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2.7
[웅장한 음악] [의료 기구가 달그락거린다]
(간호사1) 9호실 오영인 산모 스페셜 바이털 했니?
(간호사2) 네, 선생님, 다 했어요
(은원) 저 회진 갑니다
[민하의 당황한 신음]
(민하) 홍도야 산소 미팅 너도 들어가자
교수님이 너도 들어오래
네
우리 홍도 머리 언제 감았어?
몰라요
[어색한 웃음]
가자, 너만 안 간지러우면 되지
괜찮지?
- 네 - (민하) 응
(겨울) 음, 6008호 장선국 환자 POD 3일인데
헤모글로빈이 너무 떨어져 있는데?
환자 바이털은 괜찮던데
(세훈) 네, 바이털은 괜찮습니다
(수빈) 아침에 그래도 다들 안 늦으셨네
금요일이라 차 엄청 막혔는데
(겨울) 안녕하세요
(윤복) 안녕하세요
- (수빈) 아, 안녕하세요 - (겨울) 안녕
(재환) 아직 교수님 오시려면 멀었는데 우리 커피 한 잔씩 할까요?
안 멀었어요, 10분, 15분?
[살짝 웃으며] 그 시간이면 밥도 먹고 디저트도 먹고
아유, 양치도 하지
제가 사 올게요
- (재환) 제가 해요 - 제가 사 올게요
(재환) 우리가 갔다 올게요
[수빈의 웃음] 커피들 드세요
(수빈) [놀라며] 어머, 세상에!
[사람들의 탄성] [수빈의 웃음]
[사람들의 박수] - (윤복) 선생님, 안녕하세요 - (수빈) 센스쟁이, 어떻게 알았어?
- (윤복) 와, 감사합니다 - (영하) 뭐지?
[겨울이 아드득거린다]
[겨울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감사합니다, 남는 거죠?
네
[피식 웃는다]
[겨울의 개운한 숨소리]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옅은 탄성]
[음악 소리가 커진다]
[한숨]
[웅장한 음악] [입차 경고음]
[타이어 마찰음]
[휴대전화 벨 소리]
(송화) 어, 엄마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송화 모) 무슨 일 있어야 꼭 통화하니?
출근했어?
(송화) 방금
(송화 모) 야, 엄마 친구 딸이 이번에 너희 병원 내과…
아, 아, 아, 순환기내과인가 보다 [안전벨트 조작음]
거기로 출근한대
전문의 따고 원래는 종로 율제에서 일한다고 했는데
몇 달 동안 너희 병원으로 나간다네
너하고 만나기도 하는 그런 과인가? 어?
(송화) 아니야, 나랑 크게 상관없어
(송화 모) [웃으며] 딸 엄마 어제 기사 봤어
유경진 씨가 너한테 감사하다고 인터뷰에서 또 말했더라
- (송화 모) 엄청 어려운 수술인데 - 엄…
(송화 모) 자기는 지금 후유증 하나 없이 엄청 잘 지낸다고
[웃으며] 딸아 그 수술 그렇게 어려운 거였어?
오래 걸렸어? 몇 시간?
(송화) 아니야, 오래 안 걸렸어
엄마, 나 회진 가야 돼 나중에 전화할게
(송화 모) 어, 어, 알았어
[통화 종료음]
[웅장한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재학) 안녕하세요, 교수님
(준완) 그래, 넌 내가 그렇게 반갑니?
(재학) 예, 맨날 봐도 맨날맨날 반가워요
저 교수님 사랑하나 봐요
(준완) 나 사랑하지 마 제발, 부탁이야
싫어요
그건 가슴이 시키는 거라
야, 이…
(재학) 오늘 외래 7시 50분 시작 실화입니까?
(준완) 실화입니다
(재학) 이러고 가실 거예요?
아, 가운!
(준완) 아, 몰라 시간 없어, 그냥 갈래
(재학) 병원장님 가운 없이 환자 보고 병원 돌아다니는 거
엄청 싫어하시는데
(준완) 옷이 중요해? 마음이 중요하지
아, 벗어
- (재학) 예? - (준완) 시간 없어
이따 같이 점심 먹자
당연하죠
(민하) 어, 교수님, 방금 전화 왔는데
NICU 구혜영 교수님 20분 정도 늦으신답니다
병원장님이 급하게 찾으신다고 하네요
(석형) 그래?
괜히 서둘렀네 아침도 못 먹고 나왔는데
어, 교수님, 그럼 저희 브렉퍼스트 후딱 먹고 올까요?
퀴클리로 후딱후딱, 응?
(석형) 그래, 가자
[민하의 신난 신음]
[민하와 홍도의 신난 탄성]
(익준) 굿 모닝!
봉주르
부온, 부온 조르노
부에노스 디아스
좋은 아침이요
이, 이렇게 다 가야 되는 거지?
(겨울) 세훈이는 주치의고 윤복이는 인턴이고…
(수빈) 전 가야죠
맞네, 갑시다
(세훈) 어, 간암 절제술 POD 7일째 된 환자분이시고
어제 CT 찍고 괜찮아서 JP 리무브 하셨고
지금 식사량도 좋으십니다
(익준) 좋네, 랩은 괜찮아?
(세훈) 네, 랩 결과 다 좋고 간 수치도 20입니다
(익준) 퇴원하셔도 되겠다
안녕하세요
(현희) 다음은
한준이요
(정원) 어… [마우스 클릭음]
한준이 오늘도 엄마랑 왔어요?
네
(정원) 한준이 잘 지냈어?
네
(여자1) 잘 지내긴 했는데 운동을 안 해서 살이 많이 쪘어요
[정원이 살짝 웃는다]
(정원) 어, 그래도 수치는 다 좋네요
한준아, 배 땅길 때 있어?
뭐, 어지럽거나 그런 적 없어?
(아이) 어…
(여자1) 그럴 땐 없었어요
어지럽진 않고 가끔 두통 정도?
어, 근데 그럴 때 약 먹으면 바로 괜찮아지더라고요
(정원) 아, 네
어, 초음파상으로도 별문제 없습니다
[여자1의 안도하는 숨소리]
한준아, 너 그래도 살은 좀 빼야 돼
운동하는 거 싫어?
뭐 좋아하는 운동 없어?
(여자1) 야구, 야구 좋아해요
하는 거 말고 보는 거요
저기, 어머니
한준이도 대답할 수 있어요
(정원) 한준이 6학년? 이제 6학년 됐지?
네
어머니, 6학년이면 자기 몸에 대해서
자기 생각 충분히 얘기하고 표현할 수 있어요
아유, 아니에요
(여자1) 아직 애예요, 덩치만 컸지
나 애 아니야
(여자1) 응?
교수님, 배는 안 땅기는데 아주 가끔 어지러울 땐 있었어요
그런데 심각한 정도는 아닙니다
(아이) 음, 친구들 빈혈? 그런 수준이요
운동은 하는 것보다 보는 게 좋아요
야구 좋아하는데 야구 보면서 자전거 타면 안 될까요?
거실에 실내 자전거 있어서 그거 타면서 야구 볼게요
[정원의 웃음]
좋다, 그렇게라도 운동하자
(정원) 자, 선생님하고 약속해
네, '아이 프로미스'
[정원의 웃음]
오케이
(정원) 자, 그럼 선생님하고는
석 달 뒤에, 그때 볼까?
그땐 살 확 빼서 와야 돼
(아이) 네
(여자1) 석 달 뒤면 너무 뒤 아닌가요?
저는 지금처럼 한 달 간격이 좋은데
[살짝 웃으며] 저 자주 보는 게 안 좋은 거예요
한준아, 선생님 석 달 뒤에 봐도 되지?
네 [발랄한 음악]
외래 주기가 긴 건 환자한테 좋은 사인이잖아요
(아이) 그만큼 회복이 잘되고 있다는 거니깐
전 교수님 엄청 좋은데
자주 안 보는 거, 그것도 많이 좋아요
[정원의 웃음] [당황한 숨소리]
(정원) 그래
우리 자주 안 보는 그런 사이 되자, 응?
네
(여자2) 어머, 교수님, 안녕하세요
(송화) 네, 안녕하세요
두나 씨, 안녕
(성영) 오베이도 잘되고 랩 결과도 괜찮습니다
(송화) 좋다
두나 씨
지금 여기 어디예요?
두나 씨 있는 여기가 어디예요?
머리…
머리…
네, 맞아요, 병원이에요
(송화) 재활 치료 내일부터 시작하자
- (송화) 협진 내 줘 - (성영) 네
(송화) 전에도 설명드렸듯이 브로카 영역이라는 부분을 다쳐서
말하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운동성 실어증이라고 하는데
말은 다 이해하는데 말이 제대로 안 나와요
점차 회복이 되긴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습니다
내일부터 재활 치료 시작할 거고 언어 치료도 같이 할 겁니다
기적적으로 의식 돌아오고 잘 회복 중인데
또 힘든 일이 시작되네요
재활 치료는 장기전이에요
두나 씨도 힘들어할 거고
옆에서 지켜보는 어머니도 쉬운 시간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일상으로 복귀하려면 열심히 받으셔야 돼요
선생님, 저는 우리 딸이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여자2)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할게요
시간이 걸려도 좋고 회복이 더뎌도 좋습니다
이것도 다 감사한 거고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받겠습니다
걱정 하나도 안 하셔도 됩니다
네, 저희도 스케줄 잘 짜서 진행할게요
(송화) 그럼
[무거운 음악]
(익준) 환자분 열이 아직 안 떨어지고 있고
혈압도 떨어져 있습니다
혈압과 체온이 정상 범위 안에 들어와야
어, 이식 수술이 가능합니다
항생제 투여하고 있고
승압제라고 혈압 올리는 약도 시작했으니까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간은, 음
어,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대략 사오일 정도 걸릴 거 같고요
주말 동안 잘 지켜보고
다음 주에는 웬만하면 수술하는 걸로 할게요
네, 교수님, 감사합니다
저는 그럼 수술 날짜 다시 정해지면 그때 입원하면 되겠네요?
네, 보통 공여자는 수술 하루 전에 입원하니깐
(익준) 아버님은 수술 날짜 나오면 하루 전날 입원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은 우리 주치의 선생님께서
다시 설명해 주실 거예요
(여자3) 선생님 이전에 수술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그, 안의 유착 뭐, 이런 게 심해서 수술이 엄청 힘들다고 하던데
우리 애 수술도 많이 어려운 수술인가요?
어려운 쪽에 속하는 수술인가요?
(남자1) 교수님
해 본 적은 많으시죠?
[의미심장한 음악]
(익준) 이식 수술은
다 어렵고 힘들어요
특히 우리 동생분은
어, 예전에 교통사고로 장 수술을 크게 하신 이력이 있어서
유착이 심할 겁니다
그래서 더 힘든 수술인 건 사실이고요
아마 출혈과의 싸움이 될 거예요
하지만 지금 환자분은 급성 간경변증 말기로
간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간 이식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 우리 아버님께서 간을 기증해 주셔서
이식 수술이 가능하게 됐는데
쯧, 어려운 수술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족 중의 두 분이 수술받게 되셔서 걱정 많으실 거 압니다
근데 걱정은 저희들이 할 테니깐요
환자분은 수술 잘 받을 수 있도록 컨디션 조절 잘해 주시고
우리 가족분들은 옆에서 응원과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여자4) 전 걱정 안 해요
전 교수님 믿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익준) 네, 그럼
[밝은 음악]
[노크 소리가 들린다]
어, 들어와
[밝은 음악]
[송화의 힘주는 신음]
[익준의 웃음]
(송화) 안구 건조증?
그거 은근 신경 많이 쓰이는데
언제부터?
(익준) 올해부터, 딱 올해부터 그래
(송화) 아휴, 준완이는 노안 정원이는 두통에
석형이는 요새 허리가 안 좋다 그러고
씁, 너 근데 전립선은 괜…
(익준) 아, 벌써 결혼을 한다고요?
아드님 올해 대학 졸업했잖아요
(여자5) 내 말이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대
- 그러라 그랬어 - (익준) [웃으며] 하, 참
아이, 후딱 치워 버리면 나도 편하고 좋지, 뭐, 쯧
(여자5) 교수님 지금 식사하러 가시는 길?
- (익준) 네 - 아유, 얼른 가세요, 얼른 가셔
(익준) 뭐, 가면 되죠
청첩장 주세요, 꼭
(여자5) 당연하지
그럼 가세요
(익준) 알겠어요, 예, 들어가세요
(익준) 알지?
(송화) 누구신데?
(익준) 별관 지하 까꼬보꼬지지고 미용실 원장님
(송화) [웃으며] 아
(익준) 내 머리를 책임져 주시는 분이지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익준의 웃음]
본관 안경점 사장님
(송화) 아
[경쾌한 음악] (남자2) 이것도 지금 신상이란 말이야
- (익준) 이, 이것도요? - (남자2) 그럼
(익준) 와, 이거 진짜 가볍잖아
(남자2) 아유, 이거 안 낀 거 같아
(익준) 이게 프런트 라인도 너무 예쁘고 [남자2가 호응한다]
브리지 색깔도 다른 거 있던데? [남자2의 웃음]
[익준의 휘파람]
- (여자6) 이익준 교수님! - (익준) 아, 깜짝이야
(익준) 뭐야, 이모님!
아, 디스크 수술 하시고 괜찮으셔?
아, 왜 벌써 출근하셨어?
(여자6) 아, 그래야 먹고살지, 아유
그럼 안녕
(익준) 아, 아유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셔, 아유
[여자6의 웃음] 저기, 몸조리 잘하세요
(여자6) 알았어요
(익준) 아, 더 쉬셔야 되는데, 에이그
(익준) 옆 차기가 햄스트링에 무리가 가는 건 사실이야, 진짜 [송화의 웃음]
항상 조심해야 돼, 스트레칭…
아저씨!
(남자3) 어, 왔어?
[남자3의 웃음]
(익준) 식사하셨어요?
(남자3) 어, 방금 먹었어
그, 지금 심는 모종이 모종?
[사람들의 웃음]
(남자3) 비밀이야 [익준의 웃음]
- (송화) 나 주는 거야? - (익준) 응
(송화) 이 꽃 이름이 뭐지? 많이 봤는데
내가 아는 이름 같은데
(익준) 아, 저녁 한번 해야죠
아, 진짜, 이렇게 오래 안 보기 있기? 없기?
(남자4) 교수님이 바쁘시죠 저야 시간 돼요
[익준과 남자4의 웃음]
(익준) 제가 조만간 연락 한번 드릴게요, 밥 같이 해요
- (남자4) 예 - (익준) 예, 들어가세요
(송화) 저분은 누구실까?
(익준) 헬기 기장님 우리 병원 헬기 기장님이잖아
(송화) 아
(익준) 준완이 구득 갈 때 가끔 헬기 타거든
준완이랑 친하신데 나도 같이 몇 번 저녁 먹은 적 있어
[송화의 헛웃음]
(송화) 넌 어떻게 이 병원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
내가 이 병원에 더 오래 있었는데
어떻게 나보다 더 아는 사람이 많지?
(익준) 왜 그런지 알아?
사람들이 날 너무 좋아해
그, 내가
너무 귀엽나 봐
[송화의 헛웃음] [익준이 흥얼거린다]
(익준) 주문 큐
(송화) '이거 다 내 거다'
[흥미로운 음악]
'누가 안 뺏어 먹는다'
'나는 지성인이다'
(익준) 아, 하나만 더 추가할게
'난 음식을 씹을 줄 안다'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석민) 교수님, 맛있게 드세요
- (송화) 응 - (익준) 하이, 드래건
(익준) 맛있게들 먹어
[저마다 인사한다] (송화) 많이 먹어
(보안원) 어? 저, 많이 드세요, 교수님
용현 씨도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드셨네
[익준과 보안원의 웃음] (보안원) 네
- (익준) 가요 - (보안원) 네
[송화의 웃음]
시큐리티분이랑 친한 건 이제 놀랍지도 않다
저분 정문 쪽 시큐리티 맞죠?
(석민) 와, 저분이 저렇게 웃을 때도 있구나?
(성영) 그렇죠? 저도 저런 모습 처음 봐요
(선빈) 왜? 무슨 일 있었어?
(성영) 저분 진짜 FM
시큐리티분들 중에서 제일 무섭잖아요
완전 살벌
(익준) 용현 씨가 그 정도는 아닌데?
제 친구가 새벽에 저 본다고 잠깐 병원에 온 적 있거든요
(성영) 정문 출입문 앞에 잠깐 차 대고 한 5분 얘기했나?
5분도 안 됐을 거예요
근데, 와, 완전 정색하시면서 얼른 차 빼라고
출입문 앞에 차 대는 거 아니라고
(송화) 프로페셔널하시네
(성영) 새벽이요
그것도 일요일 새벽이요
차 한 대도 없었단 말이에요
새벽이든 일요일이든 대지 말라면 안 대야지
(송화) 네가 잘못했어, 그건
[휴대전화 벨 소리] (성영) 네
용현 씨가 잘못했네 성영이 이렇게 혼나게 하고
(익준) 네, 이모님
네, 통화 가능해요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상 속 우주) ♪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
♪ 빨간 옷을 입고 ♪
♪ 새콤달콤 향기 풍기는 ♪
[피식 웃는다] [문이 덜컹 여닫힌다]
♪ 멋쟁이 토마토 ♪
♪ 나는야 주스 될 거야 ♪
(익준) 생큐
[영상 속 우주가 계속 노래한다] (송화) 우주야?
[송화의 추워하는 숨소리] (익준) 응
이모님이 좀 전에 보내 줬어
오늘 배 아프다고 유치원 안 갔거든
다 나았네, 춤추고 노래하고, 하, 참
씁, 혹시 꾀병인가?
애들은 거짓말 안 해
아프면 아프다, 안 아프면 안 아프다
난 우주 나이 때 거짓말 많이 했는데
[함께 피식 웃는다]
아, 제발 나 좋은 것만 닮았으면 좋겠다
너 주말에 뭐 해?
약속은 없는데 다음 주 학회가 있어서 집에서 공부 좀 하려고
(송화) 에이, 그러면 안 되겠다
(익준) 왜?
나 내일 오랜만에 캠핑 가는데 같이 갈까 했지
(송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덱이 있는데
거기 항상 풀 부킹이거든
혹시나 해서 좀 전에 사이트 들어가 봤는데
누가 취소를 했어 [휴대전화 벨 소리]
이게 웬일인가 싶어 가지고 바로 예약했지
(익준) 우주야, 우리 내일 캠핑 간다!
(우주) 정말?
우아, 이모, 나 내일 캠핑 간다 [송화의 웃음]
아빠, 진짜야? 진짜 가는 거지?
어? 아직 매미가 탈피 안 했는데
(익준) 성질 급한 어느 한 매미가 일찍 탈피를 했대
아빠한테 갠톡이 왔어
(우주) 아빠, 근데 우리
텐트도 없고 불도 없고 그릇도 없는데 어떡하지?
(익준) 아, 그렇지 우리 아무것도 없지
나한테 다 있어
[발랄한 음악] (익준) 우주야, 걱정하지 마 아빠 친구한테 다 있어
아빠 친구 캠핑 부자인 거 알지?
없는 게 없어
우리 우주 캠핑 가면 뭐 제일 하고 싶어?
(송화) 뭐래?
불멍
불멍 하고 싶대
[함께 웃는다]
- 네 아들이다, 진짜 - (익준) 그러니까
[익준이 입바람을 후후 분다]
[산새 울음] [익준의 가쁜 숨소리]
(익준) 아, 씁, 이게 잘 안 붙네?
[입바람을 후후 분다]
[익준의 한숨]
[비장한 음악]
[익준이 입바람을 후 분다]
(송화) 비켜 줄래?
[늘어지는 효과음]
[밝은 음악]
[토치 작동음]
[우주가 입바람을 후후 분다]
(익준) 아, 진짜, 애가 감성이 없어
시간 없어
얼른 불붙이고 얼른 힐링해야지
주말엔 시간이 곱빼기로 빨리 지나가는 거 몰라?
(익준) 자
[송화가 입바람을 후 분다]
야
- (익준) 주문 - 주문 하지 마!
주말이야!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익준) 얘가 요새 화가 많아졌어
우주야, 진짜 안 먹을 거야? 응?
(익준) 둬, 방해하지 마 우주 힘들어, 지금
(송화) 무슨 일 있었어?
어젯밤에 모네랑 싸웠어
(익준) 결별 위기야
[잔잔한 음악]
(송화) 아이고 [익준이 입바람을 후 분다]
[새가 지저귄다] (로사) 비타민 잘 먹고 있어?
아, 그러고 보니 약 떨어질 때 됐다, 야
내 거 주문할 때 네 것도 같이 시킨다
(종수) 난 됐어
너나 많이 먹고 오래오래 살아
[로사의 가쁜 숨소리]
(로사) 오래 살려고 먹니? 조금이라도 덜 아프려고 먹는 거지
아, 그래야 애들한테 민폐 안 될 거 아니야
(종수) 나는 실버타운 들어갈 거야
(로사) 거기도 건강해야 받아 줘
아, 빨리빨리 좀 걸어
그렇게 느릿느릿 걸어서 운동이 돼?
(종수) 운동 되라고 걷는 거 아니거든?
(로사) 그럼 왜 걸어?
(종수) 네가 걷자고 하니까 걷는 거야
야, 근데 너 요즘 왜 이렇게 종종 종종 걸어?
(로사) 내가?
내가 언제?
(종수) 아, 요새 부쩍
걷는 거 보면은 그냥 휘청휘청
아유, 자빠질까 봐 불안해 죽겠어, 진짜
[헛웃음 치며] 아유, 참
나이 70 넘어서 걸음마 코치를 다 받네
(로사) 네 걱정이나 해, 네 걱정
[휴대전화 벨 소리]
혹시 정로사 씨 막내 아드님 아니신가요?
주말에 데이트로 바쁘실 텐데
어인 일로 모친께 전화를 다 주셨을까요?
(정원) 엄마, 뭔 소리야? 오늘 소윤이 결혼식이잖아
엄마 지금 어디야?
나랑 식장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잖아
설마 까먹었어?
어제 내가 문자까지 했잖아
아휴, 진짜
어떡해, 엄마 완전 까먹었다
지금 갈게, 몇 시지?
(로사) 식이 몇 시라 그랬지?
(정원) 아, 지금 양평에서 출발해서 언제 와
[심란한 숨소리] 괜히 무리하지 말고 그냥 집에 계셔
이모한텐 내가 잘 얘기할게, 어?
하, 엄마, 어떻게 그걸 까먹어?
아, 정말
엄마 진짜 왜 이러니?
달력에도 적어 놓고 어제 네 이모하고 통화도 했는데
(로사) 아, 어떻게 그걸 홀랑 까먹니
아, 어떡해, 나 진짜 왜 이래?
(정원) 아, 괜찮아, 괜찮아, 엄마
나도 가끔 그럴 때 있어
[한숨]
엄마, 큰일 아니니까 괜히 오버해서 걱정하지 마
어? 알았지?
지금 이사장님하고 같이 있어? 밖이야?
응, 엄마 산책 나왔어
(정원) 아, 잘했네 [한숨]
산책 잘하시고 저녁 맛있게 드세요
응
[한숨]
(정원) 아이고, 진짜 별일 아니라니까
엄마 나이에 건망증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다 그래, 다
걱정 그만하시고 산책 잘하세요, 네?
끊어요
[통화 종료음] [한숨]
나 요즘 왜 이러니?
정신이 나갔어
[종수의 한숨]
(종수) 오늘 결혼식 있었어?
(로사) 응
막내 조카
내가 제일 이뻐하는 조카야
친척들만 불러서 조용히 한다고 해서 몇 명 오지도 않는단 말이야
나 한복도 받았는데 그걸 홀라당 까먹었어, 하, 쯧
나 병원에 한번 가 볼까?
나 어제 저녁 두 번 먹었어
(종수) 주전자랑 식당에서 밥 먹고
둘이서 커피 한잔하는데
회사 변호사가 전화를 했어
식당인데 안 내려오시냐고
[함께 웃는다]
그 회사 변호사가 고향 후배라 자주 밥 먹는데 [로사의 한숨]
알고 보니까 어제 출근할 때 우연히 만나서
같이 저녁 먹기로 했더라고
야, 12시간도 안 지났는데 그걸 까먹었어
[종수의 탄식] [로사의 한숨]
[종수의 웃음]
씁, 어디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알았어
(종수) 육삼
육삼
(로사) 십팔
(종수) 빌딩
[종수의 웃음]
속았지? [발랄한 음악]
아, 이 사람, 어디서 욕을 하고 그래?
(로사) 아, 너 진짜 왜 그래? 진짜 나한테, 아이고 [종수의 웃음]
- (로사) 야! - (종수) 아이, 야, 아이
(종수) 동네 사람들 다 들어
- (종수) 이건 뭐 - (로사) 아유!
- (종수) 아유, 욕을 하고 말이야 - (로사) 야
[석형의 옅은 탄성] [휴대전화 벨 소리]
(석형) 엄마?
병원 [석형이 살짝 웃는다]
다음 주에 수술이 하나 있는데
복잡한 수술이라 공부 좀 하려고 나왔어
네, 점심 지금 먹고 있어요
[웃음]
네, 두 그릇 먹고 있어요
엄마도 점심 맛있게 먹어
[산새 울음]
[송화의 고민하는 신음]
(송화) 꼭 한 가지만 말해야 돼?
(익준) 단 한 가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 단 한 가지
[송화의 답답한 신음]
[익준의 한숨]
아, 아니, 이게 그렇게 괴로울 일이야?
[고민하는 숨소리]
[익준의 한숨] [흥미로운 음악]
곱창
(익준) 아, 곱창
등심
(송화) 도가니탕
아, 아, 아, 차돌박이?
안창
그냥 소를 한 마리 먹어
그것도 하나로 쳐주는 거야?
[소 울음 효과음]
(송화) 어?
그럼 소
[새가 지저귀는 효과음]
(민하) 교수님!
교수님!
(홍도) 안녕하세요, 교수님
- (윤희) 안녕하세요 - (석형) 어, 안녕
너 오늘 당직이구나?
(민하) 네, 이렇게가 오늘의 당직 멤버요
근데 교수님
저 오늘 당직인 거 어떻게 아셨어요?
방금 네가 말했잖아
[탄성]
[기적 효과음] [웃음]
(홍도) 전 세상에서 추민하 선생님이 제일 웃기는 거 같아요
(민하) 응? [석형이 피식 웃는다]
아, 죄송합니다
아, 뭐가 죄송해? 칭찬인데 [웃음]
교수님, 식사하셨어요?
(민하) 우리랑 같이 점심 먹어요
그래, 그러자
[발랄한 음악] [민하의 신난 신음]
(민하) 아, 오늘 메뉴는 뭐려나?
(석형) 아마 만둣국?
[민하의 의아한 신음] (홍도) 전 미역국
(석형) 아마 만둣국이랑 김치볶음밥일 거야
어제 꿈에 나, 나, 나왔어
[민하의 탄성]
[석형의 어색한 웃음]
[휴대전화 벨 소리]
(겨울) 결혼식 끝났어요?
(정원) 어, 좀 전에 끝났어
오랜만에 사촌들이랑 술 한잔하러 가는 길
저녁은?
아, 왜 당직은 항상 겨울이만 서는 거 같지? [겨울이 살짝 웃는다]
(겨울) 맞아요
제가 생각해도 당직은 항상 저만 서는 거 같아요
저녁 아직 못 먹었어요
식당 아직 열었으려나?
(정원) 닫았지
[부드러운 음악] [피식 웃는다]
나가자, 저녁 사 줄게
[통화 종료음]
당직인데요?
(정원) 자
(겨울) 같이 먹어요
(정원) 난 예식장에서 먹었어 얼른 먹어
(겨울) 잘 먹겠습니다
(정원) 응
[정원의 힘주는 숨소리]
[정원과 겨울의 웃음]
천천히 먹어
다 안 먹어도 돼, 남겨도 돼
안 남겨요
[정원과 겨울의 웃음]
[정원이 숨을 씁 들이켠다]
다음 주 일요일 안 까먹었지?
네, 성당에서 5시
(정원) 응
(겨울) 근데 교수님 저 더 이상 거짓말 못 하겠어요
[흥미로운 음악] 교수님들이 자꾸 물어봐요
남자 친구는 아직도 만나냐 뭐 하는 사람이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제가 거짓말에 워낙 소질이 없어서
그냥
헤어졌다고 말할까 봐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차라리 그게 마음 편할 거 같아요
그럼 꼬치꼬치 안 물어보시지 않을까요?
(정원) 어, 어…
그건 좀 그런데
[흥미로운 효과음]
아니, 그것도 거짓말이잖아
(겨울) 착한 거짓말?
[함께 웃는다]
(정원) 음
다음 주에
다음 주 일요일에 만나면 같이 얘기해 보자
네, 좋아요
전 다 좋아요
[살짝 웃는다]
[웃음]
[웃음]
[겨울의 어색한 웃음]
[부드러운 음악]
[겨울이 살짝 웃는다]
[정원의 웃음]
[겨울이 살짝 웃는다]
- (정원) 먹자 - 네
(정원) 맛있어?
(겨울) 맛있어요
(정원) 그럴 만두 하지
[함께 웃는다]
미안, 이런 거 안 할게
(겨울) 아니요 전 교수님이 제일 웃기는데?
- (정원) 진짜? - 응
장을 못 봤네
어, 배고픈데
[컥컥거린다]
[캔을 달칵 딴다]
[컥컥거린다]
[준완의 한숨]
[잔잔한 음악]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풀벌레 울음]
[익준의 시원한 숨소리]
(익준) 요즘 우리 엄마는 갑자기 불면증이 생기셨어
평생 안 먹던 수면제를 다 드시고 있다니까, 참
[익준이 입소리를 쯧 낸다]
그래도 여전히 병원 가는 건 싫어하셔
가라고 해도 안 가, 하
(송화) 우리 엄마는 정반대야
건강 염려증
하, 동네 병원 한 열 군데는 다니시는 거 같아
엊그제는 두통이 잦다며 뇌 CT 한번 찍어 보고 싶으시다고
[송화의 헛웃음] (익준) 찍어 드려
다리도 저리고 종아리도 우리하고
심장도 빨리 뛰는 거 같대
(송화) 눈도 침침하고 소화도 잘 안된대
(익준) 그럼 지금 살아 계실 수가 없는데?
[함께 웃는다]
(송화)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휴
[함께 입소리를 쯧 낸다]
그래도 어떡해
다음 달에 신경과 예약 잡아 드렸어
우리 엄마는 지금 진단이 아니라 확신이 필요하신 거 같아
[익준의 시원한 숨소리]
(익준) 어? 논문을 또 준비 중이라고?
(송화) 어, 이번 건 100% SCI에 실려
(익준) 논문 주제가 뭔데?
'엄마가 일 얘기를 물어보면 왜 화가 많이 날까?'
(익준) 아, 뭐야, 아이고, 진짜 [송화의 웃음]
근데 너도 그러냐? 나도 그래
(송화) 진짜 신기하지?
아, 이상하게 엄마가 일 얘기를 물어보면
대답도 하기 싫고 짜증도 나고
전화 끊기 바빠, 전화 끊기
근데 전화를 끊잖아?
그럼 죄책감과 후회가 막 밀려와
(익준) 그렇지
그래서 다시 전화를 하잖아?
그럼 또 일 얘기를 하거든
그러면 또 화가… [익준의 웃음]
(송화) 아휴
[익준의 탄성]
조정현
(송화) [웃으며] 맞다, 맞다, 조정현
(익준) 내 학생 때 별명이었지
너 1학년 내내 '슬픈 바다' 기타로 연습하고 그랬는데
[송화의 웃음]
피아노곡인데 굳이 기타로
(익준) 우아, 너 기억력 좋다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냐?
[익준이 피식 웃는다]
'슬픈 바다' 오랜만에 한번 들을까?
나 블루투스 스피커 가져왔는데
(송화) 안 돼
왜?
캠핑장에서 금지야, 똥매너
(익준) 그럼 어떡해?
오늘은 안 돼, 다음에 듣자
나 그리고 왔어
(익준) 뭐가 왔어?
잠, 잠이
여기까지 왔어
(익준) 야, 지금 몇 시인데 벌써 잠이 와?
엄마, 1시가 넘었네
[익준이 입소리를 쩝 낸다] (송화) 조정현 씨
굿 나이트
(익준) 네, 굿 나이트
[송화의 하품]
[송화가 지퍼를 직 연다] 채송화 씨, 굿 나이트
[송화의 힘주는 신음] [송화가 지퍼를 직 닫는다]
[한숨]
굿 나이트
[잔잔한 음악]
[익준의 힘주는 신음]
[익준이 지퍼를 직 연다]
[익준의 힘주는 신음]
[익준이 지퍼를 직 닫는다]
[의아한 신음] [기적 효과음]
눈 아래 하얀 눈이 소복하게…
애굣살 화장
어려 보이려고
[겨울의 헛웃음]
언니, 어려 보여요
절대 30대 중반처럼 안 보여요
정말요?
저 거짓말 못 하는 거 아시잖아요
알죠, 제가 제일 잘 알죠
우리 장겨울 선생님은 진실만을 말하죠 [휴대전화 벨 소리]
[함께 웃는다]
(민하) 어, 왔어?
아, 별관 2층에 카페 있거든
거기 있어, 바로 갈게, 어
[통화 종료음]
동생이 누나 얼굴 까먹겠다고 병원에 찾아왔거든요
커피 한잔 사 주고 올게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석형 모) 아유 그래도 어떻게 한 번을 안 봐?
안 궁금해, 언니?
[로사가 숨을 하 내쉰다]
(로사) 궁금하지
근데 보자 그러면은 부담스러워할 거 같아서
보잔 말 입 밖에도 안 꺼냈어
얼굴은 본 거지?
그럼, 만나서 얘기도 했었지
이뻐, 너무 예뻐
[로사의 웃음] (석형 모) 아유
우리 석형이는 언제쯤 여자 친구 데려오려나?
난 이번엔 정말 언니 말대로 투명 인간처럼 있으려고
다 오케이, 아무나 다 좋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놀란 신음]
(민하) 아,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석형 모) 이봐요
야, 됐어
아니, 사람을 치고 갔으면 사과를 해야지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
(민하) 어, 어, 죄송합니다
근데 저 사과했는데요
그것도 사과인가?
(석형 모) 건성으로 '죄송합니다' 하면 끝이야?
아유, 사과 참 쉽네
[기가 찬 숨소리]
할머니, 저 아세요?
[격정적인 음악]
왜 반말을 하실까요?
[로사의 어색한 웃음]
(로사) 가세요, 커피 식겠다
너 화장실 가서 큰 거울 보고 지우고 와
여기까지 묻었어
[기가 찬 숨소리]
아니, 우리 아들보다 어려 보이는데 반말 좀 하면 어때서?
그리고 내가 왜 할머니야?
야, 가자
(석형 모) 하, 참
(로사) 나랑 같이 화장실 가자
선생님, 얼른 가세요 제가 잘 얘기할게요
[어색한 웃음]
(석형 모) 어딜 가?
어른 얘기 아직 안 끝났는데? 어머
아들 있는 병원에서 이러고 싶어?
사람들 쳐다보는 거 안 보여?
[헛기침]
조용히 화장실로 가자, 어?
따라와
(석형 모) 알았어
하, 참
[물이 솨 나온다]
(석형 모) 언니, 나중에 저런 며느리 들어오면 어떡해? 어?
이래서 내가 나서는 거야
우리 석형이 저런 애 데려올까 봐
누굴 데려오든 상관 안 한다며
상관 안 해, 다 괜찮아
딱 쟤만 빼고
[로사의 한숨]
언니, 아까 걔 눈 밑에 봤어?
눈 밑의 흰 칠은 뭐야?
[물이 뚝 멈춘다]
(석형 모) 아유 걔는 어디서 그런 화장을…
어머
넌 아무한테나 반말하는 그 버릇 좀 고쳐
(석형 모) 지금 반말이 중요해?
(로사) 그럼 반말이 중요하지 뭐가 중요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사과도 바로 했는데
무슨 놀부 심보야, 놀부 심보가
립스틱 한번 잘못 그리게 했다고 석고대죄라도 해? 어?
조영혜 씨
조용히 삽시다, 응?
네?
(석형 모) 알았어, 아유, 참
난 언니가 하라면 또 그렇게 하잖아 [로사의 한숨]
알았어, 얼른 가자, 차 막히겠다
오늘 언니 집에서 국수 삶아 먹는 거 맞지? [로사의 웃음]
멸치 국물 푹 내고 양념장 올려서
[함께 웃는다]
주전자랑 이사장님도 오시고?
어, 주전자는 늦게 알아서 온다 하고
종수는 차 빼서 나온대, 가자
[신난 탄성] (로사) 아유
[함께 웃는다]
아유, 어유
(겨울) 선생님, 최명희 환자 복부 엑스레이가 안 좋아졌네요?
앰뷸레이션 혹시 안 했어요?
(수빈) 아직 너무 아프시대요
움직여야 된다고 계속 말씀은 드렸는데 꼼짝도 안 하세요
(남자1) 저기요
좀 전에 어느 분이 주사 놨습니까?
채혈 어느 분이 하셨죠?
저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하, 동생 팔에 멍이 또 들었어요
지금 멍이 몇 개인 줄 아세요?
어떻게 채혈할 때마다 멍이 생깁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남자1) 그리고 수액 바꿔 달라고 아까 얘기했는데 왜 안 바꿔 줘요?
정말 이 병원에
믿음이 안 생겨요, 믿음이
환자분이 간이 안 좋아서 몸이 부어 있어요
그래서 혈관도 너무 없고 해서
채혈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수시로 환자분 보고 있는데
지금 방금 보고 왔을 때도 수액이 조금 남아 있었어요
(윤복) 아까가 아니라 3분도 안 됐는데
[남자1의 한숨]
아버지도 멍이 들었어요
그럼 아버지도 채혈하기 힘든 혈관이라서 그런 거겠죠?
[수빈이 숨을 들이켠다]
저기요
다 좋은데요
다 이해하는데요
그래도 채혈은
경력 많으신 선생님이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영하) 선생님 여기 있는 분들 다 경력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 (남자1) 네 - (수빈) 네
너무하시다
(익준) 안성주 씨, 컨디션 어떠세요?
[의료 기기 작동음] (여자4) 좋아요, 교수님
저 수술 잘 받을 수 있어요
파이팅
(익준) [웃으며] 파이팅
아버님도 방금 뵙고 왔는데 수치 다 괜찮고 컨디션 좋으시네요
저만 잘하면 되겠어요
(여자3)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가족 두 명이 동시에 수술대에 오르니까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혹시나 잘못되면 저는 못 삽니다
우리 딸, 우리 애 아빠 꼭 살려 주세요
선생님만 믿습니다
(익준)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자1) 교수님
(익준) 어, 왜 여기 계세요? 병실에 안 계시고
(남자1) 예, 뭐, 바람 좀 쐴 겸 해서
(익준) 아
교수님
다른 병원 다 돌아보고
강운대에선 날짜까지 잡았다가 취소하고 교수님한테 온 거 아시죠?
아, 네
(남자1) 재안병원은 친구가 추천해 준 교수님 계신데도
교수님 때문에 율제로 왔습니다
수술 꼭 성공하셔야 됩니다
오늘 밤 일찍 주무시고 술도 절대 드시면 안 되고요
네, 그러겠습니다
(남자1) 두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입니다
무조건 성공하셔야 되고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교수님
파이팅
[웃음]
네
(익준) 어서 들어가세요 어머님이랑 교대하셔야죠
네, 알겠습니다
[남자1의 한숨]
[의료 기기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버튼 조작음]
- (익준) 스테이플러 준비됐죠? - (간호사3) 네
(익준) 잡을 거 주세요
스테이플러
[의료 기구 조작음]
메젬바움 주세요
자, 간 나옵니다
수혜자 수술 진행 상황은 어때요?
(간호사4)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버튼 조작음]
[의료 기기 작동음]
(세혁) 스페시맨 나옵니다
[의료 기기 작동음]
(익준) [한숨 쉬며] 플로씰 주세요
[익준의 한숨]
장이 많이 부어서 배가 잘 닫히질 않네
딜레이드 클로저로 할까?
이식 환자라 감염 위험성도 있고 웬만하면 닫고 나가고 싶은데
(겨울) 네, 그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래도 간 상태도 괜찮고 수술은 잘된 거 같습니다
(익준) 마취과 선생님 유린 잘 나오나요?
(마취과 의사) 네, 잘 나옵니다
(익준) 가급적이면 수혈은 하지 말고 수액은 최소한으로 주시고
이뇨제 써서 좀 빼야 할 것 같습니다
(마취과 의사) 네, 알았습니다
(익준) 아, 리퍼퓨전 후에 부기가 좀 빠지는 거 같으니까
한두 시간 기다렸다가 배 닫아 보자
(겨울) 네
[익준의 한숨]
(익준) 예상대로 유착이 심해서 수술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수술은 끝났고 닫는 거만 남았는데
환자분 몸에 비해 받은 간이 크고
지금 장이 부어 있어서 아직 못 닫았어요
배를 못 닫고 나가면 감염의 위험이 있어서
음, 닫고 나가는 게 환자분께 좋기 때문에
부기가 빠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단 닫는 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거 같습니다
만약에 기다렸는데도 부기가 빠지지 않으면
그냥 나와야 할 수도 있어요
내일 닫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 수술은 잘 끝난 거죠?
우리 딸 사는 거죠, 선생님?
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수술 중 초음파에서도 혈관은 잘 연결된 것으로 보였어요
[여자3의 벅찬 숨소리]
가, 가, 감사합니다, 선생님
배를 못 닫으면 그거 엄청 큰일 아닌가요?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니에요?
예,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니고요
수술 중에 출혈이 심하고 수액 주입, 수혈을 많이 하다 보면
장이 붓게 되어서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간 이식받는 분들은 어, 복수가 많아서 공간이 넓은데
(익준) 환자분은 받은 간에 비해 체구가 작고
복수가 생길 겨를도 없이 간이 안 좋아져서
배 안의 공간이 많이 좁아요
이뇨제를 쓰면서 기다려 보고 있는데
한 두 시간 정도 후면은 배 닫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임시방편으로 메쉬를 이용해서 중환자실로 가서 지켜보다가
부기가 빠지면 수술장으로 가서 배를 닫을 수도 있는데
제 판단으론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술실에서 기다렸다가 배를 닫고 나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식 환자인 경우 면역 억제제를 쓰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네, 그럼
[카드 인식음]
[의료 기기 작동음]
[차분한 음악]
- (겨울) 웜 셀라인 더 주세요 - (간호사5) 네
[의료 기기 작동음]
(익준) [한숨 쉬며] 되겠니?
(겨울) 아직 좀 부족합니다
근데 소변은 많이 나옵니다
(익준) 마취과 선생님 이뇨제 한 번 더 주세요
(마취과 의사) 네
(익준) 무리해서 그냥 닫으면 컴파트먼트 신드롬 올 수 있으니까
조금 더 기다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두 시간만 더 봅시다
- (겨울) 네 - (마취과 의사) 네
[잔잔한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익준) 좋네
닫자
(겨울) 네
[익준이 숨을 들이켠다]
(익준) 켈리 주세요
(마취과 의사) 유린 많이 나왔고 바이털 스테이블합니다
(익준) 네, 감사합니다
아이고 [익준의 웃음]
많이 늦어서 힘드실 텐데 오랜 시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취과 의사) 별말씀을요
(익준) 수처 주세요
[사이렌이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구급대원의 가쁜 숨소리]
(구급대원) 멘탈 체인지 환자입니다
발견 당시엔 멘탈 스투퍼였고
BP 160에 90, 하트 레이트 60회
BS는 112, 정상 범위였습니다
이송 중에 환자 의식 상태가 더 처져서
에어웨이 확보하고 산소 투여한 상태입니다
[여자7의 힘겨운 신음] (광현) 시저는요?
(구급대원) 병원 도착 직후입니다
- (광현) 네, 고생하셨습니다, 가시죠 - (구급대원) 예
[의료 기기 작동음]
[의료 기기 경고음]
- 제세동기 준비해 주세요 - (희수) 네
[어두운 음악]
(광현) 구세현 환자 라인 잡고 샘플링 좀 해 줘
(전공의) 예, 알겠습니다
(광현) CT 어때? 힘들지?
네, 브레인 데쓰로 갈 거 같아요
[한숨]
일단 신경외과부터 콜해
네
보호자분 밖에 계시죠?
네, 밖에 계세요
회사 동료분요
가족들은 아직 안 오셨어요?
아, 네, 가족 연락처를 모르신다고…
(광현) 어허
(성영) 교수님, SAH로 왔는데 환자분 지금 멘탈이 코마고
셀프도 없고 퓨필도 풀 딜라테이션이고 모터도 제로입니다
잠깐 어레스트도 났었고요
어떻게 할까요?
(송화) 내가 가서 볼게
(성영) 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의료 기기 작동음]
[한숨]
오피 인디케이션은 안 되겠다
장기 기증 희망자시라고?
네, 신분증에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보호자분한테는 설명이 어떻게 됐어?
(송화) 보호자분 어디 계셔?
(성영) 회사 동료분은 병원에 계시고
그분이 가족은 아니셔서…
가족들은?
지금 환자 휴대폰 확보해서 가족분들 연락처 찾고 있습니다
[한숨]
(송화) 코디 선생님한테 전화부터 하자
(성영) 네
응급실로 온 환자분인데 뇌사 추정됩니다
신분증에 장기 기증 희망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조회 부탁드립니다
(덕주) 네, 알겠습니다
성함이랑 주민 번호 부탁합니다
네, 이름은, 어…
[휴대전화 벨 소리]
(성영) 네
(덕주) 환자 조회했습니다
코노스에 모든 장기 기증 희망자로 등록돼 있는 사람인 거 확인했고요
보호자는 코다와 연락해서 경찰 협조하에 찾는 중입니다
바로 연락 올 거 같아요
(성영) 네, 감사합니다
[통화 종료음]
(겨울) 저 선두호 환자 좀 보고 올게요
[의아한 숨소리]
종세혁 선생님 환자 아니에요?
(겨울) 종세혁 선생님 아침에 디스크 터져서 입원하셨어요
[놀란 숨소리]
앞으로 한 달은 제가 종세혁 선생님 환자들 보기로 했습니다
권순정 교수님 환자분들요
아이고, 장겨울 선생님 일이 확 늘겠네
괜찮아요
[수빈의 한숨]
(영하) 철인이야, 철인
(수빈) 그러게
어제 검사한 PET 결과가 나왔습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전이된 건 없습니다
[가족들의 안도하는 숨소리]
(남자5) 아이고, 고맙습니다
(겨울) PET 검사에서도 CT나 뼈 검사와 마찬가지로
전이된 건 없습니다
크기가 작으면 영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긴 하지만
현재 검사상으로는 전이된 데 없으시고 암 크기도 크지 않아서
일정대로 수술 잘 받으시고 치료 잘 받으시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습니다
(남자5) 아, 예
(겨울) 그동안 검사받느라 고생하셨어요
(남자5) 예 [여자8의 웃음]
(겨울) 아, 그리고 담당하시던 종세혁 선생님이 디스크가 터져서
오늘부터 제가 환자분 맡게 됐습니다
물론 수술은 그대로 권순정 교수님이 하십니다
행운의 여신이세요 [발랄한 음악]
(여자8) 아유 선생님은 우리 가족들한테
정말 행운의 여신입니다
[여자8의 웃음]
- (여자9) 아빠 - 어
좋은 징조야
(여자9) 이분 뭔가 좋은 기운이 가득한 것 같지 않아?
(여자8) 그래, 여보, 어?
이런 분 만난 거 보니까 수술은 무조건 잘될 거고
그러니까 당신 정말 걱정 하나도 하지 마, 응?
[가족들의 웃음]
[어색하게 웃으며] 그럼
(여자9) 어, 저, 선생님
선생님도 수술 들어오시는 거죠? 네?
꼭 들어오세요
선생님 계셔야 우리 아빠 수술도 잘될 것 같아요
[여자8의 웃음] 네, 저도 수술 들어갑니다 걱정 마세요
(여자9) 감사합니다
[여자8의 웃음]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윤복) 어? 선생님, 배 안 고프세요?
편의점 가실래요?
(겨울) 음…
[겨울의 당황한 숨소리]
저분 오빠분 맞지?
아…
왜 또 오셨을까? [무거운 음악]
(윤복) 무서워요
[겨울의 한숨]
[새가 지저귄다]
(송화) 이렇게 가까이 계신 줄도 모르고
한참 찾았네요
환자분 지금 SAH라고
뇌를 싸고 있는 지주막이라는 곳 아래에
출혈이 생겼습니다
응급실 도착 전부터 의식이 없으신 상태였고
재출혈이 오면서 심정지가 와서 응급실에서 심폐 소생술 했습니다
이후 CT 찍어 봤는데
뇌가 많이 손상되어 현재 코마 상태입니다
저희가 봤을 땐 자발 호흡도 없고 동공 반사도 없는
뇌사 추정 상태입니다
이렇게 진단받으면 보통 2주 내로 돌아가시게 됩니다
[무거운 음악]
바이털은 유지가 되고 있으니까
시간을 가지시고
충분히 고민해 보시고 저희한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코디 선생님이 설명해 드릴 겁니다
[한숨]
(덕주) 경황없고 슬픔이 크신데
이런 말씀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환자분이 장기 기증을 희망하셔도
법적으로 선순위 보호자께서 동의를 하셔야
장기 기증이 가능합니다
의학적으로
치료의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한데
장기를 기증해 주시면
질병으로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께 새 생명을 드릴 수 있습니다
힘드시겠지만
결정을 부탁드립니다
[무거운 음악] 저, 생각을 조금
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되죠?
네, 그럼요
[한숨]
우리 이번 주 밴드 노래가 뭐지?
'투 유'
젠장, 달달한 노래네
[정원이 피식 웃는다]
너 일요일엔 뭐 해?
[마우스 클릭음]
왜, 이번 주 일요일은 나랑 놀아 주려고?
아니, 나 약속 있는데
너 이번 주도 집에 있을 거면
'거면'?
장 좀 봐 놓으라고
아니, 싫으면 내가 봐도 돼
(준완) 나 약속 있어, 동창회 있어
(익준) 야, 이번 주 노래 뭐지?
'투 유'
(익준) 와, 달달한 노래네
젠장
(익준) 야, 동창회 이번 주 일요일이지?
(준완) 응, 네 차로 가자 나 데리러 와라
(익준) 그래 [휴대전화 벨 소리]
어
[문이 달칵 열린다]
누구야? [문이 달칵 닫힌다]
누군데 저렇게 용수철처럼 튀어서 나가?
슬쩍 봤는데
일본인 같아
어?
구미코 히리 상?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
도착했어?
(익순) 아까 지금 우주랑 라면 먹고 있어
(익준) 교육이 언제부터라고?
(익순) 다음 주부터 월, 화, 수, 양재동
(익준) 오빠 주말에 너랑 못 놀아 줘
내일은 밴드 있고 모레는 동창회
(익순) 뭐야, 내가 오빠랑 왜 놀아?
별일이야, 진짜
[피식 웃는다]
너 우주한테 이상한 거 가르치면 오빠한테 죽는다
(익순) 이상한 걸 왜 가르쳐?
나 우주랑 지금 독서 중이야
(우주) 고모, 나도 됐어
혓바닥이 방금 코에 살짝 닿았어
[익살스러운 음악] [통화 종료음]
여, 여보세요
여, 여보세, 아, 이게 하여튼…
오, 씨, 어떻게 닿지?
[잔잔한 음악]
[문이 스르륵 열린다] [의료 기기 작동음]
(송화) 아무래도 최정배 환자 트라키오스토미 해야 될 거 같아
PM에 협진 좀 내 줘, 성영아
네
교수님, 근데 아직도 결정을 못 하셨다고 합니다
시큐리티분?
(덕주) 네, 아직 고민하고 계세요
환자 바이털 안 좋아지고 있는데
(성영) 아, 그분 왠지 오래 고민하실 거 같았어요
성영아, 조용
죄송합니다
사정이 있으시겠지
우리가 뭘 알아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지금 상담을 요청하셨는데
제가 한 번 더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덕주) 이런 말씀 드려서 저도 정말 죄송합니다
[무거운 음악] 환자분 바이털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만약에 계속 저하되면
기증을 하시고 싶어도
장기가 손상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어요
정말 죄송한데
가능한 한 빨리 결정해 주시면
장기를 받아 가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다
저
결정했습니다
[휴대전화 벨 소리]
(송화) 응
(성영) 교수님, 결정하셨어요 장기 기증 하시기로 했습니다
잘됐다 [한숨]
(성영) 알고 보니 사연이 있으시더라고요
제가 오해했습니다
사연?
[새가 지저귄다]
[문이 덜컹 여닫힌다]
[바람이 휭 분다]
30년 만에 만났습니다
[잔잔한 음악]
(보안원) 저 4살 때 이혼하시고
쭉 혼자 지내셨다고 들었어요
이 얘기도 먼 친척한테 들은 겁니다
엄마 얼굴도 기억 안 나고
엄마라고
불러 본 기억도 없는데
제가 갑자기 보호자가 되어서
엄마의 장기 기증을 결정해야 한다고 하니까
이 상황 자체가
혼란스럽고
제게 그런 권한이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고민의 시간이 길었는데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들의 역할을 하게 해 주시려고
좋은 일
하게 해 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거라 생각합니다
저, 교수님
저 잘 결정한 거죠?
기증하면
많은 사람들 살릴 수 있겠죠?
네
많은 환자분들이 새로운 삶을 얻게 될 거예요
생명의 기회를 주신 겁니다
잘 결정하셨어요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차분한 음악]
[한숨]
(준완) 이분은 우리 병원에서 아기 바드를 달고 싶으신 거지?
(이현) 아무래도 그러신 거 같아요
아기는 지금 재안병원에 있는데 33주 1.8kg 미숙아로 출생했고
태어난 지 3주 차에 대혈관 전위로 동맥 전환술 받았습니다
너도 기록 봤니?
네, 수술하고 체외 순환기 이탈이 안 돼서
에크모 돌리는 상태고
양 심실 모두 안 좋고 IVH 그레이드 쓰리입니다
(준완) 어, 그래, 맞아
[의아한 숨소리]
근데 재안병원에선 바드를 한번 해 보자고 했다고?
어, 아기 몸무게가 2.5kg이라고
[마우스 클릭음] [입소리를 쯧 낸다]
[준완의 고민하는 숨소리]
- 들어오시라고 해요 - (이현) 네
(여자10) 이렇게 하는 게 결례인 줄 알면서도
제가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라서요
죄송합니다, 교수님
(준완) 괜찮습니다
여러 의견 듣고 싶으신 거 이해합니다
TGA라는 대혈관 전위로 동맥 전환술 받았고 에크모도 했습니다
뇌실 내출혈도 있고요
재안병원에서는 오래 고민하시다가 바드 한번 해 보자고 하는데
저도 원하고요
[한숨]
[겨울과 윤복이 인사한다] (익준) 안녕!
오, 웬 떡?
누구 백일이야?
누가 준 거야?
(겨울) 안성주 환자 오빠분이요
(익준) 정말?
(윤복) 네, 좀 전에 오셔서 병동에 떡이랑 음료수 돌리고 가셨어요
오
(겨울) 너무 죄송했다고
자기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던 거 같다고
우리들한테 사과하시고
송수빈 선생님한텐 손 편지까지 주셨어요
아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유
그래도 전 좀 많이 미웠어요, 그분
우리 사정도 전혀 모르시고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었어요
- (익준) 윤복아 - (윤복) 네?
여기는 3차 병원이야
환자가 여기까지 왔다는 건 더는 없다는 뜻이야
네
우리한텐 매일 있는 일이지만
환자들한텐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이고 가장 극적인 순간이야
그런 순간에 우리를 만나는 거야
(익준) 나라도 그럴 거 같은데?
응? 동생은 아픈데 나는 B형 간염이라 이식을 못 해 주고
60이 넘으신 아버지가 자기 대신 수술대에 오르게 됐는데
나라도 예민해지지
그리고 오빠분도 아실 거야
자기가 지금 어떻게 보이는지
근데 아마 그건 하나도 안 중요할걸?
내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어?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윤복아
환자가, 환자 가족들이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다 알아
그리고 우리 역시 그런 상황에 놓이면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이해해야 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돼, 알았지?
이상 일장 연설 끝!
[익준의 힘주는 신음]
씁, 아, 나 요새 왜 이렇게 말이 많아졌지?
아, 말이 길어
아이, 어유, 정말
[익준이 바스락거린다]
[익준이 살짝 웃는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의아한 신음]
[떨리는 숨소리]
저도 그랬었는데
저도 우리 엄마 살려 달라고
매일같이 선생님들 찾아가서 따지고 울고 그랬었는데
가운 하나 입었다고
[잔잔한 음악]
[흐느낀다]
벌써 잊었어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윤복이 연신 흐느낀다]
[한숨]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바드 달아도 되겠죠?
네? 교수님?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전 반대합니다
(준완) 어…
[마우스 클릭음]
어머니
서운하다 생각하실지 몰라도
이런 경우는 심장 이식에 적절한 캔디데이트
후보자가 아닙니다
바드는 심장 이식을 염두에 두고 하는 기계적 보조 장치인데
아기의 경우 몸무게 2.5kg이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바드를 달기엔 너무 작습니다
작단 얘기는 공여자를 만나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거고요
또 뇌에 출혈도 있어서 매니지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산소 뇌 병증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끌고 가서 이식할 만큼 좋은 캔디데이트냐에 대해서
저는 회의적입니다
아시겠지만 바드를 하고 나면 항응고 치료를 강하게 해야 되는데
뇌실 내출혈이 저 정도면
항응고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금기증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고요
게다가 저산소 뇌 병증이 의심된다고 되어 있는데
이 자체도 이식에 좋은 조건이 아닙니다
이식은 안 하더라도
바드라도 해 보면 안 될까요?
이식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바드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준완) 예강 어머니
아기한테 지금 해 준 것만으로도 정말 최선을 다하신 겁니다
여기서 더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떨리는 숨소리]
그게 아기한테 맞는 방법과 결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훌쩍인다]
교수님
[한숨]
냉정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준완의 한숨]
[울먹이며] 저희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잔잔한 음악]
아빠도 계속 반대하고
[여자10이 훌쩍인다]
(여자10)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여자10이 흐느낀다]
[여자10이 훌쩍인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아기를 받아 달라고 부탁하러 온 게 아니었네요
네
[휴대전화 벨 소리]
(겨울) 여보세요
(유리) 선생님, 응급실에 환자분 계셔서 노티드립니다
보행자 TA로 온 60세 여자 환자인데요
외상 출혈은 없는데 CT에서 리버 라세레이션 소견이 보입니다
(겨울) 지금 내려갈게
[통화 종료음]
(겨울) 리버 라세레이션이지만 다행히 간 주위 혈종이 없고
바이털 괜찮고 랩 결과도 괜찮네
좀 지켜봐도 될 거 같아
NPO 하고 병동으로 가자
트라우마 환자니까 다른 손상 있는지 확인해야겠지?
정형외과, 신경외과 관련 이벨류에이션 해서
문제 있으면 의뢰해 줘
(유리) 네
(여자11) 여기요, 여기요!
[고함치며] 여기 의사 없어요?
[어두운 음악]
애가 경기까지 했다니까!
[흐느끼며]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야
여기 의사 없어?
(소예) 어머니, 어머니 [여자11의 거친 숨소리]
잠시만요, 아유, 진정하시고
[소예가 달랜다]
저희가 1차 확인은 했고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여자11) 언제까지 기다려!
아, 선생님
우리 애 먼저 봐 주세요
열 경기 같아요
그, 열이 40도까지 올라갔다고요
우리 애 잘못되면 어떡해요? 예?
지금 봐 주세요, 빨리요
네, 저희가 바로 봐 드릴 테니까 잠깐만 밖에…
(여자11) 아, 언제, 지금 봐 달라니까!
(광현) 닥터 김?
[여자11의 거친 숨소리]
김 선생 맞지?
[의료 기기 작동음]
제가 잘 못 들었어요
어느 과라고요?
소아과
(광현) 김하은이라고 내 고등학교 후배
지금은 재안병원 소아과 펠로우 2년 차
[차분한 음악] 둘째 낳고 육아 휴직 중인 걸로 아는데
집이 우리 병원 앞이었구나
참
[정원이 피식 웃는다]
[웃음]
[부드러운 음악]
[피식 웃는다]
[버튼 조작음]
[피식 웃는다]
(정원) 줘
[정원의 힘주는 신음]
[안전벨트 조작음]
[자동차 시동음]
가자
[부드러운 음악이 연주된다]
(정원) ♪ 나의 정원을 본 적이 있을까 ♪
♪ 국화와 장미, 예쁜 사루비아가 ♪
♪ 끝없이 피어 있는 ♪
♪ 언제든 그 문은 열려 있고 ♪
♪ 그 향기는 널 부르고 있음을 ♪
♪ 넌 알고 있는지 ♪
(익준) ♪ 나의 어릴 적 내 꿈만큼이나 ♪
♪ 아름다운 가을 하늘이랑 ♪
[익준의 애드리브]
(정원) ♪ 네가 그것들과 손잡고 ♪
♪ 고요한 달빛으로 내게 오면 ♪
♪ 내 여린 마음으로 피워 낸 나의 사랑을 ♪
♪ 너에게 꺾어 줄게 ♪
[부드러운 음악이 계속 연주된다]
[한숨]
(정원) ♪ 나의 어릴 적 내 꿈만큼이나 ♪
♪ 아름다운 가을 하늘이랑 ♪
[정원의 애드리브]
(익준) ♪ 네가 그것들과 손잡고 ♪
♪ 고요한 달빛으로 내게 오면 ♪
♪ 내 여린 마음으로 피워 낸 나의 사랑을 ♪
♪ 너에게 꺾어 줄게 ♪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남자6) 장겨울 씨 핸드폰인가요?
(겨울) 네, 맞는데요
(남자6) 조순영 씨 따님 되시죠?
[겨울의 당황한 숨소리]
(겨울) 네
(남자6) 광주 수한대병원 응급실인데요 어머니가 많이 다치셨습니다
지금 빨리 와 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당황한 숨소리]
지금 수술 바로 들어가야 하는데 구두로 동의받아도 될까요?
[의미심장한 음악] 수술이요?
[로사의 한숨]
[도어 록 오류음]
[도어 록 오류음]
뭐였지? 뭐였더라?
[로사의 다급한 신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로사) 아, 나 진짜 왜 이러냐, 하
[거친 숨소리]
[도어 록 오류음]
[답답한 신음]
[도어 록 오류음]
[거친 숨소리]
[도어 록 오류음] [답답한 신음]
[도어 록 오류음]
[한숨]
술 한잔 안 하고 밥만 먹고 헤어지는 이렇게 건전한 동창회는
(익준) 살다 살다 처음이다
[피식 웃으며] 그러게 안 피곤하고 좋네, 뭐
[휴대전화 벨 소리]
[버튼 조작음] 어, 우주야 아빠 집에 들어가는 길이야
(익준) 아빠 보고 싶어도 좀만 참아
(우주) 아빠, 치킨 치킨 먹고 싶사옵니다
[함께 웃는다]
(익준) 예, 아빠가 바로 주문하겠습니다
(익순) 우주야, 고모 좀 바꿔 줘
오빠, 들어오는 길이야?
그럼 집 앞에 포장마차 있거든?
[잔잔한 음악] 거기서 불짜장 하나만 포장해 와
아, 그 집은 배달이 안 돼
오빠, 까먹지 말고 꼭, 알았지?
어, 알았어, 사 갈게, 끊어
[버튼 조작음] [통화 종료음]
[부드러운 음악]
(겨울) 교수님, 겨울이예요
갑자기 광주에 내려가게 됐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지금은 통화가 힘들어요
나중에
나중에 다 말씀드릴게요
[한숨]
정말 죄송합니다
[리드미컬한 음악]
[부드러운 음악]
밥은 먹었어?
교수님, 연락 자주 못 드릴 수 있어요
문자도 답장 바로 못 할 수 있고요
죄송합니다
차 돌립시다, 양평으로 갈게요
좀 됐어, 깜빡깜빡하고 정신없는 거
나 왜 이러니?
점점 심해져, 어떡해?
하, 어떻게 자식이 돼서 모를 수가 있냐?
송화야, 많이 안 좋은 거지?
그래도 아주 잠깐 현실 도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하루하루를 화양연화로 살아
[밝은 음악] 오랜만에 설악산 가고 싶긴 하다
안 간 지 한 20년 넘었지, 우리?
설마 우리 공룡능선 가는 건 아니지?
다음 주 화요일 휴가 냈다며?
응, 엄마 생일
민하야, 너한테는 아직 한 번의 고백이 남아 있어
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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