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2.10
[의료 기기 작동음] [통화 연결음]
- (재학) 아, 교수님, 저 재학이인데요 - (준완) 어, 얘기해
(재학) 교수님, 배준성 환자
지금 폐부종도 심하고 소변도 잘 안 나와서
인공호흡기 걸었습니다
(준완) 그래? 유린 아웃풋이 얼마인데?
(재학) 어, 지난 시간에 10cc밖에 안 나왔습니다
(준완) 하, 갈게
(재학) 얼마나 걸릴까요, 교수님?
죄송합니다 빨리 와 주셔야 될 거 같습니다
(준완) 1분
(재학) 예 [통화 종료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재학) 고생하셨습니다
(준완) 어
[카드 인식음]
[의료 기기 작동음]
[한숨]
(광현) 웬일이야, 이 시간에?
여기 환자분 가셨어?
익준이 동생분? 너도 알아?
(준완) 어
갔어?
아까 갔지 수액 다 맞은 지가 언제인데
(광현) 둘이 집안끼리도 엄청 친하구나?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알림음]
(익순) 열도 다 내리고 몸 상태도 좋아져서
집으로 가는 중이요
오빠, 내가 먼저 연락할게
당분간은 훈련 때문에 전화 못 할 거 같아요
늦지 않게 제가 먼저 꼭 전화할게요
바쁠 거 같아서 이렇게 문자 남겨요
[한숨]
[밝은 음악]
(광현) 망중한이네, 망중한, 응?
이렇게 아이스크림 먹을 시간도 있고 좋다, 야
(재학) [피식 웃으며] 심지어 전 이따가 와이프랑 저녁 먹기로 했어요
(선빈) 수술은 많지만 그래도 주치의 안 보니깐
(석민) 병동 응급 콜도 확 줄었고
(재학) 이 정도만 해도 시간이 조금은 나는 거 같아요
주말도 절반 정도는 챙길 수 있고요
(광현) 모르는 소리들 한다
지금은 펠로우 초반이라 그래
있어 봐, 더할 거다, 더해
야, 그러고 보면
병원 일 하면서 밴드까지 하는 공룡능선 걔들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요즘도 꾸준히 하지?
예, 오늘도 퇴근하고 연습하신대요 [광현이 피식 웃는다]
간만에 다섯 분 모두 당직 아니어서
같이 저녁 드시고 연습하기로 했대요 [석민의 웃음]
(석민) 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재학) 기본이지
드래건은 몰라?
아유, 그것까지 어떻게 알아요?
채송화 교수님 차로 가기로 했대요
가는 길에 시간 없다고 저녁은 포장해서 가신다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선빈) 근데 밴드 이름이 왜 공룡능선이에요?
(재학) 어, 그러게요
걔들 원래 시작은 등산 동아리였을걸?
(광현) 정원이가 등산 좋아하고 공룡능선 좋아해서
친구들하고도 같이 가려고 이름을 공룡능선이라고 지었는데
(재학) 거기 무지 힘든 코스 아니에요?
어, 그래서 걔들 거기 한 번도 안 갔어
[석민이 피식 웃는다]
(광현) 내가 알기론 항상 설악산 입구까지만 가서
사진만 찍고 돌아왔을걸?
(선빈) 채송화 교수님 다음 달에 설악산 가신다고 하던데요?
(광현) 응, 이번에도 입구까지만 갈 거야
걔들 등산 동아리
밴드 동아리가 아니라
산채비빔밥 동아리야
[함께 웃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준완) 안 간다, 어?
안 올라간다고, 꿈도 꾸지 마
(익준) 나 안구 건조증이야 등산 못 해!
(석형) 산은 보라고 있는 거야 정복하는 게 아니야!
절대 안 올라가!
(정원) 아, 그래도 명색이 밴드 이름이 공룡능선인데
등산 한 번은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친구들) 어, 아니야
(정원) 아, 누가 공룡능선 가재? 비선대까지만 가자고
거기 애들도 가는 데야!
(준완) 누굴 바보로 아나
엄홍길 대장님이나 갈 만한 코스 쓱 들이밀지 말고 깨끗이 포기해!
(정원) 아니, 진짜 거기 엄청 쉬운 코스야
우리 누나 캉캉 치마 입고 올라갔어
인터넷 찾아봐!
(익준) 준완이 인터넷 할 줄 몰라
[놀란 숨소리]
애한테 상처 주지 마 [준완의 한숨]
(석형) 이름부터 비선대라니
음, 무시무시하구먼
어? 차 온다
배고파, 빨리 타!
(익준) 왜, 왜, 왜, 왜?
왜 그래? 아이, 야
아유, 야
- (익준) 아, 또 뭘… - (준완) 야, 아이, 가자
(익준) 아, 그게 아니라, 나…
아이, 잠깐만, 나 가운데 나 가운데 싫어! [준완이 재촉한다]
아이, 아, 네가 먼저 타 네가 먼저 타 [준완의 힘주는 신음]
- (익준) 아, 네가 먼저 타! - (준완) 아, 좀!
(준완) 시간 없지 않아?
저녁 먹고 가면 8시, 9시에 연습 끝나면 11시 넘을 거고
(송화) 그래서 가는 길에 드라이브스루 하려고
(익준) 메뉴가 뭐야?
(송화) 햄버거
[친구들의 환호성]
7분 뒤 도착 예정
읊으시오
(준완) 야, 익준아, 저기 인터넷으로 새로 나온 거… [친구들이 소란스럽다]
(익준) 나, 나, 나, 1, 1, 1955버거
(정원) 어, 나도 그거, 1955버거
- (익준) 아, 따라 하지 마 - (정원) 아, 난 세트야
- (익준) 난 그리고 바셰 - (준완) 나도 바셰
(준완) 바셰에 더블불고기버거 세트
- (석형) 바셰가 뭐야? - (준완) 바닐라셰이크
- (석형) 그럼 난 딸셰! - (준완) 이야, 응용력 진짜…
(석형) 그리고 스파이시상하이버거 세트하고
나 감자튀김은 라지
- (정원) 아, 나도 감튀 라지 - (준완) 나도 라지!
- (익준) 치킨은 안 시켜? - (준완) 왜 안 시켜
(준완) 송화야, 너겟 30개
나 더블불고기하고 그, 엑스트라로 아무 버거나 하나 더
(익준) 송화야, 넌 뭐야? 넌 뭐 시켜?
(준완) 아! 나 에그불고기버거로 바꿀래
(익준) 송화야, 너 뭐 시킬 거냐니까
- (준완) 송화야, 나 에그… - (송화) 야!
[한숨]
너희들 지금부터 한마디도 하지 마
(송화) 정면에 간판 보이거든 1분 줄게
1분간 생각하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정확하게 자기 메뉴 뭔지 말해
번복 안 되고 버벅 안 돼, 알았지?
(친구들) 네
[목탁 소리 효과음]
(종업원) 안녕하세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주문이 많아요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종업원)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1955버거 세트로 세 개 주시고요 [흥미로운 음악]
스파이시상하이버거 세트 하나 에그불고기 세트 하나 주세요
감자튀김 모두 라지로 주시고요
(송화) 세트 음료 중 콜라 하나만 사이다로 주세요
[친구들의 탄성] (종업원) 네, 그리고요?
(송화) 바닐라셰이크 두 개 딸기셰이크 한 개 주시고요
치킨모짜렐라버거도 세트 말고 단품으로 두 개 주세요
너겟도 여섯 조각짜리 다섯 개 부탁합니다
이상 끝입니다
(종업원) 주문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1955 라지 세트 세 개…
(익준) 야, 나 순간 채송화 전공의 때로 돌아가서 [종업원이 계속 확인한다]
노티하는 줄 알았잖아, 소름
(준완) 더 소름은 뭔 줄 알아?
안정원 5분째 신용 카드 주려고 손 저러고 있다
(석형) 많이 짧아졌네
전엔 병원 주차장에서부터 신용 카드 빼서 손에 들고 있었는데
(송화) 씁, 조용 [익살스러운 효과음]
(함께) 네
[힘주는 신음]
(정원) 자
[정원의 탄성]
(익준) 햄버거가 일곱 개야?
(정원) 어, 먹깨비들이 하나씩 더 시켰어
[피식 웃는다]
(익준) 다음 달에 내 생일인 거 알지?
얼마 안 남았어
송화 생일이랑 별로 차이 안 나서 알지
- (정원) 평일이야? - (익준) 어, 평일
(정원) 야, 생일 전주 주말에 해도 되지?
나 평일은 스케줄 맞추기 힘들어
그래, 상관없어, 나도 주말이 좋아
(석형) 근데 너 생일은 왜?
너도 생일 때 하고 싶은 노래 있어?
어, 있어
(익준) 생일이니까 나도 노래 내가 정할 거야
다들 연습 좀 해야 될걸?
- (정원) 무슨 곡인데? - (석형) 제목이 뭔데?
잇!
마!
라!
- (준완) 아, 못 해! - (송화) 야!
(석형) 안 돼
(익준) 안드레아 너는 찬성이지? 할 거지?
어, 나는 뭐
그렇게 막 나쁜 아이디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익준의 환호성] (친구들) 야!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익준의 힘주는 신음]
(익준) 아, 오케이
(정원) 야, 네 핸드폰으로 하자
(익준) 뭘?
(정원) 예약
(익준) 아, 그래
[준완의 거친 숨소리]
안정원, 두 번 씻었어
체에도 밭쳐 왔어
- (정원) 잘했어, 앉아 - (준완) 어
- 근데 우리 숙소 예약은 했어? - (정원) 지금 하려고
아, 준완아
요즘에는 숙소 예약을 이렇게 휴대폰으로 바로 할 수 있어
(익준) 여행사 직접 안 가도 돼, 어
(준완) 아, 그래?
마치 고속버스 예매처럼?
(익준) 어? 그,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준완이 피식 웃는다]
[발랄한 음악] (정원) 아, 빨리해, 며칠 안 남았어
- (정원) 내가 할까? - (익준) 제가 합니다요
- (익준) 너희들 고기 구울 거지? - (준완) 무조건 굽지!
(익준) 그럼 펜션이나 민박으로다가
(정원) 어, 방은 두 개 이상 화장실 두 개 이상
(익준) 예, 예, 예 다 맞춰 드리겠습니다
(정원) 오케이
여기 좋네, 설악산 입구 앞
(준완) 좋다, 거기로 해 설악산 입구 앞
(익준) 근데 설악산이랑은 차로 7km 떨어져 있대
(정원) 그래?
(익준) 어, 설악산 입구 앞이긴 한데
7km 떨어져 있다고 헷갈리지 말래
아래 크게 적혀 있어
(준완) 좋다, 정직하시네, 거기로 해
(송화) 후기 어때?
(정원) 어…
어, 좋아
음…
- (익준) 여기로 한다 - (송화) 오케이
근데 쟤네 둘은 아까부터 뭐 해?
[흥미로운 음악]
(석형) 어, 이거 괜찮다
[준완의 어이없는 숨소리]
(준완) 가죽 바지 사는 중
[강렬한 효과음]
[정원의 헛웃음]
장바구니 확인해 봐 많이 넣어 놨을 거야
아, 준완아, 장바구니 진짜 장바구니 아니다
인터넷 장바구니야
[강렬한 효과음] (준완) 새끼
(정원) 어, 많이 좋아지셨어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식 웃으며] 아, 주말에 내가 뵙고 왔어
아, 그렇게 걱정되면 형이 지금 전화 한번 드려
형, 나 지금 바빠, 끊어
어
[통화 종료음] [피식 웃는다]
미안
괜찮아요
엄마 아픈 후로 형, 누나들이 전화를 자주 해
걱정은 되는데 옆에 있어 줄 순 없으니까
나한테 전화해서 이것저것 엄청 물어봐
아, 그럴 거면 다들 출가는 왜 했나 몰라
[피식 웃는다]
(정원) 참, 어머님 건강은 어떠셔?
(겨울) 많이 좋아지셨어요
이제 혼자 외출도 하세요
아, 다행이다
아, 남동생 결혼식 얼마 안 남았지?
네, 다음 달이요
필요한 거 뭐 있는지 좀 물어봐 줘
가전제품이면 더 좋고
제대로 큰 선물 하나 하고 싶어
아니에요, 벌써 다 샀을 거예요
그래도 빠진 게 있을 거야
나 수술 들어가야 된다
추민하 선생 본다고?
네
(정원) 좋네, 잘했어
가을이한테 꼭 물어봐 줘
(겨울) 네 [정원의 웃음]
(정원) 간다
[한숨]
(익준) 친구분이 기증을 해 주신다는 거죠?
- (남자1) 네 - 아, 네
네, 알겠습니다
(익준) 어…
사실 우리 강찬동 님 같은 경우에는
간경화에 간암까지 재발하셨고 간 기능이 많이 떨어져서
현재로선 이식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친구분께서 용기를 내 주셔서 저로서는 뭐, 아주 다행이고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없는데요
[차트를 사락 넘기며] 음…
가족 간의 기증이 아니기 때문에
어, 그 순수성을 증명하는 데
그, 음, 승인 절차가 까다로워서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무거운 음악]
음, 예전엔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을 했었는데
어, 장기 매매 같은 불법적인 일들을 막기 위해서
지금은 코노스라는 정부 기관에서 관리를 합니다
저희는 코노스에서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서
승인 신청을 하는 입장이고요
진짜 친구 맞는데요, 선생님
당연히 그러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어, 법으로 정해 둔 그 절차대로 승인을 받으셔야
이식이 가능합니다
(남자1) 얼마나요? 얘 지금 다 죽어 가요
(익준) 음, 자세한 설명은
어, 나가시면 코디네이터 선생님께서 해 주실 거예요
(남자2) 저 근데
친한 친구가 맞다는 걸
그걸 어떻게 증명합니까?
[송화의 힘겨운 신음]
(석민) 교수님, 어디 가세요?
(송화) 황두나 환자 보러
(석민) 아, 물리 치료실이요?
(송화) 응, 전에 봤을 땐 아직도 잘 못 걸으시더라고
말도 여전히 어눌하고
본 지 오래돼서 오늘 한번 가서 보려고
장 교수님이랑 얘기도 좀 하고
- (여자1) 어, 교수님 - (송화) 어?
- (여자1) 안녕하세요 - (송화) 네, 안녕하세요
어머니, 고생이 많으시죠?
아유, 아니에요
교수님, 두나 많이 좋아졌어요
이제 혼자 앉고 서고 해요
정말요?
지팡이 잡고서 하는 거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예요
한 달 전엔 똑바로 서 있지도 못했거든요
병실에서 계속 말하는 연습도 하고 계시죠?
예, 제가 계속 말시키고 있어요
[웃으며] 잘하시고 계세요
저 그럼 두나 어떤지 한번 보고 올게요
(여자1) 네
(송화) 저번보단 많이 좋아지신 거 같은데요, 교수님?
저렇게 혼자 일어서서 걷지도 못하셨는데
오른쪽 다리는 그래도 회복이 빠른 편인데
오른손 미세 운동이 아직 안 돌아왔어
그리고 제일 느린 건 언어
(송화) 아
(교수1) 그래서 앞으로는 언어 치료를 집중적으로 할 계획이야
(송화) 네
[잔잔한 음악] [한숨]
[여자2의 가쁜 숨소리]
(언어 치료사) 제가 숫자를 세어 볼게요
하나, 둘
[여자2의 웅얼거리는 신음]
셋
[웅얼거리는 신음]
넷
[웅얼거리는 신음]
[한숨]
[밝은 음악]
[건반이 땡 울리는 효과음]
바람 쐬자, 우리
나가자
[늘어지는 기적 효과음]
(겨울) 음, 고백이 한 번 남았다?
그래도 전 이번엔 무조건 성공할 거 같은데요?
과감하게 해 보세요
[민하의 거친 숨소리]
마지막 한 발이야
이번엔 정말 맞혀야 된단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 고백은 병원에서 안 하고 싶어
지금 이 꼴이 아니라 정리된 몰골로 만나서 고백하고 싶어
(민하) 응
그러고 보니 언니 오늘 얼굴이 왜 그래요?
나 엉망진창이지?
네
[절망하는 신음]
(민하) 나 당당이었잖아
오늘 아침에 이틀 만에 머리 감는데 샴푸가 없더라
청소함 옆에 비누가 보이길래 비누로 감았는데
머리카락이 이렇게 개성 있어졌어
세척력이 어마어마해
아, 오늘 같은 날은 교수님이랑 안 부딪치고 싶다
쯧, 어차피 이번 주부터는 염세희 교수님 턴이라
오늘 잘하면 얼굴 한 번도 안 보고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응 [다가오는 발걸음]
(겨울) 안녕하세요
(민하) 안녕하세요
(익준) 오, 장겨울! [익살스러운 음악]
어? 오, 추추
- (민하) 어, 네 - (익준) 밥 먹었어?
(민하) 네 [민하의 어색한 웃음]
(겨울) 먹었습니다 안정원 교수님하고 먹었어요
(익준) 잘했어
추민하 선생은?
(민하) 저, 저는 후배들이랑 먹었습니다
(익준) 너 왜 추추랑 밥 안 먹었어?
네가 먹자며
너 때문에 너랑 먹은 거 아니야
[익준의 당황한 숨소리]
(익준) 그래, 그럼 둘이 하던 얘기 계속해
- (익준) 우린 이만 - (민하) 네
[민하의 어색한 신음]
[민하의 거친 숨소리]
[민하의 한숨]
겨울아, 우리 편의점 좀 가자
뭐 사려고요?
샴푸
[민하의 다급한 신음]
(석형) 친구가 기증을 한다고?
난 처음 듣는다
(익준) 아, 드물지만 가끔 있는 일이긴 해
[석형의 옅은 탄성]
간경변증에 간암까지 재발하신 분인데
자녀는 없고
부인분은 검사했는데
심혈관 질환이 있어서 부적합 판정이 났어
남동생만 한 명 있는데
남동생도 B형 간염 보균자라 부적합하고
가족 간 생체 간 이식으로는 적합한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뭐, 환자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걱정 많이 했어
근데 오늘 외래를 오셨는데
친구분이 주기로 했다고 친구랑 오셨더라고
기증자분 강압적인 뭔가가 있어서 하는 건 아니겠지?
(익준) 그런 거 아니야
내가 기증자분 따로 만나서 물어봤거든
근데 그런 거 전혀 없대
정말 불알친구고 제일 친한 친구래
뭐, 정확한 거는 뭐, 검증을 해 봐야 알겠지만
내 느낌으로는
정말 베프
가족 아니면 이식 심사 더 까다롭지 않나?
엄청
엄청 까다롭지
기증을 하다가 돌아가실 수도 있습니다
(덕주) 우리나라에서는 기증자 수술이 안전하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외국 사례에서는 기증한 분이 사망하거나
남은 간이 기능을 못 해서
건강한 사람이 기껏 기증을 한 후에
본인도 이식받는 경우가 있어요
그만큼 어렵고 위험한 수술입니다
그래도 기증하실 건가요?
그래도 해야죠
(남자1) 안 그럼 얘가 죽는데
(남자2) 저, 많이 위험한가요?
위험 가능성을 말씀드린 겁니다
(덕주) 교수님께서도 기증자 수술은 특히 더 신경 써서
안전하게 수술하려고 노력하시고
실제로 수술 후에 대다수의 기증자분들이
이전의 생활로 복귀합니다
하지만 수술 전과 후가 100% 똑같다고 할 수는 없고
어딘가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네, 그래도
기증하겠습니다
[무거운 음악]
[한숨]
(가을) 누나
(겨울) 어?
파혼이라니?
다음 달이 결혼식인데 어떻게 한 달 전에 파혼을 해?
파혼한 게 아니라
파혼당한 거야
누나, 나 근데 예상은 좀 했었어
우리 집 얘기 털어놨을 때
여자 친구가 자기는 괜찮다곤 하는데 많이 놀란 거 같았고
지난주엔 부모님한테도 말씀드렸나 봐
[무거운 음악] [가을의 헛웃음]
말씀 안 드릴 수가 없지
(가을) 결혼식이 코앞인데 시아버지 될 사람이 못 온다고 하니까
당연히 궁금해하시고 꼬치꼬치 물어보셨겠지
그래서 다 말씀드렸대
시아버지 될 사람이 시어머니 될 사람을 때려서
코뼈가 골절되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고막이 나갔다고
그래서 지금
감방에 있다고
난 다 이해해
누가 허락해
나라도 결혼 허락 안 해
차라리 속 시원해, 누나
나 진짜 이럴 줄 알았어
우리 집 얘기 털어놓은 이후로
우리 좀 위태위태했어
날 보는 눈빛이
'너도 똑같은 놈 아니야?'
이렇게 읽히더라고
나 자격지심이지?
아, 못났다, 못났어
하, 말하지 말 걸 그랬나 봐
그냥 끝까지 비밀로 할 걸 그랬어
어떻게 말을 안 해
언젠간 알게 될 텐데
[한숨]
가을아
미안해
누나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아, 누나가 왜 미안해?
나 괜찮아, 예상했었다고 했잖아
(가을) 아유, 그래도 누나한테 털어놓으니까 훨씬 낫다
[가을이 피식 웃는다]
음, 내 일은 내가 해결할게
엄마한텐 그냥 둘이 크게 싸웠다고 할래
내가 민진이한테 정이 뚝 떨어져서 결혼 파투 냈다고 할게
누나도 그렇게 알고 있어
(겨울) 응, 미안
(가을) 뭐가 자꾸 미안해
누나 병원 일도 많고
엄마 챙기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내가 미안하지
앞으로 나도 엄마 더 잘 챙길게
[울먹이는 숨소리]
너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됐어?
나 곧 대리야, 어른이라고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훌쩍인다]
가을아
누난 지금 엄마밖에 안 보여
누나 알고 있었어
(겨울) 엄마랑 한 번씩 통화하면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알았어
근데 무시했어
'아닐 거야'
'괜한 걱정이야'
일부러 모른 척
엄마 상황 회피했어
[겨울이 훌쩍인다]
누나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
엄마 혼자
그런 지옥 같은 상황에 내버려 뒀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나 자신이 용서가 안 돼
[훌쩍인다]
가을아
네 상처도 크겠지만
누난 지금 엄마만 생각할래
미안해
(로사) 종수야, 얼른 와, 퍼져
[종수의 다급한 숨소리]
(종수) 아직 먹지 마
이거 올려 줄게
[종수의 힘주는 신음]
자
응, 자 [로사의 웃음]
[종수의 웃음]
자요
[로사와 종수의 웃음]
이사장님 솜씨 한번 볼까요?
일단 색깔은 합격이고
야
너무 맛있어
[로사의 웃음] (석형 모) 미쳤지, 언니?
웬일이야?
형부
아니, 저기, 이사장님 [종수의 멋쩍은 신음]
진짜 맛있어요
어유, 이런 재주가 있었네요
[로사와 종수의 웃음] [석형 모의 탄성]
[종수의 안도하는 한숨] (로사) 종수야, 너도 한번 먹어 봐
(종수) 어, 이야 [로사의 탄성]
(로사) 양념장 네가 만든 거야? 산 거 아니고?
[멋쩍은 웃음]
백 쌤 레시피 [종수의 웃음]
[웃으며] 어쩐지 맛나더라
그래도 이렇게 맛있게 만들기 힘들어
이사장님, 센스 있어요
[석형 모의 웃음]
(로사) 다음엔 뭐야?
- (종수) 다음에는 - (로사) 응
(종수) 가지덮밥 [로사의 놀란 숨소리]
정말요? [종수와 로사의 웃음]
언니, 나 다음 주에 또 와도 되지?
그럼, 주말마다 와
혼자 집에서 시켜 먹지 말고 주말마다 와서 같이 밥 먹어
종수야, 주말마다 부탁한다, 어? [종수의 웃음]
어, 너 잘한다, 진짜
나야 좋지 [로사의 웃음]
나의 기쁨이다, 야
[로사와 종수의 웃음]
(종수) 아유, 안 그래도 어제 첫째랑 한바탕하고서
그냥 하루 종일 우울했는데
오늘 이 국수 삶고 양념 만들면서
그나마 좀, 응, 좀 잊었네, 아유, 참
(로사) 큰애가 왜? 한국 들어온다고 좋아하더니
(종수) 아유, 개원한대, 친구들하고
공동 대표로 개원할 건데
그냥 대놓고 돈 달래
보태 달라도 아니야
나중에 자기 줄 돈 지금 달라고 또 얘기하더라
하, 나 어이가 없어서
하, 싫다고 그냥 단칼에 자르긴 했는데
밤새 잠이 안 오더라
응, 화도 나고
서운하고, 아이
또? 너 진짜 서운했겠다
쯧, 야, 차라리 첫째네 한국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
응? 그냥 미국에서 자기들끼리 사는 게
그게 내 마음은 더 편해
그래도 자식인데
옆에서 얼굴 한 번씩 보면서 사는 게 낫죠
이사장님 아들은 들어오고 우리 석형이는 나가게 생겼네
무슨 말이야, 그게?
언니, 어떡해?
석형이 미국 갈지도 모른대
정원이 그런 말 없던데?
(석형 모) 친구들한텐 아직 얘기 안 했나 봐
어제 나랑 저녁 먹으면서 얘기하더라고
연수 기회가 생겨서 미국으로 신청했다고
아마 갈 거 같대
어머
나 석형이 없으면 못 살아
옆에 끼고는 안 살아도
주말마다 한 번씩 얼굴 보고 같이 밥 먹는 게 내 유일한 낙인데
어떡해, 언니?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글쎄, 쯧
석형이도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
[한숨]
[종수의 헛기침]
[재학이 숨을 하 내쉰다]
[준완이 숨을 하 내쉰다]
(재학) 교수님 점심 누구랑 드실 거예요?
(준완) 애들이랑 먹을 거 같은데, 왜?
(재학) 아, 네
너도 껴, 다 아는 사람들이잖아
(재학) 전 약속 있는데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와이프 병원에 친구 보러 오는데 온 김에 같이 점심 먹으려고요
(준완) 그럼 왜 물어봤어? [강렬한 효과음]
(재학) 어, 혹시 혼자 드실 거면
우리 부부랑 같이 드시자고 하려고 했죠
참 나, 오지랖도 퍼시픽이다, 씨
(재학) 근데 교수님이 유일한 사람인 거 아시죠?
(준완) 뭐가?
우리 부부보고 왜 아기 안 갖냐고 안 물어보는 사람
그게 왜 궁금하지?
그러게요
(준완) 난 내 일만으로도 과부하야
알아서 잘들 살겠지, 뭔 상관이야
(재학) 저하고 와이프가 동갑이에요
3년 넘게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결혼 초엔 제가 공부하느라
와이프 혼자 벌면서 양쪽 집에 용돈도 보내 드리고 하니까
엄청 빠듯하더라고요
그래서 결혼 초반엔 당분간 아이 갖지 말자고 했죠
그리고 결혼하고 5년 정도 됐을 때
둘 다 아기 좋아하니까 '이제 갖자' 해서 가지려고 했는데
이게 또 막상 가지려고 하니까 잘 안 생기더라고요
우리 부부 노력 많이 했어요
와이프가 스트레스 많이 받았죠
그러다 작년
와이프가 마흔 번째 생일날 천명했어요
아기 안 갖겠다고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다며
그냥 둘이서 평생 재밌게 살자고 하더라고요
전 좋다고 했죠
아기가 있는 삶을 꿈꾸긴 했는데
와이프가 힘든 건
전 또 싫거든요
교수님, 제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 뭔지 아세요?
내가 궁금해해야 하는 거지?
일 끝나고 와이프랑 집에서 맥주 한잔하면서 수다 떠는 거요
(재학) 병원 사람 뒷담화도 하고
수술 얘기도 하고 [잔잔한 음악]
와이프 회사 사람 얘기도 하고
시댁 흉도 보고 처가댁 흉도 보고
[재학의 웃음]
아무 얘기나 서로 막 해요
아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전 와이프랑 이렇게 친구처럼 사는 것도 좋아요
와이프랑 있으면
그냥 모든 게 편하고 재밌고 그래요
어, 죄송합니다 제가 말이 너무 길었, 길었죠?
부럽다
두 사람 너무 부럽네
[잔잔한 음악]
(덕주) 지난번에 하신 1차 검사 결과 나왔는데요
1차 검사상으론 이식이 적합합니다
[남자2의 한숨]
(남자1) 그럼 바로 수술하는 건가요?
아니요, 이제부터 하실 일이 많으세요
(덕주) 우선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하는 사람입니다
두 분이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저는 일단 제일 먼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의 사람입니다
그걸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함께) 예
(덕주) 제가 앞으로 많은 서류를 요구할 겁니다
내용을 보시고 나면 아마 이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너는 어떻게 우리가 준비할 수 없는 서류만 달라고 하니?'
근데 그게 국가 기관인 코노스에서 원하는 서류입니다
일주일 안으로 준비하셔야 할 서류들입니다
[남자1의 한숨]
(남자2) 넌 몇 개인데?
(남자1) 열두 개
(남자2) 아휴, 나 여섯 개인데
그리고 두 분이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시라고
(함께) 네
(덕주) 그럼 졸업 증명서 외에
두 분이 실제로 친했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고등학교 때 두 분이 같이 찍은 사진이 필요합니다
그게 아직까지
(남자1) 남아 있으려나요?
(덕주) 그리고 두 분이 고등학교 때부터 30년 지기 친구시면
당연히 서로의 결혼식 돌잔치에 가셨겠죠
(남자1) 그렇죠
그때 참석했다는 영상이나 사진이 필요합니다
(덕주) 고등학교 때만 잠깐 보고
이후에는 서로 연락 안 하고 지내다
최근에 장기 거래를 목적으로 다시 만난 건 아닌지
의심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가능성은 없다는 증거로 필요한 자료입니다
아, 전 결혼식 때 영상 촬영 안 했는데요
그럼 결혼식 사진만이라도 주세요
전 결혼한 지 몇 년 안 돼서 동영상 촬영 했습니다
가져오겠습니다
[안내 음성] 감사합니다 현금을 확인하여 주십시오
너 설마 만 원 뽑은 거 아니지?
아니야, 십만 원 뽑았어
(정원) 아, 왜 또 시비실까?
(익준) 현금은 왜? 그것도 만 원짜리로
(정원) 오늘 저녁에 우리 회식이잖아
(익준) 어, 회식이지
(정원) 밤늦게 끝날 텐데 전공의들 택시비
(익준) 정원아
인생이 피곤하진 않니?
전혀
뭐,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진 않고?
(정원) 응
생각은 많은데 섹션별로 잘 정리돼 있어
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없어
놀리려고 했는데
너무 진심이라 접었어
[피식 웃는다]
고맙다
[피식 웃는다]
원천 징수요?
(덕주) 네, 작년 소득이 얼마였는지
종합 소득세 내셨다면 관련 증명서가 필요하고요
직장인이시면 근로 소득 지급 명세서가 필요합니다
제가 찬동이보다 많이 벌어야 하는 거죠?
네
아무래도 그럴 경우 오해의 소지가 적습니다
너 어, 얼마나 버냐?
아, 내 소득…
아, 이 새끼한텐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왜, 좀 얼마 안 돼?
내가 너보단 더 벌지
[피식 웃는다]
(남자1) 내가 너보다 더 버니깐 걱정하지 마
저 작년에 재산세로 천만 원 냈습니다
연봉은 2억 정도 되고요
(남자2) [헛웃음 치며] 야
다음부턴 네가 밥 사라
(남자1) 뭐래
[살짝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디 아파?
(효주) 어제저녁부터 배가 좀 아파
점점 더 심해지는 거 같아
[어두운 음악] [아파하는 신음]
[재학의 초조한 숨소리]
[효주의 거친 숨소리]
[효주의 힘겨운 신음]
(재학) 응급실 가자, 얼른
(효주) 어, 다 토했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 지금 배꼽이 빠지려고 그래
(재학) 가자, 가자
[효주의 힘겨운 신음]
아휴
[의료 기기 작동음]
이제 약까지 들어가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어, 그래도 병원에서 아파서 다행이다
운이 좋았어, 그렇지?
아파서 응급실에 누워 있는데 운이 좋아?
큰 병 아니잖아
이 정도면 운 좋은 거지
[피식 웃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광현) 어, 많이 힘드시죠?
(효주)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저까지 봐 주시고
감사합니다
[피식 웃으며] 별말씀을요
요새 급성 장염 환자들 꽤 있어요
음식 때문인 거 같은데 당분간은 음식 조심해서 드셔야 합니다
(광현) 어, 그리고
소변 검사 하신 거 결과가 나왔는데요
[숨을 씁 들이켠다]
[한숨]
왜요, 교수님?
(재학) 뭐, 안 좋은 거라도…
(광현) 아니, 그게 아니라
유린 HCG 파지티브야
그게 뭐야, 자기야?
[당황한 숨소리]
이, 이, 임신이라고요?
(광현) 응, 소변 검사에서 임신 양성 반응이 나왔어요
[피식 웃으며] 두 사람 전혀 몰랐던 거지?
(재학) 예
어, 저, 저희는 아, 아기 가지는 거
전혀 상상도 못 했거든요
[광현이 피식 웃는다]
(광현) 수액 맞는 동안 산부인과 외래 잡고
진료 한번 보고 가
(재학) 예
(광현) 씁, 석형이 오늘 외래 있나? 석형이한테 보면 좋은데
(재학) 어, 아, 아닙니다, 교, 교수님 제가 직접 전화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광현) 그래, 쉬세요
[잔잔한 음악]
(준완) 나 운전하기 싫어 네 차로 가자
(익준) 그래 내 차랑 석형이 차로 가자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송화의 헛웃음]
내 방이야
네 방인 거 알지
수술 늦게 끝난다 그러더니
예상보다 지혈이 잘돼서 일찍 끝났어
근데 차 얘기는 뭐야?
아, 이번 주 설악산 가는데 차 어떻게 갈지 물어본 거야
(익준) 내 차랑 석형이 차로 가면 되겠지?
(준완) 우리 몇 시쯤 출발하면 되지?
톡방에 올려서 얘기 좀 해 봐야겠다
안 그래도 돼
우린 패키지 관광을 가는 거야
그런 거 하나도 신경 쓸 필요 없어
[흥미로운 음악]
뭐야, 그게?
정원이가 작성한 '공룡능선 설악산 야유회 일정표'
[익준의 탄식]
(송화) 징발 대상 차량은 물론
들를 휴게소, 주유해야 할 시점
가서 먹을 식당들 리스트까지 적혀 있어
(익준) 나 좀 무서우려 그래
가야 할 화장실 안 적혀 있는 게 어디야
(송화) [놀라며] 가평, 내린천
들를 휴게소가 가평, 내린천인데
아래에 당구장 표시로 '반드시 용변도 여기서'라고 적혀 있어
장겨울 도망가라 그럴까?
(효주) 제가 나이가 많기도 하고 아기 가질 생각이 전혀 없거든요
임신 생각이 전혀 없었어서
임신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지
남편하고 상의를 좀 해 봐야 할 거 같아요, 교수님
(석형) 일단 초음파 결과를 말씀드릴게요
(효주) 네
소변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셨는데
간혹 위양성으로 임신이 아닌 경우도 있어서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를 본 건데요
임신이 맞습니다
(석형) 어, 자궁 안에 정상적으로 임신이 잘되어 있고
아기 사이즈로 봤을 때
벌써 임신 10주 조금 넘은 거 같아요
그동안 모르셨어요?
제가 워낙 생리 불순이 심해서
그리고 최근에 생리를 안 하길래
(효주) 저는 '폐경이 일찍 온 건가'라고 생각했어요
임신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자궁벽이 약간 두껍긴 한데 이건 경과를 보면 될 것 같고요
(석형) 어…
동영상도 찍어 놨네요
[키보드 조작음]
아기가 이렇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10주만 돼도 아기가 꽤 움직여요
어, 이쪽이 머리고 이쪽이 몸통이에요
어, 여기가 팔이고 이쪽이 다리고요
심장 뛰는 것도 몇 회인지 확인했는데 [잔잔한 음악]
정상 범위입니다
주수에 잘 맞는 것 같네요
아기가 지금은 3cm 정도로 작지만
어, 아기의 손발이 조그맣게 보이고
심장이랑 주요 장기들이 형성되고 있는 상태예요
음, 고민되시겠지만
현재로서 아기는 아주 활발하게
씩씩하게 잘 움직이고 있네요
(재학) 저, 교수님 저, 와이프하고 상의를 좀…
엽산은 언제부터 먹으면 되나요, 교수님?
저 자연 분만 할 수 있어요?
(효주) 수술도 상관없어요
예정일이 언제인가요, 그럼?
[석형의 웃음]
예정일은 12월 2일이고요
어, 자연 분만이나 제왕 절개 여부는
아기가 좀 큰 다음에 아기 위치를 봐야 하니까
그때 가서 정하면 됩니다
엽산은 지금부터라도 드셔야 하고요
최소한 400마이크로는 드셔야 합니다
(석형) 처방 내 드릴게요
어…
나이가 있고 자궁벽이 두꺼운 편이셔서
앞으로 외래 꾸준히 다니시면서 관리 잘 받으셔야 돼요
네, 교수님
다른 궁금하신 건?
아, 저 몇 달 전부터
가슴 쪽에서 뭐가 좀 만져지는 거 같아서요
그것도 임신 때문에 그런 건가요?
아프세요?
어, 한쪽만 그러세요? 아니면 양쪽 다 그러세요?
오른쪽만요
임신 중반이라고 하면
유선 조직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석형) 씁, 아직 초기라 그건 아닐 것 같고
혹시 모르니까, 어, 유방외과 진료 한번 보시는 게 어떨까요?
도재학 선생, 오늘 한 번에 유방외과 진료까지 보고 가
그게 나을 거 같은데?
(재학) 네, 교수님
[휴대전화 알림음]
(익순) 이번 주 일요일 저녁에 친구 결혼식 있어서 서울 올라가요
월요일 하루 휴가 냈어요
어, 월요일 저녁 가능해요?
월요일…
(준완) 오후에 수술 하나 있는데 6시 전엔 끝나, 괜찮아
6시 반 어때?
[휴대전화 알림음]
(익순) 네, 좋아요
제가 병원 앞으로 갈게요
어, 오빠가 그러던데
병원 앞에 맛있는 스테이크집 있다고
거기서 만날까요?
다른 데도 괜찮아요, 난 다 상관없어요
(준완) 가게 이름이 병원 앞 스테이크집
정말 병원 바로 앞에 있어 찾기 쉬울 거야
그럼 다음 주 월요일 6시 반 병원 앞 스테이크집에서 보자
[휴대전화 알림음]
(익순) 응, 좋아요, 다음 주에 봐요
[벅찬 숨소리]
(건) 선생님
- 저희랑 같이 가시는 거죠? - (겨울) 어?
회식이요
어, 저희는 지금 출발하려고요
어, 너희들 먼저 출발해
나 전화 한 통만 하고 따라갈게
어, 기다릴게요, 같이 가요
아니야, 먼저 가서 먹고 있어
(겨울) 엄마, 전화했었지?
가을이 왔어? 저녁은?
(겨울 모) 어, 먹었어
가을이가 갈비탕 사 와서 같이 잘 먹었어
(겨울) 잘했어
(겨울 모) 겨울아
엄마 다음 주에 광주로 내려갈래
엄마 이제 다 나았어, 이제 괜찮아
우리 딸 얼마나 힘들게 공부했는데
어떻게 의사 되고 여기까지 왔는데
쯧, 엄마 때문에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엄마가 미안해
엄마 괜찮으니까 이제 넌 병원 일에 집중해
야, 그러다 윗사람들한테 찍힐라
나 지금 내 일 충분히 집중해서 잘하고 있어
전공의 때보다 시간도 있고
병원 일 익숙해져서 마음에 여유도 생겼어
그러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엄마만 생각해
엄마 아직 환자야
(겨울 모) 다 나았어
엄마 이제 혼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다 할 수 있어
혼자 할 수 있는데 뭐 하러 일하는 딸 옆에 붙어서
딸 앞길을 막아
[잔잔한 음악] 겨울아
가족이란 사람들이
[겨울 모의 떨리는 숨소리]
자식한테 족쇄만 채우고 있어
우리 딸 엄마 걱정 하지 말고
엄마는 혼자서 잘 살 수 있으니까 너는 네 인생 살아
엄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떨리는 숨소리]
알았어, 엄마
광주 꼭 내려가겠다는 거지?
그럼 나도 내일 아침에 사표 쓰고 광주 내려갈래
(겨울 모) 겨울아
엄마 광주 내려가면
나도 일 그만두고 광주 내려가
[겨울 모가 흐느낀다]
엄마 사랑하는 딸
병원 계속 다니는 거 보고 싶으면
앞으로 두 번 다시는
혼자 광주 내려간다는 말 하지 마, 엄마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하지 않아
그러니까
정말 내 생각 한다면
내 옆에
나랑 가을이 옆에
우리랑 같이 살아
어?
알았지?
[겨울 모가 연신 흐느낀다]
[한숨]
(겨울) 아직 안 먹었어 이제 먹으러 갈 거야
안 늦어, 저녁만 먹고 바로 들어갈게
응
[웃음]
어디 갔었어? 계속 전화했었는데
얼른 가자, 다른 사람들 다 출발했대
[훌쩍인다]
[겨울이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겨울이 연신 흐느낀다]
다른 차는 출발했어?
어, 방금 병원에서 정원이 태웠대
(송화) 병원은 왜?
(익준) 택배 하나 놓고 와서 가지러
(준완) 우주는?
우주는 그럼 주말에 이모님이랑 있는 거야?
데리고 오지
이미 다른 사람이 데리고 갔어
- (송화) 누구? - (익준) 모네 아빠
모네 아빠 또 캠핑 가신대?
(익준) 어, 참
아니, 대체 뭐 하는 분이시길래 일 년의 반을 밖에서 사나 궁금했는데
오늘 아침에 궁금증이 풀렸어
뭐 하시는 분인데?
PD
[도어 록 작동음]
아, 예, 안녕하세요, 네 [익준의 웃음]
아유, 매번 감사합니다 또 신세를 지네요
(모네 부) 안녕하세요
우주야, 안녕
- (우주) 안녕하세요 - (모네 부) 어
신세라니요
오히려 우주 있으면 모네랑 마네도 더 잘 놀아서
제가 더 편합니다
아니, 근데 저기 그, 실례가 안 된다면
우리 모네 아버님 어떤 일을 하시는지 제가 여쭤봐도 될까요?
저요?
네, 아니, 어떤 일을 하시길래 매주 캠핑을 가시고
아, 우주 말로는 그, 게임 진행도 그렇게 잘하신다고
저 PD예요
[흥미로운 효과음]
저 방송국 PD입니다
[놀란 숨소리]
아, 그러고 보니까 전에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나영석 PD님 아니세요? 맞죠?
전 장영석 PD입니다
(익준) 아, 장씨구나, 아, 죄송합니다
아, 장모네, 장마네, 아
아, 뭐, 괜찮습니다
아, 근데 정말 많이 닮으셨어요
아니, 나영석 PD님이랑 똑같이 생기셨어요
불쾌하네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우주야, 가자
(모네 부) 아저씨가 오늘은 뿅망치 가져왔어요
(익준) 정말 죄송합니다
(모네 부) 어, 아니요, 뭐
이미 기분 상했는데 뭐, 죄, 죄송해 봐야, 뭐
아니, 너무 닮았…
너무 제가 실례를 범한 거 같아요 [징 소리 효과음]
(준완) 우리 오늘 속초까지 무사히 갈 수 있겠지?
(익준) 반반 본다
운전 내가 할까?
아니
가는 중간에 한 명도 콜 안 받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해서
[휴대전화 벨 소리]
(송화) 여보세요
(성영) 교수님, 현병모 환자 [흥미로운 음악]
4일 전에 ICH로 카테터 한 환자분요
갑자기 멘탈 스투퍼로 처지고 오른쪽 퓨필이 0.5로 열렸습니다
바이털이랑 숨 쉬는 건?
(펠로우1) 지금 빌러스 보미팅 계속하고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면서 응급실로 온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볼불러스 같은데 빨리 오셔야 될 거 같습니다
어, 지금 바로 갈게요 30분이면 가요
우선 수술방부터 준비해 주세요
(정원) 네
[통화 종료음]
[정원의 한숨]
[석형이 살짝 웃는다]
[정원의 한숨]
(겨울) TA로 리버 라세레이션 생겨서 근처 병원에서 엔지오로 지혈은 했는데
환자분께서 이식 수술 받은 병원으로 가겠다고 하셔서
지금 전원 중이라고 합니다
(익준) 어,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통화 종료음]
[익살스러운 음악]
[숨을 푸 내쉰다]
[산새 울음]
밥부터 먹고 오자
체크인부터 해야지
그럼 쉬세요
뭐 필요한 거 있으시면 바로 전화 주시고
- (석형) 네, 감사합니다 - (펜션 주인1) 예
(펜션 주인2) 아, 이것 좀 드셔 보세요
여기 텃밭에서 딴 건데 부족하시면 더 따다 드시고
(석형)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 (펜션 주인2) 네 - (석형) 네
(석형) 근데 철우는 안 보이네요?
놀러 갔나 봐요
아, 이름이 철우네 펜션이길래
제가 철우입니다
(석형) [놀라며] 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죄송합니다 저는 당연히 애라고 생각하고…
(펜션 주인1)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세요
우리가 2대째 펜션업 하고 있거든요
(석형) 아
(펜션 주인1) 오늘 두 분이 올해 마지막 손님이세요
우리 곧 리모델링 들어가거든요
지금도 깨끗하고 좋은데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테리어가 아니라고
딸내미가 하도 '바꿔라, 바꿔라' 그래 가지고
딸내미가 큰돈 보내 줘 가지고 다음 달부터 공사 들어갑니다
아, 뭐, 우리 딸 서울의 큰 병원에서…
(펜션 주인1) 여보, 주책이야
- (펜션 주인1) 말이 너무 많아, 가자 - (펜션 주인2) 뭐
(펜션 주인1) 아, 죄송합니다, 쉬세요 가, 가, 가, 가
[펜션 주인2의 못마땅한 신음] (석형) 네
- (펜션 주인1) [웃으며] 아, 예 - (펜션 주인2) 네, 수고하세요
- (펜션 주인1) 예, 문 닫으세요 - (석형) 네
(석형) 고기 어디 있어?
(준완) 배고픈데 일단 라면 먼저 먹자
(석형) 아, 고기 먹어
아, 언제 세팅해서 언제 먹어
라면 먹고 다음에 고기
(석형) 넌 근데 남의 집 가족사진을 왜 그렇게 보고 있어?
부러워?
아이, 그게 아니라
씁, 아무리 봐도 어디서 본 것 같단 말이야
[흥미로운 음악] (석형) 누구?
이 여고생, 아, 분명 어디서 봤는데
안면이 있어
[석형의 놀란 신음] (준완) 아이…
[기적 효과음]
[후루룩 먹는 소리가 들린다]
(준완) 너희 정말 알고 예약한 거 아니지?
(정원) [웃으며] 당연히 아니지
정말 추민하 선생 집이야?
어, 이 집 도처에 추민하 선생 사진이 있어
(준완) 야, 불어, 빨리 와서 먹어
(정원) 놀라운 인연이다
겨울이한테 얘기해 줘야겠다
참, 추민하 선생은 아직 모르지?
어, 모를 거야
저 곰이 그렇게 빨리 전화했을 리가 없어
(준완) 석형아, 라면 다 붇는다
나 불은 거 좋아해
불은 걸 좋아한다고? 왜?
안 맞아, 하나도 안 맞아 복권보다 더 안 맞아
- (석형) 단무지 없어? - 아, 김치 있잖아, 김치
교수님이 지금 우리 집에 있다고?
(겨울) 네, 언니
그냥 예약해서 가신 건데 가서 보니 언니네 집이래요
- (민하) 헐 - (겨울) 철우네 펜션? 맞죠?
(민하) 어, 어, 맞아
(겨울) 남동생 이름이 철우예요?
우리 아빠 성함이 철우
(겨울) 아
어, 겨울아 내가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민하) 응, 응, 응
[민하가 중얼거린다] [통화 종료음]
[통화 연결음]
[초조한 숨소리]
(민하 모) 우리 딸 주말에도 일하느라 힘들지?
사랑해
엄마, 엄마, 지금 온 손님들 있지?
(민하 모) 있지
(민하) 우리 병원 교수님들이야
(민하 모) 정말? 진짜?
(민하) 어, 그중 한 분은 우리 과 교수님
내 논문 봐 주시는
내가 제일 존경하는 교수님이야
(민하 모) 누구? 둘 중에 누구?
그, 곰처럼 생긴 사람
(민하 모) 곰처럼 생긴 사람?
아이, 딱 보면 알아
[밤새 울음] (TV 속 해설자) 264m 파 4홀인데
[공을 탁 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TV 속 캐스터의 탄성] [TV 속 해설자의 웃음]
(TV 속 해설자) 공 맞는 소리가 아주 어마어마하죠?
(TV 속 캐스터) 아, 네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 리모컨 좀 줘 봐 - (준완) 왜?
(석형) 나 '신서유기' 볼 거야
(준완) 골프 볼 건데
(석형) 저거 라이브도 아니잖아
(준완) 너도 재방이잖아
(석형) 어떻게 알았어?
그냥 해 본 말인데 너 딱 걸렸어, 씨
(준완) 휴대폰으로 봐 너 맨날 휴대폰으로 잘 보잖아
아, 큰 걸로 볼 수 있는데 왜 휴대폰으로 봐?
네가 휴대폰으로 봐
아, 싫어, 나 지금 딱 좋아
[한숨]
[석형이 입소리를 쯧 낸다]
[석형의 한숨]
[준완의 헛웃음]
[준완의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민하 모) 교수님, 잠시만 실례할게요
안 주무시면 이것 좀 드셔 보세요
(함께) 아, 네
(민하 부) 아, 그래도 속초에 오셨는데 회 정도는 드셔야죠
- (준완) 아유, 감사합니다 - (석형) 감사합니다
[민하 모의 웃음]
(민하 부) 이거 오늘 잡은 거고 방금 손질한 거니까
아유, 서울에서 먹는 회하고 차원이 달라요 [민하 모의 웃음]
(준완) 아, 너무 많은데요 같이 드시죠
(민하 부) 아유, 아유, 아유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자주 먹습니다, 예
저, 그래도 같이 드시죠
술이라도 한잔하시면서
[침을 꿀꺽 삼킨다]
그럼 뭐, 그럴까요? 여보, 같이 먹…
(민하 모) [민하 부를 짝 치며] 이 양반이
나 아까부터 소화 안돼서 소화제 찾고 있는데 뭔 소리야
아, 저희는 괜찮습니다
어유, 교수님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석형) 아유, 아닙니다
(준완) 저희가 영광입니다
(민하 모) 우리 민하 잘 부탁드려요
아, 네, 워낙 잘하는 친구라…
[웃으며] 아니, 민하가 백번 말하더라고요
교수님들 오랜만에 쉬러 가셨는데 시간 뺏지 말라고
(준완) 아…
저, 그럼 푹 쉬세요
- (민하 모) 네 - (준완) 감사합니다
- (민하 모) 아, 네 - (석형) 예
(민하 부) 맛있게… [민하 부의 웃음]
그거 좀, 그, 예
(민하 모) 됐어, 됐어, 나와, 나와
- (민하 부) 아, 왜? - (민하 모) 아! 나와, 나와
(준완) 술 당기네, 맥주?
(석형) 소주지 [건반이 땡 울리는 효과음]
좀 덥지 않아? 문 열까?
(준완) 난 추운데
[건반이 땡 울리는 효과음]
우리 그냥 자자
(석형) 이건 다 먹고 자야지
너 먼저 자
[잔잔한 음악]
[스위치 조작음] [건반이 땡 울리는 효과음]
(석형) 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휴대전화 벨 소리]
어, 재학아, 지금 어디쯤 하고 있대?
(재학) 예, 교수님 앞 수술 와이어링 시작했답니다
저희는 한 시간 뒤쯤 들어갈 거 같습니다
(준완) 아, 그래?
(재학) 예, 뭐, 빨라야 2시 정도에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준완) 알았다
[통화 종료음]
(준완) 앞 수술 딜레이돼서
내 수술도 한 시간 정도 늦춰질 거 같아
미안한데 약속 시간 한 시간 미룰 수 있을까?
7시 반으로, 미안해
[휴대전화 알림음]
(익순) 어, 괜찮아요
[한숨]
(익준) 왜요?
두 사람 수상한 관계예요?
(덕주) [피식 웃으며] 아니요
서류도 거의 다 주시고
친한 친구 맞다는 증인들 인터뷰도 해서 줬어요
기증자 부인분께서도 동의하셨고요
오, 정말요?
네
부인분이 우시면서
처음엔 반대했는데 남편이 너무나 강경해서
자기도 알았다고 했다고
(덕주) 제일 친한 친구인 건 모르겠는데
맨날 싸우는 친구래요
365일 매일 싸운대요
(익준) 허, 참
그럼 거의 된 거 아닌가요?
[한숨 쉬며] 그게
그렇게 서류 넘겨서 승인 요청하면 되는데
제가 성격이 좀…
옵세?
[웃음]
옵세해요
(익준) 아, 의사분들, 뭐, 코디분들
병원에 있는 사람들 다 조금씩은 옵세하죠
전 좋은 옵세라고 생각해요
어떤 게 걸리는 거예요?
딱 하나요
[무거운 음악]
[익준의 한숨]
(익준) 조금 이상하긴 하네요
친한 친구면 사회를 보거나 신랑 옆에 붙어 있을 텐데
영상 두 시간 내내 안 보인다?
(덕주) 네
그러다 마지막 단체 사진 찍을 때만 갑자기 나타나요
두 시간 내내 안 보이다가
[의아한 숨소리]
사소한 거긴 한데
그래도 이 수수께끼까지 풀려야
저도 자신 있게 사회사업 팀에 서류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익준) 혹시
그 친구가 돈을 받고 있진 않을까요?
원래 돈은 제일 믿는 사람한테 맡기거든요
부조금 받는 데 거기 앉아 있지 않을까요?
결혼식 동영상은 보통 신랑 신부 위주로 찍으니까
뭐, 영상에 안 담겼을 수도 있죠
본인들한테 물어보지 말고
결혼식에 참석한 다른 친구들한테 물어보시거나
아니면 친척들한테 물어보면요?
(덕주) 저 먼저 갈게요
(익준) 음
(홍도와 지우) 안녕하세요
(홍도) 주원이 왔어요
(마취과 의사) 네, 안녕하세요
(간호사1) 안녕하세요
(정원) 안녕하세요
(간호사1) 교수님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문이 스르륵 닫힌다]
(정원) 사람도 부족한데 저라도 도와야죠
[정원이 살짝 웃는다]
[긴장되는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정원) 우선 5cm만 열고 시작할 건데
잘 안 보이면 양쪽으로 0.5cm씩 더 연장할게요
- (홍도) 네 - (지우)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정원) 메스 주세요
석션 주세요
(홍도) 죄송합니다, 교수님
(정원) 지금은 괜찮아요
근데 저는 선생님들이랑 다르게
세 배 확대된 시야로 보고 있어서
조금만 흔들려도 제 눈에는 수술 중에 지진 난 거랑 똑같아요
만약 혈관 다이섹션하는 중에 건드려진 거면 위험한 상황이었고요
잘하고 있는데 조금만 더 조심해 주세요
[차분한 음악] (홍도) 네, 죄송합니다
(정원) 이리게이션해 주세요
(지우) 네
(지우) 교수님, 보비로 해도 될까요?
(정원) 아니요, 타이로 할게요
(지우) 네, 알겠습니다
(정원) 카사이 할 때는
포탈 베인의 아주 작은 혈관들까지도 하나하나 타이로 해 줘야 돼요
(지우) 네, 교수님
(정원) 이렇게 작은 것까지 타이 해야 하나 싶겠지만
이 작은 혈관에서 피가 나는 경우가 많아요
귀찮은 일일 수도 있는데
나중에 이 1mm도 안 되는 곳 때문에 아기 상태 안 좋아지면
그건 너무 속상할 거 같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서 마무리합시다
(지우) 네
[의료 기기 작동음]
(준완) 오프닝은 4mm
에뉼러스도 맥시멈 7mm 정도밖엔 안 되겠는데
하, 좀 작은 거 아니야?
[준완이 입소리를 쯧 낸다]
교수님, TEE는 어때요?
(교수2) 김 교수 머슬은 더 칠 데는 없을 거 같은데
결국은 에뉼러스 작은 게 문제인 거 같아
아, 이거 프레셔 그레디언트가 너무 많이 난다
(실습생1) 누구셔?
(실습생2) 소아과 교수님
[실습생1의 탄성]
[긴장되는 음악]
[준완의 고민하는 신음] [준완이 발을 탁탁 구른다]
(준완) 자기 판막을 살리긴 어렵겠는데
안 되겠다
소이현 간호사 연락해서 호모그라프트 준비해 달라고 해 주세요
(간호사2) 네
(이현) 리플렛 길이 23, 24, 25 있습니다
(준완) 음…
이거는 너무 나이가 많네
두 번째 장 보여 주세요
음
어, 이거 좋네요, 이걸로 주세요
(이현) 네, 준비하겠습니다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빗소리가 들린다]
[휴대전화 벨 소리]
어, 겨울아
(겨울) 교수님, 이틀 전에 이식 수술 한 한영식 환자
오늘 익스투베이션했는데 새처레이션 떨어져서
다시 리인튜베이션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노티드립니다
응, 보호자분께 설명해 드리고 진행해
내가 가 볼까, 그래도?
(겨울) 제가 지켜보고 이벤트 생기면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익준) 응, 심각하면 연락해
아, 어? 너 오늘 당직 아니잖아
(겨울) 이분만 조금 더 지켜보고 퇴근하겠습니다
아유, 알았어
[통화 종료음]
(익준) 어?
[웃음] [부드러운 음악]
(익준) 교수님, 커피 드시죠
그리고 비가 옵니다
정말?
[익준의 힘주는 신음]
[익준의 탄성]
(익준) 아이고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거 있어?
아유, 이 나이에 무슨 생일 선물이야, 없어
3, 2, 1
건조기, 아니면 냉장고?
둘 다 바꿀 때가 돼서…
(송화) 마지막이야
3, 2, 1
아무거나
(익준) 네가 주는 거면 다 좋지, 뭐
알았어
내가 알아서 정할게
(익준) 아, 오늘 같은 당직이면 당직할 만하다
[휴대전화 벨 소리]
어, 성영아
어, 간다
[통화 종료음]
[피식 웃는다]
커피 잘 마셨어
[송화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고생해라
[문이 달칵 열린다] [휴대전화 알림음]
[문이 달칵 닫힌다]
(덕주) 유레카!
수혜자 부인분이 찍은 휴대폰 사진이 있었습니다
결혼식 참석한 친척들도 확인해 줬고요 [밝은 음악]
교수님, 밥 살게요
[익준의 편안한 신음]
[의료 기기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이현) 선생님 호모그라프트 나왔습니다
(간호사3) 이쪽으로 놔 주세요
교수님, 호모그라프트 나왔습니다
(준완) 네, 볼게요
좋네요, 이걸로 쓸게요
(간호사3) 네
[정원의 힘겨운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정원) 수술 이제 끝났어?
도재학 선생 컨디션은 좀 어때?
[살짝 웃는다]
집에 안 갔어?
어머님이랑 저녁 먹는 거 아니었어?
오늘은 교수님하고 먹을 거예요
[피식 웃는다]
[의료 기기 작동음]
(준완) 이제 프레셔 그레디언트 많이 안 나죠?
(교수2) 응, 벨로시티도 2m가 안 되고 리거지테이션도 거의 없네
잘됐습니다
(준완) 오케이, 아, 괜찮네요
늦게까지 감사합니다
(교수2) 고생했어요 [잔잔한 음악]
- (준완) 고생했다 - (재학) 네, 고생하셨습니다
(준완) 아유, 보호자분 걱정하시겠네
- (준완) 가슴 잘 닫아라 - (재학) 네
[한숨]
수술 잘 끝났습니다
(남자3) 아이고, 감사합니다 [여자3의 안도하는 숨소리]
(여자3) 감사합니다, 교수님
(준완) 수술 전에도 설명드렸지만
어떻게든 가람이 판막을 살려 보려고 했는데 잘 안됐습니다
폐동맥 판륜이 작고 압력차가 많이 나서
그런 경우엔 추후에 재수술할 확률이 높거든요
결론적으론 경판륜 절개를 해서 수술할 수밖에 없었고
설명드렸던 대로 어, 동종 이식 판막을 넣었습니다
지금은 기능도 좋고 판막도 잘 작동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가람이는 한 시간 후쯤 중환자실로 갈 건데
그때 얼굴 볼 수 있게 해 드릴게요 [밝은 음악]
(여자3) 하, 감사합니다, 교수님
(남자3) 감사합니다, 교수님
[여자3이 흐느낀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준완의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긴박한 음악]
[시원한 숨소리]
- 근래 제일 맛있게 먹었어요 - (정원) 나도
교수님
(정원) 응
왜 한 번도 안 물어보세요?
우리 집 일이요
엄마가 왜 다쳤는지
우리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왜 한 번도 안 물어보세요?
얘기하고 싶지 않은 거 같아서
(정원)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기다리고 있었어
(겨울) 가정 폭력범이에요, 우리 아빠
저 어릴 때부터 술만 먹으면 엄마를 때렸어요
화가 나면 이성을 잃고
눈에 보이는 대로 집어 던졌어요
아빠가 던진 유리병에 엄마가 다친 적도 있고
아빠 말리다 제 팔이 부러진 적도 있어요
[한숨]
저나 가을이한테도 툭하면 발길질에 주먹질에
집이 아니라 지옥이었어요
학교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나 공포였어요
[한숨] [잔잔한 음악]
죽기 살기로 공부해서 지옥 같은 집 탈출하고 싶었고
저도 가을이도 서울로 대학 오면서
처음으로 맘 편하게 잤어요
아빠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집에 가는 게 처음으로 무섭지가 않았어요
엄마가 걱정되긴 했는데
제 생각만 했어요
엄마랑 통화하면
가끔 엄마 목소리가 이상했는데
엄마가 아니라고 하니까
괜찮다고 하니까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한숨]
그러다 한 달 전쯤
광주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엄마가 많이 다쳤다고
고막이 나가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코뼈가 부러져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동의하냐고
[정원의 한숨]
광주 가서 엄마를 보는데
엄마 상태가 너무 안 좋았어요
아빠한테 맞아서 몸과 얼굴에 성한 데가 없었어요
수술은 잘됐고 회복도 빨랐는데
엄마가 너무 불안했어요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죽은 사람처럼 그냥 누워만 있었어요
삶의 끈을 놓은 사람 같았어요
[한숨]
교수님
저도 교수님 매일 보고 싶고
함께 있고 싶은데
엄마한텐 지금 제가 필요해요
지금은 엄마만 생각하고 싶어요
죄송합니다
난 괜찮아
병원에서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난 괜찮으니까
당분간은 어머님 옆에 있어 드려
그리고 겨울아
자책하지 마
[잔잔한 음악]
그럴 수 있어
내가 겨울이 입장이었어도 나도 그랬을 거야
(정원) 겨울이가 잘못한 거 아니니깐
그런 생각들로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마
그리고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은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이렇게 같이 밥 먹자
난 그거면 돼
그 정도는 가능하지?
[피식 웃는다]
[살짝 웃는다]
[준완의 가쁜 숨소리]
[버튼 조작음]
[잔잔한 음악]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완) 전화라도 하지
(익순) 어, 다른 일로 늦는 거면 문자라도 했을 텐데
아무 말도 없길래
당연히 수술이 늦어지는 거라 생각했어
몸은 좀 어때?
좋아, 괜찮아
[한숨]
오빠
[아련한 음악]
(익순) 어…
지금 와서 이런 말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거짓말하고
헤어지자고 한 거
정말 미안해
오빠가 나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생각했어
오빠 일만으로도 피곤하고 지치는데
나까지 오빠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어
내가 상처받기 싫어서
오빠한테 상처 줬어
내가 이기적이었어, 미안해
어, 그리고
[한숨]
나 아직 오빠 좋아해
그래서 사진 갖고 있었어
근데 이건 내 감정이고
내가 잘 정리할게
오빠는 부담 안 가져도 돼
(준완) 앞으로 우리
우연으로 만날 일
꽤 있을 거야
그럴 때마다 너
아무렇지 않게 나 볼 수 있어?
난 못 그럴 거 같은데
[중얼거린다]
[숨을 씁 들이켠다]
야, 내일 드레스 코드 블랙 앤드 체인이라는데?
너 있어?
[웃음]
아, 없지
(준완) 아, 블랙은 있는데 체인이 어디 있어
아유, 이익준 진짜 세상에 고민이라곤 하나도 없는 새끼
부럽다
아, 지금쯤 재학이 외래 끝났겠지?
유방외과 외래 먼저 본다고 했지?
(준완) 어
(교수3) 어,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살짝 웃으며] 임신 중이셔서 다른 검사까지는 하지는 못했지만
현재로서는
유방암 2기로 생각됩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정확한 병기는 수술을 해 봐야 알겠지만 [어두운 음악]
지금 암의 크기는 한 3cm 정도고
림프절에도 전이가 된 상태예요
현재 주수에서도 수술은 가능하지만
트리플 네거티브라고
환자분의 암의 특성을 고려하면
선행 항암이라고 해서
항암 치료로 종양의 사이즈를 좀 줄이고
어, 미세 전이를 조기에 치료한 후에
수술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거 같습니다
아참, 혈액종양내과랑도 상의를 해야 하고요
어, 문제는
현재 임신 중이시고
지금 임신 11주 조금 넘은 상황이라서
현재 주수에서는
당장 항암 치료를 시작할 수 없다는 겁니다
태아에게 영향을 안 주려면 어, 임신 14주는 지나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한숨]
만약 임신 유지를 선택하신다면
항암 치료는 딜레이가 되는 겁니다
그 기간 동안 암은 자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그건 알 수가 없는 거죠
어, 빨리 치료받기 위해서는
임신 종결을 선택하실 수도 있어요
그럼 당장 항암 치료 시작이 가능합니다
어, 두 분이 결정을 하셔야 할 거 같은데
아기 포기할게요, 교수님
(재학) 아기 포기하고 지금 당장 항암 시작하겠습니다
혈액종양내과 교수님 진료 예약 잡아 주세요
자기야, 잠깐만
잠깐만 있어 봐
(재학) 뭘 있어 봐
넌 걱정 하나도 하지 마
2기야
빨리 항암 치료 받고 수술 잘 받으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어
나만 믿어
교수님, 저희, 어 이번 주부터 바로 내과 진료 보고
항암 치료 받겠습니다
[헛기침하며] 임신 종결하고
곧바로 항암 치료 시작하겠습니다
[한숨]
고민해 보고 말씀드려도 되죠?
(교수3) 그럼요
[살짝 웃으며] 아직 임신 초기라서
산부인과랑도 충분히 상의하신 후에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효주) 가자, 자기야
[잔잔한 음악]
[선빈과 석민의 웃음]
(효주) 낳고 나서 항암 치료 받으면 되잖아 [재학의 답답한 숨소리]
(재학) 아, 아, 아기 안 낳는다고 나한테 얘기했었지?
[재학의 한숨] (효주) 자기만 믿으라며
(재학) 하, 제발 내 말 들어
[휴대전화 벨 소리]
(효주) 받아, 나 저기 좀 앉아 있을게
(재학) 네, 교수님
(준완) 어떡하기로 했니? 와이프 설득했어?
(재학) 아니요 와이프 말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와이프가 너무 단호해서 설득이 안 돼요
[무거운 음악] 임신 유지하면서 항암 치료 하기로 했습니다
(준완) 아, 그래
재학아, 난 그 선택도 나쁜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해
고치면 돼, 고치자
근데 교수님, 제 느낌엔 항암 치료도 안 받으려고 할 거 같아요
(준완) 그건 말도 안 되고
(재학) [한숨 쉬며] 어떡하죠?
그럴 거 같아요, 왠지
(준완) 재학아 아직 석형이 안 만났지?
(재학) 예,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 교수님, 어떡해요?
항암 치료도 안 한다고 하면 어떡해요?
(준완) 석형이한테 맡겨 보자
석형이가 잘 얘기할 거야
날 믿어 [재학의 한숨]
(석형) 음…
결정하셨어요?
(재학) 네
전 아직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와이프가 간절하게 부탁해서 임신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교수님, 저
항암 치료는 받지 않겠습니다
아기 낳고 나서 그러고 항암 치료 받겠습니다
뭔 소리야, 항암 치료를 안 받겠다니
나랑 좀 전에 얘기했잖아 왜 그래, 진짜?
무슨 약을 쓸지도 모르고 검사도 많이 받게 될 건데
저 아기 낳고 나서 항암 시작하겠습니다
아기한테
[울먹이며] 아기한테 무슨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데
저 항암 치료 안 받고 아기 낳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해 주세요, 교수님
저는 죽어도 좋아요
아기만
아기만 건강하게 나오게 해 주세요
아기랑 엄마랑 다 건강해야지 아기만 건강하면 어떡해요?
[효주가 흐느낀다] (석형) 아기가 엄마 보려고 나왔는데 엄마가 없으면 어떡해요?
그런 무책임한 엄마가 어디 있어요?
임신 중이라고 항암을 못 하는 게 아닙니다
임신 중에도 항암 하실 수 있고 하는 분 많으세요
지금 심각한 상황이라면
저나 유방외과에서 이런 선택지 드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바로 임신 종결하고 항암 치료 시작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산모의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안타깝지만 아기는 포기하고
당장 유방암 치료에 집중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항암을 3주 정도 미루고 아기를 지키면서
본인도 같이 치료를 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드린 선택지엔 이 두 가지밖에 없어요
[재학의 떨리는 숨소리] [효주가 흐느낀다]
가끔 환자분들한테
'선택을 하시라'라고 말씀을 드릴 때가 있는데
그럼 저 역시 고민을 해요
'어떤 결정이 좋을까?'
'어떤 선택을 하시는 게 나을까?'
그때 전 이렇게 생각을 하면 해결이 될 때가 많더라고요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까?'
'내 여동생이라면 난 어떻게 할까?'
[연신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만약
산모님이 제 여동생이라면 전
임신 유지하며 기다렸다가
항암 치료 열심히 받으라고 말해 줄 거 같습니다
의사들이 긍정적인 사인을 보내는데 왜 항암 치료를 안 받느냐고
잔말 말고 3주 기다렸다가 항암 치료 받으라고 말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혼자
주말에 몰래 절에 가서 빌겠죠
'제발 암이 자라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재학과 효주가 흐느낀다]
아까 하신 말씀은 안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어, 혈액종양내과 교수님 외래 잡아 드릴게요
산부인과랑 같이 다니시면 되고
저희가 유방외과와도 긴밀히 상의해 보겠습니다
[효주가 훌쩍인다]
감사합니다
네
(재학) 감사합니다, 교수님
별말씀을
[휴대전화 벨 소리]
어떻게 됐어? [재학이 흐느낀다]
(재학) 항암 치료 받기로 했습니다
임신 유지하면서 항암 하기로 했어요
역시나 아기 낳고 항암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양석형 교수님이 도와주셨어요
설득해 주셨습니다
(준완) 어휴, 다행이다
다행이다, 재학아, 고생했다
(재학) 양석형 교수님한테 큰 신세 졌어요, 교수님
제가 두고두고 갚겠습니다
그 신세 내가 알아서 갚을 테니까
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와이프나 잘 챙겨
[재학의 벅찬 숨소리] (재학) 예, 감사합니다, 교수님
얼른 집에 가, 너 퇴근이야
[통화 종료음]
석형이가 잘 얘기했대?
어, 그런가 봐
[피식 웃으며] 잘됐네 [밝은 음악]
역시 믿음의 곰돌이야
그러게
아유, 짜증 나
코디 선생님이 사회사업 팀에 서류 넣었다던데, 맞죠?
네, 이 정도면 엄청 빨리 올린 거라고 저희한테 자랑하시더라고요
(남자1) 선생님
근데 만약 사회사업 팀에서 서류들이 부족하다고
의심되는 게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어떡해요?
다시 또 준비하고 기다려야 하나요?
(익준) 음
아마 그럴 확률은 매우 낮을 겁니다
그럴 것 같으면 코디 선생님이
아예 서류 올리지도 않으셨을 거예요, 음
완벽하게 검토하시고 검증해서
본인의 기준에 다 통과했기 때문에 승인 신청서 올리셨을 겁니다
[남자2와 남자1의 탄성]
씁, 근데
두 분은 어떻게 친해지시게 된 거예요?
보면은 성격도 완전 다르신데
[남자2가 피식 웃는다]
(남자2) 아, 너무 옛날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어떻게 친해졌냐?
(남자1) 고1 때 같은 반이었어요
앞뒤로 앉았나?
짝꿍도 했나?
아무튼 그랬는데
우리 학교가 성적순으로 앉았거든요
제가 63등, 얘가 64등
아니, 네가 64등, 나 63등
[피식 웃는다]
(남자1) 아무튼 둘 다 공부는 안 하고 엄청 붙어서 놀러 다녔어요
얘 집에도 가고 우리 집에도 가고
그렇게 같이 놀다 보니까 얼레벌레 30년이 지났네요
[남자2가 피식 웃는다]
어유, 지겨워, 씨
[남자2와 익준의 웃음]
아, 지겨우시다면서 왜 기증을 해 주세요?
얘 없으면 말년에 누구하고 놀아요?
[피식 웃는다]
(남자1) 얘 죽으면 같이 놀 사람도 없고
심심해서 어떻게 살아요
그래서 하는 거지
이 새끼…
얘만 생각하면 절대 안 해 주죠
[밝은 음악]
기증할 이유로 충분하네요
저, 선생님,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남자2) 어, 심사 다 통과돼서 저희가 수술받을 수 있게 되면
저는…
(익준) 네, 강찬동 님은 아프게 수술하고
친구분은 하나도 안 아프게 수술할게요
(남자2) 아니요
가급적이면 저는 좀 안 아프게 해 주시고요
얘는 좀 아프게 해 주셔도 돼요
[익준의 웃음]
(익준) 와, 와, 진짜 [남자1의 헛웃음]
[익준의 탄성] (남자1) 새끼…
[남자1의 웃음]
- (민하) 느낌 있는 운동화? - (승주) 운동화?
[사람들이 대화한다]
(석형) 서윤희 선생
김은수 산모 블리딩 좀 있을 거 같으니까
패드 카운트 잘해 줘
(윤희) 네
(승주) 교수님
내일 밤에 뭐 하세요?
(민하) 내일 펠로우 쌤 생일인데
저희 다 같이 클럽 가기로 했어요
클럽에서 생일 파티 하기로 했거든요
교수님도 같이 가요
내가?
나보고 클럽에 가자고?
(민하) 네
(승주) 저도 가는데요, 뭐
(펠로우2) 같이 가요, 교수님
(석형) 어, 전 정말
사양하겠습니다, 예
[웃으며] 저 빼고 재밌게들 놀다 오세요
전 잘 못 놀아요
그리고 저 가면 괜히 전공의들만 불편해요
우리 안 불편해요, 교수님
너 빼고 다 불편해해
(석형) 전 그럼 이만 퇴근합니다 수고들 해요
(펠로우2) 안녕히 가세요 [저마다 인사한다]
(석형) 아참, 민하야
네
논문 메일로 보낸 거 파일 깨져서 들어왔어
아, 네
(석형) 다시 보내
(민하) 네
[민하의 멋쩍은 신음]
[서랍이 스르륵 열린다]
[달그락거린다]
회진 이대로 가셔도 될 거 같은데
어, 여기 있다
[다급한 숨소리]
(송화) 어떻게 그래
양말은 신고 가야지
어, 가자
(선빈) 아, 모자는 벗으셔야죠
아!
(송화) 가자
(겨울) 병원장님이랑 식사 자리인데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나 해서요
애들도 물어보고
최소한 셔츠는 입어야겠죠?
(익준) 아, 뭐, 셔츠를 입어
아이, 너희들은 편하게 입고 와도 돼
야, 슬리퍼 신고 와도 돼, 하이고
일하다 오는 거고 너희들 고생한다고 밥 사 주는 건데
옷까지 뭐 하러 챙겨 입고 와
옷은 나만 차려입으면 되니까 다들 편하게 입고 와도 된다 그래
괜찮아
(겨울) 네, 감사합니다
근데 교수님, 이번 주 밴드 록이라면서요?
(익준) 어떻게 알았어?
안정원 교수님이 저한테 가죽 바지 샀다고 자랑하셨어요
로큰롤 [강렬한 효과음]
[강렬한 음악이 연주된다]
(익준) ♪ This ain't a song for the broken hearted ♪
♪ No silent prayer for the faith departed ♪
♪ I ain't gonna be just a face in the crowd ♪
♪ You're gonna hear my voice when I shout it out loud ♪
♪ It's my life ♪
♪ It's now or never ♪
♪ I ain't gonna live forever ♪
♪ I just want to live while I'm alive ♪
♪ My heart is like an open highway ♪
♪ I Frankly said I did it my way ♪
♪ I just want to live while I'm alive ♪
♪ It's my life ♪
♪ This is for the ones who stood their ground ♪
♪ For Tommy and Gina who never backed down ♪
♪ Tomorrow's getting harder make no mistake ♪
♪ Luck ain't even lucky got to make your own breaks ♪
(함께) ♪ It's my life ♪
♪ And it's now or never ♪
(익준) ♪ I ain't gonna live forever ♪ [친구들의 코러스]
♪ I just want to live while I'm alive ♪
(함께) ♪ It's my life ♪
(익준) ♪ My heart is like an open highway ♪ [친구들의 코러스]
♪ I Frankly said I did it my way ♪
♪ I just want to live while I'm alive ♪
♪ It's my life ♪
[강렬한 음악이 계속 연주된다]
♪ Better stand tall when they're calling you out ♪
♪ Don't bend, Don't break ♪
♪ Baby, Don't back down ♪
(함께) ♪ It's my life ♪
♪ And it's now or never ♪
(익준) ♪ I ain't gonna live forever ♪ [친구들의 코러스]
♪ I just want to live while I'm alive ♪
(친구들) ♪ It's my life ♪
(익준) ♪ My heart is like an open highway ♪ [친구들의 코러스]
♪ I Frankly said I did it my way ♪
♪ I just want to live while I'm alive ♪
[익준의 애드리브]
♪ And it's now or never ♪
♪ I ain't gonna live forever ♪
♪ I just want to live while I'm alive ♪
(친구들) ♪ It's my life ♪ [익준의 애드리브]
♪ My heart is like an open highway ♪
(익준) ♪ I Frankly said I did it my way ♪ [친구들의 코러스]
♪ I just want to live while I'm alive ♪
(함께) ♪ It's my life ♪
[앰프가 삑 울린다]
[친구들의 가쁜 숨소리]
[준완의 힘겨운 신음]
[송화의 탄성]
(익준) 아유, 아이
[정원의 힘겨운 신음]
[민하의 거친 숨소리]
(민하) 아, 사진까지 찍었어?
아, 하지 말라니까
(민하 모) 한 장, 딱 한 장 찍었어
(민하) 아, 엄마, 아 아, 지금 보내 봐, 아
[휴대전화 알림음]
[한숨]
[통화 연결음]
(민하 모) 사진 잘 나왔지?
야, 그리고 파란 옷 입은 사람이 네 담당 선생님 맞지?
(민하) 하, 잠깐만
(민하 모) 엄마가 그래서 그분 차에만 [익살스러운 효과음]
살짝 트렁크에 닭강정 네 박스 넣어 드렸어
씁, 맛있게 드셨나 몰라
엄마, 파란 옷이 아니라 흰옷
흰옷이 우리 과 교수님이야
- (민하 모) 곰이라며 - 그래, 곰
(민하 모) 파란 옷이 곰이잖아, 북극곰
(민하) 북극곰…
북극곰은 무슨 북극곰이야 그냥 곰이지
(민하 모) [놀라며] 진짜?
어머, 여보
여보, 여보, 파란 옷이 아니라 흰옷 입으신 분이래
- (민하 부) 정말? - (민하 모) 어
(민하 모) 그, 다시 와서 소화제 사다 주고 가신 분
[발랄한 음악] 그분이 곰이시래
아니, 그분이 민하 선생님이시래
어떡해!
아, 몰라, 끊어!
(민하) 아! [통화 종료음]
아, 진짜 [문이 달칵 열린다]
(지훈) 얘기를 해 봤는데 아무래도
금전적으로 좀 부담이 되는 거 같은 분위기가 있어
[배진이 호응한다] 아, 저, 정원아, 안 교수
(정원) 어
(지훈) 너 키다리 아저씨 연락처 알아?
어디 병원 사회사업 팀 같던데
어, 알아, 내가 보내 줄게
(배진) 겨울아, 장겨울 선생
네, 교수님
(배진) 너 혹시 남자 친구하고 헤어졌어?
왜요?
(배진) 아니, 연애 오래 했는데 아직 결혼 소식도 없고 그래서
어떻게 잘 요새 만나나 어떻게 헤어졌나 싶어 가지고
잘 만나고 있습니다
있잖아
(배진) 아, 근데 오지랖인데, 이게 [지훈이 피식 웃는다]
만약에 헤어지잖아
그래도 부담 갖지 말고 우리한테 편하게 얘기해
내가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거든
[배진과 지훈의 웃음]
교수님
[배진과 지훈의 웃음]
(지훈) 아이
건이 이상형이 장겨울 선생이래 [날카로운 효과음]
교수님 [지훈의 헛기침]
(지훈) 아니, 너 없을 때 우리 전공의들끼리 밥 먹은 적 있거든
[정원이 호응한다] 근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상형 얘기가 나왔어
근데 유리랑 세훈이 그리고 지우는 다 아이돌이었는데
건이만 장겨울 선생인 거 있지?
(건) 죄송합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겨울이 살짝 웃는다] (지훈) 야, 이상형인 게 뭐가 죄송해?
너 별게 다 죄송하다, 어?
죄송한 건 말이야, 어? 네가 정말… [휴대전화 벨 소리]
[지훈의 당황한 신음]
어, 안정원 교수, 너 나한테 전화했어
전화 잘못했어
(정원) 응, 너한테 한 거 맞아
(지훈) 응?
내가 지금 전화번호 하나 보냈거든 지금 전화해 봐 [발랄한 음악]
(지훈) 어, 알았어, 좀 있다가 저, 얘기 좀 마저 하고
한참 재밌어지려고 그러는데
(정원) 지금 해, 지금
지금 아니면 시간 안 된대, 빨리
- (지훈) 지금? - (정원) 어, 지금, 라이트 나우
(배진) 해, 해
(지훈) 어, 알았어 야, 네가 마무리 좀 해
(배진) 어, 어
[휴대전화 벨 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네, 안정원입니다
(펠로우1) 교수님 NICU에 있는 아기인데 [문이 달칵 닫힌다]
앱도미널 디스텐션 있으면서 배가 브루이지해진다고 합니다
네, 바로 갈게요
[통화 종료음]
[감성적인 음악]
(송화) 생일 선물 네 방에 놓고 갈게
이따 회식 끝나면 찾아가
아니다, 그냥 내일 줄까?
(익준) 오늘이 생일인데 오늘 받아야지
내 방에 놓고 가 회식 끝나면 찾아갈게
아, 내가 지금 강남에서 회식할 때가 아닌데 [송화의 웃음]
(송화) 방 열려 있지? 책상 위에 올려 둘게
싼 거야, 엄청 싼 거
그냥 네가 자주 쓰고 좋아하는 걸로 샀어
(익준) 알았어, 고마워
(송화) 내일 보자
(익준) 어, 잘 자라
(송화) 어
[통화 종료음]
(재학) 오늘도 퇴근이 늦으시네요? [준완의 놀란 신음]
바로 집으로 가세요?
(준완) 아니, 오늘은 좀 놀다 갈 거야 술 마실 거야
- (재학) 어디서요? - (준완) 이태원
(준완) 오랜만에 사촌 동생이 전화 와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하기로 했어
- (준완) 넌 당직이지? - (재학) 네
(준완) 고생해라
(재학) 들어가세요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민하야
(민하) 어? 안녕하세요
(석형) 너 다음 주 주말에 뭐 하니?
약속 있어?
저요?
저 말씀하시는 거예요?
[웃음]
어, 너
어, 약속 없는데요
왜요?
나랑 밥 먹자
[밝은 음악]
내가 밥 사 줄게
[피식 웃는다]
[전화벨이 울린다]
네, 율제병원 응급실입니다
(구급대원) 외상 환자인데요
남자 40대로 추정되고 멘탈은 드라우지
바이털은 BP 150에 90
하트 레이트 80회, 호흡수 12회
체온은 36.7도입니다
누군가한테 뒤통수 가격당해서
바닥에 쓰러졌다고 신고받아서 출동했습니다
의식 확인차 신분 확인했는데
율제병원 의사라고 합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율제병원 의사요?
이름이 뭡니까?
[리드미컬한 음악]
[경쾌한 음악] 그 머리로 어떻게 의사가 됐어?
센스도 없고 머리도 나쁘고 큰일이다, 큰일
저는 1만 잘못했는데 왜 100을 혼내실까요?
아니, 계속 겉돌길래 누가 갈궜나 싶어 가지고
술 사 주고 밥 사 주고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어
네? 뭘요?
전화는 아직 안 받아?
[한숨]
[의료 기기 경고음] 아침에 ICU에도 안 나왔고 휴대폰도 꺼져 있어요
[헛웃음]
아이고, 추민하 선생님이 옴팡 뒤집어쓰시겠네
버텨, 지금까지 고생한 게 아깝잖아
[잔잔한 음악] 퍽치기인가요?
현장 목격자분들의 말에 의하면은
뒤에서 돌로 가격당한 거 같습니다
내 말 들려?
어떻게 잡았어?
CCTV에 찍혔나 봐 경찰서에서 연락 왔어
어, 참, 석형이 진짜 미국 가는 거야?
어? 난 들은 거 없는데
간다면 우리한테 얘기했겠지
나 주말에 데이트 있어
혹시…
[들뜬 신음] 꿈은 이루어진다!
너 장겨울 양이랑 헤어진 거 아니지?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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