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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 내 인생 7

 

[끼익 마찰음]

 

(도경거기 잠깐!

 

[긴장되는 음악]

 

너 우리 집에 왜 왔어?

 

우리 집?

 

도대체 내 집까지 어떻게 알고!

 

그래이상하다 했다

 

(도경기어이 돈 돌려줄 때 뭐 있는 줄 알았어

 

엔가온 들먹일 때 눈치챘다고!

 

나 없는 사이에 우리 집엘 와?

 

현금 건네는 사진 찍었지?

 

다신 절대 죽어도!

 

내 얼굴 볼 일 없을 겁니다

 

진짜 징글징글합니다 아주 그냥

 

[구두 소리]

 

두 분 아는 사이셨어요?

 

민 부장님

 

은석이 데리러 가신다고...

 

[잔잔한 음악은석이?

 

설마 얘가 은석인 겁니까?

 

 

오 마이 갓!

 

[기막혀하며] (도경

 

저 죽었다 깨나도 그런 큰돈은 못 만들거든요

 

오백만 원만 받으시게요?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천만 원일 땐 비굴하게 굴더니

 

오백으로 깎고 나니까 자존심 회복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셨네요

 

이 아가씨가 진짜 구제 불능이네

 

거지 근성 있어요?

 

그렇지오백만 원까지 털어 준다니까 바로 숙이시네

 

오백만 원은 갚을게요

 

2,070만 원 갚을 거 아니면 쇼 그만 부리시죠가해자님

 

[자동차 과속 소리]

 

(지안저 이천만 원만 빌려주세요

 

근데 두 분은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재성민 부장 왜 안 들어오는 거야?

 

부회장님 나오십니다

 

부모님은 모르시는 게...

 

(재성왜 안 들어오고 여기 서 있나?

 

아버지

 

은석이 왔구나

 

잘 왔다

 

잘 왔어

 

 

(민 부장부회장님이 여기까지 나오셨네요

 

현관 앞에 나왔는데 짐만 오고 사람이 안 오잖아

 

들어가자

 

들어가시죠

 

 

(재성도경이 넌 왜 빈손이야?

 

네가 케이크 사 가지고 온다면서

 

차에 있어요 먼저 들어가세요

 

 

뭐가 기억나니?

 

무슨 생각나? - ?

 

혹시나 했다 너 태어나기 전부터 살던 집이거든

 

(지안...

 

(재성네 방도 그대로 있었는데 이번에 어머니가 새로 꾸미셨다

 

- (지안 - (재성들어가자

 

 

(도경사람이 사과하는데 왜 이렇게 삐딱해요?

 

사과받고 싶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다급한 사정이 있었겠죠

 

그쪽한테 다급한 일 생기면

 

나는 무슨 일을 겪었어도 화내면 안 됩니까?

 

나 같은 사람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남 짓밟는 사람이

 

무슨 노블리스 오블리제 운운하십니까어이없게

 

당신 하나도 안 노블리스 오블리제야

 

부모 돈으로 생색내는 거 가소롭던데요

 

반말하지 마라

 

내가 아직도 거지로 보여요?

 

내가 이천만 원을 왜 가져 왔는지

 

이 돈 세면서 생각해 보세요

 

[탁 효과음]

 

돌겠다

 

아니무슨 이런 끔찍한 일이

 

오셨습니다

 

안 들어오고 뭐 했던 거야?

 

집 앞에서 도경일 먼저 만났던 모양이야

 

은석아

 

[잔잔한 음악]

 

안녕하셨어요

 

엄마한테 안녕하셨어요가 뭐야

 

딱히 뭐라 그래 그럼?

 

그건 그러네요

 

이리 와앉자 - 

 

[작은 소리주방에...

 

다녀왔습니다 - 앉아라

 

정식으로 인사들 하자

 

우리야 다 아는 거고

 

서현이하고 도경이만

 

그래 그거 자기소개 먼저 해야겠다

 

최서현이예요스물셋이고 음대 기악과 졸업반이에요

 

첼로 전공하고 있어요

 

반가워난 서지... - 최도경입니다

 

전략기획팀 팀장입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왜요? - 너 왜 동생한테 존댓말을 해?

 

그랬군요

 

제가 최도경이다 아아니아니

 

최도경이다

 

돌아온 걸 환영한다

 

(명희도경이는 동생 대하는 게 왜 그래남처럼

 

서현이야 어쩔 수 없지만 넌 기억 있을 텐데

 

기억 거의 없어요어머니

 

워낙 오래된 데다가 그 기억이 지금 이 친구하고 매칭이 안 되네요

 

회장님할아버지가 계신 건 알지?

 

할아버지께선 폐가 안 좋으셔서

 

하와이에서 주로 지내신다고 들었습니다

 

폐가 안 좋다고 소문난 거야?

 

폐 안 좋으시잖아요

 

폐 기능이 좀 떨어지신 거지

 

그게 침소봉대되면 회사 운영에 차질 생겨

 

어떤 입에서 나온 거야?

 

언니이건 제 선물이에요

 

(서현방이 낯설 것 같아서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향초하고 향수 준비했어요

 

아직 언니 취향을 몰라서 제 생각대로 샀어요이해해 주세요

 

고마워

 

도경이도 준비했을 텐데?

 

?

 

[또도독&종소리케이크요?

 

그거 상할까 봐 주방에...

 

(민 부장팀장님께서 꽃바구니를 해 오셨네요

 

[감탄하는 소리]

 

[어색한 음악]

 

역시 우리 장남 센스 있다

 

열어 봐

 

(서현오빠이거 어떻게 구했어요?

 

도경아 네가 은석이한테 걸어 주렴

 

아니에요 - 제가요?

 

선물하는 사람이 해 주면 더 좋지

 

아직 낯설어서 불편할 겁니다

 

제가 나중에 줄게요

 

당신은 뭐 없어요?

 

(재성...

 

너 스무 살 되던 해에 대학 입학 기념해서 사둔 거다

 

도경이서현이도 똑같은 게 있어

 

아버지그럼 만년필이에요?

 

풀어 봐

 

[애잔한 음악]

 

네 진짜 이름 되찾은 걸 축하한다 우리 딸

 

감사합니다잘 쓰겠습니다

 

네 취향을 몰라서

 

내가 좋은 대로 꾸몄는데 마음에 들어?

 

너무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일 도와주는 사람들한테 그렇게 인사하지 마

 

?

 

월급 충분히 받고 당연한 일 하는 거야

 

감사는 네가 도움을 받았을 때 해야 하는 거고

 

지금 같은 경우는 '수고했어요'라고 해야지

 

...

 

잠깐 쉬고 있어 점심 세팅 끝나면 부를게

 

 

어떡해저 사람이...

 

왜 하필 저 사람이 오빠야?

 

[익살스러운 음악왜 하필 저런 애가...

 

아니어떻게 이런 일이

 

큰일 났다

 

(민 부장팀장님

 

벌써 점심이에요? - 아니요

 

제가 좀 걱정이 돼서요

 

걱정이요?

 

무슨 일이세요?

 

은석 아가씨하고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사정은 모르지만

 

오랜 세월 비바람 맞으며 살아온 동생인 걸 감안하셔서

 

좀 너그럽게 대해 주셔야 할 거 같아요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겁니까?

 

설마 내가 내 동생을 과거 감정으로 괄세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팀장님이 그렇게 화내시는 거 처음 봤거든요제가

 

민 부장님나 최도경입니다

 

 - 무슨 일이 있었든

 

설사 죽이고 싶었던 원수지간이었어도

 

그땐 저 아이가 내 동생인 걸 몰랐으니 생긴 일입니다

 

저 아이가 저렇게 된 게 제 탓입니까아니거든요!

 

유괴해 간 사람 탓이고 잃어버린 어머니 탓이죠!

 

은석이는 피해자거든요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나이 들면 그렇죠뭐 괜한 걱정들을 하시죠

 

민 부장님 걱정이해는 합니다

 

어떤 일이 있었습니다 있었지만

 

민 부장님이 아실 일은 아니고

 

부모님도 굳이 아실 필요 없겠죠?

 

알겠습니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썩을 놈내가 저를 업어 키우다시피 했는데

 

!

 

그러네그러네 그렇지

 

그렇지은석이 잘못이 아니지

 

저 애가 저렇게 삐뚤어지고 교양 없고 억세고 자격지심 덩어리가 된 게

 

저 아이 탓이야아니지아니고말고

 

자존심 보통이 아니던데

 

우리 집에서 자랐으면 짜식꽤나 도도하게 컸을 텐데

 

난 빗속에서 2시간 걸어도 되는 그런 사람이에요?

 

[빗길에 차 미끄러지는 소리] (서지안!

 

(지안혁아

 

너 때문에

 

너를 그렇게 만들었구나

 

좋다나 최도경

 

널 동생으로 접수해 주마

 

[똑똑]

 

누구세요? - (도경오빠다

 

[작은 소리오빠?

 

[똑똑]

 

[문 여는 소리]

 

... 잠깐 들어가도 될까할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방은... 마음에 들고?

 

 

우리 참 우스꽝스러운 재회구나

 

너도 난감했지?

 

그러네요

 

아까 그 우스꽝스러운 재회도 그 이전도 다 잊자

 

우린 남매였고 몰라서 생긴 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다시 인사할까?

 

(도경반갑다

 

난 최도경네 오빠야

 

[익살스러운 음악]

 

오빠 해 준다고

 

인사는 아까 했고요

 

지난번 일들은 죄송했습니다

 

악수는?

 

지금 저 놀리세요?

 

놀리다니?

 

내가 널 왜?

 

25년 만에 찾은 동생을 왜?

 

팩트 너 잃어버린 내 여동생 최은석

 

네 오빠 최도경

 

네 오빠 최도경

 

없지

 

없으니까 다 포용하고 수용해 준다고

 

제가 너무 당황스러워서요

 

지금은 뭐라고 무슨 말을 하기가 좀 불편합니다

 

핸드폰 꺼내 봐 - 왜요?

 

나 차단했잖아

 

우선 차단 푸는 거로 시작하자

 

아버지 아무래도 병원에 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빠가 부득부득 안 간다고 하셨잖아

 

잠깐 쉬면 된다고

 

너무 기척을 안 하시니까

 

좀 뛰셨다고 기절하실 아버지는 아니잖아요

 

못 자고 못 먹어서 그런 거야 엄마가 알아

 

근데 어머니 아버진 왜 다시 오신 거예요?

 

지안이 만나고 대전 내려가셨다면서요

 

(지호큰누나 가는 거 보러 오신 거 아니야?

 

배웅하려고

 

그러려고 오신 거 같지 않아서 지안이 붙잡으러 뛰어가셨잖아

 

(지호그러고 보니 그러네

 

아빠 저 아래 길가에 쓰러져 계셨잖아

 

이해가 안 돼요

 

지안이를 붙잡으실 일은 아닌 거 같은데

 

보내 주는 게 맞잖아요 지안이를 위하신다면

 

그건 그래맘은 서운하지만 당연히 보내줘야지

 

너희들이 모르는 마음도 있는 거야

 

아버지 좀 주무시게 그만들 해

 

지태너 회사 홍보 교육 있다면서

 

지호너도 빨리 학원 가서 공부해

 

[도어락 소리]

 

[문 여닫는 소리아빠 깨어나면 가려고 했지

 

(지수아빠!

 

엄마아빠는?

 

(미정지수야 너는 또 왜 왔어?

 

작은누나가 전화 왔더라고

 

그래서 내가 아빠 쓰러지셨다고

 

[드르륵너는 뭐하러 그런 얘기를 해?

 

(지수아빠

 

내가 잘해 줄게

 

지안이 대신 내가 진짜 잘해 줄게

 

[애잔한 음악]

 

(지수내가 진짜 딸이니까 내가 진짜 아빠 딸이니까

 

아빠가 쉬고 싶다고 하셨어 깨우지 말라고

 

그랬어?

 

(지수아빠 진짜 자는 거야?

 

아빠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길에선 왜 쓰러진 거야빈혈인가?

 

지태야 지수 데리고 빨리 나가

 

가자가면서 얘기하자

 

수도꼭지야?

 

서지안 죽여버릴 거야

 

아빠가 쫓아갔는데 그냥 갔다며

 

지안이가 간 게 아니라 차가 간 거야

 

차를 어떻게 잡아?

 

그니까 애초에 안 갔으면 됐잖아

 

내가 절연 선언까지 했는데

 

지안이가 이해가 안 돼?

 

안 돼 완전 안 돼

 

용돈 더 많이 받고 좋겠구만

 

오빠

 

[휴대폰 벨 소리]

 

나 지금 바빠서 통화 못 해

 

- (지태나중에 내가 할게 - 잠깐만잠깐만

 

내 얘기 좀 들어줘

 

나 지금 너... - (지태나중에 한다고

 

[통화 종료음]

 

[느린 음악]

 

서지태 어이없다

 

[씁쓸한 음악]

 

(지안가고 싶어요

 

(지태이해가 안 돼요

 

(지태보내 주는 게 맞잖아요 지안이를 위하신다면

 

[서류 꺼내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지안이게 다 뭐야?

 

뭐가 이렇게 많아?

 

25년 만에 온 가족이 모여서 하는 첫 식사라 어머니가 신경 쓰셨다

 

평소엔 이러지 않으니까 부담 갖지 마

 

 

(명희우리 은석이 환영 만찬 시작해 볼까?

 

돌아온 은석이를 위해서 축배 하자

 

언니그건 물이에요

 

(서현옆에 거요

 

 

환영한다

 

감사합니다

 

우리 요리 해 주시는 분이 청와대 계시던 분이야

 

솜씨가 아주 좋아

 

(지안제일 바깥쪽부터 쓰는 거지?

 

(재성오늘 고기가 좀 질기네?

 

은석인 웰던이어서 영 별로겠는데?

 

(지안아니요너무 맛있는데요

 

식사 중에 대답은 천천히 하셔도 돼요

 

(서현입에 아직 음식물 있잖아요

 

그리고 커트러리를 그렇게... - 천천히 하자

 

오늘 첫날인데

 

어머니께서 많이 도와주라고 하셔서요

 

(재성도움보다는 친해지는 게 먼저지

 

언니한테 궁금한 거 물어보고 해

 

아직 언니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요

 

학교과거 그런 거 막 물어봐도 돼요?

 

이 자리에선 아니지

 

어머니아버지께서 너무 정보를 안 주셨어요

 

(명희정보가 왜 필요해?

 

은석이가 25년 동안 어떤 삶을 살았든

 

우리가 알아야 할 이유도 알 필요도 없어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이제 은석이는 어떡하실 거예요?

 

계획 좀 말씀해 주세요

 

(명희그건 할아버지 오시면 알게 될 거야

 

그전엔 은석이 소식 밖에 안 나가게 해

 

할아버진 언제 오시는데요?

 

추석 맞춰 오신단다 은석이 보러

 

[쨍그랑] (지안어머어머

 

그냥 둬

 

[어색한 음악]

 

일어나

 

?

 

디저트 나오기 전에 아까 못 했던 증정식 좀 하겠습니다

 

동생한테

 

저 그거 안 주셔도 괜찮아요

 

안 줄 거야

 

걸어줄 거거든

 

아니아니괜찮... 제가 할게요

 

[익살스러운 음악]

 

(도경무사히 돌아와 줘서 고맙다

 

감사합니다

 

예쁘다

 

잘 골랐다

 

그러네요

 

밸런스만 잘 맞으면 금상첨화겠다

 

(명희민 부장

 

따로 알아둔 에스테틱에 전화해 헤어샵에도

 

 

첫날인데 좀 쉬게 두지

 

첫날이니까 새로운 시작답게 분위기 바꿔야죠

 

꼭 남의 집에 와 있는 애 같잖아요

 

(해자미정아양미정!

 

어머어쩜

 

안 그래도 너한테 가려고 했는데 여기서 딱 만났네

 

지안이 갔다면서?

 

해성에서 데리러 왔다면서?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너네 동네 세탁소 아저씨가 봤대

 

어쩜 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지안이 가기 전에 나도 얼굴 한 번은 봐야지

 

그렇게 됐어

 

이거 큰 거로 5마리만 싸 주세요 - (판매원알겠습니다

 

웬 전복이야?

 

태수 오빠 왔구나?

 

(해자태수 오빠 싸고 누웠구나 지안이 보내고?

 

아휴그럴 줄 알았어

 

태수 오빠 어떡해지안이 끔찍이 했는데

 

언니는 무슨 장을 이렇게 많이 봤어요?

 

이거연희 아빠 온대서

 

형부 베트남에서 들어온대요?

 

언제갑자기 무슨 일로?

 

이 양반이 어딜 갔대?

 

이불까지 개 놓고

 

[긴장된 음악]

 

아니이 양반이 내 말을 들어 보지도 않고

 

그 빈속에 길 가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지갑 여는 소리]

 

아휴

 

[통화 연결음]

 

(기계음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

 

아무리 화났다고 전화까지 꺼 놓고

 

[애잔한 음악]

 

(남자아이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귀 안 들려요?

 

?

 

(남자아이할아버지요

 

그래내가 할아버지지

 

근데 왜?

 

할아버지 신발 짝짝이로 신었어요

 

할아버지 아빠한테 혼나겠다

 

(남자아이 엄마죄송합니다

 

제기랄진짜

 

[구토 소리]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마사지 오랜만에 받으시나 보다

 

각질이 많이 나오시네요?

 

머리 드라이만 하는 거 아니에요?

 

모발 영양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헤어팩 먼저 하셔야 돼요

 

담보 없는 무직자 20대 여자가 이천만 원?

 

사채겠지?

 

(용국에이사채라도 무담보로는 안 되지

 

(용국가만있어 봐

 

20대 여자면 그 자체로 담보가 되려나?

 

(용국그렇다고 이천만 원을 준다고?

 

와이프도 아니고 여친도 아니고

 

아직 아무것도 아닌 여자한테 이천만 원?

 

오버지?

 

오버지

 

근데 선배 그냥은 못 있겠어서

 

네 돈 네가 쓰는데 내가 뭐라고 할 건 아니지만

 

뭐 상의를 했으니까 한마디 하자면

 

너 목공소 확장한다며 그거 킵 해 놓은 자금 아냐?

 

내가 설마 여자한테 눈 돌아가 사업 자금 날릴까 봐요?

 

그냥 준다고 해도 거저 받을 애가 아닙니다지안이는

 

나눠서 갚으라고 할 거예요

 

(카페 주인내 혀가 아주 델리케이트하거든요

 

근데 이 집 빵은 입에 착 감기더라고요

 

- (남구그런 거 안 합니다 - ?

 

납품 같은 건 안 합니다

 

우리 카페 100평이에요

 

하루에 최소 50개는 주문할 건데?

 

(남구그럼 더 안 됩니다

 

전 하루에 만드는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더 만드시면 되잖아요 - 내가 왜요?

 

저 식빵 하루에 50개 납품하면 한 달에 얼마인지 계산해 보세요

 

(남구그런 걸 제가 왜 계산합니까납품 안 할 건데

 

별꼴이야

 

방장님

 

방장님 아니납품을 왜 안 하세요?

 

돈 벌 생각 없으니까

 

돈 벌 생각 없어도 벌리잖아요 사람들 다 줄 서 있고

 

왜 돈 벌 생각이 없으신 건데요? - 퇴근이나 해요

 

빵 다 팔렸으니까

 

오늘따라 일찍 팔려 가지고 지금 4시 반인데요

 

잔심부름이라도...

 

아이구미친년 봉두난발로 툭하면 뛰쳐나갈 땐 언제고

 

생각해 주는 척하기는 가는 게 도와주는 거네

 

그럼

 

이거 아까 미리 빼놓을 때 계산했어요

 

우리 아빠 갖다 드리려고요

 

서지안

 

너 없이도 나 혼자 의자 가격 정해서 의자도 사고

 

쇼핑몰도 알아냈어

 

두고 봐

 

선 실장님이랑 멜로도 꼭 해피엔딩으로 만들 테니까

 

근데 어떡해야 해피엔딩이 되지?

 

번호 알려 줬는데 전화는 안 왔으니까 1차로 차인 건데

 

그치언니야?

 

뭐야뭐야하지 마 아서지수 등신아!

 

서지안 나쁜 년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고 지랄이야

 

우연히 만나는 척할까?

 

[환희에 찬 음악]

 

됐어 됐어서지안

 

너 없이도 만날 방법 생각났어 나쁜 년아

 

[통화 연결음]

 

(기계음전화를 받을 수 없어...

 

뭐야이수아

 

(지태전화도 계속 안 받고 톡도 씹고

 

일요일이라 동면 중이야?

 

아파트 앞에서 1시간 쳐다보다 간다

 

일어나면 전화해

 

[문자 수신음]

 

[똑똑]

 

(룸메이트수아 씨

 

아직도 결정 안 했어?

 

할 거야말 거야?

 

할게요언니

 

무슨 소개팅 하나 결심하는데 백만 년 걸린다!

 

그럼 약속 잡는다? - (수아

 

부르셨어요?

 

언니 도착했다니까 좀 맞아 줘

 

아까 보니까 너무 좌불안석이더라

 

 

언니다녀오셨어요?

 

다녀왔습니다

 

이야우리 은석이

 

꾸미니까 더 이쁜데?

 

완성형은 아니지만 괜찮구나

 

조금만 더 손보면 나무랄 데 없겠어

 

왜 은석이 네 맘엔 안 들게 한 거냐?

 

아니요바로 집에 올 건데

 

새 옷에 화장까지 좀 과한 거 같기도 하고요

 

우리 집안사람답게 제대로 들어오게 하고 싶었어

 

엄마가

 

미리 준비해 줄 시간이 없었잖니

 

(도경우와누구십니까?

 

우와예쁘다최은석

 

내 동생 아주 예뻐

 

역시 어머니 생각이 옳으셨네요 과거는 싹 지워진 느낌인데요?

 

동생?

 

새롭게 다시 태어난 기분이 어때?

 

괜찮아요

 

정말 다른 사람 같네

 

[똑똑] (재성은석아

 

들어가도 되겠니?

 

그럼요들어오세요

 

용돈이다

 

아니에요

 

이 순간을 25년을 기다렸어인마

 

(지안감사합니다

 

아직 집이 불편할 거다 가족들도 그렇고

 

(재성서두르지 마

 

그냥 하루하루 지나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나중에 아빠하고도 따로 데이트하자

 

 

(강 실장태수 형님

 

강 실장

 

내가 정식으로 사과하네 연락도 없이 무단결근해서

 

무단결근 책임지고 관두려고 짐 싸는 거예요?

 

사람 새로 왔다고 얘기 들었어

 

사흘짜리예요형님

 

(강 실장형 전화 꺼져 있지

 

오늘 올지내일 올지 어떻게 압니까제가

 

그러면...

 

형하고 저하고 하루 이틀 일합니까?

 

아니그런 일이 없는 분이

 

무슨 사정이 생겼나 싶었죠

 

얼른 짐 푸세요

 

고마워강 실장

 

근데 형전화는 왜 꺼 놓은 거야?

 

배터리 나갔었어

 

나와요소주나 한잔하게

 

그래그래알았어

 

[문 닫는 소리]

 

[휴대폰 벨 소리]

 

여보세요? - (석두서태수

 

(석두너 왜 핸드폰 꺼 놨냐?

 

장 사장석두냐?

 

[문 닫는 소리]

 

다녀왔습니다

 

어머니아버지 좀 어떠세요?

 

아빠 대전으로 내려갔대

 

내려가셨다고왜 벌써 내려가셨어요?

 

지안이 생각나니까 집에 조금도 있기 싫으신 거야

 

일 있으시잖아대전에

 

이거라도 가져가시지

 

이게 뭐야?

 

아버지 기력이 너무 떨어지신 거 같아서요

 

(지태이거 어머니 거예요

 

아니뭘 내 것까지 샀어나는 괜찮아

 

추석도 얼마 안 남았고요

 

근데 어머니 괜찮으세요?

 

괜찮다니까

 

몸도 몸이지만 지안이요

 

어머니가 제일 서운하셨을 텐데

 

잘되려고 간 건데

 

너희들 어차피 다 부모 품 떠날 나이들이잖아

 

오빠내가 대전 가서 아빠한테 전해 줄게

 

이번 주 쉬는 날에 내가 가서... - 관둬!

 

아니저기 추석 때 올라오실 거니까 그때 드려

 

아버지 혼자 마음 좀 정리하고 추스르게?

 

알았어

 

그럼 엄마라도 얼른 하나 먹어

 

엄마도 요새 눈이 퀭해

 

우리 다 버리고 간 기지배 때문에

 

엄마까지 쓰러지면 어떡해

 

아유 잘 먹네우리 오마니

 

[똑똑]

 

들어와

 

내일 아침 식사 같이하시래요 7시에요

 

7?

 

어머니아버지는 꼭 그 시간이세요 오빠도 거의 같이하시고

 

(서현저는 특별한 날 오더 내리시면 같이 하고

 

학교 스케줄 맞춰서 나중에 먹어요

 

... 알려줘서 고마워

 

민 부장님이 부탁한 거예요

 

그럼 민 부장님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네?

 

25년 만에 만난 동생하고

 

처음으로 사적으로 말 섞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언니 말 잘하네요근데 오빠한텐 왜 그래요?

 

우리 오빠 성격에 작정하고 엄청 상냥하게 대하는데

 

(서현남자 기피증 있어요?

 

목걸이까지 사다 줬는데...

 

그거 유르메스 수석 디자이너가

 

오드리 켈리 탄생 100주년 한정판으로 만든 거예요

 

우리나라에 딱 50개 들어왔어요

 

그런 거였구나

 

나도 미리 선주문 걸었는데 나한텐 차례도 안 온 거예요

 

가져

 

나 가져도 돼요?

 

오빠가 언니한테 주신 선물인데 그럴 수는 없어요

 

나는 이런 스타일 별로야

 

이런 스타일이 별로라고요?

 

(지수취직할 걱정 없다고 취업 책들 다 버렸네

 

이건 왜 안 가져가고 냅뒀대?

 

[휴대폰 알람]

 

안녕동생

 

잘 잤나?

 

 

어제 피곤했을 텐데 일찍 일어났네?

 

 

아침 인사 안 하나오빤 했는데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빠라고 안 하네

 

풀어 주고 오빠 해 준댔는데내가

 

(지안왜 이렇게 싱거워?

 

나물도 싱겁고 생선도 싱겁고

 

송이 탕이 입에 안 맞니?

 

아니요괜찮아요

 

자연산 송이야 서현아?

 

송이에는 비타민 B1 B2 에로고스테롤이 들어있어서

 

비타민 섭취에 좋아요 에로고스테롤이 뭔진 아시죠?

 

... 아니모르겠는데

 

에로고스테롤은 효모나 맥각 버섯 등에 들어 있는 스테로이드예요

 

햇빛에 노출되면 비타민 D2가 돼서 프로 비타민이라고도 해요

 

저 맥각은 뭔데?

 

그것까진 모르겠어요

 

우린 아침 회의가 있어서 지금 나가야 해

 

은석이는...

 

이걸로 쇼핑하고 와

 

무슨 쇼핑요?

 

너한테 필요한 거 네 마음대로 사

 

대신 이 돈은 꼭 다 쓰고 와야 한다

 

이 돈 다 쓰는 게 오늘 네 숙제야

 

3천만 원이다

 

? 3, 3천만 원요?

 

(명희내 차 타고 가

 

나갈 때 민 부장한테 얘기하면 명 기사 대기할 거야

 

아니에요 저 버스 타고 가면 돼요

 

명 기사하고 가거라

 

어머닌 나하고 같이 가면 되니까

 

 

첫 숙제가 좀 과한 거 같아

 

제대로 된 시계 하나만 사도 끝날 돈이에요

 

그럴 배포는 아직 없겠지만

 

그러니까

 

옛날에 이 집안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내 생각이 나서 그래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저 이거 주세요 - 잠시만요

 

여기요 - 

 

이거 백만 원짜리네요?

 

수표는 못 거슬러 받아요?

 

수표 금액의 60% 이상은 사용하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하루에 3천만 원을 어떻게 써 말도 안 돼

 

(판매원찾으시는 중저가 브랜드입니다

 

이거 지수가 입으면 딱이겠다

 

저 이거 새 걸로 하나만 주세요 

 

저기 이거 가방도 하나 주실래요?

 

 

저기요 이거 새거로 하나만 주세요

 

주문하신 라떼 나왔습니다

 

이거 지금 시식 행사 하는 건데요 맛 좀 보세요

 

저 식빵 별로 안 좋아해요 먹으면 왠지 더부룩한 것 같아서

 

그거요그건 밀가루 때문이 아닐 거예요

 

(지수원래 순수하게 밀가루만 들어가면 안 그런데

 

합성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거든요

 

이 빵은 저 믿고 한 번만 드셔 보세요

 

저 괜찮아요

 

이건 모카고요 밤단호박 빵이에요

 

단호박 식빵도 있어요?

 

왜 그러세요?

 

맛있어서요

 

그쵸?

 

눈물 날 정도로 맛있죠진짜 이 맛을 아시는구나

 

이게 다 우리 주방장님만의 특별한 반죽 기술 때문이거든요

 

이 카페에는 아직 손님들 요기할 빵이 없던데

 

혹시 필요하시면 제가 배달해 드릴게요

 

... 빵집이 어디예요?

 

(기재이천만 원 아가씨는 어떻게 됐냐?

 

해결됐다 - (기재됐어어떻게?

 

나중에 얘기하자복잡하다

 

(기재복잡하면 해결된 게 아니지 [휴대폰 알림음]

 

기재야어머니 전화다 다시 통화하자

 

어머니

 

백화점에요?

 

(명희혼자서 허둥지둥할 게 선해서 그래

 

네가 가서 좀 도와줘 - 그럴게요어머니

 

 

귀찮아

 

하지만 내가 오빠니까

 

내일 중앙에서 진행하는 홍보 행사 나가야 되는 거 알지?

 

서 대리하고 이 주임은 홍대래 - 홍대요?

 

거기가 2, 30대들 주 무대잖아

 

알겠습니다 저희 명함도 같이 돌리겠습니다

 

그렇게 하고 두 사람이 하던 업무 옆 파트에 잘 넘겨주고

 

알겠습니다

 

[순번 알림음]

 

[통화 연결음]

 

[휴대폰 벨 소리]

 

무슨 일이야?

 

너 바람났어?

 

어제는 전화 문자 다 씹으신 분이 '무슨 일이야?'

 

어제 하루종일 잤어

 

요새 세무 조사 들어와서 여기 정신없거든

 

그랬구나

 

그럼 오늘 점심은 어렵겠네?

 

내일 저녁은 어때?

 

나 내일 외근 나가서 일찍 끝날 거 같은데

 

내일?

 

... 내일도 야근해야 될 거 같아

 

그래?

 

고생이 많네우리 수아

 

알았다

 

[통화 종료음]

 

(태수대전까지 와줘서 고맙다

 

(석두집에 안 있을 핑계 생겨서 오히려 좋더라고

 

근데 너 왜 그리 늙었냐?

 

그러는 넌 뭐 주사 같은 거 맞냐왜 이리 뺀질뺀질 광이 나냐?

 

더 젊어졌지?

 

살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니까 젊어지더라

 

해자 속 끓일 건 생각 안 하냐?

 

내가 말도 못 하고 내가 아주 죄인이야죄인

 

내가 베트남에 딴 살림 차린 거

 

해자가 모를 거 같냐?

 

너 말했어?

 

내가 어떻게 말이라도 하려고 눈치를 보이면

 

얼마나 설레발 치고 막아 대는지 아직 얘기 못 했다

 

말이 되는 소릴 해라

 

해자 성격에 그런 일 알고서 가만있을 애야?

 

, 30년이 넘게 여자랑 산 건 똑같은데

 

넌 참 여자 모른다

 

(석두여자

 

아니마누라들도 다 아롱이다롱이여인마

 

(석두밥 왔다

 

마누리 얘기 그만하고

 

너 왜 사업은 시작하려고 그래?

 

지안이 재벌 집에 갔다면서?

 

거기서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거 아니야

 

지안이가 갔으니까 내가 꼭 재기를 해야지

 

... 평생 빤쓰가 젖도록 뛰었으면 됐지

 

60 넘어서 또 뛰냐?

 

이렇게 밥벌이하면 됐지

 

요즘 세상이 밥만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냐?

 

제수씨 아직도 쪼아대냐?

 

(석두하긴 여자들은

 

관 뚜껑 덮을 때까지 밥으로 만족을 하지 않지

 

우리 신해자처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네 후배 사업 설명회 한다는 거 그거나 얘기해 봐

 

내일 어디라고?

 

[휴대폰 벨 소리]

 

여보세요?

 

(미영안녕하세요 양미정 씨 되십니까?

 

전데요

 

(미영전 해성 F&B 영업팀 한미영 대리입니다

 

 

(미영보내 주신 프랜차이즈 계약서 잘 받았고요

 

노 대표님께 미리 말씀 들었습니다

 

양미정 씨가 계약서 보내와서 진행하라고 했어요

 

벌써 보냈어?

 

생각보다 빠르네

 

남편이 일용직인데 별수 있어요?

 

지원 잘 해 줘

 

은석이한테 그쪽에서 말할 때까지 당신은 모른 척하고

 

무슨 소리예요?

 

빨리 말을 해 줘야 은석이도 그쪽 집에 신경 끄고

 

우리 집에 적응할 텐데

 

그래 봤자 며칠이겠어매장 오픈 준비 시작하면 말하겠지

 

그쪽 부모가 먼저 우리한테서 가게 받았다고

 

은석이한테 말해야 서로 간에 거리가 생겨

 

대가 받았다고 인정하는 거니까

 

그러네요

 

당신 말이 더 효율적이에요

 

말 안 할게요 은석이한테

 

기사님 제가 쇼핑이 좀 길어질 거 같아요

 

백화점 문 닫을 때까지 있을 거거든요?

 

다른 데 가서 좀 쉬고 계세요 전화 드릴게요

 

[통화 종료음] [휴대폰 벨 소리]

 

무슨 전화까지...

 

[경쾌한 음악]

 

안녕하세요?

 

엄마

 

(미정어머지안아

 

내가 바쁘니까 이것만 놓고 갈게요

 

이게 다 뭐야?

 

이건 아빠 셔츠하고 점퍼고

 

내가 바지는 아빠 허리를 몰라서 못 샀어

 

그리고 이건 엄마 블라우스하고 엄마 신발

 

이거 신어 봐지금

 

아니이걸 왜 사 왔어?

 

그리고 이거는 지태 오빠 거 오빠 출근 가방하고 넥타이들

 

오빠 가방 되게 낡았잖아 하나밖에 없는 거

 

그리고 이건 지호 운동화하고 가을 운동복

 

학원 갈 때 편하게 입으라 그래요

 

지안아잠깐만

 

(지안그리고 이거 나머지 세 개는 다 지수 거야

 

누구 거라고?

 

어머지수야!

 

어떻게 딱 맞춰 왔네 못 보고 갈 줄 알았는데

 

너 이것 좀 입어 봐

 

언니가 딱 너를 위해 만든 옷을 발견했잖냐

 

그거 그러다 찢어져

 

[쇼핑백 소리] (지안지수야

 

서지수뭐 하는 거야?

 

엄마엄마 나중에 전화할게요

 

[도어락 소리]

 

지수야

 

서지수

 

(지안서지수너 왜 그래?

 

다신 이런 거 가져오지 마

 

우리 식구 그지 아니니까 구 서지안 씨!

 

너 진짜 이럴래?

 

우리 아빠 너 쫓아가다 쓰러졌어

 

네 차 쫓아가다 쓰러졌는데 너 모른 척했잖아!

 

아빠가... 나 쫓아오셨어?

 

그래서 아빠는?

 

아빠 괜찮으셔?

 

안 말해 줘

 

[휴대폰 벨 소리]

 

왜 자꾸 전화를...

 

여보세요? - (도경지금 어디냐?

 

무슨 일이신데요?

 

지금 어디냐고 물었는데? - (지수아빠 집에 없어!

 

!

 

(지수그래요아저씨 찍었어요

 

어머니가 너 도와주라고 하셔서 지금 백화점 가는 길인데

 

?

 

(도경백화점 아니야벌써 쇼핑 끝났어?

 

아니에요 백화점이에요쇼핑 중이에요

 

 30분 걸릴 거야 도착해서 전화할 테니 바로 받아라

 

(지안제가 어느 백화점에 있는지 아세요?

 

어머니가 알려주시던데?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나쁜 기집애

 

(지수여기 왔다고 말도 못 하는 주제에

 

(지안지수야

 

지수야이거 지지수야!

 

지안이 잘 갔어?

 

엄마 왜 뭐라고 안 해?

 

잘했어

 

잘했다고?

 

그 집에 적응해야지 [휴대폰 벨 소리]

 

?

 

엄마아빠 쓰러지셨다면서

 

나 쫓아오다가 쓰러지셨어?

 

잠깐 빈혈로 그런 거야 금방 괜찮아지셔서 대전 가셨어

 

(미정신경 쓰지 마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리고 오늘처럼 그러지 말고

 

끊는다

 

[통화 종료음] (지안엄마?

 

(지안감사합니다

 

기사님이 짐 좀 맡아 주세요 나중에 찾으러 갈게요

 

(기사알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 

 

어휴돌대가리

 

[통화 연결음] [휴대폰 벨 소리]

 

여보세요? - (도경어디냐도착했는데

 

지금 벌써 오셨어요저 지금 화장실인데

 

저기 아까 맡기고 갔던 쇼핑백들 좀 주세요

 

감사합니다

 

오셨어요?

 

아니이걸 다 들고 화장실 간 거야?

 

인포메이션이랑 매장에다 잠깐 맡기지

 

그러게요

 

다 샀어? - 괜찮아요

 

뭐 샀어?

 

이것저것 샀어요

 

여자들 옷이야 제일 먼저 사는 거니까 적당히 샀을 테고

 

가방도? - 샀어요

 

시계는? - 시계도 샀어요

 

슈즈는? - 신발도 샀어요

 

필요한 거 다 샀어요

 

돈 다 못 썼지?

 

같이 돌자 - 아니요괜찮아요

 

어머니가 다 쓰고 오라고 하셨을 때는

 

이유가 있으신 거야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더 못 사겠어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그래?

 

그럼 집에 가자

 

저 주세요 명 기사님 차로 갈게요

 

저기요 저기요

 

종일 걸어 출출할 텐데 저녁 먹고 가자

 

괜찮습니다

 

오빠가 저녁 사 준다고

 

아니요 저 진짜 배 하나도 안 고파요

 

아까 오시기 전에 뭐 먹었어요출출해서

 

혹시 시장하신 거면...

 

(도경앞으로 너는 많은 걸 누리게 될 거야

 

신뢰만 얻게 되면

 

(지안... 말 좀 안 하고 그냥 가면 안 되나?

 

근데 신뢰라는 게 알겠지만

 

어떤 신뢰도 쉽게 얻어지는 건 아니다

 

말씀이 좀 이상하네요?

 

밖에서 살다 왔으면 신뢰를 얻어야 진짜 자식이 되는 거예요?

 

당연하지

 

네가 지금 하는 생각은

 

네가 살았던 곳에서 옳았던 생각이다

 

사람들 생각 제각각인 것처럼

 

이곳에는 이 세계의 룰이 있어

 

알고 있습니다

 

정말 알고 있으면...

 

(도경남친한테 돌려줘 돈까지 빌렸으면 떼내기 힘들어

 

남친이라니요? - 이 돈 빌려준 놈

 

너 우리 집 딸이라고 얘기했어?

 

아니요

 

그리고 저 남친 없습니다

 

없어? - 

 

정리해라

 

아니그냥 친구는 있어도 진짜 남자 친구는 없습니다

 

남자 여자 사이에 친구가 어딨어?

 

그건 각자 생각이 다른 거니까요

 

그리고 이건 어머니... - 오빠 노릇 하기 힘드네

 

하지 마세요 - ?

 

저한테 신경 안 쓰셨으면 좋겠어요

 

서로 불편한 거 억지로 안 그러셔도 됩니다

 

지금 오셨습니다두 분

 

둘이 뭐 했길래 이렇게 늦어명품관 갔으면 금방인데

 

팀장님이 회포를 푸셨나 봐요

 

밀린 얘기도 하시고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꽤 늦었다남매끼리 회포 푼 거야?

 

제가 백화점에 좀 늦게 갔어요

 

쇼핑하는 건 못 도와주고 짐꾼만 했습니다

 

어디 잘 샀나안목 좀 보자

 

... 

 

그거 말고 영수증

 

?

 

영수증 안 받았니?

 

(명희남자 구두남자 옷

 

운동복운동화

 

넥타이가방

 

원피스가방

 

영수증은 있는데 여기엔 없는 물건들이 많구나

 

네 물건 사라고 했는데 절반은 옛 가족들 물건이야

 

그게...

 

옛 가족들이 좋아했을 테니 됐어

 

(도경쟤 왜 사실대로 말을 안 해?

 

근데 앞으론 그러지 마

 

돈이라는 건

 

돈 주인이 원하는 대로 쓰여야 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도경옛 가족들이 선물 안 받았다는 말을 왜 안 하지?

 

(서현다녀왔습니다

 

졸업 연주회 연습이 늦게 끝났어요

 

그 목걸이 왜 네가 하고 있어?

 

언니 준 걸 뺏은 거야?

 

아니에요저 가지라고 준 거예요

 

줬다고은석이가?

 

제가 오빠 선물이라 안 받겠다고 했는데도

 

자긴 이런 스타일 별로라고...

 

그래알았다

 

(명희나 좀 보자

 

남자 친구요?

 

남자 친구 없다고 했어요 은석이가

 

나한테 이천만 원을 달라고 했었어 오기 전에

 

이천만 원요?

 

그 돈 어머니가 주신 거예요?

 

그 돈?

 

아니아니요 그래서 어머니가 주신 거냐고요

 

줬지

 

남자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때 목소리가 예사롭지가 않아서 마음에 걸려

 

내가 왜 진작 그 뒷조사를 못 했나 몰라

 

알겠습니다 뒷조사해 보겠습니다

 

미리 소문나면 절대 안 되니까 할 수 없이 네가 수고 좀 해 줘

 

 

최은석인지 서지안인지 너 참 첩첩산중이구나

 

[긴장되는 음악]

 

(가사 도우미저희들 숙소는 별채에 있어요

 

[휴대폰 벨 소리]

 

혁아지금 이 시간에 웬일이야?

 

미안하다오늘 일이 늦게 끝나서 지금 전화했어

 

늦게 끝났으면 내일 하지

 

오늘 안 넘기고 싶은 일이라서

 

너 내가 물어보는 말에 꼭 사실대로 대답해야 된다

 

(지안이천만 원너 그것 때문에 이 밤에 전화한 거야?

 

그거 돌려받았어

 

너 미쳤니네가 그걸 왜 신경 써?

 

녀석이 돈 달라는 거야?

 

지금지금이 몇 시인데 안 돼못 만나

 

집 앞으로 갈 테니까 잠깐 나와

 

(지안안 돼안 돼!

 

오늘은 절대 안 되고

 

내일 만나자 내일 12시에 만나자

 

끊는다

 

[통화 종료음얘 진짜 왜 이래?

 

(도경넌 왜 그러냐?

 

놀랐어?

 

무슨 일이신데요?

 

너 내가 뭐로 보이냐?

 

'무슨 일이신데요'하고 말끝마다 따지듯이 물어도 될 사람으로 보여?

 

보자 보자 하니 끝이 없고

 

봐주자 했더니 봐줄 수가 없게 어이없네

 

처음부터 그런 앤 줄 알았지만

 

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서지안이라고 했지?

 

너 우리 집에서 당장 나가

 

? - 당장 이 집에서 나가라고!

 

[긴장되는 음악]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도경네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어

 

(너 대체 어떤 소굴로 들어간 거야?

 

이거 받고 당장 그거 때려치워

 

너 나 좋아하니? - (왜 야단치는 걸로 들리지?

 

(지안우린 안 어울려

 

(도경남친 아니라고 쟤 진짜 다 잡지 않으면 큰일 나겠네

 

(수아난 이제 결혼이 하고 싶어 서지태넌 평생 결혼 안 한다며!

 

(지태내 자식한테 나 같은 가난 대물림하기 싫어서

 

결혼 따위 안 해!

 

(미정지수야넌 행복하지?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안 행복한 적이 없었어

 

지금은 불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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