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2.8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오늘 늦는다 그러지 않았나?
그렇게 됐어
동창회라더니?
일찍 끝났어
[정원의 한숨]
너 무슨 일 있어?
[피식하며] 없어, 무슨 일은
너 뭔 일 있어?
없어
[잔잔한 음악]
씻는다
(정원) 응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통화 연결음]
[한숨]
[캔을 달칵 딴다]
[정원의 한숨]
[풀벌레 울음]
[한숨]
[로사가 흐느낀다]
[밝은 음악]
[힘주는 신음]
이게 다 뭐냐?
달걀, 계란, 에그
(익순) 닭의 자식
오빠 먹어
운동 다시 시작했어?
응, 근육 만드는 중이야
무리하지 말지 말입니다
제 몸은 제가 알아서 하지 말입니다
하루에 계란을 한 판씩 먹어 대면은
근육이 아니라 방귀만 만들어지지 말입니다
제 방귀는 국가 1급 기밀이지 말입니다 [비장한 음악]
유사시
설마 아니겠지?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화생방 무기로…
야, 야, 야
어디 '쇼 비디오 자키' 때 유머를 하고 있어
진짜야
(익순) 진짜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준) 너 우주한테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마
안 가르쳐, 나 바빠
- (우주) 아빠 - (익준) 응?
나 봐 봐
[발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닭 울음 효과음]
(익순) 어, 우주야 어, 유치원 버스 왔나 보다, 가자
이모님
이모님, 우주 출근…
[문이 달칵 열린다] [익순이 웅얼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문이 달칵 닫힌다]
(익준) 정지 화면 아닙니다
(익준) 양재까지 뭐 타고 가?
(익순) 뭐 타긴, 지하철이지
음악 듣고 가면 금방 가
참, 오빠, 나 다다음 주에 또 올라와
교육 한 번 더 남았어
(익준) KTX 타
(익순) 고속버스가 편해, 불도 꺼 주고
그리고 다음엔 평일에 일 끝나고 오는 거라
어차피 KTX는 시간이 안 돼
심야 우등 타면 돼
가실까요, 의사 선생님?
역까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익준) 아, 그럴까요?
자, 가시죠, 방귀 소령님
[익순이 피식 웃는다] [발랄한 음악]
(익준) 너 계란 적당히 먹어
뭐든지 과하면 안 좋은 거야
(익순) 알아
(익준) [힘주며] 요즘엔 열 안 나?
(익순) 응, 괜찮아
열나도 약 먹으면 바로 내려가
걱정 좀 그만해
(익준) 아이, 아유, 야 걱정 좀 그만 시켜
[문이 달칵 열린다] [익순의 웃음]
[휴대전화 벨 소리]
(준완) 어
(창민) 교수님, 내과 통해 연락받은 응급 환자입니다
61세 남자, 작년 2월 우리 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 받은 환자로
초음파상 대동맥 판막에 심내막염이 의심되면서 AR 있습니다
(준완) 로비야, ER로 바로 갈게
[사람들이 대화한다]
(재학) 어? 교, 교수님!
- (석민) 아유 - (재학) 교수님!
(석민) 못 보셨어요
아, 그렇게 교수님이 반가우세요?
(재학) 어, 나, 아유 김준완 교수님 너무 사랑스러워
이, 이, 이렇, 이렇게… [사람들의 웃음]
(선빈) ER 콜 받고 가시는 거 같은데?
(재학) 어, 뭐, 수술이면 5분 안에 전화 올 거고
아니면 창민이랑 해결하실 거야
추민하 선생, 아침에 한가한가 봐?
드래건 커플이랑 편의점 쇼핑을 다 하고
(민하) 저 오늘 또 당직이에요
머리는 못 감아도 양치는 해야죠
치약 떨어져서 치약 사러 가요
그리고 저 10분 뒤에 콘퍼런스 있습니다
하나도 안 한가해요
- (선빈) 근데 추민하 선생님 - (민하) 응?
(선빈) 오늘 메이크업의 테마는 뭐예요?
[민하가 살짝 웃는다]
(민하) 봄 웜톤 메이크업이요
(선빈) 뭔 톤이요?
봄 웜톤
(선빈) 아 [웃음]
제 퍼스널 컬러가 박보영 씨와 같은 봄 웜톤이더라고요
(석민) 박보검?
박보영이요
봄 웜톤의 대명사 박보영
- (재학) 추민하 선생 - (민하) 응?
봄 웜톤 아니야
아니에요, 맞아요
내가 보기엔, 어…
봄 개그 톤이에요
[석민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석민의 헛기침]
- (석민) 어, 저희는… - (선빈) 시간이 없어서
(석민) 예, 먼저, 예 [휴대전화 벨 소리]
[민하의 어색한 웃음]
네, 선생님
네, 제가 지금 가서 확인할게요, 네
[통화 종료음]
(민하) 선생님, 진짜 너무
웃겨요
[웃음] [발랄한 음악]
화가 나오려다가 쏙 들어갔어요
아, 진짜 짱 웃겨, 웬일이야
저 병동 콜 와서 가요, 예 [재학의 웃음]
(재학) 어, 안녕
[웃음]
(정원) 어…
MRI 결과 확인해 봤는데 다행히 까다로운 타입은 아니네요
예정대로 다음 주에 수술 진행하면 될 거 같습니다
(여자1) 아, 네
어, 저기
수술은 교수님이 직접 하시죠?
(정원) 아, 네 당연히 수술은 제가 직접 합니다
[정원의 웃음]
이 병원에 저 말고 소아 수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요
[정원의 웃음] 아, 네
- (아이) 엄마 - (여자1) 어
(여자1) 그, 수술은 몇 시에 하나요?
수술 시간을 아직 못 들었어요
(정원) 아, 수술 시간은 전날에나 알 수 있어요
다음 주에 입원하시면 주치의 통해서 알려 드릴게요
아, 맞다, 맞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어, 어…
[여자1이 중얼거린다]
어머니, 저 주세요
[여자1의 멋쩍은 신음]
[정원의 웃음]
(여자1) 죄송합니다, 교수님
담관도 생전 처음 듣는데
애 장까지 건드리는 수술이라고 하니까 너무 걱정이 돼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라도 우리 애 큰 수술 받는다고 하면
걱정돼서 이것저것 막 물어볼 거 같아요
[정원이 살짝 웃는다]
(정원) 자, 1번, 2번은 대답해 드렸고
아, 3번
수술하고 퇴원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려요
4번
아, 흉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5번
아, 수술만 잘되면
[잔잔한 음악] 이건 재발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아프지 않은 보통 아이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학교생활할 수 있습니다
[여자1이 살짝 웃는다]
6번
아, 태권도는 수술하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나면
그 뒤부턴 할 수 있어요
물론 격한 동작은 좀 조심하셔야 되고요
(여자1) 아, 네
(정원) 어, 7번
[남자1의 가쁜 숨소리] [의료 기기 작동음]
[남자1의 힘겨운 신음]
장종길 씨 보호자분, 교수님 뵐게요
(남자2) 아, 예
아, 엄만 여기 계세요, 아버지랑
응, 아버지 보고 계셔
[준완의 한숨]
(남자2) 교수님
(준완) 아, 네
저희가 예상했던 대로 심내막염은 맞는 것 같고요
아버님은 대동맥 판막 쪽에 염증이 생긴 것 같습니다
왜 생긴 건가요?
(준완) 어, 면역 억제제를 쓰고 있으니 심내막염이 더 생길 수 있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원인이라고 얘기하긴 어렵습니다
심내막염은 면역 억제제를 안 쓰시는 분에게도 생길 수가 있어요
수, 수술해야 하나요?
네, 수술하셔야 됩니다
[무거운 음악]
[한숨]
(준완) 일단 대동맥 판막에 염증이 생기면서
판막이 녹아내려 판막이 잘 닫히지 않고 피가 샙니다
대동맥 판막 역류라고 하는데
심장에서 전신으로 뿜어낸 혈액이
나갔다가 자꾸 되돌아와 맴도는 겁니다
그래서 저렇게 숨이 차신 거고요
또 균 덩어리가 판막에 붙어 있어서
이게 언제 떨어져 나갈지 모릅니다
균 덩어리가 날아가서 뇌 쪽 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올 수도 있고요
항생제는 시작했지만 수술은 서두르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 내일 오전 외래만 있어서
내일 오후나 저녁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남자2) 예
(준완) 자세한 건 오늘 입원하시면 주치의 선생님이 다시 설명드릴 겁니다
예, 감사합니다, 교수님
(준완) 어, 그래도 응급실에 빨리 잘 오셨어요
목포에서 올라오신 건가요? 저렇게 힘드신데
아, 아니요
다행히 오늘 저희 간 이식해 주신 교수님 외래가 있어 가지고
어젯밤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율제병원이 저희 아버지 두 번 살리네요
여하튼 진짜 저희 아버지 잘 좀 부탁드립니다, 교수님
(준완) 네, 그럼
랩 빠진 거 없는지 잘 챙기고 마취과랑 간담췌외과 컨설트 내
(창민) 네, 교수님
(익준) 어, 그럼 저희는 3개월 뒤에 볼게요
(남자3) 3개월 뒤…
4개월 뒤에는 안 될까요?
씁, 음, 그럼
3.5개월 뒤에 뵐까요?
[웃음]
네, 감사합니다
(익준) 이번엔 14주 뒤에 뵙고
결과들 봐서 별 이상 없으면 그때는 4개월로 늘려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교수님
그럼
(남자3) 안녕히 계세요
[익준이 숨을 들이켠다]
어허, 밥 먹고 합시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어? 저는 점심 약속이 있어서…
허, 참, 참, 참 저도 약속 있거든요?
[흥미로운 음악]
- (익준) 맛있게 드세요 - (해성) 네
(석형) 양수량이 경계성이기 때문에 검사를 하긴 했는데
지금 현재는 괜찮은 걸로 보시면 될 것 같고요
어, 특히 예정일쯤에는
양수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경계성인 상태에서는 일주일 후가 아니고
한 삼사일 정도 있다가
다시 한번 양수량을 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오늘이 월요일이잖아요
어, 금요일 날 다시 양수량 체크하는 걸로 할게요
(여자2) 네, 교수님
(석형) 그리고 아까 태동이 좋다고 하셨죠?
혹시 태동이 10에서 5로 줄면은 언제든지 병원으로 오셔야 돼요
잘 놀면 금요일에 보는 걸로 할게요
(여자2) [살짝 웃으며] 네
금요일에 꼭 뵙고 싶네요
네, 저도요
교수님, 그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석형) 네
[여자2의 힘주는 신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오전 마지막 분이셨죠? [문이 스르륵 닫힌다]
(선진) 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밥 먹으러 가요
(선진) 교수님, 같이 드실래요?
아니요, 아니요, 저는 약속이 있어서
[휴대전화 알림음]
[흥미로운 음악]
(석형) 식사 맛있게들 하세요
(선진) 네
[휴대전화 벨 소리]
(준완) 어, 간다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벨 소리]
(정원) 괜찮아? 잘 있어?
[정원의 한숨]
얼마나 걱정했는데
(겨울) 죄송해요, 교수님 정신이 없었어요
[정원의 한숨] 저 잘 있어요
점심은 드셨어요?
(정원) 겨울아, 잠깐만, 끊지 마
(정원) 목소리 들으니깐 안심이 좀 되네
정말 별일 없는 거지?
(겨울) 네, 괜찮아요
엄마가 좀 아프셨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어디가 아프신데? 우리 병원으로 모시고 와
(겨울) 어, 넘어지셨는데 잘못 넘어지셨어요
갈비뼈랑 몇 군데 골절이 돼서…
어떻게 넘어지셨는데 갈비뼈가 부러져?
또 어디가 골절이신데?
지금 광주 어느 병원이야?
담당 교수가 누구지?
내가 내려갈까?
[겨울이 살짝 웃는다]
(겨울) 광주에서 제일 큰 병원에 계시고
봐 주시는 교수님도 너무 좋으세요
그리고 교수님이 어떻게 내려와요
이번 주 수술 스케줄 엄청 많으시던데
[한숨]
밥은 먹었어?
(겨울) 네, 엄마하고 병원 밥 먹었어요
잠은? 잠도 병원에서 자는 거야?
(겨울) 네, 남동생하고 번갈아 가면서 병원에서 자요
[한숨] 교수님
(정원) 응
(겨울) 연락 자주 못 드릴 수 있어요
문자도 답장 바로 못 할 수 있고요
괜찮아, 오늘 목소리 들었으니까 됐어
난 괜찮으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엄마 잘 보살펴 드려
(겨울) 네, 죄송합니다
별게 다 죄송하다
겨울이 고생하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네 [잔잔한 음악]
겨울아, 내가 문자하는 건 괜찮아?
답장 안 해도 돼
그것도 부담되면 안 하고
난 다 괜찮으니까 편하게 생각하고 편하게 얘기해
(겨울) 언제든지요
교수님 문자 보면 그래도 아주 잠깐
현실 도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알았어
자주는 안 하고 하루에 한 번씩만 할게
(정원) 겨울아
정말 별일 없는 거지?
(겨울) 네, 괜찮습니다 아무 일 없어요
교수님, 엄마가 찾아요 또 전화드릴게요
(정원) 어
[통화 종료음]
[한숨]
[헛웃음]
[준완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뭐야, 1인당 한 통씩이야? 누가 이렇게 시켰어?
누구겠어, 네 친구 먹깨비 원이 시켰지
(준완) 아니, 하나, 둘, 셋, 넷
아, 네 통을 누가 다 먹어? [문이 달칵 열린다]
[석형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우리 말고 누가 또 와?
안 와, 안 와, 어, 와
이거 우리 다, 우리 이거 다 우리 거야
(익준) 진짜
야, 근데 나름 포트폴리오를 하셨네, 어?
착한 정원이를 위해서 착한 맛
어, 먹깨비 원, 투용으로 매운맛
너랑 나 같은 머글들을 위한 초보 맛
구성이 좋아
머글이 뭐야?
[신비로운 음악]
[익준의 한숨]
(익준) 너도 몰라?
- '닥쳐, 말포이' - (익준) 응
[익준이 피식 웃는다]
말포이는 누구야?
아, 말포이가 머글이야?
(석형) 너 정말 몰라?
뭐, 들어는 본 거 같은데?
(익준) 하, 김준완 진짜 지금 어느 세계에 살고 있는 거야?
어느 세계에 살긴 최첨단 21세기에 살고 있지
그래서 말포이가 누구야?
하, 이번에 새로 오신 부원장님
(익준) 그래서 들어 봤을 거야 [옅은 탄성]
성은 마, 이름은 포이
거짓말
(석형) 하, 너도 참 못됐다
모를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애를 놀리냐, 놀리기는, 쯧
신인 그룹
[강렬한 음악]
새로 나온 보이 밴드
[날렵한 입소리를 낸다]
[석형의 추임새]
이 새끼들이
[준완의 성난 신음]
[준완의 간지러워하는 신음]
(석형) 넌 어떻게 그 영화를 안 볼 수가 있냐?
희귀하다, 희귀해
(익준) 이 새끼 히어로 영화만 보잖아
(석형) 해리도 히어로야
(익준) 넌 영화 좀 그만 보고
난 착한 맛
(익준) 그래, 넌 착하니까 착한 맛
겨울이는 별일 없는 거지?
어, 괜찮아, 좀 전에 통화했어
목소리는 좋아
왜, 장겨울 선생 어디 아파?
(정원) 아니, 집에 일이 좀 있어서 목요일까지 휴가 냈어
(익준) 과장님이 그래도 오케이해 주셨네
이번 주에 수술 많아서 안 된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세혁이도 없고
알고 보니까 겨울이가 그동안 휴가를 거의 안 썼더라고
과장님도 겨울이니까 그러라고 하셨고
금요일 아침 일찍 출근하겠다고 했대
그러니까 바로 오케이
(정원) 금요일에 수술이 많거든
(준완) 이래서 사람은 평소 이미지가 중요해
근데 이 방 주인은 왜 아직도 안 와?
송화 오늘 수술 있어?
오늘 월요일이잖아
(석형) 논문 봐 주는 날인가?
논문은 목요일, 오늘은 랩 미팅
국책 연구 과제 맡았다고 하더니 시작했구나?
(익준) 어, 아유, 올 때가 됐는데
(정원) 야, 송화 논문 몇 명이나 봐 줘?
드래건, 허선빈 전공의 연차별로 두 명씩 여덟 명
그리고 임상 조교수 한 명, 총 열한 명
[함께 놀란다]
[정원의 탄성]
1인당 30분씩 해서 매주 목요일 날 릴레이로 봐 주고 있어
아니, 걔는 그거 언제 다 봐 주니?
어? 귀신 아니야, 귀신?
NS의 모든 펠로우와 전공의들 논문 교신 저자가
채송화라는 소문이 있어
[송화의 가쁜 숨소리]
(송화) 나 혼자 한 통 다 먹을 거야
[새가 지저귀는 효과음] 그렇게 알아
[익살스러운 음악] (익준) 어, 알았어, 어, 알았… 어, 알았으니까 얼른 와서 먹어
[살짝 웃는다] [문을 툭 찬다]
[익준이 양치질한다]
[정원의 힘주는 신음]
[석형의 하품]
(석형) 나 곧 외래 시작이다
[코를 훌쩍이며] 간다
정원아, 나 저녁에 시간 돼
안정원이 사는 건데 무조건 얻어먹어야지
[물이 솨 나온다]
[석형의 힘주는 신음]
간다
(정원) [피식 웃으며] 어, 가 [물이 뚝 멈춘다]
[익준이 물을 울걱거린다]
[익준이 물을 퉤 뱉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나도 시간 돼
[문이 달칵 닫힌다] [티슈를 쓱 뽑는다]
야, 안정원, 야, 넌, 참
야, 한 달에 고기 한 번은 좀 야, 좀 심하지 않냐?
(익준) 어? 얘들아
아니, 너 인간적으로 우리가
야, VIP 병동에 들이는 시간
또 뭐, 노력 이런 것들을 생각해 봐, 너희들도
그러면, 야, 일주일에 한 번은 뭐,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
이런, 내 말은 이런 말인데
너 늦었어
[뻐꾸기시계 효과음] (익준) 간다
[의료 기구가 달그락거린다]
(간호사1) 응급실에서 산모 몇 시에 온다 그랬지?
(간호사2) 지금 바로 올라온다고 했어요
(간호사1) 음, 그럼 내가 받을 테니까 두 사람 먼저 밥 먹고 와
아니에요, 같이 가요, 선생님
같이 못 가요
시간 될 때 되는 사람부터 먼저 밥 먹고 오세요
아, 빨리들 가세요
(함께) 네
(간호사2) 가요
[문이 스르륵 열린다]
- (간호사2) 안녕하세요 - (홍도) 어? 아이스크림 드세요
(간호사2) 저희 밥부터 먹고 올게요
(윤희) 아
(승주) 웬 아이스크림?
(윤희) 저녁 전 애피타이저요 홍도가 샀어요
(승주) 아, 어유, 잘 먹을게요
근데 오늘 무슨 날이에요?
(홍도) 아니요 저 맨날 얻어만 먹어서요
[승주의 웃음]
(민하) 데자뷔, 데자뷔
데자뷔, 데자뷔
또 우리 셋이 당직이야
[민하의 탄성]
선생님 오늘 스테이션 너무 조용한데요?
다들 어디 가셨어요?
(승주) 식사하러
우린 늦게 먹자
(민하) 음, 네 식당에 사람 좀 빠지면 먹어요
선생님, 이건 완전 제 촉인데요
오늘 밤은 이대로 계속 고요할 거 같지 않나요?
(승주) [피식 웃으며] 그럼 좋지
왠지 아무런 콜도 없는
응급 콜도 없고 산모분 콜도 없는
어, 역대급 잔잔잔한 밤이 될 거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든단 말이에요
선생님도 환자 타는 징크스 그런 거 있어요?
(민하) 나?
으응, 난 그런 건 없어
있다면 뭐, 족보에도 나와 있는 아주 전통적인 징크스, 그 정도?
(윤희) 그게 뭔데요?
(민하) 너희들 몰라?
아래 연차가 돈 주고 산 과자나 음식 그거 하나라도 먹으면
그날 당직에 환자가 우수수수수수
하늘에서 환자가 우수수수수수 내리잖아
그렇죠, 선생님?
[긴장되는 음악]
홍도야
이거 혹시
네가 산 거야?
네 돈 주고 네가 산 거야?
어떡해요, 선생님
(홍도) 네
야, 너 빨리 계좌 번호 불러
내가 바로 도, 도, 도, 돈 보낼게 빨리, 빨리, 빨리
(홍도) 어, 어, 어, 뭐더라? [민하의 다급한 신음]
아, 빨리빨리
[전화벨이 울린다] [놀란 신음]
네, 산부인과 병동입니다
(간호사3) 여기 맑음산부인과인데요 환자 트랜스퍼 좀 보내려고요
PPH입니다
당직 선생님 연결시켜 드릴게요
네, 전화 바꿨습니다
(간호사3) 저, 산모 한 분 보내도 될까요? 급합니다
아기가 좀 큰 편이었지만 급속 분만 된 편이고요
자궁 수축 안 좋고
써빅스 라세레이션이 있어서 수처도 했는데
전반적으로 출혈이 심합니다
[기적 효과음]
(승주) 다행히 양석형 교수님이 아직 병원에 계셨네
(민하) 네, 외래가 항상 늦게 끝나거든요
상담을 엄청 길게 하세요
(간호사1) 오늘 당직 교수님이 한슬기 교수님? [키보드 조작음]
(민하) 네, 부인과시라서 산모 상황 들으시고는
바로 양석형 교수님한테 부탁하셨어요
양 교수님 외래는 끝나셨대? 올 수 있으시대?
네, 한 분 남으셨다고 오실 수 있으시대요
[휴대전화 벨 소리] (민하) 어?
- 네 - (소예) 응급실인데요
(소예) 말씀하셨던 산모 도착해서요 지금 내려오시면 될 거 같아요
(민하) 네, 내려가겠습니다
[의료 기기 작동음]
- (광현) 추민하 쌤, 저쪽 - (민하) 네
[긴장되는 음악]
[민하의 다급한 신음]
[커튼이 쓱 닫힌다] [의료 기구가 달그락거린다]
선생님, 초음파 준비해 주세요
(희수) 네
[통화 연결음]
[민하의 한숨] (석형) 네
(민하) 네, 교수님 아직 초음파는 못 봤는데요
28세 프리미인데 개인 병원에서 급속 분만 했다고 하고
써빅스 라세레이션이 있어서 수처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푼더스는 펌하긴 한데 로워 세그먼트 수축이 좋지 않습니다
바이털 언스테이블하고
스페큘럼 봤더니 블리딩 양이 꽤 됩니다
환자는 이미 드라우지한 상태입니다
엠볼리로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석형) 잠시만요
- (여자3) 네, 네 - (석형) 네
라세레이션이 심했다는 거야?
초음파 볼 때 혹시 복강 뒤쪽으로도 피 고여 있는지 한번 봐 봐
써빅스 라세레이션 있으니까
이런 환자는 가끔 로워 세그 쪽으로도 라세레이션 있을 수도 있어서
레트로페리토니움 헤마토마 있을 수도 있으니까 잘 봐야 돼
(석형) 아, 그리고 민하야 초음파에서 잘 안 보일 수도 있어
CT 찍을 수 있으면 빨리 찍어
(민하) 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교수님, 빨리 가세요
(석형) 네, 산모분 마무리는 하고요
[의료 기기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석형) 산모 바이털은요? 펄스가 몇 회죠?
(마취과 의사) 73에 47이고 펄스는 128회
(석형) 헤모글로빈은?
(민하) 팩RBC 네 개 수혈하고
마지막 들어오기 전에 CBC 돌렸는데 헤모글로빈 5.4였습니다
(석형) 플레이트렛은?
DIC 심한 거 아니야?
(민하) 5만입니다
(석형) 초음파 소견은 어때?
복강 내 출혈 있어?
(민하) 잘 안 보였습니다
(석형) 레트로페리토니움은 어떤데?
(민하) 헤마토마 5 곱하기 6cm 정도 고여 있는 거로 의심됩니다
(석형) 자궁 저 아래가 찢어졌네
저기 혈관이 나간 거 같다
(마취과 의사) 피 많이 나고 있나 보다
지금 환자 BP 더 떨어졌어
- (석형) 옥시토신 들어가고 있죠? - (마취과 의사) 어
(민하) 히스테릭토미 준비할까요?
[석형의 한숨]
(석형) 이분 초산이라고 했지?
(민하) 네
(석형) 여기 한 번 더 수처해 보자
한 번만 더 잡아 보고
안 되면 떼자
(민하) 네
(석형) 앨리스 주시고 수처할 거 주세요
[의료 기기 작동음]
(석형) 하,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함께) 수고하셨습니다
(마취과 의사) 양 교수, 고생했어 스킨까지 마무리하고
초스피드로 했다, 초스피드로 했어
(석형) 환자 상태가 언스테이블해서
제가 빨리하는 게 환자한테 좋을 거 같아서요
모두 수고들 하셨습니다
어, 윤희야, 이 환자분 오늘은 ICU에서 보자
ICU 어레인지하고 환자 도착하면 연락해
(윤희) 네
(석형) 민하야, 남편분 밖에 계시지?
(민하) 네
[버튼 조작음]
(민하) 교수님, 진짜 너무 다행이에요
(석형) 뭐가?
(민하) 만약에 자궁 적출했으면 남편분 어떻게 봐요
[민하의 한숨]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을 해도
이해 잘 못하시고 난리 치셨을 텐데 정말 다행입니다
안 그러셨을 거야
충분히 이해하셨을 거고 괜찮다고 하셨을 거야
(석형) 자기 와이프고 자기 가족이야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우리보다 더 많이 생각하셨을 거야
네
남편분도 아시지 않을까?
어, 자궁을 살리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산모의 목숨을 살리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는 걸
(민하) 네, 죄송합니다
[버튼 조작음]
[민하의 한숨]
[남자4와 여자4의 초조한 숨소리]
(남자4) 아, 선생님, 저기 수술, 수술 잘 끝난 거죠?
저희 와이프 괜찮은 거죠?
네, 수술 잘 끝났습니다
[여자4의 안도하는 숨소리] (남자4)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잔잔한 음악] 아기 머리가 내려오면서
자궁 하부 쪽으로 열상 되면서 혈관이 터진 곳이 있어서
그 부분을 꿰매고 지혈했고요
더 이상 피 안 나는 거 확인했고
혈압, 맥박도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거 확인하고 나왔습니다
(석형) 어쨌든 피를 많이 흘렸기 때문에
오늘 하루는 중환자실에서 볼 예정입니다
그래도 개인 병원에서 빨리 전원해 주셔서 잘된 거예요
개인 병원에서 대처를 잘해 주셨습니다
- (남자4) 아, 예, 감사합니다 - (여자4) 감사합니다
- (남자4) 감사합니다, 교수님 - (여자4) 감사합니다, 교수님
(석형) 급속 분만을 하면 써빅스
자궁 경관이 천천히 열려야 하는데
갑자기 확 열리면
써빅스가 찢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산모분도 로워 세그라고 해서
자궁 하부, 자궁 아래까지 파열이 돼서 출혈이 심했었고요
수술 중간에 피가 많이 났고 혈압이 많이 떨어져서
자궁 적출까지 고려하고 준비를 했었는데
다행히 출혈이 잡혀서 자궁은 살리고 나왔습니다
아닙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데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저는 자궁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남자4) 우리 와이프만 건강하다면 전 그것만으로 충분하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교수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면회는 그럼 언제쯤 정도…
아, 환자 중환자실로 바로 옮길 거고요
정리되면 그때 가능할 겁니다
- (남자4) 예, 감사합니다 - 예, 그럼
- (여자4) 아휴, 감사합니다 - (남자4) 네, 감사합니다
(여자4와 남자4)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남자4의 가쁜 숨소리] [여자4의 벅찬 숨소리]
(민하) 하, 교수님, 죄송합니다
저는 왜 이렇게 편협할까요?
실력만 부족한 게 아니라 인성도 부족합니다
[석형이 피식 웃는다]
(석형)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지
오늘 일로 인성까지 끌고 오는 건 좀 오버 아니니?
(민하) 죄송합니다
괜찮아
경험
이렇게 환자 입장에서
환자 가족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것도 다 경험이야
다음부터 그러지 마
[밝은 음악] 다음에 안 그러면 돼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나 저녁 약속 늦어서 간다
- 고생해라 - (민하) 네
[석형의 다급한 숨소리]
진짜, 맨날 진짜…
[멀리서 개가 짖는다]
[냉장고가 탁 닫힌다]
[한숨]
(종수) 로사야, 김치냉장고 바꿔야겠다
아, 냉기가 하나도 없어
그냥 서랍이다, 서랍, 아이고
뭘 바꿔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산다고
지금 바꿔서 몇 년이나 쓴다고 바꿔
괜찮아
아, 도어 록 비밀번호 잊어버리는 사람 꽤 있어
잊어, 응?
이런 건 빨리 잊어
종수야, 나
치매 같아
[무거운 음악]
무서워서 병원을 못 가겠어
아, 치매는 무슨
아, 그게 그렇게 갑자기 와?
[한숨]
좀 됐어, 깜빡깜빡하고 정신없는 거
지난주에
차 타고 시내 약국에 갔는데
[헛웃음]
집에 오는데
갑자기 길을 모르겠는 거야
매일 다니던 길이야
눈 감고도 다니던 길
근데
갑자기 하나도 생각이 안 나는 거야
내비 켜고 겨우 왔어
아, 나 왜 이러니? 점점 심해져
어떡해?
병원에 한번 가서 검사받아 보자
(로사) 율제 말고 다른 병원 갈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 자식이 의사인데 자식 망신시킬 일 있어?
그리고 야, 나중에 정원이가 알아 봐라
야, 그 착한 정원이 눈에 눈물이 뚝뚝 할 거다
[한숨]
그, 내가 주전자 통해서 예약 잡을게
너는 얼른 정원이한테 얘기해
아직 날짜 잡지 마
[헛기침]
정원이한테도 말하지 말고
[한숨]
얘기할게
정원이한테도 얘기하고 병원에도 갈 거야
근데 나
며칠만 생각할 시간을 좀 줘
알았어
며칠은 내가 봐준다
며칠만 생각해 보고
그래, 일주일
일주일만 딱 생각해 보고 일주일 후에는 나랑 같이 병원에 가자
(종수) 알았지?
(로사) 알았어
[로사의 한숨] (종수) 얼른 밥 먹어, 응?
야, 이, 무슨 국이야, 이거?
무슨 국이긴 네가 좋아하는 된장국이지
무청 있어서 시래기 만들어서 넣었어
맛있어?
어, 맛있어
이야, 두 그릇 각이다, 야
[웃음]
야, 근데 로사야
너 그거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
뭐?
네가 청춘을 바쳤던 거
[헛웃음 치며] 이 나이에?
아니, 이 나이가 어때서?
아, 뭐든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구먼
다 늙어서 무슨
남들이 뭐라 그래
뭔 상관이야?
(종수) 아, 그리고, 아, 누가 그걸로 뭐, 대학을 가래? 취직을 하래?
그냥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남 신경은 왜 써?
이 나이에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면 보기 흉해
남들이 욕해
곱게 늙어야지, 싫어, 안 해
[헛기침]
[힘주는 신음]
더 줘?
어, 나 밥 말아 먹을래
그릇 큰 거에 줘라, 응
(종수) 아니야, 아니야 됐어, 됐어, 됐어
내가 갖고 올게
[잔잔한 음악]
(로사) 아래 찬장에 있어
(종수) 알아요
[로사의 한숨] [찬장이 달칵 열린다]
[흥미로운 음악]
(익준) 어이, 먹깨비들
(준완과 송화) 왜?
(익준) 아니, 불판을 그렇게 뚫어져라 보면
이분이 얼마나 부담스러우시겠어
아, 너희들 부끄럽게 자꾸 이럴 거야?
와, 대답도 안 하네
괜찮습니다
김치도 같이 구워 드릴게요
[준완과 송화의 탄성]
(정원) 석형이 어디래?
(익준) 아, 거의 다 왔대
응급 수술이 있었대
(정원) 그래?
다 모이면 얘기해야겠다
(송화) 저거 내 거
내 거야
내 거야, 내가 아까부터 보고 있었어
[돼지 울음 효과음]
[문이 덜컹 여닫힌다] (석형) 예, 어
다 익었어?
(익준) 야, 빨리 와, 야, 빨리 앉아
(석형) 아, 너무 배고프다
[흥미로운 음악]
[석형이 입바람을 후 분다]
[석형의 뜨거워하는 숨소리]
어?
맛있어
(준완과 송화) 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징 소리 효과음]
[준완과 송화의 힘겨운 숨소리]
(익준) 시간이 될까?
(정원) 미리 시간 빼면 그래도 1박 2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오랜만에 설악산 가고 싶긴 하다
안 간 지 한 20년 넘었지, 우리?
난 속초에 있을 때 몇 번 갔어
여전히 좋아
나도 시간 미리 빼면 1박 2일은 가능할 거 같은데
근데 안정원
설마 우리 공룡능선 가는 건 아니지?
- (송화) 미쳤어, 거길 어떻게 가 - (익준) 이 새끼가
- (석형) 두부전골집 말하는 거지? - (익준) 입구에 있는 거
공룡능선
[손가락을 탁 튀기며] 그거 좋은 생각인데? [익살스러운 음악]
어떻게, 이번에 한번 도전해 봐?
(함께) 야!
- (준완) 미친, 야, 별, 가! 일어나! - (익준) 나 배고픈데 나 진짜 덮어?
(정원) 그럼 대충 5월 초 정도로 알고 있어
연휴 끼워서 내가 날짜 한번 짜 볼게
(익준) 그래
아니, 그 돌판이 그렇게 마음에 들어?
(송화) 어, 완전
아, 이거 캠핑 가서 먹으면 딱 좋겠다
안 파시겠지?
[익준의 황당한 신음]
(익준) 야, 너 만약에 이거 물어보잖아?
너 진짜 최악이야
알았어, 안 물어봐
- (준완) 어유, 잘 먹었다, 안드레아 - (정원) 어
(석형) 나도 잘 먹었다
- (송화) 잘 먹었다 - (익준) 잘 먹었네
(종업원) 포장 나왔습니다
(석형) 아, 감사합니다
(종업원) 맛있게 드세요
(정원) 야, 너 언제 포장했어?
[익살스러운 음악]
(익준) 곰돌이 잘했어 [준완과 송화의 탄성]
곰돌이 잘했어
(준완) 야, 얼마나 포장했어?
(석형) 종류별로 다 시켰어
(익준) 잘했어, 곰돌이! [친구들의 웃음]
아, 사, 사장님, 사장님 [문이 덜컹 여닫힌다]
저 이거 포장이라도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집, 집에 강아지가 있어 가지고 그러는데 [개가 짖는 효과음]
[다가오는 발걸음] [익순이 피식 웃는다]
[익준의 힘주는 신음]
(익준) 누구길래 그렇게 웃으면서 문자를 해?
어, 홍 대위
홍 대위?
아, 너랑 한 부대에 있던 후배?
어, 유일하게 다시 연락하는 후배
나보고 다시 고수 모임 나오래
고수?
어, 홍 대위 고수 엄청 좋아하거든
먹는 고수
(익준) 아
(익순) 아, 깜빡했다
- 우주 굿 나이트 뽀뽀 하고 올게 - (익준) 어
[익순이 중얼거린다] [익준이 피식 웃는다]
떨어지겠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오빠, 우주 진짜 천재 아니야?
(익순) 오늘 나랑 같이 저녁 먹었는데 7살이 피타고라스를 알아
오빠가 가르쳤어?
(익준) 유치원 앞 돈가스집 이름
그 옆에 소크라테스
거기는 컵볶이집
[익순의 웃음]
아유, 나 잘게, 잘 자
[익준의 힘주는 신음]
(민하) 아유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잖아
[익살스러운 음악] 그렇지, 민하야?
너 머리는 나빠도 하지 말라는 거는 또 안 하잖아
괜찮아
교수님 크게 실망 안 하셨을 거야, 응
다른 걸 하겠지, 다른 걸 [격정적인 음악]
다른 상황이 오면 다른 또 허접한 말과 행동을 하겠지!
안 돼
넌 절대 안 돼
넌 개선의 여지가 없는 인간이야
왜냐고?
넌 엄청 미성숙한 인간이거든
[거친 숨소리]
[발랄한 음악] [웃음]
아니야, 아까 표정 봤잖아
그렇게 실망한 얼굴은 아니었어, 응
괜찮아, 아직 희망이 있어
민하야, 너한테는 아직 한 번의 고백이 남아 있어
응, 응
[문이 달칵 열린다]
선생님
(윤희) 여기 지금 혼자 계신 거 맞죠?
(민하) 응, 왜?
(윤희) 근데 분명히 제가 밖에서
여러 명이 얘기하고 싸우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최소 세 명 이상인데?
[새가 지저귀는 효과음]
(민하) 우리 윤희 많이 피곤하구나?
자, 내가 깨워 줄게
얼른 자, 응
네
[윤희의 힘겨운 신음]
[윤희의 힘겨운 신음]
[윤희가 코를 드르렁 곤다]
[민하의 시무룩한 신음]
[답답한 숨소리]
[힘주는 신음]
[한숨]
[로사의 힘주는 신음]
[힘겨운 신음]
[가쁜 숨소리]
[로사의 힘겨운 신음]
[로사의 비명] [어두운 효과음]
[로사의 아파하는 신음]
어, 일어났어?
(로사) 응
목소리가 왜 그래?
(로사) 골이 너무 아파
(종수) 응? 골이 왜 아파?
(로사) 새벽에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졌어
머리를 세게 박았는데
차 돌립시다, 양평으로 갈게요
(로사) 여보세요?
야, 오게? 아, 됐어 [한숨]
너 왜 이렇게 미련해?
잔말 말고 옷 입고 기다려
(로사) 아, 나 괜찮아
[통화 종료음]
[어두운 음악] [타이어 마찰음]
(정원) 저 지금 내려가요
이사장님은 이제 가셔도 될 것 같아요
회의 늦으셔서 어떡해요?
(종수) 만날 있는 회의 뭐, 내일 하면 되는 거고
야, 정원아, 엄마 크게 다친 거 아니야
엄마 괜찮아, 나랑 농담하면서 왔어
천천히 와, 어?
(정원) 감사합니다, 저 앞이에요
[문이 탁 닫힌다]
[의료 기기 작동음]
[정원의 한숨]
[어두운 효과음]
(광현) 송화 왔다 [정원의 한숨]
(송화) 괜찮으세요, 어머니?
팔도 다치셨어요?
(정원) 넘어지실 때 바닥 뭔가에 긁히셨나 봐
CT 봤어?
어, 지금 보고 오는 길
괜찮아? 안에 헤모리지 있는 건 아니지?
스컬 프렉처는?
헤모리지 없고 스컬 프렉처도 없으셔
(정원) 하, 다행이다
정원아, 잠깐만
(정원) 어
[한숨]
- 여기 이렇게 - (정원) 응
하이드로세팔루스가 좀 있어 보이시네
하이드로세팔루스?
(송화) CSF 순환이 좀 안돼서
여기 뇌실 주변으로 인터스티셜 이데마가 있어 보여
어머니 요즘 자주 깜빡깜빡하시고
다리 힘 빠져서 주저앉거나 하는 증상 없었어?
그러고 보니 요즘 깜빡하시는 일이 좀 많아지시긴 하셨어
얼마 전에 가장 예뻐하는 조카 결혼식도 깜빡하시고
걸음걸이도 조금 불안정했던 거 같고
어젯밤에 넘어지신 것도
아마 다리에 힘이 없으셔서 그러신 거 같아
[한숨]
입원하시고
이따 오후에 럼바 드레인 해서 CSF 좀 빼 보자
(정원) 응
CSF 빼서 심텀 좋아지면 그다음은?
상태 호전되는 거 확인하면 션트 수술이라고
뇌척수액을 배 쪽으로 빼 주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어
하, 알았어
고맙다
(정원) 너 외래 시작했지? 얼른 가 봐
(송화) 오늘 늦게 시작해, 아직 아니야
인사만 빨리 드리고 갈게
(정원) 응
[정원의 한숨]
(송화) 괜찮아
사진상으로 심하지 않으셔
만약 수술하게 되더라도
수술만 잘 받으시면 바로 좋아지실 거야
하, 어떻게 자식이 돼서 모를 수가 있냐?
주말마다 가서 뵀는데
[한숨]
(정원) 어떻게 보고도 모르니? 의사 맞니?
하, 무의촌이다, 무의촌
아, 그럴 수도 있지
'나이 드셔서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지 어디 아프셔서 그렇다고 생각하니?
(송화) 괜찮아
[정원의 한숨]
(송화) 안녕하세요
(종수) 안녕
(로사) 송화야
나
많이 안 좋은 거지?
(송화) 어…
(정원) 내가 말씀드릴게, 너 얼른 가
(로사) 아니
나 담당 의사 선생님한테 직접 듣고 싶어
송화야, 솔직하게 얘기해 줘
나 괜찮아
수두증?
네, 수두증이 의심되는데
어, 머리에 물이 차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송화) CT상으로 수두증이 의심되는데
입원을 해서 자세한 검사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럼바 드레인이라고 허리에다 바늘을 찔러서
오늘 하루 동안 뇌척수액을 어느 정도 뽑아 볼 거예요
뇌척수액을 빼고 나서 걸어 보실 건데
걸음걸이도 좋아지고 머리도 맑아진 느낌이 있으면
수두증으로 확진하고
향후 치료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겁니다
수술이 필요하실 수도 있어요
치, 치매는
아니고?
네?
치매 아니야, 엄마
지금 봐선 수두증 같아
뭐, 수두증도 일종의 치매 증상을 유발하긴 하지만
(송화) 그래도 수두증으로 인한 치매 증상은
다행히 치료가 가능합니다
물론 수술해 봐야 알고 환자마다 예후가 다른데
지금 증상이 생기신 지 얼마 안 되셨고
아직 연세도 젊으신 편이기 때문에
치료만 잘 받으시면 다시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어요
[울먹이며] 어, 고, 고마워
고마워, 송화야
(종수) 이야
[로사가 흐느낀다]
수두증이라는데 고맙다는 사람 너밖에 없을 거다
수두증도 큰 병이야, 인마
엄마, 치매인 줄 안 거야?
(로사) 응
아이고 [잔잔한 음악]
송화야
[로사의 헛기침]
[살짝 웃는다]
나 다 잘 받을 수 있어, 뭐든 다 해 줘
수술이든 시술이든 다 잘 받을 수 있어
정원아, 걱정하지 마
(로사) 엄마 씩씩하게 수술 잘 받을게
우리 아들 얼굴 왜 그래? 엄마 괜찮아, 응?
[정원의 한숨]
[한숨]
[한숨]
[정원의 한숨]
- (남자5) 뇌종양이요? - (송화) 네
(송화) 3년 전에 유방암으로 치료받았던 적이 있으시고
종양 모양이나 종양 주위 부종이 심한 걸로 봐선
[남자5의 한숨] 전이성 뇌종양 가능성 있어 보입니다
MRI상으로 3.5cm 정도의 종양이 보이는데
위치가 애매해서
수술하시기로 하신다면 쉬운 수술은 아닌데
그래도 수술은 가능합니다
(여자5) 아니, 3년 전에 유방암 수술도 하시고
항암, 방사선 치료도 했는데요, 선생님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서는 전이가 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여자5의 당황한 신음]
[잔잔한 음악]
그동안 계속 숨이 차셨을 텐데 안 힘드셨어요?
(남자6) 말할 때
항상 조금 힘이 든다고
[남자6의 가쁜 숨소리]
생각은 했는데
젊어서부터 쭉 이렇게 살아서
크게 불편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근데 요즘
갑자기 더 심해져서
제가 원래
이, 이, 이렇게까진 아니었습니다
저흰 항상 아버지가 숨차듯이 말씀하셔서
그냥 말투신가 했거든요
이렇게 심장에 구멍이 난 줄도 모르고…
교수님, 정확한 병명이 뭐라고 하셨죠?
심장 초음파상으로 ASD 심방중격 결손증으로 보입니다
좌우 심방 사이에 벽이 있는데
그 벽에 구멍이 있는 걸 심방중격 결손이라고 합니다
어, 그리고 삼첨판 폐쇄 부전과
어, 중등도의 폐 기능 저하 소견도 함께 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병인데 특별히 힘든 걸 모르시다가
(준완) 삼첨판 폐쇄 부전이 심해지면서 증상이 심해진 것 같아요
이건 원인이 뭔가요?
대부분의 선천성 심장 질환은 원인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고치려면 수술을 해야 하나요?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밖엔 없습니다
지금으로선 시술은 불가능하고요
어려운 수술인가요?
어렵다 쉽다의 영역이 아닙니다
당연히 가슴을 여는 수술이라 쉬운 수술은 아니고요
수술하시게 되면
제가 심방중격 결손으로 수술한 환자분 중에는
제일 나이가 많으신 분이에요
(준완) 어, 일반적으로 환자분처럼 고령의 심방중격 결손 환자는
수술을 해서 심방중격 결손을 막아도
증상이 뚜렷하게 호전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잔잔한 음악] [한숨]
수술이 가능한가요?
네, 수술은 할 수 있습니다
(송화) PET CT상에서 다른 부위에 전이는 없어 보이고
종양 크기가 크기 때문에
수술하시고 방사선 치료 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 나이에 수술은 무슨
선생님, 저 수술 안 합니다
(여자6) 수술하지 말자
수술 뭐 하러 해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엄마 이대로 괜찮아, 가자
[여자5의 답답한 신음] 아이, 가
(여자5) 엄마! 무슨 소리야, 엄마
수술할 수 있다는데 무조건 해야지
오빠, 지금 뭘 고민하고 있는 거야?
엄마 수술할 거야
(남자5) 선생님
[한숨]
만약에
수술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오빠!
(송화) 어…
선생님, 괜찮습니다
나 다 알아요
그러니까 솔직하게 얘기해 주세요
수술이 부담되면 수술을 하지 않고
방사선 치료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에서 종양이 악성으로 보이고
(송화) 크기도 꽤 크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를 해도 종양이 빨리 자라게 되면
6개월 내로 돌아가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숨]
[여자5의 한숨] 그럼
수술하면요?
그건 수술해 봐야 알고 환자마다 예후가 다른데
그래도 만약 수술 결과가 좋고
방사선 치료 잘하시고 꾸준히 치료 잘 받으시면
훨씬 오래 사실 수 있어요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세요
(남자5) 지금 어머니 연세가 일흔여덟이시고
내일모레 여든이신데
수술하는 게 의미가 있나요?
고령이시고 머리를 열고 하는 큰 수술이라
환자분이 수술을 잘 버티실지 고민이 되는 거는 사실이에요
(송화) 합병증도 걱정되고요
물론 조직 검사를 해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지만
전이성 뇌종양이 맞다는 거를 전제로 말씀드릴게요
전이성 뇌종양의 치료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게
사진상에서 종양의 크기와 전이된 곳의 개수인데
딱 한 군데에 전이가 됐고 크기가 꽤 커요
위치 자체도 수술하기에 쉽진 않지만
아주 어려운 위치는 아니기 때문에
이럴 땐 신경외과적으로는 수술 치료가 꽤 이득이 있고
사실 수술밖에는 현재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남자5) 혹시 수술하다 잘못되면요?
패혈증, 뭐, 그런 것도 있던데
수술이 잘못되거나 깨어나지 못하시면요?
합병증이 있을 수 있고
수술 후에 깨어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송화) 하지만 요즘 70대는 전과는 달라서
제 환자 중에 77세에 뇌 수술 받으시고
5년째 외래 잘 다니시는 분도 계세요
[잔잔한 음악]
이건 선택의 문제예요
그리고 그 결정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환자분 본인이 하셔야 되고
가족분들이 하셔야 합니다
(여자5) [훌쩍이며] 아, 선생님
잠깐 나가서 가족회의를 하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물론입니다
물론 증상이 확연하게 좋아지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숨]
(준완) 판단과 결정은 환자 본인이 하시고
정하시면 전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겠습니다
(여자7) 정리하면, 77세 나이에
좋아질지도 알 수 없는 수술을 무모하게 선택하느냐
아니면 좀 불편하더라도 안전하게 이대로 쭉 사시느냐네요?
교수님, 저희는 이대로 그냥…
수술하고 싶습니다
[남자6의 가쁜 숨소리]
(여자7) 아빠
수술해 주세요
내일 죽더라도
하고 죽겠습니다 [잔잔한 음악]
(남자6)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다 죽으렵니다
선생님
저 수술합니다
수술
수술해 주세요, 예?
[가쁜 숨소리]
잘 좀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어려운 결정 하신 만큼
저도 신중하게 문제없이 잘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자6) 감사합니다
(여자5) 엄마
엄마
우리 수납 먼저 하고 올게 여기 좀 있어
(여자5) 수술만 하면 오래 사실 수 있다잖아
그 소리를 듣고 어떻게 안 해?
수술 안 하면, 그러고 엄마 돌아가시면
오빠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어?
그럴 수 있겠냐고
수술 잘하면
수술 잘되고 방사선 치료가 잘되면이야
수술한다고 엄마가 무조건 오래 사시는 게 아니라고
[휴대전화 벨 소리]
(남자5) 어, 대준아
진짜?
진짜 우리하고 계약한대?
[헛웃음]
[남자5의 웃음]
야, 나 지금 병원이거든 내가 다시 전화할게
[통화 종료음]
오… [기가 찬 숨소리]
오빠 지금 웃음이 나와?
지금 그렇게 웃고 좋아할 정신이 있어?
돈이 최고니?
네가 엄마 병원비 댈래?
[어두운 음악] (남자5) 돈이 있어야 엄마 수술을 하든 말든 할 거 아니야
너 엄마 간병하느라고 고생한 거 아는데
나도 힘들었어
와이프 몰래 병원비에 치료비에
나도 힘들었다고
오빠는 당연히 해야지, 그렇게
뭐?
(여자5) 오빠 그동안 사업한다면서 가져간 돈이 얼마야?
멀쩡한 직장 때려치우고
조명 사업 한다고 집에서 가져간 돈이 얼마냐고
양심이 있으면 오빠는 엄마한테 무조건 잘해야지
씨, 그놈의 사업 때문에 엄마 등골을 얼마나 빼먹었냐고!
(간호사4) 이애경 님
(여자8) 네, 저 왔어요
어머, 어머, 어떡해
아이고, 어머, 죄송합니다
[여자8이 걱정한다] (여자6) 아니에요, 아니에요 괘, 괘, 괜찮아요
(여자8) 아유, 죄송합니다 어머, 어떡하지?
어떻게 할 거야?
난 무조건 설득해서 엄마 수술받게 할 거야
내일모레 여든이야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할 거 없는 나이라고
지금 연세에 뇌 수술이라니 그거 무리야
(남자5) 혹시 수술하다 잘못되면?
수술하고 나서 더 안 좋아지면 그땐 어떡할래?
다 무리야
무리라고
그냥 순리대로 하자
엄마도 그걸 원하실 거야
아니면?
엄마는 수술받길 원하시면?
(여자5) 엄마가 수술받고 싶어 할 수도 있잖아
우리한테 미안해서 말씀 못 하시는 거면?
그럼 어떡해?
안 그러실 거야
(남자5) 엄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실 거야
유방암 때 너무 고생했어
항암에 방사선 치료에
엄마 두 번 다시는 그 고생 하고 싶지 않으셔
민서야
우리 엄마 그만 힘들게 하자
[훌쩍인다]
어?
우리도 이 정도면
할 만큼 했어
[여자5가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남자5의 한숨]
[한숨]
(성영) 베타딘 볼 주세요
[의료 기구가 달그락거린다]
니들 주세요
(송화) 정원아, 너 수술 중이지?
(정원) 끝났어, 지금, 어떻게 됐어?
(송화) 수두증 맞아 [버튼 조작음]
(정원) 하, 다행인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송화) 정확한 건 이따 밤에 한 번 더 확인해 볼 건데
좀 전에 잠깐 좀 걸어 보시게 해 봤는데
확실히 좋아지셨어
어머니도 개운하다 그러시고
(정원) 고생했다, 내가 올라갈게
어, 어머니한테도 여러 번 말씀드렸고 간병인한테도 말씀드렸는데
저녁에 드레인 제거하고도 내일 아침까지 무조건 누워 계셔야 돼
알았지? 잘 감시해라
(정원) 알았어
근데 간병인 없는데?
있어, 주종수라고
끊어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벨 소리]
(송화) 여보세요
(성영) 교수님, 변영규 환자
3일 전에 SDH로 크래니엑토미 했던 환자분이요
스투퍼로 처지고 숨도 거칠어져서 CT 찍어 봐야 할 거 같아요
빨리 CT 찍고 인투베이션 준비해 지금 갈게
[통화 종료음]
[카드 인식음]
(송화) 아
[통화 연결음]
(송화 모) 어, 딸
엄마, 도착했지?
(송화 모) 아까 왔지
아, 시간 맞춰 오지 뭐 하러 빨리 왔어?
엄마, 나 같이 못 들어갈 거 같아
갑자기 수술 생겼어
(송화 모) 아이고, 그래그래
엄마가 애냐?
걱정하지 마
교수님한테 인사 잘하고
우리 딸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도 드리고
아, 엄마, 그런 말을 왜 해?
내가 제일 존경하는 교수님이란 말이야
엄마, 아무 말도 하지 마, 알았지?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어, 어?
(송화 모) 아이고, 알았어 얘는 뭔 말만 하면 하지 말래
야, 송화야, 언제 끝나?
엄마랑 같이 저녁 먹을까?
엄마, 나 지금 가야 돼
진료 잘 봐, 별일 없을 거야
끊어요
[통화 종료음]
[카드 인식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로사) 의사 선생님, 참 잘 생기셨네요
어머니가 누구예요?
[정원이 피식 웃는다]
정로사 씨요
(로사) 아, 정로사 씨
정로사 씨는 좋겠다
이렇게 잘생기고 키도 크고 착한 아들을 둬서 [정원이 피식 웃는다]
[로사의 웃음]
나 착한 아들 아니야
엄마 아프고 힘든데
아들이 돼서 그런 거 하나도 모르고
(정원) 미안해, 엄마
엄마 힘든데 혼자 있게 해서
정원아
엄마 지금 기분 너무 좋아
'치매면 어떡하나?'
엄마 정말 무서웠어
'아들딸 얼굴도 못 알아보고'
'행복했던 기억들 하나도 생각 안 나면 어떡하지?'
너무 무서웠는데
아니잖아
고칠 수 있는 병이잖아
그럼 됐어
엄만 그것만으로도 지금 너무 행복해
(로사) 어느 날
걸려 오는 전화 한 통에 휙휙 바뀌는 게 인생이야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진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우리 착한 아들
그럴 때마다 너무 마음 쓰고 그러지 마
응?
알았지?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송화) 네, 교수님, 고생하셨습니다
(교수) 어, 너 지금 어디야?
(송화) ICU 환자가 갑자기 출혈이 생겨서
수술하고 나오는 중이요
엄마 잘 받고 가셨죠?
[웃으며] 별거 없죠?
(교수) 너 어머님한테 이상한 거 못 느꼈었어?
외래 오셨는데
레스팅 트레머랑 브라디카이네시아가 살짝 있으셔서
파킨슨 의심하에 파킨슨 PET CT까지 찍으셨는데
음, 맞는 거 같아
[잔잔한 음악]
(교수) 어머님 뵙자마자 바로 알겠던데?
[송화의 한숨]
마침 파킨슨 PET CT 예약해 놓은 환자분 한 분이 안 오셔서
혹시 몰라 찍어 봤는데 도파민 트랜스포터가 줄어 있었어
너 몰랐어? [한숨]
아, 쯧
L-도파 처방해 드렸고 다음 외래는 2주 뒤로 잡아 드렸어
여보세요
송화야
듣고 있어?
[숨을 후 내쉰다]
[통화 연결음]
(송화 모) 어, 딸
어, 엄마, 집에 도착했어?
(송화 모) 어, 방금 왔어
(송화) 초기네, 초기
내가 꼼꼼히 봤는데 엄청 초기야
[웃음]
이렇게 일찍 발견한 게 신기할 정도야
엄마, 요즘 파킨슨 좋은 약 많이 나와서
관리만 잘하면 괜찮아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어?
아, 딸이 신경외과 의사인데 뭘 걱정해?
[웃으며] 엄마, 괜찮아
엄마, 나 오늘 집에 가서 자려고
지금 출발하면은 차 안 막힐 시간이니까 금방 가
좀만 기다려
(송화 모) 아이, 야, 일도 많은 애가 여기까지 언제 왔다 가
너 일해, 엄마 괜찮아
바쁜 애 엄마가 괜히 걱정만 시켰네
[송화 모의 웃음]
송화야 엄마 진짜 괜찮으니까 너 일해
오늘도 밤새우니? 어?
엄마
나 일 없어
일 끝났어
그리고 뭐, 지금 일이 중요해?
지금 출발할게
[통화 종료음]
[한숨]
[송화의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익준)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송화) 어…
우리 엄마 파킨슨이야
[한숨]
집에 가 봐야 되는 거 아니야?
(송화) 응
지금 가려고
데려다줄까?
[울먹이며] 그래 줘라
옷 갈아입고 내려와
밑에 차 대고 있을게
(송화) 응
[송화의 한숨]
[무거운 음악]
[숨을 후 내쉰다]
[송화의 한숨]
[남자7의 한숨]
[남자7의 힘주는 신음]
- (여자9) 응 - (여자10) 응 [남자7의 한숨]
선두호 님
(수빈) 저녁 식사는 신청해 놓을 건데
이따 자정부터는 금식인 거 알고 계시죠?
(여자9) 네, 알고 있어요
저, 선생님, 그, 장겨울 선생님?
맞지, 엄마?
(여자10) 맞아
(여자9) 그, 장겨울 선생님은 언제 오세요?
장겨울 선생님 오늘까지 휴가신데
- (여자9) 예? - (여자10) 예?
(여자9) 아…
어, 그럼 내일은요?
내일 저희 아빠 수술에는 들어오시나요?
어, 제가 알기로는 내일부터 출근이신 걸로 아는데
정확하게 어느 수술에 들어가시는지 저희는 잘 몰라요
아, 네, 네, 알겠습니다
이따가 주치의 선생님이 수술 동의서 받으러 오실 거예요
(여자9) 네
[남자7의 한숨]
엄마, 내일 수술에는 꼭 들어오시겠지?
수술이 아침 일찍이라…
어유, 들어오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다 귀찮고 다 의미 없어
성희야, 커튼 쳐
[부부의 한숨]
[한숨]
아, 그럼 가능은 하단 말씀이시죠?
네, 어, 정확하게 한 번 더 계산해 봐야겠지만
한도도 꽤 나올 것 같아요
아, 혹시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 대출용이신가요?
아니요, 그건 아니고
어, TMI이지만 저희 집이 펜션을 하거든요 [발랄한 음악]
어, 어디서요?
속초요, 설악산 입구 앞
경치 너무 좋겠네요
눈앞에 울산바위가 쫙
아니요
입구 앞이요
설악산 입구 앞
어
우리 집에서 설악산 가려면 차로 7km는 가야 돼요 [흥미로운 음악]
어, 울산바위가 보이기는 하는데
쫙이 아니라 쪽 보여요
(은행원) [웃으며] 아
(민하) 우리 펜션이 그동안 평점이 좋았어요
근데 최근 후기들이 좀 그런 거예요
'시설은 깨끗한데 너무 낡았다'
'주인분들은 친절한데 너무 낡았다'
부모님이 엄청 속상해하셔서
펜션 개보수하시라고 목돈 보내 드리려고요
아, 다행히 대출 가능하다고 하시니까
이번 기회에 확 다 고쳐서 재오픈을 해야겠어요, 어
어, 저 다음 주에 다시 올게요
다음 주에 올 때 말씀하신 서류 다 떼서 오겠습니다
그러면 수고하세요
[민하의 웃음] (은행원) 안녕히 가세요
[민하가 중얼거린다]
(민하) 어? 선생님
(선빈) 오늘도 적금인가요?
이쯤 되면 어플을 쓰실 줄 모르거나 적금 마니아시거나
오늘은 대출이요
집 사시게요?
아니요, TMI이지만 저희 집이 펜션을 하거든요
그…
아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어디 가세요?
채송화 교수님 방이요
(선빈) 오늘 논문 봐 주시는 날이라
(민하) 어, 어 저는 수술 있어서 먼저 갑니다
(선빈) 교수님 말씀해 주신 대로 다시 써 봤는데요
(송화) 선빈아
우리 이번 주는 좀 쉴까?
(선빈) 아
네
응, 다음 주에 하자
(선빈) 네
다른 사람들한테는 네가 연락 좀 돌려 줘, 응?
네, 알겠습니다
[선빈이 달그락거린다]
- (선빈) 가 보겠습니다 - (송화) 응
- (선빈) 안녕하세요 - (익준) 안녕
(익준) 아, 맞다 오늘 송화가 논문 봐 주는 날이지?
허선빈 선생은 끝났고 바로 다음 사람이야?
이번 주는 패스요
송화 약속 있대?
아니요, 이번 주는 쉬시고 싶다고
(선빈) 어제오늘 교수님 컨디션이 엄청 안 좋으세요
교수님 뵌 지 오래됐는데 요즘이 제일 안 좋으세요
다음 주 랩 미팅도 취소하셨습니다
전 그럼
(준완) 우리도 나중에 오자
[휴대전화 벨 소리]
(익준) 네
아, 네, 제 방 앞에 두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 (준완) 택배? - (익준) 어 [통화 종료음]
- (준완) 뭔데? - (익준) 비밀
(준완) 그래라
[송화의 한숨]
[한숨]
[침대 작동음]
[종수의 힘주는 신음]
(종수) 잠깐만, 응
이거를 잠깐, 오케이
자, 어때, 편해?
너 참 잘한다?
아, 내가 이 생활을 몇 년을 했는데
물 줄까?
어, 아유, 입이 자꾸 마르네
[정원이 살짝 웃는다]
아직 식사 안 하셨어요?
(정원) 수술 전날인데 꼭 드셔야지
엄마, 자정까진 먹을 수 있어
(로사) 너 밥 먹었어?
아, 나 보호자 상담이 하나 있어서 그거 끝나고 먹으려고
(로사) 응
(정원) 엄마, 큰형 곧 출발한다는데 뭐 좀 사 오라고 할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누군데 세련되게 노크를 다 하냐?
애들이겠지, 바쁜데 안 와도 되는데
아, 네가 오지 말라 그래 이게 무슨 민폐야
벌써 그렇게 얘기했지 근데 걔들 말 안 들어
들어와
[문이 달칵 열린다]
(로사) 어머나
이게 누구야
안녕하세요
[부드러운 음악]
(종수) 장겨울 선생?
안녕하세요
(로사) 저 보러 온 거예요?
(겨울) 네 [로사의 놀란 숨소리]
(로사) 얘 말고 나 맞죠?
[피식 웃는다]
네
어머나
[행복한 신음]
[로사가 정원을 짝짝 친다]
[로사의 웃음] [정원이 살짝 웃는다]
[로사의 탄성과 박수] [살짝 웃는다]
(로사) 아유, 한 번 더 잘 가요
(겨울) [살짝 웃으며] 예 [정원이 피식 웃는다]
어, 나 내일 수술 잘 못 받을 예정이었는데
오늘 선생님 오셔서 너무 잘 받을 거 같다
[로사의 웃음]
(종수) 아이고, 별 예정이 다 있다
잘 가요, 장 선생
(겨울) 네 [종수의 웃음]
알았어
(로사) 잘 가요
[로사의 웃음]
아, 가
- 아, 왜? - (종수) 들어가
(종수) [웃으며] 잘 가요, 네
[종수가 재촉한다]
[정원이 피식 웃는다]
됐어, 들어가
가 [종수가 로사를 탁탁 친다]
[정원의 웃음] [문이 달칵 닫힌다]
[버튼 조작음]
(정원) 언제 올라왔어?
(겨울) 오전에요
(정원) 응
전화하지
(겨울) 서프라이즈
[정원이 살짝 웃는다]
어머니는 괜찮으셔?
네, 많이 진정되셔서 그냥 서울로 모시고 올라왔어요
아무래도 저랑 같이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정원) 어
교수님, 왜 말씀 안 하셨어요?
어머니 수술하시는 거
아, 너 머릿속 복잡한데 뭐 하러 나까지 보태
(정원) 근데 어떻게 알았어?
병원에 환자 자료 보러 잠깐 나왔다가 우연히 들었어요
(겨울) [피식 웃으며] 우연도 아니다
병원에 소문이 쫙 났어요
[정원이 피식 웃는다]
그렇겠네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밝은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밝은 음악]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정말 괜찮은 거지?
같이 저녁 먹을까?
(정원) 나 상담 하나만 하면 끝인데
저 집에 빨리 가 봐야 돼서 다음에요
아, 그래, 어, 알았어
[엘리베이터 도착음]
[정원이 피식 웃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준) 누구 와
[다가오는 발걸음]
[버튼 조작음]
지금 내려가는 거야?
어, 내려갔다 와
너 우리 엄마한테 가는 거야?
지금 식사 중이실 거 같아서 좀 있다 가려고, 응
그건 뭐야?
(익준) 비밀
[정원이 피식 웃는다]
어? 너 오늘 왜 나왔어?
[놀란 숨소리]
야, 휴가 오늘 밤까지인데 꽉꽉 채워야지
너 이러면 안 돼, 지킬 건 지켜야지
[엘리베이터 도착음] (겨울) 죄송합니다, 교수님
어, 전 이 층에서 내릴게요 잠깐 들를 데가 있어서요
- (정원) 어, 그래 - (익준) 푹 쉬어
[잔잔한 음악]
[남자7의 한숨]
(여자9) 아빠, 더 드세요, 응?
앞으로 계속 금식이란 말이야
안 넘어가
(여자10) 당신 좋아하는 생선인데 손도 안 댔네
아, 좀 더 먹어요
- (여자9) 그래 - (남자7) 아유, 됐어, 됐어
안녕하세요
[여자9의 놀란 숨소리] 아이고, 우리 선생님 오셨네
[문이 스르륵 닫힌다] (남자7)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남자7의 웃음]
선두호 님,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
좋습니다
컨디션 아주 좋습니다, 예
(겨울) 어, 식사를 거의 안 하셨네요
자정부터 금식 시작이라 배고프실 텐데
아, 먹고 있는 중입니다
다 먹은 거 아니에요 [웃음]
저, 선생님
내일 수술 아침 일찍인데 그래도 꼭 들어오시는 거죠?
그럼요, 저희 아침 수술 항상 일찍 있어요
저 꼭 들어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잔잔한 음악]
(여자9) 감사합니다, 선생님
제가 집도하는 수술은 아니지만
교수님이 최선을 다하실 수 있게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 (여자10) 예, 감사합니다 - (남자7) 네
[여자10의 웃음]
[휴대전화 벨 소리]
(송화) 어, 석민아
(석민) 교수님, 혹시 방에 계세요?
잠깐 찾아봬도 될까요?
좀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
(송화) 어, 와
(석민) 감사합니다
[통화 종료음]
[한숨]
[한숨] [휴대전화 알림음]
(석민)
[한숨]
[잔잔한 음악]
[늘어지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준) 며칠이라고?
(석민) 7월 15일이요
그, 앞의 30분 동안만 강의하시고
뒤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된답니다
하, 교수님, 감사합니다
(익준) 아유, 알았어, 가
(석민) 네
어
(익준) 응
어어, 자네는 또 무슨 일인가?
(성영) 아, 센터장님 심부름이요
채송화 교수님한테
뇌신경센터 15주년 기념집 연보 작업 부탁한 거 있는데
다 됐으면 받아 오라고
그거 아직, 어, 하고 있는 중이고 다 안 됐다고 말씀을 드려, 어
아, 아니다, 내가 전화를 드릴게
내가 알아서 잘 말씀드릴게
응, 안녕
[흥미로운 음악]
(윤복) 안녕하세요
(익준) 안녕
짠, 우리 윤복이 어디 가?
(윤복) 아, 그, 채송화 교수님 요즘 많이 피곤하다고 하셔서
커피하고 케이크 드리려고요 [익준의 감격한 숨소리]
단거 많이 드시면 힘이 좀 나시지 않을까요?
응, 날 줘, 내가 전해 줄게
채송화 오늘 만남 금지
아, 네
잘 전해 줄게
마음 고마워
아니에요, 안녕히 계세요
[경쾌한 음악]
- (재신) 안녕하세요 - (익준) 예, 안녕하세요
(익준) 어, 잠깐만요
어디?
(재신) 채송화 교수님 계시죠?
(익준) 무슨 일로?
대학원 과제 하나만 좀 여쭤보려고요
아, 저한테 물어보세요
전 모르는 게 없습니다
- 정말요? - (익준)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병을 탁 집는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뭐야, 이게?
가게에서 얻은 거 아니야
밤새 인터넷 뒤져서 최대한 똑같은 걸로 산 거야
[웃음]
싫어? 안 받을 거야?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나 좋아, 너무 좋아
[송화의 탄성] [부드러운 음악]
[웃으며] 와, 진짜 미쳤어
아, 미쳤나 봐, 진짜
똑같지?
(송화) 어, 완전 똑같아
(익준) 나도 낮에 받고서 깜짝 놀랐다니까, 완전 똑같아 가지고
(송화) 아니, 이런 걸 팔아?
(익준) 응
(송화) 야, 이거 들고 캠핑 가면 진짜 너무 좋겠다
너 어떻게 이런 걸 줄 생각을 다 했어?
(익준) 뭐…
(송화) [웃으며] 아, 내가 미쳐, 진짜 [익준의 웃음]
[송화의 신난 신음]
[송화의 웃음]
가만있어 봐, 이렇게, 어?
이렇게 해 가지고, 어? 삼겹살 이렇게 쫙
- (익준) 여기 김치 알지? 어? - (송화)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석민) 기분 좋으신데? [익준과 송화가 대화한다]
오늘 엄청 우울하지 않으셨어?
(선빈) 이익준 교수님 오셨잖아요
그럼 됐어요
가요, 밥 먹으러
(석민) 그래
(송화) 이거 어떻게 기울여?
[불판이 달그락거린다] [송화가 말한다]
[정원이 사각사각 적는다]
[땡그랑하는 효과음]
(준완) 네가 먹었어?
(정원) 뭘?
내 과자
하, 나 아니야 난 편의점에서 사서 먹어
[서랍을 스르륵 닫는다]
진짜지?
(정원) 아, 얘가 날 닮아 가나 쪼잔하게 왜 이래?
밥 시켰어?
(정원) 어, 시켰어 [문이 달칵 닫힌다]
(익준) 참치김밥도 시켰어?
(정원) 응
[익준이 흥얼거린다]
[익준이 피식 웃는다]
[돈통 닫히는 효과음] [익준이 흥얼거린다]
[힘주는 신음]
[중얼거린다]
뭐 하냐?
뭐 하긴, 과자 먹지
그거 내 과자야
- 아유! - (준완) 뭐가 '아유'야?
그게 내 유일한 기쁨이고 낙이고 행복인데
나도 이게 유일한 기쁨이고 낙이고 행복이야
너 열받게 하는 거
[흥미진진한 효과음] [공이 땡 울리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 (익준) 놔, 놔 - (준완) 놔
- (준완) 너부터 놔, 너부터 놔 - (익준) 너부터 놔, 너부터 놔, 씨
[준완의 힘주는 신음] [익준의 아파하는 신음]
(정원) 송화는 안 와? 석형이는?
(익준) 송화는 콘퍼런스 석형이는 수술
야, 너 다음 주 화요일 휴가 냈다며?
어, 엄마 생일, 창원 내려가
(익준) 주말에 안 하고?
(준완) 그동안 그렇게 했는데 올해부턴 제날짜에 챙겨 드리려고
차 타고 가?
아니, 네 시간 운전 이제 힘들어서 못 해
KTX로 갔다가 KTX로 올라올 거야
예매했어?
(준완) 예매했어?
[정원의 헛웃음]
아직도 익준이가 예매해 줘?
어, 나 익준이 없으면 서울역 가서 표 끊어야 돼
고향이 지방인데 코레일 아이디 없는 애는
얘밖에 없을 거야
아, 어플 깔기 싫어
인터넷으로 해
귀찮아, 자주 내려가지도 않는데
해 줄 거지?
그 표정 당장 치우면
[캔이 찌그러지는 효과음]
안 해, 예매 안 해, 안 해
(송화) 안녕하세요
(남자5) 선생님, 저 기억하세요?
네, 기억해요
어머님하고 같이 오셨던 아드님 맞죠? 동생분이랑
예, 맞습니다
아, 선생님을 여기서 뵙네요
여긴 어쩐 일로…
제 30년 지기 친구가
죽었습니다
(남자5) 심장 마비로 하루아침에 죽어 버렸어요
[애잔한 음악]
아이고
[흐느낀다]
참
이제
이제 50입니다
올해 딱 50 됐는데
아, 이 자식이
처음으로 큰돈 만져 봤는데
그 돈 한 번도 못 써 보고 그냥 하루아침에 가 버렸어요
[남자5의 헛웃음]
[남자5의 한숨]
인생 참 덧없네요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웃음]
아유, 선생님,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정원의 한숨]
(로사) 짐 누가 정리했어?
(정원) [피식 웃으며] 이사장님
내가 하려고 했는데 벌써 싹 정리하셨더라고
[웃으며] 야무져
응, 야무지셔
[정원이 피식 웃는다]
(로사) 너 그거 입고 잘 거야?
(정원) 엄마, 이거 엄청 편해 잠옷으로 딱이야
[웃음]
[정원의 웃음]
불 꺼 줄까?
(로사) 어, 아들하고 얘기 더 하다 잘래
[함께 웃는다]
엄마
내일 퇴원하면
이제 산책도 자주 다니고 운동도 조금씩 시작해
응, 그럴게
이사장님이랑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러 다니고
집에서 해 먹는 게 제일 맛있어
[함께 웃는다]
(정원) 엄마
난 엄마가
이기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어
자식들 걱정은 이제 그만하시고
'나중에 아프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도 하지 마
앞으로 엄마만 생각하면서 살아
만약 나중에
혹시 엄마가 치매여도
걱정하지 마
엄마가 매일매일 우리 못 알아봐도
우리가 매일매일 엄마 알아보고
매일매일
'당신은 우리 엄마예요'라고 말해 줄게
[웃음]
[잔잔한 음악]
[정원이 피식 웃는다]
그러니까 엄마
하루하루를 화양연화로 살아
난 엄마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훌쩍인다]
정원아 [헛기침]
엄마 다시 시작할까 봐
(정원) 응?
나 그거 하나만 사 줘
[청소기 작동음]
[휴대전화 알림음]
[청소기 작동이 멈춘다]
[청소기 작동음]
[통화 연결음]
(석형) 어, 익준아 나 병원에 급한 일 생겨서 나간다
네가 알아서 수습 좀 해
곡을 바꾸든가
[통화 종료음]
이 노래는 키보드가 생명인데
키보드 없이 어떻게 해?
(준완) 노래 바꾸자
(익준) 야, 야, 야, 아이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그래서 급하게 한 분을 섭외했어
(정원) 바쁘신 분이야
개런티도 비싸
디포리 두 박스랑
데이지 모종으로 겨우 섭외했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여자11의 힘주는 신음]
[여자11의 웃음]
[부드러운 음악]
[웃음]
[종수의 웃음]
(종수) 박수, 박수
[종수의 웃음]
[로사의 헛기침] 시작하실까요, 선생님?
네, 잘 부탁드립니다
[로사의 웃음] (익준) 저희가 잘 부탁드립니다
[한숨]
[아련한 음악이 연주된다]
(익준) ♪ 첨엔 혼자라는 게 편했지 ♪
♪ 자유로운 선택과 시간에 ♪
♪ 너의 기억을 지운 듯했어 ♪
♪ 정말 난 그런 줄로 믿었어 ♪
♪ 하지만 말야 ♪
♪ 이른 아침 혼자 눈을 뜰 때 ♪
♪ 내 곁에 ♪
♪ 네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면 ♪
[익준의 애드리브]
♪ 나도 모를 눈물이 흘러 ♪
♪ 변한 건 없니 ♪
♪ 날 웃게 했던 예전 그 말투도 ♪
♪ 여전히 그대로니 ♪
♪ 난 달라졌어 ♪
♪ 예전만큼 웃질 않고 ♪
♪ 좀 야위었어 ♪
♪ 널 만날 때보다 ♪
♪ 나를 이해해 준 지난날을 ♪
♪ 너의 구속이라 착각했지 ♪
♪ 남자다운 거라며 너에겐 ♪
♪ 사랑한단 말조차 못 했어 ♪
♪ 하지만 말야 ♪
♪ 빈 종이에 가득 너의 이름 쓰면서 ♪
♪ 네게 전활 걸어 너의 음성 들을 때 ♪
[익준의 애드리브]
♪ 나도 모를 눈물이 흘러 ♪
♪ 변한 건 없니 ♪
♪ 내가 그토록 사랑한 미소도 ♪
♪ 여전히 아름답니 ♪
♪ 난 달라졌어 ♪
♪ 예전만큼 웃질 않고 ♪
♪ 좀 야위었어 ♪
♪ 널 만날 때보다 ♪
[익준의 애드리브]
♪ 그는 어떠니 ♪
♪ 우리 함께한 날들 잊을 만큼 ♪
♪ 너에게 잘해 주니 ♪
♪ 행복해야 돼 ♪
♪ 나의 모자람 채워 줄 ♪
♪ 좋은 사람 ♪
♪ 만났으니까 ♪
[로사의 웃음] [사람들의 환호성]
(로사) 아, 나 눈물 나려 그래, 지금
[윤희의 한숨] [의료 기기 작동음]
(윤희) 어유, 어유, 어유 못 살아, 진짜
(홍도) 죄송합니다 [윤희의 한숨]
(희수) 인턴 선생님이 뭐 또 실수하셨어요?
(윤희) 추민하 선생님 위경련으로 쓰러지신 거요
그거 전공의 단톡방에 올려야 되는데
OBGY 전체 톡방에 올렸어요
교수님들 다 들어와 있는데
[안타까운 신음]
죄송합니다
(겨울)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교수님들 오셨어요?
아니요
(윤희) 몸조리 잘하라는 톡만 쭉쭉쭉
주말이잖아요
딱 한 분 오셨습니다
(희수) 누구?
양석형 교수님이요
[힘겨운 신음] [잔잔한 음악]
선생님
희수 선생님
(민하) 환각이요
저 헛게 보여요
[피식 웃는다]
[힘겨운 신음]
[석형이 피식 웃는다]
[힘겨운 숨소리]
장겨울 선생
(겨울) 네, 언니, 어디 불편해요?
침대 더 세워 줘요?
아, 옆에 누구야?
옆에 혹시 [익살스러운 음악]
교수님이세요?
어, 나야
(석형) 괜찮아?
지금은 안 아파?
[민하의 떨리는 숨소리]
[엉엉 운다]
교수님
왜 그래?
왜 울어? 어?
아파? 아파서 그래?
(석형) 광현이 부를까? 어?
[민하가 훌쩍인다]
아니요, 좋아서 그래요
아무도 부르지 마세요
[당황한 신음] [민하가 엉엉 운다]
[발랄한 음악]
[석형이 피식 웃는다]
내일 퇴원하세요
초음파도 좋고 다 좋습니다
아, 이게 다 교수님 덕분입니다
제가 생각을 해 봐도 수술이 엄청 잘된 거 같습니다
(남자6) 근데 교수님 수술한 자리는 괜찮은데
가슴 양쪽이 뻐근하고 아파요
등줄기 따라서도 아프고요
괜찮은 거죠?
(준완) 수술하는 동안 가슴을 벌리면서
인대나 연골 접합부가 당겨져서 통증이 있으신 겁니다
저희가 진통제 충분히 드릴게요
어, 그 밖의 퇴원 후 조심하셔야 하는 것들은
여기 주치의 선생님이 다시 자세히 설명드릴 겁니다
음, 그럼
아빠, 이거 그냥 버린다?
[남자6의 한숨]
(남자6) 응
나 먼저 퇴원해요, 젊은이
잘 있어요, 응?
(남자1) 아, 예, 어르신
[가쁜 숨소리]
어르신도 건강하세요
간 이식도 하고 심장 수술도 받고 대단해
응? 젊은이, 불사신이야, 불사신
[남자1과 남자6의 웃음]
(남자1) 어르신이 더 대단하세요
그 연세에
힘든 수술도 잘 받으시고
존경합니다, 어르신
난 내 욕심이야
오래 살고 싶어서 내가 욕심을 부린 거고
젊은이는 앞으로 살날이 창창하잖아
병에 지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아요, 응?
[잔잔한 음악]
(남자1) 예, 어르신
[남자6의 웃음]
(송화) 안녕하세요
컨디션 좋아 보이시네요
식사도 잘하시죠?
(여자6) 네
우리 간호사 선생님들이 잘 챙겨 주셔서요
집보다 더 편해요
수술 전에 검사 몇 가지 더 해야 되는데
힘든 검사는 없어요
괜찮아요
그 힘든 항암도 이겨 냈는데요, 뭐
검사하고 수술받는 거 괜찮아요
잘 이겨 낼 수 있어요
보호자분이 계시죠?
(송화) 간병하시는 분이…
(남자5) 안녕하세요
[잔잔한 음악]
(송화) 아드님이 계시기로 했어요?
(남자5) 네
(여자6) 네, 딸아이가 직장을 잡아서 아들이 있기로 했어요
(남자5) 엄마, 딸보다 아들이 낫지?
내가 더 잘하지 않아? 어?
(여자6) [웃으며] 참 [남자5가 피식 웃는다]
아, 민서보다 요리도 내가 더 잘해
(여자6) 아이고, 참 별걸 다 경쟁을 하네
[여자6의 웃음]
- (여자6) 아, 그만해! 아파 - (남자5) 씁, 참아!
[여자6과 송화의 웃음] (여자6) 이놈이
(남자5) 알았어, 알았어 이쪽, 이쪽, 이쪽
(여자6) 아이고, 아이고
(준완) 제일 빠른 걸로
(익준) 제일 빠른 거?
어, 잠깐만
어, 자리가…
없어, 어, 앞의 거는
(준완) 그럼 그냥 아무거나
(익준) 야, 근데 넌, 어?
누구랑 마셨길래 기차 끊길 시간까지 마셔?
(준완) 아유, 말술, 말술
어떻게 아버지, 엄마, 동생 다 말술이냐?
(익준) 아, 집에서 마셨어?
아이고, 어머니 생신에 아들도 오고 딸도 내려와서
기분 엄청 좋으셨나 보네
(준완) 응
(익준) 예약했어, 문자로 보내 줄게
(준완) 고마워
(익준) 이 새끼 취했네 고맙단 소리를 다 하고
[통화 종료음]
[피식 웃는다]
[안전벨트 조작음]
[한숨]
[아련한 음악]
[리드미컬한 음악]
[총성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너 얘기 들었어? 무실 세트로 결승까지 올라왔대
5점 이상 준 적이 없대
- 아, 참, 아이고 - 아유
엄청 치열하겠는데? [기합]
다녀오겠습니다
- 파이팅 - 파이팅
파이팅
시작하시죠
이기고 돌아올게
가자
[아련한 음악]
만나서 잠깐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래
고민 있어? 안 좋은 일은 아니지?
다음에 다 얘기할게요
지금은 아직 제가 정신이 없어서요
준완이 너 한국에 있는 거 알아
오늘 김준완 교수님 만나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뭐야, 무슨 일 있어?
수혈을 했는데도 바이털이 안 잡히네
내가 아프니까 다른 사람 말이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오더라
그러니까 로사야
네 인생만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아주 재미있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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