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15
(직원) 판사님, 방금 법무부에서
긴급 형 집행 정지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누구 짓입니까?
(직원) 김가온 판사님이 조금 전에 기자 회견을 하셨는데
[영상 속 카메라 셔터음]
[무거운 음악]
(영상 속 가온) 시범 재판은
모두
조작되어 왔습니다
(기자1)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기자2) 강요한 판사가 재판을 조작해 왔다는 말씀입니까?
제가 대신 말씀드리겠습니다
(영상 속 정호) 강요한 판사가 재판을 조작해 온 게 맞습니다
미리 결론을 정해 놓고 그에 맞춰
증거를 만들어 내고
변호사까지 사전에 포섭해서 말을 맞췄습니다
(기자3) 아, 변호인을 사전에 포섭했다고?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4) 정말이야?
(영상 속 기자1) 그게 사실입니까?
(정호) 여기 김가온 판사가
이미 대법원에 관련 내용을 진술했고
진상 조사 위원회가 곧 열릴 예정입니다
[죽창의 힘겨운 신음] (영상 속 기자2) 그럼 시범 재판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정호) 진상이 모두 밝혀지면
강요한 판사가 한 모든 재판은 재심을 거쳐
무효화될 겁니다
(영상 속 기자1) 그럼 시범 재판은 없어지는 겁니까?
(영상 속 기자2) 그럼 강요한 판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거친 숨소리]
(요한) 보시다시피
형 집행은
정지되었습니다
[흐느낀다]
이와 관련된 제 입장은
별도로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영상 속 요한)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피고인을 풀어 주세요
[웃음] [달려오는 발걸음]
[죽창이 흐느낀다]
[죽창의 힘겨운 신음]
수고하셨습니다, 재판장님
행운을 빕니다
피고인
(죽창) 볼 거야
또 볼 거야, 기대해
[문이 탁 닫힌다]
[중세의 웃음] (두만) 이게 웬일입니까
자기들끼리 싸우고 난리가 났네
(용식) 손 안 대고 코 풀게 생겼습니다, 대통령님
[용식의 웃음]
(중세) 건배
치어스
죽창 쟤
[한숨 쉬며] 생각보다 명줄이 기네
네?
(두만) 죽기 직전까지 가면
전기 끊어서 멈춰 주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아, 그건 그냥 말이지, 말, 말, 말
[어두운 음악] (중세) 순진하네, 보기보다
그냥 말이지
[웃음]
(두만) 전기의자에 손을 써 두신 게 아니다?
손을 쓰기야 썼지
죽창 쟤가 결국 못 견디고
마지막에 이렇게 입을 뻥긋하려고 그랬으면
내가 전압을 최대로 확
펑!
(중세) 모락모락, 모락모락 모락모락, 모락모락
죽창, 굿바이, 포에버 [두만의 헛기침]
(두만) 야, 대단하십니다 [두만의 웃음]
(용식) 그래서 그렇게 여유만만하셨던 거군요
감탄했습니다, 대통령님
[웃음]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나는 저 정의로운 척하는 쟤네들
(중세) 도대체 이해가 안 가
자기들끼리 발목 잡고 결국 잘난 척하다
자기들끼리 엎어지고 자빠지고
저렇게 스스로 무너져 버리잖아
[웃으며] 뭐야, 저게? 이해가 안 가
이겨야지
[문이 탁 닫힌다] 김 판사
(가온) 죄송합니다
진짜야?
진짜 부장님이 그랬어?
네
죄송해요, 진작 말씀 못 드려서
난 아무것도 몰랐네
(진주) 그럼
전에 그 장기현 증인 매수 그것도 사실이야?
[한숨] 부장님이 해명한 게 거짓이고?
[헛웃음]
나 진짜 들러리였네?
오 판사님
(진주) 들러리고 뭐고 상관없어
그래도 나 부장님 진짜 믿었었는데
나랑은 다른 진짜 훌륭한 판사라고
[한숨] [차분한 음악]
[문이 탁 닫힌다]
[한숨]
(가온) 제가
강요한 판사를 처음 만난 것은
[요한의 한숨]
(가온) 처음 뵙겠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야
(요한) 김가온 판사라고 했지?
- 네, 잘 부탁드립… - (요한) 환영해
전쟁터에 온 걸
(가온) 대체 왜 이런 일들을 하는 겁니까?
(요한) 왜 이런 일들을 하는 거냐고?
네
할 수 있으니까
네?
가능성은 마약과도 같은 거야
(요한) 슬프지만 현실엔 정의 따위는 없어
게임만 있을 뿐이지
지독하게 불공정한
[무거운 음악]
(요한) 또 시작인가?
날 괴물 취급 하는 거
[아이들의 놀란 탄성] [새가 짹짹거린다]
[겁먹은 신음]
[아이들의 비명]
[아이들이 저마다 비난한다]
[놀란 숨소리]
(신부1) 그때부터 아이들은
요한이를 괴물이라고 불렀습니다
(지상) 그놈은 언젠가
자기 형을 잡아먹고 말 거야
(어린 이삭) 형은 네가 진짜 걱정돼
지난번 학교에서도 그렇고
너 그러다가 정말 큰일 나
(선아) 도련님이 대단하지
바보 형 제거하고는 의심 안 받도록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그 딸내미는 멋있게 안고 나와서 영웅 코스프레
(요한) 다시 말해 봐
형도 죽인 거냐고
[총성]
그게 산수 아닌가?
2보다는 1이 작은 수잖아
[영민의 힘겨운 신음]
(가온) 숫자 놀이를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닙니까?
시청자들이 스마트폰 앱을 눌러 대면
그 숫자 보고 판결하자…
(요한) 자넨 그걸 숫자 놀이라고 부르나?
나는 민주주의라고 부르는데 말이야
[교도관의 힘주는 신음] [영민의 비명]
(요한) 난 가장 빠른 방법을 택했을 뿐인데
그들을 위해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요한) 왜 왔지?
내 등 뒤에 칼을 꽂아 놓고
새삼 무슨 용건이 남은 건가?
(가온) 작별 인사 하러 왔습니다
말씀드렸죠?
부장님이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법정에 선 부장님 모습 보면서 깨달았어요
죽창 입을 열게 만든다는 것도 핑계였구나
입을 열든 말든 그저
사람들 손에 피를 묻히려는 거구나
그러고 나면
부장님 편에 설 수밖에 없게 될 테니까
그래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데 집착하는 게 인간이니까
인간의 나약함을 이용하는 건
악마나 하는 짓이에요
[무거운 음악]
다시 말해 봐
먼저 물어뜯지 않으면 물어뜯기는 세상이야
(요한) '싸움 중에 선은 넘지 말자'?
순진해 빠진 소리
난
가장 빠른 방법을 택한 거다
망설이는 게 인간이니까
(가온) 비록 나약하지만
망설일 줄 알고
멈출 줄 아는 게 인간이니까요
안 그러면
똑같은 괴물들만 남을 뿐이니까요
자기 연민에 빠진 괴물들
[요한의 옅은 웃음]
결국 그 얘기네
내가 평생 듣던 얘기
(요한) 너도 그래?
내가 무서운가?
나 같은 괴물 따위 되고 싶지 않아?
[힘겨운 신음]
[고함치며] 어?
죽이고 싶으시면
죽이세요
나약한 패배자 새끼
[가온이 콜록거린다]
꺼져 버려
[가온의 힘겨운 숨소리]
전 진심으로
부장님이 멈춰 주시길 바랐습니다
[가온의 한숨]
(TV 속 앵커1) 그간의 시범 재판이 조작되어 왔다는
[TV 속 요한이 말한다] 충격적인 폭로 이후
강요한 판사는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채
침묵만을 지키고 있습니다
정의 구현을 내세워 국민들에게 큰 위안을 준
시범 재판의 조작 폭로에 국민들은 충격 속에 빠져
강요한 판사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봤지, 봤지? 내 실력
(중세) 연정아, 네 남편 얼마나 위대한지 알겠지?
알지, 알지
(중세) 그, 민정호 대법관 말이야
자기가 강요한 지지자
걔들한테 테러당한 줄 알고 완전히 열받아 하는 것 같은데
[무거운 음악] (정호) 예, 경찰은 아직입니까?
급하다니까요!
[흥미진진한 음악]
(중세) 죽창이잖아, 완전 대박
[웃음]
이게 다 내가 미리미리 씨앗을 뿌려 놔서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열매가 맺은 거 아니야
그럼, 그럼
우리 자기 최고
천재
[연정의 웃음]
(중세) 근데 아쉬워
아니, 많이 아쉬워
이참에 피를 봤어야 되는 건데
그래서 말 많은 놈들은 그냥 탱크로 싹 쓸어버리고
어, 애국자들만 남겨서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을 했어야 되는데, 이참에…
자기야
(연정) 역사에 남는 것도 좋은데
우리 초심은 잃지 말자, 응?
무슨 초심?
(연정) 위대한 대한민국!
민족 순수 혈통
이거 우리 인터넷 방송 시작할 때 콘셉트 잡은 거였잖아
자기 지금 배역에 너무 몰입된 것 같아
걱정돼
나 너무 메소드인가? [웃음]
(연정) 아, 솔직히 우리 여기 돈 벌러 들어왔잖아
그거 잊지 않으면 좋겠어
남는 건 돈밖에 없어
하긴
국가를 수익 모델로 삼는 최초의 대통령
뭐, 우리 그런 얘기 했었지
[한숨]
근데 연정아
(중세) 돈보다 중요한 게 있어
[의미심장한 음악]
그게
(연정) 뭔데?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거
(중세) 역사라는 거대하고 찬란한 이 크레딧에
영원한 주연으로
이름을 때려 박아 새겨 넣는 거!
[한숨]
(중세) 어, 어
그런 거
응, 응
뉴스 봤어
그래?
괜찮은 거야?
걱정해 주는 거니?
걱정은 무슨
(엘리야) 요한이 잡혀가면
이 집은 내 거다
원래 네 거야, 처음부터
[잔잔한 음악]
(엘리야) 근데 가온은
이제 안 오겠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요한) 원래
우리 둘뿐이었잖니
[수현이 캔 뚜껑을 달칵 딴다]
(수현) 자, 응
[휴대전화 진동음]
네, 교수님
(정호) 가온아
난 아무래도 수현이의 죽음에
강요한이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가온) 교수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라니까요
재산 때문에 자기 형 죽이고
(가온) 그거 덮으려고 수현이 죽이고
아니에요 그 사람 그런 괴물은 아닙니다
[어두운 음악] 세상이 그 사람 어떻게 보든
전 압니다, 그 사람
불쌍한 사람이에요
내 말을 안 믿는 게 아니라
믿고 싶지 않은 게로구나
교수님
(정호) 알았다, 힘든 하루였지?
쉬어라 [통화 종료음]
강요한은 더 이상 위협이 안 됩니다
(선아) 국가 비상사태 해제하시고
민심을 수습하시는 것이…
(중세) 무슨 소리야
시작을 했으면 끝장을 봐야지
바이러스 발견 지역 더 추가하고
강제 이주 인원 더 확 늘리고
(선아) 대통령님 그건 당초 계획하고는 다릅니다
인원이 너무 늘어나면 수용 시설 감당이…
[중세가 책상을 쾅 내리친다] (중세) 이제부터!
[피식 웃는다]
이제부터
대통령의 시간이야
[무거운 음악] 나 허중세가 역사 앞에서 고독한 결단을 내리면
나머지 너희들 인간들은 그냥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알아?
그리고 너
야, 너 옛, 옛날부터 진짜
너 왜 이렇게 시건방지게 계속 입을 터냐?
계집애가, 어?
(중세)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싹 다 쓸어버리는 거야
국가에 1도 기여하지 않는
복지 예산이나 갉아먹는
그 늙은이들, 놈팡이들
데모나 하러 그냥 우르르 몰려다니는
그 불평분자 새끼들
그런 잉여 인간들 싹 다 청소해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거야, 어
젊고 강력한 대한민국
내가 인터넷 방송 할 때부터 얘기했었잖아
대한민국 토탈 체인지
[웃음]
이거는, 이건 혁명이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바로 세우는
레볼루션, 혁명이라고!
[들뜬 숨소리]
감동적인 연설이네요
근데 뒷감당은 생각해 보셨나요?
무슨 뒷감당?
일이 커지면 저항도 커집니다
시민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와서
데모하고 난리 치면 어쩌시겠습니까?
뭘 어째
내가 군 통수권자야, 그냥
쫙 밀어 버리면 돼
(중세) 광화문에 전차 부대 쫙 깔고
공수 부대 걔네들 다 동원해서
왜 그러면 안 돼?
옛날에 그러고 살았잖아, 우리, 어?
에이씨
[용식의 탄성]
뭐, 뭐야?
[긴장되는 음악]
(두만) 어유
[중세가 책상에 쿵 쓰러진다] (중세) 잠깐만
아유,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너 미쳤어? 이 미친년이 이거
아이, 얘…
뭐야?
짰어? 한패야?
뭐 하는 거야?
참아 주는 데도 한계가 있어, 이 잡것아
(선아) 너는 그냥 내가 허수아비로 앉힌 어릿광대야, 몰랐니?
진짜 네가 무슨 위대한 지도자라도 된 것 같아?
[다급한 신음]
[버튼 조작음] (중세) 야, 김 실장!
쿠데타야, 쿠데타, 쿠데타!
야!
야, 야, 김 실장!
[중세의 성난 신음] [문이 탁 닫힌다]
너 내 얘기 잘 들어
너 이게 지금 무슨 상, 상황인지 모르겠지?
농담 아니야, 너 나 믿어야 돼
너 나 믿어야 돼 얘네 쏴도 돼, 진짜!
너 나 믿어야 돼!
쿠데타야, 이거 명령이야 얘네 쏴도 돼
정신 똑바로 차려
얘부터 쏴, 쏴!
어? 빨리!
(김 실장) 이사장님
[총을 철컥 장전한다]
[긴장되는 음악]
[중세의 당황한 신음]
[웃음]
(선아) 으음
무섭잖아
괜찮으니까 나가 봐요
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야, 김 실장!
[당황한 숨소리]
뭐 하니, 안 일어나고?
[당황한 신음]
(선아) 저기 태극기 옆에 가서 좀 서 있어, 걸리적거리지 말고
[용식의 웃음]
[당황한 신음]
저기요
(선아) 위대하신 대통령 각하
이거 다 비즈니스야
혁명은 돈이 안 돼 역사도 돈이 안 되지
그런 짓을 재단이 왜 밀어주겠니?
멍청하기는
[무거운 음악]
(선아) 이렇게 따로 뵙자고 한 이유
짐작하시죠?
(두만) 따로 부른 이유야 뭐, 어차피
(용식) 자리에 없는 사람 얘기하려는 거 아니겠어?
우리 위대하신 대통령 각하라든지
(선아) 그래, 두 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용식) 뭐, 좀 신이 나셨더구먼
(두만) 평생 조연만 하다가 이제 원 톱 주연이라 이거지
마음은 이해가 가, 어?
씁, 그렇게 오버하다가는 한 방에 갈 텐데 말이야
이번에도 죽창 입 열면
무조건 죽여 버리라고 하셨다면서요?
전 국민 보는 앞에서
(용식) 그러게 말이야 뒷수습은 생각을 안 해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두만)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면 어쩔 거냐' 내가 물어봤거든?
탱크로 밀어 버리겠대
[용식의 헛웃음] 입만 열면 협박이야, 이거는, 아휴
(용식) 서울 깨끗이 재개발해서 외국 자본에 팔자는 사업인데
하여튼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몰라
[생각하는 신음]
더 놀라실 만한 얘기 하나 해 드릴까?
(두만) 응?
(용식) 뭔데?
우리 대통령 각하
진짜 바이러스를 유포할 생각이었더라고요, 서울에
(두만) 아유, 이 또라이 새끼 어떡하냐, 이거
(용식) 야, 미친 거 아니야?
오염된 상품을 얻다 팔라고?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해
예술가시라
하, 씨, 위태위태하다, 이거
아이고
[한숨]
플랜 B 생각해 둬야 되겠어요
좀 더 안정적인 엘리트로
[두만이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용식의 웃음]
(용식) 대통령이고 대법원장이고 할 거 없이
다 우리가 세운 비정규직들인데
씁, 거, 착각들을 하고 산단 말이야
영원히 변하지 않는 주연이 있는 건데
(두만) 그걸 학습을 못 하니
[중세의 당황한 신음]
[중세의 당황한 신음]
[무거운 음악] (두만) 응?
[중세의 힘겨운 탄성]
[개운한 탄성]
시끄러워!
[혀를 쯧 찬다]
[한숨]
(선아) 이제 좀 외로워 보이네?
(요한) 용기가 대단하네
제 발로 찾아오고
왜, 죽은 그 친구 복수라도 하게?
(선아) 아, 설마 그런 멍청이 아니잖아
이미 벌어진 일 갖고 아무 이득도 없이
감정적으로
마지막 기회 줄게
기회 주고 싶어, 내가
도련님이니까
대신 허세 부리지 말고
난 지금 일생일대의 기회를 주는 거야
감옥에 가는 대신 청와대로 갈 기회
왜?
새 허수아비가 필요한가?
허중세는 취향이 아니야?
(선아) 아휴
재판 조작으로 감옥 갈 거야?
죄수복 입고 도련님이 처넣은 그 쓰레기들 사이에서?
감당할 수 있겠니?
열심이네, 응?
(요한) 넌 참 대견해
언제나 열심히 발버둥 치거든
채울 수 없는 허기를 채우려 하고
가질 수 없는 걸 감히 가져 보려고 하는
너 정말
불쌍한 애였구나
[차분한 음악]
[힘주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거리 소음이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두만) 아휴, 새끼 이번엔 어떤 사기를 치려나
국민 여러분
저는 죄인입니다
뭐야?
(용식) 이건 또 무슨 전개야?
(요한) 저에 대해 제기된 모든 의혹
모두 사실입니다
[차분한 음악]
저는 여러분의 믿음을 배신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법을 악용하여 죄인을 처단해 왔습니다
제가 법관으로 일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법은
힘 앞에 무력하다는 것입니다
(영상 속 요한)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죄를 짓고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모습을 제 눈으로 보며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핑계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겁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는 더 이상 법관의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오늘부로 법관직을 사임하고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 돌을 던져 주십시오
(기자5) 이쪽 한 번만 봐 주십시오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기자6)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으십니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1) 판사님, 안 됩니다
판사님이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남자2) 저희를 버리지 마십시오, 판사님!
(진주)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부장님!
(요한) 고맙습니다, 오 판사
(진주) 부장님
감독님도요
(피디) 안 됩니다, 판사님 안 됩니다
(남자2) 판사님 안 됩니다, 판사님!
(남자1) 판사님은 잘못 없습니다!
판사님!
강요한을 대통령으로! [안전띠를 달칵 잠근다]
(사람들) 대통령으로!
강요한, 강요한!
강요한, 강요한!
강요한, 강요한!
강요한, 강요한, 강요한!
[흥미로운 음악]
[TV 속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TV 속 앵커2) 강요한 판사를 향한 국민들의 지지는 여전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곳곳에서
강요한 판사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으며 [두만의 탄성]
저 무서운 새끼, 저거
정 이사장
이거 어떡해?
운도 좋아, 우리 허중세 아저씨
(선아) 청와대에 좀 더 있어 줘야겠네
[통화 연결음]
(재희) 어, 언니
야당 움직임 체크해
(TV 속 앵커3) 오늘 대국민 사과문 발표 이후
오히려 전국적으로 강요한 판사에 대한 지지 여론이…
(요한) 총재님 제안은 고맙습니다만
아직 시기가 이른 것 같습니다
[살짝 웃으며] 죄송합니다
(TV 속 앵커3) 긴급 여론 조사 진행 결과
강요한 판사가 대선에 출마하면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무려 57.6%에 달했습니다
뚜렷한 대권 후보가 없었던 야당들 사이에서
강요한 판사를 발 빠르게 영입하려는 경쟁이 시작돼
이후 강요한 판사의 행보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호의 한숨]
가온아
이거…
수현이 마지막 유품이다
[차분한 음악]
수현이는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도
성당 화재 사건을 쫓고 있었어
(정호) 그날도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을 게다
(노인) 아, 그 형사 아가씨 진짜 끈질기더라고
이 동네를 몇 번이나 찾아왔는지 몰라
마지막으로 온 게 언제쯤인가요?
(노인) 얼마 안 됐지, 아마
씁, 한 보름 됐나?
딴 사람은 다 찾았다는데
정요셉이라고
성당에서 허드렛일하던 그 사람을 못 찾겠다던데?
- 혹시 이분인가요? - (노인) 응?
아유, 맞아, 요셉이
(노인) 그 아가씨가 왔다 간 뒤로 마침 누가 요셉을
서울 어느 동네에서 봤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요, 할머니?
아이, 그래서 내가 전화해 줬지 형사 아가씨한테
(가온) 혹시 그게
여기
'오래된 주택 파란 대문 오르막길 끝 쪽' 이거예요?
맞네, 맞아, 내가 얘기해 준 거
동네 이름 좀 알 수 있을까요?
(노인) 어, 그래
내가 어디다 적어 놨을 거야
아니, 근데
그 형사 아가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유?
(가온) 아…
아니에요 그냥 확인할 게 좀 있어서요
[차분한 음악]
계십니까?
안녕하세요
[문이 탁 닫힌다]
(가온) 정요셉 씨
계세요?
(가온) 정요셉 씨?
아무도 안 계십니까?
(수현) 혹시 이렇게 생긴 사람 이 동네에서 보신 적…
(여자) 없어요, 없어
[여자가 구시렁거린다]
(수현) 계세요?
[초인종이 울린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한숨]
(요셉) 누, 누구세요?
정요셉 씨 맞으시죠?
(요셉) 가, 강요한 판사랑 일하는
네, 그… [긴박한 음악]
(가온) 저, 정요셉 씨!
요셉 씨
[요셉의 아파하는 신음]
정요셉 씨
(요셉) 아, 살려 주십시오
제발, 제발 목숨만 살려 주세요
[요셉의 겁먹은 신음] (가온) 왜 이러십니까?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요셉) 강요한 판사님이 저 죽이라고 하신 거죠?
그렇죠?
(요셉) 정말 판사님을 믿어도 되는 겁니까?
제가 강요한 지시로 왔으면 왜 굳이 이러고 있겠습니까?
(가온) 정 불안하시면 오늘 바로 거처를 옮겨 드릴게요
민정호 대법관님께서 도와주실 겁니다
절 확실히 숨겨 주기로 약속하시는 겁니까?
네
(가온) 원하신다면 대법관님과 통화도 시켜 드릴게요
[요셉의 한숨]
(요셉) 그 성당 화재 사건 때 찍힌 CCTV 영상
파일이 하나 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제가 관리자였고요
화재 사건 있고 얼마 후에
강요한 판사님이 절 찾아오셨습니다
'그 파일을 넘겨라'
'그리고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켜라'
'그러면 새집도 구해 주고'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돈도 주겠다'
그래서 그렇게 했죠, 그런데
부끄럽습니다만
아니, 혹시나 이게 또 돈이 되지 않을까
사본을 하나 만들어 놓은 겁니다
그러다 마침 몇 달 전에
강요한 판사님이 보낸 사람이 찾아왔었습니다
'혹시 사본을 만들어 놓은 게 아니냐'
'진짜 없냐' 저를 막 고문하는데
정말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결국 실토하고 사본을 드렸습니다
(가온) 그럼 지금 이 상처들은 왜 그런 거죠?
며칠 전에 형사가 한 명 찾아왔었습니다
(수현) [문을 탕탕 두드리며] 계세요?
[문이 달칵 열린다]
(요셉) 누구…
정요셉 씨?
(수현) 저…
잠시만요
광수대에서 나온 윤수현입니다
(요셉) 전 그냥 '아무것도 모른다'
'문제 있으면 영장 갖고 와라'
이렇게 버티며 돌려보냈는데
어젯밤에 강 판사님 부하가 또 찾아와서
'형사한테 진짜 아무 말 안 한 거 맞냐'
'혹시 다른 사본 넘긴 거 아니냐' 그러면서 저를 이렇게 막…
[한숨]
[훌쩍인다]
그, 그 찾아왔던 사람
전화번호든 뭐든 단서가 될 게 있습니까?
아니요, 직접 찾아오기만 해서
(요셉) 아! 어젯밤에 그 사람 차를 이 앞에 세웠었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남자3) 여기요
(가온) 아, 정말 감사합니다
- (요셉) 고마워요, 진짜 - (남자3) 아, 뭘요
(남자3) 보시고 천천히 주세요
(요셉) 이 사람, 이, 이 차예요
- (가온) 이 차요? - (요셉) 네
(정호) 우선 강요한 부하 그놈부터 무조건 잡아야 된다
그놈이 수현이를 죽인 놈이라면
강요한이 그놈까지 죽여서 증거를 없애려 들 수 있어
그럼 차량 번호 조회 지금 바로 가능할까요?
(정호) 응, 내 제자 중 한 놈이 경찰청에 있다
차량 등록 주소 확인해서 전화하마
(가온) 네
[한숨]
(가온) 그 파일에 도대체 뭐가 찍혀 있는 겁니까?
그것만은 말씀 못 드립니다
[긴장되는 음악] (요셉) 제발 그것만은 묻지 말아 주십시오
그걸 말하면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절 죽이겠다고
강 판사님이 그러셨습니다
그분은 진짜로 그럴 분입니다
(수현)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줘
내가 강요한 정체 밝혀낼게
이제 거의 다 왔어, 가온아
[한숨]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안전띠를 달칵 푼다]
[긴장되는 음악]
(가온) 누구야!
[문이 탁 닫힌다]
[놀란 숨소리]
[총을 철컥 장전한다]
[총성]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요한) 여보세요?
여보세요?
[무거운 음악]
(가온) 대체 누가 수현이를 쏜 겁니까?
윤수현을 쏜 게 아니야
혼란한 틈에 우리 재판부를 제거하려 했던 거야
[천둥이 콰르릉 친다]
(요한) 세상을 구하고 싶다면
윤수현을 네 인생에서 끊어 내라
날 도우면서 동시에 그 친구하고 함께할 순 없어
(요한) 지옥 같겠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무간지옥
이런 짓을 저지른 놈들도 지옥 불 속에서 불타게 만들어
그게 지옥 속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떨리는 신음]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
(요한) 난 네가 원한다면 죽어 줄 수 있다
하지만
[차분한 음악]
넌 후회하게 될 거야, 평생을
[칼이 쟁그랑 떨어진다]
당신이 수현이 죽였잖아
가온아
(요한) 넌 지금 아픈 거야
너무나 아파서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거다
닥쳐!
내가 똑똑히 봤어
당신이 범인이라는 증거
뭘 봤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너도 알 거야
(요한) 증거라는 게 얼마나 허망한지
인간이 얼마나 쉽게 속는지
당신 형도 당신이 죽였어
뭐?
정요셉한테서 뺏은 영상 거기에 뭐가 있었지?
(가온) 성당에 불을 지르는 당신 모습?
[고함치며] 어?
[날카로운 효과음]
[불길이 화르르 타오른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이삭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요셉을 만난 건가?
요셉을 만난 거야?
(정호) 물러서!
당장 가온이한테서 떨어져
(형사) 강요한 씨
당신을 윤수현 경위 살인 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변명의 기회가 있고
체포 구속 적부심을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넌 날 그렇게 믿는 건가?
(요한) 내가 내 형을 죽이고 윤수현을 죽였다고?
그리고 널 이용했다고?
[요한의 떨리는 숨소리]
내가 그동안 너한테 했던 말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당황한 숨소리]
김가온
[다가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선아) 와, 눈물겹다, 진짜
(요한) 너…
도련님 그런 눈빛 처음 보는데?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오셨습니까, 이사장님
교수님
설마
(선아) 세상에 반복되는 우연 따위 없어
네가 강이삭을 닮은 건 우연이지만
그런 네가 강요한과 함께 일하게 된다?
오, 그런 건 우연일 수가 없지
네가 감히…
[수갑이 잘그랑거린다]
(가온) 선서
'본인은 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 윤리 강령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정학의 하품]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법관들) '선서합니다'
[사람들의 박수]
많이 닮았네?
(법관)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 (수현) 아, 좀 - (가온) 빨리
(수현) 아!
[정호의 웃음] (법관) 자, 모입시다
- (정호) 둘이 찍어라, 난 빠질게 - (가온) 아이…
- (정호) 난 안 끼는 게… - (가온) 아이
(정호) 아이참 [정호의 웃음]
(법관) 한 장 더 찍을게요 이제 다음 찍을 때 좀 웃어 주세요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선아) 누가 민 교수님을 대법관으로 만들었을까?
[헛웃음]
교수님
더 큰 정의를 위한 선택이었다
너도 언젠가는 이해할 거다
[놀란 숨소리]
가온아
교수님, 교수님
넌 내가 도련님한테 심어 놓은 약점이야
이 남자
개위험하거든
[무거운 음악]
내가 외롭게 만들어 주겠다고 했지? 도련님
다 조작이야, 다 조작이야
(가온) 강요, 강요한 짓이 아니에요
이 사람 짓이에요!
소용없어
다 이 여자한테 포섭된 자들이야
[가온의 떨리는 숨소리]
다 당신 짓이었어?
(가온) 그 할머니한테 정요셉 위치를 알린 것도
정요셉한테 거짓말을 시킨 것도
(선아) 아아
요셉이 한 말은 다 사실이야
도련님은 필사적으로 진실을 숨겼어, 단지
(선아) 요셉을 고문해서 CCTV 영상을 빼앗은 그 남자
그 남자가 도련님 부하가 아니었지
사실은 내가 보낸 자였어
이 정선아가
너, 이씨…
안 돼
(요한) 안 돼!
(선아) 이게 도련님이 필사적으로 숨기려던 거야
(요한) 안 돼!
안 돼!
안 돼, 하지 마, 안 돼!
너!
[요한의 분노에 찬 탄성]
하지 마!
하지 마, 아!
[고함친다]
[거친 신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요한의 괴로운 비명]
[힘겨운 신음]
[놀란 숨소리]
[요한의 힘겨운 신음]
[요한의 거친 숨소리]
[천둥이 콰르릉 친다]
[종소리가 울린다]
(신부2)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몸
(희진) 엘리야 봤어?
(이삭) 밖에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신부2) 그리스도의 몸
(어린 엘리야) 곰아 언니랑 기도하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아
엄마, 아빠, 엘리야 행복하게 해 주세요 [다가오는 발걸음]
곰아, 너는 무슨 기도 했어?
곰아, 추워? 내가 따뜻하게 해 줄게
[요한이 창문을 톡톡 두드린다]
[작은 목소리로] 앗, 뜨거워 앗, 뜨거워
(어린 엘리야) 쓰담쓰담쓰담
곰아, 가자
[무거운 음악]
(신부2)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몸
[요한의 힘겨운 숨소리]
[요한이 흐느낀다]
도련님도 참 가엾은 사람이더라
(선아) 부모를 죽인 게 자기 자신인 걸
그 아이가 알게 될까 봐
저걸 숨기려고 평생을…
[거친 숨소리]
(엘리야) 가온?
엘, 엘리야
엘리야, 엘리야!
(요한) 엘리야!
- (요한) 엘리야 - 요한!
(엘리야) 요한! [요한의 힘겨운 신음]
(요한) 엘리야
(엘리야) 요한
(요한) 엘리야
엘리야!
(엘리야) 요한!
요한!
놔!
엘리야!
- (요한) 아, 안 돼 - (엘리야) 놔, 놔!
(엘리야) 요한!
엘리야!
- (엘리야) 놔! - 이제 진실을 알 때가 됐지
엘리야 아가씨도
부탁이야, 말, 말하지 마
(엘리야) 놔!
엘리야한테는 말하지 마
(요한) 엘리야
[요한의 고통스러운 신음]
[요한의 거친 숨소리]
아, 제발
제발!
- (요한) 제발 - (엘리야) 요한!
[엘리야의 떨리는 신음]
(엘리야) 놓으라고!
요한! [엘리야의 가쁜 숨소리]
[차분한 음악] (요한) 아, 제발
(엘리야) 요한, 요한, 왜…
[요한의 힘겨운 신음]
내가 바란 건 딱 하나
도련님이 그런 눈빛으로 날 봐 주는 건데
[요한의 힘겨운 신음]
[한숨]
끌어내
[고함친다]
[차분한 음악]
[천둥이 콰르릉 친다]
[엘리야의 가쁜 숨소리]
요한
(가온) 나는 그 순간
죽기로 마음먹었다
.악마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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