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1.9
왜 수술을 안 해 줍니까?
수술해 달라고요, 빨리!
(수빈) 조금만 기다려 봐요, 아버님
그리고 아버님은 지금 상태로는 수술 힘들어요
[유민 부의 거친 숨소리]
(유민 부) 내가 내 새끼한테 내 간 주겠다는데 당신들이 뭔 상관입니까?
내가 주겠다고요, 내가!
[어두운 음악]
(유민 부) 혈액형도 맞잖아요
그리고 내 새끼인데 뭐가 문제입니까?
빨리 수술시켜 줘요 빨리 수술시켜 달라고요!
아니, 이러다 내 딸 죽으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야?
책임질 거냐고!
(수빈) 아버님, 전에 다 말씀드렸잖아요
아무리 가족 간이라도
이식은 쉽게 정해 주고 진행되는 게 아니에요
아버님이 연세도 있으시고
하, 건강 상태도 지금 좋은 편이 아니셔서...
(익준) 저, 아버님, 저랑 커피 한잔하실래요?
[수빈의 한숨]
[살짝 웃으며] 진정하시고, 자
[유민 부의 한숨]
[숨을 씁 들이켠다]
[헛기침]
아버님,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익준) 어...
아버님 나이가 많으셔서
원칙적으로는 수술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어, 근데 검사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해 본 건데
다행히 다른 건 괜찮고요
근데 문제는 지방간이 너무 많아요
보통 이런 상황에선 체중을 감량해서 간의 지방을 빼야 하는데
아버님 나이에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요
아버님
뇌사자를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요?
현재 따님이 멜드라고 해서
간 이식 순서를 결정하는 점수가 있는데
이 멜드 점수가 높은 편입니다
지금 기준이라면 며칠 더 기다려 보고 판단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우리 딸 점수가 높은 편입니까?
네
36점 정도로 높은 편이죠
하지만 사실 쯧, 적어도 39점, 40점 정도는 돼야
뇌사자의 간을 받을 수 있어서 지금 점수가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
(익준) 며칠 더 기다려 보고 따님 상황이 더 위중해지면
그땐 제가 판단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죠 아버님, 네?
(수빈) 그래요, 아버님
[익준이 숨을 들이켠다]
(익준) 어? 식사 나왔겠는데요?
따님 기다리시겠어요
어서 가서 맛있게 드세요, 점심
아, 예
감사합니다
[유민 부의 힘주는 신음]
[무거운 음악]
[익준의 한숨]
(익준) 어? 이, 이거 또 말았네?
(수빈) 그건 기본이고요
여기 주근깨 보여요?
(익준) 아, 소미 주근깨가 이렇게 심했나?
데리고 와요 이거 레이저로 없앨 수 있어요
화장한 거예요, 주근깨 메이크업
- (익준) 왜? - (수빈) 몰라
왜 몰라요, 딸인데?
아들 다 이해해요?
아, 아니요
[함께 피식 웃는다]
우리 우주는 요즘에 양말에 흠뻑 빠진 거 같아요
양말 고르는 데 한 30분씩 걸려요 [익준이 피식 웃는다]
(익준) 아참, 나 소미 거 구독했어요
아니, 10대 뷰티 유튜버 1등이던데?
[익준의 탄성]
나도 몇 개는 따라 하고 싶더라
(수빈) 40이에요
어, 40이 어때서요? 한창 멋 부릴 나이구먼
우리 딸 몸무게가 40이라고요
[탄성]
(수빈) 40킬로도 안 나갈 거야
[한숨]
초경도 아직 안 했어요
아, 중2인데 초경을 아직 안 했어요?
너무 늦다
(수빈) 아, 병원 가자 그래도 말을 들어야죠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수빈) 점심은요?
점심 안 드세요?
저기, 애들이랑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드세요
[흥얼거리며] 저는 갈 데가 있습니다요
12시부터 2시가 제 당번이거든요
무슨 당번요?
음, 예 [살짝 웃는다]
[카드 인식음]
(익준) 어, 너 바로 외래지?
나 10분만 더 있었으면 석형이랑 날 잡았어
- (송화) 간다 - (익준) 그래
어머니
[익준의 웃음]
저 석형이 양자로 들어가기로 했는데 들으셨어요?
석형이가 지금 사는 집이랑 TV랑 리클라이너도 저 주기로 했어요
[석형 모의 웃음]
[밝은 음악]
[혈압계 조작음]
[심전도계 비프음] 100에 70요
(간호사1) [혈압계를 직 풀며] 좋으세요
(정원) 그래요? 감사합니다
저녁은 드셨어요?
교대하고 퇴근해야죠
[정원의 탄성]
(간호사1) 교수님은요?
(정원) 씁, 저는 이따가...
[익살스러운 음악]
엄마, 나 왔쪄
어, 왔쪄?
[정원이 살짝 웃는다]
안녕하세요
(간호사1) 안녕하세요
[피식 웃는다]
(석형) 가습기 네가 갖다 놨어?
(석형 모) 아침에 준완이가 놓고 갔어
오후에도 물 채운다고 왔다 가고
준완이 생긴 거랑 다르게 꼼꼼하더라?
생긴 것도 꼼꼼하게 생겼잖아
(석형) 그 새끼도 쟤처럼 살짝 변태기가 있어, 엄마
어머니, 병원 밥 지겨우시죠?
곰탕 어때요?
제가 몰래 밑에서 받아 올게요
난 괜찮으니까 너희들이나 나가서 먹고 와
애들 다 불러서
(석형) 안 가
오늘부터 엄마 옆에 24시간 붙어 있을 거야
일은 안 해?
엄마 이제 괜찮아
(정원) 씁, 근데 갑자기 아리스미아가 왜 생겼지?
EP 검사로도 명확한 원인은 알 수가 없대
진짜 불안해 죽겠다
나이 들어서 그래
늙으면 없던 병도 생기고 그러는 거야
아, 너희들 얼른 나가서 먹고 오라니까?
어머니, 곰탕 시킬게요
뜨끈한 국물 드시면 좋을 거 같아요 [문이 달칵 열린다]
(정원 모) 여긴 내가 있을게
너희들 하루 종일 병원에 있었을 텐데 잠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들어와
[정원 모의 힘주는 숨소리]
석형이 많이 놀랐지?
(석형) 예
양평에서 오셨어요?
(정원 모) 응, 종수 운전시켜서 왔어
네 엄마 좋아하는 호박죽 좀 쑤고 곰국도 좀 했어
조금밖에 안 했으니까 너희들은 나가서 먹어, 얼른
그래, 석형아
친구들한테 네가 고기 좀 사
(석형 모) 엄마 그래야 맘 편해
정원아, 석형이 좀 데리고 나가
쟤 3일 내내 병원에만 있었어 [휴대전화 알림음이 연신 울린다]
근데 애들 시간 다 돼?
돼
내가 고기의 '고'밖에 안 쳤는데 다 온대
[함께 피식 웃는다]
[밝은 음악]
(종업원) 주문하시겠어요?
(익준) 오늘 누가 산다고?
(준완) 네 아빠
(익준) 오, 제일 비싼 걸로 두 개 주세요
특별, 그걸로 두 개 주세요
- (송화) 아, 모둠 버섯도요 - (종업원) 네
(정원) 아, 저, 수제 소시지도 하나만 주세요
(준완) 아, 그거 너무 많은데?
코다리회냉면도 하나요
야, 그런 거 고기 먹고 시켜
(준완) 내 취향이야
(익준) 에이그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을 인간들
돼지고기 김치찌개 두 개 주세요
- 테이블당 각각 하나씩, 감사합니다 - (종업원) 네
(익준) 아, 맞는다, 매우니까 계란찜도 각각 하나씩
[익준이 살짝 웃는다]
[고기가 지글거린다]
[친구들의 탄성] [발랄한 음악]
[정원의 놀라는 숨소리]
[피식 웃으며] 말씀들 하셔도 되는데
지금 먹어도 돼요?
[석형의 놀라는 신음] (준완) 송화야, 소고기...
- (정원) 야, 안 돼 - (익준) 참치야?
- (석형) 그거 돼지고기야 - (정원) 왜, 그냥 회로 먹지? [준완의 다그치는 숨소리]
(익준) 타, 타, 타다키야?
[발랄한 음악]
안 뺏어 먹어
(익준) 응, 그거 다 네 거야
그거 다 너 먹을 거야, 천천히 먹어
오빠가 셋이라 그래
어, 형님들 다 뼈만 남았더라
(송화) 석형아, 어머니 이혼하시기로 했다며?
- (석형) 응 - (익준) 진짜?
(준완) 잘됐네
(정원) 야, 이제 좀 편하게 지내시겠다 [익준의 탄성]
(석형) 응, 그러시기로 했어
내가 울면서 무릎 꿇고 부탁드렸거든
하루를 살더라도 행복하게 살자고
(준완) 쯧, 잘했어
(정원) 고생했다 [익준이 캔을 달칵 딴다]
(익준) 아유, 애썼다, 애썼어
(준완) 야, 이번에도 근데 그렇게 말씀만 하시고
어느 날 갑자기 열받으셔서 '이혼 못 해' 이러시면 어떡하냐?
쯧, 어제 변호사 통해서 이혼 서류 접수했어
양 회장 쪽에서도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오늘 바로 서류 넣었고
(석형) 쯧, 조정 기일이 4주 뒤니까 딱 한 달
한 달만 있으면 진짜로 끝이야
근데 엄마가 이혼한다고 하니까
막상 진짜로 이혼한다고 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송화와 정원의 웃음]
(익준) 너 이혼할 때랑 다르지?
그럼, 나 이혼할 땐 얼마나 슬펐는데
너 안 그랬냐?
나 안 그랬는데?
1도 그런 감정 없더라
난 '우주하고 어떡하면 잘 살까?' 그 생각밖에 안 들더라
너 아직도 신혜 못 잊은 거 아니지?
(석형) 에이, 미쳤어? 그건 아니지
벌써 잊었지, 벌써 잊었는데
그래도 가슴 한편에는 항상 뭐, 미안함?
뭐, 그런 게 아직 남아 있어
못 잊었네?
정, 정
사랑이 아니라 정, 어?
미안함, 애틋함, 뭐, 그런 거
- 그런 게 뭐야? - (익준) 몰라
(석형) 아유, 너희들이 사랑에 대해서 뭘 알겠니
어서 고기나 드세요, 이 초딩들아
근데 회사는 좀 아깝다
나중에 아버님 돌아가시면
아버지 회사는 그 여자랑 그 자식한테 다 넘어가겠네
태건어패럴, 비상장에 석형이 아버지 지분이 거의 다잖아
근데 법적으로 유류분인가 뭐, 그런 거 있을걸?
필요 없어, 줘도 안 받아
그럼, 지금 돈이 문제야?
(친구들) 헐
(준완) 재수 없어
(익준) 석형아, 너 내 말 잘 들어, 어?
나중에 안 받는다, 뭐, 됐다 뭐, 그딴 개소리 하지 말고
무조건 받아, 쯧, 씨
받아서 우리 줘
알았어
내가 꼭 받아서 너희들 줄게
야, 근데 너희들 이사장님 얘기 들었어?
(정원) 어, 난 엄마한테 들었어
(송화) 이사장님이 왜?
(석형) 이사장님 우울증 초기시라는 거 같데
(준완) 어?
(송화) 아이고 [정원의 한숨]
[심전도계 비프음] (석형 모) 난 너무 이해해, 언니
나도 유서 쓴 적 있어
(정원 모) [피식 웃으며] 뭐라고 썼는데?
'양태양 이 개새끼 콱 죽었으면 좋겠다' 이런 거 썼어?
(석형 모) 그런 건 면전에 대고 말로 해야지 종이 아깝게 뭐 하러 글로 써?
(정원 모) 그래서 걸레 빤 물을 냅다 끼얹었어?
어, 아들 보긴 좀 창피해도
속은 시원하더라?
잘했어, 풀고 살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할 말 있으면 다 하고 살아, 잘했어
그래서 이사장님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상담받으신대?
[한숨 쉬며] 상담은 싫대, 자기 괜찮대
지금 가을이라 그렇대
어유, 똥고집
(석형 모) 언니가 옆에서 잘 좀 챙겨 줘
그래도 언니 앞에서는 제일 신나 보이시더라
지금도 올라오라고 했는데 전화 올 거 있다고 통화하고 온대
근데 전화 안 올 거야
무슨 전화?
오늘 오랜만에 둘째네랑 저녁 먹기로 했거든
근데 갑자기 손주가 체해서 병원 간다고 취소됐어
애들이 전화한다고 했는데
아마 걔들도 정신없어서 까먹었을 거야
먼저 전화하면 되잖아
그렇지
[한숨 쉬며] 그럼 되는데, 쯧
근데 또 애들 정신없는데
괜히 나까지 전화해서 귀찮게 하나 싶고 그런가 봐
[헛웃음 치며] 나이 들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잔잔한 음악] [잔을 탁 집는다]
[종수의 한숨]
[종수가 숨을 씁 들이켠다]
[통화 연결음] [종수의 한숨]
[소란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태웅) 예, 아버지
어, 저, 윤민이 괜찮아?
어떻게 됐어?
(태웅) 병원 가니까 또 아무렇지 않은 거 있죠?
(태웅 처) 아, 좀 가만히 좀 있어
아유, 다행이네
(태웅 처) 야, 윤민 [종수의 한숨]
[태웅 처가 계속 말한다] 지금은 괜찮고?
(태웅) 예, 지금은 괜찮아요
형이랑 논다고 아주 신났어요 [태웅의 웃음]
좋아하는 피자랑 콜라 사 주니까 기분 좋아서 노래하고 난리고요
그래도 너무 많이 먹이지 말고 오늘은 조심해
(태웅) 네
- (종수) 어 - (태웅) 아, 아버지
(종수) 어, 왜?
(태웅) 윤현이랑 윤민이
[피식 웃으며] 낮에 태권도복 입고 같이 사진 찍었는데
엄청 귀여워요
지금 바로 보내 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저녁 맛있게 먹고
(태웅) 네, 쉬세요
[통화 종료음]
[잔잔한 음악]
[한숨]
[피식 웃는다]
[종수가 입소리를 쩝 낸다]
[휴대전화 벨 소리]
[종수의 헛기침]
(종수) 어, 로사야
(정원 모) 뭐 해, 안 올라오고?
태웅이 연락 왔어?
어, 좀 전에 전화 왔어
윤민이 괜찮대
(정원 모) 다행이네
어, 너 저녁 먹어야지
빨리 올라와, 배고프겠다
아이, 됐어, 생각 없어
(정원 모) 저녁을 안 먹는다고?
안 돼, 당장 올라와
야, 야, 한 끼 빼먹는다고 안 죽어 괜찮아
(종수) 너 안 내려와? 데려다줄게
(정원 모) 우리 나이에 한 끼 빼먹으면 평생 못 챙겨 먹어, 큰일 나
[웃음]
잔소리 안 할 테니까 빨리 올라와, 알았지?
(종수) 아이고, 그래, 졌다, 졌어 [웃음]
(겨울) 생체 간 이식 수술은 대부분 아침 일찍 시작해
아무래도 두 건의 수술이 동시에 진행되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거든
교수님은 보통 8시 정도?
마취과 준비 다 끝나면 내려오시고
그 전에 수술방 간호사 선생님들이 수술상 차리지 [버튼 조작음]
(겨울) 오늘 수술은 생체 간 이식이고
공여자는 50대 남성 수혜자의 동생이야
공여자가 담도 아나토미가 타입 C라 꽤 어려운 수술이긴 한데
워낙 이익준 교수님이 신경 많이 쓰시니까 잘 끝날 거야
이익준 교수님 보기엔 엄청 산만하고 정신없어 보여도
수술은 엄청 잘하셔
(익준) 뭐, 인마?
욕이니? 칭찬이니?
(겨울) 여기서 뭐 하세요, 지금?
(익준) 공부
오늘 네가 들어와?
(겨울) 아니요 오늘 종세혁 선생님이 어시입니다
(익준) 응
[차분한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익준) 자, 리버 프로즌 나갈게요
(세혁) 씁, 오늘은 좀 결과가 늦네요?
(익준) 스리, 투, 원
(직원) 병리과 김미애입니다
김창은 환자분 프로즌 바이옵시 결과 알려 드리겠습니다
마크로 베시큘라 페티 체인지 6%고요
간문맥 주변에 인플라메이션 소견 없습니다
(익준) 네, 감사합니다
바로 진행할게요
선생님, 음악 좀 부탁해요
[잔잔한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치홍) NS에서는 웬만하면은 '다 괜찮아질 거다'
'반드시 좋아진다' 이런 말은 잘 안 해
[성영의 탄성]
뇌를 다루는 파트다 보니까
수술하고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경우가
다른 과에 비해선 드문 편이거든
[성영의 탄성]
(송화) 튜머 나갑니다
[성영이 콜록거린다]
- (치홍) 추워? - (성영) 아니요, 괜찮습니다
(성영) 제가 추위를 좀 타서
[성영의 멋쩍은 숨소리]
(치홍) 넌 절대 CS는 못 가겠다
[성영의 멋쩍은 숨소리]
(재학) 윤복아, 괜찮아?
춥지? 잠깐만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 안 보여, 내 쪽으로 더 당겨
(펠로우1) 네, 알겠습니다
(이현) 춥죠?
(윤복) 괜찮아요
(재학) 자
[윤복의 놀라는 신음]
(윤복) 감사합니다
[재학이 살짝 웃는다]
(재학) 심장을 멈추고 인공 심폐기를 돌리면서 하는 수술은
심장이 멈춰 있는 동안 혈액 공급을 잘 못 받기 때문에
최대한 대사 활동을 낮춰 줘야 돼
온도를 낮추고
장기들의 대사 활동이 낮아져야 에너지 소모가 적거든
그래야 나중에 심장이 다시 뛰게 됐을 때
잘 회복할 수 있어
홍도는 어디 갔어?
(윤복) 소아외과 수술 들어갔어요
[재학의 탄성]
(재학) 걔 더위 많이 타니?
(윤복) 네, 엄청요
(재학) 아이고야
[윤복의 탄식]
[심전도계 비프음] [홍도의 힘겨운 숨소리]
(정원) 석션
[석션 작동음]
거즈 주세요
[홍도의 힘겨운 숨소리]
[홍도가 털썩 쓰러진다]
(간호사2) 저기, 괜찮으세요?
- (간호사3) 괜찮으세요? - (간호사2) 선생님
(간호사3) 정신 좀 드세요?
(정원) 학생 쓰러졌죠? [간호사2의 힘주는 신음]
(펠로우2) 네
(정원) 괜찮아요?
(펠로우2) 네
올해는 늦게 나왔네요?
작년엔 6월쯤에 한 명 쓰러졌는데
[아기 울음]
[산모의 감격한 숨소리]
(산모) 아가, 안녕
엄마야
- (석형) 석션, 석션 - (민하) 네 [석션 작동음]
- (석형) 시야 확보 안 돼 - (민하) 네
(석형) 자궁 수처 할 때는 텐션 풀리지 않게 잘 잡아 줘야 돼
그렇다고 너무 세게 당기면 안 되고
(민하) 네, 알겠습니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승주) 교수님
간호대 학생들 참관 왔어요
산모님,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석형) 산모님께 미리 말씀드렸어요
조금 빨리 왔으면 아기 나오는 거 봤을 텐데
(승주) 오후에도 수술 있으시잖아요 그때 보면 되죠
(석형) 조금 가까이 와서 봐도 돼요
수술상 컨타 되지 않게 조심하고요
(익준) 예
[익준의 힘겨운 신음]
[익준의 한숨]
- (영하) 어? - (수빈) 어머, 수술 이제 끝나셨어요?
(수빈) 오래 걸렸네요
피 잡는 게 좀 오래 걸렸어요
근데 수술은 잘됐어요
퇴근이 늦네요?
(수빈) 네
(익준) 아참, 오유민 환자, 그 6011호
간경변증으로 간 이식 기다리는 환자분
(수빈) 네
(익준) 아버님한테 연락 좀 해 주세요
환자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알려 드려야 될 거 같아요
오유민 환자 아버님 병원 안 오신 지 꽤 됐는데
(영하) 지난주에 오고 안 오셨어요
(수빈) 진짜 최근에 못 뵀네
[익준이 혀를 쯧 찬다]
다른 가족분들 안 계시죠?
(수빈) 네, 혼자예요
아버님하고도 오랜만에 만났다고 들었어요
아휴, 어떡하죠?
(영하) 잠깐 어디 가셨을 수도 있잖아요
오시겠죠
(익준) 안 오실 거예요
[수빈의 한숨] 응
이 일만 10년 넘게 하다 보니까 눈빛만 봐도 알 것 같아
'아, 이분은 가족을 위해 기증을 하겠다'
'이분은 쉽지 않겠다'
근데 오유민 환자 아버님은
후자예요
아마 절대 오시지 않을 겁니다
개인의 선택인데
비난은 못 하죠
게다가 오유민 환자 아버님은
애초부터 간 이식이 힘든 상태였으니까
아무튼 일단 알겠습니다
[수빈이 숨을 들이켠다]
(수빈) 아, 교수님 [익준의 의아한 신음]
밖에 비 와요
[웃으며] 아침부터 왔는데 모르셨죠?
그럼 고생하세요
가세요
[익준이 피식 웃는다]
[빗소리가 솨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비 온다, 밥 먹자
수술 끝났어?
(익준) 아, 끝났으니까 왔지
뭐 먹을까?
어, 전 먹을까? 수제비? 어때?
수제비지
(송화) 로비에서 보자
나 차 놓고 왔어, 네 차 타고 가자
콜
[밝은 음악]
비도 오는데 드라이브나 갈까?
(송화) 좋지
우주는?
(익준) 창원 갔어
돼지국밥에 완전 빠졌어 [송화가 피식 웃는다]
너 아버지 보청기 어떻게 됐어?
진짜 환불했어?
(송화) 아니, 미쳤어?
내가 송 교수한테 얘기해서 얼마나 신경 써서 구한 건데
그러게 돈 얼마라는 얘기를 왜 했어?
내가 했어?
아빠가 어디서 들으신 거지
아, 아무튼
직원 할인 받고 쿠폰도 쓰고 카드 할인에
있는 말 없는 말 다 지어내서
거짓말 대충 2만 3천 개 해서
100만 원 아래로 줬다고 하고
겨우겨우 환불 안 하고 차시기로 했어, 아휴
아유, 열 내지 마
딸 돈 쓸까 봐 그러시는 거지 [휴대전화 벨 소리]
(익준) 이모님, 김치 좀 더 주세요
(송화) 어, 무슨 일이야?
(치홍) 교수님, 세레벨럼 ICH 환자인데
멘탈은 세미코마이고 퓨필은 보스 0.2 픽스
모터는 올 트레이스입니다
(송화) 앞이야, 바로 갈게
[통화 종료음] 가자
[박진감 넘치는 음악]
(치홍) 브레인 CT 인핸스 찍었고요
출혈량이 많아서 브레인 스템이 컴프레션 되는 것 같습니다
(송화) 어르신 연세가 어떻게 되는데?
(치홍) 13세입니다
13세 여자아이입니다
[송화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아이의 가쁜 숨소리]
[여자1이 흐느낀다]
(광현) 뭐야?
뇌출혈이야?
아직 아기인데?
[긴장되는 음악] - (송화) 안치홍 선생 - (치홍) 예
세레벨럼 AVM 보이지?
(치홍) 어? 아, 예
(송화) AVM이 럽처돼서 세레벨럼에 ICH가 생기고
의식 잃고 쓰러진 거 같아
- 수술 들어가자 - (치홍) 네
(송화) 빨리 준비해
보호자 퍼미션 받고 마취과 어레인지해서 바로 수술방 올려
보호자분한테 내가 설명드릴게
(치홍) 네, 알겠습니다
[ATM 작동음]
[안내 음성]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원) 아, 깜짝이야, 씨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뭐야, 집에 안 갔어? 당직이야? 우산 있냐?
집에 안 갔고 당직 아니고 우산 없어
나 만 원만
아, 현금이 없어서 그래
광현이랑 야구 내기했는데 아, NC가 졌어
아, 오늘 이겼으면 10연승인데
- (정원) 갚아 - (익준) 어
저, 담배도 좀 줘라
[한숨]
(정원) 만 원, 담배 네 개
(익준) 라이터도
[한숨]
(정원) 만 원, 담배 네 개, 라이터 하나
(익준) 어? 겨울이다
뭐야?
뭐긴 뭐야, 뻥이지
미친놈
(정원) 간다
만 원, 담배 네 개, 라이터 하나
(익준) 잠깐
♪ 만 원, 담배 네 개, 라이터 하나 ♪
[정원의 한숨] ♪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
♪ 과 선배는 안정원, 그는 왕쪼잔 ♪
[개가 짖는 효과음]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익준이 피식 웃는다]
야, 나 진짜 간다
야구 하이라이트 할 시간이야
(정원) 하, 저 미친놈
[한숨]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차 문이 달칵 닫힌다]
(겨울) 안녕하세요, 교수님
[차창이 스르륵 열린다]
(남자1) 이따 집에서 봐, 안녕
[밝은 음악]
(익준) 차 또 바뀌었지?
(광현) 어, 어젠 회색 세단이었어
씁, 장겨울 대체 누굴 만나는 거야?
(익준) 인상이 별로인데?
(광현) 정원이 차 없어?
(익준) 있어, 있는데 많이 아파
만날 병원에 있어
어, 겨울아, 너 왜 다시 들어왔어?
(겨울) 어? 안녕하세요
- (광현) 어, 안녕? - (익준) 뭐 놓고 왔어?
차트 정리하려고요
낮에 일이 많아서 제대로 못 했어요
온 김에 PICU의 수술한 아기도 한번 보고요
우리 겨울이 커피 마실래? 커피 사 줄까?
네
근데 지금 카페 열었어요?
(익준) 아유, 편의점 있잖아, 내가 사 갈게
너 PICU에 가 있어
- 그 앞에서 보자 - (겨울) 네
(익준) 자
(겨울) 어? 감사합니다
(익준) 아
하나 더, 자
(겨울) 제가 사 와도 되는데
내가 할인이 더 많이 돼
난 무려 30%나 돼
[살짝 웃는다]
[익준이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익준이 숨을 씁 들이켠다]
(익준) 아, 겨울아
질문 하나 해도 돼?
사생활인데 괜찮아?
네
[입소리를 쩝 낸다]
네 남친 뭐 하는 사람이야?
뭐 하는 사람이길래 만날 차가 그렇게 바뀌어?
(익준) 딜러야?
외제 차 딜러?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어요
[함께 흐느낀다] [무거운 음악]
[알림음이 울린다]
[남자2의 놀라는 숨소리]
[여자1이 흐느낀다]
(준완) 아직 안 자고 뭐 해?
아유, 12시가 넘었다
(익순) 잠이 안 와요
수술 이제 끝났어요?
힘든 수술이었어요?
(준완) 아니, 앞의 수술이 밀려서 늦게 시작했어
(익순) 저녁도 안 먹었겠네요?
(준완) 응, 의국에서 라면 하나 먹으려고
얼른 자, 주말에 보자
(익순) 네
오빠, 안녕
(준완) 응, 잘 자
[통화 종료음]
[버튼 조작음] [문이 달칵 열린다]
(준완) 안 갔어?
(윤복) 안녕하세요
(준완) 어, 안녕
공부하니?
(윤복) 아니요 낮에 휴대폰에 막 적은 거 정리했어요
너무 늦었다, 얼른 집에 들어가
(윤복) 네, 다 했어요 [수납장이 탁 닫힌다]
[윤복이 펜을 달칵 누른다]
택시 타고 가, 카드는 내일 주고
어, 아, 저 괜찮아요
아니야, 가져가
저 남자 친구 오기로 했어요
[준완의 당황하는 숨소리] (윤복) 남자 친구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윤복이 살짝 웃는다]
감사합니다
(송화)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뇌출혈과 동정맥 기형도 제거했는데
부종이 심하고
워낙 출혈 위치 자체가 깊고 안 좋은 곳에 있어서
좀 더 지켜봐야 될 거 같아요
뇌압 낮추는 약을 쓰면서 중환자실에서 좀 지켜볼게요
의식은 돌아올까요?
지금은 알 수 없어요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기 때문에 의식을 생각할 단계는 아니고
지켜봐야 될 거 같아요
그럼
[여자1의 울먹이는 숨소리]
(여자1) 감사합니다 [남자2가 인사한다]
[빗소리가 솨 들린다]
[휴대전화 알림음]
(치홍) 밖에 비 많이 와요
문 앞에 우산 놓고 갑니다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버튼 조작음]
[휴대전화 벨 소리]
(송화) 어, 왜?
이 시간에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
(익준) 무슨 일은 [익준이 피식 웃는다]
너 기다리지, 인마
너 아직 안 갔어?
(익준) 어딜 가? 너 차 없잖아
비도 오는데 어떻게 가려고
끝났지?
ER 앞으로 와, 차 대고 있을게
[살짝 웃는다]
알았어, 금방 갈게
[통화 종료음]
[피식 웃는다]
[빗소리가 솨 들린다]
(익준) 아무래도 윤복이 같은데?
[윤복 애인의 한숨]
(윤복 애인) 왜 못 보여 주는데?
(윤복) 내 핸드폰을 네가 왜 봐?
[윤복 애인의 한숨]
(윤복 애인) '자니?'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그 새끼는 이런 문자를 보내?
'자니?'
(윤복) 너...
너 내 핸드폰 봤어?
왜 남의 핸드폰을 봐?
앞에 바로 보이는데 그럼 안 봐?
네 핸드폰 줘 봐
(윤복) 싫어
(윤복 애인) 왜 싫어? 뭐 있구나, 너?
(윤복) 아, 없어
그러는 너는?
왜 내가 사 준 휴대폰 케이스 안 해?
커플 케이스라며
(윤복 애인) 아, 여기 안 들어가요
운전할 땐 빼
내비 봐야 될 거 아니야
(윤복) 케이스 어디 있는데?
[윤복 애인이 바스락거린다]
[휴대전화 알림음]
(윤복 애인) 아, 이 새끼가 진짜
핸드폰 줘 봐
(윤복) 왜 이래?
아니라고, 걔 아니야
(윤복 애인) 그러니까 아니니까 줘 봐, 확인해 보게 [차분한 음악]
(윤복) 아, 싫다고
(윤복 애인) 아니, 그냥 확인하고 다시 준다는데 왜 그러는데?
(윤복) 아니, 내가 싫다는데 너 왜 자꾸 그래?
(윤복 애인) 아니,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거기서 보여 주는 게, 그냥?
(윤복) 아니, 내가 싫다고 너한테 이거 보여 주기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완의 웃음]
(익순) 머리 이렇게 잘라 놔 가지고... [준완의 탄성]
우주 2살 때
하, 우리 오빠 어릴 때랑 똑같아, 진짜
(준완) 할아버지 닮았네
[익순의 웃음]
[휴대전화 알림음]
같은 대대에 있는 애, 홍 대위
(익순) 얘 버릇이에요, 버릇 모든 사람한테 다 이래요
얘는 '다', '나', '까'보다 '용'을 더 많이 하는 애예요
앞의 거 보여 줘요?
봐요, 봐요
(준완) 됐어,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안 봐도 돼
진짜 괜찮아요?
(준완) 응, 내가 네 휴대폰을 왜 봐?
[준완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박사 학위 딴다고?
그건 어디서 공부하는 건데?
(익순) 미국 아니면 영국인데 어디에 자리가 날지 몰라요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티오가 한두 명밖에 안 돼요
교수 되려고?
우리 오빠만큼은 아니어도 저도 공부 머리는 좀 있어요
운동까지 잘해서 육사 간 거지만
가면 얼마나 있는데?
씁, 가게 되면
5년? 최소 3년 과정요
넌 결혼 생각은 전혀 없구나?
처음 사귈 때 말씀드렸잖아요 [준완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저 결혼 생각은 아예 없다고
[준완의 한숨] (익순) 근데 오빠, 우리 이런 대화
아무 의미 없는 거 알죠?
경쟁 엄청 치열해요
대위들이 뽑힐 가능성이 더 커요
못 가, 못 가
네가 왜 못 가?
네가 못 가면 누가 가냐?
(준완) 너 갈 수 있어
오빤 네가 뽑힐 거 같은데?
진짜?
맞아요, 저도 제가 뽑힐 거 같아요
[함께 웃는다]
(익순) 내가 갈 거 같아, 내가
너 만약 가게 되면
[잔잔한 음악] 우린 헤어지는 건가?
너 공부하러 가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익준) 밥 먹자!
식당 동태조림이야!
(송화) [놀라며] 가자
워워
(익준) 워워, 워워
(겨울) 총담관 낭종은
총담관이 낭성으로 확장돼서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담관 담석증
또는 담관암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병이고요
어, 수술은 낭성으로 확장된 총담관 낭종을 절제하고
루앙와이 담관, 공장 문합 수술을 통해 담도를 재건해 줄 겁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여자2) 아...
(정원) 안녕하세요, 어머니
(여자2) 아, 예, 선생님, 안녕하세요
[정원이 살짝 웃는다]
재원이 어려운 수술 아니고요
어, 간에서 담즙이라는 게 만들어지는데
이게 기름기를 소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소화액이에요
[탄성]
(정원) 어, 담즙이 만들어지면 장으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고 이동하는 고 길이 총담관이에요
(여자2) 아, 예
(정원) 보통은 아이들이 총담관이 5mm가 채 안 되는데
재원이는 3cm가 넘게 늘어나 있어요, 어머니
이게 늘어나게 되면은
담즙이 잘 안 빠지고 고여서 돌이 생긴다든지
뭐,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 늘어난 총담관을 잘라 내는 게
오늘 재원이가 받게 될 수술이에요
(여자2) 아, 예
(정원) 물론 잘라 낸 뒤에도
이 담즙이 내려가는 길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소장의 일부를 담도랑 다시 연결해 줘야 돼요
그렇게 연결까지만 하면 수술이 완료되는 겁니다
뭐, 엄청 복잡하고 힘든 수술 아니니까 걱정 많이 안 하셔도 돼요
(여자2) 아,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완전 이해했어요
잘 부탁드릴게요, 선생님, 예
[휴대전화 벨 소리] (겨울) 네
(정원) 어
어, 알았어, 갈게
응
[겨울의 한숨]
[문이 스르륵 열린다]
[한숨]
[석형의 웃음] (익준) 아, 그렇게 웃지 마, 가가멜 같아
(정원) 뭐가 그렇게 재밌냐?
야, 너희들 CS 천명태 교수 알지?
(석형) 난 몰라
(송화) 우리 병원에서 부동산 제일 많은 사람이잖아
나도 그 정도는 알아
(익준) 준완이가 리베이트 건으로 찌른 사람이잖아
응, 그 사람 맞아 [문이 달칵 열린다]
아이고, 아이고, 참 쟤 양반은 못 되겠다
[문이 달칵 열린다]
넌 재학이하고도 친해? [문이 달칵 닫힌다]
(익준) 어
나 얘네 과의 드래건하고도 짱친이야
드래건이 누구야?
(익준) 용석민 [송화의 헛웃음]
(송화) 너 설마 산부인과는 없지?
(석형) 없지
한두 번 밥이나 같이 먹었지
우리 과 애들이랑 친할 일이 뭐가 있어? [준완이 봉지를 바스락거린다]
나 추민하하고 베프야
(익준) 다음 주에 떡볶이 같이 먹기로 했는데 겨울이도 같이
(정원) 야, 장겨울 바빠 [송화가 피식 웃는다]
(익준) 나도 바빠, 걔네도 바쁘고
우리 모두 바빠
근데 걔네들이 먼저 사 달래
날 다 너무 좋아해
(준완) 아유, 저 오지랖
(정원) 야, 준완아, 너 얘기 들었어?
천명태 교수 진용신용금고 대표랑 곧 결혼한대
누구랑 결혼한다고?
진용신용금고 진민주 대표
자수성가로 돈 어마어마하게 번 사람
[준완의 탄성] (송화) 그분 우리 재단 이사 중의 한 분이신데
어, 우리 이사장님하고도 친해
그분 능력도 좋은데 인성도 아주 훌륭하신가 봐
쯧, 그래서 지금 우리 이사장님이 아주 걱정이 많으셔
(석형) 이사장님이 왜?
걱정이 많으시겠지
사업 능력도 좋고 인간성도 좋은데 남자 보는 눈이 꽝이라
(익준) 야, 딱 봐도 천명태 교수 돈 보고 접근한 거 같은데
말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많으실 거다
근데 그 사람 진짜 별로야?
어, 완전 별로
진짜 질 나쁜 사람이야
한마디로 빌런
(송화) 빌런이 뭐야?
좋은 거야
(익준) 빌, 런, 런
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
최선을 다하는 사람
아, 그래?
어? 나 회진 시간 다 됐다
- (송화) 먼저 간다 - (정원) 응, 응
(송화) 이비인후과랑 안과에서도 체크할 거고요
저희도 수술 준비 잘하고 있겠습니다
- (여자3) 네 - (송화) 그럼
(여자3) 감사합니다
[부드러운 음악]
선생님, 저 언제 퇴원해요?
(송화) [살짝 웃으며] 진짜 딴사람 같으시네요
[여자4가 살짝 웃는다]
(송화) 소변량 괜찮으시죠?
(여자5) 네
프로락틴 수치는 어때?
떨어지고 있습니다
내일 퇴원하시죠
퇴원하시면 코 너무 세게 푸시면 안 돼요
가벼운 운동은 괜찮은데
당분간 무리해서 하는 운동만 좀 피해 주세요
용석민 선생이 다시 설명 잘해 드릴 겁니다
[휴대전화 벨 소리]
(석민) 예
아, 예,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다시 꿰맬 필요 없겠네요, 괜찮아요
- (남자3) 아, 감사합니다 - (석민) 네
(남자3) 얼른 가 보세요, 바쁘신데
(석민) [살짝 웃으며] 응급실이네요
불편하시면 다시 말씀해 주세요
[심전도계 비프음]
(아이) [힘겨운 목소리로] 엄마, 나 떡볶이 먹고 싶어
(여자1) 퇴원하면 실컷 사 줄게
먹고 싶은 거 엄마가 다 사 줄게
하, 내 새끼
고생했어, 우리 딸
어제 면회 때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말도 또렷해지고
(송화) [웃으며] 네
벌써 이렇게 회복한 것도 기적이에요
나이가 어려서 뇌 자체의 신경 재생 속도가 빠르네요
숨골 쪽에 눌리던 것도 다 풀리고 출혈도 잘 제거됐어요
[여자1의 안도하는 한숨] 앞으로 재활 치료 잘 받으면
일상생활에 지장 없게 잘 회복될 거 같아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한 이틀 정도 뒤면 일반 병실로 옮겨도 되겠어요
(남자2) 감사합니다, 선생님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송화) [살짝 웃으며] 아닙니다
두 분 며칠 동안 댁에도 못 들어가셨죠?
밤에 보니까 의자에서 주무시던데
따님 큰 고비 넘겼으니까 오늘은 집에 가서 편하게 주무세요
(여자1) 안 그래도 이이랑 오늘 집에 들어가려고 했어요
하, 저희 이 와중에 내일 센터 오픈해요
이 정신에 개업이 웬 말이래요?
우리 엄마 요가 해요
엄청 유명해요
(송화) 아, 그래?
그럼 요가 학원 오픈하시는 거예요?
(여자1) [살짝 웃으며] 네
늘 월급만 받다가 이번에 대출받아서 센터 하나 차렸는데
기존 회원 몇 분도 등록해 주시고
소문도 많이 내 주셔서 회원 숫자가 꽤 돼요
돈도 미리 받았고 서울 먼 데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 해서
개업을 못 미뤘네요
애를 중환자실에 눕혀 놓고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송화) 아유, 무슨 말씀을요
돈 버셔야죠, 어머님
태희는 아버님도 계시고 저희도 자주 체크할게요
(여자1) 선생님, 시간 되시면 센터 한번 놀러 오세요
선생님 오시면은 센터도 완전 잘될 거 같아요
선생님
우리 가족한테는 행운의 상징이세요 [여자1의 웃음]
시간 되시면 잠깐 들러 가지고 커피 한잔하고 가세요
(남자2) 선생님 바빠
센터 오실 시간이 어디 있어?
선생님, 다음에 1년 후가 됐든 3년 후가 됐든
언제든지 놀러 오세요
선생님은 우리 센터 평생 무료입니다
[송화의 웃음]
(송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시간 되면 한번 놀러 갈게요
그럼
[버튼 조작음]
[긴장되는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치홍) 자, 팔 한번 들어 보실게요
자, 다리 한번 들어 보실게요
왼쪽도
아, 머리가 너무 아파요, 선생님
(석민) [가쁜 숨을 내쉬며] 언제 왔어요?
(치홍) 그, 다른 환자 콜 와서 내려와 있었어요
(석민) 아, 씨티 엔지오 나왔나?
(송화) 에뉴리즘이네
코일 할 거니까 쉐이빙 좀 해 줘
(석민) 네
[휴대전화 벨 소리] [석민의 한숨]
예, 선생님
아, 피 많이 나요?
그, 제가 가서 볼게요, 예
예 [통화 종료음]
저, 미안한데 코일 팀이랑 마취과에 연락 좀 해 주세요 [치홍이 대답한다]
성영아, 너는 코일 할 거니까 쉐이빙 좀 해
(성영) 네, 알겠습니다
(익준) 코일이 있어?
그럼 오늘 밴드 늦겠네?
- (송화) 안 늦어, 금방 끝나 - (익준) 응
(송화) 우리 오늘 저녁 뭐 먹어?
(익준) 석형이가 라면 먹재
(송화) 만두랑 김밥도 좀 사 갈까?
(익준) 그럼 안 사 가려 그랬어?
너 근데 지금 어디 가?
ER
아, 선우희수 선생님이 상담할 게 좀 있대
올케랑 싸웠나 봐
[헛웃음]
안 바쁘니?
오늘은 괜찮아
다음 주가 바쁘지, 어
우주 소풍 있고 강의도 많고 수술도 많고
아, 너 지금 한가하면 뭐, ER 같이 갈래?
(송화) 코일 있다니까 [익준의 탄성]
[웃으며] 나와
[익준의 웃음]
[차분한 음악] [병원 안이 시끌시끌하다]
(명태) 씁, 작년에 다른 병원에서 스텐트 시술 하시고
또 증상 있어서 오신 거라고요?
(여자6) 네
최근에 부쩍 가슴도 자주 아프다고 하시고
변비도 심하시대요
선생님 제가 책이랑 인터넷에서 봤는데
스텐트 시술 하고 나면 약 때문에 변비가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한숨]
유산균 먹으라고 하던데 [명태의 코웃음]
먹어도 될까요?
[명태가 숨을 들이켠다]
집이 어디시죠?
일산요
(명태) 음
그럼 거기 영지병원 잘하니까 거기서 진료받으세요
네?
인터넷에 있는 글들 여기서 얘기하지 마시고
먼 데까지 온다고 고생도 하지 마시고
그냥 집 가까운 데서 진료받으시라고요
(명태) 그럼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분
- 아, 마지막 분이신가? - (간호사4) 네
(명태) 어, 그럼 고생들 하세요
우리가 지난달 23일에 수술했으니까
목욕시키는 건 좀 기다려야 돼요
(준완) 살은 잘 아물었거든요
다음 주부터 흐르는 물에 씻기시고
통 목욕은 그 주말부터 가능할 거 같은데
아,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럼
- (준완) 그리고 - (여자7) 네?
흐르는 물에 씻기실 때는 비누칠해서 너무 세지 않게 씻기시고
어, 통 목욕 시키는 건
(준완) 아기 밑의 가운데 딱지가
저절로 떨어져 나간 다음에 하는 게 좋아요
네, 감사합니다
[손을 쓱쓱 비빈다] [휴대전화 알림음]
- (준완) 몇 분 남았어요? - (이현) 다섯 분요
(이현) 오늘 저녁에 약속 있으시다면서요 [문이 스르륵 열린다]
(준완) 충분해요
(재학) 교수님, 옆방은 끝났답니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4시도 안 됐는데?
[밝은 음악]
(치홍) 준비 다 됐어요
채송화 교수님 방에 계신다고 전화하면 바로 내려오신대요
(석민) 고맙습니다
(준희) 오늘은 유난히 NS가 많네요
(석민) 예, 그러네요
(준희) 안녕하세요
- (석민) 안녕하세요 - (치홍) 안녕하십니까
(석민) 성영아, 쉐이빙 다 했니?
[석민의 비명] [전기바리캉 작동음]
(준희) 무슨 일이에요?
[준희의 놀라는 숨소리] (익준) 왜, 왜?
[익준의 놀라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전기바리캉 작동이 멈춘다]
성영아, 잠깐 얘기 좀 할까?
(치홍) 잠깐
[석민의 거친 숨소리]
(익준) 왜?
[석민의 당황한 숨소리]
[한숨]
(석민) 저... [석민의 헛기침]
교수님, 그, 환자분한테는 일단
그, 혹시나 추후에 이 머리를
다시 수술할 수도 있어서 밀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 (송화) 시끄러워 - (석민) 네
[석민이 입소리를 쯧 낸다]
(석민) 쯧, 아유, 이씨
[석민이 숨을 들이켠다]
[석민의 한숨]
[유민의 힘겨운 숨소리] [어두운 음악]
(수빈) 오유민 환자 상태가 정말 안 좋네요
근데 오히려 멜드 점수는 낮아지고
어떡하죠? 시간이 없는데
[한숨]
혹시 아버님 주소 있어요?
네, 잠깐만요
[마우스 클릭음]
[영하가 키보드를 탁탁 친다] (수빈) 어머, 오셨어
[의미심장한 음악]
[수빈의 안타까운 신음]
어떡해
[수빈의 놀라는 숨소리]
[수빈의 한숨]
(간호사5) 제일 위에가 피탈 심장 박동 수를 보여 주는 거고
밑에는 산모 자궁 컨트랙션 보여 주는 거야, 응 [문이 스르륵 열린다]
여기 자세히 보면...
(간호사6) PPH 환자 올라와요
[긴장되는 음악]
[승주의 가쁜 숨소리]
지금 산모분 헤모글로빈 수치가 4래
[문이 스르륵 닫힌다] [학생1의 놀라는 숨소리]
- (학생2) 어떡해? - (은원) 하, 4요?
(학생2) 그게 어떤 건데요?
출혈이 어마어마 어마하다는 거지
사실 수 있어요?
[문이 스르륵 열린다] (승주) 어
[긴장되는 음악] [석형의 가쁜 숨소리]
[헛웃음]
같은 분 맞으세요?
(유민 부) 네, 선생님
저 7킬로 뺐습니다
[잔잔한 음악] 그냥 굶은 게 아니라
PT 등록해서 하루에 6시간씩 운동하고
식단도 완벽하게 조절해서
앞으로 일주일 정도면
아마 2, 3킬로 더 빠질 거 같습니다
선생님
저 꼭 간 이식하게 해 주세요
전
죽어도 괜찮습니다
제 딸만 살릴 수 있다면
전 아무렇게나 돼도 상관없습니다
외국에서 사업한다고 하나밖에 없는 딸
돌보질 못했습니다
딸이 알코올 중독자가 돼서 사경을 헤맬 때까지
저 까맣게 몰랐어요
우리 딸 이렇게 된 거
다 제 탓입니다
제가 옆에 붙어 있었으면
우리 딸
저렇게까진 안 됐을 겁니다
선생님
이제라도 아비 노릇 할 수 있게
제발 저 수술 좀 해 주세요
살을 빼라고 하면 더 뺄 거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생님, 제발
저 수술 좀 시켜 주세요
네?
(익준) 아버님
원칙적으로는 수술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것만으로도 결격 사유인데
지방간도 심하세요
원칙적으로는 수술하지 않는 게 맞는데
그래서 사실 저도 포기했었는데
오늘 아버님 뵙고
[한숨]
용기 한번 내 볼게요
[감격하는 숨소리]
수술하시죠
[유민 부의 울컥하는 신음]
음, 간 초음파랑 추가 검사 받으시고
별문제 없으면 수술 바로 진행하는 걸로 하시죠
감사합니다 [훌쩍인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요 [울컥하는 신음]
이렇게, 음 건강하게 다시 돌아오신...
오셔서 제가 오히려 감사해요
[익준이 훌쩍인다]
[남자4의 가쁜 숨소리]
(송화) 환자분께서 받으실 코일 색전술이라는 시술은
허벅지 대퇴부를 통해 작은 관을 넣어서
뇌혈관에 다다르게 한 다음
혈관이 터진 부분에 코일을 집어넣어 패킹하는 시술인데요
그래서 시술 전엔 혹시나 있을 감염을 대비해서
사타구니 쪽 털을 제거해야 합니다
근데 우리 인턴이 잘못해서
사타구니 쪽이 아니라 머리를 밀었어요
제가 전달을 정확하게 못 했어요
제 잘못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남자5의 한숨]
손해 배상 청구하셔도 됩니다
제가 책임지고 해결하겠습니다
(여자8) 괜찮아요, 선생님
(남자5) 아휴, 지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깟 머리카락이 뭔 대수입니까?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4의 힘겨운 신음]
선생님, 시술하는 건 아픈 거 아니죠?
전 아픈 것만 아니면 다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힘겨운 숨소리]
인턴 쌤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마취하고 진행하니까 통증은 없을 거예요
시술 끝나면 허벅지 쪽이 약간 뻐근할 수 있는데
특별히 얼음찜질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려 놓을게요
[살짝 웃는다]
아, 앗싸
[잔잔한 음악] [살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준완) 오늘 노래 뭐야?
'어쩌다'
오케이
뭐 해?
반성
(준완) 뭘 반성하는데?
(익준) 세상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다 안다고 생각한 거
[익준의 헛웃음]
[입소리를 쯧 낸다]
이것저것 다 반성 중이야
(준완) 아, 뭔 소리야?
좀 비켜 줄래? 우리 치홍이 들어와야 되거든
[준완의 놀라는 신음] (치홍) 안녕하세요
(준완) 어, 안녕, 웬일이야?
형님이 뭐 물어볼 거 있다고 하셔서
(익준) 준완아, 혹시 너 시간 있으면은
좀 꺼져 줄래?
집안일이야
[마우스 클릭음] [심전도계 비프음]
[키보드를 탁탁 친다]
[쿵 소리가 들린다]
(겨울) 들어오셔서 재원이 보셔도 돼요
(여자2) 어, 아니에요, 좀 전에도 봤어요
근데 봐도 봐도 계속 보고 싶어서요
선생님, 수술 잘된 거죠?
교수님이 설명을 해 주셨는데
제가 아까 정신이 하나도 없어 가지고 잘 못 들었어요
(겨울) 어...
- (겨울) 잠시만요 - (여자2) 아...
(겨울) 제가 수술 들어가서
교수님 수술 도와드리고 직접 봤는데요
어...
[겨울이 펜을 달칵 누른다]
이렇게 보시면
이게 지금 정상적인 총담관의 모습인데요
수술 전에 말씀드린 대로 재원이는
여기가 많이 늘어나 있었는데
늘어난 부분을 잘라 내고
담즙이 내려가는 길을 새로 만들어 주기 위해서
[잔잔한 음악]
소장과 연결해 주고
[여자2의 옅은 탄성]
수술은 잘 끝났어요
수술한 지 얼마 안 돼서 아파하긴 하는데
피도 안 나는 것 같고 소변도 잘 나오고
바이털도 아주 좋습니다
내일이면 병실로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여자2의 안도하는 숨소리]
(여자2) [울먹이며] 감사합니다, 선생님
진짜 고생하셨어요
아, 어떡해
어, 감사합니다
[여자2가 흐느낀다]
[피식 웃는다]
[살짝 웃는다]
예, 오래 만났어요, 한 5년 정도?
근데 뭐, 익순이 원래 형님도 아시듯이
결혼에 전혀 마음이 없는데
(치홍) 근데 남자가 계속 결혼하자고 하고
뭐, 익순이도 이런 생각 바꿀 만큼 좋아했으니까
뭐, 그러자고 했대요
이제, 쯧, 그렇게 잘 만나다가
이제 하루는 길가에 있는 점집에 점을 보러 갔는데
[치홍의 헛웃음]
점쟁이가 익순이를 보더니
남자 잡아먹을 사주라고
[치홍의 헛웃음] (익준) 응?
뭐, 둘이 상극이고
여자가 남자 앞길 막는 사주라고
아, 뭐, 그런 개소리들을 했나 봐요
(익준) [한숨 쉬며] 그걸 믿어?
(치홍) 당연히 안 믿죠
근데, 쯧, 그래도 좀 찝찝하잖아요
그래서 이제 익순이가 다음 날
그 동네에 있는 점집들을 다 예약을 해 가지고
같이 가자 그랬대요
귀 씻어야 된다고
근데?
(치홍) 근데 이제 그 새끼가
쯧, 뭐, 자기 엄마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엄마가 결혼을 반대한다고
뭐, 시간을 좀 갖자 그랬대요
아, 익순이는 어이가 없죠
이게 갑자기 뭔 소리인가 싶어서 이제 멍해 가지고 있는데
그 남자 친구 엄마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그래서 받았더니
주말에 같이 놀러 가자고
[치홍의 헛웃음]
너무 그냥 밝게 웃으시면서
주말에 자기랑 속초 놀러 가자고
거짓말했구나?
(치홍) 엄마 핑계 대고 거짓말을 한 거죠
익순이가 자기 엄마랑 자주 연락하는 줄도 모르고
아니, 마음이 변했으면 그냥 변했다고
솔직하게 말을 하면 되는데 애도 아니고
아유, 어디서 그런 쓰레기 같은 새끼를, 쯧
아무튼 반년 넘게 불면증에 시달리고
뭐, 밥도 거의 못 먹고
익순이 그때 5킬로 넘게 빠졌어요
근데 저도 병원에서 바쁠 때라 잘 챙겨 주지도 못했고
우리 동생 지금은 괜찮은 거지?
예, 이제 다 돌아온 거 같던데?
그, 슬슬 웃기기 시작하잖아요
[함께 웃는다]
[혀를 쯧 찬다]
아, 아무튼 고맙다, 얘기해 줘서, 하
나는 이 일, 쯧 익순이한테는 모른 척할게
네, 알겠습니다
그, 교수님
저 익순이랑 정말 아무 사이 아니에요
진짜 친구예요, 친구
(익준) 알았어, 아, 참 [치홍의 웃음]
(치홍) 저, 근데 오늘 밴드 연습 있으시죠?
저 다음에 한번 구경하러 가도 되나요?
(익준) 어
와도 되는데
너 송화 좋아하지?
- (익준) 아니, 존경하지? - (치홍) 예
좋아합니다, 네
(익준) 송화는 다 좋아하지, 하
그래서 걔가 일이 많아
아무튼 송화 좋아하는 사람도 걔 베이스 치는 거 보면은, 음
더 좋아하게 될 거야
엄청 늘었어
하여튼 모범생이야, 정말, 쯧
코일 있다던데? 끝났으려나?
네, 아, 이제 거의 끝났을 겁니다
(송화) 고생들 하셨습니다
(승주) 병원 앞에 맛있는 수제빗집 있거든? 가자
[학생들의 웃음]
어, 교수님, 고생하셨어요
수술 잘 끝났나요?
(석형) 네
초반에 블리딩 포커스 찾는 게 어려워서 애먹었는데 잘 끝났어요 [민하의 힘겨운 신음]
블리딩 잡혔으니까 수혈하면서 상태만 잘 지켜보면 될 거 같아요
회복실에서 CBC 낼 때 DIC 랩도 같이 내고
검사 결과 나오면 노티해 줘
그리고 수혈도 많이 했으니까 내일 체스트 찍고
네, 알겠습니다
(학생2) 교수님
산모님 살았어요?
그럼, 살았지
[학생2가 살짝 웃는다]
내일 봅시다
[민하가 인사한다]
(학생2) 수고하셨습니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민하의 힘겨운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준완) 늦었어! [문이 탁 닫힌다]
(정원) 알았어, 알았어, 좀만 기다려
[준완의 한숨]
아, 알았다고!
[카드 인식음]
[버튼 조작음]
[밝은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석형이 흥얼거린다]
[석형의 놀라는 신음] [지갑이 툭 떨어진다]
(석형) 죄송합니다
(학생2) 아저씨, 아저씨
지갑요
(석형) 감사합니다
[승주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정원이 피식 웃는다]
어?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송화의 웃음]
[정원과 준완이 말한다]
(정원) 어디 가세요?
(송화) 씁, 있어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벨 소리]
(익준) 어, 로비, 로비
[통화 종료음]
(승주) 맞는 말이지
가운 벗으면 그냥 아저씨지, 뭐
(학생2) 저 완전 몰라봤어요, 어떡해요?
(승주) 괜찮아, 양석형 교수님 쿨해
신경 쓸 필요 전혀 없어
얘들아, 우리도 수술복 벗으면 그때부터 바로 환자나 보호자야
똑같아
(학생들) 네
(승주) 그러니까 일 힘들어도
내 가족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한 번만 더 참아
한 번까지는 참고
이해해 보고
두 번부터는 참지 마
선배들한테 바로 얘기해
(학생들) 네
[차 리모컨 작동음]
(승주) 아, 영주는 아빠가 의사라고?
네, 아, 근데 지금은 암 수술 하시고 항암 중이세요
아이고, 괜찮으셔?
네
맨날 의사 욕하시면서 병원 욕도 하시면서
어, 너무 잘 지내고 계시죠
[학생2와 승주의 웃음]
[밝은 음악]
[정원이 말한다]
- (정원) 석형아! - (송화) 이익준!
(익준) 어?
뭐야?
뭐야? [송화의 웃음]
[준완이 말한다]
아니, 이 양반이?
[익준이 말한다] (석형) 배고파
[저마다 말한다]
누가 온다고?
(석형) 나 낯가리는데
(준완) 역시 채송화, 잘했어
(정원) 아, 근데 좋아하실까?
[놀라며] 그럼 우리 엄마도 오겠네?
[발랄한 음악] [정원 모의 벅찬 숨소리]
야, 종수야 이게 얼마 만의 콘서트냐? 어?
난 요즘 노래 잘 모르는데
(종수) 정원아, 문주란 씨 노래 없니?
아니면 조미미 씨나 [친구들이 피식 웃는다]
(익준) 이사장님 그렇게 난동 부리실 거면 1층으로 모실 거예요
알았어
얼른 해 보라우
알갔습네다
난 다 좋아
대신 신난 거
신난 걸 해 줘요, 아저씨
아저씨?
(익준) 예
[익준이 피식 웃는다]
[익준이 숨을 후 내쉰다]
[신나는 음악이 연주된다]
(익준) ♪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에 ♪
♪ 내 마음을 빼앗겨 버렸네 ♪
♪ 어쩌다 마주친 그대 두 눈이 ♪
♪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 ♪
♪ 그대에게 할 말이 있는데 ♪
♪ 왜 이리 용기가 없을까 ♪
♪ 말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 ♪
♪ 내 가슴만 두근두근 ♪
♪ 답답한 이 내 마음 ♪
♪ 바람 속에 날려 보내리 ♪
[신나는 음악]
[유민 부가 입바람을 후후 분다]
아빠, 내가 애야?
내가 먹을게, 그냥
내 눈엔 아직 10살이다, 이놈아
[한숨]
아, 그리고 왜 죽이야?
아직 수술도 안 했는데
[유민의 힘겨운 숨소리]
아빠
나 통닭 먹고 싶어
[유민 부가 다리를 탁 친다]
[신나는 음악]
[신나는 음악이 연주된다] (익준) ♪ 피어나는 꽃처럼 ♪
♪ 아름다운 그녀가 ♪
♪ 내 마음을 빼앗아 버렸네 ♪
♪ 이슬처럼 영롱한 그대 고운 두 눈이 ♪
♪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 ♪
♪ 그대에게 할 말이 있는데 ♪
♪ 왜 이리 용기가 없을까 ♪
[익준의 추임새] ♪ 말을 하고 싶지만 ♪
♪ 자신이 없어 ♪
♪ 내 가슴만 두근두근 ♪
♪ 바보, 바보 ♪
♪ 나는 바보인가 봐 ♪
[익준의 추임새]
♪ 그대에게 할 말이 있는데 ♪
♪ 왜 이리 용기가 없을까 ♪
[익준의 추임새] ♪ 말을 하고 싶지만 ♪
♪ 자신이 없어 ♪
♪ 내 가슴만 두근두근 ♪
♪ 바보, 바보 ♪
♪ 나는 바보인가 봐 ♪
[정원 모의 박수와 환호성]
(정원 모) [웃으며] 최고
최고 [정원 모의 웃음]
야, 야
아, 진짜 [종수의 힘겨운 신음]
[정원 모의 환호성]
[새가 짹짹 지저귄다]
(익준) 씁, 후
(우주) 아빠, 나도, 나도 갈래
(익준) 어, 우주야
우주랑 아빠랑은 이따 저녁에 만나
그럴 수 있지?
[익준의 웃음]
[익준이 뽀뽀를 쪽 한다] 갈게
자, 인사, 자
오케이, 아빠 갔다 올게
[부드러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차 리모컨 작동음]
[한숨]
[놀라는 숨소리]
(여자1) 어머
어머, 어머, 어떡해, 선생님
어, 진짜 오셨어요?
[송화의 힘주는 신음]
[여자1의 힘주는 신음]
(송화) [살짝 웃으며] 오픈 축하드려요
아, 감사합니다
(여자1) 여보, 선생님 오셨어, 빨리 와 봐
(송화) 아니요, 저, 안 나오셔도 돼요
저 바로 가 봐야 돼요
요 앞에 약속이 있어서 가던 길에 잠깐 들렀어요
[송화가 살짝 웃는다]
그럼 수고하세요
[벅찬 숨소리]
[웃음]
(군인) 남자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나이는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고
잘생겼습니다
[한숨]
아, 뭐야? 쯧
(익준) 서프라이즈
놀랐어?
재미없어, 씨
요거 쏘가리매운탕, 어?
이거 손질 다 한 거니까 양념 같이 넣고 끓이면 되고
요거, 요게 이제 대창, 곱창 생거니까 구워서 먹어
제발 구워서 먹어
그리고 이건 순대 부속품들
귀, 간, 허파, 오소리감투 뭐, 콩팥 이런 거야
아무튼 삶은 거니까 그냥 바로 먹으면 돼
[익준의 헛기침]
무슨 일 있어?
아니, 없어
오빠 재혼해?
아니
엄마 아파?
안 아파
아빠 아파?
아, 그냥 왔어
오빠 아파?
아이씨, 간다
(익준) 나 저, 우주랑 저, 돈가스 먹으러 가기로 했어
가는 길에 너 이거 주려고 잠깐 들른 거야
(익순) 돈가스집이 어딘데?
(익준) 압구정
[숨을 들이켠다]
아, 잠깐 얼굴 보려고 온 거야
[멋쩍은 신음]
어디 아픈 데 없지?
(익순) 어
잘 있어, 오빠는?
오빠는 항상 잘 있지, 뭐
오빠가
자주 못 오고, 응?
못 챙겨 줘서 미안해
간다
(익준) 아
아, 용돈, 용돈, 용돈, 용돈 줘야지
자
[웃으며] 뭐, 뭐야?
너 울어?
[잔잔한 음악]
[울먹이며] 아, 몰라, 미쳤나 봐
[익준의 웃음]
(익준) 미쳤네, 미쳤어
오빠 간다, 고생해
[익준이 코를 훌쩍인다]
저, 힘든 일 있으면은 전화하고
오빠 하나도 안 바쁘니까, 어?
아무 때나 전화하라고
진짜 간다
[익순이 훌쩍인다]
[익순의 한숨]
[자동차 시동음]
[멀어지는 자동차 엔진음] [리드미컬한 음악]
[밝은 음악] 알았어, 같이 가
여자 친구가 가자면 가야지
진짜 다 좋은 사람들이에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이게 뭡니까?
아, 네가 진정 오빠의 밑바닥까지 보고 싶은 게구나?
어이, 이익준, 오늘 술 한잔 어때?
야, 뭐야? 뭔 일인데?
에이, 정원이가 의사 관두는 건 너무 아쉽네
의사로서 그런 친구 참 드문데
너희 집 애들은 대체 다들 왜 그런다니?
우리 겨울이가요 연애를 하나 봅니다, 어머, 세상에
진짜야?
좋으면 좋다고 말해, 비밀로 할게
정원이 아직 퇴근 안 했던데?
저 환자 봐야 돼요, 여기 있을래요
교수님, 혹시 질투하시는 거 아니죠?
- 내가 언제? 안 했어 - 했다니까
안 했다니까 몇 시 몇 분 몇 초 내가 언제 했어?
힘든데 서로 의지하고 그럼 좋잖아
나중에
애들 다 같이 있을 때 너희들한테 한꺼번에 얘기할게
[잔잔한 음악] 누구요?
누가 집도할 건데, 이 부담스러운 걸?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병원 이미지만 나빠지고
만성 거부 반응으로 상태가 아주 안 좋아
안 한다고요!
제가 싫다고요, 환자가!
아,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저는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환자는 죽어도 싫다 그러고 천명태 교수님은 그렇게 하라 그러고
나도 핑계만 있다면
리스크 있는 수술은 웬만하면 안 하고 싶다
넌 결정권 없어
집도할 의사가 결정할 문제지
교수님, 이럴 때 진짜 어떡해야 돼요?
이번에 온 아이는 꼭 지켜야죠
의사가 환자 포기하면 그날로 의사는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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