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2.11
[감성적인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송화가 사각사각 적는다]
[송화가 펜을 달칵 닫는다]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송화) 가방
[한숨]
[피식 웃는다]
[입차 경고음]
[차 리모컨 작동음]
[송화의 헛웃음]
[차 리모컨 작동음]
[다가오는 발걸음]
[송화의 답답한 신음]
[차 리모컨 작동음]
[송화의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교수님, 안녕하세요
(송화) 어, 안녕하세요
오늘도 퇴근이 늦으시네요?
(송화) 오랜만에 일찍 퇴근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계속 올 일이 생기네요
몇 번째 다시 오고 다시 오고
쯧, 이렇게 된 거 학회 자료 준비나 할까 하고요
- (송화) 당직? - 네
김준완 교수님은 이태원 가셨어요
(송화) [웃으며] 알아요
(재학) 그, 안정원 교수님은 좀 전에 복도에서 뵀고
양석형 교수님은 퇴근하시는 거 봤습니다
이익준 교수님은 오늘 강남에서 회식하신다고…
어떻게 그렇게 다 알아요?
아, 하루 종일 거의 김준완 교수님하고만 지내다 보니까
저절로 알게 됐습니다
[송화의 웃음]
오늘 이익준 교수님 생신이시죠?
(재학) [흥얼거리며]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 주세요
나 오늘은 익준이 더 볼 일 없는데
혹시, 혹시 뵙게 되면
[흥얼거리며]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 주세요
[웃으며] 네, 그럴게요
[의료 기기 작동음]
(광현) 통증 심해 보이니까 페인 컨트롤 하고
엑스레이 찍어서 뼈 상태 한번 확인해 봐
(재민) 네
[커튼이 쓱 여닫힌다]
[전화벨이 울린다]
(희수) 네, 율제병원 응급실입니다
(구급대원1) 외상 환자인데요
남자 40대로 추정되고 멘탈은 드라우지
바이털은 BP 150에 90
하트 레이트 80회, 호흡수 12회
체온은 36.7도입니다
누군가한테 뒤통수 가격당해서
바닥에 쓰러졌다고 신고받아서 출동했습니다
의식 확인차 신분 확인했는데
율제병원 의사라고 합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율제병원 의사요?
이름이 뭡니까?
[힘겨운 신음]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한숨]
[힘겨운 신음]
[휴대전화 벨 소리]
[한숨]
여보세요
[긴장되는 음악]
[광현의 다급한 숨소리]
(광현) 이게 무슨 일이야
퍽치기인가요?
(구급대원2) 예, 그런 거 같습니다
저희도 신고받고 출동했는데
현장 목격자분들의 말에 의하면 뒤에서 돌로 가격당한 거 같습니다
[광현의 한숨]
(광현) 옮길게요, 하나, 둘, 셋
(광현) 익준아, 여기 어디인지 알겠어?
이익준, 내 말 들려?
야, 이익준!
(익준) [힘겨운 목소리로] 어, 들려, 잘 들려
귀청 떨어지겠네
조용히 해, 병원이야
[기가 찬 숨소리]
(광현) 목은 안 아파?
(익준) 어, 안 아파
[펜 라이트 조작음]
[펜 라이트 조작음]
오베이는 되니까 라인 먼저 달고 얼른 CT 찍을게요
네, 그럼 CT부터 스케줄 잡고 올게요
너 날아왔어?
(광현) 아무리 병원에 있었다고 해도
송화 왔다
[옅은 웃음]
야, 아직 CT도 안 찍었어
그래도 퓨필도 괜찮고…
(송화) 내 말 들려?
응?
익준아, 내 말 들려?
[옅은 숨소리]
왼팔 들어 봐
오른손 꽉 잡아 봐
[잔잔한 음악]
[안도하는 한숨]
[떨리는 숨소리]
너무 졸려, 송화야
(익준) 나 잘래
- (광현) CT 빨리 찍자 - (송화) CT 빨리 찍자
(광현) 어
[광현의 한숨]
[의료 기기 작동음]
[정원의 한숨]
(송화) 괜찮아,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오른쪽에 서브듀랄 헤마토마 SDH가 있어
(석형) 출혈량이 많아?
다행히 출혈량은 안 많아
(송화) 스컬 프렉처는 있는데
피가 본 두께 정도로 얇게 깔려 있는 정도라
수술까진 안 해도 될 거 같아
그래도 출혈이 늘어날 수도 있으니까
오늘, 내일은 쯧, ICU에서 좀 지켜보려고
- (준완) 의식 있는 건 맞지? - (송화) 어
나랑 좀 전까지도 얘기했어
(송화) 머리 세게 다쳐서 뇌출혈 생기면
원래 의식 드라우지해질 수 있어
출혈량 늘지 않고 잘 치료하면
며칠 내에 얼럿해질 거야
[정원의 한숨]
(정원) 익준아
익준아, 일어나 봐
익준아, 너 집이 어디야?
[펜 라이트 조작음]
(익준) 으응, 하지 마, 눈 부셔
[힘겨운 숨소리]
나 퓨필 인택트해
불 그만 비춰, 안드레아
[정원의 안도하는 한숨]
[친구들의 안도하는 한숨]
어떻게 잡았어?
(송화) CCTV에 찍혔나 봐 경찰서에서 연락 왔어
정원이가 편 변호사님한테 부탁해서 지금 변호사님이 정리 중이야
(정원) 익준이 집에 연락해야 하지 않나?
(송화) 왕 이모님한테는 내가 연락드렸고
우주한테는 얘기하지 말아 달라 그랬어
창원 집에는 아직
(준완) 부모님한테도 말씀드려야지
나도 부모님 연락처는 모르고 동생 번호는 알아
내가 전화할게
(송화) 익순이 한국 왔어?
영국에 있지 않나?
(준완) 어, 왔어, 좀 됐어
근데 익준이 수술들은 다 어떡하냐?
지금 그게 문제는 아니지만
과장님하고 통화했어
당장 내일 수술이랑 이번 주 수술들은
과장님이 대신 해 주시기로 했고
다음 주 수술부터는 환자분들 상담해서 일정 다시 잡아 봐야지
(석형) 송화 너 오늘 여기 있을 거지?
(송화) 응
(석형) 내일 밤엔 내가 있을게
내가 계속 있을게
(송화) 너희들은 상황 봐서 한두 번 정도만 교대해 줘
너 힘들어
오늘 밤만 있고 내일부턴 같이 돌아가면서 있어
(송화) 내가 그냥
계속 옆에 있을래
그렇게 하자, 응?
(정원) 그래
알았어
얼른들 가
[준완과 정원의 한숨]
[석형의 한숨]
(송화) 얼른 가
벌써 새벽 두 시야
다섯 시간 뒤 출근이야, 어?
- (송화) 가 - (정원) 간다
(준완) 갈게
(석형) 갈게
[잔잔한 음악]
[석형의 한숨]
[송화의 한숨]
[숨을 후 내쉰다]
(송화) 타이
[숨을 씁 들이켠다]
타이
[들뜬 신음]
[차분한 기타 연주]
[살짝 웃는다]
[심호흡]
야
오늘 뭐 해?
나?
왜?
밥 먹자
(송화) 오늘 너 생일이잖아
이따 저녁에 약속 없으면 나랑 밥 먹어
내가 같이 먹어 줄게
약속 있다
소개팅하기로 했다
아, 그래?
오늘 꼭 해야 하는 거지?
다음에 하면 안 돼?
내가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하는 건데
못 미뤄
[살짝 웃는다]
다음에
다음에 먹자
그래, 알았어
소개팅 잘해, 간다
[차분한 기타 연주]
[잔잔한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밝은 음악]
두개골 골절이 아주 살짝 있고 출혈이 있는데 많지 않아
오늘 밤까지 중환자실에서 지켜보고
괜찮으면 내일쯤 일반 병실로 갈 것 같아
새벽에 전화할까 하다가
그렇게 위중한 건 아니라서 지금 전화했어
[익순의 한숨]
(준완) 괜찮다니까
정말 괜찮아,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많이 안 좋았으면 내가 새벽에라도 너한테 전화했지
의식도 멀쩡하고 움직임도 괜찮아
(익순) 옆에 송화 언니 있죠?
그럼, 송화가 담당 교수야 걱정 안 해도 돼
부모님은?
부모님한테도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
(익순) 두 분 여행 가셨어요 지금 유럽에 계세요
엄마 아빠한텐 얘기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제가 올라갈게요
어, 오늘 휴가 신청하면
늦어도 내일이나 모레엔 올라갈 수 있어요
여기 간병할 사람 많아, 무리하지 마
너 스케줄 정리되면 그때 올라와도 돼
(익순) 아니에요 우주도 궁금해할 거고
제가 올라가는 게 맞을 거 같아요
(준완) 쯧, 그럴래? 그럼 그렇게 해
아무래도 낮엔 옆에 아무도 없으니까 네가 있으면 좋지
조심해서 올라와
(익순) 네
그래
[통화 종료음]
(정원) 너 익준이 여동생이랑 꽤 친하구나?
몰랐네
[한숨 쉬며] 친하지
친구 동생인데 당연히 친하지
가자, 늦었다
(송화) 안상모 님, 두통이 심하셔서 병원 가 보신 거라고 했죠?
(남자) 네
(여자1) MRI하고 CT 찍었는데 큰 병원 가 보라고 해서…
선생님, 안 좋은 건가요?
환자분 오른쪽 머리 이쪽 부분에 하얀 게 보이시죠?
이게 종양인데
(송화) 조직 검사를 해 봐야 확진을 할 수 있지만
일단 MRI상에서는 수막종이라는 종양으로 의심됩니다
[당황한 숨소리]
근데 수막종은 보통 양성 종양입니다
그래서 암처럼 크게 걱정은 안 하셔도 되는데
그래도 지금 보시면은 아시겠지만
MRI 판독상 크기가 3.2cm 정도로 꽤 큰 편이라서
수술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남자의 한숨]
지금 살짝 뇌부종 같은 것도 보이고
여기서 종양이 더 커지게 되면 부종도 심해지면서
뇌가 더 눌려서 편마비, 경련 등
여러 가지 신경학적 증상들이 생기실 수 있어요
그 전에 종양을 제거해 주는 게 좋을 거 같네요
한마디로 제가 뇌종양이라는 거죠?
(남자) 살면서 제가 뇌종양에 걸릴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허탈한 숨소리]
입원하시고 추가 검사가 더 필요하지만
현재 의심되는 수막종 같은 경우는
종양을 잘 제거하면 재발률도 낮고
다른 부위로 퍼져 나가는 종양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예후가 좋은 종양입니다
종양 위치도 수술하기 어려운 위치가 아니고요
너무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오늘 바로 입원할 수 있나요?
수술 최대한 빨리해 주시면 안 될까요?
(송화) 아마 오늘 입원 가능할 겁니다
자세한 거는 밖에서 다시 한번 설명드릴 거예요
(남자) 예
[엘리베이터 도착음]
[당황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완) 밥 먹자
(재학) 같이 드실래요?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와이프 오늘 산부인과 외래 있어서
병원에서 같이 점심 먹기로 했는데
난 그럼 빠져 줄게 부부가 다정하게 드세요
아, 점심 그럼 누구랑 드실 거예요?
(준완)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참, 너 이제 네 앞으로 진료 볼 때 되지 않았나?
금요일 오전 한 타임 보는 거 어때?
아, 아닙니다, 괘, 괜찮습니다
뭐가 괜찮아?
펠로우 2년 차면 이제 네 환자 볼 때 됐지
곧 외래 열어 줄 테니까 준비해
아니요! 아, 아니요, 아니요 저, 저, 정말 괜찮습니다
[재학의 어색한 웃음]
(재학) 오, 오, 저는 완전 괜찮습니다
[재학의 어색한 웃음]
그럼 저, 점심 맛있게 드세요
[흥미로운 음악]
[재학이 버튼을 탁탁 누른다]
[재학이 버튼을 탁 누른다]
[휴대전화 알림음]
(민하) 나랑 잠깐 10분만 벤틸레이션하자
중간 정원으로
(겨울) 1년 차들이 아직도 적응을 못 했어요?
[민하의 한숨]
(민하) 한 명은 너무 적응했고 다른 한 명은 너무 적응을 못 하고
윤희라고 있어, 서윤희
정말 성실하고 똑똑해
근래 보기 드문 인재야
근데요?
[입소리를 쯧 낸다]
우리가 이제 많이 편해졌나 봐
말이 점점 짧아져
[흥미로운 음악]
(민하) 윤희야 이다래 산모 드레싱했어?
(윤희) 응응
어, 잘했어, 그…
아, 그리고 염세희 교수님이 학회 발표 때문에
자료들 데이터 뽑아 보라고 하셨잖아
아, 데이터
임신 중독증 산모 데이터?
어, 그거 맞아
그, 다 했어? 어, 언제까지 될까?
거의 다 했어요
어, 오늘 밤까지 보여 드릴 수 있어요, 선생님
아, 그래, 어, 수고했어
(윤희) 응응
습관이네요, 언어 습관
그런 친구들 가끔 있어요
애가 악의라곤 1도 없어서 뭐라 말도 못 하고
애는 진짜 착하거든
[피식 웃는다]
다른 한 명은요?
(민하) 아…
어, 저기, 저기 [문이 덜컹 열린다]
은미야, 기은미 선생!
(은미) 아…
안녕하세요
밥은 먹었어?
지금 먹으려고요
(민하) 아, 그럼 여기서 같이…
맛있게 먹…
맛있게 먹…
[늘어지는 기적 효과음]
[민하의 한숨]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말이 없고 내성적이야
원래는 내과 가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산부인과 의사셔서
병원 물려받으라고 해서 산부인과로 왔대
근데 와서 보니까 자기는 임상보다는
공부하고 논문 쓰고 이런 기초가 더 맞는 거 같다고
올해까지만 동기들 봐서 다닐 거래
내년에는 자신 없대
그래도 그런 얘기를 다 하네요?
내성적이라더니
아, 엄청 물어봤지
아, 계속 겉돌길래 누가 갈구나 싶어 가지고
술 사 주고 밥 사 주고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어
근데 원래 성격이 그렇더라고
아, 애는 참 착한데
- 다 착하대 - (민하) 정말이야
말이 없고 겉돌아서 그렇지 부지런하고 꼼꼼해
(민하) 아유, 진짜 어떡하냐, 아유
주말에 저랑 영화라도 보실래요?
저녁에 잠깐은 시간 되는데
나 주말에 데이트 있어
[놀란 신음]
영화도 보기로 했어
혹시…
[민하의 들뜬 신음]
(민하) 꿈은 이루어진다!
[민하의 들뜬 신음]
[한숨]
♪ Dreams come true ♪
♪ 나를 지켜 줄 거야 ♪
♪ 아껴 왔던 작은 사랑도 ♪
[마우스 클릭음] (석형) 오늘 목덜미 투명대 검사 진행했고요
아기는, 어, 머리에서 엉덩이까지 5.2cm로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네요
목덜미 투명대 두께도 1.5mm로 정상이에요, 예
[마우스 클릭음]
그리고 아기가 엄청 많이 움직이죠?
지난번에도 팔다리를 조금조금씩 움직이긴 했지만 [잔잔한 음악]
지금은 세게, 더 많이 움직이고 있네요
아기가 저 닮았나 봐요
(재학) 아유 엄마 힘들게 하면 안 되는데
아기 잘 움직이면 좋죠, 뭐
산모분, 식사는 잘하고 계세요?
잘 못 먹어요, 양이 엄청 줄었어요
항암 치료 시작하고 잘 견디려면 식사 잘하셔야 돼요
잘 드시는 게 아기한테도 좋아요
네, 교수님
다음 외래는 4주 뒤에 보면 될 것 같고요
어, 아기는 잘 자라고 있으니까
엄마는 엄마 건강만 신경 쓰세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교수님
(재학) 저, 다음에 제가…
밥 사세요
(재학) 예 [함께 웃는다]
건태 들어왔어? 언제?
(종수) 어제
둘째가 문자했더라
전화 한 통 없었지?
[살짝 웃는다]
전에 돈 달라는 거 못 준다고 한 이후로
전화 한 통 없어
내가 전화했는데도 안 받고
[한숨]
그냥 돈 해 주고 애들 얼굴 볼 걸 그랬나 봐
[쓸쓸한 음악]
아휴, 애들 보고 싶은데
[헛웃음 치며] 이제 영영 못 보게 생겼네
소주 한잔할까?
(종수) 응, 좋지
나 오늘 자고 간다
(로사) 그래
[옅은 신음]
[피식 웃는다]
[헛웃음]
지금 웃음이 나와?
약 잘 챙겨 먹고 있지?
[한숨]
(익준) 엄마 아빠한테 얘기 안 했지? 하지 마
(익순) 응, 아직 안 했는데 다음 주 한국 오시면 얘기할 거야
아, 뭐 하러 해 걱정만 하셔, 얘기하지 마
사랑하는 아들이 머리를 다쳤는데 어떻게 얘기를 안 해?
엄마 아빠가 아셔야지
별게 다 비밀이야
오빠 그리고 퇴원하면 창원으로 내려가
뭔 소리야?
어차피 당분간 진료도 못 하잖아
창원 내려가서 엄마 아빠 옆에 있어
엄마가 해 주는 밥 먹으면서 간만에 좀 쉬다가 올라와
허, 참
(익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 같다?
[익순의 웃음]
(익순) 어, 반사야
내가 알아서 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우주 이따 저녁에 올 거야
너 우주한테 얘기했어?
(익순) 응
아빠가 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우주가 와서 '호' 해 주라고 했어
이모님이 이따 저녁에 데리고 올 거야
야, 우주 나 당직인 줄 알아
아니, 당직 아닌 거 알아
[당황한 숨소리]
(익순) 이모가 아빠 당직이어서 며칠 동안 집에 못 올 거라고 했대
근데 우주가 그러더라
아빠는 당직을 이틀 연속으로 선 적이 없다고
어? 응급 수술, ICU 호출이면 몰라도 당직은 연속으로 안 한대
하, 참, 똑똑해, 누구 조카인지 몰라
오빠 상태 보고 이 정도 비주얼이면
굳이 우주한테 거짓말할 필요 없겠다 싶어서 얘기한 거야
우주한테 잘 설명했고 우주도 다 이해했어
아빠 너무 보고 싶대
오빠도 우주 보고 싶잖아
[입소리를 쩝 낸다]
(익준) 잘했어, 굿 잡
(익순) 생큐
야, 안 되겠다
우리 동생 상 줘야겠다
손이 굳어서 잘될는지 모르겠는데
하지 마
(익준) 구구
[익순의 웃음] 구구, 구구
[비둘기 울음 효과음] 구구
[힘겨운 신음]
(준완) 야, 컨디션 좀 어때?
[문이 스르륵 닫힌다] (익준) 구구, 구구, 구구
수술 있다며
[익준의 아파하는 신음]
어, 좀 밀렸어
아, 인사해, 내 동생이야
[헛웃음]
왔어?
오빠, 안녕
(준완) 언제 왔어?
(익순) 어, 한 한 시간쯤 전에요
어, 송화 언니는요?
송화는?
(익준) 오늘 오전 외래만 있어서 점심때 잠깐 들른다고 했는데 늦어지네
일을 줄인다더니 전보다 더 많이 해
요즘 내가 잔소리를 덜 했더니
(석민) 교수님
[석민의 가쁜 숨소리]
그, 안상모 환자요
컨벡시티 메닌지오마로 어제 입원하신 분이요
(송화) 어, 알아
왜, CT 엔지오에서 뭐 나왔어?
(석민) 예, 방금 찍어 봤는데 옵살믹 아테리 애뉴리즘이 보입니다
옵살믹 아테리 애뉴리즘?
예
[어두운 음악]
아이고
DSA 진행할까요?
CT 엔지오에서 동맥류 잘 보이니?
예, 잘 보입니다
옵살믹 아테리 애뉴리즘이면 코일 해야 할 거 같은데
환자분 신장 수치가 경계에 있어서
조영제 너무 자주 쓰면 신장 기능에 안 좋으니까
봐서 코일 해야 하면 코일로 바로 진행하자
나한테 지금 결과 보내 줘
(석민) 예, 알겠습니다
[의료 기기 작동음]
(기준) 석션
[기준의 아파하는 신음]
야, 너 똑바로 안 줘?
(성영) 죄송합니다
(기준) 야, 넌 도구 주는 거 하나 제대로 못 하면 대체 뭘 잘해?
(성영) 죄송합니다
(기준) 그 머리로 어떻게 의사가 됐어?
너 이렇게 머리 나쁜 거 부모님은 알고 계시지?
그래도 부모님은 너 의사 됐다고 좋아하시지?
(성영) 죄송합니다
(기준) 넌 '죄송합니다'밖에 할 줄 몰라?
센스도 없고 머리도 나쁘고 큰일이다, 큰일
- (기준) 바이폴라 - (선빈) 네, 교수님
[새근거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익순) 어제 밤새웠어?
(익준) 나? 잘 잤는데
아니, 이 오빠
(익준) 아, 못 잤지
쟤 어제 당직이라 밤에 한창 나랑 수다 떨다가
갑자기 응급 수술 생겨서 새벽 5시까지 수술했을걸?
아침에 회진 돌고 콘퍼런스 두 개 하고
거의 못 잤을 거다
[휴대전화 벨 소리]
(준완) 어, 재학아, 갈까?
5분?
알았어, 나 그럼 커피 한 잔만 마시고 내려갈게
응
[통화 종료음] (익준) 아, 익순아, 나 케이크
카페 가서 조각 케이크 하나만 사다 줘
사는 김에 커피 열 잔 사서 스테이션에 좀 돌리고
(익순) 응, 그래
카드 줘
- (익준) 야 - (준완) 농담이야
가자, 오빠가 사 줄게
[잔잔한 음악] (익순) 응
목걸이 그걸로 계산이 돼?
(준완) 응, 이걸로 밥도 먹고 편의점도 되고
- (익순) 언제 찍은 사진이야? - (준완) 작년에?
[숨을 씁 들이켠다]
[송화의 한숨]
[마우스 조작음]
[휴대전화 벨 소리]
(송화) 지금 보고 있어
(석민) 바로 말씀드려야겠죠?
그럼
(송화) 보통 뇌종양 수술 전에
여러 가지 목적으로 뇌혈관을 보는 CT를 찍어 보는데요
뇌혈관 CT 결과에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눈으로 가는 동맥에 약 8mm 정도의 동맥류가 발견됐습니다
(여자1) 동맥류요?
그거 터지면 죽는 거 아닌가요?
다 그렇지는 않지만
뇌동맥류는 보통 증상이 없기 때문에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터질 수 있고
터지게 되면 사망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여자1) 선생님, 그럼 한 번에 수술 두 개를 하게 되는 건가요?
아니요, 그게, 어, 그럴 수가 없습니다
(송화) 수술을 하면 전신 마취를 하게 되는데
마취를 하거나 마취를 깨울 때
혈압 변동이 생기면서 동맥류가 터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하게 우선 동맥류를 먼저 치료하고
이후에 종양 제거 수술을 하는 게 맞는 방향일 거 같습니다
[한숨]
근데 문제는 환자분의 동맥류가
눈동맥, 눈으로 가는 혈관에 있다는 건데요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정상 눈동맥이 동맥류에서 뻗어 나가고 있어요
쉽게 설명드리면
동맥류와 정상 눈동맥이 붙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코일 색전술이라고 해서
머리를 열지 않고 허벅지 동맥을 따라 카테터를 넣고
뇌동맥류를 막아 주는 시술을 합니다
그런데 이 시술 과정에서 동맥류를 코일로 다 막아 버리게 되면
눈동맥이 막혀 실명의 위험이 있습니다
[어두운 음악] 그렇기 때문에
눈동맥이 시작되는 일부 부분은 남기고 막아야 하는데요
환자분의 경우 동맥류와 정상 눈동맥이 붙어 있기 때문에
동맥류만 막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럴 확률은 낮지만
시술하는 과정에서 동맥류 부분이 많이 약해져 있으면
동맥류가 찢어지면서 시술하는 중에 출혈이 생길 수 있는데요
출혈이 생기면 그 부분을 최대한 빨리 막는 게 우선이라서
눈동맥을 살릴 수는 없고
그때는 무조건 출혈을 막고 나와야 됩니다
그럴 경우에도 눈동맥이 막혀 시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
(남자) 저 수술 안 받을 겁니다
실명한다는데 수술을 어떻게 받아요?
저 수술 안 하고 그냥 이렇게 살겠습니다
실명의 위험성은 있지만
동맥류가 터지게 되면 환자분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요
지금 상황은 동맥류 치료를 할지 말지 선택을 하시라는 게 아니라
치료 방향이 이렇게 진행될 거 같다는 계획을 설명드린 겁니다
최선을 다해서 시력 상실 없이 시술할 거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동맥류를 치료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니요, 전 동맥류 그거 그냥 두겠습니다
(남자) 시술 안 받을게요, 선생님
여보, 나 안 받을 거야
나 안 해
(여자1) 그럼 당신 언제 뇌출혈로 쓰러질지 몰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무거운 효과음]
[여자1과 남자의 한숨]
[석민과 송화의 한숨]
(석민) 아무리 그래도 설마 동맥류를 그냥 두겠다는 결정을 할까요?
뭐, 실명 위험성이야 있지만
그래도 동맥류는 터지면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건데
(송화) 갑자기 뇌종양이라고 하고
동맥류에 실명할 수도 있다고 하면 누구나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네가 자주 가서 설명 잘해 드려
(석민) 네
교수님, 식사는요?
(송화) [놀라며] 먹어야지
난 익준이 방에서 먹을 건데, 너는?
(석민) 선빈이가 의국에 햄버거 시켰다네요
성영이가 먹고 싶대서
(송화) 성영이 무슨 일 있구나?
(석민) 요즘 죽음의 턴이라
[성영이 숨을 하 내쉰다]
(선빈) 성영아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그런데
배도 고프고 그렇지?
(성영) 네
선생님, 전 1만 잘못했는데 왜 100을 혼내실까요?
석션 실수는 제가 했는데
왜 우리 엄마 아빠까지 소환하시는 걸까요?
그냥 자동 완성 되어지는 문장이라 생각해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아이 앰 어 보이, 유 아 어 걸' 같은 거야
(석민) 머리 나쁜 거 부모님도 알고 계신지 궁금해하시지?
(성영) 네
(석민) 아직 그럼 1단계네, 어
신경외과 의사 못 되게
전문의 시험 못 보게 만든다는 말 정도 나와야 3단계
2단계는 뭐예요?
[석민이 숨을 하 내쉰다]
'이 새끼 내 수술 못 들어오게 해!'
'회진 때도 얼굴 들이밀 생각 하지 마! 쯧' [선빈의 웃음]
난 다 들어 봤어
(석민) 당연히 다 들어 봤지
민기준 교수님 수술 들어가면 늘 듣는 말인데, 쯧
성영아
뭐, 따로 해 줄 말은 없고
버텨
지금까지 고생한 게 아깝잖아
저 안 그만둘 건데요
다음 주만 버티면 채송화 교수님 턴이요
채송화 교수님도 무서워
무서우셔도 감정적이진 않으시잖아요
아무리 혼이 나도 기분은 안 나빠요
'아, 내가 진짜 잘못했구나' 반성하게 되고
밤을 새워서 공부하게 되지 [문이 달칵 열린다]
(석민) 여기 다 그래서 NS 온 사람들이야
어? 안녕하세요 [밝은 음악]
(석민) [피식 웃으며] 쟤도 곧 그럴 거고
(윤복) 네?
(석민) 아니야, 얼른 먹어
- (석민) 지금이 점심이니? 저녁이니? - (윤복) 아이고
(윤복) 잘 먹겠습니다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이번에는
스페이드
[흥미로운 음악]
거짓말
[송화의 웃음]
[익준의 웃음] (송화) 아, 진짜, 씨
[익준의 아파하는 신음]
(익준) 이번엔 하트
[흥미진진한 음악]
[송화의 한숨]
[익준과 송화가 카드를 탁탁 놓는다]
[익준이 카드를 탁 놓는다]
[송화가 카드를 탁 놓는다] [미심쩍은 숨소리]
[고민하는 신음]
[익준이 카드를 탁 놓는다] 거짓말
[흥미로운 음악]
정말?
[한숨]
물러도 돼?
물러
[답답한 신음]
아니야, 안 물러, 거짓말
[아쉬워하는 숨소리]
[송화의 좌절하는 신음]
[익준의 웃음]
[발랄한 음악]
[함께 웃는다]
아, 이거 나한테 너무 불리해
(익준) [웃으며] 아니, 네가 네가 하자 그랬잖아
(송화) [웃으며] 아, 이거 이거 다 손에 잡히지도 않아
(익준) 어차피 확률 게임이야 안, 안 잡혀…
혹시, 혹시 괜찮으면 요것 좀 끼워 줄래?
[송화의 거부하는 신음] [익준의 웃음]
자, 일로 오세요
- (송화) 잠깐, 잠깐, 잠깐만 - (익준) 아, 왜?
- (송화) 너 세게 때릴 거야? - (익준) 아니야
(익준) 너, 너 잠깐 머리…
우주 왔어?
(익순) [작은 목소리로] 어어, 들어가지 마요
둘이 지금 깨가 쏟아져요
누구랑?
송화 언니요
[피식 웃는다]
두 사람 언제부터 사귄 거예요?
안 사귀어, 둘이 원래 잘 놀아
(익순) 쉿
저 분위기가 어떻게 안 사귀는 거예요?
[피식 웃는다]
(익준) 아, 이걸 어떡해, 아유, 참
[송화의 좌절하는 신음] [익준의 웃음]
[발랄한 음악]
[송화가 투덜거린다] '아임 위너'
- (익준) '유 루저' - (송화) 아, 진짜 짜증 나
- (송화) 아! 잠깐만, 잠깐만 - (익준) 컴 온
(송화) 잠깐만, 잠깐만 [익준이 아파한다]
알았어, 기다려 봐
(익준) 어, 안경 벗어요 [송화의 웃음]
아, 안경 벗어요
아이, 벗어 봐 봐요
- (송화) 아, 진짜 너 살살 해야 돼 - (익준) 오케이, 자
- (익준) 알았어, 대, 대 - (송화) 나 진짜 아프단 말이야
(우주) [울먹이며] 아빠
(익준) 어유, 우주야 [우주가 흐느낀다]
아빠 많이 보고 싶었지?
[문이 스르륵 열린다]
- (익순) 오셨어요 - 오셨어요
(왕 이모) 아이고, 우리 우주
집에서는 한 번도 아빠 보고 싶다고 안 하더니
꾹 참고 있었나 보네
(익준) 아빠 괜찮아, 우주야
응? 아빠 봐 봐
아빠 하나도 안 아파
아빠 넘어지면서 얼굴만 조금 긁힌 거야
[잔잔한 음악]
우리 우주 아빠 얼굴 안 보여 줄 거예요?
[우주가 연신 흐느낀다]
거봐, 아빠 괜찮잖아, 으이그
아빠 여기 '호' 해 줘
[입바람을 호 분다]
여긴 뽀뽀
[익준의 힘주는 신음] [우주가 훌쩍인다]
[익준의 웃음]
아이고, 이모님, 어떡해요 아유, 밤에 쉬지도 못하시고
뭔 그런 섭섭한 말씀을 다 하십니까
사고 나셨다는 얘기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그때 떨어진 간이 아직도 안 붙었어요, 교수님
아, 그 간은 제가 붙여 드릴게요
[송화가 피식 웃는다]
(익순) 언니, 웃어 주지 마요
너희 오빠 진짜 너무 웃겨
[웃음]
교수님, 농담하시는 거 보니까 마음이 확 놓이네요
(왕 이모) 우주 걱정 하지 마시고
깨끗하게 다 고쳐서 집으로 오세요
네, 이모님 [익준이 살짝 웃는다]
이모님, 오늘부터 우주는 제가 데리고 잘게요
오빠, 나 이따 집에 가도 되지?
어, 너도 이모님 갈 때 얼른 가
저녁만 먹고 얼른 가
내가 알아서 해
언니도 오늘은 집에 가서 주무세요
3일 못 들어갔다면서요, 어떡해
안 그래도 오늘은 집에 들어가려고 [익순이 호응한다]
석형이가 있기로 했지?
어, 오늘은 석형이가 당직
아유, 이것들은, 씨 여기가 당직실인 줄 알아
[차분한 음악] [익준이 우주를 토닥거린다]
[익준이 피식 웃는다]
야, 곰
왜?
우리 추추 잘 있어?
여기 낮에 왔다 갔을 텐데?
너랑 아이스크림 먹었다 그러던데?
아니, 두 사람 뭐…
뭐, 진전 사항은 없고?
(석형) 이번 주말에 같이 저녁 먹기로 했어
[땡 울리는 효과음]
[침대 작동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 얘길 왜 지금 해?
이 얘길 너한테 왜 해?
내가, 내가 뭐 도와줄 건 없고?
[한숨]
(익준) 그래, 저녁 먹고 뭐, 영화
자
자는 게 나 도와주는 거야
♪ 오케이, 바이 ♪ [반짝이는 효과음]
(로사) 아, 내가 담배는 가르쳐도
빨래 개는 건 안 가르쳐 준 거 같은데
[놀란 숨소리]
어디서 이렇게 야무지게 빨래 개는 걸 배웠을까?
[피식 웃는다]
아, 살림을 이렇게 잘하는데
왜 아직 장가를 못 가고 있나 몰라
[로사가 입소리를 쯧 낸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엄마?
너 장겨울 양이랑
[한숨]
헤어진 거 아니지?
여전히 서로 좋지? 응?
여전히 좋아, 전보다 더 좋아
엄마 별걱정을 다 해
아니, 난 둘이 사귄 지 좀 된 거 같은데
아직 결혼 얘기가 없어서 혹시 헤어진 건 아닌가 했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어머니
그럼 결혼은 언제 할 거야? 응?
아, 재촉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궁금해서 그래
(로사) 엄마한텐 처음이자 마지막 며느리잖아
내가 이것저것 며느리한테 줄 게 많아
며느리 보면 주려고 귀하고 이쁜 거 많이 모아 뒀거든
반지, 목걸이, 그릇…
엄마, 나 엄마한테 할 말 있어
세상에, 그런 아비가 다 있어 그런 아비가
[기가 찬 숨소리]
지금은 괜찮으신 거지?
(정원) 어, 지금은 많이 회복하셨어
지난주는 혼자 산책도 나가시고
겨울이 당직하는데 도시락도 싸서 오셨더라고
인사했어?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괜히 부담스러우실까 봐 안 했어
겨울이가 신호 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겨울이 상황이 좀 정리되면 그때 결혼 얘기 꺼내려고
지금은 좀 그래
알았어
엄마, 신경 쓰이는 건 아니지? 겨울이 집 그런 거
[피식 웃는다]
아, 신경이야 많이 쓰이지
근데 그건
장겨울 선생 탓이 아니잖아
[잔잔한 음악]
그런 환경에서 잘 자란 게
대견하다 싶고
짠하고 그래
나중에 엄마가 잘해 주면 되지
아까 말한 그 반지랑 목걸이랑 그런 것도 다 챙겨 주시고
[로사의 헛웃음]
야, 아들이 아니라 아주 팔불출이네
(로사) 알았어! [정원의 웃음]
아참
석형이 진짜 미국 가는 거야?
결정됐어?
석형이 미국 갈 수도 있다고 석형이 엄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난 들은 거 없는데?
에이, 아닐 거야
간다면 우리한테 얘기했겠지
네가 한번 물어봐
물어보고 엄마한테 꼭 말해 줘
(정원) 응 [로사의 힘주는 신음]
(로사) 너 샤워할 거지?
(정원) 어, 당연하지
(로사) 아참, 엄만 밤에 약속 있어
잠깐 나갔다 올게
밤에 무슨 약속이 있어?
종수랑 영화 보기로 했어
종수 요즘 불면증 심해서
이왕 못 자는 거 같이 영화나 보자고 했어
모셔다드려요?
(로사) 으응, 종수 데리러 온대
(정원) 저녁은요?
(로사) 어, 저녁도 같이 먹을 거야
너 알아서 챙겨 먹어
[피식 웃는다]
[한숨]
(민하) 저, 잘 먹었습니다, 교수님
(석형) 넌 많이 먹지도 않았잖아
(민하) 네, 저 떨려서 많이 못 먹었어요
[석형이 피식 웃는다]
(석형) 넌 어쩜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진심이니까요
저도 모르게 막 나오는 거라
[웃음]
(석형) 그, 시간 좀 남았지?
(민하) 네, 팝콘 살 시간은 충분히 있어요
안 추워? 히터 틀어 줄까?
(민하) 저 괜찮아요
(석형) 추우면 얘기해
[부드러운 음악]
[민하가 살짝 웃는다]
[민하의 멋쩍은 웃음]
(석형) 다 먹을 수 있어?
(민하) 네, 배고파요
[민하가 살짝 웃는다] (석형) 가자
(민하) 네
[민하의 당황한 신음]
[스크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긴장한 숨소리]
(석형) [작은 목소리로] 어? 안녕하세요
어, 석형아
[놀란 숨소리]
(로사) 영화 보러 왔어?
(민하) 안녕하세요
[영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로사) 아, 예
이따가, 이따가 봐
(석형) 네
정원이 어머님
[민하의 옅은 탄성]
안정원 교수 어머님이시고 옆엔 우리 병원 이사장님
[민하의 긴장한 숨소리]
난 많이 먹었어
[밝은 음악]
[석형의 한숨]
(석형) 어
괜찮지, 인사하는 거?
아니면 나만 인사드려도 돼, 괜찮아
저 너무 괜찮은데요
이사장님 처음 보는 건가?
네, 사진으로만 봤어요
두 분 오랜 친구 사이
아, 별 사이는 아니셔
별 사이가 아닌데 어떻게 밤에 영화를 같이 봐요?
그래? 난 늘 같이 계신 것만 봐서
[옅은 탄성]
[민하와 석형의 옅은 신음]
(석형) 재밌게 보셨어요?
(로사) 잘 봤어, 재밌더라
넌 잘 줄 알았는데 끝까지 잘 보데?
(종수) 재밌었어, 잘 만들었더라
[로사가 피식 웃는다]
(석형) 표정은 영 아니신데
원래 표정이 이래 이 정도면 박장대소야
[석형이 피식 웃는다]
근데 두 사람은 데이트?
네
[발랄한 음악]
[로사의 웃음]
(로사) 당분간 난 모른 척할게
네 엄마 알면 피곤해진다
네, 감사합니다
있을래? 나 차 빼 올게
(로사) 아니야, 같이 가
그럼 우리 다음에 또 봐요
(민하) 네, 안녕히 가세요 [로사의 웃음]
- (로사) 간다 - (석형)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로사의 웃음]
[로사의 의아한 숨소리]
(로사) 어디서 본 거 같단 말이야
(종수) 혹시 병원 사람 아니야?
그럼 오다가다 봤겠지
(로사) 아, 병원 사람인지 물어볼걸
(종수) 아이고, 초면에 뭐 하러 그래
네가 운전할래? 아, 나 좀 졸리다
(로사) 그래
[밝은 음악] 아, 깜짝…
야! [종수가 피식 웃는다]
(종수) 어유, 졸려
(정원) 오늘 저녁? 어, 난 시간 돼
고기라고?
(준완) 어, 익준이가 배달시킨대
[엘리베이터 도착음] 그럼 내가 송화한테 물어볼 테니까
넌… [피식 웃는다]
눈앞에 석형이 있어, 물어볼게
[통화 종료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정원) 저녁때 익준이 방에서 고기 먹자네?
(석형) 좋지
송화, 준완이보다 10분 먼저 가면 되지?
(정원) 응
아, 석형아, 너 근데 미국 가?
(정원) 어?
(석형) 미국 가는 거 같다고 말씀드리라고
(정원) 미국 안 가잖아
안 가, 내가 미국을 왜 가
(석형) 근데
너희 어머니한테 미국 갈 거 같다고 말씀드려 줘
(정원) 왜?
나중에
나중에 다 얘기해 줄게
알았어
고맙다
[정원이 피식 웃는다]
뭔지는 몰라도 꼭 성공해라
(석형) 응
[송화의 웃음]
(송화) 이익준 환자가 제일 문제라고?
[석민의 헛웃음] [캔이 달그락 떨어진다]
(석민) 예
갈 때마다 스테이션에서 본인 환자들 차트 보고 계세요
(송화) 둬, 환자복 입고 회진 안 도는 게 어디야
어? 안녕하세요
[여자2의 반가운 신음]
(여자2) 안녕하세요, 교수님
(송화) 어머니, 잘 지내셨어요? [여자2의 웃음]
얼굴이 많이 상하셨어요
다른 가족분들하고 교대도 하고 그러세요
전 괜찮아요, 애가 고생이죠
전 옆에 있기만 하지 하는 일도 없어요
왜 하는 일이 없으세요
엄마니까 옆에서 다 받아 주고 버티시는 거예요
[살짝 웃는다] (송화) 아무나 못 해요
두나가 어머님한테 짜증 많이 내죠?
[살짝 웃으며] 네
일상이에요, 선생님
(여자2) 본인도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춤도 잘 추고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던 애인데
지금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단추 한 개 혼자 못 잠그니
자기가 제일 힘들고 괴로울 겁니다
처음보다 좋아지는 속도가 더뎌서 좀 지치시겠지만
그래도 정말 많이 왔어요
(송화) 지금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두나 꼭 말도 잘하게 되고
손 쓰는 거, 다리 쓰는 거 좋아지리라 믿어요
어머니, 조금만 더 힘내세요
네, 교수님
- (여자2) 감사합니다 - (송화) 그럼
[여자3이 바스락거린다]
[여자3의 힘겨운 숨소리]
[여자2의 한숨]
(여자2) 두나야, 이거 한번 열어 보자
[여자3의 한숨]
잘했어, 왜
잘했어, 두나야,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 보자
[웅얼거리는 신음]
안 해
(여자2) 거의 다 됐어
[물병이 탁 떨어진다]
[웅얼거리는 신음]
나 안 해
시키지 마
[무거운 음악] [여자2의 답답한 숨소리]
[여자2의 한숨]
[송화가 입소리를 쯧 낸다]
좋은 소식이면 좋겠다
교수님 뵙고 싶다는 거면 나쁜 소식은 아닐 거 같은데요
(송화) 근데 홍도야 너 지금 눈은 뜨고 있니?
(홍도) 네, 멀쩡합니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석민과 홍도) 안녕하세요
(준완) 어, 안녕
- (준완) 어디 가? - (송화) 환자분 상담, 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준완) 좀 자러
(준완) 장홍도 군
(홍도) 네, 교수님
요즘 소아외과에 있다고?
네, 방금 TEF 수술 어시하고 나왔습니다
(준완) 어
그럼 흉관 넣었겠네
투 보틀과 쓰리 보틀의 차이가 뭐니?
[준완이 입김을 하 분다]
(홍도) 어…
[익살스러운 음악]
[송화의 질색하는 신음]
(홍도) 그…
힌트를 조금만 주시면…
(준완) 어?
(홍도) 힌트를 조금만 주시면 안 되나요?
정말요?
(남자) 네
그, 코일 머시기
예, 그거 받겠습니다
어, 그, 실명이 될 수도 있지만 안 될 수도 있는 거고
또 그래도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보단
시술해서 맘 편하게 살려고요
네, 저도 준비 잘하겠습니다
잘 결정하셨어요
(여자1) 여기 선생님이 설명을 너무 잘해 주셔서
선생님 덕분에 이 양반 마음 돌렸어요
(남자) 안 하고 싶어요, 선생님
저 시술도 안 받고 종양 제거 수술도 안 하겠습니다
[한숨] (학생1) 해, 아빠, 어?
내가 인터넷 엄청 찾아봤거든
뇌동맥류 그거 발견한 것만으로도 엄청 다행인 거래
갑자기 길에서 쓰러져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대
시술받자
선생님, 하루 벌어 하루 겨우 먹고사는데
(남자) 애들 대학까지는 보내고
그때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숨]
지금은 저 그렇게 위험한 선택 못 합니다
[학생1의 한숨] (학생2) 아빠!
[헛기침]
저기
환자분의 생각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근데 제가
설명을, 어, 좀 더
(석민) 예, 해 드릴게요
[석민이 종이를 바스락거린다]
이게 환자분 뇌혈관 CT 사진인데요
제가 동맥류 부분 잘 보이게 확대해서 뽑아 왔습니다
음, 이게 동맥류고 눈동맥은 이거
보시는 것처럼 동맥류랑 거의 붙어 있습니다
코일은 여기 이 동맥류에 넣어서 막을 건데
어, 제 생각으론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 이 부분만 아주 조심해서 막으면
예
실명하진 않으실 거예요
[밝은 음악]
그리고 눈에는 이 동맥 말고도
우회 동맥, 그러니까 우회 순환이라는 게 있어서
만약 시술 시작할 때 저희가 확인했을 때
환자분이 우회 순환이 발달돼 있으면
만에 하나 출혈 등의 이유로 이 눈동맥까지 코일로 막히더라도
실명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석민의 한숨]
실명이 될지 안 될지는 정말
예,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동맥류를 이대로 두는 건
훨씬 높은 확률로 생명을 잃으실 수도 있습니다
머릿속에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통계적으로 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 출혈의 경우
3분의 1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하시고
3분의 1은 병원에 도착해서 사망하시고
나머지 3분의 1만 생존하세요
치료 잘 받고 생존하시더라도 후유 장애가 남을 확률이 높고요
[석민의 한숨]
어려운 결정인 거 알지만
그래도 저라면
제 가족이라면 전 당연히 시술할 거고
시술하라고 할 겁니다
가족분들과 다시 한번 상의해 보시고
그래도 시술하길 원하지 않으시면
제가 다시 한번 와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송화) 석민아 너의 최고의 장점이 뭔지 알아?
(석민) 뭔데요? 제가 뭐, 장점이 있나요?
(송화) 완성형 인간이 아니라 진행형 인간이라는 거
(석민) 아
(송화) 그게 너의 가장 큰 매력이야
(석민) 칭찬이죠?
(송화) 그럼
노력하는 게 보이고 노력하는 거 너무 보기 좋아
(석민) [피식 웃으며] 감사합니다
(송화) 점점 이 병원 최고의 빌런이 되어 가고 있어
[송화가 석민을 툭툭 친다]
[밝은 음악] [송화가 피식 웃는다]
[피식 웃는다]
(은원) 어, 다들 안정적이고 특별한 건 없어요
김보리 산모 수축 생기나만 봐 주세요
(민하) 네, 알았어요
[민하가 중얼거린다]
[간호사들이 대화한다]
[카드 인식음]
(간호사1) 선생님 9호실 연호정 산모요
보호자분들 다 오셔서 설명해 달라고 난리세요
네? 뭘요?
명은원 선생님이 해 주신다고 했는데
선생님이 해 주셔야 할 거 같아요
무슨 설명이요?
운드 프로블럼으로 입원하신 분이요
그런 환자분이 있었어요?
(민하) 인계 못 들었는데, 잠시만요
연호정 산모
2주 전에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셨고
한 번 더 꿰맸는데도 상처가 계속 안 붙어서
우리 병원으로 오신 분이네요
어, 운드 프로블럼 심해서 드레싱받고 안티 쓰는 중이시고
근데 전 따로 들은 게 없는데요
명은원 선생님한테 전화 한번 해 봐
(민하) 어, 네
어유, 잠깐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 [통화 종료음]
[한숨]
(승주) 왜?
핸드폰 껐어요
[민하의 한숨]
[민하의 한숨]
[여자4의 한숨]
저도 수술받아 봤는데 이런 경우 처음이네요
우리 동생 언제 낫는 거예요?
아, 진물도 엄청 많이 나오고
얼마 전에 다시 꿰맨 데 또 벌어지고 난리도 아니에요
(여자5) 애 낳고 보름이 넘어가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정말
그리고 낮에 계속 설명해 달라고 했는데
바쁘다고 저녁에 설명해 주겠다고 했잖아요
[난처한 신음]
들으실 가족 다 오면은 설명해 주겠다고 그러더니
그분은 어디 가셨어요?
머리 긴 선생님이었는데
(간호사1) 아이고, 추민하 선생님이 옴팡 뒤집어쓰시겠네
(승주) 그래?
네, 연호정 산모 어머니 장난 아니세요
거의 30분마다 콜하고 똑같은 거 계속 묻고 교수님만 찾고
아직 입원하고 안티 쓴 지 하루도 안 됐는데
계속 항의하고 그러세요
명은원 선생님도 잘 알 텐데
전 당연히 설명하고 퇴근하실 줄 알았죠
[어두운 음악]
[한숨]
[난처한 숨소리]
(민하) 그동안 얼마나 마음이 힘드셨어요, 그렇죠?
어, 급한 마음도 드실 테고요
어, 그래도 한 번 더 꿰매신 후에 상처가 또 벌어져서 오신 거라
당장 꿰매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일단은 염증 조절이 되고 나오는 진물이 줄어야
다시 꿰매는 게 의미가 있어요
어, 교수님과 상의해서 적절한 때에 치료하고
다시 안 벌어지게 할 테니까 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민하의 한숨]
수술 자체는 똑같은 과정이지만
수술을 받은 분들의 신체 조건은 모두 다르잖아요
그래서 회복의 차이도 있습니다
어…
담당 선생님이 오늘
아주 급한 일이 생기셔서 안 계신데
내용 잘 알고 계시니까 앞으로도 잘 챙겨 주실 겁니다, 네
제가 한 번 더 당부할게요, 네
(여자5) 아유, 진짜
알았어요
[민하가 살짝 웃는다]
[풀벌레 울음]
[한숨]
[답답한 신음]
[휴대전화 벨 소리]
네, 교수님
(석형) 저녁은?
(민하) 아직요
(석형) 뭐 좀 사다 줄까?
고기요, 저 고기 먹고 싶어요
(석형) 오케이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조작음]
[민하의 한숨]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송화의 탄성]
(송화) 구운 양파 먹어 봐
넌 네 길 가, 난 내 길 갈게
[송화의 못마땅한 신음]
(정원) 먹깨비들 15분 먼저 올 줄은 몰랐다
(석형) 강적들, 진짜
(준완) 네가 더 빨리 왔잖아 배달도 네가 받았다며
(석형) 뭐에 찍어 먹어?
(송화) 깔라만사비
[문이 달칵 열린다] [익준의 한숨]
(익준) 삼겹살 아직 따뜻하지?
(정원) 어, 아직 완전 따뜻
(익준) 어? 이게 다야?
(정원) 먹깨비들이 다 먹어서 그래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준)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엄청 많이 시켰거든
석형아, 너 영수증 얻다 뒀어?
어, 저기…
아니, 아, 엄청 시켰는데
보자, 보자
둘, 셋…
[익살스러운 음악]
[석형의 헛기침]
이 새끼들이…
[안경을 탁 내려놓는다]
[행복한 신음]
[승주의 놀란 숨소리] [기적 효과음]
(승주) 언제 배달시켰어? 이 난리 통에
(민하) [어색하게 웃으며] 그러게요
[승주의 한숨]
[발랄한 음악]
[민하의 감격한 신음]
세상에 [승주의 탄성]
[민하와 승주의 탄성]
[민하의 한숨]
(민하) 응, 은미야, 고기 먹어 너 저녁도 안 먹었잖아
(은미) 아, 전 괜찮아요 맛있게 드세요
(민하) 어
힘든 케이스야?
(송화) 조금
조금 많이
눈동맥이 동맥류랑 거의 겹쳐 있어
나도 이 정도로 붙어 있는 케이스는 처음이라
부담이 많이 되네
[익준의 한숨]
얼른 가, 기차 놓쳐
알지?
창원 가서도 가벼운 산책은 오케이
무리한 운동은 절대 안 돼
알았어
2주 금방 가
[한숨]
[송화의 한숨]
[익준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송화) 옵살믹 아테리가
CT 엔지오에서 봤던 거보다 더 동맥류 쪽에서 나가네
[석민의 한숨]
ECA에 콜라테랄도 전혀 없네
옵살믹 아테리 무조건 살려야겠는데?
[석민의 한숨]
시작할게요, 8에 20 주세요
(의료기사) 8에 20입니다
[어두운 음악]
(석민) 네
(송화) 같은 거 하나 더 주세요
(의료기사) 네
[의료기사가 바스락거린다]
(송화) 7에 15 주세요
(의료기사) 네
7에 15입니다
(송화) 옵살믹 아테리 쪽 괜찮은지 확인해 보자
(석민) 네
(송화) 잘된 거 같지?
(석민) 예, 플로도 괜찮고
혈전도 없네요
(송화) 아, 고생했다
(석민) 교수님, 고생하셨습니다
[석민의 안도하는 신음]
(송화) 시술 잘 끝났습니다
다행히 출혈도 없었고 코일로 동맥류도 잘 막았습니다
시술 마지막 영상 검사에서
눈동맥으로 피가 잘 가는 거 확인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실명의 가능성이 낮지만
환자분 깨시면 시야 검사를 해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마취 깨우고 있는데요 바로 중환자실로 나오실 거고
그러면 면회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여자1) 그럼 실명은 안 되는 거죠?
괜찮다는 거죠, 선생님?
현재로서는 그렇게 생각되는데요
정확한 건 환자분 깨시고
시야 검사 한 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자1) 네, 선생님
[사람들이 감사 인사 한다]
[울먹이며] 감사합니다, 선생님
- (송화) 그럼 - (학생1) 감사합니다
[여자1의 벅찬 숨소리]
[의료 기기 작동음]
[송화의 한숨]
환자분
(송화) 환자분, 눈 떠 보세요
시술 잘 끝났어요
환자분
저 보이세요?
[무거운 음악]
음, 환자분, 오른쪽 눈 가리시고
잘 보이세요?
손가락 몇 개로 보이세요?
두 개요
[안도하는 숨소리]
흔들림 없이 잘 보이세요?
겹쳐 보이거나 흔들려서 보이진 않고요?
네
(남자) 잘 보여요
[차분한 음악]
[안도하는 한숨]
(송화) 도착했어?
아, 아직 아니겠다, 기차 안이지?
(익준) 잘 끝났어? 어떻게 됐어?
[송화의 웃음]
(송화) 잘 끝났어
(익준) 아, 너무 잘됐다
고생했어, 진짜 고생했다
(송화) 자랑하고 싶어서 전화했지
지금 어디쯤이야? 대전?
(익준) 고생했어, 아, 진짜 [통화 종료음]
잘할 줄 알았어, 내가
[피식 웃는다]
안 갔어?
[잔잔한 음악]
어
(익준) 너 너무 걱정하길래 얼굴 보고 가려고 기차 시간 바꿨어
[피식 웃는다]
[한숨]
그럼 이익준 교수님 2주 뒤에 컴백하시는 거예요?
(석형) 응, 오늘 창원 내려갔어
[민하의 옅은 탄성]
저기 맞지?
(민하) 어, 네
[풀벌레 울음]
[안전벨트 조작음]
(민하) 감사합니다
(석형) 응
(민하) 아이고
[민하의 의아한 신음]
(석형) 오늘은 집 앞까지 데려다줄게
이쪽?
네
[설레는 신음]
[멀리서 개가 짖는다]
[석형의 한숨]
(민하) 저기, 교수님
(석형) 응?
(민하)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석형의 웃음]
(석형) 벌써 두렵다 뭘 또 물어보려고?
해, 뭐?
(민하) 저…
왜 저한테 고백 안 하세요?
어…
저는 '예스'요
[웃음]
그렇게 웃지만 마시고
[웃음]
우리 지금
사귀는 건 맞죠?
근데 사귀자는 말도 안 하시고
고백도 안 하시고
혹시 저 혼자 착각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요
[석형의 한숨]
(석형) 넌
내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 막 그렇게
옆도 안 보고 뒤도 안 보고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죠, 뭐
팔자려니 해야죠
[석형의 웃음]
[민하의 어색한 웃음]
[석형의 헛기침]
(민하) 근데 교수님
저는
좋은 사람이에요 [부드러운 음악]
저는 교수님이 지금 알고 계시는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니깐
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민하의 한숨]
우리 지금
사귀는 거 맞죠?
저
좋아하시는 거 맞죠?
그걸 꼭
말로 해야 해?
[석형의 한숨]
좋아해
나도 너 좋아
(석형) 그러니까
이제
그만 고백해
(정원) 김건? 2년 차 김건 선생 말하는 거지?
(겨울) 네, 아침에 ICU에도 안 나왔고 휴대폰도 꺼져 있어요
(정원) 집엔 가 봤어?
(겨울) 지우가 동기라 갔다 왔는데 집엔 없더래요
본가에도 안 왔다 그러고
사우나에서 잠들었거나 휴대폰 배터리가 나갔을 수도 있어
한두 시간만 더 기다려 보고 그래도 연락 안 되면 다시 전화 줘
- (겨울) 네 - (정원) 응
[통화 종료음] [준완이 종이를 사락 넘긴다]
2년 차 잠수?
(정원) 그런 거 같아
요즘 ICU 돌고 있는데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지
위에서 누가 갈궜겠지
위가 어디 있어 우린 2년 차가 치프인데
아
있다면 겨울이, 종세혁 선생 펠로우 선생님들밖에 없는데
다들 누굴 괴롭히고 그럴 캐릭터들은 아니라
[준완이 펜을 탁 내려놓는다]
교수는 왜 빼?
(준완) 전공의 도망의 원인 제공 투 톱이 교수랑 위 연차야
위 연차가 없으니 100% 교수 때문이라고 본다
[의아한 숨소리]
[의료 기기 작동음]
(송화) 어…
슈피리어 새지털 사이너스 쪽에 피 많이 났을 텐데
오, 블리딩 컨트롤 잘했네
사이너스 근처라 긴장했을 텐데
튜머 잘 보이게 듀라도 잘 열었고
(선빈) 감사합니다
- (송화) 마이크로스코프 넣어 주세요 - (간호사2) 네
(윤희) 고예진 산모 컨스티페이션 너무 심하셔서
MgO 처방했습니다
(석형) 잘했어
어, 약을 오래 쓰면 오히려 변이 묽어질 수 있거든
그럼 네가 봐서 용량 줄이든가 끊어
(윤희) 네, 알겠습니다
기은미 선생
(석형) 어제 입원한 정시은 산모 디노프로스톤 잘 넣었지?
[작은 목소리로] 네, 어젯밤에 디노프로스톤 삽입했고
안 들려
산모분 현재 2, 3분 주기로 컨트랙션 있고
조금 전 확인했는데 자궁 경부 3cm 정도 열렸습니다
디노프로스톤만 넣고도 진통 걸렸으니 잘됐네
컨트랙션도 충분하고
옥시토신 안 달아도 되겠다
(석형) 응
기은미 선생이랑 같이 모니터 잘 보고
경부 진행 상황 나한테 노티 줘
네
정말? 그래서 잠수 탄 거 같다고?
누가 괴롭혀서가 아니라?
(지우) 네
자기가 멍청해서 환자가 안 좋아지는 거 같다고
중환자실 턴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지난주 돌아가시는 환자분 계속 보면서
자기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지 회의가 든다고 하더라고요
[지우의 한숨]
사람 살리려고 바이털과에 왔는데
정작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움 요청하는 것이 전부라고
하, 아이고
(지우) 근데 선생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건이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 돌아올 거예요
당직실에 짐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진짜 관둘 거였으면 짐을 싸서 나갔을 텐데
짐이 그대로 있어요
그럼 다행인데
지우야, 너한테 일이 몰릴 거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줄게
하루 이틀 빵꾸는 저랑 유리가 메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촉으로는
내일쯤 김건 분명히 돌아올 거 같아요
걔 완전 모범생이거든요
아마 지금쯤 벌써 후회하고 있을 거예요
[지우가 살짝 웃는다]
이왕 나간 거 욕먹을 때 먹더라도
김건 잠이나 실컷 자다 왔으면 좋겠어요
[의료 기기 작동음]
(송화) 네 덕에 오늘 수술 시간 한 시간은 단축된 거 같아
[마취과 의사의 탄성]
피도 많이 안 나고
튜머도 잘 보이게 열어 놔 줘서 너무 편하게 수술했어
다들 고생하셨어요
성영이도 고생했어
[잔잔한 음악] 어제 응급 환자 때문에 밤새웠다 그러던데
그래도 안 졸고 잘 버텼네
수술 잘 마무리하고 오프 나가서 푹 쉬어
(성영) 네, 감사합니다
[버튼 조작음]
선생님, 만약 채송화 교수님이 나라를 세우신다면
전 가서 땅이라도 일굴 겁니다
(선빈) 너 말고 땅 일굴 사람 많아 얼른 마무리나 하자
(성영) 네
[승주의 다급한 숨소리]
(승주) 추민하 선생님
인덕션 중인 정시은 산모 디셀이 좀 있는 거 같은데
모니터 좀 봐 주세요
제가 5분 전에 봤을 때는 괜찮았는데요
(민하) 교수님 제가 다시 보고 노티드리겠습니다
(승주) 방금 진행이 좀 빠른 거 같아서 모니터 보고 있었는데
지금 좀 그래
[휴대전화 벨 소리]
(석형) 응
(민하) 교수님, 정시은 산모 프로롱드 디셀이 있는데
[긴장되는 음악] 잠깐 회복됐다가 또 떨어지고 있습니다
베리어빌러티도 미니멀해지고 있고요
내진했는데 경부는 풀로 다 열린 상태입니다
내가 갈게, 지금
[통화 종료음]
[여자6의 거친 숨소리]
(석형) 아기가 힘들어해서 분만을 빨리해야 할 거 같습니다
진통 시 태아의 심박동이 저하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게 있는데요
그래도 보통은 1, 2분 안에 바로 회복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7, 8분 이상 심박동 이상이 지속되고
정상 박동으로 회복이 되었다가도 곧 금방 떨어지고 있어요
이런 경우엔 높은 확률로 아기에게 힘든 상황일 겁니다
내진해 보니까 아기가 이미 많이 내려와 있는 상태예요
이 경우에는 빠른 분만이 최선이고
만에 하나 수술까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민하야, 분만 준비하자
(민하) 네
(석형) 이런 일이 아주 드문 경우는 아닙니다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원래 진통 중에는 급격한 심박동 이상이 생길 수 있고
저희한테는 비교적 흔한 일이에요
빠르게 분만 시도하고 최선을 다할 테니까
산모분도 계속 심호흡하면서 아기한테 산소 좀 주세요
(여자6) 네
[여자6의 떨리는 숨소리]
[심장 박동이 들린다] [의료 기기 경고음]
(석형) 아기 심박이 회복이 안 되네 [여자6의 힘겨운 신음]
빨리 분만해야 될 거 같은데
산모님, 태명이 뭐예요?
(여자6) 튼튼이요
(석형) 지금 튼튼이가 엄마 좁은 산도에 끼어 있는데
힘들 텐데 엄청 잘해 주고 있어요
어, 엄마가 힘을 조금만 더 내 주셔야 합니다
산모가 힘을 잘 주지 않으면 아기가 위험할 수 있으니까
자, 이제부터는 무조건 힘을 잘 주시는 게 중요합니다
(여자6) 네, 할 수 있어요
(석형) 지금 아기 피탈 몇 회야?
회복됐어?
(민하) 100입니다
(석형) 제가 보니까 다섯 번만 힘주면 아기 나올 거 같아요
딱 다섯 번만 시도해 볼게요
그리고 우리 낳겠습니다
(여자6) 네
(석형) 자
자, 하나, 둘, 셋, 힘!
[힘겨운 신음]
[가쁜 숨소리]
너무 숨 가쁘게 쉬면 어지러워요
천천히 심호흡하세요
[심호흡]
자, 자, 한 번 더 힘줄게요
자, 하나, 둘, 셋, 끙!
[여자6의 힘겨운 신음]
[여자6의 가쁜 숨소리]
[석형의 힘주는 신음]
너무 잘하고 있어요 한 번만 더 할게요
자, 하나, 둘, 셋, 힘!
[힘겨운 신음]
[석형의 힘주는 신음]
[석형의 가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석형의 놀란 신음]
[석형의 다급한 숨소리]
[흡인기 조작음]
(간호사3) 10시 35분 남아 나왔습니다
[석형의 다급한 숨소리]
[석형의 긴장한 숨소리]
[승주의 다급한 숨소리] [아기 울음]
[승주의 안도하는 한숨]
[잔잔한 음악] (석형) 축하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산모님
(여자6) 선생님
저희 튼튼이 괜찮은 거죠?
(석형) 네, 괜찮습니다
[여자6의 벅찬 숨소리]
[여자6이 흐느낀다]
진통이 걸리고
아기가 엄마 산도를 내려오면서 탯줄을 감은 거 같습니다
분만 직전에 아기 심박동 이상이 급격하게 생겼던 게
아마 탯줄을 감고 있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진통 과정에서 이런 경우는 당연히 생길 수 있어요
세 번이나 감고 있는 게 드문 일이긴 하지만
없는 일은 아니고요
(여자6)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드려요
(석형) 엄마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셨어요
정말 잘하셨고 고생하셨습니다
기은미 선생, 수처
(민하) 교수님, 은미 울어요
[은미가 흐느낀다]
[석형과 민하의 웃음]
(석형) 너 왜 울어?
[밝은 음악] [은미의 웃음]
산모님, 우리 전공의 1년 차가 우네요
[석형의 웃음]
[여자6의 웃음]
(여자6) 감사드려요, 선생님
제가 진짜 잘 키울게요
(은미) 축하드립니다, 산모님
(준완) 아기가 탯줄을 세 번이나 감고 있었다고?
(석형) 응, 전공의들도 놀라더라
근데 이런 경우가 드물어도 가끔 있어
아주 없는 일은 아니야
아기랑 산모는?
아기도 건강하고 산모분도 잘 회복 중이야
아유, 다행이다
[추워하는 숨소리]
익준이 모레 온댔나?
이번 주 우리 밴드 있는 거지?
아직 바람이 찹니다, 교수님
(재학) 그럼
[부드러운 음악]
(정원) [피식 웃으며] 그런 이유라면 좀 놀라운데?
(겨울) [살짝 웃으며] 네, 저도 좀 놀랐어요
원래 진중한 스타일이긴 한데
이렇게까지 생각이 많을 줄 몰랐어요
전화는 아직 안 받아?
좀 전에 지우랑 통화됐어요
안 올 거래?
지우 말로는 돌아오고 싶은데 민망해서 못 오는 거 같다고…
[정원이 피식 웃는다]
(정원) 겨울이가 전화해서 무조건 일단 내일 출근하라고 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다고
네
(정원) 아, 아무래도 동기가 편하니까
황지우 선생한테 그렇게 통화하라고 전달해 줘
네, 알겠습니다
(정원) 안 추워?
(겨울) 안녕하세요
(지훈) 어? 어, 하이
어유, 안정원, 장겨울 그만 좀 괴롭혀
(배진) 잔소리 좀 그만해
- 그러니까 - (배진) 아유
[정원이 피식 웃는다] (지훈) 아유, 정말
[겨울의 안도하는 한숨]
[피식 웃는다]
[정원이 피식 웃는다]
(은미) 아기 심박동 소리가 '뚜 뚜' 하고 들리는데
저 완전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선생님
엄마가 힘주려고 숨을 딱 참는데
저도 같이 숨을 딱 참게 되고 같이 힘주게 되고
[발랄한 음악] 근데 아기가 처음 나올 때
좀 처져서 나왔잖아요
전 아기 잘못되는 줄 알고 그때부터 눈물이 막 나기 시작하는데
아, 진짜 그때 미치겠더라고요
그러다 아기가 '앙' 하고 울었잖아요
한 30초 걸렸나?
아, 아기가 우는 순간
저 진짜 세상의 모든 신들한테 다 감사드렸어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성주신이시여 진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은미야
기은미 선생, 말 그만하고 김밥 먹어
네, 먹을게요
[벅찬 숨소리]
아기가 코드넥 세 번이나 감고 있었잖아요
(은미) 하, 그때부터 심장이 막 뛰기 시작하는데
이게 아기 심박동은 계속 떨어지지
심장 소리가 '뚜뚜뚜뚜' 이렇게 들려야 되는데
이게 심박동이 계속 떨어지니까
'뚜 뚜 뚜'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그 입 좀 다물고 밥 먹어, 응
(은미) 네
근데 다들 그런 기분 느껴 보신 적 있어요?
그, 아기가 우는데 너무 안심되고
제가 막 특별히 뭘 한 것도 아닌데
제가 막 아기를 살린 것처럼 막 희열이 막 올라오는데 [밝은 음악]
와, 와, 진짜 너무너무 좋았어요
다들 느끼셨던 거 맞죠?
저만 느낀 거 아니죠?
[사람들이 호응한다] 그렇죠, 그렇죠?
[간호사들이 대화한다]
(지우) 어?
오
[세훈이 피식 웃는다]
(영하) 박수라도 쳐야 되는 거 아니에요?
부끄러우니까 제발 조용히 해 주세요
(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사람들이 인사한다]
(정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함께 인사한다]
(지훈) 정원아, 김건 컴백했어
[피식 웃는다]
야, 너는 하루 만에 컴백할 거 뭐 하러 나가냐? 응?
나간 김에 확 일주일은 놀아야지
야, 안 나온다는 걸 내가 사정사정해서 오라고 했어
그래?
어, 어젯밤 두 시간 넘게 통화하고 겨우겨우 설득해서 나온 거야
그러니까 너 오늘은 김건 선생한테 한마디도 하지 마
야, 내가 건이한테 무슨 얘기를 해?
[지훈의 헛웃음] (정원) 갑시다
[밝은 음악이 연주된다] (익준) ♪ 오랜 꿈들이 ♪
♪ 공허한 어린 날의 착각 같았지 ♪
♪ 울먹임을 참고 ♪
♪ 남몰래 네 이름을 속삭였을 때 ♪
(익준) ♪ 귓가에 울리는 그대의 뜨거운 목소리 ♪
♪ 그게 나의 희망이었어 ♪
♪ 마른하늘을 달려 ♪
[친구들의 코러스]
♪ 나 그대에게 안길 수만 있으면 ♪
♪ 내 몸 부서진대도 좋아 ♪
♪ 설혹 너무 태양 가까이 날아 ♪
[친구들의 코러스]
♪ 두 다리 모두 녹아내린다고 해도 ♪
♪ 내 맘 그대 마음속으로 ♪
♪ 영원토록 달려갈 거야 ♪
♪ 허약한 내 영혼에 힘을 ♪
♪ 날개를 달 수 있다면 ♪
♪ 마른하늘을 달려 ♪
[친구들의 코러스]
♪ 나 그대에게 안길 수만 있으면 ♪
♪ 내 몸 부서진대도 좋아 ♪
♪ 설혹 너무 태양 가까이 날아 ♪
[친구들의 코러스]
♪ 두 다리 모두 녹아내린다고 해도 ♪
♪ 내 맘 그대 마음속으로 ♪
♪ 영원토록 달려갈 거야 ♪
[익준의 애드리브] [친구들의 코러스]
[애드리브]
[친구들의 코러스]
[함께 웃는다]
(건) 선춘식 할아버지라고
췌장암 수술 잘하시고
저랑 악수까지 하면서 퇴원하셨는데
갑자기 장이 꼬여서 오셨어요
열었을 땐 너무 늦은 상황이라
장만 엄청 잘라 내고
패혈증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의료 기기 경고음] (소연) 선생님 선춘식 환자분 바이털이 이상해요
BP 떨어지고 EKG가 늘어져요 [긴장되는 음악]
[건의 다급한 숨소리]
(건) CPR 방송해 주시고 보호자 원내에 계시죠?
(소연) 네
[거친 숨소리]
[전공의의 가쁜 숨소리]
(교수) 펄스 체크할게요
(건) 네, 교수님 [의료진들이 분주하다]
선춘식 환자 어레스트 나서 CPR 시행 중입니다
[건의 초조한 숨소리] (지훈) 어, 나 지금 응급 수술 중이라 못 가는데
(건) 네 [무거운 음악]
네, 알겠습니다
(건) CPR 한 시간 넘게 시행했는데
환자 상태 돌아오고 있지 않고
돌아올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이제 보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흐느낀다]
흉부 압박 멈추겠습니다
제가 얼마나 무능한지 알게 됐습니다
[차분한 음악]
제가 할 수 있는 건
사람들한테 도움 요청하는 거밖에 없더라고요
모든 환자를 다 살릴 순 없어요
김건 선생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정원) 김건 선생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의사로서 좋은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음, 전공의 때는
이런 것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러저러한 과정들을 겪어 가면서
경험도 실력도 쌓여 가는 거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걸로 우리 만족합시다
네
(건) 감사합니다, 교수님
(정원) 먼저 가요 전 바로 뒤따라갈게요
(건) 네
가 보겠습니다
(성영) 선생님은 전공의 생활 어떻게 버티셨어요?
나?
나야 기댈 데가 있었지
(선빈) 드래건 선생님 때문에 우리 동기들 엄청 힘들었잖아
[웃음]
그래도 진짜 동기 때문에 버텼다
[선빈과 치홍이 상의한다]
1년 차 5월 정도 되면
위 연차 선생님들이 봐 주는 백도 풀리잖아
당직을 처음으로 혼자 서게 되는 거지
공포야, 공포
(성영) 그래서요?
(선빈) 한 달에 당직 열 번 정도 있잖아?
치홍 오빠랑 같이 섰어
[선빈이 말한다] 둘이서 같이 한 달에 당직을 스무 번을 섰어
[문이 달칵 닫힌다]
너희 뭐 해?
백지장 맞들기 하고 있습니다
하나보단 둘이 나을 거 같아서요
그렇다고 2가 되는 건 아니지만
1.2 정도 되지 않을까요?
[함께 웃는다]
[웃음]
(송화) 그래, 계속해
[윤희의 놀란 숨소리]
아, 진짜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어떡해요? 진짜 몰랐어요
- (윤희) 죄송합니다 - 아, 아니, 아니, 윤희야, 윤희야
(민하) 어, 그, 그, 그렇게 그렇게 막 죄송한 일 아니야
어, 그러니까 이거는 그냥
그냥 수다 같은 조언이야
어, 나는 오해 안 하는데
다른 선생님들은 오해하실 수가 있잖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의식적으로
말끝에 무조건 '요', '입니다'를 붙여, 알았지?
(윤희) 응응
[놀란 숨소리]
아, 어떡해
- (건) 어이, 황지우 - (지우) 왜?
[한숨]
너 다음 주 토요일 당직이지?
(지우) 어
내가 서 줄게
데이트해
남자 친구랑 헤어지기 일보 직전이라며
정말?
마음 바뀌기 전에 얼른 알았다고 해
[웃음]
고마워
[피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송화) 우주는 안 올라왔어?
(익준) 더 놀다 온대
다음에 익순이 서울 올라올 때 데리고 오기로 했어
[송화가 피식 웃는다]
할아버지 할머니랑 노는 게 좋은가 보다
아니, 벌써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사귀었더라고
(송화) 2주 만에?
(익준) 어, 하이고, 참
한 동에 사는 애들인데 벌써 베프가 됐어
아주 인싸야, 인싸
노는 것도 엄청 좋아하고
아니, 누굴 닮아 그러는 건지, 원
[송화와 익준의 웃음]
우리 집엔 그런 DNA가 없는데, 참
응?
방금 번쩍했어
나도 봤어
3, 2, 1
[천둥이 콰르릉 친다] [송화의 놀란 숨소리]
[익준의 탄성]
(송화) 잠깐 비 구경 좀 하고 갈까?
(익준) 난 너무 좋지
커피?
[익준의 다급한 신음]
[익준의 탄성]
(송화) 비 좀 그치면 나오지
다 젖었어
(익준) 괜찮아, 털면 돼
10초도 안 걸렸지?
[송화가 피식 웃는다] 장난 아니야
너 자빠질 뻔했어
안 자빠져 내가 얼마나 운동 신경이 좋은데
[안전벨트 조작음] (익준) 커피 마셔
커피 마시고 출발해
안 급해
천천히 가
(익준) 그래, 응
[안전벨트 조작음]
[송화가 피식 웃는다]
[익준의 옅은 탄성]
(익준) 라디오 들을까?
(송화) 아니야
[익준의 헛기침]
(익준) 춥지? 쌀쌀하지?
(송화) 아, 더워, 더워, 뭐가 추워
가만히 좀 있어
(익준) 알았어
(송화) 익준아
(익준) 응
(송화) 나 좀 민망해서
한 번만 쓱 빨리 얘기할 거니까
잘 들어야 돼
나 보지 말고
정면 봐
[잔잔한 음악]
너 사고 났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뭔지 알아?
'고백할걸'
'너 좋아한다고'
'고백할걸'
[피식 웃는다]
이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
앞
그래서 말인데
너 마음
그대로면
우리
사귈까?
대답하려고
[리드미컬한 음악]
[밝은 음악]
야, 이익준, 밥 먹자
송화야, 우리도 남들이 하는 거 한번 해, 해 볼래?
주말에 다들 뭐 해?
너랑 익준이는 주말에 약속 없지?
우리도 데이트
나 익준이랑 주말에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산책하고 놀기로 했어
사람들이 이래서 결혼하나 봐요
하, 헤어지기 싫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잘 버티고 있습니다
어려운 수술이고 성공 확률이 높지가 않아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위험해도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히 드신대
어려워, 선택하기 쉽지 않아
결정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