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39
저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상상 암입니다
[심각한 음악]
상상 암이라면?
'암을 상상한다' 할 때 그 상상요?
네, 상상 임신이라고 들어 보셨죠?
네, 아이를 너무 갖고 싶으면
상상으로 임신해서 배도 불러 온다고요
네, 서태수 씨가 그런 경우 같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시작된 거 같아요
저 아무리 그래도 토하고 토혈까지 하셨다는데
저 상상 암이면
실제 그런 증상까지 나타나는 겁니까?
죽고 싶을 만큼 힘든 마음이면
밥을 제때 드셨겠어요? 잠을 제대로 주무셨겠어요?
(의사) 뭐 위염도 스트레스성 위염이 있는데
염증 증상에다가 영양실조까지 왔으니
위암으로 보이는 증상까지 간 거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상상에서 나오는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
저, 그럼 죽고 싶어서 암을...
(지태) 만들어냈다는 말씀인가요?
(의사) 아버님 같은 경우에는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러면 애들 아버지 죽는 건 아니죠?
하...
큰누나!
[문 닫히는 소리] (지태) 내버려 둬
저 선생님 그럼 저희 아버지께
암이 아니라고 말씀드리면 그 증상은 안 나타나게 되나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요
이 정도면 우울증도 심하실 겁니다
아니 우울증이요?
일단 신경 정신과에 연계해 드릴게요
우리나라 아버지들
속 얘기 속 마음 털어놓고 사는 사람 몇이나 되겠습니까?
[차분한 음악]
[흐느낀다]
[오열한다]
가족이 뭐 꼭 함께 살아야 가족이냐
각자 그냥 형편 따라 살면 되는 거야
[오열한다]
1기든 2기든 3기든 치료 안 받는다
사는 건 내가 선택 못 했지만
죽는 건 내가 할 거야
[오열한다]
♪ 운명이 나를 누를 때 ♪
[전화 발신음]
♪ 세상에 치여 힘들 때 ♪
[전화 종료음]
♪ 높은 언덕에 숨이 차 오를 때 ♪
누나 아직도 울어?
아버지 암 아니라는데 왜 울어?
(지호) 좋아서 울어?
마음 아파서 그래?
[울면서] 알겠어서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 알겠어서
마음이 너무 아파
충격이지
[지안이 훌쩍인다]
하...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암을 만들어 내셨을까?
♪ 나지막한 목소리 ♪
근데 아버지는 어디 가 계신 거야?
아, 빨리 전화 하자
[전화 발신음]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이후...
아버지 아직도 전화 꺼 놓았어
(지호) 어떡해? 어떻게 하지?
아니 아버지 어디서 찾아?
일단 집으로 가자
(선태) 아휴
(소장) 아이고
(혁) 저희 왔어요, 소장님
(소장) 어어 빨리 와, 이거 선우 실장
저 이거 포장 코너로 좀 가져가고
이 대표는 이 쓰레기 좀 치워줘
- 아니 포장은 왜요? - (소장) 어
포장 김 씨 아저씨가 갑자기 오늘부터 안 나온다고 연락이 왔거든
서지안 자리 비는 게 티가 아주 크게 난다
(소장) 응? 속도 빠른 사람이 없어지니까
선태하고 나하고는 재단만 하기도 버거워
저...
- 형님이 좀 하셔야겠어요 - 어?
나 먼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나보고 하라고? 그것도 혼자?
알바 사이트에 급 구함 올려놓았어요
저...
오늘이 첫 데이트라서
으이그
부탁해요
(지태) 전화해 보니까
아버지 물류 센터 그만 두신 지 2년 되셨대요
2년? 그럼 2년 동안 일당 일을 다니신 거야?
2년 동안 어떻게 월급을 맞춰서 갔다 주신 거지?
60 되신 분들은 다 일괄 해고했고
이후로는 연락하시는 분이 없다는데 어떡하냐?
어디 가신지 찾을 수가 없네
핸드폰 계속 꺼 놓으면 어떡하니? 아버지 못 찾으면 어떡하니?
찾을 수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
어떻게 찾아?
우리가 아버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
아버지는 한 번은 핸드폰을 꼭 켜실 거야
우리가 걱정할 거 아니까
아빠 아예 핸드폰까지 버렸으면?
[잔잔한 음악]
(미정) 아휴, 지태 아버지 아휴 어떡해...
아니야, 절대 아니야
어떻게 알아?
아버지는 이미 가족들 다 피해서
혼자 계시다 돌아가실 결심하셨는데
아버지니까
아빠가 우리를 떠난 게 아니라
우리가 아빠를 필요 없어 한다고 생각해서 떠난 거야
검사 결과 나오면 당연히 우리가 연락할 거 아시니까
확인은 하실 거야
그리고 아빠도 검사 결과 궁금할 수도 있고
큰누나 진짜 걱정 안 하는 얼굴인데?
찾으면 되니까
아빠가 아픈 게 아니라는 거 알았는데 뭐가 걱정이야?
우리는 시간을 번 거잖아
[한숨 쉰다]
(태수) 하고 싶은 것 연주곡 3개 완벽하게 치기
(태수) 부모님 산소에서 독주회하기
(태수) 영화관에서 영화 보기 학교들 가보기
(태수) 먹고 싶은 것 곤드레 밥
(태수) 메밀 부꾸미, 올챙이 국수
(태수) 엄마, 아버지 중국집 주교동 불고기
[새가 지저귀는 소리]
(지태) 이제 와서 디자인 학원 다녀서 괜찮겠어?
이제라도 다니게 된 게 어딘데?
되게 재미있어
전공도 아니고
학원 다녀서 대기업 취업은 어려울 텐데
나 그런 생각으로 디자인 배우는 거 아니야 오빠
대기업 취업할 생각도 없어 이제
(지안) 그냥 디자인하고 만들고 그러는 게
생각보다 되게 재밌더라고
야, 인마, 네가 지금 재미 찾을 나이는 아니잖아
오빠...
나 집에 안 오고 사라졌을 때
죽으러 산에 갔었어
뭐?
[부드러운 음악]
지안아
(지안) 사람이 죽을 때
죽는 순간에 지나 온 인생이 쫙 보인다고 그러잖아
진짜 그랬어
근데 후회만 되는 거야
내가 왜 그렇게 살았을까?
뭘 위해서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했나?
(지안) 왜 내 인생에 청춘의 몇 년을
그 고통 속에서 살았나?
그게 내 뜻대로 안 되니까
항상 마음에 화를 품고 마음을 닫고 살았어
엄마, 아빠한테도
모든 사람한테 미안했어
죽어가는 순간에
모든 사람한테 미안하고 후회만 남는 거면
내가 인생을 잘못 산 거잖아
그랬구나
난 생각도 못 했어
아버지가 너 찾아다니시는 거 알았는데
네가 워낙 씩씩하게 잘 버티던 애니까
미안하다, 지안아
오빠 마음 아프게 하려고 한 이야기 아니야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니까 말한 거야
(지안) 오빠 다시 봤을 때
나 너무 반가웠어
그래서
이제 내가 마음 편한 일을 하는 게 제일 후회가 없겠구나
깨달은 거지
(지안)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더라고
아빠만 해도 그렇잖아
우리 엄마, 아빠가 돌아가실 거 생각해 봤어?
심장이 덜컥했지
오빠, 세상에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많더라
다른 길도 많고
[경쾌한 레스토랑 배경 음악]
추운데 괜히 찬 음식 먹자고 했나?
잘 못먹네
아, 아니야 맛있는데
좀 신경 쓰이니까 막 먹기가 좀
그건 나도 좀 그래
첫 데이트에 첫 식사니까
아, 그럼 그만 먹어도 돼
내가 하고 싶은 거에 먹는 게 또 포함돼 있거든
뭘 하고 싶은 건데 먹는 게 포함이야?
또 씨네 앤 셰프?
아니, 사람 많은 데 걷는 거
홍대나 가로수길 경리단길 그런 데
그런 데 걸어 보고 싶었어
길거리 간식 사먹고 그러면서
[부끄러워하며 웃는다]
하, 치
왜?
귀여워서
뭐야? 왜 그래, 치 [부드러운 음악]
전에 못되게 굴어서 미안했다
처음에 내가 널 오해한 부분이 있었어
응? 무슨 오해?
우리 누나 너도 알지?
지금은 형님 만나서 밝아졌지만
그전에 되게 움츠리고 살았던 거
응
(혁) 과거에 큰 상처가 있어서 오래 웅크리고 살았어
누나의 그런 무기력한 모습이
아주 속상하고 싫었거든
누나를 이해 못 했던 거지
그래서 치과에서 자기 전공인데 실수하는
네 첫인상을 오해했어
그러니 바로 말도 못 하고
쫓아다니기만 하는 네 모습이
답답해 보였고
음, 그랬구나 선우 실장은 당당하고
좋은 영향 주는
그러니까 똑똑한 여자 스타일을 좋아했었지
누구? 내 첫사랑?
어?
그때는 내가 방황했던 고등학생 때니까
누구한테 영향받았는지가 중요한 시기였지
지금은 성인이야
음...
근데
그래도 난 왜 좋아?
뭐가 좋아?
사람이 사람 좋아지는데 이유가 있나?
그래도 난 싫어했던 사람이잖아
음, 오해가 풀리면서 싫어했던 거는 미안해졌고
아...
네 레시피 노트를 우연히 봤거든
카페에 놓고 갔을 때 잠깐
어? 내 레시피 노트를 봤구나 [경쾌한 음악]
(혁) 이렇게 꿈도 있는 친구였구나 새롭게 알게 됐고
떠나는 누나 잡을 때
너 미친 듯이 뛰어오다가 넘어졌는데
아픈 것도 모르더라고
그때 감동이랄까?
찡하기도 하고
참 정이 많은 사람이구나 그러다가
음, 그러다가?
그러다가 어느 순간 좋아진 거지
무슨 또 이유가 필요해? 너란 사람이 그냥 좋은 거지 인마
나란 사람, 그냥?
그냥 너라서 좋은 거야
왜 그래?
오랜만이어서
그냥 나라서 좋다는 말
[살짝 더듬으며] 참, 참 반가운 말이라서
[아픈 듯 신음하며] 아, 아...
가자! 마지막 날이니까 삼겹살 사줄게
삼겹살요?
기름기 많은 거는 몸에 안 좋다고 안 드시잖아요?
그럼 이 돈 받아 한우 사주랴?
한우 좋은데
많이 드십시오
유비도 많이 먹어
예
(유 비서) 아, 근데 부사장님 대단하십니다
얼음 공장 하루하고 그만두실 줄 알았는데
일당이 세잖아
[한숨 쉬며] 이제 그만 들어가십시오
(유 비서) 서지안 씨는 나중에도 기회가 있을 거 아닙니까?
일단 살고 보셔야지
이렇게 하루 버는 알바하시면서 언제까지 계실 겁니까?
이제 서지안하고 상관없어
예?
할아버지하고 나의 싸움이 됐거든
칼도 못 휘두르게 하고 백기 투항하라 하시는 건데
그렇게 들어가서는 내가 못 살 것 같다
회장님을 어떻게 당하시려고요?
할아버지 해성 그룹하고 조금도 엮이지 않고 자립해야지
길거리 리어카 장사부터 시작을 해서라도
부사장님 원점이네요 몇 주 동안 생고생하시고
그러게 말이다 근데 이 고생이 나쁘지 않은 게
나는 이제야 내가 세상에 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소리 내어 웃는다]
- 먹어! - (유 비서) 예, 드십시오
♪ High high high high ya Feel so yeah yeah yeah yeah ♪
♪ 기분이 너무 좋아서 so good so good ♪
♪ 너의 향기가 나 ♪
♪ 날 감싸 안아 주어서 ♪
♪ 사근사근 속삭이는 너의 말투 날 간질여 힐끔힐끔 ♪
왜?
아, 아니야 어, 우리 저거 먹자
치, 가자 [함께 웃는다]
♪ 코끝에 스친 네 향기에 설레 ♪
♪ High high high high ya Feel so yeah yeah yeah ♪
[놀라면서] 어?
왜?
어?
♪ 너의 향기가 나 나를 감싸 안아 주어서 ♪
- (혁) 왼쪽, 왼쪽? - (지수) 오른쪽, 오른쪽
(지수) 가, 가
갈게, 갈게
어, 어
♪ 예쁨 받아 예뻐졌나 봐 나 어떡해 ♪
뽑았다, 야! [같이 신나서 소리친다]
자!
하, 고마워
쉽네
[웃으면서] 너무 마음에 들어
(혁) 집이 어디야?
오늘은 바래다 줘야지
[놀라면서] 어, 아니야
선우 실장 차도 안 가지고 왔잖아 택시 타고 가면 돼
혹시 출생의 비밀 있는 거 아니야?
(혁) 알고 보니 집이 궁전이라던가
겨울 왕국 엘사의 성 같은 데인가?
아, 아니야 그런거
부모님이 좀 엄하셔서 그래 오늘 좀 늦었잖아
다음에는 차 가지고 와야겠다
[혁이 웃는다]
택시 온다
오늘은 도착해서 연락 꼭 하기다
음, 연락할게 오늘 너무 즐거웠어, 안녕
(혁) 31에 3985
31에 3985
부모님이 많이 엄하신가?
[한숨 쉰다]
[용국이 웃는다]
어디서 징한 알바하고 들어오는 폼인데?
얼음 공장!
다행히 오늘이 마지막
새 사업 아이템은?
아직
아직도 해성 그룹 최도경 수준으로 사업 아이템 찾는 건 아니고?
그게 무슨 말이야?
33년 묵은 때가 하루아침에 벗겨지는 게 아니거든
그 눈높이 좀 낮추라고
충고 고맙다
근데 나 충고해 주려고 기다린 거야?
아니
알바 계속할 거면 목공소에서 며칠 하라고
거기서 내가 무슨 일 할 수 있는데?
포장 담당 직원이 관둔데다가
지안 씨까지 집안일 때문에 며칠 바빠가지고
일이 밀렸거든
지안이 왜 바쁜데? 집에 무슨 일 있대?
자세한 건 잘 모르겠는데
아버님이 편찮으신 것 같더라고
지안이 아버님이?
[잔잔한 음악]
(도경) 어! 괜찮으세요?
어디가 어떻게 편찮으신데?
정확한 건 몰라 오늘 결과 들으러 병원 갔거든
그만 하자, 그럼
(도경) 서지안
무슨 상관인데?
열이 높든 말든 열이 높아서 죽든 말든
상관 말아야지 상관없는 사람인데
[한숨 쉰다]
(지안) 선우혁!
지안아, 아버님 어떠셔? 어떻게 됐어?
우리 아빠 괜찮으시대
괜찮으셔? 쓰러지셨다면서?
음, 어쨌든 괜찮으셔
그래서 기분 좋구나?
어, 엄청
근데 너 어디서 오는 거야?
너 한숨 돌렸으니까 이제 나도 얘기해도 되겠다
음, 뭔데?
(혁) 나 빵집 친구랑 사귀기로 했어
진짜?
지금 데이트하고 오는 길이야
그럼 혹시...
들어가서 얘기하자
지안아, 나 먼저 들어갈게
[문 닫히는 소리]
무슨 일이에요?
아버지는 어떠시니?
어떠시냐고?
그걸 어떻게?
괜찮으세요
쓰러지셨다면서 그런데 괜찮으셔?
쓰러지시긴 하셨는데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에요
그거 물어보려고 나왔어요?
너한테 나는 정말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거니?
너, 나 좋아하잖아 근데 그게 그렇게 돼?
좋아하는 거 따로 마음은 말뿐이냐고?
그게 돼? 마음 따로 몸 따로가 돼? 그게 어떻게 돼?
[슬픈 음악]
(도경) 너, 내 간호는 왜 했어?
내가 불쌍해 보였어?
그래서 아버지 쓰러지셨는데 나한테 한마디 안 하고 나 간호했어?
너 힘든 거 남들은 다 알고 나만 모르게
힘든다는 말 한마디 못 하니 나한테는?
다른 사람들한테도 힘들다고 한 적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잖아
적어도 너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는
최도경 씨
선우혁은 왜 알아?
친구니까 알겠지 그럼 용국이는 왜 알아?
우리 보스잖아요
나 그 사람 직원이에요
근무 시간에 나가려면 보고하는 게 당연한 거고
사유 보고 없이 조퇴할 수 없잖아요
[한숨 쉰다]
너하고 나 사이는 동질감이
연결 고리가 없다는 거야?
없죠
우리 정리 끝난 거 아니었어요?
최도경 씨 스스로
그만 두겠다고 했잖아요
네가 비겁하게 구니까
뭐라고요?
서지안 너 아주 비겁해
말하고 행동이 따로 놀잖아!
그래서 말했잖아요
좋아하는 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거고
그 이상은 무엇도 같이 할 생각 없다고 했잖아요
나는 이러는 게 쉬운 줄...
알았다, 알았어
거기까지, 거기까지만 하자
[한숨 쉰다]
나도...
힘들어요 이러는 거
[한숨 쉰다]
[한숨 내뱉는다]
[괴로운 듯] 아...
(도경) 너한테 나는 정말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거니?
(혁) 나 빵집 친구랑 사귀기로 했어
[발랄한 음악]
(혁) 잘 자
[메시지 수신음]
(지수) 응, 선우 실장도
[메세지 수신음]
(혁) 남자 친구한테 선우 실장이 뭐냐?
[메시지 수신음] (지수) 그럼 뭐라고 불러?
[메시지 수신음] (혁) 음, 선우 실장 빼고 다 좋아
[메시지 수신음] (지수) 잘 자, 혁...아
[메시지 수신음] (혁) 잘 자, 지수야
[신나서 소리 지른다]
[전화 수신음]
[헛기침한다]
여보세요
(지안) 혹시 내일 점심 때 시간 괜찮니?
어
[울면서 한숨 쉰다]
[한숨 쉰다]
[무거운 음악]
[한숨 쉰다]
033이면 강원도 지역 번호거든
고향에는 아무도 없는데
어디에 전화를 걸었을까?
내일 제가 아버지 고향 마을 회관이나
이장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그래 줄래?
예, 이제 주무세요
그런데 너희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니?
[놀라며] 예?
수아, 혹시 나 때문에 집안 공기 불편해서
아, 아니에요
학습지 출판사가 교재 낼 때 한 달씩도 장기 연수할 때 있어요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수아한테는 아버지 얘기는 하지도 마, 부담스러울 거야
[한숨 쉰다]
(지수) 방장님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응, 조수 잠깐만
저, 내일부터 7시까지 출근이야
7시요?
응, 이제 내가 가장이잖아
빵 수량 좀 늘려가지고 돈 좀 벌어야지
조수도 기초 반죽은 어느 정도 마스터했으니까
본격 실습이야
- 아! - (남구) 나올 수 있지?
[웃으면서] 아, 예, 그럼요, 그럼요!
(남구) 아이고
- 어? - (희) 어휴
(지수) 오셨어요?
아휴, 왜 뛰어와? 넘어지면 어쩌려고
남구 씨 배고플까 봐
와, 오늘 점심 메뉴는 뭔데요?
아,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이랑 미소 된장국
(희) 어제 티비 보는데 남구 씨가 맛있겠다 그러더라고
(남구) 아이고, 내가 무슨 말을 못 하겠다니깐 정말
맨날 컵라면만 먹다가
지금 난리가 났어요 뱃속이 주인님 왜 이러세요
당황스러워요 정말
어유, 이이는
나도 언니한테 요리 배우고 싶다
지수 씨 50분 안에는 올 수 있죠?
그럼요 제가 와야 두 분이 동네 한 바퀴 점심 산책하시죠
다녀오겠습니다
(남구) 이 아보카도는 내가 깎을게
그래 줄래요?
당연하지, 이 딱딱한 걸, 응?
이 여리고 고운 이 손으로 어떻게 깎겠어?
응? 쪽
아이, 왜 이래!
[둘이 행복하게 웃는다]
(수강생 1) 이거 공모전 출품용으로는 좀 약한가?
(수강생 2) 그냥 그래
머리에 아이디어 번개 한 번 쳤으면 좋겠다
그쪽도 공모전 준비하세요?
아, 아니요
저는 초보고 학원 다닌 지도 얼마 안 되었어요
(수강생 3) 이거 아이디어 공모전이어서
초보자 상관없어요
오...
그럼 구경해 봐도 돼요?
보세요
(지안) 감사합니다
마을 회관이죠?
저 잠깐 말씀 좀 여쭤보겠습니다 어르신
[잔잔한 카페 음악]
혁이한테 들었어
둘이 사귀기로 했다면서?
어
(지안) 진작부터 너 좋아하는 티 나더라
(지안) 근데
네가 아직 혁이한테 우리 사이 말 안 한 거 같아서 보자고 했어
혁이가 아직 모르는 것 같아서
어, 아직 말 안 했어
그 얘기를 꼭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해야지 사귀는 사이 됐으면
말하기 힘들겠지만
우리 사이는
네가 '내 동생이었다'라고만 하면 혁이가 다 알 거야
상황을 다 알거든
(지안) 어, 너랑 나랑 있었던 일
그런 건 전혀 모르고 핵심만 알아
근데
네가 해성 그룹 딸인건
네 입으로 직접 말해야 할 것 같아
그 이야기를 꼭 해야 해?
우리 이제 한 번 만났는데
보통 사람들이 사귈 때
부모님 직업 얘기하진 않잖아
보통 사람은 그렇지만
너는 아니잖아
[부드러운 음악]
조금만 있다가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내가 마음 정리돼서 말하게 되면
그때 너한테 이야기할게
알았어
일하러 가야 해서 일어날게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
다녀왔습니다
(용국) 도경아, 점심 먹자
어, 지안 씨
투자를 다 막았다고요?
(용국) 도경이 할아버지가 손을 싹 다 쓰셨대요
[한숨 쉰다] [차분한 음악]
투자 거의 받게 됐다고 좋아했는데
화나요?
인간적으로 화나죠
이런저런 예상은 했는데
상상 이상이죠?
근데 더 상상 이상인 건
그게 도경이의 오기를 건드렸어요
이대로는 절대 안 들어간답니다
안 들어간다고요?
아주 굳건하네요
알죠? 우리 알바 급한 거?
(용국) 그래서 겸사겸사 며칠 여기서 일하는 거니까
지안 씨 좀 불편해도 이해해줘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잔잔한 음악]
(지안) 오빠 자존심 알지만 못 이길 분들이잖아요
알면서 왜 부질없이 이러고 있어요
그냥 자기 운명대로
오빠 운명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오빠 할아버님이잖아요
그만해!
너는 생각이 있고
나는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나?
(도경) 너는 명확하게 네가 어디서 행복할 줄 안다며?
그래서 나는 필요 없다며 그런데 왜 나는
내가 느끼는 거 인정 안 하고 들어가라고 해? 네가 뭔데?
너무 무모한 것 같아서 그래요
자존심이 뭐든 이루게 해주진 않으니까
그건 내 사정이야
그래 나 언젠가 들어갈 거야
(도경) 내 길인 거 알아 해성 후계자?
안 버려
그런데
할아버지가 시키는 부품처럼 살기 싫어
처음에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너한테 한 달이라고 말했어
그럴 수 있을 줄 알았어
지금은
1년이 지나도 못 하면 어떡하지?
그런 두려움도 생겨
그러니까
나는 늘 배부른 사람처럼 이야기하지 마
알았어요
주제 넘어서 미안해요
[목재 옮기고 종이 넘기는 소리]
(지호) 아, 손님 꽉 찼어
참... [발랄한 음악]
꽉 차봤자 이렇게 좁은 가게에서 무슨 돈을 벌어?
너 가라, 경제 사이즈가 달라서 못 놀겠다
어차피 가게 인수하면 놀아 줄 시간도 없지만
야! 무슨 소리야? 알바 쓰고 나랑 놀아 줘야지
내가 왜 알바까지 써가면서 너랑 놀아주냐?
그 알바의 알바비를 내가 주면 되잖아
나 유학 가기 전 까지는 나랑 놀아줘
사장이 가게 비우면
그 가게는 망하는 거야
안 돼
참! 진짜 치사하네
너 지난번에 내가 너 끌고 고시원까지 데려다 준 거 잊었어?
음, 그거 한 번은 갚아 준다
나 내일 본 계약하면 여기서 무보수로 알바할 거야
한 번? 아이고 됐다 됐어
(음식점 사장) 저기요
저번부터 자꾸 가게 앞을 어정거리는데 뭐 살 거예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제가 여기 차기 점주입니다
(지호) 아, 본 계약은 내일 하기로 한
에? 아이, 그게 무슨 저 벌써 이 가게 팔았는데요
- 네? - 네? [황당한 효과음]
[다들 항의하며 시끄럽다] [경쾌한 음악]
(서현) 어떡해? 너 사기당한 건가 봐
[많은 사람들이 큰소리로 항의하며 싸운다]
[기운 없이] 아, 말도 안 돼
(경찰관) 신고받고 왔습니다!
(서현) 너도 빨리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소리 지르며] 아, 아 내 5백만 원!
야, 야 신데렐라, 이것 좀 봐 봐 이게 계약서, 이게...
[전화 수신음]
(서현) 이거 법적 효력 있는 거 맞아?
아이씨...
[전화 수신음]
[기계 작동 소리]
소장님! 오늘 주문서 더 없죠? 저 다 했어요
손에 모터 달았어?
없어, 퇴근해도 돼
네!
내일 봬요 - (소장) 가
[어이없다는 듯] 하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예! 아버지
아버지
목공소에서 지안이랑 일도 같이 하는 거냐?
네?
[잔잔한 카페 음악]
아버지
어떻게... 어머니가 뒷조사를 다 하신 건가요?
어머니는 아직인 모양이다
네?
(재성) 너 나가던 날 네 차에서 내가 빼놓은 거야
[긴장된 음악]
블랙 박스?
- 그럼? - 재미있는 그림들이 많더구나
장소라까지
[한숨 쉰다]
나만 봤고 너한테 돌려주는 거야
그럼?
아버지만 알고 계셨던 거예요?
그래서 말하는 건데 도경아
지안이 포기하고 들어와라
아버지
넌 절대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지안이처럼 평범한 서민 출신으로
네 어머니하고 결혼해서
34년을 살아온 내가 내린 결론이야
나처럼 살게 될 거다 지안이도
그 말씀은?
사랑이 모든 걸 이겨낸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나도
순수하고 순진했지
(재성) 나만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만 해성 그룹 아니
네 할아버지와 어머니한테 맞춰서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
어리석었고 단순했지
당황스럽네요
아버지가 그렇게 힘들어하시는 모습 못 봬서
[껄껄 웃는다]
지안이는 너한테 보일 것 같으냐?
(재성) 이미 저지르고 나갔으니
잠시 잠깐 너 하고 싶은 대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예상대로 할아버지한테 지더구나
아직 진 거는 아닙니다
맨손으로 그룹까지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야
넌, 할아버지 해성을 절대 못 이긴다
그 충고해 주러 왔어
[한숨 쉰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지안) 아빠!
[잔잔한 음악]
(지안) 여기 있으면 우리가 모를 줄 알았어요?
아우, 공기 죽인다
[더듬으며] 아, 아니 너희들이 여기를 어떻게 알고?
아버지 계신 데가 살 만한 데인지는 한번 봐야죠
지호야! 방 따뜻한가 봐 봐
어
아, 여길 어떻게 알았냐고?
여기 우리 친할아버지 집이었잖아요
아빠 상상력 부족이야
(지태) 응급 환자라 조직 검사 결과는 내일 5시에 알 수 있대요
바닥은 따뜻한데
너무 아무것도 없다
[한숨 쉰다]
큰누나
(태수) 야, 찬기 들어가, 문 닫아 빨리
어, 지호야 얼른 방문 닫아
(지호) 어
그릇 가지고 와
어
(태수) 야, 놔둬 내가 할 거야, 가만있어, 놔둬!
[지호가 힘 쓰는 소리]
잘 계신 거 봤으니까 저희 갈게요
(지호) 5분만 걸으면 읍내 가는 버스는 다니던데
예전에는 없었다고 그러던데 큰누나가
아빠 갈게요 내일 출근해야 해서요
음, 그래
쉬고 계세요
와줬네
수술받는데 같이 들어가려고 온 거 아니야
이혼하자고?
알았어, 해줄게
[슬픈 음악]
(지태) 대신
아이 낳아줘 낳고 나서 이혼해 줄게
서지태!
너한테 키우라고 안 해
내가 키울 거야
[한숨 쉰다]
신고한다!
그거 불법인 거 알지?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따져 봤는데
우리 결혼식 전에 사고 쳐서 생긴 아이더라
너도 알지?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들 행동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지라는 거야
너는 아이를 낳는 게 그거고
난 우리 아이를 키우는 거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네 인생까지 망칠 생각 없어
너, 초라하지 않게 살아
우리 회사 육아 휴직 있어
그거 1년 쓰고
청주 지점 바로 옆에 유아원 있더라고
거기로 발령 신청할 거야
너는 아이 낳을 때 2달 정도만 휴직하면
계속 회사 다닐 수 있을 거야
지태 씨!
(지태) 타! 그러니까
주소 찍어 두셨죠? 거기로 가주세요
서지태
아무 말 하지 마
들어가
이건
(지태) 네가 뜯어보고 버리든 말든 해
아버지가 너 주신 거니까
나냐 아기냐
둘 중에서 아기를 선택했다는 거야?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들었어 네가
들어가
들어가는 거 보고 갈 거야
[한숨 쉰다]
[한숨 쉰다]
(지호) 큰누나, 아버지 벽보 봤지?
[부드러운 음악]
요양 병원까지 알아봤어
진짜 혼자서 돌아가실 생각한 거잖아
아... [훌쩍인다]
방에 서랍장 하나 놔 드려야겠어
근데, 누나 생각대로 하길 잘했어
아버지가 꼼짝 못 하시는데
상상 암이라는 말씀을 안 드리면 어때?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 위암이 아니라는 게 아빠한테 뭐가 중요해?
아빠는 죽고 싶은 사람인데 상처가 그대로잖아
그러네, 의사가 심리 치료 필요하다고 했어
아빠 말을 조합해 보면
'우리 모두는 당신이 필요 없어요'
그런 거잖아
엄마는 행동으로 했고
우리도
[한숨 쉬며] 내가 제일 심했지
근데 이것도 걱정이긴 해
지금 아빠한테 아빠 위암 아니에요 스트레스성 위궤양인가 봐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아빠 무안해서 어떡해?
어떻게 집에 와?
그럼 위암 말기로 아시는 채로 그냥 두자는 얘기야?
오빠, 아빠 사업 망하기 전에
우리가 어떻게 아빠 대했는지 기억나?
나한테 아빠는 늘 슈퍼맨 같았어
꼭 용돈 달라는 때가 아니라도
'아빠, 나 운동화 끈 좀 매줘'
'나 내일 시험 기간인데 졸려 옆에 있어 줘'
난 매주 아버지하고
목욕탕도 가고 등산도 다니고 그랬거든
여자 친구 얘기도 하고
재수 없는 선임 얘기도 하고
아버지가 그러시더라
아버지 사업 망한 후로는
내가 아버지하고 눈도 안 마주쳤다고
그랬거든
'아버지 힘드시죠?'
한 마디를 안 했어
사업하실 땐 저녁마다 했던 거 같은데
근데 난 아빠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인 줄 알았어
맨날 허허거려서
쌓였던 게 내 문제로 터지신 거니까
난 아빠 이대로는 못 두겠어
가족한테 받은 배신감이 암을 상상하게 만든 거라면
그 배신감이 없어져야 증상도 없어질 거 아니야
아버지 스스로 아시게 하자는 거야?
그래서 5백만 원 날렸다는 거야?
그러니까, 아빠가 조언해 준 게 맞았다는 게
내가 너무 한심하다니까
5백만 원은 수업료 냈다 치고 잊고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장사를 하고 싶은데 아이템만 찾으면
아빠가 시킨 대로 그 업종에서 1년 동안 취직할 생각도 있어
근데 아이템이 참...
장사가 너한테 맞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해봐야 알지 그건
해보면 되지 바보야! 플리 마켓 같은 데서
플리 마켓?
오늘 밤에 바로 가서 플리 마켓 장소 알아보고 연락할게
귀고리는 누나가 만들어 놓을게
2, 3일 사이에도 만들 수 있어?
오늘 밤에도 만들 수 있어, 10개는 넌 옷이나 잘 구해
아, 그건 걱정하지 마 후원받을 데가 딱 생각났어
오!
새벽에 나간다고?
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빵 만들 때 보조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아침 식사는 같이 못 할 것 같아요
그럴 필요 없어 이제 그 빵집 그만둬
[놀라며] 네?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너 유학 갈 학교 정해졌다
24시간 전담할 가드도 구해졌고
빵은 유학 가서 배워
[놀라서 더듬으며] 유학이라니요?
전문대 나온 학벌로 계속 살 수는 없지 않겠니?
프랑스에서 파티시에 과정 밟고 오면
우리 F&B에 베이커리 론칭해 줄게
그런 말씀 안 하셨잖아요
그리고 묻지도 않으셨잖아요
도경이도, 서현이도 진로는 다 우리가 정해준 거야
전 싫어요, 유학
제가 왜 유학을 가요?
지수야
저 분명히 말씀드리는데요 전 유학 가기 싫어요
정말 너무 하시네요 [무거운 음악]
어떻게 저한테 한마디 묻지도 않고
학교까지 정해 놓고 통보를 하세요?
그게 우리 집안 룰이야
너 빵 좋아하잖아 뭐가 문제니?
제가 빵을 좋아해서 유학 보내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이 집안에 안 어울리게 조건이 안 좋고
창피해서 레벨 맞추시는 거잖아요
제 의사나 제 희망이나 제 꿈은
하나도 안 중요하신 거잖아요
우리 집안에 네 학벌 안 어울리는 거 맞고
부족한 건 채우는 게 맞는 거야
다음 주 안으로 티켓팅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아니요, 전 안 가요!
얘! [심각한 음악]
절대 안 가요!
안 가?
무슨 권리로 저한테 유학까지 가라고 하세요?
제 인생은 제가 결정할 권리가 있어요 이제
저, 그동안 정말 이해가 안 됐는데요
재벌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이유가
아니 근거가 뭐예요?
뭐?
뭐가 특별해요?
그냥 돈이 많은 거잖아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밥 세 끼 먹는 거 똑같은데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교양에 매너에 체면에 전 하나도 안 좋았어요
이 집에 들어와서 하루도 마음 편히 잔 적이 없어요
집이 아니라 사관 학교 같았어요
- 서지수! - (지수) 네!
네, 저는 서지수예요
서지수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서지수로 살고 싶어요
비교도 안 당하고 사랑받았던 서지수로 살고 싶어요
[한숨 쉰다]
[숨을 거칠게 쉰다]
[숨을 계속 거칠게 쉰다]
[무거운 음악]
[한숨 쉰다]
아...
아니, 왜 이시간에 와?
나 걱정돼서 왔냐?
아니, 할 일이 있어서요
근데 이 시간에 왜 여기 있어요?
(도경) 용국이가 노트북 가져가서
여기 있는 노트북 좀 쓰려고
참, 나
[한숨 쉰다]
뭐 하는 건데? 내가 도와줘?
아니에요
뭐 하는 건데?
어차피 버릴 거 주워서 쓰는 거예요
이런 나무 톱밥하고 나뭇조각으로
업사이클링도 할 수 있다던데 펠릿인가?
업사이클링하는 거 찾는다는 거야?
나한테 말해 무슨 나무 찾는데?
아이! 여자가 맨손으로 톱밥이나 뒤지고
손이 어떻게 되겠냐?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 괜찮습니다 손이 뭐가 중요합니까?
(도경) 너는 이게 왜 좋다는 건데
나는 진짜 네가 이해가 안 된다
네가 웬만한 직업이나 있으면 알아주겠어
근데 너 지금 하고 있는 거 봐
근데 해성 후계자 와이프가 왜 싫다는 건데?
[한숨 쉰다]
[큰소리로] 열등감인 거지? 괜히 안 될 거 같으니까? 어?
[한숨 쉰다]
이래서 안 돼, 당신하고 나는 뭐 하나 서로 통하는 게 없잖아
[큰소리로] 나도 이제 너 싫어 꿈도 꾸지 마!
꿈꿀 생각도 없습니다
너 왜 화 안 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왜 행복한 얼굴이야?
난 이러고 있는데
[흥분해서] 꿈꿀 생각도 없어?
나하고 아무것도 안 해?
그럼 너 그때 사진들 왜 보냈어?
(도경) 인천에서 독사진 왜 보냈냐고?
가방 왜 두고 나갔어?
계속 널 걱정하게 만들었잖아
일부러 그런 거지?
[흥분하며] 계속 날 교묘하게 끌어들인 거 아니냐고
(도경) 하나하나 변명해 봐
가방을 두고 가서 왜 가지러 안 왔어?
갖다 달라는 거 아니었어?
내가 너 찾으러 갔을 때 왜 그렇게 유난스럽게 굴었어?
그럼 내가 자극이 돼, 안 돼?
[흥분하며] 인천에 김은 왜 말리러 갔어?
결국 선우혁 부를 거면서!
(도경) 양쪽에 신호 보냈구나
나는 사진이고 선우혁한테는 뭐 보냈어?
아, 그리고 왜 선우혁한테 연락했어?
너 선우혁 좋아해?
(도경) 너 나 좋아하잖아?
(도경) 근데 너한테 관심 있는 남자한테
연락하고 여지를 줘?
[큰소리로] 너 처신 그러면 안 돼!
(지안) 사진은 그 핸드폰이 그쪽 집에서 해준 거라
내 흔적 지우고
초기화해서 버리려고 했어요
근데
독사진 찍어 달라고 졸라서 찍어 줬던
최도경 씨 사진이 있었어
(지안) 사진도 남의 물건이니까
소유권자한테 보내준 거뿐이고
가방은 두고 나온 줄도 몰랐어요
그 자리에 계시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삽시간에 쫓겨나느라고요
[흥분해서] 너는 왜 흔들려 주질 않는 거니?
(도경) 왜 자꾸 네 말이 진심인 것처럼 행동하지?
오늘은 왜 심지어 행복한 얼굴로 톱밥을 뒤지냐고
이봐, 이것 봐봐 또 화 안 내
너 네가 얼마나 힘든 스타일인지 알아?
[큰소리로] 사람 마음을 몰라도 몰라도 어떻게 이렇게 몰라주냐?
그만해요
(도경) 뭘 그만해? 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너희 아버지 회사에서 쓰러져서 병원에 데려다 드렸어
(도경) 너희 아버지 너 사진 들고 터미널 다 돌아다니고
경찰서에 가서 여자 변사체 찾으시더라
(도경) 그래서 내가 너 연남동 있다고 몇 마디 했더니 너 [부드러운 음악]
[흥분하며] 나한테 어떻게 했어? 막 소리 지르고
경찰서요?
나도 너한테 서운한 거 많아
[흐느끼면서] 변사체를 찾으셨어요?
[당황해서 더듬으며] 야, 그게 아니라 미, 미...
미안해, 미안하다 내가 안 할 말했다, 어?
[울면서 훌쩍인다] 아니에요
또 하나 못 한 말해야겠다
우리 아버지한테
말해줘서 고마워요
[부드러운 음악]
(지안) 우리 아버지
[한숨 쉰다]
챙겨줘서 고마워요
[훌쩍인다]
이제
할 얘기, 들을 얘기 다 한 거 같으니까
(지안) 나 일해야 하니까
말 시키지 마요
[흥분하며] 야, 야, 서지안!
[소리치며] 너 내가 이 꼴로 있으니까 우스워?
[계속 흥분한다] 내가 너 좀 좋아한다고 진짜
[훌쩍인다]
[한숨 쉰다]
[한숨 쉰다]
왜 이러냐? 왜 이렇게 유치하게 굴어?
아휴!
[발랄한 음악]
배 안 고프냐?
어! 있었어요?
(지아) 왜 아직 안 갔어요?
노트북 쓴다고 했잖아
설마 저녁 안 먹었어요?
안 먹었어
아,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한숨 쉰다]
[헛기침한다]
[잔잔한 음악]
[지안이 기침한다]
(지안) 사진은 그 핸드폰이 그쪽 집에서 해준 거라
내 흔적 지우고 초기화해서 버리려고 했어요
핸드폰을 초기화해서 버리려고 했다고?
흔적을 지워서
서지안 씨 핸드폰 위치 추적 결과요
신호는 일주일 전에 끊겼고
마지막 신호가 잡힌 곳은 인천 쪽이랍니다
직업도 없이 인천에 가서
핸드폰 흔적을 다 지우고 버린 거야?
왜?
책임도 못 질 거면서 장난칩니까? 지안이 상대로?
책임지면 어쩔 건데?
(혁)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더구나 한때 오빠였다는 사람이
마지막에 지안이가 그 지경이 되게 만듭니까?
부탁 좀 합시다 지안이 흔들지 마시죠
이제 겨우 기운 차린 사람 좀 살게 내버려 두시라고
지안이 생각한다면
(지안) 난 삶의 고비를 넘어 봤어요
(지안) 그래서 알아요, 이제 안다고
(지안) 내 자리가 어디고 내가 지금 어떻고
(지안) 어디에 있어야 행복할 수 있는지
[한숨 쉰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지수 아가씨는 새벽에 나가셨습니다
새벽에 왜?
오늘부터 빵집에서 빵 만드는 조수한대요
어머
정말 적성에 맞는 모양이네
그러게요
[한숨 쉰다]
어, 조수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방장님 때는 전날부터 와 있었다면서요
어, 센스 좋았어
자, 그럼 집도를 시작해 볼까
[경쾌한 음악]
(남구) 주걱!
(유 비서) 어디 가시는데요? 제가 운전해 드릴게요
아니야, 나 혼자 가고 싶은 곳이야
고맙다, 차 빌려줘서
[멀리서 장사하는 소리]
(가게 주인) 어서 오세요 오징어 사시게?
저기 김 건조장은 이제 안 합니까?
날이 궂어서 오늘 안 하는데
(가게 주인) 어머나 이 총각 저번에 왔던 멋쟁이 총각이네
저, 아세요?
아유, 서 씨 찾아왔던 그 총각 아니야?
근데 아직 못 만났어?
그때 그 서 씨요
어쩌다가 건조장에서 일하게 된 겁니까?
저, 실례합니다
누구신가?
알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아니 그쪽이 누군데 서 씨 이야기를 해달래?
선우혁한테는 해주셨잖아요
지안이 데려간 친구요
아니, 그때야
그 총각이 먼저 왔으니까
앞뒤 사정을 얘기할 수밖에
그때 한발 늦게 왔었습니다
지안이가 그 친구하고 떠나고 나서
서 씨는 잘 지내?
네, 본인은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럼 됐지, 이제 와서 왜 그때 이야기가 궁금한데?
저한테 영 마음을 안 열어서요
혹시 그 답이 여기 있지 않나 해서요
삶의 고비를 넘겼다고 하던데요
자네가
서 씨가 여기 오게 된
원인이었던 건가?
여러 원인 중에 하나였습니다
[부드러운 음악]
(공 씨) 저 산 보이나?
(공 씨) 저 산꼭대기 다 가서 발견했어
(공 씨) 약 먹고 쓰러져 있더라고
(공 씨) 그냥 보냈다가
(공 씨) 또 죽을 눈빛이라서
(공 씨) 잡아 두고 일 시켰네 딴 생각 말라고
♪ 그대 곁에 ♪
죽으려고
(공 씨) 신분증도 핸드폰도 아무것도 없었어
(공 씨) 친구라는 총각이 우연히 김 사러 와서 발견 안 했으면
(공 씨) 김 말리면서 자기도 말라갔겠지
(공 씨) 친구가 와서도 며칠 버티다가
(공 씨) 겨우 데리고 간 거야
♪ 가슴 깊이 스며 들어온 ♪
♪ 그리움이 돼버린 한 사람♪
♪ 작은 그대 숨결조차 ♪
♪ 이 순간에 간직하려 해요 ♪
(지안) 무슨 상관인데요?
혁아, 이 사람 좀 치워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 머물러 ♪
♪ 내가 사랑하는 만큼 ♪
♪ 기다려온 만큼 ♪
♪ 운명처럼 내게 다가온 ♪
♪ 이 시간들이 영원히 곁에 있기를 ♪
[갈매기 울음 소리]
♪ 하루 종일 지쳤었나요 ♪
[울먹이며 한숨 쉰다]
♪ 나 여기 있어요 ♪
♪ 소리 없이 내게 안겨 ♪
♪ 잠이 드는 그대를 꿈꾸죠 ♪
[흐느끼며] 지안아!
♪ 내 가슴 속에 그대 기억이 머물러 ♪
[오열한다]
♪ 내가 사랑하는 만큼 ♪
[흐느끼며] 지안아!
♪ 기다려온 만큼 ♪
♪ 운명처럼 내게 다가온 ♪
♪ 이 시간들이 영원히 곁에 있기를 ♪
♪ 어디에 있다 해도 난 느낄 수 있죠 ♪
♪ 나를 숨 쉬게 하는 사람 ♪
♪ 나 언제라도 함께 하기를 약속해 ♪
♪ 지금 이 모습 그대로 ♪
큰누나
(혁) 저 친구가 네 동생이야?
(지안) 우리 지호 봤구나?
그럼
서지수는 누구야?
(지수) 저 오늘 약속 있는데요
누구? 선우혁?
(태수)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왜 다들 번갈아가면서 와?
(태수) 그만들 좀 해 너희들
(노 회장) 도경이 어떻게 됐어?
여자 찾았어?
아직요
(민 부장) 최도경 부사장님 거처입니다
(도경) 지안아!
(지안) 몰라서 미안했다
왜 안 되는지 알았어 우리가
앞으로 네 마음 편하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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