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6
엄마한테 얘기 다 들었다
많이 놀랐지?
간다고 해서 죄송해요
- 근데... - 아빠 얘기부터 먼저 들어
너한테 꼭 해야 될 얘기가 있어
말씀하세요
아빠가 무슨 말을 해도 놀라지 말고, 어?
네
지안이 너...
그 집
가면 안 돼
[긴장되는 음악] 네?
[한숨] 우선
그동안
아빠가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지안이 너도, 지수도
지태, 지호, 네 엄마한테도
다 미안해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너 그 집에 가려는 게
취업 때문이지?
꼭 재벌 집이 좋아서 가려는 건 아니지?
그런 것만은 아니예요
그럼
엄마 아빠 입장 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분들이 엄마 아빠 해코지할까 봐 걱정이 돼서?
그런 것도 있지만요
만약에 네 취업 문제 해결되고
아니, 유학 가서 미대 공부 다시 할 수 있으면
그 집에 안 갈 거지?
아빠, 혹시...
저한테 가지 말라고 하고 싶으신 거예요?
아니...
꼭 그런 말이 아니라
네... 네 마음
네 마음이 중요해
네 마음을 알고 싶어, 아빠는
그쪽 부모님들도 오라 하시고
이해도 되고요
그쪽에서 안 와도 된다 그러면
여기서 살 거지?
엄마도 가야 된다 그러고
자주 오면 되니까, 여기도
그러니까 그쪽에서 안 와도 된다 그러고
그분들이 너 데려다 키운 엄마, 아빠
다 용서하고 그런다고... 그러니까
너...
정말... 가고 싶은 거 아니지?
응, 아빠
당연히 가기 싫지
나한텐 여기가 내 집이야
가고 싶어요
[충격 효과음]
뭐, 뭐라고?
(지안) 나도
엄마, 아빠
지수, 지호, 지태 오빠한테 다 미안한데
가고 싶어요
가... 가고 싶다고?
가야 해서가 아니라
가, 가고 싶다고?
[슬픈 음악]
왜?
왜!
가고 싶다고?
아무리 고생을 했다고 그러지만
너... 이렇게 쉽게 가고 싶어?
어!
가고 싶어요!
나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날마다 죽고 싶었어 내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세상이에요
- 지안아 - 이렇게 사는 거
진짜 지긋지긋해요
남한테 무시당하고 멸시당하고
비참하고 초라하고 비굴하고 또 비굴하면서 사는 거
- 나 더 못 하겠어, 싫어요 - 아니
그러게 취업 때문이라면 아빠가 어떻게...
아빠는 왜 가지 말라 그러는데요?
왜 가지 말라는데?
(지안) 나...
나 정직원 될 수 있었어요
근데!
근데 내 친구가 낙하산으로 내려왔어 걔 아빠 덕으로요
이게 세상이에요 내가 아무리 버둥대도
난 이미 자격 미달이었어요
학점도, 스펙도 딸려요
학교 다니며, 아르바이트하며
그러면서 학교 다니는데 학점을 어떻게 채워?
용돈 받아 가며 학원 다니며 어학연수 다녀온 애들을 어떻게 이겨?
미안하다
재벌 딸 되면 왜 안 되는데요?
진짜 친부모가 재벌이라는데
재벌 집이라서 가면 왜 안되는데요?
아니
애초에 날 날 왜 데려다 키웠어요?
죄송해요
[슬픈 음악 고조]
(지수) 언니야!
(지안) 어, 지수야
너 퇴근 시간 멀었는데 왜 여기 있어?
어디 아파?
조퇴했어, 언니 만나려고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서
퇴근하고 와서 해도 되잖아
그럼 다 까먹을 거 같아서
나 윤희 결혼식 가야 돼 이따 집에서 얘기하자
내가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자꾸 눈물이 나는지 알았어
난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고
언니가 아닌 것도 막 서운하고
앞으로 언니 없이 어떻게 사나 그래서 그런 줄 알았는데
- 아니었어 - 뭐가 또 아니었어?
언니, 네가 이해가 안 돼서 그런 거였어
넌 내가 아니니까
너, 네 친부모가 부자라서 가는 거야
어? 재벌이라서 가는 거야
- 그럼 안 돼? - 안 되지
왜 안 돼? 내 친부모님이신데
부모님 집으로 가는 건데
우리 엄마 아빠 가슴에 대못 박는 거니까
뭐?
언니, 네가 가는 건
우리 부모님 가난해서 능력 없어서
그것 때문에 언니가 취업 스펙 못 쌓게 만들고
고생 고생하게 만들었다고 그걸 원망하는 거니까
어떻게 엄마, 아빠한테 그런 상처를 줄 수가 있어?
- 너 말 다 했어? - 그러니까 언니, 너
간다는 말 취소해
너 가면 나 두 번 다시 너 안 봐
야, 서지수!
어떻게 알자마자 바로 간다고 할 수가 있어?
우리가 가족이잖아
평생 같이 살아온 우리가 가족이거든?
피 통해야 가족이야?
그 부모님, 너희 부모님은 왕래하면 되잖아
왜 이 집을 떠나?
여기가 네 집이고 내가 네 동생이고
우리가 네 가족인데?
간다고 가족 아닌 거 아니야
나 엄마, 아빠 딸이고 네 언니야!
그리고 나 맨날 집에 올 거야 맨날 집에 와서 저녁 먹을 거야
엄마, 아빠 용돈도 많이 줄 거야
그럴 거면서 뭐 하러 가?
더 이상 초라하기 싫어서 그래서 그래
그러니까 네가 나 봐주라, 응?
너 돈 때문에 가는 거 맞네
야! 그깟 돈 때문에 우리를 다 버려?
그깟 돈?
네가 돈을 알아?
힘든 걸 알아?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되는 대로 탱자 탱자 살아온 네가 뭘 안다고 나한테 뭐라고 그래?
다른 사람 다 뭐라 그래도
넌 나한테 뭐라 그럴 자격 없어 이 기집애야, 너만큼은!
그게 무슨 말이야?
같은 쌍둥이로 태어나서 아니, 쌍둥이로 태어난 줄 알고
1분 먼저 태어난 줄 알고 언니 노릇 할 때 넌 뭐 했는데?
공부도 안 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 너 나 먹는 거로 구박하는 거냐?
비웃어? 지금 나 비웃어, 너?
아니야, 귀여워서
귀여워서 웃었어
- 아닌 거 같은데 - 진짜야
그리고 지수야
나 누가 뭐래도 갈 거야
그렇게 결정했어
그러니까 우리 서로 아프게 하지 말자
너 정말 결정한 거야?
윤희 결혼식 늦겠다, 갈게!
야, 서지안!
너랑 절교야, 끝이야!
진짜 나, 너 가면 진짜 나랑 끝이다!
지수야, 그러지 마 언니도 힘들어
(기계음)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통화 종료음]
사고 친다고 경고하고 나갔으면 어떻게 됐는지
연락을 줘야지
[통화 연결음]
- (지안) 엄마... - 어, 지안아!
아빠 만났어?
많이 놀랐지?
(지안) 엄마... 나 빨리 갈래요
뭐?
(지안) 아빠 보기 힘들고
지수도 힘들어
정말 속전속결로 방 세팅이 끝났네요
오 실장 고생 많았겠어요
돈을 몇 배를 줬는데
네 [문자 수신음]
(미정) 지안이 마음 준비됐습니다
저희 집 사정도 그렇고
되도록 빨리 댁으로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내일 어떠세요?
빨리 대청소시켜! 티끌 하나 없이 반질반질
네!
언니!
- 노진희! - 언니, 은석이 찾았다며?
[충격 효과음]
언니, 이럴 수 있어?
뭐야, 설마...
아직도 나 원망해?
아직도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미스터리한 음악]
자, 화장실 좀...
자네
[휴대폰 벨 소리]
- 여보세요? - (진희) 언니! 어디?
- 왜? - (진희) 괜찮아?
아직 안 잡혔어?
무슨 소리야?
(진희) 형부가 언니 뒤밟게 시켰던데
오늘 아직 안 들켰냐고?
[날카로운 효과음]
형부가 내 뒤를 밟게 시켰다고?
까불지 마, 노진희
(진희) 내가 진짜 까불 거였으면 이런 경고 안 해 주지
우리 집안 생각해서 교양 덩어리 내 언니 처참한 꼴 막아 주는 거야
뭐?
(명희) 양평 유모 집으로 와
은석이 맡기고 거기서 같이 출발해
언니 깨어나고 나서 오해는 다 풀었던 거 같은데
- 나만 풀었던 거야? - 넘겨짚지 마
그 천박한 버릇 언제 고칠래?
천박?
기웃기웃하는 네 그 관음증
뭐가 알고 싶어서 예의 없이 쳐들어와?
언니, 오늘 우리 진 여사님 문병 가기로 한 날이잖아
[충격 효과음] 연락 없어서 들어와 본 거야
운동하고 지나가는 길인데 트럭 서 있고, 대문은 열려 있어서
친동생이, 열려 있는 문으로 언니 집에 들어와 본 거로
관음증? 천박?
[헛웃음] 언니도 갱년기 왔수?
그랬구나, 미안해
오늘 못 간다고 미리 연락을 못 했네
실수했다
뒤에서 놀래키는 네 재주에 한두 번 놀랬어야지
그만합시다 말로 내가 언니를 어떻게 이겨?
그건 그렇고
은석이 언제 데려올 거야?
오늘내일 오는 모양인데
나중에 소개받으랄 때 받아
네 소개보다 우리 가족끼리 적응이 더 먼저 아니겠니?
어떻게 컸어?
아버지한테 들었으면 대강 알 텐데 뭘 또 물어?
시간 아깝게
가봐, 할 일 많아
형부랑 도경이는?
도경이는 운동 갔고 형부도 서울대 경제인 연합
정기 골프 가는 날이라서 나가셨어
[슬픈 음악]
(남자) 아직 기간이 한참 남았는데 다른 데로 옮기시려나 봅니다
내가 꺼낼 테니 가 보셔도 됩니다
[편지 봉투 여는 소리]
(재성) 우리 딸 11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사랑한다
[휴대폰 벨 소리]
어, 나야
골프?
어... 거의 다 끝나가
은석이가 내일 온다고?
[슬픈 음악]
(지안) 어, 가고 싶어요
날마다 죽고 싶었어 내 노력만으로 안 되는 세상이에요
남한테 무시당하고, 멸시당하고
비참하고 초라하고 비굴하고 또 비굴하면서 사는 거
나 더 못하겠어, 싫어요
재벌 딸 되면 왜 안 되는 돼요?
아니, 애초에 날 날 왜 데려다 키웠어요?
(경찰) 저기,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
예... 예?
괜찮으세요?
예...
여기서 한 시간 넘게 꼼짝도 안 하고 계신다고
신고가 들어왔어요
저 신분증 좀 보여 주시겠습니까?
예... 예
아, 이 동네 분이시네
여기서 뭐 하셨어요?
그... 그냥 있었습니다
여기가 애들 놀이터들이라서요
애들이 많이 무서웠던 모양입니다
그... 그래요 늙은이 때문에
애들이 많이 놀랐나 보네요
미안합니다
- (엄마들) 괜찮아, 괜찮아 - (경찰) 이 동네 분이신데
별로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주민) 근데 어떻게 1시간 넘게
꼼짝도 안 하고 그 자리에 서 있을 수가 있어요
다리도 안 아프나? 애들이 무서워해서
[경쾌한 음악]
- 잠깐만 - 왜?
어때? 쓸 만해?
그럼, 이 정도면 민폐 하객이지
재록이보다 백배는 더 멋있겠다
- 그래? - 오늘 왜 이렇게 멋있어?
[지태 웃음] (수아) 장난 아니야
부럽죠?
- 가자, 자기야 - 죄송합니다
뭐야?
남자가 아깝거든요
뭐야, 진짜?
- 명신아! - 어, 지안아!
- 뭐 해? - 너는 왜 늦어 가지고!
나 염장질 봤어
여자가 나한테 '부럽지?' 이런다!
- 하, 진짜! - 그 여자 솔직하네
- 가자! - 응
여기 내 남자 친구!
- (친구들) 안녕하세요! - 서지태라고 합니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수아가 안 보여 준 이유가 있었네요
최재록입니다
한때, 이수아 열렬히 쫓아다녔던!
어, 최재록! 너는 뭐...
결혼하는 날까지 농담을 하냐?
(친구) 재록이뿐이었니?
이수아, 우리 연합 동아리 여신이었어요
시크하고 쿨한 게 매력이라나?
(지태) 시크하고 쿨한 거?
대학 때도 써먹었구나? 저도 그거에 걸려들었거든요
그만들 좀 하셔 삭은 입장에서 듣기 부끄러우니까
그러니까 더 삭기 전에 결혼해야지
두 분은 언제 결혼하세요?
저희는 결혼 안 하는데요
아, 네?
어... 재록이 너한테 얘기 안 했었나?
우리 비혼 커플이야
수아네는 계속 연애만 할 거래
우린 연애만 하겠지만
최재록 씨는 이왕 하는 결혼 행복하게 사십시오
아, 네! 감사합니다!
잘살아 봐라, 최재록!
[가쁜 심호흡]
의사 신랑님이 가르쳐 주디?
임신 12주 차, 라마즈 호흡법?
근데 명신이는 왜 안 와?
지안이랑 세트였잖아 둘이 같이 안 올 줄 알았다, 난
지안이는 안 와도 명신이는 와야 되는 거 아니야?
야, 김윤희! 난 왜 안 와도 돼?
뭐야, 너? 나 안 오길 바랐던 거야?
아니야, 너 계약직도 잘렸는데
여기 오기 싫을 것 같아서
야! 계약직 잘렸다고 네 결혼식을 왜 안 와!
절친 결혼식인데!
하정이 있었구나?
지안아?
하정이 해성 마케팅팀에 취직된 거 그날 알았대
우리 만나러 오기 직전에 아빠한테 들었대
그건 윤희가 잘 알아
그날 오면서 들었다고 했어 하정이가
그래서 너한테 얘기하려고 했는데
네가 부장님 때문에 먼저 가 버려서 얘기 못 한 거야
그랬구나
자, 사백만 원이야
한 번에 못 주고 늦게 줘서 미안하다
사백만 원?
합의금 오백만 원에서 회사에서 백만 원 줬고
- 나머지 사백! - 합의금?
야, 윤하정! 너 지안이랑 좀 싸웠다더니
합의금까지 받기로 한 거야?
내가 너희들한테 자세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날 내 앞이빨 두 개 나갈 뻔했어
너 윤희 신랑 치과 가서 이빨 치료받았다더니
- 그거였어? - 우리 오빠가
네 앞이빨 그거 두 개 흔들리는 거 그거 치주염 때문이라던데?
원래 흔들흔들했다면서?
[명신 탄식] 듣다 보니 시나리오 쫙 나오네
- 야 윤하정! - 그만들 해!
오늘 윤희 결혼식이야
그리고 내가 하정이 개 패듯이 팬 거 맞아
얘가 합의 안 해 줬으면 나 지금 감방에 있을 수도 있어
받아! 네가 달라고 했던 돈이고 내가 주기로 했던 돈이잖아
[명신 한숨] (명신) 콩죽은 내가 먹고
배는 남이 앓는다더니 아주 솜 망치로 가슴 칠 일이다!
야, 윤하정! 네가 인간이니?
친구를 계약직 자리에서 밀어낸 것도 모자라 가지고
좀 맞았다고 합의금을 받아?
죽지 않은 거를 감사해야지 이년아!
강명신! 너!
우리 아빠 웨딩홀 DC 안 해 줘!
[둔탁한 소리]
[하정 울음]
[웨딩 행진곡과 박수갈채]
윤희 혹시 배 나왔을까 봐 숨 참는 거 봤니?
얼굴까지 빨개졌더라
윤하정, 걔 목은 오늘부로 15도 비틀어졌어
목 디스크 걸렸을걸?
신경 안 쓰는 척 앞에 앉아서는 계속 우리 뒤쪽 쳐다보더라
그만해
진작 알았으면 뼈까지 갈아 버렸어
친구 까고 그 자리에 들어앉아?
지안아, 근데 너 괜찮아?
뭐가?
- 어, 괜찮아 - 어떻게 괜찮아?
정직원 자리 뺏기고 친구까지 잃고 그랬는데
그러게 [문자 수신음]
(미정) 내일 오라셔 빨리 집에 와서 짐 싸
- (명신) 어, 수경아! - (수경) 얘들아!
- 와! 오랜만이야! - (수경) 예뻐졌어!
-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 (수경) 야, 너 더 예뻐졌다
(수경) 뭐하고 지내, 너희 다?
어! 저기 자기 큰동생 아니야?
어
아니, 아니야
아니긴 내가 은행에서 확실히 봤는데
- 가자! - 왜 그냥 가?
- 인사 안 해? - 뭐 하러
아니, 배고프다면서 왜 밥을 안 먹냐고?
야, 서지태!
너랑 나랑 뭐냐?
튀어도 너무 튄다! 지안이 인사 안 시킨 게 왜 거기로 튀어?
내가 바퀴벌레니?
우리가 바퀴벌레 커플이야?
우리가 결혼을 안 하기로 한 거지 연애도 숨어서 하기로 했어?
뭐 결혼 안 할 거면 가족들하고 만나지도 못해?
죄지었어?
연애니까 만날 필요 없지
연애는 둘이서
결혼이 가족 포함이야
야, 결혼 안 할 건데 뭐 하러 가족을 만나!
그리고! 그런 거 없기로 했잖아, 우리!
- 기억 안 나십니까? - 자기
진짜 자기가 한 말 잘 지킨다
뱉은 말에 책임은 지지
서지태!
너 평생 결혼 안 한다 그랬지?
어!
진짜지?
4년을 만나 놓고 진짜냐고 물어?
결혼 안 하기로 했으니까 4년 만난 건데
왜 또 그걸 물어?
그럼 나 캐나다 갔다 와도 되겠다
엄마가 교회에 쓸 만한 놈 있다고 들어와서 한 번 보랬거든
갔다 와!
안 올지도 몰라, 마음에 들면!
안 온다고 연락은 줄 거지?
- 뭐야, 그 화난 표정은? - 야, 이 나쁜 놈아!
아무리 너랑 나랑 결혼은 절대 안 하기로 했어도
결혼 말고 다른 건 다 해줘야 하는 거야, 이 빌어먹을 자식아
그게 뭔데?
질투!
야, 언제는 무심해서 좋다며! 그게 매력이라며!
다음 소식입니다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20대 취준생이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사채업자 고 모 씨는 당시 여대생이던 한 씨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빌린 사백만 원의 이자를 갚지 못하자
강남구 신사동 소재의 한 유흥업소에
종업원으로 강제 취업까지 시켰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어, 어!
아야, 아파 어! 피!
아이, 나 진짜!
[한숨]
(명희) 서류 작성해서 보내시면
우리 사업팀에서 연락 갈 거예요
직영점 준비하던 자리라서
목이 꽤 좋습니다
[문 닫히는 소리]
다녀왔어요!
어, 왔어?
아빠는요?
아직 안 들어오셨어
이리 앉아 봐
마침 내일 일요일이라
내일 오라신다
진짜 빠르네
어차피 갈 거 여기 있으면...
너도 식구들도 편치 않아
잘 생각했어
엄마, 미안해요
[슬픈 음악] 나도 내가 이러는 거...
이상하고 낯설고 그런데...
너 많이 힘들었던 거 알아
(미정) 엄마도 미안해, 막 가라고 해서
근데 간다고 네가 내 딸 아니고...
아버지가 네 아버지 아닌 건 아니야
그럼, 당연하지!
그 대신
가서 제일 먼저
유학 보내 달라고 해
유학?
자식 이기는 부모 없어 네가 조르면 돼
꼭 그렇게 해 시카고 그 미대로
생각해 볼게요
생각이 아니라 꼭 그렇게 해야 돼 엄마 소원이야
그러라고 너 보내는 거야
너 좇던 네 꿈 찾으라고
화가는 나이 제한도 없고
언제든 성공할 수 있잖아 제대로 공부만 하면!
자주 올게요
(명희) 묵은 때 벗겨질 때까진
왕래시킬 생각 없습니다
가서...
숨쉬고 살아
제대로 숨 쉬고
[슬픈 음악]
[잔잔한 카페 음악]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영민대 가구학과 학생인데요?
실장님 소개로 의자 가지고 왔습니다
아... 네
거기 놓으시고 잠깐 기다리세요
- 커피 드릴게요 - (학생) 네!
이거 팔려고 가지고 오신 거예요?
네!
그럼 이 의자 제가 살게요! 얼마 드리면 돼요?
그건 고객님이 정하시는 건데요?
여기 안내문 있네요
아...
가격을 어떻게 제가 정해요?
작가님이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작가님은 무슨...
제가 정하면 쇼핑몰 실장님한테 혼나요
쇼핑몰 실장님요?
DIY 목재 재단 실장님하고 약속한 거예요
아, 저기 오시네요!
[경쾌한 음악]
실장님!
이분이 자꾸 가격을 정해 달라고 떼를 쓰시네요
아... 안녕하세요
떼를 쓰시면 안 되죠 적혀 있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시... 십만 원요
십만 원요?
아니요!
이... 이십만 원?
사... 삼십만 원?
손님!
시간이 필요하신 것 같은데 결정되면 말씀하세요
저 말고, 저기 사장님한테 말씀드리면 됩니다
네
[지안 신음]
마침 계셨네!
(지안) 여길... 가! 가요!
(도경) 아! 왜... 아!
- 아니, 우리 집 어떻게 알았어요? - 전에도 말했는데
그건 말할 생각 없고
내 전화 차단했죠?
그러니 집으로 찾아올 수밖에
내가 집에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없으면? 없으면...
이 돈 2,050만 원 부모님께 드리고 하려고 했죠
따님 잘 챙기라는 말씀도 드리고!
- 뭐라... -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돈이 정상적인 돈일 리 없다는
- 확신이 들어서요 - 이봐요!
한 번 말문 터지면 말 되게 오래 하는 거 알죠?
내가 먼저 시작했으니까 내 차례 끝나고 해요!
새치기하지 마요!
아, 지겨워
그냥 받고 말자 했는데
이 돈 때문에 한 사람 인생 망칠 게 뻔한 거 알면서
모르는 척할 수가 없어 다시 왔어요
이 돈 돌려줘야겠어서
- 아니! - 아직 내 말 안 끝났어요
이 돈 2천만 원이 휴지 같아서 돌려주는 거 절대 아닙니다
이건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으로 돌려주는 거예요
노블리스 오블리제! 알았죠!
[밝은 음악]
이봐요!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이봐요!
이봐요! 어!
어이구, 참! 어이구!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아이고!
아!
날 잡겠다고?
참 오래 걸리시네요
아니, 어떻게 벌써 왔어요?
지름길로 왔죠 저 이 동네 살거든요
[한숨]
[봉투 접는 소리]
- (도경) 어이구! - (지안) 아!
돈 출처 밝히면 모를까
절대 안 받습니다, 나!
나 참!
112죠?
여기 대방동 환희 교회 앞인데요 빨리 좀 와 주세요!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어떤 이상한 사람이 집까지 찾아왔어요
아니, 제가 2천만 원 빚진 사람인데요
아니, 돈을 갚는다 그러는데 자꾸만 안 받는다 그러네요?
무서워 죽겠어요
가져가! 가져가! 가져간다고!
지안아, 무슨 일이야?
- 다시 오면... - 안 옵니다! 안 와!
- (혁) 내가 지금 갈게 - 아닙니다
안 오셔도 됩니다 다 끝났어요, 별일 아니었습니다
안 가고 뭐 하세요?
이 돈 때문에
장기 밀매 당해도 난 모릅니다
또 한 번만 오거나 연락하면
안 오고 안 한다고! 다시는 절대, 죽어도!
내 얼굴 볼 일 없을 겁니다
진짜 징글징글합니다 아주 그냥!
안녕히 가세요!
[도경 코웃음]
뉘 집 딸인지 부모 고생 꽤나 시켰겠다
아! 그냥 억세고 질기기가...
아, 나 진짜 너무 싫어 너무 싫어!
어?
(지수) 언니야! 여기가
대학교 가구학과 졸업생들이 만든 의자를 판매도 하는 곳인데
글쎄, 그 의자 가격을 사고 싶은 사람이 마음대로 정하는 거래
아, 그러니까 이게 수재 의자잖아?
그래서 인터넷 찾아보니까 가격이 천차만별인 거야
의자 가격을 얼마를 불러야 안 촌스러울까?
그리고 언니야, 선 실장님이 인테리어 업체 실장이 아니었어!
DIY 쇼핑몰 대표래!
(지수) 서지안! 너랑 절교야! 끝이야!
진짜 나쁜 기집애
[휴대폰 벨 소리]
혁아, 미안! 다시 전화한다는 걸
- 뭐? - 지금 가고 있다고, 너희 동네로
아니야, 안 와도 돼 진짜 별일 아니야
아니, 그냥 잠깐 쇼한 거야 진짜 신고하기는 그래서...
너 내려준 데로 갈 거니까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어라
[통화 종료음] 아으...
[당혹스러운 음악]
어?
오백 원...
[문 열리는 소리]
[헛기침]
[슬픈 음악]
[통화 연결음]
[통화 종료음]
[김지수의 'Lonely load' 재생]
(태수) 지안이...
절대 재벌 딸 되고 싶어서 갈 애가 아니야
당신이 겁줬다면서!
경찰에 신고도 안 하고 딸 데려다 키운 우리를
해성 그룹에서 그냥 둘 거 같냐고!
그래서 간다고 한 거야!
당신...
일당 벌이 한다면서요?
이일, 저일 막일해서 돈 150만 원 맞춰서 갖다 주면서
물류센터 주임인 척한 거라면서요
도대체 뭘 해 줄 수 있어요 당신이!
그래서 내가 밥이라도 굶겼냐?
[한숨]
밥만 먹고 살 수 있는 거면 다예요?
그것도 겨우겨우
나! 나 하나라고요! 지안이는 아니야!
지안이한테 필요한 거는 밥 세 끼가 아니잖아!
그렇다고 남의 걸 훔쳐? 이건 도둑질이라니까!
내가 하는 거예요 당신하고 내가!
내 자식 팔자가 달라지는데 도둑질 왜 못 해요?
걸리면 내가 감방 가면 되는데
우리만 눈 감고 입 닫으면 되는 건데 그걸 왜 못 해?
뭐? 양심?
그거 얼마짜리인데요?
당신한테 그 양심 얼마짜리인데? 나한테는 서 푼어치도 안 돼요!
[미정 탄식]
어우, 당신한테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지안이 들여보내고 말했어야 했는데!
나 지안이 믿어
내 딸 믿어!
정말 기어이...
그럴 거예요?
그래야겠어요?
마음대로 해요
근데 당신 이렇게 끝까지 막으면
난 당신하고 끝이야!
내가 이 집 나갈 거예요!
[슬픈 음악]
[문 닫히는 소리]
그럼, 건강하세요
[휴대폰 조작음] (기계음) 저장되었습니다
[통화 종료음]
아니, 뭔 동네 골목이 다 똑같이 생겨가지고, 내가 진짜!
(지안) 여길... 가! 가요!
(도경) 아! 왜… 아!
아!
거기였네, 거기였어! 그 집이었어!
다신 절대 죽어도
내 얼굴 볼 일 없을 겁니다
됐다, 됐다! 내가 그냥 안 찾는다!
내가 서비스 부르고 말지 내가 진짜!
아이고, 진짜! 이게 뭐야?
으아! 이게 뭐야! 개똥이야?
아! 나 진짜 미치겠네!
개똥 진짜...
나 진짜!
아... 서비스
음?
내, 내 핸드폰! 어?
나 미치겠다, 진짜!
아, 나 진짜 이놈의...
아...
[한숨]
양평에서도 그렇고
무슨 사정이 있으려니 했는데 도저히 그냥 못 있겠다!
큰일 겪고 있잖아, 너!
별일 아니야, 다 끝난 일이고
너도 아까 들었잖아 다신 안 온다는 말
돈 얘기 나왔잖아, 2천만 원! 그거 무슨 소리야?
- 혁아 - 말 안 하면 너 못 간다
'네가 뭔데' 그런 말 하기만 해봐!
왜... 우리 다시 만난 날 있잖아
내가 사고 냈던 날
넌 이해 못 하겠지만
그 사람한테 그 돈 다 주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았어
그 돈은 어디서 구한 건데?
구할 만한 데서 빌렸어
누가 너한테 큰돈을 빌려줘?
여기까지만 하자!
위험한 돈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혁 한숨]
왜 나한테 말 안 했냐?
내가 왜 너한테 말을 해?
[슬픈 음악] 선우혁!
너 왜 그렇게 신경을 써?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였어?
내가...
너한테 왜 이러는 거 같냐?
뭐?
왜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거 같냐고?
야, 하지 마
하도 이상해서 그냥 있을 수 없게 이상해서
너 아까 낮에도 이상하고
무슨 사고 친 사람 같아서, 인마
그래서 이렇게 달려온 거야?
[두근거리는 음악]
그래서 달려온 것도 있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고
[가쁜 숨소리] [긴 숨]
[한숨]
최도경 인생 최악의 날이로구나
아...
[위기의 음악]
핸, 핸드폰 좀 씁시다!
뭐라는 거야?
학생?
그... 핸드폰 좀 씁시다!
내가 돈 줄 테니까 한 통화만 쓰자
스마트폰 빌려주면 들고 도망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 그...
도망?
세상이 왜 이렇게 각박해진 거야? 이깟 핸드폰 얼마나 한다고?
[도경 한숨]
이봐요, 오다가다 만나신 분
전화 좀 받으시지 계속 거슬리는데
(지안) 그 사람한테 그 돈 다 주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았어
[긴 숨]
실례합니다
[도경 헛웃음] 저...
핸드폰 좀 빌립시다
저기 저게 내 차인데
차 안에 핸드폰을 두고 나와서
차 문 열 줄 몰라요?
본인 차면 문 열어서 꺼내시죠?
아, 네 차 키를 잊어버려서요
근데 내가 왜 핸드폰을 빌려줘야 됩니까?
아... 저기
차 문을 열려면
- 보험 회사에 전화를 해야 돼서요 - 아
돈 많으신데
- 그 돈으로 하나 사시면 되겠네 - 네?
- 아니 - (혁) 아니다
차 유리 깨고 꺼내셔도 되겠네 돈도 많으신데
응?
보험 처리하면 되니까 말싸움은 마시죠
길 막히는 퇴근 시간 서울 거리에서
뽀대나는 남자분이
[알쏭달쏭한 음악]
우리 구면 같은데
구면 같은데가 아니라 구면이죠
[차 문 열리는 소리]
남친 있었지
어떻게... 핸드폰 빌려드릴까요?
아니, 됐습니다
[차 시동 소리]
2천만 원 출처가 너였냐?
나, 참
이 돈, 이 돈 어디서 구했는지 말해!
돈 출처 알면 깨끗이 받아 줄 테니까
내가 그걸 왜 말해요? 사채를 썼든
장기를 팔았든, 술집을 나가든 무슨 상관인데?
아니
일부러 말 안 한 거야?
아, 나 놀림당한 거야?
- 왔어? - 내일 간다며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저것들은 누가 치우라고 남겨 뒀어?
이틀에 한 번은 집에 올 거야
집? 야, 서지안!
집은 하나야, 집은 하나라고
날 잃어버린 부모님 입장도 생각해야지
돈 때문에 가는 거라고 해
그렇게 말하면 네 마음이 좀 편해지겠어?
네 말 듣고 생각해 봤는데
너 고생한 게 다 나 때문이더라
나만 그래? 지호도 그러네
군대 갔다 온 놈이 대학 간다고 너한테 용돈 받으니까
야, 너 되게 억울하겠더라?
근데 아무도 너한테 그러라 한 적 없어
네가 그렇게 산 거야, 스스로
그만해, 서지수
너 왜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나 간 다음에 얼마나 후회하려고?
내가 후회를 왜 해?
너 가면 나랑 끝이라고 했는데 너 짐 싸는데
우리 벌써 끝났어!
내가 용서할 수 없는 건
안 갈 수도 있는데 간다는 거야 야!
부모님이 재벌인데 너 취준생으로 그냥 둘 리가 없잖아
어? 네가 아무리 안 간다고 해도
친딸 찾은 부모가 그러라고 하겠어?
근데 가니까!
그래서 너!
이제부터 내 언니 아니야
언니야!
- 아니라고! - 기야!
- 아니라니까! - (지호) 누나
깜짝이야
뭐야? 싸우는 거야?
일찍 왔네!
큰누나 내일 간다며?
형도 들어왔어 형이 다 같이 맥주 한잔하재
난 안 가
가자!
아니, 작은누나 같이...
[문 닫는 소리]
가서 계획은 뭐야?
해성 마케팅팀에 다시 들어갈 필요 없잖아
글쎄, 그런 생각은 안 해 봤어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유학 갔으면 좋겠다
원래 꿈 찾을 수 있는 기회야
엄마도 그러더니 오빠까지 그러네
난 미대 포기한 이후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근데 오빠, 나는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나 봐
정말 심각하게 실감이 안 나
근데...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어
'할 수 있다면'은 무슨
하고 싶은 거 뭐든 다 할 수 있지
재벌 딸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잘해 줄 걸 그랬네
아, 왜 이래? 자주 올 거라니까
오빠가...
사는 게 버거워서
각자 알아서 사는 거다
좀 외면했어
[한숨]
[울먹이며] (지호) 큰누나
우리 잊어버리면 안 된다
[슬픈 음악]
지, 지안아
지호야,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큰오빠
내가 그래서...
그렇게 빨리 간다 그래서
미안해
나만 잘살러 가서
나만, 나만...
(지안) 나 진짜 안 가려고 그랬는데
진짜 안 가려고 그랬는데
아, 나 진짜 미안해
누나, 울지 마
울지 마라!
누나 가는 게 뭐 어때서?
나라도 간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아빠가 전화를 안 받아
(지안) 아빠가 전화를 안 받아
[통화 연결음]
[통화 종료음]
[한숨]
- (미정) 지수야 밥 먹자 - (지수) 생각 없어
지수, 어디 가?
난 일요일엔 안 쉬는 거 몰라?
지수야
어허! 예상 밖인데?
여기 작은누나 좋아하는
소시지도 있는데
네 눈에는 내가 걸신들인 아귀로 보이냐?
까불지 마
아이고, 내버려 둬
혼자 심각한데, 아무도 저 심각성을 인정 안 하는 게 문제야
작은누나는 일주일 못 넘긴다에 한 표!
- 나, 나도 한 표! - 응!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
[코 훌쩍이는 소리]
- (지안) 아빠! 아빠! - (지수) 아빠!
- 서지안수! - (지안, 지수) 아빠!
아이고, 그래, 그래
- 아빠, 이거 아빠! - 응?
(지수) 아빠랑 똑같지, 완전 똑같아!
(태수) 야, 이걸 네가 만들었어?
(지안) 우리 서태수 씨가 사 준 독일제 조각도로 확!
진짜 잘 깎여
우리 아빠보다 빨리 오려고 열라 뛰어왔는데
열, 열라? [문 열리는 소리]
아니, 왜 안 들어오고 밖에서들 수다야?
아빠 피곤하신데 여보, 어서 들어와요
[밝은 음악]
우와, 맛있겠다!
지태도 휴가 나왔으면 좋았는데
난 싫어, 군인 오빠 너무 막 먹어
아 고기가 구워질 틈이 없어
당신 그거 선물이나 풀어 봐
어머, 여보!
이거 에메랄드잖아요! 사파이어라니까!
아니, 저 콜롬비아가
에메랄드 최대 생산지라 그래서 난 에메랄드 사 오라는지 알았지?
에메랄드는 목걸이, 반지 2개씩 있단 말이에요
야, 서지안수!
너희들 이거 하나씩 들어!
어허! 어디 여동생들한테
대한민국 군인이 이런 거 하나 못 드냐, 이 자식아?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 간 것도 억울한데
아씨, 진짜 비켜, 비켜!
여보, 우리 6인승으로 하나 더 뽑아야겠어요
엄마, 여행은 기차가 맛이지
- 맞아! 여행은 기차가 제맛이지! - 그럼!
[웃음] (지안) 서태수 씨, 갈까요?
갑시다, 서태수 씨!
근데 우리 딸들은 누구 닮아서 이렇게 키가 커?
[다 같이 웃음]
내가, 내가 잘 먹여서 그렇지 좋은 거로만 먹여서!
[문 닫히는 소리]
[게임하는 소리]
야, 세다, 이거!
[왁자지껄 행복한 소음]
저랬었는데
좋았었는데
행복했었는데
이게 제일 인기 좋은 신상인데요
별로!
그럼 이건 어떠세요?
송 매니저님 감각 떨어지셨나?
그럼...
이거는 좀 고가이기는 한데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탤런트 손예진 씨가...
손예진 씨가 지금 내가 고른 사람보다 위라고요?
어머, 여자 친구 생기셨나 봐요
절대, 노!
상상력 빈곤하시네 송 매니저님
싱글 남자가 여자 목걸이 고르면 무조건 여자 친구?
노, 노, 노!
아니, 노명희 대표님 스타일은 아니어서...
여친 아니면 어머니?
남자 세계에 여자는 두 부류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거 봐요 상상력 빈곤하시다니까
손예진보다 위!
전지현, 애 둘 엄마 전지현하고 비교 불능!
아, 이건 내 입장에서입니다
그분들에 대한 폄하가 절대 아니고요
아우, 그럼요
근데 그런 분이 누구세요?
그건... 음
비밀입니다!
뭐 더 쓸 만한 거 없어요?
[슬픈 음악]
어, 누나! 내가 들게
나오지 마, 나 혼자 갈게
너 같으면 혼자 보내겠냐?
그것도 그러네
잘 지내고 있어요, 자주 올게!
얼른 나가! 기다리고 있는데
네
처음 뵙겠습니다
최재성 부회장님 댁 일을 맡고 있는 민 부장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서지안입니다
타시죠, 아가씨
갈게, 엄마
갈게
그래
(지태) 잘 지내, 지안아
큰누나, 일단 잘 가고
가서 연락 줘
갈게!
[애잔한 음악]
[김지수의 'Lonely load' 재생]
아우, 왜 다들 나와 있어?
(지태) 아버지 바로 대전 내려가신 거 아니셨어요?
(지호) 아빠 큰누나 보러 온 거예요?
누나 지금 막 갔는데
저기요
(지호) 아, 아빠!
(멀리서 들리는 소리) 지안아!
- (민 부장) 아가씨! - 네
댁에 가시면
서지안이라고 인사하시면 안 됩니다
그럼 뭐라고...
최은석이시잖아요, 이젠
글쎄요
(태수) 지안아!
빨리 가지, 기다리실 텐데
(기사) 예
(태수) 지안아!
지안아!
[테이프 늘어지는 소리처럼] 지안아
[작은 외침] 지안아!
[헐떡이며] 지안아
지안아
[가쁜 숨소리]
당장 지내는데 필요한 건 다 됐어요
괜찮아요?
다 좋은데
커튼이 틀렸네
- 커튼이 왜요? - 암막 커튼으로 바꿔 줘
이 크고 낯선 집에서 당분간 제대로 잠들기 힘들 거야
왜요? 매트리스 완벽하고 베딩도...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전에 갔을 때 은석이 쓰던 방 봤는데
어떻게 거기서 둘이 살았는지
이 방이 너무 커서 휑할 수 있겠어요
[자동차 브레이크]
(민 부장) 도착했습니다
아... 네
[차 문 닫히는 소리]
감사합니다
(민 부장) 그냥 두세요
명 기사가 가져올 겁니다
아... 네
어머니, 아버지
저 은석 언니 주려고 선물 준비했어요
음... 뭐 샀어?
아직 취향을 잘 몰라서요
방에 놓고 쓸 향초하고 향수 샀어요
잘했네
아버지!
어! 어, 잘했다
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언니 만나는 거라 엄청 긴장되는데
어머니, 아버지는 왜 그렇게 긴장하세요?
아, 거의 다 왔다면서 왜 이렇게 안 와?
[초인종]
[긴장되는 음악]
거기, 잠깐!
너!
우리 집에 왜 왔어?
우리 집?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아니, 무슨 이런 끔찍한 일이
- 정식으로 인사들 하자 - 제가 최도경이다
아, 아니야 돌아온 걸 환영한다
- 네 오빠야! - (지안) 나 괜히 왔나 봐
아빠, 지안이 대신 내가 진짜 잘해 줄게
내가 진짜 딸이니까 내가 진짜 아빠 딸이니까
우리 아빠 너 쫓아가다 쓰러졌어
네 차 쫓아가다 쓰러졌는데 너 모르는 척했잖아
구 서지안 씨
밖에서 살다 왔으면 신뢰를 얻어야 진짜 자식이 되는 거예요?
당연하지
- 괜찮아요 - (도경) 오빠 노릇 하기 힘드네
서로 불편한 거 억지로 안 그러셔도 됩니다
- 너 내가 뭐로 보이냐? - 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