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2.5
[익순이 훌쩍인다]
(익순) 오빠, 근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어두운 음악]
나 사람들 아는 거 싫어
(익준) 하, 지금 그게 중요해?
너 이식받아야 할 수도 있어
(익순)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익준) 그래, 알았으니까 네 몸부터 챙기자
응, 아무한테도 말 안 해 나만 알고 있을게
(익순) 엄마 아빠한테도 말하지 마
알았어
(익순) 그리고
준완 오빠한테도
준완 오빠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 오빠
알았지?
[준완의 한숨] [잔잔한 음악]
[익준이 음료를 호록 마신다]
[익준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노트북 조작음]
[익준의 한숨]
(익순) 말 못 해서 미안해, 오빠
사귄 건 작년 여름부터
헤어졌어
내가 헤어지자고 했어
내 잘못이야
내가 변덕이야
왜 헤어졌는지는 묻지 마
남들 다 헤어지는
아주 뻔한 이유로 헤어졌어
나 아픈 거 준완 오빠는 몰라
그리고 앞으로도 몰랐으면 좋겠어
미안해, 오빠
(익준) 알았어, 말 안 해
(익순) 미안해
(익준) 너답지 않게 미안하단 소리를 왜 이렇게 많이 해?
난 괜찮으니까 학교 잘 정리하고 한국 들어올 준비나 잘해 [스위치 조작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비행기 언제라고?
[문이 달칵 열린다]
[정원의 놀란 숨소리]
(정원) 아, 아, 놀라라, 씨
안 자고 뭐 해?
(준완) 어, 잘 거야
잠이 안 오네
(정원) 환자 잘못됐어?
(준완) 아니
집에 무슨 일 있어?
없어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통화 종료음]
[한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밝은 음악]
(익준) 베리 굿 모닝이요
- (겨울) 안녕하세요, 교수님 - (수빈) 아,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마다 인사한다]
(겨울) 어제 응급실로 들어온 6006호 최은숙 환자
새벽에 간성 혼수 와서 관장했습니다
38도 6으로 체온 더 올라갔고 황달 수치 안 좋습니다
(익준) 응, 아무래도 내일 MRCP 하고
암 때문에 담관이 늘어난 게 보이면 PTBD 진행하자
(겨울) 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의료 기기 작동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익준) 최은숙 님, 안녕하세요
[문이 스르륵 닫힌다] (남자1) 안녕하세요, 선생님
(익준) 환자분 좀 어떠세요?
[남자1의 한숨]
(남자1) 사람도 잘 못 알아보고
기운도 영 없고 안 좋습니다
제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는데
[힘겨운 신음]
지금 황달 수치가 매우 안 좋아요
예, 암이 담관을 침범해서 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익준) 내일 담관 보는 MRI 찍고
어, 예상이 맞으면 영상의학과에서 담도 배액술이라고
담관에 관을 찔러 넣어서 배액을 시키는 그런 시술이 있어요
그 시술을 하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입소리를 쯧 낸다]
아, 예, 뭐 그렇게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익준) 네
그럼 내일 MRI 찍고 결과 나오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남자1) 예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로사) 석형이 너무 많이 달라졌어
난 아직 볼 때마다 놀란다, 야 커피도 사 주고
예전엔 정말 세상 무뚝뚝하고 뚱한 애였는데
(석형 모) 지금도 표정은 뚱해, 언니
[석형 모와 로사의 웃음]
맞아, 언니
우리 아들이 진짜 많이 변했지
양 회장 바람나고 지은이 그렇게 가고
나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애가 180도 변했어
지옥 같은 시간들이었는데
그래도 아들 하나는 건졌네
사람 죽으란 법은 없나 봐
[석형 모의 웃음]
언니
나 요즘 쪼끔 행복해
다행이다, 듣던 중 반가운 얘기네
딱 한 가지만 빼고
딱 한 가지만 이뤄지면
진짜 나 많이 행복할 거 같은데
쯧, 쉽지가 않네
뭐, 돈?
나 돈 많아, 언니
가진 건 돈밖에 없는 여자야
재수 없어
우리 석형이 결혼하는 거
(석형 모) 우리 석형이 얼른 좋은 짝 만나서 재혼하는 게
내 행복의 마지막 퍼즐이야
내 마지막 소원이고
네 마지막 소원에 왜 자식을 끌어들여?
네 소원이면 너랑 관련된 것만 빌어
네 것만 빌라고
괜히 이번에도 석형이 인생에 끼어들어 애들 힘들게 하지 말고
내가 언제 그랬어?
얘가 까마귀 고기를 풀코스로 잡쉈나
혼수부터 며느리 구박하기 시작해서 너 나중에 각서까지 쓰게 했잖아
(로사) 시댁 재산 한 푼도 친정에 안 보낸다고
며느리가 1년 버틴 것도 대단하다, 야
사사건건 돈으로 스트레스 주고 하루에 전화를 수십 통씩 하고
(석형 모) 그건 걔가 우리 집 재산을 계속 자기 집으로 빼돌리니까 그랬지
말도 안 돼, 석형이가 준 거잖아
석형이가 그 정도는 처가댁에 보태 줄 수도 있지
네가 왜 참견이야?
사기 결혼이야, 언니 나 사기 맞은 거야, 어?
망하기 일보 직전인데
온 가족이 배우 뺨치게 연기해서 우리 집 문 거라고
내가 교수 집안이라고 해서 결혼시킨 줄 알아?
윤 교수 아버지가 건물이 세 채에
강남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현금 부자라고 해서 결혼시킨 거야
하이고
근데 현금은 개뿔
알고 보니 다 빚에, 저당에
건물은커녕 은행 대출만 산더미
온 가족이 사기꾼들이라고, 사기꾼들
일부러 그랬겠니? 다 사정이 있었겠지
그렇다고 며느리를 도둑으로 몰면 어떡해?
(로사) 결혼 전에 혼수로 꼴랑 2캐럿짜리 다이아 해 왔다고
그렇게 구박하더니
그 반지 없어지니까 며느리보고 네가 가져갔냐고
너 어떻게 그런 말이 입에서 나오니?
언니, 난 아직도 걔가 가져갔다고 생각해
[한숨]
그날이 걔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방 청소한 날이야
갑자기 자기가 하겠대
좀 찜찜했는데
그래도 계속 자기가 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
근데 귀신같이 그날 반지가 없어졌어
더 비싼 것도 많았거든
근데 딱 그 쪼끄만
걔가 해 온 2캐럿짜리 다이아 반지만 없어졌어
너 병원 가, 과대망상이야
걔가 나한테 복수한 거야, 언니
무서운 애야, 걔
쟤가 왜 여기 있어?
누구?
신혜
(로사) 신혜가 누군데?
다이아 훔쳐 간 애
(로사) 저렇게 생겼었나?
(석형 모) 허, 뭐지, 쟤?
아, 뭐긴 뭐야
병원에 볼일 있어 왔나 보지
신경 끄셔
언니, 저 다이아 내 거 같은데?
[로사가 콜록거린다]
방금 쟤 다이아 목걸이 하고 있었잖아
못 봤어?
[기가 찬 숨소리]
그거 내 거 같아
아니, 내 거야, 확실해
야, 세상에 다이아가 그거 하나야?
네 건지 네가 어떻게 알아?
(로사) 석형이 어머니, 이제 그만
여기서 더 하면 추태예요
[말소리가 들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승주) 교수님, 지금 인덕션 진행 중인 장미라 산모 ROM 됐습니다
(석형) 진행 잘되겠네요, 알겠습니다
(민하) 교수님, 질문이 있는데요
(석형) 응, 뭐?
어, 강윤아 산모 남편분이
아내 분만할 때 카메라로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세요
와이프 진통 중인데 거기다가 카메라 들이대면
맞지 않을까?
[웃으며] 아니, 아기 태어날 때요
그 전에는 안 찍으시고 아기 태어날 때
교수님이 아기 들어 올리는 순간을 촬영하고 싶으시대요
어, 의료진들 얼굴은 안 나오게 찍으신다고
(석형) 음, 괜찮아 찍으셔도 상관없다고 말씀드려
와이프 아래쪽 말고 위쪽에서만
아기 위주로 찍으시면 가능하다고
물론 난 상관없고
(민하) 네, 알겠습니다
어, 그리고 교수님
또 질문이 있는데요
(석형) 응 [마우스 클릭음]
어, 이 질문은 혹시
제가 사 드리는 커피 드시면서 들으시는 거는 어떨까요?
여기서 해
(승주) 질문이 뭔데요?
나도 살짝 궁금하네
[당황한 신음]
(민하) 여기서 해요?
(석형) 그래, 커피 마시자 가면서 들을게
(민하) 네, 감사합니다
(명태) 야 [의료 기기 작동음]
[날카로운 효과음] 넌 치프가 돼 가지고
물 뿌리는 거 하나 제대로 못 하냐? 어?
네가 잘 보여 줘야 내가 똑바로 볼 거 아니야, 인마!
(전공의) 죄송합니다
(재학) 어제 당직에다가
새벽에 응급 수술까지 있어서 잠을 못 자서 그렇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인마!
(전공의) 네, 죄송합니다
(명태) 치, 잠 못 잤다고 유세하는 거야, 뭐야?
야, 나 때는 말이야, 어?
일주일에 180시간을 일하고도 잘만 했어, 어?
멘탈, 멘탈
정신력이야, 정신력
[흥미로운 음악]
(재학) 일주일은 168시간
이지만 서머 타임도 있고
[날카로운 효과음] (명태) 뭐?
(재학) 아닙니다, 저, 교수님 마무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명태) 당연하지
(재학) 그렇죠, 예
[발랄한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정원의 한숨]
(정원) 수고들 하셨습니다
(펠로우) 교수님, 고생하셨습니다
- (간호사1) 고생하셨습니다 - (정원) 네
[정원의 웃음]
(정원) 고생하셨어요, 아침 일찍부터
- (간호사2) 고생하셨습니다 - (펠로우) 수고하셨습니다
(정원과 간호사1) -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고생하셨습니다
- (마취과 의사) 수고하셨습니다 - (정원) 네, 수고하셨어요
[버튼 조작음]
(펠로우) 1%요, 1%
안 교수님 화내는 거 본 적 있으세요?
[문이 스르륵 닫힌다] (간호사1) 가끔 전공의나 인턴들한테 화내시기도 하세요
존댓말로 공손하게
[펠로우의 탄성]
(민하) 교수님 교수님은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
(석형) 그게 질문이야?
(민하) 아, 아니요 [민하가 살짝 웃는다]
[기적 효과음]
[민하의 한숨] - (석형) 민하야 - (민하) 네
(석형) 그러고 보니까 질문은 하루에 하나야
너 벌써 하나 했잖아
(민하) 어, 그거는 일이죠, 교수님
(석형) 일적인 질문만 해
그런 말 안 하셨잖아요
오늘부터 그렇게 해
[익살스러운 효과음]
(민하) 어, 그, 그건 안 될 거 같은데요, 교수님
제가 선 안 넘게 질문 아주 잘할게요, 네?
[익살스러운 음악] [석형이 피식 웃는다]
(석형) 그래도 오늘은 질문 끝이야
일적인 거면 하고 아닌 거면 내일 해
(민하) 네, 일적인 거 아니에요
다음에 할게요
오늘은 제가 커피만 사 드릴게요
교수님 쓰리 엑스 라지로 드세요
(석형) 그런 사이즈도 있어?
(민하) 아니요, 그런 거 없는…
아, 죄송합니다
[민하의 당황한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아버님 오늘 병원 오는 날이야?
응, 외래는 끝났고
내가 카페에 휴대폰 놓고 와서 다시 찾아서 가는 길
아빤 차에 계셔
별 이상 없으시지?
(신혜) 많이 좋아지셨어
운동도 시작하셨고
(석형) 다행이네
[민하의 어색한 웃음]
(민하) 안녕하세요
아, 여긴 우리 전공의
아, 예, 안녕하세요
(민하) 아, 네
[발랄한 음악] '우리'라고 한 거야, 지금?
(신혜) 아빠가 밥 사고 싶다는데 내가 괜찮다고 했어
부담스러워할 거라고
(석형) 잘했네
그리고 내가 뭐 한 게 있나
갈게
[잔잔한 음악]
응, 가
[밝은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송화) 선빈아, 블리딩되는 곳 없지?
(선빈) 네, 없습니다
(송화) 너 시간 되면 나가, 알았지?
성영이랑 마무리하면 돼
(선빈) 네, 알겠습니다
(송화) 여기 봐 봐
이 환자분 옵틱 너브 디컴프레이션 잘돼서
시야가 호전될 수도 있을 거 같아
이제 할로 리트렉터 떼자
- (선빈) 네 - (성영) 네
(송화) 마이크로스코프 빼 주세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겨울) 안녕하세요
어? [살짝 웃는다]
안녕하세요
[웃음] [부드러운 음악]
(정원) 응 [함께 웃는다]
[정원의 힘주는 신음] (겨울) 어? 고맙습니다
[함께 웃는다]
(정원) 밥 못 먹었어?
(겨울) 네
(정원) 겨울아, 그, 설마
이게 한 끼는 아니지?
(겨울) 두 끼?
[엘리베이터 도착음]
(정원) 아, 두 끼?
(겨울) 어? 안녕하세요
(준완) 응
다음 거 탈게
[웃으며] 아, 타
(준완) 알았어
[정원과 겨울이 피식 웃는다]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송화) 애들 다 안 왔어?
내가 단톡에 올렸는데
시간 되면 잠깐 보자고
(익준) 어, 다들 앞이래, 곧 올 거야
야, 근데 넌 어째 매주 여기서 수술이 한 건씩 있는 것 같냐
야, 이럴 거면 속초 내려간 의미가 없잖아
VIP 케이스 중에서 급한 거 아니면
최 교수님이나 정 교수한테 좀 부탁해
[힘겨운 신음]
안 그래도 다음 주까지만 VIP 수술 내가 다 하고
이후엔
간단한 케이스는 정 교수한테 맡기려고
어, 잘했다, 진짜 잘했어
[배터리 경고음] (익준) 아! 아유
야, 나 충전기 좀
이제 정말 좀 쉴까 해
(송화) 목도 제대로 치료하고 운동도 시작하고
충전을 좀 해야겠어
(익준) 이, 이, 이걸로 할래?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준완) 송화야, 충전 좀 하자
(익준) 안 돼 지금 송화가 충전 중이야
[기계 전원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완) 진짜 미친놈 웃겨서 욕도 못 하겠고
[준완의 헛웃음]
[한숨]
(정원) 다 모였어? 석형이 안 보이네?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익준) 곰돌이 뭐,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겠지, 그렇지?
- (익준) 괜찮아졌어, 좀? - (송화) 응
(익준) 오케이
[익준이 충전기를 툭 놓는다]
내가 제일 늦었어?
(익준) 어, 네가 제일 늦었어 빨리 와서 앉아
[문이 달칵 닫힌다]
[익준의 못마땅한 신음]
자, 말해, 채송화
대체 무슨 일이길래 대낮부터 비상소집이야?
(석형) 너 혹시
결혼해?
(익준) 야 [정원의 한숨]
결혼만큼
중대한 일이지
(함께) 대게?
[정원의 탄식] [송화의 웃음]
어
속초에 나 자주 가는 횟집이 있는데
거기 선장님이 전화하셨어
오늘 대게가 많이 잡혔는데 필요하면 말하라고
도매가로 주시겠다고
(익준) 야, 얼른 말해, 필요하다고
야, 나, 나 대게 필요해요
[아련한 음악] 대게 정말 필요해요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늘어지는 효과음]
(석형) 이 새끼 뭔 소리야?
(정원) 연기하는 거야, 연기
(준완) 얼마면 될까? 얼마면 돼? [아련한 음악]
대게? 이제 돈으로 사겠어
야, 진짜 대단한 우정이다 [늘어지는 효과음]
(정원) 그걸 또 받아 주네
[송화의 웃음]
(송화) 아, 그럼 대게를 돈으로 사지, 뭘로 사?
벌써 말씀드렸어
내일 쪄서 내일 바로 택배로 보내 주신대
주말에 도착한다는데
우리 집 말고 곰돌이 집 주소로 보내 달라고 했어
- (송화) 석형아, 도착하면 잘 받아 둬 - (석형) 그래
(송화) 주말에 밴드 연습 할 때 같이 먹으면 좋잖아
정원이는 알레르기 때문에 못 먹으니까
넌 대게 도착하면 바로 보쌈 하나, 족발 하나 시켜
안정원, 미안
몇 마리 주문했어?
열 마리
[준완의 놀란 숨소리]
(함께) 열 마리? [익준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두당 두 마리씩은 먹어야지
아, 대게를 두당 두 마리씩이나 먹는다고?
어차피 나 못 먹어서 네 명이서 열 마리면
(정원) 1인당 2.5마리야
(익준) 너
대게가 아니라 소, 소라게 말하는 거지?
대게
대게
대게가 되게 싸길래 많이 샀어
남으면 집에 한 마리씩 가져가
[발랄한 음악] 너는 우리 우주 주고
어머니 드려
아, 장겨울 선생 주면 되겠다
주말에 데이트하지?
물론
너는…
어, 너는…
(준완) 난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신경 안 써도 돼
그래
그럼 주말에 보자
아!
8시간 전부터 금식
알지?
물도 안 돼요?
물은 돼
[밝은 음악] [익준이 피식 웃는다]
[새가 지저귄다]
(종수) 어유, 야, 바지락 좋다, 야
이거 어디서 주문했어?
서해에서 온 거야?
마트
심지어 냉동이야, 이거
어, 그래?
[웃으며] 오, 역시 냉장고가 요즘 좋아
냉동도 잘되고
(로사) 됐고
너 건강 검진 진짜 안 받을 거야?
아, 누굴 힘들게 하려고 그래?
너 아프면 괜히 애들만 고생이야
아이고, 우리 애들이 뭐, 신경이나 쓰겠어? 응?
그냥 전화나 몇 통 하고 말겠지
(종수) 아, 세상의
모든 걸 다 먹고는 살아도 나이 먹고는 못 산다 그러더니
[종수의 웃음]
나이 들면 아픈 거고 아프면 죽는 거지, 뭐, 응?
알고 죽으나 모르고 죽으나 매한가지야
그냥 이렇게
모르고 살다가 죽으련다
응, 인생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
이제 겨우 70인데 왜 벌써 미련이 없어?
그리고 누가 자식한테 기대 살래?
애들은 알아서 살라고 하고 이제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
너 하고 싶은 거 없어?
없어
왜 없어?
- 넌 있어? - (로사) 나?
나
나도 딱히 없네
[함께 웃는다]
(종수) 세상 사는 낙이 없어
이렇게
너랑 그냥 따뜻한 밥에
맛있는 된장국 먹는 게 그게 유일한 낙이야
얘가 비관적인 거야, 소박한 거야?
[못마땅한 신음]
많이 먹어
많이 먹고 있어
매년 봄마다 해 줄게
[종수와 로사의 웃음]
역시 불알친구가 최고구먼
[함께 웃는다]
정원이 이번 주는 안 와?
응, 지난주에 왔어
오늘은 다른 자식이 오기로 했어
응, 넌 참 자식 복 많다
[헛웃음]
살다가 별 얘길 다 듣네
자식 다섯 중에 넷이 출가했는데 자식 복이 많다니
[한숨]
(로사) 글로 쓰면 내 인생도 대하드라마 한 편이야
그 사연 다 말 못 해
아이고, 뭐, 사연 없는 집이 어디 있다고
씁, 그래서 말인데, 그…
베드로 말이야
베드로? 동일이?
응, 동일이
동일이가 왜?
(종수) 그…
네가 낳은 거 맞지?
혹시, 그, 안 회장이 결혼할 때 데리고 온 아이는 아니지?
[웃음]
애가 너무 노안이지?
어, 이게 너무해, 이게
내 배로 낳은 내 자식이야
잘 보면 나 많이 닮았어
아, 어디가 닮아?
아,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인 거
아, 그거 겨우 닮았구먼, 무슨
[로사의 웃음]
동일이 그래도 잘생겼잖아
우리 애들 중에서 큰애가 제일 인물이 나은데?
이게, 이게 노안인데?
노안답게 애가 속도 깊고 행동하는 것도 얼마나 듬직한데
(동일)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아, 엄마, 현관문을 이렇게 활짝 열어 놓으면 어떡해
아, 도둑분들이라도 들어오면 어떡하려고
어유, 오늘 오는 자식이 저 자식이야?
[로사와 종수의 웃음]
(동일) 어? 이사장 아저씨도 오셨네?
아저씨, 안녕? [종수와 로사의 웃음]
엄마
짜잔
이거 어디서 났어?
마당에서 [웃음]
[한숨]
아니, 이게 저기, 저 담벼락 밑에 이게 버려져 있더라고
누가 던져 놨는지, 내가 주워 왔지
(로사) 야, 던져 놓긴 누가 던져 놔!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키우고 있는 건데!
- 엄마 - (로사) 왜!
캑 꺾어져 있던데? [로사의 황당한 신음]
[한숨]
(로사) 아, 내가 못 살아, 진짜 [동일의 아파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시들시들해서 물이랑 약 줘 가며 겨우 살리고 있는 애를
아, 그걸 뽑아 오면 어떡해!
(동일) 그런 거였어? [로사의 못마땅한 신음]
어
난 키우는 건 줄 몰랐지
[로사의 기가 찬 신음]
[로사의 놀란 숨소리] - 아유 - (로사) 야…
엄마, 엄마!
(동일) 두릅! [로사의 기가 찬 숨소리]
엄마 두릅 먹네?
아니, 이 두릅도 키우는 건데 꺾으면 안 되지
두릅하고 꽃하고 뭐가 달라, 이사장 아저씨?
(로사) 이게 입만 살아 가지고
언제 철드니, 언제 철들어?
언제 철드니? 아유
(동일) 아이, 참 나
[익준의 힘주는 신음]
(석형) 오늘 밴드는 물 건너갔지?
(익준) 열 번도 건너갔지
대게 먹을 시간도 없는데 밴드는 무슨 밴드
밴드는 다음에 해 우리 보컬 목 관리도 좀 해야지
(익준) 그래
야, 너희들 보컬 목 너무 안 챙겨 준다, 씨
나 요새 목 마이 아파 [헛기침]
(정원) 야, 말을 줄여
쉴 새 없이 떠드니까 목이 아프지
그래서 말인데
보컬 말이야
(송화) 그거 내가 한번…
(친구들) 짠!
[친구들의 환호성] [익준이 고음을 내지른다]
(준완) 카, 야, 익준이 좋네
- (준완) 역시 넌 멋져 - (정원) 보쌈 진짜 맛있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정원) 석형아 이 보쌈도 한번 먹어 봐
진짜 맛있어 [저마다 말한다]
정원아
(송화) 안정원
(정원) 보쌈 진짜 맛있다
안드레아
- (준완) 어유, 맛있다, 응 - (송화) 나 좀 봐 봐
(준완) 어유, 시원하다, 어유
나 속초 바닷가에서 연습 진짜 많이 했어
(송화) 성량도 풍부해졌고
[정원의 한숨]
[정원의 아파하는 신음] (익준) 정신 차려, 인마!
득음을 위해서 나 설악산 입구까지 갔었어
파전 먹으러 갔겠지
야!
아이, 아이, 안 돼, 아이
노
(익준) 안 됩니다요
이렇게 하고 싶어 하는데 한번 부르게 해 줄까?
타임!
[긴장되는 음악]
[친구들이 의논한다]
(준완) 오늘 하루 만에 결정할 일이 아니라니까
- (정원) 야, 그… - (석형) 아니… [준완의 한숨]
(익준) 아니, 그게 아니라 너는, 야, 너는…
(정원) 야, 들어 봐
송화가 득음을 하겠다고, 어? 어?
득음을 하겠다고 속초 바닷가에서도, 어?
(익준) 아니…
(준완) 아, 아, 됐어 난 너랑 지금 얘기하고 싶지 않아
아, 이게 어려운 문제긴 한데…
아유, 참 나
(익준) 야, 나 잠깐만 화장실 갔다 올게
(준완) 야, 넌 지금 중요한 얘기 하는데 무슨 화장실…
(익준) 와, 배불러 나 진짜 많이 먹었어
와, 와, 배불러, 어휴, 배불러
[익준의 탄성]
똑바로 걸어, 술 취했어?
안 취했어, 대게 먹어서 그래
[익살스러운 음악]
[웃음]
왜 저래, 진짜?
[송화가 의자를 드르륵 끈다]
[숨을 후 내쉰다]
[긴장한 신음]
[심호흡한다] [친구들의 한숨]
[정원의 한숨]
[손가락을 탁 튀기며] 해!
정말?
나 정말 노래해도 돼?
[송화의 기뻐하는 신음]
대신 네 생일에만
어, 나 받아, 받아, 받아, 나 받아
나 곧 생일이야
올해 생일은 안 돼
[익살스러운 효과음]
너 작년에 불렀잖아
불렀지
내년에
비엔날레로 해
[익살스러운 효과음]
2년에 한 번씩 하라고?
아, 어느 세월에…
우리도 많이 양보를 한 거야
내년 4월까지 어떻게 기다려!
1년 금방 가
어떻게 금방 가! 씨
(정원) 대신 노래는 네가 정하는 걸로 할게
우리 생각도 해 줘야지
가뜩이나 남들이 우릴 개그 그룹으로 아는데
너까지 노래하면…
(송화) 나도 조건이 있어
네, 네가 무슨 조건이 있어?
뭐, 뭐, 뭔데?
노래방 가자
[익살스러운 효과음]
(석형) 지금?
어, 지금
[익살스러운 효과음]
왜?
안 돼?
[부드러운 반주가 흘러나온다]
[탬버린이 연신 잘그락거린다]
(익준) ♪ 처음 널 만나는 날 ♪
♪ 노란 세 송이 장미를 들고 ♪
♪ 룰루랄라 신촌을 ♪
♪ 향하는 내 가슴은 마냥 두근두근 ♪
(송화) [불안한 음정으로] ♪ 음 ♪
(익준) ♪ 생머리 휘날리며 ♪
♪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너 ♪
♪ 머리에서 발끝까지 ♪
♪ 나를 사로잡네 ♪
(익준과 송화) ♪ 이야에로 ♪
(익준) ♪ 니가 좋아, 너무 좋아 ♪
♪ 모든 걸 주고 싶어 ♪
♪ 너에게만은 내 마음 ♪
♪ 난 꾸미고 싶지 않아 ♪
♪ 언제까지 ♪
♪ 언제까지 ♪
(익준) ♪ 너와 함께 ♪
(친구들) ♪ 너와 함께 있을 거야 ♪
♪ 예 ♪
(익준) ♪ 룰루랄라 신촌을 ♪
♪ 누비는 내 마음은 마냥 이야에로 ♪
(석형) [간드러진 목소리로] ♪ 여보세요, 나의 천사 ♪
♪ 어떻게 내 마음을 훔쳤나요 ♪
(석형과 송화) ♪ 오 ♪
(석형) ♪ 괜찮아요, 나의 천사 ♪
♪ 가져간 내 마음을 고이 간직해 줘요 ♪
(익준) ♪ 니가 좋아, 너무 좋아 ♪
♪ 모든 걸 주고 싶어 ♪
♪ 너에게만은 내 마음 ♪
♪ 난 꾸미고 싶지 않아 ♪
♪ 언제까지 ♪
(친구들) ♪ 언제까지 ♪
(익준) ♪ 너와 함께 ♪
(친구들) ♪ 너와 함께 있을 거야 ♪
♪ 예 ♪
[부드러운 반주가 계속 흘러나온다]
(준완) 아유, 좀 가만있어, 좀!
[부드러운 음악]
왜, 왜 이래, 넌 또?
[차 리모컨 작동음]
[정원의 웃음]
(정원) 자 [겨울의 탄성]
얼른 먹어
아, 잠깐만
혼자 다 먹어요?
[정원이 피식 웃는다]
혼자 다 먹을 수 있잖아
[살짝 웃는다]
(정원) 아, 다시 병원 들어가야 되지?
(겨울) 예
(정원) 그러면 겨울이 데려다주고 준완이 데리고 오면 되겠다
- (정원) 자 - 잘 먹겠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꼼꼼하게 손질해서 택배로 보내나 봐요
이 집에 대게 까기 장인이 있나 봐
어쩜 이렇게 깔끔하게 손질했지?
내가 깠어
준완이 오늘 당직이라 아침에 밥 먹여 보내고
장갑 끼고 내가 집도했어
드시지도 못하면서
(정원) 아이, 만지는 건 괜찮아
어때? 맛있어?
(겨울) [웃으며] 네, 엄청
(정원) 많이 먹어, 내가 자주 사 줄게
송화 속초에 있을 때 많이 먹어 두자
네, 민하 언니 집도 속초예요
어, 그래?
네, 민박집 한다고 맨날 놀러 오라 그러는데
갈 수가 없지
[살짝 웃으며] 네
언니도 저도 아무도 못 가요
시간이 없어요
[정원이 숨을 씁 들이켠다]
내년에 전문의 시험 보고 나서 가자
그땐 시간 될 거야
가서 바다도 보고 드라이브도 하고
며칠 놀다 오지, 뭐
그날이 올까요?
왜, 어디 가?
아니요, 1년이면 한참 남았잖아요
그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1년 금방 가
겨울아
한 가지만 약속해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겨울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뭐든 나한테 얘기해 줘
나 알아도 이런저런 잔소리 안 할 테니까
그냥 얘기만 해 줘, 응?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도 약속하세요
뭔데?
(정원) 씁, 너무 궁금한데?
그, 하루에 한 번씩
애정 표현을 좀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부드러운 음악]
[겨울이 살짝 웃는다]
(겨울) 교수님, 알레르기
[함께 웃는다]
[웃음]
[힘주는 신음]
[동일의 웃음]
(동일) 어?
아, 근데 꽃이 계란프라이하고 똑같이 생겼네?
흰자도 있고 노른자도 있고
이 꽃 이름이 그러면 혹시
에그 프라이인가?
엄마, 엄마, 엄마!
이 꽃 이름이 뭐야?
(로사) 데이지!
데이지라고 몇 번을 말해, 이놈아!
(동일) 아, 데이지 아, 맞다, 데이지, 어
야, 꽃 이름처럼 꽃도 예쁘네
엄마!
근데 이 꽃 이 색깔 말고 또 다른 색도 있지?
보, 보라?
[동일의 아파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로사) 그런다고 꽃이 다시 살아나니?
꽃병에 잘 꽂아 둔 걸 왜 꺼내 왔어!
별나, 아무튼 별나
[동일의 웃음] 아유, 참
- (동일) 엄마! - 왜?
(동일) 엄마!
[동일의 웃음] (로사) 아유, 참
[동일과 로사의 힘주는 신음]
[동일의 아파하는 신음] [로사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동일) 엄마!
엄마!
(종수) 허수아비야
너희 집 애들 공통점을 발견했어
(로사) 뭔데?
우리 애들이 어떤데?
(종수) 수다쟁이야
하나같이 수다쟁이들
[웃음]
(로사) 맞아 우리 애들이 수다가 좀 있어
어릴 때부터 다섯이 다 그랬어
하루 종일 학교 갔다 오면은 내 옆에서 조잘조잘
친구랑 싸운 얘기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
야자 땡땡이친 것도 나한테 다 얘기하고
좀 그렇지? 가벼워 보이지?
아니, 전혀
하나도 안 가볍고 매우 속들이 깊어 보여
[웃음]
아, 네가 너무 부럽다, 진짜
(로사) 저래도 부럽냐?
[물이 솨 나온다]
[동일의 웃음]
[발랄한 음악]
(동일) 엄마, 엄마, 엄마! 무지개, 보여, 보여?
봐 봐, 내가 무지개 만들어 줄게
[동일의 웃음]
이야, 보여?
어어, 무지개, 무지개!
[동일의 탄성] (로사) 아유
[종수와 동일의 웃음]
[동일의 신난 탄성]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겨울) 최은숙 환자 주말에 병실 나서 6인 병실로 옮겼습니다
(익준) 잘됐네, 황달 수치는 어때?
(겨울) 오늘 2.5 정도로 계속 좋아지고 있어요
(익준) 남편분은 잘 계시지?
(겨울) 남편분요?
(익준) 응
(겨울) 네, 왜요?
아니야, 노파심
(수빈) 최은숙 환자 남편분이 진단서 요청하셨어요
보험 회사에 제출할 거라고
(익준) 네
(수빈) 그런데 환자분 상태가 많이 안 좋고
명확한 의사 판단이 힘들다는 얘기를 꼭 넣어 달라시네요
[휴대전화 벨 소리]
좋아지고 계시는데요?
그러게요
(겨울) 네
진단서는 있는 그대로 써야죠
네, 바로 가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겨울) 교수님 저 수술 준비 해야 돼서 가 보겠습니다
(익준) 어, 얼른 가
제가 말씀드릴게요
(민하) 자주 올게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민하의 들뜬 신음]
[민하의 웃음]
어, 교수님, 안녕하세요
[민하의 웃음]
(송화) 추민하 선생 뭐 좋은 일 있나 보다?
(민하) 저 오늘 적금 들었거든요
적금 때문에 은행에 온 거예요?
그거 어플로도 되는데?
알죠
그래도 기념비적인 날이라 일부러 왔어요
교수님, 저 오늘부로
학자금 대출 다 갚았어요!
[신난 신음] [송화의 웃음]
아이고, 축하해
벌써요?
네, 오늘 마지막 대출금 빠져나갔어요
그리고 좀 전에 한 달에 50만 원짜리 적금 들었어요
아, 핸드폰으로 해도 되는데 그래도 통장 실물 한번 보려고
일하다 잠깐 짬 내서 후다닥 내려왔어요
[송화와 민하의 웃음] [휴대전화 벨 소리]
- (선빈) 산부인과는 이런 짬도 있네요 - (송화) 어
네
(승주) 어디세요?
강윤아 산모 지금 경부가 열려서 그러는 거 같긴 한데
밑으로 피가 좀 많이 나는 거 같다고 해서
확인해 주셔야 할 거 같아요 얼른 오세요
(민하) 네, 바로 갈게요
[통화 종료음] 교수님, 안녕히 계세요
허선빈 선생님도 안녕히 계세요
(송화) 아유, 넘어지면 어떡해
[송화가 피식 웃는다]
(선빈) 근데 교수님은 추민하 선생님 어떻게 아세요?
왜 몰라?
사랑의 떡볶이 회원이잖아
그런 동호회도 있어요?
[웃으며] 어, 있더라
논문은 오늘하고 내일 나 서울에 있을 때 마무리하자
교수님, 이제 서울 안 오세요?
응, 이제 안 올 거야
당분간 안 와
얼굴 보는 거 내일이 끝이야
교수님
교수님은 무슨 교수님
(송화) 나 이제 그만 잊어 줘, 어?
(선빈) 에이, 교수님
(송화) 아, 왜 이래, 얘가? [선빈의 웃음]
(여자1)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익준) 네, 안녕하세요
- (여자1) 안녕하세요 - (수빈) 말씀하신 카피본 나왔어요
- 아무 때나 스테이션으로 오세요 - (여자1) 아, 네
(남자1) 안녕하세요, 교수님
(익준) 네, 안녕하세요
최은숙 님, 오늘 컨디션 어떠세요?
괜찮습니다
드레인은요?
(수빈) 지금까지 400cc 나왔습니다
여, 열은 좀 내렸어요?
(수빈) 37도 초반으로 많이 떨어졌어요
최은숙 님 열이 나는 건 담관염이 생겨서 그런 거고요
담관염 좋아질 때까지 항생제 쓰면서 좀 지켜볼게요
[익준의 헛기침]
아, 환자분 간 초음파 찍은 지 꽤 됐죠?
[당황한 신음] (익준) 오늘 한번 볼까요?
외래로 모시고 와 주세요
아, 네, 교수님
[웃으며] 준비하겠습니다
아, 간 초음파요? 갑자기…
(익준) 아, 네 뭐, 그렇게 오래 안 걸립니다
지난주에 시술한 데
여기, 그, 어, 담즙 빠지는 튜브를 넣어 뒀어요
예, 담즙 배출은 잘되고 있는지
간과 담낭 상태는 어떤지 확인해 보려고요
저도 같이 들어가도 되죠?
아니, 환자분 초음파 보는데 보호자분이 왜 들어오세요?
저희 못 믿으시는 거예요?
[멋쩍게 웃으며] 아, 아, 아닙니다
예, 아니에요, 예
아, 교수님만 믿습니다
네, 그럼
(남자1) 예, 들어가십시오
- (수빈) 예, 쉬세요 - (남자1) 들어가십시오, 예
[여자2의 힘주는 신음] [의료 기기 작동음]
[거친 숨소리]
[잔잔한 음악]
[힘주는 신음]
[여자2의 거친 숨소리]
(석형) 힘들 때 힘주면 오히려 덜 아프니까 힘주세요
그래야 아기 나와요
엄마, 조금만 더 힘낼게요
[여자2의 힘주는 신음]
[여자2의 거친 숨소리]
남편분 이제 들어오셔도 될 거 같은데요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간호사3) 네
[여자2의 거친 숨소리]
(덕주) 벌써 나가려고요?
KTX 시간 좀 남았어요
막히면 어떡해요
종세혁 선생님은 로비에 계신대요
택시 불렀습니다
티켓은 장겨울 선생님 휴대폰으로 보냈어요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티켓도 같이 보냈는데
시간 넉넉하게 10시 50분 막차로 했어요
혹시 못 타게 되면 바로 전화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다녀올게요
(정원) 수술 일찍 끝났네?
(준완) 일찍 끝나긴 나 오늘 새벽에 나왔어
(정원) 아, 이 아이구나, 그렇지?
응, 은지에게 심장 준 아이
기사가 났네
[정원의 한숨]
(정원) 소아 장기 이식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까
[정원의 한숨] (준완) 너 오늘 당직이지?
저녁에 그럼 술 못 마시겠네?
응, 나 오늘 당직
노는 애들 많잖아
송화도 올라왔고
(정원) 나 그래도 저녁은 같이 먹을 수 있어
장겨울 선생이랑 안 먹어?
괜찮아, 너랑 먹지, 뭐
장겨울 선생 당직이거나 구득 갔구나?
(정원) 응
[익살스러운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힘주는 신음]
(석형) 잘하셨어요
자, 마지막 [여자2의 힘겨운 신음]
조금만 더 쭉
(민하) 근데 남편분 왜 아직도 안 들어오시죠? [여자2의 힘주는 신음]
아기 곧 나오는데 이 순간 꼭 담으셔야 되는데
(석형) 자, 산모님, 다 됐습니다
자, 조금만 자, 조금만 더 힘줄게요, 자
(간호사3) 남편분 오셨어요
[여자2의 힘겨운 신음] (석형) 자, 한 번만 더요
아기 나옵니다
[여자2의 거친 숨소리] 얼굴 말고 아래에 힘주세요
자, 자, 마지막으로 힘!
[힘주는 신음]
[힘겨운 신음]
[여자2의 거친 숨소리]
나온다
아기 나왔어요
안녕
[바람이 픽픽 나온다] [아기 울음]
고생했어
(승주) 14시 40분 여아 출산했습니다
아기 나왔습니다
(석형) 축하합니다
아, 예뻐라
엄마 아빠, 아기랑 인사하세요
[흐느끼며] 안녕, 아가야
(민하) 남편분 빨리 아기 촬영하셔야죠
남편…
(남자2) [흐느끼며] 자기야, 수고 많았어
[잔잔한 음악]
사랑해
우리 자기 오늘 진짜 고생 많았다
- (남자2) 사랑해, 여보 - (여자2) 응
[함께 흐느낀다]
[석형의 웃음]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석형의 한숨]
[음악 소리가 커진다]
[숨을 후 내쉰다]
(석형) 어? 언제 왔어?
(송화) 방금
이거 정원이가 너 주래
저녁 못 먹었을 거라고
모차르트?
대단한데?
(송화) 응
아 [웃음]
[석형의 웃음]
[피식 웃는다]
(송화) 좋은 일 있어?
(석형) 응?
아니, 딴건 아니고
나 오늘 이혼하고 처음으로
'결혼이란 제도가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
아까 분만하는데
아기 태어났는데
남편이 아기한테 먼저 안 가고 와이프한테 먼저 가더라고
아내한테 다가가서 사랑한다고, 수고했다고 말하는데
[웃음]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남남으로 만났을 텐데
저렇게 서로가 의지하고 사랑을 주는구나 싶어서
보는 내내 기분 좋고
많이 부럽더라
너도 결혼해
너도 결혼하면 되지
나?
난 결혼하면 안 되는 사람이야
왜? 나라에서 하지 말래?
너 우리 집 몰라?
또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송화) 아, 어머니가 또 그러실까
[석형의 한숨]
(석형) 또 그러실 거야 우리 엄마 안 바뀌어
[입소리를 쯧 낸다]
신혜 씨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넌 뭐 했어?
넌 어떤 노력을 했니?
내가 한 노력? 음
뭐가 있을까? 음
신혜가
결혼 전부터 혼수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
결혼하고 나서는 엄마가 하루에 전화를 30통씩 했고
(석형) 어느 날 보니까 신혜가
수면제를 여섯 알이나 먹고 잠을 자더라고
이러다 사고 나겠다 싶어서
유학 가라고 했어
지원은 내가 해 주겠다고
근데 그것도 물거품
엄마가 그거 알고 신혜 집에 전화를 했어
너희 딸 공부를 왜 우리 아들 돈으로 시키느냐
[헛웃음]
첫 번째 노력, 유학 보내기?
그것도 노력이라고 쳐주면 노력한 거고
음, 그리고
신혜가
원래도 조용한 성격인데 점점 말이 없어졌어
이혼할 즈음엔
나하고도 거의 한 마디도 안 했고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난 괜찮으니까 친정에서 지내는 건 어떻겠냐고 했어
장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고
(송화) 두 번째 노력, 친정으로 분리
(석형) 너 지금 정리하는 거야?
(송화) 어 [송화의 웃음]
습관이니까 신경 쓰지 마
(석형) 물론 그것도 잘 안됐어
신혜가 엄마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시도도 못 해 보고 포기
내가 마지막으로 한 노력은…
[한숨]
이것도 노력인가?
뭔데?
신혜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에 가자 그러더라고
본가에
호랑이 소굴을 왜?
안 가도 된다고 가지 말자고 했는데 가고 싶대
가서 며느리 노릇 하고 싶다고
그런 거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갔고
그날
그날 안방에 있던 다이아 반지가 없어졌어
(송화) 반지가 없어졌어?
그런 일이 있었어?
(석형) 다이아 반지가 없어졌는데
신혜가 엄마 화장대에서 반지 가져가는 걸 내가 봤어
신혜는 나를 봤고
아이고
'왜 훔쳤을까?'
'왜 그랬을까?'
'오죽하면 훔쳤을까'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근데 아무것도 못 물었어
못 물어보겠더라
모른 척해 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세 번째 노력
전처의 범죄 행위 묵인 및 방임
[석형의 웃음]
(석형) 그래도 나 노력한 건 맞지?
아니
네가 무슨 노력을 했니?
그건 노력한 게 아니라 회피한 거지
차라리 왜 훔쳤는지 캐물어 보고 싸우는 게 노력이야
너 아무것도 안 한 거야
(송화) 수면제는 왜 이렇게 많이 먹냐
정신과 상담은 어떠냐
이렇게 물어보고 얘기를 해 봐야지
고민만 하고 생각만 하는 게 그게 무슨 노력이고 해결책이니?
넌 참
어떻게 모르는 게 없니?
나도 알아
사실 나도 내가 문제인 거 잘 알거든
그래서 그 부분만 쏙 빼고 얘기했는데
어떻게 넌 그걸 귀신같이 잡아내냐?
[피식 웃는다]
넌 가끔 800살 같을 때가 있어
[입소리를 쯧 낸다]
난 성격이 왜 이럴까?
쫄보에다가
힘든 일, 괴로운 일 생기면 도망치려고만 하고
[숨을 들이켠다]
어른이 덜 됐어, 미성숙한 인간이야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한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야
[한숨]
문제점을 알았으니 이제 해결책을 줄게
사람을 쥐락펴락하는구먼
닥치고 한 가지만 해
너는 일단 말을 많이 해
(석형) 나 할 말은 다 해
필요한 말은 다 하는데?
(송화) 쓸데없는 말을 해야지
할 말만 하는 건 일이고 쓸데없는 말을 하라고
네가 생각하기에 쓸데없는 말이라도
그게 쓸데없는 말이 아닐 거야
아무한테나 그러진 말고
어, 일단 가장 가까운 사람
가장 자주 보고
네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부터 시작해
(석형) 음
[휴대전화 벨 소리]
[석형이 입소리를 쯧 낸다]
어, 민하야
(민하) 교수님, 아직 퇴근 안 하셨죠?
아, 다음 주에 한승주 선생님 생일인데 저희 지금 회비 걷고 있거든요
어, 교수님은 그래도 교수님이시고 부자시니까
10만 원 내세요
어, 그래 10만 원 할게
(민하) 앗싸, 감사합니다, 교수님
(석형) 저, 그리고 민하야
어, 선물은 뭐 할 거야?
(민하) 어, 어 아, 아직 고르진 못했는데요
제가 대표로 이번 주말에 백화점 가서 사려고요
(석형) 아
어느 백화점?
[발랄한 음악] 어느 백화점 갈 건데?
뭐 타고 갈 건데?
전, 전철, 아
몇 호선 타?
아, 아, 3, 3호선, 아, 그래
전, 전철이 빠르겠다, 어
선물은 뭐, 뭐 살 거야?
아, 아까 물어봤지
(겨울) 네, 뇌사자 담관 일부에 이상 소견 있어서
지금 조직 검사 나갔고요
병리과 교수님께서 다시 병원으로 오시는 중이라
결과 나오려면 한 시간 정도는 더 걸릴 거 같아요
(덕주) 아, 그래요?
그럼 어떡하지?
아무래도 KTX는 못 탈 거 같은데
(겨울) 네
단순 네크로시스로 나와도 구득 마무리까지 하면
11시는 넘을 것 같습니다
(덕주) 그럼 이렇게 하시죠
구급차 기사님 중에
오늘 밤 서울 율제병원까지 운행 가능하신 분 있는지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아마 될 겁니다
안 되면 되게 해야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통화 종료음]
[버튼 조작음]
(정원) 너 당직도 아닌데 왜 집에 안 가?
(익준) 그럴 일이 있어
[익준이 웅얼거린다]
(정원) 무슨 일?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어두운 음악]
[겨울의 한숨]
- (세혁) 겨울아, 네가 앞에 타 - 아, 네
기사님 쉬시다 나온 게 아니고 갑자기 나오신 거라 좀 피곤하실 거야
네가 옆에서 기사님 안 졸리게 계속 깨우면서 가,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사이렌이 울린다]
[겨울이 껌 통을 달그락거린다]
(겨울) 기사님, 껌 드실래요?
(기사) 아, 예, 감사합니다
[흥미로운 음악] (겨울) 오징어 드세요
(기사) [피식 웃으며] 감사합니다
[겨울이 봉지를 바스락거린다]
[기사의 힘겨운 신음]
[기사가 코를 훌쩍인다] [버튼 조작음]
[겨울이 손뼉을 짝짝 친다]
(겨울) 저, 기사님 저, 휴게소 잠깐만 들를게요
(기사) 아, 예
(겨울) 네
[사이렌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벨 소리]
(겨울) 엄마, 안 잤어?
무슨 일 있어?
이 시간에 웬일이야?
(겨울 모) 무슨 일 없어
새벽에 갑자기 우리 딸 생각나서 전화했어
지금 새벽 4시야
(겨울) 지금까지 안 자면 어떡해
(겨울 모) 딸 목소리 들었으니까 이제 자야지
딸, 아픈 데는 없지?
난 잘 있어
(겨울) 엄마, 아빠랑 싸웠어?
(겨울 모) 아니, 안 싸웠어
(겨울) 진짜지?
(겨울 모) 어, 아니야
겨울아, 반찬 다 떨어졌지?
다음 주에 보내 줄까?
(겨울) 아직 많이 남아 있어
엄마, 진짜 별일 없는 거지?
(겨울 모) [웃으며] 없어
아무 일 없어
[통화 대기음]
엄마, 나 전화 들어온다 지금 수술 들어가 봐야 돼
(겨울 모) 어, 어, 그래, 얼른 가
우리 딸, 고생해
사랑해
(겨울) 어, 나도
[통화 종료음]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영하) 아, 장겨울 선생님
6010호 담낭 절제술 한 조성수 환자분 가스 아웃 하셨어요
(겨울) 어, 네, 그럼 지금부터 물 좀 드시게 하시고
내일 아침부터 식사하시게 죽으로 신청해 주세요
(영하) 네, 알겠습니다
[마우스 클릭음]
[살짝 웃으며]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여자1) 간호사 선생님 저 병실 좀 바꿔 주세요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어요
[여자1의 한숨]
(여자1) 환자는…
[여자1의 한숨]
아주머니는 섬망이 와 가지고 한 번씩 소리를 지르고
남편이란 사람은 밤만 되면 어디서 술을 퍼마시고 들어와 가지고는
[여자1의 한숨]
커튼이 쳐져 있어 가지고 확실한 건 아닌데
아유
와이프를 때리는 거 같아
아니, 이게 소리가, 예? [어두운 음악]
사람을 막 주먹으로 때리는 거 같은 그런 소리가 난다니까요
아유, 정확하게 본 게 아니어 가지고 이게 확실치는 않아요
근데, 아유, 좀 이상해요
선생님, 병실 좀 바꿔 주세요
시끄럽고 신경이 너무 쓰여 가지고
엄마가 잠을 제대로 못 주무세요 [긴장되는 음악]
(남자1) 어? 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남자1이 살짝 웃는다]
아, 식사는 하셨나요?
아
저, 이, 이것 좀 드세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입바람을 후 부는 소리가 들린다]
[후루룩 먹는 소리가 들린다]
[뜨거워하는 숨소리]
- 김준완 - (준완) 왜, 이익준?
너 이번 주 스케줄 어떻게 돼?
(준완) 나? 내일은 종일 외래 목, 금은 제주도 학회
다행이네
(준완) 뭐가 다행이야?
아니야, 그런 게 있어
너 금요일 언제 와?
아마 밤에
와도 바로 집으로 가지 않을까?
- 아, 왜? - (익준) 알았어
(준완) 저, 씨
[휴대전화 벨 소리]
어
(재학) 교수님, 은지 어머님이 잠깐 상담 요청하셨습니다
상담?
(수빈) 장겨울 선생 오늘 당직 아니지 않나?
(겨울) 아, 차트 정리를 다 못 했어요
(수빈) 응
[봉지가 바스락거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수빈의 다급한 숨소리]
[의료 기기 작동음]
(지민) 저희 이런 거 받으면 안 돼요, 어머니
아시면서
(은지 모) 이거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 응?
[웃으며] 다 합쳐도 3만 원도 안 돼요
아이고, 잘 먹을게요
이거 오늘 나이트인 조미영 선생님 유지윤 선생님도 주시고요
그, 오늘 아침에 어, 교대하시고 들어간
목소리 예쁜 김미숙 선생님
그리고 요가 하시는 장경화 선생님한테도
꼭 좀 전해 주세요
네,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전달하겠습니다
아휴,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우리 PICU 간호사 선생님들 덕분에
은지가 잘 버텨서 이식 수술까지 받을 수 있었어요
우리 은지 저보다 더 예뻐해 주셔서 감사하고
잘 돌봐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은지 빨리 회복해서 오히려 저희가 감사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우리 간호사 선생님도 고생하셨고
김준완 교수님도 정말 많이 고생하셨고
근데 저
제일 감사한 분이 있어요
(준완) 이게 뭡니까?
(은지 모) 제가 가족분들에게 편지를 썼어요, 교수님
그리고 그분들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도 같이 넣었어요
우리 은지한테 심장 주고 하늘나라로 간 아이
그분 가족분들에게
꼭 전해 주세요
교수님
부탁드립니다
법으로 안 되는 거 잘 아시잖아요
어느 분인지 알려 드릴 수 없고 저도 잘 모릅니다
(준완) 전달이 어렵습니다
(은지 모) 그…
기사를 봤어요
[잔잔한 음악]
[살짝 웃으며] 1년에 소아 심장 이식 몇 건 없잖아요
그분이 하늘나라 천사가 된 날짜하고
은지가 심장을 받게 된 날짜가
같았어요
나이랑 지역도 일치하고요
[준완의 한숨]
[한숨]
교수님
우리 아이 심장 언제 나오나
몇 달을 기도하면서
가슴 한편으로는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큰 축복이고 기적이지만
다른 가족분들에게는
너무나 큰 불행인데
매일 밤 내가 그러기를 기도하고 바란다는 게
[울먹이며] 마음이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
[은지 모의 한숨]
[은지 모의 떨리는 숨소리]
(은지 모) 작은 금액이지만
그분 이름으로 기부했습니다
[잔잔한 음악]
매년 할 거고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교수님, 꼭 전해 주세요
그리고 이 말도 좀 전해 주세요
[은지 모의 떨리는 숨소리]
정말 감사드린다고
이 은혜, 이 마음
평생 가슴에 안고 살겠다고
천사가 된 아이 몫까지
정말 열심히 잘 키우겠다고
꼭 좀 전해 주세요
[수빈의 다급한 숨소리]
두 분, 이쪽으로 좀 잠시만 와 주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또 시작이에요, 왜 저래, 정말?
[여자1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퍽퍽 치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3의 힘겨운 신음]
(겨울) 뭐 하는 짓이야! [남자1의 술 취한 신음]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1) 아이씨
이런 미친년이! [남자1의 힘주는 신음]
야, 이런, 씨 [겨울의 힘겨운 신음]
야, 이씨, 진짜…
야, 이거 놔, 놓으라고!
놔, 놔, 놔, 놔!
- (보안원1) 가만히 계세요! - (남자1) 놔, 야, 놓으라고! 씨
- (보안원1) 가만히 계세요! - (남자1) 야, 놔, 놔, 놔, 놔
[병실 안이 소란스럽다] (남자1) 놔!
야, 놔 [정원의 다급한 숨소리]
(정원) 겨울아, 괜찮아? 일어날 수 있어?
[힘겨운 신음] (수빈) 최은숙 환자분, 괜찮으세요?
- (남자1) 놔, 놔, 놔, 놔! - (보안원1) 가만히 계세요!
- (남자1) 놔, 놔, 놔! - (보안원2) 조용히 하세요, 조용히!
(남자1) 야, 어디 가, 어?
- (남자1) 놔, 어디 가! - (보안원1) 경찰 부릅니다
(남자1) 놔, 놔! 이씨
[의료 기기 작동음]
(광현) 장겨울 선생
파이팅이 넘치는 거야, 무모한 거야?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할 건 없는데
아, 겁도 없어, 보면 항상, 어?
(광현) 왜 그래, 왜?
그러다가 바닥에 머리까지 부딪쳤으면 어떡하려 그래?
비상벨도 있고 그 층에 시큐리티분도 계셨다며
그 짧은 새 잠깐을 못 참고
어떻게 바로 달려들어 달려들길, 으이그
(정원) 알았으니까 광현아, 가서 네 일 해, 응?
어, 안 그래도 갈 거야
어깨 그래도 며칠은 욱신욱신할 거야
엑스레이상으로 간혹 미세 골절까진 안 보이는 경우 있는 건 알지?
(광현) 일단 가급적 팔 쓰지 말고 며칠 약 먹으면서 좀 지켜봐
(정원) 가
(광현) 응, 갈게, 으이그
[정원의 한숨]
[정원의 한숨]
(겨울) 다음엔 이러지 않겠다는 약속
못 해요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데 어떻게 가만있어요?
시큐리티분 계셨어
그분들한테 맡겼어야지
보안 팀이 근처에 있었는지는 몰랐어요
원래 그 층에 안 계셨었는데
이번 주부터 계셨어
익준이가 보안 팀에 협조 요청했어
가정 폭력이 의심되는데
환자분이 남편 무서워서 말을 못 하시는 거 같다고
혹시 모르니까 이번 주만 병동에 인원 배치해 달라고 했어
무슨 일?
[한숨]
남편이 부인 얼굴을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는 주는데
내일 있을 시술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익준) 남편 손이 얼굴 근처만 가도 움찔하고
혹시 몰라서 지난주에 보안 팀에 요청을 했어
확실하지 않지만 이번 주만 환자 있는 층에 두 분만 배치해 달라고
만약 아니라면 오지랖이라고 욕 한번 먹으면 되니까
근데 오늘 회진을 하는데
환자 이마에 멍 자국이 있더라고
[무거운 음악]
신고해야 될 거 같은데
(익준) 그 전에 환자분 의사를 물어봐야 할 거 같아서
남편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 여쭤봤는데
혹시
도움 필요하신가요?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팀이 있습니다
남편분 모르게 진행할 수도 있고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 아니에요
[한숨]
그럼 언제든 저희한테 말씀해 주세요
도움 필요하시면 저희가 바로 도와드릴 수 있고
보호받으실 수 있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교수님
(익준) 최은숙 씨 잘못도 아닌데 뭐가 죄송해요
피해자세요
본인이 죄송하실 이유 전혀 없습니다
[한숨]
시간을 조, 조금 주시겠어요, 교수님?
[무거운 음악]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최은숙 환자분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남편이 퇴원시키겠다고
이 병원에서 나가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익준이가 환자분 중환자실로 옮겼어
(겨울) 아
그런 방법도 있구나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환자 안정 필요하다고 면회도 금지시켰을 거야
오늘, 내일 이틀 정도 지켜보면서 다시 방법 찾아본다고 했으니깐
걱정 안 해도 돼
익준이가 알아서 잘할 거야
전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만 엄청 했었는데
이렇게 여러 명이 알게 되니까 방법이 나오네요
(정원) 안 좋은 일일수록 알려야지
그래서 도움을 받아야지
네
겨울아
혹시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니?
없어요
아무 일 없어요
그럼 다행이고
근데 만약 고민 중인 일이 있거나
겨울이 힘들게 하는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줘
내가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네, 알겠습니다
근데 정말 지금은 없어요
제가 머리 나쁘고 능력 없어서 환자들 힘들게 하는 거 빼고는
아무 일 없어요
[잔잔한 음악]
[함께 웃는다]
(익준) 장겨울! [건반이 땡 울리는 효과음]
겨울아, 우리 겨울이 어디 있니?
장겨울, 겨울아! [함께 웃는다]
아유, 목 아파, 으흠, 어디 있지?
겨울아
[부드러운 음악]
장겨울
겨울아, 겨울이 어디 있을까?
연예인이야?
병원에 너 알아보는 사람 아무도 없어
애들도 오늘 다 밖에 있고
알아
[헛기침하며] 벗는 걸 까먹었네
[익순의 헛기침]
아, 나 괜찮은데 왜 공항까지 나왔어?
(익순) 내가 율제병원도 못 찾아갈까 봐?
(익준) 응, 너 이제부터 베이비야
하나부터 열까지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해
검사 다 하려면 서너 시간은 걸릴 거고 결과 바로 나올 거야
웬만하면 창원에서 치료받을 텐데
만약에 결과 안 좋으면
준완이고 나발이고 너 바로 입원이야, 알았지?
알았어, 시키는 대로 할게
나도 나 아픈 거 무서워
(익순) 우주 보고 싶다
우주도 데리고 나오지
우주 대게 삼촌이랑 친해
[한숨]
오빠, 설마 나 검사받는 동안 촌스럽게 문 앞에서 기다리거나
(익순) 검사실 안으로 따라 들어올 건 아니지?
(익준) 안 그래, 아유 나 내 방에 있을 거야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익준) 시작된 간경변증은 다시 못 돌아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특히 너는 간경화 시작되면 더 위험할 수 있어
그리고 담관염이 더 심해졌어
너 거기 가서도 계속 관리하지 않았어?
열 한 번씩 나서 약 먹고 그랬잖아
전엔 약 먹으면 바로 열이 떨어졌는데
최근에 해열제를 여러 번 먹어도 열이 안 떨어졌어
담관염이 심해졌다곤 생각 못 했고
외국 생활 힘들어서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
최근에 너 무지 피곤하지 않았어?
(익순) 피곤했어
근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했어
'체력 하나는 끝내줬는데'
'나도 나이 먹으니까 체력이 떨어지는구나'라고 생각했어
간경변증이 와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하고
[한숨]
(익준) 아직 초기 단계니까 지금부터 관리 잘해 보자
엄마 옆에서 엄마가 해 주는 밥 먹으면서
앞으로 1년은 건강만 생각해, 알았지?
알았어
(익준) 가자, 엄마 기다리시겠다
아, 엄마 아빠한테는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그래야 너도 집에서 편하게 지내지
응, 잘했어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어
(익순) 나 터미널까지 택시 타고 가면 돼
오빠, 우린 여기서 빠이빠이 해
빠이빠이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치
야, 나도 오랜만에 창원 가서 엄마 아빠 얼굴 볼 거야
잔말 말고 오빠 차 타고 가
나 괜찮아, 진짜
나도 괜찮거든, 레츠 고
어, 나 갈 수 있어 택시 안이야, 잠깐만
(준완) 기사님, 저, 죄송한데 율제병원으로 부탁드립니다
(택시 기사) 예
BP랑 새처레이션 얼마야?
(재학) BP 50에 새처레이션 60 정도고 좀 전에 인투베이션했습니다
어, 여기 병원 근처라 잠깐 들를게
알았어, 응
[통화 종료음]
[한숨]
"율제병원"
[익준이 부스럭거린다]
(익순) 뭐 찾아?
(익준) 아, 내가 엄마 영양제 하나 챙겨 놨는데
하, 방에 놓고 왔나 보다
너 여기 잠깐 있어, 올라갔다 올게
[익준의 힘주는 신음]
[버튼 조작음]
[버튼 조작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흐느낀다]
(재학) 교수님
[재학이 말한다]
[잔잔한 음악]
[훌쩍인다]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이 연주된다] (익준) ♪ 처음이라 그래 ♪
♪ 며칠 뒤엔 괜찮아져 ♪
♪ 그 생각만으로 벌써 일 년이 ♪
♪ 너와 만든 기념일마다 ♪
♪ 슬픔은 나를 찾아와 ♪
♪ 처음 사랑 고백하며 설렌 수줍음과 ♪
♪ 우리 처음 만난 날 지나가고 ♪
♪ 너의 생일에 눈물의 케이크 ♪
♪ 촛불 켜고서 축하해 ♪
♪ I believe in you ♪
♪ I believe in your mind ♪
♪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
♪ 일 년 뒤에도 그 일 년 뒤에도 ♪
♪ 널 기다려 ♪
(겨울) 고소하기로 하셨고
보험 회사와 통화해서 수익자도 친정어머니로 바꾸셨어요
간병인도 알아보는 중입니다
(익준) 정말요?
아이고, 잘하셨어요
예, 이제 환자분 몸만 생각하세요
예
제가 아무리 간암 말기 환자라고 해도
하루를 살아도
마음 편히 살고 싶어요
(여자3) 도움을 요청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회 복지사분이랑 선생님들께서
계속 관심 가져 주시고
상담도 계속해 주시고
혼자가 아니라는 거를 느끼게 됐습니다
저 그 덕분에
용기를 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자3이 살짝 웃는다]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딸기, 딸기, 딸기, 딸기
잘 안되는구나, 이게
[웃음]
[민하의 떨리는 숨소리]
[발랄한 음악] (민하) 백화점 어디 갈 건지도 물어보고
뭐 타고 갈 건지도 물어보고
원래 그런 분이 아니란 말이야
그런데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본다는 건
이거는 100% 그린 라이트인데
[결연한 숨소리] [석형의 웃음]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기적 효과음]
[문이 달칵 열린다]
[석형의 웃음]
[문이 달칵 닫힌다]
[민하가 살짝 웃는다] (석형) 어
[석형의 웃음]
교수님, 저 질문이 있습니다
어, 해
제가 앞으로
고백을 다섯 번만 해도 될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교수님 크게 불편하신 거 아니면 하게 해 주셔도 될 거 같은데
(석형) 글쎄
[영상이 멈춘다]
[머뭇거리는 신음]
난 크게 불편하진 않은데
근데 나 거절할 거야
[당황한 신음]
아직 고백도 안 했는데 거절부터 하시면 어떡해요?
아무튼 그럼
고백해도 되는 거죠?
뭐, 하는 건 네 자유니까
그럼 앞으로
딱 다섯 번만 고백하겠습니다
교수님, 제가 많이 좋아해요
[밝은 음악]
[웃음]
[헛기침]
[석형이 콜록거린다]
저랑 주말에 영화 보러 가실래요?
나 엄마랑 절에 가기로 했는데 [늘어지는 효과음]
[목탁 소리 효과음] 아, 절
(석형) 너 이제 네 번 남았다
[잔잔한 음악이 연주된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미용사가 살짝 웃는다]
어, 머리 짧게 잘라 주세요
(미용사) 음, 어느 정도…
쇼트커트로 해 주세요, 과감하게
(미용사) 네
(익준) ♪ 너무 보고 싶어 ♪
♪ 돌아와 줘, 말 못 했어 ♪
♪ 널 보는 따뜻한 그의 눈빛과 ♪
(익준) ♪ 니 왼손에 껴진 반지보다 ♪
♪ 빛난 니 얼굴 때문에 ♪
♪ I believe in you ♪
♪ I believe in your mind ♪
♪ 다시 시작한 널 알면서 ♪
♪ 이젠 나 없이 추억을 만드는 ♪
♪ 너라는 걸 ♪
[익준의 애드리브]
♪ 내가 기억하는 추억은 언제나 ♪
♪ 지난 웃음과 얘기와 바램들 ♪
♪ 또 새로 만들 추억은 하나뿐 ♪
♪ 내 기다림과 눈물 속 ♪
♪ 너일 뿐 ♪
[익준의 애드리브]
♪ I believe in you ♪
♪ I believe in your mind ♪
♪ 다시 시작한 널 알면서 ♪
♪ 이젠 나 없이 추억을 만드는 ♪
♪ 너라는 걸 ♪
♪ 우,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
♪ 일 년 뒤에도 그 일 년 뒤에도 ♪
♪ 널 기다려 ♪
(인사 장교) 인사 명령을 낭독하겠습니다
제95사단 인사 명령 제50에 따라
육군 소령 이익순을 제95사단으로 전속 및 보직을 명합니다
2020년 4월 22일
제95보병사단장 소장 전성훈
사단장님께 경례!
충성!
[카메라 셔터음] (사단장) 충성!
(인사 장교) 바로!
[카메라 셔터음] [한숨]
[매미 울음] [후루룩 먹는 소리가 들린다]
[익순의 탄성]
[익준이 코를 훌쩍인다]
(익준) 부대 분위기는 어때?
전에 있던 데하고 많이 다르지?
(익순) 조금
아무래도 후방 부대니까 전에 인제 있을 때하곤 달라
우주 잘 있어?
잘 있지
병원 잘 다니고 있지?
(익준) 아유, 근데 군대가 좋긴 좋다
병가를 한 달씩이나 내 주고
복귀해서 일 더 빡세게 하고 있어
- 오빠 - (익준) 응
창원 그만 내려와, 나 부담스러워
그리고 내 방토 다시 갖다 놔
봤어?
(익순) 응 [극적인 음악]
[우아한 음악] [익준의 탄성]
[익준의 탄성]
(익준) 왜 이렇게 맛있냐?
(익순) 몇 마리 더 시킬까?
(익준) 으응, 아, 그만해 나 여기 지금 수족관이야
[익순이 피식 웃는다]
야, 너 크리스마스 때 뭐 할 거야?
아직 단풍도 안 떨어졌는데 뭔 크리스마스?
오빤 뭐 할 건데?
오빠가 크리스마스 때 쉰 적이 있나?
무조건 쉴 거야, 올해는
쉬는 건 좋은데 뭘 하더라도 난 빼 줘
오빠 이제 그만 보고 싶어
(익준) 음, 왜 이렇게 맛있어? 아유
[익순이 피식 웃는다]
[차분한 음악] [익준이 입바람을 후 분다]
(익순) 기어이 내려왔어 내가 못 살아, 진짜
엄마 아빠 보러 온 거야
너 보러 온 거 아니야, 착각하지 마
우주는?
스키 캠프
모네랑 모네 아빠랑 같이 갔어
3박 4일이라 난 못 갔고
(익순) 응, 우주 아빠랑 못 가서 하나도 안 슬퍼하지?
어, 모네만 있으면 되니까
우리 아들 신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갔어
다 컸어, 성숙해, 허
나도 스키 타고 싶다
나 이제 좀 돌아다녀도 되지 않나?
너 간 수치 올랐더라
어떻게 알았어?
(익준) 후배한테 물어봤지
(익순) 교수님이 매일매일 오빠한테 보고해?
(익준) 아니, 내가 매일매일 물어봐
연애해, 오빠, 동생 그만 괴롭히고
우주만도 못해, 진짜
연애할 거야
[휴대전화 벨 소리] 아, 별걱정을 다 하셔
어, 왜?
(익준) 무슨 일인데?
[잔잔한 음악]
[익순의 한숨]
[새가 지저귄다]
이우주, 손 깨끗이 씻어 색깔 변할 때까지
알았지?
[발랄한 음악] (우주) 네
(익준) 와, 우리 우주가 7살이라니, 벌써
아빤 믿어지지가 않는다
(우주) 러키세븐, 행운의 나이야
그럼 이제 우주 유치원에서 최고 형아네?
오
개학하니까 좋아?
응, 좋아
모네도 보고
모네 맨날 맨날 보는데도 좋아?
응, 모네 맨날 맨날 보는데도 좋아
아빠도 맨날 맨날 보는데 좋아 [흥미로운 음악]
아, 심쿵
[앙증맞은 효과음]
[놀란 신음] [발랄한 음악]
[힘주는 신음]
[익준의 익살스러운 신음]
[익준의 웃음]
(익준) 잘한다
[함께 웃는다]
[익준이 흥얼거린다]
(우주) 아빠, 병원에도 개학이 있어?
(익준) 그럼, 병원에도 개학 있지
새로 오는 친구들 많아?
엄청 많아
인턴 선생님, 전공의 선생 얼마나 많은데
아빠는 헌 친구도 온다
헌 친구?
[부드러운 음악]
[흥얼거린다]
[탄성]
(정원) 너 벌써 출근했을 줄 알았다
짜잔, 선물
(송화) 웬 꽃? [정원이 피식 웃는다]
우리 큰형이 요새 가드닝에 푹 빠졌거든
더 필요하면 얘기해 우리 집에 많으니까
(송화) 어 [정원의 웃음]
(정원) 목은 좀 어때?
(송화) 어, 많이 좋아졌어
[향기를 씁 맡는다]
준완이는?
출근 같이 안 했어?
컴백을 환영한다
[웃으며] 고맙다
나 수술, 이따 봐
(송화) 응
(준완) 아, 왜 아침부터 비야?
- 나중에 봐 - (송화) 응
[힘주는 신음]
너 좋은 날 다 갔다
[송화와 석형의 웃음]
(석형) 어떡하냐
간다
어? 하늘도 슬픈가 보다, 야
[웃음]
(익준) 노크, 노크
밥 먹자
그래
가자
(송화) 응
밖에 비가 와
(송화) 알지
아, 너무 좋아
가자
(익준) 아침 후딱 먹고 중간 정원에서 비 구경할까?
(송화) 그래, 그러자
[리드미컬한 음악]
[부드러운 음악]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3월 초턴의 계절이 왔군
교수님, 안녕하세요 [사람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인턴은 다 필요 없어 교수님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항상 저 혼자 일했는데
올해는 후배들 많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교수님들이 천명하셨잖아
전공의들의 삶의 질은 우리가 보장한다
흉부외과 요즘 워라밸로 가고 있어
넌 맨날 당직이니?
3월 달엔 다들 헤매고 그래 아직 초반이잖아
교수님도 어리바리한 인턴 때가 있었을까요?
나 흑역사 많아
옛날 일이야, 옛날 일
이걸 진짜 확
인턴 때야, 인턴 때
알았어, 인턴 때
네, 해 보겠습니다
교수님
전문의나 돼서 그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전 발전이란 게 없는 사람이에요
이건 누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 아니라 그냥 벌어진 일입니다
잘할 수 있고 잘할 거야
시간이 더 필요해, 그래서 그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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