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31
[긴장감이 도는 음악]
저...
해성 그룹 떠나서
독립하겠습니다
[큰소리로] 최도경!
너 정말 제정신 아니구나, 미쳤니? 어디서 사직서를 내밀어?
제 힘으로 저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너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네
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장소라하고 결혼 못 하겠다고 한 거는 그럼 무슨 의미였냐?
같은 의미입니다
제 삶을 주도적으로 제가 결정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해성 그룹을 벗어나겠다는 거냐?
해성의 후계자 자리를 버리겠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한숨 쉰다]
도경아
네
결혼부터 독립까지 이러는 이유를 대
솔직한 이유를 알고 싶다
거듭 말씀 드렸는데요
그게 이유가 돼?
너 이러는 게 우리 해성 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아니지, 알지, 너무 잘 알지
해성 그룹 후계자가 해성 그룹 벗어났어
[언성 높이며] 누가 그걸 믿어! 누가 자발적으로 나갔다고 믿어?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일파만파 소문날 거야
도박, 약물, 여자, 정신병
그걸 알면서 독립 운운해?
제가 독립해서 제 일을 잘하면
없어질 소문들이에요
우리 해성은
증권가 지라시에도 주가 흔들하는 거 몰라?
더구나 회장님은 누구보다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분이야
그러니까요
할아버지 뜻대로 33년
해성 그룹 후계자 최도경으로 살아왔어요
제가 단 한 번도 제 뜻대로 살아온 적 없이
(명희) 그게 왜?
너한테 하나라도 손해 있어?
태어나자마자 그룹 총수를 손에 쥐고 태어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 것 같아?
저는 원한 적이 없었어요
[힘찬 음악]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고요
그룹 총수가 되는 게 내가 원했던 것인가?
아니었어요
제 능력으로 제가 살고 싶은 대로
제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한번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게 멋대로 소라 집 찾아가서 결혼 못 한다고 하고
멋대로 사직서 내는 거니?
더 늦기 전에 이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장소라하고 결혼 못 하겠다고 했을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냐?
할아버지는 결정하면 하시는 분이다, 도경아
이 모든 것을 책임질 자신 있는 거냐?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니까요
그럼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여자야, 도경이 여자 있어
도경이 진심인 거 같은데
진심이면 진심인 이유가 있겠죠
저 녀석, 미행도 따돌렸어요
도경이한테 미행을 붙였어?
여기에 뭔가 있는 거죠 뒤를 밟히고 싶지 않은
그러니 유럽에 안 가려는 거고
도경이가 유럽 지사 발령을 취소시키려고
사직서를 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게 아니면 저 무모한 짓이 이해가 돼요?
[화내며] 괘씸하게 어디서 딜을 해?
[한숨 쉰다]
유럽 지사로 발령 낸 거 너 그거 엄청난 경고야
경고에 대처하는 방법 두 가지
경고하는 상대한테 순응한다
경고의 범위를 벗어난다
범위를 벗어난다?
그건 해성 그룹 후계자 자리를 내놓은 거뿐인데
비즈니스 이야기나 하자 결단 내리면 사업 파트너 한다면서
설마 했지
설마를 왜 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내가 얼마나 버티고 또 버텼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네가
도경아, 해성 그룹 후계자 나중에 총수
그게 네가 들고 있는 건데
그걸 놓으면 그 무거운 게 네 발에 떨어질 거야
네 발을 짓이길 수 있어
그건 떨어뜨릴 때 이야기고 내가 던지면 돼
무거워서 못 던진다니까
떨어지는 속도보다 빨리 발을 빼면 되지 않겠냐?
그만큼 그 여자를 사랑하냐? 그렇게 갖고 싶어?
갖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꼭 지안이 때문만은 아니야 내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경쾌한 음악]
한번 살아보고 싶다 더 늦기 전에
[긴 한숨 쉬며] 미친 놈
여기 내 얼굴을 등록하면 얼굴이 열쇠가 돼서
문이 열리는 거지?
자금은 어떻게 할 거야?
우선 현금 좀 쓰고 주식 좀 팔고
강남 건물 팔릴 때까지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미국이야 너나 나나 인맥이 있지만 유럽은 쉽지 않을 텐데
테러 위험이 많아서 유럽 시장이 더 수월할 수도 있어
MBA 동창 중에 유럽에도 몇 명 있고
대신 이건 확실히 비즈니스다 난 너 봐 줄 생각 전혀 없어
이번 얼굴 인식 시스템 나한테 굉장히 중요한 거야
나한테도 중요해 이제
내가 독립해서 하는 첫 사업이니까
집 알아봤어?
(유 비서) 당장 비어 있는 곳은 찾기가 힘듭니다
부사장님이 워낙 까다로운 성격이지 않습니까?
뭐?
우선 한 두 달 정도 단기 임대 들어가셔서
직접 고르시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아, 근데 꼭 이러셔야겠습니까?
이 사람 저 사람 짧게 살다 나간 데 살라는 말이야?
계속 알아봐, 우선 호텔에서 지내면 되니까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유비는 여기 남아 그래도 대기업이 낫지
[문 닫히는 소리]
내가 걔를 꼭 만나야겠니?
누구요?
그 아이
그 아이?
[심각한 음악]
어머니가 아시는 제 생활 반경에서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드린 말씀을 말 그대로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머지 말씀은 집에 가서 하시죠
저도 할 일이 좀 밀려 있어서요
[한숨 쉰다]
[기계 작동 소리]
뜬금없이 수제 등 주문받았다며?
어? 어어
(혁) 그 손님 되게 특이한 사람이더라
계약금 30만 원 보내고
최종 등 값은 정하는 대로 배달되면 준다고
알아서 정하라고 사무실로 전화 왔대
어, 그래?
용국 선배가 두 개 60만 원에 합의 봤다
어, 잠깐만 나 이것 좀 마저 끝내고
[기계 작동 소리]
[잔잔한 음악]
(명희) 널 잃어버린 원망 내세워서 까부는 거 오늘로 끝이야
회장님! 우선 지수가 왜 그랬는지 먼저
자네는 입 닫아!
네가 웬만하면 서지안으로 분장을 시켰을까?
오죽 모자랐으면
(남구) 지수 씨!
문 닫아 반죽 수업하자
반죽 수업요?
(명희) 끝나면 바로 집으로 와
오늘부터 교육 있어
아...
오늘은 집에 일이 있어서 일찍 들어가 봐야 돼요
하루 종일 시무룩하더니만
요새 너랑 나랑 왜 그러냐?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최 부사장이 어린아이도 아니고
사정 모를 입장도 아닌데
소라는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부사장 시켜 놓았더니 회사일 중압감이 컸던가 봐요
소라 양 많이 언짢아하죠?
아니요, 그럴 수 있다네요
사실 전 너무 불쾌한데
소라는 졸업하고 나와서 해결 본다네요
소라 양이 그래요?
둘이 아예 아닌 건 아닌가 봐요
소라가 약혼 얘기를 너무 빨리 꺼냈다고
어쨌든 자기들끼리 시간을 두고 더 생각해 본다고 했어요
[기뻐하면서] 어, 네, 그럼요
도경이도 소라 양이 싫어서가 아니라고 했어요
[잔잔한 음악]
[한숨 쉬며] 들어가기 싫다
[자동차 소리]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
[부드러운 음악]
(민 부장) 아가씨 오셨어요?
네
(지수) 다녀 왔습니다
인사해라 너 프랑스어 가르칠 선생님이셔
안녕하세요, 박지영입니다
프랑스어를 배우라고요?
영어는 흔하고 제2 외국어 하나는 더 배워야지
민 부장, 2층으로 안내하세요
예, 이리 오시죠
간단한 다과 올려 줄 테니까 식사는 수업 후에 하도록 해
배부르면 머리가 맑지 않으니까
네
다녀오셨어요
그래
불어 가르치는 건가?
민 부장 도경이한테 보자고 연락 좀 해
네
프랑스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앉아서 얘기해요
(지수) '베' [프랑스어]
'세' [프랑스어]
'데' [프랑스어]
'으' [프랑스어]
'에프' [프랑스어]
'제' [프랑스어]
'에치' [프랑스어]
'농, 아슈' [프랑스어]
'아슈' [프랑스어]
'아슈' [프랑스어]
지수가 빵 만드는 거 좋아하니까
프랑스 제빵 학교로 보내라고 하셨어요
그나마 다행이군, 어차피 대학원은 다른 쪽을 시키시겠지만
대학원까지 제과 제빵 해야죠
우리 F&B 제과 제빵 론칭하면 되니까
어디로 언제쯤 보낼 생각이야?
학교, 도시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어요
아무래도 한국 사람 적은 쪽이 좋을 거 같아서요
[한숨 쉰다]
그보다 손 여사 만났는데
도경이하고 소라 완전히 깨진 건 아니래요
그건 도경이 말대로였어요
자기들끼리 좀 더 시간을 두기로 했대요
그래? 그럼 왜 회사까지 나가겠다고 한거야?
그러니까 유럽 지사 취소시켜 달라고 하는 거라니까요
다녀왔습니다
하실 말씀 있다고 들어서요
유럽 지사 취소해 줄 테니 마음잡고 다시 일해
어머니, 저 사표 냈습니다
적당히 해! 최도경 봐주는데도 한계가 있다
사춘기도 곱게 보내 놓고 나이 먹어 무슨 짓이야
유럽 지사 취소가 원하는 게 아니면
정말 독립하고 싶다는 거구나
네, 아까 분명히 말씀드렸는데요
해성 그룹도 이 집도 떠나서 제 의도대로 사업해 보고 싶습니다
[놀라면서] 집을 떠난다고?
어디로 갈 건지 정해졌어?
어, 남해에 대학 친구가 살아
얼마나 있다가 올 건데?
어, 아직 미정
이번에 내려가서 앞으로 남은 인생
어떻게 살 건지 생각 좀 해보고 오려고
할머니 돼서도 계속 카페 할 수는 없으니까
왜 못해? 노인 전용 카페 생각하는데 난?
근데 너 지안 씨 일 너무 많이 시키는 거 아니야, 여태까지?
얘 아직 안 왔어? 자는 거 아니었어?
안 왔어, 내가 좀 전에 옷이랑 좀 주고 가려고 했는데
없던데
1시가 다 됐는데
[잔잔한 음악]
(지안) 당연히 만들어 드려야죠
약혼이 언제예요?
했어요, 벌써...
라고 하면
이렇게 펜을 떨어뜨리게 되는군요
[한숨 쉬며] 실수였어, 실수
[한숨 쉰다]
(혁) 야, 인마 서지안 넌 시계 안 보냐? 지금 1시 반이다
[깜짝 놀라면서] 지금이 1시 반이야?
당장 스톱하고 일어선다
아, 나 조금만 더 하고 이거 빨리 끝내고 싶어서 그래
참, 그렇게 재미있어?
응, 심지어 이 등도 재밌어
심지어? 이 등이 어떤 등인데?
선우 실장님, 나 너무 허기져서 못 걷겠는데
컵라면 하나만 먹고 가면 안 되나?
안 돼, 절대
야, 낮에 DIY 판재 절단하고
주문 제작까지 하느라 늦어진 거야 두 가지 일하느라 그런 건데
컵라면 먹을 시간도 못 주냐?
그러게?
어디서 이런 유능한 알바가 등장하셨나 몰라?
안 그래도 사람 충원해야 되는데
어디서 너만한 사람 찾을지 모르겠다
컵라면 먹게 해주면 계속 일해 주고
뭐?
[놀라며] 김치 볶음밥이네 언니가 해 놓으신 거야?
[현관문 열리는 소리] 내가 했다, 내가
네가? 왜 만들었어?
컵라면 먹이면서 야근시킨다고 할까 봐
어, 그럼 앞으로 야근할 때마다
김치 볶음밥 얻어먹을 수 있는 거야?
뭐야?
진짜 계속 일할 생각 있는 거야?
왜?
(용국) 나 왔다!
왔어요?
(용국) 오셨어요?
취업은? 너 내년이면 스물 아홉이야
대기업 취업 기회 거의 마지막일 걸?
음...
설마 나한테 또 그렇게 살라고 하는 거야?
나 이제 그만 노력하려고 그런 노력 안 하고 싶어
여태 네가 선택했던 길이었잖아
여긴 단순한 일하면서 잡생각 피하려고 온 거 아니야?
전에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내 형편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성공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그렇게 살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
나 정말 열심히
진짜 물 불 안 가리고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
잘 해내야 정직원 되니까
가끔 뿌듯한 적은 있었지만
성취감 느꼈던 적은 없었어
지금은 성공하고 싶지 않아?
남들 보란 듯이 대기업 다니고 싶지 않아?
응
왜?
재밌어서, 여기가
재미는 있겠지만 남들 보란 듯이 보여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남들 보란 듯이 안 살아도 행복한 사람들을 봤잖아?
우리 셰어 하우스에서
너도 봤고
네 덕에
서지안
대신 정직원은 안 해
언제 어디로 튀고 싶을지 모르니까
자발적 계약직으로, 콜?
콜!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소라) 엄마 저 갈게요
같이 공항 간다니까
오빠가 배웅해 주잖아요
오빠 늦겠어요, 얼른 가요
그럼 가 보겠습니다
[한숨 쉬며] 진짜 속 모를 애들이야
[한숨 쉬며] 조마조마했네 엄마 고집부리실까 봐
항상 공항까지 오시거든요
기분이 어때요?
무사히 탈출한 기분요?
음, 아직요
비행기 출발할 때까지는 안심 안 돼요
그럼 조금이라도 빨리 비행기 타게 해줘야겠네
(도경) 약혼 얘기만 철회해 줘요 창립 기념일에 오는 거하고 [잔잔한 음악]
그걸 할 수 있다면...
바로 약혼할 생각도 못 했어요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하고 정략 결혼할 사람이면
나를 그렇게 예민하게 관찰하지 않았겠지
쇼윈도 부부로 살기 싫다고 했잖아요
차라리 여자 있다 이 여자 내 여자다
확 터트려요
그럴 수 없어요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라서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요?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닌데 먼저 판을 깨는 거예요? 왜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해가 안 돼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니까
[잔잔한 음악]
소라 씨는 나한테 누군가 있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그 사람이
날 그런 눈빛으로 봤어요
공항에서 날 보내 주면서
첫날 오빠 만났을 때하고 똑같은 눈빛으로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쓸쓸한 거
한국에서 입양된 사람이에요 양부모가 흑인이고요
결혼은 조건 맞춰서 하고
몰래 연애만 하고 끝내려고 했었는데
뜻대로 안 됐군요
오빠한테 여자 없었으면 끝냈을지도 몰라요
그럴 생각이었으면 날 시험할 필요도 없었겠지
핑계가 필요했던 거 아닌가?
약혼하고 가겠다는 것도
내가 먼저 깨주기를 바랐던 거 아닙니까?
아니, 내가 깰 걸 느꼈던 것일 수도 있고
그랬던 거 같기도 해요
오빠 눈빛 보면서
자꾸 그 사람이 생각났거든요
근데 부모님이, 집안 어른들이 두려워서 나하고 결혼할 거예요?
[흐느끼며] 저 한국 무사히 떠나서 시카고로 가게만 해줘요
가서 사고 칠게요
소라 씨
[흐느끼며] 한국에서 섣불리 말하면
나 잡혀서 미국 못 가요
[밝은 음악]
시카고 가서 바로 떠난다고 했죠? 어디로 가요?
그걸 왜 알려줘요 비밀인데
앞으로 부모님 도움 못 받을 텐데
내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그 사람을 뭘로 보고 이래요?
서로 파혼 도운 걸로 샘샘이에요, 오빠하고 난
(소라) 며칠 동안 주식 팔고
예금 찾아서 친구한테 나눠서 송금했고
캐리어에 돈 될 만한 거 싹 실었어요
작정하면 용감해지는 거 누구하고 닮았네
서지안 씨요?
지안이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서지안 씨 오빠한테 마음 있어요
지안이를 만났어요?
내가 좀 휘저어 놨는데
결과가 궁금하네요
지안이를 만났구나
어떻게? 기재가 알려줬어요?
사무실로 등이 올 거예요
내가 주는 선물이에요
어휴
[한숨 쉰다]
[부드러운 음악]
(소라) 안심하고 소유해도 된다고 하신 말에
(소라) 책임져 주시면 안 돼요?
최도경 씨 사무실로 직접 배달해 주시면
제 마음이 참 편하겠는데
[한숨 쉰다]
독한 거야, 못된 거야?
(소라) 난 안심되고 지안 씨는 당당하고
(소라) 최도경 씨는 뭔가를 느낄 테고
(소라) 셋 다 좋은 일 아닌가?
그래 뭐 셋 다 좋은 일 맞지
[헛기침하며] 음!
(도경) 소라 씨 고마웠어요
저도요
[메시지 수신음] 잠깐만요
어? 지안이, 지안이 문자다! [밝은 음악]
(지안) 등을 배달해 드리려고 하는데
(지안) 몇 시쯤 가면 좋을까요?
등 배달하러 온대요
아유, 어쩜 나 가는지 아는 사람 같네
(지안) 지금 출발하려고 합니다
(지안) 혹시 안 계시면 로비에 맡겨 놓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직접 받아야지
(도경) 무슨 소리입니까?
직접 받아야 합니다
회의 중입니다 정확히 1시간 후에 오세요
소라 씨, 나 가봐야겠어요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마음 흔들리지 마요
공항에 나와 있는다고 했어요 걱정 말고 가 보세요
조심히 가요
소장님, 이거 누구 거예요?
응, 그거 내 건데?
이거, 저 좀 빌려 주세요
(지안) 저, 해성 어패럴 부사장실 등 배달 왔는데요
아, 네, 지시 받았습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네, 오셨어요?
들어가시면 됩니다
아, 네
실례합니다
어?
서지안 씨가 여기 웬일이야?
등 배달 왔습니다
등 가지고 온다는 사람이 서지안 씨였어요?
네, 저였습니다
아이고, 소라가 짓궂었네 지안 씨 기분 안 좋았겠다
안 좋았겠다가 아니라 아주 안 좋았죠
최도경 씨 왜 사람 우습게 만들지?
오지 말라고 말라고 닳도록 말했는데
왜 자꾸 기웃기웃거려서 약혼녀가 나 찾아오게 만들어요?
진짜 미친 거 아니에요? 약혼녀도 있으면서
나 미친 거 아니다
최도경 씨 약혼녀가 커플 등까지 주문하셨거든요
장소라 약혼녀 아니거든?
나 소라랑 약혼도 결혼도 안 한다
♪ 스치는 손끝에 ♪
설명하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성질이 급하지?
약혼 선물이라고 했는데
그러니까 짓궂다고 했잖아
♪ 하루의 끝에 ♪
이거 제대로 만든 거야, 어?
괜히 내 거는 잘 만들고 소라 거는 막 만들면 곤란한데
♪ 밝은 빛을 비추는 너를 ♪
너 놀랐구나?
(도경) 스톱!
기다려야지, 서지안 씨 고객이 물건 확인할 때까지
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면서 기다려
약혼은 왜 안 했냐?
누구 때문에 안 한 거냐?
♪ 그대에게 ♪
♪ 닿을 수 있을까 ♪
♪ 내 손을 잡고 이 길을 ♪
[한숨 쉬며] 아, 등 값
[한숨 쉰다]
♪ 빛나는 길 ♪
[웃으면서] 부사장님 안 계십니다
안 계시다니요? 방금 전에
바로 나가셨습니다 중요한 회의가 있으셔 가지고
아, 네
그럼
바로 연락드리라고 제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아, 아니요, 쇼핑몰로 송금해 주시면 된다고 전해 주세요
일단 바로 연락드리라고 전해드리겠습니다
- 아, 아니 - 제가 비서이기 때문에
제 매뉴얼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발랄한 음악]
유비 이거 봐라, 이게 지안이가 만든 거야, 죽이지 않냐?
(유 비서) 아, 그...
그러고 싶으십니까?
진짜 급히 생각할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 거야
제가 부사장님 모신 지 5년입니다, 5년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합법적인 기회를 놓치는 건
비즈니스맨의 자세가 아니지
왜 거기서 놀래 가지고 등 값을 까먹고
[한숨 쉰다]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소리]
[잔잔한 음악]
(지안) 유럽 지사면 좌천인데
장소라 약혼녀 아니거든?
나 소라랑 약혼도 결혼도 안 한다
나 때문인가?
아, 아니야, 아냐
왜 그런 미친 짓을 하겠어?
그럴 사람이 아니야
사표까지는 제가 설득해 보려고 했는데
집도 나간다니까
너희들 부부 주제로는 감당이 안 되겠지
아버지가 도경이를 한번 만나셔야겠어요
새파란 아들 놈 하나 못 쥐어 잡아서는
너도 못마땅하지만 최 서방이 더 문제야
물러 터져서는, 어휴
[무거운 음악]
(명희) 프랑스 제빵 학교로 보내라고 하셨어요
(명희) 대학원까지 제과 제빵 해야죠
(명희) 우리 F&B 제과 제빵 론칭하면 되니까
할아버지 뜻대로 33년
해성 그룹 후계자 최도경으로 살아왔어요
제가 단 한 번도 제 뜻대로 살아 본 적 없이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들렀다 출발하면서
뒷좌석 확인을 못 했답니다
너는 어미가 돼서
[한숨 쉬면서] 아버지 우리 은석이부터 찾아주세요
최 상무, 밖에 기자들 와 있지?
형사들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휴게소에서 잃어버린 게 아니야 우리 은석이는
네?
온 언론들이 떠들어 댈 거 아니야 해성 그룹 상속녀가
자식 하나 간수 못 했다고
(노 회장) 그런 꼴을 당하게 할 수는 없네
은석이 잃어버린 장소를 정확히 알리지 않으면
어떻게 애를 찾습니까?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보름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어미가 기껏 한다는 말이
뒷좌석에 애도 확인하고 떠났다고 해?
사고 난 장소에서 잃어버린 거야 은석이는
최 상무가 직접 형사들, 기자들 만나서 브리핑해
국장들 입은 내가 틀어막을 테니
[한숨 쉰다]
그냥 있을 사람들이 아닌데
[힘들어 하며] 아...
[남구의 기침 소리]
지수야, 오늘 오후 빵 안 한다고 문 앞에 붙여
- 예? - (남구) 오늘 못 하겠다
안 돼요, 방장님 오후 단골들은 다 어쩌고요?
[한숨 쉬며] 그럼 지수 씨가 만들어
비법 수 갖다 줄 테니까 지수 씨가 해
(지수) 아,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거 여기 찾아오는 손님들 다 무시하는 거예요
저는 흉내만 내지 방장님 발끝도 못 쫓아가요
[한숨 쉬며] 그럼 문 닫고 퇴근해
속도 안 좋고 진짜 못 하겠어
아...
[문 열고 닫는 소리]
[한숨 쉰다]
카페 운영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척척 잘하시네요
(종업원) 사장님이 2, 3일만 더 계셔주셨으면 좋겠는데
아직 낯설어요
무슨 일 있으시면 전화 주세요
(희) 어, 저녁에는 실장님이 와서 마감 도와줄 거예요
(종업원) 예! 열심히 하고 있겠습니다
[웃으면서] 그럼 믿고 가 볼게요
(지수) 사장님, 어디 가세요?
어, 지수 씨,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밥 한 끼도 같이 못 먹었네요
왜 그러세요? 멀리 떠나는 사람처럼
어, 제가 지방에서 일을 하게 돼서요
지방요? 그럼 서울 떠나시는 거예요?
[당황하며 웃는다]
(종업원) 저, 사장님
거래처 목록에 이건 뭐예요?
[한숨 쉰다]
[전화 연결음]
[전화 안내음]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지수가 한숨 쉰다]
여기 등 값!
[감탄하며] 어, 신입이 막 돈 벌어다 주네
그럼
난 알바비를 드려야지
어? 아직 한 달 안 됐는데?
오늘 직원들 월급 날이라 같이 주는 거야
대신 날짜 일당 계산해서 정확히 넣었다
야근 수당 포함해서
고마워, 내가 돈 받을 만큼 일을 하긴 한 거지?
소장님이 너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대
요즘 쇼핑몰 확장하면서 DIY 주문도 늘었는데
네가 엄청난 속도로 잘라댔잖아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받으니까 좋다!
[부드러운 음악]
방장님...
[큰소리로] 어? 실장님!
[넘어지며] 앗! 아
지수 씨!
- 아... - (혁) 지수 씨 괜찮아요?
아, 저 좀 태워주세요 빵집요 빵집
아, 예
아휴
[부드러운 음악]
빨리요, 조금만 더 빨리
감사합니다
[가쁘게 숨을 쉰다]
(남구) 뭐야? 왜? 왜?
어휴, 방장님 왜 핸드폰은 꺼 놓으셨어요?
(지수) 카페 사장님 지금 서울 떠나신대요
어디 지방으로 일하러 가신대요 빨리요!
[숨차하며] 빨리요! 빨리!
(지수) 어떻게!
(혁) 어, 지수 씨!
네?
(지수) 어...
아휴, 어떡해?
(남구) 야!
(남구) 야! 잠깐만
야!
(남구) 야! 잠깐만!
가주세요, 빨리요!
(남구) 야! 잠깐만, 야!
야!
야!
(기사) 어? 남자분이 따라오는데요?
그냥 가주세요
[숨차하며] 야, 잠깐! 야!
[괴로워하며] 아흐
아흐...
아, 야...
아...
[부드러운 음악]
(기사) 남자분이 쓰러지셨는데요?
네?
[놀라면서] 어! 차 세워요!
아!
[혁이 바람을 분다]
(지수) 아유!
이제 안 아프다
두 사람 헤어졌는데 뭐 하러 그렇게 뛰었어요?
헤어지지 못 했으니까
우리 방장님은 못 헤어져요
평생 마음속에서는 못 헤어질 사람이에요
방장님한테 카페 사장님은
그래서 그렇게 보내 드릴 수가 없었어요
지수 씨가 방장님 속을 어떻게 알아요?
음, 남 얘기라 다 할 수는 없고요
유일한 사랑이라고 그랬어요
[부드러운 음악]
방장님을 보고 처음으로 환하게 웃어준 사람이래요
그런 사람을 어떻게 잊어요?
기다리는 거밖에 할 게 없는 사람 마음이
얼마나 힘든데요
[놀라면서] 아!
다음에 그런 급한 일 생기면 전화해요, 이제
(의사) 급성 위궤양입니다
위도 많이 부어 있고 염증도 많아요
며칠 입원 치료하셔야겠어요
아... 그...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닌데 무슨 입원까지 합니까?
약이나 좀 지어주세요
아니에요 입원 치료받을 거에요
(희)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하고 산 거야?
남들한테는 소화 잘 되는 빵 만들면서
왜 자기 속은 안 챙겼어?
20살 때부터 위염 있었는데
챙겨서 뭐 하게?
(남구) 어?
내 몸 지켜야 할 이유가 없는데 챙겨서 뭐 하냐고?
(선태) 지안 씨! 오늘은 여기까지 절대 더 일하면 안 됩니다
왜요?
어, 월급날만큼은 칼 퇴근 우리 회사 원칙이거든
나는 친구랑 소주 한잔하기로 했으니까 먼저 갈게
- 예! - (지안) 예!
월급날은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선태) 절대!
[잔잔한 음악]
[알림음]
저, 이거 한 시간만 좀 연장해 주세요
또요?
- (남자) 먼저 갈게요! - 아, 예. 들어가세요
[전화 진동음]
[부드러운 음악]
여보세요?
오빠, 나 지안이
지안아
(지태) 그래서 지안이 만나기로 했어
오늘은 둘이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래, 자기 먼저 만나고 다음에 같이 보자
날 춥다 목도리 잘하고 들어가
응
[전화 종료음]
[한숨 쉰다]
-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 잘 먹었습니다
얘, 미정아!
언니 어쩐 일이에요?
전화로 하려다가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있고 해서
언니, 무슨 일 있어요?
난 둘째 치고 너네 어떻게 된 거야?
태수 오빠가 집을 내놔 달라고 했대
집을 내놓다니?
그냥 좀 떠나 있다가 돌아와서 친구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어
그래, 어디서 뭐 했는지 알아서 뭐 하겠어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됐어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고
생각보다 빨리?
친딸인 줄 알고 갔는데 사실은 아니야
얼마나 기막히고 비참했겠어
널 그렇게 만든 부모님
얼굴 보기 쉽지 않지 우리도 그런데
새언니하고 오빠가 더 힘들지
결혼하기 전에 말했어야 했나
요즘 들어서야 그 생각이 들었어
그때는 엄마랑 아버지 때문에
오빠 결혼 못 하면 안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거든
그럼 평생 원망스러울 테니까
그때 알았으면 내가 결혼 안 했지
새언니 많이 힘들어 하지?
수아는 의외로 신경 안 써
알았어도 했을 거래
어머니, 아버지 다 늦게 오시니까
부딪칠 일도 없고
그럼 내가 결혼 선물을 못 해줬잖아
오빠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봐
친구 회사가 조명 만드는 데야?
[문자 수신음]
잠깐
어머니네?
아버지가 집을 내놓으셨다고 빨리 들어와 달라고 하시는데?
[잔잔한 음악]
- (미정) 어, 왔니? - 저,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가 집을 내놓으셨다니요?
나도 해자 이모한테 그 말밖에 못 들어서 몰라
아버지한테도 들어와 달라고 했으니까 곧 오실 거야
아버지하고 통화는 하셨어요?
전화해도 안 받아서 문자 남겼더니 들어오신대
어, 수아야
난 올라가 있을게
아니 왜? 너도 같이 있어야지
[현관문 소리]
지태 아버지, 해자 언니 말이 진짜예요?
이 집 내놔 달라고 형부한테 그랬다면서요
(태수) 아...
이 집 빼달라고 했어
아니, 왜요?
지난번에 얘기했을 텐데
이 집 보증금 빼서 지태 너 줄거야
지태 네 빚이니까
너희들 내외가 빚 갚든 말든 알아서 하고
당신은 원룸 얻으라고 했는데
- 그게 진심이었어요? - (미정) 진심이었어요?
나는 원양 어선 타기로 했어 그렇게 정리하면 돼
원양 어선요?
아버지 연세에 어떻게 배를 타세요? 더구나 원양 어선을...
나이로 배 타냐? 필요하면 타는 거지
부산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올 때
방 값 마련하느라고 1년 반 동안 배 탔잖아
그게 언제 얘기인데
그리고 그렇다고 이렇게 집을 빼면 어떡해요?
지안이, 지호는 어쩌고
나는 어쩌고요?
당신 이야기는 나중에 해
저, 아버지, 저희 때문에 화나서 이러시는 거죠?
너희들 어차피 한 2년 동안 돈 모아서 분가하기로 했던 거고
지안이가 다시 집에 온대? 지호가 다시 집으로 들어온대?
아니 저희들 문제가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가 걱정인 거잖아요
그래요, 아버지는 원양 어선 타신다고 하고
어머니는요?
젊은 놈이 한 번 들은 거를 흘려, 왜?
우리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이 집 보증금 월세 싸니까 곧 나갈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해
정말 원양 어선 타신다는 거예요?
지태, 너! 여태껏 너희들한테 내가 허튼 말 한 번 한 적 있냐?
지수 대신에 지안이 보내고 나니까
이제 콩으로 메주 쓴다고 해도 안 믿겨?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요
이 집 뺄 거고 난 한 달 후에 원양 어선 탈 거야
그리고 네 어머니는 너희들한테 신세 안 지게 할 거야
그러니까 두 번 다시 되묻지 마
[한숨 쉰다]
[한숨 쉰다]
지태 아버지 그럼 나는 어떡해요
염치 없이 당신도 없는데 지태네 얹힐 수도 없고
꿈도 꾸지마
[무거운 음악]
지태 아니라 다른 자식들한테도 얹힐 생각 절대 하지 마
아니 그러면 나 혼자 살라는 말이에요?
혼자 살아
어머, 어떻게 내가 혼자 살아요? 평생 당신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나만 바라보고 살았다고?
어디서 그런 말을 뱉어? 양미정 당신이
당신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한숨 쉰다]
그런 원망도 안 하고 싶으니까
이제 와서 평생 동고동락한 부부인 척하지 마
원양 어선 계약금 나오면 통장에 넣어 줄 테니까
그걸로 방 보증금 해
지안이 보내면서 했던 말 때문에 그러죠?
아니, 나는 평생 당신만 믿고 살았으니까
애들 고생에 눈이 뒤집혀서 그런 거예요
돈을 믿고 산 거지 나를 믿고 산 게 아니지
여보
지수, 지안이한테 미안하고 지태, 수아한테 염치 없으면
당신이 할 일은 한 가지야 앞으로 당신이 혼자 알아서 살아
한 번씩 돈은 부쳐 줄 테니까
(태수) 흠...
[태수가 한숨 쉰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한숨 쉰다]
[한숨 쉰다]
아버님 진심이셔 그건 자기도 느끼지?
어
정말 누가 이 집 보러 오면 그냥 우리가 이 집에서 살자
우리가?
어차피 이 집 보증금은 자기 대출이니까
그냥 살아도 되지 않아?
어머님은 나가시라고 할 수는 없고
2층 저 방은 세 놓으면 되고
잠깐만, 수아야, 지금 그런 얘기 하기는 이른 거 같다
[한숨 쉰다]
지안이 아가씨는 뭐래? 집에 들어 온대?
당분간 올 생각 없대
어머니 얼굴 보기 힘들겠지
그럼 됐네
씻고 올게 뭐 필요한 거 없어?
야, 나 오늘
이거 재고 다 맞춰보고 정리해야 한다니까
응, 해 하면서 들으면 되잖아
뭐래, 진짜
자, 여기 알바비
[밝은 음악]
[한숨 쉰다]
공주마마 오늘은 소인이 놀아줄 시간이 없사오니
이 알바비가 필요 없거든요
졸업 연주 이후로 아무도 나한테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어
이럴 수가 있어? 나 완전 투명 인간이야
너 그날 집에 가서 맞장 뜬다며?
네가 진짜 그 집 딸이 맞는지 아닌지
뭐야? 270D 모델이 없네
(서현) 여기 있다
고마워!
못 따졌어 서지수가 탈출해서 집안 분위기 시베리아였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작은누나가 탈출?
서지수 가출했어?
[한숨 쉰다]
너도 서지수 타령이구나
난 비밀 지켜주면서 하소연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왔는데
야! 그 동생이 누나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지 [잔잔한 음악]
그렇네
근데 그 당연한 걸 왜 나한테는 안 해주냐고 우리 집에서는
야, 어디 가?
너도 날 귀찮아하는데 뭐?
잘 가!
[장난스러운 음악]
(서현) 안 잡아줘?
[한숨 쉬며] 어이 최 씨!
너는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돈복을 타고 태어났지만 난 지금
이걸 해야 내 일자리를 보존할 수 있거든요
스트레스 쌓이면 풀어주는 알바해 주기로 했잖아?
했지, 그건 알바 이건 본업
[발랄한 음악]
256D 여기 있다
[지호가 한숨 쉰다]
이거 빨리 끝내면 나랑 놀아줄 수 있지?
응, 콜!
(지호) 거기다 플러스
네가 진짜 그 집 딸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 알려 줄 테니까
너도 우리 작은누나 탈출 사건 말해주기?
어? 안 되는데 집안 내막은 함부로 말해주면 안 되는데
음, 잘 가
알았어
대신
그 결과가 진짜 네가 그 집 딸이 아니라도
그 상처는 네 몫이다
뭔데? 어?
[한숨 쉬며] 그게 뭐냐면
DNA 검사 과학보다 정확한 건 없지
하! DNA 검사?
와! 내가 왜 진작에 그 생각을 못 했지?
우리 이거 빨리하고 놀러 가자, 어?
- (지호) 넌 누구 딸인지 궁금... - 시끄러!
들어!
봐! 내 거
아니, 놀러 가자고 해 놓고 무슨 이런 데를 오냐?
야, 오늘은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래
참, 나 만화 같은 거 안 봐!
여기 세계 명작 같은 거는 없어?
명작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야! 그거나 읽어
하,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나보고 이런 걸 읽으라고?
허!
이게 뭐야?
얘 어디 갔어?
야! 야! 최서현!
(서현) 나 여기 있어
[발랄한 음악]
너 뭐 하냐?
이거 완전 재미있어
이 츠카사 어쩜 이렇게 멋있니?
(지호) 츠카사?
하, 진짜 나
아니?
이게, 이게 다 뭐야?
(서현) 그거 누가 빌려 갈까 봐 미리 갔다 놓은 거야
(지호) 15권?
야! 안 돼 너 빨리 집에 가야 돼
야, 벌써 11시야
(서현) 11시?
이것만 보고 가자, 어?
정신 차려, 신데렐라 넌 금잔디가 아니야
이것만, 이것만 보자
- [소리 지르며] 아, 이것만! - (지호) 정신 차려
아유, 따라와
[서현이 소리 지르며] 이것만 보자고!
이게 그겁니까?
공모전에서 일등한 거?
네!
오리 참 귀엽게 잘 그렸네 누가 그렸는지
태그 때문에 옷이 더 예뻐 보이네요
그럼 프리미엄 잠옷 브랜드 마무리 잘하시고
론칭 시기는 사장님 결정대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직원) 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부사장님
[문 닫히는 소리]
[부드러운 음악]
상반기 콘셉트도 차질 없이 잘 진행해주시고
제 후임으로 누가 오든 잘 보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과장) 부사장님 유럽 가셨다 다시 어패럴로 오실 거죠?
(부장) 무탈하게 잘 다녀오십시오
여기는 저희가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여기는 참 추억이 많은 곳이라 가끔 생각나겠는데요
회사일 마무리하고 다닌단 말이지
아, 오늘은 1차 여기까지
개운하게 마지막으로 한 번 봐야지
퇴근 시간 맞춰야 하는데
제때 밥 안 먹으면 속 버린다니까
저는 배부르면 굼떠져서요
다녀오세요, 선태 씨 내일 봐요
네
(소장) 갔다 올게
아휴 추워, 아휴
조명 값 주러 왔다 조명 값
(지안) 이거 계좌 이체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요
그래? 나 아무 말 못 들었는데
(도경) 어휴, 진짜 칠칠맞긴 어떻게 돈을 안 받고 가냐?
깜박했다가 바로 갔었는데 안 계시던데요?
왔었어?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너 가고 바로 나왔지 나도 [부드러운 음악]
아, 그러셨구나 갖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 먹었니?
아, 지금 제가 아주 급한 일을 하던 중이라서요
안녕히 가세요
너는 왜 나만 보면 안녕히 가라고 그러냐?
안녕히 못 갈 거 알면서
(도경) 장소라 약혼녀 아니거든 나 소라랑 약혼도 결혼도 안 한다
혁이가 데리러 오기로 했는데 왜 안 오지?
오늘 회식이 있어서 데리러 온다고 했거든요
알았어, 알았어 가 줄게, 간다고
네
♪ 자꾸 아프던 날에 ♪
일부러 밥때 딱 맞춰 왔는데 밥 한 번 같이 먹기 힘드네
간다
♪ 바람이 불어와 ♪
♪ 내 곁에 다가와 ♪
안녕히...
가세요
♪ 따뜻하게 감싸 주네 ♪
♪ 그대가 보이네 ♪
♪ 사랑이 다가오네 ♪
기다려라, 서지안
내가 인간 최도경으로 사업가 최도경으로 다시 올 테니까
♪ With you ♪
[긴장된 음악]
할아버지
네가 독립을 선언했다면서?
아, 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저도 할아버지처럼
제 사업을 해 보고 싶어서요
그래?
네
무슨 돈으로? 사업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할 거 아니냐?
제 재산으로요
네 재산?
아, 회사 주식하고 평창 땅하고 강남에 있는 건물 말하는 거지?
현금도 제법 있었지? 다 내가 너한테 준 거 말하는 거지?
해성을 벗어나서 독립하고 싶다면서
기껏 생각한다는 것이
할아버지한테 받은 재산을 쓰겠다는 거였어?
오래 전부터 저한테 물려 주신 거라
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끝까지 해성의 손자일 줄 알고 준 건데
자존심이 있으면 해성에서 얻은 돈은 쓰고 나가면 안 되지
그래 안 그래?
선택해. 독립이야 아니면 장소라하고 결혼이야?
독립하겠습니다
[긴장감이 도는 음악]
독립이야?
네!
그래, 그래 봐
네
그럼 차 키부터 줘
물론
네 신분증이 있고 네 명의의 통장이 있어서
나 몰래 꺼내 쓰면 내가 어쩔 수는 없겠지만은
그렇게 치사할 거냐?
[한숨 쉬며] 지갑?
줘 봐 일단
이 지갑에 있는 돈만은 안 뺏으마
그래도 내 손주인데
추운 겨울에 나가서
굶어 죽거나 얼어 죽으면
안 될 테니까, 음?
감사합니다
다 됐냐?
다 된 거 같습니다
그럼 지금 나가!
[무거운 음악]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문 닫히는 소리]
[개 짖는 소리]
♪ 스치는 손끝에 돌아가는 ♪
♪ 밤이 길어져 ♪
♪ 뒤척이는 하루의 끝에 난 ♪
아휴, 추워
♪ 내 사랑이 그대에게 ♪
♪ 닿을 수 있을까 ♪
♪ 네 손을 잡고 이 길을 ♪
♪ 걷고 싶어 ♪
♪ 이 마음을 ♪
♪ 그대에게 말할 수 있을까 ♪
♪ 길고 긴 밤을 지나서 ♪
(노 회장) 경고하는데 앞으로 누구도
최도경한테 일전 한 푼 도움 주지 마, 절대로!
미안, 친구
(도경) 잘 있어라, 이 자식아
저희 집으로 오십시오
(도경) 나 갈 데 많아
(도경) 혼자 밥 먹기 싫어서
(도경) 같이 점심 먹을 사람이 없더라고
어이! 깜짝이야
(지안) 같이 먹자고요
(지안) 마지막 인사하러 온 거 잖아요
(혁) 무릎은 괜찮아요?
(지수) 예, 완전 괜찮아요
(용국) 신경이 써지는 게 사랑이지, 인마
(도경) 제가 한다면 합니다 할아버지
(지안) 그 사람 갔어, 떠났어
(지안)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 최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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