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34
[긴장감 있는 음악]
(석두) 명치가 아프더니 토하고 복통에
(석두) 그러다 토혈까지 하더라니까
[바닥에 쿵하고 쓰러지는 소리]
[구토하는 소리]
[기침하는 소리]
[침 뱉으며 신음한다]
[피식 웃는다]
[계속 웃는다]
[소리 내서 웃는다]
[구세군 종소리]
어르신 오늘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네?
혼자 계신데 웃고 계셔서요
아, 예
좋은 일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인가 봅니다
휴식을 주셨네요
그러시면
그 행복을 어려운 이웃에게 좀 나눠 주시겠어요?
그럽시다
- (태수) 예 -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구슬픈 음악]
(태수) 감사합니다
고단한 삶
마치게 해주셔서
(태수) 우리 어머니는 3기에 수술 받으시고
딱 2달만에 돌아가셨지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지
어떻게 해드릴까요?
- 염색 좀 부탁합니다 - 네
(종업원) 입어 보시죠
옷이 좀 크신데요
(종업원) 그동안 살이 많이 빠지셨나 봐요
이 사이즈가 맞는데
그럼 한 치수 작은 걸로 부탁합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기침하는 소리]
(미정) 염... 염색했어요?
응
(미정) 그건 다 뭐예요?
아, 뭐, 필요한 거 몇 가지 샀어
당신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석두한테 이 집 빼지 말라고 말할게
대신에 지태네 2년 후에 분가할 때 끼어살 생각하지 마
지안이, 지호하고도 살 생각하지 말고
집 안 뺄 거예요?
그럽시다
[경쾌한 음악]
무슨 일이 있었길래
기분이 하루 만에 저렇게 풀렸대?
(혁) 그만하고 가
가구 만들다가 와서 이걸 하고 그래
아 조금만 더 해주다가 갈게
어우, 지안 씨 일 잘하네
나 칭찬해주면 더 열심히 하는데
[지안이 웃는다]
어머, 지안 씨도 있었네?
아, 지안 씨
우리 방 가구 디자인 오늘까지 수정한다며?
왜 여기 있어? 그거 안 하고
[웃으며] 아휴, 잠깐 구경하러 왔다고요
빨리 가, 내가 할게
누나, 가구 디자인은 마음에 들어?
어, 어떻게 만들어질지 너무 기대돼
[같이 웃는다]
얼마나 친하면 나란히 앉아 있지?
[문 두드리는 소리]
네, 들어오세요
아가씨, 내일 크리스마스 이브 가족 모임 있거든요
혹시 외출하시더라도 6시까지 들어오세요
7시에 예약이 돼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 모임을 해요?
해마다 그렇습니다
지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살짝 한숨 쉬며] 하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구나
아들은 집 나갔는데 가족 모임을 해?
오빠는 괜찮은 건가?
[전화 연결음]
[안내음]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이후...
옷도 없이 나갔다고 했는데
[경쾌한 음악]
[힘 쓰는 소리]
으차
(매니저) 야, 야!
(매니저) 무거운 걸 아래로 가벼운 걸 위로
테트리스 맞추듯이 잘 끼어 넣으라고
[기가 막혀하며] 하
그렇게는 하겠는데 반말은 하지 맙시다
잘합시다, 잘
- 야, 물건 빨리 갖고 와! - (직원) 예, 빨리빨리 해라!
아휴
아이고
[신음하며] 아휴 허리야
아휴
아, 어디 한번 확인해 볼까?
[한숨 쉬며] 야...
늦어도 서지안은 문자 한 통 없구나
냉정하네
(지수) 오빠, 궁금해서 전화했어요
내가 도와줄 거 없어요?
아
[전화 연결음]
왜 안 오지?
몰라, 안 오거나 말거나
[의심스러운 음악]
[문 열리는 소리]
(도경) 방 한쪽에 내 캐리어가 있을 거야
(도경) 그건 절대 건들지 마
아휴
[문 밖에서 노크 소리]
[문 안에서 노크 소리]
(용국) 내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갈 데 없는 분들은
(용국) 희 카페로 오시오
팔자들 좋네
[노크한다]
(도경) 실례합니다
길게 기다릴까요? 짧게 기다릴까요?
[화장실 안에서] 아, 한글 못 읽으세요?
(지안) 급하면 2층 가세요
이거 안 보이세요?
[안내문] 기다려, 길어
아이, 야, 그런 거 아니야
하도 땀 흘렸더니 당장 씻고 싶어서 그래
- 땀? - 야, 야!
아니 [익살스러운 음악]
뭘 했길래 이런 냄새가 나요?
운동했다
운동할 때 운동복 입잖아요
운동복 안 가져갔어
[한숨 쉰다]
돈 벌기 진짜 힘들구나
[한숨 쉰다]
[한숨 쉰다]
더 이상은 못 참아
며칠만 더 기다리자 12월 안에 보내준댔잖아
[큰소리로]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나가지도 못하고
이게 뭐냐고!
이러다가 해 넘기면 진짜 어쩔 거야?
[한숨 쉬며] 생 감옥이 따로 없다, 진짜
지은 죄가 있으니 찍소리도 못하겠고
아니
찍소리 말고
악쓸 수도 있어
[심각한 음악]
더 못 기다리겠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네 그 인간들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 없어서
창립 기념일도 지났고 어차피
은석 아가씨 발표도 못 하고 했으니까
필리핀 세팅 끝났어?
그건 진작에요
그럼 지금 티케팅해서 내일 보내버려
연락은 미리 안 해줘야겠죠?
당연하지
바로 공항으로 데리고 가
10억은
(명희) 현지에서 찾을 수 있게 하고
(양 비서) 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라 늦을 거예요
어, 그래
안 바르던 로션도 바르고
[부드러운 음악]
(지안) 잘 잤어?
지안아, 생일에 뭐 가지고 싶어?
생일?
내일 네 생일이잖아
오, 내 생일 기억하고 있는 거야?
인마, 크리스마스인데 기억을 못해?
필요한 거 말해
음...
갖고 싶은 거 말고
나 뭐 하고 싶어
뭔데?
영화 보고 밥 먹고 그러는 데가 있더라
씨네 앤 셰프 영화관?
아...
왜? 나랑 데이트하는 기분이라 싫어?
생일날 최도경 씨 피하고 싶어서 그래?
그 사람은 내 생일 알지도 못해
전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데야
알았어, 예약할게
[잔잔한 음악]
(가족) 생일 축하해, 축하해 [모두 박수를 친다]
(미정) 하나, 둘, 셋
[다 같이 박수 치며 웃는다]
[다 같이 축하한다]
축하해
생일 축하해, 지안 야!
지수한테는 오늘이 생일 기분일 텐데
그 집에서 생일 해주려나?
퀵으로 보낼 수도 있는데
들고 왔다
노 대표님이 사주신 건데
하... 버릴 수도 없고
기부해야 되나?
우선
(도경) 네 핸드폰부터 돌려 줄게
[놀라며] 어머
어머, 어머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어머, 깜박할 뻔했네
어우, 바보, 바보, 바보
[경쾌한 음악]
오빠!
(도경) 지수야 왜 이렇게 늦었어?
차가 너무 막혀서요
기사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 손님 바로 갈 거니까
아, 이 캐리어 뭐야?
오빠 거는 건들면 안 된다고 그래서요
2층 창고 가봤더니 이게 제일 커서요
여자 거라 좀 그런가?
[웃으며] 아니야, 아니야 가져다 준 게 어딘데
고맙다 근데
안 들켰지?
아휴 그럼요, 근데 오빠 어디서 지내고 계신 거예요?
친구 집에서
돈 필요할 거 같아서요
내 동생한테서 용돈 받는 기분은 좋은데
안 돼, 돈은 반칙이야
(도경) 옷이야 내가 안 입으면 버려질 것들이니까
미리 재활용하면 되는 거고
그럼 돈은 어떻게 써요?
벌어 쓰지, 인마
예? 오빠 같은 사람이 돈을 어디서 벌어요?
당장 벌려면 알바밖에 없을 텐데
다 방법이 있단다
아휴, 빨리 자리 잡아서 너한테 도움이 되는 오빠가 되도록 할게
걱정 말고 기다려
옷은 캐리어에 되도록 꽉꽉 눌러서 넣었어요
[웃으며] 아이고, 잘했다 얼른 가, 택시 기다린다
네,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문자 남기세요
아휴, 늦었겠다
[한숨 쉰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전화 연결음]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짐 하나 없이 비어 있습니다
지켜보겠다던 인력 두 명이 오늘 아침에 갑자기
그만둔다고 연락이 왔답니다
걔들이 돈도 안 받고 떠날 리가 없잖아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한숨 쉰다]
(혁) 형님
싱크대 바뀌는 위치에 따라서 하수구 위치 변경하는 거요
허가서 받으셨죠?
아휴, 그럼
자, 여기
(혁) 좀 시끄러울 수 있습니다
(혁) 아, 참 서지수
네
네?
아, 어?
이따 누나 카페에서 크리스마스 파티 있거든
형님이 얘기했지?
아, 맞다
아직 얘기 못 했는데
[헛웃음 짓는다]
형님네 올 때 같이 와
오늘?
오늘은 가족 모임이 있는데...
요
아...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 모임이 있는 집이 있구나
혹시
가족 모임 끝나고 올 수 있으면 와
우리 늦게까지 놀 거야 아마
형님, 이따 봐요
(남구) 그래, 수고해
[한숨 쉰다]
아쉽다
[한숨 쉰다]
[아이 우는 소리]
[구슬픈 음악]
[아이 우는 소리 계속]
[엉엉 울면서] 엄마 보고 싶어
엄마
엄마
엄마
[아이가 계속 운다]
(태수) 아버지
형님만 대학 보내 주고
난 내가 벌어 다니게 했다고
원망해서 죄송해요
엄마
수술 안 받겠다고 말해주길 바라서
[울먹이며] 미안해, 엄마
[한숨 쉰다]
곧 뵈러 가면
그때 야단 많이 치세요
제가 다 받을게요
그래도 나 참 좋아요
마음이 좋네
병으로 떠나면
애들한테 죄책감 안 줄 수 있잖아
그것도 좋아
어, 볼수록 디자인 특이하네
(지안) 방이 작아서 침대하고 옷장을 심플하게 했잖아요
화장대 정도는 좀 포인트가 돼야 될 것 같아서요
가구 회사 디자인 팀 들어가면 좋겠다
네?
디자인 감각이 있으니까
(소장) 그림 솜씨도 있고
[쑥스럽게 웃으며] 아니에요
디자인 팀은 다 미대나 관련 학과 나와야 해요
[밝은 배경 음악]
아
저 이제 가보겠습니다
최도경 씨 다른 데 취업 됐나?
그건 왜요?
아니 뭐
피지컬도 괜찮고 해서
내가 정식적으로
채용해줄까 해
교통사고 나서 입원했던 직원이
내일부터 나오기로 한 거 아닙니까?
아이, 그거야 뭐 그만두게 하면 되고
됐고요
오늘 일당이나 주십시오 7만 원
아이 여기 월급도 괜찮다
응? 정직원 되면 점심도 지원되고
일 없으니까 일당이나 받읍시다
빨리 저녁 식사하고 다음 코스 넘어가야 하니까
4일 동안 많이 배우고 갑니다
아이, 됐다
참, 크리스마스라며 진짜 힘드네
최도경이 셰어 하우스까지 들어와서 딱 버티고 있으니까
막 승부욕 생기나 보네 우리 선우 실장
아닙니다
생일 선물이라니까요
지안이가 가보고 싶다잖아요
서지안 씨는 도경이 피하려고 너랑 데이트하는 건가 그럼?
지안이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근데 형은 왜 최도경 씨한테 하루 3만 원씩
셰어 하우스 비를 받는 건데?
하루 알바해서
방값 3만원에 식비에, 차비 빼면 남는 거 없을 텐데
아, 뭐 그러라고
그러라고?
열흘 지나면 판가름 나지 않겠냐?
최도경이 계속 버텨낼지
아니면 백기 투항할지
그거 보려고
어릴 때부터 친구라면서 잔인하네
3만 원씩 열흘 지나면
셰어 하우스에서 한 달 지낼 수 있는 거야
그때 도경이의 선택이
진짜 그 자식의 각오를 보여주는 거지
[밝은 음악]
어, 제가 1등이네요
와, 맛있는 냄새
어서 와, 지안 씨
안녕하세요?
(희) 남구 씨 내가 얘기했지?
우리 방 가구 만들어주는 서지안
아니 서 목수
[수줍게 웃는다]
(남구) 아, 예
강남구입니다
와, 요리도 하시는 거예요?
아, 예, 그럼
어휴, 잠시만 튀김은 시간이 생명이라
(남구) 아! 탔어!
(남구) 자, 다 왔습니다 [경쾌한 음악]
[모두 환호한다]
근데 여기 뭐 이렇게 무능력자들이 많아?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다 솔로이면 어떡합니까?
[다 같이] 아유
우린 아닌데?
(혁) 와, 티 내기는 누나 이렇게 음식을 했어?
여기 탕수육하고 샌드위치 샐러드는
[애교부리며] 우리 남구 씨가 만든 거야
[다 같이 웃는다]
(용국) 어떻게? 나 닭살 돋는다 우리 다 같이 닭이 되기 전에
- (용국) 메리 크리스마스! - (다 같이) 메리 크리스마스!
(용국) 이 분위기 이어 가지고 한 곡 할까요?
아, 좋죠! 와! [다 같이 박수 친다]
[부드러운 음악]
알겠습니다
제가 할 일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쉬세요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뜻대로 33년
해성 그룹 후계자 최도경으로 살아왔어요
제가
단 한 번도 제 뜻대로 살아온 적 없이
제 능력으로
제가 살고 싶은 대로
제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한번 찾아보고 싶습니다
(서현) 아, 숨 막혀
클럽 가고 싶다
서지호는 왜 연락이 없어?
아휴, 지금쯤 파티 시작했겠다
혹시 지안이도 갔나?
둘이 친구로 지내, 이제는
어떻게...
[다 같이] 사귀어라, 사귀어라, 사귀어라
우이씨...
어, 죄송합니다
음식이 입에 안 맞니?
아니요, 잠깐 딴생각하다가요
생각은 속으로 하는 게 생각인데
그걸 티내면 안 되지
조심하겠습니다
저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아휴,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전화 연결음]
서지호 좀 바꿔 주세요
(매니저) 서지호 그만뒀는데요
네?
언제요?
[클럽 음악이 흐른다]
[전화 진동 소리]
[한숨 쉰다]
왜?
야, 너 왜 나 생까?
문자도 씹고 전화도 안 받고?
네 전화받을 의무 있냐?
안 받으면 말 것이지 왜 자꾸 연락하고 난리인데?
잔금 주려고
생각해 보니까 류 기사 해결해 준 잔금을 깜박했더라고
됐어, 네 돈 필요 없고
너희랑 엮이기도 싫어
계산 끝났으니까 앞으로 연락하지 마라
[전화 종료음]
부럽다, 부러워
[한숨 쉰다]
(양 목수) 아, 이것 다 식었다
제가 덥혀 올게요
[양 목수와 지안이 웃는다]
(용국) 혁아
(용국) 혁아
너 뭘 자꾸 창밖을 그렇게 보냐?
눈도 안 오는데
그냥
(양 목수) 아, 근데
잠만 자고 나가는 그 훤칠한 남자 왜 안 오는 겁니까?
여자친구 있다는 거지?
어우 내 친구 최도경이
(용국) 부를 수가 없네 [부드러운 음악]
(혁) 전화해서 오라고 해요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집에 위치 추적당할까 봐 핸드폰을 안 써
(용국) 아주 독한 놈이야
(양 목수) 아니 핸드폰 없이 어떻게 생활을 해?
(용국) 그러게 말이야
(매니저) 자, 시간 됐으니까 이제 일들 합시다!
- (매니저) 쓰레기들 치우고 - (직원들) 네!
[기침한다]
야, 최 씨!
(매니저) 너는 빵을 도대체 몇 분째 먹냐?
아이, 저 자식이
바빠 죽겠는데 빨리 안 튀어와?
아휴, 갑니다, 가
(도경) 어!
[소리 내며 넘어진다]
[신음하며] 아이고
[한숨 쉰다]
아!
- [승객이 짜증 내며] 뭐야 - 죄송합니다
(승객 2) 이쪽으로 와
(승객 3) 겨울인데 어디서 이렇게 땀 냄새가 나
[다들 즐겁게 떠들며 걸어온다]
늦으셨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한숨 쉰다]
[세탁기 버튼 소리]
[세탁기 버튼 소리]
[도경이 세탁기 두드리는 소리]
세탁기 사용법 설명 못 들으셨어요?
어? 들었는데 잘 모르겠네
빨래 내용물이 뭐예요?
며칠 입었던 거 다
아니 빨래를 구별해서 넣어야지
그래요, 뭐
한꺼번에 빤다고 피부병 생기는 거 아니니까
따로 빨아야 좋은 거 나도 알거든
니트 입었던 거 같던데
니트도 넣었어요? 니트는 울 코스로 빨아야 하는데
같이 넣었는데
- 꺼내요 - 아니야, 아냐, 괜찮아
그래요 그럼
여기 표준 코스
급속 중에 표준 코스 누르고 헹굼 한 번 추가하고
헹굼 추가를 왜 해?
개인 취향 차이인데 저는 한 번 더 헹구는 게 좋거든요
근데 여기 스피드 워시
찌든 때, 기능성 의류 이런 건 다 뭐냐고?
따로따로 빨 때 그러라는 건데
지금은 한꺼번에 다 빤다면서요
겉옷, 속옷, 양말
그렇죠?
[부드러운 음악]
시간이 없으니까
세제는 넣었어요?
아니
그럼 일어서요
이게 세제 이게 섬유 유연제니까
각각 여기, 여기에 넣고 동작 버튼 누르시면 돼요
긴장하기는
[한숨 쉰다]
아휴
얘기 좀 해요
바쁜데
잠깐이면 돼요 나와요
여기서 해
[큰소리로] 도대체
거기까지
뒷말 다 알겠으니까 그만
내 마누라도 아니면서 왜 잔소리를 하려고 하지?
(도경) 내가 분명히 아주 분명히
너 신경 쓸 여력 없고 귀찮게 안 한다고 했고
내가 너한테 뭐 하자고 귀찮게 했어?
했어? 안 했어? 안 했지
근데 왜 네가 잔소리해?
[한숨 쉰다]
(지안) 자요 [발랄한 음악]
그게 뭐야?
돌려주신 가방에 돌려받은 핸드폰 있는 줄 모르고
새로 핸드폰 샀어요
내 명의로 개통했으니까 이 핸드폰 쓰시라고요
나 핸드폰 있는데
쓰지도 못하는 핸드폰 있으나 마나지
어, 그렇긴 해
받아요, 팔 아파
이거 쓰라는 건 위치 걸릴 걱정 말고 오래 잘 버티라는 거지?
이럴 줄 알았어 내가
불우 이웃 도움받는 걸로 생각할게
좀 전 말 취소
오래 쓰지 말아줘요
며칠만 빌려드리는 거예요
어
[경쾌한 클럽 음악]
(지호) 빈병 치워 드릴게요
(지호) 여기 병 치워드릴게요
야!
야, 너...
[속삭이며] 여긴... 미친 거 아니야 너?
따라와
아니, 아 참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사운드 듣고 딱 알겠더라
여기 일렉 디제잉이 특이하거든
사운드 딱 들으시고 내가 일하는 클럽 딱 아시고, 어?
(지호) 그리고 왜 온 건데?
내가 연락 말랬는데
황당하고 어이없잖아
(서현) 왜 갑자기 연락을 말래?
너, 내 알바 안 할 거야?
어, 안 해
왜 안 해? 너 백화점도 관뒀다며?
배 부른 애 상대하기 싫어서 안 해
백화점도 너 같은 애 때문에 그만뒀거든
뭐, 따따블?
따따블 줄 테니까 네 전화 당장 받아서
네 배 부른 수다 들어 달라고?
[부드러운 음악]
그게 왜?
내가 필요할 때 알바 쓰는 거고
[큰소리로] 야!
내가 돈 때문에 너랑 놀아줬는 줄 아냐?
부모 찬스 좀 가졌다고 이게 아주 사람 우습게 아네
(지호) 네가
우리 누나들 동생이니까 너 봐준 거야
네 돈 받으려고 놀아준 게 아니라
네가 우리 누나들 동생이니까
그런 거였어?
(지호) 어, 그래, 그런 거였다, 왜?
그리고 이제 안 해 안 한다고
[큰소리로] 너희 같은 것들 진심 징그러워서!
(지호) 그러니까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
[울먹이며] 미안해!
없고
- 또 없고 - (양 목수) 뭐 찾으세요?
없고, 없고
뭐 찾으시는데요? 새로 오신 분
찾는 거 없습니다
없으면 된 거라서
[양 목수가 웃는다]
[하품하는 소리]
(미정) 너희들 쉬는 날인데 안 쉬고 어디 나가?
예
그럼 저녁 전에는 들어와 줄래?
왜요, 어머니?
아니, 오늘이 지안이, 지수 생일이라서
지안이랑 지수가 집에 올지도 몰라
지안이가 온대요? 지수가 온대요?
설마 생일인데
오지 않겠니?
어휴, 죄송해요. 오늘은 저희가 일찍 못 들어올 것 같아요
저 오늘은 저희가 일정이 있어요
[놀라며] 아버지, 머리도 그렇고 그게 다 뭐예요?
아, 그냥 하도 추레해서 염색 좀 했어
음, 옷은요?
양복에 맞춰 입을 겨울 코트가 없어서 하나 샀다
아버지 무슨 일 있으세요?
일은 무슨?
오늘 애들 생일이에요
지안이, 지수 생일이잖아요
애들 불러서 생일 같이 먹자고 하려고요
관둬 애들 안 와
올지도 모르니까 당신은 저녁 전에 들어올 수 있죠?
당신 원양 어선 타러 간다고 하면 애들 올 거예요
하지 마!
생일 상을 차리든, 애들을 부르든 마음대로 해도 좋은데, 근데
절대로 내 핑계 대지 마
아버지가 원양 어선 탄다 이따위 소리 하지 마
지안이, 지수, 지호 아무한테도
[잔잔한 음악]
먼저 나간다
어디 가시는데요?
볼일 있어
(미정) 지안아
엄마가
지은 죄가 너무 커서
너한테 여태 연락 한 번 못 했어
(미정) 오늘 네 생일이니까
(미정) 집에 와서
(미정) 생일 밥은 먹어줬으면 좋겠어
(지안) 아직은
가고 싶지 않아요
(미정) 지수야
(미정) 오늘이 너희들 생일이야
(미정) 네 진짜 생일은 아니지만
(미정) 널 보낼 때 제대로 인사도 못 해서
(미정) 오늘 한 번만 집에 와주면 안 되겠니?
(가족) 하나, 둘, 셋
[다 같이 박수 치고 웃는다]
- (태수) 좋아, 좋아, 좋아 - (다 같이) 축하해
(지수) 생일 축하해 야!
[다 같이 웃고 좋아한다]
지안이는 집에 가겠지?
좋겠네
그러게 찾던 지안이 와서
혁아
아, 어떡하지?
나 영화관 못 갈 것 같아
왜?
내가 저번에 얘기했지? 내 친구 명신이
방금 연락 와서 지금 나가는 길이야
내가 진짜 신세 많이 진 친구인데 오늘밖에 시간이 안 된대
그래?
할 수 없지 뭐
그거 예약하는데 어려웠다며?
누구 같이 갈 사람 없어?
글쎄?
나 저녁에 약속 있는데요
참
두 분 다 알겠습니다
미안해, 나중에 봐 수고하세요
참
[경쾌한 음악]
(지태) 오랜만에 나오니까 좋다
(수아) 아, 이게 얼마만이야
나 오늘 10개 탈 거다
그래, 기분 전환에는 놀이 기구가 최고지
내가 타자고 하는 거 다 탈 거지?
롤러코스터만 빼고
왜?
- 가자, 뭐 타러 갈래? - 저쪽으로
(수아) 자기야 이리 좀 와봐
(지태) 아, 만지지 마
아
(행인) 하나, 둘, 셋
아이 러브 유
(행인) 하나, 둘, 셋 브이
- (수아) 왜? - 아니야
(수아) 자기야, 우리 이번엔 바이킹에 도전해 볼까?
(지태) 바이킹?
(수아) 나랑 타면 하나도 안 무서워
바이킹은 너 위험하잖아
(수아) 지금 뭐야?
누구한테 위험하다는 건데?
어, 아니 말이 잘못 나왔어
나랑 같이 안 탈 거야?
알잖아, 진짜 저런 거 타기 싫어
(지태) 나랑 같이 탈 수 있는 거 타러 가자
오늘 내 스트레스 풀어주기로 했잖아, 응?
[모두 함성 지른다]
[문 열리는 소리]
- (혁) 메리 크리스마스 - [지수가 놀라며] 어? 아!
어, 웬 케이크?
- 어? -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드는 거야?
어, 그냥 겸사겸사
아, 오늘도 약속 있구나?
아닌데
(지수) 이건 그냥 만드는 거야
그래 그럼 나랑 영화 보러 갈래?
[경쾌한 음악]
영화?
겨울 왕국 재개봉해서 표를 샀는데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약속을 취소했어
겨울 왕국?
나 그 영화 완전 좋아하는데
잘됐네, 가자 그럼
어, 잠깐만, 이거 포장해서 냉장고 좀 넣어두고
[부드러운 음악]
여기 일반 영화관 아니네?
어, 영화 보면서 먹을 수도 있는 데야
[감탄하며] 와!
왜?
여기 꼭 와보고 싶은 데였거든
[웃으며] 왜 여기를 꼭 와보고 싶었는데?
어? 어...
그냥 먹으면서 영화 볼 수 있으니까
아휴, 다행이다
친구가 취소한 영화 보러 가자고 해서 좀 미안했는데
♪ 예뻐졌나봐 나 어떡해 ♪
[지수] 그 친구 누구야? 약속 취소해줘서 되게 고맙네
[즐거워하며] 허엄
[문 여는 소리]
[부드러운 배경 음악]
지안아!
명신아
[반가워하며] 어, 야!
어후, 정말!
야!
서지안, 너 진짜?
아, 미안해, 걱정시켜서
일단 앉자
응
아휴
우선 그동안 경과 보고 핵심 요약해서 빨리 말해
어디서 뭐 했는지, 나한테도 그렇고 부모님한테도 그렇고
왜 연락 한 통 안 했는지
그건 이따 술 마시면서 얘기하기로 하고
공무원 시험 합격 축하해
[지안이 웃으면서] 얼굴이 활짝 폈다
고마워
아휴, 진짜 세상이 막 달라보이더라
뭐야? 근데 얼굴은 너도 폈어
내가 뭐 언제 안 폈어?
뭐야? 서지안
왜 이렇게 멀쩡해?
아... 얘기가 길어
우선 이것부터 얘기해줘
아버지는 만났어?
응
아휴, 진짜 다행이다
내가 죄송해서
먼저 전화해서 너 왔냐고 여쭤보질 못하겠는 거야
왜?
아버님이 나한테 몇 번이나 전화 오고 찾아오셨는 줄 알아?
[한숨 쉰다]
그러셨구나
근데 너 아까 전화했을 때 집 아니라면서?
아버님이 서운해 하지는 않으셔?
속으로야 그러시겠지만
아버지도 내가 겪은 거 아니까
이해하시는 거 같았어
[로망스 기타 연주]
근데, 여기 다들 커플이 오는데
친구랑 오면 좀 오해받았겠다
응?
아, 남자 둘이 오면 좀 이상할 것 같아서
아...
여자였어
[발랄한 음악]
여자 사람 친구
아, 그렇구나
아, 여자 사람 친구
(혁) 그 자식이
걔도 먹으면서 영화 보고 싶다고 그랬거든
그러더니 남자 친구 만난다고 탁 깨고 가더라고
아, 남자 친구 있는 여자 사람 친구였구나
이제 안심이 돼?
그 친구 얘기는 나중에 해줄게, 다
어, 그래
고마워
근데 서지수
이제 은근히 말 잘 놓는다
뭐 하다 보니까 느는 것 같기도 하고
[작은 소리로] 뒤로 눕는 건 왜 안 되지?
왜 작동이 안 돼?
줘 봐
아니야, 괜찮아 할 수 있어
- 아니 내가 해줄게, 줘 봐 - (지수) 아니야, 괜찮아
(지수) 앗
[상큼한 음악]
아, 이게, 이걸 누르면 이렇게 되는구나
음, 작동 잘 되네
아, 뭐 먹을래?
피자도 있고 파니니도 있다
서지수가 좋아하는 밀가루로 만든 것들
기억력 좋다
후...
네가 목공서에서 디자인을 하다니
[웃으며]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아이, 디자인은 무슨 그냥 이것저것 하는 거야
(명신) 근데
괜찮은 게 더 신기한 거지
그치, 나도 내가 가끔 신기해
내 속에서 뭔가 꿈틀거릴 줄
진짜 생각도 못했는데
그 사람이 셰어 하우스에 들어와서 그런 거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뭘 모르는 척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코앞에서
(명신) 그것도 한 집에서 왔다갔다거리면
피가 막 끓지 안 끓겠어?
얼마 못 갈 사람이야
[경쾌한 배경 음악]
재벌이 집 나와서 셰어 하우스까지 들어올 정도면
너도 그 사람 마음
다시 생각해 줘야 되는 거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싫어 그럴 일 없어, 절대
그래서도 안 되고
역시 없군
내 이럴 줄 알았다
♪ 스치는 손끝에 ♪
(도경) 먼저 미역을 불린다
♪ 밤이 길어져 ♪
♪ 뒤척이는 하루의 끝에 ♪
(도경) 아! 아...
밴드를 붙이시지
♪ 마음에 ♪
괜찮으신 거죠?
♪ 떠오르는 ♪
네
♪ 그대 생각에 ♪
음식 만드는 데 화학 물질 들어간 밴드를 붙이고 할 수 있나?
♪ 내게 작은 빛을 비추는 ♪
♪ 너를 따라 ♪
♪ 걷는다면 어두운 밤이 ♪
음?
♪ 쓸쓸하지 않을 것 같아 ♪
♪ 내 사랑이 ♪
♪ 그대에게 ♪
♪ 닿을 수 있을까 ♪
♪ 네 손을 잡고 이 길을 ♪
♪ 걷고 싶어 ♪
♪ 이 마음을 ♪
[맛있어 하며] 으음
♪ 그대에게 ♪
♪ 말할 수 있을까 ♪
저 이거 한 그릇만 먹어도 될까요?
♪ 길고 긴 밤을 지나서 ♪
♪ 길어지는 마음의 끝에 ♪
♪ 스치는 손끝에 바람이 불면 ♪
하!
♪ 결국 너에게 닿기를 ♪
[꼬르륵 소리] 응?
응
- (혁) 아, 참, 서지수 - 어?
너 집이 어디야?
집? 집은 왜?
데려다 주려고 그러지
지금 주차장 가는 거잖아
아니야, 괜찮아, 나 택시 타고 가면 돼, 택시가 편해 진짜
아직 집을 안 알려주고 싶다?
아, 그게 아니라
어, 집안이 좀 엄해서
그렇구나
그래 그럼 택시 잡아줄게
[부드러운 음악]
(혁) 잘 도착했는지 연락줘
어
기사님, 잘 부탁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 (혁) 가 - 어
연락할게
(지수) 오늘 나한테 남자 친구처럼 막 그랬는데
뭐지?
아, 케이크
아, 할 수 없지 뭐
저 기사님
죄송한데 연남동으로 차 좀 돌려주세요
(기사) 예
[한숨 쉰다]
[잔잔한 음악]
[문 열리는 소리]
(미정) 그게 뭐예요?
응, 기타
기타인 줄 몰라요? 기타를 왜 가지고 들어오냐고요?
내가 칠려고
(미정) 당신 정말 왜 이래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건데?
[울먹이며] 내가 이렇게 차려놓고 있을 거 알잖아요, 당신
그럼 당신이라도 들어와 줘야죠
얘들 안 올 거 알았는데 뭐 하러 들어오나?
(미정) 그래요
[울먹이며] 내가 나쁜 년인데
나는 그렇게
그런 줄 알고 살았어요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고 남편 잘 만나면 잘 사는 거고
남편이 능력 없으면
죄 없이 고생하는 거고 그렇게 알고 살았어요
나는 당신
단단한 생활력 보고 결혼했어요
당신이 결혼할 때 그랬잖아
[울면서] 평생 고생 안 시킨다고
그 약속 못 지킨 건 미안하게 생각해
그래서가 아니에요
[울면서] 돈 없이 살아보니까 너무 힘들고
정말
나 잘 되자고 그런 거 아니에요
자식들 고생하는 게 너무 싫고 비참했어요
그만하지
지안이 때문에 눈 돌아갔지만
정말 지수가 내 딸 아니어서 보낸 것도 아니고
[큰소리로] 아, 그만하라고 좀!
뭘 알아달라는 거야?
이제 와서 당신 서러운 거까지 나보고 알아달라고?
아니, 나 싫어
아무도 안 올 생일상 뭐하러 차렸어?
당신 마음 알아달라고 차렸지?
왜 당신 마음만 알아줘야 해?
당신이 뭔데?
내가 분명히 얘기했지
나 당신 벌어 먹여 살리려고 태어난 거 아니라고
당신 보호자 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니야
[흐느끼면서] 이제 알아요 나도
엄마가 아무리 죽일 년이라도 이렇게 싹 외면하는 자식들
[오열하며] 내가 왜 그렇게 살았나 몰라
[미정이 오열한다]
[태수가 신음한다]
[밝은 배경 음악]
왜 내내 말이 없어?
어, 먹느라고
아닌데?
나한테 할 말 참는 얼굴인데
수아야
우리
아이 낳는 거 한번 생각해 보자
뭐?
(지태) 어이없는 거 알아, 근데
생각은 해볼 수 있는 거잖아
왜 생각을 해?
생겼으니까
(지태) 우리가 아이 갖지 않기로 했던 건 [잔잔한 음악]
생기지 않게 하기로 했던 거였어
[한숨 쉰다]
자기 왜 이렇게 충동적이야
아까 놀이 공원에서 애들 봐서 그런 거지?
너
병원에서 보내준 앱으로
아기 심장 소리
다시 들어봤어?
[큰소리로] 그걸 왜 들어? 뭐 하러 들어?
난 들어봤다
[아기 심장 소리]
[한숨 쉰다]
그걸 다시 듣는데
[한숨 쉰다]
[지안의 한숨 소리]
[기침 소리]
허, 이게 뭐야?
(원주) 지안 씨 왔어요?
아, 네
근데 이게 뭐예요?
이거요, 최도경 씨 작품이에요
네?
근데 도경 씨 좀 이상한 사람 같아요
아니 어디에 갈렸는지 여기가 시뻘건데
(원주) 쓰려서 펄펄거리면서
(원주) 그 손으로 미역 빨고 쌀 씻고 하더라니까요
도경이가 음식을 했다고?
이 미역국 두 시간 넘게 끓였다
(용국) 아이고, 야간에 택배 상하차 알바한다더니
그때 다친거구나
택배 상하차 알바요?
[잔잔한 음악]
[세탁기 버튼 소리]
[큰소리로] 야, 야!
아니, 뭘 했길래 이런 냄새가 나요?
아, 지안 씨 몰랐어요?
도경이 하루 두 탕 알바했어요
[혀 차며] 아이고 이거 소고기 사려고 그랬나 보네
(용국) 음...
[한숨 쉰다]
[한숨 쉰다]
사장님
어, 지수 씨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
아, 이거 드리려고요 저 방장님은요?
아, 벽지 공사가 끝날 때가 됐다고 해서 혁이랑 보러 갔어요
- 아... - (희) 근데 웬 케이크예요?
아... 누구 생일이어서 만들었는데 못 주게 돼서요
저기 그 언니 아는 동생분이랑 같이 드세요
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커피 한 잔 줄까요?
아니요, 늦어서 집에 가봐야 해요
안녕히 계세요
[놀라며] 어?
[긴장된 음악]
우와
완전 똑같은데
[오르골 소리]
[오르골 소리]
그거
혁이 고등학교 목공반 때 만든 거예요
목공반요?
실장님 고등학교 때 목공반 나왔어요?
어느 고등학교 다녔는데요?
은동 고등학교요
[긴장된 음악]
누구야?
(지안) 목공반 혁이
(지수) 너희 학교 짱이었던 애?
(지수) 지안이었구나
(혁) 나한테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혁) 나는
좋아하는 여자 있습니다
[흥분해서] 최도경 씨
[놀라며] 어?
거기서 뭐 해요?
너 왜 그쪽에서 와?
밥은 먹었어요?
넌?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아, 그래?
나도 먹었어
먹었다고?
- 응 - 어디서요?
아휴, 뭘 그런 걸 물어?
그럼 셰어 하우스에 끓여 있는 미역국은 뭔데?
셰어 하우스에서 오는 거야?
[울컥하며] 이게 뭐예요? 여기 왜 이런데?
[부드러운 음악]
생일 축하한다
서지안
케이스는
이거 사려고 야간에도 일했어요?
낮에 알바비로는
도저히 이 목걸이 값이 안 나오더라
어, 며칠 안 남았네
너한테 딱 어울리겠더라고
아무것도 안 한다면서요
[울먹이며] 나 신경 쓸 겨를 없다면서 나 귀찮게 안 한다면서요?
생일이잖아
[흥분하며] 내 생일이 최도경 씨와 무슨 상관인데?
그냥 좀 받아주면 안 돼?
내가 이거 받을 거 같아요?
이거 그렇게 비싼 거 아니야
치사하다, 이왕 산 거 어쩌라고?
제발 하지 마요
[울먹이며] 돌아가라고, 제발!
이렇게 살 사람 아니잖아요
어떻게 살지는 이제 내가 결정해
너 왜 그렇게 신경 쓰는데?
내 선택이니 신경 쓰지 말라는데
[울먹이며] 신경 쓰이게 하잖아요
신경 쓰이고 짜증 나고 마음 아프게 하잖아
[큰소리로] 사람 미치게 하잖아요
그거
나...
좋아한다는 말로 들린다?
어
뭐?
맞다고
최도경 씨 말 맞다고
이미 알잖아, 몰라?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부드러운 음악]
지안아
당신 좋아
좋아해, 좋아한다고
지안아
근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쓰냐고? 이 거지 같은 자식아!
[흐느낀다]
♪ 바람이 불어와 ♪
♪ 내 곁에 다가와 ♪
♪ 조금씩 얼어붙은 내 마음을 ♪
♪ 따뜻하게 감싸주네 ♪
♪ 의미 없이 늘 지나가던 ♪
♪ 평범한 나의 하루에 다가와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