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32
[잔잔한 음악]
(노 회장) 그럼 지금 나가
아휴, 추워
(기사) 어디로 가실까요?
- 가까운 백화점으로 가주세요 - (기사) 네, 알겠습니다
[밝은 음악]
76만 3천원입니다
아, 저 가방도 같이요
그래서 최도경은 오늘부터 이 집안 사람이 아니다
민 부장 말로는
도경이 캐리어도 없이 빈손으로 나갔다던데
[호통치며] 빈손으로 나가야지, 당연히!
[긴장된 음악]
해성이 싫어서 나가면서 해성에서 얻은 걸 가지고 나가?
왜 들고 나가?
경고하는데 앞으로 누구도 최도경한테 일전 한 푼 도움 주지 마
절대로
기필코
가만두지 않을 테니
저희하고 마지막 상의 한 번 해주시죠
감히 이 집안의 유일한 아들 녀석이 튕겨나갔을 때까지
속수무책 했던 자네하고?
[잔잔한 음악]
아버지
[큰소리로] 해성은 내 모든 것이야
이걸 지키고 키우는 데 일조를 하지 않으면
이 집안 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 그 누구도!
룸은 어떤 걸로 드릴까요?
디럭스
현금으로 결제할게요
35만원입니다
어떻게 된 거니?
오빠는 왜 갑자기 독립한다고
그렇다고 어떻게 맨몸으로 쫓아낼 수가 있어?
모르겠어요
이 집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나는 항상 몰라요
오빠한테 전화해 봐
전화해도 말 안 해줘요
왜?
원래 속얘기하고 안 그래요 우린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응?
오빠?
우리 집에서 너 힘들게 지내고 있을 텐데
도움 못 주고 나와서 미안하다
안 그래도 좀 상의하고 싶었는데
우리 집에서는
우리끼리 상의는 의미 없어
너도 이제 알겠지만
[잔잔한 음악]
네가 선택해서 들어왔으니까
이겨내는 것도 네 몫이야
오빠는 그럼 독립을 선택한 거예요?
왜 그런 거예요?
그러고 싶어서
인사도 못하고 나와서 전화한 거야
서현이한테도 잘 지내라고 전해줘
네
혹시 무슨 도움 필요하면 전화하세요
난 신경 쓰지 말고
넌 집안 룰을 따라
그럼 잘 지내라
네
[전화 종료음]
[잔잔한 음악]
(노 회장) 자존심이 있으면
(노 회장) 해성으로 엮여서 얻은 돈은 쓰지 말아야지
(노 회장) 그래, 안 그래?
(노 회장) 그럼 지금 나가
내 고집 꺾으시려는 거지
네
그래야 할아버지시죠
그래야 노양호 회장님이시죠
제가 깜박했습니다
제 할아버지가 누구신지를
[한숨 쉰다]
[기계 작동 소리]
조수
네, 네, 소장님
그만해
[한숨 쉬며] 서지안 씨 오늘 하루 종일 산만해
(소장) 다치기 싫으면
저기 수공구들 날이나 갈아
응?
죄송합니다
[한숨 쉰다]
[잔잔한 음악]
선우희 씨 그만 가요
깼어요?
가라고
간호할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가?
어떻게 되든 말든 가는 게
진짜 이별이야
(남구) 지금 안 가면
너 못 간다
나
아이 못 낳아요
(희) 영영 못 낳아
고아로 자라 혈육 하나 없는 남구 씨
나랑 살면
자기 자식 못 가져
[한숨 쉰다]
[목소리 높이며] 야, 선우희
너 왜 그 얘기를 지금 해?
그게 무슨 상관인데?
날 밀어냈던 이유가 고작
그거였어?
자식?
[한숨 쉰다]
(남구)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였으면 나도 벌써 결혼을 했지
[흐느끼며] 다시 돌아오지도 못 할 너를 마음에 담고
여태 혼자 살았겠어?
남구 씨?
다 잊었나 보네
당신이 나한테 어떤 사람이었는지
[부드러운 음악]
앞으로 수업 끝나고 갈 때 들리지 마요
왜?
소문 다 나는데 미안하잖아요
[속삭이며] 가요 얼른, 가
아휴, 왜 이리 와요, 누나
여자친구가 남자친구 옆에 있는 게 뭐 어때서?
아이고, 누나 이러지 마세요 얼른 가요, 가
[애교부리며] 왜?
아휴, 얼른 가요
(남구) 넌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어
가진 거 하나 없던 나를
사랑해줬던
유일한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었어 네가
나를 알아봐 준 사람을
내가 사람이라는 걸
사람으로 처음 대접해준 사람을
어떻게 잊어?
어떻게 안 사랑하냐고?
[한숨 쉰다]
[부드러운 음악]
[밝은 음악]
오늘 쉬는 날인데 너 뭐 할 거야?
아니다
조용히 잠 좀 자라
나 외출할 건데
안 피곤해?
(용국) 이야, 좋은 아침입니다
[지안이 반갑게] 얼른 오세요
아휴, 뭐예요?
오늘은 제가 끓인 죽 드세요
죽요?
희 언니가 장 본 야채가 남았길래 야채 죽 끓였어요
이야, 여기서는 한 번 얻어 먹으면 한 번 해주는 게 규칙인데
그럼 안 드실래요?
[웃으면서] 꼭 그렇다는 건 아니죠
대신, 지안 씨 설거지는 내가
어, 접수하겠습니다
- 그럼 맛있게 드세요 - (용국) 네
야, 지안 씨 되게 밝아졌다
이겨낼 애라고 했잖아 서지안은
근데 넌 서지안 씨하고 뭐 하는 중이냐?
그게 무슨 말이야?
넌 김치볶음밥 해서 챙겨 먹이고
지안 씨는 아침 챙겨 너 먹이고
네 정성이 이제 쌍방이 된 거야?
[어이없어하며] 참, 형
내가 지금 쟤한테 그런 감정으로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신경이 써지는 게 사랑이지, 인마
직진으로 나가는 게 사랑 아니냐고
내가 해보니 그렇던데
[용국] 응, 맛있다
(기사) 아, 손님, 여기 거스름돈
됐어요
(기사) 아, 네
(기재) 어서 와라, 친구
뭐냐? 내 컨디션 무시하고 커피?
볼일 급하니까 아침부터 오는 거 아니야?
급하니까 본론부터 얘기하자
내 자금 사정에 이상이 생겼어 우리 사업하기로 한 거...
나한테 자금 빌려서 시작하겠다는 거지?
너 그걸 어떻게?
민 부장이 연락했더라
할아버지가 시켜서?
네 동선을 읽고 계시는 거지
근데 꼭 회장님 당부 아니어도
나 너 도와줄 생각 없어
김기재, 나 지금 30만 원밖에 없어
아니 택시비 만 원 빼고 29만 원
29만 원?
[크게 웃으며] 29만 원?
(도경) 야, 너 웃지 마 지금 웃음이 나오냐?
[한숨 쉬며] 답 나왔네
오늘 들어가
농담 말고 빨리 비서한테 현금 찾아오라고 시키기나 해
너 내가
소라 씨한테 서지안 씨 있는 데 알려준 거 알지?
깔끔하게 깨주길 바라서 알려준 거야
멍청한 놈, 지안이는 날 쳐다도 안 보는데
소라가 뭘 깰 수 있어?
문제는 나인데
가방 보니 맨몸으로 나온 모양이다, 너?
날 꺾으시려는 거야
꺾여 빨리
싫다
싫으면 어쩔 건데?
난 너 도와줄 생각 없다니까?
진심이냐?
회장님하고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집안 교류 있어
내가 싫습니다 반항할 분도 아니지만
솔직히
이 상황이 재미있고 궁금하기도 해
재미있고 궁금해?
너도 겪어봤잖아
여자들 거기서 거기야
언제 마음 변할지 모르는 게 사람이고
그래서 집안끼리 윈윈할 수 있는 여자하고 결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연애를 할 거면
집에서 양보 가능한 수준되는 여자랑 하던가
그만 입 다물어라
너 [경쾌한 음악]
내가 오래 못 버틸 거라고 생각하지?
따로 챙겨 놓은 거 있거나 네 명의 재산 쓴다면
안 쓸 거야
그래 넌 안 쓸 놈이야
근데
우리가 언제 싫은 소리 아쉬운 소리 한 번 해보고 살았냐?
특히 넌
늘 무게 잡고 각 잡던 애가
집안 그늘 벗어나 얼마나 버틸지, 어떻게 버틸지
한번 보고 싶거든
[헛웃음 짓는다]
이 자식 진심이네
미안, 친구
알았다
- (도경) 다신 너 안 찾아 온다 - 야, 야, 최도경
(기재) 도경아
잘 있어라, 이 자식아
집으로 가라, 응?
[한숨 쉰다]
싹 세팅해 놓고 지안이 모르게 하려고 했는데
시간 좀 걸리겠는데
유비
지금 빨리 서지안 핸드폰 위치 추적해
[휴대폰 종료음]
(인사부) 해성 어패럴 인사부에서 알려드립니다
(인사부) 오는 1월 1일자로
(인사부) 유관우 님을
(인사부) 해성 F&B의 부산 지사 총무 팀으로 발령합니다
해성 F&B
부산 지사?
[한숨 쉰다]
(지수) 주방장 개인 사정으로 휴업합니다
[밝은 음악]
어쩐 일이세요?
지나가다 빵집 휴업인데 지수 씨가 보여서요
아, 빵 좀 만들어서 방장님 문병 가려고요
카페 사장님이 뭘 제대로 못 드시고 계실 것 같아서
병원에도 식당 있을 텐데
겸사겸사 빵 연습도 하고 좋아요
집에 있기도 그렇고
무릎은 괜찮아요?
아, 네, 완전 괜찮아요
참...
그럼 있다가 같이 가요
나도 병원 가보려고 했거든요
진짜요?
[웃는다]
뭐 보시는 거 있으세요?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남자 내의 좀 추천해 주세요
어느 분이 입으실 건데요? 연세는?
60대요
아...
60대면 이게 요즘 제일 잘 나가요
그럼 이걸로 두 개 주세요
아, 네
(지안) 소장님
어?
쉬는 날인데 왜 또 나왔어
- (지안) 이거 드리려고요 - (소장) 이게 뭐야?
(지안) 겨울 내의예요
알바비 받았잖아요
뭐 이런 걸 나한테 줘
아버지한테 줘야지
아버지 것도 샀어요
스승님 것도 챙긴 거예요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웃으면서] 뭐, 내가 스승님이라고?
목공 스승님이시죠 이것저것 다 가르쳐주시잖아요
갑자기 자긍심 팍 솟는데
[바람이 세게 분다]
너는 천관녀이고
나는 김유신이냐?
나타날 때가 아닌데
오게 되냐고
[한숨 쉰다]
아니 뭘 왔다가 그냥 가?
아, 무슨 핑계를 대지?
[놀라며] 아잇, 깜짝이야
왜 그렇게 놀라요? 귀신 본 사람처럼
네가 귀신 같이 나타났으니까
여기 내가 일하는 덴데
아, 그렇지
[익살스러운 음악]
[잔잔한 음악]
아, 오늘 내가 무슨 일로 왔냐면
혼자 밥 먹기 싫어서 같이 점심 먹을 사람이 없더라고
싫지?
밥 먹어요
알았다 알았어 혼자 먹을게
같이 먹자고요 밥
[밝은 음악]
같이 먹자고?
나랑?
왜?
마지막이니까
마지막 인사하러 온 거잖아요
뭐?
조명 배달하러 갔던 날
공고문 봤어요
유럽 지사 1월 1일부터 출근이던데
보통 1, 2주 전에는 가잖아요
(지안) 잠깐만 기다려요
이것 좀 맡겨 놓고 올게요
아, 지안, 그거...
[씨익 웃는다]
갈치 조림 먹으러 가자
갈치 조림?
남대문 그 집
너 먹었던 그 집 갈치 조림 엄청 맛있다며
그런 데서 안 먹는다면서요?
먹고 싶어졌어
남대문까지
인심 쓸 거면 팍팍 써라
너무 먼가?
오늘 쉬는 날이에요
가요 그럼, 차 어디 뒀어요?
차?
아, 정비소 들어갔는데
그럼 택시 부를게요
아니야, 버스 타고 가자
버스 타고 싶어
왜 갑자기 버스가 타고 싶어요?
안 해본 거 해보고 싶어서 그런다
그래요 그럼
♪ 스치는 손끝에 ♪
[교통 카드 처리음]
(기사) 아, 잔돈 없는데
(기사) 천 원짜리 두 장 없어요?
두 명요
[안내음] 다인승입니다
♪ 하루의 끝에 난 ♪
♪ 내게 작은 빛을 비추는 ♪
♪ 너를 따라 ♪
♪ 걷는다면 어두운 밤이 쓸쓸하지 ♪
♪ 않을 것 같아 ♪
♪ 내 사랑이 ♪
♪ 그대에게 닿을 수 있을까 ♪
♪ 네 손을 잡고 이 길을 ♪
♪ 걷고 싶어 ♪
♪ 이 마음을 그대에게 ♪
♪ 말할 수 있을까 ♪
오빠!
[큰소리로] 어, 오빠 여기 있다!
[때리는 소리]
[소리 지르며] 야!
[뒷발로 차는 소리]
[함께 헉헉거린다]
[숨을 헐떡인다]
그때 우리 진짜 재밌었지?
엄청 고생했죠
하긴 뭐
나쁜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는 거니까
아니야, 난 진짜 재밌었어
그렇게 뛰어본 게 처음이어서
초등학교 때 기사 대동 통학하고
또래 친구들하고 놀아보지 못했거든
성인 돼서는 격 없이 싸움질?
더 그럴 일 없었고
나는 싸움질 밥 먹듯이 했는데
어릴 때?
커서도요
최후의 주먹질이 올해인데
[놀라며] 올해?
스물 여덟에 주먹질?
[낮은 목소리로] 응
[경쾌한 음악]
(도경) 아
저 뭐야?
(남자) 오...
(도경) 아, 회사 앞에서
[놀라며] 너 혹시?
우리 회사 앞에서 싸운 적 있어?
어떻게 알아요?
그게 너였어?
봤어요?
어, 그거 내가 경찰에 신고했...
신고한 게...
[한숨 쉰다] 아...
진짜 악연이라니까
넌 줄 알았으면 신고 안 했지
벌금 먹었니?
부사장님한테 갚기로 했던 500만 원
계약직에서 정직원 되면 중간 정산해준다고 해서
500만 원 준다고 했던 건데
그 돈 경찰서에 끌려간 덕에
윤하정한테 줄 합의금 500만 원으로 쓰려다가
(지안) 부사장님하고 약속한 3일을 깜박했죠
그 덕에 양평으로 콜, 덕분에 500만 원 탕감받고
[부끄럽게 웃는다[
아주 복잡한 스토리가 있었어요
싸운 사람이 윤하정이었어?
내가 성질이 엄청 더럽거든요
앗, 벌써 알죠?
나를 까고 낙하산으로 들어온 애를 가만히 둘 수가 있나
완전 반쯤 죽여 패버렸죠
[한숨 쉰다]
뭐 다 지난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맙시다
오늘 나 많이 봐준다 서지안
떠난다니까 후해지고 싶어?
뭐, 그런 면도 있고
이제 내가 정신을 좀 차렸거든요
가요
[밝은 음악]
안 떠나는 거 알면 죽겠다, 서지안한테
여전하네
얼마나 됐다고?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하도 많은 일이 있어서 그런가
추억 놀이가 취미인가 봐요
(종업원) 갈치요
시도해 보시죠
음, 맛있다
[도경이 웃는다]
- (도경) 으음 - 그렇게 잘 먹는 척하면 부담스러운데
진짜 맛있어서 먹는 거야
그러는 넌 오늘 왜 이렇게 얌전하게 먹지?
나 의식하나?
하...
지금은 아무 때나 내 입맛대로 먹을 수 있으니까, 그 때는...
그쪽 집 음식들 엄청 심심하고 밍민한 거 모르죠?
알아, 너도 지수도 똑같은 말했으니까
지수 얘기는 묻지 마라
물어도 말 안 해줄 거니까
지금은 그게 좋을 것 같다
네, 저도 알고 싶지 않아요
(도경) 와
(도경) 하...
야, 진짜 맛있다
[웃는다]
왜?
쇼하는 거 같아서요
진짜 맛있어서 먹는 거야
플러스
음식을 누구하고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걸 알았거든
[잔기침한다]
가세요, 저 여기서 버스 타면 돼요
저기 택시 서있네요
비린 거 먹었는데 커피는 마셔야지
덕수궁 쪽에 커피 맛있는 데 있어, 거기 가자
같이 밥 먹었으니까 여기서 그만 헤어져요
덕수궁
덕수궁 돌담길
거긴 걸으면 헤어지는 데야
[부드러운 음악]
지안아
편하게 하자 오늘 하루만이라도
가면
얼마나 있다 와요?
가게 되면
기본 2년
착실하게 굴면
처음 6개월은 휴가도 없어
가요 그럼 커피 마시러
(도경) 네가 밥 사줬으니까 커피는 내가 살게
앉아 있어
네
[잔잔한 카페 배경 음악]
카푸치노네
(도경) 내가 카푸치노 좋아하거든
너도 좋아하는구나?
아메리카노 말고 다른 커피 마실 때는요
오케이, 취향 같은 거 하나 발견
이상하게 굴지 마세요
왜 같이 커피까지 마시는지 알면서
음
맛있다
음, 맛있는 집이긴 하네
오늘 너를 만난 게 참 힘이 된다
쓸데없는 기대는 마시지
내가 무슨 기대하는지 아는구나?
알게 굴었으니까 알긴 아는데
알아도 모릅니다
모른 척하고 싶은 거겠지
해성 그룹 후계자분이
품위 없이 따박따박 여자랑 말싸움하시려고 그러네
내가 이제 품위가 좀 없어도 되거든
얼른 마시고 일어나요
나 오늘 중요한 볼일 있어요
[비 내리는 소리]
자
감사합니다
가면
잘 지내세요
난 지금 좋아요
진심으로 좋아요
나 떠난다니까 이렇게 해주는 거지?
씩씩하게 보이고 싶어?
나 원래 씩씩해요 지수가 순하지
아버지 일은 미안하다
널 찾아다니시는 아버님을 봤어
그래서
걱정 마시라고 무사하다고 [잔잔한 음악]
내가 봤다고 연남동에서
그 얘기만 했어
목공서 얘기는 안 했다
그랬구나
그럼 나한테 먼저 말해주지 그랬어요
[낮게 한숨 쉬며] 그랬어야 했는데
내가 경솔했어
그땐
내가
너무 준비가 안 돼 있었어요
아버지 보는 것도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도 다 싫고
무섭고
괴롭고 비참하고
(지안) 죄송하고
무기력했어요
미안하다
나도 미안했어요
근데 지금은 정말 괜찮아요
그러니까 부사장님
부사장이라고 부르지 마
이젠 아니니까
그럼 최도경 씨
이젠
어울리는 삶을 사세요
나도 그렇게 할 테니까
나...
보고 싶을 텐데
[잔잔한 음악]
그럴 수도 있죠
근데 뭐
보고 싶다고 죽지는 않을 테니까
가요 이제
♪ 지친 하루 끝에서 ♪
♪ 그저 걷고 있는 난 ♪
♪ 차가웠던 내 마음에 ♪
♪ 네가 소리 없이 다가와 ♪
어디로 갈 거예요?
너 가는 거 보고
어, 버스 왔네요
잘 가요
♪ 아프던 날에 ♪
♪ 한 번쯤은 말 없이 ♪
♪ 뒤에서 안아 주기를 ♪
♪ 바람이 불어와 ♪
♪ 내 곁에 다가와 ♪
♪ 조금씩 얼어붙은 내 마음을 ♪
아, 이제 어떡하지?
♪ 의미 없이 늘 지나가던 ♪
껐다 켰다 하면 의심하시겠죠?
할아버지
♪ 꿈꾸지 못 했던 그대라는 ♪
♪ 사람이 내게 다가오네 ♪
♪ 그대가 보이네 ♪
♪ 사랑이 다가오네 ♪
♪ 우리 함께 할 이 순간을 ♪
♪ 영원히 기억하기를 ♪
♪ With you ♪
[훌쩍인다]
[경쾌한 배경 음악]
[한숨 쉰다]
(비서) 최도경 씨 핸드폰 전원이 계속 꺼져 있어서
(비서)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알았어, 계속 체크하고 있어
핸드폰을 꺼놨다?
[웃으며] 새끼, 머리 좋네
으차차차
추운데 왜 나와 있어요?
아, 오븐 앞에 하도 있었더니 좀 더워서요
이거 실장님 거예요
아, 내 것도 만들었어요?
그냥 만드는 김에
이거 모닝빵이라 아침에 드시면 돼요, 뒤에 둘게요
- (혁) 아, 내가 - 아! [머리 부딪히는 소리]
아휴, 미안해요
(혁) 아프겠다 나 머리 되게 단단한데
[달콤한 음악]
♪ 기분이 너무 좋아서 ♪
♪ So good so good ♪
앗, 또 미안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죠?
아프겠다
내 머리도 단단한데
그러고 보니
좀 아프네
[함께 웃는다]
[허허 웃는다]
♪ 네게 손을 잡고 걷는 길이 ♪
[남구가 놀라며] 어?
방장님, 내일 퇴원 아니었어요?
아이고, 이렇게 삭막한 곳에 하루 더 있으라고?
빨리 집에 갈래
근데 두 분
(혁) 그 손은?
[지수가 놀라며] 허?
[쑥스럽게 웃는다] 아휴...
방장님, 그런 수줍은 표정은 처음 봐요
참, 아이 예고 없이 오니까 그렇지
(혁) 두 분이 예고를 안 하신 거죠
우리 누나 박력 있네 축하해
[부끄러워 하며] 음, 그러지 마
누나?
의사가 퇴원하래?
(희) 응, 해도 된대
이제부터는 내가 보살펴 주면 되니까
사장님이랑 실장님이랑 남매였어요?
(남구) 응 선우희, 선우혁
[놀라며]
(지수) 그랬구나
둘이 닮았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남구가 웃는다]
(지수) 근데 방장님 저한테 왜 말 안 해주셨어요?
[신음하며] 아휴, 배야 나 아픈 것 같아, 나 몰라
- (남구) 나 집에 좀 갈래 - 괜찮아? 얼른 집에 가자
(희) 아, 혁아, 우리 짐 좀 가져와
(남구) 아휴
[함께 웃는다]
[전화 수신음]
[전화 발신음]
[안내음]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이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전화 종료음]
아버지
[부드러운 음악]
전화했는데 안 받으셔서요
어쩐 일이냐?
아, 아버지 좀 뵈려고요
이 시간에 나가시는 거예요?
어, 볼일이 있어서
아, 그래요?
그럼 여기 추우니까
저랑 차 한잔하시고 가시면 안 돼요?
아니야, 그냥 여기서 하자
약속 있어서 나가던 길이야
이거요
겨울 내의예요 알바비 받아서 샀어요
그래
(태수) 고맙다
지난번에는
죄송했어요
내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아버지 만나서 그랬어요
그래
내가 아니라 지수란 걸 알고
아버지한테 너무 죄송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그분들께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그 전에 들켰어요
(지안) 너무 참담했어요
아버지가 말리지도 못하게
내가 아버지 모질게 입 막고 갔는데
차라리 아버지한테 먼저 말씀드린 것보다
훨씬 더 안 좋은 결과가 됐어요
(지안) 그랬는데 내가 거부한 집으로
내가 거부했던 아버지한테 어떻게 돌아가요?
저 창피해서 못 가요 저...
(지안) 엄마가
나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건 알지만
아직 엄마 얼굴 볼 자신도 없어요
이해해 주세요
그래 알았어
가족이 뭐 꼭 함께 살아야 가족이냐
각자 형편 따라 살면 되는 거야
저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몸은
괜찮냐?
[부드러운 음악]
네
(태수) 그래, 그럼 됐어
이제 집 생각하지 말고
네 마음 편한 대로 그냥 살아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간다
잘 가라
[구슬픈 음악]
(태수) 가족이 같이 살아야 가족이냐?
(태수) 형편따라 살면 되는 거야
(지수) 떠나기 전에 너 나만 만났다며?
(지수) 왜 나만 만났어?
그날 나만 만났다며?
(지수) 왜 나만 만났어?
내리세요
(희) 고마워요
[신음하며] 아
- 괜찮아? - 누나
누나 왜 내려?
아니 아픈 사람 두고 내가 어떻게 가?
안 돼, 안 돼
내 방은 여자 출입 금지야
(지수) 예? 전 들어갔는데요?
- (희) 아이 - 아이, 그거는
아휴, 아무튼
내 방에 희를 어떻게 들여?
(혁) 방이 좀 삭막하거든
지저분하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보살피려고 퇴원도 허락해준 건데
(희) 시끄러워! 빨리 들어가
지수 씨 문 좀 열어줘요
네
(희) 빨리
누나, 캐리어는?
네가 들고 와야지
[어이없게 웃으며] 참
[문 닫히는 소리]
(지태) 오셨어요?
(지태) 어머니
아버지 요새 어디서 뭐 하신데요?
몰라? 말씀을 안 하셔
저 오다가 101호 아주머니 만났는데
낮에는 집에 계신대요
그래?
정말 너무하시네
나 때문이야
만약
정말 아버지가 원양 어선 타신다면
어머니 여기서 저희랑 사실래요?
2층 방은 세놓으면 될 것 같은데
2층 방?
거기는 지안이, 지수 방이야
이젠 아니잖아요
혹시 지안이 돌아오면
아버지는 집 빼라고 하셨어요
그게 진짜일까?
진심은 아니실 거야
너희 아버지 그렇게 독한 사람 아니야
[구역질을 한다]
[긴장감 고조되는 음악]
(태수) 어머니, 잠깐, 잠깐 [태수 어머니가 기침을 한다]
[구슬픈 음악]
(석두) 야, 이게 말이 되냐?
(석두) 재작년 건강 검진 받았을 때 깨끗했는데
(석두) 어떻게 3기냐고?
[구슬픈 음악]
[깊은 한숨 쉰다]
(지태) 어, 샤워 안 했네?
오래 걸려서 샤워하나 했다
어, 그냥
수아야, 제주도 펜션 알아보는데, 봐봐
미안해
나 오늘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자야할 것 같아
8시도 안 됐는데?
어디 아픈 건 아니고?
(수아) 응, 아니야 나 먼저 잘게
응, 그래, 쉬어
고객님, 이거는 환불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잔잔한 음악]
고객님이 신어서 생긴 하자잖아요
1시간 잠깐 신었는데 퍽하고 터졌다니까요
아이, 그럴 리가요
음...
(지호) 고객님은
적어도 이 구두를 6시간 이상 신으셨네요
[고객의 헛기침] - 여기...
고추장 베이스의 음식도 드셨고
(지호) 술도 좀 드셨네요
취해서 비틀거리시다가
발도 몇 번 꺾이셨죠?
6시간 만에 터지게 만들었잖아요!
제가 그날 정말 이 구두만은 안 된다고
고객님 말렸잖아요
고객님 발 볼이 보통 넓고 퉁퉁하신 게 아니라서
(고객) 어, 뭐라는 거야?
내가 뚱뚱하다고요?
뚱뚱이 아니라 퉁퉁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말이 그 말이잖아요
아...
예, 어쨌든
이 슈즈는 워낙 날렵하게 나와서
고객님 발 볼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언제 그랬어요?
발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랬죠
이건 고객님 부주의라서 환불이 불가능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A/S는 가능합니다
그래?
(고객) 서지호?
두고 보자
안녕히 가세요, 고객님
살펴 가세요
[한숨 쉰다]
[소주 따르는 소리]
[전화기 수신음]
[한숨 쉬며] 부사장님?
진짜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전화기는 왜 꺼놓고 이제 연락을 하십니까?
집에서 쫓겨나신 겁니까?
어, 어떻게 알았어?
제가 오늘
인사 이동 발령 받았거든요
- 벌써? - (유 비서) 그나저나
돈은 넉넉히 챙겨서 나오셨어요?
어? 아이, 그럼 그럼
가실 데는 있으시고요?
어, 이제 알아봐야지
제가 주소 보내드리겠습니다
저희 집으로 오십시오
무슨? 나 갈 데 많아
어? 걱정할까 봐 전화한 거야
됐어, 일 없어
[전화 종료음]
아우, 씨...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니까
[한숨 쉰다]
- (커플 남) 여기야? 그냥 가 - (커플 여) 죄송합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쉰다]
[떨면서] 아, 춥다
아, 여기쯤 같은데 어디야?
[유 비서가 뛰어온다]
아, 부사장님!
[놀라며] 어
[한숨 쉬며]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떨면서] 완전 추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뭐? 너 지금
나 기다린 거야?
동네 골목길이 많아가지고 집 찾기가 좀 힘들거든요
들어가시죠?
아, 빨리 빨리요 추워요
[한숨 쉰다]
엄마
[방문 여는 소리]
(유비 엄마) 아휴, 아휴, 관우 부사장님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뭐라도 사들고 왔어야 하는데
빈손으로 죄송합니다
우리 부족한 관우한테 잘해주시는 걸로 충분해요
[쑥스럽게] 아
저희 어머니가 좀 오버를 하세요
여동생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휴
부사장님 불편하실까 봐
관순이는 찜질방에 보냈어요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걔는 찜질방에서 자는 게 취미예요
빨리 빨리 들어가세요
전 어머니랑 잘 테니까 편히 쉬십시오
빨리 빨리
자, 빨리 들어가세요
아, 그리고
알아서 씻으시고요
네
[쓸쓸한 음악]
[한숨 쉰다]
[문 두드린다]
어, 유비냐?
(유비 엄마) 어휴
(도경) 아이고
관우는 회사 갔어요
집에 있는 걸로 차려서 찬이 변변치 않아요
아닙니다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감사합니다
식사하시고 더 푹 쉬세요
상은 그냥 놔둬도 돼요
네, 잘 먹겠습니다
(유비 엄마) 아휴, 네
오빠는 아무 연락 없어요?
알아서 잘 지내고 있을 거야
네
(지호) DNA 검사
과학보다 정확한 건 [익살스러운 음악]
없지
[한숨 쉬며] 저기
관우 어머니
죄송한데
아휴
10만원만
다시 돌려주실래요?
[한숨 쉰다]
[짜증 내며] 에이
(헬스 직원) 헬스 클럽 많이 다녀보셨다고 했죠?
그래서 오시라고 했는데
네, 많이 다녀봤습니다
그럼 홀 매니저 일 믿고 맡길게요
알려드린 대로만 해주세요
네
[한숨 쉰다]
다행히 내 클래스에 딱 맞네
우리 쪽 사람들이 오는 동네도 아니고
제가 한다면 합니다 할아버지
다녀오십시오
[문 여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서지호가 누구야?
예?
(고객 1) 네가 우리 딸한테
발 볼이 뚱뚱하니, 퉁퉁하니 하면서 모욕했다며?
고객님 그건 모욕이 아니라
따님 부주의로 망가진 구두를
닥쳐!
다 필요 없고
환불도 필요 없고
내 딸한테 사과해
발 볼이 퉁퉁하신 분한테 퉁퉁하다고 말씀드린 거거든요
얘 볼이 어디가 퉁퉁해?
겨우 1시간 신은 신발 터지게 만들었으면서
(고객 1) 환불은 안 해주고
발도 퉁퉁 몸도 뚱뚱?
아휴
제가...
제가 언제 몸도 뚱뚱하다고 그랬습니까?
엄마, 얘 거짓말하는 거야
(매니저)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가 그냥 구두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환불 필요 없다니까
나
여기 VVIP야
[매니저가 한숨 쉬며] 고객님
아, 이 문제의 구두 같은 경우에는요, 제가 봤었을 때도
좀 환불하기가 어려운 상태였거든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진열된 구두 다 줘
사이즈 240
[어이없어하며] 하
[매니저가 한숨 쉰다]
[둘이 웅얼거린다]
(고객 1) 아까는
사과로 끝내려고 했는데
이젠 무릎까지 꿇어야겠다
서지호
(고객 1) 감히 네 따위가 뭔데
내 딸한테 모욕을 줘?
(여자) 너 당장 무릎 못 꿇어?
[쓸쓸한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고객 1) 음음
울지 말고 꿇어
(고객 1) 잘리고 싶지 않으면 빨리 꿇어!
[어이없어하며] 하
(지호) 아, 대박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인터넷이 사람 다 버리네
하지 말라고 뉴스에 났는데 배우는구먼, 어? [경쾌한 음악]
[큰소리로] 뭐?
매니저님
저 방금 사직했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왜 그래?
내 무릎 꿇릴려면
이 백화점 통째로 사시던가?
[지호가 헛웃음 웃으며] 왜요?
그 정도 돈은 없으셔?
[당황해서] 어머
얘 말하는 거 봐
어디서 돈질 갑질이야
야, 지호야, 서지호
야, 어디 가?
(도경) 아이, 왜 사람들이 이렇게 교양이 없어
아이, 참
회원님 땀 떨어졌잖아요
어, 이리 와, 이거
저기 좀 닦아주세요
아저씨, 여기 티비 안 나와요
(남자)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어이없어하며] 하, 7만 원
[경쾌한 음악]
아휴, 최도경
[웃으면서] 진짜
괜찮아, 산 경험이다
아휴, 시장하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디자인 콘택트하고 수정 방향 말하는 거 보면
지안 씨가 눈썰미가 좋네
제가 왕년에 미대 꿈꾸던 소녀였습니다
(용국) 아깝네요, 아까워
우리, 3D로 방꾸미기 코너 만들면 어떨까요?
우리 품목 배치해볼 수 있게
바닥재부터
(혁) 페인트까지
(소장) 또 일 벌인다
(용국) 야, 너 자꾸 그러면 이 규모로 지탱 못 해 [잔잔한 음악]
새로 자리 옮겨야지
지안아
네 생각은 어때?
이 집 해장국은 콩나물이 통통하다 선지도 빨갛고
[웃으며] 해장국에 콩나물이 통통해야지 그럼
콩나물에 물기 다 빠져서 실가닥 같은 해장국 집도 있거든
서울 어디에 그런 집이 있어 바로 망하지
서울이면 망했겠다
(용국) 아휴, 잠깐 의견 묻는다고 모였다가
이거 뭐 야근까지 시키네요
(도경) 서지안
오늘은 갈 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왔다
계획은 틀어졌지만
한번 해보려고
그러니까 기다려라
[한숨 쉰다]
(원주) 마르고, 키 크고 털털하고
볼수록 예쁘고
야, 서지안 씨
완전 네 이상형 아니냐?
(현수) 어이고
(현수) 혁이가 있는데 내가 어찌 넘봅니까?
- (현수) 빨리 들어 와 - 저기요
여기가 뭐 하는 데입니까?
여기 셰어 하우스예요
셰어 하우스?
그럼 혹시 선우혁 씨도 여기 삽니까?
네, 혁이 아시는 분이세요?
지안아
응?
너 무슨 일 있었지?
왜? 나 이상했어?
무슨 일 있었어? 없었어?
있었어
오늘
그 사람 갔어
떠났어
그 사람
최도경 씨?
근데 그게 무슨 말이야? 떠나다니
자기 갈 길 갔어
이제 진짜 끝났어
하, 역시
그랬구나
둘 사이에 뭔가 있는 줄 알았어
어떻게?
나 남자야, 최도경 씨가 너 보는 눈빛 보면 몰라?
(혁) 인천에서 최도경 씨가 우리 차 세울 때
네가 지나치게 그 사람 외면할 때
느낌 왔어
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아니야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날
나 들킨 날
그날 다 끝이라고 생각했거든
아니, 그 전에도 이미 좋아해서도 안 되는 사람이었고
좋아하고 싶지도 않았어
다시는 나하고 상관없는 사람이길 바랐는데
그런데?
근데
너무 마음에 걸려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가고
이제 나는 나한테 맞는 삶을 살면 되고 그런데
고맙다는 말을
너무 못 했어
[잔잔한 음악]
(지안) 오빠였을 때
의지가 돼줘서 고마웠고
내가 먼저 고백할 수 있게 밀어달라고 했을 때
들어준 것도 고마웠고
(지안) 산으로 내 걱정해서 와준 것도 고마웠고
(지안) 맛없는 해장국 먹어준 것도 고마웠고
(도경) 그 사람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지안) 윤하정 잘못 지적해준 것도 고마웠고
미안해요, 서지안 씨
♪ 같은 곳을 바라보고 ♪
(지안) 우리 오빠 결혼식
(지안) 보게 해준 것도 고마웠고
♪ 가슴 깊이 ♪
(지안) 내 기획안을 알아봐준 것도 고마웠고
그게 네 거였어? 기획안에 네 이름 아니었는데?
♪ 그리움이 되어버린 한 사람 ♪
(지안) 더러워진 셔츠 갈아입게 새 셔츠 갖다 덮어준 것도 고마웠고
(지안) 내 노력을 알아봐준 것도 고마웠고
(지안) 날...
(지안) 사랑해준 것도
(지안) 고마웠어
(지안) 근데
진심으로 고맙다고 하지 못 했어
♪ 기다려온 만큼 ♪
그게 너무 미안해
♪ 운명처럼 내게 다가온 ♪
지안아
응?
그 사람한테 미련 갖지 마
미련 안 가져
절대 갖지 마
네가 무슨 걱정하는 줄 알아
근데 다 끝났어
걱정 마
그 사람 내일이나 모레쯤 바르셀로나로 떠나, 유럽 지사로
♪ 소리 없이 내게 ♪
그리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 최도경
왜?
♪ 내 가슴 속에 그대 기억이 ♪
그 사람이
♪ 머물러 ♪
최도경이라서
최도경이니까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은 집안 사람이니까
♪ 운명처럼 내게 다가온 ♪
사람이 참 웃긴다, 혁아
내가 살아나니까
[울면서] 감정도 살아나나 봐
[훌쩍인다]
♪ 난 느낄 수 있죠 ♪
좀 울래?
안아줄까?
[울면서 웃는다]
아니야
나 아무 남자한테나 안겨서 우는 서지안 아니다
난 네 보호자인데?
이제 아니거든
아휴, 후련하다
혁아, 우리 맥주 사가자 나 시원한 캔맥주 마시고 싶어
그래 가자 편의점 맥주 사러
(혁) 아우, 따뜻해
아, 역시 집이 최고야!
어서들 와
[경쾌한 음악]
♪ 난 따뜻해 뜨거운 태양빛 같아 ♪
♪ 눈부셔 ♪
♪ 완전히 반했나 봐 ♪
♪ 온종일 달콤해 구름을 걷는 것 같아 ♪
♪ 표현이 안 돼 이런 내 마음 ♪
♪ 어떻게 이런 일이 be with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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