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8
보자 보자 하니 끝이 없고 봐주자 봐주자 했더니
봐줄 수가 없게 어이없네
처음부터 그런 앤 줄 알았지만
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서지안이라고 했지? 너...
우리 집에서 당장 나가
[의미심장한 음악] 네?
당장 이 집에서 나가라고!
얼마 주면 나갈래? 얼마 줄까?
얼마 생각하고 들어왔냐, 우리 집?
그게, 무슨...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돈 때문에 우리 집 들어왔으니까 그 돈 내가 준다고
[날카로운 효과음]
얼마 줄 건데요?
뭐?
진작 이러지 그랬어요
이게 본 모습인데 뭐하러 오빠 행세하면서 사람 불편하게 해요?
아니다 나 놀려 먹는 게 재밌었겠죠?
놀려 먹어?
너에 대한 내 배려와 노력을
놀려 먹는다고 표현했냐, 지금?
그런 배려 바란 적 없고
불필요한 노력 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너 진짜 구제 불능 형편없구나
그쪽이 뭔데...
- 무슨 근거로 그런 말 해요? - 그거! 그쪽!
그게 근거야 네가 아주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그쪽이 오빠라고 부르면 바로 오빠라고 불러야 돼요?
오빠 같지 않은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었었는데?
어머니, 아버지는?
그분들도 부모 같지 않아서 어머니, 아버지 안 했어?
불과 며칠 전까지 세상에 제일 싫은 인간이 네 오빠고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를 준비도 안 된 상태로
이 집 안으로 들어온 게 너야!
부모님은...
(도경) 네가 돈 때문에 우리 집 들어온 거 뭐라 하는 거 같지?
천만에...
그걸 뭐라는 게 아니야 그건 당연한 거니까!
근데 돈 바라고 왔으면서 왜 거지처럼 굴어?
왜 공짜로 달래 왜 거저 가지려고 해?
내가 언제 공짜로... 거저...
내가 언제, 뭘 달랬다고 거지래요?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는 게 거지 근성이야
공짜 바라는 거야! 거저 갖겠다는 거야!
어디서 격 떨어지게 부리는 사람한테 거짓말하고 거짓말을 시켜
어머니한테 들켰으면 거기서 두 손 들어야지
계속 숨겨?
그리고...
이 밤에 생쥐처럼 맡긴 물건 찾으러 별채에 드나들어?
그 2천만 원도...
(지안) 부모님은...
그건 상관 마세요 제 부모님이기도 해요
여기서 겨우 하룻밤 잤어요
내가 알아서 할 거예요
그리고 형제는...
모든 형제가 다 사이좋게 지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모와 형제는 다른 거니까
거짓말이 잘못이라는 거 정도는 알고 컸어요
명 기사님한테 피해 안 되는 거짓말이었고
저도, 제 입장에서 사정이 있어서 거짓말한 건데
앞으론 조심할게요
근데 그 정도로 나가라, 마라
부모님이시라면 모를까
과하다고 생각해요
너 진짜 대단하다
사람 인내심 시험하는 데 도 텄어
전에도 그랬지만
오빠라고 부르기 싫어?
그럼 나가
오빠가 준 선물을 쓰레기처럼 바로 넘겨?
그럴 거면 나가라고 우리 집안 무시하지 말고!
저 무시한 적 없거든요?
나를 무시하는 게 이 집안을 무시하는 거야
말했지
이곳엔 이곳의 룰이 있다고!
저한테 그렇게 오빠 대접 받고 싶으세요?
천만에, 너 따위한테?
너, 네 옛 가족들 선물 다 사면서
우리 가족들 선물 하나라도 챙겼어?
(도경) 생각도 안 났지?
어머니한테 돈 받아 나가 놓고
어머니, 아버지, 서연이... 아무도
(도경) 넌 애정도 추억도 없겠지만
물론 나도 그래, 근데?
우리 부모님은 아니다
네가 어떤 애든
우리 부모님한테 넌 딸이고
딸 찾았다고 기뻐하고 설레셨어
(도경) 그러니...
어머니한테 들켜 놓고도...
네 집에서 거절한 선물인데도...
기어이 다시 갖다 주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이 집에서 살진 말란 말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었어?
동감이야,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
네 갈 길 가 봐
대신
우리 집안 룰을 따르지 않으면 너...
그냥 두지 않아
[애잔한 음악]
(도경) 우리 부모님한테 넌 딸이고
딸 찾았다고 기뻐하고 설레셨어
[앓는 소리] 아
아, 왜 하필 저런 애가...
[똑똑]
누구세요?
사모님이 내려오시랍니다
네
- 부르셨어요, 어... - 앉아 봐
네 스케줄이야, 봐
스케줄이요?
다음 주부터 시작하려고 했는데
내가 회사에 일이 많아졌어
오전에 피트니스 가서
몸 관리부터 시작하자
끝내고, 2시에 양 선생 올 거야
아... 2시요?
저 오늘 친구랑 점심 약속이 있는데요
- 친구? - 네, 먼저 있었던 약속이라서
그래?
그럼
친구하고 점심만 먹고 3시까지 들어와
1시간 미뤄 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다른 약속은 더 없니?
네
그럼 당분간
사적인 약속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잃어버린 25년
빨리 되찾아야지 않겠니?
네, 알겠습니다
빵이네? 누나가 웬일이야?
오늘은 이거 같이 먹자
나 우유 한 잔 마시고 나갈 거야
앉아 봐
네가 맛을 봐야 돼!
빵이 되게 맛있어
맛있어 봤자 빵이지
- 맛있네 - 맛있지?
나 이거 카페에 놔 보려고
손님들이 가끔 빵이나 샌드위치 없냐고 찾거든
아! 알았어, 그렇게 해!
어, 저기!
어딜 가는데 아침부터 서둘러?
있어, 이따 봐요
누나가 먼저 뭘 제안한 거 처음이지?
[혁 웃음소리] (혁) 연락할게!
누추한 데로 모셔서 죄송합니다
신분 회복하시면
호텔 피트니스 센터로 다니시게 될 거예요
그때까지만 여기로 다니세요
어우... 여기도 너무 좋은데요
돌아오셔서
고맙습니다
아, 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 47, 48
(여자) 49, 50
눈 뜨세요!
골반이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가 있네요
체중도 앞으로 살짝 쏠려 있고요
그러네요
체지방, 근육
다 미달이니까
우선 스트레칭부터 먼저 시작할게요
(민 부장) 저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2시 30분까지는 오셔야 해요
메이크업 잊지 마시고요
네, 저 이따가 친구 만나고
시간 맞춰서 들어가겠습니다
네, 여기다...
아이고, 다음 달에도 좋은 거로 부탁드립니다
- 안녕히 계세요 - 예, 고맙습니다
방장님, 이게 뭐예요?
아이고, 알 거 없습니다
그거, 그거! 그게 반죽 물에 들어가는 비밀 재료죠?
우와! 이거였구나
어? 알곡식은 아니네
- 어이, 뭐 하는 거야 지금! - 어, 어!
아이고, 아니... 저
(지수) 방장님!
아... 이 조그만 아가씨가 진짜!
확 잘라 버린다, 정말!
죄, 죄송해요
다신 냄새 안 맡을게요
(방장님) 아이씨
아휴
[극적인 효과음]
어머, 사장님!
정말이세요?
네, 가게에 한번 놔 보려고요
그럼 빵 구경하세요
[그리운 음악]
와...
빵 종류가 되게 많네요
(희) 근데
아무도 안 계시나 봐요
네
주방장님이 반죽 재료 갖다 놓으러 창고 가셨나 봐요
아... 네
(지수) 혹시 방장님 나오셔도
납품, 이런 얘기는 안 하셔도 돼요
저한테 주문하시면 제가 갖다 드리면 되거든요
(희) 그래 주실 수 있어요?
(희) 그럼 전 더 좋아요
(지안) 혁아, 어디에서 볼래?
- 우리 집 앞? - 12시에 보자며?
집에서 나온다는 거 아니었어?
뭐하러 우리 집 앞까지와
- 근처 카페에서 보면 되지 - 뭘
나오기나 해 지금 너네 집 앞 골목에 있으니까
우리 집 앞 골목이라고?
[경쾌한 음악]
- 제 동생 겁니다 - (기사) 아... 예
왜 안 나와?
(지안) 선우혁!
쟤가 왜 저기서 와?
[지안 거친 숨]
너 대체 왜 그래?
왜 우리 집 앞에서 기다린다는 건데?
넌 왜 집에서 안 나오고 저기서 와?
이 시간에 어디서 오는 거야? 그 차림새는 뭐고!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다니, 뭐가?
2천만 원이야
이걸로 당장 그 2천만 원 갚고
나한테 취직해서 다달이 갚아 무이자야
야...
- 너 왜 이래? - 너야말로 왜 이래?
미쳤냐? 2천만 원 때문에!
너 대체 어떤 소굴로 들어간 거야?
- 소굴이라니? - 빌렸다고?
너한테 그냥 2천만 원 빌려줄 사람 세상에 없어
돌려받았다고?
조건 없이 2천만 원 돌려줄 사람 세상에 없어! 변명할 생각 마
나...
대학 입학 전부터 장사해서 학비 벌다가 사업까지 한 놈이야
세상 구를 만큼 굴렀어!
너 이대로 망가지는 꼴은 못 보니까
이거 받고 당장 그거 때려치워
내가 뭘 하는 거 같아서 때려치우래?
꼴을 보니 술집 새끼 마담이나 스폰 받거나
야, 너 날 뭐로 보고!
씨... 선우혁, 너 죽을래?
너 같으면 너처럼 변한 너보고 뭐라고 할 건데?
혁이 너처럼 생각하겠다, 나도
근데...
나 정말 돈 필요 없어
그 돈 정말 돌려받았고
이상한 소굴에 들어간 것도 아니야
근데...
지금은 말할 수 없어
아니...
말하기 싫어, 너한테
왜?
왜 나한테는 말하기 싫어? 켕기는 거 없는데 왜?
네가 사실은 재벌 자식이라면?
그럼 넌 어쩔 건데? 갈 거야?
안 가지!
친부모가 재벌이 아니라면
지금 부모보다 훨씬 더 가난한 사람이라면
- 그래도 갈까? - 안 가겠지!
결국 돈 때문에 가는 건데
돈 주길 바라면서 사는 사람들이 부모 자식이 될 수 있겠어?
그냥... 좀 나중에 말하고 싶어
그냥 네가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것만 말할게
-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 안 되겠다
어디 가서 얘기 좀 하자
어딜 가는 거냐고?
가 보면 알아
너 나 좋아하니?
그 말이 왜 야단치는 거로 들리지?
만약 그런 거라면 그만둬 우린 안 어울려
오버하지 마
너랑 다시 만난 게 얼마나 됐다고 널 좋아해?
야, 오버는 네가 하고 있거든?
너 되게 이상하게 구는 거야 나한테
친구 일에 오지랖은 너 따라갈 사람 없었거든
왜 안 오시지?
- 왜? - 네?
꼭 할 말 있을 때 웃는 그거였잖아, 방금
헤 웃는 거
저... 제가
고, 고백할 게 있어서요
제가 납품해 준다고 했어요 방장님 허락도 안 받고
그 자전거맨 아시죠?
그 사람을 볼 수 있는 정말 유일한
정말 세상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방법이어서 그랬어요
- 그 카페가 이 의자 산 카페인데요 - (남구) 해
- 네? - 납품하고
서지수 씨가 책임져
무, 무슨 책임요?
여기 와서 빵 맛이 이러쿵저러쿵 군소리 못 하게
배달해 주라고
정말요?
카페 주인이 이 가게에 오게 되는 날이
제가 잘리는 날이죠
(지안) 진짜 이상하게 군다니까
아니, 여기 올 거면서 여기 온다는 얘기를 왜 안 해?
그리고 얘기를 꼭 여기 와서 해야 돼? 근처에 카페 많은데?
커피 사 와, 그럼 얘기해 줄게
- 커피를 사라고? - (혁) 인마
나 장사꾼이야
아메리카노
나보고 여기서 일을 하라고?
사람 구하고 있었거든
취업할 때까지 여기서 알바하라고
그래서 나 여기로 데리고 온 거구나
중소기업은 특채로 알아봐 줄 수도 있어
- 싫어? - 너 계속 이러면
나 네 번호 차단할 거야
뭐?
그러니까 그만해 너처럼 좋은 친구 잃고 싶지 않으니까
(지안) 네가 정말 내 친구라면
나한테 좀 시간을 줘
조만간 다 말할게
나 가 볼게
정말 조만간 다 말해 줄 거야?
남친 아니라고?
쟤 진짜 다잡지 않으면 큰일 나겠네
아, 맞다 여기 연남동이지?
지수 빵집도 연남동인데?
어?
허?
택시!
[경쾌한 음악]
네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어
[문자 수신음]
(유 비서) 회의 30분 전입니다
고생 많이 해라
아, 어떻게...
[통화 연결음]
(기계음)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통화 종료음]
[날카로운 효과음]
사모님께서 안내만 해 드리고 오라고 하셔서
저는 바로 돌아왔는데요
은석이 핸드폰이 꺼져 있어
친구 만난다고 하셨으니까 ...
친구 만나는데 왜 핸드폰이 꺼져 있냐고!
2시 반까지 돌아오라고 하셨잖아요
아직 10분 남았습니다
그래도 피트니스 클럽에 전화해서
은석이 언제 나갔는지 확인해 봐
은석이 들어오면 나한테 바로 전화하고
[미스터리한 음악]
여보! 은석이 핸드폰이 꺼져 있어요
집에도 안 들어왔데요
친구하고 점심만 먹고 온다고 했는데
2시 반까진 들어오기로 했는데
지금 3시가 넘었는데 안 들어왔어요!
3시에 양 선생 수업인데도 안 들어오고 연락도 없어요!
친구들하고 얘기하다가 깜빡했을 거야
핸드폰이 꺼져 있다고요!
- 여보 - 은석이
우리 은석이 납치된 거면 어떡해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납치라니!
요즘 애들이 핸드폰이 꺼졌는데
몇 시간을 그냥 둬요?
우리 집 약속을 잊어도 정도가 있지
3시가 넘었는데 연락도 없이
말이 안 되잖아요!
친구 누구 만난다고 했는데?
안 물어봤어요
물어봤어야 했는데
하아...
하아...
그럼 이렇게 하시죠, 박 이사님
판매 2천 장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노력이
비효율적인 거잖아요
위탁할 수 있는 국내 라인 먼저 접촉해 보시고
안 되면 광저우 쪽
안 되면 버리는 거로
네, 알겠습니다
이게 마지막인가?
해성 어페럴 창립 기념 이벤트 행사 기획안 최종 선정된 겁니다
이게 뭐야?
(도경) 3개가 동점이네요
예, 그래서 팀장님께서 결정해 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다
똑같이 둘, 둘, 둘 A를 주셔서
저한테 책임을 넘기십니까?
[일동 웃음소리]
'꽃들의 향연'
컬러별 생활 세팅이라...
꽃 알레르기 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란 생각 못 했나?
'아이 러브 독 페스티벌'
중앙 광장에 애견 존을 만든다
잘하면 개판은 되겠네
오감 만족 프로젝트
아... 이거, 이거, 이거!
2차 후보작들 읽을 때 이게 제일 낫더라니
- 그럼 그걸로 정하겠습니다 - 네
[한숨]
[슬픈 음악]
(태수) 가고 싶다고?
아무리 고생을 했다고 그러지만
너... 이렇게 쉽게 가고 싶어?
아빠...
(도경) 너
네 옛 가족들 선물 다 사면서
우리 가족들 선물 하나라도 챙겼어?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를 준비도 안 된 상태로
이 집 안으로 들어온 게 너야
혹시나 했다
너 태어나기 전부터 살던 집이거든
네 방도 그대로 있었는데
이번에 어머니가 새로 꾸미셨다
은석아...
(혁) 빌렸다고?
너한테 그냥 2천만 원 빌려줄 사람 세상에 없어
이 돈 때문에 한 사람 인생 망칠 게 뻔한 거 알면서
모르는 척할 수가 없어 다시 왔어요
이 돈 돌려줘야겠어서
꼴을 보니 술집 새끼 마담이나 스폰 받거나
사채 아니면 누가 이 돈을 줍니까? 당신 같은 사람한테!
이 돈 2천만 원이 휴지 같아서 돌려주는 거 절대 아닙니다
진작 이러지 그랬어요
이게 본 모습인데 뭐하러 오빠 행세하면서 사람 불편하게 해요?
아니다 나 놀려 먹는 게 재밌었겠죠
놀려 먹어? 너에 대한 배려와 내 노력을
놀려 먹는다고 표현했냐, 지금?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는 게 거지 근성이야!
공짜 바라는 거야 거저 갖겠다는 거야!
[한숨]
(민 부장) 은석 아가씨 별다른 기색 없으신데요
그럼 다행인데 여태 뭐 하다 이제 온 거야, 그럼?
다녀왔습니다
은석아, 너 별일 없었던 거야?
여태 어디서 뭐 하다 이제 온 거야?
3시에 레슨도 있었다던데 핸드폰 전원도 꺼져 있고
아!
죄송합니다
제가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
은석아!
무사했구나
어머니...
핸드폰을 잃어버렸대
[문 닫힘]
(명희) 핸드폰 잃어버렸으면 전화할 생각 못 해?
3시 약속은?
핸드폰 찾느라고...
그 안에 주소록이랑 사진이랑 메모랑
중요한 게 너무 많아서
레슨 있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엄마가 걱정할 거란 생각은 안 했니?
너한테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피가 마르고 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어!
너 또 잃어버리나 해서
죄송해요
너 앞으론 단독 외출 금지야
무조건 명 기사하고 다녀!
[애잔한 음악]
대답 안 해?
알겠습니다
- 어, 도경이 왔냐? - (도경) 네
빨리 집에 오라는 메시지 남기셨길래요
너 회의 중이라길래
은석이가 연락이 두절돼서 어머니 걱정이 너무 심하셨다
혹시 몰라서 빨리 들어오라고 했어
어머니 거의 쓰러지셨었어요
그래?
어머니, 괜찮으세요?
도경이, 나 좀 보자
행동 조심해라
어머니 아시기 전에 남친도 정리하고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어제 저한테 하신 말씀들
다 맞아요
상관없는데?
네가 생각이 짧은 애든 응큼한 애든
노 프러블럼, 노 터치
우리 집안 룰만 어기지 마
난 아는 척 안 할 테니까
저, 그리고 저 남자 친구 없습니다
[문 닫힘]
이걸 내가 줍길 잘했네
(혁) 가방 안에 보면 수표 든 봉투 있을 거야
내가 정말 오래된 친구로서 부탁하는데
그 돈 갚고 건강하게 살자, 지안아
야, 서지호!
야!
- 아, 왜요? - 너 아직도 자냐?
운동 갔다 온 거예요?
야, 너 우리 백화점 쉬는 날이면 여기서 개길 거야?
좀 나가
나가서 좀 집 구경이라도 다녀 날씨도 좋은데
아, 요새 집안일 때문에 에너지를 너무 썼더니
방전됐나 봐요
(매니저) 아... 지겨워, 진짜
[TV 소리]
- 형, 내가 귀찮죠 - 응
백화점 쉬는 날마다 빈대 붙어서
야, 귀찮은 건 아니고
한두 달도 아니고 너 좀
집 구하는 게 낫지 않겠냐?
어? 뭐 돈 모아둔 것도 있다며?
아이, 그건 장사할 종잣돈이에요
저도 죽을 맛입니다
백화점에, 웨이터에
아침마다 학원 간다고 8시에 나와야 되지
코피 터져요, 진짜
그래도 집에선 수험생인데
뭐라 그러고 방을 구하냐고요
시간 아깝다고 해! 시간 아깝다고
어? 그 뭐 수능 끝나기 전까지 학원 근처 고시원이라도 좀!
아, 고시원! 내가 그 생각을 왜 못 했지?
할렐루야
야, 고시원 좋아 고시원 좋다니까?
어? 백화점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잠도 자도 되고 그렇지?
좋네, 좋네! 좋아, 좋아!
[TV 해성 광고]
뭐야?
아무튼 형아 샤워 좀 할 테니까 정리 좀 해
- 내 집도 아니면서 더럽게 - 예, 썰
어허! 큰누나네 회사
어디, 재벌 집 입성 소감 좀 들어 볼까나?
(지호) 아가씨
[통화 연결음]
(기계음)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맞는데? [통화 종료음]
[통화 연결음]
(기계음)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헐 [통화 종료음]
설마 큰누나 번호 바꾼 거야?
들어가자마자? 나한테 알려주지도 않고?
(기계음)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지안) 아빠, 나 지안이
[슬픈 음악]
대전엔 잘 내려가셨어요?
아까는 죄송해요
아까는...
너무...
너무 미안해서 화냈어
나 정말 아빠한테 원망만 있는 건 아니야
진짜 그런 거 아니야
우리한테, 나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어떤 아빠였는데!
그런 거 아니까
간다고 하는 게 죄송한데
난 또 가고 싶으니까
아빠는 말리려는 거 같고 그래서 그런 거야
나 가서...
지금 이 상황에서만 좀 벗어날게
지금은
내가 정말 버틸 힘이 없어서 그래요
이렇게 초라하게 무너지기 싫어서 그래
아빠,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
그럼...
건강하세요
[통화 종료음]
아니, 또 통화는 안 하고 계속 듣고만 계시네
형님! 도대체 뭘 듣는 거예요?
아이, 뭐 벌써 일을 하고 그래요?
지금 쉬는 시간인데
아, 나 오늘 서울 간다고 그랬잖아
내 몫은 해 놓고 가야지 신경 쓰지 마
아 참...
(성민) 처음 뵙겠습니다 김성민이라고 합니다
저도요, 이수아라고 합니다
'저도요'라뇨?
저도 처음 뵙는다고요
유머러스하시네요
근데 되게 동안이시네요
철이 없어서 그래요 생각도 없고요
저도 수아 씨처럼 동안 되려면
철없이, 생각 없이 살아야겠네요
전 너무 생각이 많거든요
생각 많이 해서 뭐에 쓰시려고요?
다 뛰어 봤자 벼룩 인생인데요, 뭐
아! 성민 씨는 아니시구나
회계사라면서요?
- (지태) 확 젊어졌습니다 - (행인) 아, 예
(동료) 젊은 분들 많이 이용해 주세요
아,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여러분들의 든든한 동반잡니다
(동료) 서 대리님, 전단지들 되게 안 받는데요
우리도 점심 먹으러 갈 때 아주머니들이 주는 전단지 안 받잖아
- 그럼 어떡해요? - 뭘 어떡해? 받게 하면 되지
- 혹시 도를 아십니까? - 아니, 됐어요
- 그럼 혹시 협동조합은 아십니까? - 네?
확 젊어진 협동조합입니다
젊은 분들께 인사드리러 나왔습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2, 30대 전용 상품도 있어요
- 아, 예 - 감사합니다!
젊은 분들께 따뜻한 조언입니다
베트남 현지 사흘 만에 무려 67만 달러 계약 성사
자, 그럼 우리의 원칙은 얼마일까요?
10주에 100프로!
두 달 반 만에 투자 금액 전액 회수 가능합니다
그럼 이게 끝일까요?
이 재단에서 앞으로 우리와 손잡고
베트남에 수출할 건강 기능 식품이 몇 개?
러키 세븐!
7개!
상황버섯 말고도 건강 기능 식품 7개가 수출되면
여기 계신 투자자님들 가족들 얼굴 보기 힘들어지십니다, 왜냐?
쓸 돈이 너무 많거든요
어, 선생님! 어디 가십니까?
집에 갑니다
10분이면 끝나는데요 마지막이 중요하시거든요
10주에 100프로 수익이요?
아직도 그런 요행으로 서민들 현혹합니까?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사람들이 참...
여러분의 따뜻한 이웃입니다!
누구의 이웃? 네, 젊은이들의 이웃!
감사합니다!
확 젊어진 협동조합입니다
저... 네일샵 오픈할 건데요
혹시 저도 여기서 대출받을 수 있나요?
아, 그럼요
은동 지점 서지태 대리입니다 오시면 상담해 드릴게요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동료 한숨] 서 대리님
이거 인물 탓 아닙니까?
인물도 경쟁력이긴 하지
능력이 인물을 이기는 사회!
제가 보여 드리죠!
서 대리님하고 떨어져서 하고 올 테니까 30분 후에 봬요
나 이거 다 끝내면 갈 거야!
[잔잔한 피아노곡]
[목 가다듬는 소리]
서지태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수아라고 합니다
처음 보는데 반가워요?
나갈 땐 원수처럼 헤어질 수도 있는 게 소개팅이라던데
절대로, 절대 그럴 리가 없어서 반갑다고 한 거예요
[극적인 효과음]
[종이 떨어지는 강조]
야, 야, 야! 장석두!
너 뭐 이런 걸 소개시키냐?
뭐 얘기하고 자시고 할 거 없어! 투자는 무슨
아, 만나서 얘기 들어! 내가 지금 갈 테니까
이 자식 이거, 이런 줄 알고선 일 있다고 나만 보낸 거 아니야?
나쁜 놈 같으니라고
와인바가 근처라 레스토랑에 차 두고 가는 게 낫거든요
네, 그래요
여기서 1차
그 와인바로 2차 가면 커플 성공률이...
[애잔한 음악] (성민) 수아 씨?
아는 사람이에요?
아니에요
- (수아) 가요 - (성민) 네
야, 이수아!
이수아!
조건 좋은 분
양다리 걸치는 여자한테 관심 있어요?
있으면 계속 구경하시고!
수아 씨!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수아 한숨]
- 어떻게 된 거야? - 너야말로 뭐 하는 건데?
세무 조사 야근한다며?
야근을 홍대에서 하십니까?
- 내 뒤밟았어? - 뭐 하는 거냐고!
야근한다고 거짓말하고 소개팅을 해?
그것도...
나하고 소개팅한 데서?
저 사람이 정한 거야
기억 안 나?
여기 소개팅 성사율 높다고 유명한 데잖아
내 말이... 그 말이야?
너 그날...
랍스터 시키는 나보고
된장녀 같다고 찼었지?
근데 저 사람은 내가 더치페이하자고 했더니
자기가 다 내겠다고 하더라?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할 말이야?
너... 딴 놈 만나다가 들켰어, 나한테 지금!
만나면 어때서?
우리 그러기로 했잖아
언제든 딴 사람 만나도 되는 거로
- 언제든 오케이 해 준다며? - 안 해어졌잖아!
그래야 하는 거였어?
난 언제든 딴 사람 만나도 되는 줄 알았지!
- (지태) 야 - 놔!
- 야, 이수아! - 왜 이래?
야!
- 야, 이수아! 진짜! - 네가 무슨 자격으로 화를 내?
난 이제 결혼이 하고 싶어
근데 넌 안 할 거잖아
서지태, 넌 평생 결혼 안 한다며!
(지태) 이수아, 너도 구질구질한 결혼 안 한다며?
(수아) 안 구질구질하면 결혼 생각 있는 거 몰랐어?
그래서 소개팅했어
야, 이 빌어먹을 자식아
넌 내가 캐나다에 선보러 간다고 했을 때도 가라고 했어
안 갈 거 알았으니까
외국 가서 살기 싫어서
부모님 이민 가도 혼자 한국에 남은 거라며?
선보러 가서 안 오게 되면
안 온다고 연락이나 하란 게 너야
- 네가, 서지태 네가! - 그래!
그랬어
안 할 거 믿고 그랬던 내가 등신이지만
그래, 하랬어
그래서 너 캐나다 갔어?
- 여기가 캐나다야? - (수아) 뭐가 다른데?
캐나다나 여기나 뭐가 다른데?
선보라고 했잖아
아무 때나 맘 변하면 가라고 했잖아!
그래 놓고 왜 이래?
아...
미리 말 못 한 거?
그래,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됐어?
- 안 됐어 - 뭐?
이젠 서지태 너...
사랑하지 않는다
이수아 감정은 끝났다!
그러니까
헤어지자는 말 안 했잖아
그 말 해! 그래야 끝나는 거야
깨끗이 끝내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우리 약속대로
넌 진짜...
나 안 사랑하는구나?
그래
사랑하면 이럴 수 없어
할 말 하고 가
당장 방 한 칸 마련할 돈도 없는 집 장남이어서
그 잘난 장남 노릇만 하는 너
나 싫어
그래서?
너 감정 끝냈냐고!
나쁜 새끼
말하고 가!
[사람들 웅성거림]
수아야...
이 나쁜 새끼야, 이 나쁜 놈...
(수아) 뭐라고 하라고?
무슨 말을 하라고?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래
됐다
가!
[사람들 웅성거림]
가!
그래! 나 결혼 안 할 거야
결혼 따위 안 해!
반월세 사는 집 장남이라
희망이 없어서 결혼 안 해!
내 자식한테!
나 같은 가난 대물림하기 싫어서!
결혼 안 해
이수아, 네가!
네가 원하는 아파트에 살 수 없어서
결혼 안 해 안 해, 평생!
그러니까...
가라
[동경소녀의 '어쩌면 내일은' 재생]
(석두) 야, 태수야
얼마나 황당했길래 아무 말도 안 해
한 시간이나
식사해
사흘 만에 67만 달러까진 아니지만
꽤 했는데
하노이에 수출 루트 뚫은 것도 사실이고
그러니까 내가 관심을 가졌지
투자 욕심에 너무 오버한 것 같은데
석두야
우리 종합 상사 시절에
너보다 내가 실적이 더 좋았지?
왜 갑자기 상사맨 시절 얘기야?
좋았지, 한참 좋았지
회사 나와서 각자 사업할 때도
네가 내 도움 많이 받았지
거래처 많이 넘겨줬지, 네가
그때... 부도만 안 났으면
나 지금도 꽤 괜찮았겠지?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러니까 그때 내가 다시 베트남 같이 가자니까
그때는
너무 무섭더라고...
무서웠다고?
민성이 자식이...
민성이 자식이 결제 대금까지 싹 털어서 사라졌을 때
하루아침에 바닥 쳐 보니까
애들이
장대 같은 자식들이 넷이야
[슬픈 음악] 지태가 대학생
지안이 지수가 이제 막 고2
지호가 중1
돌도 씹어먹게 생긴 애들 넷을 데리고
빚쟁이 피해서 서울 떠나
부산, 마산 떠돌 때
너무 두렵더라고
나이는 50 넘었지
다시 시작했다 잘못되면
처자식들 밥도 굶기겠더라고
근데 왜 이제 와서 다시 사업을 시작하려 해?
60 넘어서
그때
다시 한번 기운 내볼걸 그랬다
용기 내볼걸
장 사장!
나... 왜 이렇게 됐냐?
결혼하고 하루도 안 쉬고 뛰었는데
뛰고 또 뛰었는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능한 아버지더라 내가...
어! 이건 콩나물 김치 라면!
아... 하나 더 끓여야 되겠다
누나가 먼저 먹는다!
그래! 그래야 작은누나지
작은누나 빼!
큰누나 없으니까!
아 참, 혹시 큰누나한테 전화 왔었어?
걔가 전화를 왜 해!
그럼 진짜 일부러 번호를 바꾼 건가?
아니, 큰누나한테 전화했더니 없는 번호로 나오더라고
잘 밤에 라면이야?
엄마 혹시 큰누나한테 전화 왔어?
들어오세요
옷이 그게 뭐야?
얼른 잠옷 갈아입어
아... 이게 잘 때 입던 거라 편해서요
편한 대로 살면 안 돼 격식에 익숙해져야지
노력 없이 되는 건 없다
노력해 볼게요!
내려가시면 잠옷으로 갈아입을게요
오늘 같이 자자, 우리
네?
하루만!
아, 네...
[애잔한 음악]
그동안
고생 많았다
하루도
널 잊은 적이 없어
엄마...
오늘은 나랑 자!
안 잤어?
깬 거야?
나랑 자 오늘 하루만, 어?
알았어
지수야
어, 엄마
너는 행복하지?
응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안 행복한 적이 없었어
지금은 불행해
언니가 없어서
내가... 같이 잔 거야?
아, 안녕히 주무...
[익살스러운 음악] [당황한 소리]
어머니랑 같이 잔 소감이 어떠냐 은석아?
어머니가 언니 방에서 주무셨어요?
어찌나 부러운지
여보, 나도 하루 같이 자자고 할까?
어우, 아무리 딸이래도 다 큰아이예요
[재성 웃음] 농담이야, 농담!
농담이다! 은석아
알아요
어머니하고 같이 자서 좋았어요
언니! 입에 음식물 있을 때 말하면 안 된다니까요
아!
죄송합니다
서현이 앞으로 네가 일일이 지적 안 해도 돼
오늘부터 레슨 시작할 거야
아, 네
직접 빨래를
그것도 욕실에서 하면 안 된다는 것도
가르쳐 줄까요?
네가 빨래를 했다고?
집에서 제 빨래는 늘 그렇게...
네가 그런 것까지 하면
우리 집 도우미들은 왜 월급을 받아?
할 일, 해서는 안 될 일이 그렇게 분간이 안 돼?
조심하겠습니다
(지안) 서현아!
오늘 오전 수업 없다 그랬지?
그럼 우리 차 한잔할까?
그러세요
첼로 전공이라며?
그럼 졸업하고 뭐 할 거야?
유학 갈 거예요, 줄리아드 음대요
줄리아드?
우와, 멋있다!
아, 그럼 연주가 되는 거네?
아니요
뉴욕 가서 1년 후쯤
뉴욕대 다니는 뉴월드 그룹 차남 만나게 될 거거든요
캣츠나 오페라의 유령 같은 뮤지컬 보러 갔다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될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래서 그다음에 약혼하고
석사 따고 들어와서 결혼
그렇게 정해져 있어요
뉴월드 그룹 며느리가 되는 거죠
넌 아직 그 사람을 모르잖아
좋아질지, 안 좋아질지도 모르고
좋아질 사람일 거예요
저 차 다 마셨는데 일어나도 될까요?
어? 어... 그래
근데...
존댓말 말고 말 편하게 했으면 좋겠어
왜요?
그래야 친해지지
우리 친하게 지내보자
어떻게요? 서로 통하는 게 없을 텐데
빨리 우리 집안에 적응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아!
친해지기 싫다는 거야?
- 아가씨! - 아, 네!
어머니께서 앞으로 이 휴대폰 쓰시라고 합니다
(지안) 아, 그래요?
그럼 저 얼른 가서 개통하고 올게요
저 어제 분실 신고도 못 했거든요
개통된 겁니다
신분증 주시면 해지하겠습니다
어... 그럼
번호도 달라지는 건데요?
저는 사모님 지시만 전하고 행할 뿐입니다
곧 양 선생님 오실 시간이라서
집에 계셔야 해요
네... 알, 알겠습니다
[통화 연결음]
여보세요?
(지안) 엄마, 나야, 지안이
어머, 지안아!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그냥 번호를 바꿔 주셨어
아... 그래?
(지안) 아빠하고 오빠, 지호한테 제 번호 좀 알려주세요
지수한텐 내가 할게
지안아! 그거 얘기했어?
유학 보내 달라고 했어?
아니, 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엄마 내가 나중에 또 전화할게요 나 또 내려가 봐야 돼
어, 그래, 알았어!
[통화 종료음]
배달 왔습니다!
여기요!
어제 주문하신 대로 4종류 하나씩만 담아 왔어요
많이 시키는 것도 아닌데 배달까지 해 주시고
아니에요, 아니에요!
운동 삼아 오가는 거라서 저는 더 좋아요
종일 빵집에만 있으면 되게 답답하거든요
그러니까 절대 오실 생각은 하지 마시고
아무 때나 전화 주세요!
고마워요
(지수) 분명히 가구 때문에 자주 오는 거 같은데
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나?
답이 없네, 서지안
[경쾌한 음악]
안녕하세요, 서지...
아니, 최은석입니다
반갑습니다
양 선생이라고 편하게 불러 주세요
아... 네, 양 선생님
여기 이쪽으로 앉으시겠어요?
아, 저... 저기 민 부장님 저희
차 좀 일단 주시겠어요?
식탁에 다과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 그래요?
양 선생님, 혹시 잠시 티타임 괜찮으세요?
잠깐만 앉아 보시겠어요?
아, 네!
저는 아가씨에 대해서 다 알고 온 사람입니다
그러니 편히 대하세요
네
좀 전처럼 일어나셔서 허리까지 굽혀 인사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돈을 받고 온 고용인이거든요
어우
아무리 그래도 손님이시고
선생님이신데 어떻게...
인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시선 한 번, 가벼운 묵례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 네...
허리는 꼿꼿이 펴시고요
어깨는 활짝, 고개는 살짝 아래로
시선은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표정은 항상 여유 있게
의견을 묻기보다는 주도적인 입장에서
'우리 티타임 먼저 갖죠'라고 말씀하시는 게 좋습니다
해성 F&B에서는 연인들을 위한 다양한 햄버그 세트부터
가족들을 위한 피자, 면 종류가 아주 다양합니다
[문 열림]
[문 닫힘]
엄마!
요새 어딜 그렇게 다녀? 날마다
- 볼 일 있어서 - 밥은?
- 먹었어 - 안 먹었지?
눈이 퀭 들어갔구만 내가 밥 차려 줄게
생각 없어
신김치 쫑쫑 썰어 올린 비빔국수 어때?
10분이면 할 수 있어!
안 먹는다잖아!
안 먹는다는데 뭐하러 자꾸 한다 그래 뭐하러, 뭐하러!
언제 네가 나 밥 한번 차려 줘 봤어?
왜 안 하던 짓을 해!
지금까지는 언니가 있었으니까
[슬픈 음악] 그동안은 언니가 했잖아
근데 지금은...
지안이가 가 버렸잖아
그러니까 이제 엄마 딸, 나 하나야
그러니까 이제 내가 해 줘야지
(태수) 당신 지수한테는 안 미안해?
그렇다고 남의 걸 훔쳐?
이건 도둑질이라니까!
(지수) 엄마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
고마워서
미안해서
근데 지금은 정말 못 먹겠어
신김치 쫑쫑 벌써 썰어 놨는데
내일 아침에 김치볶음밥 해 먹자, 그럼!
그래
내일 해 줄게
지수야, 이거 먹고 가
오! 엄마, 이거 뭐야?
늦잠 자길래 빨리 먹을 수 있는 거로 한 거야
웬일이래, 엄마가! 집에서 죽어도 빵은 못 먹게 하더니!
음! 맛있어, 맛있어!
아이고, 체해! 천천히 먹어
늦어서
그걸 왜 싸?
가면서 먹게, 다녀오겠습니다!
[문 열림]
쟤는 왜 저렇게 착해 빠진 거야?
아, 핸드폰!
[미정 탄식]
[김지수의 'Lonely load' 재생]
(태수) 부모를 찾아주려면 잃어버렸을 때 사진이 있어야지
[카메라 셔터음]
아유, 아이구 예뻐라! 사진도 예쁘게 잘 찍네
으차, 으차 아이고, 예뻐라!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정 오열] 미안해, 어떡하면 좋아
엄마 아무렇지 않은 척하더니
언니 생각하나 보다
나쁜 년!
[문 열림]
미정아!
(해자) 얘, 얘! 어머?
미정이, 너 울고 있었어?
왜 사진을 보면서 울고 있어!
지안이 생각나서 우는 거야?
줘요, 일로...
얘가 지안이야?
어머머머, 뭐가 이렇게 불긋불긋?
지안이 이때 수두 앓았어?
언니...
아무리 언니 집 싸게 빌려 산다고
이렇게 불쑥불쑥 막 들어오지 좀 마요
얘 좀 봐
너 작년에 근종 수술할 때
내가 너네 살림 챙겨 주느라고 비번 알게 된 거잖아
그래도 너무...
근데 무슨 일이에요?
연희 아빠가... 내가 지안이가
해성 그룹 딸이라고 얘기했거든, 전화로
그랬더니 이번에 오면서...
봐라, 이 사진!
이 사진을 가져왔더라고!
[해자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미정) 이게...
이게... [날카로운 효과음]
어떻게 형부한테 있어?
쌍둥이 돌잔치 때
연희 아빠가 카메라 가져갔었잖아
그때 뽑아 놓은 사진인데 자기 짐 속에 섞여들어 있었대
아, 그때가 언제더라?
어! 이 집 집들이 와서 앨범 구경할 때
너희 앨범 전부 두바이 가면서 잃어버렸댔잖아
이 양반이 그 기억이 있었나 봐!
죽은 지안이 사진도 한 장 없을 거 아니냐면서
갖다 주라더라고
근데 이 중에서 누가 죽은 지안이고 누가 지수였더라?
돌잔치 때
얘는 왼손, 얘는 오른손으로 청진기를 잡고선
서로 갖겠다고 안 놓고 같이 울었던 기억은 아주 생생한데
누가 지수인 줄은 모르겠어
누가 왼손잡이였더라?
언니
나 나가 봐야 하니까 언니 그만 가요
아니, 어딜 나가게? 이 아침에
언니 나 나갈 데 있어요, 빨리!
- 갈 데 있어요, 나중에 얘기해요 - 알았어, 갈게
- (미정) 미안해요 - 그래, 간다!
[긴장된 음악]
[문 닫힘]
(지수) 엄마!
[극적인 효과음]
아니, 너...
아까 나갔는데 네가 어떻게...
왜 여기...
엄마
엄마 왜 얘를 지안이라고 해?
이거 난데?
[긴장된 음악]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태수) 너 울어? 왜? 무슨 일 있어?
아빠 보니까 너무 반가워서
우리가 남인가요?
자기 자신 외에는 근본적으로 남이지, 인간은
지수야... 여긴 너무 외로워
나한테 할 얘기 있을 거 같아서요
네
(지안) 이 집에서는 은석이지만
저는 아직 서지안이에요
은석이 가져온 거 다 치워 하나도 남김없이
기어이 이 사달을 만드는구나
(지안) 버리다뇨? 어떻게 버려요?
나한테 묻지도 않고, 내 물건인데!
(명희) 꽤 영민한 줄 알았더니 내가 잘못 봤구나
아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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