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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 내 인생 9

 

엄마

 

엄마 왜 얘를 지안이라고 해?

 

(지수이거 난데?

 

[의미심장한 음악]

 

왜 해자 이모한테 지안이라고 했냐고?

 

이거 나 아니야?

 

너 맞아

 

그렇지이거 나 맞지?

 

근데 왜 지안이라고 했어?

 

너하고 지안이를

 

바꿔치기했으니까 엄마가

 

뭐라고엄마?

 

(미정미안해지수야

 

내가...

 

너 대신 지안이를 보냈어

 

(미정엄마 욕심 때문에 그랬어

 

지안이가 아니라... 너였어

 

[긴장 고조 효과음]

 

엄마가 언제 그게 지안이라고 했어?

 

지안이라고 한 적 없어 네가 잘못 들은 거야

 

무슨이모가 분명 지안이라고 했는데

 

해자 이모가 지레 혼자 그런 거야

 

하도 갑자기 들이닥쳐서 대답 안 한 거고

 

그럼 왜 내 사진을 보고 울었어?

 

?

 

다 들었단 말이야 엄마 계속 우는 거

 

해자 이모 오기 훨씬 전에 핸드폰 두고 가서 가지러 왔는데

 

엄마 계속 울었잖아

 

그거...

 

그게...

 

그게 꼭... 네 사진 보고 운 거 아니야

 

(미정이런저런...

 

그냥 그렇게 눈물 날 때가 있는 거야

 

가랑비에 떨어지는

 

낙엽 잎 보다가도 울고 그럴 나이야

 

엄마 갱년기잖아

 

거짓말

 

지안이 생각나서 운 거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몰래 이렇게 울었어 맨날?

 

[지수 한숨너무 속상해하지 마

 

언니 좋은 집에서 더 잘 먹고 더 잘 입고

 

접대받잖아 돈도 막 팍팍 쓰고

 

그래

 

언니가 가 버려서 내가 너무 속상해하니까

 

나 불쌍해서 운 거야?

 

그래서 내 사진 보고 운 거구나 엄마

 

빵 나오는 시간은 맞춰야 한다면서 손님들 많아서

 

맞다

 

엄마가 너무 서럽게 우니까 못 가겠어서 잠깐 본다는 게

 

엄마그럼

 

(지수이 왼손으로 잡은 애가 죽은 언니야진짜 지안이?

 

그럼 얘가 나고?

 

지각도 한참 지각이야 빨리 가빨리

 

엄마도 나가야 돼 빨리빨리 가

 

알았어 다녀오겠습니다

 

[문 열림]

 

[문 닫힘]

 

은석아

 

 

오늘 스케줄 어떻게 되냐?

 

10시에 영어 회화...

 

저 근데 영어 회화는 할 줄 알거든요

 

파닉스야

 

외국에서 영어 배운 거 아니잖아 발음 교정해야지

 

 

2시에서 4시까지 매너 교양 수업 있어요

 

그럼 오늘 저녁은 밖에서 나하고 둘이서 먹자

 

은석이하곤

 

아버지 다녀가신 다음에 시간 갖는 게 좋을 듯해요

 

양 선생한테 저녁까지 집중 교육하라고 해야겠어요

 

지금도 오전오후하고 있는데 저녁까진 왜?

 

어른 질문에 대답하다 말고

 

제 볼일 보는 무매너무교양

 

방금 전에요

 

(명희아버지 귀국하신다는데

 

무인지경으로 보여 드릴 순 없잖아요

 

생활습관을 입시처럼 하루 종일 한다고 될 일인가?

 

아직 시간 많아

 

25년 몸에 밴 악습을 떼내기엔 많은 시간은 아니죠

 

은석이 너

 

조만간 해성 어패럴 마케팅팀 정직원으로 들어가게 될 거야

 

해성 어패럴요? - 여보

 

그건 은석이 의견을 먼저 듣자고 했잖아

 

회장님 컨펌 받았어요

 

[긴장된 음악]

 

정직원 되고 싶어 애썼다고 들었다

 

 

꼭 마케팅팀에 들여보내려는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우리 쪽은 예전에 DNA 등록해 놨었어

 

(명희넌 얼마 전에야

 

네 부모님들이 말씀해주셔서

 

출생의 비밀을 알았고

 

그래서 너 스스로 DNA를 등록한 거야

 

친부모를 찾으려고

 

서로를 찾게 된 건 12월이야

 

그래서 회사 창립 40주년 기념일에 널 오픈하게 된 거고

 

그전에 우리 회사 마케팅팀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는

 

커리어 정도는 있는 게 좋지 않겠니?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 마음이야 널 찾았다고 당장 알리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언론이며 세상 사람들한테 온갖 가십거리가 될 거다

 

너도우리 기업도

 

...

 

그때까진 누가 봐도

 

태생부터 해성가 사람 모습으로 바뀌어 있어야 해

 

그렇지만...

 

전 이미 잘렸는데 다시 특채로 들어가게 되면...

 

그래서 이번에 마케팅팀 분리하신 거였어요?

 

마케팅팀 분리 안건 올린 건 너희 전략기획팀이었어

 

결정을 이번에 했을 뿐이지

 

[똑똑]

 

- (지안서현아 - (서현뭐예요?

 

어머놀랬니? - 안 놀래요그럼?

 

문 열 거면서 노크는 왜 해요? - ?

 

언니

 

노크는 들어가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하는 거예요

 

어머니아버지도 제 대답 없인 방문 열지 않으세요

 

그렇구나 미안해

 

처음 실수니까 괜찮아요 무슨 일이신데요?

 

저 그게...

 

내가 저번에 줬던 목걸이 좀 돌려받고 싶어서

 

아니그거 언니가 저한테 주셨는데요?

 

언니 스타일 아니고 저한테 더 잘 어울린다면서

 

미안해

 

너한테 더 잘 어울리는 건 사실이지만

 

생각해 보니까 내가 좀 실수했어

 

의미 있는 선물이었는데

 

오빠에 대한 예의가 좀 아닌 거 같아서

 

잠깐만요

 

[서랍 여닫는 소리]

 

여기요

 

고마워미안하고

 

저 학교 가야 해서 옷 갈아입어야 해요

 

그래

 

어이없네

 

저 언니 왜 자꾸 나를 긁지?

 

[애잔한 음악]

 

[휴대폰 벨 소리]

 

[통화 종료음]

 

맛있게 드세요 - (손님수고하세요

 

- (남구서지수 씨 - ?

 

여기 나 혼자 해도 되니까 빨리 납품하고 와

 

어제 첫날이었으니까 빵이 얼마나 팔렸는지 먼저 보고 올게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

 

(남구자전거맨 두 번 보겠다는 거지

 

언제 카페 오는지 알아낼 때까지만요

 

다녀오겠습니다

 

 [문 여닫는 소리]

 

수표를 보고 전화 안 할 애가 아닌데

 

안녕하세요

 

어제 빵이 얼마나 팔렸나 한 번 보려고 왔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희 빵집에서 여기에 빵 납품하거든요

 

어제부터요

 

[익살스러운 음악]

 

다 팔렸어요

 

다 팔렸구나

 

그럼 얼른 가서 빵 가져올게요 금방 올게요

 

의자 잘 쓰고 있어요

 

누나

 

(저 집 빵이 맛있어서 그런 거야진짜

 

손님들이 요깃거리 찾기도 했고

 

그래도 하필!

 

[혁 깊은 한숨]

 

그때 저 여자 의자는 얼마에 사 갔어?

 

백만 원 내가 얘기 안 했어?

 

백만 원?

 

(지수방장님저 다시 다녀올게요

 

! [문 여는 소리]

 

물어볼 게 있어서요

 

저한테요?

 

저 의자들 여기서 쓰려고 사신 거죠?

 

(지수

 

가끔 어르신들 오시거든요

 

(그럼 의자값은 여기 사장님이 내셨겠네요?

 

 

안녕하세요 사장님이 백만 원 주셨습니까?

 

백만백만 원? - 아니저 그거는요

 

실례지만 의자값으로 얼마를 주셨습니까?

 

10만 원 줬습니다

 

알겠습니다

 

90만 원입니다

 

그건 사는 사람 맘대로라고 그래서 그래서 제가 정한 거예요

 

심부름 오신 거잖아요

 

(이건 제가 가지고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아이고...

 

그래도 어쨌든 두 번 보는 건 성공했네

 

이거 지금 저분 화난 거죠?

 

아잇...

 

[발랄한 음악]

 

[지수 기겁하는 소리]

 

아직 안 가셨네요

 

나한테 할 얘기 있을 것 같아서요

 

어떻게 아셨어요?

 

아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죠?

 

?

 

... - 그거 하지 마세요

 

[슬픈 음악?

 

앞으로도 하지 말고요 나한테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나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부탁합니다

 

맞아있었어

 

그 여자였구나

 

(남구며칠 줄까?

 

?

 

며칠 울어야 될 거 아니야

 

난 여자 우는 거 제일 싫어하니까 휴가 주려고

 

안 울 거예요 이미 알고 있었는데요

 

전화번호 줬는데 전화도 안 왔고

 

좋아하는 여자 있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는데요

 

근데 제가 고백할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아직 은석인 준비가 안 돼 있어요 어머니

 

(도경회사로 들이시는 거

 

조금 미루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너무 준비돼서 들어가면 티 나서 안 돼

 

계약직으로 있을 때 모습을 직원들이 기억할 테니까

 

... 거기까진 생각을 못 했네요

 

영민하고 영특한 아이야

 

(명희성적도 괜찮고 마케팅팀 고과도 좋아

 

원래대로였으면 정직원 됐을 거였어

 

아등바등 애를 쓰긴 했네요

 

근데 도경이 너

 

은석이한테 좀 까칠하게 굴던데 왜 그러니?

 

채찍질할 필요가 있어서요

 

[휴대폰 벨 소리]

 

무슨 일이야?

 

은석이가 외출?

 

은석이가 1시간만 외출한다는데?

 

하라고 하세요 시험 삼아

 

저 죄송한데 이거 환불 좀 해 주세요

 

왜 환불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냥 해 주세요

 

[기계 소리]

 

(수아서지태 넌 평생 결혼 안 한다며!

 

(지태나 결혼 안 할 거야 결혼 따위 안 해!

 

선보라고 했잖아

 

아무 때나 맘 변하면 가라고 했잖아!

 

반월세 사는 집 장남이라 희망이 없어서 결혼 안 해

 

[슬픈 음악]

 

내 자식한테 나 같은 가난 대물림하기 싫어서

 

결혼 안 해

 

네가 원하는 아파트에 살 수 없어서

 

결혼 안 해안 해평생!

 

[기계 소리]

 

[떨어지는 소리 강조] (태수!

 

(강 실장형님!

 

[앓는 소리]

 

- (손님감사합니다 - 안녕히 가십시오

 

점심 안 드세요?

 

왜 안 먹어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매운 낙지 먹을 거야

 

(선배우리 회사 규모에 인강은 좀 오버 아니야?

 

선배님이나 저처럼 TV로 교육 방송 보던 때는 아니잖아요

 

점심 뭐 먹을까? - 잠시만요거의 다 끝났어요

 

제가 정해도 돼요? - (동료먹고 싶은 거 있어?

 

속이 확 불타 버리는 매운 거?

 

[애잔한 음악]

 

분위기 왜 이래서지태 씨랑 싸웠어?

 

뭐가?

 

오가는 눈빛 온도가 상당히 낮은 것 같아서

 

선배우리 낙지 말고 꼼장어 먹어요

 

(선배좋지

 

(의사다행히 뼈에는 이상 없지만

 

최소한 2주는 무거운 것 드시면 안 됩니다

 

2, 2주나요?

 

(의사연세가 있으시니까 오래 쉴수록 더 좋습니다

 

[깊은 한숨]

 

저 쓰레기 치우고 목공 보조 같은 건 오른손으로 할 수 있어

 

무거운 건 나눠 들면 되고 - 안 돼요형님

 

몸까지 부실해지면 형님 정말 일 못 합니다

 

강 실장

 

내가 돈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

 

일당은 절반만 줘도 돼

 

형수님하고 다투셔서 서울 올라가기 싫으신 모양인데

 

이참에 화해하세요?

 

아니하던 일은 끝내 놓고 가야지

 

그냥 올라가 쉬고 계세요형님

 

다음번 공사 들어가면 형님부터 연락 드릴게요

 

(설명회 담당자햄버그는 보통 플레이트에 나오죠?

 

우리 햄버그는 뚝배기에 담아서 제공하는 게 특징입니다

 

(미정들어 보니까 꽤 무겁던데

 

왜 뚝배기를 쓰는 거예요?

 

우선 뚝배기는

 

손님들이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따뜻함을 유지시켜 주거든요

 

전통 식기라는 특징을 살려 한국인만의 감성을 충족시켜 줄 수도 있는 거죠

 

...

 

[구두 소리] (미정지태 아버지

 

일 그만둔 거예요?

 

 

[신음]

 

손은 또 왜 그래요다쳤어요?

 

아니야아니야 별거 아니야

 

(미정별거 아니긴 깁스까지 해 놓고!

 

얼마나어쩌다 다친 거예요?

 

당신 그거 뭐야?

 

[긴장된 음악]

 

뭐냐고?

 

그거요

 

해성에서 내주는 프랜차이즈 교육받고 왔어요

 

[대문 여는 소리]

 

당신 정말 제정신이야?

 

하지 말란 말 안 했잖아요

 

보란 듯이 계약서 활짝 펼쳐놓고 나왔잖아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어?

 

당신이 그랬다고 내가 안 할 줄 알았어요?

 

안 할 줄 알았어

 

그걸 어떻게 받아무슨 염치로 그걸 받아?

 

이럴까 봐 받았어요 언제 당신이 이런 꼴 될지 몰라서

 

?

 

일용직으로 벌어 오는 돈 믿고 어떻게 살아요?

 

월급 150 갖고 오백 원천 원 아껴 가며 사는 것도 지긋지긋했는데

 

(미정당신 마음 다 아는데

 

나 혼자 살자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자식들 때문에 - (태수자식들 핑계 대지 말아

 

그 부끄러운 돈 어디 내 자식 키운다는데 쓴다고 말하나?

 

당장 취소해

 

돈은 내가 다시 벌어 올게

 

말로 벌어지는 돈 여태는 왜 못 벌었는데요?

 

당신이 뭐라고 해도 나는 이 가게 할 거예요

 

지수 그래요우리 지수

 

그때 우리 아니었으면 지수 거기서 죽었어요

 

당신 기억 안 나요?

 

그런 아이 거둬서 거저 키운 건 아니니까 그 값이라고 생각할래요

 

당신... - 내가 잘해서

 

나중에 지수 빵 유학도 보내 줄 거예요

 

억지 좀 부리지 말고 여보 제발제발 그만해

 

취소해 내가 더 열심히 해서...

 

(미정더 열심히 어떻게 뭘 더 열심히 해요?

 

이제 와서 그 나이에...

 

나랑 같이 그냥 이거 해서 우리 지태 결혼도 시키고

 

지호...

 

당신 지호가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 줄 알아요?

 

하하하 고맙네친구

 

치 수고했어

 

잊지 마라너 독립 성공하면 나한테 한턱 쏜다 했다

 

내 독립 성공하면 한 턱 쏘고

 

(지호사업 성공하면 평생 턱 사용권 쏜다

 

일단 독립부터 하고 쫌 나불거려라이 짜식아

 

간다 - 잘 가

 

(매니저너 뭐냐이거?

 

복선이요 - 뭐 복선?

 

모든 일에는 전조가 있어야 하거든요근데...

 

이게 바로 절 독립의 길로 안내할 중요한 키 같은 거죠

 

(매니저아휴정신 차려라인마

 

(미정당장 내년에

 

지호 대학 가면 어떡할 거예요? - 됐어

 

우리 막둥이 대학 등록금 내줄 돈 있어요

 

있어 - 4년 내내 대줄 수 있어요?

 

지호도 지안이처럼 알바해 가며 학교 다니게 하고 싶어요?

 

아니면 지태한테 또 손 벌릴 거예요?

 

[애잔한 음악]

 

[헛기침 소리다녀왔습니다

 

 - 아버지어떻게 올라오셨어요?

 

(태수지태 왔냐?

 

아버지 손은 왜 그러세요?

 

아버지 다치셨대

 

그래서 회사 그만두시게 됐어

 

회사를 그만두셨어요?

 

아니야 곧 다시 일하게 될 거야

 

이 아버지 절대 이대로 그냥 안 죽는다

 

걱정하지 말아 벌써 다 계획 세워 놨어

 

쉬세요 - 그래

 

아직 애들은 몰라요 [계단 올라가는 소리]

 

저 회사에 서류를 두고 왔네요 오늘 밤에 마무리해야 되는 건데

 

그래그래 다녀와라

 

[문 열림]

 

[문 닫힘]

 

[휴대폰 벨 소리]

 

여보세요?

 

집 앞이야좀 나올래?

 

[슬픈 음악]

 

내 양복 버리지 않았으면 가지고 나와 줘

 

알겠어

 

[통화 종료음]

 

앉아 촌스럽게 굴지 말고

 

날이 쌀쌀하길래

 

[담담한 음악]

 

고마워

 

[캔 따는 소리]

 

엊그젠 미안했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그 남자하고 헤어질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그랬어

 

배가 너무 고프더라고

 

예고 없이 소개팅한 건 미안하다

 

곤란하게 해서 미안했다

 

상관없어 썩 맘에 든 게 아니라서

 

마음에 안 드는데 2차도 가는구나

 

혹시 모르니까 - 헤어지자

 

그날 헤어진 거 아니었어?

 

이수아

 

햇수로 4년인데 싸우고 헤어지냐웃으면서 헤어져야지

 

우리 그러기로 했잖아 서로 덕담도 해 주고 그러기로

 

그러게그러네

 

좋은 남자 만나라

 

엊그제 그런 놈 안 돼

 

눈웃음치는 게 바람기 있게 생겼어

 

돈은 있는 놈이야?

 

30평 아파트 있단 얘긴 들었어

 

뭐 하는 놈인데?

 

회계사

 

하 참더 미안하네

 

건강해

 

넌 어차피 평생 결혼 안 할 거니까

 

좋은 여자 만나라는 덕담은 필요 없고

 

해 줄 말이 이거밖에 없네

 

그동안 즐거웠어

 

나도

 

잘 지내

 

너도

 

[동경소녀의 '어쩌면 내일은재생]

 

(지호좋네좋아

 

왔어

 

왜 옷도 안 벗고 그렇게 누워?

 

웬 정장을 또 들고 들어와?

 

[잔잔한 피아노곡]

 

아빠 - 지수야

 

뭐야너 울어너 무슨 일 있어?

 

그냥 반가워서 아빠 보니까 너무 반가워서

 

저쪽 집 가족들 선물 환불했어요

 

가족들 준 거 아니었어?

 

안 받으셨어요

 

그때는 다시 갖다 드릴 생각이어서 말씀 안 드렸었는데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그쪽 부모님지금 부모님 다 불편하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래이 돈은 그날 하루에 쓰라는 숙제였는데 못 썼으니

 

돌려받으마

 

당분간은 사적인 외출 안 할 거고 명 기사 동행할 거니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으렴

 

그렇게 하겠습니다

 

[문 여닫는 소리]

 

[클래식 음악]

 

갑자기 웬 음악 감상 초대야집에서 음악이라곤 질색하더니

 

그건 졸업 연주회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그런 거고

 

이건 오빠랑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거니까

 

(서현언니

 

음악 듣는구나

 

앉으세요

 

앉아음악 들을 거면

 

오빠하고 클래식도 같이 듣는구나

 

오빠 유학 중에 같이 음악 여행 간 적도 있어요

 

라스칼라 좋았죠?

 

오빤 코벤트 가든이 더 좋다고 했던가?

 

메트로폴리탄이 최고랬지인마 빈이 두 번째고

 

음악 여행 갔던 지역 얘기하는 거예요?

 

아니요오페라하우스요

 

언니 한참 공부해야겠다

 

이제 기초 시작인데 얼마나 더 공부해야 하는데

 

서현아네가 말러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3번 너무 길다

 

그럼 5번 아다지에토 들을래요?

 

난 알마가 아니야인마 2번 레제랙션으로 하자

 

넌 어때지금 이 곡

 

... 잘은 모르지만 참 듣기 좋은데요

 

그래그럼 마저 들으면 되겠네

 

이 곡 끝나고 듣자레제랙션

 

숙제를 깜빡했어요 언니 저도 먼저 들어갈게요

 

하아... 되게 무섭네

 

진짜 화 안 풀 건가?

 

천천히 좀 먹어 밀가루 음식을 왜 그리 좋아해?

 

아빠 닮았지

 

아빠도 엄마 구박받으면서도 수제비 좋아하잖아

 

지수야 너 앞으로 뭐 하고 싶냐?

 

뭐 빵집 같은 거 하고 싶냐?

 

빵집 싫어돈도 없고

 

그럼 돈 있으면 빵집 차리고 싶어?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는데난 그냥 빵만 만들고 싶어

 

그럼... 빵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때?

 

베이커리 유학 뭐 이런 것도 있던데

 

유학싫어외국 가는 거

 

아빠 왜 그런 걸 물어?

 

난 빵 유학도 필요 없고 그냥...

 

우리 빵집 사장님 수제자 되고 싶어

 

그 아저씨 기술 배워서 딱 그렇게 만들면 돼

 

아주 딱 내가 찾던 그 맛이거든

 

아버지가 가난해서 그렇지?

 

부잣집이었으면 생각이 달라졌을 건데

 

아빠내가 그럴 거면 지안이를 말렸겠어?

 

지안이를 말렸어? - 엄청 말렸지

 

그래서 걔하고 절교했어

 

난 절대 안 가 절대

 

왜 안 가?

 

난 뭐든지 먹으면 맛있고 빵 먹으면 더 맛있고

 

돈이 필요 없으니까

 

그래도... 친부모잖아

 

(지수아빠

 

촌스럽게 요즘 세상에 무슨 친부모를 따져?

 

입양 그리고 또 셰어하우스?

 

생판 모르는 남들도 한 집에서 같이 세상이야요즘엔

 

내가 어디서 봤는데

 

식구가 '먹을 식' '입 구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이 식구래

 

그러니까 식구가 가족이잖아?

 

근데 뭐 피 섞였다고 무조건 친부모한테 가으이

 

그러냐?

 

아빠 왜 안 먹고 계속 보기만 해?

 

우리 딸 먹는 거만 봐도 아빠 배불러서 그래

 

이거 더 먹을래?

 

이 집 국수는 맛있는데 양이 딱 두 젓가락 부족한 게 흠이야그렇지?

 

도경아은석이 데리고 정찬 리허설 한번 해 봐

 

이모이모부 같이할 건데 긴장해서 실수하면 안 되니까

 

알겠습니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6시에 나와 명 기사가 행선지 알 거야

 

안 그러셔도 돼요

 

안 그러면 안 되는 게 우리 집안 룰이야

 

널 가르치시라면 그걸 해야 하는 게 해성 그룹 장남의 의무거든

 

성 팀장! - 부회장님

 

이거 뭔가 이상한데? - 무슨...

 

지난번 인사 때 정규직으로 전환된 계약직 사원이 이것뿐인가?

 

마케팅이나 영업팀에는 정직원으로 전환된 직원이 한 명도 없어?

 

그게... 내부적인 차원에서 보다 나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특채로 채웠단 말인가? - 

 

계약직 채용하면서

 

부서별로 그중에 몇 명 정직원으로 전환한다는 공고 냈잖아

 

그걸 무시하고?

 

예정된 티오에 특채가 들어오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한심들 하군

 

임원들 입장 때문에 회사 이미지는 망가져도 상관없단 말인가?

 

요즘처럼 비정규직 문제가 큰 시대에 롤모델이 되지는 못할망정!

 

약속까지 저버리면 해성 그룹 이미지가 뭐가 되겠어!

 

죄송합니다

 

모집 공고 낼 때 정한 각 부서별 인원수대로 정규직 전환해

 

알겠습니다

 

꼭 애초에 있었던 계약직 중에서 인사고과 순서대로

 

낙하산들 아니었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계약직원들 있을 거 아닌가

 

꼭 그렇게 하고 보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재성나가 봐

 

- (남구서지수 씨 - (지수?

 

(남구) 10시 반 지났는데 왜 안 가고 그러고 있어?

 

얼른 가

 

 

[남구스읍

 

자전거맨 프로젝트는 삼일천하로 끝났지만

 

납품 시작한 책임은 져야 될 거 아니야

 

그럼요

 

빵 안 팔린 거 있으면 가져오고 - 그걸 왜요?

 

내 자존심이야 오늘 만든 빵은 오늘로 끝내는 거

 

알겠습니다

 

(남구

 

[익살스러운 음악]

 

[딱딱하고 어색한 말투안녕하세요오늘 빵이에요

 

그리고 어제 안 팔린 빵 있으면 주시랍니다

 

어제도 다 팔렸어요

 

그렇군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어떡해 아쪽팔려

 

바보 같아 아 진짜

 

나한테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어쩜 딴사람 같아

 

안 돼요 선생님 저 못 해요

 

저는 데스크 알바만 하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이 간호사가 출근하다가 맹장 터져서 병원 갔는데

 

당장 대타를 어디서 구하냐?

 

그래도 지수 씨가 전공했으니까 하루만 눈 딱 감고 해 줘요

 

예약 환자 많은 거 알잖아

 

하아... 원장님! - (의사하루야

 

하루 딱 하루내일부턴 올 사람 있으니까?

 

(의사좋습니다

 

- (의사환자분 - (환자

 

- (의사입에 힘 좀 빼실게요 - (환자

 

- (환자! - (의사아이고

 

(의사지수 씨

 

(환자

 

(의사좀 잡고 있어요

 

[치과 기계 소리] (환자 신음)

 

- (의사입에 힘 빼시고요 - (환자)

 

- (의사환자분 조금만 참으세요 - (환자

 

(의사다 됐습니다

 

[치과 기계 소리]

 

(의사다 됐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의사아이고 지수 씨 이거 마무리 좀 해 줘요

 

[치과 기계 소리]

 

[신물 올라오는 소리] [환자 기겁하는 소리]

 

(지수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화내면서아이뭐 하는 거야이거!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 (환자짜증 나

 

아우이건 또 뭐야저리로 가

 

(환자아우이 씨

 

너 지금 내 입속에다가 오바이트 하려고 그랬지?

 

그게 일부러 그럴려고 그런 게 아니라아니라요

 

일부러가 아니야?

 

아이 씨그러면 내 입속이 지금 오바이트하게끔 드럽다 이거야?

 

그게...

 

나 기분 엿 같네 이거?

 

뭐 이런 년이 다 있어이거이 씨

 

(환자!

 

(환자당신은 뭐야?

 

(아무리 화가 나셨다고 폭력을 행사하시면 되겠습니까?

 

당신이 뭘 안다고 지금 끼어들어?

 

얘가 지금 나한테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고 그러는 거야?

 

이 새끼야! [신음]

 

아는데 순간의 성질로 합의금 몇백 날리면 좋으시겠습니까?

 

더구나 여자 때리고

 

[환자 신음하며알겠어요안 좋아요 이것 좀 놔봐요

 

[잔잔한 피아노곡]

 

이거 젖으면 안 되는데

 

이거 드려야 되는데

 

어떡해!

 

[박선예의 '바람이 불어와재생]

 

[종소리]

 

받으세요

 

저 이거 빵이거...

 

진짜 맛있는 빵들만 고른 건데

 

그때 그렇게 친절하게 멋있게 나한테 그래 놓고는 왜...

 

(왜 그렇게 싫어하냐고저러니까 싫지

 

무안하다고 인사도 없이 공사 구분 못 하잖아

 

그때도 저러더니

 

치위생사가 환자 입속 보면서 구역질을 하질 않나

 

그 난리를 치고 금세 빵 사 가지고 오더라고그것도 먹으면서

 

무슨 못 먹고 죽은 귀신이 씌었는지

 

[한숨 쉬며기가 막히더라

 

그런 여자가 좋을 수가 있겠어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도 싫어

 

무책임하고 무신경하고 식탐만 많은 사람

 

... 모든 사람이 다 야무진 건 아니야

 

야무지지 못한 게 아니라 한심한 거지

 

(치과에서 일하다가 식당 배달하다가 금세 빵집까지

 

자기 삶의 방향도 목표도 없어 생각이 없는 거지

 

너 설마 저 여자한테 그 말 다 한 거 아니지?

 

좋아하는 여자 있다고 했어

 

[희 탄식 소리고백 같은 거 할 생각 말라고

 

심했다

 

우유부단하게 희망 고문하는 게 심한 거지

 

미련 끊어 주는 게 심한 거야?

 

어머니하고 이모는 사이가 안 좋으셔

 

[와인 따르는 소리]

 

노양호 회장님은 딸한테 그룹을 물려줄 생각이 없는 분이시거든

 

대신 사위를 신경 써 들이셨지

 

아버지하고 정명수 사장

 

그러니 어머니하고 이모가 사이가 좋을 리가 없겠지?

 

아버지가 벌써 부회장이신데 왜 사이가 안 좋으세요?

 

부회장 다음에 회장이란 언질을 안 하시니까

 

아버지든 이모부든 누구든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가능성을 남겨놓으셨지

 

근데 어머니가 맏딸이시잖아요

 

근데 왜... - 허리 펴고

 

[익살스러운 음악]

 

얼굴 굳었잖아

 

양 선생이 복식호흡법 안 가르쳐 줬어그동안 뭘 배운 거야?

 

어떤 순간에도 표정은 부드럽게 미소 띠고 허리는 꼿꼿이

 

이모 이모부 얘기하니까

 

가십거리흥밋거리에 낄낄거리는 한심이로 돌변하는구나

 

죄송합니다

 

먹자

 

구제 불능이구나 - ?

 

[커트러리 내려놓는 소리]

 

고기는 작게 썰어서 와인이나 물도 마찬가지

 

입안에 들어가는 음식 하나 티 안 내고 조절 못 해?

 

알겠습니다

 

이런 정찬 자리는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니다

 

식사 과정이 중요한 거야

 

(도경음식은 부드러운 대화를 위한 소도구인 셈이지

 

비즈니스에서는 특히

 

먹는 거에 집중한다고 얼빼지 말도록 해

 

회장님노진희 대표 정명수 사장 앞에서는

 

 

할아버진 백정 아들이셨어

 

그 출신으로 오늘날 이루셨으니 보통 분은 아니시겠지?

 

(도경입맛은 굉장히 소탈하시지만 성품까지 소탈하진 않으시다

 

내공이 무시무시하시지

 

할아버지가 법이고 길이고 진리야

 

 

우리가 하죠 - 

 

잔 내려놔

 

와인을 따라 줄 때는 잔을 테이블에 그대로 두는 거야

 

이건 와인을 따라 주는 소믈리에나 상대방을 신뢰한다는 의미거든

 

그것까진 아직 못 배웠어요

 

(도경눈치만 빨랐어도 처음 온 날 식사에서 충분히 알았을 텐데

 

센스가 없구나

 

난 끝났는데식사

 

[커트러리 내려놓는 소리]

 

일어나죠 - 후식 남았다

 

아직도 여길 식사하러 온 거로 착각하고 있다니

 

(도경배우는 족족 잊어버리는 재주를 타고난 사람하고는

 

후식까지 먹어 봤자겠다

 

가자

 

근데요

 

대리 기사 부르면 되는데 왜 와인은 안 드세요?

 

[음악 소리 높임] [음악 끔]

 

사람이 묻는데 대답도 안 하고 무시하는 건 좀 예의가 아니지 않아요?

 

아까 레스토랑에서 웨이터한테 얘기했는데?

 

내가 운전하고 갈 거라서 와인 안 마신다고

 

(도경분명한 의사 표시했는데

 

왜 대리 기사한테 운전 안 맡기냐고 묻는 건

 

절친한 사이에서나 가능한 질문이야

 

알겠습니다

 

두리번거리지 마

 

남의 차 타서 두리번거리는 거 아주 교양 없는 짓일 뿐만 아니라

 

특히 나는 아주 안 좋아해 누가 내 영역 탐색하는 거

 

탐색한 게 아니라 목말라서 물 찾은 거예요

 

이 차 안에 물 있으면 네 거야?

 

남의 공간이야

 

물이 있으면 그냥 마셔도 되나?

 

물이 마시고 싶은데 혹시 물이 있나요 그게 어려워?

 

우리가... 남인가요?

 

자기 자신 외에는 근본적으로 남이지 인간은

 

그리고... 물 없다

 

예의가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구역질]

 

[기침]

 

[계속되는 구역질]

 

체한 거야?

 

약은 먹은 거야?

 

먹었겠지 심하면 민 부장 찾을 거고

 

뭐하러 걱정을 해사막에 버려져도 알아서 살아오게 억센 애를

 

[애잔한 음악]

 

(지안지수야

 

언니 체했어

 

어디 있는지 몰라

 

물어보기 겁나

 

내가...

 

오빠라는 사람한테 죄를 많이 지어서

 

오빠하고 저녁 먹다 체했다 그러면 더 무섭게 굴 거 같거든

 

여동생?

 

걘 곁을 안 줘

 

만약에 너였으면

 

온갖 호들갑 떨면서 벌써 내 손가락이라도 따줬을 텐데

 

보고 싶다

 

여기...

 

너무 외롭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프랑스 핸리샌드하고 통화 좀 하느냐고요

 

수고했다

 

너 왜 이거 먹어?

 

이게 어때서?

 

저 양식 좋아해요

 

오늘도 일정이 많지?

 

오전에 양 선생님하고 교양 매너 수업 하고요

 

화장 배우러 점심에 청담동 갔다가 피트니스 가서 필라테스 하고

 

집에 와서 영어회화 하면 돼요 - 점심은?

 

밥은 제대로 먹을 시간을 줘야지

 

샌드위치 싸라고 했어요 회사 들어가면 시간 없잖아요

 

(명희그전에 하나라도 더 배워야죠

 

며칠만 더 고생해라 회사 들어가면 숨통이 좀 트일 거야

 

알겠습니다

 

- (지수언니야? - 

 

[휴대폰 벨 소리]

 

[술 취한 소리누구세여?

 

지수야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언니야

 

저 급한 일 있어서 먼저 들어가 보세요

 

택시! - 아가씨!

 

(지안지수야!

 

너 누구야왜 서지안으로 보이지?

 

아니 맥주 반 캔이면 취하는 애가

 

지수야너 무슨 일이야?

 

진짜 서지안이야?

 

우와진짜 서지안이네! - 언니야

 

(지수웃기지 마!

 

- (지수 - (지안지수야!

 

지수야괜찮아?

 

(지수!

 

[지수 화내면서네가 왜 날 잡아네가?

 

나 너 끊었어 싹 다 끊었어

 

[안타까운 소리서지수

 

너 진짜 무슨 일이야?

 

나한테 그런다그러지 말라고

 

아무 말도 하지 말래 아무것도 하지 말래

 

너 선 실장한테 고백한 거야?

 

아니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말래잖아

 

너 이리 와 봐

 

여기 앉아서 제대로 좀 말해 봐

 

네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무슨 말이야?

 

좋아하는 여자 있대

 

좋아하는 여자가 있대?

 

응 있대

 

아니있어 내가 그 여자 봤거든

 

넌 봤는데도 좋아한 거야?

 

아니그런 것도 제대로 안 알아보고 좋아했어?

 

맨날 숨어서 봤다면서 여자 친구 있는 줄도 몰랐어?

 

[짜증아니야

 

여자친군지 아닌지도 아직 몰라

 

(지수서지안 내가 바보냐여자 친구 있는 남자를 좋아하게

 

여친이든 아니든 좋아하는 여자 봤다면서?

 

봤으면 얼른 정리해야지 아님 진작 고백을 하든가!

 

너 내가 고백 대본 써 준 게 언젠데

 

여태 그걸 못 해서 이런 꼴을 당해 속상하게 진짜!

 

속상하지언니?

 

나는...

 

나는 여기가 막 누가 바늘로 막 쪼아대는 것 같아

 

많이 그래?

 

있잖아 진짜 진짜 가는 바늘

 

바느질 바늘보다 열 배쯤은 가는 바늘로

 

콕콕콕 찌르는 게 막 따꼼따꼼하고 막 그래

 

아프겠다

 

이제 어떡하지?

 

잊어

 

남자가 그렇게 단호하면 안 되는 거야

 

잊어야지 하면 잊어질까? - (지안그만 마셔

 

네가 왜 맨날 맥주 마셨는지 알겠어

 

이거 마시니까 안 콕콕콕 쑤시고

 

막 어지러운 거 같아

 

(지안어우어우 지수야

 

지수야

 

은석이 가져온 거 다 치워 하나도 남김없이

 

[문소리]

 

어머얘 지안아 아니어머얘 왜 이래?

 

[문 닫힘무슨 일이야?

 

[계단 올라가는 소리어머아니

 

[지안 신음]

 

고생했어얼른 가 - 엄마나 숨 좀 돌리고

 

얼른 가 왜 자꾸 이 동네를 얼쩡거려?

 

아니지수한테 전화를 했는데 얘가 술에 취해 있잖아

 

그랬으면 나한테 전화하면 되지 뭐하러 네가 자꾸 와?

 

다음부턴 절대 그러지 마

 

지수한테 뭐라고 하지 마요

 

아빠 잠깐 서울 오셨어 너 마주치면 좋을 거 없으니까 얼른 가

 

엄마가 조만간 전화할게 - 아빠는 괜찮으셔?

 

[통화 연결음콜택시죠여기 대방동 환희...

 

[에잔한 음악]

 

[작은 소리아빠미안해요

 

이 언니는 왜 이렇게 날마다 분란을 만들어요?

 

왜 또무슨 일 있어혹시 은석이 아팠냐?

 

아프긴요 오늘은 레슨 다 땡땡이치고 사라졌대요

 

? - 목걸이를 줬다 뺏질 않나

 

우리 가족 될 생각이 있는 거예요?

 

목걸이라니? - 오빠가 준 목걸이요

 

오빠한테 예의가 아닌 거 같다면서 다시 달라잖아요

 

내 말 듣고 알아봤나 봐요 그게 얼마짜린지

 

(지안죄송해요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어제 저한테 하신 말씀들 다 맞아요

 

뭡니까? - 사모님께서 다 치우라고 하셔서요

 

기어이 이 사달을 만드는구나 정신 못 차리고

 

다녀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앉아

 

미리 허락 안 구하고... - 옛 가족한테 일이 있었겠지

 

동생한테 힘든 일이 생겼어요 넌 이제 우리 집안 사람이야

 

해성 그룹해성가 사람

 

(명희그런 어리석은 처신 하지 말라고

 

플랜을 얘기해 줬는데 이렇게 실망을 시켜?

 

꽤 영민한 줄 알았더니 내가 잘못 봤구나

 

쌍둥이로 25년 동안 붙어산 동생이에요

 

제가 필요했어요

 

잃어버린 25년 찾자고 했고 앞으로 단독 외출 금지라고도 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그렇게 무 자르듯이 안 돼요 어머니...

 

인간이 맘먹고 못 하는 건 없어

 

남들보다 잘나게남들보다 높게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게

 

남들처럼 똑같이 적당히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그게 가능한 줄 알아?

 

... 동생이에요

 

동생이었지 - 어머니

 

그래네 동생이었던 그 아이

 

무슨 힘든 일이었는지 왜 네가 필요했는지 들어보자

 

네 동생이었던 아이가 사경이라도 헤맸어?

 

... 왜 가족들이랑 왕래하면 안 돼요?

 

제가 친부모님께 왔다고 해서 그분들이 엄마아빠가 아닐 순 없어요

 

제 형제들이 남이 될 순 없어요

 

그래?

 

이 집에서는 은석이지만

 

저는... 아직 서지안이에요

 

노력은 하고 있지만 - 그럼

 

지안이라고 불러 줄까은석이가 아니라?

 

아직 제가 익숙하지가 않아서요

 

호적 정리될 때까진

 

지안이라고 불러 주셨으면 좋겠어요

 

여기 돌아온 선택은 네가 했어 그걸 잊지 마

 

선택엔 책임이 같이 따르는 거야

 

그것도 모르고 살았어?

 

너 하나로 인해서 나와 아버지오빠에 서현이까지 가십거리로 만들고 싶어?

 

그럴 거면...

 

돌아오지 말았어야지

 

[슬픈 피아노곡]

 

(서현언니 진짜 어쩌려고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알았으니까 입 다물어

 

언니

 

어머니아버지 말씀에 그렇게 말대꾸하시면 안 돼요

 

(서현부모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요?

 

나도 너처럼 여기서 계속 살았으면 이 집 룰을 따르는 게 쉬웠을 텐데

 

미안해 신경 쓰이게 해서

 

[감정이 고조되는 음악]

 

민 부장님제 방에 있던 제 물건들 다 없어졌어요

 

사모님께서 지시하셔서 다 치웠습니다

 

치워요어디로요? - 다 버렸습니다

 

버리다니요?

 

아니어떻게 버려요나한테 묻지도 않고 내 물건인데?

 

저희는 지시대로 했을 뿐입니다

 

어디에 버렸어요쓰레기 버리는 데가 어디예요?

 

벌써 다 가져갔을 거예요 아가씨

 

어떡해

 

어떻게 맥주 한 캔이 없어!

 

(도경서지안

 

[놀라면서어우!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이 아이냐? - 저 은석입니다

 

그거 내일 하자 - 언니랑 내일 뭘 하는데요?

 

비밀이라서

 

[도경 숨차서은석아은석아

 

내가 지금 이거 뭐 하는 거야? - 오빠!

 

(도경오빠 여기 있다

 

[혁 깊은 한숨왜 저러는지

 

(진짜 너 많이 좋아했나 봐

 

(지수카페에 빵을 방장님이 좀 가져다주셨으면...

 

싫어난 가게 사장이고 내가 왜?

 

(지안나 마케팅팀 정직원 됐다고 연락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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