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5
오빠한테도 미안해
지수한테도 미안하고
엄마도 미안해요
저... 그 집으로 들어갈게요
그 집으로 들어간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갈게요, 제 부모님 댁으로
[슬픈 음악]
부모님 댁?
뭐야? 큰누나 아침부터 장난하냐?
결정한 거야?
아이, 엄마까지 왜...
어머니
지안아
지태, 너...
두바이 가기 전에 엄마 외갓집에...
가 있었던 거 기억나니?
두바이 가기 전에...
예
엄마 아프다고 아버지하고 둘이 살았던
그때요?
그때...
사고가 있었어
내가 말할게요, 엄마
그때...
지수 말고 다른 쌍둥이 한 명이 죽었대
그리고 날 주우셨대 두바이 가기 직전에
내가 버려진 아인 줄 아셨대 엄마, 아빠는
맞지, 엄마?
죽, 죽었다니?
지안이가 죽었다는 거예요?
말, 말도 안 돼
그럼 큰누나가...
우리 진짜 누나가 아니라는 말이야?
어떻게 찾았는진 모르지만 찾아오셨어
그래서 만났고
그래서 그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어
만났다고? 벌써?
아니, 언제?
그럼...
그분들이 같이 살자고 하신 거야?
뭐 하시는 분들인데?
아, 그게...
해성 그룹 분들이시더라
지안이가 계약직으로 일했던
해성 그룹?
지안이 결심했다니
그렇게들 알아
우리가 쌍둥이가 아니라고?
언니가, 언니가 아니라고?
엄마...
[슬픈 음악]
엄마,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 당연한 거야
엄마 섭섭한 거 알아
엄마! 진짜야?
진짜 지안이가 언니가 아니야?
그게 말이 돼?
어떻게 얘가 우리 언니가 아닐 수 있어?
지수야
어떻게 우리가 쌍둥이가 아니야?
아니, 진짜 지안이가 죽었다고?
아... 말도 안 돼 엄마 거짓말이지?
억지 쓰지 말고
나가서 마저 밥 먹어 출근해야 할 거 아니야
나가자
너 근데 그 집에 간다는 건 뭐야?
무슨 말이야? 거길 왜 가는데?
나가자, 나가서 얘기하자
인부들 왔습니다
인부들이라니, 이 시간에?
내가 불렀어요
은석이 방 공사 빨리 끝내려고요
어머니, 은석이 오기로 했어요?
아직 온다고 한 건 아니고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으니까
아예 안 온다고 할 수도 있어 기대하지 맙시다
성인인데 안 온다고 하면 별수 없는 거죠?
그 가족들하고 든 정이 있을 테니 시간을 주자는 거지
그 집에 둘 수는 없다
안 온다고 할 리가요
그 집 형편도 안 좋다면서요
민 부장! 오늘 바닥 공사까지 끝내게 해
가구 내일은 들여놓을 수 있게
네
[휴대폰 벨 소리]
네, 노명희입니다
말씀하세요
누군지 압니다
온대요?
[애잔한 음악]
알겠어요, 지금 식사 중이니까
다시 전화드리죠
[통화 종료음] 어머니!
은석이가 온다는 거예요?
온다고 했단다 [도경 웃음소리]
은석이가...
온다고 했다고?
벌써요? 언제 온대요?
근데...
지금 찾을 수 있는 걸
여태는 왜 못 찾은 거야?
그런 얘기까지는 못 들었어
아까 말한 게 다야
그럼 지안이 너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거구나
오빠는 지금 그런 게 궁금해? 언니가 간다는데?
지호, 넌! 지안이 간다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나?
난 오케이
큰누나 간다고 우리 누나가 아닌 건 아니잖아
야!
작은누나! 큰누나한테 독립할 때도 됐다
오빠는?
오빠는 지안이 가는 게 괜찮아?
출근해야 되니까 이따 저녁에 얘기하자
우리가 뭐 할 얘기가 있겠냐마는
우리가 왜 할 얘기가 없어?
어린 나이도 아니고 본인이 결정했잖아
간다고 못 보는 것도 아니고 [지수 한숨]
다들 왜 이래?
집만 다른 데서 사는 거야
그분들 입장도 이해되고
우린 이미 가족이니까
나한테 또 다른 가족이 생기는 것뿐이야
내가 남이 되는 게 아니고!
그냥 그렇게 생각해 줘
아니 지수 출근 안 해?
오빠 출근하고 지호도 학원 가야지
다녀오겠습니다
왜 그래요?
어디 속 안 좋아요?
울었어요?
아, 얹힌 줄 알고 헛구역질해서 그래
- (도경) 아버지, 괜찮으세요? - (서현) 괜찮으세요?
괜찮다
갑자기 온다는 소식에 먹던 게 좀 걸렸어
[도경 웃음]
아버지 웃으시는 모습 오랜만에 보내요
도경이, 서현이 은석이 많이 도와줘야 한다
하루빨리 우리 가족 될 수 있게
은석이 찾았단 말은 밖에다 하지 말고
공식적으로 오픈 전에 소문나면 절대 안 돼
공식적으로 오픈을 하다니요?
은석이한테 적응할 시간을 줘야지
알겠습니다, 신경 쓰겠습니다
25년 만에 돌아온 이유니 과정이니 하면서
언론들 입맛대로 가십거리 만들 거야
그럼 어떡하실 건데요?
그건 어른들이 알아서 할 테니 너희들은 몸가짐 더 조심하거라
요즘 재벌가 갑질 논란이 끊이질 않아서
기획 기사 낸단 말 있어
저도 들었습니다, 기자한테
은석이 오픈하면
너희들도 함께 거론될 거다
플랜 정해지면 말씀해 주세요
은석이나 빨리 보고 싶네요
우리 회사 어떤 부서에 있었고
이름이 뭐였는지 알려 주시질 않아서
알아보지도 못하고 궁금했거든요
어떤 사람으로 자랐는지
잘 자랐다
어려운 환경에서 아주 잘 자랐어
(지안) 저...
2천만 원만 빌려주세요
(명희) 계좌번호 보내렴 5분 후에 확인하고
2천만 원이
2만 원처럼 바로 들어오는구나
2,070만 원 갚을 거 아니면 쇼 그만 부리시죠, 가해자님!
부지런쟁이 아가씨가 늦어
10분 지각이야!
죄송합니다
뭐, 지금, 지금... 우는 건가?
제가 무슨 일이 좀 있어 가지고요
아니, 뭐, 그...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 나가서 말리고 와! - 네
[날카로운 효과음]
나랑 동갑 오빠도 있었네
[경쾌한 음악] (도경) 점장님!
지금 계절이 뭡니까?
가을이죠! 9월이니까
9월이면 가을입니까?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그러니까요
9월인데 날씨가 이렇게 더우니 여름이네요, 여름!
여름인데 왜 매장엔 두터운 아우터가 이렇게 메인으로 걸려 있습니까?
네?
의류업에 종사하시는 분이
남들처럼 사계절로 사시면 어떡합니까?
지금은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니고 간절기입니다
한 계절 끝나고 다음 계절이 올 무렵의 사이 기간
국어사전에 없지만
국립국어연구소에서 발간한 신어 보고서에 나와 있는 신조어
- 간절기 - 아, 네...
이거, 이거, 이거! 이게 왜 여기 숨어 있습니까?
이게 지금 간절기에 딱 필요한 아우터인데
- 매장 DP 이걸로 바꾸시죠 - 네, 알겠습니다!
저... 그 옷 좀 봐도 될까요?
아니, 옷을 왜 보십니까?
이 옷은 입으라고 만든 건데
이 녀석 컨셉트가 테이크아웃 커피 같은 옷입니다
가볍고 얇아서 편하게 들고 다니다가
저녁에 쌀쌀하거나 격식 차려야 할 곳에 가실 때 입으면
이 스타일이 바로 나오거든요
야... 이, 딱 손님 사이즈네요
[휴대폰 벨 소리]
- 여보세요? - (지안) 안녕하세요
저 수리비 2,070만 원 빚진 사람인데요
아니, 아니 무슨 일로?
잠시만요
아니, 내가 발신자 확인을 못 해서 통화는 합니다만
내가 왜 그쪽 전화를 받아야 합니까?
그것도 외근 중에?
- 아, 제가... - (도경) 왜 또 뭐, 무슨 일입니까?
제가 용건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용건 있을 리가 없는데
- 제가 용건이 있습니다 - 없어요, 난
아니, 사람 말도 안 들어 보고 없다고 하세요?
대책 없이 기억력도 안 좋아요?
바로 어젯밤에 더는 볼일 없는 거로 깨끗이 정리해 드렸는데
어젠 그쪽 혼자 정리한 거고요
전 정리해 드릴 게 남았거든요?
오백만 원은 갚을게요
아, 그 오백만 원?
됐어요, 됐습니다
오백만 원 아니거든요?
전화 끊습니다
- 끊고 번호 차단할 테니까 다시는... - 엔가온 멤버시랬죠?
뭐 어떻게 회사로 찾아갈까요?
아, 아... 아니
나, 나, 나 지금 협박합니까?
외근 중이시라고요? 어디세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오래 안 걸려요 길에서 딱 3분이면 돼요
아니...
알겠습니다 30분 뒤에 거기서 뵙죠
[익살스러운 음악] [순서 알림음]
네
2,070만 원 어떻게 드릴까요?
- 아... - (직원) 수표로 드릴까요?
(지안) 오백만 원 아니거든요?
오백만 원 말고는 용건이 있을 리가 없는데
뭐 어떻게 회사로 찾아갈까요?
어쩐지 찜찜하더라
내 정체 안다 싶더라고
(재성) 너희들은 몸가짐 더 조심하거라
요즘 재벌가 갑질 논란도 끊이질 않아서
기획 기사 낸다는 말 있어
아... 양평에 괜히 불렀다
괜히 불러 가지고 꼬투리 잡혔어
[자동차 브레이크]
[종소리] 여깁니다!
용, 용건
말씀하세요
안 내리세요?
아니, 내가 좀 바빠서요
하실 말씀만 듣고 얼른 가야 해서
그러세요, 그럼
이거요
아... 이게 뭡니까?
보시면 압니다
내가 이걸 왜 봅니까?
이게 용건이니까요, 확인하세요
아니, 이게 뭐길래?
[익살스러운 음악]
- 이게 뭡니까? - 수리비 2,070만 원요
세 보시고 영수증 주세요
아니, 무슨 돈을 5만 원짜리로...
그 영수증은 또 뭡니까?
수리비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확인도 안 해 보고
2,070만 원을 그냥 드려요?
아니, 그거...
그 차 처분했는데 이 차로 바꿨거든요
처분을 하든, 폐차를 하든 그건 그쪽 권리니까 상관없고요
수리비 견적서라도 주세요, 그럼
아! 돈부터 확인하시고요
아니, 지금 이걸 나보고 세라는 겁니까?
아니, 근데
이 돈 어디서 났어요?
드릴 돈 드렸으니까 세 보시고 견적서나 주시죠?
아니, 어젯밤까지 없던 돈을 어디서 구했냐고요?
세기나 하시죠
혹시 빌렸어요? 사채 같은 데서?
아! 깜빡할 뻔했다
트렁크 쇼 일당 10만 원 택시비 왕복 8만 원에
세탁비 만 원에 못 먹은 저녁값 만 원!
총 20만 원은 빼도 되죠?
2,050만 원 맞는지 세 보세요
아니, 이 돈 어디서 났냐고요?
바쁘시다면서요, 빨리 세고...
셀 필요 없어요 나 이 돈 못 받습니다
- 왜요? - 내가 이미 안 받기로 했으니까
감당할 수 있는 자존심 부려요
뭐라고요?
양평 일로, 어젯밤 일로 몹시 자존심 상한 모양인데
그렇다고 이런 무모한 짓 하면 어떡합니까?
얼른 들고 뛰어가서 갚아요 반나절 이자라도 지울 수 있게
사채 빌린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받으시죠!
아니, 사채 아니면 누가 이 돈을 줍니까?
당신 같은 사람한테!
나 같은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아... 아니, 내 말은...
이천만 원에는 비굴해지고 오백만 원에는 자존심 세우는 철면피?
그 오백만 원 털어 주니까 바로 고개 숙이는 거지 근성!
또 뭐랬죠? 알수록 볼수록 불쾌한 사람?
그런 오해 받게 한 사람 본인이잖아요
기억 안 나십니까?
오해한 원인 제공은 본인이 하셨죠
기억 안 나세요?
양평에서 나 어떻게 불러서 어떻게 써먹고 어떻게 버려뒀는지?
- 아니, 그건 사정이... - 다급한 사정이 있었겠죠
그쪽한테 다급한 일 생기면
나는 무슨 일을 겪었어도 화내면 안 됩니까?
왜요?
봐줬으니까?
수리비 이천만 원 받을 거 오백으로 깎아 줬으니까?
그나마 그마저도 안 받을 생각으로, 혼자!
마음속으론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발끈하는 나 따위가 괘씸해서
감히 너 따위가 자존심을 부려?
그래서 도로 이천만 원 내놓으라는 걸로 남 짓밟는 사람이
무슨 노블리스 오블리제 운운하십니까? 어이없게
아니, 아니 지금 나한테
내가 남을 짓밟는 사람이라고 했습니까?
당신...
하나도 안 노블리스 오블리제야
아니, 무슨 소리야! 내 삶 자체가 노블리스 오블리제 덩어린데
부모 돈으로 생색내는 거?
- 가소롭던데요? - 야!
반말하지 마라!
뭐?
성질, 자존심 부릴 거면 돈 주라며!
당신 말대로 줄 돈 주고 성질, 자존심 부리는데 왜 반말이야!
아유, 나 이...
아니, 지금 어디서 돈 빌려왔다고 막 가잖아!
봐줄 때 적당히 해, 적당히!
자격지심, 오기로 처지에 안 맞는 자존심 그만 부리라고!
아님 이 돈, 이 돈 어디서 났는지 말해!
돈 출처 알면 깨끗이 받아 줄 테니까
내가 그걸 왜 말해요?
사채를 썼든, 장기를 팔았든 술집을 나가든
무슨 상관인데?
사채, 장기 매매, 술집?
견적서도 안 받아 줄 테니까 가던 길 가세요
(도경) 아, 야!
(지안) 어머!
아... 아, 실수
그거 내가 '탁' 친다는 게
아니, 대체 왜 이렇게 무리를 하는 겁니까?
봐준다는데
아니, 대체 왜 이렇게 무리를 하세요?
드린다는데...
아휴, 아!
아우, 말이 안 통하네
그만합시다, 어? 다 알고 다 알았고 됐으니까!
이 돈, 이 돈 도로 가져가요
내가 아직도 거지로 보여요?
그렇게 보이게끔 한 게 당신이었고
형편이 안 되는 사람 무리하게 만드는 건 내 스타일 아니야!
처지가 엔간해야 이 돈을 받아 주지
나 때문에 헛자존심 부리다가 인생 망칠 게 뻔한데!
이봐요!
[문 열려는 달그락 소리]
이봐요!
[창문 내리는 소리 강조]
아... 저 진심으로 부탁합니다
우리 다시는 보지 맙시다
알겠습니다!
이럴 거면서
저도 진심으로 부탁할게요!
내가 2천만 원을 왜 가져 왔는지
이 돈 세면서 생각해 보세요!
[건널목 신호 변경 전 효과음]
야!
너! 야!
(도경) 야!
아니, 야!
아니, 나 저! 야!
아...
아이, 나 진짜
아...
[통쾌한 음악]
아!
[인부들 웅성]
[휴대폰 벨 소리]
(인부) 배고프다
아, 여보!
아니, 당신이 어쩐 일이야?
요새 뭐 통 먼저 전화하는 일도 없더니
(미정) 점심 아직 안 먹었죠?
어... 그, 그럼 이제 12신데
이제 먹으러 가야지
(미정) 그러면 저하고 점심 먹어요
저 지금 대전이에요
대... 대전이라고?
아잇!
아니, 이 사람이 나이 들어서 사춘기 맞았나?
밥 한 끼 먹자고 여기까지 내려와
배고프죠?
여기서 물어보니까 이 집이 국밥 잘하는 집이래요
무슨 소리!
여기까지 왔는데 당신 좋아하는 거 먹어야지!
대전에서 제일 유명한 게장 집 예약해 놨어!
여기서 먹어요
괜찮아, 택시로 딱 3분이야 3분! 타!
음!
음?
당신 왜 게장에 손도 안 대?
간장 게장이라면 밥 두 그릇 뚝딱하는 사람이!
입맛이 없어서 그래요
입맛이 왜 없어?
가만 보니까 당신 무슨 할 말 있는 얼굴인데?
해 봐!
먹어요, 다 먹고 얘기해요
내가 어째 이상하다 했어, 응?
반찬거리 바리바리 싸 오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응?
말해!
이 얘기 들으면 당신 밥 못 먹는단 말이에요
듣고 못 먹으면 먹고 들으면 체해, 이 사람아!
얼른 말해
여보!
내가...
큰 사고 쳤어요
해자한테 돈 빌렸어?
아, 그럼...
휴
그때...
버린 게 아니었대요
그 아이...
누가 몰래 데려가서
보석 뺏고 버려둔 거래요
당신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못 알아듣겠다
우리 지수...
생모가 찾아왔어요
지수 생모...
[날카로운 효과음]
무, 뭐?
근데...
내가 지안이라고 했어요
가만, 가만있어 봐
지, 지수 생모가 찾아왔는데
당신이 지안이라고 했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다, 당신 말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알아듣게 똑바로 얘기해 봐!
[무거운 음악]
PC방에 가서 빼 달랬는데
이게 그 아이였어요
이 집 딸이었어요
해성 그룹
우리 지수가...
이, 이 집 딸이었다고?
(재성) 서태수라고 했지?
은석이 데리고 간 사람!
서태수 씨는 왜요?
당신은...
그 부부 어떻게 하고 싶어?
우리 25년을 허송세월하게 만들었는데
당신은요?
사례를 하는 게 어떨까 싶어?
사례요?
당신도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점심 먹으면서 할 말 있다는 게 이거였어요?
처음엔
서태수라는 사람 만나 혼을 내주고 싶은 생각도 했었는데
은석일 위해서 덮어 줘야지 싶어
용서한다는 거예요?
크게 쥐여 줘
은석이 마음 홀가분할 만큼
[슬픈 음악]
당신 혼자 은석이 찾아내느라고 고생 많았어
(재성) 이런 날이 오네!
죽었다, 죽은 거다...
그랬던 게 어찌나 미안한지
은석이한테도
당신한테도
당신도
25년 동안 누르고, 참느라고
애썼어요
당신은 끈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고마워
당신 덕분이야
잃어버린 것도 나예요
일부러 잃어버리는 엄마가 어딨어?
당신 아니었으면 못 찾았어
어떻게 우리 집인 줄 알게 됐는지
물어도 말 안 해 줬어요
화장품 방문 판매원 시켜서
그날요
지수, 지안이 칫솔 없어진 날
그걸로 DNA 검사까지 다하고 왔다고 그러고
근데 당신이...
지안이라고 했다면서?
왜, 왜... 지안이라고 한 거야?
모르겠어, 그 순간에 튀어나왔어요
누구예요?
제발...
날 더이상 몰지 말아 줘요 양미정 씨
내 아이... 누구예요?
누구예요?
누구예요, 누구냐고!
누구냐고! 내 딸!
아, 지안이에요!
[미정 오열] [애잔한 음악]
(미정) 그 여자가...
내 딸 누구예요, 누구예요
누구예요, 무섭게 몰아치는데
지안이 그 뒷모습이 떠오르잖아
그러면서 튀어나오더라고 지안이라고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지금?
경찰서에서 지안이를
봤던 날...
[휴대폰 벨 소리]
마침 어머니 전화네!
아 씨...
(하정) 지안이 지금 폭행 혐의로 종로 경찰서에 있습니다
빨리 오셔서 합의하세요
폭행?
(택시 기사) 아주머니, 거스름돈 여깄습니다
(택시 기사) 아주머니?
근데... 세상이 그런 거야
(하정 아빠) 가자
(지안) 아빠...
아빠...
(형사) 친구가 낙하산으로 정직원 자리를 뺏었는데
미리 말도 안 하고 와서 약을 올렸답니다
(미정) 지안이 그 뒷모습...
내가 죽고 싶었어요
우리 지안이가 저렇게 살고 있었구나
학비 번다고, 취업한다고 동동
인턴 하고 또 인턴 하고
그러다 계약직하고...
요새 애들 다 그런다니까 취직 어렵다니까
힘들겠다 생각은 했는데
내 딸이 그렇게 비참하게 사는 줄은 몰랐어요
[미정 한숨]
근데 그렇게 뱉었는데...
아니, 뱉어 놓고
이게 미친 거잖아요
(미정) 그렇죠?
남의 자식 신고도 안 하고 키운 거로 모자라서
진짜 딸이...
지수라고 말 안 하고 지안이라고 하는 게 말이 돼요?
- 그, 그러니까... - (미정) 근데...
아니라고 실토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어
내가 실수했다고
잘못했다고
사실은 지안이가 아니라 지수라고 말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당신...
- 양미정 - (미정) 우리 지수...
키울 때 딸로 키웠잖아요 번갈아 한 번씩...
딸 바꿔 산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미쳤나!
안 돼, 절대 안 돼
당장 아니라고, 잘못했다고 해!
이미 늦었어요
늦긴 뭐가 늦어, 이 사람이!
지안이가 가겠다고 했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요? 지안이 몰라요?
지도 더 이상 못 버티겠단 거야
버틸 기력이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제발 당신도 그냥 모른 체 넘어가 줘요
당장 일어나! 서울 가야 돼
어, 택시! 택시!
지안이가 간다고 했어요!
지안이가 간다고 했다고요
모르고 한 말이잖아, 모르고!
자기가 진짜 그 집 딸인 줄 알고 한 말이잖아
당신 거짓말에 속아서!
그래서 서울 가서 어쩔 건데요?
지안이한테 먼저 말하고 그 집 가서 얘기해야지
지안이 아니라고!
그러면 서태수 씨
당신은 딸 둘을 다 잃어
딸 둘 다 잃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안이는 이미 그 집 자식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미정) 지수는 우리를 용서할 거 같아?
자기 대신
우리 친딸인 지안이를 재벌 집에 들여보내는 걸 다 아는데!
지, 지수도 안다고?
지태, 지호도 다 알아요
(미정) 다 모인 자리에서 지안이가
우리 집 떠나 그 집으로 들어간다고 했어요
다, 당신 도대체!
어... 어떻게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어... 떻게 당신이!
당신한테 말했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을 거니까
당신 왜 이렇게 어리석어!
지수 대신 지안이 들여보내면 그걸로 끝이야?
세상에 비밀이 어딨어, 비밀이!
그 집 가자마자...
유학 가면 돼요
뭐?
그 집에 가자마자 유학 가라고 할 거예요
당신 알죠?
지안이 초등학교 때부터
조소과 가는 게 꿈이었어!
기집애가 제 오빠보다 더 뚝딱뚝딱 만드는 걸 얼마나 좋아했어요!
유학 하나 보내자고 속이고 애를 들여보내?
유학... 하나라고요?
서태수 씨, 말 참 쉽게 한다!
그냥 유학이 아니라 지 꿈 되찾는 거야!
그거 못 하게 한 게 누군데!
누구 때문에 못 했는데! 누구 때문에!
등록금 벌며, 용돈 벌며 휴학해 가며
남들 다 하는 어학연수도 못 하고! 스펙도 못 쌓고!
지안이가 누구 때문에 그렇게 살았는데!
[슬픈 음악]
들킬 수도 있죠, 언젠가는
그래도 유학은 할 수 있잖아 그 학벌이 어디야!
들키고 나면!
지안이는...
걘 어떨 거 같아?
뭘 어쩌겠어요?
내가 속인 거지 지가 속인 게 아닌데
지도 나한테 속은 건데!
충격받고 내 탓 하겠지
상관없어요, 나는!
지수는?
당신 지수한테는 안 미안해?
지수는...
여기서도 행복할 애예요
지안이는
우리 집에서 불행한 애고
부회장님, 직접 나오셨어요?
누구한테 시켜 받을 물건이 아니라서
다 됐습니까?
(직원) 선물하실 분이 누구신데
소장하시던 한정판에 각인까지 하십니까?
원래 이 사람이 주인이었어
8년이나 늦었지만
당신은...
당분간 서울 못 오는 거로 할게요
지안이한테도 나중에 만나라고 할 테니까
당신은 모르는 거로
그냥 여기 있는 게 좋겠어요
당신...
내가 아는 그 양미정 맞냐?
나랑 35년 동안 같이 산
그 양미정 맞아?
올라가요, 나
[슬픈 음악]
[휴대폰 벨 소리]
응, 명신아!
바빠?
아니...
뭘 해야 하지, 고민 중이었어
헐... 고민 중?
알바 중, 알바 위해 이동 중
뭐, 이런 거 아니고?
아, 우리 대학 때 단골 떡볶이집 없어졌더라?
너 지금 홍대야?
그쪽에 면접 보러 간 거야?
아니, 어슬렁어슬렁!
연락 없어서...
기다리다가 전화한 건데
해성 그룹 안 됐다며?
어!
(명신) 근데 왜 그래?
아니, 팔자 좋은 부잣집 딸처럼
- 여유 부리는 것처럼 왜 그래? - 명신아!
9월 하늘이 참 좋다
구름도 예쁘고
서울에 아직 이런 하늘이 있었더라
지안아! 너 괜찮니?
어! 너 수업 종 울렸다
수업 들어가, 나중에 통화하자!
너 내일 윤희 결혼식인 거 알지?
아우... 깜빡했었는데 내일이었구나!
올 거야?
그럼 당연히 가야지 윤희 결혼식인데!
내일 예식장 앞에서 보자 너 빨리 수업 들어가!
[통화 종료음]
깜빡할 뻔했네
윤하정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아니야, 아니야 사채는 아니라고 했는데
(도경) 면접에서 아웃이다!
신장...
신장만 빼는 거 맞죠?
[극적인 효과음]
(남자) 심장, 신장, 간, 폐, 안구
[사악한 웃음]
아!
[똑똑]
저기 팀장님 회의 시간 다 됐습니다
무슨 회의?
오전에...
매장에서 전략기획팀 회의 소집하라고 하셨었거든요?
어... 어, 알아, 알아!
어?
아니, 근데 이게 뭡니까?
- 이거? - (유 비서) 네
[익살스러운 음악] 유 비서
오늘 당장 2천만 원이 필요해
그거 못 구하면 네 모가지 뎅강이야 그럼 그 돈 어떻게 구하겠냐?
아니, 뭐 팀장님께...
나? 안 빌려주지
그럼 뭐 제 집 보증금 빼서...
친구네 집에 얹혀살아 보증금 없어!
그럼 제 시계하고 집기 팔아 가지고...
다 짝퉁이야!
- 그럼 퇴직금 미리 정산 받아... - 정산받아서 퇴직금 없어!
- 그럼 부모님께 말씀... - 부모님!
네! 부모님 부모님한테 말씀드리면 됩니다
아니...
부모님이 현금으로 돈을 주실까?
근데...
그게 2천만 원이에요?
아니
2천만 원을
5만 원짜리로 주는 부모님 정체가 뭘까?
에이, 그런 부모가 어딨어요?
뭐, 부모가 사채업자라면 모를까
업지? 그래, 없지
아니, 그러면 이 돈은 어떻게 마련한 걸까?
1번 사채, 2번 유흥업소 선급금 3번 장기 매매!
여자면 유흥업소 남자면 장기 매매
아, 근데
그 요즘 유흥업소도
완전히 쭉빵 아니면 2천 안 줄 걸요?
두당 천이면 모를까
두당 천?
두당 천...
두 사람?
아, 나 진짜 심각하게 찜찜하네
음! 이게 제일 낫네요
가구는 다 준비됐고?
네, 마루 작업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가구 배송시키겠습니다
그럼, 커튼하고 베딩만 남았죠
아, 베딩은 골랐지?
(직원) 네 [웃음]
어머니!
언제 들어오셨어요?
어, 방 배치하고 가구 결정하느라고 잠깐 들어왔어
저는 오후 수업이라서 이제 학교 가려고요
커튼은 하늘하늘한 거로
화이트나 아이보리 어때요?
어머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어, 그래!
나 또 나가 봐야 하니까 빨리 봅시다
형님, 형님! 태수 형님! 괜찮으세요?
형 괜찮아?
형 어디 아픈 거야?
아니, 점심 먹고 온 사람이 왜 며칠 굶은 사람처럼 맥을 못 춰?
나, 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동료) 나 정말, 조심조심!
저희 집은 준비 다 됐다고
은석이한테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명희) 25년 전...
양미정 씨 내외분 잘못은 실수라고 인정해 드리죠
그냥 덮겠어요 은석이 아버지 뜻이 그래요
언제쯤 데리러 가면 될까요?
아마...
곧 며칠 내로...
지안이도 뒷정리할 시간은 필요할 거예요
저도 뵙고 할 얘기가 있긴 했지만
양미정 씨, 저 만나서 할 얘기 있다고 하셨는데 하시죠
그게...
지안이...
유학을 보내 주셨으면 좋겠어요
유학요?
지안이 꿈이 조각가였어요
중학교 때부터 쭉...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요
원래 시카고 미대로 유학 가려고 했는데
지 아빠 사업이 망해서 못 갔거든요
- 그래서 미대 포기하고... -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지안이가 정말...
미술에 소질이 많았거든요
그만하시죠
네?
[애잔한 음악] 키운 정이 있고 자란 정이 있으니
그 집안과의 관계가 하루아침에 끊어지긴 어렵겠지만
어렵다고 못 하면 안 되겠죠
그게 무슨...
저희 집안사람으로 바뀌려면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묵은 때 벗겨질 때까진 왕래시킬 생각 없습니다
(명희) 열어 보세요
이게... 뭔가요?
직영점으로 준비하던 거라서
목이 꽤 좋습니다
가맹점주 서류만 작성해서 보내시면
담당 직원이 연락할 거예요
아니, 왜 이걸 저희한테...
왜 이런 걸 주세요?
(미정) 필요 없습니다
찾아가기 전에 이미
알아볼 만큼 알아봤어요
부군께서 사업 실패하고
고생이 꽤 기셨더군요
밥은 먹고 삽니다
언제 못 먹게 될지도 모르는 밥이 진짜 밥은 아니죠
사모님이 걱정하실 일은 아닌 것 같네요
남편분께서 일용직이던데...
안정적인 밥벌이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예?
한동안은 양미정 씨 내외분한테 부모 정이 이어져 있을 텐데
서태수 씨가 공사장 막노동 계속하시면
은석이 마음이 편하겠냐고요
아니에요, 잘못 아셨어요
우리 집 양반
물류 센터 다녀요
거기 주임이에요
서태수 씨가 그렇게 말했나 보죠?
[의미심장한 음악]
그동안...
우리 은석이 키우면서 쓴 비용
대신이라고 생각하세요
- 맛있게 드세요! - 감사합니다
서지수 씨
네?
부모님 돌아가셨나?
아, 아니요!
자전거맨한테 고백했다... 차였나?
아니에요
눈병 났네, 병원 가 봐!
병원 안 가도 돼요
- 눈병 아니에요 - (남구) 응?
손님 오면 그치고, 가면 울고
신경정신과 가 봐!
우는 거 제일 싫어!
네
어서 오세요
할머니 다리 불편하세요?
잠깐만요!
여기 앉으세요 어! 잠깐...
(지수) 저희는 의자가 없어요
(할머니) 아가씨, 고마워요
아이, 이게 뭔 일이래?
그랬는데 어젯밤까지 없던 돈을 오전에 들고 왔어
그것도 현금으로
현금?
5만 원짜리 봉지 가득 넣어 왔더라고
은행에서 찾은 것도 아닌 게
다발이 아니야, 다발이 묶음도 없이...
자존심 때문에 2천만 원을 급구해 왔다?
- 그 아가씨 재밌네 - 재밌냐?
난 내생에 이렇게 불길한 적이 없다
불길?
자존심이 돈을 이길 순 없는 거니까
내가 좀 비아냥댔어 자존심 상했을 수도 있어!
그렇다고 돈 오백에 절절 빌던 애가
이천만 원을 밤사이에 구해 와?
자존심 때문에?
[손가락 튕기는 소리] 복수!
복수?
도경아, 너 빨리 그 돈 돌려줘라
그 돈 받는 거 분명 누가 사진 찍었을 거야
사진?
에이, 나도 그 생각했고 주변도 다 살펴봤어
별거 없더라
네 눈에 안 띄었다면 전문 찍사 붙인 거 아니야?
야, 사진으로 뭘 할 수 있지?
교통사고를 빌미로 뭔가를 요구했다
해성 그룹 상속자 최도경이
10배 요구하든가 인터넷에 올리든가
기자한테 넘기든가
(기재) 네 그 노블리스 오블리제 불안불안하더라
뭐하러 지나치게 배려해 줘?
(지수) 이리 와, 얘기 좀 해
지수야!
내가 간다고 달라지는 거 없어
넌 내 동생이고! 엄마, 아빠도 엄마, 아빠고?
지태 오빠도 지태 오빠고? 지호도 지호야
똑같아
그러니까 너무 심각하게 그러지 마
어떻게 똑같아?
매일 못 보는데?
같이 못 사는데!
결혼하면 우리도 따로 살 거잖아요
아 그건 결혼해서고
지금 그거랑 이거랑 같냐?
언니 정말 꼭 가야 돼?
왜 가야 돼?
돈 때문에 가는 거야?
여기 살면서도 취직시켜 달라고 할 수도 있잖아
[휴대폰 벨 소리]
아! 왜 꼭 가야 하는데!
안 가면 안 돼?
그쪽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봐
그 부모님은 내내 안 보고 살았었고
우리는 매일매일 같이 살았잖아
난 믿기지가 않아
진짜 믿을 수가 없어
지수야
[휴대폰 벨 소리]
여보세요?
(도경) 저 피해자입니다
[통화 종료음] 여, 여보세요? 여보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얘 봐라
끊어 버린다
작전 시작이군
작전? 응?
[휴대폰 벨 소리]
어? 받을 수 없다는데?
차단했네!
에이, 협박은 아니네
그걸 어떻게 알아?
아까 사진 찍었고
그 사진으로 나한테 뭔가를 요구할 생각이었으면
차단을 안 하지
인터넷에 올렸어도 기자한테 넘겼어도
'용용 죽겠지' 했어야 하는 거지
그럼 뭐야?
남은 건 딱 하난데
[경쾌한 음악]
영감!
우리 저기 문 하나만 달아 주구려
어, 할멈!
응큼한 생각 마!
아이고 어쩌나
한술 더 응큼한 생각이 나네
아, 우리 옥탑방 구할까 봐
우리 만화방에 쓰는 돈으로 월세 내고!
야!
옥탑, 반지하 방!
너 초라하고 무섭게 살기 싫어서
여성 전용 아파트 들어간 거 아니야?
누가 내가 산대?
우리 아지트로 쓰자는 거지!
우리 아지트?
뭐, 옥탑방에서 결혼이라도 하잔 얘기야?
미친!
무슨 그런 막말을 하고 있어!
그럼 관둡시다
아지트는 여기가 딱 좋아!
적당히 열린 공간, 스릴도 있고!
아! 진짜
아쉬운 게 있어야 오래 만나지
[잔잔한 피아노곡]
가, 들어갈게
여기선 안 돼!
지난번에도 들켰잖아 안 돼, 안 돼!
아! 또...
미안하다, 이수아
뭐가?
서지태라서
미안해
뭔 소리야?
뭐 서지태가 아니라 박지태면 안 미안하고?
들어가
미안하면...
내일 재록이 결혼식 같이 가 주라
왜 그래? 그런데 같이 안 가기로 해 놓고는
걔 내 첫사랑이었어
나 걔한테 고백했다가 차였었단 말이야
혼자 가기 싫어
초라해
아, 그래! 좋다!
이수아 초라한 꼴은 또 못 보지, 내가
진짜?
예스!
[슬픈 음악]
(미정) 우리 지수
키울 때 딸로 키웠잖아요 번갈아 한 번씩...
딸 바꿔 산다고 생각해요
지수는 우리를 용서할 거 같아?
자기 대신 우리 친딸인 지안이를 재벌 집에 들여보내는 걸 다 아는데!
그 집 가자마자 유학 가면 돼요
그냥 유학이 아니라 지 꿈 되찾는 거야!
그거 못하게 한 게 누군데! 누구 때문에 못 했는데!
지수는 여기서도 행복할 애예요
지안이는 우리 집에서 불행한 애고
[도어락 비밀번호 입력 열리는 소리]
해자 언니예요?
당신...
왜 올라왔어요?
지안이는?
뭐 하러 올라왔냐고요?
- 지안아! - (미정) 지안이 없어요
친구한테 빌린 거 돌려준다고 나갔어요
오늘 3시에 윤희 결혼식까지 보고 늦는댔어
앉아
그래
하필이면 내가 지안이 고1 때 사업 망해서
지안이 꿈 꺾고
돈 벌면서 대학 다니게 만들었어
그래서 학점 관리도 못 하고 스펙 관리도 못 하고
취직도 어렵게 만들었어
당신 말 다 맞아 다 내 탓이야
당신 탓하려고 한 말은 아니에요
당신 말대로
밤새도록 생각해 봤어
생각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해 봤어
그래도...
이거 안 되는 일이야
[무거운 음악] - 당신... - (태수)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돼
당신은 생각 있고, 나는 없어요?
(미정) 이게 잘못하는 일인 줄 모를까 봐
지수한테 안 미안한 거 같아요?
지수 생각은 안 했을까 봐?
당신이 뭐라고 하든
나 지안이 절대 이대로 그 집에 그냥 안 보내, 절대로!
당신이 이 일 파투 내면 지안이 죽이는 거예요
(미정) 걔 못 일어나요 비참해서 부끄러워서
재벌 집인 줄 알자마자 냉큼 가겠다고 했어
근데 사실 재벌 딸이 아니래
나, 나!
지안이 애비야!
상처 안 주도록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절대 말리지 마
어떻게 할 건데요?
지안이한테 뭐라고 할 건데요?
지안이
절대 재벌 딸 되고 싶어서 갈 애가 아니야
당신이 겁줬다면서!
경찰에 신고도 안 하고 딸 데려다 키운 우리를
해성 그룹에서 그냥 둘 거 같냐고!
그래서 간다고 한 거야!
- 어! - (혁) 사장님!
바닐라 라테 둘요!
아... 네!
바닐라 라테가 시그니처 커피야, 이 집
어, 근사하다!
아! 이게 그거구나? 가구학과 학생들 작품!
와, 잘 만든다!
앉아!
응
- 어! - 아이구
저 여기 의자 한두 개 을 거 알아봐
의자요?
아니, 가끔 그, 저... 어르신들 오니까
아, 어떤 걸로요?
제가 인터넷 사이트 찾아서 알려 드릴게요
(남구) 아니, 아니... 이 근처 어디 가구 파는 데 있나 찾아봐요
가구점은 따로 못 봤고...
아, 의자 파는 데 있어요
- 가구도 파는 카페인데요 - 아, 그래?
그러면 자, 얼른 가 봐
- 아, 지금요? - 응
- 지금은 제가 조금... - 조금 뭐!
(남구) 어? 빵도 안 먹고,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코 빠뜨리고 있는 거 보고 싶지 않으니까 얼른 가, 얼른!
네, 다녀오겠습니다
자!
이거 내 거였어?
때늦은 개업 선물?
아... 양평에서 빌려줬었던 옷
여기에는 뭐가 필요한지 몰라서
개업식 때 못 와서 미안해
아니, 아니 농담이다!
이 카페 개업 때는 너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근데 쇼핑몰은 어디야?
얼른 차 마시고 네 회사도 가 보자!
왜 그래?
내일 지구 종말 오냐? 이민 가?
오겹살 사고 옷 갖다 주고
여기 오고 회사까지 보재?
궁금하니까! 신기해서
여기 아지트 삼아 자주 와서 쉬다 가
커피값 받지 말라고 얘기해 놓을 테니까
근데 혁아
너 왜 그렇게 나한테 잘해 줘?
내가 너한테 잘해 주냐?
고등학교 1학년 때, 딱 1년
그것도 목공 동아리에서 친했던 게 전부잖아
그땐 너 지금처럼 그렇지 않았거든?
왜 내가 너한테 잘해 주냐고?
이유가 있지
이유?
너...
내가 고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사고 쳐서
너네 학교로 전학 갔던 거 알지?
너 중학교 때 일진 짱이었다며?
소문 짜해서 애들이 너 보면 막 슬금슬금 피하고 그랬지
근데?
대학 못 갈 놈 기술 배워야 한다고
아버지가 목공반 있는 학교로 보낸 거였어
이사까지 하시면서
그래서 너 목공반 들어온 거였어?
[밝은 곡]
(우석) 너 고등학교 졸업 못 시키면 장담하는데
내가 자식 죽인 애비로 신문에 날 거다, 이놈아!
목수 기술 기초라도 배워!
독종!
- 뭔데 저래? - 몰라
(친구들) 야, 죽인다! 목공 잘하는데?
[애들 웅성]
[톱질]
[일동 감탄]
(지안) 어! 넌 누구야? 새로 온 애야?
안녕
기집애가 어찌나 쓱쓱 쓱쓱 톱질을 잘하는지
그날 목공에 빠졌지, 내가
내가 톱질 좀 했어!
맞다, 내가 너 톱질 가르쳐 줬지!
조각도 쓰는 것도!
오!
그러니까 지금의 너를 이끌어 준 게 나네?
어, 너 그때 용수철 같았는데
용수철?
네가 주눅 들고 기죽는 걸 한 번도 못 봤어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맨날 생글생글 해 달라는 애들 거 다 해 주고
이 오지랖은 또 어찌나 넓은지
동아리 애들 삥 뜯기면
나 끌고 가서 도로 뺏어 오고
내가 그랬구나
가물가물하다
너 많이 놀랐겠다 그때하고 완전 달라져서
사람이 달라졌겠어?
환경이 다른 모습을 보이게 만드는 거지, 인마
고마워, 그렇게 말해 줘서
야, 오그라들어! 왜 그래, 친구끼리?
글쎄
우리가 계속 친구일 수 있을까?
(지안) 친구는 생각이 비슷해야 하는데
난 너하고 달라, 많이 달라졌어
무슨 소리야?
아, 근데 저분은 누구셔?
아, 사업 파트너
물을 안 드려서요
안녕하세요!
혁이 친구예요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예요
아, 네
우리 혁...
우리 선우 실장님, 잘 부탁드려요
[휴대폰 벨 소리]
잠깐만
아빠
서울 올라오셨어요?
아니에요, 지금 갈 수 있어요
알겠어요, 지금 출발할게요
- 미안한데, 혁아 - 택시 불러 줄게
데려다줬으면 좋겠는데 미팅이 있어서
데려다주긴 그래 택시 좀 불러 줄래?
기운 없어 죽겠는데 꼭 지금 사 오라시네
실장님이다
우리 로미오와 줄리엣이냐?
맘 놓고 한나절을 못 본다
미안해
가!
[애잔한 음악]
누구지? 누구지?
(지수) 누구지?
어떻게...
진짜 예쁘다
예쁘지?
근데 혁아!
고등학교 때 첫사랑이잖아
지금도 좋아?
지금도 좋으면 안 돼?
(희) 그동안 안 본 세월이 10년이잖아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람 마음이 안 변해?
변할 수가 없지
쟤만큼 나한테 좋은 영향을 미친 여자를 못 만났는데
그러면 그럴 수도 있는 거구나
아, 언니
[휴대폰 벨 소리]
아! 왜 꼭 가야 하는데!
안 가면 안 돼?
(기계음)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왜 안 받고 난리야!
야! 서지안 내가 지금 누굴 만났는지 알아?
아, 어떻게...
[통화 연결음]
좀 받아라, 언니야!
(기계음)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무거운 음악]
(남구) 응, 의자는?
방장님, 죄송해요 저 외출 좀 할게요
어? 아이구!
아빠!
어, 어... 지안아
아빠 왜 여기서 보재요? 집에 계시지
앉아, 여기 앉아
어... 엄마한테 얘기 다 들었어
마... 많이 놀랐지?
간다고 해서...
- 죄송해요 - 아, 아빠 얘기부터 먼저 들어
너한테 꼭 해야 될 얘기가 있어
말씀하세요
아빠가 무슨 말을 해도 놀라지 말고, 어?
네
지안이 너...
그 집에
가면 안 돼!
[의미심장한 음악]
네?
[극적인 효과음]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그깟 돈 때문에 우릴 다 버려?
(지안) 그깟 돈?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넌 나한테 뭐라 그럴 자격 없어 이 기집애야, 너만큼은!
그게 무슨 말이야?
뉘 집 딸인지 부모 고생 꽤나 시켰겠다
마침 계셨네!
우리 집 어떻게 알았어요?
이 돈 2,050만 원 부모님께 드리고 하려고 했죠
따님 잘 챙기라는 말씀도 드리고!
뭐...뭐, 뭐라고요?
(재성) 은석이가 내일 온다고?
(미정) 가서... 숨 쉬고 살아
제대로 숨 쉬고
(태수) 나...
지안이 믿어, 내 딸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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