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2.6
[발랄한 음악]
(윤복) 안녕하세요
- 아이스 핫 카푸치노요 - (홍도) 저도요
'아이스 핫 카푸치노'
따뜻한 걸로 드려요? 찬 걸로 드려요?
(윤복) 찬 걸로요
감사합니다
(재학)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3월 초턴의 계절이 왔군 [포스 조작음]
이런 말이 있더랬지
[홍도의 헛기침]
'이왕 아프려면 3월엔 아프지 마라'
2월 28일까지만 해도 본과 학생이었는데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3월 1일부터 인턴이야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루 만에 인턴이고 주치의인 거지
제발 올해는 사이즈 큰 거 말고 잔잔한 것들로
소소한 에피소드들만 생겼으면 좋겠네
선생님도 인턴 때 사고 많이 치셨어요?
많이 쳤지 [재학의 웃음]
나 하루에 네 번 운 적도 있어
(재학) 동맥혈 검사 라인 꽂는 것도 12월엔 뚝딱하는 거를
3월에는 손에 안 익으니까 이걸 몇 번을 다시 하는지
나도 울고 환자도 울고
어, 환자는 아픈데 진통제는 무슨 약을 써야 할지
또 노티는 어떻게 하는 건지
최악은 교수님한테 콜해야 할 때
[공감하는 신음]
아유, 전화는 해야 되는데
와, 이거 그땐 진짜 심장이 막 이렇게 쪼여 오면서…
(선빈) 전 대사 적어 놓고 전화했어요
대본 만들어서 보면서
마치 앞에 증강 현실로 교수님 있는 거처럼
굽신굽신하면서 전화했어요
나는 지문도 적었어
괄호 열고 '공손하지만 다급하게' 괄호 닫고
(재학) '아, 예, 교수님 정말 죄송한데요'
- (윤복) 안녕하세요 - (홍도) 안녕하세요
(재학) 안녕, 안녕
어, 수술복이 잘 어울리네
[재학의 멋쩍은 웃음]
둘이 지금 어느 과 돌아?
- (홍도) 산부인과요 - 전 외과요
어, 그렇지, 내외산소 먼저 돌아야지
아휴, 그럼 우린 언제 만나나?
♪ 홍도야 ♪
♪ 흉부외과께서 부르셔 ♪
(재학) ♪ 네 하고 달려가니 ♪
♪ 너 말고 윤복이 ♪
[사람들의 웃음]
홍도는 당연히 CS 올 거고
윤복이도 생각 잘해야 된다
흉부외과 요즘 워라밸로 가고 있어
교수님들이 천명하셨잖아
'전공의들의 삶의 질은 우리가 보장한다'
올해 CS 전공의 빵 명이죠?
어, 커피 식겠다, 얼른 먹어
(재학) 아, 차가워
윤복아 [재학의 웃음]
내외산소 다 돌고 우리 너무 늦지 않게
어, 빠른 시간 내에
CS 의국에서 꼭 만나자, 응?
음, 전 이미 신경외과로 정했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선빈) 우리 윤복이, 케이크 먹을래?
가자, 신경외과 의국 카드로 선배가 쏠게
NS는 부자 과야
사람이 많거든
가자
여기!
장겨울 전임의 선생님, 이쪽으로
[재학의 웃음]
(겨울) 안녕하세요
(재학) 안녕
[재학의 탄성]
짧은 가운이 참 잘 어울리십니다
장겨울 전임의 선생님
[겨울이 살짝 웃는다]
감사합니다
제 옷 중에 유일하게 세탁소 갔다 온 아이예요
오매불망하던 짧은 가운인데 드라이 정도는 해 줘야지
저기, 올해 GS 전공의 세 명이나 들어왔다던데
팩트 아니지?
팩트입니다
[살짝 웃는다]
그렇게 좋아?
네, 엄청 좋아요
항상 저 혼자 일했는데
올해는 후배들 많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겨울) 저 진짜 잘해 줄 거예요
작년에도 두 명 들어오긴 했는데
작년엔 둘 다 종로, 속초, 세종 로테이션 돌았거든요
올해는 다 이리로 왔어요
2년 차 두 명, 1년 차 세 명
물론 한 명은 종로 율제로 갔지만 그래도 네 명이 어디예요
이게 다 장겨울 선생의 유산이야
장겨울 선생 잘되는 거 보고 인턴들이 지원 많이 한 거야
아니에요, 혜택도 생기고 3년으로 바뀐 영향도 있고 해서
(겨울) 저 때문은 아니에요
근데 흉부외과는 정말 올해 전공의 한 명도 없어요?
네
그래도 위 연차는 많잖아요
뭐, 3, 4년 차는 많지
아유, 우리 불쌍한 창민이
올해 또 혼자 다 하게 생겼네
야, 저기 NS는 올해도 네 명이나 들어왔던데
심지어 나갔던 애도 다시 돌아왔어
[석민과 선빈의 웃음]
(석민) 아유 [석민의 웃음]
(선빈) 안녕하세요
(준완) 어, 나 아침 못 먹어 콘퍼런스 있어
- (준완) 간다 - 나도 가야 돼
이거라도 먹으면서 가
(준완) 아, 커피 냄새
야, 나 한 모금만
[준완이 숨을 하 내쉰다]
(준완) 너 어제 새벽에 들어왔지?
소리 났는데
(정원) 어, 겨울이 몸살 기운 있어서 같이 있다가 새벽에 나왔지
어, 남동생이 곧 결혼이라
벌써 신혼집에 입주했어
뭐?
결혼
언제 해?
프러포즈하려고 준비 중이야
나도 같이 살면 안 될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정원) 미친 새끼
[밝은 음악]
[정원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쓰읍!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익준이 흥얼거린다]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 경로를 벗어났습니다
경로를 다시 요청합니다
아니거든요, 이 길이 더 빠르거든요
너는 항상 여기서 헤매더라, 참
하지만 용서해 줄게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 300m 앞 율제병원 방면 우회전입니다
4차로를 이용하세요
싫어, 3차로로 갈 거야 둘 다 똑같단 말이야
[음악이 끊긴다] [휴대전화 벨 소리]
[버튼 조작음] 난 아이스바닐라라테
(송화) [웃으며] 알았어
주차장?
주차장까지 5분
너 가지 마, 나 커피 마실 거야
(송화) 안 가, 카페에 있을게
응, 금방 갈게
[버튼 조작음] [통화 종료음]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다시 들어온 거요?
[피식 웃으며] 후회 안 하죠
(석민) 나가 보니 정확하게 제 현실을 직시하게 됐고
크게 후회해서 다시 들어온 건데
펠로우 하는 걸 왜 후회해요
쯧, 지금 결정에 후회 없습니다
그럼 계속 학교에 남으시는 거예요?
교수를 목표로?
(선빈) 아니요
채송화 교수님 밑에서 수술 더 배워서 2년 뒤에 다시 나간대요
(석민) 쯧, 나가 보니 그, 아직 배울 게 더 많더라고요
(재학) 그러게 내가 펠로우 1년 하고 나가라고 했잖아
뭐가 급해서 냉큼 나가더니
(석민) 처음 얘기할 땐 척추 하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는데
뭐, 다행인지 불행인지
뇌혈관 하시는 과장님이 병원을 옮기셔서
뇌 파트를 맡게 됐는데
뇌혈관 쪽을 하다 보니까 재미는 있는데
이게, 제 경험과 제 수술 실력으론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더라고요
뭐, 척추 쪽은 더더욱 경험이 일천했고
[석민이 입소리를 쯧 낸다]
하, 공부 많이 하시고
수술 경험 많은 선배들이 포진하고 계셔서
[숨을 씁 들이켠다]
제가 완벽하게 제 수술 하나 못 딸 것 같더라고요
쯧, 한 반년 방황하다가
채송화 교수님이 펠로우 선생님 한 분 티오 났다고 해서 냉큼 지원했죠
(재학) 난 그 마음 알지
나도 그래
내가 집도하는 수술 아직도 자신 없고 힘들어
저도 매일 밤 전임의 당직실에서 선생님들이랑 얘기해요
'우리 수술할 수 있을까?'
저도
(재학) 아이, 됐어 그, 고해 성사 그만하시고
씁, 그래도 돈은 미련이 많이 남을 텐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펠로우 월급이랑 비교하면 적어도 서너 배 차이는 나잖아
돈도 내가 수술을 잘하고 환자를 잘 봐야 벌더라고요
(석민) 뭐, 애뉴리즘 코일이나 클리핑까지 배워서 나가면
할 수 있는 수술도 많고요
와, 1년 나가더니 득도를 하셨네, 득도를
[피식 웃는다]
(석민) 저 돈 많이 벌고 싶어요
아이고, 돈 많이 벌어서
저 공부시킨다고 평생 고생만 하신 부모님
호강시켜 드리고 싶어요
저 돈 더 많이 벌려고 다시 들어온 겁니다
선배는 돈이 전부야?
응, 전부야
돈이 많아야 부모님 용돈도 많이 드리고
집도 사고 차도 살 거 아니야
나 아직 이 나이에 차도 없다
자랑이다
나도 없어 [웃음]
(석민) 저 그리고 결혼도 하고 싶어요
[종소리 효과음]
그걸 왜 나한테…
결혼하려면 돈이 있어야죠
지금 제가 가진 돈으론 턱도 없어요
아침 댓바람부터 남의 프러포즈 직관을 다 해, 그렇지?
(선빈) 내가 있어, 그 돈
[재학이 콜록한다]
오빤 몸만 와
[웅장한 음악]
(재학) 와, 플렉스
이럴 때 쓰는 거 맞지?
(겨울) 몰라요
(석민) 아니, 어떻게
몸만 가?
(선빈) 아니면 숟가락 하나 들고 오든가
[겨울의 탄성] [석민의 헛웃음]
가자
나가서 좀 걷자
네
[겨울이 피식 웃는다]
쟤들한테 우리 투명 인간이야?
우리 안 보이나 봐
[피식 웃는다]
[밝은 음악]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하고요
어, 아이스바닐라라테 그거 한 잔 주세요 [포스 조작음]
사이즈는 레귤러로 드려요?
(송화) 어…
뜨아는 레귤러, 아바라는 라지, 안녕
안녕하세요, 교수님 출근이 늦으시네요
아유,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아, 나랑 인친
어?
그런 게 있어, 어 [익준이 살짝 웃는다]
(송화) 아
[진동 벨이 울린다]
마시고 갈까?
(익준) 시간 돼?
어, 나 시간 돼, 너는?
난 30분 정도?
간단한 콘퍼런스 하나 있어
씁, 그럼
후딱 마시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송화) 수술은 늘 하는 거고
애들 논문 봐 주고
아, 이번에 뇌종양 학회에서 학술 위원 맡았어
또?
홍보 팀에서 부탁한 외부 강의 세 건 있어서
그거 이번 달에 하기로 했고
키다리 아저씨로 들어온 수술 두 건 있어서
(송화) 이번 주에 하나 다음 주에 하나 하기로 했어
아, 그거밖에 없어
[다가오는 발걸음]
어? 안녕하세요
(익준) 아유, 안녕하세요
(병원장) 어, 채 교수
이렇게 서울에서 보니까 더 반갑네
[송화의 웃음]
(명태) 채 교수 내가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나 수술 하나만 부탁하자, 어?
(송화) 아…
예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따라 해
[한숨]
'죄송합니다 제가 스케줄이 안 됩니다'
아니다, '죄송합니다'는 빼
어떻게 그래? 어머니가 아프시다는데
아, 들어 보니까 그렇게 급한 케이스도 아니더구먼
아니면 이번 달에 바쁘니까 다음 달에 한다고 하든지
냉큼 다음 주에 시간 된다고, 아이고
당연히 시간이 되지, 주말인데 [휴대전화 벨 소리]
어, 말해, 나 병원이야
(성영) 교수님, 응급실에 환자분 계셔서 노티하려고요
피메일 18세 모터사이클 TA 환자입니다
CT 찍었는데 아큐트 SDH가 왼쪽으로 보이고
미드라인은 1.5cm 정도 밀려 있습니다
멘탈은 스투퍼고
퓨필은 왼쪽이 0.4에서 0.5 정도로 커져 있고
모터는 왼쪽이 인택트
오른쪽은 그레이드 투 정도로 떨어져 있습니다
(송화) BP는 얼마인데?
(성영) 160에 90입니다
(익준) 쯧, 참, 하이고
[익준의 한숨]
[익준의 힘주는 신음]
[밝은 음악]
[키보드 조작음]
인턴은 다 필요 없어
교수님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당기라면 당기고 빼라면 빼고
[흥미로운 음악]
리차드슨 알지?
(민하) 응
리차드슨 잘 잡고 있다가
아기가 나오기 직전에 리차드슨을 빼야 해
아이가 기구에 다치면 안 되잖아?
네, 맞습니다
(민하) 응
그때 교수님이 '리차드슨 아웃' 할 거야
넌 그럼 그때 기구 빼면 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민하) 하, 그거 하나만
나 오늘 딴거 안 바란다
리차드슨 아웃 그거 하나만 잘해도 너 백 점
알았지?
네
병동에 별일 없어요?
(영하) 아, 교수님
백희도 환자 엘튜브 드레인 양이 데일리 500cc였는데
오늘은 100cc밖에 안 나왔어요
환자 증상은요?
호전 증상은 없고 어제랑 똑같다고 합니다
아이고, 그럼 일단 배 사진 확인해서 튜브 막힌 거 같으면 뚫어 보고
- 그래도 펑션 안 하면 체인지할게요 - (영하) 네
- 수고하세요 - (영하) 네
[통화 연결음]
네, 인턴 선생님
리버 리섹션 한 백희도 환자 엘튜브 막힌 거 같아서
환자 차트에 엘튜브 바꿔 달라는 요청 있습니다
(윤복) 엘튜브면 코 줄이죠?
네, 코 줄 바꿔 달라는 요청이요
(윤복) 네, 알겠습니다
네
[통화 종료음]
[긴장되는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광현의 한숨]
(성영)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통화 종료음] (광현) 수술방 잡았어?
(성영) 네, 마취과랑 통화했습니다
근데 퍼미션을 못 받았습니다
보호자분이 아직 도착을 안 하셔서
(광현) 그래? 지방에서 오시나?
(성영) 네, 춘천에서 오시는 중인데
도착하시려면 앞으로 한 시간은 더 걸릴 거 같습니다
저도 집이 춘천이라 시간 잘 알거든요
친구나 다른 보호자는?
하, 없습니다
(광현) 아이고, 그래도 일단 사람은 살리고 봐야지
수술은 시작하고 보호자 오시는 대로 동의서 받아
(성영) 네, 보호자분께 통화로 설명은 드렸습니다
근데 남자 친구는요?
구급대원분한테 듣기론 남자 친구가 운전하고
환자분은 뒤에 탔다고 하던데 [광현이 입소리를 쯧 낸다]
남자 친구분은 어디 계세요?
퇴원했어
네?
(광현) 남자 친구는 이마만 살짝 긁혀서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갔어
[어두운 음악] [한숨]
헬멧을 자기만 썼어, 어?
자기만 쓰고 뒤에 탄 여자 친구는 안 썼어
그리고 과속에 신호 위반으로 방지 턱에 그대로…
으이그, 쯧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예 [문이 탁 닫힌다]
[살짝 웃는다]
(윤복) 환자분, 코 줄 좀 볼게요 잠깐 불편합니다
(남자1) 예
(윤복) 네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꿀꺽 하세요
[남자1의 힘주는 신음]
꿀꺽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네, 꿀꺽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삼키셔야 돼요, 꿀꺽
네, 네, 꿀꺽 [남자1이 콜록거린다]
네
조금만 더 할게요, 꿀꺽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자, 다 됐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남자1) 아, 저…
[콜록거린다]
[의료 기기 작동음]
(석형) 자궁에 혈관이 많이 발달해 있네
피 많이 난다, 석션
(민하) 네, 석션하겠습니다
[의료 기기 작동음]
(석형) 아기 나옵니다
리차드슨 아웃
[익살스러운 음악]
[버튼 조작음]
(민하) 저, 이씨
(석형) 쟤 어디 가?
[문이 스르륵 닫힌다]
(민하) 죄송합니다, 교수님
(석형) 인계 안 받았어?
(민하) 받았습니다 다시 교육시키겠습니다
[민하의 한숨]
(석형) 사람도 기구도 컨타되었으니 둘 다 안 들어와도 된다
아기 나옵니다
(민하) 네
[민하가 구시렁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겨울) 송수빈 선생님 어디 계세요?
(영하) 잠깐 처치실 가셨어요 곧 오실 거예요
(윤복) 선생님, 다 했습니다
- 사진 한번 찍어서 확인해 주세요 - (영하) 네
어, 내가 봐 줄게
(겨울) 안녕하세요
[겨울의 난처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선생님
저 이거 좀 힘든데요
죄송합니다, 바로 빼 드릴게요
[겨울이 밴드를 쓱 뗀다]
[후련한 숨소리]
[의료 기구가 달그락거린다]
많이 불편하셨죠?
죄송합니다
저희 인턴 선생님이 처음이라 넣는 것만 신경 쓰느라 실수했습니다
제가 더 신경 써서 알려 줬어야 했는데
(겨울) 죄송합니다
[살짝 웃으며] 아닙니다
우리 큰애도 사회 초년생인데 실수 많이 할 겁니다
괜찮아요
이제 편하고 아주 좋네요
괜찮으니까 너무 혼내지 마세요, 예?
(겨울) [살짝 웃으며] 네
정말 죄송합니다
(남자1) 아이, 아니야, 아니야
[웃으며] 괜찮아요
[한숨]
[의료 기기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송화) 브레인 이데마가 심해서 의식이 안 돌아올 수도 있겠다
그래도 펄세이션이 있네
(성영) 운전한 남자 친구는 퇴원했습니다
(송화) 그래? 남자 친구는 헬멧 썼어?
(성영) 네
(석민) 쯧, 여자 친구는 사경을 헤매는데, 아휴
(송화) 환자분 보호자분 오셨나?
어머니 오셨어?
(석민) 예, 도착하셔서 대기실에 계십니다
[버튼 조작음]
이게 무슨 일이야, 여보?
[여자1이 흐느낀다]
아유, 이게 무슨 일이야?
(남자2) 아, 아유
[어두운 음악]
(송화) 마취과 선생님 지금 BP는 어때요?
(마취과 의사1) 150에 80입니다
아직 머리에서 피 많이 나나요?
(송화) 머리에서 피도 많이 나고
스컬 베이스 쪽에서 피가 계속 올라옵니다
지혈이 쉽지 않네요
(남자2) 선생님 우리 애 어떻게 됐습니까?
살았죠?
살 수 있는 거죠? 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예
(송화) 땅에 떨어지면서 두개골 골절이 있었고
뇌를 싸고 있는 막 안쪽으로 출혈이 심해서
최대한 빨리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여자1의 떨리는 숨소리]
머리뼈를 열어 피를 다 제거했고
수술 중간에 수술 부위에서 피가 안 멈춰서
해결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는데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여자1의 한숨]
뇌막 안쪽에 생기는 출혈을 뇌 경막하 출혈이라고 하는데
그 출혈은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울먹이는 숨소리]
지금 뇌가 많이 부어서 뼈를 닫을 수가 없어서
뼈를 제거한 상태로 피부만 닫은 상태고
머리뼈는 나중에 다시 덮어 주는 수술을 할 겁니다
[흐느낀다]
의식이 돌아오겠죠, 선생님?
우리 두나
깨어날 수 있는 거죠? 네?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여자1이 흐느낀다]
[무거운 음악]
(송화) 사실 환자분 상태가
의식 깨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살리는 게 목적일 정도로
안 좋은 상황이었어요
지금으로서는
중환자실에서 계속 지켜보는 거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여자1이 연신 흐느낀다]
뇌부종이 심하기는 하지만
저희가 봤을 때 뇌의 박동이 있었고
뇌가 완전히 죽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의식이 돌아오길 같이 기다려 보시죠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벨 소리]
아빠도 아들 많이 보고 싶어
(우주) 아빠, 우리도 캠핑 가자
모네 이번 주엔 캠핑카 타고 간대
대게 먹으러 캠핑카 타고 동해 간대
나도, 나도, 아빠
아니, 모네네는 또 캠핑을 간대?
야, 모네 아빠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우주) 아빠, 우리도 캠핑 가자, 응?
나도 불멍하고 싶어
아유, 우리 우주 불멍도 알아?
아이고, 알았어, 아빠가 약속할게 [문이 달칵 열린다]
(송화) [한숨 쉬며] 어
진짜 약속할게
(우주) 언제? 언제 갈 건데?
(익준) 음
매미가 울기 전에?
어, 아빠가 약속할게
매미가 울기 전에 꼭 캠핑 데리고 갈게
(우주) 매미가 울려면 한참 남았잖아
[매미 울음 효과음]
그, 그래?
씁, 그러면, 음
매미가 탈피할 때?
야, 애가 탈피를 어떻게 알아?
(우주) 좋아
매미가 탈피할 때
매미가 우화하면 그때 꼭 캠핑 가자, 아빠 [발랄한 음악]
(익준) 얘, 얘 지금 뭐라니?
야, 우화가 뭐야?
[송화의 힘주는 신음] (송화) 거의 같은 말
(익준) 어, 어, 그래, 알았어, 우주야
어, 그, 그, 아빠 약속할게
매미가 탈피하면 그때 꼭 아빠랑 캠핑 가자
응, 아빠도 사랑해
[익준이 피식 웃는다]
[통화 종료음]
멘사 가입을 아직도 안 했어
이, 인터넷으로도 되나?
[웃음]
내가 알아볼게
[익준의 탄성]
(송화) 아, 밥 먹자, 배고파
애들은?
집에 갔지, 너랑 나만 오늘 당직이잖아
뭐 먹을까?
뭐 먹지?
(송화) 어…
냉면?
[놀라며] 냉면 시키자
물냉 두 개, 가운데 비냉 하나 사이드로 왕만두
어때?
(익준) 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먹고 싶은 게 맨날 빡 하고 떠오르냐?
악상 같은 거야?
어, 악상 같은 거야
[웅장한 음악] (송화) 난 노력하지 않아
그냥 돈오처럼 벼락같이 떠올라
메뉴 떠올리듯 작곡을 했으면은
- (송화) 베토벤이지 - 모차르트고
(익준) 참…
(송화) 맛있겠다
(겨울) 교수님 [부드러운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정원) 당직 아니잖아
할 일 많이 남았어?
[숨을 씁 들이켠다]
보자, 내가 좀 봐 줄까?
어… [문이 달칵 열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 그러니까, 어
이 부분은 중언부언이니까 빼도 되겠다, 응 [문이 달칵 닫힌다]
(겨울) 네
(지우) 어, 교수님, 안녕하세요 [전공의들이 인사한다]
(정원) 아, 네, 안녕하세요
아, 1년 차 최세훈
1년 차 남유리
2년 차 김건
2년 차 황지우
[웃으며] 맞아요?
(건) 맞습니다
[함께 웃는다]
저희 이름 기억하는 분 교수님이 처음이세요
아, 아직 3월이라 그럴 거예요
근데 어떻게 네 명이 다 집에 안 가고…
제가 맛있는 거 사 준다고 술 사 준다고 남으라고 했습니다
아, 잘했다, 잘했네
그럼 또 봐요
(정원) 아! 저…
이걸로 먹어
[새가 지저귀는 효과음]
감사합니다
(지우) 감사합니다 [저마다 감사 인사를 한다]
(정원) 수고들 해요 [전공의들이 대답한다]
(겨울) 나 잠깐 옷만 갈아입고 올게
너희들도 옷 갈아입고 이따 로비에서 보자
(건) 네, 알겠습니다 [저마다 대답한다]
(지우) 야, 안정원 교수님 결혼 안 하셨지? [문이 달칵 열린다]
안 하셨지, 왜?
(지우) [피식 웃으며] 완전 내 스타일
[새가 지저귀는 효과음] [못마땅한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준완의 탄성] 야, 이 먹깨비들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헛웃음]
자기들이 먹깨비인 건 또 알아요, 아휴
왜? 뭐?
하, 제발 좀 천천히 좀 먹으라고
다 먹었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내일은 삼겹살 시켜 먹을까? 전의 거기 맛있던데
응, 그래
야, 김준완
(익준) 넌 당직도 아닌데 집에를 왜 안 가?
이 병원 뭐, 지박령이냐?
집에 가면 아무도 없어
(익준) 어마 [송화의 헛웃음]
(준완) 정원이는 요새 툭하면 외박이고
재학이는 곧 죽어도 저녁은 자기 와이프랑 먹는다 그러고
아유, 나쁜 것들
어유, 이기적인 것들, 아유
너도 연애해, 그럼
싫어
비둘기 씨랑 헤어진 지 꽤 됐잖아
소개팅할래?
나 진짜 괜찮은 후배 한 명 있는데
안 해, 아무도 안 만나
나 헤어진 여자 친구 아직도 못 잊었어
(준완) 지금도 매일매일 생각나
잘 때도 생각나고
걸을 때도 생각나고
이렇게 맛있는 거 먹을 때도 생각나고
야, 왜 이렇게 안 잊어지냐?
새끼, 뭐 그걸 나한테 물어봐? 네가 알아서 해, 이 새끼야
[익준이 입소리를 쯧 낸다]
(익준) 난 이거, 간다
[익준의 힘주는 신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버튼 조작음]
[버튼 조작음]
(민하) 어, 산모님
교수님 한번 봬야 할 거 같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초음파 검사에서 아기 식도 폐쇄증을 의심할 만한
몇 가지 이상 소견이 보입니다
네?
[울먹이며] 어떡해
아기
식도가 막혔다고요?
(석형) 네
식도가 좁거나 막힌 것은
산전에 초음파 검사로 진단이 되기도 하고
안 그런 경우도 있는데
지금으로선
식도 폐쇄증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놀란 숨소리]
정확한 건 아기 태어나고 엑스레이를 찍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저희가 소아외과 협진 의뢰할 거고요
소아외과 설명 한번 들어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네
그럼
(선진) 교수님, 소아외과 전화할까요?
(석형) 아니요, 제가 바로 안정원 교수한테 얘기할게요
[의료 기기 작동음]
[한숨]
[버튼 조작음]
(송화) 성영아
황두나 환자 자주 보고 체크하는 건 좋은데 [문이 스르륵 닫힌다]
다른 환자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석민) 야, 병동에 할 일 많아
시간 나면 가서 차트 정리해
미리 해 두면 이따 한 시간은 더 잘 수 있어
네, 알겠습니다
[성영의 한숨]
[버튼 조작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송화의 한숨]
[잔잔한 음악]
(송화) 대학생?
(석민) 예, 신입생이요, 집은 춘천
(송화) 성영이가
같은 고향이라 신경이 더 쓰이나 보네
쯧, 나도 예전에는 그랬던 거 같다
(석민) 교수님이요?
(송화) 응, 나도 그랬어
나랑 이름 같은 환자 들어오면 괜히 말 한 번 더 붙이게 되고
나이만 같아도 동질감 확 생기고
그러니까 성영이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나중에는 그런 감정들도 다 말라 버린다
예
근데 교수님은
처음부터 교수님 아니셨어요?
교수님도 어리바리한 인턴 때가 있었을까요?
(송화) 나
흑역사 많아
[버튼 조작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 (민하) 응? 안녕하세요 - (선진)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정원이 살짝 웃는다]
너 잘 만났다
(석형) 음
임신 중독증이 심해서 입원 중인 산모분인데
오늘 초음파 했는데 EA 같아
네가 한번 봐 줘
그래, 몇 주 몇 kg인데?
(석형) 30주 1.3kg
근데 산모분이 임신 중독증이 심해서 조산 가능성이 높아
아이고
왠지 회의 한 판 크게 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석형과 정원의 한숨]
(정원) 산전으로 지금 의심되는 상황은 맞지만
가장 확실한 건 태어나서 검사를 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어, 검사는 엑스레이 한 번 찍는 걸로 확인이 되고요
진단이 확인이 되면
태어난 다음 날이나 다다음 날쯤 수술하게 될 겁니다
[한숨]
(남자3) 제가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요즘 식도 폐쇄는 그, 흉강경으로 한다던데
우리 아기도 그걸로 하게 되나요?
어, 요즘은 보통
가슴에 카메라 넣어서 하는 흉강경을 많이 하긴 하는데
아기가 너무 작거나 불안정하면
어쩔 수 없이 가슴 열어서 하는 개흉으로 할 수가 있어요
근데 이건 아기가 태어나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요, 교수님
나중에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할까요?
네, 수술만 잘되면 큰 문제 없어요
[안도하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정원) 다른 문제가 없고 이것만 있다면
수술하고 수술 부위만 해결되면
다른 아이들
수술받지 않은 아이들하고 차이 없이 잘 클 겁니다
(남자3) 감사합니다, 교수님
[정원이 살짝 웃는다]
(정원) 아직 수술도 안 했는데 감사는 빠르고요
식도 폐쇄 같은 경우는 수술이 어렵고
또 만약 아기가 작다면 부담은 더 올라가는데
저희가 경험도 많고 수술하고 나서 아기들 예후도 좋아서
너무 큰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럼 저랑은 아기 태어나고 나서 진단이 되면 그때 뵙는 걸로 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정원이 살짝 웃는다]
[도어 록 작동음]
(로사) 낮에 군청 앞에 김밥집이 새로 생겨서
김밥 사러 갔거든
(종수) 모자 안 챙겨?
(로사) 아, 맞다
[로사의 힘주는 신음]
[로사의 한숨]
(로사) 김밥 한 줄 사는데 키스크인지 디스크인지
아, 있잖아, 기계가 계산하는 거
키오스크
휴대폰은?
(로사) 어, 맞다, 아휴
(종수) 아이고, 산책 한번 하려다가 날 새겠다, 날 새겠어
아유, 참 [로사의 가쁜 숨소리]
(로사) '키' 뭐라고?
아무튼 결국 기계 쓸 줄 몰라서 주인한테 해 달라고 했잖아
김밥 한 줄 사 먹기도 이리 힘든 세상이 됐어
(종수) 손에 뭐야, 그거?
아이고
[로사의 한숨]
켜져라, 정신머리
나 왜 이러니?
요새 깜빡깜빡이 심해
어젠 냄비를 홀랑 태워 먹고
에이, 우리 나이에 뭐
그런 일은 놀랄 것도 아니지 [로사의 한숨]
그래서 결국 김밥 먹었어?
(로사) 먹었지
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 일이야? [리모컨이 툭 떨어진다]
[로사의 한숨]
[도어 록 작동음] 가자
(종수) 응, 아이고
(로사) 여기도 기계, 저기도 기계
나이 든 사람은 설 곳이 없어, 설 곳이 [종수의 웃음]
(종수) 누워 있어
[로사의 한숨]
(로사) 시시껄렁
(종수) 진심인데?
(로사) 야 [아파하는 숨소리]
야, 씁, 아유, 나 골다공증 있어
부러져, 하지 마, 어유
야, 너만 있냐? 나도 골다공증 있어
누구 뼈가 먼저 부러지나 볼까, 볼까, 볼까? [발랄한 음악]
(종수) 어어, 아야, 아야
- (로사) 잽, 잽, 잽 - 어, 진짜 부러진다고
(종수) 아야, 아, 사람 살려! 사람 살려 [로사의 웃음]
[로사의 놀란 신음] 동네 사람들!
(로사) 너 이리 와
[종수의 비명] [로사의 웃음]
[와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인턴) 이거 먹어 봤어?
- (홍도) 아니 - (인턴) 먹어 봐
[놀란 신음]
- 맛있지? - (홍도) 응
(민하) 둘이 동기?
네, 동기에 같은 조요
지금 소아과 돌고 있어요
알아, 그러니까 저기 앉아 있지
[민하가 피식 웃는다] [홍도의 탄성]
- (정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민하) 안녕하세요
(석형) 빨리빨리 좀 다녀라
(정원) 난 늘 혼자라 늘 좀 바빠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교수1) 오늘도 혼자시네, 안 교수
괜찮습니다, 적응이 돼서
(정원) 야, 나 과자 좀 오늘 한 끼도 못 먹었다
(석형) 김밥이라도 시켜 줄까?
(정원) 괜찮아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이라더니
아유, 동기 없는 사람 서러워 살겠나
[함께 웃는다]
[발랄한 음악]
[놀란 숨소리]
(정원) 응
[익살스러운 효과음]
[사람들의 웃음]
(석형) 현재 산모 임신 중독증이 심해서
산모만 생각하면 하루빨리 아기 꺼내는 게 좋아
이미 신장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더라고
계속 끌면 산모 신장이 더 안 좋아질 거야
[정원의 한숨]
그래도 아기 수술 생각하면 2kg은 넘겼으면 좋겠는데
아기가 2kg은 돼야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어
(정원) 흉강경도 가능하고
(석형) 최대한 끌어 볼 수 있을 때까지는 끌어 보겠는데
장담 못 해
산모 위험해
2kg 넘기려면 적어도 2, 3주는 더 넘게 끌어야 되는데
산모가 감당 못 할 거야
임신 중독증이라 신장 수치도 점점 안 좋아지고
오늘부터는 혈소판도 떨어지기 시작했어
내일 다시 피 검사 팔로업해 보고
필요하면 바로 수술해야 될 수도 있어
그래, 출산해야 하는 상황이면 당연히 해야지
그건 산부인과의 결정이고 따라야지
단, 만약 가능하면
끌어 줄 수 있는 만큼 끌어 달란 얘기인 거지
아기한텐 그게 좋지
아직 아기 폐 성숙이 온전하진 않을 테니
NICU에서 벤틸레이터 달아야 할 수도 있으니까
당연히 그러지, 끌어 준다니까
그래도 산모 위험하면 우린 바로 수술한다고
아, 누가 그걸 몰라?
그래도 혹시 아기 생각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끌어 달라고
가자, 둘이 똑같은 말 계속한다
[정원의 한숨] 커피 사 줄게
(민하) 우리도 가자, 차트 정리해야 돼
교수님, 안녕히 계세요
(석형) 응, 가
[문이 덜컹 열린다]
산모 신장이 안 좋아
[문이 덜컹 닫힌다] 어제보다 수치가 더 안 좋아졌어
더 끌기 쉽지 않아
[무거운 음악]
[한숨]
내일 수술할 수도 있는 거야?
장담 못 해
산모 상황 안 좋으면 내일 바로 수술할 수도 있어
(정원) 쯧, 알았다
연락만 바로 해 줘
(석형) 응
산모분도 이 상황을 다 알아
그래서 최대한 아기 배 속에서 키워서 낳겠다고 진짜
열심히 버티고 계셔
침대에서 거의 움직이지도 않으셔
아이고, 쉽지 않으실 텐데
내가 스케줄 맞춰 볼게
이왕이면 나 수술 날 스케줄 잡으면 좋은데
쯧, 그게 마음대로 되나
(정원) 알았다
커피 마실까?
그럴까?
(정원) 가자
[석형의 한숨]
[의료 기기 작동음] (창민) 창민이 하이드레이션하고 약도 올렸는데도
혈압 계속 떨어집니다
(준완) 아, 이제 정말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창민이 어머니 밖에 계시지?
내가 말씀드릴게
(창민) 네
어머니 같이 뵐까?
네가 그래도 석 달 넘게 창민이 밤새 케어하고 지켜봤는데
창민이 어머니도 나보다 널 더 편하게 생각하시고
얘긴 내가 할 테니까 너도 옆에 있어
그럼 엄마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창민) 교수님 전 수술 준비해야 해서 가 보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버튼 조작음]
[재학의 웃음]
(준완) 뭐냐?
감기 걸리시면 안 돼요
교수님은 소중하니깐
(준완) 아휴, 미쳐, 내가
빵 먹을래?
(재학) 아, 전 식당에서 밥 먹었어요
(준완) 그래? 잘했네
창민이 어머니 괜찮으세요?
안 괜찮으시지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겠어
[한숨]
좀 전에 말씀드렸어
창민이 이번 주 넘기기 힘들 수 있다고
아이고, 창민이도 힘들겠네
(준완) 전공의 창민이?
예, 창민이가 엄청 이뻐했잖아요
자기랑 이름 똑같다고
꼭 자기 동생 보는 거 같다고 주말에도 나와서 살펴보고 그랬어요
알지, 나도
근데 괜찮던데?
나보다 더 덤덤해
그래요?
참
그거
(재학) 대단한 놈일세
전 창민이 연차 때
아가들 하늘나라 갈 때마다 수도꼭지였거든요
뭐, 요즘 애들은 저희 때랑은 또 다른가 봐요
[재학이 살짝 웃는다]
(준완) 그러게
맥주 한잔할까?
저 오늘 당직이에요
[재학이 피식 웃는다]
넌 맨날 당직이니?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걸 왜 저한테…
(준완) 하, 진짜 세상에 되는 일 하나도 없다, 진짜
야, 그럼 내일은? 내일 마실까?
내일은 와이프랑 저녁을 먹…
[익살스러운 효과음]
죄송합니다
[새가 지저귄다]
[펠로우의 한숨]
(펠로우) 논문만 안 써도 좀 살 거 같은데
전 아카데믹한 인간은 아닌가 봐요
(정원) 저도 펠로우 때 논문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휴대전화 벨 소리]
네
(건) 교수님, 저 건인데요 김소영 산모 수술 시작했습니다
(정원) 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펠로우) EA 의심되는 아기 김소영 산모 수술 들어갔어요?
(정원) 네, 지금 시작했답니다
- (정원) 가요 - (펠로우) 네
[긴장되는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석형) 기구 빼 주세요
[석형의 힘주는 신음]
아기 나옵니다
[석형의 힘주는 신음]
[석형의 가쁜 숨소리]
[흡인기 조작음]
[아기 울음]
(간호사1) 아기 나왔습니다 14시 40분
(석형) 잠깐 비켜 주세요
[초조한 숨소리]
[여자2의 한숨]
(남자3) 장모님, 앉아 계세요 좀 걸리나 봐요
아니, 괜찮아
[초조한 숨소리]
(여자2) 어, 나오신다
[버튼 조작음]
(정원) 아, 네
왜 여기 계세요? 제가 병실로 가서 말씀드릴 건데요
와이프가 마취 깨고 많이 힘들어해서요
아무래도 저랑 장모님이 먼저 듣고
(남자3) 와이프한테 얘기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교수님
(정원) 아, 아닙니다
그럼 이쪽으로…
(여자2) 아
(정원) 아기 입에 튜브를 넣어서 엑스레이를 찍어 봤는데
어, 설명드린 대로 식도가 끊겨 있는 폐쇄증이 맞습니다
그래서 소아과에서 혹시 모를 다른 선천성 질환 검사 진행할 거고요
관련해서는 소아과 선생님께서 자세히 설명해 주실 겁니다
(여자2) 아휴, 어떡하냐
(정원) 우선 아기 식도 폐쇄는 내일 수술하려고 합니다
네
아기 체중이 1.4kg으로 좀 작게 태어났어요
그래서 지난번 말씀드린 대로
아기가 작아서 흉강경 수술은 어렵고
개흉으로 수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술은 니큐에서 할 예정입니다
수술장으로 가는 게 아무래도 아기한텐 큰 부담이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수술할 계획입니다
(여자2) [흐느끼며] 선생님
우리 아기 꼭 좀 살려 주세요
여기 첫 아이입니다
양쪽 집 합해서 첫 번째 결혼이고
첫 손주입니다
저희 딸이
자기 때문에 아기 아픈 거라고
며칠을 울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저기, 저희 딸 살려 주신다고 생각하시고
[차분한 음악] 우리 손주 꼭 좀 살려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기 울음이 들린다]
(마취과 의사2) 페리 라인 몇 개인가요?
(간호사2) 두 개요 지금 팔에 하나, 다리에 하나 있습니다
[의료진들이 분주하다]
(펠로우) 실 식스오 사이즈 있어요?
- (간호사3) 없어요 - (간호사4) 가지고 올게요
(펠로우) 7 반 글러브는 몇 개 있나요?
(간호사3) 두 개요
- (펠로우) 하나 더 가져다주세요 - (간호사3) 네
(건) 교수님, 가족분들 오셨습니다
(정원) 아, 네
- (정원) 같이 갈까요? - 네
(정원) 어, 아기 식도가 지금은 끊겨서 떨어져 있고
어, 아래쪽에 있는 식도와 기관지 사이에
샛길이 있더라고요
어, 수술은 이 샛길을 묶은 다음에 잘라서 없애 주고
끊어져 있는 식도 양 끝은 터서
끌어당겨 하나의 관으로 이어 줄 겁니다
어, 아기 상태가 좀 불안정하긴 한데
저희가 경험이 많으니 최선을 다해서 빨리 잘 끝내겠습니다
수술 시간은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자3) 아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정원의 옅은 신음]
(정원) 그럼
[버튼 조작음] [여자3의 한숨]
(여자3) 우리 집안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아이, 그러길래 결혼 전에 이것저것 다 검사해 봐야 한다니까
[여자3의 한숨]
[정원의 한숨]
(정원) 지금 밖에 계신 분은 시어머니신가요?
(건) 네
- (정원) 시작할까요? - (건) 네
[긴장되는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정원) 마취과 선생님, 시작하겠습니다
(마취과 의사2) 네
(정원) 메스 주세요
포셉 주세요
(윤복) 아기가 정말 작아요
(겨울) 더 작은 아기도 있어
(윤복) 정말 작은 아기인데
가슴을 열고 수술받는 게 대단하고 안쓰럽고
아기 살 수 있겠죠?
(겨울) 그럼
지금 수술받는 아기보다 더 작은 아기도
수술만 잘 받고 치료 잘 받으면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이 잘 자라
아이고, 우리 소아외과 펠로우 선생님
어떻게든 도와드리려고 하시는데
(윤복) 너무 좁아요
(겨울) 응, 아기 수술이 그래서 어려워
[잔잔한 음악]
(정원) 도와주려는 거 고마운데요
안 보이는 거 아니까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펠로우) 아, 네, 알겠습니다
(겨울) 신생아 수술이 힘든 건 수술 부위가 작고 좁아
아무리 어시스트가 많아도
신생아 수술은 거의 집도의 혼자 하는 수술이라고 봐야 해
(윤복) 아
(정원) 멧젠 주세요
안녕하세요
[정원이 살짝 웃는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정원) 산모님,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
교수님, 우리 아가요
수술 잘 끝난 거 맞죠?
수술 잘된 거죠?
네
남편분한테 들으셨겠지만 수술 잘 끝났습니다
[벅찬 숨소리]
감사합니다, 교수님
[잔잔한 음악]
(정원) 어, 살짝 힘든 수술이었는데
아이가 씩씩하게 잘 버텨 줬습니다
수술하는 동안 큰 문제는 없었고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안정적으로 수술 잘 끝났습니다
음, 아기는 조산 아이고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상당 기간 입원해서 성장해야 되는 상태니까
앞으로 NICU 선생님들이 열심히 봐 주실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잘 키우겠습니다
네
친정어머니시죠?
- (여자2) 저… - (여자3) 아…
(정원) 따님 잘못이 아닙니다
이건 누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 아니라
그냥 벌어진 일입니다
[모녀가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굳이 유전적인 이유를 따진다면 아빠 반, 엄마 반일 텐데
그것도 알 수가 없는 거고요
원래 태어나는 애들의 2, 3%는
여러 가지 구조적인 이상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아기는 그중의 하나인
식도 폐쇄라는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거고요
어머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저희로선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나와서 잘 수술하면 되는 거죠
아, 네
따님 정도 되니깐
아기 배 속에서 며칠만이라도 더 자라라고 버텨 준 겁니다
(정원) 따님 칭찬 많이 해 주시고요
몸 관리 잘할 수 있게 어머님이 옆에서 좀 많이 도와주세요
네
네
(정원) 엄마가 몸조리 잘해야
아기 회복하고 나면 아기 잘 키울 수 있어요
다른 일들은 아빠한테 다 시키시고
[살짝 웃는다]
엄마는 얼른 회복하는 것만 신경 쓰세요
네, 감사합니다
[살짝 웃는다]
(정원) 그럼
[문이 스르륵 열린다]
[휴대전화 벨 소리]
(정원) 어
(창민) 창민이 5분마다 에피네프린 주는데도
심박동 점점 떨어집니다
[한숨]
더 이상 안 될 것 같다
어렵겠네
내가 갈게
[통화 종료음]
(정원) 창민이라는 아기 말하는 거지?
TOF 아기
(준완) 어
유착이 심해서 수술도 힘들었는데
수술은 그래도 버텼는데 패혈증이 왔어
아이고
(준완) 우리 과 전공의 2년 차 창민이랑 이름이 같아
그래서 다들 조금 특별하게 생각했던 아기야
로봇 같은 창민이도 처음으로 마음 준 아기고
아기 엄마하고 라뽀도 많이 생겼어
야, 라뽀가 뭐, 별거냐?
'저 사람 우리 아기 열심히 봐 준다'
'아기 엄마 보니까 우리 엄마 생각 난다'
그럼 그게 라뽀지
[입소리를 쯧 낸다]
안 가?
(준완) 가야지
갈 거야
발이 잘 안 떨어지네
간다
가서 말씀드려야지
갈게
창민이 심장이 간신히 뛰고는 있지만
(준완) 멎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잔잔한 음악] [여자4의 힘겨운 신음]
창민이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창민이가 그동안 중환자실에서 많이 외로웠을 텐데
[남자4와 여자4가 흐느낀다]
마지막 가는 길
위로가 될 수 있게 지켜 주세요
[의료 기기 작동음]
(준완) 창민이 어머니 아버지한텐 설명드렸으니까
창민이 네가 사망 선고 해라
네, 알겠습니다
[의료 기기 경고음] [남자4와 여자4가 흐느낀다]
[흐느낀다]
선생님
(지민) 창민 선생님
(창민) 김창민
아기, 어…
어…
우리 창민이
(여자4) 천사 같은 우리 아가
엄마가
엄마가 너무 사랑해
[남자4와 여자4가 흐느낀다]
(창민) 어, 어…
어…
시간은…
[훌쩍인다]
[울음이 들린다]
(창민) [흐느끼며] 어, 시, 시간은…
[버튼 조작음]
[남자4와 여자4가 흐느낀다]
[의료 기기가 삐 울린다]
[의료 기기 전원음]
[잔잔한 음악]
16시 53분으로 적어 주세요
네
[훌쩍인다]
죄송합니다
[버튼 조작음]
[남자4와 여자4가 연신 흐느낀다]
네, 조금, 살짝 해 본 적 있습니다
(익준) 응, 오늘 간 모빌리제이션 제대로 한번 해 봐
네, 해 보겠습니다
(익준) 난 알아서 시간 맞춰서 내려갈게
네
[통화 종료음]
[심호흡]
[다가오는 발걸음]
(준완) 들어와
죄송합니다
사망 선고 하라고 하셨는데
그 순간 감정이 북받쳐서
제대로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창민) 죄송합니다, 교수님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준완) 뭐가 죄송해?
울 수도 있지
의사는 사람 아니냐?
괜찮아, 울어도 돼
네
우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야
눈물 나오면 환자 앞이든 보호자 앞이라도 우는 거지
굳이 그런 감정까지 숨기고 참으라고 하고 싶지 않다, 난
- 네 - (준완) 근데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아무리 네 감정이 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 할 때가 있어
그걸 결정해 주는 것도 의사가 할 일이고
네 [잔잔한 음악]
가 봐, 오늘 고생했다
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의료 기기 작동음]
[겨울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겨울) 내가 볼 수 있게 잘 좀 당겨 줘
(지우) 네 [겨울의 긴장한 숨소리]
(겨울) 석션해야 피 나는 곳이 보이니까 잘 석션해 줘
(지우) 네
(겨울) 선생님, 이익준 교수님 호출 부탁드립니다
(간호사5) 네 [버튼 조작음]
(익준) 왜, 잘 안돼?
(겨울) 교수님, 블리딩 있어서 진행이 좀 어렵습니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생각한 만큼 잘 안됩니다
(익준) 아드레날 글랜드 박리는 했니?
(겨울) 아직 거기까지 못 갔습니다
(익준) 시딩은 확인했어?
(겨울) 죄송합니다, 체크 못 했습니다
(익준) 캔서 환자면 시딩 확인부터 했어야지
(겨울) 죄송합니다
[차분한 음악]
[겨울의 한숨]
[익준의 한숨]
(익준) 리차드슨 주세요
[문이 덜컹 열린다]
[익준이 숨을 후 내쉰다]
[문이 덜컹 닫힌다]
[익준의 한숨]
(익준) 커피 한잔할까?
[겨울이 살짝 웃는다]
(익준) 자
내 사랑도 두 스푼 넣었어
정원이한테 허락도 받았고
(겨울) [피식 웃으며] 감사합니다
[한숨]
오늘 수술 때문에 속상해서 그래?
(겨울) 네
전 발전이란 게 없는 사람이에요
전문의나 돼서 그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 하고
[한숨]
저는 간 이식 못 할 거 같습니다, 교수님
탤런트가 없어요
너 지난달까지 전공의였어
펠로우 된 지 2주도 안 됐어
[익준이 숨을 들이켠다]
3월 달엔 원래 다들 헤매고 그래
아직 초반이잖아
원래 어려운 수술이니까 잘 보고 배우면 되지, 뭐
괜찮아
수술 더 배우고, 어?
경험 많이 쌓으려고 펠로우 하는 거잖아
앞으로 경험이 쌓이면 좋아질 거야
수많잘 몰라?
몰라요
당연히 모르지 내가 방금 만들었으니까
[겨울과 익준이 피식 웃는다]
수술은 많이 해 본 사람이 잘해
수술은 무조건 경험
난 간 이식 500번을 어시스트 서고 그리고 첫 집도를 했어
교수님들 수술하는 거 수없이 옆에서 보고 옆에서 배우면서
그러고 나서 처음으로 내 수술을 했다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익준) 너는 배우려는 의지도 많고
다른 동기들이나 펠로우 선생님들에 비해
수술 경험도 많은 편이야, 괜찮아
잘할 수 있고 잘할 거야
시간이 더 필요해, 그래서 그래
전혀 위로가 안 되는구나?
네
[헛웃음]
(익준) 너, 음, 재능 있어
싹이 보여
[한숨]
교수님
실패담을 얘기해 주세요
그게 더 위로가 될 거 같아요
[한숨]
실패담, 음
[숨을 씁 들이켠다]
내 거는 없고, 그…
[익준이 피식 웃는다]
(익준) 농담, 농담
내 거, 준완이 거, 석형이 거 뭐, 다 많은데
퓨어한 애들 거가 임팩트가 있겠지?
송화나 정원이 같은 세인트과인 애들 거
안정원 자기 실수한 거 너한테 말한 적 없지?
(겨울) 네
논문이나 수술법 얘기는 많이 해 주시는데 실수담은…
[흥미로운 음악]
[피식 웃는다]
(익준) 안정원이 완벽주의자인 거 알지?
네가 더 잘 알잖아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완벽한 건데
(익준) 야
네, 지독한 완벽주의자입니다
완벽주의자에 세상 모르는 게 없어, 걔가
[살짝 웃는다]
뭐, 주식부터 캠핑에, 스키에
와, 세상 그런 똘똘이 스머프가 없지
그런 정원이가 인턴 때 나랑 외과를 도는데
너 설압자 알지?
저거, 혀 누르는 거…
(익준) 어떻게 저게 또 마침 저기에 있냐, 참, 하이고
아무튼 인턴 첫 달 같이 외과를 도는데
병동에서 환자 한 명이 갑자기 경기를 일으켰어
나랑 정원이가 이쁨 한번 받아 보려고 둘이서 회진을 먼저 돌았거든
근데 갑자기 그런 일이 생긴 거야
막, 교수님 막 뛰어오고 막
간호사 선생님 막 날아오고 막 난리가 났어
그때 교수님이 그랬지 설압자 가져오라고
'설압자 가져와, 얼른!'
설마
[익살스러운 효과음]
설압자 가져와, 얼른!
네? 아, 네!
[정원의 가쁜 숨소리] [달려오는 발걸음]
이 새끼 뭐야?
[익살스러운 음악]
(교수2) 으응?
[친구들의 웃음]
너 그런 일이 있었어?
나 처음 들었어
야, 안정원, 히트다, 히트
[매워하는 숨소리]
(준완) 아, 맵네, 맛있다, 응?
(송화) 그렇지?
이것도 먹어 봐
근데 더 시켜야 되는 거 아니야?
좀 모자랄 거 같지?
뭐가 모자라?
네 마리 시켰어, 네 마리
두당 한 마리씩 먹을 거야?
그럼 두당 한 마리씩은 먹어야지
너는 돈도 많은 애가 이럴 땐 꼭 구두쇠더라
(준완) 하여튼 있는 놈들이 더해요, 진짜
아유, 정원아 뭘 또 그런 걸로 삐지고 그래?
익준이가 장겨울 선생 기분 풀어 주려고 한 말이잖아
옛날 일이야, 옛날 일
나 아니야
알았어, 너 아닌 걸로 할게
설압자 그거
익준이 새끼 에피라고!
(함께) 뭐?
(준완) 이 새끼가…
정, 정원이 '아' 해 봐
[익살스러운 음악]
'아', '아' 해 봐요
내 사랑 두 스푼 넣었답니다
(익준) '아', '아' 더 해 봐
(정원) 으이그, 진짜 이걸 그냥! [익준의 아파하는 신음]
야, 미친…
(익준) 아, 야, 야, 잠깐 [정원이 씩씩거린다]
야, 정원아, 아, 아, 아!
[익준의 가쁜 숨소리]
이 새끼 뭐야?
[익살스러운 음악]
(익준) 아, 그…
그럼 혹시 이, 이 자…
(교수2) 으응?
[정원의 한숨]
아니, 나라 그러면은
뻔하…
뻔, 뻔하잖아
아니, 나나 준완이, 석형이 우리가 그러면 재미없지
각색 몰라? 각색?
송화나 정원이가 했다고 해야, 응?
애한테 조금이나마 더 위로가 될 거 아니야
(정원) 이걸 진짜 확…
[정원의 한숨]
[정원의 한숨]
(송화) 너 혹시 내 것도 얘기했어?
(익준) 어
송화도 뭐 있어?
(익준) [피식 웃으며] 얘 흑역사 많아
- (준완) '베개부터'? - 어, 그거
(석형) 그게 뭔데?
(익준) 교수님이 베개부터 다시 포지션 잡는다고
'자, 자, 베개부터!'라고 했는데
송화는 벽에 붙으라는 줄 알고 [익살스러운 음악]
(준완) 벽에 탁 붙은 거지 [땡 울리는 효과음]
[친구들의 웃음]
(익준) 나 진짜…
아무튼 모범생은 모범생이야
야, 아무리 교수님이 '벽에 붙어'라고 해도
야, 컨타되는데 어떻게 벽에 이렇게 딱
[땡 울리는 효과음] [함께 웃는다]
벽, 벽에 이렇게 딱 붙냐고
[피식 웃는다]
인턴 때야, 인턴 때
[석형의 웃음] (익준) 알았어, 인턴 때
(준완) 아유
(익준) 쟤 누구랑 통화하냐?
(준완) 장겨울 선생이랑 하겠지, 뭐
(정원) 아, 나 아니라니까
익준이야, 익준이 [발랄한 음악]
그거 익준이 얘기야
아, 아니
아,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가 아니라, 그…
아, 진짜 익준이 새끼 에피라고, 하
아, 내가 왜 설압자를 모르겠어, 어?
(준완) 그러고 보니 넌 뭐 없다?
(석형) 나? [준완이 캔을 달칵 딴다]
나는 없지
나는 완벽한 인간이니까
얘기해?
[피식 웃는다] [캔을 달칵 딴다]
석형이 전공의 1년 차 때
아, 물론 나도 그런 경험 있어서 뭐, 이건 십분 이해가 돼
이 새끼 처음으로, 어?
산모 안 좋아져서 사망 선고를 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해서 네 번이나 다시 했어
(익준) 결국 옆에 있던 간호사 선생님이 교수님 콜해서
교수님이 하셨지
너 기억나지? 네가 얘기했잖아
기억나지
그분 성함이랑 나이, 인상착의
생생하게 지금도 다 기억나
내가 처음으로 주치의 맡은 산모분이었는데
내가
쯧, 잘될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근데 갑자기
양수 색전증으로 돌아가셨어
[준완의 한숨] (석형) 남편분은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우는데
우린 그때 참으라고 배웠잖아
선배들한테, 교수님들한테
환자 앞에서 감정 표현 절대로 하지 말라고 배웠는데
그게 되나
안 참아지더라고
나도 그 자리에서 같이 펑펑 울었어
[잔잔한 음악]
눈물을 못 참겠더라고
그리고 교수님한테 무지 깨졌어
의사 망신 다 시킨다고
냉혈한
너는 그런 기억도 없지?
없지
난 너랑 달리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야
웃기고 자빠졌네
[와장창 깨지는 효과음]
넌 그런 거 하나하나 다 기억해서 뭐 하려 그래? 어?
진실을 왜곡할 때 터트리는 거지
'내가 봤다', '내가 목격을 했다'
준완이 1년 차 때 처음으로 사망 선고 하고
환자 가족분들, 응, 앞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잘하고
(준완) 화장실 가서 겁나 울었네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쯧, 태어나서 그날 제일 많이 울었어
돌아가신 환자분하고 우리 아빠가 동갑이었거든
아들도 내 나이랑 비슷했고
아들이 아빠 사랑한다고
다음 세상에서도 아빠 아들로 태어날 거라고 말하는데
나 아직도 가슴 한쪽에 그 두 사람 모습이 남아 있어
평생 못 잊어
아유, 나 지금도 눈물 나려 그래
너 그러고 나서 후회했잖아
무슨 후회?
운 거?
울 수도 있지
아니
화장실에서 몰래 운 거
그게 너무 후회됐어
(준완) 그냥 보호자들 앞에서
가족분들 앞에서 눈물 정도는 보여도 되는 거잖아
그게 뭔 망신이고 창피한 거라고 화장실에 몰래 쪼그려 앉아서
지금 생각하니까 그게 더 창피하다, 야
나도 제자들한테 선만 잘 지키면
소소한 감정들은 표현해도 된다고 얘기해
우리가 AI는 아니잖아
[익준의 힘주는 신음]
[밝은 음악이 연주된다]
[석형의 시원한 숨소리]
(익준) ♪ 지난날 아무 계획도 없이 ♪
♪ 여기 서울로 왔던 너 ♪
♪ 좀 어리둥절한 표정이 ♪
♪ 예전 나와 같아 ♪
(정원) ♪ 모습은 까무잡잡한 스포츠맨 ♪
♪ 오직 그것만 해 왔던 ♪
♪ 두렵지만 설레임의 시작엔 니가 있어 ♪
(익준) ♪ 괜찮아, 잘될 거야 ♪
♪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
♪ 괜찮아, 잘될 거야 ♪
♪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
(준완) ♪ 너만의 살아가야 할 이유 ♪
♪ 그게 무엇이 됐든 ♪
(석형) ♪ 후회 없이만 산다면 ♪
♪ 그것이 슈퍼스타 ♪
(익준) ♪ 괜찮아, 잘될 거야 ♪
♪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
♪ 괜찮아, 잘될 거야 ♪
♪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
♪ 널 힘들게 했던 일들과 ♪
♪ 그 순간에 흘렸던 ♪
♪ 땀과 눈물을 한잔에 마셔 버리자 ♪
[익준의 애드리브]
[함께 노래한다] (송화) [불안한 음정으로] ♪ 괜찮아, 잘될 거야 ♪
♪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
♪ 괜찮아, 잘될 거야 ♪
♪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
(익준) 쓰리, 포!
(친구들) ♪ 나나나 나나나 ♪
♪ 나나나 나나나 나나나 나나 ♪
♪ 나나나 나나 나나나 ♪
♪ 나나나 나나나 나나나 ♪
[밝은 음악]
(여자5) 됐다
[부녀의 웃음]
[남자1의 들뜬 신음]
[함께 웃는다]
[남자1의 반가운 신음]
안녕하세요
(남자1) 아유, 감사합니다, 선생님
(윤복) 어, 아니에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남자1의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밝은 음악이 연주된다]
(익준) ♪ 괜찮아, 잘될 거야 ♪
♪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
♪ 괜찮아, 잘될 거야 ♪
(익준) ♪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
♪ 널 힘들게 했던 일들과 ♪
♪ 그 순간에 흘렸던 ♪
♪ 땀과 눈물을 한잔에 마셔 버리자 ♪
[익준의 애드리브]
(친구들) ♪ 괜찮아, 잘될 거야 ♪
[익준의 추임새]
♪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
(익준) ♪ 미래가 있어 ♪
(친구들) ♪ 괜찮아, 잘될 거야 ♪
[익준의 애드리브]
♪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
(익준) 쓰리, 포!
(친구들) ♪ 나나나 나나나 ♪
♪ 나나나 나나나 나나나 나나 ♪
♪ 나나나 나나 나나나 ♪
♪ 나나나 나나나 나나나 ♪
(익준) ♪ 너만의 인생의 슈퍼스타 ♪
[밝은 음악이 계속 연주된다]
(성영) 두나 학생 벌써 2주가 다 돼 가는데 [의료 기기 작동음]
이제 그만 일어나, 응?
친구들은 개강 파티도 하고 엠티도 가고
모두 정신없이 바쁘단 말이야
3월에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어떡해
[의미심장한 음악]
환자분, 왼손 들어 보세요
[벅찬 숨소리]
교, 교, 교수님!
[버튼 조작음]
[의료 기기 작동음] [아기 울음이 들린다]
(여자6) 아가야,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여자6의 안타까운 숨소리]
(정원) 안녕하세요
- (남자3) 어? - (여자6) 안녕하세요, 교수님
어떻게 여기서 뵙네요
[정원이 살짝 웃는다]
전 여기 매일 와요
[정원의 웃음]
많이 좋아지셨네요
[살짝 웃으며] 감사합니다
우리 아기도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여자6) 정말 감사해요, 교수님
교수님, 아기 이름 지었습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아직 아기 이름이 없네요
이름이 뭐예요?
[여자6이 살짝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정원과 여자6이 살짝 웃는다]
별 뜻 없습니다
(여자6) 음, 나중에 커서
의사 되라고
그래서 지었습니다
네 [살짝 웃는다]
이름 이쁘네요
그럼
[리드미컬한 음악]
[밝은 음악] 굿 모닝!
안녕하세요, 교수님
넌 어떻게 이 병원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
사람들이 날 너무 좋아해
왜? 무슨 일 있었어?
[고함치며] 여기 의사 없어요?
아, 언제까지 기다려!
와, 완전 정색하시면서
[한숨]
너무하시다
우리 사정도 전혀 모르시고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니에요?
정말 이 병원에 믿음이 안 생겨요, 믿음이
어인 일로 모친께 전화를 다 주셨을까요?
그래도 어떻게 한 번을 안 봐?
안 궁금해, 언니?
궁금하지
근데 보자 그러면 부담스러워할 거 같아서
아휴, 우리 석형이는 언제쯤 여자 친구 데려오려나
상관 안 해, 다 괜찮아
딱 쟤만 빼고
저 오늘 당직인 거 어떻게 아셨어요?
이번 주 일요일은 나랑 놀아 주려고?
아니, 나 약속 있는데?
다음 주 일요일 안 까먹었지?
네, 좋아요
전 다 좋아요
이러고 가실 거예요?
옷이 중요해? 마음이 중요하지
너 주말에 뭐 해?
나 내일 오랜만에 캠핑 가는데 같이 갈까 했지
[풀벌레 울음]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