) 우리 부대에 스리 스타가 어디 있어요?
어쩐지 우리 오빠보다 훨씬 빨리 교수 되더라니
(준완) 어, 나 면제 맞아
어떻게, 내 지난 과거 한번 들려줘?
엄청 긴데
아유, 됐어요, 사정이 있었겠죠
근데 오빠 지금 나 짜장면 비벼 준 거예요?
(준완) 응
감동이다, 정말
하, 별걸 다
(익순) 뭐, 우리 오빠나
같이 사는 정원 오빠한테도 이렇게 해 줘요?
(준완) 어유, 미쳤어?
[익순의 웃음] 야, 각자 처먹기 바빠 죽겠는데 비벼 주긴 뭘 비벼 줘?
엄마한테도 안 비벼 줘
너니깐
비벼 주는 거야
[감미로운 음악]
[준완의 괴로운 신음]
[익순의 웃음]
- (익순) 진짜 맵죠? - (준완) 응
[문이 스르륵 열린다]
(희수) 응급 콜이에요, 아침부터?
(겨울) 아니요, 늦었어요, 지각
(희수) 회진까지 시간 좀 남았을 텐데?
(겨울) 아침밥 지각요, 저 아침밥 꼭 먹거든요
(재학) 어? 장겨울 선생이다
뭐야, 벌써 가을이야?
야, 가을이 온 거야?
(희수) [웃으며] 그렇죠?
저도 그래서 장겨울 선생님 보고 코트 꺼내 입었잖아요
무슨 말씀들이신지...
장겨울 선생님이 청남방 입기 시작하면 가을이고
흰 면티 꺼내 입기 시작하면 여름이고
(희수) 병원 사람들 세월 지나는 거 장겨울 선생님 보고 알아요
제가 인간 캘린더네요?
(희수) [웃으며] 네
(재학) 가시죠, 장겨울 선생
가을 온 거 알려 주셨으니까 아침은 제가 쏘겠습니다
밥을 사 주신다고요?
네
김준완 교수님이 카드를 주셨거든요
[희수의 놀라는 숨소리]
어제 줬는데 아직 안 돌려줬어요
[재학의 웃음]
요즘 뭐 좋은 일 있으신지 항상 기분이 좋으셔 가지고
자기 카드 없어졌는지도 모르실 거예요
빨리 가요 [재학의 웃음]
[재학과 희수의 웃음]
(치홍) 어, 메일 29세 환자로
MRI상에서 애스트로사이토마 의심되는 분입니다
튜머는 도미넌트 헤미스피어에 약 7시엠 정도 됩니다
오늘 오후에 내비게이션 CT 찍고 TFCA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자4) 선생님, 어려운 수술 아니죠?
주변에서 각성 수술 그거 큰 수술이라고 걱정들을 많이 해서요
뇌 수술에 쉬운 수술은 없어요
특히 각성 수술은 큰 수술 맞고요
김현수 씨 같은 경우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뇌종양이 정상 뇌 조직의 침윤을 보이고 경계가 모호해 보여서
(송화) 각성 수술이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제 경험상 김현수 씨는
뇌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부분들이
뇌종양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수술 중에 환자분을 잠시 마취에서 깨워서
환자분의 신경학적 증상을 확인하면서 종양을 떼려는 거예요
환자분은 나이가 젊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신경학적 후유증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수술 시간은 얼마나...
수술 시간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보통 7, 8시간 정도 생각하셔야 돼요
그리고 환자분이 깨어 있는 시간도 그때그때 다를 수 있지만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제가 종양 주변 뇌 기능들 빨리 파악해서
깨어 있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여 보겠습니다
간혹 트라우마 생기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예
수술 아직 하루 남았으니까
너무 무섭다거나 부담스러우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현수 씨 컨디션이 제일 중요해요
[한숨]
저는 아무렇게나 다 상관없어요
선생님 하라는 대로 할게요
(여자4) 현수야, 수술하면 일도 다시 하고 그럴 수 있어
네가 이렇게 처져 있으면 어떡해?
일을 다시 어떻게 해?
엄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송화) 왜요?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김현수 씨 경찰이라면서요
경찰 되기 얼마나 힘든데
그 어려운 시험도 통과하신 분이 이러시면 안 되죠
현수 씨, 잘 극복하실 수 있어요
(여자4) 선생님, 저는 경찰이고 뭐고 다시 안 해도 아무 상관 없으니까
우리 아들
살려만 주세요
네, 최선을 다할게요, 그럼
[한숨]
(익준) 신미진 환자 간 수치가 왜 이래?
ALT가 300이 넘었네?
빌리루빈도 10이 넘고
아, 리젝션 괜찮았었는데 갑자기 왜 뛰었지?
(해성) 안 그래도 복도에서 잠깐 뵀는데
저,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컨디션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괜찮아요
(익준) 괜찮긴요
수치만 봐도 입원해서 검사랑 치료 시작하셔야 돼요
큰일이에요, 진짜
혹시 약 잘 챙겨 드시고 계세요?
씁, 거의 안 드신 거 같은데
[마우스 조작음]
[한숨]
약 안 드신 지 한참 되신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약 꼬박꼬박 안 드시고 계속 이대로 가면
간 다 망가져서
다시 이식해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간 못 쓰게 돼요 일단 오늘 입원합시다
아니요
입원 안 할 겁니다
[여자5의 한숨]
저 그냥 죽을래요, 선생님
(익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힘들게 수술한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오늘 입원하셔서 간 CT 하고
초음파 보면서 간 조직 검사 진행할게요
그리고 거부 반응 치료도 하실 거예요
[마우스 클릭음]
(겨울) 9세 남아, 오른쪽 아랫배 아프다고 해서 CT 찍었더니
충수 돌기염 소견 있습니다
지금 열도 있고 염증 수치도 높습니다
[아이의 아파하는 신음]
(정원) 언제부터 아야 했어요?
(아이) 어젯밤부터요
(정원) 아이고, 여기 선생님이 한번 볼게요
자
[아이의 비명]
(정원) 보호자분한테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장겨울 선생은 마취과에 바로 연락해 주세요
(겨울) 네
- (준희) 교수님, 안녕하세요 - (정원) 네, 안녕하세요
(준희) 교수님
다음엔 영화 보여 주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네, 시간 되면 같이 봐요
(준희) 안녕히 가세요
(희수) '다음엔'이라니요?
두 사람 따로 만났어요?
(준희) 네, 지난 주말에 안정원 교수님하고 저녁 먹었어요
단둘이요? 밖에서?
네, 단둘이 밖에서
이 옷 말고 사복 입고
[흥미로운 음악]
(희수) 안정원 교수님이 먼저 먹자고 했어요?
제가 먼저 먹자 그랬죠 저녁 사 달라고
(희수) 에이
안정원 교수님 원래 밥 잘 사 주세요
아, 간호사들하고도 얼마나 자주 회식하시는데요
[피식 웃으며] 난 또 뭐라고
단둘이 먹었다니까요
(희수) 아, 단둘이든 단 스무 명이든
저녁 사 달라고 하면 무조건 사 주세요
배준희 선생님, 저는요
안정원 교수님하고 영화도 봤어요, 영화도 [익살스러운 효과음]
음, 진짜
아, 깜짝 놀랐네
[희수의 만족스러운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완)
[휴대전화 알림음] (익순)
(준완)
[휴대전화 알림음] [웃음]
[발을 동동 구른다]
[비장한 효과음] [유쾌한 음악]
(준완) 아, 진짜
[스위치가 탁 꺼진다]
(정원) 하, 대체 누구야?
누구길래 그렇게 정신을 못 차려?
엄마야, 엄마 [문이 달칵 닫힌다]
가자, 배고프다
아, 잠깐만, 옷 좀 갈아입고
(정원) 잠깐만 기다려
[헛웃음]
(준완) 정원아, 애들 지하로 내려오라고 했지?
내 차 한 대로 간다고
네가 해
그런 거 왜 맨날 나만 해?
네가 벌써 다 했으니까
가자, 애들 내려온대 [차분한 음악]
(준완) 응 [엘리베이터 도착음]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송화) 뭐 하니?
'응팔'이야?
언제 적 장난을, 아유
(익준) 그러는 너는 '서울뚝배기'세요?
어이구
어떻게, 하나 사 줘?
(송화) 이게 편해
꽂으면 노래 바로 나오고
블루투스 연결도 따로 안 해도 되고
뭐? 꽂으면 노래가 바로 나와?
[익준의 아파하는 신음]
(익준) 야, 이거 한번 줘 봐 나도 한번 써 볼...
(석형) 뭐야, 저 새끼 차 바꿨어?
(익준) 아, 진짜? 어디?
어, 진짜네, 언제 바꿨어?
(준완) 야, 타
[송화의 웃음]
어머, 오렌지족이세요?
(정원) 야, 저렇게 늙은 오렌지족 봤어?
[송화의 웃음] 송화 네가 앞에 타
(송화) 고마워
(익준) 어유, 야, 배고파 야, 정원아, 예약했지?
(정원) 당연하지
- (석형) 제육 셋, 오리 셋 - (정원) 예, 예, 가시죠
[익준의 힘주는 신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정원의 힘주는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노래 들으려고?
(송화) 어, 이번 주에 연습할 노래 틈틈이 들어야지
(석형) 이 차에서 좋은 냄새 난다 [익준이 냄새를 씁 맡는다]
여자 향수 같은데?
(정원) 야, 저 새끼 연애하잖아
100%야, 100%
휴대폰을 아주 그냥 끼고 살아요
아니야
(익준) 향수 향이랑 그, 음...
그 어떤 자연의 향이랑 5.5 대 4.5로 섞인 걸로 봐서는
이번엔, 씁, 도시 사람은 아니고
자연에서 일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직업이야
[석형의 의아한 신음] (송화) 진짜?
(익준) 어, 강원도에 살거나 귀촌을 했거나
(석형) 개코야, 뭐야?
(정원) 응?
(익준) 그냥 막 던진 건데 저 새끼 표정 봤어?
이 중의 하나는 진짜야, 지금
(준완) 송화야, 우리 음악이나 들을까?
나도 그러고 싶은데
아, 블루투스 연결이 안 되네
(송화) 너 이거 연결해 봤어?
- (정원) 야, 야, 노래는 무슨 - (준완) 그럼
- (준완) 블루투스로 계속 통화도 하고 - (정원) 야, 김준완, 야
- (준완) 음악도 듣고 그랬는데! - (정원) 누구냐니깐!
(석형) 소개팅? 선봤어?
아니야, 선은 무슨 [아련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안 되네, 아
(송화) 준완아, 이거 지금 네 거랑 연결돼서 안 되나 봐
(익준) 김준완, 내가 아는 사람이야?
어이, 우리가 아는 사람이냐고
친구야, 병원 사람이가, 동기가?
송화야, 소리 좀 줄여 봐 봐
아니야, 줄이지 마 송화야, 볼륨 좀 키워 줄래?
어? 제발 부탁해
아, 이거 왜 블루투스 연결이 안 되지?
[통화 알림음]
(송화) 어?
준완아
비둘기 님한테 전화 왔어
[새가 푸드덕거리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야, 운전해, 다 죽일 거야?
(준완) 정원아, 가방 안에 그, 오빠 휴대폰...
아니, 아니, 내 휴대폰 있거든 그거 꺼내 줘 봐
아니, 그 휴대폰 꺼내 가지고 끊어 줘, 어?
(정원) 아, 아, 오빠 휴대폰이 여기 있어? 어, 오빠, 음
(익준) 어머나, 어머나 야, 정원아, 빨리 꺼내, 빨리 꺼내
아니야, 아니야, 정원아, 둬
(준완) 아니야, 정원아, 둬!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아, 여보세요
- (정원) 오빠 휴대폰 - 아,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석형) 어? 다 왔다
- (석형) 야, 오늘 주차장에 자리 많네 - (익준) 그러네 [휴대전화 벨 소리]
(정원) 오빠 휴대폰 어디 있어?
(석형) 엄마?
나 지금 애들이랑 저녁 먹으러 나왔는데
준완이 여자 친구 생겼네
여자 친구 이름이 비둘기래
응, 그렇지? 희귀 성이지? 비씨
(익준) 레인
- (석형) 네 - (정원) 어? 야, 찾았다 [준완이 안전벨트를 달칵 푼다]
(익준) 어, 줘 봐
네, 안녕하세요
예, 저는 김준완 씨 친구 이익준이라고 합니다
예, 준완 씨가 지금 전화를 못 받아서요 [버튼 조작음]
아, 실례지만 성함을 말씀해 주시면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제가 직접 잘 전달을 해 드리...
[차 문이 달칵 닫힌다] 도록 하고 싶은데
전화기를 가져가셨어요, 네 [안전벨트를 달칵 푼다]
(준완) 응, 응, 응
(송화) 아, 배고프다
정원아, 누룽지도 하시지?
(정원) 어, 누룽지랑 들깨수제비도 개시했대
(석형) 준완아, 우리 먼저 들어간다
(정원) 어유, 야, 벌써 쌀쌀하다
(석형) 야, 밤이 되니까 제법 쌀쌀해
(송화) 어유, 가을이다, 가을
(익준) 아, 날 추워지니까 왜 여동생이 보고 싶지?
어유, 생전 안 그랬는데, 오, 오
[정원의 웃음]
하, 나는 그래도 말씀드리는 게 나을 거 같은데
하, 그래?
[석형의 한숨]
(석형) 진짜 너무 고민되네
(준완) 당연히 엄마한테 말씀드려야지 그걸 왜 고민해?
엄마 바보 만들지 마, 새끼야
남들 아는 거 다 알게 하시고
빨리 이혼하셔서 편하게 사시는 게 낫지
(익준) 어머니 건강이 안 좋으시니까 그러지
괜히 말씀드렸다가 충격받으셔 갖고 또 쓰러지고 그러시면 어떡해
하, 쯧, 근데 또
모르고 계시는 건 아닌 것 같고, 하
야, 너랑 송화는 뭐, 석삼년 굶다 죽은 귀신이 붙었니?
위로 오빠만 셋이라 그래
(준완) 난 진짜 귀신 붙었어
- (준완) 정원아, 물 좀 줘 - (정원) 응
(정원) 이모
말씀드리고 정 확 떼시고
뭐, 더 떨어질 정도 없지만
그래도 그 여자가 임신까지 했다니까
이젠 제발 이혼하시고 맘 편하게 사는 게 좋으니까
말씀드리자 싶다가도
어차피 지금 남남인데 괜히 말씀드려서 건강만 더 나빠지면
그것도 진짜 아닌 것 같고
그래도 말씀드리는 게 낫지 않나?
내 생각도 그래
(준완) 넌?
넌 말해, 안 해?
(정원) 말씀드려야지
[한숨]
어떡하지?
(준완) 말씀드리라니까!
(익준) 말씀드려
야, 송화야, 너는?
(송화) 쯧, 어...
나도 말씀드려야 한다고 봐
그래?
어, 모르고 계시는 건 아니지
네가 잘 말씀드려
앞뒤로 위로도 잘해 드리고
알았어, 얘기할게
아, 이 새끼는 우리가 10분을 떠들어도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씨
(익준) 너, 너 이럴 거면은 그냥 송화한테만 물어봐
따로 차 한잔하면서
우린 완전 밑밥이야, 밑밥
(종업원2) 사장님이 서비스로 직접 캐신 칡즙 주신다는데
어, 드실 분 계세요?
[놀라며] 알겠습니다, 좀 기다리세요 갖다드릴게요
- (익준) 감사합니다 - (정원) 감사합니다 [차분한 음악]
(송화) 야, 고생했다
어머니 괜찮으시지?
(석형) 응, 생각보다 잘 넘어갔어
처음엔 엄청 놀라서
한 10분을 아무 말도 안 하길래 식겁했는데
뒤에 잘 풀어 드렸어, 이혼하시겠대
동네 창피해서 이민 가고 싶다고
[석형의 한숨]
(송화) 됐어
큰 산 넘었다
네 방에 없길래 여기 있을 줄 알았다
(준완) 머리라도 좀 말리고 나오지, 어유
그렇게 빨리 송화한테 얘기하고 싶었어?
너 아직 못 뵀지?
야, 그래도 너한텐 바로 알렸나 보다
뭔 소리야?
석형이 어제 어머니한테 잘 말씀드렸다고 그 얘기 하던 중인데
왜? 뭔 일 있어?
석형이 아버지 어젯밤에 입원하셨잖아
우리 병원에, VIP 3호실
어디 안 좋으셔?
아니, 나이롱환자
[한숨]
(준완) 자꾸 재판 나오라고 하니까 그냥 확 입원하신 거 같은데
내 담당으로도 안 오시고
비서실에서 다이렉트로 병원장님한테 전화했나 봐
[석형이 컵을 쾅 내려놓는다]
[석형의 한숨]
(송화) 아, 나중에 가
이따 나랑 같이 가
외래 시간 다 됐어
(석형) 너 양 회장 절대 맡지 마
알았어?
네
(해성) 아침 약은 송수빈 선생님이 사정사정해서 겨우 드시긴 했는데
이따 저녁 약은 또 모르죠
지금 같아선 안 드실 거 같아요
(익준) 아니, 남편분이 아무리 미워도
자기 몸 망가지면 두 번 손해죠, 그건
(해성) 전 살짝 이해도 가요
아무리 남편이 간을 줬다고 해도 바람이 났으니
바람피운 남편의 간으로 살고 싶겠어요?
쯧, 남편도 싫고 간도 싫고 다 싫을 거 같아
(익준) 아무리 그래도 약을 안 먹으면 어떡해?
(익준) 잘 주무셨어요?
(여자6) 예, 잘 잤습니다 마, 오랜만에 잘 잤습니다
(익준) 아이고, 잘하셨네 운동은 많이 하셔야 돼요
복도라도 자주 걷고 하세요
(여자6) 예, 어제 열 바퀴 돌았습니다
올림픽 나가도 되겠습니다
[익준과 여자6의 웃음]
선생님, 저, 결혼하셨어요?
예?
왜요, 어머니? 중신 서시게요?
예, 우리 여동생
여동생하고 내 짝지어 주고 싶어 갖고
(익준) 아이고, 참
저 결혼했어요, 아들도 있어요
(여자6) 아유, 당연하지
아유, 이래 괜찮은 남자를 냅뒀겠나, 여자들이, 아유
아닌데, 저 결혼 늦게 했는데
어떤 복 많은 여자가 우리 쌤 탁 채 갔을꼬?
아유, 아까워 죽겠다, 진짜
진짜 선생님 내 이상형이거든요
[사람들의 웃음]
(익준) 아이, 별말씀을 다 하신다 옆에 남편분도 계신데
아니, 우리 선생님을 봐 봐라
얼굴도 잘생겼지 어? 공부도 억수로 잘했다 아입니까
성격도 서글서글 서글하니 딱 싹싹하고
진짜 내 스타일인데, 아
우리 신랑은요, 곰입니다, 곰, 예
근데 인상이 너무 좋으시잖아요 덩치도 좋으시고
그건 좀 그렇죠? 예
금은방 합니다
쌍문동에서 봉황당이라고, 네
(익준) 아, 네
(남자3) 오다 주웠습니다 [염소 울음 효과음]
[여자6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준) 아이고, 아, 아니, 어, 저는 이만...
(남자3) 쌤, 제 마음입니다
뭐, 있는 거 없는 거 다 드리고 싶어요 너무 고마버서
네, 저, 아들이 대회 나가서 딴 긴데
(익준) 아니요, 이거 못 받아요 이거 받으면 큰일 납니다, 저 진짜
(남자3) 아, 쌤, 제 마음입니다
저, 집사람 살려 줘가 너무 고마버서
- (익준) 예, 예, 아, 예 - (남자3) 받아 주이소
(익준) 근데 잠깐, 저 이따가 다시 올게요
(남자3) 선생님, 쌤 [여자6의 아쉬운 신음]
(수빈) 네, 어머니, 쉬세요
(여자6) 요새는 이거 받으면 안 되는갑다
- (석형) 어때요? 아기 잘 놀죠? - (여자7) 예
(석형) 지금 24주 됐어요
어, 사진에 까맣게 보이는 게 양수예요
[휴대전화 벨 소리] 네, 이렇게 보면...
- (석형) 죄송합니다 - (여자7) 네
예, 기사님, 기사님, 어쩐 일이세요?
(기사) 아무래도 좀 불안해서요, 혹시...
예,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예, 죄송합니다
[한숨]
요즘은 그런 걸 잘 안 쓰나 보네
(익준) 안녕하세요, 신미진 님
(여자5) 예, 안녕하세요
(수빈) 식사는 하셨어요?
(간병인) 아주 조금 드셨어요 [수빈의 놀라는 숨소리]
(익준) 아, 왜요?
아, 많이 많이 드셔야지 이 병원 밥값 비싸요
돈 아깝잖아요, 많이 많이 드세요
선생님
제 얘기 들으셨죠?
애 아빠 바람났다고
(익준) 네
자기가 딴 여자 만나니까
(여자5) 그거 미안해서 나한테 간 준 거예요
자기 마음 편하자고
아닐 거예요 [수빈이 살짝 웃는다]
남편분 그때 엄청 지극정성이셨어요
[수빈이 살짝 웃는다]
(수빈) 제 손 잡고 밤에 많이 우셨어요
우리 간호사 선생님 참 순수하시네요
(여자5) 인생에 큰일 없이 순탄하게만 사셨나 보다
[수빈의 한숨] (익준) 오늘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
다행히 CT상 담관이 늘어나 있진 않아요
면역 억제제를 안 드셔서 급성 거부 반응이 온 것 같아요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 하고
어, 면역 억제제 다시 드시면 회복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 안 해요, 선생님
[숨을 들이켠다]
이 간으로
살고 싶지 않아요
[쓸쓸한 음악] (여자5) 참 나
[웃음]
자기 남편 젊은 년이랑 바람나 살림 차린 줄도 모르고
남편한테 큰절까지 했으니
아이고
자기 죄책감 없애려고 나한테 간 준 거예요, 선생님
나한테 미안하니까
아닐 거예요 남편분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닐 거예요
선생님은 세상이 다 아름답고 착하죠?
좋은 부모 만나서 좋은 교육 받고 자란 사람들은
절대 이해 못 할 겁니다
아, 이해하실 필요도 없고 이해하면 또 뭐 하겠어요?
여사님, 저 화장실 갈게요
(석형 모) 어...
저기, 아주머니
(청소부) 아, 예
(태연) 음, 맛있네
(석형 부) 응 [태연의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태연) 밖에 기자들 없죠?
(비서) 네
(석형 부) 어, 정 실장
밖에 아가씨 있으면
나 링거 같은 거 하나 달아 달라 그래, 응?
뭐, 영양제나 수액 같은 거 있잖아
언제, 누가 들이닥칠지 어떻게 알아?
(비서) 여기께서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셔서
[석형 부의 탄성] 병원장님에게도 양해 부탁드려 놓은 상태...
(태연) 이봐요
[태연의 헛웃음]
나 '여기'라는 사람이야, 회장님
내 이름이
'여기'라고요
'사모님' 소리가 그렇게 안 나와요?
차라리 '태연 씨' 이렇게 부르죠?
나가 보겠습니다
간호사분에겐 링거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릴게요
- (석형 부) 응, 그래 - (태연) 하, 진짜
사람 무시하는 거야, 뭐야?
[문이 달칵 여닫힌다]
내가 따로 얘기할게
새로 와서 잘 몰라서 그래
아니, 너무 잘 알아서 그래요
새로 왔으면 딱 봐도 내가 와이프고 내가 집사람이잖아
[석형 부의 헛기침] 근데 저 사람 출근하는 날부터 날 이상한 눈빛으로 봐
'아, 네가 바로 말로만 듣던 불륜녀구나'
[피식 웃는다]
딱, 딱 이런 눈빛이라니까? [문이 달칵 열린다]
(태연) 아, 이따 놔 주세요
[거친 숨소리]
(석형 부) 이게 뭐 하는 짓...
이년이 미쳤나?
너야말로 미쳤니?
제정신이야?
여기가 어디라고 와, 여길, 어?
아들 있는 병원에 무슨 낯짝으로 오냐고 [무거운 음악]
(석형 모) 부끄러움도 없어?
창피한 것도 몰라?
아들 일하는 병원에 어린년이랑 바람나서
'하하, 호호, 행복해요' 광고하려고 들어왔어?
- (태연) 저기요 - (석형 모) 넌 조용히 해
주둥아리 닥쳐
[기가 찬 숨소리]
당장 나가
내 아들 얼굴에 더 먹칠하지 말고 당장 나가라고, 이 개새끼야!
(석형) 엄마, 가
여길 왜 왔어?
얼른 가, 응?
(석형 모) 이거 놔, 이거 놔!
[석형 모의 거친 숨소리]
이혼?
절대 안 해 줘
나 내 몸이 너무 힘들어서
진짜 어제까지만 해도 해 주려고 그랬거든?
근데 너희들 하는 짓이 괘씸해서
나 죽어도 안 해 주려고
당신 죽고 나 죽고 그러기 전까진
절대 이혼 안 해 줘
너도 꿈 깨
너 그냥 평생 동거인이야
네 자식도
(태연) 하, 진짜
[석형 모의 한숨]
(석형) 가요
[심전도계 비프음]
[어두운 음악]
(송화) 코튼오이드
(송화) 마취과 선생님, 환자 깨우겠습니다
(마취과 의사2) 네
[기계 작동음]
(치홍) 손 한 번만 들어 보실래요?
네, 잘하셨어요
자, 제 손 한번 잡아 보실게요
잡으셨습니다
[기계 작동음]
얼굴 움직이셨습니다
(송화) 이제 랭귀지 하자
(치홍) 네
안 힘드세요? 괜찮으세요?
[힘겨운 목소리로] 네, 괜찮습니다
[기계 작동음] (치홍) 김현수 씨 사시는 곳이 어디예요?
[침을 꿀꺽 삼킨다]
동작구 사당동
(치홍) 형제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동생 한 명요, 여동생
(송화) 네, 좋습니다
[기계 작동음] (치홍) 하는 일은요? 직업이 뭐예요?
(남자4) 어...
(치홍) 어떤 일 하세요?
(남자4) 어...
(송화) 계속 말 시켜 주세요
[기계 작동음] (치홍) 현수 씨 경찰이시죠?
(남자4) 아
[침을 꿀꺽 삼키며] 네
(치홍) 경찰이 왜 되고 싶으셨어요?
꿈요
7살부터 꿈
근데
이제 못 해요
이렇게 수술해서
(송화) 김현수 씨, 거의 다 됐습니다 금방 끝낼게요
몇 말씀만 더 해 볼까요?
(치홍) 복직하시면 되고 아니면 다른 일 하면 되죠
안 늦었어요
나이 많아서
못 해요
(치홍) 저도 스물아홉에
아팠어요
저도 스물아홉 살에 갑자기 아파서 군 관뒀어요
(남자4) 어디가요?
어디가 아파서요?
목 척추 쪽 인대가 뼈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 병인데
훈련하다가 갑자기 마비가 왔어요 [기계 작동음]
(남자4) 어떡해요?
(치홍) 뭘 어떡해요 [치홍이 피식 웃는다]
저 지금 엄청 잘 살고 있어요
맞아요
의사도 되시고
(치홍) 현수 씨도 그럴 거예요
현수 씨도 수술받으시고 회복 잘하시면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일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침을 꿀꺽 삼키며] 네
감사합니다
[잔잔한 음악]
(송화) 안치홍 너 환자분한테 말 시키라 그랬더니
네 얘기를 왜 이렇게 많이 해?
(치홍) 예, 죄송합니다
(송화) 김현수 씨
고생하셨어요, 다 끝났습니다
이제 최대한 안전하게 종양 제거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한숨 푹 주무세요
네, 감사합니다
(치홍) 고생하셨어요
[남자4의 힘겨운 숨소리]
(남자4) 선생님
(치홍) 네
파이팅
[치홍이 피식 웃는다]
아빠 오늘 좀 늦을 거 같아
(우주) 아빠, 나 오늘 쿠키 만들었어
진짜? 몇 개 만들었어?
(우주) 세 개, 근데 두 개는 먹었어
한 개는 모네 줄 거야
우아, 모네 진짜 좋아하겠다, 이야
우리 우주 이따 치카치카하고 자야 돼
아빠랑은 꿈에서 만나고요
안녕
(우주) 안녕
(익준) 응, 쪽
[통화 종료음] [익준의 웃음]
(여자6) 응
그래, 오야, 응
잘됐다, 그래
어 [여자6의 웃음]
[남자3이 입소리를 쩝 낸다]
- (여자6) 아이고, 그래그래, 알았다 - (익준) 안녕하세요
(익준) 안녕하세요
간병인분은 어디 가셨어요?
(여자5) 오늘 애들 와서 있었거든요
애들 바래다주러 갔어요
[옅은 탄성]
약 아직 안 드셨넹?
(익준) 음
신미진 님
남편분 큰 결심 하신 거예요 간 이식해 준 거
바람을 언제 피웠고 그 의도가 뭐든 간에 남편분
정말 대단한 일 하신 거라고요
목숨 걸고 기증하신 거니까
그런 남편
이제 그냥 알아서 잘 살라고 하시고
이제 어머니 인생 사세요
저도 와이프 바람나서 이혼했어요
밤새워 병원 일 하고 혼자 애 보고 열심히 살았는데 와이프가
[익준의 울컥하는 숨소리]
자기 친구 남편이랑 바람이 났어요
씁, 처음에는 [익준이 코를 훌쩍인다]
자존심도 상하고
그리고
[익준이 숨을 씁 들이켠다]
음, 남들 보기도 너무 창피하고
'아, 인생 왜 이렇게 꼬이나' 싶어서 죽겠더라고요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이 아까웠어요
[잔잔한 음악]
걔 때문에
내 인생 이렇게 보내는 게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흐느낀다]
아이고 그동안 얼마나 아프고 힘드셨어요?
어떻게 다시 찾은 건강인데
남편이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약 드시고
악착같이
건강 회복하세요
어머니 인생이잖아요, 네?
[훌쩍인다]
저
저 물 한 컵만 주실래요?
[여자5가 훌쩍인다]
고맙습니다
(익준) 고맙습니다
[훌쩍인다]
[안도하는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송화의 한숨]
[한숨]
[안마기 작동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송화) 누구세요?
(치홍) 치홍이요
(송화) 들어와
아셨어요?
언제요? [치홍이 살짝 웃는다]
[숨을 씁 들이켠다]
(송화) 아...
너 EVD 개판 친 날
그날 알았지
네 기록부 봤어
'후종 인대 골화증으로 대위로 전역'
이렇게 쓰여 있길래 좀 찾아봤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하는 데는 전혀 문제없고
젊은 나이엔 운동이나 야구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병
단, 몸을 많이 쓰거나
격한 운동을 해야 하는 직업은 예외임
자칫 목을 삐끗하면 사지 마비가 올 수 있음
정말 그동안은 별문제 없었거든요
근데 그날은 긴장을 많이 해서 그랬는지
수술하는데 다리가 너무 저리더라고요
쯧, 목도 찌릿하고
정말 몇 년 만에 다시 아프니까
저도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왜 말 안 했어? 뭐 큰 병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어요
그리고 다들 너무 궁금해하니까
자존심도 상하고
그런 자존심은 어느 장르냐?
[웃음]
(송화) 별 자존심이 다 있다
내 병도 쭉 읊어 줘?
(치홍) 근데 교수님
그날 왜 수술할 땐 아무 말씀 안 하셨어요?
수술 끝나고 알았다니까
(치홍) 아니요, 저 실수 많이 했는데 수술장에서 아무 말씀 안 하셨잖아요
혼도 안 내시고
내가 널 좀 믿거든
[송화의 웃음] [잔잔한 음악]
(송화) 항상 성실하고
환자 공부도 많이 하는 애인데 왜 이러지?
쯧, 무슨 이유가 있겠구나 했어
그래서 혼은 이따 내고 일단 좀 알아보자 했지
[웃으며] 왜, 안 혼나서 섭섭해?
아니요 [웃음]
쯧
아, 만약 그날
교수님한테 혼까지 났으면
저 오늘 여기 없었어요
[함께 웃는다]
아, 그럼 술이라도 사 주시지
사 주려고 했지
술 사 주러 의국 갔더니 너 벌써 술 마시러 갔다 그러더라
아, 맞는다, 아
아, 죄송합니다 [웃음]
(송화) 나랑 마시는 거보다
너희들끼리 마시는 게 훨씬 편하고 좋지
아무튼 나는 사 준 거다
네 [함께 웃는다]
(치홍) 저도 미치게 마시고 싶은데 하필 당직이네요
[치홍이 피식 웃는다]
선빈이가 당직 바꿨어요
오늘 자기가 대신 서겠다고
[잔잔한 음악] [석민이 숨을 들이켠다]
안치홍 선생 오늘 딴생각 말고
나가서 술이나 실컷 마시라네?
아휴, 참
(석민) 응, 그리고 오해는 하지 말래
자기는 안치홍 안 좋아한다고
[웃음]
뭐 해요?
빨리 옷 갈아입어요
네 [웃음]
[치홍의 힘주는 신음]
[휴대전화 벨 소리]
어, 나도 지금 출발
어
[통화 종료음]
응급이에요?
가요, 빨리, 가면서 얘기해요
(겨울) 아니요, 교수님
응급 아니에요
저 저녁 사 주세요
[부드러운 음악]
이번 주말에 저녁 사 주세요, 교수님
그, 그래요
다 같이 회식해요
단둘이요
단둘이 밖에서, 이 옷 말고 사복 입고
[정원의 한숨]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피식 웃는다]
[아련한 음악이 연주된다] (익준) ♪ 넌 언제나 ♪
♪ 넌 언제나 ♪
(익준) ♪ 하루하루 늘어 갈 뿐이야 ♪
♪ 널 향한 그리움은 ♪
♪ 아픔은 늘 새롭지만 ♪
♪ 넌 너의 길을 가네 ♪
♪ 원한다면 기다릴 수 있어 ♪
[경찰들이 안도한다]
♪ 난 그대로인 거야 ♪
[경찰들이 감사 인사를 한다] ♪ 떠난 건 너 혼자였으니 ♪
♪ 그대로 돌아오면 돼 ♪
(익준) ♪ 내 잘못을 탓하는 것이라면 ♪
♪ 돌아온 후에도 늦지 않아 ♪
♪ 아직 시간이 있는데 ♪
♪ 네가 떠난 그 모습 그대로 ♪
♪ 머물러 있을 거야 ♪
♪ 더 이상 거짓으로 나를 ♪
[쪽 뽀뽀한다]
♪ 위로하고 싶진 않아 ♪
♪ 처음으로 사랑을 알았어 ♪
♪ 다시 널 찾을 거야 ♪
♪ 이제야 너를 위해 내가 ♪
♪ 살아 있다는 걸 느꼈어 ♪
(익준) ♪ 원한다면 기다릴 수 있어 ♪
♪ 난 그대로인 거야 ♪
♪ 떠난 건 너 혼자였으니 ♪
♪ 그대로 돌아오면 돼 ♪
♪ 내 잘못을 탓하는 것이라면 ♪
♪ 돌아온 후에도 늦지 않아 ♪
♪ 아직 시간이 있는데 ♪
♪ 네가 떠난 그 모습 그대로 ♪
♪ 머물러 있을 거야 ♪
♪ 더 이상 거짓으로 나를 ♪
♪ 위로하고 싶진 않아 ♪
♪ 처음으로 사랑을 알았어 ♪
♪ 다시 널 찾을 거야 ♪
♪ 이제야 너를 위해 내가 ♪
♪ 살아 있다는 걸 느꼈어 ♪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 (재학) 안녕하십니까 - (준완) 응
(준완) 어디 가?
(재학) 와이프랑 데이트요
(준완) 결혼한 지 10년 넘었다 그러지 않았어?
(재학) 예, 올해로 10년요
뭐, 10주년 기념으로 전세 계약도 하고
부모님이랑 여행 가려고 예약도 했어요
누가 보면 내가 너 때리는 줄 알겠다
난 널 죽이지 않아
[준완이 펜을 달칵 누른다]
교수님은 말로도 죽일 수 있어요
[사람들의 웃음]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재학) 저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준완) 뭐야, 올라가는 거 아니었어?
(재학) 아, 제가 올려 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휴대전화 벨 소리]
(재학) 왔어?
여보세요?
(여자8) 안녕하세요, 집주인인데요
(재학) 아, 예,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여자8) 아, 예, 아, 다른 게 아니라 이번 달 월세가 안 들어와서요
- (재학) 예? - (여자8) 월세요, 월세
(여자8) 월세가 안 들어왔어요
아, 월세라니요? 저 전세 계약 했는데
보증금 2억에 2년...
무, 무슨 말씀이신지?
(여자8) 전세요?
저랑 월세 계약 하셨잖아요
보증금 2천에 월세 90만 원요
[어두운 음악] [당황한 신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리드미컬한 음악]
[밝은 음악] 예민하고 마음 여린 우리 아들
든든한 짝꿍이 옆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야, 안정원, 이제 그만 말해도 돼
12월 말은 돼야 될 거 같은데 가능할까요?
아유, 안정원 걔 왜 그런다니?
뭐 해, 지금! 정신 안 차려?
머리가 나빠서 일도 못하고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선생님
담당 교수는 곰 새끼 중의 상곰 새끼
그럼 아기랑 산모 다 죽일 거야?
내일 아침에 곰 새끼한테 가서 말할 거예요
저 끝낼 거예요
미쳤어요? 왜 그만둬, 뭘 그만둬요? 절대 못 그만둬요
내가 인생을 잘 못 살고 있나 봐
존재 자체가 민폐야
방송국에 제보 넣겠다는 걸 겨우 말렸네, 진짜
교수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민하 아직 안 왔어요?
잠수 탄 전공의 돌아왔어?
어제 아침부터 잠수, 이틀째 연락 두절
돌아오면 좀 잘해 줘 많이 힘들었나 보다
[리드미컬한 음악] 아, 소리, 다시 올게
송화는 얼굴도 이쁘고 똑똑하고
- 준완이는? - 아, 약속 있대
얘 완전히 빠졌네, 완전히 빠졌어, 얘
야, 도대체 어떤 여자를 만나길래?
얼굴 한번 보고 싶다, 야
여자 친구 맞긴 맞는구나?
다음에 다 얘기해 줄게
내 가슴도 몽글몽글해지더라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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