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33
(혁) 어우, 따뜻해
아, 역시 집이 최고야!
(용국) 어서들 와
[경쾌한 음악]
어떻게 된 거예요? 여긴 어떻게?
인사들 해요, 내 친구 최도경
오늘부터 여기서 지내기로 했어요
형 친구라고?
응, 엔 가온이라고 주니어 때 만들어진 그 모임이 있어
용국이는 군대 갔다 와서 탈퇴했지만
유럽 지사로 간다는 거 아니었어요?
아니 그보다 왜 여기서 지내요?
(도경) 감사합니다
지안이가
선우혁하고 같이 산다고?
지안이 저희 누나 집에 있습니다
와! 뭐, 누나 집?
선우혁 이 자식 큰일 날 놈이네
최도경!
어? 너, 이용국?
네가 이 동네 웬일이냐?
넌 웬일이냐?
나 여기 살아
여기 산다고? 네가 왜 셰어 하우스에서 살아?
여기 내가 운영하는 데야
야,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고 다닌다고 하더니
별걸 다 하는구나
응, 너 나 좀 보자
[경쾌한 음악]
뭐? 집을 나왔다고?
독립한다고 했더니 쫓아내시더라
쫓겨 났어?
재벌 3세가 평범한 여자를 막 찾아다녀 애타게
여자는 그 회사 직원이었어
이거는 어디서 주최한 행사인데?
해성 어패럴 창립 기념 이벤트
최도경 뜻밖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오갈 데가 없다
그럼 이제 너 뭐 할 건데?
알바해야지 생활비는 벌어야 하니까
그 다음에는?
투자 받아야지
아이템은 있고?
있어, 안 되면 찾아내야지
[한숨 쉬며] 너희 할아버지 장난 아니신데 괜찮겠냐?
용국아! 내가 이러는 게 쉬운 일 같냐?
(용국) 어쩌다 우연히 만났는데 사정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데리고 왔어요
얘기 좀 해요 나와요
가방 들고 나오세요
아, 왜, 명령이야?
형! 나하고 얘기 좀 해요
형! 저 사람 여기 두면 안 돼
왜?
내가 전에 얘기했던 스토리가 최도경 씨하고 서지안 얘기니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용국) 왜?
네 멜로에 방해꾼이 나타난 거냐?
그런 거 아닙니다
[한숨 쉬며] 지안이가 힘들단 말이야
그것도 서지안 씨 몫이야
형!
혁아! 자기들 인생은 자기들이 사는 거야
근데 난 최도경이 저런 선택을 했다는 게 썩 마음에 든다
지안이 때문에 셰어 하우스에 들어온 게?
아니 집 나와서 오갈 데가 없단다
어떻게 된 거예요?
유럽 지사로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내 입으로 간다고 한 적 없는데 네가 그렇게 믿은 거지
어제 회사에서 공고문 봤다고
마지막 인사하러 온 거 아니냐고 했을 때 아무 말 안 했잖아요?
네가 같이 밥 먹어 준다고 했잖아 웬 떡이냐 싶었어
어떻게 날 속이고 밥 먹고 차 마시고
너한테 맞아 죽을 각오했어
근데 좋더라, 아주 좋았어 [부드러운 음악]
최도경 씨!
너의 편한 얼굴 보는 것도 좋았고
(도경) 우리
처음이었다, 데이트한 거
데이트 아니었거든요
마지막이라고 해서 잘 대해 준 거예요
알아, 근데 그날 네 표정, 마음이
네 진심인 걸 봐서 난 좋았다고
진심은 무슨? 마지막이라서 그런 거라니까요
어쨌든
완전히 사기당했네, 나
근데, 부사장님이 아무리 이래봤자 소용없어요
친구분이 주인인 집이니까
아무 때나 드나들 생각인가 본데
나 지금 8만 원밖에 없다
뭐라고요?
빈털터리로 쫓겨났거든 그래서 너한테 신경 못 써
즉, 귀찮게 할 여력 없으니까 겁먹을 필요 없어
집에다 내 얘기를 했어요?
내가 미쳤냐? 너 무슨 꼴 당하라고?
그럼 왜 쫓겨났어요?
해성 그룹 독립해서
내 사업하겠다고 했더니 쫓아내셨어, 너 때문 아니야
갑자기 독립이라니 왜 독립을 하겠다고 했어요?
내 재산으로 독립해서
천천히 네 주변에서 어정거리면서
네가 다시 나를 신뢰할 수 있고
내 마음이 진심인 걸 네가 믿게 하려고 했는데
계획이 틀어졌어
그래서 지금 나는 내 재기 자립이 더 먼저야
근데
내가 여기 왜 들어왔는 줄 알아?
네가 선우혁이랑 살고 있잖아
(도경) 그거 알고는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둘이 있는 곳에 나도 있어야겠어서 왔어
그뿐이야, 딱 그거 그러니까 너도 신경 쓰지 마
미쳤구나
뭐,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고
그러지 말고 얼른 들어가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에요
들어가면, 나랑 만나 줄래?
♪ 스치는 손끝에 ♪
그럴 것도 아니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럴 사이도 아니고
나 때문이잖아요
너 때문만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
♪ 뒤척이는 하루의 끝에 난 ♪
셰어 하우스 메이트로만 대해 나도 그럴 테니까
돈 8만 원 있는 놈이
사랑 타령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는 아니지?
그럴 거 아니면 집에...
아휴, 춥다
[한숨 쉬며] 갈 데 없어서 밤길 헤매고 다녔더니
얼었다, 들어가자
최도경 씨!
♪ 어두운 밤이 쓸쓸하지 않을 것 같아 ♪
♪ 내 사랑이 ♪
너, 더...
저놈하고 더 가까워지지 마라
♪ 닿을 수 있을까 ♪
상관하실 일 아니거든요
알았어, 너도 나 상관 마 갈 데도 없다
♪ 너에게 닿기를 ♪
아휴
[한숨 쉰다]
[한숨 쉰다]
난 오늘 본가 가서 잘 거니까
도경아, 혁이랑 같이 내 방 쓰면 돼
오케이!
[발랄한 음악]
자, 3만 원
아, 이건 내일 차비해야 하니까 거슬러 줘
셰어 하우스 비용 30만 원 없다길래
하루 3만 원씩 열흘 분납하기로 했어
아, 셰어 하우스 사용법 아까 설명해줬지?
룰 잘 지켜야 한다
알았다, 내일 보자 난 좀 씻고 쉬어야겠다
(용국) 어
자, 자, 다들 사이 좋게 나도 간다
[혁이 한숨 쉬며] 최도경 씨 놀랍다
어떻게 용국이 형이랑 친구야?
미안해, 나 때문에 방까지 같이 쓰고
내가 사귀는 척해 줄까?
뭐?
해성 그룹에서 최도경 씨가 저러는 이유가 너라는 거 알면
네가 겪을 일이 너무 걱정돼서 그래
그렇게라도 해서 포기시키는 게 가장 간단하지 않아?
나랑 사귀고 싶어?
그 말이 아니잖아
포기시키기 위해서라면 나도 그러고 싶어
근데
그럴 수 없어
너무 걱정 마, 얼마 못 버텨 아니 며칠 못 버틸 거야
5만 원?
평생 버스 한 번 타 본 적 없었던 사람이야
자기 손으로 숟가락 한 번 놓아 본 적 없는 사람이
돈 없는 생활을 어떻게 해? 못 해!
그렇다면 다행이고 넌 괜찮겠어?
안 괜찮을 게 뭐가 있겠어? 모른 척 지내면 되는데
자기도 그런다고 했고 [현관문 소리]
(희) 나 왔어
누나, 어떻게 지금 왔어? 형님은 이제 괜찮으셔?
(희) 어, 어제는 밤새 끙끙 아파했는데
오늘은 괜찮다고 잠 좀 자고 오라고 해서 왔어
언니는 제대로 식사 못 하셨구나 제가 차려 드릴게요
아니요, 지안 씨, 내일 아침 죽 끓일 야채 있나 보려고
어제는 종일 미음만 먹었거든
떠난다고 가방 싸더니 그 가방 어디에 풀 거야?
어? 지안 씨 얘기 들었어?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요?
[쑥스럽게 웃으며] 감동적이긴 무슨, 염치 없지
사랑에 염치가 어디 있어요?
그래서 그 가방 어디에 풀 거냐고? 결혼해야 할 거 아니야
어, 이제 그 사람 혼자 못 두겠어
방 꼴을 보니 어휴, 눈물 나
남구 씨 방 너무 엉망이야
결혼하면 그 방에서 살려고? 새로 집 안 구하고?
집을 뭐 하러 구해? 너무 안 꾸미고 외풍 있기는 한데
빵집 붙어 있고 또 새로 구하려면 시간 너무 걸려서 안 돼
그럼 그 방 고쳐줄게, 내가
그래 줄래?
[발랄한 음악]
아니, 왜 그쪽이 침대에서 잡니까?
어차피 용국이 침대인데
임자가 따로 있나? 먼저 눕는 사람이 임자지
그래도 들어온 순서라는 게 있거든요, 셰어 하우스에는
불공평하게 그런 거 가리지 말고
그날그날 침대에 먼저 눕는 사람이 침대에 잡시다
[한숨 쉬며] 와
[하품하면서] 저, 불 좀 끕시다 오늘 피곤해서 먼저 잡니다
지금 10시도 안 됐거든요?
그래요?
그럼 켜 둬요, 알아서 잘 테니까
[한숨 쉰다]
도경이 며칠 못 버티겠죠?
왜? 대답이 없어요?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어서
우리 뜻대로 돼 가고 있어요
욕실 먼저 쓸게요
우리 뜻대로 [한숨 쉰다]
민 부장!
네, 대표님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부회장님 칫솔 블랙, 내 거 레드!
하루 이틀 된 게 아닌데 어떻게 칫솔을 바꾸나?
가뜩이나 도경이 때문에 심란해 죽겠는데
저는 교체한 적이 없는데요
민 부장이 아니면 누가 우리 방 욕실에 손을 대?
[한숨 쉰다]
[부드러운 음악]
다음에 그런 급한 일 생기면 전화해요, 이제
이건 지수 씨 거
이제 전화도 하라고 하고
도마도 만들어주고
요즘 나한테 잘해주는 거 같은데
이것도 망상인가?
[노크하면서] (민 부장) 서현 아가씨!
서현 아가씨!
[노크 소리]
(민 부장) 서현 아가씨!
저는
저는 그냥 확인하고 싶었어요
저하고, 지난번 은석 언니도 그렇고 이번 은석 언니도 그렇고
대하시는 게 너무 달라서
저한테는 아무도 관심 없으시고
지수 언니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하시고, 저는
그래서 엄마, 아버지 칫솔을 빼내서
DNA 검사를 맡겼어?
혹시
은석 언니 잃어버려서 대신 저를 입양하신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서현) 저는 어머니가 시키시는 대로 다 하고 살았는데
제 졸업 연주회도 잊으시고
심지어는 그걸 잊었다는 그 사실도 잊으시고
저는 그냥 투명 인간인 것 같았어요
[한숨 쉰다]
아니 생각이 짧아도 어떻게 이렇게 짧아
넌 퍼펙트한 우리 딸로 키우고 있었던 거고, 지수는
너무 모자랐던 거죠
[무거운 음악]
서현이는 이미 완벽한 딸이고
지안이는 저보다 똑똑하고 적응도 잘했는데
저는 너무 못하고 부족하니까 진짜 딸이 아니었으면 싶어서
제 칫솔로 DNA 검사하신 거죠?
지수야! 그건 아니야
할아버지도 그러셨잖아요
네가 웬만하면은 서지안으로 분장을 시켰을까?
오죽 모자랐으면
그렇게 제가 아니었으면 싶으셨어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앉거라, 설명해 줄 테니
[흐느끼며] 어머니, 저 오는 걸 반기지도 않으셨어요
당황해서 그런 거야, 25년 만에 내 딸로 받아들인 게 지안이어서
나도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25년 동안 쌓아 두었던 정을
다 쏟아 버렸으니까
그래도 너 들어온 뒤로는 서지안 지우려고 애썼어
걔가 사라졌다는 소식 듣고도 찾아보려는 시도도 안 했다
저한테 물어보시지 그랬어요 지안이 이미 돌아왔는데
돌아왔다니?
아니
내 말은 괜히 잘못되면 우리 쪽 책임이...
죄송하네요, 제가 친딸이어서
[재성이 큰소리로] 지수야! 지수야!
아버지 보세요, 지금도
앉아!
[한숨 쉬며 문 잠근다]
[노크 소리]
지수야! 지수야!
[슬픈 음악]
은석이를 잃어버려서
널 더 해성가 딸답게 최고로 키우려고 정성을 들였어
항상 가드를 붙였고 최고의 교양을 가르쳤다
우리 어머니가 날 가르치신 것처럼 너를 가르쳤어
그거 몰라?
[훌쩍이며] 알아요
서지안이 왔을 땐 25년 만에 만난 딸이니
밀린 교육시켜야 해서 신경을 쓴 거고
지수는 너도 알지만
가르칠 엄두도 안 나게 거칠게 살아온 데다가
반항심으로 들어왔어
그 애를 너처럼...
서현아!
네?
넌 지수 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니?
아니요
난 네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그게 더 이상한데
그래 네 졸업 연주회 중요한 행사야
그런데 더 중요한 행사가 생겼어
해성 그룹 창립 기념식에 은석이를 소개해야 하는 일이니까
이해 못했어?
이해는
했어요
그 창립 기념식에서 지수가 도망쳤어
거기에 도경이까지 이 와중에 너까지 챙겨야 한다고
어디서 그런 걸 배웠니?
죄송합니다
[한숨 쉰다]
다 맞는 말씀인데 기분이 왜 이래?
왜 억울한 기분이 들지?
[밝은 배경 음악]
- 아... - 에이, 기분 더러워, 씨...
[지호가 한숨 쉰다] 야
너 호기롭게 사표 던지고 나와 놓고 왜 그래?
서지호 답지 않게
시간이 갈수록 기분이 더러워져서 그래
야!
돈 있는 것들은 왜 그 돈을 다른 사람 무시하는 데 쓰냐?
돈이 권력이야? 아, 뭐 돈이 계급이야?
돈이 권력이고 계급이지 그거 네가 맨날 하던 말이잖아
(친구) 아유, 그래서 무조건 돈 벌려고 한 거잖아
허, 그래!
[한숨 쉰다]
내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 벌고 만다
[한숨 쉰다]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한숨 쉰다]
아니 돈이 많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쓰면 되잖아
돈으로 똥을 닦던 깔고 자던 왜 티를 내냐고?
그 돈 줄 것도 아니면서
야!
그것도 졸부들이나 그러지 진짜 부자는 그러지도 않는다더라
진짜 부자?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한숨 쉰다]
야, 이 배부른 계집애야! 나한테 전화하지 마, 끊어!
[전화 종료음]
씨...
[전화 종료음]
[발랄한 음악]
나 배 안 나왔는데
막 끊네, 바쁜가?
야, 오늘 따따블 줄게
오늘은 그냥 말만 들어주는 알바하면 돼, 전화로만
[메시지 수신음]
(친구) 야, 지호야
(지호) 응
(친구) 너, 고 2 때 성혁이 알지?
알지, 전교 꼴찌 하던 놈
걔 아버지가 뭐, 미국 칼리지 보내가지고 맨날 약 먹고
맨날 약 먹고 파티하다가 걸려가지고 끌려들어 온 놈?
걔 너랑 잘 놀지 않았냐?
고등학교 때 좀 놀았는데
그 자식이 하도 쓰레기 짓만 해가지고
내가 끊었지
그 쓰레기가
요새 무슨 이색 카페 같은 거 하는데 돈을 엄청 잘 번데
우리 거기 구경 갈래?
(친구) 아, 너 장사하고 싶다며
거기 어디인데?
[한숨 쉰다]
[부드러운 음악]
(도경) 천천히 네 주변에서 어정거리면서
(도경) 네가 다시 나를 신뢰할 수 있고
(도경) 내 마음이 진심인 걸 네가 믿게 하려고 했는데
(도경) 계획이 틀어졌어
나
보고 싶을 텐데
그럴 수도 있지요
근데 뭐 보고 싶다고 죽지는 않을 테니까
[한숨 쉰다]
미쳤어, 미쳤어
[한숨 쉰다]
잘 잤어?
응, 일어나니까 최도경 씨 없더라 새벽에 일 나갔나 봐
음, 그래?
빵 먹어
웬일이래? 빵은 어디서 났데?
빵집 친구가 준 거야
착하고 순수하고 엉뚱하신 분?
어?
물고기 도마 주인 말하는 거 아니야?
음, 맛있다!
맛있지?
엄청
- (지수) 뒤에 둘게요 - 내가
[함께] 아!
[웃는다]
맛있다는데 왜 웃어?
[현관문 소리]
그 친구하고 웃겼던 일이 생각나서
[현관문 소리]
(도경) 어휴, 춥다 굿모닝입니다
이거 빵 드시죠?
여기는 각자 식사 챙겨 먹는 데라면서요?
내 거 먹겠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설거지 소리]
(혁) 20분에 출발하자
(지안) 응
[문 닫히는 소리]
[라면 먹는 소리]
아! 늦겠다
[현관문 소리]
어유, 날도 추운데 새벽부터 와서 죽을 끓여
여기 주방 추운데
빨리 먹기나 해
하루 3번 제시간에 약 먹어야 하니까
오늘 오후에 방부터 알아보자
참, 혁이가 이 방하고 주방 고쳐 준다고 했어
여기서 살게?
모아둔 돈도 없다면서?
평생 혼자 살 줄 알고 보육원에 다 갖다 줘서 그래
좀 후회스럽네
뭘 후회를 해? 여기면 충분해
둘이 같이 있을 수 있으면 돼, 난
그럼 오늘
혼인 신고부터 할까?
오늘?
[부드러운 음악]
어?
최도경 씨 진짜 작정했나 보네
양 목수님이 짬 내주시면 좋겠다 희 언니네 신혼 방 공사 빨리하게
그 방 가구 디자인은 네가 해 볼래?
내가 해도 돼?
옷도 선물 받았고 결혼 선물로 좋겠다
그럼 너 내려주고 양 목수 현장 가서 만나 보고
어, 방 사이즈 재서 12시쯤 갈게
응
[전화 전원 켜는 소리]
[전화 연결음]
[전화 수신음]
아, 부사장님 어디서 주무신 겁니까?
왜 안 오셨어요?
나중에 얘기하고 부탁 좀 하자
예, 말씀하십시오
자네 컴퓨터에 내 화이트 바이오 기획안 있지?
예, 제 컴퓨터에 부사장님 기획안들 다 있습니다
그럼 화이트 바이오 관련 자료들 USB에 다 챙겨서
저녁에 시간 되나?
종로 쪽?
(비서) 예, 근데 이동 중에 핸드폰을 켠 거 같습니다
이동 중?
어, 어
[한숨 쉰다]
알았어, 계속 체크해
[전화 종료음]
[한숨 쉰다]
도경이 이 자식 서울을 안 떠난 모양인데
왜 이러는 건지 이제 좀 궁금해지네
핸드폰 켜져 있는 지점이 어디랍니까?
자네는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이동 중이라고 했잖아
[한숨 쉰다]
[노 회장의 한숨 소리]
자기 동선을 들키지 않겠다는 거야
무슨 꿍꿍인지
[인터폰 소리]
(여 비서) 노진희 대표님하고 정명수 사장님 오셨습니다
들여보내
진희 부부도 부르셨어요?
[숨을 내쉰다]
[긴장감 고조되는 음악]
내가 왜 자네들을 불렀나 하면은
도경이한테 여자가 있는 모양이야
[함께] 예?
아버지!
여기 회사야!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래서 내가 정신 차리게 하려고
도경이 녀석
찬 바람을 맞게 하고 있어
저한테 보고 없이 휴가 처리된 게 그 때문이었습니까?
회장님, 설마 도경이를
내쫓았다
도경이 이번에 정신 못 차리면
난 그 자식 아웃이야
[무거운 음악]
진수 언제 돌아오냐?
여름이면 졸업이지?
진수 들어오면
해성 F&B 본부장 자리 바로 앉힐 거야
바로 본부장 발령 내주실 거예요?
(노 회장) 별 수 없지 중간 다리는 건너뛰고
빨리 능력 시험해 봐야지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도경이는
이미 유럽으로 나간 거로 해 다른 말 나오기 전에
도경이 소문이 밖으로 나왔다면 범인들은 너희들이야
이 사람들이 자기 자식 얼굴에 흙 뿌릴 일은 없을 테고
소문났다 하면 너희겠지?
명심하겠습니다
도경이 언제까지예요?
언제까지였으면 좋겠냐?
도경이 두 손 들고 들어오는 시한
죄송합니다, 제가 선을 넘었어요
내 체면 깎이기 전에
해성에 손해 끼치기 전에 돌아와야겠지
해성하고 안 엮인 데를 찾아야 한단 말이지
저기, 아저씨!
아, 예!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25일에 헬스장 문 열어요?
아, 25일은 안 엽니다
아!
며칠 안 남았네
[심각한 분위기의 음악]
뭐냐, 이거? 냄새 펄펄 이걸로 땀 닦으라는 거야?
지금 나한테 수건 던진 겁니까?
응, 냄새 맡아 봐야 알 거 아니야
[한숨 쉰다]
회원님!
이곳은 위생 관리가 철저한 멤버십입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알바 주제에
알바라도 교육은 받습니다
남이 쓴 수건 슬쩍 다시 넣어 놓았지, 너? 응?
보시지 않고 그렇게 단정 지으시면 곤란합니다
CCTV 보여 드릴까요?
됐어! 됐어! 귀찮아, 어휴
하여간에 이 알바들은 안 된다니까, 에이
[괴로워하며] 아, 나 최도경인데
[한숨 쉰다]
[기계 작동 소리]
(도경) 해성 그룹에서 독립해서 내 사업하겠다고 했더니
쫓아내셨어
예정보다 빨리 부사장 됐다고 경거망동하지 말고
부사장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오빠는 태어나면서부터
해성 그룹 후계자 교육받은 사람이에요
집안 룰에 어긋나는 거 절대 용납 안 해요
그 집에서 그냥 있을 리 없을 텐데
어이, 진짜 왜 나온 거야?
아,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기계 작동 소리]
(명희) 25년 만에 내 딸로 받아들인 게 지안이어서
(명희) 나도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명희) 25년 동안 쌓아 두었던 정을 다 쏟아버렸으니까 [부드러운 음악]
돌아왔다니?
(서현) 전에 은석 언니는요
(서현) 바로바로 우리 집안 사람답게 예의 배우고
(서현)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알아 들어서
(서현) 어머니, 아버지가 엄청 예뻐하셨거든요
(남구) 지수 씨!
자, 이거 좀 봐봐 어때?
(남구) 고객 여러분 며칠간 문을 닫아 죄송했습니다
(남구) 주방장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편지를 쓰셨네요
아, 오늘 강남구 제2의 빵 인생이 시작되는 날인데
우리 조수는 기분이 저기압이네
(남구) 음
이 시작부터 분위기 다운되면 안 되니까
나가서 점심 먹고 바람 좀 쐬고 와
자, 가면서 이것 좀 붙이고
(남구) 자
- 예 - (남구) 응
[지수가 신나하는 소리]
두더지 제삿날이네
[놀라면서] 아!
실장님?
배출 다 했어요?
아, 스트레스 쌓여서요
그 뭔지 모를 속 사정이 아직 안 풀렸나 보네
예, 뭐
그게 쉽게 풀릴 게 아니라서요
그럼 얘네들로 안 되지
[경쾌한 음악]
[총소리]
♪ 알듯 말듯 ♪
♪ 끌리네 ♪
♪ 혼자서 실없이 웃는 게 ♪
[총소리]
[기뻐하며] 아, 으아
어때요?
재밌어요!
근데 이런 건 원래 내기해야 더 재밌는데
내기요?
이긴 사람이 진 사람 소원 하나 들어주기
콜!
♪ 하늘빛이 유난히 더 ♪
♪ 아름다워 보이는 건 ♪
[총소리]
♪ love love 왠지 ♪
아, 아 안 돼! 안 돼! 내 거야 이거
왜 그래 [크게 웃는다]
안 돼! 아, 내 거야
안 돼!
아!
♪ 눈부셔 ♪
엄청 잘하네 스트레스 풀리죠?
아, 말 시키지 마요
으이씨
♪ 달콤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아 ♪
으아, 이거 봐요 저 상위 랭커예요
- 그래? - (지수) 응
(혁) 어, 사냥꾼 기질 있는 거 아니야?
노느라고 시간 다 써서 점심은 생략
근데요, 실장님?
어, 왜?
저한테 지금 반말하고 계세요
내기해서 소원 들어주기로 했잖아 그게 말 놓기야
어? 제가 이겼는데요?
이긴 사람이 진 사람 소원 들어주기였어
아, 원래 내기는 [발랄한 음악]
이긴 사람이 진 사람한테 뭐 해달라는 거 아니에요?
그건 만들기 나름이지
그건 그런데, 뭐지?
나이도 28 동갑인데 계속 존댓말하는 거 불편했거든
넌 안 그랬어?
난 그런 생각 해 본 적이 없어서
시작 좋네, 어색하면 말 끝 흐리기부터?
(혁) 출발한다
- (남구) 어, 어 뭐야? - 다녀왔습니다
왜 둘이 같이 와?
오다 지수 만났어요
지수?
(남구) 뭐야?
둘이 벌써 꽁냥꽁냥 뭐 그런 사이 된 거야?
아니에요, 그냥 내기해서 말 놓기로 한 거예요
내기?
이런, 이 음흉스러운 자식을 확!
형님! 선우희 동생
[웃으면서] 그러니까
차...
아, 동네 친구가 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말을 못 놓고
친구는 말을 놓아야 친구지
방 사이즈 좀 잴게요
그래, 처남! 이리 와
수고해
어, 너도 수고해
(혁) 미안, 미안, 조금 늦었다
양 목수님 시간 못 뺀대?
공사해 줄 수 있대
아, 오다 동네 친구 만났는데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여서 같이 총 좀 쏘고 왔어
빵집 친구?
내가 미안한 게 많은 친구라서
친구한테 참 약하니까 선우 실장님은
근데 스트레스는 네가 더 푼 얼굴인데
다음에 너도 한번 가자
방 사이즈나 줘, 빨리
(혁) 어
[부드러운 음악]
잘 지내?
왜 아는 척이야?
연락하지 말라더니
연락한 게 아니라 우연히 마주쳤잖아
흠...
빵집 계속 다니나 보네?
그게 무슨 뜻이야?
빵집 다니게 하실 분들 아닌 거 같았거든
너 되게 눈치 보고 살았구나 우리 집에서
어
난 아니야
난 너처럼 뭘 바라고 간 게 아니라서 당당하게 잘 지내
(지수) 그 집에서 얻고 싶은 게 없으니까
아쉬울 것도 없어 수 틀리면 집 나오면 되고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야, 당연한 걸
그 집에서는 나, 지수라고 불러 내가 서지수로 살겠다고 했거든
지수라고 부른다고?
어, 그러니까 빵집을 다니지
그렇구나 아, 잘됐다
그리고 나 선 실장이랑도 잘되고 있어
집안에는 별일 없어?
별일 없냐니? 안부 묻는 거야?
어, 아니 그냥 다들 잘 계시나 해서
나는 죄송한 게 많으니까
어, 다들 잘 계셔
잘 계셔?
어, 잘 계셔, 내가 잘 계신다잖아 별일 없이
어, 그래 알았어, 그래
잘 가
야! 서지안
너, 이 동네는 웬일이야?
나 이 근처에서 일해
간다
이 동네에서 일을 한다고?
[잔잔한 음악]
정말 내쫓은 건가?
지수가 거짓말할 애는 아닌데
아니, 어떻게 아들을 내쫓고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어?
(지수) 난 너처럼 뭘 바라고 간 게 아니라서 당당하게 잘 지내
(지수) 그 집에서는 나 지수라고 불러
(지수) 내가 서지수로 살겠다고 했거든
(지수) 그러니까 빵집을 다니지
지수답다
그럼 당분간 사적인 약속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잃어버린 25년 빨리 되찾아야 하지 않겠니?
너, 앞으론 단독 외출 금지야 무조건 명 기사하고 다녀
대답 안 해?
알겠습니다
[한숨 쉰다]
어디서 주무신 겁니까? 왜 저희 집은 안 오셨어요?
핸드폰 꺼 놓은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조명하고 USB부터 줘
(유 비서) 화이트 바이오 말고도
부사장님이 기억하시던 아이템들 싹 다 정리해서 넣었습니다
고맙다
아
아, 이걸 왜 놓고 가셨습니까? 돈도 없으시면서
이 사람 보게 유비가 어떻게 알아?
부사장님이 20만 원 두고 가신 건
수중에 그 돈밖에 없다는 뜻이니까요
(유 비서) 그리고 부사장님이실 때 저희 집에 오셨으면 [잔잔한 음악]
아마 100만 원짜리 수표 두 장은 놓고 가셨을 테니까요
너 왜 그렇게 나에 대해서 잘 알아?
5년입니다, 5년
그럼
이걸 다시 받지 않을 것도 알겠군
상황이 좀 다르지 않습니까?
그만해라, 마음 흔들린다
유비 어머니 드린 거야
[한숨 쉬면서] 알겠습니다
나
자리 잡는 게 생각보다 길게 걸릴 수도 있다
그러니까
유 비서 너는
네 갈 길 가라
총무 팀이 싫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어머니 부양하며 살아야지
제 명의로 핸드폰 하나 해드릴까요?
야, 안 돼, 넌 내 최측근이었어
당장 내일이라도 불려가서 내 동향 추궁할 수도 있다
귀 멀고 눈 먼 거처럼 하겠습니다
눈 풀어
예
아, 그럼 하루에 한 번씩만 꼭 핸드폰 확인해 주세요
제가 급하게 연락드릴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그러자
(직원) 들어가실게요
(친구 1) 아, 이게 방 탈출이야
(지호) 야, 이거 되게 재밌겠다
가게 꽤 크다, 손님도 많고
날 추우니까 아주 바빠 죽겠다
[헛기침하면서] 성혁아
너 이거 차릴 때
얼마나 들었냐?
정확한 건 몰라, 엄마가 계산해서
3장은 넘게 들었을 걸
3장?
3억?
(성혁) 응
(미정)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요, 형부
허, 가게가 늦게 끝나신다니 뭐 괜찮아요
너 집 내 놓은 거 때문에 왔지?
아니 그것도 그렇고 지태 아버지 속을 모르겠어서요
형부한테 뭐라 그래요? 정말 원양 어선 탄대요?
어, 태수가 탄다고 했으면 타는 거지요
헛말 하는 놈은 아니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그래요
원양 어선을 타러 가면서 그 집을 왜 빼려고 하는지
우리 며느리 아이 낳으면 내가 키워줘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너는 왜 그렇게 태수 오빠를 구박해서는
아이, 그래도 당신이 태수 오빠 좀 어떻게 말려봐요
뭘, 말려? 무슨 근거로 말려?
태수 그 집에 없으면 집 뺍니다
제대로 보증금하고 월세 받아야지요
아직 재개발도 한참 남아있고
형부
(지호) 와, 월 수입이 몇 천이야!
아유, 꼴통이 부모 잘 둬 가지고
사장님 소리를 다 듣네
지호야, 나 배 아픈 거 같은데 아, 배 아파
배고픈 거 아니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 근데 이거 2층 아니고 한 층만 하면
절반이면 되는 거 아니야?
아니야, 밥 먹으러 가자
네가 사, 가, 빨리
(미정) 날마다 이 시간까지 어디 있다가 오는 거예요?
일하는 거예요?
뭐 이것저것 준비 좀 할 게 있어서 그래
서랍장이 휑하던데 옷은 왜 다 버린 거예요?
이사 갈 거니까 내 짐 정리한 거야
배 타면 옷도 필요 없고
당신 정말 나 혼자 살라는 거예요?
평생 애들 키우는 맛에 살았는데 어떻게 나 혼자 살라고 해요
애들 놓아주고 독립해 당신도
그게 그나마 우리 같은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이야
차라리 이혼하자고 해요
그럴래?
[노크 소리]
(도경) 어?
[발랄한 음악]
아니, 저 자식이 이 밤에 왜 지안이 방에 들어가?
그래, 1분까지는 봐준다 친구니까
미안, 예전 설계도 넣어둔 박스가 이 방에 있거든
괜찮아, 원래 네 방 나한테 내준 건데 뭐
혁아, 희 언니 신혼 방이랑
주방 가구 배치 한번 해봤는데 봐봐
이거 먼저 찾고
(지안) 응
[발랄한 음악]
아니 2분이 넘었는데 왜 안 나와?
어, 이거 뭐야 이거? 옆집에 불났나?
(도경) 어, 이 연기 뭐지?
[문 닫히는 소리]
불난 게 아니었네 연기 같아 보인 게 뭐 가습기였나?
[한숨 쉰다]
오늘은 내가 침대에서 잡니다
[웃으며] 뭐, 그러시던가
(용국) 어휴, 춥다 추워
시간 맞춰 왔네
자, 3만 원
응
3만 원
(용국) 땡큐! 자, 노트북
(도경) 어, 노트북
(용국) 대여료 만 원
[익살스러운 음악]
(도경) 만 원?
땡큐!
근데 저 핸드폰 좀 쓰자
어, 잠깐만, 10분만
핸드폰?
(도경) 아, 여기 오니까 핸드폰 못 써서 불편해 죽겠다
핸드폰 잃어버린 거야?
(용국) 못 쓰는 거냐? 네가 안 쓰는 거지
(도경) 20분만 앉아 있어 야간 알바만 찾아볼 테니까
야간 알바?
[노트북 자판 소리]
[황당한 효과음]
여기서 뭐 해요?
너희들 감시한다
핸드폰은 왜 안 쓰는데요?
위치 추적 당할까 봐
[부드러운 음악]
무슨 문제 있으면 문자해 낮에 한 번씩은 확인하니까
알바는 왜 또 하려는데요?
돈 필요해서
정말 8만 원밖에 없었어요?
아니, 오늘은 75,900원
어제 8만 원에서
어제, 오늘 셰어 하우스 분납 3만 원
해서 6만 원 빼고
컵라면 1500원 노트북 대여료 만 원
(도경) 버스 왕복비 2600원 빼면
5900원
거기다 오늘 알바 7만 원 받으니까 75900원 남더라
[한숨 쉰다]
계산해 봐? 75900원 맞다니까
재밌나 봐요? 서민 놀이하는 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노트북 자판 소리]
[자판 두드리는 소리]
뭐 하는 거야? 잠도 안 자고
자...
(지수) 며칠 만에 아침에 방장님 빵 냄새 맡으니까 너무 좋아요
[웃으면서] 행복한 냄새지
흠, 으음
오늘부터는 방장님이 카페에 빵 갖다 드리세요
두 분 쪽 모닝 인사 겸
[크게 웃으면서] 우리는 런치 데이트하기로 했으니까
(남구) 조수가 가셔
그 말 놓는 연습도 좀 할 겸 아, 그걸 왜 그렇게 못해?
(남구) 자, 한번 해봐 여자는 애교 있게 코에 힘을 주고
혁아
혁아
선우혁
- 선우혁 - (남구) 야, 하지 마, 하지 마
안 되겠다 어, 때릴 뻔했네
[둘이 함께 웃는다]
(남구) 아무튼
남자가 말 놓자고 할 때 덥석 놔! 그거 좋은 징조야
가면서 연습해 볼게요
(남구) 그래
(희) 어머, 되게 조그만 공간인데
이렇게 바뀔 수도 있네?
이건 침대하고 옷장
그리고 좌식 화장대 겸 서랍장
- 디자인해 본 거예요 - 안녕하세요
(희) 어서 와요
[심각한 음악]
(희) 아
나 아는 동생이에요
(희) 고마워요
근데 우리가 지금 가구 얘기하고 있는 중이라서
네, 안녕히 계세요
카페 사장님 아는 동생?
지안이가 사장님하고 아는 사이였어?
어떻게 아는 사이지?
전에 직장 동료인가?
대학교 선배인가?
[한숨 쉰다]
추운데 안에서 기다리지 왜 여기 있어, 뭐 먹을래?
자기랑 같이 갈 데가 있어 점심은 샌드위치로 먹자
어딘데?
나 임신했어
[잔잔한 음악]
임신 8주 되셨어요
[심장 뛰는 소리]
지금 들으시는 게 태아 심장 소리예요
[심장 뛰는 소리]
(간호사) 다음 진료 예정일은 문자 안내 갈 거고요
(간호사) 두 분께 진료 과정 앱 링크 보냈으니까 보시면 돼요
27,140,000원에다가 일십백천만
천만 원은 37,140,000원
[한숨 쉬며] 일 년 동안 빡세게 벌어서 많이 벌긴 했는데
턱도 없네
아, 12월 한 달만 마저 채웠어도 백화점 퇴직금 받을 수 있었는데
재수 없는 아줌마 때문에, 씨...
[알람 소리]
아휴
[현관문 소리]
(의사) 임신 8주 되셨어요
(수아) 오늘 야근 있어 들어가서 얘기해
(지호) 형, 지태 형
어, 지호야
[한숨 쉬며] 형, 무슨 생각을 하길래 부르는데 못 듣고 들어가냐?
어, 그랬어?
아버지는?
어, 집에 안 계셔 낮에 집에 계시다가
우리 들어오기 전에 나가신다 그러다가 12시 다 돼야 들어오셔
그게 무슨 소리야?
나한테 화가 많이 나셨거든
형한테 왜?
얘기하자면 길어 별로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
너는 웬일이야?
그냥 그동안 집에 너무 안 왔기도 했고
그리고 형한테 상의할 것도 좀 있고
뭔데?
형, 나 대출 좀 받을 수 있을까?
대출? 네가 대출이 왜 필요한데?
[한숨 쉬며] 나 백화점 그만뒀거든
(지호) 대학 4년 간 쓰는 돈이 거의 1억이잖아
그 돈만 미리 받을 수 있는 집이었으면 싶더라고
(지태) 그 돈 미리 줄 집이었으면 네가 대학을 안 갔겠어?
갔지, 우리 집 넉넉했으면
어디라도 대학 간판 걸린 데 갔겠지
남들 다 가는 거 왜 안 가냐?
하지만 난 내 주제를 아니까 멋지고 깔끔하게 포기한 거지
그럼 괜히 번듯한 장사할 생각하지 말고
다른 데 취직해서 더 모아
그래야겠지?
[한숨 쉬며] 아, 성혁이 자식이야
망해도 서포트해 줄 부모가 있지만
난, 내 돈 날리면 쪽박 차는 거니까
그래 너라도 자리 잡고 알아서 살아줘라
(지태) 형은 엄마, 아버지 노후까지 책임지려면
(지태) 어깨 무너지게 생겼으니까
(지호) 그걸 왜 형이 책임 지냐?
나도 있고 누나도 있는데
치, 근데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우리 엄마, 아빠 노후 준비 하나도 안 돼있지?
(지태) 모르지
원양 어선 진짜 타시면 모으실지 몰라도
타긴 뭘 타? 아빠를 그렇게 모르냐?
얘기 들어보니까 아빠 괜히 삐지신 거던데
오늘 저녁 먹고 갈 거지?
아버지 오시면 네가 좀 풀어 드려라
나 이따 10시에 출장 웨이터 알바 가야 하는데
그럼 중국집 배달시켜서 저녁이나 같이 먹자
(지호) 좋지! 온 김에 형 신혼 방 구경이나 해야겠다
(지태) 구경은...
아, 얼마나 잘 꾸며 놨나
야, 몸 안 좋아서 오늘 못 만난다고
뭐, 내일 낮에 보자며?
어, 이젠 좀 괜찮아졌어 야, 그리고 이거
그 동안 내가 조사한 자료야
(태수) 그거만 쭉 읽어봐도
쓸만한 거 고를 수 있을 거야
야, 너 진짜 사업 안 하고 원양 어선 탈 거냐?
[한숨 쉬며] 나도 이제 혼자 좀 지내고 싶다
야, 내가 볼 때 너 그 체력에 원양 어선 못 탄다
얼굴도 며칠 새 살이 빠졌구먼
아, 소화 안 돼서 뭘 못 먹어서 그래
(석두) 그래, 너 지난번 국밥집에서
복통에 그전에 구토까지 했었잖아
소화 안 되고 복통 있고
이 자식, 이거
너 재수 없게 나 따라서 위암 아닌가 몰라?
아, 자식이 뭐 따라할 게 없어서 그런 걸 따라하냐?
야, 너 원양 어선 타려면 건강 검진받아야 할 거 아니야
내일이라도 가서 검진 받아 봐
나 2년 전에 검진받았을 때 깨끗했는데
2년 후에 다시 검진받아 가지고 위암 3기 받았잖아
너 검진 언제 받았냐?
글쎄, 한 7년쯤 되나?
어이구, 50살 넘어서는 거의 매년 받아야 하는 건데
그래, 그러니까 네가 병원에서 위암 3기라고 할 때 나 보자마자
울고불고하면서 뭐라고 읊어댔지?
그래, 소화 안 되는 거야
베트남에서 자리 잡아 보겠다고
맨날 술을 밥처럼 먹고 다니면서 뛸 때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한숨 쉬며] 어느날부턴가 갑자기 명치 끝이 아프더니
응, 구토에 복통에 나중에 토혈까지 하더라니까
[무거운 음악]
잠도 제대로 못 잤지?
아유, 말도 마라 하늘이 다 노랗더라니까
그래, 그러니까 네가 내 앞에서 그렇게 울었지
[한숨 쉰다]
막상 닥치니까
무섭고
야, 살고 싶더라니까
우리 어머니는 3기에 수술받으시고
딱 2달 만에 돌아가셨지
그러니까 잘 됐네 뭐 너 이번에 원양 어선 타는 김에
건강 검진도 받아보고
(석두) 야, 한잔 해
[잔 부딪치는 소리]
도련님 못 봐서 섭섭하다 하필 오늘 와 가지고
연말 전에 한 번 온대
우리 방에서 자장면 먹었어?
[수아가 괴로워한다]
어? 창문 열고 환기시켰는데
어, 입덧 시작했어
어, 그렇구나
빨리 병원 가야겠다
오늘 회사에 남은 휴가 쓸 수 있냐고 물어봤어
그래, 나도 알아볼게
아기 지우는 거 부모님은 모르셔야 하는데
여행 간다고 하고 며칠 있다 오지 뭐
[구세군 종소리] [밝은 음악]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아이고, 추우시죠? 이제 타시죠
아빠한테 와, 어이구
[가족이 행복하게 떠드는 소리]
(석두) 명치가 아프더니 토하고 복통에
(석두) 그러다 토혈까지 하더라니까
(태수) 우리 어머니는 3기에 수술받으시고
딱 2달 만에 돌아가셨지
[심각한 음악]
(역무원) 아, 괜찮으세요, 예?
저, 잠깐만
[기침을 하며 헛구역질을 한다]
[태수가 괴로워하는 소리]
[숨을 헐떡인다]
후...
[울면서 웃는다]
[잔잔한 음악]
[소리 내어 웃는다]
어르신, 오늘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예?
혼자 계신데 웃고 계셔서요
아, 예, 좋은 일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인가 봅니다
휴식을 주셨네요
♪ 긴긴 꿈처럼 어제를 ♪
♪ 거짓말처럼 오늘을 ♪
♪ 견뎌내는 건 어쩌면 ♪
♪ 그대가 날 ♪
♪ 웃게 해서죠 ♪
(지수) 오빠!
오빠 같은 사람이 돈을 어디서 벌어요?
(지수) 당장 벌려면 알바밖에 없을 텐데
(매니저) 야! 최 씨
갑니다! 가!
(도경) 돈 벌기 진짜 힘들구나
(미정) 그건 다 뭐예요?
(태수) 뭐 필요한 거 몇 가지 좀 샀어
당신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혁) 나랑 영화 보러 갈래?
영화? 여기 꼭 와 보고 싶은데였거든
(지안) 이게 뭐예요?
(지안) 여기 왜 이런데
(도경) 생일 축하한다, 서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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